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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강릉단오제 보존 배우자”

    │베이징 박홍환특파원│“강릉단오제의 성공 경험은 중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8일부터 3일간 단오절(端午節) 휴일에 들어간 중국에서 단오 전통문화를 제대로 보존한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비물질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최근까지 “한국이 중국의 단오를 빼앗아갔다.”며 흥분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티베트에서 발행되는 서장일보(西藏日報)는 27일 “단오가 ‘쭝즈 먹는 날’로 변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평론을 통해 “강릉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에 성공적으로 등재된 것은 전통문화를 잘 보존했기 때문”이라며 “강릉단오제와 중국의 단오절이 완전하게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강릉단오제의 성공 경험은 중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곡식을 창포나 대나무잎 등으로 싸서 찐 ‘쭝즈’를 먹는 날로 변질되고 있는 중국 단오절의 실태를 반성하면서 강릉단오제를 예로 들며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한 전사회적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도 ‘단오절, 한국 것인가? 중국 것인가?’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비물질문화유산연구보호센터 톈칭(田靑) 부주임은 “한국의 강릉단오제와 종묘제례악 등은 온전하게 보존돼 있지만 중국에서는 계승되지 않고 중단됐다.”며 “이제부터라도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들은 또 강릉단오제와 중국의 단오절이 기원이나 풍속문화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최근 중국 후베이(湖北)성은 황스(黃石)시의 용주(龍舟)축제 등 4개 지역의 단오절 풍습을 묶어 유네스코에 세계비물질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기초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stinger@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서울광장~서울역 운구때 만장 2000여개 마지막 배웅

    [노 前대통령 국민장] 서울광장~서울역 운구때 만장 2000여개 마지막 배웅

    ■ 행사장 차량통제 정오~오후 2시 광화문일대 통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엄수되는 29일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 교통이 통제된다. 경찰은 갑호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광화문 일대에 200개 중대를 배치한다. 경찰청은 “김해 봉하마을부터 경복궁, 서울광장, 서울역, 수원 연화장, 봉하마을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순찰대와 경찰력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결식과 노제가 이뤄지는 29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구간별로 차량이 통제된다.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동십자각 사이 사거리와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 구간 등 양방향이 전면 통제된다. 오후 12시30분부터 2시까지는 세종로 사거리와 시청광장 사거리 사이의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경찰청측은 “종로, 을지로, 퇴계로, 남대문로 등 주변 도로를 경유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장례행렬에는 운구차를 중심으로 차량 10대가량이 동원되며 고속도로에서는 순찰차 13대가, 일반국도에서는 경호 오토바이 18대가 경호를 맡는다. 장례행렬은 봉하마을에서 국도를 타고 남해고속도로로 나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등을 오가다 양재 나들목을 통해 서울로 진입, 한남대교를 타고 경복궁 앞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이동과정에서 교통정체나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동 중에도 경로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장 깃대 대나무 대신 PVC 사용 한편 장의위원회는 국민장에 사용하는 만장 2000개를 대나무가 아닌 PVC파이프에 걸기로 했다. 장의위원회 김종민 대변인은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점을 감안, PVC파이프를 사용하기로 자체 결정했다.”면서 “만장은 서울역까지만 들고 가고 정부에서 수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건형 강병철기자 kitsch@seoul.co.kr ■ 발인~안치 어떻게 진행되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마지막 안녕을 고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나서는 시간은 29일 오전 5시. 약 30분간 발인식을 가진 뒤 고속도로 등을 이용해 서울로 향한다. 노 전 대통령 운구 행렬은 시속 80~90㎞로 빠르지 않게 이동하며, 휴게소에서 20분간 한 차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운구행렬이 서울에 들어서면 경찰 사이드카 28대가 호위에 나선다. 운구 행렬 선두와 후미에 8대가, 운구차 양 옆에 각각 10대가 격식을 갖춘 채 영결식장으로 인도한다. 노 전 대통령의 대형 영정(가로 1.1m, 세로 1.4m)을 앞세운 영정차는 운구차 바로 앞에서 행렬을 이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11시 노 전 대통령의 운구가 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군악대의 조악 연주로 시작된다.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국민의례(1분)~고인에 대한 묵념(2분)~고인 약력보고(3분)~조사(12분)~불교와 기독교·천주교·원불교의 종교의식(12분)~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 선서모습 등 생전 영상 방영(4분)~헌화(18분)~추모공연(10분) 순으로 진행되며, 삼군 조총대원들이 조총 21발을 발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결식 도중에는 ‘영원한 안식’ ‘새같이 날으리’ ‘미타의 품에 안겨’ ‘오제의 죽음’ ‘장송행진곡’ 등의 추모곡이 연주된다. 추모공연에선 국립합창단이 ‘상록수’를 합창하고, 해금연주가 강은일씨가 노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아리랑’ 등을 연주한다. 영결식 장면은 공중파 TV 및 식장과 서울광장, 서울역 등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된다. 영결식이 끝나면 운구 행렬은 서울광장으로 이동, 오후 1시부터 약 30분간 노제를 지낸다. 경찰청이 제공한 차량 4대가 대형 태극기(가로 5.4m, 세로 3.6m)를 펼친 채 운구차를 선도하며, 유족대표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는 모두 걸어서 이동한다. 노제는 도종환 시인이 진행한다. 가수 양희은과 안치환, 윤도현의 ‘여는 마당’이 이어지고, 안도현과 김진경 시인이 조시를 낭독한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 안 시인의 시를 특별히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김 시인은 노 전 대통령 밑에서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냈다. 조시 낭독이 끝나면 장시아 시인이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낭독한다. 노 전 대통령은 소녀가장인 장 시인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펼친 경험을 담은 시집 ‘그늘이 더 따뜻하다’를 국무위원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이어 안숙선 명창의 조창, 진혼무가 펼쳐지고, 합창단과 참석자 모두가 ‘상록수’ ‘아침이슬’ ‘애국가’ 등을 반주 없이 합창하면서 30여분의 노제가 마무리된다. 노제가 끝나면 운구 행렬은 숭례문 앞 태평로를 거쳐 서울역까지 30분간 도보로 이동한다. 도보 행렬에는 인터넷 공모를 통해 선발된 시민 2000여명이 장의위가 준비한 만장(輓章)을 들고 뒤따르면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한다. 도보 이동 후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서울역을 출발, 오후 3시 수원 연화장에 도착해 유가족과 집행·운영위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고인의 유언대로 화장된다. 유족들이 수습한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은 유골함에 담겨 오후 9시쯤 봉하마을에 도착,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 임시 안치된다. 유족들은 향후 길일을 잡아 노 전 대통령 유골을 봉하마을 사저 인근에 안장할 예정이다. 임주형 박성국기자 hermes@seoul.co.kr ■ 화장 절차 분향실 고별제례 분골은 안 하기로 29일 오전 11시 영결식 이후 진행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장 의식은 일반인과 특별히 다를 바 없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장묘환경사업소에 따르면 노 전대통령의 화장의식은 화장장 전체가 당일 오후 반나절 내내 할애되고 화장료 100만원을 면제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29일 오후 3시쯤 수원시 연화장에 영구차가 도착하면 관을 이동대차로 옮기는 운구를 시작으로 이동대차에서 화장로 앞 전동대차로 옮겨 화장로에 넣는 화장절차,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분향실에서 제례를 올리는 고별절차가 이어진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화장로 9기 가운데 가장 큰 8번 화로에서 화장되고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은 13㎡ 면적의 8호 분향실에서 제례의식을 진행한다. 평소 오후 2시까지 4차례 실시되는 일반 화장이 이날은 오전 8시, 10시 두 차례로 단축되고, 오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화장만 이뤄진다. 화장은 섭씨 800~1000도의 온도에서 1시간10분 정도 걸리는데, 관 재질이 두꺼울 경우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연화장 측은 설명했다. 화장이 끝나면 15분 정도의 냉각과정을 거쳐 유골은 분골실로 옮겨진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유해는 유족의 뜻에 따라 통상적인 분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유골 상태에서 정부가 마련한 유골함에 담겨 유족들에게 인계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대나무 비스듬히 잘린 것은 우연”

    지난 16일 민주노총 대전집회 현장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휘두른 ‘만장 깃대’가 죽창인지 죽봉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체 사장 A씨는 22일 “대나무를 낫으로 쳐내는 과정에서 우연히 약간 비스듬하게 잘린 게 나온 것이지 일부러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민주노총 측으로부터 “만장 깃대를 400개 정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은 A씨는 “평소 하던 대로 굵은 대나무는 기계톱으로 자르고 비교적 얇은 대나무는 낫으로 잘랐다.”고 말했다. 낫으로 작업한 대나무 가운데 경찰이 죽창이라고 규정한 ‘끝 부분이 비스듬하게 잘린 깃대’가 나왔다고 말했다. A씨는 “대나무는 결의 수직 방향인 가로로 자르기 때문에 잘 잘리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낫으로 쳐내면 훨씬 낫다. 이럴 경우 모양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을 순 없다. (민노총에서) 그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죽창 찔린 의경 실명 우려

