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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최부잣집 정식’등 대표 음식 11가지 선정

    천년 고도 경북 경주시의 대표적 음식으로 ‘최부잣집 정식’등 11가지가 선정됐다. 경주시와 경주시음식업지부는 최근 경주를 대표할 향토음식을 공모,11가지 음식을 선정해 이를 계승·발전시키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공모에는 총 47개 품목이 응모했다. 시는 앞으로 이들 음식을 관광상품화하는 한편 시 인터넷 홈페이지와 홍보 책자 등을 통해 전국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최부잣집 정식은 300년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 방식으로 조리하며,20여 가지 반찬을 기본으로 하는 5종류의 상차림이 있고, 육장·집장·사인지(백김치)·육포 등 전통 가정음식으로 구성된다. 이밖에 한방 전복 갈비찜, 솔잎 순두부, 대게장 순두부, 기능성 비빔 정식, 찰보리 정식, 대나무 밥, 버섯 생불고기, 백설 소갈비찜, 닭오리 백숙, 순두부 찌개 등이 뽑혔다. 최부잣집 집안의 후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정식은 경주시 교동 최부잣집 옆의 전통 한정식집 ‘요석궁’에서 맛볼 수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들 음식이 관광상품화될 경우 관광산업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신병교육 웰빙 바람

    신병교육 웰빙 바람

    해군 훈련병들이 녹차탕에서 목욕을 즐기고, 침상 요가로 건강을 다지는 ‘웰빙형 신병교육’을 받고 있어 화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해군교육사령부는 15일 훈련병들이 군 생활에 조기 적응하고 체력을 증진하도록 ‘지압보도(步道)’, 녹차탕 목욕, 침상 요가 등 다양한 웰빙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병과 부사관 후보생의 양성교육을 맡고 있는 해군기초군사학교는 딱딱한 군화 때문에 생기는 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훈련소 안에 30여m 길이의 지압보도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훈련병들은 일과가 끝난 시간이나 저녁을 먹은 뒤 둥근 조약돌이 빼곡히 박힌 지압보도를 걷고 있다. 잠들기 전 녹차탕 목욕도 훈련병들에게 큰 인기다. 여름철 접촉성 피부염을 예방하려고 시작한 녹차 목욕은 피로 회복에 그만이라고 해군 관계자는 전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시작하는 침상요가도 신병들의 건강과 체력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각 내무실에 비치된 TV를 보면서 9가지의 요가 동작을 매일 15분씩 따라한다. 내무실마다 공기정화 기능을 하는 산세베리아 꽃과 난이 심어진 대나무통 화분을 비치하고 겨울철 감기 예방을 위해 생강차도 제공하고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지역플러스] 전남 대표사업 290개 추진

    행정자치부가 낙후지역 전국 70개 시·군을 선정해 지원하는 신활력 사업으로, 올해 전남도 내 17개 시·군이 70개 분야에서 290개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65억여원이 투입됐다. 지역별 역점사업은 ▲장흥-생약초 재배산업화▲나주-나주배 특성화▲담양-대나무 신산업화▲곡성-심청 효문화▲구례-청정 자연환경농법▲고흥-유자 고부가가치화▲보성-녹차 관광산업▲화순-바이오산업▲강진-친환경 건강식품▲해남-땅끝 황토나라▲영암-기 활력산업▲무안-연꽃 집적화▲함평-세계 나비·곤충 박람회▲장성-홍길동 문화산업▲완도-해양생물산업▲진도-홍주 명품화▲신안-갯벌생태체험이다.
  • [서울戀街](6)신촌거리

    [서울戀街](6)신촌거리

    신촌(新村)은 대학가와 함께 서울시내에서 가장 ‘젊은 거리’이다. 이름뿐이 아니다. 인근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학생뿐 아니라 서울시내 젊은이들이 ‘청춘’을 향유하는 장소다. 신촌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문화의 공간이었다. 많은 음악인들과 연극인들은 이곳에서 각박한 현실을 쓴 소주로 달래며 예술의 열정을 불살랐다. 이후 신촌은 ‘소비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다양한 문화 공간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뜻맞는 이들과 겨울밤 추위를 술 한 잔에 날려 버리기에 신촌만 한 곳도 많지 않은 까닭이다. ●신촌수제비 15년 넘게 수제비를 떼어온 집이다. 사골 국물에 감자와 호박, 당근이 들어간 전형적인 수제비 맛이다. 양도 푸짐해 끼니 때면 수십 미터의 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함께 먹는 김밥 맛도 괜찮다. 두명이서 수제비와 김밥 1인분씩만 시켜도 든든하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수제비 3500원 김밥 1500원.334-9252. ●이끼 1990년대 후반 납작한 돈가스만이 전부라고 여겼을 시절 치즈·야채·김치를 속에 채우고 김밥처럼 고기를 말아 만든 ‘롤가스’를 선보였다. 이곳에서 히트를 치자 홍익대·명동·대학로 등지에도 분점이 생겨났다. 김치치즈·카레치즈·고구마치즈 롤가스 등이 있으며 24시간 이내의 생고기를 쓴다. 공예품 같은 접시·사각사각한 무생채·후식으로 나오는 콩알껌은 이끼만의 특징이다. 가격대는 5000∼8000원선.337-1089. ●파스타12 은은한 조명 아래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여 있어 소개팅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고소한 두유에 크림소스의 부드러움을 가미한 두유 카르보나라·두유 버섯크림 스파게티(각각 7500원)가 특이하다. 오전 11시∼오후 5시에는 스파게티를 샐러드·음료와 함께 내놓는 런치세트를 6000∼6500원으로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스파게티는 모든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샐러드·음료는 무한정 리필된다. ●복성각 고추기름, 청양고추, 시금치 등의 식재료로 갖가지 색깔의 자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파란 자장, 빨간 자장, 노란 자장 등이다. 밀가루를 넓게 펼쳐 만든 굵은 손칼국수 같은 면에 감자를 썰어넣은 납작자장도 유명하다. 이쯤되면 주인이 메뉴개발을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읽을 수 있다. 여느 중국집과 달리 젊은층의 기호에 맞게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했다.5∼10명이 식사할 수 있는 작은 방들도 많아 학생들의 단체 회식장소로 애용된다.364-1522. ●만리향 규모는 아담하지만 중국 분위기를 자아내는 빨간색 간판으로 눈길을 확 끈다. 중국인 아주머니의 서비스에 불만스러운 목소리도 들리지만, 신라호텔 출신의 주방장이 만드는 사천식 요리를 먹기 위해 손님들은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땅콩버터를 풀어놓은 시원한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담긴 중국식 냉면이 인기다.393-5863. ●간사이 일본풍의 선술집 분위기가 풍기는 일본 음식 전문점. 신촌 지역에 일본식 라면을 처음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한국인으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한동안 일본인이 운영했다. 육수에 일본식 된장을 풀어 숙주를 잔뜩 넣고 편육 두어점을 띄운 미소라면 등 메뉴가 40여가지나 된다.332-1333. ●진미락 도시락 전문점으로 노란색 간판의 허름한 외관만 보고 섣불리 지나치면 안된다. 직접 맛을 보면 진미락이 1985년부터 신촌의 금싸라기 자리를 꾸준하게 지키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도시락 메뉴(4500원짜리)에는 도시락 그릇에 오이무침, 계란말이, 생선튀김, 어묵 등 갖가지 반찬이 정성스레 나와 학창시절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떠올리게 한다. 햄버그스테이크, 돼지 불고기·돈가스 도시락은 각각 4000원. ●완차이 홍콩식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아주매운홍콩홍합. 중국 사천고추와 우리의 청양고추 등이 홍합과 함께 어우러져 놀랄 만큼 매우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마파두부밥도 ‘강추’ 요리. 특유의 소스 맛과 함께 야들야들한 두부와 고기를 씹는 맛이 일품이다. 자장, 짬뽕, 탕수육 등 중국집 기본 메뉴도 웬만한 곳보다는 낫다. 아주매운홍콩홍합 2만원, 마파두부밥 6000원.392-0302. ●가문의 우동 조개·오징어·낙지 등 갖가지 싱싱한 해물이 들어간 나가사키 짬뽕(6000원)은 추운 겨울에 훅훅 불어먹는 재미가 있다. 먹을수록 매워지지만 속풀이로 먹기에 딱이다. 볶음식인 해물야키우동(5000원)은 매콤달콤한 소스가 독특하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음식 맛을 돋운다.325-8325. ●면빠리네 서울에서 라면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다시마, 미역, 고추장 등으로 직접 만든 수프로 맛을 낸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해짬라면’. 양은냄비에 조개와 오징어 등의 해물과 다섯가지 야채 등이 어우러지면서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예술이다.‘김콩라면’(김치콩나물라면),‘오너라면’(오뎅너구리라면)도 인기다. 가격은 3000∼3300원선.그놈이라면도 식도락가라면 놓쳐서는 안될 곳이다.324-6574. ●송아저씨빈대떡 대나무로 만든 간판에 발길을 멈추게 하는 집. 가게 안과 천장, 벽 등이 모두 나무로 돼 있다. 인기 메뉴는 모둠전. 동그랑땡과 깻잎전, 부추전 등 7가지의 전들이 푸짐하게 나온다. 무척 부드러우면서도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모둠전과 해물야채전 등이 1만 3000원.338-4919.동래파전도 부산파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 신촌 먹자거리에 있는 신촌영양센터와 신선설농탕, 현대백화점 후문 맞은편의 함흥냉면도 괜찮다. 특히 신촌영양센터는 젊은 층을 위해 통닭 반마리·빵·수프·샐러드로 된 런치세트를 5500원에 내놓는다. 김유영 이두걸기자 carilips@seoul.co.kr ●섬 신촌이 원래 ‘젊고 활기찬 공간’보다는 시대의 어둠에 고뇌하던 젊은 지성들의 공간이었음을 증명하는 몇 안되는 곳이다. 1981년 고(故) 유향숙씨가 현재 먹자거리 자리에 가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술 한잔과 함께 민주주의를 염원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시인 김정환씨, 소설가 김인숙씨 등 유명인사들도 이곳을 아꼈다. 유씨가 2003년 11월 지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창천교회 뒤편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섬의 새 주인도 이곳 단골출신이다. 국산병맥주 4000원선. 안주는 단출한 편이다.392-7896. ●태 1998년부터 독수리다방 뒤편 지하에 둥지를 튼 술집이다. 네댓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발을 내딛는 순간 향긋한 인도 향과 이국적인 장식품이 손님을 맞는다. 흡사 외국 바에 온 듯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 70년대 하드록부터 얼터너티브록, 브릿팝, 모던록, 하드코어 등 다양한 록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분위기에 맞는다면 곡 신청도 가능하다. 가격도 무겁지 않다. 맥주는 3000원, 양주는 5만원부터 시작한다.365-3824. ●Studio 70’s 이름처럼 70년대 선술집의 편안한 분위기다. 비틀스와 이글스와 시카고 등 8000여장이 넘는 70년대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간단한 공연 무대도 있다. 신촌블루스 엄인호씨 등 뮤지션들이나 프로급 아마추어 손님들이 가끔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우드스탁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기울일 수 있는 곳. 이름처럼 60년대 히피 운동을 선도했던 ‘플라워무브먼트’ 세대 음악과 70년대 하드록을 주로 들을 수 있다. 연세대 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다.334-1310. ●벨벳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가볼 만한 곳. 벨벳언더그라운드는 60년대를 풍미했던 록 그룹. 폴 매카트니, 지미 페이지, 지미 헨드릭스 등 시대를 풍미했던 록 스타들의 얼굴이 가게 벽면에 새겨져 있다.336-8635.도어스에서도 ‘빵빵’한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맘껏 들을 수 있다.334-5463. ●원조껍데기집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웬만한 안주가 3000원이 넘지 않을 정도로 싸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돼지껍데기가 주 메뉴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담백한 껍데기는 비위 약한 사람도 곧잘 먹을 정도로 괜찮다. 새벽까지 가게가 시끌벅적할 정도로 인기다. 껍데기 3장에 3000원.‘가장 비싼’ 소갈비살양념구이와 안창살이 5000원이다. ●미네르바 1975년부터 문을 연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숍’이다. 특히 지금껏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클래식 전문 커피숍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커피맛 역시 역사만큼이나 그윽하다. 모카, 브라질산토스, 과테말라 등 10여종의 원두커피가 준비돼 있다. 직접 내려먹다 보면 커피향이 온 몸을 감싼다.3500∼4000원 선으로 저렴한 편. 리필은 1000원을 더 내면 된다.3147-1327. ●몽환(夢幻) ‘복합문화놀이공간’을 표방한 클럽. 붉은 색의 어두운 조명 아래 중국풍의 고가구가 몽환적인 음악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아담한 건물을 통째로 쓰는데 지하는 클럽,1층은 라운지,2층은 갤러리 카페로 쓴다. 친구네 집에 놀러온 것처럼 신발을 벗고 방석에 앉아 푹신한 쿠션에 기대어 술이나 음료수를 마실 수 있다. 때때로 2박3일 동안의 ‘48시간 파티’ 등 독특한 컨셉트의 파티가 열린다.325-6218. ●향음악사 몇 안 남은 음악전문 카페와 함께 신촌이 한때 음악인의 거리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곳이다. 바깥에서 보는 매장은 좁은 편이지만 허공과 벽에는 빼곡히 앨범이 쌓여 있다. 이곳만의 특징은 한국 인디음악 등 쉽사리 구하기 힘든 앨범이 거의 다 있다는 점이다. 핫트랙이나 신나라레코드에 없더라도 이곳에서는 구할 수 있어 음악마니아 치고 향레코드를 이용해보지 않은 이는 없다. 인터넷(hyangmusic.com)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337-7598. 이두걸 김기용기자 douzirl@seoul.co.kr
  • 든든한 겨울나기 청국장으로!

