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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김진표 교육부총리께/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길고 긴 여름이 끝나고 학교들이 개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나라, 특히 대도시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은 70∼80년대 공장 수준의 오염된 교실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학교에서 지금과 같이 곤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것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미세먼지를 비롯해서 가장 오염된 도시라는 서울을 포함, 우리나라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간단히 비교해보면 미국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고 인구밀도도 높은 뉴욕보다 서울의 오염도가 2배가 넘습니다. 또 원래 실내는 실외보다 대기 오염이 축적되기 때문에 늘 실외보다는 실내가 공기가 안 좋고,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교실과 같은 곳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의 활성도가 높아져서 상황이 안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학교 건물 중 오래된 건물들에서는 이제는 쓰지 않는 석면가루가 교실에 떠다니기도 합니다. 환경부나 방송국에서 여러 번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서울, 광주, 부산 등 대도시의 교실 내 환경은 거의 대부분의 위험물질이 지하상가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오염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겠습니다. 창밖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오염이 교실로 들어오는데, 소음 때문에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을 교실에서 가만히 있도록 하기도 어렵고, 더구나 재건축 현장 인근에서 공사라도 하는 날에는 1000/㎥ 이상의 오염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황사수치가 높은 날 반도체 공장들이 불량률을 걱정해서 공장을 세우는 수준입니다. 특히 겨울철 문을 닫아놓고 난로라도 피우는 경우에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산화탄소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교실이 일종의 대기오염 종합판같이 되어 있는 셈이지요. 이런 문제는 소위 전문가들은 물론 소아과의사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회부 기자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일인데, 누구도 쉽게 답변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입니다. 아무래도 아이들 건강의 문제이니까 정책 우선순위가 여러가지로 밀리고, 교육부 내에서도 환경부 문제라고 외면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법적인 제도는 예전에는 잘 모르던 오염물질을 시행규칙에 약간 반영하는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고, 학교보건법 제2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입시문제와 같은 것에 우선순위에 밀려서 몇 년째 서로 안타까워하면서 쉬쉬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무래도 재정이 문제이겠습니다. 현재의 환경부 계획대로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면 10년 후에 도쿄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역시 그 정도 수준에서는 교육환경이 여전히 열악할 것이며, 무엇보다 그 10년 동안에도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의 상황에 방치된다는 것은 1인당 소득 2만달러를 목표로 하는 이 사회에서는 슬픈 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공기청정기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에 무조건 찬성하지는 않지만, 현재 초등학교를 비롯한 학교들은 시급히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학교에 정수기를 설치하는 예전의 논쟁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겠지만 일단은 초등학교부터, 그리고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스로 설치하고 동시에 공기청정기 산업에 대한 대책이 결합되면 여러가지로 부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지는 않은데, 교육청과 환경부 등 업무분장 문제로 수년간 표류하던 이 문제를 풀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계신 분이 바로 김진표 교육부총리님이십니다. 또 개인적으로 경제논리가 교육의 인프라를 위해 실제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꼭 한번 보고 싶기도 합니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고이즈미 ‘깜짝쇼’ 거품 빠지나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중의원 해산→9·11총선거 실시 결정→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 표적공천 등 일련의 ‘깜짝쇼’ 정치수법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일본언론들이 잇달아 보도했다. 공식선거전을 이틀 앞둔 28일 현재 야당인 민주당 지지는 약간 늘어나고, 자민당이 빠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무당파층의 60% 이상이 ‘지지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선거 판세는 막판에야 판가름날 전망이다. ●자민, 민주당 지지도 격차 좁혀져 아사히신문이 25·26일 실시,28일 보도한 4회째 연속여론조사에 따르면 비례대표선거에서 투표하고 싶은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이 24%로 감소했고, 민주당은 16%로 증가해 양당의 지지도 격차가 줄어들었다. 자민당은 31%(15∼17일)→27%(18,19일)→29%(22,23일)로 그전까지는 강세였다. 반면 민주당은 17%→14%→13%로 하락추세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회복되는 양상을 띠었다. 특히 민주당은 대도시 지역에서 9%→13%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자객 공천’ 등 정치 수법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가 41%로,‘공감한다.’(38%)를 처음으로 웃돌았다.‘공감한다.’는 응답은 43%→40%→41%→38%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9·11 총선에서 의석이 증가하기를 희망하는 정당 선호도에서도 자민당이 28%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25%로 올라,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가장 접근했다. 그러나 무당파층은 여전히 두꺼워 이번 조사에서도 69%에 달했다. ●고이즈미 깜짝쇼 효과 일단락? 요미우리신문은 27일자에서 고이즈미 내각지지율이 53.1%로 미세하게나마 줄고, 투표하고 싶은 정당에서 ‘자민당은 조금 감소, 민주당은 미세 증가’로 나타났다면서 “고이즈미의 깜짝쇼 효과가 일단락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의 조사에서 내각지지율은 47.7%(8,9일)→53.2%(17∼19일)→53.1%(24∼26일)로, 전회에 비해 0.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42.3%→34.1%→34.5%로 전회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투표하고 싶은 정당은 소선거구에서 자민당이 미세하게(39%→38%) 줄고, 민주당은 약간(14%→16%) 증가했다. 비례대표도 흐름이 비슷했다. 물론 민주당의 본격적인 당세회복 여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자체 집계결과 300개 소선거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접전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 유동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taein@seoul.co.kr
  • [급변하는 부동산시장(하)] 미니신도시 쏟아지나

    [급변하는 부동산시장(하)] 미니신도시 쏟아지나

    당초 가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던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이 주택 공급 확대정책으로 넓혀졌다. 수도권 국·공유지와 그린벨트를 풀어 강남권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대책은 일견 싼 값의 땅을 확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차원에서 환영받을 만하다. 우선 올해 200만평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성남비행장 등 6∼7곳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 미니 신도시(택지지구)를 포도알처럼 오밀조밀하게 조성하는 수평 개발만 확대, 각종 도시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참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초고층·고밀도 규제를 완화하고 강북 초고층 아파트 재개발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자체 반발… 공급 시기 요원 전문가들은 작은 도시가 포도알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도시연담화(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도시 시가지 연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미니 택지개발은 수평개발을 통해 땅을 많이 파헤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환경생태 파괴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 자족도시를 형성하지 못해 서울∼수도권을 오가는 교통문제를 유발, 천문학적인 기간시설 투자 비용부담을 져야 한다. 투자의 집적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와 지자체, 환경단체의 반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국·공유지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공급 대책이 나온 25일 경기도는 바로 ‘태클’을 걸고 나왔다. 서울 주택문제를 경기도와 협의하지 않았고 신도시다운 신도시 조성이 어렵다는 이유다. 체계적인 신도시가 아닌 미니 택지지구는 교통·하수문제 등이 뒤따를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거론되는 미니 신도시 후보지가 과연 강남 대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장지동 남성대 골프장, 거여동 특전사 부지라면 몰라도 경기도에 있는 나머지 공공기관 이전 자리는 입지가 떨어지고 이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급 시기가 요원하다. 성남 비행장이나 일원·세곡동 일대는 강남 대체 신도시 후보지로 적격이지만 군사적 필요성과 그린벨트라는 점에서 범정부의 지원 없이는 당장 택지 변경이 어려운 땅이다. ●강남북 초고층 아파트 건설 허용해야 이번 대책에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수단이 많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를 더이상 사회적 문제가 아닌 경제적 문제로 풀어야 한다. 개발이익환수 장치가 마련된다는 전제 아래 강남 재건축 규제를 과감히 풀고 고밀도·초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적극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북 개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규제 아래서는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인 목표 달성이 시늉에 그칠 수 있다. 무조건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막을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춰 높이와 밀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또 어차피 수도권 택지를 개발할 것이라면 ‘포도알’이 아닌 ‘포도송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작은 규모의 택지개발보다는 분당·일산과 같은 계획적인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해야 도시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택지지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이미 지정된 택지지구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판교 신도시 밀도를 10% 올릴 경우 2700∼3000여 가구의 아파트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수도권 택지지구 용적률을 10%만 늘려도 3만여 가구가 들어설 판교 규모의 신도시 조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씨줄날줄] 신 타향살이/박홍기 논설위원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늙어’로 시작되는 가요 ‘타향살이’.1935년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잃고 고향을 등져야 했던 이들의 애절한 마음을 달래주었던 이 노래는 기나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즐겨 불려지는 노래 가운데 하나이다.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난 이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시대적 아픔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타향살이는 그만큼 낯설기에 외롭고,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힘겹고 버겁게 느껴진다. 반면 고향은 따뜻하고 아늑한 데다 편안하기 그지 없다. 세상이 변해도 마음 속의 고향은 정겹기만 하다. 그래서 고향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라고들 하는가 싶다. 최근 노년에 고향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황혼기에 접어든 부부 등이 안락한 생활을 찾아 정든 고향을 떠나, 또는 오랜 기간 살았던 터전을 떠나 실버타운으로 들어가고 있다. 노년에 고향을 떠나거나 거주지를 바꾸는 결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노인복지시설이 주변에 없는 까닭에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런 세태를 풍자하듯 ‘신 타향살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우리는 지난 2000년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총 인구 중 7%가 65세 이상인 노인들로 구성돼 있다. 또 머지않아 고령사회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노인복지 정책은 아직 미흡하기 짝이 없다. 실버타운 등 유료 노인복지시설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노인들조차 유료 복지시설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더구나 민간자본들은 이윤 추구를 위해 서울 등 대도시 인근 지역에 집중해 복지시설을 세우는 바람에 심각한 편중 현상을 낳고 있다. 수도권과 강원 지역마저도 노인 1000명 중 2명 정도의 수용 능력을 갖췄을 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시 실버타운을 찾는 노인들의 ‘신 타향살이’를 배부른 소리로 치부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고향을 그리고 생각하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짐승도 죽을 때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TV로 독서·「쇼핑」까지

    TV로 독서·「쇼핑」까지

      『일찍 퇴근해서「텔레비전」을 틀어보니 모두가 어린이「프로」뿐.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틀었더니 어느「프로」나 한결같이 웃기지도 못하는「코미디」뿐.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낮에 있었던 국제축구경기의 실황을 재방송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런「텔레비전」시청자의 불만을 해소해줄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아 올 것 같다. 미국의「실베니어」회사는「텔레비전」「프로」교환국을 두고 각 가정과「케이블」로 연결하면 가정에서「다이얼」을 돌려 주문하는 대로 좋아하는「프로」를 보낼 수 있다는「캐스텀·커뮤니케이션·시스팀」을 고안하고 있다.「프로」교환국에는 이미 방송된 것뿐만 아니라 여러가지의 교육「프로」도 갖추고 있게 된다. 「케이블」을 이용하는 유선「텔레비전」방송은 당초 방송국과의 거리가 멀거나 장애물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기 대문에 생긴 것. 이웃의 높은 지대에「안테나」를 세우고 그곳으로부터 각 가정까지「피터」선을 끌어서 밝은 화면을 얻게 되었다. 이런 공청시설(共聽施設)은 미국의 경우 48년경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전국에 2천개가 넘고 가입자의 수도 280만이나 되며 일본은 9천개의 시설에 70만호가 가입하고 있다는 것. 한편 지방에도 중계국이 생겨서 공청「안테나」가 필요 없게 되었다고 해도 제한된「채널」의 제한된「프로」에만 만족할 수 없게 되어 성능이 높은「안테나」를 세워서 먼 곳의「텔레비전」방송까지 듣고 싶어진다. 이렇게 되면 종래의「피터」선으로는 수요를 채울 수 없어 고안한 것이 동축「케이블」. 직경 2cm의 간단한 구조이지만 한꺼번에 12~20「채널」의「텔레비전」신호를 보낼 수 있다. 공청「안테나·텔레비전」(CATV)시대의 막은 이로써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된 것. 66년 현재 미국은 1,440개의 CATV시설을 갖추어 이웃의 큰 TV방송국의「프로」이외에도 지방의 청취자들이 요구하는 지방「뉴스」, 일기예보, 영화, 주식거래, 음악 등의 취미「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의 TV방송을 모두 받는다고 해도 동축「케이블」의 능력은 아직도 남아돌아가게 마련.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전파로 보내던 TV「프로」를 처음부터 동축「케이블」로 보낼 뿐만 아니라 이「케이블」을 전화의 용도와 같이 많은 정보「서비스」에 써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멀리「뉴요크」의 5번가에 있는 양장점이나 보석상과 직접 물건거래를 의논할 수도 있고 집에서 단추 하나만 누르면「팩시밀리」신문이 찍혀나오고 먼 곳에 떨어져있는 도서관의 책을 집에 앉아「브라운」관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최근 미국의 방송전문가 14인이 내다본 10년 내의 기술혁신은 벽에 걸 수 있는 TV, 인공위성으로부터 직접 수신하는 방송, 가정용「콤퓨터」, 가정용「팩시밀리」신문 등을 들고 있지만 그보다도 유선「텔레비전」의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현원복(玄源福)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신년호 제2권 제1호 통권15호 ]
  • [토요일 아침에]행복하게 부자로 사는 법/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많은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모두 돈으로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백만장자를 꿈꾸며, 백만장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있다고 믿는다. 로또복권이 그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집단최면 현상, 로또신드롬, 대박신드롬이 이래서 생겼다. 사실 로또복권의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1이다. 골프에서 홀인원 할 확률은 2만분의1,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3만분의1, 화재로 사망할 확률은 40만분의1, 벼락을 맞아 사망할 확률은 50만분의1이다. 로또복권 당첨이 벼락을 맞아 사망하기보다 16배나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환상에 젖어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복권을 산다. 그러나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은 대부분 평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과정이 배제된 결과는 정상적인 삶의 코드를 망가뜨린다. 그 결과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걸린다. 어플루언스(affluence)와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인 ‘어플루엔자 신드롬’은 주식, 부동산, 복권으로 갑작스레 큰돈을 번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갑자기 돈이 많아지니까 그동안 추구해 왔던 삶의 목적이 없어졌다. 당연히 일상생활이 무료해지고 이를 달래기 위해 쾌락을 추구한다. 소문난 레스토랑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새 아파트, 새 차를 구입하고, 명품으로 치장한다. 그런데도 별로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마음 속 깊은 어딘가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하다. 1998년 봄, 미국의 한 평범한 자동차 수리공이 복권에 당첨됐다. 당첨금이 무려 2071만달러였다. 젊은이는 당첨금을 받자마자 자기가 일하던 자동차 판매 회사의 경영권을 샀다. 모든 불행이 끝나고 행복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방만한 경영으로 1년도 못 돼 회사의 문을 닫았다.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갔다.69만달러를 주고 이혼했다. 남은 돈으로 쉽게 재혼했지만 위자료만 물고 또 갈라섰다. 새로 시작한 중고차 사업이 어려워지자 고리사채를 썼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급기야 파산 신고를 했다. 가난하지만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던 어촌 마을에 소송바람이 불었다. 대도시를 연결하는 대교가 건설되고 고속도로가 연장 개통된다는 소식에 폭등한 땅값 때문이다. 그렇게나 화목했던 마을이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으로 들끓고 있다. 명절을 맞아 외지에 나간 형제들이 모이면 다음날 장남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이 모두 법원을 찾는다는 말까지 나돈다고 한다. 70대 할머니가 한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60억대 재산을 가진 부자였지만 남편과 10여년 전부터 별거하며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서 가정부와 함께 지내왔다. 두 딸과 아들이 있지만 재산 상속 문제로 이들 사이에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살이가 재미 없었다. 너무 외로웠다. 한평생 돈벌이에 세월을 흘렸지만 수십억원의 재산이 오히려 불화의 씨가 되었다. 행복하게 해 줄 것으로 믿었던 그 엄청난 재물이 결국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한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역사에 나오는 인물 가운데 가장 많은 재물과 명성과 향락을 누렸던 솔로몬이 내린 인생의 결론은 ‘허무’와 ‘헛됨’이었다. 말년에 그가 깨달은 바는 사람이 최고의 부귀, 영화, 권세, 지혜를 가질지라도 하나님 없는 인생은 허무하다는 것,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것이 진정한 부자로 사는 비결이요, 참된 복이라는 것이었다. 솔로몬은 이런 깨달음이 없기에 한평생 돈만 좇느라 피폐한 삶을 사는 오늘 우리에게 정말 행복하게 부자로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그 이익이 정금보다 나음이니라.”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인구 ‘전원형 도시’ 로 몰린다

