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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바랜 작은 정부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면서 대대적인 부처 통폐합과 인력 감축을 단행했지만 정작 올해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감축에 따른 예산절감 효과를 노렸던 정부 구상이 정 반대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8일 서울신문이 기획재정부의 ‘2009년 공무원 정원 및 인건비 예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방부, 국회, 대법원을 제외한 42개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인건비 예산이 지난해 11조 9659억원에서 12조 3626억원으로 3967억원 늘어났다. 이 예산은 기본급을 비롯해 성과상여금, 명절휴가비, 정액급식비, 가계지원비, 직급보조비 등 각종 공식 수당인 실수령 급여항목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부처 통폐합 과정에서 42개 기관 정원을 25만 439명에서 올해 24만 8877명으로 1562명 줄였다. 또 지난해 말에는 공무원 정원과 임금 동결을 선언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예산이 대폭 증가한 것은 지난해 조직개편 당시 쏟아져 나온 초과현원에 대한 인건비를 예산에 반영해 지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행안부는 ▲2원 18부 4처 18청 4실 10위원회(총 56개 기관)에서 ▲2원 15부 2처 18청 3실 5위원회(총 45개 기관)로 개편하면서 3부 2처 1실 5위원회(총 11개 기관)를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장·차관 등 정무직 16명을 비롯해 고위공무원, 3·4급 이하 등 모두 3427명을 줄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원은 줄었지만 조직개편 당시 나가라고 하지 못한 초과현원이 퇴소할 때까지 정원 외로 간주해 직급별 평균 단가에 반영됐다.”면서 “일부는 통폐합 과정에서 직급이 올라가 임금이 높아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직개편 당시 퇴출 1호로 꼽혔다가 결국 해직된 별정·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처우와 일반직 공무원간 처우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정원이 줄면 인건비 예산이 줄어야 한다.”면서 “급여에 잡히지 않는 각종 수당들이 기본급에 반영돼 전체적인 급여 예산을 늘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직개편 당시 발령대기하던 ‘인공위성’형 공무원들의 급여를 정부총액 인건비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교수 시국선언 보·혁 갈등 조짐

    고려대, 성균관대, 성공회대, 방송통신대 등 서울 지역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8일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교수들의 시국선언의 내용이 정치편향적이라며 반기를 드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교수사회내 보·혁 갈등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고려대 교수 131명은 이날 ‘현 시국에 관한 우리의 제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정부의 서울광장 폐쇄, 시민단체에 대한 압박을 지적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대적인 국정쇄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교수 35명은 이날 교내 호암관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무리한 공권력 사용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학 박승희(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권침해적인 전직 대통령 수사, 공권력을 사용한 평화적 조문 방해 등이 과거 군사정권의 악몽을 떠올려 교수들이 뭉치게 됐다.”고 전했다. 성공회대 교수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와 국민적 애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의 사과와 집회·시위 자유 보장, 용산참사 사태 해결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건국대, 숭실대, 경희대 등도 9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움직임도 만만찮다. 교수사회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서강대 안세영, 서울대 박효종,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릴레이식 시국선언에 우려를 표할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시국선언 내용이 정치편향적이고 사회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으므로 차라리 이런 의제들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여의도 빌딩 숲 사이에 녹지 조성

    금융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한국의 월가’로 불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가 녹지와 휴식공간을 갖춘 보행자 중심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울 영등포구는 금융특구인 여의도 지역의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여의나루길(지하철 여의도역~한국거래소·430m)과 용호로(원효대교 남단~여의교 북단·1㎞), 여의동로(여의교 북단~여의상류나들목·650m)에 대한 보도환경 개선사업에 나선다. 구는 우선 금융중심지라는 여의도의 특성을 살려 빌딩 사이사이의 빈터에 소규모 녹지를 조성해 개방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금융인들이 산책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도 줄이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도록 이들의 요구도 거리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여의나루길에는 한국거래소(옛 증권선물거래소)를 비롯한 금융사, 오피스타운이 밀집해 있는 만큼 간판 개선사업도 병행해 거리 전체에 통일감을 높이기로 했다. 가로등의 수를 늘리고, 조도도 높여 직장인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 이후에는 주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거리 세 곳은 모두 화강석으로 균일하게 포장되며, 외국의 유명 문화거리처럼 신호등, 가로등, 소화전, 벤치, 공중전화부스, 볼라드(자동차 진입 방지봉) 등에 ‘통합디자인’을 적용해 거리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보도와 공공시설물에는 무채색 계열의 단일 색상을 사용해 보행자들에게 시각적 안정감을 주기로 했다. 차도와 보도 사이에 띠녹지를 조성하고, 가로수를 추가로 심어 거리 곳곳에 보행자를 위한 녹지공간도 조성한다. 여의나루길의 경우 이미 지난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호로와 여의동로 구간도 이달 중 착공해 10월에 준공된다. 김형수 구청장은 “여의도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거리 정비작업을 통해 뉴욕의 월가나 런던의 카나리워프처럼 첨단 금융업무와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룬 금융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명품 관광지’ 새만금 1000만을 유혹한다