    “시위대가 터뜨린 소화기 연기를 뚫고 ‘죽창’이 날아들었죠. 방패로 막느라 정신이 없어 눈을 찔린 것도 몰랐습니다.”대전 민주노총 시위에서 부상한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15중대 의경 강호경(21) 일경이 입원해 있는 21일 부산 동아대 병원 7301호실. 막내 아들의 상태를 걱정하는 어머니 장순덕(50)씨의 시선을 받으며 강 일경은 16일 오후 6시쯤 대전에서 일어난 일을 담담히 돌아봤다. 왼쪽 눈엔 플라스틱 안구 보호대를 두르고 있었다. 16일 민주노총 집회 진압에 투입됐던 전·의경 80여명이 부상당했다.강 일경은 당시 대열의 맨 앞에서 시위대와 대치했다. 얼굴 앞쪽에 보호철망이 달린 방석모를 쓰고 있었지만 대나무 끝이 철망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강 일경의 왼쪽 눈에는 대나무 조각과 깨진 방석모의 보호철망 조각이 박혔다. 당시만 해도 “일주일 더 통원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 하지만 집 부근 동아대병원에서 받은 정밀진단 결과는 전혀 달랐다.강 일경의 가족은 “눈동자 아래 뼈가 부러졌고, 눈물샘과 눈꺼풀 수술도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며 “특히 뼈 수술은 2주 안에 받아야 한다는데 수술 도중 눈동자가 파열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 일경은 앞으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아야 한다. 왼쪽 눈으로는 바로 앞 손가락 개수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다.중요한 건 각막 봉합수술의 결과다. 노세현 동아대병원 교수는 “시력 회복 여부는 각막의 회복 정도에 달려 있다.”며 “각막의 상태를 지켜본 뒤 안와골(눈밑뼈) 수술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전·의경 부모들로 구성된 ‘전·의경 사랑 부모모임’은 21일 유태열 대전지방경찰청장을 항의 방문, 지난 16일 민주노총 집회 당시 진압복이 아닌 근무복 차림의 전·의경을 폴리스라인으로 내세운 데 강력히 항의했다.부산 김정한·대전 이천열기자 jhkim@seoul.co.kr
  • [Let´s Go] 경북 영주 죽령 옛길

    [Let´s Go] 경북 영주 죽령 옛길

    경북 영주시 풍기읍 수철리 희방사역. 중앙선 철로를 오가는 기차가 하루 두번 방문객을 내리는 한적한 시골 역사에 도착했다. 무지개가 묘하게 일직선으로 소백산 봉우리 위에 걸쳐 있었다. 죽령 옛길을 찾아온 길손을 반기는 양인가 싶어 설렘을 감출 수 없다. 희방사역부터 해발 690m 높이의 죽령재(소백산 도솔봉과 연화봉 가운데)까지 2.5㎞ 이어지는 옛길은 서기 158년 신라 아달라왕 때 열렸다. 2000년간 소백산맥에 나란히 자리한 문경새재, 추풍령과 더불어 영남과 기호지방(충청도)을 잇는 3대 관문의 하나로, 연대와 높이, 쓰임에 있어서 단연 맏형의 역할을 해왔다. 근대 개화기에 접어들어서면서 점차 쓸모를 잃어가던 이 길은 1930~40년대 중앙선 철도와 5번 국도가 뚫린 이후 세상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수십년간 발길이 끊기고 수풀만 우거졌던 이 길이 다시 열린 것은 10년 전. 푸근한 옛길의 가치가 다시 중히 여겨지는 시대의 흐름이 일면서 영주시에 의해 복원됐고 2007년 명승 30호로 지정됐다. 속도에 밀렸지만 사라지지 않고 버텨 주니 그 속도에 지친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옛길 복원 노력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반갑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재개발의 미명 아래 도심의 정겨운 골목길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는 걸 떠올리니 심사가 복잡해진다. ●영남·기호지방 잇는 3대 관문 중 하나 죽령 옛길의 방향을 택할 때 희방사역에서 출발해 죽령재에 오르거나 그 반대로 내려오거나, 걷는 사람 마음일 것이다. 안내를 맡은 박근식씨는 “희방사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죽령 옛길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 희방사역 앞에서 중앙선 철도와 함께 2001년 개통된 중앙고속도로가 한눈에 보인다. 지금은 소박한 오솔길에 지나지 않지만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교통 요지로 대접 받던 죽령 옛길의 위상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옛길은 향기부터 달랐다. 어떠한 인공도 배제한 채 울창한 나무, 어여쁜 꽃과 이름 없는 풀들이 한데 섞여 자아내는 그윽한 향기는 정신을 맑게 한다. 걸을수록 숨이 차오르고 온몸에 땀이 송글송글 배지만 세상의 어떤 조향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향이 코끝을 스칠 때마다 기운이 불끈 다시 솟는 듯하다. 옛길이 뿜어내는 향기가 남다른 건 많은 사연과 역사를 품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 길을 수없이 밟고 지났던 선조들이 옛 그림처럼 떠오른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길에 오른 영남 선비의 꼿꼿한 뒤태가 저 멀리 앞서가고 이 고을, 저 고을 무거운 봇짐을 메고 떠돌던 장사치가 내 옆을 지나가며 공무에 바쁜 관원들의 밭은 호흡이 바짝 뒤를 쫓는 것 같다. 이 속에는 요충지를 되찾기 전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던 고구려의 온달 장군, 향가 ‘모죽지랑가’의 주인공 죽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 퇴계 이황 선생이 그의 형과 나눈 진한 형제애, 안동에서 상원사로 옮겨지던 상원사 동종의 수구초심 등 구구절절한 역사적 사실이 담겨 있다. 사연을 설명해주는 안내판을 마주할 때마다 죽령 옛길이 예사 길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죽령(竹嶺)이란 이름만 보면 대나무가 많아야 하지만 정작 대나무는 찾기 힘들다. 오히려 일본잎갈나무라고도 불리는 낙엽송이 커다란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멋없이 뻗어 있는 이 나무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자원약탈에 열을 올리던 일제가 자생 소나무를 죄다 뽑아 옮기고 이를 숨기려 생장속도가 빠른 낙엽송을 심었다는 것이다. 한때 철도 침목으로 쓰였지만 쓸모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는데 그나마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몫은 하는 셈이다. 사시사철 번잡했을 이 길에는 죽령재에 오를 때까지 쉬어가는 주막거리가 4곳이 있었다. 희방사역 자리는 가장 큰 무쇠다리 주막거리가 있던 곳. 길 중간에 있었던 주막 2곳은 안내판과 돌무더기만 남아 사람을 맞는다. 죽령재에 위치한 죽령 주막만이 그 자리에 재현돼 있다. 비교적 완만했던 길은 죽령재 마루를 코앞에 놓고 다소 가팔라진다. 숨을 몰아 쉬며 올라 길 건너 죽령 주막(054-638-6151)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샘솟는다. 소백산에서 나는 제철 나물 부침개와 더덕구이, 달달한 동동주 한사발에 내쳐 연화봉까지 오를 에너지가 빵빵하게 채워졌다. 죽령 고개에서 연화봉까지 7㎞, 해마다 이맘때면 소백산의 철쭉이 유명한데 아쉽게도 아직 붉은 옷으로 갈아입지 못했다. 아무래도 철쭉제(29~31일)에 맞춰 필 모양이다. 만개한 꽃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그래도 소백산은 아직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여행수첩 ▲가는 길:승용차 이용시 풍기나들목~5번 국도~소백산 방면 10분 주행~희방사역. 동서울고속터미널에서 영주나 풍기행 시외버스를 타고 영주 시내 또는 풍기역 앞에서 희방사 방면 시내버스 이용. 열차로 올 때 영주역·풍기역에서 하차하여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직접 희방사역까지 오는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하루 두번 희방사역에 들르는 열차를 탈 수 있다. 오전 6시 안동행과 오전 8시 부전행이 있다. ▲주변 관광지:우리나라 최고의 목조 건축 기술을 보여주는 무량수전이 있는 부석사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은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다. 350년의 전통 가옥과 고색창연한 외나무 다리가 있는 무섬마을은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태백산 발원 내성천과 소백산 발원 서천이 만나 마을을 한번 휘감아 흘러 마치 물 위에 뜬 섬 같다 해서 무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반남 박씨, 예안 김씨의 집성촌인 이곳은 문화재로 지정된 만죽재, 해우당 등 고색창연한 50여개 고택들이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콘크리트 다리가 있지만 전통 외나무다리가 옛 정취를 느끼고픈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맛집:풍기IC를 바로 빠져나오자마자 만나는 약선식당(054-638-2728). 약선연구가를 자처하는 주인 박선화씨는 소백산에서 나오는 제철 나물과 풍기를 대표하는 인삼을 주재료로 건강에 좋은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정식은 1만 5000원부터 3만 5000원까지. 풍기역 앞에 위치한 인천식당(054-636-3224)은 청국장으로 유명하다.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2대째 운영 중이다. 냄새 나지 않고 담백한 청국장이 6000원. 영주도 한우가 유명하기로 손꼽히는 곳. 영주 한우의 참맛을 알려준 곳은 영주축협한우프라자(054-631-8400)이다. 인삼만큼 풍기에서 유명해진 것이 찹쌀도넛을 파는 ‘풍기정도너츠’(054-636-0067). 생강, 허브, 인삼 등의 옷을 입힌 도넛이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묵을 곳:경북 영주의 이름난 고택들을 재현해 놓은 선비촌(054-638-6444). 전통 가옥을 체험할 수 있어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본래 체험관 용도로 지은 후 숙박 기능을 추가하는 바람에 화장실, 욕실 등이 숙소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급형 4인 기준 14만원. 도솔봉 기슭에 조성돼 있는 옥녀봉 휴양림(054-639-6543)도 사랑 받는 곳이다. 4인용 산막이 4만원으로 저렴해 성수기 때는 경쟁이 치열하다. 글ㆍ사진 영주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현장 행정] 광진구 노인 놀이지도사