    TEXT 충청권내 신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중부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U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원형 신도시’의 인구 유입이 크게 느는 반면 서울 등 대도시와 공업형 도시의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행정구역상 읍·면·동 단위의 주소지를 바꾼 사람은 총 450만명에 달했다.●수도권 인구편중 현상 지속 시·도별로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전출자의 52.6%가 경기나 인천 등지의 수도권으로 몰려 전입자에서 전출자 수를 뺀 수도권의 순인구는 7만 3000명 늘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별로는 중부권 전출자의 20.8%가 경기 등지로 이동, 수도권으로의 전입 비율이 가장 높았다. 수도권 전출자의 90%는 수도권으로 다시 전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지난해 충청권으로 몰렸던 3만 5000명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수도권으로 옮기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권역별 순유출 인구는 영남권이 3만 50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호남권 2만 8000여명, 중부권 8600명, 제주도 512명 등이다.●전원형 신도시가 좋다 234개 시·군·구 가운데 전입이 전출을 초과한 지역은 2·4분기 중 86개 지역이다. 이 가운데 순유입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 용인(1만 3406명), 남양주(8036명), 화성(5970명) 등이다. 이들 지역은 전원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 건설이 진행되는 곳이다.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아 인구가 줄어든 곳은 경기 과천(-3611명), 인천 남구(-3173명), 경남 창원(-3170) 등의 순이다.과천은 재건축 여파에다 과천청사 이전에 따른 실망감으로 전출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 남구와 경남 창원은 공업지역이라는 환경 여건 때문에 주변의 ‘베드타운’으로 인구이동이 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대도시에서 주변지역으로의 인구 유출도 계속돼 2·4분기 중 서울 1만 9702명, 부산 1만 2315명, 대구 7643명, 광주 2513명, 울산 870명 등이 각각 감소했다. 대도시 집값이 오른데다 쾌적한 환경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연령별로는 20대와 50대의 인구이동이 크게 늘었다. 성별로는 여자보다 남자의 이동이 100명당 8명 더 많았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수도권교통조합 유명무실 우려

    서울·인천·경기도가 공동으로 설립한 ‘수도권교통조합’에 핵심적인 업무가 이양되지 않아 자칫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도에 따르면 서울 등 3개 광역자치단체는 수도권 대중 교통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지난 2월4일 ‘수도권 교통조합’을 출범시켰다. 이들 자치단체는 “광역 버스노선 조정이나 택시사업권 등을 둘러싼 자치단체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를 협의·조정할 기관 구성이 절실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조합에 버스노선 조정을 포함한 수도권 광역버스에 관한 사무 등 주요 업무가 아직 시·도에서 이양되지 않아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는 “이런 상태에서는 조합에서 의결된 사안을 자치단체가 거부한다 해도 뾰족한 대처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기도의 요구로 ‘수도권교통조합’에서 용인 수지지역과 서울 광화문을 연결하는 광역버스 노선 신설을 결정해도 서울시가 교통체증을 이유로 거부할 경우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도는 올 상반기 중 광역버스를 포함해 23건의 버스노선 협의를 서울시에 신청했으나 서울시는 이 가운데 8건만 동의하고 나머지 15건은 도로용량 포화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도는 “시·도지사가 갖고 있는 광역버스 노선의 신설·조정·승인 등의 권한을 조합장에게 이관하는 등 수도권 광역버스에 관한 사무를 조합에 위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최근 건설교통부에 제출했다. 도 관계자는 “수도권교통조합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조합의 설립 근거와 사무 위임 등을 명시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조합을 특별행정기관으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전매가능 지방아파트 분양 ‘풍년’

    전매가능 지방아파트 분양 ‘풍년’

    가을 분양성수기를 맞아 지방 아파트 공급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지방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에까지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을 잇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밖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비교적 자유로운 점을 활용,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 이전 호재를 살려 분양하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수도권 건설사 대거 진출 ‘열기´ 아파트 분양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대구.14개 단지,7600여가구가 분양 채비를 하고 있다. 지방 업체 외에 서울·수도권을 집중 공략하던 업체들까지 대거 진출해 가을 분양시장 열기를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입주시까지에서 ‘계약 뒤 1년간’으로 완화되면서 분양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영조주택의 집중 공략이 눈에 띈다. 수성구 사월동에서는 영조아름다운나날 1262가구가 나올 예정이다.33∼44평형이다. 이 회사는 또 동구 신서동(416가구), 달서구 본동(266가구), 본리동(232가구)에서도 신규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성당동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904가구를 다음달 말 공급한다. 성원건설도 달성군 다사읍에서 777가구 분양할 채비를 갖췄다. 울산에서는 동문건설이 무거동에서 687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진해·김해시에서도 대규모 물량이 예정돼 있다. 새 브랜드를 개발한 우림건설은 진해 이동에서 1158가구를 내놓는다.GS건설은 김해에서 977가구를 공급한다. ●나주·목포등 중소도시도 분양 활기 광주에서는 벽산건설의 운암주공 2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눈에 띈다.2753가구의 대단지이며, 이 중 45∼56평형 801가구가 일반 분양된다.㈜부영은 광산구 신창동에서 26평형 1792가구를 공급하는 등 새 아파트 분양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인근 나주 대호동에서는 대방건설이 중소형 아파트 1122가구를 공급하고, 목포에서는 신동아건설이 750가구를 신규 분양할 계획이다. 전주에서는 제일건설이 송천동에서 주상복합 아파트 520가구를 내놓는다. 진흥기업은 호성동에서 822가구를 분양한다. 모처럼만에 지방 분양 열기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호남지역은 다른 곳과 달리 청약경쟁률이 치열하지 않지만 지명도 높은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을 서서히 달굴 것으로 보인다. ●조치원·계룡·아산 지역에 집중 충청권에서는 5개 단지에서 3863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행정복합도시건설이 조성되는 인근 지역에 몰려 있다. 대림산업은 연기군 조치원에 1055가구, 계룡시 두마면에 976가구를 분양한다. 아산시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풍기동에 869가구를 내놓는다. 쌍용건설은 태평동에서 965가구를 공급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 강원지역은 춘천시 동면에서 두산건설이 679가구를 건립할 예정이다. 원주시에서는 벽산건설이 787가구를 준비하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일사불란 중국…표리부동 일본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항일 승전 60주년’을 맞은 15일 중국 대륙에서는 다양한 기념 행사가 펼쳐졌다. 중국 지도부는 승전 60주년을 ‘중화민족 부흥의 계기’로 삼자고 역설했고 지방에서는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가 열렸다. 당은 이번 행사를 청소년들의 사상 무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애국 제품’을 선보이는 무서운 상혼을 과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14일 베이징 인근의 중일전쟁 기념관을 참관했다. 중일전쟁의 도화선인 ‘노구교(盧溝橋) 사건’의 현장에 설립된 기념관에서 후 주석은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전시물과 홍군(紅軍)의 항전 기념물을 관람했다. 관람을 마친 후 주석은 “항일 승전 60주년을 계기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민족정신을 발전시키자.”고 역설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5일자 특별 사설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항전의 튼튼한 기둥으로서 당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중화민족을 구해냈다.”고 강조했다. 승전 60주년은 청소년 정신 교육에도 활용됐다. 신화사는 “14일 밤12시까지 700만여명의 청소년 네티즌들이 ‘승전 60주년 기념 사이트’를 방문, 항일 열사들을 추모하며 애국심을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지난 4월1일 공산당의 전위조직인 공청단(共靑團)이 중화넷 등 수백개의 중국 사이트를 통합,‘인터넷 항일 영웅 기념관’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개설했다. 항일 영웅들을 소개하고 관련 사진 전시회는 물론 ‘항일 역사 맞히기’ 퍼즐게임까지 등장, 청소년들의 사상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 언론들은 IT의 신기술을 통해 ▲위대한 민족정신을 표현했고 ▲청소년의 민족의식과 역사적 사명감을 고무시켰다고 평가했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15일 IT 메카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서 이색 기념식이 열렸다. 롄샹(聯想), 쯔광(紫光), 팡정(方正) 등 순수 중국자본으로 설립된 100여개 기업들이 ‘자주·창조적 산업으로 조국에 보답한다.”며 궐기대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각사의 전자 제품에 항일 전승을 의미하는 ‘V(승리) 8·15’ 공동 브랜드를 명기하기로 합의했다. 중관춘 관리위원회측은 “민족기업을 단결시켜 전세계에 중국제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국내적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는 것이 목표”라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한편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항전 승리를 기념,200위안(2만 6000원)짜리 금화 5000개와 10위안(1300원)짜리 은화 3만개를 각각 발행했다. 상하이와 시안(西安), 창사(長沙) 등 대도시는 물론 마카오와 미국의 화교 사회 등에서도 다양한 기념행사를 통해 ‘역사적 승리’를 자축했다. oilman@seoul.co.kr |도쿄 이춘규특파원|패전 60주년인 15일 일본인들은 ‘두 얼굴의 일본’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한다.”고 ‘입´으로 밝혔지만, 많은 일본인들이 ‘마음’ 속으로 A급 전범도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기 때문이다.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는 찜통더위 속에도 수만명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참배했다. 반면 전쟁 재발을 막겠다는 평화집회에는 기껏 수백명만이 참석, 일본이 평화보다는 옛 영광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지도층이 앞장섰다. 초당파 의원들의 모임인 ‘모두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고가 마고토 전 자민당 간사장, 히라누마 다케오 전 경제산업상 등 자민, 민주 양당의 국회의원 47명이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지난해 65명보다는 18명이 줄었지만 중의원 선거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오쓰지 히데히사 후생노동상, 고이데 유리코 환경상과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 등은 별도로 참배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6년 연속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를 피한 채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역에 헌화하고,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야스쿠니신사에서는 오전 10시30분부터 국회의원과 이시하라 지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전 60년 국민집회’가 열렸다.‘일본회의’‘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민의 모임’ 등 일본의 우익단체가 총집결, 집회는 여러 시간 계속됐다. 60년 전 항복을 선언하던 당시 쇼와 일왕의 ‘옥음방송(玉音放送)´이 흘러나오자 일부는 눈물을 훔쳤다. 옛 일본군복을 차려입은 우익들이 “황군(황국군대) 창설”을 외치거나 옛 일본군가를 열창했다. 일장기를 앞세운 채 제복을 차려입고 단체참배하는 여러 집단의 우익인사들은 지휘자의 군대식 통제에 따라 이동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본전과 그 옆의 전쟁기념관 유슈칸 입구에도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유슈칸에는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제로전투기, 전사자의 각종 유품 등이 전시돼 애국심을 자극했다. 군가가 녹음된 디스크도 팔았다. 야스쿠니신사가 종교시설이라고 하지만 유슈칸을 들여다보면 일본 국민들에게 군국주의와 애국심을 고양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평화와 화해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하는 일본의 새로운 전몰자 국립추도시설 건립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평화유족회 전국연락회는 이날 도쿄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지 집회를 열었다. 니시가와 시게노리 대표는 “총리는 아시아에 침략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표명하고 참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taein@seoul.co.kr
  • 급식비 지원율 지역 격차 커