    든든한 겨울나기 청국장으로!

    어린시절 차갑게 언손을 비비며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우릴 반기던 그 퀴퀴한 청국장 냄새는 참으로 괴로웠다. 하지만 요즘 집에서 청국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제 청국장은 음식이 아니라 ‘보약’대접을 받고 있다. 다이어트와 노화방지는 기본이고 항암효과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인기다. 더욱이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게 말려서 곱게 간 분말이나 환(丸) 형태로 먹기도 한다. 또 청국장 요리도 찌개를 벗어나 쌈밥, 롤과 각종 소스 등 퓨전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씨, 건강도 챙기고 추억 한 조각까지 느끼게 하는 청국장을 먹어 보자. 글·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역사-청국장은 어느 나라 음식일까. 청국장은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다. 신라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 효능-청국장은 장을 건강하게 해준다. 변비는 물론 또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데도 한 몫 한다.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는 현대인에게는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면 열량을 내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완전분해가 되지않아 지방으로 축적되고, 비만과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반면에 청국장에 포함된 레시틴이나 사포닌은 혈액 속의 과도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성분을 흡수, 배출하며 각종 미생물과 효소 등이 몸의 신진대사 기능을 활발하게 해 성인병은 물론 자연스럽게 살을 빼는데도 도움을 준다. 인터넷에 보면 청국장으로 암을 이겼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잘 발효된 청국장을 젓가락으로 떠 보면 끈적끈적한 거미줄 같은 실들이 엉켜있는데 이것의 주성분이 폴리글루터메이트이다. 폴리글루터메이트는 탁솔이라는 항암물질을 체내로 운반하는 중요한 작용을 하며 그 자체가 항암작용을 한다. 또 대두 사포닌은 대장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홈쇼핑 등에서 팔고 있는 청국장 기계는 3만원부터 8만원정도. 청국장 기계를 살 때 따져봐야할 것은 바닥은 물론 옆면 모두 가열되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것. 그래야 진이 많은 청국장을 만들 수 있다. ■ 만들기 (1)흠집이 없고 노란빛이 도는 메주콩(백태)을 준비한다.팁:수입콩은 방부제 등을 사용해 발효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 국내산 햇콩을 고른다. (2)깨끗이 씻은 메주콩 한 컵반을 용기에 담은 뒤 5컵의 물을 붓고 12시간 정도 불린다. (3)찜솥에 콩을 4∼5시간동안 찐다. 찬 공기가 들어가지않도록 뚜껑을 열지말 것.팁:콩을 삶으면 영양분의 손실이 많아지므로 찌는 것이 좋다. 압력밥솥을 사용하면 콩 껍질이 가스배출구를 막아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4)완전히 익은 콩을 소쿠리에 놓고 식혀준다. 전통적인 방식은 볏짚을 이용하는데 그냥 공기 중에서 두기만해도 균이 접종된다. (5)약 40℃의 온도와 80% 정도의 습도를 유지시켜 발효시킨다.팁:제대로 발효가 되지않는다면 콩이 완전히 무르도록 익혔는지, 공기 중에 충분히 노출시켰는지 확인할 것. ■ 보관 잘 발효된 청국장은 냉장실에 보관할 경우 한 달 정도 저장할 수 있다. 단 6개월정도 보관하려면 일주일 정도 먹을 분량씩 랩으로 싼후 냉동실에서 보관한다. ■ 요리-이런 청국장 요리 어때요? 청국장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보자. 새싹이나 양배추 등에 청국장을 살짝 넣어 먹는다면 아이들도 거부감없이 청국장을 먹을 수 있다.풀무원의 브랜드 참마루 메뉴개발실 박경리씨는 맛있고 먹기 편한 청국장 요리를 제안한다. (1) 새싹 청국장 밥 재료:모듬 새싹, 공기밥 400g(2공기), 참깨 5g, 흑임자 5g, 소금 1g, 참기름 3g, 청국장 약간, 상추 약간, 깻잎 약간 만드는 법:(1)새싹, 상추, 깻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 한다.(2)밥에 참깨, 흑임자, 소금, 참기름을 넣고 잘 버무린다.(3)상추, 깻잎 위에 밥을 한 술 올리고 청국쌈장, 새싹을 올려 먹는다. (2) 두부구이 재료:두부 1모, 단호박 200g, 고구마 1개, 새송이 2개,청국장 구이 소스(청국장 70g, 꿀 20g , 잣 으깬 것 5g, 땅콩 으깬 것 15g, 참깨 2g) 만드는 법:(1)두부를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린 후 무거운 것을 올려놓아 씹히는 맛이 좋아지게 한다.(2)야채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3)두부도 야채의 크기에 맞추어 자른다.(4)대나무 꼬치에 두부, 단호박, 고구마, 새송이버섯을 꽂는다.(5)오븐에서 앞 뒤 노릇노릇하게 굽는다.(오븐이 없을 경우 팬에서 구워도 된다.) (6)다 구워지면 청국장 구이 소스를 발라 접시에 담아 낸다. (3) 양배추 롤 재료:두부 1개, 양파 150g, 당근 40g, 부추 20g, 곱게 다진 쇠고기 70g, 마늘 5g, 밀가루 10g, 소금 2g, 밥 200g(1공기), 양배추 1/2개, 달걀 1개, 미나리 약간, 후추 약간, 정종 약간 만드는 법:(1)두부는 물기를 꼭 짜둔다.(2)양파는 다진 후 살짝 볶아둔다.(3)당근, 대파도 다져둔다.(4)다진 쇠고기는 후추, 정종을 조금 뿌려 재어운다.(5) (1)에 (2)∼(4), 밀가루, 달걀, 밥을 넣고 잘 섞고 소금으로 밑간을 맞추어 놓는다.(6)양배추는 반으로 자른 후 심을 제거하고 찜기에 넣어 10분간 찐다.(7)양배추 한겹 위에 두부밥을 올린 후 청국쌈장을 올려 잘 만 뒤 데친 미나리로 묶는다.(8)접시에 담아 낸다. (4) 두부 버거 스테이크 재료:두부 1모, 백일송이 버섯 100g, 곱게 다진 소고기 80g, 달걀 1개, 빵가루 30g, 부침가루 10g, 양파 1개, 대파 1/2개, 삶은 감자 1개, 양상추 50g, 파프리카 30g, 드레싱 약간, 소금 약간, 후추 약간, 굴소스 15g,청국쌈장 버거 소스(청국쌈장 50g, 진간장 10g, 마요네즈 20g, 토마토 케첩 10g, 설탕 5g, 물 20g) 만드는 법:(1)두부의 물기를 꼭 짜고, 양파와 대파는 곱게 다져 놓는다.(2)팬에 올리브 오일을 둘러 양파와 대파를 넣고 노릇노릇하게 볶는다.(3)백일송이 버섯을 잘게 다진다.(4)준비한 재료를 모두 볼에 담아 골고루 섞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한다.(5)원하는 크기만큼 덜어낸 후 손으로 잘 치대 동그랗게 만든다.(6)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약한 불로 두부 버거를 앞 뒷면으로 노릇하게 굽는다.(7)접시에 두부 버거를 담고 소스를 얹고, 야채와 함께 낸다. (5) 청국쌈장 된장찌개 재료:청국쌈장 50g, 된장 50g, 국물용 멸치 6g(4마리), 감자 70g(1/2개), 애호박 40g, 양파 1/4개, 백일송이 버섯 50g, 청양고추 1개, 다진 마늘 1작은술, 대파 1/2개), 두부 200g(1/2모), 물 600g(3컵), 콩가루 1작은술 만드는 법:(1)감자, 양파, 애호박, 두부는 먹기 좋게 잘라둔다.(2)백일송이 버섯은 밑둥을 자른 뒤 하나씩 떼어 놓는다.(3)청양고추, 대파를 저며놓는다.(4)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감자, 양파, 청국장, 된장을 넣고 1분간 잘 볶는다.(5) 물을 붓고 (4)를 넣어 잘 풀어준 뒤 멸치를 넣는다.(6)찌개가 끓기 시작하면 청양고추, 대파, 애호박, 백일송이 버섯을 넣는다.(7)3분간 끓인 후 두부를 넣고 1∼2분간 더 끓인다.(8)불 끄기 직전에 콩가루를 넣는다. ■ 맛집-청국장 맛있는 집을 보자.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 있는 향나무세그루(02-720-9524)는 마니아들에게 검증받은 청국장집.10여년전, 다양한 한식으로 시작한 이 집은 청국장으로 소문나면서부터 현재는 점심 메뉴는 청국장만 하고 있다. 큰 그릇에 밥과 청국장 한술,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반찬으로 나온 싱싱한 콩나물, 무생채, 시금치 등을 넣어 비벼 먹는다. 청국장은 군산에서 가지고 온다.4000원. 중구 필동의 필동면옥 근처에 있는 고향식당(02-2264-0240)의 청국장 찌개는 맛이 깊다. 전라도 할매가 손수 발효시킨 청국장에 묵은 우거지와 돼지고기 사태를 몇 점 넣어 그야말로 담백한 청국장을 맛 볼 수 있다. 분식점과 같은 겉모습만으로 얕보기엔 음식이 너무 맛깔스럽다.4000원.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 한국신용평가건물 지하 1층 진주청국장(02-785-6918)은 한정식집을 연상케 하는 깔끔한 인상처럼 청국장 맛도 부드럽다. 뚝배기에 끓여 담아낸 청국장은 절구에 빻아 통콩이나 콩조각 등 알갱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울 사직공원옆 사직파출소 맞은편에 있는 사직분식(02-736-0598)은 문을 여는 순간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릇에 담아낸 청국장 찌개는 걸쭉한 국물에 콩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서울 안국동 풍문여고 뒤쪽 골목에 있는 별궁식당(02-736-2176)의 냄새는 골목 끝까지 느낄 수 있다. 느타리버섯·팽이버섯·호박·두부·파 등을 넣고 하얗게 보글보글 끓여낸 청국장은 꿀맛이 따로없다. 이밖에 공평동 제일은행 본점 뒤쪽 하나로식당(02-733-0678)에서는 가정식백반(5000원)에 무·배추를 듬뿍 넣은 청국장 찌개(5000원)가 나온다. 담백하다. 동교동 제일은행 뒤쪽의 전주식당(334-8500)은 한식 전문이지만 바지락과 두부 호박을 넣은 청국장 찌개(4500원)가 깔끔하다. 냄새때문에 청국장이 싫다면 환이나 분말형태의 청국장을 먹으면 된다. 또 청국장에 클로렐라, 석류, 녹차 등을 섞은 기능성 청국장환도 나온다.콩예원(www.congyewon.com,02-990-2030)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기능성 청국장 개발의 선두주자다. 우리 콩을 쓰는 것은 기본. 경기도 포천시 내촌의 깨끗한 물로 어머니표 청국장을 만들고 있다. 청국장의 명가(www.cleanmeal.co.kr), 지리산홍화인(www.honghwain.co.kr) 등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들이다.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 있는 향나무세그루(02-720-9524)는 마니아들에게 검증받은 청국장집.10여년전, 다양한 한식으로 시작한 이 집은 청국장으로 소문나면서부터 현재는 점심 메뉴는 청국장만 하고 있다. 큰 그릇에 밥과 청국장 한술,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반찬으로 나온 싱싱한 콩나물, 무생채, 시금치 등을 넣어 비벼 먹는다. 청국장은 군산에서 가지고 온다.4000원. 중구 필동의 필동면옥 근처에 있는 고향식당(02-2264-0240)의 청국장 찌개는 맛이 깊다. 전라도 할매가 손수 발효시킨 청국장에 묵은 우거지와 돼지고기 사태를 몇 점 넣어 그야말로 담백한 청국장을 맛 볼 수 있다. 분식점과 같은 겉모습만으로 얕보기엔 음식이 너무 맛깔스럽다.4000원.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 한국신용평가건물 지하 1층 진주청국장(02-785-6918)은 한정식집을 연상케 하는 깔끔한 인상처럼 청국장 맛도 부드럽다. 뚝배기에 끓여 담아낸 청국장은 절구에 빻아 통콩이나 콩조각 등 알갱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울 사직공원옆 사직파출소 맞은편에 있는 사직분식(02-736-0598)은 문을 여는 순간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릇에 담아낸 청국장 찌개는 걸쭉한 국물에 콩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서울 안국동 풍문여고 뒤쪽 골목에 있는 별궁식당(02-736-2176)의 냄새는 골목 끝까지 느낄 수 있다. 느타리버섯·팽이버섯·호박·두부·파 등을 넣고 하얗게 보글보글 끓여낸 청국장은 꿀맛이 따로없다. 이밖에 공평동 제일은행 본점 뒤쪽 하나로식당(02-733-0678)에서는 가정식백반(5000원)에 무·배추를 듬뿍 넣은 청국장 찌개(5000원)가 나온다. 담백하다. 동교동 제일은행 뒤쪽의 전주식당(334-8500)은 한식 전문이지만 바지락과 두부 호박을 넣은 청국장 찌개(4500원)가 깔끔하다. ■ 구입-요즘 청국장이 변화하고 있다. 냄새때문에 청국장이 싫다면 환이나 분말형태의 청국장을 먹으면 된다. 또 청국장에 클로렐라, 석류, 녹차 등을 섞은 기능성 청국장환도 나온다.콩예원(www.congyewon.com,02-990-2030)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기능성 청국장 개발의 선두주자다. 우리 콩을 쓰는 것은 기본. 경기도 포천시 내촌의 깨끗한 물로 어머니표 청국장을 만들고 있다. 청국장의 명가(www.cleanmeal.co.kr), 지리산홍화인(www.honghwain.co.kr) 등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들이다. ■ 박경리씨는… 일본 도쿄 조리사전문학교와 식품업체에서 4년간 일본요리를 경험한 전문가. 풀무원 찬마루 브랜드 메뉴개발실에서 일하면서 풀무원 생가득 샐러드 드레싱, 청국쌈장 등 다양한 히트상품을 기획해냈다.
  • “전통체험으로 겨울 이기자”

