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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나무’ 의약품·‘동백나무’ 화장품 우리 땅에서 난 우리 자원으로 만든다

    암 환자에겐 주목나무가 주목을 끈다. 빼어난 항암효과를 발휘하는 치료제 ‘택솔’을 추출할 수 있어서다. 물론 의학계 사례에 따라선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는 등 아직 확신하진 못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애를 먹는다면 은행나무 열매를 떠올리게 된다. 동백나무 씨를 짠 동백기름엔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화장품 원료로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림청이 이처럼 생명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재공급원 역할을 강화한다. ‘돈 되는’ 생명자원 공급을 통해 장기 투자가 필요한 목 재생산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효율적인 산림경영 기반을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조류인플레인자(AI) 치료제 타미플루와 관련된 팔각회양나무, 음료·한의약재로 많이 쓰이는 헛개나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11일 산림청이 내놓은 산림생명자원의 이용활성화 대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연구 및 이용기반 구축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물질지도를 제작한다. 지역과 토양·수집시기·부위별로 유효성분 차이가 있는데 생산 적지를 선정하게 된다. 돈이 된다면 무조건 심는 ‘묻지마식’ 접근이 아닌 맞춤형 생산을 유도하기로 했다. 내년 국립산림과학원에 설립되는 약용자원연구소가 산업계 수요가 많은 품목부터 연차적으로 제작한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향료원료를 대체하기 위한 식물 정유(精油)은행도 설치한다. 피톤치드 등 식물정유 자원화를 위해 향 종류별로 정유를 추출해 저장 및 연구소재로 공급할 계획이다. 효과가 검증된 나무를 선발·공급할 종자공급원(CR단지) 조성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최적의 약성을 갖춘 시기 산출을 위한 재배 시험지를 국유림에서 운영한다. 재배의 중요성을 감안해 100㏊(1㎢)를 산·학·연 재배시험용으로도 제공하기로 했다. 잔디·이끼·대나무·닥나무·겨우살이·복령 등 시장수요와 미래가치, 기술수준 등을 고려한 전략적 육성품목도 선정해 연구개발(R&D)과 시범사업 등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 산주들의 소득 향상 일환으로 약성이 검증된 나무에 대한 계약생산을 확대한다. 산업계와 산림조합이 연계한 방식으로 조합이 생산자단체 또는 산주와 계약을 통해 재배한 후 기업에 공급하게 된다. 특히 품질 확보를 위해 한국임업진흥원을 통한 생산물 보증제도도 도입한다. 이밖에 가구와 국악기 등 전통문화 전승에 필요한 특수용재 공급원이 조성된다. 느티나무·피나무·오동나무·먹감나무 등 문화재청이 요구한 16개 수종을 집단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꾸준히 공급할 생각이다. 이창재 산림청 산림자원국장은 “산림은 생물자원의 92%를 보유한 보고(寶庫)이지만 정보 부족과 공급량 부족 등으로 생물자원의 해외의존도가 70%에 이른다”며 “산림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생명산업 활성화를 위한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구축해 청사진을 제대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시골 어느 마을이건 옛이야기 한 자락 전해오지 않는 곳은 없을 겁니다. 대개 이야기의 얼개나 결말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전남 함평은 좀 다르더군요. 마을 곳곳마다 무슨 이야기들이 그리 많던지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여전히 습속으로 이어지고, 이야기 담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을도 있었습니다. 함평은 그렇게 전설 따라 돌아야 제맛인 듯합니다. 해보면 모평마을을 먼저 찾는다. 함평 북쪽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자는 뜻이다. 파평 윤씨 집성촌인 마을에 들면 수벽사가 먼저 객을 맞는다. 여진족을 몰아내고 동북9성을 쌓은 고려 장수 윤관(1040∼1111)을 모신 사당이다. 그 옆 제각에는 열녀비가 있다. 정유재란 때 남편이 왜병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다 목숨을 잃은 신천 강씨를 기리는 비다. 더 흥미로운 건 제각 옆의 이끼 낀 비석이다. 키 작고 볼품도 없지만 사연은 절절하다. 신천 강씨 부부가 죽고 어린 아들만 남자 충노(忠奴) 도생과 충비(忠婢) 사월 부부는 주인의 아들을 보살피고 키워 과거급제까지 시켰다. 