    [현장 행정] 광진구 노인 놀이지도사

    “오늘은 ‘덤블링 몽키’라는 게임을 할거에요. 이 원숭이를 나무에 하나씩 꽂아주세요.~”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과 유치원 어린이들이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게임판에 원숭이 모형이 쓰러지자 “까르르…” 천진난만한 웃음이 터졌다. 아이들은 뒤로 벌렁 눕기도 하고 손바닥을 마주치며 마냥 신난 표정이다. 지난 13일 보드게임 놀이가 한창인 광진구 중곡동 샛별어린이집에서 할머니 놀이지도사 2명과 유치원생 20여명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청소년이 주로 좋아하는 보드게임울 노인과 아이들이 즐기는 게 이채롭다. ●월 20만원 보수…노인일자리 창출도 광진구의 어린이집 10여곳에서는 매주 6~7세 어린이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친다. 교사는 60·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 34명. 전국에서 유일한 ‘노인 놀이지도사’들이다. 광진구는 지난해말 최초로 어린이들에게 보드게임 등 놀이를 가르치는 노인 놀이지도사 사업을 시작했다. 노인일자리 창출의 하나로, 노인들을 게임 전문가로 만들어 어린이집에서 일하도록 한 것이다. 노인지도사 운영은 광진노인종합복지관에 맡겼다. 복지관에서는 지난해 11월 신청자를 받아 게임방법 등에 대한 이론과 실기 시험을 거쳐 총 54명 중 34명의 노인지도사를 선발했다. 두 달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노인들은 매주 1시간씩 3개월 동안 게임을 가르치고 월 20만원의 보수도 받는다. 1시간만에 5만원 가량을 버는 셈이다. 매주 수요일 샛별어린이집을 방문하는 심계섭(67) 할머니는 “손주같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면서 “길에서 ‘선생님’하고 달려오는 제자들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머리를 쓰는 일이라 치매예방에도 좋고 용돈도 벌 수 있어 일석삼조라고 했다. ●어린이·학부모·노인 모두가 대만족 놀이지도 교육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만족도가 높다. 아이들은 재미있어 좋아하고 엄마들은 아이가 게임을 통해 협동심, 배려심, 사고력 등을 배워 만족한다. 노인들도 일하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단다. 김재순 샛별어린이집 원장은 “운영비용도 서울시와 광진구에서 지원해주고, 모두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노인지도사들은 매월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이들이 한 보드게임에 익숙해지면 곧 다른 게임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게임은 ‘좋은 친구들(주사위 숫자만큼 움직여 출발지로 돌아오는 게임)’과 ‘덤블링 몽키(원숭이를 덜 떨어뜨리며 야자나무에 꽂힌 대나무를 뽑는 게임)’이다. 노인지도사들은 다음달부터 ‘할리갈리’ 등 새 게임과 율동을 가르칠 예정이다. 노인들에게 게임방법을 지도하는 김재성 광진노인종합복지관 팀장은 “그동안 노인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은 청소 등 단순한 일이라 만족도가 낮았다.”면서 “장점이 많은 이 사업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정송학 구청장은 “이번 사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어 기쁘다.”면서 “오는 9월 3개월 과정으로 제2기 놀이지도사 교육 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도시와 산] (7) 경북 영양 일월산

    [도시와 산] (7) 경북 영양 일월산

    우리나라는 곳곳이 산이지만 경북 영양은 온통 산이다. 이렇듯 무수한 산 가운데 우리 민족의 영산이 백두산이라면 영양의 영산은 일월산(해발 1219m)이다. 영양군민들은 한결같이 일월산에 신령스러운 일월(日月)신이 살고 있으며, 이로부터 정기를 받고 영험을 얻는다고 믿는다. 안동·영주시 등 인근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즐겨 찾는다. 경북의 최고봉인 일월산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고산자 김정호는 조선 철종 12년(1861)에 작성한 대동여지도에서 일월산을 찬양했다. 그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쪽은 영동, 서쪽은 영서, 남쪽을 영남이라 일컬었고, 이 세 곳의 정기를 모은 곳이 바로 일월산이라 했다. ●태백산맥의 영험스러운 ‘여산(女山)’ 일월산은 세인들의 접근을 쉬 허락하지 않는다. 그만큼 여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안동과 영주에서 국도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길은 좁은 데다 구불구불하다. 초보 운전자들은 기겁할 정도다. 하지만 일단 일월산을 향하면 때묻지 않은 산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방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마침내 안동에서 1시간여 만에 맞는 일월산은 둥글둥글 큰 덩치의 모습이다. 영양군의회 권영기 전문위원은 “일월산은 영양 일월면과 수비면, 청기면, 봉화군 재산면을 아우르며 인근에 청량, 백암, 칠보, 통고산 등 수많은 중봉과 소봉을 거느린 높은 산이지만 정작 산세는 완만해 ‘순(順)산’이다.”라며 “그래서 사람들은 일월산을 여자의 산이라 칭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만큼 산행코스는 다양하면서도 쉽다. 등산로 대부분은 가파르지 않다. 어떤 코스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기름진 흙길로 이어져 있다. 이 중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에서 정상부의 일자봉(1219m)과 월자봉(1205m)으로 오르는 2개 코스가 가장 인기다. 이를 번갈아 오르내리면 4시간 남짓 걸린다. 등산로변은 4~6월이면 정상까지 이름 모를 수많은 야생화가 널려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자랑한다. 잘 보존된 원시림이 하늘을 가려 긴 터널을 이룬다. 정상에 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태백산맥 줄기의 수없이 많은 작은 산들이 구름바다를 이루며 저마다 두둥실 떠다닌다. 그 너머로 멀리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권종덕(39)씨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섶은 야생화 군락인데다 처녀지 같아 밟기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상에 서니 천하를 얻은 느낌”이라면서 “전국의 많은 산을 올라 봤지만 이런 묘한 기분이 들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국 명산과 달리 천년고찰 없어 일월산은 무속 신앙의 명소다. 무속인들은 접신을 위해, 일반인들은 영험을 얻기 위해 사시사철 찾는다. 월자봉 남서릉에 있는 황씨부인당은 영험의 상징이다. 옛날에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소박맞은 황씨 부인의 영혼을 모신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권 전문위원은 “황씨 부인의 신랑은 신혼 첫날밤 뒷간에서 볼일을 보고 신방 앞에 서자 문 창호지에 칼날 그림자가 얼씬거리자 연적의 소행이라 오해하고 놀라 달아났다. 칼날 그림자는 사실 문 앞에 있던 대나무 그림자였다.”면서 “황씨는 신랑을 기다리다 지쳐 한을 품고 죽었다.”고 들려줬다. 일월산의 음기와 영기가 가장 강하다는 일월 용화리 선녀골의 선녀탕(기도객들이 목욕 재계하는 곳)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계곡과 잇닿은 곳에 수많은 넙적돌로 쌓아 만든 굿당과 기도처가 즐비하다. 계곡은 온통 무속의 기운뿐이다. 이 때문인지 일월산은 전국의 다른 명산과는 달리 천년 고찰이 없다. 일월면에 사는 이모(78) 할아버지는 “예부터 일월산의 주신은 황씨 부인이어서 부처님을 모시지 못한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비록 암자 크기인 용화사와 천문사 등의 절이 있지만 불상을 모시지 않는 사찰이다.”라고 귀띔했다. ●인재의 산실 일월산 일월산 자락은 명당으로 소문났다. 수많은 인재가 배출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봉 아래에 자리한 한양 조씨의 동족 마을 ‘주실마을’은 ‘승무’로 유명한 시인 조지훈을 비롯해 문인과 박사만 28명, 장성 10여명 등 숱한 인재를 배출했다. 일월산 골짝 중 가장 골이 깊고 넓은 일월면 오리동은 1970년대 한국 구세군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김해득(1918~80) 제14대 구세군 한국사령관이 태어난 곳이다. 일월산의 물줄기가 면면히 이어지는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은 작가 이문열의 고향이다. 그는 2001년 이곳에 광산문학연구소를 열어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의 어머니 상으로 떠오른 조선 중기 여성 군자 장계향 선생도 일월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 영양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조물조물 산나물 食神들도 군침 ‘참나물, 취나물, 어수리나물, 병풍취나물, 우산나물….’ 산나물 천지인 일월산은 요즘 채취객들로 북적거린다. 경북 영양 주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산에 오른다. 전국 각지에선 대형버스와 승합차가 몰려든다. 하루 평균 500여명에 이른다. 4~6월이면 주민들은 짭짤한 수입을 얻으려고, 외지인들은 전국 산나물 가운데 으뜸으로 쳐주는 일월산 산나물의 진미를 맛보기 위해서다. 영양군 농정과 김상준 유통계장은 “청정지역 일월산의 기름진 부식토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40여㎞ 떨어진 동해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산악지대 특유의 큰 일교차 영향으로 향이 진하고 부드러워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다.”고 자랑했다. 이어 “조선시대 때 일월산에 생산되는 60여종의 산나물 중 금죽, 참나물, 고사리 등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영양 주민들은 일월산 산나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봄철 잠시 산나물로 올리는 매출액은 30억~40억원에 달한다는 것. 일부는 한철에만 2000만~3000만원의 목돈을 거머쥔다고 영양군의회 권재욱(영양읍 일월·수비면) 의원은 귀띔했다. 일월산 마니아인 권 의원은 “일월산 산나물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들을 연명하게 했고, 이후엔 돈을 벌어 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영양군도 산나물을 관광자원화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일월산 산나물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올해 축제엔 외지 관광객 25만명이 다녀갔다. 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산나물 및 특산품 25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경제유발효과는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일월산 산나물축제는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일월산이 영양 주민에게 안겨 주는 정신적·물질적 혜택은 실로 엄청나다.”고 말했다. 영양 김상화기자
  • [기고]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새 역사를 쓰다/김성욱 중앙대 음악예술학부 교수

    [기고]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새 역사를 쓰다/김성욱 중앙대 음악예술학부 교수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전통악기로 구성된 새로운 개념의 오케스트라가 창단된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아시아 전통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 세계에 알리고, 아시아 전통음악인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아세안의 문화공동체 의식 및 우정 강화를 목적으로 제안된 것이다. 또한 올해 2월25일에는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창설 업무협약 체결과 함께 최초 시연회인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다문화 가정 초청 특별공연’을 개최했다. 작곡가 및 지휘자로서 이 공연에 직접 참여한 필자는 아시아 11개국에서 모인 52종의 악기가 하나의 소리로 화합하여 감동적인 연주가 탄생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는 6월1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이달말 서울과 제주에서 다시 한번 화합의 연주회를 갖는다. 우리나라 각 지방의 민요가 서로 다른 음악적 재료를 갖고 있듯이, 각 나라의 전통음악 또한 그 나라만의 특별한 맛을 내는 다른 음악적 재료가 있었다. 이에 연습 과정에서 각 나라 음악 체계의 근본적 차이로 인한 다양성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 생소한 악기들을 하나의 소리로 엮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화합의 소리를 창조해 낼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온 한 연주자는 대나무로 된 타악기가 다른 나라의 악기와 음정이 맞지 않자 톱으로 악기를 잘라서 음정을 맞추면서까지 배려의 연주를 했고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첫 연습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참석한 각 나라의 관계자들은 어떤 소리가 울릴 것인가 촉각을 세우고 집중했다. 각 악기간의 음향적 밸런스나 조금씩 다른 음정들, 연주 방식 등의 차이점이 있었지만 소리가 처음으로 발생되는 순간, 함께 자리한 모든 사람들은 ‘한·아세안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하고 새로운 음향을 가진 악기의 탄생을 지켜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구적 개념의 오케스트라가 아닌 아시아의 소리를 담은 이 오케스트라의 출범은 세계 음악 역사 속에 남을 만한 큰 사건이었고, 실제 소리 또한 유례가 없는 새로운 소리였다. 문화경쟁력 증대는 곧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브랜드를 높인다. 일본은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의 오명을 씻기 위해 ‘재팬 파운데이션’이라는 기금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일본의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이제는 전통이 미래다. 전통은 옛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로 전해 오는 것, 그리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생성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스스로 생긴 것도 있지만, 적지 않은 부분은 외국의 것이 유입되어 우리식 전통으로 뿌리내린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쏟으려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우리 문화에 대해서 특히 전통음악에 대해서 평가절하하거나 폄하하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의 가치 기준에 서양의 잣대를 들이대서 우리 전통문화의 고유한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는 한국과 아세안 각국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전통악기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음악 언어들 간의 조화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교류는 아세안의 커뮤니티 형성과 다양한 부분에서의 교류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각국의 문화경쟁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다양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각국에 새로운 음악이 생산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아시아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욱 중앙대 음악예술학부 교수
  • 튀는 먹을거리 숨은 특허경쟁