    “전통체험으로 겨울 이기자”

    팽이치기·연날리기·쥐불놀이 등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겨울철 농촌생활과 놀이, 풍경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된다. 경기도는 6일 도내 슬로푸드마을과 농촌체험장, 농어촌체험마을 등 374곳에서 다채로운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민통선 안에 있는 파주 ‘장단콩마을’은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각광받고 있는 콩으로 메주와 두부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근의 제3 땅굴, 도라산 전망대 등 안보관광도 즐길 수 있다. 화성 ‘서해일미마을’은 영양굴밥 만들기, 어리굴젓 담그기, 간장 게장 담그기, 싱싱한 굴까기 등을 마련했다. 또 포천 ‘도리돌 한방마을’에서는 약초와 한방 재료로 김치 담그기, 대나무통 약초밥 만들기, 한방 백숙 만들기 등 다양한 슬로푸드 체험 기회가 제공된다. 이밖에 양주 남면 테마마을, 여주 해바라기마을, 이천 부래미마을, 평택 수도사 등에서는 눈썰매 타기, 연날리기, 짚공예, 전통 사찰음식 체험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각 마을의 프로그램은 날씨 등에 따라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객들은 사전에 전화로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비용은 1인당 1만 5000∼3만원 선.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 농촌관광포털사이트(www.kgtour.co.kr)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20&30] 점술 도구도 가지가지

    [20&30] 점술 도구도 가지가지

    점술은 선사시대까지 올라가는 그 역사만큼이나 종류와 방법도 다양하다.5만년 전 현 인류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은 별자리를 보고 계절의 변화를 점쳤다고 전해진다. 별을 이용한 점성술의 시작인 셈이다. 기원전 3000년께 바빌로니아에서 ‘바루’라고 불리던 점술가들은 동물의 내장이나 새의 날갯짓 혹은 물에 떨어진 기름방울의 모양새 등을 통해 미래를 예견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고추씨를 불 속에 던져서 타는 모양을 보고 미래의 풀었다. 요즘도 축구·배구 등 운동경기에서 동전을 이용해 공격과 수비 등을 가리는 것은 고대 로마의 동전점에서 유래한다. 황제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으로 운세를 점치던 동전점은 얼굴이 있는 앞면이 나오면 길(吉), 반대면은 흉(凶)을 뜻했다. 최근 젊은 세대에게 유행 중인 타로점과 같은 카드점은 13세기쯤 유럽에서 유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중세까지 내려오며 소위 마녀들에 의해 서양점은 다양하게 분화된다. 반지, 양파, 월계수, 접힌 종이, 찻잎, 당나귀 등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이 미래를 읽는 매개로 쓰였다. 테이블을 손도끼로 찍고 그 흔들림으로 점치는 ‘도끼점’이나 문자 위에 밀알을 뿌리고, 수탉이 먹으면서 선택한 글자를 이용해서 해독하는 ‘수탉점’도 유행했다. 찬송가를 부르는 동안에 처녀의 3번째 손가락의 손톱에 열쇠를 실로 매달아 움직임을 보는, 다소 모호하게 종교가 결부된 점도 유행했다. 점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성행했다. 삼국시대에는 복지점(卜地占), 기상점(氣象占), 동물점(動物占), 몽점(夢占), 척자점(擲字占)이 있었으며, 고려시대에는 동물점, 식물점, 농점(農占), 질병점(疾病占) 등이 나타났다. 조선조에 들어서는 택일점, 사주점, 토정비결 등이 보편화됐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점술은 크게 무속인이 신기(神氣)를 이용해 보는 신비점과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수리(數理)를 기초로 하는 작괘점(作卦占)으로 나뉜다. 무당이 어떤 도구에 신이 내리게 해 점을 보면 신시점(神示占), 별다른 도구없이 신이 점치는 사람에게 내려 점을 보는 것을 신탁점(神託占)이라고 한다. 도구를 이용하는 신시점에는 쌀을 상에 뿌린 뒤 흩어진 모양을 보는 척미점(擲米占), 엽전이나 동전을 뿌려 보는 전점(錢占) 등이 있다. 무당의 신기가 아닌 음양오행과 수리를 기초로 미래를 보는 작괘점에도 일부 도구가 이용된다. 숫자를 새긴 나뭇가지를 이용하는 산통점(算筒占)과 솔잎을 잘라 점 보러온 사람에게 뽑게 하는 송엽점(松葉占), 거북이 등껍질에 팔괘를 그려 대나무 막대를 뽑는 거북점 등이 대표적이다. 신촌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젊은 세대일수록 뭔가 시각적으로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카드 등 서양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양점은 국내에 전수된 지 오래되지 않아 전문가 층이 엷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친환경 농자재 지원에 세금 줄줄”

    친환경 농법에 쓰이는 농자재 값이 천차만별이어서 지방비로 지원하는 세금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전남도의회 전종덕의원(민노·비례)에 따르면 전남도와 도 내 22개 시·군이 올해 친환경 농자재 구입비로 161억원을 지원했지만 같은 제품이라도 지역에 따라 몇 배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등 예산을 낭비했다.”고 꼬집었다. 구입비는 보통 지방비 80%, 자부담 20% 비율이며,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혹은 친환경단지별로 농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전의원에 따르면 농민들이 제초 억제용으로 가장 많이 쓰는 이엠제는 ℓ당 값이 556∼2500원으로 들쑥날쑥했다. 살충제로 사용되는 목초액도 같은 용량을 강진군은 2250원에, 보성군 1만 6000원에 각각 구입, 무려 7배나 차이가 났다. 그러나 강진군 목초액은 참나무로, 보성군은 대나무를 재료로 써 만든 것이다. 열매와 줄기를 튼튼하게 하는 키토산은 영광군이 ℓ당 5000원, 신안군 농민들은 3만원에 각각 구입했다. 제초제 대용인 쌀겨는 ㎏당 단가가 업체별로 최저 120∼380원, 쌀겨 덩어리는 213∼400원으로 제각각이다. 쌀겨의 경우 진도군은 20㎏ 1부대에 2400원을 주고 사들였으나 완도군 구입비는 7600원이었다. 쌀겨 덩어리는 순천 별량농협은 순천시에 6000원, 함평군에 6500원에 팔았다. 이밖에 유기질비료와 퇴비 등도 적게는 2배에서 6배 가량 값이 달랐다. 전남도 내에서 친환경 농자재인 땅심 개량제와 미생물 농약 등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10여곳이다. 전남도는 쌀값 하락과 판매부진에 대한 타개책으로 친환경 농법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도는 경지면적 대비 1.3%인 4295㏊의 친환경농법 면적을 2009년까지 30%인 9만 8000㏊로 늘릴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친환경 농자재의 성분과 품질·용량·규격 등에서 서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값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그러나 용량이나 효능이 비슷하다면 값이 차이 나는 부분은 시정하고 가격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이 주최한 제25회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서 전소영(33)씨가 작품 ‘빛-어둠’으로 대상을 받았다. 우수상은 ‘숲에 이는 바람’을 출품한 최중열(46)씨와 ‘Eden in 0.3L’의 이정헌(30)씨가 공동 수상했다. 서울 현대도예공모전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교수)는 25일 올해 모두 152명이 출품해 이가운데 대상 1명, 우수상 2명, 특선 5명, 입선 45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경조 심사위원은 “도예공모전으로 국내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현대 도자의 다양한 기법과 예술성을 확인받는 자리여서 젊은 작가들에게 본격적인 도예작가로서의 등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입상작은 12월13∼18일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시상식은 12월13일 서울갤러리에서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제25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입상자 명단 ●특선 권현진 홍승철 한상현 박중원 이주희 ●입선 채효연 이정자 이경주 김하윤 조미현 여병묵 민들례 장형진 송지은 김인식 이규혁 신기철 김보겸 김여옥 윤경혜 박정근 손지민 권숙희 김민정 조은영 김유일 이혜순 양정훈 차동기 권소옥 정혜주 이정희 황연화 김성자 윤성원 최지민 성미로 차영미 박정원 전대숙 류석진 손은정 윤인경 이난희 전지현 박선신 백경민 안세현 이영란 이수복 ■ 심사평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전국의 우수한 도자 예술가를 발굴·후원하고 수상 작품의 전시를 통해 현대 도자예술의 경향을 분석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다. 특히 새로운 감각의 창의적인 작품을 부각, 한국 현대도자에 창조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모전을 심사할 때 작가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작품의 완성도, 새로운 재료의 발굴 및 사용, 재료 사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을 중요하게 취급한다. 또 독창적인 표현의 아이디어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재료의 선택,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높아야 하며, 재료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여야 한다. 올해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이러한 심사기준에 부합되는 작품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현대 한국 도자의 현상 속에서 존재하는 조형, 전통, 디자인 부분 가운데 어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애정을 가지고 작품들을 골랐다. 도예작품은 어떠한 경우에도 흙으로서의 순수하고, 본질적이며, 내재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명제를 달고 한마음으로 고민없이 짧은 시간에 입상 결정을 이루어냈다. 대상 작품인 전소영의 ‘빛-어둠’은 흙의 양감을 풍부하게 빚어낸 우수한 작품이다. 표면의 장식기법인 유약처리와 질감의 조화가 좋았고, 색의 에너지도 대비적으로 표현해냈다. 우수상 최중열의 ‘숲에 이는 바람’은 공간에서 흙의 가능성을 끝없이 전개해 나가는 설치작업으로 점토표현 기술능력을 높이 평가받았고, 이정헌의 ‘Eden in 0.3L’은 회화적으로 전개되는 화면을 흙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형화해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특선작품 중 박중원의 ‘분청모란항아리’는 전통적인 분청상감 및 항아리의 제작능력이 돋보였고, 권현진의 ‘dreaming-shine’은 실제 조명의 기능 외에도 현대도자에서 제품도자 영역의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상현의 ‘면의 변주곡’은 점토 조형의 입체적 표현능력이 기술적으로 우수했고, 홍승철의 ‘내안의 또 다른 나’는 조소작품에 전개한 회화의 소묘능력이 높게 평가됐다. 이주희의 ‘wave’는 평면적인 흐름을 곡선과 직선의 유기적인 교차를 보이는 산업도자를 통해 잘 표현하였다. 그동안 많은 도예가를 배출, 한국 도예계의 큰 역할을 해온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내년부터 대상, 우수상, 특선 작가들의 초대전까지 기획해 수상작가들의 향후 작품활동에 확실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 노경조 국민대 조형대학장 ■ “생명의 탄생·소멸 이미지 표현” 대상 전소영씨 “권위있는 공모전이라 특선쯤 기대했을 뿐 대상은 꿈도 못꾸었어요. 가족들도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믿지 않아요.” 대상 수상자인 전소영(33)씨는 “이번 수상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미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 2회, 특선 1회의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의 수상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빛­어둠’은 빛과 어둠이라는 자연현상을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이미지로 표현,“현대 도예의 조형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1250도의 높은 온도에서 작품을 구워내는 고화도 유약과 1000도의 저화도 유약을 접목시킨 뒤 그 위에 문양을 새겨넣는 박지기법을 사용했다. 먼저 고화도 흑유로 구워냄에 따라 작품 바탕 색채는 검은색을 띠며 이는 ‘어둠’을 상징한 것. 그 위에 다시 노랑, 주황, 빨강 등 고채도 색상의 저화도 유약을 발라 색채를 입혀 ‘빛’을 표현했다. “빛과 어둠은 상반되지만 늘 같이 존재하잖아요. 어둠을 바탕으로 빛이 더욱 드러나도록 해 색채과 질감의 이미지를 대비시켰어요.” 그의 이번 작품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매일 경기도 광주 작업실로 출근하면서 한달 반 정도 작업한 결실이다. 이 과정에서 남편인 최건 조선관요박물관장의 도움이 컸다며 전씨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이번 수상으로 더욱 큰 책임감을 갖게 된 만큼 보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덩어리 위주의 오브제를 주로 하는 작품 스타일은 그대로 견지하면서 “저화도 유약이 주는 색감에 대해 더 연구해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차이를 보이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자 등에게 주어진 내년 초대전에 대해서는 “작가들의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내 기법상 불가능한것 이뤄” 우수상 최중열씨 “예술가는 나이와 관계없이 쉬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야 합니다. 공모전에도 계속 응모, 자기 연마를 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수상을 받은 최중열(46)씨는 수상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지금까지 모두 7번째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 도전한 그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상을 받기 위해 출품하는 것이 아닌데, 나이 들어 공모전에 작품을 내면 우습게 생각하는 도예계의 풍토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수상작 ‘숲속에 이는 바람’은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 대나무처럼 10개를 묶는 방식으로 3개의 기둥을 만든 뒤 하단과 상단을 숲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대나무의 마디는 인간의 군상이고 숲은 세상입니다. 기둥은 군중을 의미하고요. 개인들이 모여져 군중의 힘으로 모진 세파의 세상을 이겨나가는 것을 담았습니다.” 그는 “도자기법상 불가능한 것을 이뤄냈다.”며 자신의 작품에 긍지를 내보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부인과 함께 토원이라는 개인공방을 운영하는 그의 부인 장연자씨도 도예작가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대상 받을 때까지 도전” 우수상 이정헌씨 우수상 수상자 이정헌(30)씨는 말없는 조용한 성품이지만 “내심 특선 이상은 기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을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Eden in 0.3L’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 속에서도, 종교의 참뜻을 잊어버린 신앙자들이 거대한 빌딩에 예수를 매달고 살찌우게 하는 희화적 모습을 흙으로 잘 빚어냈다. 사람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인 에덴이 약육강식의 논리와 종교적 갈등 등으로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리 현실을 꼬집고 있다. 지난 22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한데 이어 이번에 우수상까지 받았지만 “대상을 받을 때까지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8)일본의 차 문화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8)일본의 차 문화