아들은 노비 부부의 비를 세우라 유언을 남겼고, 파평 윤씨 문중에서는 여태껏 노비에게 제를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모평마을은 한때 고택촌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함평 하면 모평마을을 연상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다소 적막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둘러볼 곳은 여전히 많다. 천년 세월을 넘어선 안샘과 산비탈에 고즈넉하게 터를 잡은 고택 영양재, 귀령재 등이 마을의 명물. 해보천을 따라 인공방풍림도 조성돼 있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이 군락을 이룬 숲이다. 저물녘이면 해보천 위로 물안개가 흐르고 늙은 나무들 사이로 해가 진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굽어보는 모습도 멋들어지다. 영양재에 오르면 저만치 해보천이 반짝이고 마을 숲과 어우러진 임곡정이 도드라진다. 조선시대 천석꾼의 집이었다는 김오열 가옥과 파평 윤씨 제실인 임천정사도 멋스럽다. 영양재 옆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마을 뒤를 돌아가는 숲치고는 제법 깊다. 오죽(烏竹)군락지와 야생죽로차밭, 편백나무, 왕대나무, 조릿대 숲을 줄줄이 지나 마을 뒤편 정자로 이어진다.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집은 모평헌(牟平軒)이다. 바닷물에 7년 동안 담근 후 15년 동안 건조시킨 소나무로 지었다는데, 견뎌낸 세월이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집 앞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천년샘물’ 안샘이 있다. 옛 관아의 우물로 사용됐던 샘인데, 조성된 지 1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여태 한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샘물은 임천산의 대나무와 야생차 수액이 흘러들어 물맛 좋기로 소문 났다. 모평마을에서 밀재가 멀지 않다. 영광과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로, 근동의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새벽녘이면 옅은 안개와 어우러져 인상적인 해돋이 장면이 펼쳐진다. 밀재휴게소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용천사도 가깝다. 가을이면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는 절집이다. 지금 꽃무릇은 끝물이고 맨드라미 등 가을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전리 수문마을로 넘어간다. 함평만에 접한 갯마을로 일년에 한 번 열어보는 물항아리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의 들머리는 ‘옷밥골재’다. 마을 할머니가 일러주는 고개의 유래가 기막히다. “여그가 땅도 좋고 물도 걸어. 긍께 숭년(흉년) 걱정이 없고 옷도 밥도 절로 난다 그말이여.” 이런 유래를 한자로 단순하게 표현하자니 식의동(食衣洞)이란 멋대가리 없는 이름이 되고 만다. 항아리는 고개 넘어 파출소 앞에 묻혀 있다. 각각 상촌, 중촌, 하촌이라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물항아리가 묻혀 있다. 액운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사연은 이렇다. 옛날 한 스님이 적당한 절터를 찾다 옷밥골재 아래 펼쳐진 마을을 보게 됐다. 첫눈에 명당 자리를 알아본 스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으나 곧 앞산 자락에 화귀(火鬼)가 서려 있는 걸 확인하고는 탄식하며 돌아가려 했다. 이때 마을사람들이 스님에게 화를 막을 방법을 물었고, 스님은 “산마루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바닷물과 우물물을 반반씩 넣은 뒤 무덤처럼 해두었다가 불이 나거든 열어 보라”고 일러줬다. 주민들은 스님의 주문대로 항아리 세 개를 묻고 물을 채운 뒤 일년을 기다렸다가 매년 2월 초하루에 뚜껑을 열었다. 이게 ‘불맥이제’의 시작이다. 해마다 같은 날 같은 양의 물을 넣어두는데도 막상 뚜껑을 열면 항아리마다 물의 높낮이가 다르다고 한다. 이때 수위가 가장 낮은 마을이 그해 각별히 조심한다는 의미에서 ‘불맥이’를 연다는 것이다. 이 습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에 담긴 이야기도 전해온다. 대동면 향교리에 있는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108호다. 숲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향교리는 이름 그대로 향교가 있는 마을이자 대동면 소재지다. 왕을 모실 만한 명당터라 알려져 욕심 내는 이들이 많았으나 공자를 모시는 향교가 앉아야 지기(地氣)에 맞다 해서 향교가 들어섰다고 한다. 한데 향교터 남쪽의 신흥동 뒷산이 화국형(火局形)인 것이 문제였다. 풍수사들은 화국을 누르려면 수국(水局)을 만들어야 한다며 향교와 화산 사이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일대에 팽나무, 느티나무 등 수림 조성에 적합한 나무가 많아 이를 향교 앞에 옮겨 심었다. 이처럼 길가나 도로변에 줄처럼 길게 심어져 가로수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줄나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줄나무는 무안 청천리 줄나무와 함평 등 두 곳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도 향교와 신흥동 사이 300여m에 걸쳐 40여 그루의 늙은 나무가 남아 있다. 