    특허 기술을 활용한 먹을거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쟁 제품과 차별화 전략을 펴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소주·커피 등 기호품뿐 아니라 김치·쌀·막걸리 등 전통식품에서도 특허 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성식품은 낮은 염도로 브로콜리를 절여 만든 샐러드 개념의 ‘브로콜리 김치’ 특허를 최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밖에 미니롤보쌈 김치·미역 김치·깻잎 양배추말이 김치·건블록 김치 등 20종의 제조방법 특허를 보유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전남 무안군의 지원을 받아 14개월 동안 연구해 개발한 ‘절당미’를 생산하는 혈당강하쌀 제조방법도 특허를 획득했다. 혈당질환자를 위한 기능성 쌀로, 일반인이 잡곡과 혼합해 먹어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업계도 특허 기술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편다. 진로 소주 ‘J’는 천연 대나무숯 여과기능을 높이는 활성탄소 필터 정제기술로, 롯데주류BG의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공법으로 특허를 획득했다. 국순당은 샴페인 발효 방식을 접목한 특허기술을 활용,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시켜 유통기한을 한 달까지 늘린 생막걸리를 출시했다. 커피와 요구르트도 특허 경쟁에서 빠지지 않는다. 매일유업은 ‘카페라떼 에스프레소&젤’을 만들 때 에스프레소를 까페라떼 안에서 순간 겔화 시키는 BGP공법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남양유업의 ‘떠먹는 불가리스’도 기존 발효 공법과 달리 장기저온발효기술로 부드러운 맛을 강화, 특허를 받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속보이는 지역축제 관람객 뻥튀기?

    속보이는 지역축제 관람객 뻥튀기?

    ‘도대체 지자체의 통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시·군에서 치러진 지역축제마다 관람객이 수십만명에서 100만명 넘게 왔다는 지자체들의 발표에 현지 주민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주민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지역에서 단체장 치적쌓기용으로 “뻥튀기 한 게 아니냐.”며 곱잖은 시선도 보낸다. 여기에 최근 통계청은 자치단체들이 보낸 자료를 믿고 가축동향조사 등을 발표했다가 ‘엉터리’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12일 전남도내 시·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5월 도내에서 열린 주요 9개 축제의 관람객이 자그마치 427만명으로 집계됐다. 관람객 100만명을 넘긴 축제는 담양 대나무축제와 영암 왕인문화축제로 나타났다. 이 숫자는 대나무축제가 엿새 만에, 왕인문화축제가 나흘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이 지역들에는 인구 5만~6만명의 지역축제에 군민보다 무려 20배나 많은 관광객이 찾은 셈이다. 호남고속도로 담양 나들목 관계자는 “대나무축제(2~7일)가 시작된 2일 하루 동안 차량이 1만 7000여대로 가장 많았고 3~5일은 6000~7000대로 늘었다가 연휴 마지막인 6~7일에는 평소 수준인 2500여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보성군(녹차축제)과 장성군(홍길동축제)은 축제 나흘 만에 84만명, 40만명을 넘겼다. 담양군과 장성군에서 축제가 시작된 날(2일) 완도군에서도 장보고축제가 열렸다. 장보고축제 관람객은 20만명으로 발표됐다. 여수 거북선축제도 20만명 안팎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지난 3월 구례에서 열린 산수유축제에는 나흘 동안 92만명이 몰린 것으로 나왔다. 반면 함평 나비축제 관람객은 17일 동안 53만명이었다. 유료 입장객을 근거로 한 것으로 입장료 수입이 10억 1000만원에 달했다. 돈을 받지 않는 다른 축제와 달리 신뢰도가 높았다. 몇몇 주민들은 “지자체들이 곧잘 축제 관람객수를 기준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나 경제성 분석을 내놓는데 과연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거북선축제 관람객수 집계를 의뢰받은 이중구(51·관광경영) 순천대교수는 “거북선축제의 경우 주 출입로인 오동도와 신항 입구 2곳에서 학생들을 동원해 2시간에 20분씩 조사한 뒤 6을 곱해 관람객을 산출했으나 정확한 집계 방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지역에서 발표하는 축제 관람객수는 ‘0이 하나 더 붙은 것’으로 보면 된다.정부도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제주 자리돔 먹으러 옵서~”

    “제주 자리돔 먹으러 옵서~”

    ‘싱싱한 자리돔 한번 먹어 봅서.’ 제주바다의 명물이자 봄의 별미인 자리돔을 테마로 한 ‘보목자리돔 큰잔치’가 15일부터 17일까지 서귀포시 보목 포구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국내 유일한 파초일엽의 자생지인 섶섬을 비롯한 서귀포 칠십리 해안의 섬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함께 청정 제주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자리돔의 맛을 볼 수 있다. 축제 첫날인 15일에는 오후 4시부터 제주전통 뗏목인 ‘테우’를 차량에 실은 뒤 이동하는 길트기를 시작으로 풍어제, 난타공연에 이어 7시 개막식과 불꽃놀이, 축하공연 등이 선보인다. 16일에는 어린이 그림그리기대회, 맨손으로 자리돔 잡기, 장기자랑, 청소년 페스티벌, 연예인 축하공연 등이 마련된다. 17일에는 아름다운 동행을 주제로 한 올레길 걷기와 제지기오름 보물탐방, 댄스팀 공연, 2009 자리돔 가요제, 경품 추첨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관광객이 참여하는 전통테우 모형 만들기, 테우젓기 시연, 테우 낚시, 대나무 갯바위 낚시, 해상관광 유람 등의 참여 및 체험 프로그램들도 행사기간 운영된다. 이밖에 자리돔 시식회, 페이스페인팅, 가훈 써주기, 사진. 서각 전시회, 기념 포토존 등의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지역특산물 직거래 장터 등도 열린다. 한편 자리돔은 농어목 자리돔과의 바닷물고기로 제주도에서 해안에서 많이 잡히며, 자리물회, 자리강회, 자리돔구이 등으로 유명하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부모님도 꼬마도 “실속”

    부모님도 꼬마도 “실속”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빼곡한 5월이 시작되면 어떤 선물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뒤따른다. GS리테일이 지난 16~19일 나흘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20대 고객 2421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불황에도 93.1%가 어린이날·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속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올해는 실용적인 선물이 어느 때보다 환영받을 것으로 보인다. ■ 알뜰 가정 용품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좀처럼 사기 어려웠던 소형 가전제품도 실용적인 선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디지털 액자 SPF-87H’는 300K 용량의 사진 3000장을 저장해 두고 슬라이드 쇼로 감상할 수 있다. 설정된 시간 동안에만 작동하는 자동 온·오프 기능으로 하루 12시간씩 사용해도 한 달 전기료가 600원 정도로 추산됐다. 수기경(물공기) 재배를 통해 실내에서 허브·녹색채소·과일·꽃 등을 기를 수 있는 ‘에어로 가든’도 이색 선물로 꼽힌다. 2주에 한 번씩만 물과 영양제를 보충해 주면서 소형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이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이로봇사의 로봇청소기 ‘룸바’는 오는 21일까지 디지털카메라·MP3·에버랜드 자유이용권 등 경품을 내건 이벤트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진행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오는 17일 용산 아이파크몰 이벤트 광장에서 ‘호흡척척, 커플 살균 청소 이벤트’를 연다. 남녀 커플이 살균청소 존에서 간단한 살균청소 미션을 수행하면 이 가운데 6팀에게 가전제품 40만원어치를, 전원에게 삼겹살 시식권을 증정한다. 홈페이지 이벤트 게시판에 12일까지 참가 사연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참가 커플을 선정한다. ■ 튼튼 건강 식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요즘 홍삼 제품의 인기는 나날이 더해가고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창업 110주년을 기념해 오는 21일까지 5억원어치의 경품을 내걸고 ‘5월 사랑 큰잔치’를 연다. 사랑 사연을 담은 편지를 우편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응모하면 110명을 추첨해 ‘VIP선물세트’(45만원)를 지급한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특정 기념일 기간 구매 고객 가운데 9000명을 추첨, 홍삼정골드(4만 4000원)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정관장은 가정의 달 선물로 어린이용 제품인 홍이장군 세트(12만 5000원)와 홍삼톤골드(8만원) 등을 추천했다. 천지양도 23일까지 전국 대리점에서 ‘5월愛 감사 이벤트’를 열고 구매금액에 따라 상품권 등을 증정한다. 어린이용인 홍삼아이와 홍삼동이(각각 7만 8000원)와 천지력(6만 5000원), 고려홍삼정 프리미엄(3병·24만원) 등을 추천했다. 비트로시스의 홍삼농축액(11만 5000원)·드링크와 캔디가 함께 들어 있는 동원 F&B 천지인의 홍천력 혼합세트(4만원)·허준본가의 어린이용 홍삼 도담도담(9만 9000원)·보령약품의 토마스와 홍삼친구(12만원) 등 다양한 제품이 있어 연령대와 가격대에 맞게 고를 수 있다. ■ 화목 패밀리 의류 본격적인 나들이철인 5월을 겨냥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가족이 함께 입을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독일 아웃도어 잭울프스킨은 4~17일 패밀리 티셔츠를 3장 이상 사면 10%를 할인해 주는 ‘온 가족 울프 포 페스티발’을 개최한다.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성인화와 아동화를 같은 디자인으로 통일한 패밀리팩 시리즈를 출시했다. 신발로 색다른 커플룩을 이루기에 좋다는 설명이다. K2는 화산재 성분 미네랄레 소재를 함유한 ‘성인용 트레킹 긴팔 짚티’·중량이 100g대인 ‘초경량 윈드재킷’ 등과 함께 아이들이 입을 수 있는 ‘아동용 방수재킷’·대나무 추출 소재를 쓴 ‘아동용 뱀부 팬츠’ 등을 추천했다. 리클라이브는 5월에 30~20% 할인·경품 증정 행사 등을 마련했다. ‘키즈라인 슈즈’를 3만~4만원대에, ‘친환경 에코웨이 티셔츠’를 2만원대에, ‘경량형 등산화’를 5만원대에 내놓았다. 5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노트북·닌텐도 등 경품이 걸린 응모권을 제공한다. 워킹슈즈 멀티숍 워킹온더클라우드는 오는 10일까지 2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네일케어 세트를 증정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슈마이스터 숍에서는 독일의 신발장인인 슈마이스터가 무료 발 건강 상담을 추가로 진행한다. 걷기 편하면서도 일반 구두와 비슷한 디자인을 선보인 가버·요넥스·핀 컴포트 등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워킹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 주말 소공동 롯데백화점 매장 한 곳의 매출이 4000만원에 이를 정도였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유아동복 업계도 어린이날을 앞두고 이벤트와 사은행사를 마련했다. 해피랜드·a크리에이션asb·해피베이비는 매장에서 5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1만~30만원 증정권이 숨어있는 스크레치 복권을 제공한다. 일정액 이상을 사면 타월 등의 사은품도 준다. 압소바·파코라반베이비도 목욕타월과 비치가운을 각각 증정한다. 쥬시꽁땅과 모이츠는 리바이스 키즈 티셔츠를 사은품으로 선정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전국플러스] 새달 1일 하동 녹차시장 열려