    늦가을과 초겨울 하늘은 참으로 투명하고 맑다. 마치 가을걷이를 위해 풍성하게 들어차 있던 들판이 텅비어 버린 것 같이 아름답고 맑아서 눈이 아프도록 시리다. 코발트빛 밤 하늘은 또 얼마나 깊고 청순한지 모른다. 너무 높아서 까치발을 들고 손을 눈썹위 이마에 얹고 쳐다봐야 하는 밤하늘은 마치 술이 술술 익어가는 시골의 마을처럼 우리의 애잔한 삶을 살포시 위로하는 길손같이 정겹기만 하다. 하늘에 떠있는 별은 또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천목(天目) 즉 하늘의 눈 같은 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 중생들에게 혜안(慧眼)의 살림살이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가로등 같은 것이다. 산에 뜨는 달 또한 마찬가지다. 산에 뜨는 달은 등불이 되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는 마치 관현악의 장중한 울음 같다. 그림자 가득한 뜰을 지나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홈통을 타고 졸졸 밤새도록 울어대는 유천의 물을 발우에 담는다. 발우에는 달이 담기고 별이 담기고 영원한 적막이 흐른다. 푸른 돌솥에 찻물을 담아 차를 달여 마신다. 차의 살림살이는 차인의 마음에 따라서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하다. 자신이 속한 일상속에서 잠깐 마음의 눈을 돌려 내 안의 나를 바라보는 고즈넉한 시간을 갖게 한다면 차는 내 삶속에 뜨거운 용광로처럼 피어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웰빙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음료로 기능한다면 그 삶은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도록 메마르고 강파를 것이다. 일본다도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큐 소우준 선사는 주광문답(珠光問答)에서 차의 살림살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일미청정(一味淸淨)하고, 법희선열(法喜禪悅)하니 조주선사는 이를 체득했지만, 육우는 이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사람이 다실(茶室)에 들어가면 겉으로는 남과 나의 구별을 떨쳐버리고 , 안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한 덕을 함양하며, 서로 간에 교제함에 있어서는 삼가고(謹), 공경하고(敬), 사념을 품지 않고(淸), 평온해지며(寂) 결국 온 세상이 평안해진다.” 이큐선사의 근, 경, 청, 적은 후일 센리휴에 의해 화(和), 경(敬), 청(淸), 적(寂)으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일본다도의 핵심사상이 되고 있다. 이큐선사 이전에 일본에는 ‘다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송나라 때 전해진 음차풍속의 일환인 ‘투차(鬪茶)’가 성행했을 뿐이다. 일본에 맨 처음 말차를 전한 사람은 에이사이스님으로 천태산 만년사에 주석하며 5가7종 가운데 1파인 황룡파의 선을 배우고 귀국하면서부터로 말하나 그같은 것은 현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당시 일본에서는 중국으로 많은 스님들이 유학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선가에서는 선수행과 더불어 다양한 음다법이 성행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말차법은 중국에서 귀국한 많은 유학승들에 의해 시작된 문화의 공통분모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12세기 일본 사찰에서는 좌선때 애용된 말차가 단순한 음용의 수준을 떠나 하나의 다례로 정착됐다. 당시 일본의 선종사찰에서는 중국 선종사찰에서와 같이 생활규범으로서의 청규가 있었다. 무로마치 시대에는 사찰에서 대규모의 차회가 열릴 정도로 끽다법이 일반화됐다고 보여진다. 그같은 선종사찰의 말차법은 현재도 행해지고 있는 건인사의 경우에서 보면 확연해진다. 건인사에서는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네머리의식(四頭·요쓰가시라)’을 진행한다. 그 다례를 살펴보면 맨 먼저 향을 피우는 헌향, 다과(茶菓)와 함께 말차가 들어간 천목이 배치되는 행잔(行盞), 그리고 스님이 정병을 가지고 손님이 천목(찻잔이름)에 끓은 물을 붓고 차를 저어 돌리는 행다(行茶)순으로 되어 있다. 일본교토 상국사에도 사두재연이라는 말차법이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선종사찰에서 말차법에 의한 다례가 일상화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마쿠라시대를 거쳐 아시가가 시대에는 송나라로부터 ‘투차’의 풍속이 전해졌다.‘투차’풍속은 일본무사들의 정신적인 성향과 맛물려 당시 사회지배계층의 전형적인 음차문화로 자리잡았다. 무로마치 막부시대에 일본의 다도는 화려한 꽃을 피운다.‘서원차(書院茶)’로 불리는 당시 차문화는 값비싼 차와 다완을 자랑하는 등 외형적인 화려함에 치우쳐 차의 정신이나 형식보다는 차의 품격, 다완의 가격 등 사회적인 부의 수준에 따라 그 차회의 품격이 정해질 정도로 사치스러워졌다. 서원차는 화려할 뿐만 아니라 너무도 귀족적인 차회였던 것이다. 그것은 당시 서원차를 주도했던 무가(武家)와 막 꽃피기 시작한 상업자본가들의 외형적인 자기과시욕 때문이었다. 사무라이들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취향과 상업자본가들의 자기과시욕의 결합은 심지어 차가 도박으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지배계층 내부의 극단적인 정신적 사치를 불러왔을 정도다. 서원차의 병폐는 사회경제적 균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회의 구축을 이루려는 집권막부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갔다. 일본 다도의 창시자랄 수 있는 무라다 주코와 이큐 소우준 선사의 만남은 이때 이루어졌다. 주코의 스승인 이큐선사는 고코마쓰일왕의 아들이었다. 그는 어린시절 사찰로 보내졌다. 어린시절 여러 가지 고난을 이겨낸 이큐선사는 조주의 끽다거를 갈파해낸 탁월한 선승이었다. 조주의 끽다거의 공안을 깨쳤던 그는 왕실 막부의 투차의 화려함을 대신해서 원오극근선사의 ‘다선일미’를 다도의 근본형식으로 이끌어냈다. 이큐는 그의 나이 60세 때 30살의 주코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나라출신인 주코는 11살에 출가하였으나 그 단조로운 생활을 견디지 못해 환속, 이곳 저곳 떠돌며 ‘투차’나 여러곳의 ‘다사(茶事)’를 보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코는 우연히 이큐선사의 설법을 듣고 그 문하에 다시 입문하게 된다. 주코를 조주차의 깨달음으로 이끌었던 이큐선사 일화 한토막을 소개해본다. 이큐는 주코가 ‘끽다거’의 공안을 깨칠 수 있도록 각고의 수행을 주문했다. 천재였던 주코에게도 그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이큐선사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선수행중인 주코를 이큐선사가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끽다거”. 그러나 주코는 이큐선사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이큐선사가 차탁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담아 주코에게 건넸다. 주코가 그 찻잔을 받아들기 위해 손을 내밀자 이큐선사는 “끽다거”하며 찻잔을 깨트려버렸다. 공안이 익을 대로 익어 있던 주코는 이큐선사의 벽력같은 소리에 단박에 깨칠 수 있었다. 마침내 조주차의 근원을 알게 된 주코는 이큐선사의 인가를 받았으며 원오극근선사의 묵적을 전수받았다. 이큐선사의 인가를 받은 주코선사는 당과 송에서 전해진 투차의 차 문화를 대체하는, 즉 차와 선이 하나인 일본화된 품차의 정신을 만들어냈다. 주코를 통해서 차가 선이며, 선이 차이며, 끽다가 참선이고 참선이 끽다인 ‘다선일미’를 구현해냈다. 이같은 주코의 차도는 다케쇼오를 커쳐 센리휴에 의해 완성된다. 부유한 피혁상의 아들이었던 다케쇼오는 주코의 제자로부터 다도를 배웠다.36세 때 사카에로 돌아온 다케쇼오는 20세나 아래인 센리휴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다케쇼오는 일본이 다도를 통해 민족적인 정신을 눈뜨게 했다. 교토에서 와카와 다도를 함께 배운 다케쇼오는 와카를 다도에 접목시켰다. 그는 주코의 다도를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선가의 기풍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와카를 표구해 차실에 걸어놓아 일본다도에 민족적인 정신을 심어냈다. 사카에 상인 가문 출신이었던 센리휴는 주코와 다케쇼오의 차 정신을 완성해냈다. “여름에는 차실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엔 차실을 따뜻하게 하며 연료를 찻물이 잘 끓게 넣고 차는 맛있게 우려내는 것이야말로 차정신의 비결”이라고 말한 센리휴는 다다미 스무장 넓이의 넓고 화려한 서원차의 차실 대신 두세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겨우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이른바 초암차실을 완성했다. 센리휴는 전국시대의 최고의 무장이었던 오다 노부나가의 차 시종을 거쳐 일본을 천하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시종관이 되었다. 센리휴가 일본차계에 그 이름을 떨친 것은 1587년 히데요시가 주관한 천하통일 기념차회와 기타노 신사에서의 차회에서다. 센리휴는 이 차회에서 원나라 때 화가 옥간의 ‘원사만종’을 걸고 최고급 차합과 쌀 4천만섬의 가치가 있다는 ‘송화(松花)’라는 아름다운 다관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서원차의 극치를 보여준 차회였던 것이다.1589년 기타노 신사의 황금차실은 그같은 호화로운 차회의 극점이었다. 온통 황금으로 이루어진 황금차실과 8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차인들의 참석은 ‘거처는 비가 새지 않으면 되고 음식은 배가 부르면 충분하다.’는 센리휴의 생각과 정 반대가 되는 것이었다. 센리휴는 일단 작은 차실을 선호했다. 그리고 중국에거 전래한 천목찻잔이나 청자완보다는 조선서민들이 사용했던 막사발(이도다완)을 즐겨 사용했다. 모양이 고르지 않고 검은 빛을 띠며 무늬가 없는 막사발을 센리휴는 최상의 다완으로 쳤다. 이같은 다도를 통해 센리휴는 마침내 주코의 ‘근경청적’의 정신을 ‘화경청적’으로 완성해낸 것이다. 일본차의 정신은 흔히 ‘와비차’로 표현된다.‘와비’란 이른바 ‘한적(閑寂)’하다는 말로 정신성이 강한 차예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차의 첫 번째 목적은 심신을 수련하는 것이다. 차와 선이 상통하는 점은 바로 정신적 경지의 정화와 승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차를 마실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맛을 음미한다. 참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참선을 할 때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생각을 끊어야 한다. 다도(茶道)와 깨달음은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주체의 맑고 고요한 근원적인 감각에 치중한다. 연차, 자차, 점차, 음차 등 일련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체를 드러내며 윤회하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선다일미라는 것이다. 다도는 또 근원성의 문화라는 점에서 깨달음과 일치한다. 다도의 완성은 일종의 무형의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신이 표현해내는 근원적인 문화양식인 것이다. 다도는 무형의 근원에 도달한 자신의 외재적 표현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또다른 문화양식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위대한 선사들이나, 다도를 완성한 차인들은 이미 또다른 문화를 창조한 문화의 창조인들인 것이다. 센리휴선사는 이렇게 말한다.“물을 긷고, 땔감을 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따르고, 부처께 올리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이 마시고, 삽화분향하는 것 모두가 불법을 수행하는 행위인 것이다.” 차와 선의 문화는 그런 점에서 인류 미래문화의 진보를 앞당기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지암 암주 ■ 日 茶界 최고보물 ‘다선일미’ 묵적…中 송나라때 원오극근선사가 전해 일본차계 최고의 보물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그것을 ‘이도다완’으로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송나라때 선승으로 유명한 원오극근선사가 직접 썼다고 전해지는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묵적이다. 서원차와 투차의 화려하고 권위적인 차 문화를 선과 결합시켜 내 ‘다선일미’라는 일본의 차도를 창조해낸 주코가 그의 스승인 이큐선사로부터 차도의 인가증서로 원오극근선사의 묵적을 전해받은 것이다. 이큐선사로부터 묵적을 물려받은 주코는 그것을 다실 안에서 가장 잘 보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위치인 벽감속에 걸어 두고 사람들이 그의 다실을 드나들 때마다 무릎꿇고 예를 행하여 경의를 표하게 했다. 일본 경도 대각사에 소장되어 있는 ‘다선일미’에 대한 일화는 아주 재미있다. 원오극근선사가 어느날 중국 성도에 있는 소각사에서 설법을 하였다. 원오극근선사는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일본 제자를 불렀다. 그리고 직접 그 제자에게 ‘다선일미’라는 네자를 써주었다. 그 제자는 그 글씨를 큰 대통에 담아 귀국하는 배를 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한 그 스님이 탄 배가 항구에서 전복되고 만 것이다. 그 대통과 글귀는 이사람 저사람 손을 전전하다 마침내 이큐선사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큐선사는 그 대통에 든 글귀를 보고 오랫동안 참문을 하였다. 출중한 선승이었던 이큐선사는 마침내 원오극근선사가 쓴 ‘다선일미’의 오의를 깨쳤다. 그리고 그 정신과 묵적을 자신의 수제자였던 주코에게 차도의 인가증으로 전해준 것이다. 주코는 교토에 주광암을 개원했다. 그리고 선종의 중흥조인 육조혜능선사의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선지를 바탕으로 차를 마심으로써 ‘초암다풍’을 형성한 것이다. 주코는 “차실에 들어가면 밖으로는 남과 나의 구분을 모두 잊고 안으로는 유화의 덕을 쌓으며 서로 응대함에 있어서는 근경청적하고 궁극적으로는 천하태평에 이른다.”고 말한다. 주코는 선을 통해 일본의 다도를 철학이자 종교로 승화시켜낸 것이다. 청담스님은 차의 진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차의 맛이 지닌 진수는 어디까지나 술처럼 교만하지 않고, 커피처럼 자만하지 않으며, 코코아처럼 천진한 기취와는 달리 엄절한 청정미에 있다. 그러기에 다도는 미를 발견하고도 오히려 환희를 감추려는데 묘미를 느끼는 예술이라 할 수 있으며 선을 실행하고도 그 공덕을 숨기는 윤리이자 참을 체득하고도 오히려 빛을 묻는 종교이다.”
  • [7·9급 공무원 시험 완전정복]