숲그늘이 제법 깊어 쉬어가기 딱 좋다. 이 밖에 대동면 덕산리의 수호신인 ‘아차동 미륵할머니’, 물레방앗간 집 딸 돈내가 마을과 부모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나산면 ‘돈내보’, 효자의 전설이 깃든 신광면 ‘장산들 백비’ 등도 묶어 돌아볼 만하다. 특별한 전설은 없지만 고막천석교(보물 1372호)는 자체로 볼거리다. 고려 때 축조된 다리로 돌을 정교하게 짜맞춘 형태가 퍽 인상적이다. 학교면 고막리에 있다. 저물녘 풍경은 돌머리(石頭) 해변에서 맞는다. 주민들 표현처럼 ‘기가 맥혀 불’ 정도의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이름이 독특하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의 끝이 바위여서 돌머리란다.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돼 있다 해서 광산김씨들이 묏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함평만 너머로는 해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글 사진 함평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용천사(322-1822), 모평마을(323-8288) 등을 먼저 보겠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다소 빠르다. 영광읍내에서 22번 국도를 타고 함평 해보면의 해보교차로까지 간 뒤 옛 24번 국도로 접어들면 모평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공주서천고속도로 함평나들목으로 나와 영광 방향 23번 국도, 838번 지방도 순으로 갈 수도 있다. ▶맛집:나비만큼 유명한 것이 함평 소고기다. 한때 전라도 소값을 쥐락펴락했다는 함평 우시장 덕에 한우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 금송식육식당(324-5775), 해보면 문장리의 해월축산한우직판장(324-6692) 등이 이름났다. 읍내 함평시장 주변에 음식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육회비빔밥으로 이름난 초록식당(322-5287)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잘 곳:모평마을 모평헌(323-6078) 등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읍내에 샹젤리제호텔(324-1200) 등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손불면 궁산리 일대는 해수찜으로 유명하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돌과 삼못초 등 약초를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후 해수가 든 탕에 넣어 데워진 물로 찜질한다. 주포해수찜(322-9489), 함평신흥해수찜(322-9487), 신흥해수찜(322-9900) 등이 있다. 오후 5시 이전에 가야 한다.
  •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노비 비석부터 천연기념물 숲까지… 옛이야기 따라 도는 전남 함평 한 바퀴

    시골 어느 마을이건 옛이야기 한 자락 전해오지 않는 곳은 없을 겁니다. 대개 이야기의 얼개나 결말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전남 함평은 좀 다르더군요. 마을 곳곳마다 무슨 이야기들이 그리 많던지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여전히 습속으로 이어지고, 이야기 담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을도 있었습니다. 함평은 그렇게 전설 따라 돌아야 제맛인 듯합니다. 노비에게 제를 올린다? 해보면 모평마을을 먼저 찾는다. 함평 북쪽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자는 뜻이다. 파평 윤씨 집성촌인 마을에 들면 수벽사가 먼저 객을 맞는다. 여진족을 몰아내고 동북9성을 쌓은 고려 장수 윤관(1040∼1111)을 모신 사당이다. 그 옆 제각에는 열녀비가 있다. 정유재란 때 남편이 왜병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다 목숨을 잃은 신천 강씨를 기리는 비다. 더 흥미로운 건 제각 옆의 이끼 낀 비석이다. 키 작고 볼품도 없지만 사연은 절절하다. 신천 강씨 부부가 죽고 어린 아들만 남자 충노(忠奴) 도생과 충비(忠婢) 사월 부부는 주인의 아들을 보살피고 키워 과거급제까지 시켰다. 아들은 노비 부부의 비를 세우라 유언을 남겼고, 파평 윤씨 문중에서는 여태껏 노비에게 제를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모평마을은 한때 고택촌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함평 하면 모평마을을 연상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다소 적막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둘러볼 곳은 여전히 많다. 천년 세월을 넘어선 안샘과 산비탈에 고즈넉하게 터를 잡은 고택 영양재, 귀령재 등이 마을의 명물. 