    ‘명품 관광지’ 새만금 1000만을 유혹한다

    새만금 관광시대가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긴 33㎞의 방조제를 따라 휴양, 생태, 해양 명품관광지가 조성되는 새만금지구는 벌써부터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해안권 관광 허브가 될 새만금지구는 올 연말 방조제가 완공되면 내년부터 연간 60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반시설이 확충되는 2015년에는 연간 국내외 관광객이 1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관광객 증가 대비 주차장 6000대로 확대 새만금 방조제 위에 시원스럽게 펼쳐질 관광도로가 연말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군산~부안 33㎞ 방조제 도로 구간은 새만금 내부 간척지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이 도로가 완공되면 새만금지구는 일반에 공개된다. 1991년 착공된 지 19년 만이다. 개발론자와 환경론자들의 숱한 논란 속에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 새만금 방조제는 서해안시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전북도와 부안군, 전북관광협회, 농어촌공사 등은 최근 방조제 개통에 대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편의시설 확충에 주력하기로 했다. 우선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현재 3곳에서 1145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6000여대 수준으로 확대한다. 방조제 주변에는 16곳에서 241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한다. 명절과 여름 휴가철에는 신시도~야미도 구간에 5000대를 수용하는 임시 주차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방조제 진·출입이 쉽도록 부안군 하서면~새만금 교차로간 4.4㎞ 구간 공사도 앞당겨 완공하고 접근성 확보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방조제 구간을 저속으로 오가는 투어버스도 선보일 전망이다. ●호텔·유스호스텔 등 투자문의 잇따라 고급 관광객과 단체 관광객 수요에 대비한 숙박시설도 대대적으로 확충된다. 부동산개발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르알살람홀딩스는 2012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비응도에 43층 규모의 특급호텔과 장기 투숙용 레지던스호텔을 건립한다. 부안군은 변산해수욕장과 궁항 일대에 숙박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의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군산조선소 인근의 호텔 건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관광산업에 관심이 높은 국내 대기업들도 대규모 휴양숙박시설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군산시도 금강 하구둑 옆에 단체관광용 유스호스텔을 짓는다. 전북도와 군산시, 부안군 등은 대규모 음식점을 지을 계획이며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8월부터 그린투어 열차를 운행한다. ●“서해안 최대 휴양시설로 육성” 새만금지구는 또 다양한 욕구를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관광지로 육성된다. 부안군 변산면 해창 석산과 직소천 인근에는 가든테마 파크와 테라피(치료·요양)타운이 들어선다. 1호 방조제 시점부에는 기념공원과 그린오션타운, 북가력도에는 워터파크, 남가력도에는 플라워가든이 조성된다. 2호 방조제에는 피싱랜드와 팜랜드, 신시도~야미도 구간에는 아일랜드 리조트가 각각 유치된다. 4호 방조제 중앙부지에는 에너지 테마파크가 들어서고 종점 부근에는 방문자센터가 건립된다.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은 관광단지 내에 우주체험형 파크인 ‘시티 챌린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곳에는 우주선과 인공위성 시뮬레이터, 무중력 체험시설, 우주개발 역사관 등이 들어선다. 이와 함께 자유구역청은 고군산군도에 국제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해 서해안권 최대 휴양시설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문 닫아거는 개방형 공직

    문 닫아거는 개방형 공직

    공직사회가 문을 닫아 걸고 있다. 지난달 기준 중앙행정기관 내 고위공무원 개방형 공모직위의 민간 전문가 비율은 42.3%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이상 수직 하락했다. 이는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며 도입한 ‘개방형 직위제도’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직사회 현장에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정부 조직개편이 대대적으로 단행되면서 절반 이상(52.7%)을 차지했던 개방형 직위 내 민간인 비율은 40%대로 추락했다. 부처 통폐합 과정에서 생겨난 일반직 공무원들의 초과현원에 자리가 밀린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등 실세 부처로 꼽히는 행정기관에서 더욱 극심하다.  서울신문이 7일 ‘고위공무원단 개방형 직위 부처별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현재 39개 중앙행정기관 고공단 개방형 총직위 수 168석(충원 130석) 중 15개 부 단위 기관의 개방형 총직위는 108석(충원 82석)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민간에서 채용된 외부 임용자는 33명(30.6%)으로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청은 총 44자리 가운데 13명(29.5%)만 외부에서 임용됐다.  특히 지경부는 전체 개방형 8개 자리 중 5개 자리를 모두 내부 공무원으로 채웠으며, 민간인은 1명도 임용하지 않았다. 교과부, 국토부 역시 충원된 각 8명, 6명 가운데 민간인은 각 1명에 불과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3명 중 10명이 내부 공무원이고 민간인은 3명이었다. 이밖에 행안부·농림수산식품부는 20%, 재정부·외교부는 33.3%로 역시 민간인 채용비율이 저조했다.  39개 기관 가운데 금융위원회, 노동부, 법제처, 문화재청, 식품의약품안전청, 조달청, 특허청 등 7곳(17.9%)은 외부 임용이 전무했다. 전체적으로 민간 전문가 비율이 30%대를 넘지 못하는 기관 수가 17곳(43.6%)으로 절반에 달했다. 소방방재청, 국가인권위원회 등 민간인 임용률 100%를 기록한 곳은 지정직위나 채용인원이 1~2명으로 매우 적은 경우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 임용에 대한 부처의 자율성을 높여주기 위해 장관의 인사권한을 강화하고 행안부와의 사전협의제를 없앴는데 거꾸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아울러 “대국대과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생겨난 초과현원을 해소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민간인 비율이 낮아진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지경부, 재정부, 행안부 등 인사·예산·집행을 담당하는 힘 있는 부처들은 공무원들 간에 인기가 높고 승진 적체도 심해 민간인이 들어오기가 어렵다.”면서 “이런 부처일수록 민간인이 오더라도 협조가 안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강주리 임주형기자 jurik@seoul.co.kr
  • [검찰 수사관행 이것만은 고치자] (1) 자백의 늪