    [7·9급 공무원 시험 완전정복]

    문학은 예술의 하나이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문학이 추구하는 미에는 숭고미(崇高美)·우아미(優雅美)·비장미(悲壯美)·골계미(滑稽美) 등이 있다. 이러한 미의식은 삶의 의식을 예술적 질서에 맞도록 집약하여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미적 범주는 대상에 대한 주체의 태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를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예를 들어 고전 시가와 결부해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1. 숭고미(崇高美):자연의 조화를 현실에서 추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일 때 나타나는 미(美)로, 모순된 상황에 처하여 자연의 이상적인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려는 정신과 태도가 두드러질 때 더욱 잘 드러난다. →임금의 교화와 은혜를 입지 못한 가난한 백성들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겠다는 높은 이상을 현실에 실현하고자 한다. 2. 우아미(優雅美):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본받는 태도로 대할 때 나타나는 미(美)이며, 고상함과 순수함을 추구할 때 형상화된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과 자연과 더불어 일체가 된 삶의 흥겨움, 즉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속에서 그 즐거움이 나타나 있다. 3. 골계미(滑稽美):자연을 바라보는 ‘나’가 자연의 질서나 가치를 의의 있는 것으로 존중하지 않고 추락시킬 때 나타나는 미(美)로, 거짓과 위선의 진상을 모두 폭로했을 때 형상화되며 주로 풍자 정신이 바탕이 된다. →대나무의 용도와 특성을 인간사에 대응시킨 착상이 매우 기발하다. 관습적 상징이었던 대나무의 절개를 변절한 임으로 비유하여 풍자하고 있다. 4. 비장미(悲壯美):자연의 조화를 현실에서 실현하려는 의지가 좌절될 때 나타나는 미(美)로, 슬픔, 고통, 절망 등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때 두드러진다. →도교적 신선 지향이 관원 신분의 유한한 여정에 의해 좌절되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슬픔이 반영되어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신동수 남부행정고시학원 강사
  • 잘키운 돼지고기 쇠고기 부럽잖다

    잘키운 돼지고기 쇠고기 부럽잖다

    녹돈(녹차돼지)이 선풍을 일으키면서 매돈(매실돼지), 뽕잎포크, 대나무숯포크, 한약돼지, 황토돼지에 이어 톳돈(톳돼지)까지 등장했다. 소고기는 금값이고 닭과 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애매하게 설움을 당하면서 그럴듯한 브랜드로 포장된 기능성 돼지고기가 뜨고 있다. 수출품인 톳의 특산지인 전남 여수에서는 해산물인 톳을 먹여 기른 톳돼지가 생산됐다. 여수시농업기술센터는 15일 “‘톳을 사료 첨가제로 이용한 돼지 사육법’을 특허청에 특허등록했다.”고 밝혔다. 톳은 성인병 예방에 좋아 대일 수출품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료용 톳은 구입하는데 한푼이 안 든다. 수출용 톳을 가공하면서 버려지는 부산물을 얻어다 일반사료에다 1.0%가량만 섞으면 된다. 지난 2년 동안 톳을 먹인 돼지 60마리의 육질을 분석한 결과, 냄새도 안 나고 삼겹살과 목살이 부드러웠다. 톳에 든 항산화물질인 타우린이 삼겹살이나 목살에서 일반돼지보다 34.7∼153.6%나 높게 나왔다. 물론 콜레스테롤 함량도 일반 돼지의 절반에 그쳤다. 이미 녹차 찌꺼기나 녹차 잎을 먹인 녹돈은 전국 체인점이 있을 만큼 대중화됐고 뽕잎이나 한약재·매실·대나무숯·황토 등을 먹인 돼지도 냄새가 없고 육질이 담백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다 아우른다. 그 흔적을 다 살피기 위해서는 24시간도 부족하다. 유물 1만 1000여점의 위압감에 치여 관람을 포기하기 일쑤다.4만여평의 ‘광활한’ 박물관에서 길을 잃기도 십상이다. 6개 관과 특별전 등을 다 둘러볼 엄두가 안 나면 코스별로 관람하는 게 어떨까. 박물관이 선정한 명품이 테마별 관람 코스가 관람객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루트도 마련돼 있다. 코스만 충실히 다녀도 박물관의 절반 이상은 건지게 되는 셈이다. ●신라 금관·반가사유상과 만나다 박물관 추천 명품 50선은 주마간산(走馬看山)코스다. 이 것만 갖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다 봤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다. 관람의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층 고고관, 역사관부터 시작해서 2층 미술1관을 거쳐 3층 미술2관, 그리고 다시 2층 기증관에서 끝난다.90분 정도 걸린다. 첫 만남의 상대는 요령식동검(遼寧式銅劍).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검몸과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연결하는 한국식동검의 원형이다. 신라금관도 빼놓을 수 없다. 번성했던 신라왕족의 힘과 권위를 나타내며 국보 제191호다. 국보 3호인 진흥왕 북한산비는 신라의 영토를 크게 넓힌 진흥왕에 의해 세워졌다. 조선 후기 금석학자 김정희가 비를 조사했던 행적이 새겨진 금석문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김홍도의 풍속도첩도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서민들의 소탈하면서도 해학적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국보 83호인 반가사유상은 이번 코스의 ‘백미’다. 입가에 머금은 그윽한 미소, 살아 숨쉬는 듯한 얼굴 표정, 상체와 하체의 완벽한 조화, 손과 발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움직임 등이 이상적으로 표현된 동양불교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한국 문화의 정수 100선 명품 100선도 50선에 뒤처지지 않는다.2시간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전통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백제 무령왕비 관에 있는 관꽂이는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백제 문화의 대표작이다. 얇은 금판에 무늬를 새겼다. 중앙의 꽃병을 연꽃잎과 넝쿨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청자 칠보무늬 향로와 백자 매화·대나무·새무늬 항아리는 세계적인 명품인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대표한다. 각각 국보 95호와 170호다. 청자 향로는 음각, 투각, 상감 등 다양한 청자 기법이 집약돼 있다. 백자 항아리는 대나무, 매화, 새를 섬세하게 묘사해 한국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경천사 10층석탑은 1층 복도 맨 끝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높이만 13m로 2층까지 올라와 있다. 대표적인 고려 후기 석탑으로 1층 가운데 부처님을 중심으로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등을 새겼다. 기증관에 있는 청동제투구도 코스에 포함돼 있다. ●테마별로도 즐기세요 우리 역사와 미술을 즐길 수 있는 테마별 코스도 마련돼 있다. 이웃 나라의 문화여행도 가능하다. 5000년 역사탐방기 코스는 한반도에서 문명이 발생한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고고관과 역사관에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 코스는 2시간 정도 돌아다니면 된다. 대표 유물로는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 ▲현존 최고의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관리 허재의 석관 ▲구한말 대한제국의 황태자 책봉 금책 등을 만날 수 있다. 우리미술 바로알기는 그림, 도자기, 조각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미술관Ⅰ·Ⅱ에 몰려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은 2시간 걸린다. 여기에는 ▲18세기 작품인 작자미상 용감한 호랑이 ▲정조 임금의 서예 작품인 ‘임지로 떠나는 철옹 부사에게’ ▲고구려 6세기 작품인 원오리사지 출토 나한 입상 ▲조선 후기 이명기의 ‘강세황 초상’ 등이 있다.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등의 문화 유산을 감상하는 이웃나라 문화여행은 아시아관을 60분 정도 돌면 된다.▲중앙아시아 투르판 무르툭에서 가져온 ‘불법의 수호하는 신’ ▲중국 명 중기의 화가 임량의 ‘겨울 풍경속의 두마리 매’ ▲18세기 일본의 다색판화 작가 우케요에의 ‘도슈사이 샤라쿠, 생선장수 역할 배우’ 등 다양한 이국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청소년·어린이 코스 다양 박물관은 교실 밖의 훌륭한 역사·문화 학교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코스가 빠질 수 없다. 어린이 관람코스는 4가지가 있다.▲한민족의 시원(始原)을 보여주는 ‘선사시대 속으로! 맨처음 인류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삼국시대의 장신구를 소개하는 ‘청동에서 황금까지, 다채로운 고대의 장신구’ ▲번성했던 한민족의 불교 역사를 발견하는 ‘천년의 불교문화, 깨달음과 자비를 찾아서’ ▲조선조 다양한 계층의 문화가 담긴 ‘미술로 보는 조선의 생활과 예술’ 등이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관람시간도 각각 40분으로 짧게 잡았다. 수학여행을 온 청소년들을 위해 1시간30분,2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신라의 금귀걸이, 감산사 미륵보살·아미타불 등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들이 대상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새 5000원권 내년1월 나온다

    새 5000원권 내년1월 나온다

    내년 1월에 새 5000원짜리 지폐가 시중에 나온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5000원짜리보다 위조방지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은행은 2일 이런 기능을 갖춘 새 5000원 짜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앞면(사진 위)에는 지금처럼 율곡 이이의 초상이 등장한다. 다만 현재 5000원권에 쓰이고 있는 벼루 대신 창호무늬 바탕에 율곡의 탄생지인 오죽헌과 그곳에서 자라는 검은대나무(오죽)를 보조 소재로 썼다. 뒷면도 현재의 오죽헌 전경 대신 조각보무늬를 바탕으로,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8폭 초충도 병풍 가운데 수박 그림과 맨드라미 그림을 배경으로 사용했다. 신권은 가로 142㎜, 세로 68㎜로 현재의 5000원권보다 가로 14㎜, 세로 8㎜가 줄어든다. 전반적인 색조는 적황색이다. 새 5000원짜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와 태극문양, 액면숫자,4괘 등의 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 홀로그램이 부착된다. 빛의 반사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특수잉크가 사용돼 액면숫자 ‘5000’의 색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연속적으로 바뀐다. 또 볼록인쇄 기법을 활용한 요판잠상, 숨은그림, 미세문자, 돌출은화, 앞뒤판 맞춤그림 등 모두 20여가지의 위·변조 방지기능이 도입됐다.‘한글+숫자’로 돼 있는 현재 5000원짜리의 일련번호도 외국인들이 쉽게 알아보도록 ‘영문+숫자’로 바뀐다. 한국은행 총재직인도 현재 원모양으로 ‘총재의인’이라고 빨간색으로 날인된 것에서 적황색에 사각형 모양의 ‘한국은행총재’로 교체된다. 한은 김두경 발권국장은 “오는 7일 경산조폐창에서 새 5000원권의 인쇄를 시작한다.”면서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는 시중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1만원권과 1000원권은 내년 상반기에 도안이 공개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울릉도 부속섬 죽도 104년만에 電氣