해보천을 따라 인공방풍림도 조성돼 있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이 군락을 이룬 숲이다. 저물녘이면 해보천 위로 물안개가 흐르고 늙은 나무들 사이로 해가 진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굽어보는 모습도 멋들어지다. 영양재에 오르면 저만치 해보천이 반짝이고 마을 숲과 어우러진 임곡정이 도드라진다. 조선시대 천석꾼의 집이었다는 김오열 가옥과 파평 윤씨 제실인 임천정사도 멋스럽다. 영양재 옆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마을 뒤를 돌아가는 숲치고는 제법 깊다. 오죽(烏竹)군락지와 야생죽로차밭, 편백나무, 왕대나무, 조릿대 숲을 줄줄이 지나 마을 뒤편 정자로 이어진다. 천년간 마르지 않은 샘!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집은 모평헌(牟平軒)이다. 바닷물에 7년 동안 담근 후 15년 동안 건조시킨 소나무로 지었다는데, 견뎌낸 세월이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집 앞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천년샘물’ 안샘이 있다. 옛 관아의 우물로 사용됐던 샘인데, 조성된 지 1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여태 한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샘물은 임천산의 대나무와 야생차 수액이 흘러들어 물맛 좋기로 소문 났다. 모평마을에서 밀재가 멀지 않다. 영광과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로, 근동의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새벽녘이면 옅은 안개와 어우러져 인상적인 해돋이 장면이 펼쳐진다. 밀재휴게소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용천사도 가깝다. 가을이면 꽃무릇이 무리지어 피는 절집이다. 지금 꽃무릇은 끝물이고 맨드라미 등 가을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전리 수문마을로 넘어간다. 함평만에 접한 갯마을로 일년에 한 번 열어보는 물항아리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의 들머리는 ‘옷밥골재’다. 마을 할머니가 일러주는 고개의 유래가 기막히다. “여그가 땅도 좋고 물도 걸어. 긍께 숭년(흉년) 걱정이 없고 옷도 밥도 절로 난다 그말이여.” 이런 유래를 한자로 단순하게 표현하자니 식의동(食衣洞)이란 멋대가리 없는 이름이 되고 만다. 항아리는 고개 넘어 파출소 앞에 묻혀 있다. 각각 상촌, 중촌, 하촌이라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물항아리가 묻혀 있다. 액운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사연은 이렇다. ‘불맥이제’ 유래는… 옛날 한 스님이 적당한 절터를 찾다 옷밥골재 아래 펼쳐진 마을을 보게 됐다. 첫눈에 명당 자리를 알아본 스님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으나 곧 앞산 자락에 화귀(火鬼)가 서려 있는 걸 확인하고는 탄식하며 돌아가려 했다. 이때 마을사람들이 스님에게 화를 막을 방법을 물었고, 스님은 “산마루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바닷물과 우물물을 반반씩 넣은 뒤 무덤처럼 해두었다가 불이 나거든 열어 보라”고 일러줬다. 주민들은 스님의 주문대로 항아리 세 개를 묻고 물을 채운 뒤 일년을 기다렸다가 매년 2월 초하루에 뚜껑을 열었다. 이게 ‘불맥이제’의 시작이다. 해마다 같은 날 같은 양의 물을 넣어두는데도 막상 뚜껑을 열면 항아리마다 물의 높낮이가 다르다고 한다. 이때 수위가 가장 낮은 마을이 그해 각별히 조심한다는 의미에서 ‘불맥이’를 연다는 것이다. 이 습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에 담긴 이야기도 전해온다. 대동면 향교리에 있는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108호다. 숲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향교리는 이름 그대로 향교가 있는 마을이자 대동면 소재지다. 왕을 모실 만한 명당터라 알려져 욕심 내는 이들이 많았으나 공자를 모시는 향교가 앉아야 지기(地氣)에 맞다 해서 향교가 들어섰다고 한다. 한데 향교터 남쪽의 신흥동 뒷산이 화국형(火局形)인 것이 문제였다. 풍수사들은 화국을 누르려면 수국(水局)을 만들어야 한다며 향교와 화산 사이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일대에 팽나무, 느티나무 등 수림 조성에 적합한 나무가 많아 이를 향교 앞에 옮겨 심었다. 이처럼 길가나 도로변에 줄처럼 길게 심어져 가로수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줄나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줄나무는 무안 청천리 줄나무와 함평 등 두 곳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도 향교와 신흥동 사이 300여m에 걸쳐 40여 그루의 늙은 나무가 남아 있다. 숲그늘이 제법 깊어 쉬어가기 딱 좋다. 효녀전설 빠지면 아쉽지~ 이 밖에 대동면 덕산리의 수호신인 ‘아차동 미륵할머니’, 물레방앗간 집 딸 돈내가 마을과 부모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나산면 ‘돈내보’, 효자의 전설이 깃든 신광면 ‘장산들 백비’ 등도 묶어 돌아볼 만하다. 