    “이제까지의 수사 관행과 수사기법, 수사상황 브리핑, 보안사항 유출 등에 대한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5일 퇴임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비난 여론으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한 검찰이 각계의 제언과 비판에 귀 기울여 진지하게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신문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의 검사’로 거듭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관행과 문제점을 5회로 나눠 짚어 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7일 김평수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뇌물수수죄 등으로 구속했다.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법원에서 기각되자 검찰은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세 번째 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김 전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10여일 추가 조사해 기소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일이 터졌다. 뇌물을 주고받은 장소가 사라진 것이다. 건설사 대표 장모씨는 2005년 9월20일 오후 7시쯤 서울 강서구 염창동 N호텔 내 1층 한식당에서 김 전 이사장을 만나 2000만원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자백했다. 검찰은 장씨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기록을 작성했고 구속영장, 공소장에서도 N호텔을 뇌물수수 장소로 명시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확인할 결과 당시 N호텔은 리모델링 공사를 하느라 완전 철거된 상태였다.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간과 뒤늦게 검찰은 N호텔 옆에 있는 R호텔에서 돈이 오갔는데 장씨가 착각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증거 수집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뇌물공여자 말만 ‘받아쓰기’한 셈이 됐다. 검찰의 주장이 오락가락하자 법원이 지난달 28일 R호텔로 현장검증에 나섰다. 뇌물공여자의 자백을 믿을 수 있는지 법원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당시 이 사건을 지휘한 검사가 바로 지난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검찰청 청사에서 직접 조사한 우병우(42·사시 29회) 중수1과장이다. 검찰은 뇌물 사건을 수사할 때 뇌물공여자의 자백을 증거 확보 수단으로 삼고, 자백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증거 위주의 과학수사는커녕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간과하는 일이 생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업인 등 뇌물공여자는 죄를 털어놓으면 처벌받고 배신자로 찍히기 때문에 자백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검찰이 공여자를 압박해 자백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른 증거에 소홀해진다.”고 지적했다. 대대적인 사정수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구속이나 기소라는 목표를 정해 놓다 보니 검찰이 뇌물공여자의 진술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무죄 가능성을 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도 ‘박연차 게이트’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흔들림이 없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칭찬’했다. 그러나 자백에 의존한 이같은 수사가 법정에서 어떻게 결론 날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한보철강 인수와 관련해 대학 동창 문모(47)씨에게서 1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을 기소했다. 문씨는 1, 2차 검찰 진술에서 2004년 8월20일 뇌물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그해 8월16일부터 20일까지 중국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자 문씨는 날짜를 8월24일로 바꿨다. 뇌물액수도 2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번복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문씨의 진술에서 여러 가지 모순이 발견되고 자백한 동기가 의심스럽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대차그룹에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뇌물을 준 사람의 진술만 믿고 내린 기소”라고 지적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옛 사위 이모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받았다. 이씨가 정 전 비서관의 딸과 결혼하며 학력과 경력을 속인 데다 정 전 비서관과의 관계를 내세워 거액의 불법자금까지 받은 만큼 이씨 자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탈세, 비자금 조성 등 다른 범죄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여자가 뇌물 혐의를 과장한 것으로 판단되면 다소 의심스럽더라도 무죄를 선고한다.”면서 “공여자 진술이 지나치게 분명하고, 그 진술에 너무 의존한 수사는 ‘짜맞추기’가 아닌가 의심한다.”고 말했다. 뇌물을 주지 않았는데 자백하겠느냐는 ‘상식’으로만 판단하다 보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는 “열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죄 없는 한 사람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형사법의 기본을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국전 전사 중대장 유해 첫 확인

    6·25전쟁 당시 전사했던 장병 중 중대장급 유해에 대한 신분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5일 “2000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개시 이래 중대장급 장교의 유해가 처음으로 발굴돼 신원이 확인됐다.”며 “당시 수도사단 17연대 2대대 소속으로 낙동강 전투가 치열했던 1950년 8월 8중대장 임무수행 중 전사한 고(故) 고희경(육사9기·당시 30세) 중위”라고 밝혔다. 그동안 발굴작업이 시작돼 신분까지 확인된 전사자 가운데 최고 계급은 소위였다. 원래 중대장 계급은 대위지만 당시는 자원이 부족해 중위가 중대장을 맡은 경우도 많았다는 게 유해발굴단의 설명이다. 고 중위의 유골은 지난 3월 경북 포항 기북면 무명 380고지 부근에서 심하게 부식된 인식표(군번 15975)와 철재 계급장, 육사 졸업기념 버클 등과 함께 발굴됐다. 그러나 발굴단은 “현재 생존하는 직계 유가족을 찾을 수 없어 DNA 검사를 통한 최종 검증은 불가능한 상태”라며 친척의 연락을 당부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위기의 檢 구원투수는

    위기의 檢 구원투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함에 따라 수렁에 빠진 검찰을 건져낼 차기 총장에 누가 기용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 총장은 이날 오후 퇴임식을 갖는다. 차기 검찰총장으로는 임 총장의 한 기수 아래인 권재진(56·사시 20회) 서울고검장과 명동성(56·사시 20회) 법무연수원장이 유력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권 고검장이 총장 후보 0순위란 말이 흘러나온다. 그렇지만 TK(대구·경북) 출신이란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민심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남 출신을 다시 기용했을 경우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 국정원장과 경찰청장 등 주요 사정기관장을 TK 출신이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따라서 권 고검장의 동기인 명 법무연수원장도 무시못할 존재로 분류된다. 명 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07년 말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호남(전남 강진) 출신이란 점은 지역안배 차원으로 보면 강점이지만 아직 이 대통령이 집권 초반(1년 4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들보다 한 기수 아래인 사시 21회에서도 후보들이 즐비하다. 서울 출신인 김준규(54) 대전고검장과 부산이 고향인 문효남(54) 부산고검장, 광주 출신인 문성우(53) 대검차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시 22회에서 총장을 발탁하는 파격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럴 경우 인사 폭이 커 대대적인 물갈이가 가능하다. 천성관(52·충남 논산) 서울중앙지검장, 이귀남(58·전남 장흥) 법무차관이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다. 22회에서는 영남 출신이 아예 없기 때문에 선택은 그만큼 쉬워진다. 최대 변수는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거취다. 임 총장과 동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 장관이 물러날 경우 후임 장관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차기 총장의 인선도 달라질 수 있다. 이종락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北 미사일은 럭비공… 어디 떨어질지 몰라 ☞서러운 10급 공무원 ☞에어프랑스, 탑승객 가족에 “희망 버려라”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씨…”이외수 따라갔다가” ☞‘수도권·30대·女’ 불법사채 피해 가장 많아 ☞‘뜨거운 감자’ 정수근 복귀논란 ☞이문영 교수 “수십만 조문객 목소리 정부 반응없어 놀라워”
  • [KT합병 이후 통신시장] 혼탁해지는 시장