    전교생의 20% 이상 학교급식비를 지원받는 학교가 전국 초·중·고교의 10.8%인 1138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 분포에서는 전북이 30%대의 지원율인 데 반해 울산은 1%에 그쳐 저소득층 지역에 대한 교육서비스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15일 “전국 1만 498개교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저소득층 학생의 급식비 지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도시는 5.2%에 그친 반면 읍면지역은 8.2%에 달해 심각한 교육 격차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교생 10% 이상 급식지원을 받는 곳도 전체 31.4%에 이르는 3305곳이나 됐다. 고교의 경우 외고·과학고는 1.4%에 그친 반면 인문계 4.6%, 공고 13.8%, 상·농고 14.0%의 격차를 보여 계열별 차이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역 고교만 놓고 봤을 때 서초구는 2.9%였지만 금천구는 8.0%로 한 지역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하향 평준화 정책을 수정해 지원이 시급한 계층에 대해 우선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저소득층 지역·계층에 대해서는 급식지원이 시급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다양한 방과후 교육과 학력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자립형학교법과 영재교육법 등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5대 입법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은행 ‘객장밖 거래’ 시대

    은행 ‘객장밖 거래’ 시대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1년여 만에 은행 영업점에 들렀다. 은행 3곳에 계좌를 갖고, 각종 예금과 마이너스 통장 거래를 하고 있지만 모두 다 인터넷뱅킹이나 자동화기기 등으로 처리가 가능해 굳이 영업점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이씨가 1년여 만에 영업점을 찾은 이유는 신용카드를 분실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새 신용카드 발급만 아니었어도 당분간 은행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에 거액을 맡기고 있는 김모(54)씨도 은행 영업점을 찾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그의 금융거래와 투자상담은 서울 중구 파이낸셜센터 25층에 있는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서 이루어진다. 이 PB센터는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맡긴 고객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일반 지점과는 완전히 다르다. 은행의 ‘객장 밖 거래’가 가속화하고 있다. 일반 고객들은 영업점 대신 인터넷이나 전화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고, 거액의 자산가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상담을 받는다. 은행들은 일선 점포 인원을 대폭 줄이는 동시에 PB센터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별한 고객만 모십니다.” 시중은행들은 요즘 전문 PB센터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PB센터는 일선 지점에서 볼 수 있는 ‘VIP룸’과는 차원이 다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엄선된 고객만 상대하기 때문에 굳이 건물 1층에 위치할 필요가 없고, 은행 간판을 내걸 이유도 없다. 은행 최고의 프라이빗뱅커 5∼6명만 배치해 소수의 고객만 상대하면 된다. 국내은행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부자 마케팅’을 펼쳐 온 하나은행은 서울지역에만 14개의 전문 PB센터를 두고 있다. 이중 6개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몰려 있다. 이 은행은 지난 10일 압구정중앙PB센터의 채준호 부장을 홍콩에 파견,PB 해외진출 1호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에 5개의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다음달 중순 부산 서면에 6번째 PB센터를 개점, 부산 지역 부자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16개의 PB센터를 보유한 국민은행도 부산·대전에 이어 대구에도 PB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씨티은행도 대구, 대전, 광주에까지 PB영업점을 두고 있다. 은행 PB영업 담당자는 “PB센터의 60% 이상이 여전히 강남권에 자리잡고 있지만 최근 들어 분당 등 신도시와 지방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의 부유층까지 일선 지점에서 분리시켜 특별 관리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사라지는 ‘창구 텔러’, 작아지는 영업점 은행들은 부유층 고객을 일반 점포에서 끌어내 특별한 공간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일반 고객들은 각종 수수료 할인 등을 내세워 인터넷 뱅킹으로 유도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국내 20개 금융기관의 인터넷뱅킹 업무처리 비중(건수 기준)은 30.5%로, 창구업무 비중(30.6%)과 거의 같다.8개 시중은행만 따지면 인터넷뱅킹 비중이 34.0%로 창구업무 비중(26.1%)을 크게 앞선다. 인터넷뱅킹의 하나인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도 올 2·4분기(4∼6월)에 하루 평균 25만 7000건으로, 전 분기보다 21.6% 늘었다. 방문 고객이 감소하면서 은행 영업점의 직원수도 줄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1998년 점포 당 17.18명이 근무했지만 올해 6월말 현재는 13.9명으로 줄었다. 직원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점의 규모도 작아졌다.1998년 우리은행의 평균 점포 면적은 140∼150평이었지만 최근에는 80∼100평이다. 은행측은 “창구 맨 앞선에 자리잡았던 텔러들이 줄고, 각종 문서도 전산화됐기 때문에 지점이 작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출금 등의 업무를 맡았던 창구 텔러들이 과거에는 지점마다 10명 이상씩 배치됐지만 지금은 2∼3명에 불과하다.”면서 “은행 영업점이 점차 상품 판매처로 바뀌고, 금융거래는 영업점 밖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파리시민들의 도심 바캉스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파리시민들의 도심 바캉스