    울릉도 부속섬 죽도 104년만에 電氣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죽도(竹島) 개척 104년만인 내년에 처음으로 전기가 공급된다. 울릉군은 내년 2월부터 울릉도의 부속도서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거주하는 죽도에 전기를 공급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죽도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1902년 이래 처음이다. 군은 이에 따라 이 달부터 내년 1월까지 4억 2000만원을 들여 죽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풍력 및 태양광 복합 발전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에 설치될 전기 발전시스템의 발전 용량은 풍력의 경우 10㎾, 태양광 5㎾ 등 모두 15㎾이다. 군은 또 올 연말까지 죽도 주변에 가로등을 설치, 전기 공급과 함께 죽도의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할 수 있도록 불을 밝힐 계획이다. 죽도에는 지금까지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주민 김길철(66·밭농사)씨와 아들 의권(37)씨 등 한 가족 2명이 오징어잡이선(船) 등에서 사용하는 디젤발전기로 전력을 자체 생산, 필요때마다 사용해 오고 있다. 물론 해가 지거나 이들이 잠을 잘 때 죽도는 암흑천지가 된다. 특히 죽도는 연간 2만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나, 전기공급이 안 돼 야영을 할 수 없는 데다 수돗물마저 공급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어 왔다. 김씨 가족은 현재 전기로 바다 밑의 지하수를 끌어 올리지 못해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죽도에 대한 전기공급 사업은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관광객 편의제공은 물론 죽도 관광개발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죽도라고 불리는 이 섬은 울릉읍 저동항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4㎞ 지점에 자리잡고 있으며, 울릉도 관문인 도동항에서 7㎞ 떨어져 있다. 면적은 207.9㎡, 높이 106m로 울릉도 부속도서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2) 파자법(破字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2) 파자법(破字法)

    한 개의 글자를 부숴 여럿으로 나누거나, 역으로 여러 글자를 조합해 하나로 만들어 비밀스러운 뜻을 알아내는 것이 파자법이다. 한자 문화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일종의 암호 생산기술이다. 이미 중국 고대의 전국시대에 귀곡자(鬼谷子)라고 불린 한 기인이 만들어 사용했다 할 정도로 파자법의 연원은 깊다. 본디 뜻글자인 한자는 구성이 복잡하고 두 글자 이상이 뭉친 경우가 많아, 파자법이 생겨나기 쉬운 조건이다. 뜸뜬다는 ‘구(灸)’자만 해도, 위에는 오래라는 뜻의 ‘(久)’자가 있고 아래는 ‘불 화(火)’가 놓여 있다. 파자법으로 풀이해 보면, 사람이 불 위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바로 뜸이란 뜻이 된다. 어떤 사람에게서 나는 좀더 억지스러운 이야기도 들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열여섯에 성인이 된다고 보았는데, 그것을 파자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파과(破瓜) 즉 오이가 깨지는 해에 성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여기엔 물론 초경이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오이 과(瓜)자에 비밀이 숨어 있다 한다. 그 글자를 파자법으로 분석해 보면 여덟 팔(八)자 두 개가 겹친 것이란다. 요컨대 여자 나이 열여섯이면 성인이 되는 것이고, 천하절색 춘향이 이도령을 만난 것도 파과의 해였다는 주장이다. ●파자법(破字法)이란 비밀 코드 비밀을 해독하거나 생산하는 데 파자법은 매우 유용했다. 그래서 예언서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정감록’을 읽다 보면 글귀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기만 해선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다른 사물에 빗댄 우의법(寓意法)이나 파자법(破字法)을 적용해야만 본래의 뜻을 대강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목자(木子) 장군의 칼이요, 주초(走肖)대부의 붓이로다. 비의(非衣) 군자가 품은 뜻은 다시 삼한의 서울을 정하는 일이다. 목자가 나라를 세우는 데 주초의 계략과 정기가 기틀을 마련할 지니.”(청구비결) 흔히 조선왕조의 건국을 예언한 것으로 풀이되는 구절이다. 목자(木子)는 곧 이(李)씨로 태조 이성계를 상징한다. 주초는 조(趙)씨, 비의(非衣)는 배(裵)씨를 파자한 것이다. 조선 개국공신들 가운데 마침 조준(趙浚·1346~1405)과 배극렴(裵克廉·1325~1392)이 포함돼 있어, 그들이 다름 아닌 ‘주초대부’와 ‘비의군자’로 비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조선 개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정도전이 비결에 언급돼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파자법이라면 위에 살핀 경우처럼 두 글자를 하나로 묶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때로는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기도 한다. 파자법의 압권을 ‘정감록’에서 찾아보자. “선비(士者)는 관을 비뚜로 쓰며(橫冠) 신인(神人)이 옷을 벗고(脫衣) 주변을 달리다 몸을 기댄 채(走邊橫己) 성인의 이름에 여덟 팔자를 덧붙이면(聖諱加八), 계룡산 바위가 희게 변하고 청포의 대나무가 하얗게 되며 (중략) 대중화와 소중화가 함께 망하리라.”(감결) 계룡산 바위가 변하는 것부터 시작해 중국(대중화)과 한국(소중화)이 일시에 망하고 만다는 예언이다. 글의 구조상 이런 일대격변을 일으키는 조건은 밑줄 친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술사들은 수수께끼처럼 여겨지는 밑줄 친 대목을 파자법으로 풀어냈다. 우선 ‘선비(士者)는 관을 비뚜로 쓰며(橫冠)’를 사(士)의 머리 부분에 빗금을 그어 얹은 임(壬)자로 간주했다.‘신인(神人)이 옷을 벗고(脫衣)’란 대목은 신(神)자에서 보일 시(示)변을 제거해 신(申)자로 해독했다. 요컨대 앞의 두 대목은 임신(壬申)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어낸 것이다. 그 해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 아래 두 구절에서 해결돼야 했다. 술사들은 지혜를 짜냈다.‘주변을 달리다 몸을 기댄 채(走邊橫己)’는 주(走)변에 기(己)자를 더해 일어날 기(起)자로 해독했다. 마지막 구절인 ‘성인의 이름에 여덟 팔자를 덧붙이면(聖諱加八)’은 성인을 공자(孔子)로 보고 그 이름인 구(丘)자에 팔(八)을 합친 군사 병(兵)자로 풀었다. 두 대목을 서로 연결하면 기병(起兵) 즉, 군사를 일으킨다는 뜻이 된다. 임신년에 반란이 일어나면 온갖 징조가 뒤따라 일어나고 마침내 중국과 한국이 동시에 멸망하게 된다는 그야말로 엄청난 예언인 셈이다. 참고로, 청나라가 망한 것은 무신년(1911)의 일이었다. 조선왕조는 그보다 한 해 앞선 경술년(1910)에 사라졌으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셈이었다. 바로 이런 예언은 철종13년(1862)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임술민란이 일어나던 무렵 ‘감록’에 새로 등장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임술년(1862)을 전후해 조선에는 국내외 정세에 상당한 식견을 지닌 술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 ‘감록’을 고쳐 쓰면서 ‘임술기병’에 해당되는 구절을 파자법을 이용해 삽입했다고 믿어진다. 따지고 보면 그 당시 중국의 사정도 무척 어수선했다.1851년에 시작된 이른바 태평천국의 난이 10년가량 계속되다 가까스로 마무리된 처지였다. 난리는 일단 진정됐지만 중국을 압박해 들어오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간섭이 만만치 않았다. ●파자법의 명인들 고대부터 한국의 예언서에 파자법은 자주 등장했다. 고려태조 왕건의 등극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고경참’에도 신라를 가리키는 ‘사유(四維)’ 즉 라(羅)자가 보인다. 고려 때도 이자겸이 발호하자 ‘목자위왕(木子爲王)’, 이씨가 왕이 된다는 예언이 한 때 유행했다. 조선 중종 때도 그와 흡사한 ‘주초위왕(走肖爲王)’ 즉, 조씨가 왕이 된다는 말이 퍼졌고, 그 바람에 개혁정치가 조광조가 희생됐다. 파자가 한국사회에 널리 유행하다 보니 점을 보는 사람들 중에도 파자법의 대가가 많았다. 아직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그는 일부러 다 떨어진 옷을 몸에 걸친 채 수도 개성을 둘러보았다. 시내의 좁다란 어떤 골목에 발길을 들여놓았을 때 이성계는 한 노인이 점판을 벌려 놓은 것을 보았다. 마음속에 큰 야망을 품고 있던 이성계는 자신의 미래 운명을 점쳐 보기로 했다. 점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무 글자나 가리키면 되는 것이었다. 이성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을 문(問)’ 자를 가리켰다. 그러자 노인은 혼비백산하며 이성계의 귀를 빌렸다.“공은 반드시 이 나라의 대왕이 되실 운세입니다.” 노인은 몇 번씩이나 고개를 숙여 경하의 인사를 아뢰었다. 이성계가 선택한 글자를 파자해 보면 ‘임금 군(君)’ 자를 좌우로 벌려놓은 모양이었고, 그래서 노인은 이성계가 훗날 임금이 될 거라고 믿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제대로 엿듣지는 못했으나,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본 길손이 하나 있었다. 이성계가 그곳을 떠나기가 무섭게 그 역시 노인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같은 글자를 짚었다. 노인은 역시 문(問)자를 파자했는데 결과가 아주 딴판이었다.‘문문(門門) 개구(開口)라!’ 당신은 아무래도 남의 문 앞을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을 팔자인 모양이오. 부디 절약에 힘써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오. 이쯤 되면 파자법도 어렵기 그지없다. 같은 글자도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파자법의 명인들 가운데는 후세에 이름이 전해진 경우도 있다. 조선 중기의 뛰어난 예언가 남사고가 그랬다. 그는 여러 곳의 길지(吉地)를 점쳐 놓기도 했지만, 파자법을 통해 동서분당(東西分黨)이며 그 뒤의 정치적 추이를 정확히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뒷날 동인들은 주로 낙산(駱山) 밑에 거주했고, 서인들은 안산(鞍山) 아래 터를 잡았다. 낙산이라면 북악산, 인왕산, 남산과 더불어 한양의 내사산(內四山)이요, 주산인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한다. 오늘날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일대를 가리킨다. 그런데 낙산(駱山)의 낙자(駱字)는 마(馬)와 각(各)을 합친 글자이다. 말(馬)을 타고 가다 떨어(各)진 형상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분당되고 나서 초기에는 동인들이 국운을 좌지우지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제각각(各各)으로 갈라서게 될 운명이라 했다. 장차 서인의 운명을 상징한 안산(鞍山)은 그 뜻이 사뭇 달랐다. 안(鞍)자는 파자로 뜯어볼 때 바꿀 혁(革)자에 편안 안(安)자를 더한 것이다. 혁명 즉, 반정을 일으킨 뒤 세력이 안정되어 권력을 오래 유지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인들이 집권한 것은 인조반정 때인데 그 뒤 잠깐씩 몇 차례 실권(失權)한 적이 있긴 해도 조선 말까지 모든 권력이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산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다. 남사고의 예언이 들어맞긴 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어선 곤란하다. 그는 인조반정을 언급한 적도 없었고, 서인 역시 노론과 소론으로 분당된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 도무지 누군들 미래의 일을 제 손금 보듯 할 수가 있을 것인가. ●‘격암유록’과 현대의 파자법 어쨌든 후대의 술사들은 남사고의 예언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 최근에는 그가 저술했다는 ‘격암유록’이란 예언서가 출현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 예언서는 ‘정감록’의 상이한 내용을 합성한 위에, 몇 가지 다른 요소까지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판 정감록인 셈인데,‘격암유록’에도 파자법의 자취가 완연하다. 간단한 예를 몇 개만 들어보겠다. 여러 사람들이 이미 밝힌 대로 ‘격암유록’에 보이는 ‘추대읍(酋大邑)’은 세 글자를 연이은 정(鄭)자에 해당한다.‘시구(矢口)’는 지(知)자이며,‘일팔간팔(一八干八)’은 금(金)자이다.‘여자(女子)’는 호(好)자,‘팔력시월이인(八力十月二八)’은 십승(十勝)으로 풀이된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라,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격암유록’에는 현대 한국의 운명이 예언돼 있기도 하다. 파자법으로 풀어야만 되는 대목도 여럿이다. 그 하나는 6·25전쟁에 관한 것이다.‘격암유록’에는 백호(白虎)에 전쟁이 일어난다 했다. 백호란 호랑이해이면서 흰색에 해당되는 경(庚)년 즉,1950년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이때 “난을 피하려면 팔금산(八金山)으로 가라 했다.” 팔금산은 파자법을 적용해 보면 영락없는 부산(釜山)이다.6·25전쟁 때 부산은 안전했다. 국토가 장차 38선을 경계삼아 양분된다는 예언도 이미 나와 있었다.‘십선반팔삼팔(十線反八三八) 양호역시삼팔(兩戶亦是三八) 무주주점삼팔(無酒酒店三八)’이라 했다. 한 대목씩 차례로 살피면,“십선반팔삼팔(十線反八三八)”은 십(十)에 팔(八)을 더하면 목(木)이 되고 그 옆에 반(反)을 나란히 놓으면 板(판)자가 되는데 그것이 38선에 있다는 것이다.“양호역시삼팔(兩戶亦是三八)”이란 호(戶)를 좌우 양쪽에 늘어놓아 門(문)이 되는데, 그 역시 38선상에 위치한다는 것이다.“무주주점삼팔(無酒酒店三八)”은 주점(酒店)은 주점인데 술(酒)이 없으므로 店(점)이 된다. 끝으로,“삼자각자삼팔(三字各字三八)”이라 했다. 위에서 만들어진 석자 즉, 판문점(板門店)은 각기 8획이며 역시 38선에 위치한다고 했다. 이 예언이 1953년 휴전 성립 이전에 나왔다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격암유록’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목인비거후(木人飛去後) 대인산조비래(待人山鳥飛來)’란 구절도 있다. 혹자는 파자법을 동원해 이것을 한국현대정치사의 일면으로 해석한다.‘목인(木人)’은 박(朴)씨를 뜻한다. 문제는 그가 ‘비거후(飛去)’ 즉, 죽은 뒤의 일이다.‘인산조(人山鳥)’가 기다렸다 날아온다(飛來)고 했다.‘인산조(人山鳥)’는 최(崔)씨라 한다. ‘격암유록’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될 사항이 있다. 파자를 해보면 기독교적인 용어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가령 ‘육각팔인(六角八人)’은 천화(天火),‘인언일대십팔촌(人言一大十八村)’은 신천촌(信天村) 또는 신앙촌에 짝한다.‘일양형(一羊兄)’은 한 마리(一) 으뜸가는(兄) 어린 양(羊)으로 해석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활아자수(活我者誰) 삼인일석(三人一夕)이라.’ 했다. 삼인일석(三人一夕)이 나를 살린다고 해석되는데, 삼인일석(三人一夕)이 문제다. 사람들은 이것을 파자법으로 풀어 닦을 수(修)로 본다. 종교적 수행이란 것이다. 기독교적 취향이 강한 사람들은 ‘정감록’에 빈번히 등장하는 ‘궁궁(弓弓)’과 ‘을을(乙乙)’ 같은 오래된 용어까지 파자법을 응용해 재해석한다. 전자의 경우 궁(弓)자 두 개를 마주 바라보게 돌려놓으면 아(亞)자가 되는데 그 가운데 십자가(十)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후자도 마찬가지다. 을을(乙乙)의 경우 을(乙)자 두 개를 서로 겹쳐 놓으면 만(卍)자가 되어 불교를 상징하는 것 같아 뵈지만 실은 그것이 아니라 한다. 만(卍)자의 복판을 꿰뚫는 두 개의 선은 다름 아닌 십자가(十)라는 것이다. 따라서 ‘격암유록’이 제시하는 구원은 십자가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는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기독교화되었고, 그에 따라 ‘정감록’ 역시 기독교적인 색채를 더하게 되었다. ‘격암유록’은 1970년대의 위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맞는 말 같다. 우선 이 예언서에는 ‘철학(哲學)’,‘공산(共産)’, 그리고 ‘원자(原子)’ 따위의 현대적인 용어가 등장한다.‘서학(西學)’이니 ‘동학(東學)’ 같은 낱말도 있고, 파자법을 가지고 읽어보면 ‘박태선(朴泰善)’이란 이름도 나온다. 박태선 장로는 1970년대 후반 신앙촌 운동을 벌였다.‘격암유록’은 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삿갓과 파자법 파자법은 조선후기에 이르러 문학에까지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은 파자법의 또 다른 대가였다. 그는 전국을 방랑하며 수많은 설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말끝마다 김삿갓은 파자(破字)와 동음이의어를 빌려 사회적 모순과 일상을 노골적으로 풍자했고, 민중들로부터 아낌없이 갈채를 받았다. 한 번은 방랑시인 김삿갓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날도 어디를 가다 날이 저물어 어떤 집에 머물렀다. 다음날 아침, 이미 해가 중천에 솟았는데도 아침상이 들어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뜨락에서 안주인이 “‘인량차팔(人良且八)’ 하고 전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그러자 바깥주인은 태연한 표정으로 ‘월월산산(月月山山)!’이라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밥상이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김삿갓은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잠시 궁리하였다. 그러더니만 김삿갓은 담뱃대로 재떨이를 두어 차례 후려쳤다.“견자화중(犬者禾重)아 정구죽요(丁口竹夭)로다!”라고 크게 외치며 김삿갓은 네 활개를 저으며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세 사람 사이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인량(人良)’을 위아래로 붙이면 밥 식(食)이 되고,‘차팔(且八)은 갖출 구(具)자가 된다. 안주인은 “식사를 준비할까요?” 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에 대해 바깥주인은 ‘월월(月月)’ 곧 친구 붕(朋)자에 ‘산산(山山)’이라 했다. 메 산(山) 두 개를 포개 놓으면 나갈 출(出)자가 된다. 요컨대 “이 친구가 떠나거든!” 밥을 먹자고 대꾸한 것이었다. 지독한 구두쇠부부요, 교활한 암호였다. 그러나 김삿갓은 문자 속이 밝기로 세상에 으뜸이었다. 대뜸 그들의 암호를 해독했고, 이어서 ‘저종(猪種·돼지 종자들)아, 가소(可笑)롭다!”며 후딱 그 집을 나섰다. 김삿갓에 이르러 파자법은 점과 예언이란 전통적인 범주를 초월해, 오락적인 기능을 한껏 발휘하게 되었다.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꿈틀거린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라오스 전통민요 들어볼까나