    [KT합병 이후 통신시장] 혼탁해지는 시장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T의 이석채 회장과 SK텔레콤의 정만원 사장은 언제나 “우리는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집전화·인터넷전화·인터넷TV(IPTV) 등 모든 통신서비스의 영업 현장에선 보조금을 앞세운 고객 빼앗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통신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기 때문에 경쟁업체 고객을 빼앗아 오지 않으면 도태된다. 시장의 파이가 정해진 통신 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소모적인가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달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며 이동통신사를 바꾼 번호이동 고객은 119만 7507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 대부분은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통사가 주는 보조금으로 새 휴대전화를 마련하려고 사업자를 갈아탔다. 5월 번호이동 대전의 승자는 SK텔레콤이다. 경쟁사에서 49만 8090명을 끌어와 번호이동 시장의 41.6%를 장악했다. 하지만 속빈 강정이다. KT와 LG텔레콤에 빼앗긴 고객 47만 6104명을 빼고 나면 실제로 증가한 수치는 2만 1986명에 불과하다. KT와 LGT는 오히려 1만 3926명, 8060명씩 손해를 봤다. 지난해 2·4분기 이통3사가 쓴 마케팅 비용(1조 7000억원)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이들은 지난달 5000억원 이상의 돈을 마케팅에 쏟아부은 것으로 보인다. 합병 KT의 출범과 발맞춰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보조금 지급과 결합상품 요금의 대대적 할인은 통신비 절감 효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케팅 비용은 대부분 신규가입자 확보를 위해 지출될 뿐 기존 사용자의 요금을 깎아주거나 서비스가 개선되는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업체를 자주 바꾸는 ‘메뚜기 고객’을 잡아야만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품질 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자 만족도(가입·AS·해지·품질)는 56.7점(100점 만점)으로 2007년(65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해지 만족도가 65점에서 45점으로 떨어졌다. 마구잡이로 가입자를 확보해 놓고 탈퇴를 막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방통위는 또 이통사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 현황을 조사했는데, 이통3사에 쌓여 있는 마일리지는 3453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고객이 실제로 이용한 마일리는 261억원(7.1%)에 불과했다. 서비스 출시 때는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부풀려 선전하고, 가입 이후에는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꼭꼭 숨기는 영업 방식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국정 쇄신 물꼬트나] 與 ‘쇄신兄通’으로 이어질까

    [국정 쇄신 물꼬트나] 與 ‘쇄신兄通’으로 이어질까

    ‘형님’의 2선 후퇴 선언은 여권의 전면적인 쇄신요구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형님’의 용퇴로 여권의 인적 쇄신도 어느 정도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그동안 ‘만사형(兄)통’, ‘막후 실력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온 것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의원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결심을 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이 낙선한 데 이어 원내대표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형님 용퇴론’이 제기됐다. 소장그룹과 쇄신파가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며 사실상 이 의원의 용퇴를 요구한 것도 그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이 의원이 3일 “그동안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왔지만 내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면서 “너무 고통스럽다.”고 한 것도 깊은 고심의 흔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의원은 “대통령과는 상의하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대통령과 정치 문제를 놓고 상의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측근은 “한달 전부터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서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보고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의 결심은 함께 원로그룹을 형성해 온 박희태 대표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쇄신파의 사퇴 요구에 “여론에 떼밀려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지만 이 의원의 용퇴로 계속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친이 직계의 한 의원은 “쇄신 논의가 유야무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사즉생의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여권의 대대적인 쇄신에 불을 지피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소장그룹과 쇄신파는 당 쇄신에 이어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여권의 쇄신 폭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전면적인 쇄신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고 친박 진영이 조기 전당대회 반대와 ‘박희태 사퇴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쇄신의 분수령은 4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쇄신파 의원은 “연찬회에서 조기 전대 개최는 물론이고 전당대회의 내용과 형식까지도 모두 꺼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Let´s Go] 여수 거문도와 백도