    |파리 함혜리특파원|약국, 슈퍼마켓, 식당 등 모두가 바캉스를 떠나 텅빈 파리. 그러나 8월의 파리는 절대 무료하지 않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지앵들이나 관광객들을 위해 무궁무진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센 강변에서 해변의 낭만을 즐길 수 있도록 파리시가 마련한 ‘파리 플라주(Paris Plage)’를 비롯해 파리 시내 명소 곳곳에서 마련되는 야외 영화감상회, 공원의 무료 음악회, 시청앞 비치발리 등 스포츠, 문화, 여가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여름 내내 펼쳐지고 있다. ■ 문화 넘실대는 도시속 해변 ‘파리플라주’ ●센 강변에서 추는 삼바춤 퐁뇌프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바깥으로 나오면 바로 센강과 만난다. 흥겨운 북소리에 이끌려 강변로 쪽으로 내려가 보니 북적이는 인파로 발을 내딛기 조차 힘들다. 파리 시내의 주택가가 쥐 죽은 듯 고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21일 개장한 ‘파리 플라주’다. 플라주(plage)는 해변이라는 뜻이다. 파리 플라주는 센강 우안의 강변도로 3.9㎞를 막아 모래, 파라솔, 긴 비치 의자, 샤워기 등 해변의 시설물을 갖추고 각종 문화, 스포츠, 여가 관련 행사들을 한달동안 제공한다.1500t의 모래를 가져다 인공백사장을 꾸미고,50여그루의 야자수를 심어 해변 분위기를 냈다. 한쪽에는 깊이 1.1m의 야외수영장도 갖췄고 식당, 카페, 음료수대 등 편의시설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오는 21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파리 플라주는 ‘브라질의 해’를 맞아 ‘삼바와 축구의 나라’ 브라질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 전체 해변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이파네마, 마라카나, 코파카바나 등 브라질의 명소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관광명소 이름을 딴 ‘이파네마’는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공간. 모래, 잔디, 자갈로 조성된 3개의 인공해변에는 긴 의자와 파라솔이 설치돼 있고 매일 오후 신나는 리듬에 맞춰 삼바춤도 배울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카니발 아틀리, 암벽타기 연습장도 개설돼 인기다. 상파울루의 유명한 축구경기장 이름을 딴 마라카나는 비치발리볼, 비치축구, 스피드볼, 족구 등 해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코파카바나에는 브라질의 식물을 옮겨다 브라질 공원을 꾸몄으며 이곳의 수영장에서는 아쿠아짐나스틱 강습도 받을 수 있다. 주말에는 음악회와 영화상영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 신나는 드럼연주에 맞춰 삼바춤을 추거나 연주를 하고 축구공으로 발묘기를 보이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심형 피서지로 정착 파리 플라주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의 아이디어로 지난 2002년 시작돼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도시 이벤트. 첫 해에는 행사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교통혼잡만 초래한다며 파리 시민들로부터 많은 불평을 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이 충실해지고, 편의시설 또한 확대되면서 이제는 파리의 대표적인 여름행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나 노인, 어린이들은 센 강변에서 각종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파리 플라주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훌륭한 피서지 역할을 한다. 파리에 사는 아들네 집을 방문해 손자들과 파리 플라주를 찾은 마들렌(65·리옹 거주)은 “정말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집에서는 손자들과 할 이야기도 별로 없었는데 이곳에 나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시의 문화담당 고문 크리스토프 지라르는 “대부분 사람들이 7,8월에 바캉스를 떠나지만 파리에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며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가시설을 마련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市)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치 발리볼장이나 모래밭, 산책로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이민자 가정의 어린이들이나 여성들이다. 파리시의 1차 목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지난해 파리 플라주를 찾은 사람은 모두 400만명. 파리시민 수(250만명)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파리 플라주를 찾는 사람들은 비치 의자에 누워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시민들, 파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관광객들, 주변 도시에 사는 사람들 등 다양하다. 지라르는 “파리 플라주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각자 원하는 것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며 “파리 플라주의 컨셉트는 파리 주변 지역과 지방도시, 다른 유럽국가의 대도시들로 수출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공원에서는 재즈와 클래식 감상 특별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파리 시내와 근교의 공원을 찾아 클래식, 재즈,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를 즐길 수 있다. 파리 동쪽 뱅센에 있는 화훼공원에서는 다음달 18일까지 매주 주말 오후에 클래식 콘서트를 열고 있다. 올해에는 첼로, 피아노, 클라리넷 등 신세대 솔로연주자들의 연주가 소개되고 있다. 루빈슈타인 국제피아노콩쿠르 수상자인 이고르 레빗, 제네바 텝시코르드 사중주단 등 수준높은 연주자들의 음악을 야외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파리 남서쪽에 있는 소(Sceaux)공원에서도 다음달 18일까지 오랑주리 페스티벌이 열린다.21차례의 실내악 연주회와 함께 기량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연주자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가 실시된다.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무료로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성인들은 18∼25유로(2만∼3만원)를 내고 전문 연주자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라빌레트 연주회장에서는 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앨리스 콜르트레인 쿼텟, 데이비드 머레이 등 수준높은 재즈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생클루 숲에서는 25·26일 파리지역 최대의 록 페스티벌이 열려 젊은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lotus@seoul.co.kr ■ 파리 유적지서 상영 한여름밤 영화 감상 |파리 함혜리특파원|8월 첫 주말인 지난 6일 저녁 루이 13세 때인 1612년 완공된 유서깊은 보주 광장. 왕에 의해 건설된 첫 왕실광장으로 17세기엔 파리의 귀족사회와 사교계의 중심지였고,19세기 중엽 광장의 6번지에 문호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이곳이 이날은 거대한 스크린이 설치된 야외극장으로 바뀌었다. 잔디밭에는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샌드위치와 포도주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스크린 앞 정면에 가지런히 놓인 의자는 영화가 시작되기 1시간 전 모두 주인을 찾았다. 집에서 야외용 안락의자를 가져와 편안한 자세로 안방극장 분위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오후 9시30분쯤 영화가 시작됐다. 이미지포럼(www.forumdesimages.net)이 파리시 후원으로 주최하는 제5회 ‘달빛 야외영화감상회(Cinema au claire de lune)’가 지난 3일부터 열려 영화팬은 물론 여름에 파리에 남아있는 파리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총 15편의 영화가 무료로 상영되는데 그날 상영되는 영화와 관련있는 장소에서 감상회가 열린다는 점이 독특하다. 예컨대 첫날인 3일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장 르누아르 감독의 ‘프렌치 캉캉’을 상영한 것은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물랭루즈 카바레가 바로 몽마르트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필립 드 브로카 감독의 1962년 작품 ‘카르투슈(Cartouche)’. 젊은 시절의 장폴 벨몽도가 의적 카르투슈로 나오고 그의 상대역을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맡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보주광장을 완성한 루이 13세 시절. 올해 행사의 폐막작은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1945년 작 ‘천국의 아이들’. 올해로 제작된 지 60년을 맞는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아를레티가 장루이 바로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 장소가 바로 탕플 대로이며, 그곳과 인접한 생튀스타슈성당 앞의 르네카생 광장에서 오는 20일 감상회가 열린다. 이미지포럼의 안 쿨롱 홍보국장은 “‘달빛 영화감상회’는 문화적이고, 대중적이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라며 “그날 상영되는 영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파리시내의 유서깊은 장소 13곳에서 감상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민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파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동시에 야외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맛’ 때문에 매년 감상회를 찾는 단골관객도 상당수라고 쿨롱 국장은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5만 4000명이 야외 영화감상회장을 찾았고 올해에도 6만명 정도가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이미지포럼측은 기대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유행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이드의 깃발을 쫓아 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구시대 유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내맘대로’ 자유롭게 떠나는 선진국형 개별자유여행(FIT)이 새로운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어디를 가보았다는 ‘점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행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유럽의 관문인 프랑스를 FIT로 직접 다녀왔다. 쪽빛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초록빛 계곡과 드넓은 초원을 따라 파리에서 노르망디, 루아르,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까지 발길 닿는 대로 다녔다. 렌터카와 지하철, 버스, 프랑스 철도와 연안 여객선, 조그만 지방 철도에도 올랐다. 여행도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에펠탑이나 니스해변 등 여행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명소들보다 프랑스의 푸른 자연속에 숨겨진 비경들이 더 아름다운 감동을 안겨줬다. 그렇다고 패키지 여행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크게 어렵지도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과 철저한 준비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기자가 다녀온 10박 11일간의 프랑스 여행을 소개한다. ■ 도움말 MK유럽, 레일유럽, 프랑스관광청 프랑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여행, 이렇게만 하면 준비가 반이다 준비에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지만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준비에 노력한 만큼 편하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시간이기도 했다. 출발 한달전.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항공과 숙박, 이동수단 등의 순으로 여행의 골격을 잡았다. 항공편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에어프랑스 홈페이지에서 특가 상품을 찾아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니스행 항공권으로 항공료 79만 9000원에 파리 스톱오버(경유지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것) 비용 10만원, 세금 10만 9000원 등 모두 100만 8000원. 정상 가격(130만∼180만원대)보다 많이 쌌다. 일본이나 두바이 등을 경유하는 60만∼80만원대 항공편도 있었지만 편하고 빠른 직항편을 택했다. 숙박은 유럽지역 호텔 예약 전문업체인 MK유럽(02-719-0461)을 통해 일정에 맞는 주요 도시에 호텔을 정했다. 인터넷에 숙박예약 사이트가 많지만 MK유럽은 국내 여행사 등에 호텔을 공급하는 다국적 호텔 체인업체로 훨씬 저렴하다. 숙박은 특급부터 일반 호텔까지 다양하며, 숙박비는 문의해 경비에 맞추면 된다. 교통수단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단거리 이동은 현지에서 해결하면 되지만 철도나 렌터카 등은 국내에서 예약하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 유럽 지역의 철도는 레일유럽 한국사무소가 있는데 개인 예약은 받지 않으며, 서울항공(755-1144)과 걸리버(2170-6500),RTS(722-4033)에서 대행한다. 렌터카는 허츠나 에이비스, 알라모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개별 여행인 만큼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통신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분당 발신은 1000∼2000원, 수신은 400∼500원이다. 여행자 보험은 출국직전 공항에서 가입하면 된다. 비용은 보상액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사망 1억원, 상해치료 2000만원, 질병치료 1000만원, 휴대품 분실 40만원의 경우 10일에 1만 5000∼2만원선이다. 여행 준비물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자기가 가볼 곳에 대한 여행정보를 미리 찾아 준비하고, 프랑스 여행서적 2권 정도를 지참하면 좋다. 특히 파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지는 불어 안내서밖에 없는 만큼 불어 사전도 지참하면 요긴하다. 이 정도만 준비하면 여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기타 현지 여행 정보는 기사의 <ⓘ>를 참고하면 된다. ◆ DAY1 몽마르트르, 야경에 취하다 ●설렘과 걱정, 파리에서의 첫날밤 ‘잠시후 샤를르 드골공항(CDG) 도착하겠습니다.’현지 시간 오후 6시40분(국내 시간 새벽 1시40분). 파리 도착을 알리는 대한항공 KE 901편 기장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파리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그저 파랗기만 하다. 오후 1시55분 서울을 출발한 비행기는 12시간을 날아왔지만 파리는 한낮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쬔다.‘뭘 해야하나?’ 첫 숙박지를 찾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목적지는 파리시내 북쪽에 위치한 ‘포레스트 힐 라 빌레트’(Forest Hill La Villette). 시내 지도를 펴고 한동한 고민한 끝에 고속전철(RER)과 지하철을 타는 것이 찾기 쉬울 듯싶어 공항 RER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RER 티켓(8.75유로)과 지하철표를 10묶음 단위로 할인 판매하는 ‘카르네’(carnet)를 구입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함께 탈 수 있는 티켓 1장은 1.30유로지만 카르네는 10유로. <ⓘ-1> 처음 타본 RER는 후텁지근했는데 무엇보다 내릴 역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어 당혹스러웠다.RER는 20분만에 파리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했고, 지하철 2,7호선으로 갈아타고 ‘포르트 드 라 빌레트’(Porte de la Villette)역 에 내렸다. 지하철 역시 안내방송이 없어 역구내의 간판을 보면서 내릴 곳을 가늠해야 했다. 지하철 문도 우리와 달리 수동식으로 내릴때 녹색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손으로 돌려서 열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텔 프런트에 ‘호텔 바우처’(호텔 예약서)를 보여주고 방을 얻은 뒤 짐을 풀었다. 별 3개인 호텔 숙박료는 조식을 포함,1박에 210유로. <ⓘ-2> ●젊음이 가득한 몽마르트르 언덕 밤 9시.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가기위해 과감히 방을 나섰다. 지하철 7,2호선을 타고 앙베르(Anvers)역에 내려 사크레쾨르 사원이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순백의 성당 잔디에는 늦은 시간에도 많은 인파로 붐볐고, 언덕위의 노천 식당 테라스는 활기가 넘쳤다. 배가 고파왔다. 성당 아래 ‘레테 앙 팡트 두스’(L´ete en Pente Douce)라는 작고 예쁜 식당을 찾았다. 식사는 ‘오늘의 요리’로 치즈와 토마토, 돼지고기 등을 넣은 샐러드 ‘살라드 뒤 뮐레’(11유로)로 양이 무척 많다. 팁은 식탁에 놓고 나오면 된다. <ⓘ-3> 순백색 조명을 밝힌 성당을 올라가자 야경을 감상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남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지만 너무 자주 보여(?) 금방 익숙해 졌다. 이어 성당을 끼고 오른쪽길로 올라가면 몽마르트르 언덕이 나타나는데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10여명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밤 12시 호텔로 돌아와 파리의 첫날밤을 지냈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아침 7시로 밤을 꼴딱 세운 셈이다. <ⓘ-4> ◆ DAY2 센강은 좌우를 나누지 않는다 ●쪽빛 하늘을 따라 도심을 걷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물빛이 창밖에서 쏟아진다. 그 빛에 놀라 잠을 깬 것은 오전 5시. 시차 탓에 빨리 일어난 것이다. 호텔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은 뒤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파리의 중심인 시테(Cit)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5> 시테역에 내리자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인 대성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는 파리 중심석이 새겨져 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비취는 성당 내부는 장엄함과 엄숙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이어 걸어서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센(Seine)강을 건넜다. 강폭은 넓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파리 3·4대학(소르본대학)을 거쳐 뤽상부르 공원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앙리 4세의 왕비가 세운 공원으로 넓이가 25만㎡에 이른다.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깎아놓은 나무과 넓은 잔디밭. 잔디에 누워 하늘을 봤다. 구름 한점없는 하늘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죽은자들의 세계 카타콩브 찌는 듯한 더위는 시원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지하묘지 카타콩브(Catacombes·입장료 5유로). 사전 지식이 없이 들어간 지하묘지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주택가 한복판에 만들어진 지하묘지로 800m에 이르는 동굴안에 인골 600만기가 안장돼 있다. 낮 12시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다. 나선형 계단을 땅속으로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동굴안에서 서늘함이 밀려왔다. 기온은 11∼12도. 밖의 날씨와 비교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다 못해 춥다. 가로 1.5m, 높이 3m의 동굴을 따라 100m쯤 걸어들어가자 유골이 동굴 양 옆으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출구까지는 45분이 걸린다. 밖으로 나와 인근에 있는 ‘와자’(Wadja)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식당이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전채요리와 메인요리, 디저트 세 가지로 구성된다. 전채요리는 꽃양배추 샐러드, 메인요리는 생선과 쇠고기, 디저트는 과일프루츠나 치즈빵 중에 고르면 된다. 발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가격도 14유로로 비교적 저렴하다. 몽파르나스 묘지는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모파상 등 저명인 100여명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원처럼 편안한 곳이다.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7호선 퐁마리(Pont Marie) 역에 갔다. 역에서 나와 퐁마리 다리를 건너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베르티용’(Berthillon)이라는 집이다. 유사한 아이스크림 집이 많아 헷갈리기 쉽지만 간판에 ‘31번’이라고 쓰인 집이 원조다. 가격은 1컵짜리가 2유로,2컵짜리가 3.5유로다. <ⓘ-6> 휴식도 여행의 일부. 오후 8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7> ⓘnformation center ⓘ-1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RER와 버스, 택시 등 다양하다.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에어프랑스 버스의 경우 편도 11.50유로 정도이며, 택시는 도심까지 40∼50유로(야간 20% 할증)다. 환율은 1유로에 1240원 정도. ⓘ-2 이는 공시 가격으로 국내에서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호텔 숙박료는 대도시와 지방,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의 별 1∼2개짜리 호텔이 40∼80유로다. 별 3개 이상은 100∼300유로 선이다. ⓘ-3 팁은 음식값이나 택시요금의 10% 정도지만 식당에서는 통상적으로 2∼3유로 정도면 된다. ⓘ-4 항공권은 에어프랑스 티켓을 끊었지만 왕복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인천∼파리행은 오전 10시25분, 오후 1시55분 두차례 있는데 오전은 에어프랑스, 오후는 대한항공이 운항된다. 두 항공사가 코드셰어(좌석공유)를 해 두 곳 중 저렴한 항공사에서 티켓을 끊으면 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오후 1시15분,9시50분에 있다. 에어프랑스 티켓으로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5 지하철은 14호선까지 있으며, 운행은 오전 5시30분부터 자정넘어(0시30분)까지 운행한다.1·3·5일권인 파리비지트 패스(www.parisvisite.co.kr) 등 다양한 할인 티켓 제도가 있지만 하루에 티켓이 2∼3장 정도면 충분한 만큼 카르네가 간편하다. ⓘ-6 프랑스 거리는 집 주소만 알면 지도 한장만 들고도 어디든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돼 있다. 지도에 표시된 도로 번호를 따라 가면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7 프랑스 전원은 220V로 우리나라와 같다. 자기전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충전하면 된다. ◆ DAY3 전원 드라이브, 느림을 즐기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과 개선문 전날 너무 일찍 잠을 청한 탓에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잠이 오지 않아 오후부터 시작될 렌터카 여행을 준비했다. 책을 펴고 오를리(Orly) 공항에서 노르망디 지역의 수도원 몽생미셸로 가는 길을 연구했다. 전날 5유로 주고 구입한 미슐랭(Michelin) 프랑스 전도를 펴고 고민하는 사이 어느 덧 날이 밝았다. 오전 일정은 에펠탑과 개선문. 식상하리만치 유명한 파리의 상징물이지만 빼놓을 수는 없었다. 오전 8시 에펠탑을 향했다. 에펠탑은 6호선 트로카데로(Trocadero)역과 비르아캥(Bir-Hakeim)역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샤이요(Chaillot) 궁전도 구경하면서 내려갈 겸 트로카데로 역에서 내렸다. 멀리 샹드 마르스 공원과 에펠탑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898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에펠탑은 높이 320m로 3개 층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이어 샤를르 드골 에투알(Charles de Gaulle Etoile)역에서 내려 개선문을 본 뒤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넓은 도로를 따라 유명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다. 오를리 공항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센강을 따라 앵발리데(Invalides) 옆에 있는 에어프랑스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센강 유람선을 타는 바토뮤슈 승선장에는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센강과 어우러진 에펠탑의 풍경이 장관이다. 퐁데 앵발리드 다리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앵발리드 공원을 지나자 정류장이 나타났다. 도보로 30분. 오를리행 버스는 30분마다 1대씩 있는데 1인당 8유로다. 차비는 기사에게 내면 된다. 시내 교통이 막혀 공항까지 40분쯤 걸렸다. ●렌터카를 몰고 시골 풍경속으로 오를리 웨스트 공항 허츠 렌터카 데스크에서 한국에서 예약한 바우처와 함께 국제면허증, 신용카드를 내밀자 손쉽게 수속을 끝냈다. 직원은 프랑스내 호텔 주소를 물은 뒤 “한번도 안 탄 새차를 빌려 주겠다.”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수속을 마친 뒤 터미널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렌터카는 이제 막 출고된 소형 벤츠.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에 36㎞라고 찍힌 갓 출고된 차량이었다.<ⓘ-8> 오후 1시30분. 무작정 공항을 빠져 나왔다. 낯선 곳에서의 운전, 낯선 차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괜히 빌렸다.’는 후회도 들었다. 렌터카 직원이 “공항을 나가 5분쯤 파리 시내쪽으로 가다가 ‘베르사이유’(Bersailles) 방향의 표지판이 보이면 그 길로 진입하라.”고 알려줬지만 긴장한 탓에 진입로를 놓쳤다.10여분쯤 헤매다 결국 차를 세운 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겨우겨우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편도 3차로의 차선중 모든 차가 가장자리의 차선을 이용한다는 것. 