    제14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 행사장에서 맛과 향이 그윽한 햇차를 싼값에 살 수 있다. 하동군은 다음달 1~5일 화개면 차 시배지 일원에서 열리는 하동야생차 문화축제장에 전국 최대의 녹차시장을 열고 햇차와 녹차가공품, 찻그릇 등 녹차 관련 제품을 시중 가격보다 20% 싸게 판매한다고 29일 밝혔다. 녹차는 소포장 단위로도 판매한다. 이를 위해 하동군은 축제장 안에 초가지붕에 대나무 등을 엮어 만든 녹차 판매부스 40채를 지었다.
  • [현장 행정] 서초 녹색 보행네트워크

    [현장 행정] 서초 녹색 보행네트워크

    서초구를 푸른 숲길로 2중 관통하는 ‘녹색 보행 네트워크’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서초구는 10월까지 한강에서 청계산(18㎞)과 우면산(6㎞) 구간을 각각 숲길로 연결하는 ‘원스텝 녹색길 조성계획’을 27일 발표했다. 박성중 구청장은 “올림픽 대로변 일부 방음벽 등 장애물을 치우고, 훼손된 녹지를 되살리면 매연과 소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시민들이 쾌적한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서 “6개월 뒤에는 싱그러운 숲길로 이어진 서초구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구는 이를 위해 23억원을 들여 한강시민공원~올림픽대로변 녹지~경부고속도로변~청계산 18㎞구간을 한번에 걸을 수 있는 ‘원스텝 보행길’을 조성한다. 걸어서 네댓시간 거리다. 우면산~한강 6㎞구간은 이미 착공, 거의 마무리 단계다. 24㎞ 구간의 녹색길 조성사업이 끝나면 청계산에서 우면산까지 도보로 6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보도턱·계단 없애 보행약자 배려 구는 아파트 담장 등으로 산책로가 가로막혀 민원이 잦았던 올림픽대로변 구간을 정비한다.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 등을 배려, 누구나 걷기 쉽게 만든 ‘보편적 설계’ 기법을 도입한다. 즉 산책로 구간의 보도턱을 없애고 계단 대신 자연스러운 경사를 만드는 것이다. 녹지와 맞닿아 있는 구간은 아스팔트 바닥을 없애고, 모래를 굳혀 만든 ‘마사토’로 포장한다. 폭이 좁아 가로수를 심기 어려웠던 도로는 키가 작은 나무나 야생 초화류 등을 이용해 녹지띠로 조성한다. 또 시민들이 지루함 없이 산책할 수 있도록 보행길 안에 운동시설과 쉼터 등 각종 놀거리와 편의시설도 마련한다. 박 구청장은 “경부고속도로 위 지붕을 덮고 녹지를 입히는 덮개공원화 사업이 완료되면 녹색보행 네트워크의 쉼터 기능을 담당하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반포대교로 이어지는 반포로 지상 22m 상공에 ‘그린아트 보도교’를 세운다. 시비 15억원과 구비 34억원을 들여 폭 3.5m, 길이 80m규모로 10월까지 짓는다. 도로 양쪽으로 단절된 서리풀 공원 녹지축을 시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것이다. 이 다리가 조성되면 반포대로로 끊어진 동쪽 서리풀 공원과 서쪽 몽마르트공원이 ‘구름다리’로 이어져, 서초구 전체 중심부의 녹지축 네트워크가 연결되게 된다. 그린아트 보도교는 서울 도심 주요 간선도로 위에 건립되는 만큼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풍요를 상징하는 ‘누에’와 대법원 등 인근 법조타운의 지역특성을 반영한 대나무의 형태를 빌려 조성된다. 구는 6월까지 서리풀 공원 내 훼손된 산림과 등산로도 모두 정비한다. ●길 중간마다 운동시설·쉼터 마련 시민들이 부드러운 황토를 밟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1㎞ 구간의 ‘맨발로 걷는 길’ 2곳을 만든다. 청권사 정상길 등엔 계단목을 설치해 등산객의 편의를 돕는다. 구는 사업을 앞두고 주민들로부터 일부 자재를 기증받았다. 계단목 790개, 안전기둥 260개, 산림복원에 쓰일 산딸기, 복자기나무 800그루 등이다. 기증된 나무 800그루는 서우배드민턴장과 몽마르트 공원 일대에 심어 ‘주민 참여의 숲’으로 만들 예정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자반고등어/홍종의

