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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주택지구 7곳 1만여 가구 짓는다

    행복주택지구 7곳 1만여 가구 짓는다

    서울 오류동역지구 등 ‘행복주택’시범지구 7곳이 확정됐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서울 구로구 국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행복주택 시범지구 설명회를 열고 건설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시범지구로 확정된 곳은 철도 부지 4곳과 유수지 3곳이며, 49만㎡에 임대 아파트 1만 50가구가 건설된다. 서울 오류·가좌·공릉·안산 고잔역지구는 철도 부지를 개발하고, 서울 목동·잠실·송파지구는 유수지를 복개해 행복주택을 짓는다. 국토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주변에 주거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춘 지역을 골라 시범지구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게 권역별로 배분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선정된 시범단지를 오는 7월 말까지 행복주택사업지구로 지정하고, 연말까지 사업 승인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 중 오류·가좌·공릉지구는 연말쯤 착공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방 대도시권까지 행복주택 건설을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 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미매각 땅 등 유휴 국·공유지를 찾아내 추가로 사업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2차 사업지구는 10월 중 발표된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행복주택이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의 디딤돌이 되고,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들에게는 편안하고 따뜻한 안식처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으로 철도 부지 등 유휴 공공용지를 개발해 임대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향후 5년간 20만 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국·공유지라서 땅값이 들지 않고 주택 건축비와 부대시설 건축비만 들어가 재원 마련도 쉽다. 물량의 60%는 신혼부부·사회 초년생·대학생 등 주거취약계층에 우선 공급된다. 임대료는 획일적으로 정하지 않고 입주자의 소득 수준·자산 등을 감안해 차등 결정할 방침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펄펄 끓는 지구… 식물 절반·동물 3분의1 곧 멸종한다

    펄펄 끓는 지구… 식물 절반·동물 3분의1 곧 멸종한다

    197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회의 ‘로마클럽’에서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관측 결과가 발표됐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낮아져 빙하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던 터라 이 주장은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특히 지구는 수백 년을 주기로 온도가 1~2도가량 오르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기상학계의 정설이었다. 1985년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은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의한 온실효과가 온난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했고,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구성됐다. 199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기상이변이 발생했다. 태풍은 점차 커졌고, 비정상적인 시기에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떤 곳에선 수년간 가뭄이 이어졌고, 다른 곳에선 폭우가 그치지 않았다. 1997년에는 일본 교토에서 각국의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담은 ‘교토의정서’가 채택됐고, 2005년 발효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난화와 기상이변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나 ‘선진국들의 배부른 소리’로 여겼다.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낸 것은 2006년 개봉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주도한 것은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였다. 그는 기상이변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지를 경고하고, 그 원인이 인간에게 있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역시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불편한 진실’은 다음 해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 줬고, 인간에게는 막대한 과제를 남겼다. 매년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수천 편의 연구 논문과 관측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했고,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는 ‘고갈’과 별개로 사라져야 할 존재가 됐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이 같은 심각성을 더욱 섬뜩하게 경고하고 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레이철 워런 교수가 주도한 국제연구팀은 ‘네‘이처 기후변화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 상태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2080년이면 주변 식물의 57%, 동물의 34%가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2100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4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구 기온이 3.6도 이상 오르면 생물 종의 20%가 멸종된다”는 2007년 IPCC 보고서보다 훨씬 비관적인 전망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 4만 8786종의 동식물 서식지가 기후변화로 인해 어떻게 변해 갈지를 추적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워런 교수는 “우선적으로 사라지는 생물은 물과 대기의 정화, 홍수 조절, 양분 순환 등에 중요한 존재로 이들이 사라지면서 생물종의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 중부 아메리카, 아마존 지역, 호주 지역의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온실가스 증가율이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예상되는 종 상실의 60%를 막을 수 있고, 2030년부터 줄어든다면 40% 정도는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각지에서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결과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미 지구물리학회 연례총회’에서 “지난 50년간 에베레스트산의 빙하 13%가 녹아내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위성사진을 이용해 에베레스트산과 그 주변 국립공원의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1960년 이후 빙하 분포 지역은 43%나 줄었고, 1992년 이후 네팔의 평균 기온이 1도 이상 오르면서 이 같은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35년에는 빙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 변화가 사람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도 있다. 미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열사병 등 기온으로 인한 사망자가 22%가량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은 열사병 사망이 여름철 평균 37.7도 이상인 기온이 일주일가량 계속될 때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 컴퓨터 모델을 활용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82명이 여름철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지나치며, 과장된 위험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와 미항공우주국(나사) 공동연구진은 지난 19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의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진영에서 제기한 것보다 훨씬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IPCC 예상치의 20% 정도만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 보고서는 오는 9월 발표될 IPCC 보고서에 함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호주 퀸즐랜드대 존 쿡 교수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4000편 이상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 전체 논문의 97.1%가 “인간 활동에 의해 기후 변화가 초래됐다”는 데 동의했다. 기후 변화가 인간 활동 때문이 아니라는 의견은 83편으로 0.7%에 불과했고, 2.2%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반인들의 시각은 이보다 훨씬 유보적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대부분은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42%만이 인간 활동이 원인이라고 답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조치는 대부분 산업계의 생산성이나 이익을 감소시키는 조치로 이어지기 때문에 끊임없는 방해 공작을 받게 된다”면서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장기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에게 과학적 연구 결과를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직장 어린이집 설치 기준 완화 서둘러라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성인력 활용을 꼽는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일 수 없는 데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여파로 경제 활동이 왕성한 인구 계층은 40%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생산가능인구에서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9.39%로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리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4만 달러인 선진국들은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60%를 웃돈다. 주요 국가들의 경우 1인당 GDP가 2만 달러에 도달한 시기에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평균 57.4%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49.9%에 그쳤다. 문제는 지난 2003년부터 10년 동안 정체 상태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이 수치를 5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을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인력활용 5개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직장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직장어린이집을 가장 선호한다. 어린이 안전이나 급식 등의 시설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어린이집이 설치돼 있는 곳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기업은 919곳에 이른다.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전체 근로자가 500명 이상인 곳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두고 있는 곳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9곳에 불과하다. 설치 기준이 까다롭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대도시에 있는 기업들을 고려할 때 정원 50명 이상이면 옥외 놀이터를 의무화하고 있는 기준은 하루빨리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원을 49명까지만 운영하는 편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학교까지 직장 어린이집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보육 수요가 적은 사업장은 사정이 비슷한 곳끼리 공동 운영하면 된다. 직장 어린이집은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직장 어린이집이 있으면 육아 휴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이미 남학생을 앞질렀다.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 은빛 속살에 다 털렸네, 봄도 입맛도