    [Let´s Go] 여수 거문도와 백도

    지도에서 보면 전남 여수는 날개를 활짝 편 나비 모양이다. 생김새처럼 여수는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가 그 동력이다. 100개국 800만명으로 예상되는 국내외 손님을 맞기 위해 개최 장소인 여수 신항 일대는 대대적으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온갖 첨단 시설이 들어서고 친환경적으로 정비된다. 가장 반가운 변신 중 하나는 2011년이면 KTX가 오간다는 것이다. 서울~여수 3시간대 주파로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진다. ■거문도, 100여년 된 등대로 가는 1㎞ 길 장관 조만간 여수를 찾을 요량이라면 지금의 모습을 카메라에 가득 담으시길 바란다. 오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집이, 마을이 또 한번 같은 얼굴로 당신을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대규모 성형수술로 국제 기준에 걸맞은 곱고 화려한 자태를 갖게 되겠지만 수수하고 투박했던 옛 모습이 불현듯 그리워질 수도 있지 않은가. 늘 한결같이 외지인들을 반길 곳은 비취색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일 것이다. 여수가 보유한 섬은 모두 317개(유인도 49개, 무인도 268개). 가장 쉽게 닿을 수 있는 섬은 오동도이다. 768m의 긴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돼 있으니 섬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하지만 여전히 여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원래 오동나무 잎을 닮아서, 또는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로 불렸으나 오동나무는 현재 4그루뿐이다. 철없이 아직도 피어 있는 빨간 동백꽃이 길손들을 맞으며 섬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오동도 등대에서 보았던 여수의 전경을 저녁에는 유람선을 타고 볼 수 있는데 솔직히 바깥 구경보다 이 유람선이 더 가관이다. 어두운 바닷길을 달려야 하니 환하게 눈에 들어야 하는 것은 알겠지만 변두리 나이트클럽도 아니고 네온사인 띠로 치장한 유람선은 경관 감상을 방해한다. 유람선의 감각도 좀 높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수의 섬 가운데 거문도는 역사책에도 나오는 친숙한 지명이다. 1885년 영국함대가 불법점령했던 그 섬이다. 고도·동도·서도 등 3개의 섬이 바다를 병풍처럼 둘러 싸 천혜의 항구 역할을 하니 열강들이 군침을 흘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114.7㎞ 거리에 있는 거문도로 가는 뱃길은 심술을 잘 부리기로 유명하다. 어제까지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화가 나 으름장을 놓는 게 한두 번이 아니란다. 다섯 번 거문도행을 계획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사람도 있다. “덕을 많이 쌓은 사람만이 갈 수 있다.”는 속설을 수차례 들으니 거문도로 향하는 날 새벽, 숙소를 나설 때 살짝 떨렸다. 배멀미를 우려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여수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오전 7시40분쯤 거문도행 ‘오가고호’에 몸을 실었다. 시속 70㎞의 배로 약 2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 대마도 쪽에서도 가까워 옛날 일본 사람들이 몰래 들어와 살기도 했다고 한다. 간간이 눈에 띄는 일본식 적산 가옥들이 거문도의 굴곡 진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바다는 다행히 순순히 길을 터주었다. 일본 쪽에서 저기압이 올라와 전날보다 파고가 높고 안개가 살짝 끼었지만 더 이상 가는 길을 막지는 않았다. 무사히 거문도에 안착. 초행인데 거문도가 두팔 벌려 안아주니 일행들과 “우리가 쌓은 덕이 많은가.”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거문도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등대. 1905년 준공, 점등된 등대가 서도 수월산 정상에 우뚝 서 있다. 해발 196m에 위치한 등대를 보러 가는 1㎞의 길은 가장 운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문화·예술인들이 이 매력 넘치는 길을 밟으며 영감을 충전해 가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길은 동굴 같다. 우거진 수풀을 뚫고 햇살이 고개를 디밀려고 애를 쓴다. 하늘이 내린 자연림이 발산하는 산소는 일반 수목원보다 2배나 많다. 풍부한 산소량에 경사도 완만해 등대에 다다를 때까지 숨도, 발걸음도 가볍다. 이 길은 겨울에 오면 더 장관이라고 한다. 길 양 옆에 빽빽이 들어선 동백나무에서 붉은 꽃을 피우면 그야말로 자연산 ‘레드 카펫’이라고. 100살이 넘도록 늠름하게 서 있는 등대 너머로 하늘과 바다는 푸르게 한몸을 이루고 있었다. 외지인의 눈에는 바다가 청량하기 그지없는데 “해조류 산란기라서 물빛이 탁하다. 8~9월에 오면 쪽빛 바다의 본색을 볼 수 있다.”고 섬사람들은 말했다. ■백도, 자연이 빚어놓은 기암괴석 탄성 절로 바다와 섬의 축복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백도는 거문도보다 더 깐깐하기로 소문난 섬. 그래서인지 가는 길은 좀더 험했다. 멋모르고 여객선 2층에 앉은 게 화근이었다. 놀이공원의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배가 출렁이는데 그 때마다 뱃속의 내장들도 함께 출렁인다. 거문도 사람들에게도 삼세번만에 겨우 한번 얼굴을 내민다는데 이 정도 파도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이 지긋한 안내원 할아버지는 “어제까지 바다가 참기름을 발라 놓은 것처럼 반질반질 잔잔했거든, 바다 고운 거랑 여자 얼굴 예쁜 거는 일을 낸다더만 내 이럴 줄 알았지.”하며 껄껄 웃는다. 백도는 무인도로 상백도와 하백도로 구분된다. 36개의 섬으로 이뤄진 백도는 한자로 白島라고 표기하는데 멀리서 보면 하얗게 보인다 해서, 또 물 밑에 가라앉은 섬이 63개로, 섬을 다 합치면 100개에서 하나 빠진다 해서 일백 백(百)자에서 한 획을 빼 이렇게 표기한다. 40여분 지나서 배가 속도를 늦추는 것 같더니 안내원 할아버지가 올라와 좌우측, 후면의 문을 힘껏 열어젖힌다. 확 쏟아져 들어온 상쾌한 바닷바람이 답답했던 가슴 한편을 시원하게 도려낸다. 우르르 다들 일어나 재빨리 갑판으로 달려 나왔다. 힘센 바람과 싸우듯 힘겹게 한발짝씩 떼어 뱃머리로 향하는데 저 멀리 백도가 희미하게 인사를 건넨다. 할아버지가 갑판 중간에 자리를 잡고 마이크를 들었다. 이윽고 기암괴석들의 ‘쇼쇼쇼’가 시작됐다. 무성영화에 숨결을 불어넣는 변사처럼 그는 구수한 사투리로 무뚝뚝해 보이던 백도의 표정들을 살갑게 바꿔 나갔다. “귀를 쫑긋 세우고 섬을 지키고 있는 진돗개바위, 귀여운 아기곰아, 어딜가니? 아기곰 바위~, 저기 저 사이 좋은 물개부부바위, 서로 멀리 떨어져 애틋하구나아~, 서방바위·각시바위…” 할아버지의 쩌렁쩌렁한 호령과 손짓에 따라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바위들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교환했다. 20분간 짧고 강렬한 선상유람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연보다 더 솜씨 좋은 예술가는 없다는 것을. ●여행수첩 ▲가는 길: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6~7)에서 거문도로 들어가는 배는 하루 2차례(오전 7시40분, 오후 1시40분) 있다. 편도 요금 3만 2100원. 거문도에서 백도로 가는 배를 바꿔 타는데 관광객 수와 날씨만 허락되면 수시 운항한다. 백도 일주 2만 6000원. 청해진해운 (061)663-2824. ▲맛집:‘하모’라고 부르는 갯장어가 유명하다. 회로 먹기도 하고 샤부샤부처럼 물에 살짝 데쳐 양파 등 야채와 곁들여 먹는 ‘하모 유비끼’는 여수에서만 볼 수 있는 맛이다. 만석궁 (061)641-8724. 남경전복은 자연산 전복을 회부터 구이, 찜, 초밥, 튀김, 죽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코스로 내놓는 곳이다. (061)686-6653 ▲묵을 곳:지난해 문을 연 디오션리조트.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물놀이 시설(파라오션 워터파크)까지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다. (061)689-1000. 글ㆍ사진 여수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형님 공백’ 이재오가 메우나