    [엄마와 읽는 동화] 자반고등어/홍종의

    거짓말도 자꾸 해 보니까 별 것 아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고 말도 더듬지 않았다. 오히려 없는 말까지 보탰다. 욱이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남은 돈을 셈했다. 천원 권 두 장과 동전 몇 개가 고작이었다. “좀 아껴 쓸 걸.” 욱이는 후회를 했다. 엄마에게 과외비로 받은 오만 원을 열흘 만에 거의 다 써버렸다. 당장 내일 쓸 돈이 모자랐다. “한 시간만 더 하자니까.” 민규가 고양이 발톱처럼 열 손가락을 세워 흔들며 툴툴거렸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느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이제 돈 없어. 내일부터는 네가 대.” 욱이가 다른 쪽 주머니를 훌렁 뒤집어 보였다. 먼지가 풀썩 피어올랐다. 민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배고파. 오늘은 네가 떡볶이 좀 사라.” 욱이가 민규의 팔을 잡았다. 민규는 얼른 욱이의 팔을 떼어냈다. “내, 내가 왜?” 민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뒷걸음질을 쳤다. “내가 그렇게 많이 사 줬으면 한 번 사 줄 만도 하잖아.” 욱이가 목에 힘을 주며 또박또박 말했다. “누가 사 달랬어? 같이 있어 달라고 사정을 해서 나도 학원을 빼 먹으면서 놀아 줬더니….” 갑자기 민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마주 오던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쳐다봤다. 욱이는 창피해 얼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민규를 쫓아가 한 대 갈겨 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지나가자 욱이는 골목에서 머리를 삐쭉 내밀었다. 민규가 바람개비처럼 팔을 빙빙 돌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의리 없는 자식! 두고 보자.” 욱이는 주먹을 꼭 쥐었다. 열흘 전, 순대 김밥 배달을 민규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엄마를 속이지 않아도 됐다. 하필 배달을 한 곳이 민규네 보석 가게였다. “너, 철가방이었어?” 푹신푹신한 소파에 누워 발장난을 하던 민규가 욱이를 보자 처음 한 말이었다. 번쩍거리는 보석 진열대들이 빙글빙글 돌았다. 탁자에 김밥, 순대를 꺼내 놓는데 손이 떨렸다. 욱이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우, 우리 엄마 심부름이야.” 욱이가 더듬거렸다. 덩치로 보면 반밖에 안 되는 민규가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잘난 우리 반 회장이 겨우 분식집 아들이었어?” 민규가 나무젓가락으로 순대를 싼 투명 랩을 푹 찔렀다. 욱이는 가슴이 찔린 듯 움찔했다. “안 본 걸로 해 줄 테니까 걱정 마.” 민규가 문까지 따라 나오며 욱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욱이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민규네 가게에 다녀오고 나서 욱이는 고민이 생겼다. 잘못하다가는 또 다른 친구에게 들킬 것이 뻔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욱이는 꾀를 냈다. 보석가게를 하는 부자 민규를 팔았다. 공짜로 과외를 같이 하자면 미안할 테니 오만 원만 내라고 했다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 “욱이가 도와줘서 편했는데 할 수 없지 뭐. 그런 친구를 두기도 어려워.” 엄마는 당장 꼬깃꼬깃한 천원 권과 오천원 권, 만원 권으로 오만 원을 채워 주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것보다도 욱이는 어떻게 당장 민규의 입을 막을지 막막했다. “똑똑.” 빗방울이 떨어졌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간판에 일찍 불이 켜졌다. 욱이는 육교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높은 곳에라도 올라가야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빗방울이 점점 많아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자동차들도 속력을 높였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한 발에 두 계단을 오르던 욱이었다. 그런데도 욱이는 느릿느릿 한 계단씩 육교에 올랐다. 육교에 오르자 바람이 시원했다. 욱이는 얼굴 가득 빗방울을 받았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렸다. 욱이는 육교의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이리 와 봐.” 육교 중간쯤이었다. 한 할머니가 소쿠리를 앞에 놓고 욱이를 불렀다.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할머니 혼자뿐이었다. “저, 저요?” 욱이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여기 좀 앉아 봐.” 할머니가 손짓으로 소쿠리 앞자리를 가리켰다. 욱이는 자석에 끌리듯 할머니 앞에 앉았다. 비린내가 확 풍겼다. 소쿠리 위에는 생선 한 마리가 달랑 남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였다. 한 마리가 배로 다른 한 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뒤에서 꼭 껴안은 모습이었다. “자반고등어야. 다 팔고 이것만 남았어. 비도 오고 날도 저물고 이것을 팔아야 집에 갈 수 있어.” 할머니가 생선을 욱이를 향해 밀었다. 어둠이 내려 할머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저, 저는 돈이 없는데요?” 욱이가 앉은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키가 큰 트럭이 달려오는지 육교 위가 환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쪼글쪼글한 할머니의 입이 보였다. 그 모습이 욱이의 머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내일 갚으면 돼.” 할머니가 냉큼 생선을 집어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내밀었다. 욱이가 받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 욱이는 얼결에 비닐봉지를 받았다. 할머니가 소쿠리를 챙겨서 일어섰다. 욱이도 엉거주춤 일어났다. 할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육교를 내려갔다. 욱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터덜터덜 걸었다. 그냥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이라도 털어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혼자 남은 아줌마 손님이 일어섰다.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손에 묻은 물을 탈탈 털었다. “아이구, 우리 왕자님 오셨네.” 엄마가 두 팔을 벌리며 반겼다. “아들이우? 어쩜 저렇게 듬직하게 생겼을까?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고 엄마를 업어줘도 되겠네.” 아줌마가 호들갑을 떨었다. “업어주기는요. 몸은 커다래도 아직 애기인 걸요.”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영어 과외는 잘했어? 고맙기도 하지. 그만한 돈으로 어떻게 과외를 해. 학원을 다니려고 해도 십 몇만 원은 든다던데.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해.” 엄마는 아줌마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욱이는 비닐봉지를 슬그머니 의자위에 내려놓았다. 욱이는 슬슬 엄마의 눈치를 봤다. 탁자에 걸레질을 하는 엄마가 더 작아 보였다. 욱이는 주춤주춤 엄마에게로 가서 등을 내밀었다. “엄마, 한 번 업혀 봐.” 등 뒤에서 엄마의 기척이 들렸다. “어서!” 욱이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래도 엄마는 업히지 않았다. 갑자기 엄마가 뒤에서 욱이를 꼭 끌어안았다. 욱이는 가슴이 저릿해졌다. “우리 욱이 많이 컸네.” 엄마가 팔에 힘을 주었다. 욱이는 몸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아주 작아져 엄마의 가슴에 푹 담기는 것 같았다. 그때 욱이는 자반고등어 생각이 났다. “어, 엄마. 이거.” 욱이는 자반고등어 봉지를 내밀었다. “육교를 건너는데 할머니가 팔고 있었어. 이걸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대. 그래서 돈이 없다고 하자 내일 갚아도 된 대.” 엄마가 봉지 속에서 자반고등어를 꺼냈다. 불빛을 받고 자반고등어의 등이 푸르게 빛났다. “자반고등어네? 잘했어. 야무지게도 재웠네. 자반고등어는 이렇게 두 마리를 야무지게 재워야 상하지 않아. 우리 욱이와 엄마가 이렇게 한 몸인 것처럼.” 욱이는 가슴이 뜨끔했다. “외할머니께서 자반고등어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자반고등어를 뒤적이며 울먹였다. 외할머니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자반고등어는 머리는 두 개지만 마치 한 마리처럼 보였다. 욱이는 더 이상 엄마 옆에 있을 수 없었다. 마침 가게에 손님이 들었다. 엄마가 김밥을 써는 틈에 욱이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밤새 퍼붓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햇살이 쨍하니 나고 안개가 뽀얗게 피어 올랐다. 욱이는 엄마가 자반고등어 값으로 준 돈을 하루 종일 쥐고 있었다. 민규가 슬슬 욱이를 피해 다녔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욱이는 육교를 향해 뛰었다. 육교 위에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자반고등어를 파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욱이는 육교의 끝에서 끝으로 두 번을 왔다 갔다 했다. 할머니가 앉았던 자리에는 김을 파는 아줌마가 앉았다. “아줌마, 여기에서 자반고등어를 파는 할머니 안 나왔어요?” 욱이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아줌마는 하품을 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반고등어요.” 욱이가 힘을 주어 다시 말했다. “무슨 자반고등어? 여기는 그런 거 안 팔아.” 아줌마가 쌀쌀맞게 말했다. “어제 여기서 자반고등어 팔던 할머니요. 제일 나중에까지 남아 있었어요.” 욱이는 울상을 지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왜 귀찮게 굴어. 여긴 내 자리고 어제도 내가 제일 나중에 일어섰구먼.” 아줌마가 김을 뜯어 질겅질겅 씹었다. 다시 물었다가는 혼이 날 것 같았다. 욱이는 힘없이 육교를 내려왔다. 아무리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려 보려 해도 가물가물했다. 욱이는 길 가는 할머니들을 요리조리 살폈다. “야, 강욱!” 욱이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민규네 보석가게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가게에서 튀어 나오며 민규가 욱이를 불러 세웠다. 그때였다. 욱이의 머릿속이 환해졌다. 갑자기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이 퍼득 떠올랐다. “걱정 마. 오늘부터는 내가 돈을 다 댈게.” 민규가 욱이의 코앞에 돈을 들이대고 흔들었다. 그래도 욱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다 댄대도?” 민규가 욱이의 등을 퍽 때렸다. 그때서야 욱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반고등어의 머리가 눈앞에 떠오르면서 외할머니의 얼굴이 겹쳤다. “맞아. 외할머니의 입이야!” 갑자기 욱이가 소리를 질렀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이었다. 틀림없었다. 욱이는 민규의 손을 뿌리치고 가게를 향해 뛰었다. 아무래도 가게에 엄마를 닮은 외할머니가 와 있을 것 같았다. ●작가의 말 가정이 행복한 세상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다.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불안정한 가정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부 불행한 것은 아니다. 진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면 불행은 행복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자반고등어는 두 마리가 합쳐 하나(한손)가 된다. 그렇게 서로 포개져야만 제대로 발효가 되어 맛있는 자반고등어가 된다고 한다. 자반고등어처럼 서로 기대고 안아주어야 하는 것이 가족이다. 짠맛이 고소한 맛이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약력 ▲대전일보신춘문예 동화당선 ▲계몽아동문학상, 율목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수상 ▲‘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 ‘하늘음표’, ‘하늘매 붕’, ‘똥바가지’, ‘초록말 벼리’, ‘구만이는 알고 있다, 구만이는 울었다’, ‘오이도행 열차’, ‘곳니’ 등의 작품집이 있음.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근무
  • [하드코어 맛기행④] 영덕대게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하드코어 맛기행④] 영덕대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아마도 영덕대게는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식재료일 것이다. 당장 영덕대게에 대해 환호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적지 않은 식당들이 가짜 영덕대게를 팔고 있다는 암시를 했다. 무엇보다도 영덕대게를 직접 맛봤다는 이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게가 영덕대게인지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이런 논란에 답을 찾는 유일한 길은 영덕을 찾는 길밖에는 없다. 지난 15일 저녁 늦게 찾은 대게 전문점은 동해안횟집.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매일 아침 팔려나가는 대게의 상당량을 소화한다는 곳이다. 이 횟집의 박창현 대표(38)는 대를 이어 강구수협 중매인 역도 해온 자타가 공인하는 대게 전문가. 그의 도움을 얻어 영덕대게에 관한 세간의 의혹을 상당 부분 풀 수 있었다. ▶오해 1: 영덕에는 영덕대게가 없다? 영덕 인근해의 대게가 많이 고갈됐다. 이제는 먼 바다로 나가 대게를 잡아야 한다. 게다가 배타적 경제수역 논란 이후 대게 수확이 더 어려워졌다. 반면 러시아산 대게가 동해항 등지를 통해 폭넓게 풀리면서 그런 오해가 생겼다. 영덕 대게의 수확량이나 수확 범위가 크게 줄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영덕대게가 거의 고갈될 가능성은 있다. ▶오해 2: 영덕대게는 한 가지 종류다? 그렇지 않다. 대게는 커서 대게가 아니라, 다리의 생김새가 대나무 같다고 대게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박달대게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찼다고 해서 박달대게다. 반면 속이 많이 비어 있고 물이 많은 수(水게)가 있다. 이런 게는 찌면 몸통 부분에서 검은 물이 많이 흘러나온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반면 영덕대게와 다 똑같지만, 몸통 안쪽이 하얀 이른바 ‘너도대게’라는 것도 있다. 이 게에 이런 이름이 붙은 데는 사연이 있다. 이런 변종이 자주 붙잡히자 영덕 어부들이 어류 전문 학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이 변종을 살펴본 후 자신 역시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니도(너도) 대게는 대게다’라고 한 마디 했다. 그 후 이 변종에게는 ‘너도대게’라는 별칭이 불었다. 연갈색의 박달대게와 달리 붉은 게는 홍게라고 한다. 이들 가운데 최고로 치는 영덕대게가 박달대게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해 3: 영덕대게는 가짜가 많다? 싼 수입 대게나 영덕대게 가운데 가장 싼 수게 때문에 이런 오해가 커졌다. 귀한 박달대게를 맛본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영덕 강구수협은 영덕대게에 인증제를 도입했다. 경매 과정에서 진짜 박달대게 다리에 아예 바코드(사진)를 부착시키기로 했다. 유통 과정에서 바코드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최근 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지적대로, 가짜 바코드가 등장해 혼란을 주기는 했다. ▶오해 4: 영덕대게는 가격에 거품도 많고, 바가지도 많이 씌운다? 영덕대게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박달대게만 해도 게 상태에 따라, 개당 평균 10만원~20만원에 이른다. 반면 수게는 싸다. 비싸야 2만원을 넘지 않는다. 한 상자에 5만원을 호가하는 것들도 있다. 이런 게를 맛보고 영덕대게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박달대게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4박5일간 조업을 나가봐야 몇 마리 잡히지가 않는다. 현재 시세로도 이 기간 동안 3백 마리를 잡아야 간신히 손해를 안 볼 정도다. 그런데 3백 마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게다가 게는 몸통 길이가 세로 길이가 9cm를 넘어야 잡을 수 있다. 대게는 매년 몸통 길이가 1cm밖에 안 자랄 정도로 성장 속도도 느리다. 수협 경매장에서 만난 중매인들은 박달대게의 참 맛을 알고 즐기는 편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보다 좀 떨어져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종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오해 5: 영덕대게가 부족한 이유는 일본에 전량 수출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일본에 수출할 물량이 없다. 현재 영덕대게는 대부분 다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고급 박달대게는 전국 각지의 고급 횟집이나 게 전문점에서 팔리고 있다. ▶오해 6: 영덕대게는 보름에 살이 차고, 그믐에 살이 빠진다? 대게에 대해 조금 안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대게가 어디에서 서식하느냐에 따라 게살의 밀도가 다르다.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일부 대게 판매점들이 게살의 밀도를 놓고 소비자들의 불만에 나름대로 대처하다가 생긴 것일 가능성이 높다. ▶오해 7: 전적으로 영덕대게의 상태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대부분 그렇지만, 어떻게 찌느냐도 중요하다. 흔히 영덕대게 전문가들은 영덕대게의 맛을 결정하는 데, 찌는 기술이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본다. 각자의 비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게의 종류에 따라서 찌는 방법을 달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홍게는 염분이 많아 다리에 구멍을 뚫고 찌기도 한다. 그래야 맛이 담백해진다. ▶오해 8: 영덕대게는 막 쪄내 뜨끈뜨끈 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다?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지만, 전문가들일수록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영덕대게의 참맛은 찜통의 열기가 가시고 난 후의 입에 착 감기는 고소한 맛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국 각지에서 막 찐 게를 택배로 주문해 먹어도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택배 상품은 갓 찐 후 보온 상자에 넣어 보낸다. 전국 어디서든 5시간 이내에 배달받을 수 있어 제 맛을 음미하는 데 무리가 없다. 얼마 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한 우리 야구 대표팀의 청와대 만찬도 영덕에서 막 쪄 배달한 대게가 주 메뉴였다. ▶오해 9: 영덕은 MBC가 살리고, 또 MBC가 죽인다? 현재 영덕군에서 가장 널리 퍼진 우스갯소리이다. 1990년대 MBC 인기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통해 영덕군과 영덕대게가 널리 알려졌다. 당시 이 드라마를 통해 비교적 덜 알려졌던 영덕군이 유명 관광지로 발돋음했다. 그러나 지난 달 영덕군의 영덕대게 축제를 앞두고 MBC가 방영한 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오해10: 영덕대게는 사계절 먹을 수 있다? 높은 수온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한 대게는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어획한다. 따라서 강구수협의 대게 경매도 6월 10일이면 끝이 난다. 이 외의 시기에 팔리는 대게는 주로 러시아 수입산인 경우가 많다. 수입산의 경우에는 사계절 유통이 가능하다. 수입 대게와 국산 박달대게는 전문가 외에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하니 되도록이면 강구수협의 바코드가 붙어있는 대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백제 금동대향로 오악기 소리 복원