    인도차이나 반도에,40여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라오스. 한·라오스 외교관계 수립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라오스 국립 예술공연단 특별 내한공연이 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라오스의 전통 민속예술과 최근 유행하는 팝음악까지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무대다.50년 역사의 라오스 국립 예술공연단은 모두 59명으로 구성, 라오스 인민혁명단이나 정부행사에서 공연을 담당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공연단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라오스 내 소수민족의 다양한 전통 민속춤들을 대나무 등으로 만든 전통악기 반주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다. 또 라오스 국립 예술공연단 소속 가수들이 소수민족의 일상을 노래한 라오스 민요도 들려준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며 라오스 음악신동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라 분수웨이(18)도 출연, 라틴풍의 라오스 가요 ‘약 자 복’(Yak ja bok), 보아의 히트곡 ‘아틀란티스 소녀’ 등을 부른다.(02)2280-4112.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산이여 나무여

    며칠 전 후배문인들과 일박이일로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섬진강 유역은 내 마음이 가장 이끌리는 데고, 갔다 오면 더한 그리움으로 남는 고장이다. 섬진강 굽이마다 지리산 골짜기마다 펼쳐 보이는 절경도 절경이려니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지 않은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쪽에 각별한 정이 가는 이유일 것이다. 거의 일년에 한번씩은 가던 곳을 올해는 봄에 다녀오고 또 갔으니 두 번 간 셈이다. 주로 매화와 산수유가 한창일 때 가던 고장을 오래간만에 가을에 가보니 그 맛 또한 새롭고 각별했다.단풍은 아직 일렀지만 풍년든 들판의 황금물결은 바야흐로 가을의 절정이었다. 누렇게 익은 벼이삭을 보면서 느끼는 흐뭇한 충만감을 무엇에 비길까. 어려서부터 익히 듣던, 풍년든 문전옥답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농경민의 정서를 요새 젊은이들은 알기나 알까. 예전엔 쌀밥에 배부른 게 행복의 첫째 조건이었다. 들판의 가을경치와 산과 강에서 난 맛있는 음식으로 눈과 입을 실컷 호강시키고 나서 숙소는 몇 년 전부터 아주 지리산 사람이 돼버린 여성 산악인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씩씩한 그녀가 장만한 집은 그 곳 원주민이 살던 옛날 집이라 내가 잔 뜰아랫방도 흙벽에 장작 때는 구들방이었다. 옛날 문짝은 허술해서 웃풍도 좀 있었다, 나는 방학해서 돌아가 고향집 방에 누운 어린 날처럼 꿈 없는 깊은 잠을 잤다.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잠깐 동안에 알밤을 점퍼 양쪽 주머니 가득 주웠다. 도토리도 지천으로 눈에 띄었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후배들이 텃밭에서 호박잎을 따다가 다듬고 있었다. 대나무 평상에 앉아 호박잎 줄기를 벗기는 일을 거들면서 오랜만에 완벽하게 평화로운 행복감을 맛보았다. 아침 밥상에는 말랑하게 찐 호박잎 말고도 싱싱한 푸른 이파리들도 듬뿍 올랐는데, 알고 보니 댓돌 밑에 무성한 푸른 것들이 다 먹을 거였다. 풋고추와 함께 생된장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예로부터 흉년이 들면 산으로 가란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왜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우리를 후하게 대접해준 그녀는 씩씩할 뿐 아니라 웅숭깊기도 하다. 관광개발로 해마다 모습이 변해가는 명소를 답사하기보다는 지리산을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서 보기를 권했다. 우리는 그녀의 안내로 섬진강을 건너서 백운산으로 올랐다. 강을 사이에 끼고 마주보는 산이었다. 중턱까지는 차로 오르고 나서 완만한 등산로를 쉬엄쉬엄 걸어서 오르면서 그녀가 지시하는 지점에서 바라다보는 지리산은 보는 시점에 따라 모습을 달리했지만 한결같이 장엄하고 관대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섣불리 지리산을 정복해 보겠다고 날치던 젊은 날에는 못 보던 지리산의 진면목이었다. 백운산도 단풍이 제대로 들려면 보름쯤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자지러지게 물든 단풍나무 옻나무들이 탄성을 자아내며 걸음을 멈추게 했다. 일행 중에는 몇 년 전부터 그 지방에 정착한 시인도 한 사람 있었는데 어떤 키큰나무를 가리키며 고로쇠나무라고 했다. 그 나무엔 단풍이 든 것도, 안 든 것도 아닌, 말라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엉성하게 매달려 있어서 불쌍해 보였다. 시인의 설명에 의하면 고로쇠나무도 원은 단풍이 곱게 드는 나무인데 물오를 때 사람들이 너무 극성맞게 고로쇠 물을 채취해가서 가을에 저 꼴이 됐다는 것이었다. 건강에 좋다는 것이라면 인정사정 없이 덤벼드는 우리들의 그악스러운 건강 열에 문득 진저리가 쳐졌다. 그 물이 정말 그렇게 몸에 좋은 것일까. 만일 검증된 효능이 있다면 더더욱 나무도 살리고 그게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나무 눈치 봐 가며 조심조심 채취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었을까. 참담한 고로쇠나무가 아직도 나에게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나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나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허영이 있다면 그건 우아하게 늙는 것인데,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든, 알량한 문명을 위해서든 이렇게 내 몸의 진액을 낭비하다가는 아마 마음씨 좋은 고로쇠나무처럼 불쌍하고 추한 말년이 될 것 같아서이다. 글 쓰는 일이란 몸의 진액을 짜는 일이니까.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새벽달빛이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풀벌레소리는 어느새 수곽의 물소리에 젖어들고 있다. 새벽예불을 위해 가만히 문을 열면 사방은 바로 고요해진다. 인간의 소음에 모든 삼라만상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분별과 자만으로 인해 자연과 소통하지 못한다.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인류최악의 강진도 제일 먼저 동물들이 그 반응을 보인 것은 그 같은 자연과학적인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문을 열고 나와 발우를 부여잡고 청수(淸水)를 공양하기 위해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나선다. 오렌지처럼 푸른 달빛이 축축한 대지에 차가운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내 영혼을 먼저 깨운다. 초의스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샘물인 유천의 물소리다. 산등성위에 살짝 얹힌 두개의 바위 틈 사이로 대나무가 박혀 있다. 그 대나무를 타고 세 개의 작은 수곽을 지나 유천의 물이 숙성되면 암반으로 흘러넘친다. 마치 안개비처럼 산구름처럼 소리없이 물이 흘러내린다. 그 물소리가 혼탁한 세상을 맑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유천에 가볍게 반배를 한다. 그리고 발우를 수곽에 얹으면 또르륵 이슬방울처럼 스며드는 유천의 물은 마치 광망한 바다에 아침을 물고 나오는 붉은 해가 세상에 젖어들 듯 장엄한 울림을 전해준다. 발우에 담긴 유천의 물을 부처님께 공양한다. 지심귀명례 지심귀명례. 물에 대해 초의스님은 이렇게 말했다.“물은 차의 몸이요 차는 물의 정신이 되는 것이다.” 물은 차의 맛을 좌우한다.“나에게 젖샘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며 찻물을 끓이는데, 좋은 물을 권하고 있다. 찻맛의 절반은 물맛이라는 말이 있다. 차는 물에 우려내는 것이므로 물의 등급에 따라 찻맛과 그 효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옛 차인들은 물을 차를 내는 데 가장 우선순위로 두었다. 차를 우려내는 데 있어서 물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찻물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게 되었다. 그나마 좋은 찻물을 먹을 수 있었던 산골이나 시골지역도 개발의 바람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그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현대산업사회의 폐해가 자연환경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인들에게 차의 물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차는 좋은 물을 통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의스님은 “차는 물의 마음과 정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니 참 된물(眞水)이 아니면 다신(茶身)을 나타낼 수 없고, 참된 차 (眞茶)가 아니면 수체(水體)를 나타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물과 제대로 된 차가 만났을 때 좋은 차는 그 생명력이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물이 참된 물일까. 환경이 오염돼 버린 현재의 지구촌에서는 좋은 물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옛날 차인들이 추천했던 물의 품수(品水)를 통해 차를 우려내기 위한 참된 물을 정의해볼 뿐이다. 물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에서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졌다. 물의 존재는 곧 생명체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좋은 물을 마시면 육신과 영혼을 증장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나쁜 물을 먹었을 때는 육신과 영혼을 갉아먹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로 순수한 물은 바로 깨달음을 얻은 부처 같은 물이다. 무색(無色), 무미(無味), 무취(無臭)한 것이 참된 물인 것이다. 초의스님께서는 이렇게 소중한 물에 대해 여덟가지 덕(八德)이 있다고 했다. 가볍고(輕), 맑고(淸), 시원하고(冷), 부드럽고(軟), 아름답고(美), 냄새가 나지 않고(不臭), 비위에 맞고(調滴), 먹어서 탈이 없는(無患) 여덟가지로 물의 덕을 설명하고 있다. 초의스님의 설명에 따른다면 물은 완전무결한 식품이다.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모든 맛과 효용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이렇게 완전무결한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는 품천(品泉)이 있다. 육우는 (다경)에서 물의 등급을 “산의 물을 쓰는 것은 상품이고, 강물은 중품이며 우물물은 하품이다.”고 평하고 있다.(자천소품)(煮泉小品)에는 “돌은 금의 근본이요, 돌에서 흐르는 정기는 물을 낳는다.”고 깊은 산중에서 나오는 물이 최고임을 밝히고 있다. 산중의 물중에서도 최고는 이름난 명산의 샘물이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샘물은 바로 돌샘이다. 돌은 산의 뼈요, 물은 산의 골수같은 것이기 때문에 돌샘에서 나오는 샘물이 최고인 것이다. 