특별한 전설은 없지만 고막천석교(보물 1372호)는 자체로 볼거리다. 고려 때 축조된 다리로 돌을 정교하게 짜맞춘 형태가 퍽 인상적이다. 학교면 고막리에 있다. 저물녘 풍경은 돌머리(石頭) 해변에서 맞는다. 주민들 표현처럼 ‘기가 맥혀 불’ 정도의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이름이 독특하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의 끝이 바위여서 돌머리란다.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돼 있다 해서 광산김씨들이 묏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함평만 너머로는 해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글 사진 함평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용천사(322-1822), 모평마을(323-8288) 등을 먼저 보겠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다소 빠르다. 영광읍내에서 22번 국도를 타고 함평 해보면의 해보교차로까지 간 뒤 옛 24번 국도로 접어들면 모평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공주서천고속도로 함평나들목으로 나와 영광 방향 23번 국도, 838번 지방도 순으로 갈 수도 있다. ▶맛집:나비만큼 유명한 것이 함평 소고기다. 한때 전라도 소값을 쥐락펴락했다는 함평 우시장 덕에 한우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 금송식육식당(324-5775), 해보면 문장리의 해월축산한우직판장(324-6692) 등이 이름났다. 읍내 함평시장 주변에 음식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육회비빔밥으로 이름난 초록식당(322-5287)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잘 곳:모평마을 모평헌(323-6078) 등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읍내에 샹젤리제호텔(324-1200) 등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손불면 궁산리 일대는 해수찜으로 유명하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돌과 삼못초 등 약초를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후 해수가 든 탕에 넣어 데워진 물로 찜질한다. 주포해수찜(322-9489), 함평신흥해수찜(322-9487), 신흥해수찜(322-9900) 등이 있다. 오후 5시 이전에 가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어행’들에게 거는 기대/안미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어행’들에게 거는 기대/안미현 경제부장

    ‘어공’이란 말이 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정권과 무관하게 늘 공무원인 ‘늘공’에 빗댄 표현이기도 하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자신을 ‘어행’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다 행장이 됐다는 것이다. 더 웃음이 터진 것은 “주변에 나 말고도 ‘어행’들이 많다”고 한 대목에서였다. 함 행장의 말마따나 따지고 보면 조용병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은 모두 ‘어행’들이다. 전임자가 갑자기 아프지 않았다면 조 행장은 BNP파리바 사장을 끝으로 집에 갔을지도 모른다. KB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윤 행장의 등장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게다. 이 행장은 막판까지 아무도 다크호스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행’들의 등장은 국내 은행사(史)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꽤 오랫동안 한국의 은행들은 주인이 없음에도 주인 있는 회사로 군림해 왔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그랬고,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그랬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나 관료들의 놀이터였다. 그도 저도 아닌 국민은행은 ‘KB 잔혹사’가 말해 주듯 수많은 행장이 떠내려왔다가 떠밀려 갔다. 완벽한 단절은 아니지만 ‘어행’들은 분명 오랜 시간 한국 금융을 주물러 왔던 세력 내지 네트워크와 대나무 마디처럼 구분을 형성한다. 그 과정은 겉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지난했다. 함 행장만 하더라도 김승유라는 거목을 뛰어넘기 쉽지 않았다. 김정태 회장이 많이 들어냈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룹 안에 단단히 포진하고 있는 ‘김승유 키드’들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 거대 은행장 자리를 호락호락 내줬을 리 만무하다. 