    백제의 대표적 유물인 국보 287호 금동대향로에 새겨져 있는 ‘오악사의 다섯 악기와 소리’가 1400여년만에 복원된다. 15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국립국악원, 국립민속박물관 등과 ‘금동대향로 오악기 및 음원 복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까지 8억 2000만원을 들여 국립국악원과 충남도문화산업진흥원은 오악기 복원과 표준음원 발굴을, 국립민속박물관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악기 고증·조사 및 백제 가요 가사 정리에 나선다. 오악기는 피리·비파·소·현금·북으로, 금동대향로 뚜껑의 봉황 밑부분에 새겨져 있다. 소는 배소(排蕭·가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악기), 피리는 종적(縱笛·세로로 부는 피리), 비파는 완함(阮咸)이라고도 부른다. 타악기와 관현악기로 꾸며진 실내악 형태를 띠고 있다. 복원된 오악기는 내년 9~10월 대백제전 때 충남국악단과 국립국악원 단원 50여명이 합동으로 처음 연주한다. 연주곡은 백제 가요인 ‘정읍사’ 등의 가사에 곡을 붙여 만든다. 충남도는 중국과 일본 등 인근 해외 문화권 내 유사 악기의 음을 채집, 원음에 가깝게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유재룡 도 문화산업계장은 “왕실에서 사용하던 악기였던 만큼 소리가 은은하고 고급스러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국악인 한기복(41)씨는 “현대 악기보다 작아 요즘 사람 듣기에는 소리가 날카로울 수 있다.”고 예측했다. 도는 태교음악과 휴대전화 벨소리 등으로 복원 음원을 산업화할 계획이다.이완구 충남지사는 “대향로 발굴 16년만에 또 하나의 꿈이 시작된다.”면서 “백제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기념비적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삼성 파브 LED TV 출시기념 ‘LED 디지털 갤러리’ 개최

    삼성 파브 LED TV 출시기념 ‘LED 디지털 갤러리’ 개최

     삼성전자가 서울 서초사옥에 위치한 홍보관 삼성딜라이트에서 7~10일 나흘간 ‘빛의 TV - 삼성 파브 LED TV’ 출시를 기념해 ‘LED 디지털 갤러리’를 개최한다.미디어 영상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와 함께 하는 이번 전시회는 삼성딜라이트 2층 글로벌 갤러리에서 특별 전시회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LED 디지털 갤러리는 예술작품을 통해 두께가 29mm대로 얇은 ‘핑거슬림’ 디자인과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빛의 화질’을 구현한 삼성 파브 LED TV를 삼성딜라이트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적인 미디어 영상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이 삼성 파브 LED TV에 담겨 전시되며,벽면에 액자처럼 밀착돼 걸려 있는 LED TV가 미술 작품의 캔버스와 같은 기능을 해 관람객들은 마치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이남 작가는 고전 명작 등을 재해석해 그림 속 주제인 구름 꽃,인물 등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가미해 작업하는 작가로서,이번 전시에는 모네의 ‘수련’과 ‘해돋이 인상’, 중국 리팡인의 ‘여름 안개 속의 대나무’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삼성전자는 삼성딜라이트 전시를 시작으로,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갤러리에서 ‘LED 디지털 갤러리’를 지속적으로 개최, 삼성 파브 LED의 특장점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번 LED 디지털 갤러리가 열리는 삼성딜라이트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삼성전자의 브랜드 쇼케이스로, 삼성전자의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과 첨단 기술이 고객과 만나는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세종시대 종묘제례악 되살린다