추월할때만 1·2차선을 이용했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130㎞, 비가 올 때는 110㎞. 차들은 운전경력 15년인 나도 별로 내본적이 없는 170∼190㎞의 속도로 말그대로 쌩쌩 달린다. 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지자 주변 경치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널찍한 벌판에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그림속의 풍경들이 계속 이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샤르트르 지방을 지나 고속 휴게소로 들어갔다.<ⓘ-9> 낯선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달린지 3시간. 국내에서 좋아하는 음악 CD 등을 가져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로 1시간쯤 달리자 오후 5시30분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널찍한 갯벌 사이로 난 긴 도로를 달리자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나는 웅장한 수도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도원 앞 주차장(주차료 4유로)에 차를 세운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성 내부 관람은 6시까지로 아쉽게도 입장이 마감됐다. 그렇지만 성안 마을 등은 돌아볼 수 있었다. 성안은 17세기의 마을 모습 그대로다. 고풍스러운 호텔, 식당, 매점,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과거의 마을이다. 레스토랑 호텔인 ‘메르 풀라르’ 맞은편에 있는 유명한 비스킷 가게에 들러 버터와 우유가 듬뿍 들어간 ‘칼레트’ (9유로) 한상자를 샀다. 오후 8시쯤 성을 나와 숙소를 잡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숙소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을 했으나 이 지역은 렌터카 일정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 몽생미셸에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성밖 마을에는 호텔들이 많았다. 그러나 차로 1시간을 달려 항구도시 생말로(St.Malo)에 도착했다. ●시골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 밤 9시. 생말로는 젊음의 활기가 넘쳤다. 해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제트스키, 보트 등이 거친 물살을 가르며 달렸다. 숙소는 유스호스텔의 일종인 상트로 바트릭 바탕고 ‘오베르주 쥐네스’(Auberge de jeunesse). 건물이 아담하고 예쁜데다 해변 근처에 있어 인기가 높은 숙소다.2인실을 빌려 짐을 풀었다.(숙박료는 조식 포함 1인당 16.5유로). 방은 깨끗하고 넓었다.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올 초부터 한국 배낭여행객들이 조금씩 찾고 있다.”며 2유로인 침대 커버를 무료로 건네줬다. 짐을 풀고 인근 ‘엘 파티오’(El Patio)란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 작은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자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달아났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는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음식값은 10유로. ⓘnformation center ⓘ-8 렌터카는 국내 대행업체에 전화로 예약하면 이메일로 바우처를 보내주는데 인쇄해서 가져가면 된다. 비용은 24∼27일(3박 4일) 72시간 빌리는데 89.59유로이며, 세금 등을 포함해 143유로 정도가 든다. 예약시 오토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면허증은 각 운전면허시험장에 가면 당일 발급해 준다. 인지대 5000원. ⓘ-9 휴게소는 우리나라 비슷하다. 주유소를 거쳐 들어가면 대형 슈퍼마켓과 화장실, 레스토랑이 있다. 톨게이트도 우리나라 체계와 비슷해 입구에서 표를 뽑은 뒤 나갈 때 돈을 지불한다. ⓘ-10 프랑스의 운전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선진입차 우선’인 교차로. 우리나라와 같은 사거리에는 대부분 로터리가 있는데 왼쪽에 진입한 차가 없으면 들어갈 수 있다. ⓘ-11 고성 투어버스는 투르역 광장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하는 투어 차량이 있다. 반나절(5∼6시간), 하루코스(9시간) 등이 있는데 20∼40유로다. 입장료와 점심값은 별도다. ◆ DAY4 투르, 동화나라로 가는 길 ●생말로에서 투르까지 안개 낀 ‘그랑베 섬’(Rocheur du Grand Be)과 해안선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변은 이른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해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몰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좁은 도로를 따라 가자 프랑스 최대의 항구답게 수백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고, 영국 등지로 떠나는 대형 여객선도 기적을 울리며 사람들을 불렀다. 오전 10시. 간단하게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루아르(Loire) 고성지역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속도로보다는 시골 국도를 달리고 싶은 마음에 국도를 따라 떠났다. 내리던 빗줄기도 점차 줄어든다.<ⓘ-10> 시골길은 무척 한적했다. 스쳐지나가는 하나하나의 풍경이 그림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고흐, 고갱, 마티스 등 유명 화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스쳤다. 대형 지도를 따라 가다 보니 수차례 길을 잃었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그냥 주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라발, 앙제시내를 거쳐 지나갔다. 기름이 거의 바닥이 가까워 온다. 주유도 하고 잠시 쉴 겸 다시 고속도로에 들렀다. 얼마쯤 달리자 휴게소다. 주유소는 셀프 주유다. 노랑, 파랑, 빨강 라벨의 주유기가 있어 어느 것을 넣어야 하나 잠시 고민. 근처에 있는 “주유원에게 어느 것을 넣어야 하느냐”고 묻자 ‘쉬페르 프르미에르’(Super Premiere)라고 쓰인 노란색 주유기를 가리켰다. 처음으로 직접 해보는 주유. 차의 주유기를 열고 넣자 45ℓ나 들어간다. 기름이 가득차면 저절로 멈춰 주유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름값은 50유로로 따져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계산은 주유한 후에 중앙에 있는 계산원에게 가서 주유기 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투르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에서나 봤음직한 전원 풍경 그대로다. 경치에 취해 차를 대놓고 쉬어가기를 여러번. 사나흘을 머물러도 좋을 듯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의 만남 오후 4시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루아르 계곡에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1020㎞의 루아르 강을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왕후, 귀족들의 수많은 성이 흩어져 있다. 프랑스 전역에 약 5000개의 성이 있는데 이중 쉬농소·앙부아즈·랑제·앙제·블루아·쇼몽·슈베르니성 등 80여개가 이 곳에 있다.<ⓘ-11> 첫 목적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무대가 된 위세(Uss)성. 투르시내에서 28㎞떨어진 곳으로 1485년에 건축됐다. 동화속의 성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첨탑이 주변 경치와 어울려 아름답다. 너무 조용해 정말 공주가 잠만 잘 수밖에 없었을 것처럼 고요하다. 사진은 성 앞에 있는 작은 강 뒤에서 찍는 것이 예쁘다.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인근에 있는 아제 르 리도(Azay-le-Rideau)성으로 향했다. 성보다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휴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점심은 인근의 ‘라망드’라는 식당에 들어가 오믈렛(8유로)으로 간단히 때웠다. 이어 빌랑드리(Villandry) 성으로 향했다.16세기 건축물로 르와르 고성중 가장 마지막에 곳.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쉽지 않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성 관광’ 안내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운 성이다. 각종 야채가 있는 정원, 장식정원, 분수정원 등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내부와 정원 관광은 8유로. 오후 7시. 투르 시내에 예약한 ‘홀리데이 인 호텔’에 들어갔다. 기차역 앞에 있어 찾기 쉬웠다.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한 뒤 가로막을 통과할 수 있는 비밀 번호를 받아야 하며, 주차료 7유로를 내야 한다. 식사는 역 앞에 있는 ‘로데옹’(L´odeon)이란 식당.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민물고기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가격은 15∼20유로. ◆ DAY5 작은 마을에 들러 고흐를 기리다 ●투르에서의 한적한 휴일 프랑스의 주말은 어떨까. 시민들의 휴일 생활을 엿보려 일요일마다 시청앞에 장이 서는 벼룩시장을 찾았다. 100여개의 노점에는 집에서 쓰던 소품이며, 책, 그림, 찻잔, 액자, 음악판과 CD 등 없는 것이 없다. 쓰던 물건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예쁜 액자 하나를 사려고 물어보자 30유로. 새것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몽콩투르(Moncontour) 포도주 동굴 저장 지역이 나왔다. 파리로 향하던 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이 곳의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포도밭 산책로’라는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보니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포도밭과 대형 저장고가 보였다. 마을 전체가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인근에 있는 ‘뱅 드 부브라이’라는 곳에는 바위산에 동굴을 뚫고 집을 지은 이색적인 마을. 바위산 위에 지은 돌탑과 그 아래 마을, 호텔 등 모두가 돌산과 연결돼 마을이 형성돼 있다. 렌트카로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시내 북쪽에 있는 조그만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리 외곽도로의 교통 체증 탓에 5시가 넘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1890년 7월 고흐가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곳. 비록 이곳에서 고흐가 산 시간은 두달 남짓하지만 이 곳을 무대로 많은 그림을 남겼다. 고흐가 자취했던 ‘라부(Ravoux)의 숙소’(입장료 5유로) 등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고흐의 자취를 더듬어 갈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안내판이 나온다. 그림을 그린 방향을 어림잡아 가늠해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마을과 계단, 오베르 교회, 까마귀 들판 등을 그림의 소재를 돌아본 뒤 산중턱에 있는 고흐의 묘지를 찾았다. 동생과 나란히 묻혀 있는 묘지는 담쟁이 덩굴로 둘러싸여 있지만 다른 묘지들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오후 8시. 오를리 공항 근처 홀리데이 인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DAY6 니스 해변, 푸른 바다에 마음을 적시다 ●렌터카 여행을 마치고 렌터카를 반납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남프랑스의 니스(Nice)로 향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공항터미널로 향했다. 렌트카 반납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오전 11시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반납은 열쇠를 건네 주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다.<ⓘ-12> 비행기는 오후 3시. 공항 방침상 짐을 보관해 주는 장소나 라커가 따로 없기 때문에 출발 시간까지 무작정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가 1시간30분이나 연착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3∼4시간 걸리는 떼제베(TGV)를 이용하는 것는 건데 아쉬움이 든다. ●가슴을 열어주는 니스해변 오후 6시 ‘리비에라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니스에 도착했다.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와 함께 지중해를 바라보는 꼬뜨다쥐르 지방의 중심도시.4번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선 버스’(요금 4유로)에 올랐다. 니스 해변을 따라 가는 버스에서 보는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공항에서 해변까지는 약 6㎞.20분 정도 걸린다. 리비에라(Nice Riviera)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그냥 물속으로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푸르다. 그 속에서 흘러가는 여유로운 시간. 호텔에서 마세나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면 활모양으로 뻗은 해안을 따라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하다.<ⓘ-13> 프롬나드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는 해안을 따라 3.5㎞에 걸쳐 계속되는데 해변은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데크체어로 채워져 있다. 밤 9시가 넘도록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볼거리도 많다. 마세나 광장 등지에서는 음악공연과 길거리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길거리에 동상처럼 서있는 각종 캐릭터 모형은 실제 사람으로 관광객들이 돈을 넣으면 슬쩍 움직인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약간 높은 바위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빠끄 드 샤또라고 불리는 ‘성터공원’이다. 해안선과 옛항구 등 니스의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 엘리베이터(편도 0.7유로)가 있다. 맛집은 마세나 광장 인근에 있는 지중해 요리 전문점 방돔(Le Vendome)에서는 원조 홍합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9유로. ◆ DAY7 칙칙폭폭, 지중해를 끼고 달리다 ●기차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기차를 타고 지중해의 쪽빛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만큼 시원한 것이 있을까. 맑게 갠 하늘, 검푸른 지중해의 먼 바다,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 니스에서 칸, 툴롱, 마르세유, 아를, 아비뇽을 거쳐 계속되는 철로변의 풍경은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굳이 어느 도시에 내리지 않아도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광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이렇게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호텔에 큰 짐을 맡긴 뒤 니스빌 역으로 갔다. 한국에서 끊어온 3일짜리 프랑스철도 자유 티켓으로 첫 목적지인 아를(Arles)로 향했다. 시간표는 각 역마다 비치돼 있다. 직접 가는 편도 있지만 대부분 마르세유(Marseille)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오전 9시 니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은 영화의 도시 칸 등을 지나가는데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마르세유엔 11시26분, 아를에는 오후 1시51분에 도착했다. 기차는 영화에서 보는 왜건형 칸막이방. 한 방에 6명이 마주보고 앉아서 간다. ●작지만 예쁜도시 아를과 아비뇽 론강(Le Rhone)을 끼고 있는 아를은 작지만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의 유적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아를 역에서 걸어서 라마르틴 광장을 거쳐 내려가면 카발르리몬, 원형투기장, 고대극장, 생트로핌 교회, 반고흐 카페, 반고흐 다리 등 볼거리가 많다.3세기 초엽 만든 생트로핌 교회는 로마네스크 미술의 견본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장소다. 반 고흐가 요양을 했다는 아를 요양원에서는 이젤을 펴놓고 예쁜 정원을 그림에 담는 화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반고흐 다리는 시내에서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 바리올(Barriol)행 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20분 정도를 걸어야 볼 수 있다. <ⓘ-14> 오후 6시 아를 역으로 돌아와 인근 도시 아비뇽(Avignon)으로 향했다. 기차로 17분.14세기 교황청이 이 곳으로 이전해 오면서 세계 교회의 중심지가 됐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교황청 광장 주변 카페들이 예쁜데 로셰 데 돔 공원에서 바라본 론강의 경치가 압권이다. 공원에서는 ‘생베네제’ 다리가 보이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멜로디인 ‘아비뇽 다리위에서’라는 동요의 무대가 된 곳이다.12세기 지어졌으나 17세기 홍수로 소실돼 지금은 반쪽만 남아있다. <ⓘ-15> ◆ DAY8 섬섬옥수, If I were a bird ●하늘 빛을 담은 프리울섬 마르세유 항구에 있는 어시장은 어촌 마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갓 잡아 올린 정어리와 도미 등 각종 생선을 판매하는 어부들과 아침 찬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BC 600년전 그리스인들이 세운 항구도시다. 마르세유에서는 한번쯤 여객선을 타고 인근섬 여행을 떠나도 좋다. 아침 일찍 항구의 ‘벨주부두’에 있는 마르세유 여객선 터미널(www.answeb.net/gacm)을 찾았다. 이 곳에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가 됐던 ‘이프섬’(Ile D´If)으로 가는 배가 떠난다. 왕복 10유로. 오전 9시부터 1시간 단위로 배가 출발하는데 만선이면 시간에 관계없이 출발한다. 이프섬은 배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여객선의 종착지는 이프섬에서 10분쯤 더 떨어진 ‘프리울 섬’으로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이다.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섬에 내려 순회 코끼리 열차(왕복 3.5유로)에 올랐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30분쯤 걸리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황홀하게 만든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쪽빛 물빛 그자체다. 가는길에 있는 해수욕장은 2∼3일쯤 푹 쉬다가고 싶게 만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전 11시30분 배를 타고 서둘러 섬을 나왔다. 기차를 놓쳐 바로 직후 있는 테제베를 예약했다. 일반 철도는 그냥 타도 되지만 테제베는 예약이 필요하며, 따로 수수로(1.5유로)를 내야한다. 그래도 프랑스 대표 철도인 테제베를 타본다는 기대감에 표를 끊었다. 그러나 니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50분. 일반열차가 2시간10분 걸리는 것에 비해 이 구간에서만은 시속 300㎞이상으로 달린다는 테제베가 오히려 일반 고속열차보다 느리다. 자리도 일반열차에 비해 불편하다. ⓘnformation center ⓘ-12 렌터카 반납시 우리나라와 달리 꼼꼼하게 체크하거나 묻는 일이 없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렌트 시간을 초과하면 미리 100유로 정도 임치해 놓은 돈에서 제하고 돌려준다. ⓘ-13 공항 등 프랑스의 공공장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유아 등에 대한 우대가 특별하다. 줄을 서지 않고 우선적인 서비스를 받는다. ⓘ-14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분명한데 남프랑스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덥지만 건조해 지내기 쉽고, 겨울에도 온난하다. ⓘ-15 프랑스 철도 예약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여행 계획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도 패스중 적합한 것을 골라야 한다. 패스를 이용하는 국가 수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유럽 전지역을 돌아다니려면 유레일 패스가 유리하지만 프랑스 등 특정 국가만을 여행하려면 프랑스 패스를, 프랑스와 인근 국가 3∼5개국을 이용하려면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2국가만 여행하려면 프랑스-이탈리아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프랑스 철도패스는 1등석 성인이 299달러이며,2명 이상 여행할 경우 세이버 티켓을 끊으면 15%정도 저렴하다. 나머지 패스의 경우 1개국을 추가할 때마다 7만∼10만원정도 요금이 올라간다. 특히 철도패스에는 센강 유람선, 박물관 할인 등 보너스 할인 혜택이 있으므로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다. 모든 패스로는 해당국가 테제베와 일반 철도 모두를 탈 수 있는데 테제베를 타려면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예약비로 1.5∼8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 일반 철도는 예약없이 기차역에 나가 오는 기차를 그냥 타면 되는데 3일권의 경우 한달동안 3일을 탑승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 DAY9 포도주·풍경, 프로방스의 유혹 ●프로방스 철도에 몸을 싣고 아침 일찍 ‘살레야 광장’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과일, 야채 판매상과 꽃시장,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서 서민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중심부에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전문점 등이 즐비하다. 생필품은 물론 고급 브랜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품목을 갖췄다.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프랑스 전통 치즈와 포도주, 과자 등 각종 먹을거리를 맛봐도 좋다. 낮 12시 호텔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코드다쥐르 지방의 웅대한 산악풍경을 볼 수 있는 프로방스 철도(www.trainprovence.com)에 올라보기로 했다. 철도역은 니스역에서 북쪽으로 약 400m,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하루 4차례 정도 기차가 운행한다.<ⓘ-16> 철로가 단선이라 교행이 어려운데다 철로가 오래돼 수리를 자주해 역에 도착하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기차는 두칸짜리 아담한 기차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기차다. 기차역에서 프랑스철도 티켓을 보여주면 50% 할인해 준다. 디뉴까지는 150㎞로 3시간10분이 걸리는데 시간이 없어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앙트르보(Entrevaux)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17세기 요새마을 앙트로보 앙트로보까지는 크고 작은 13개의 기차역을 지나는데 1평 남짓한 간이역도 많다. 기차는 바르강 계곡을 따라 달리는데 깎아지른 듯 세워진 바위산과 계곡, 산허리에 매달린 자그마한 마을 등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차창밖으로 매력적인 마을이 즐비하다. 이날도 철로에 이상이 생겼다. 오래된 철로라서 수리중이라는 차장의 말에 따라 중간에 내려 2∼3개 역을 버스로 갈아타고 갔다. 바위산 단면들은 지층이 지리책에 나온 사진처럼 그대로 보아도 멋있다.2시간 걸려 도착한 앙트르보는 17세기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바위산 정상에 있는 요새도시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성을 휘감고 올라가는 길이 이채롭다. 그 앞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고성문이다. 강에는 마을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고성을 들어가는 길에 입장료를 따로 받는 사람이 없어 입장료 자판기에 돈을 넣고 3유로짜리 코인 티켓을 끊은 뒤 회전문에 넣으면 들어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그렇지만 건너보이는 마을 전경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쁘다. 정상에는 각종 방과 감시탑, 감옥 등 전형적인 성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 DAY10 마지막 시간은 마티스와 함께 ●니스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이제 막 적응이 됐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전에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마티스 미술관과 샤갈 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티스 미술관까지는 17번 버스(1.20유로)를 탔다. 가는 길에 검표원들이 버스를 가로 막고 표검사를 했다.<ⓘ-17> 마티스 미술관(입장료 4유로)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인근 시미에 지구에 있는 로마시대의 투기장과 원형극장, 목욕탕 등 유적들이 더 볼만하다. 이어 걸어서 20분정도 떨어진 샤갈미술관(입장료 4.5 유로)에는 구약성서 이야기를 묘사한 17장의 연작 유화 등 450점이 전시돼 있다. 오후 2시 공항으로 출발, 아쉬웠던 여행이 끝났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탔는데 편도 요금은 25유로.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프랑스. 일상에 찌들어 쫓기듯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nformation center ⓘ-16 기차는 니스에서 알프스 온천마을인 디뉴(Digne)까지 운행한다. 니스에서 오전 06:42,09:00,12:43,17:00에 출발하고, 디뉴에서는 07:00,10:33,13:58,17:25분에 출발한다. ⓘ-17 버스 티켓을 기사에게 구입하면 꼭 버스에 비치된 개찰기(콩포스테·Composter)에 표를 체크해야 한다. 그래야 표에 시간이 찍히고 이후 표가 1시간 정도 유효한데 만일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무임승차’에 해당하는 벌금을 문다. 무임승차하다 걸리면 30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 ⓘ-18 관광지와 호텔 주변은 소매치기 등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구급차(19), 소방서(18), 주 프랑스대사관(01.47.53.01.01), 한국관광공사(01.45.38.71.23), 대한항공(01.42.97.30.80)으로 연락하면 된다.
  • [토요영화]