    은빛 속살에 다 털렸네, 봄도 입맛도

    우리는 늘 달의 한쪽 면만 본답니다. 그 탓에 달의 저편은 언제나 가려져 있지요. 눈과 귀에 익숙한 곳들만 좇았다면, 필경 부산을 보는 당신의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부산은 ‘늘 보던’ 명소 몇 곳으로만 한정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이지요. 예컨대 기장 지역이 그렇습니다. 해운대 끝자락, 그러니까 달맞이 고개를 넘어서면 대도시 부산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름답고 넉넉한 기장의 항·포구와 마을들이 주르륵 펼쳐지지요. 갯가 마을마다 독특한 형태의 등대도 서 있습니다. 이게 제법 볼 만합니다. 등대 따라 풍경과 맛집이 동행하는 곳, 여기는 기장입니다. 요즘 기장에서 가장 물오른 해산물을 꼽으라면 단연 멸치다. 어획량도, 맛도 최고다. 그 중심지가 대변항이다. 기장 멸치는 대부분 몸집이 큰 대멸이다. 큰 녀석은 길이가 10㎝를 훌쩍 넘는다. 이만 하면 ‘생선급’이다. 구워 먹고, 무쳐 먹고, 끓여 먹는다. 다른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한 보조 재료가 아닌 당당한 요리의 주재료다. 기장 멸치는 사철 나지만, 이맘 때를 제철로 친다. 대변항 인근의 한 여성 상인은 이 시기를 “아카시아 꽃 필 때”라고 했다. 예부터 기장의 봄철 멸치잡이는 음력 삼월 삼짇날 시작해 5월 단오 무렵 절정을 이뤘다. 이처럼 물오른 멸치가 절정의 맛을 선사하는 시기가 아카시아꽃 필 무렵과 겹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기장일까. 기장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수역이다. 한류와 난류의 교차수역이기도 하다. 이런 곳은 거개가 물살이 세고 생태계 환경이 우수하다. 먹잇감이 많은 곳에서 물살 헤치며 살아온 녀석들이니 당연히 살이 탄탄하고 맛도 좋을 터다. 멸치는 식탁에 오르기 전 사람들에게 눈요깃거리를 안겨준다. 멸치 털이다. 대변항 선착장에 늘어선 배 앞에서 선원들이 그물에 걸린 멸치들을 떨궈 내는데, 사람과 그물, 그리고 멸치가 어우러져 볼거리를 펼쳐낸다. 멸치 털이 장면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을 땐 먼저 바닷물에 잠긴 배의 면적부터 헤아릴 일이다. 풍어를 이룬 배는 그러지 못한 배에 견줘 멸치 무게만큼 선체가 바닷물에 깊이 잠겨 있다. 이런 배를 골라야 한다. 하필 바다 위로 가붓하게 솟아오른 배를 골라 카메라를 들이댔다간, 선원들에게 욕깨나 얻어먹는다. 멸치 털이 과정이 필요한 건 그물 때문이다. 기장 쪽 어선들은 유자망(流刺網)을 이용해 멸치를 잡는다. 유자망은 조류를 따라 그물을 흘려 멸치가 그물코에 꽂히게 해 잡는 어구다. 멸치를 그물째 감아 온 어선은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분리 작업을 벌이는데, 그게 바로 멸치 털이다. 선원들 눈치 살피며 엿본 멸치 털이는 역동적이었다. 멸치가 튀고, 땀이 튀고, 그리고 돈이 튄다. 멸치 털이는 8명의 선원이 4명씩 짝을 맞춰 펼쳐진다. 그물을 올리고 털 때마다 후리 소리 장단이 들어간다. 후리 소리는 배마다 제각각이다. 장단에 따라 위로 솟구치던 그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수많은 멸치들이 허공에 잠시 머문 뒤 수거 망으로 쏟아져 내린다. 격렬한 털이 과정에서 60% 정도의 멸치만 온전한 모습으로 남고 나머지는 형편없는 몰골로 변하고 만다. 올해는 지난해에 견줘 멸치가 한결 많이 잡히고 있다. 편차는 있지만, 어선마다 대략 400상자 안팎의 수확을 올린다. 경매가가 한 상자당 4만원 정도에 형성되고 있으니 한 번 출어에 16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선원들 뒤편엔 예외 없이 아낙네 두어 명이 비닐 봉투를 들고 어슬렁거린다. 수거망 밖으로 떨어진 멸치를 주으려는 인근 주민들이다. 예전엔 선원들 발치에 수북이 쌓인 멸치를 한 움큼씩 집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 어획량이 줄어든 요즘엔 수거 망 바깥쪽으로 경계가 그어졌다. 구경꾼의 시선에선 역동적이지만, 선원들로서는 죽을 맛이다. 한 선원에게 듣자니 “그물을 깔고 걷는 건 둘째고, 멸치 털이가 가장 고역”이란다. 예닐곱 시간은 보통이고, 많이 잡혔을 때는 밤늦도록 작업이 이어진다. 기장 해안가엔 빼어난 형태의 바위들이 많다. 일광면 일대에 수없이 많은 수석 판매장이 늘어선 것도 이런 이유다. 예전엔 ‘기장의 바둑돌’이란 말도 있었다. 기장군에 남은 ‘기포’(碁浦)란 지명은 그 역사의 흔적이다. 그 멋들어진 풍경 위에 죽성리 성당이 서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세트장이었던 곳으로, 청잣빛 바다와 어우러진 이국적인 자태가 인상적이다. 실제 미사는 열리지 않지만 5분이 멀다 하고 관광객들이 찾아 든다. 부산관광공사가 기장 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걷기코스도 마련해 뒀다. 기장등대길과 기장포구길이다. 등대길은 해동용궁사에서 오랑대, 서암마을을 지나 대변항까지 이어진다. 등대길의 묘미는 오가며 만나는 독특한 형태의 등대들이다. 서암마을엔 5개의 조형등대가 있다. 특히 젖병등대가 이채롭다. 5.6m 높이의 등(램프) 위에 도자기로 구운 젖꼭지 모양의 지붕을 얹었다. 