    ‘형님 공백’ 이재오가 메우나

    ■ ‘이상득 2선 퇴진’ 당 역학구도는한나라당은 현재 친이 직계가 열차의 ‘화차칸’을 맡은 양상이다. 쇄신과 관련, ‘초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어느새 당의 공식 논의기구인 쇄신특위보다 한참 앞서 달려나갔다. 쇄신특위가 계파간 이견차로 우물쭈물할 때, 친이 직계는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했다. 정두언·권택기·김용태·정태근 의원 등 7명이다. 3일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선언은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이 의원의 2선 후퇴는 한나라당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그간 당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작지 않았던 만큼 힘의 공백이 어떻게 메워지느냐가 관심사다. ●청와대서 일부 직접통치 효과도 이날 당의 많은 이들은 멀어져 가는 이 의원의 화면 위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오버랩시켰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 과정부터 사무총장 등의 인선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영향력이 재확인된 터다. “결국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당의 한 인사는 “그동안은 대리 통치로 ‘보이지 않는 손’이 문제가 됐는데 또 ‘관리형’이 들어서겠느냐.”면서 “‘실세’가 ‘실질’에 맞는 모습으로 당을 추스리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통로로는 조기전대가 거론된다. 한편에서는 힘의 빈 공간 상당부분에 청와대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친이 직계를 통한 영향력 확대로 일정 정도 ‘직접 통치’의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수시로 직접 통화를 할 수 있어, 별도의 메신저가 필요없는 장점이 있다.”고 한 인사는 전했다. 한나라당내 힘의 전선은 현재 이 지점에서 형성돼 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새벽에 천둥번개가 무섭게 치더니 지금은 조용하다.”며 특유의 선문답식 화법으로 대응했다. 박 대표 주변에서는 “떼밀리지는 않겠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박 대표가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기 전대에 반대하는 박 대표의 1차 저지선이 무너지면, 다음은 박근혜 전 대표의 친박 진영이다. 일단 당 대표와 지도부가 사퇴하면 조기전대는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친박 쪽의 선택은 좁아진다. ‘대결에 나서느냐 마느냐.’이다. 결론은 내부 의사보다는 여론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친이의 노림수다. ●오늘 당쇄신 의원연찬회 주목 당 전반적으로는 “일단 4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당의 한 인사는 “쇄신의 공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서로의 속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열린세상] MB경제 어디 갔나/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총장

    [열린세상] MB경제 어디 갔나/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총장

    외환위기 이전 우리경제는 8% 수준의 고속성장을 했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구조가 수출산업과 대기업중심으로 바뀌고 내수산업과 중소기업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경제의 허리가 끊기고 양극화가 심화하여 성장잠재력이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4%대의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350만명의 실직자를 누적시킨 것이 바로 그 결과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경제를 다시 살릴 것이라는 국민의 여망을 안고 출범했다. 강력한 성장 동력을 회복하여 경제를 모두가 잘사는 번영의 궤도로 올려 놓는 것이 MB경제라고 규정하고 747공약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 국민들은 무한한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출범하자마자 측근인사로 내각을 구성하고 부자들을 위한 규제완화와 감세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 등 건설사업을 경기활성화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그러자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경제를 거품으로 들뜨게 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거세게 타오르며 사회가 갈등과 분열에 휩싸였다. 이런 상태에서 뜻하지 않게 미국발 금융위기가 밀어닥치자 MB경제는 747은커녕 제2의 외환위기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문제는 새 경제팀이 들어서 과거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경제를 인공호흡으로 살리려 하는 것이다. 경제의 도약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28조 4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여 돈 푸는 정책에 급급하다. 경제는 수출 19.0% 감소, 설비투자 22.1%% 위축, 성장률 2.3% 하락, 일자리 18만 8000개 증발 등 온갖 마이너스 공포에 앞이 안 보인다. 특히 문제는 단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어 녹색뉴딜을 내걸고 4대강 정비 등 건설사업을 대대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내수기반이 부실하여 자생력이 부족하다. 이런 상태에서 억지로 건설경기 중심으로 인위적 팽창정책을 펼 경우 경기 회복 대신 투기회복이 먼저 나타난다.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심상치 않은 투기 회복의 전조이다. 더욱이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사라지는 올 4·4분기 이후 우리경제는 경기가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무너지는 더블딥(double dip)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거품이 다시 꺼질 경우 실물경제는 가동을 멈추고 실업자를 대거 쏟아내는 식물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으로서 무엇인가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이대로 좌절에 빠질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오는 기대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힘들어도 희망이 보이는 새 MB경제 청사진을 다시 내놔야 한다. 돈을 마구 풀어 일단 경제를 들뜨게 하겠다는 거품경제정책이나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온 나라를 공사장으로 만드는 건설경기 부양책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이보다는 정부가 직접 칼자루를 쥐고 경제부실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신산업을 대대적으로 일으켜 미래경제를 이끌 성장 동력을 빨리 만들어 내야 한다. 여기에 국내자본을 육성하여 경제의 외국자본지배를 탈피하고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을 획기적으로 일으켜야 한다 그리하여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것은 물론 경제가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 5000달러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이 향후 5년간 2만달러를 회복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우리경제가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것이라는 경고이다. 지난 50년간 국민이 온갖 피와 땀을 흘리며 일으킨 경제를 이렇게 무너뜨릴 수는 없다. 새 MB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의 발상전환을 촉구한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총장
  • [국정 쇄신 물꼬트나] MB 귀는 열되 입은…

    [국정 쇄신 물꼬트나] MB 귀는 열되 입은…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를 마무리한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제주에서 돌아오자마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가 박희태 대표 사퇴와 조각 수준의 개각 등을 통한 국정 전면 쇄신을 촉구하면서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건의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와 북핵 정국을 타파할 대책도 찾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선 최근 심각하게 돌아가는 북핵정국에 대한 논의가 주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회의 이후에는 외교안보, 정무, 민정수석실 등으로부터 별도로 최근 현안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에 따른 민심 동요와 관련,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며 “최근 안보상황도 엄중한 만큼 국민을 바라보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며 수석비서관들을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관심을 모았던 한나라당 쇄신위 요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민심 수습 방안을 놓고 최근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대대적인 인적쇄신 요구에 우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한나라당 쇄신특위와 친이계 소장파가 당·정·청 전면 개편을 촉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은 여론수렴의 창구이고 민심과 접촉하는 접점이다.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이런저런 의견을 잘 듣고 있다.”며 “청와대 입장에서는 결정을 내릴 때 생각하고 또 숙고하며 신중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으나 현재로서는 인적쇄신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재 청와대는 경청하고 숙고하는 모드”라며 “국정운영의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곳인 만큼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대처해야지,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세청장이 장기 공석 중인 데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두 차례나 사의를 공식 표명해 인사 수요가 발생한 만큼 조만간 권력기관장인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임명과 함께 개각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로 접어들어 일부 장관과 수석비서관에 대한 인사요인이 있다는 점에서 개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는 형국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세비 스캔들’ 英 대폭 개각 불가피