    [토요영화]

    ●악마의 씨(EBS 오후 11시40분) 신비주의 또는 초자연주의,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집단 등으로 상징되는 오컬트 영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후 ‘엑소시스트’(1973),‘오멘’(1976) 등이 줄을 이었다. 깊은 산속이나 외딴집 등 무언가가 튀어나올 법한 곳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도시를 배경으로, 그 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공포를 다뤄 관객들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고 있다. 피 튀기는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키는 로만 폴란스키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세계에서 존경받는 영화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폴란스키는 2002년 ‘피아니스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로버트 레드퍼드, 제인 폰다의 대타로 출연한 미아 패로와 존 카사베츠의 연기도 훌륭하다. 개봉 이듬해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이자 배우였던 샤론 데이트가 이 영화의 광팬이자 연쇄살인마인 찰리 맨슨의 추종자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돼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로즈마리(미아 패로)는 배우인 남편 가이(존 카사베츠)와 함께 평화로워 보이는 뉴욕 맨허튼 중산층 아파트로 이사한다. 이웃 노부부와 친분을 쌓아가던 로즈마리. 어느날 로즈마리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났던 여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악몽에 시달리다 임신을 하게 된 로즈마리. 이후 주변에서 불길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는데….1968년작.14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얼굴없는 미녀(KBS2 오후 11시15분) 춘사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에 이어 지난달 대종상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휩쓴, 김혜수의 파격적인 연기가 번뜩이는 작품이다. 과감한 노출 장면도 화제가 됐다. 1980년 동양방송의 TV 시리즈물 ‘형사’에서 납량 특집으로 내놓았던 같은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최면에 걸린 여주인공이 죽어서도 최면을 건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다는 내용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장미희와 이순재가 열연했다. 경계선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유부녀 지수(김혜수)는 자살을 기도했다가 정신과를 찾는다. 그곳에서 정신과 의사 석원(김태우)을 만나게 된다.1년 뒤,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된 지수를 만나게 된 석원. 자살한 아내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석원과 항상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지수는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석원은 치료를 위해 지수에게 최면을 걸었다가 육체적 관계를 갖게 된다. 지수는 석원을 떠나 남편 민석(윤찬)과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하지만, 석원은 지수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매주 한 번씩 자신을 찾아오게 최면을 거는데….2004년작.97분.
  •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톰 호지킨스 지음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톰 호지킨스 지음

    ‘아! 5분만 더’ 요란한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가 다시 이불속에 들어가 맛보는 잠 만큼 달콤한 게 있을까. 하지만 시간에 매여 사는 현대의 소시민들 중 그 달콤함을 만끽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시간이 되면 어차피 열릴 눈꺼풀을 어거지로 벌리기 위해 냉수로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크게 틀기도 한다. 만일 이불속에서 계속 뭉그적거리다가는, 결국 게으름이란 ‘적’에게 패한 뒤의 씁쓸함만 맛볼 뿐이다.‘아! 나는 안돼’ ●5분 더 자는 아침잠을 만끽하라 하지만 꼭 이래야만 하는가. 사람들은 왜 나태한 습관이 주는 쾌락과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평생을 살아야 할까. 현대의 문명사회는 여가와 휴식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겠다고 약속을 늘어놓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은 스케줄에 얽매여 노예처럼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제부터 이렇게 게으름이 죄악시되었으며, 이를 유독 강조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영국에서 잡지 ‘아이들러’(Ideler)를 발행하는 톰 호지킨스는 이같은 물음과 함께 시간에 떼밀려 사는 현대인의 삶에 정색하고 반기를 든다. 자칭 ‘게으름을 피우느라 늘 바쁘다는 게으름꾼’인 그가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남문희 옮김, 청림출판 펴냄)이란 책을 냈다. 게으름에 대한 찬사이자,‘아침형 인간’이 판치는 현대사회를 정면으로 비웃는 책이다. 저자는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인식의 뿌리로 오래전부터 인간을 지배한 성경을 지목한다.‘…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눕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잠언 6장). 근면 지상주의로 통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어떤가. 그는 청교도적인 이상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사람은 일찍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건강하고 부유하고 지혜로워진다는 투의 금언들을 대중에 보급, 장려했다.1830년대 낭만주의 여류 시인 해너모어는 ‘일찍 일어나기’란 시에서 나태함을 ‘조용한 살인자’로, 잠은 ‘중대한 죄악’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저자는 반박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그들이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묻는다. 어릴 때부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튀어나가 뭔가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속에 살아온 사람들은, 지금 과연 얼마나 부유하고, 얼마나 행복한가? 이른 아침, 런던·도쿄·뉴욕 등 거대도시들의 지하철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그렇게 건강하고, 부유해 보이는가. 그는 지난 3000년간의 철학, 소설, 시, 역사서에서 게으름과 관련된 내용을 추려내 게으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본보기로 엮어낸다. 잠꾸러기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서 위대한 이원론을 완성시켰고, 시인 월트 휘트먼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빈둥거리며 살았으며, 빅토르 위고는 2층 버스에 올라 몇시간이고 한가로이 세상 구경을 즐겼다고 한다. 이같은 게으름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독창성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으름은 무기력이나 나태와 다르다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은 무기력이나 나태와는 다르다. 흔히 말하는 소위 ‘느림의 미학’과도 다르다. 저자는 일상의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즐기라고 조언한다. 이를 테면 몸이 아플 때 독한 약을 한 줌씩 먹고 병을 내쫓으려 하지 말고 그 몽롱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라고 권한다. 목적지를 향해 지루하게 발걸음을 놀리지 말고 배회하듯 거리풍경을 즐기면서 산책하라고 조언한다. 너도 나도 짐싸들고 뛰쳐나가는 바캉스철에 결코 여행하지 말고, 북적대는 곳을 피해 허름한 선술집에서 대화의 기쁨을 누리라고 외친다. 물질만능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저자의 주장과 논리는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좀더 세심히 귀기울여보면 그의 진심이 새록새록 가슴에서 살아난다. 최소한 남과 비교하면서 상처받고 절망하며 사는 일중독자들에게, 게으름은 ‘인생의 시계바늘을 여유롭게 조정함으로써 내 삶의 주인이 되게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9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中 작년 2885만명이 ‘세계로 세계로’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中 작년 2885만명이 ‘세계로 세계로’