등대 외벽에는 어린이와 아기 144명의 손과 발 도장이 찍힌 타일을 붙였다. 출산 장려의 뜻이 담겼다. 닭벼슬등대도 있다.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닭벼슬처럼 보인다 해서다. 원래는 차전놀이등대다. 일(一)자 방파제엔 장승등대를 세웠다. 일본 만화영화의 주인공 이름을 따 마징가 등대로도 불린다. 기장포구길은 일광면 학리마을을 출발, 수작업으로 배를 정비하는 기장조선소와 삼성대 등을 지나 이천마을까지 이어진다. 기장의 제철 먹거리는 역시 멸치다. 멸치회는 주로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서 먹는다. 구워서도 먹는다. 다만 값에 견줘 양은 다소 적다. 그 ‘험한’ 멸치 털이에서 온전하게 몸을 보전한 녀석들만 구이용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찌개는 일반적으로 방아잎을 넣어 끓인다. 방아잎은 산초와 비슷한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방아잎 향이 싫다면 주문 전 밝혀두는 게 좋겠다. 대변항 일대 어디서든 멸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요리 종류를 불문하고 대부분 2만~4만원 선이다. 대변항은 큰길을 기준으로 노점과 일반 식당으로 양분돼 있다. 노점에선 멸치 등의 생물만 판다. 멸치 40~50마리에 1만원쯤 받는다. 단 구이 등 조리는 일반 식당에서만 판다. 일종의 묵계인 셈이다. 기장의 또 다른 명물은 짚불 곰장어다. 곰장어를 짚불에 초벌구이한 뒤 이를 식탁에서 구워 먹는다. 월전리와 죽성리 인근에 장어마을이 조성돼 있다. 대변항까지는 경부고속도로 원동 나들목으로 나와 벡스코 사거리에서 송정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송정터널을 거쳐 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글 사진 부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가정의 달 기획 KBS 파노라마(KBS1 밤 10시) 시골의 굶는 아이들은 대도시의 14배나 된다.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 급식이 하루 끼니의 전부였다. 제작진이 만난 아이 또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하며 자주 끼니를 거르고 있었다. 밥을 먹을 땐 설거지하지 않은 밥그릇을 사용했고 반찬은 초고추장과 김가루가 전부였다. ■황금 카메라(KBS2 밤 8시 50분) 폭소, 미소 그리고 감동이 있다. 시청자가 만드는 코너 ‘찰칵 코리아’를 비롯해 ‘습격 당신의 한 컷’, 인터넷 UCC 스타들 ‘황금스타’와 직접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UCC로 만들어 전달하는 ‘힐링 카메라’까지. 다양한 작품 중 황금 카메라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대한민국 최고의 영상을 겨루는 시상식이 펼쳐진다. ■고향극장(KBS1 밤 10시 50분) 경남 진주 상촌마을에서는 소싸움대회의 발원지답게 토요일이면 소싸움대회가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싸움소 경력 40년에 소 눈빛만 봐도 소의 상태를 파악해 소싸움계의 전설로 불리는 강추삼씨를 만날 수 있다. 한편 강씨의 동생 규삼씨는 사사건건 잔소리가 늘어지는 형 때문에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내 마음의 크레파스(SBS 오후 5시 35분) 충북 청주시에 있는 상당산성 터널을 지나면 용담초 현양분교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경제적인 이유나 가정 불화로 갈 곳 잃은 아이들을 위한 아동보호시설로, 전교생은 총 16명이다. 그중 지난 1월 이곳에 들어온 6학년 맏형 항선이가 전교회장으로서 학급을 아우르고 있는데….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경남 하동의 바다에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 섞이는 자리 기수역이 있다. 산란기를 맞아 육지와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하는 이곳의 갑오징어는 요즘 살이 가장 부드럽고 차지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자리, 강 같은 바다에 끊임없이 내주는 보물들이 있고 나무가 새순을 피우는 봄의 고장 하동으로 떠나본다. ■더 워(OBS 밤 9시 50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획기적인 벨트형 제트팩 등 병사들이 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개인 병기가 연구됐다.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전쟁에서 적군을 압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프로그램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병사를 실현시키기 위한 병기 개발의 발자취를 알아본다.
  • [커버스토리-장기 불황의 그늘] 주식·부동산 거품에 ‘잃어버린 20년’…日, 고령화·저금리·엔고 덮쳤다

