궁중잔치요리 眞味 맛보세요-신라호텔 한식당 서라벌
조선시대 궁중잔치에는 어떤 음식들이 올랐을까.한말 나라가 망하게 되자 궁중 연회음식을 도맡았던 남자조리사인 대령숙수(待令熟手)들이 요정으로 빠져나가면서 궁중연회음식이 일반에도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궁중음식하면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에 솔깃해진다.
그런 궁중연회음식을 맛볼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서울 신라호텔이 뮤지컬‘명성황후’ 재공연에 맞춰 오는 25일부터 3월12일까지 한식당 서라벌에서명성황후시대 궁중요리를 재현키로 한 것.
이번에 선보이는 요리는 1873년 4월17일 고종 10년 명성황후가 왕비의 존호를 받던 날 왕과 왕비에게 제공되었던 음식중 몇가지.‘진작의궤(進爵儀軌)’에 남아있는 기록을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이 고증하고 서라벌의 최난화 과장이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만든 합작품이다.
절육(切肉),문어포,육포,생율 등의 마른안주와 전복초,양지머리 편육과 족발,간전(소간으로 만든 전),부아전(소허파로 만든 전),호박전,신선로(열구자탕),해삼을 넣은 사태찜,밥과 맑은 탕,후식으로 한과와 화면(오미자 물에 녹말국수를 넣고 잣을 띄운 것)을 코스로 선보인다.
궁중음식의 기록은 고려말에서 조선조 성종까지는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이후 조선조 궁중음식는 ‘진찬의궤’(進饌儀軌)’‘진연의궤’(進宴儀軌)‘궁중음식발기’‘왕조실록’ ‘진작의궤’(進爵儀軌)등의 문헌을 통해 상세한 의례와 조리기구,상차림 구성법,음식의 이름과 재료 등을 알수 있다.
그러나 실제 조리법은 조선조 마지막 주방 상궁인 한희순과 그에게 전수받은 황혜성씨에 의해 재현되어 전승되고 있다.
궁중음식을 한국음식의 정수(精髓)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궁중음식은 전국에서 진상된 특산물과 열세살에 입궐하여 수십년 조리하는 일만 해온 솜씨좋은 주방 상궁과 대령숙수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음식이기때문.말린 전복이 제주도에서 오고 밀감은 여러 차례 나누어 배로 운송되었다고 적혀있는 ‘공선정례’(貢膳定例)의 기록으로 최상·최고의 재료를 사용했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궁중음식이 양반이나 평민들이 먹었던 음식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음식을 비롯 궁중의 생활양식은 양반들과의 혼인을 통해 서로 영향을 미쳤다.왕족과 혼인을 맺게 되면 궁에서는 하사품을 음식으로 내리고 양반가에서는 궁에 진상을 하면서 음식 교류가 이루어졌다.그리고 연회때 고임상에 차려진 음식은 먹지 않고 연회가 끝난 후 종친이나 신하 집으로 골고루 나눠 보내는 관습을 통해 궁중음식이 민간에 전래되곤 했다.
궁중음식은 대부분 입에 넣어 씹지 않아도 될만큼 연하게 만들었으며 양념도 아주 곱게 다져서 사용했다.간장이 가장 중요한 조미료로서 매년 장을 담가 묵히되 된장은 쓰지않고 버리고 간장은 몇십년씩 묵혀 진장(眞醬)을 만들어 사용,음식맛을 더해줬다.
최난화과장은 “해산물,야채,육류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했으며 전이 많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라며 “요리법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당시 요리들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선임기자 sunn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