    영국 ‘세비 스캔들’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브라운 총리의 측근인 톰 왓슨 정무장관과 베벌리 휴즈 아동부 장관이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재키 스미스 내무장관과 헤이젤 블리어스 지역사회담당장관도 사퇴했다. 3일 BBC방송에 따르면 스미스 내무장관은 런던에 거주하는 여동생의 집에 대한 주택수당을 청구하고 남편이 케이블TV로 성인영화를 시청한 비용까지 경비로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블리어스 장관도 부동산을 팔면서 자본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사임했다. 이번 스캔들로 현직 장관 4명이 사퇴 의사를 밝힌 셈이다. 샐퍼드 지역구 출신 의원인 블리어스 장관은 사퇴 성명서에서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전달했다.”면서 “정치인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블리어스 장관은 애초에 책임이 없다고 반발해 왔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체납한 세비 1만 3000파운드를 반납하기도 했다. 특히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도 사퇴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도 오는 21일 물러나기로 했다. 여·야 의원 20여명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주택 수당 스캔들로 인한 정치권의 물갈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언론들은 브라운 총리가 결단을 내릴 순간이 임박했으며 4일 유럽의회 선거 이후 대대적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루하게 이어진 혈세낭비 논란으로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진 만큼 내각개편을 통한 인적쇄신 말고는 달리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퍼트리샤 휴잇 전 보건장관 등 혈세낭비 스캔들에 연루된 중량급 정치인들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이번 파문으로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 모리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의 지지율은 18%에 머물러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22%포인트나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조각수준 개각’ 청와대에 건의키로

    ‘조각수준 개각’ 청와대에 건의키로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2일 ‘끝장 토론’을 갖고 내각과 청와대에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앞서 정두언·임해규·차명진·권택기·김용태·정태근·조문환 의원 등 친이계 소장파 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 체제로는 내부에 팽배한 패배주의를 물리칠 수도, 연이어 다가오는 그 어떤 심판도 이겨낼 수 없다.”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하지만 당의 공식 기구인 쇄신특위는 조기 전대 개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계파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충돌한 때문이다. 다만 국정쇄신을 위해 ‘조각 수준의 개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에 조만간 이를 건의하기로 했다. 원희룡 위원장은 토론회 직후 “정부와 청와대의 대대적인 인사쇄신이 필요하다.”면서 “민심이반에 대한 반성과 쇄신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차원에서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쇄신위의 활동 종료가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조기 전대에 대해 그는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과 방법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면서 “예를 들면 지도부 전원이 사퇴하면 조기전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기전당대회 문제 놓고 계파 갈등 분출 이날 ‘끝장 토론’에서는 조기전대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조기전대보다 국정 쇄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에 쇄신을 요구하려면 당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조기전대 개최를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 ‘조기 전대를 열어봐야 친이·친박 대리인만 나오고 박희태 대표나 물갈이될 뿐’이라고들 하지만 지도부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의 한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삼각 축을 동시에 쇄신해야 한다.”면서 “논의가 전당대회로만 흘러가면 대통령과 정부 등 우선적인 개혁 대상이 유야무야 넘어간다.”고 맞섰다. 한 친이계 의원은 회의 직후 “조기전대에 따른 계파간 이해 문제가 논의의 주류가 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친이계 한 의원은 “현 지도부는 개혁 의제를 이끌어 나갈 동력이 없다. 더욱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지도부에 포진해 당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청와대 얘기만 듣고 오는 일방통행식의 형식적 소통이 될지 대통령을 설득시킬 수 있는 실질적 소통이 될지는, 대통령과 만나는 당의 파트너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지도부 교체 문제는 당·청 소통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사퇴 필요성에는 중론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쇄신특위 대변인인 김선동 의원은 “사퇴 문제는 기본적으로 당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기전대를 요구하는 쇄신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조기 전대는 최고위원회의 추인 사항이다. 청와대와 박 대표 등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권 핵심은 대검 중수부 해체, 대통령 담화문 발표 등 쇄신특위의 건의 사항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야당의 정부책임론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쇄신특위가 야당처럼 청와대를 향해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주현진 김지훈기자 jhj@seoul.co.kr
  • 탄생 25주년 맞은 ‘국민 게임’ 테트리스

    탄생 25주년 맞은 ‘국민 게임’ 테트리스

    20세기 말부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했던 게임 ‘테트리스’가 탄생 25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모양의 블록을 끼워 맞추는 이 게임은 1984년 개발된 후 현재까지 여러가지 버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국언론 가디언이 ‘클래식 퍼즐 게임의 모던 르네상스’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인 테트리스의 역사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게임은 25년 전 모스크바 과학연구소의 수학자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만들었다. 1984년 6월 6일 최초 버전이 공개됐지만 정작 개발자인 피지노프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당시 소련의 체제와 불법 복제 등으로 실질적인 수익은 거두지 못했다. 당시 데스크톱 컴퓨터로 게임을 만든 파지노프는 “룰은 쉽지만 ‘정복’하기는 어려운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테트리스는 폭력이 즐비한 게임과 차원이 다르다. 총으로 사람을 쏘는 게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창의력을 요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96년 테트리스 소유권을 확보하고자 회사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게임시장 공략에 나섰다. 데스크톱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테트리스는 휴대전화와 ‘닌텐도’ 등 휴대용 게임기로 까지 영역이 확장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단순한 규칙에 비해 창의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테트리스는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2008년에는 애플사의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 ‘앱스토어’(App Store)와 계약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대 게임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큰 성장을 이뤘다. 내년에는 ‘테트리스 컵 경쟁대회’가 개최돼 마니아들이 실력을 겨루는 자리가 마련된다. 지역 예선을 시작으로 각 도시 챔피언들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펼칠 이 대회의 결승전은 하와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scientificamerican.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톈안먼 사태 시작과 끝