    [커버스토리-장기 불황의 그늘] 주식·부동산 거품에 ‘잃어버린 20년’…日, 고령화·저금리·엔고 덮쳤다

    한때 전 세계를 장악할 듯한 기세로 뻗어가던 일본 경제는 1990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극심한 장기 침체 기간을 일컫는다. 이후에도 최근까지 저성장이 이어졌다. 결국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엔고 탈출을 위해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초 일본 주식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장기 불황의 서막이 올랐다. 금융 산업이 휘청하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줬다. 일본 기업은 3대 과잉(고용, 설비, 채무의 과잉)으로 고전했다. 투자는 실종됐고, 소비는 부진에 빠졌다.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경제는 탄력을 잃어갔다. 정부 대응도 늦었다. 뒤늦게 제로(0%) 금리를 통해 금융완화 정책을 단행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했지만 장기 불황의 골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 1980년대 연평균 4.4%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0년대에는 연평균 1.5%에 그쳤다.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자산가격도 폭등했다. 부동산 가격은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올라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 1981~1991년 6대 도시의 상업용지 가격은 1970년대에 비교해 473%, 주거용지 가격은 225% 상승했다. 결국 버블 붕괴라는 치명타를 입었다. 1991년 이후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6대 도시의 상업용지와 주거용지 가격은 최고점을 기록했던 때와 비교해 각각 5분의1, 2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도쿄 주택지는 버블붕괴 후 연간 9%씩 하락했다. 1999년에는 최고 가격을 기록했던 10년 전에 비해 57% 수준으로 떨어졌다. 1980년대 주가는 6배로 상승했다. 특히 엔화와 독일의 마르크화 강세를 유도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주가상승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5년간 200% 올랐다. 1989년 말 고점을 보인 주가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는 데는 불과 3년이 걸리지 않았다.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1989년 3만 8915에서 1999년 말 1만 8934로 하락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 1985년 2월 달러당 260엔이었던 환율은 3년 만인 1987년 말 120엔, 1995년 중반 80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엔고로 인한 수출 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급격하게 낮췄다. 1985년 말 5%였던 정책금리는 불과 1년 사이에 2.5%까지 인하됐다. 금리가 낮아지자 시장에는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넘쳐난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버블을 형성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의 장기 침체 과정에서 심한 소비위축 현상을 경험했다. 일본의 평균 민간소비 증가율은 1980년대 3.7%에서 1990년대 1.5%로 급격히 떨어졌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0.9%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자산버블→기업수익성악화→부동산 및 주가폭락→저성장의 구조화’라는 그릇된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20년 동안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이 줄고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탓에 현재 일본의 국민소득은 20년 전보다 못하다. 2011년 일본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68만 1000엔(약 4700만원)으로 20년 전인 1992년보다 2.5% 떨어졌다. 반면 국가 빚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1992년 GDP의 20%에 불과했던 국가부채 비율은 20년 만인 지난해 230%로 불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23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영기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소장은 일본 장기 불황 원인에 대해 “자산 버블이 꺼진 후 성장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심리가 매우 낮아진 게 큰 원인이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적절한 투자와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고령화와 저금리, 엔고 등으로 불황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전국 대도시 대형병원에 메디텔 들어선다

    앞으로 전국 어디에나 의료관광객용 호텔인 ‘메디텔’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규제에 막힌 10여개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 6건의 애로사항도 풀린다. 이에 따라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온 에쓰오일의 8조원대 공장 신설과 공정거래법에 묶였던 SK종합화학의 1조원대 합작공장 투자 등이 성사되게 됐다. 강동경희대병원은 1호 메디텔을 세울 전망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총 12조원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보고했다.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린 것은 4년 만이고, 정기회의로 부활한 것은 34년 만에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규제 완화는 돈을 들이지 않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면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이 풀리면 반드시 (투자 등의) 성과가 나야 하고,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구체적으로 ▲규제·인허가 지연으로 대기 중인 대규모 기업 프로젝트 6건 지원 ▲입지·진입 규제 개선 ▲중소기업 투자 인센티브 등을 제시했다. 먼저 지방에 있는 국가산업단지 안의 저장시설 등 공공기관 운영시설을 지하화해 180만㎡ 규모의 여유 부지를 확보하기로 했다. 산업단지 내 땅이 없어 투자를 못하고 있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의 석유·정유시설 증설이 가능해졌다. 공동출자법인에 한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보유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완화하고, 외국인 합작법인의 규제도 풀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가 일본 기업들과 추진 중인 각각 1조원 규모의 파라자일렌(PX·석유화학 원료) 합작공장 사업 등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호텔업종에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을 추가, 서울 도심의 대형병원들이 메디텔을 지을 수 있게 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의료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의 가업상속 공제 요건도 완화된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이번 조치로 총 12조원의 직접투자가 예상된다”면서 “유발효과 등을 고려하면 실제 효과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美서 가장 부유한 도시는 뉴욕·LA도 아닌 ‘이곳’

    美서 가장 부유한 도시는 뉴욕·LA도 아닌 ‘이곳’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는 뉴욕, LA도 아닌 ‘샌 라몬’이라고 미국의 개인금융 전문 사이트 ‘너드월렛’(NerdWallet)이 새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너드월렛’이 연 가계소득 10만 달러(약 1억 1천만 원)가 넘는 비율이 높은 도시를 미국 인구조사국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샌 라몬이 63.5%로 1위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샌 라몬은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위성도시며 석유 대기업 셰브런(Chevron)의 본거지로도 유명하다. 즉 이 지역은 부유층 밀집지역으로 대부분 경영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너드월렛의 분석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주로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에 분포한 총 16개 도시에 사는 주민 절반 이상이 매년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내고 있으며, 그 모든 도시는 경제적으로 활기찬 대도시 주변의 부유한 교외도시인 것을 알아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뉴욕이나 LA와 같은 대도시는 소득 불평등 비율이 높아 순위에 들 수 없었다.  연 가계소득 10만 달러 이상인 미국 도시 톱 16  1위. 샌 라몬 (캘리포니아주) 63.5%/ 샌프란시스코(인근 대도시)  2위. 플라워 마운드 (텍사스주) 62.8% / 댈러스포트워스  3위. 플레젠튼 (캘리포니아주) 59.8% / 샌프란시스코  4위. 요바린다 (캘리포니아주) 58.8% / 로스앤젤레스  5위. 카멜 (인디애나주) 58.4% / 인디애나폴리스  6위. 팔로 알토 (캘리포니아주) 57.8% / 샌프란시스코  7위. 뉴튼 (매사추세츠주) 55.4% / 보스턴  8위. 네이퍼빌 (일리노이주) 54.8% / 시카고  9위. 프리스코 (텍사스주) 53.7% / 댈러스  10위. 더 우드랜즈 (텍사스주) 53.4% / 휴스턴  11위. 존스 크리크 (조지아주) 52.1% / 애틀랜타  12위. 엘리코트 시티 (메릴랜드주) 51.7% / 볼티모어  13위. 앨런 (텍사스주) 51.2% / 댈러스포트워스  14위. 레이크포레스트 (캘리포니아주) 50.7% / 로스앤젤레스  15위. 하이랜즈 랜치 (콜로라도주) 50.5% / 덴버  16위. 알링턴 (버지니아주) 50.3% / 워싱턴 D.C 사진=자료사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기고] 도시가 국부의 원천이다/온영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