돌샘은 산의 정기가 모인 것으로 담백하고 맑고 차기 때문에 물을 길어놓아도 오랫동안 물의 기운이 그대로 유지된다. 산중의 물중 산마루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가벼우며, 돌 사이에서 나는 석간수는 맑고 달며, 자갈샘은 차갑다. 땅밑의 샘은 담백한 물을 뿜어내고 황석(黃石)에서 솟아나는 물은 좋은 물이다. 다만 청석(靑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결코 좋지 않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계곡의 물은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으며 그 흐름이 조용하고 완만하게 흐르며 맑아야 한다. 또한 계곡 위쪽의 인적이 끊어진 곳이어야 한다. 흐르는 물이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은 것은 물이 흐르면서 광물질 이물질 등이 자연스럽게 여과되어 어느정도 흐르면 담백한 물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명산의 물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샘에 고여 있는 물이다. 물이 넘쳐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는 것은 샘이 죽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도 함께 죽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은 강물이다. 강물 역시 명산을 발원지로 해서 시작해 흐르는 물이 좋다. 강물은 또한 오염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다면 인간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좋으며 빛깔은 맑으며 물맛은 지극히 찬 것이 좋은 것이다. 다음은 우물물이다. 인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인공적으로 솟아나게 하는 샘물인 우물물 중에서도 돌이나 모래속에서 솟아나는 상품의 물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물물은 가까이에 있는 인간의 오물이 섞일 수도 있고, 기름진 논이나 비옥한 땅에서 건수가 스며들 가능성이 많아서 제일 하품으로 쳤던 것이다. 이밖에도 호수물, 빗물, 웅덩이물 등이 있으나 찻물로서 적합하지 않다. 물은 흐르는 유천(流川)이 좋고 돌틈의 석간수가 솟아나는 샘물이 좋다. 물의 종류에는 하늘의 은택으로 내린 샘물인 영천(靈泉),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늘 물인 천수(天水), 바위틈에서 솟아 흐르는 지천(地泉), 강물인 강수(江水), 우물물인 정수(井水), 유황성분이 함유된 온천(溫泉),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약수(藥水)가 있다. 이중에서 현재 찻물로 쓰일 수 있는 물은 영천 지천 정수 정도일 뿐이다. 현대에는 그 만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다천(茶泉)이 몇군데 존재한다. 신라시대의 다천으로 사선(四仙)들이 차를 달여마신 강릉 한송정, 보천과 효명 두 태자가 차를 달여마시고 차공양을 올린 오대산 서대 우통수, 고려시대 송악의 안화사(安和寺) 샘물, 충주의 달천수(達川水), 금강산에서 시작되어 한강으로 흐르는 우중수(牛重水), 속리산 삼타수(三陀水), 초의스님이 마셨던 두륜산 일지암의 유천(乳泉)등이 있었다. 현존하는 다천중 가장 유명한 것은 경주 기림사의 오종수(五種水)다. 석간수로 최상의 찻물로 꼽히며 물색이 음수(陰水)중 음수인 감로수(甘露水), 물맛이 젖처럼 달콤하며 마시면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화정수(和靜水), 물에 기운이 있어 장수가 된다는 장군수(將軍水), 눈이 맑아지는 물인 안명수(眼明水), 까마귀가 쪼는 자리에 물빛이 배어 그 자리를 파서 감로수가 샘솟았다는 오탁수(烏啄水)가 그것이다. 초의스님이 계시던 일지암의 유천(乳泉)도 명수(明水)중 명수다. 초의스님은 “나에게 젖샘(乳泉)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일지암의 유천은 찻물로는 최상의 물로 평가할 수 있다. 오죽하면 초의스님이 젖샘이라고 불렀겠는가.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써야 할 찻물은 어떤 것이 있는가. 차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물의 소중함과 귀함을 알고 있으나 도시에서 찻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좋은 찻물은 아침일찍 인근에 있는 높은 명산의 약수터 물을 길어 오는 것이다. 국가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약수터인가를 확인한 후 찻물을 먹을 만큼 길어다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2∼3일 동안 먹는 것이다. 그다음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生水)다. 인위적으로 생산한 생수는 요즘 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수의 생명은 짧다.3∼4일이 지나면 생수의 본 성품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정수기를 통해 걸러진 물도 찻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정수기를 통해 정수된 물은 많은 부분에서 물의 본 성품을 강제로 빼앗아버려 썩 좋은 찻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가장 흔히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다. 수돗물을 찻물로 쓰기 위해서는 하루쯤 침전해야 한다. 침전하는 도구로는 옹기항아리가 가장 좋으며 유리병도 무방하다. 옹기항아리나 유리병 바닥에 삼투압을 할 수 있는 물질인 맥반석, 돌, 굵은 모래등을 가라앉혀 놓으면 맛있는 물을 얻을 수 있다. 여름에는 뚜껑을 삼배보자기로 덮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는 본래 뚜껑을 덮어두면 된다. 한 항아리의 물은 3분의2만 쓰고 나머지는 허드렛물로 쓰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일지암 암주 ■ 김노경과 초의스님 ‘유천일화’ 일지암에는 유천이란 샘물이 있다. 유천(乳泉)은 말뜻 그대로 마치 어머니의 가슴에서 나오는 젖처럼 맑고 담백한 천상의 물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생명을 기르는 젖과 같은 샘이다. 명나라 전예형은 (자전소품)에서 “젖샘이란 종유석의 샘이며 산골의 고수다. 그 샘물의 빛깔은 희고 비중은 무겁다. 매우 달고도 향기로워서 마치 감로와 같다.”고 적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물에 대한 비유다. 유천에 대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바로 추사의 부친인 김노경과의 일화다. 추사의 부친이었던 김노경은 일지암에서 가까운 완도 고금도에 유배를 왔다. 그곳에서 4년을 보낸 김노경이 마침 그 유배가 풀렸다. 해배가 되어 서울로 돌아가던 도중 김노경은 일지암을 들를 결심을 했다. 그가 촉망하는 아들 추사의 인품에 비해 초의스님의 인품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노경은 초의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학식과 선풍이 뛰어남을 알았다. 그런 그가 초의스님이 권하는 유천을 맛보았다. 김노경은 중국의 유명한 차와 물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었다. 유천의 물을 맛본 김노경은 “일지암 유천의 물은 그 물맛이 ‘수락’보다 더 좋다.”고 극구 칭찬을 했다. 일지암 유천의 물맛은 참으로 뛰어나다. 당나라 때 소이는 (탕품)에서 물을 끓이는 기술에 따라 3품, 뜨거운 차를 잔에 따르는 솜씨에 따라 3품, 탕기의 종류에 따라 5품, 물을 끓이는 땔감의 종류에 따라 5품 등으로 분류했다. 소이는 이 중 가장 잘 끓인 물을 ‘득일탕’(得一湯)이라 했고 그 다음을 어린탕, 너무 많이 끓어버린 물을 백수탕으로 구분해놓았다. 좋은 물도 물이지만 좋은 용기에 잘 끓여야 제대로 된 찻물이 된다는 뜻이다. 소이는 “사람이 백살을 넘은 것처럼 너무 오래끓은 물을 이야기하다가, 때를 놓치거나, 볼일 때문에 내버려두다가 비로소 사용하려면 물은 이미 성품을 잃은 뒤다. 감희 묻거니와 머리털이 희고 얼굴이 창백한 나이 많은 늙은이가 활을 들고 과녁을 맞힐 수 있겠는가. 아니면 씩씩하게 높은 곳을 올라가거나 활발하게 걸어서 멀리까지 갈 수 있도록 돌이킬 수 있겠는가.” 끓인 물이 차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물 못지 않게 끓이는 물에 대한 차인의 정성은 소중해야 한다.
  • 안목을 높이는 가을 나들이

    지금 지방에는 비엔날레가 한창이다. 광주에서는 세계 최초의 종합 디자인 행사인 ‘광주디자인 비엔날레’가 1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청주공예 비엔날레에는 세계 각국의 공예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가을 나들이를 겸해 이들 비엔날레를 한번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삶을 비추는 디자인 사랑하는 사람을 안으면 옷에 내장된 칩이 작용, 핑크색 불빛이 반짝반짝거리는 ‘Hug Jacket’. 배우자나 애인의 애정도를 체크해 볼 수 있는, 감성을 담은 미래형 옷이다. 세계 최첨단 디자인 제품들이 이곳 광주디자인 비엔날레에 총집결했다. 세계 34개국의 디자이너 530명과 177개 기업이 참여, 모두 1274점의 디자인 작품들이 선보인다.IT를 비롯, 자동차, 가전, 가구, 패션 등의 최첨단 제품들이다. ‘미래의 삶’을 주제로 한 전시장에는 인간 미래의 삶을 예측하게 해주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이 전시된다. 손목에 차는 멋진 계산기,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오토바이, 발의 크기에 따라 줄기도 늘어나기도 하는 기능성 운동화 등을 만날 수 있다. 미래 상상디자이너인 미드(미국), 인포바 디자이너 후카사와(일본), 이노 디자인 대표 김영세씨 등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삼성전자,LG전자, 소니, 도요타등 글로벌 기업 등도 참여한다. ‘아시아 디자인’전시장에는 대나무, 짚, 풀등 자연을 이용해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식물로 만든 의자 및 침대(태국)를 보면 너무나 아름답고 실용적인 느낌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디자인은 신문지를 꼬아서 만든 가방(인도네시아), 폐 타이어로 만든 예술적 감성이 빛나는 슬리퍼(캄보디아)처럼 자원을 재활용한 기지가 넘친다. 총감독 이순종 서울대교수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미래 디자인을 우리나라가 선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062)608-4260●공예문화의 대향연 청주공예비엔날레에 가면 세계 공예의 흐름과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다. 특히 비엔날레와 페스티벌이 조화를 이뤄 공예의 역동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국내외 공예 명품과 디지털과의 만남, 공예와 공연등 다양한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유혹’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에는 우리나라 전통공예를 비롯해 도자기, 장신구 등 60개국 3000여 작가들의 공예품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막이후, 하루 평균 2만 5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그동안 30만여명이 이곳을 방문했다.(043)279-5206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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