    │베이징 박홍환특파원│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4일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렸지만 학생들의 시위는 그로부터 한달보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들의 시위에 온건하게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1월 실각한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가 1989년 4월15일 사망하자 대학생들은 잇따라 애도 집회를 열어 그의 서거를 아쉬워했다. 베이징대 등 대학가에 후야오방의 개혁주의 치적을 기리는 대자보가 나붙기 시작했고, 급기야 4월18일에는 대학생 1000여명이 최고 권부인 중난하이(中南海)로 몰려가 그의 복권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장례식이 열린 4월21일에는 대학생과 지식인 등 20만명이 톈안먼 광장에 운집했다. 곳곳에서 소형 마이크를 든 학생들이 ‘언론 및 집회결사의 자유’ 등 대대적인 민주개혁을 거론했다. 정부의 반격은 4월26일자 관영 인민일보 사설로 시작됐다. “반드시 ‘동란’에 반대하는 정치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은 학생들의 시위를 반사회주의, 반공산당으로 규정했다. 학생과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민주화 요구를 매도한 사설에 더욱 반발했고, 5월13일부터는 대학생 수천명이 톈안먼 광장에서 단식투쟁으로 맞섰다. 시위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국 지도부는 5월17일밤 회의를 열어 베이징 일부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키로 결정했다. 진압 기회를 엿보던 중국 정부는 마침내 6월3일부터 발포를 시작, 4일 대대적인 유혈 진압 작전을 펼쳐 시위를 끝장냈다. 사망자 숫자와 관련해선 아직도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당시 관영 신화통신의 국내뉴스부 주임이었던 장완수(張萬舒)는 최근 펴낸 ‘역사의 대폭발’이라는 책에서 희생자가 민간인 713명, 군인 14명 등 727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stinger@seoul.co.kr
  • 지자체도 녹색성장 체제로

    국책사업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중앙행정기관의 조직개편이 마무리된 가운데 246개 지방자치단체도 녹색성장을 위한 맞춤형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1일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246개 광역·기초 자치단체는 녹색성장 추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달까지 실·국장급 녹색성장 책임관을 신설 또는 전환하고, 이달 중으로 시·도별 녹색성장위원회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4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이·통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녹색성장 교육도 실시한다.관계자는 “행안부 등에 지역녹색성장과를 설치한 것처럼 각 시·도와 시·군·구 실국장급 246명을 지정해 체계적인 녹색성장 전담팀을 가동할 것”이라면서 “현재 130명 정도가 지정을 마쳤고 전담팀에는 최소 3~4명이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상당수 지자체의 녹색성장책임관은 2급인 기획관리실장으로 지정됐다. 다만 일부 지자체는 개별 실·국장에 권한을 위임해 ▲부산 경제산업실장 ▲대구 신기술산업국장 ▲울산 환경녹지국장 ▲경기 경제투자실장 ▲전북 새만금환경녹지국장 등이 맡을 예정이다. 16개 시·도별로 녹색성장위원회 출범도 한창이다. 민관위원 30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녹색성장 관련 주요 시책과 계획에 대해 심의하며, 행정부지사 등 부자치단체장과 민간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위원회는 기획·육성·실천 등 3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되며 학계,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이 두루 참여한다. 현재 부산·전북·전남은 위원회와 위원장이 모두 내정됐으며, 광주·대전·충북·충남·경북·경남은 위원장만 정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아직 국회 계류 중이지만 내년부터 시작될 녹색성장사업을 위해 우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오는 9월까지 지방 공무원 27만 5791명, 오는 12월까지 이·통장 9만 2159명에게 녹색성장 교육을 확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까지 공무원 7만 5757명, 이·통장 3만 9322명에게 교육을 했다. 4급 이상에 대해서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직접 20차례(4788명)에 걸쳐 지방순회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 밖에 지자체는 시·군·구별 공공도서관 1곳을 ‘녹색도서관’으로 지정해 녹색성장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편, 행안부는 지역녹색성장 전담팀 지원 등을 위해 녹색성장자문위원회 20명을 이달 초 구성할 계획이다. 위원회에는 녹색소비자연대,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환경학과 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 단절과 반목의 정치사

    우리 현대사에서는 정권 교체기마다 새 정권이 정책 기조 변경, 인적 자원 교체 등의 명목으로 지난 정권을 ‘청산’해왔다.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심판하는 일이 뒤따르기도 했다. 정책의 과오는 물론 도덕성까지 도마에 올려졌다. 한나라당 정권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공백’으로 규정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 아래 지난 두 차례의 정권과 대척점에 섰다. 조세·교육·대북 문제 등에 얽힌 주요 정책은 물론 국가운영 시스템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생겼다. 단절은 정치 용어에서도 드러난다. 참여정부 때 부각된 ‘혁신’, ‘로드맵’이라는 용어는 이명박 정부 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쇄신’, ‘계획’이라는 말이 빈 자리를 메웠다. 국정 운영시스템으로 보면 참여정부는 당정 분리와 상호 견제 시스템을 강조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당정 융화를 통한 정책의 연속성과 신속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노무현 정부도 적지 않은 변화를 시도했다. ‘선(先) 지원’을 통한 대화 유도를 원칙으로 삼았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노무현 정부 들어 북측에 ‘선(先) 대화’노력을 요구하는 실용주의로 바뀌었다. 기업에 대한 제재와 과세를 통한 소득 불균형 해소 정책은, 상당부분 신자유주의 노선에 근접하며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정책으로 변했다. 정치 계파간 단절과 반목의 정치도 계속됐다. 열린우리당의 붕괴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국 정당을 표방하며 출발한 열린우리당은 재·보궐 선거에서의 잇따른 참패 이후 와해 움직임을 보이더니 끝내 무너졌다. 당시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던 여당이 대통령과의 단절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평생 비주류의 길을 걸으면서 단절의 정치를 시도했다. 자신을 정치인으로 발탁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별했고, 3김(金) 합당에 저항했다. 초대 이승만 정권과 군사정권을 거치며 생겨난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은 암울한 과거와의 청산이라는 순기능으로 나타났지만, 영남-호남, 보수-진보의 고질적인 편가르기를 낳기도 했다. 단순한 정쟁 차원에 그치지 않는 정권의 공세는 지난 정권의 핵심과 측근들을 겨냥한 사정(司正)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정부패 척결과 단절의 정치가 동전의 앞뒤처럼 공존하며 정권의 성격이나 사정 강도에 따라 순기능과 역기능이 혼재하는 정치 풍토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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