    [기고] 도시가 국부의 원천이다/온영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

    ‘도시가 국부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설득력 있게 다가온 적은 없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인 제이컵스는 저서 ‘도시와 국가의 부’에서 모든 경제적 활력의 근원에는 도시의 역동적인 수입대체 활동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역동성이 발현되지 않고서는 한 나라의 경제적 번영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성취한 눈부신 경제성장도 시장, 일자리, 기술, 자본 등의 동인이 균형적으로 힘을 발휘해 수입대체에 성공하도록 도시권의 발전을 이끌어낸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화가 도시화를 촉진하고, 도시화가 다시 산업화를 추동하는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조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도시로 유입되는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다. 상당수의 중소도시는 심각한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도시에서도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떠난 후 새로운 산업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수출 증가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아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2%대다. 이 같은 우리 경제의 근저에는 정체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도시가 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역동적 힘을 회복하게 할 방안은 없는가. 우리보다 먼저 도시 쇠퇴와 함께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경험했던 영국, 일본 등에서는 도시 재생이라는 처방으로 대응해 왔다. 도시 재생은 두 가지 형태의 쇠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는 도시경제를 지탱해 왔던 산업기반이 무너지면서 쇠퇴가 도시 전반으로 확산되는 형태, 다른 하나는 도시 내 근린 수준의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는 형태의 쇠퇴다. 전자의 재생은 도시의 경제기반 재구축에, 후자의 재생은 근린공동체의 회복에 목표를 두게 된다. 재정 투입의 규모나 범위, 운용방식 등에서 양자가 차이를 보이겠지만 동일한 원칙에 의해 운용된다. 정부는 재생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치, 재정, 인적 자원들을 성공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하는 데 머무는 대신 재생현장의 주체가 모든 과정을 주도하면서 이해당사자의 자발적 참여와 유기적 협력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포괄보조금제도나 인정제도 등을 통해 분리된 재정과 독립된 절차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기존의 다양한 관련사업이나 프로그램들을 도시 재생 현장 여건에 맞춰 통합·조정해야 한다. 재정 투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과거의 목표 지향적, 성과 지향적 추진 방식 대신 과정 중심의 목표 개방적 운용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참여 주체들이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 재생은 고성장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계획·개발 관련 제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정체와 쇠퇴로 활력을 잃고 있는 우리 도시에 도입된다면, 도시 경제회생의 효과적인 수단과 함께 창조경제가 실현되는 구체적인 현장을 제공해 줄 것이다.
  • 10대그룹 ‘돈 쌓아두기’ 사상 최고…정부 “수도권 규제 풀어 투자 활성화”

    10대그룹 ‘돈 쌓아두기’ 사상 최고…정부 “수도권 규제 풀어 투자 활성화”

    국내 10대 대기업집단(그룹)들의 유보율이 지난해 1400%를 넘어섰다. 4년 전보다 500% 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거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그룹들이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곳간에 쌓아 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엔저 가속화로 기업 투자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며칠 안에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 등을 포함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호텔 건설 등 재계의 희망사항이 반영될지 관심이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2012년도 유보율은 1441.7%다. 2008년 말(923.9%)보다 517.8% 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회사 내에 쌓아 두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유보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재무구조가 허약하다는 뜻이다. 반면 과도하게 높으면 투자 등 생산적 부문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10대 그룹의 유보율 상승은 전형적인 ‘불황형 투자 부진’의 모습이다.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28조 1100억원으로 2008년 말 25조 4960억원 대비 1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잉여금은 같은 기간 235조 5589억원에서 405조 2484억원으로 72.0%나 늘었다. 그룹별 유보율은 롯데가 1만 4208.3%로 가장 높다. 이어 SK(5925.0%), 포스코(2409.9%), 삼성(2276.4%) 등의 순이었다. 전체 상장사 656곳의 유보율도 892.6%로 900%에 육박했다. 5년 전 712.9%보다 179.7% 포인트 상승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유보율은 무려 4만 5370%에 달했다. 이런 추세는 올 들어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뿐 아니라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익이 날 것이 확실하면 ‘땡빚’을 내서라도 투자하지만 경기가 불투명하면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의 공격적 엔저 정책의 후폭풍으로 기업 환경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2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과의 경쟁이 극심한 자동차, 철강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투자부진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 부총리는 이날 경기도 시흥시 시화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서 “투자 부진의 원인이 불합리한 규제에도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털 것은 다 털고 가자는 취지로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면서 “며칠 내에 규제 개선을 통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규제를 확 풀어 투자를 많이 해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경제 5단체와 경기도 등은 그동안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수도권 규제 정책으로 수도권 지역의 공장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막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대도시 주변 산업의 입지를 억제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을 꼽아왔다. 이에 따라 재계의 숙원인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설과 경기 동부권 역내 대기업 공장 증설 등은 물론, 대한항공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7성급 호텔 건설과 현대자동차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등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DB를 열다] 1967년 서울 구경 온 낙도 어린이들