김승유 전 회장은 김병호 당시 하나은행장을 밀고, 김정태 회장은 김한조 당시 외환은행장을 밀다가 접점이 안 생기자 ‘제3후보’로 타협했다는 게 표면적인 정설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승유 전 회장 못지않게 지략이 뛰어난 김정태 회장이 처음부터 함 행장을 염두에 두고 치밀한 포석을 펼친 게 아닌가 싶지만 중요한 것은 행장후보추천위원들이 어찌 됐든 막판에 ‘상고 출신 영업통’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행추위원들은 경북 안동에서 사전 면접까지 해 가며 함 행장의 그릇 크기를 재고 또 쟀다. 작전의 산물이든 실력의 산물이든 ‘성골’(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이 아닌 함 행장은 통(通)을 받았고 하나은행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채널 갈등’(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 간 반목)을 극복할 적임자로 낙점된 윤종규 행장도, ‘신한 사태’의 골 깊은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조용병 행장도 마찬가지다. 운 좋기로 유명했던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이런 말을 했다.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고. 제아무리 운이 찾아와도 준비돼 있지 않으면 그 운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함 행장이 겸손하게 표현한 ‘어행’은 진정한 의미의 ‘어행’이 아니다. 이를 입증하듯 윤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신한은행을 바짝 따라붙었다. 조 행장은 자신의 주무기인 글로벌을 앞세워 수성을 자신한다. 이광구 행장은 네 번이나 실패한 우리은행 민영화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며 동분서주다. ‘어행’들이 ‘준행’(준비된 행장)임을 안팎으로 인정받는 순간 이들이 가져온 단절은 새 출발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 성숙도를 갉아먹는 또 하나의 주범인 ‘낙하산’ 고리도 끊어지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어행’들에게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hyun@seoul.co.kr
  • 전두환 전 대통령 딸 전효선 교수, 학생들 내쫓은 뒤 결석 처리…무슨 일?

    전두환 전 대통령 딸 전효선 교수, 학생들 내쫓은 뒤 결석 처리…무슨 일?

    전두환 전 대통령 딸 전효선 교수, 학생들 내쫓은 뒤 결석 처리…무슨 일? 전효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딸 전효선 서경대 교수가 학생들이 예습을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의실에서 내쫓은 뒤 결석처리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있다. 이 사실은 서경대 익명 게시판에 학생들이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서경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전 교수는 전날 교양영어 수업에서 학생 20여명을 결석 처리하고 내쫓았다. 예습을 제대로 해 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 인해 정원 40여명 가운데 약 절반이 이날 수업을 듣지 못했다. 이 제보는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이와 관련해 서경대 측은 “예습을 제대로 해 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화가 난 전 교수가 학생들을 결석 처리한 게 맞다”면서 “그러나 이후 교수를 교체해달라는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 교수와 협의해 전효선 교수가 교양영어 2반 수업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종이·플라스틱 집… 건축과 미술 사이

    종이·플라스틱 집… 건축과 미술 사이

    건축에서 재료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재료는 구조이자 형태이며 색상일 정도로 공간의 감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재료의 역사는 건축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인류가 주거 생활을 하기 시작하던 원시시대부터 사용된 흙과 나무 등 자연 소재에서부터 최근의 기능성 합성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 재료는 건축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건축기법의 변화를 동반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30~40대의 젊은 건축가 6팀이 참여한 가운데 건축 재료의 물리적 특성과 조형성에 대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웃 오브 더 박스: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이라는 닫힌 공간의 한계 때문에 참여 건축가들은 건축이 아닌 설치 작업을 통해 건축 재료들이 어떻게 구축·가공되는지, 그 공간이 어떤 감각을 주고 어떤 풍경을 만들어 내는지를 펼쳐 보인다. 