    세종시대 종묘제례악 되살린다

    조선 중흥기의 장엄하고 유려한 종묘제례악이 그대로 재현된다. 세종과 세조 시대의 종묘제례악을 모범으로 삼되, 일단 일제강점기 변형이 이루어지기 이전인 1892년 당시로 복원한다. 국립국악원은 16일 예악당에서 기존에 선보인 종묘제례악에 인원과 악기 편성을 대폭 늘리고, 새로 복원한 악기를 선보이는 ‘종묘제례악’ 공연을 올린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에 역대 제왕을 제사지내는 종묘제례에서 연주된 보태평, 정대업, 진찬악 등 음악(樂)과 노래(歌), 춤(舞)을 일컫는다. 영신·전폐·진찬·초헌·아헌·종헌·철변두·송신례 등 8개 제례 절차에 보태평(11곡)과 정대업(11곡), 진찬악 등의 27곡으로 구성돼 있다. 보태평과 정대업은 조선 세종대에 연례악으로 창제된 뒤 세조 때 제례악으로 채택됐다. 모두 두 개의 편성으로, 댓돌 위 같은 비교적 높은 곳에 놓인 편성이 ‘등가’(登歌), 낮은 곳(뜰)이 ‘헌가(軒架)’이다. 편성이 크고 소리가 웅장해 종묘에서 제례가 벌어지면 노량진까지 들릴 정도로 장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숙희 학예연구사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은 조상을 기리고 우리의 융성한 국력을 드러내는 문화행사였으나 일제강점기에 문화말살 정책에 따라 집안 제사 정도로 축소돼 이어졌다.”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종묘제례악을 복원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조선 초기에 연주된 완벽한 형태로 완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국악원측은 15세기 문헌인 ‘악학궤범’과 ‘국조오례의’ 등을 참고해 향악의 근간이 되는 악기 편성인 ‘삼현삼죽(三絃三竹)’을 그대로 복원했다. 삼현삼죽은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등 현악기 세 종류와 대금, 중금, 소금 등 대나무악기 세 종류. 조선시대에는 이를 모두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는 향비파와 중금, 소금이 빠진 채 전승됐다. 이번 연주에서 삼현삼죽의 선율을 되살려 유려하고 섬세한 본래 음악에 가까운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또 지금까지는 편종과 편경을 제일 뒤편에 한틀만 놓고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편종과 편경을 북·동·서편에 한 틀씩, 모두 세 틀을 배치한다. 노고·노도(북을 십자 모양으로 만든 것)도 추가로 편성해 이들이 악기들을 에워싼 헌현(┌┐모양) 형태로 만들었다. 아울러 국악원 악기연구소에서 3년 만에 복원한 생황(대나무 관 여러개를 꽂아 만든 화음악기)의 세 종류인 생·우·화, 좌식 방향, 당비파, 월금 등의 악기도 이번 무대에 처음 선보인다. 이렇듯 10여종이 추가됨에 따라 이번 공연에는 모두 20여종의 악기가 등장한다. 단원도 기존 연주회의 2~3배에 이르는 80여명이 무대에 오른다. 순서는 제례 절차에 따르지 않고, 편성에 따라 1부 등가(보태평), 2부 헌가(정대업)로 구성했다. 보태평과 정대업을 중심으로, 선율이 같은 곡을 제외한 24곡을 연주한다. 8000~1만원. (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숙제를 하면서도 지금 내 마음은 문구점에 가 있어요. 학교 앞 문구점에서 연필이나 공책, 색종이 같은 문구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쫀쪼니, 쫀듸기, 달고나, 짱셔요…. 그리고 여러 가지 색색깔의 새콤달콤 맛있는 사탕들…. 우리 엄마는 용돈을 절대로 안 주거든요. 나하고 같은 2학년 아이 중에 날마다 천 원씩 용돈을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 말이에요. ‘나도 용돈을 받았으면….’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날마다 불량식품을 실컷 사 먹을 수 있잖아요. 이상하게 엄마가 사 주는 간식거리는 맛이 없어요. 어른들이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은 어떤 줄 알아요? 그야 뭐 무지무지 먹고 싶고, 엄청나게 달콤하고, 아주아주 맛나지요. 친구들이 불량식품을 사 먹을 때 조금씩 떼어 주어서 잘 알거든요. 숙제는 하기 싫고, 불량식품은 먹고 싶고…. 나는 숙제를 하다 말고 발딱 일어섰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가고 아빠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어요.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 대신 엉뚱한 말이 툭 튀어 나왔어요. “아빠, 티브이 보세요?” “응?” “헤헤, 티브이 보시냐고요?” “이 녀석아, 알면서 왜 물어?” “그냥.” 나는 상냥하게 말하며 아빠 어깨를 주물러 드렸어요. “진희, 너 아빠한테 할 말 있지?” “어떻게 알았어요?” “갑자기 아빠한테 존댓말 하며 예쁜 척하는 거 보면 다 알아.”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어요. 아빠한테 거짓말 하려는 내 마음을 들켜 버린 것 같았어요. 나는 아빠 몰래 숨을 크게 들이 쉬었어요. “아빠, 공책 사게 천 원만 주세요.” 공책 산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 돈으로 불량식품을 사 먹을 생각이에요. 한번 말문이 트이자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요. “국어 공책도 사야 하고, 알림장도 사야 돼. 공책 때문에 어제는 선생님한테 혼났어. 다 쓴 공책을 모르고 그냥 가지고 갔거든.”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아빠는 뭔가 생각에 잠겼어요. 무슨 말을 할 듯하다 말고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어요. “공책 사가지고 민지네 가서 숙제 하고 올게.” 나는 학교 갈 때처럼 가방을 챙겨 나왔어요. 나는 곧장 민지네 집으로 갔어요. “민지야, 우리 문방구에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숙제 하자.” 내가 돈을 보여 주며 말하자 민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와, 신난다! 얼른 가자.” “쉿! 조용히 해. 너네 엄마 다 듣겠다.” “히히, 알았어.” 우리는 문방구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몽땅 샀어요. 모두 다 100원짜리로만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학교 운동장 제일 구석진 곳으로 가서 맛있게 먹고 돌아와 얼른 숙제를 했어요. 집에 오자 아빠가 소리 없이 웃더니 말했어요. “진희야, 아까 너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거짓말한 것 때문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았어요. 불량식품이 잔뜩 들어가 있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요. 갑자기 아빠가 말했어요. “진희야,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무슨 이야기?” “들어 보면 알아.” 너처럼 꼭 3학년 때 일이야. 어느 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다 말고 집으로 재빨리 뛰어갔어. 공책을 사야 하는데 깜빡하고 돈을 안 타 갔거든. 삽짝 문을 들어서며 소리 쳤지. “공책 사게 돈 좀 주세요.”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부엌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어. “공책 한 권이 얼마냐?” “20원요.” 엄마는 젖은 손으로 방에 들어가더니 이내 도로 나왔어. 지금 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거야. 내가 울상을 지으며 서 있자 엄마는 얼른 부엌에서 달걀 두 개를 가져왔어. “달걀 하나에 10원이다. 이거 두 개 가지고 가서 공책하고 바꾸어 써라.” 아휴, 달걀하고 공책하고 바꾸어 쓰라니, 난 무척 창피했어. 달걀하고 공책을 바꾸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해봐. 얼마나 창피하겠어. 뭐? 달걀을 공책하고 바꾸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거야 지금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네가 그때 나였다면 넌 아마 더 창피했을지도 몰라. 전에 우리 반 누가 달걀을 연필하고 바꾸어 쓰는 걸 보고 아이들이 막 놀려 먹었거든. 연필 살 돈도 없는 가난뱅이라고.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문구점은 언제나 아이들로 붐볐어. 그러니까 아무도 몰래 공책하고 달걀하고 바꿀 수도 없잖아. 누구든 보기만 하면 금방 소문을 내고 말테니까. 달걀을 주머니에 하나씩 나누어 넣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어. 느릿느릿 학교로 가던 나는 길에서 벗어나 개울가로 갔단다. 나뭇가지로 개울가 둑을 판 다음 달걀 두 개를 흙속에 묻어 두었어. 그리고 얼른 학교로 갔지. 선생님한테는 공책도 없이 공부하러 덜렁덜렁 왔다고 혼이 났단다. 대나무뿌리 회초리로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어. 무척 아팠지만 참았어. 친구들한테 놀림 당하는 것보다 선생님한테 회초리 맞는 것이 차라리 나았으니까. 그 달걀은 어떻게 한 줄 아니? 공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하고 구워 먹었어. 어떻게 구워 먹었냐 하면, 먼저 진흙으로 달걀을 두툼하게 싸는 거야. 그래서 그걸 땅속에 묻고, 달걀 묻은 자리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는 거지. 모닥불 열기 때문에 땅 속에 묻은 달걀이 맛있게 잘 익거든. 집에 돌아와서는 거짓말을 했어. 학교 가다가 넘어져서 달걀 두 개를 다 깨버렸다고. 다음날 나는 또 공책 사게 돈을 달라고 했지. “돈 없다. 달걀하고 바꾸어 써라.” 그러면서 엄마는 또 달걀 두 개를 손에 쥐여 주시는 거야. 당연히 오늘은 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또 달걀 두 개를 가지고 가는 수밖에.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들이 미워 보였어. 우리 집에 닭이 없으면 달걀도 없었을 테고, 그러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어른들 몰래 나는 닭들한테 괜히 심술궂은 발길질을 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 닭들이 너무나 고마운데 말이야. 힘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나는 또 달걀을 땅속에 묻어 두고 학교로 갔어. 친구들한테 놀림 받는 것은 정말 싫었거든. 나는 선생님한테 또 매를 맞았지. 이번에는 열대나 맞았어. 얼마나 아프던지, 매를 맞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더라. “와, 많이 아팠겠다. 그런데 땅에 묻은 두 번째 계란은 어떻게 했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또 구워 먹었을 것 같은데.” “아니야. 이번에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가게에 가서 군것질을 했단다. 계란하고 먹고 싶은 것하고 다 바꾸어 먹었지. 한 개에 5원씩 하는 풀빵하고도 바꾸어 먹고, 쫄쫄이하고 달고나 하고도 바꾸어 먹고….” “어, 쫄쫄이하고 달고나는 지금도 있는데!” “정말이야? 그런 불량식품이 지금도 있다니 놀랍구나.” “달걀로 군것질하고, 집에 가서 안 혼났어?” “네 할머니는 내가 당연히 공책하고 바꾼 줄 알았겠지.” 나는 사지 못한 공책은 어떻게 했냐고 물었어요. “또 공책 없이 학교에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생각 끝에 달걀을 훔치기로 했어. 날마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오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거든. 그날 저물녘에 달걀을 꺼내면서 그 중 두 개를 아무도 몰래 숨겼지. 삽짝 밖 호두나무 아래 풀숲에.” “정말?” “다음날 아침, 숨겨 놓은 달걀을 가지고 아주 일찍 집을 나섰어. 아이들이 없을 때 문방구에 가서 공책하고 바꾸려고. 다행히 아이들 눈을 피해 무사히 공책하고 바꾸었단다.” 아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보았어요. 처음엔 배가 많이 아픈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아빠 말을 듣다 보니 배 아픈 것이 가라앉았어요. 그래도 아빠를 속이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타 내어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아빠는 나보다도 더 했는데 뭘.’ 우리 아빠는 거짓말을 하고 달걀까지 훔쳐 냈잖아요.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아빠한테 거짓말한 것도 들키지 않았고, 불량식품을 먹었는데도 배가 안 아팠기 때문이죠. ‘불량식품 먹으면 배탈 난다고? 흥, 엄마는 거짓말쟁이. 히히, 난 이렇게 괜찮잖아.’ 그래도 혹시 배 아프면 어떡하나 생각하며 배를 문질러 보았어요.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도 나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저녁, 민지네 집으로 전화를 했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어요. 민지 좀 바꾸어 달라니까, 민지 엄마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이러는 거예요. “진희야, 우리 민지 지금 막 토하고 난리 났다! 뭘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배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고 토한다니까! 얘, 얼른 전화 끊자. 민지 데리고 응급실에라도 가 봐야겠다.” ●작가의 말 몇 년 전 북한강변으로 이사하고 봄부터 아이들하고 닭을 길러 보았습니다. 암탉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 병아리가 깨어나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듬해가 되자 닭은 이십여 마리로 불어났답니다. 달걀을 많이 낳아 이웃집하고 나누어 먹었지요. 달걀을 보니, 어릴 적 문방구에 가서 달걀을 공책이나 연필하고 바꾸고, 불량식품하고도 바꾸어 먹던 기억이 났습니다. ●작가약력 ▲1963년 충남 청양 출생.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화집으로 ‘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잘가라, 산도깨비야’ 등이 있음. ▲지금은 경기도 양평 북한강변에서 가족과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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