    [DB를 열다] 1967년 서울 구경 온 낙도 어린이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을 낙도(落島)라고 한다. 1969년에 제작된 ‘수학여행’이라는 영화가 있다. 섬마을의 낙도에 부임한 교사(구봉서 분)가 갖은 노력을 한 끝에 섬 아이들과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아이들은 서울에 도착해서 서울 아이들의 환대를 받고 집으로 초대를 받는다. 도심과 고궁을 돌아보며 섬과는 너무나 다른 대도시 서울의 모습에 신기해한다. 서울 아이들은 돌아가는 낙도 아이들에게 리어카를 선물해 준다. 요즘도 낙도 어린이를 서울로 초청하는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교통이 좋아지고 도농 격차가 줄어서 낙도의 개념이 희미해졌다. 그러나 1960년대만 해도 낙도나 오지에서 서울로 오려면 배와 버스, 기차를 몇 번씩이나 갈아타야 했고 시간도 하루가 넘게 걸렸다. 그만큼 돈도 많이 들어 독지가나 단체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사진은 1967년 4월 베트남에 파견된 기술자들이 고국에 보내온 성금으로 서울 구경을 온 낙도 학생들의 모습이다. 제주도 가파초등학교, 울릉도 석포초등학교, 진도 지산서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이다. 스카우트 복장을 한 서울 아이들이 팡파르를 울리며 환영하고 있다. 교복 차림에 모자를 쓴 시골 아이들은 환영 인사를 받으면서도 즐겁다기보다는 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다. 품에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데 아마도 서울 아이들에게 줄 선물인 모양이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車보험 만기때 30% 갈아 타

    자동차보험 가입자 10명 가운데 3명은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사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만료된 개인용 자동차보험 계약 1225만건의 갱신보험사를 조사한 결과 자동차보험 재가입률은 69.0%로 집계됐다. 만기가 도래한 고객 10명 중 3명은 다른 보험사로 ‘갈아탄’ 것이다. 특히 보험료가 높은 가입자일수록 보험사를 바꾸는 경향이 강했다. ▲20~30대의 젊은 고객이거나 ▲가입 경력이 3년 미만으로 짧고 ▲사고 발생이 잦은 대도시 거주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잦은 보험사 변경은 판매비 증가 및 과당경쟁 등으로 인해 적정 보험료 운영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시론] 진주의료원 사태의 해법/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시론] 진주의료원 사태의 해법/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

    진주의료원의 사망이 경각에 이르렀다. 제대로 병원 구실을 해 보겠다고 새로 지었건만 채 피어 보지도 못하고 지고 말 상황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는 결국 적자다. 그런데 ‘적자 때문에 병원 문을 닫는다’는 이 날카로운 논리는 진주의료원을 넘어 수많은 한국의 병원들을 노리고 있다. 공공병원의 적자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을까. 그것은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과 공공병원의 비합리적 평가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병원들은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적자를 면해 생존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날로 심해지는 병원 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환자에게 받는 비급여를 늘리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전체 진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 비중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런 점 때문에 병원 경영과 가난한 사람들 질병 치료 사이에서 한국의 병원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가 낮아 국가 차원의 효율적 보건의료 체계를 유지하게 되었으나, 병원들은 적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과 농어촌 주민들처럼, 병원 적자라는 시장논리로 의료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 의료안전망 기능을 하는 공공의료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법적으로 시설과 장비 투자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투입된 원가 걱정 대신 공공의료를 하라는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목적 배경이다. 하지만 공공의료원의 이러한 공공의료 기능은 적자논리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료 기능을 평가하는 경영지표가 기업회계를 따른 의료기관 회계기준의 적용을 받아 정부 투자 부분을 갚아야 하는 감가상각비용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원 적자는 건강보험의 저수가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받아야 하는 환자 본인부담 비급여를 가난한 사람 진료를 위해 줄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공공의료원 시설과 장비 투자 부분을 회계상 비용으로 책정하게 하는 법률상 모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공의료원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사람들은 공공의료원이 민간병원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불평하였으며, 정치인과 지자체는 툭하면 적자 문제를 드러내며 공공의료원 폐업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운 이웃의 안타까운 이야기나 또는 이처럼 공공의료 필요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상충되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주의료원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새누리당에 의해 끝내 봄꽃보다 먼저 질 위기에 놓였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름대로 공공의료를 하겠다고 노력해온 진주의료원 노사를 무능력과 강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스스로 공공의료를 모르고 노력해 오지 않은 지자체의 허물을 감추려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국민의료비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공공의료만이 줄 수 있다. 우선 건강보험 수가를 높여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함으로써 대도시 중심의 치료 위주 보건의료 서비스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공공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해 주민의 적절한 건강검진과 체계적인 만성병 관리 안내를 활성화하여 예방 가능한 입원이나 수술을 대폭 줄여야 한다. 공공의료원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외국의 공공병원은 이런 일을 주된 공공보건 사업으로 수행하여 지역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왜 한국은 안 되겠는가? 공공의료원을 살려야 한다. 제대로 된 투자와 임무 부여를 통해 보건소와 연계되고 개원의의 벗이 되어 취약계층의 안전망이자 지역사회 주민 건강관리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 피로 물든 美 애국자의 날…”12년 싸워도 테러 못 막았다” 패닉

    피로 물든 美 애국자의 날…”12년 싸워도 테러 못 막았다” 패닉

     15일(현지시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최악의 ‘9·11 테러’ 악몽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2만 7000여명이 참여한 국제 마라톤대회에서 테러가 감행되자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초등학생 희생자 등 26명을 추모하는 의미가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게다가 테러가 발생한 날은 보스턴이 포함된 메사추세츠주와 메인주가 공휴일로 지정한 ‘애국 기념일’로,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다른 어느 날보다 역사적인 공휴일에 이 같은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포스럽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사전에 테러 관련 어떠한 징후도 없었을뿐더러 다중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혹해하면서도,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에 즉각 나섰다. 보스턴 경찰이 용의자와 범행 동기 파악에 나선 가운데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서둘러 ‘테러’로 규정하고, 사건 발생 직후 주요 대도시에 대한 치안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비밀경호국(SS)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통제했고, 뉴욕 경찰도 호텔 등 주요 건물에 주요대응팀(CRT)을 배치했다. 또 사법당국은 잠재적 원격 기폭을 막기 위해 보스턴 내 휴대전화 서비스를 중단했고, 연방항공청(FAA)은 보스턴 폭발사고 인근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미 당국이 이렇게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1년 7개월이 지났지만 테러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에도 2009년 12월 디트로이트 항공기 테러,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퀘어 테러, 2011년 1월 워싱턴주 폭탄테러 등 적지 않은 테러 시도가 있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9·11 테러 10주년을 앞둔 2011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국제테러조직 알케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테러 공포에 시달렸던 미국인들은 승리를 자축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알카에다의 또 다른 거물 지도자인 안와르 알올라키의 사망도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선언했던 ‘테러와의 전쟁’이 마침내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고,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은 세계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년 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번 보스턴 테러에서 보듯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막는 것은 어려운 것임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보스턴글로브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은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던 과거의 유물로 생각했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다시 발생해 우리의 안전을 위협했다”며 “이번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배워 예방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 모두가 보스턴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마라톤은 계속될 것이고, 어떤 테러 행위도 미국 역사 속 전통을 훼손할 만큼 강하지 않다”며 미국인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美 보스턴 폭탄 테러] 피로 물든 美 애국자의 날… “12년 싸워도 테러 못 막았다” 패닉