    중국에 해외여행 바람이 거세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고 고도성장에 힘입은 신흥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면서 세계 관광업계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올 상반기 중국인들의 1인당 해외쇼핑 금액은 987달러(약 100만원)로 세계 1위를 차지, 세계 관광업계의 VIP(귀빈)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인근의 충원먼(崇文門) 둥자오민강(東郊民港) 거리에는 중국 최대 여행사 중 하나인 중국여행사(中國旅行社) 5층짜리 본관이 자리잡고 있다. 1층 로비의 비자신청 창구에는 해외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왼쪽 모퉁이를 돌아서면 홍콩·마카오·동남아·유럽 등 지역별 사무실마다 문의자들이 적지 않다.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회사원 정안(鄭安·27)은 “지난해 홍콩 여행이 너무 좋아 1년간 저축한 돈을 모두 털어 유럽여행을 계획 중”이라며 “TV나 책으로 접한 고풍스러운 유럽의 저택들을 직접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고 밝게 웃는다. ●중산층 확대로 해외여행 붐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역시 마찬가지다.35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우두 공항의 출국 대합실에는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대생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계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마오판(毛范·25)은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라며 “복잡한 일상을 떠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맘껏 즐기는 해외여행은 젊은이들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1980년대 초 해외 친척 방문이 허용되면서 기지개를 켰다.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 폭이 넓어지면서 그동안 눌려왔던 해외로의 꿈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중국의 해외 여행자는 1억 1000만명이다. 특히 해외여행 규제가 대폭 완화된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3%가 늘어난 2885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중국은 지난해 아시아 관광객 수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70여개국으로 여행 대상국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여행업계는 2015년 전후로 중국의 해외 관광객 수가 연간 1억명을 돌파, 세계 최대의 관광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독신자 유혹하는 해외여행 “애인과 함께 카리브해 백사장을 거니는 낭만적인 여행에 독신자들을 초대합니다.” 최근 급증하는 독신자들을 대상으로 관광과 ‘배우자 찾기’를 겸하는 이색 여행상품들도 속출하고 있다.26∼30세의 남녀 화이트 칼라들이 주요 대상이며 비용은 5000∼1만위안(약 130만원)선이다. 디스코장과 노래방, 수상배구 등 여행 프로그램도 ‘짝짓기’에 적합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동남아 독신자 여행 상품을 고른 옌팅(嚴·29·여)은 “대학교 졸업 이후 바쁜 회사 생활로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근사한 남자를 만나 동화속의 공주가 되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독신자 여행상품은 춘제(春節·설)와 노동절, 국경절 등 중국의 대표적 연휴 기간에도 성행하고 있다. ‘효도 관광’도 강세다. 북경신보(北京晨報)는 지난해 전체 해외관광객 가운에 56세 이상이 2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평생 자식들 때문에 희생한 부모들을 위해 자식들이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보내드리는 것이다.3000∼5000위안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동남아 여행 상품이 인기다. ●쇼핑가 싹쓸이하는 중국 여행객 세계 2위의 외환 보유국인 중국은 넘쳐나는 달러를 바탕으로 해외 여행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한다.AC닐슨과 세계면세협회(TFWA)가 올 상반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여행시 쇼핑규모가 1인당 평균 987달러(약 98만 7000원)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상하이 시민의 경우 유럽여행 시 1인당 1781달러어치를 쇼핑했다. 중국인의 1인당 해외여행 경비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여행 총경비의 3분의 1가량을 물건 구입에 소비하는 ‘쇼핑광’으로 조사됐다. 루이뷔통 가방을 비롯한 명품 제품들이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중국의 수입관세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명품 가격은 중국 국내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 홍콩·유럽을 여행하는 중국인 대부분이 쇼핑에 혈안이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간파한 유럽의 유통업체는 여행 패키지에 쇼핑몰을 포함시키는 등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특수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 관광업계 ‘중국 특수 잡기´ 칭녠(靑年)여행사 가오즈젠(高志堅)이사는 “과거 유럽은 중국 여행객들을 시끄럽고 예의 없다는 이유로 경원시하던 콧대높은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인 유치를 위해 관련업체 종사자들 사이에서 중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며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탈리아 여행업체인 아르피(RP)투어는 지난해 가을부터 베이징 사무소를 열고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10여개의 중국 여행업체와 제휴한 RP투어의 마우로 피치니 사장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이탈리아의 패션과 음식·문화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략법을 소개했다. 2003년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6.7%를 차지했던 유럽의 경우 비자 수속이 미국에 비해 간편해지자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유럽지역의 대형 여행업체들은 중국에 직원을 파견해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oilman@seoul.co.kr ■ 신흥 중산층이 해외여행붐 주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의 해외 관광붐을 주도하는 계층은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형성된 신흥 중산층들이다. 중산층의 수는 대략 13억 인구의 10% 안팎으로 월 소득은 5000위안(75만원)∼2만위안(260만원)선으로 추정된다. 중산층 가운데 여행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집단은 화이트 칼라로 불리는 ‘샤오쯔(小資·소자본 계층)’ 집단이다.20∼30대의 청장년층인 이들은 외자기업과 정보기술(IT)산업, 국영·민간기업 임직원, 은행·보험 등 금융업 종사자는 물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 인구의 5%선인 70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커피와 팝송을 즐기는 샤오쯔들은 명품을 선호하고 영어 회화는 이들의 ‘신분증’에 해당한다. 미국과 유럽 문화를 동경하는 서구 지향적 취향을 갖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톈진(天津), 충칭(重慶), 난징(南京), 시안(西安) 등 중국 대도시 인구의 15∼20%에 해당된다. 중국 푸단(復旦)대 궈딩핑(郭定平·정치학) 교수는 “직접적인 정치 참여 기회가 없는 이들은 정치보다 돈과 여가를 즐기면서 해외 여행 등에서 분출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oilman@seoul.co.kr ■ “여행사 2배 급증 고가 상품도 불티”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은 이제 단체 관광에서 보다 자유로운 개인·소규모 여행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여행사 가운데 하나인 중국여행사 둔지둥(頓繼東) 총경리는 “소득 수준이 높아진 젊은층들이 해외 여행을 주도하면서 아프리카 오지 탐험 등의 테마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럽여행의 경비는 1인당 9500위안(약 120만원)∼1만 8000위안(23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부유층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영국과 프랑스에 집중돼 있지만 점차 이탈리아와 스페인, 북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방학 중에는 부유층 자녀들의 영어권 어학 연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둔 총경리는 “비자가 까다로운 미국 대신 유럽과 호주, 캐나다 등의 어학 연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승마나 사교춤까지 배우는 ‘귀족 어학연수’ 상품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 관광과 관련,“지난해 전체 고객의 8% 정도를 차지했지만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며 “보다 다양한 관광 상품개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둔 총경리는 “중국인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위락시설이 많고 이색적인 제주도를 선호하고 있는데 동남아나 유럽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서 해외관광 영업 허가를 받은 여행사는 700여개로 1∼2년 사이에 두배 이상 급증했다. 둔 총경리는 “해외여행 전체 매출 규모는 3년전인 2002년보다 무려 10배가 성장했지만 과당 경쟁으로 인한 경영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oilman@seoul.co.kr
  • 미국판 ‘삼순이 광고’ 성공할까

    미국판 ‘삼순이 광고’ 성공할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판 ‘삼순이’ 광고는 성공할 것인가? 최근 워싱턴 등 미국의 주요 대도시 거리에는 하얀색 속옷만 입은 ‘뚱녀’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광고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과 버스, 빌딩 외벽에도 설치된 이 광고는 미국 여성의 실제 몸매를 보여준다는 세계적인 미용업체 ‘도브’의 로션 및 크림 광고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학생과 주부, 회사원, 커피 전문가 등 미 전역에서 ‘선발’된 보통 여성들이다. 이들은 미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올챙이배와 처진 엉덩이, 튼실한 허벅지와 팔뚝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도브측은 “최근의 화장품 모델들은 미국의 실제 여성들과 너무 유리돼 있다.”며 이 광고를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20년 전 화장품 광고 모델의 몸무게는 미 여성 평균치보다 8% 정도 가벼웠으나, 현재는 무려 23%까지 그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광고 캠페인의 주제도 ‘실제 미’로 정했다. 도브의 이번 광고에는 “화장품 모델처럼 날씬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자기 몸매에 자부심을 갖고 가꾸며 생활할 수 있다.”는 암시가 담겨 있다. 한국의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 요인과 비슷하다. 광고 대상 화장품은 얼굴을 ‘탱탱하게’ 만들어주는 펌 로션(Firm Lotion)과 펌 크림(Firm Cream)이다. 그렇다면 도브의 이같은 ‘삼순이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워싱턴 포스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슬레이트는 이 광고에 단기적으로 A, 장기적으로는 D 평점을 매겼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이 광고가 거리를 지나는 미국인 대부분의 시선을 끈다는 점이다. 만일 모델이 늘 봐왔던 날씬한 슈퍼모델들이었다면 오히려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광고에 등장할 것 같지 않은 몸매의 여성들이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 광고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광고를 계속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도브는 뚱뚱한 여자들이 쓰는 브랜드”라는 잠재의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슬레이트는 지적했다. dawn@seoul.co.kr
  • [종전 60년 수교 40년 韓日 여론조사 ②] 일본 하면 떠오르는 것