이들은 현대 건축가들에게 가장 익숙한 콘크리트를 제외한 6가지 건축 소재를 선택하고 대안적인 구축 방식을 보여준다. 와이즈건축(장영철·전숙희 소장)의 ‘띠의 구조’는 일본과 중국 등에서 건축의 마감 재료로 사용되는 대나무가 지닌 탄성을 이용한 파빌리온 작업이다. 주재료인 대나무살과 광목, 금속 앵글, 와이어, 활대처럼 휘어진 댓살로 구축된 외벽은 구조적 안정성과 더불어 공간에 긴장감을 준다. 조호건축의 이정훈 소장은 벌집 형태로 단면이 보강된 400장의 종이 판재를 격자형 뼈대로 엮어 종이의 구조적 강성을 실험한 작품 ‘와플 밸리’를 선보였다. 이런 구축 방식은 관람자가 실제로 작품 위에 올라가 거닐 수 있을 만큼 종이에 견고함을 제공한다. 건축학과 철학, 재료학과 건축이론을 공부하고 물성과 감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건축물을 구현해 온 이 소장은 계곡의 물살에 의해 깎인 바위와 같은 모습으로 작품을 형상화해 종이의 견고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네임리스건축(나은중·유소래 소장)의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는 흙으로 만든 불투명한 전벽돌 140장과 투명한 유리벽돌 80장을 벽의 형태로 쌓아 무거움과 가벼움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나은중 소장은 “전벽돌과 유리벽돌을 함께 사용하면서 거칠고 부드러운 질감의 차이, 어둡고 밝은 빛의 차이 등 물성이 주는 상이한 감각의 경계를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30대 중반의 건축가 3명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팀 문지방(권경민·박천강·최장원)은 지붕재로 쓰이는 골함석과 같은 형태의 투명 플라스틱을 이용해 탑 모양의 ‘템플 플레이크’(Temple Flake)를 구축했다. 골 플라스틱의 휘어지는 특성을 활용해 구축한 공간은 골의 중첩을 통한 시각적 왜곡, 빛의 반사 등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적 효과를 선사한다. 철재 패널 가장자리를 접는 절곡(folding) 가공법으로 만든 철재 패널 177장을 조립해 제작한 더_시스템 랩(김찬중 소장)의 ‘스틸 이글루’는 구조와 외피가 일체화된 작품이다. 내부의 빛이 패널에 뚫린 각기 다른 패턴의 타공을 거치며 전시장 벽면에 숲 형상의 그림자를 형성하고 슈퍼미러로 가공된 표면에는 주위의 풍경이 그대로 반영된다. 공간적 한계를 극복한 비정형 건축물을 설계해 온 건축사사무소 53427의 고기웅 소장은 3D 프린터의 활용 가능성을 실험한 ‘심플리 콤플렉스’를 선보였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생산된 각기 다른 형태의 3차원 곡면을 가진 조인트 220개가 아크릴 파이프를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해 복잡한 3차원 곡선 형태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실현한다. 3차원의 곡선 형태 구조는 시각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전시는 오는 12월 13일까지. 전시 기간 중 참여 건축가들로부터 작업 과정과 건축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건축가 오픈토크도 마련됐다. (02)720-5114.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오가다 최승윤 대표가 전하는 창업 성공 비결!

    오가다 최승윤 대표가 전하는 창업 성공 비결!

    지난 26일과 27일, KBS에서 방송 된 ‘청춘응원 콘서트-꿈꾸라 도전하라’에서 코리안 블렌딩 티 카페 오가다의 최승윤 대표가 청춘들에게 전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민족 대 명절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기 마련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모두가 추석 연휴를 즐겁게 즐겨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갑지 않은 날일 수 있다. 취업 준비생이 100만 명에 달하고 있는 오늘날, 체감 실업자 수는 그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울한 20-30대를 칭하는 신조어로 ‘칠포 세대’라는 말이 생겨나면서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주택, 인간관계, 희망’이란 7가지 요소들을 포기한다는 젊은이들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하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이틀간 방송된 ‘청춘응원 콘서트-꿈꾸라 도전하라’는 단순히 청춘들에게 위로와 응원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공 비결을 배우고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에 전문가 패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코리안 블렌딩 티 카페 오가다의 최승윤 대표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공개하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한방차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라는 획기적인 사업을 구상하고, 2평 남짓한 공간의 시청점을 시작으로 현재는 총 116개의 매장을 오픈하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최승윤 대표는 남다른 도전 정신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청년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최 대표는 26일(토)에 방송된 1부에서 방송이 끝날 무렵 청춘들에게 “현재를 희생하여 미래의 성공을 바라지 말고 즐기자. 