    [美 보스턴 폭탄 테러] 피로 물든 美 애국자의 날… “12년 싸워도 테러 못 막았다” 패닉

    15일(현지시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최악의 ‘9·11 테러’ 악몽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테러가 감행되자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초등학생 희생자 등 26명을 추모하는 의미가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게다가 테러가 발생한 날은 보스턴이 포함된 매사추세츠주와 메인주가 공휴일로 지정한 ‘애국자의 날’로,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다른 어느 날보다 역사적인 공휴일에 이 같은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포스럽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에 즉각 나섰다. 보스턴 경찰이 용의자와 범행 동기 파악에 나선 가운데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서둘러 ‘테러’로 규정하고, 사건 발생 직후 주요 대도시에 대한 치안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비밀경호국(SS)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통제했고, 뉴욕 경찰도 호텔 등 주요 건물에 주요대응팀(CRT)을 배치했다. 또 사법당국은 잠재적 원격 기폭을 막기 위해 보스턴 내 휴대전화 서비스를 중단했고, 연방항공청(FAA)은 보스턴 폭발사고 인근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미 당국이 이렇게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1년 7개월이 지났지만 테러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에도 2009년 12월 디트로이트 항공기 테러,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퀘어 테러, 2011년 1월 워싱턴주 폭탄테러 등 적지 않은 테러 시도가 있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9·11 테러 10주년을 앞둔 2011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테러 공포에 시달렸던 미국인들은 승리를 자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고,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은 세계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년 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번 보스턴 테러에서 보듯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막는 것은 어려운 것임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보스턴글로브는 “이번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배워 예방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 모두가 보스턴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마라톤은 계속될 것이고, 어떤 테러 행위도 미국 역사 속 전통을 훼손할 만큼 강하지 않다”며 미국인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생명의 窓]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리고 ‘자고새’/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리고 ‘자고새’/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노랫말이 비장한 줄은 애초에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심오한 줄 몰랐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말이다. ‘불후의 명곡’이란 TV프로그램에서 알리의 몸을 통해(그렇다, ‘몸’이라 했다. 노래는 입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부르는 거다) 부활한 그 노래는 그저 흔한 대중가요가 아니었다. 시작부터 장엄했다. ‘랩’이라고 하면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미국 흑인가수 흉내를 내며 잘 들리지도 않는 가사를 읊조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연한 목소리와 절제된 손동작으로 표현된 독백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이자 설교였다. 모두가 하이에나처럼 서로의 상처와 고통을 헤집으며, 남의 실패와 죽음을 통해 제 잇속을 차리는 데 혈안이 된 세상에서 화자는 외친다. 차라리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고 싶다고. 도시는 하이에나의 욕망이 들끓는 도가니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성경 역시 도시의 기원을 카인에게로 소급한다. 그가 제 아우를 살해한 뒤 에덴의 동쪽에 세운 ‘에녹’이 인류 최초의 도시다(창세기 4:16-17, 새번역성경). 그런 도시 안에서 고고한 표범을 꿈꾸는 이는 반동적이다. 성공한 하이에나에게 주어지는 풍요와 권력이 결코 그의 몫일 리 없다. 가난과 고독을 천형처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십자가만이 그의 운명이다. 그 대표적 인물로 화자는 네덜란드가 낳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꼽는다. 고흐가 얼마 전에 서울을 다녀갔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 전시회 같은 것은 사치로만 여기던 내게 그가 말을 걸어왔다. 꼭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 책무감은 순전히 ‘킬리만자로의 표범’ 탓이다. 그 노래에 등장한 고흐, 그러니까 “야망에 찬 대도시 한복판에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대수이랴.” 호기롭게 위무하며,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분연히 결기하는 고흐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걸린 이번 그림들은 고흐의 파리 시절에 한정된 것으로, 그의 일생을 더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내 눈은 ‘자고새가 있는 밀밭’(1887) 하나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사를 누렸다. 비단 이 그림이 그가 파리 시절에 그린 유일한 시골 풍경이어서가 아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새가 그동안 익히 알려졌듯이 ‘종달새’가 아니고 ‘자고새’라는 새로운 발견 때문이다. 미술관 측에서는 친절하게도 네덜란드 현지에서 종달새와 자고새의 박제까지 들여와 전시해 놓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노랗게 영근 밀이 바람결에 몸을 흔든다. 이에 놀랐는지 자고새 한 마리가 푸드득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꿩과에 속하는 자고새는 남이 제 둥지에 낳아놓고 간 알을 제 새끼인 양 품는 바보다. 고흐 역시 그걸 알았는지, 진작에 저 멀리 날아간 이름 모를 새를 점 하나로 표현했다. 어떻게든 남을 이용해 먹으려고 안달하는 세상에서 뻔히 속는 줄 알면서도 속아 주는 바보는 사랑의 다른 이름일 터. 고흐는 이런 식으로 도시 안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을 주장한 게 아니었을까.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이라고 고흐의 자고새가 노래한다. 그런 사랑은 필연적으로 외롭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의 밝기는 외로움의 깊이와 비례하는 법이다.
  • 탄력받은 아베노믹스, 日경제가 들썩인다