    [종전 60년 수교 40년 韓日 여론조사 ②] 일본 하면 떠오르는 것

    ■ 연상 이미지와 배울점 광복 60주년을 맞았지만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부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일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국주의’라는 응답이 2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문화’(12.7%),‘강대국’(9.7%),‘독도문제’(7.3%) 등 순이었다. 일본과 관련된 이미지 중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긍정적인 것들을 크게 앞섰다. 제국주의에 이어 ‘나쁘다.’(13.6%),‘역사왜곡’(3.2%),‘종군위안부’(2.3%)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42.6%에 이르렀다. 반면 ‘강대국’(12.7%),‘국민성이 좋다’(7.1%)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문화’(12.7%),‘인접국가’(3.8%),‘섬나라’(2.8%) 등 중립적 이미지는 19.8%를 차지했다. 특히 20대는 ‘일본문화’(27.6%)를 가장 많이 꼽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일본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30대 이상은 ‘제국주의’를 많이 들었는데,30대 23.6%,40대 27.6%,50대 33.8%,60대 42.2%,70대 이상 40.8% 등 나이가 많을수록 ‘일본=제국주의’를 떠올렸다. 직업별로도 ‘일본문화’(31.5%)를 꼽은 학생을 제외하고는 농립어업(34.9%), 자영업(31.8%), 가정주부(31.5%), 무직(40.7%) 등 대부분이 ‘제국주의’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처럼 일본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훨씬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다수인 68.5%는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울 점이 없다.’는 답은 26.4%에 불과했고,‘배울 점이 매우 많다.’는 적극적인 답도 14.0%에 달했다.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답은 특히 대학재학 이상의 고학력층(79.0%), 고소득층(81.7%), 화이트칼라(79.6%) 일수록 많았다.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으로는 ‘과학기술’(19.0%)을 가장 많이 꼽았고,‘근면성실성’(16.4%)과 ‘시민의식’(15.9%) 등 선진의식을 드는 비율도 높았다. 이어 ‘경제력’(11.5%) ‘문화우수성’(8.2%),‘친절성’‘애국심’(각각 6.6%) 등을 배울 점으로 들었다. 배울 점으로 과학기술과 경제력 등 물질적 측면 외에도 근면성실, 문화우수성 등 인적·문화적 측면이 많다는 것은 그간의 한·일간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은 ‘근면성실’(20%)을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으로 가장 많이 꼽은 반면, 남성은 가장 많은 21.8%가 ‘과학기술’을 배울 점으로 선택했다. 세대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20대(28.7%)와 30대(19.3%)는 일본으로부터 ‘과학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답한 반면 40대(18.2%)부터 70대이상(27.6%)까지는 일본에서 배울 점으로 ‘근면성실’을 가장 많이 꼽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노대통령 대일 정책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은 그저 그렇다는 식의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설문 대상의 47.2%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보통이다.’를 제외하고는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2배 정도 높았다.‘잘하고 있다.’는 반응은 16.2%에 불과했지만 ‘잘못하고 있다.’는 대답은 31.1%나 됐다. 노 대통령의 대일 강경책이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한 여론을 반영했음에도 불구, 노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가 ‘점수’를 얻지 못한 것은 의외였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후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40∼60대는 젊은층에 비해 ‘잘못’ 쪽에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노 대통령의 지지층이 20,30대에 집중돼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응답자들의 기존 편향성이 이 문제에도 그대로 투사됐다고 할 수 있다. 30대의 20.7%,20대의 17.5%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14%,60대는 14.7%가 각각 ‘잘하고 있다.’는 데 점수를 줬다. 반면 50대의 38.2%,60대의 36.3%,40대의 34.2%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연령대별 선호가 두드러진 셈이다. 그러나 학력·소득·직업·지역·도시규모·출신지에 따른 차이는 외교문제란 특성 때문인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소득별로는 고소득층이 중산층보다 2.5%포인트, 저소득층보다는 3.5%포인트 더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출신지역별로는 제주(36.4%)가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는 제주와 제주 출신들이 여행업, 무역 등 일본인 대상의 생업 종사 비율이 높고 접촉이 비교적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취임 초 노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에도 불구, 한·일관계 진전 방향의 괴리, 강경책에 따른 한·일관계 악영향 우려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31.8%)보다 블루칼라(45.2%) 종사자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 한·일관계를 언급하면서 일본측에 더이상의 사과나 사죄를 언급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두 나라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호의를 보였다. 그러나 그뒤 좋은 결과는커녕 한국인들의 민족 감정과 자존심을 훼손하는 일본의 행동이 잇따라 돌출, 노 대통령의 정책에 의구심이 들게 했다. 시마네현 의회의 지난 2월 ‘다케시마 날’ 제정조례 통과, 과거역사를 미화하는 후소샤 역사교과서 검정통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따른 한국인의 대일감정 악화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노 대통령이 국가원수로는 외교사상 유례없이 직설적 발언을 구사하며 강경한 태도로 바뀐 것도 일부 계층에선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외교 관행과 금기를 깨고 일본을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노 대통령의 태도가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한·일관계의 미래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과거사 문제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종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사죄와 보상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먼저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피해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61.2%),‘동의하는 편이다.’(26.4%) 등 동의한다는 의견이 87.6%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특히 일본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 내 일본 우호 계층에서도 동의한다는 의견이 88.2%에 달한다는 점은 일본 정부가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이어 ‘일본이 과거 한국 식민통치에 대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사죄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89.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92.1%), 직업별로는 블루칼라(96.2%), 지역별로는 읍면지역(55.7%)에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이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발언을 끊임없이 내뱉고 있고, 일본 정부 차원의 성의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당면과제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인 56.1%가 ‘독도, 종군위안부, 역사 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지적했다. 특히 20대(61.8%), 30대(60.2%)가 60대(54.9%),70대 이상(52.1%)보다 많았다. 양국 관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젊은 세대가 과거사 문제를 더욱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경제협력 강화’(15.4%),‘문화교류 확대’(10.3%),‘우방으로서 외교문제 공동대처’(10.6%) 등에 대해서도 골고루 언급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인들은 한·일관계에 있어 과거사 문제에 비중을 두면서도 경제와 외교, 사회문화 등 실리적 이해관계 역시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국교정상화후 잘된점·못된점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간에 가장 잘된 일로 ‘모르겠다.’는 응답이 36.3%로 가장 많았다.‘없다.’는 답도 14.4%에 달해 한국인 2명 가운데 1명은 지난 40년간 한·일 간에 잘된 일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 주목을 끈다. 그래도 가장 잘된 일로 꼽은 것은 ‘교류확대’(21.2%),‘경제협력’(12.7%),‘월드컵 공동개최’(10.4%),‘한류붐’(3.1%) 등이었다. 특히 일제 식민치하를 몸소 겪은 70대 이상은 국교 정상화 이후 잘된 일이 ‘없다.’는 대답이 25.4%를 차지,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모른다.’는 응답도 42.3%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일간 잘된 일에 대해 이처럼 무응답 비율이 높은 것은 최근 독도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탓으로 보인다. 즉 잘된 일이 있다 해도 이를 부정하려는 감정적 태도가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양국간 교류확대를 가장 잘된 일로 평가한 것은 한·일관계의 긍정적 측면이라 할 수 있겠다. 국교정상화 이후 잘못된 일로는 가장 많은 22.3%가 ‘독도문제’를 꼽았다. 한국 국민들은 한·일관계 40년을 평가하면서 최근 불거진 문제를 가장 잘못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잘못된 일로 ‘과거사 청산’(16.4%),‘역사왜곡’(15.7%),‘일방적인 정치외교’(2.4%) 등을 지적했다.‘모른다.’거나 ‘무응답’은 31.3%,‘없다.’는 6.3%를 차지했다. 70대 이상은 ‘독도문제’(22.5%) 못지않게 잘못된 일로 ‘과거사 청산’(18.3%)에 큰 비중을 뒀다. 반면 20대는 ‘과거사 청산’(11.5%)보다 최근 현안인 ‘독도 문제’(24%)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美역할 평가 국민들의 다수는 한·일관계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미국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46.5%)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16.8%)보다 약 3배 높게 나타났다.‘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은 25.8%였다.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앞섰는데 특히 반미감정이 상대적으로 강한 20대(53%),30대(53.3%)에서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51.1%)이 여성(42%)보다 미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학력별로는 대학재학 이상의 고학력층(55.1%)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소득별로는 고소득층(53.9%)과 중산층(50.5%)에서 부정적 평가가 50%를 넘어섰다. 직업별로는 학생(56%)과 화이트칼라(54.6%)층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높게 나왔다. 이외에 도시규모별로는 읍면지역 거주자(56.6%)가 대도시나 중소도시 거주자보다 한·일관계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출신지역별로는 강원(54.9%)과 제주(54.6%)가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고, 이북 및 기타 지역은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33.4%)가 부정적 평가(33.3%)를 근소하게 앞섰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과거 전통적인 한·미·일 안보 공동체제에서 벗어나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동북아 안보에 탄력적으로 대처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미·일 간에는 이해와 협조가 잘 되고 있으나, 한국의 입장이 미·일과 달라 고립되는 양상이 반복됨으로써 이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결론적으로 한국 국민들은 미·일 동맹체제의 강화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한·일 공동 국민여론조사 원본 자료 보기
  • [서울이야기] (16) 바람길 이용한 대기환경 개선

    [서울이야기] (16) 바람길 이용한 대기환경 개선

    10년 전쯤 운명적인 사랑을 주제로 하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또 다른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돼 시민들이 열병을 앓고 있다. 이제는 꽤 친숙한 용어로 자리 잡은 열대야(熱帶夜·야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의 밤)이지만, 이는 지난 40년 동안에 걸친 도시개발의 후유증 가운데 하나이다. 열대야는 한낮에 강한 열을 받은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에서 밤에도 계속 복사열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초속 3m 미만의 약한 바람이 불면서 뜨거운 공기가 대기 중에 정체되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도시개발의 이상증후군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은 온실효과에 의한 기후변화 현상과 유사한 열섬효과에 의해 이미 오래 전부터 평균 온도가 상승하여 왔다. 지금과 같은 고밀 개발수요가 지속된다면, 도시기후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 대기오염의 주된 오염원인 자동차의 지속 증가로 오염물질 배출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강변과 산 주변의 고층 아파트군, 인공물(아스팔트, 콘크리트 등)로 뒤덮인 지표환경은 도시대기의 원활한 순환을 가로막아 스모그(smog), 시정장애(視程障碍)현상을 발생시키고, 도심을 외곽 녹지대보다 쉽게 더워지게 함으로써 도시열섬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 만큼 도시개발 과정에 환경요소를 배려하는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결국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조건을 고려한 도시계획이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 ●서울의 바람길과 대기환경 서울은 북한산, 인왕산, 도봉산, 우면산, 불암산 등 크고 작은 26개의 산이 도시 외곽을 둘러싸고 있다. 많은 구릉과 산악이 산재해 토지의 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분지형 도시이다. 이러한 지형은 대기오염물질의 확산이 용이하지 못한 특성이 있다. 그리고 서울은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대지와 도로의 점유율이 47.0%를 차지하는 고밀 개발 대도시 형태로서,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적정 환경용량을 초과해 대기환경 개선의 이중고를 안고 있다. 더욱이 고밀 개발은 오염물질의 대기 정체를 유발해 대기환경이 악화되는 간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극복하고,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바람길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까지 서울에서 바람길을 고려한 도시계획은 아직까지 초보단계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도심에 바람길을 확보한 사례가 처음이며, 이를 시작으로 왕십리 뉴타운 개발사업과 같은 대규모 도시계획사업에 앞으로 체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의 심의과정에서 고층건물 신축사업에 의한 바람길 영향을 평가하는 정도이다. 향후 서울의 바람길 지도가 만들어지면 자연지형·건물배치 및 개발현황 등을 고려한 환경친화적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거나, 바람길 조성에 의한 대기오염 확산으로 대기오염에 의한 시민건강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되어, 도시계획은 과거에 비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주거·상업지는 가능한 한 대규모 주택단지나 고층화보다는 주변지역의 여건이나 바람 흐름을 고려한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게 된다. 원활한 바람 통로를 만들기 위해 토지이용계획 수립과정에서 건축물의 배치, 층수, 건물의 간격 등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바람길을 활용한 도시계획 독일 슈투트가르트시가 대표적인 사례 도시이다. 슈투트가르트시는 북동쪽을 제외하고 3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해 있다. 초당 평균 풍속이 0.8∼3.1m로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바람 흐름이 느리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하더라도 독일에서 번창하던 공업도시로서 경제적 번영을 누렸으나,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으로 시민의 건강이 위협받곤 했다. 이런 까닭에 슈투트가르트시는 2차세계 대전이후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바람길을 도시 및 건축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도시 외곽 산지에서 생성돼 도심으로 불어오는 찬 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도심 반대방향으로 불어갈 수 있게 바람길을 열어 놓고 있다. 청정지역으로부터 막힘없이 불어오는 찬 공기는 과밀 개발지역인 도심을 시원하게 할 뿐 아니라, 대기환경이 악화된 지역의 공기를 청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 공기가 대기오염물질과 혼합돼 주거지역으로 이동될 수 있으므로, 지역개발 계획을 추진할 경우 찬 공기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찬 공기의 적절한 활용은 슈투트가르트시 도시개발 수준의 결정과 쾌적한 생활공간 조성의 기본 전제가 되고 있다. ●환경도시 도쿄 만들기 ‘열섬 도시 도쿄는 지구온난화의 선두에 있다(Heat Island Tokyo Is in Global Warming’s Vanguard)´ 이는 2002년 여름 ‘뉴욕 타임스’의 헤드라인 기사이다. 현재 도쿄의 연평균 기온은 과거 100년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지구 평균 약 0.6도)의 5배에 해당하는 약 3도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열대야 관측일수는 1975년 15일 전후였으나,2000년 이후 최근에는 30일을 초과하고, 일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한여름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크게 앞지르는 도쿄의 여름철 열 환경은 시민의 불쾌감을 높이며, 건강이상 증후군을 낳고, 집중 호우의 발생빈도 증가에도 영향을 미쳐, 시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도시열섬 현상은 지표면 피복의 인공화(건물 및 도로포장), 녹지·수면의 감소, 인공배열(에너지 소비)의 증가 등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또한 도시화에 의한 빌딩 증가, 중·고층화 등과 같은 도시구조가 열섬현상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쿄는 녹화 추진, 수환경 보전, 순환형 도시조성 등과 관련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좀처럼 열섬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열섬현상은 포장도로 및 건축물 증대에 의한 열의 흡수, 에어컨·자동차 등에서의 인공배열 증대, 빌딩위주의 도시구조 문제 등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섬대책은 지구온난화 대책, 자동차 교통대책 등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환경 부하가 적은 도시조성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도쿄시는 바다에 면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하절기에는 도쿄만에서 도심으로 해풍이 불어와 따뜻한 대기가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도쿄시는 바람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해풍 및 하천의 바람을 도심부로 효과적으로 유입시켜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바람길의 확보 및 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도쿄만 및 하천, 대규모 녹지에 의해 차가워진 공기를 효과적으로 내륙풍과 연결하기 위해 가로의 복원을 확대하고 가로수 등에 의한 녹화를 꾀하며, 바람통로의 확보 등 대기 흐름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검토·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의 바람길, 어떻게 만들고 활용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바람길의 하류에 해당하는 지역은 대기오염물질의 이동경로에 있기 때문에 그다지 양호한 주거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 바람의 흐름이 정체되는 지역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용 가능한 토지가 부족한 도시에서 주거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에, 비록 풍하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주거지 선택에서 무조건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참고할 사항은 주거지를 선택함에 있어 공공시설 접근도, 학군, 프라이버시 보호, 전망, 소음, 대기오염 등 많은 선택요인이 있으나, 향후 쾌적한 주거생활공간이 더욱 중요시 됨에 따라 바람의 순환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인식은 이제부터라도 바람·온도·습도와 같은 도시기후 인자는 도시계획과정에서 사전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후요소를 고려한 도시계획은 결과적으로 더욱 안락한 도시환경 창출, 에너지 소비 절약, 대기오염 개선 등과 같은 장점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독일·호주 등 선진 외국의 경우 이미 도시 기후의 변화 조건을 고려한 도시계획 절차 및 단지설계 지침 등이 도입·추진되고 있음이 단적인 사례이다. 이와 같이 도시환경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도시계획 수요가 첨예한 관심사항으로 대두됨에 따라, 종래의 도시계획과정의 혁신이 필요함을 대변하게 된다. 이는 최근 들어 논의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전제 조건으로서 ‘바람길을 고려한 도시계획의 도입과 활용’이 관심을 갖게 되는 연유이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 서울시 도시계획의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주거·상업지는 가능한 한 대규모 주택단지나 고층화보다는 주변지역의 여건이나 대기의 흐름을 고려한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역간 대기온도차 등을 이용해 녹지와 물, 오픈 스페이스의 네트워크를 추진함으로써 산이나 바다로부터 신선한 공기가 흐르는 길을 만들어, 도심에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바람길 도입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향후 서울시 도시 기후를 보전하고 쾌적한 도시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자연기후 순환시스템을 면밀히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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