    탄력받은 아베노믹스, 日경제가 들썩인다

    20년 장기불황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26일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은 금융 완화, 재정 지출에 이어 기업 법인세 감면까지 검토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중의원(하원) 선거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9737.56이던 닛케이 지수가 30% 이상 급등해 9일 1만 3192.35로 마감했다. 달러당 엔화도 총선 전 85.53엔에서 이날 오후 3시 99.19엔으로 100엔대 회복을 앞두고 있다. 경기전망 지수인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12월 92.1에서 지난 2월 97.5로 치솟았다. 2007년 10월 이래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 체감경기도 3분기 만에 개선됐다.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 따르면 대기업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가 마이너스 8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생활의식조사에서 “1년 후 물가가 오를 것이다”라는 응답자는 74.2%에 달했다. 이는 2008년 9월 이래 최고 수치로 지난해 12월 53%에서 무려 20%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소비 심리가 풀리면서 지난 20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백화점에는 손님이 넘쳐나고, 긴자의 고급 술집 거리에는 수억 원대 검은 세단이 줄지어 늘어선다. 전국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2.4% 감소했지만 2월에는 0.3% 증가했다. 2월 신차 판매 역시 7개월 만에 최고치인 47만 7000대를 기록했다. 실물 경제가 살아나면서 거품 붕괴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주요 대도시 중심가에는 초고층 빌딩을 새로 짓는 재개발 사업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새 주택 착공이 지난해 12월 88만호에서 지난 2월 94만 4000호로 늘었고, 건설공사 수주도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4.8% 증가에서 지난 2월 16.3% 증가로 활기를 띠었다. 기업도 신바람이 났다. 엔저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고, 정부는 내친김에 법인세 감면도 검토하고 있다. 일반 기업은 물론 벤처기업, 의료 등 성장 분야 기업으로 감세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도산 기업 숫자도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동향 조사회사인 도쿄 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기업 도산 건수(부채액 1000만엔 이상)는 전년 대비 7.8% 감소한 1만 1719건으로, 1991년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일본 경제의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아베 총리의 전방위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자리잡고 있다. 아베 총리가 ‘3개의 화살’(금융, 재정, 성장) 정책을 통해 취임 100일 만에 일본 경제를 완전히 뒤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위적 경기부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위적 경기 부양이 설비투자와 임금인상 등 경제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친환경 잔디깎기, 비법은 양치기?

    친환경 잔디깎기, 비법은 양치기?

    유럽에서 친환경 잔디깎기 작전에 시동이 걸린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공해를 줄이기 위해 가축을 이용한 잔디깎기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예정된 D데이는 3일. 작전에 동원되는 가축은 다름 아닌 양이다. 잔디밭에 양을 풀어 식사(?)를 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잔디를 관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한 프로젝트다. 잔디깎기에 가축을 동원하면 기계와 살초제 등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파리 당국의 설명이다. 잔디관리의 중책을 맡는 양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파리 당국은 2000m2 규모의 시립문서보관소 잔디밭 부지에서 가축을 이용한 친환경 잔디깎기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결과에 따라 파리는 이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도 양을 이용한 친환경 방식의 잔디깎기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면 공원 등지로 프로젝트를 확대 시행할 생각이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신화 속 ‘지옥으로 가는 문’ 실제장소 찾았다

    해외 고고학자가 터키에서 ‘지옥으로 가는 문’(The Gate of Hell)을 발견했다고 주장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디스커버리뉴스 등 해외 언론이 2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살렌토대학의 고고학자 프란체스코 단드리아 교수에 따르면, 터키 남서부에서 발견한 이곳은 파무칼레, 고대명 히에라폴리스이며, 로마시대부터 극장과 신전, 사람들이 다 함께 목욕할 수 있는 온천 등이 발달했다. 현재의 파무칼레는 석회화단구(석회암 지역에서 물에 녹아있던 탄산칼슘이 침전하여 접시 모양의 지형이 계단 형태로 접하는 지형)로 유명하다. 단드리아 교수는 유명한 고대도시에서 이미 폐허가 된 지역을 찾았는데, 2년 여의 조사 끝에 이 폐허가 신화 속 ‘지옥으로 가는 문’의 실제 장소가 확실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리스 역사학자인 스트라보(Strabo, 기원전 60~서기 24년)은 ‘지옥으로 가는 문’에 대해 “이곳은 안개와 증기로 가득 차 있어 간신히 앞을 볼 수 있다. 또한 어떤 동물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는데, 참새를 떨어뜨려보니 곧장 죽는 것을 목격했다.”고 기록한 바 있으며, 단드리아 교수는 스트라보가 묘사하는 곳이 히에라폴리스의 이 폐허라고 주장했다. 단드리아 교수는 “과거 이곳의 온천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매우 해로운 성분을 포함한 증기가 뿜어져 나와서 생명체가 접근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우리는 발굴 작업 중 동굴 입구에서 이산화탄소 등 탄소산화물 때문에 죽은 새의 사체를 여럿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에서 발견한 대리석 기둥에는 지하세계의 왕인 플로토와 코레(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젊은 여인의 상)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으며, 이들에게 재물을 바치는 재단의 흔적 역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프란체스코 단드리아 교수는 2011년 32년의 연구 끝에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명인 사도 빌립의 무덤을 파무칼레에서 찾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워싱턴-하와이- 동·서부 대도시 겨냥…미군 작전거점·민간인 대량살상 위협

    북한이 지난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재한 작전회의 사진을 통해 미국 본토 주요 타격 계획 작전도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유사시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로 공격할 미국의 주요 군사 목표와 민간도시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계획도에는 북한에서 시작된 화살표가 미국 동부의 워싱턴 DC, 중부의 콜로라도주, 서부 캘리포니아 연안, 하와이 등 4개 지점을 겨냥해 연결돼 있다. 이 4개 지점은 각각 워싱턴의 미 국방부,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인근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미해군 3함대,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PACOM)의 소재지로 추정되며 한반도 전쟁 시 미군의 작전과 연관된 주요 거점들이다. 북한은 특히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핵과 미사일을 이용한 민간인 대량살상 위협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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