나중의 행복이 아닌 힘이 든 지금 이 순간도 즐기면서 해야 끝까지 버틸 수 있다”라며 “또 한 가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 습관이 필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제각각이지만 일관된 공통점은 바로 운동이다. 강한 체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죽순의 시기를 견뎌라. 나는 왜 대나무가 안 될까, 나는 왜 씨앗밖에 안 될까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싹을 틔우기 전에 자칫 자신을 잃고 낙담하면 죽순이 썩어 대나무로 자라지 못한다. 쌍코피가 터지도록 일하고 직원 월급을 위해 잠을 못 자던 지난날이 나의 죽순의 시기였다. 견뎠기 때문에 현재 대나무로 불리게 됐다. ‘우후죽순’이라는 말대로 비가 온 뒤 여기저기 돋아나는 죽순처럼 비를 좀 맞더라도 견뎌내는 죽순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27일(일)에 방송된 2부에서는 “생각하는 목표 앞에 형용사를 붙여야 한다. 대부분이 명사형 사고를 하기 때문에 명사를 획득하면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삶의 질은 형용사에 있다. 형용사를 붙여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오가다 공식 페이스북(http://facebook.com/ogadakorea)에서는 KBS <청춘응원 콘서트-꿈꾸라 도전하라> 본방사수 이벤트로 ‘#최승윤대표님_훈남이다’를 댓글로 남길 경우, 추첨을 통해 25명에게 무료 음료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방송 속 최승윤 대표의 모습은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최 대표의 이력 및 카페 오가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www.ogada.co.kr)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9] 주안상과 녹두빈대떡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9] 주안상과 녹두빈대떡

     우리 전통주인 가양주는 무려 600여종이 문헌으로 전해진다. 집안 또는 지역마다 고유한 전래 방식에 따라 술을 담가 왔기 때문이다. 전통주는 곡주인 청주가 중심을 이루는데 봄철에는 따듯한 햇살에 은은한 향이 좋은 두견주, 삼해주, 소곡주 등이 대표적이다. 여름에는 곡주와 증류주인 소주를 섞은 과하주, 국화주, 구기자주 등이 제격이다. 또 선선한 가을에는 청주에 누룩을 활용한 일일주, 삼일주 등 속성 발효주를 즐길 수 있다. 우리 곡주는 본래 기분이 좋을 정도로 낮은 알콜 도수인 반면 약재를 넣어 증류한 감홍로 등은 독주에 속한다. 이강고, 주력고 등 증류주는 북방의 추운 지역에서 전래된 것으로 개성, 안동, 제주 등지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뜨끈한 약주엔 짭조름한 젖갈 안주가 제 격  전통주에 곁들이는 안주는 술의 종류에 맞춰 마른안주, 젓갈, 전, 전골, 회 등을 즐겼다. 마른안주는 육포, 어포는 물론 어란과 호두, 은행 등이 쓰인다. 어포에는 흰살 생선과 함께 명태, 복어, 문어 등도 환영을 받았다. 숭어 알을 간장에 절인 어란은 임금 주안상에 오른 진상품이었다. 서양의 지중해 지역에서도 숭어나 참치 알을 소금에 절인 어란을 특미로 여긴다.  짭조름한 젓갈은 뜨끈한 약주에 어울린다. 어리굴젓이나 창난젓이 좋다. 더운술은 주전자에 담고, 찬술은 병에 담는 게 주례(酒禮)이다. 생선전과 고기전, 채소전은 모든 술은 물론 조촐한 주안상에도 부담 없는 안주이고, 전골은 한상 잘 먹었다는 포만감을 준다. 전골에는 소고기, 낙지, 생굴과 함께 채소도 풍성하게 들어간다. 회는 흔히 일식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우리 선조들도 꽤 즐겼다. 농어 또는 도미의 선어회나 귀한 민어의 숙회가 있다. 겨울에는 소고기 육회나 생간도 주안상에 올랐다.  이처럼 예부터 풍성한 안주가 있었지만, 남편을 위해 상을 차리는 아내가 지켰던 원칙이 있다. 술 종류에 맞춰 안주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윽한 술의 향을 안주 맛이 가리지 않도록 했다. 양념이나 음식 냄새가 강하지 않은 것이다. 또 대체로 알콜 분해에 좋은 단백질을 안주의 기본 재료로 하면서, 되도록 간을 보호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았다. 우리 음식은 본래 맛이나 모양보다 약용 성분을 우선했다. 비록 볼품은 조금 떨어져도 ‘음식은 약’이라는 인식이 깔렸다. ●탁주엔 백김치... 빈대떡은 간 해독보다 위 보호 역할  강릉의 한 종가에선 진달래에 대나무와 소나무 잎을 숙성해 만든 송죽두견주를 담갔는데, 안주는 삼색의 찹쌀과 진달래꽃 잎으로 만든 두견화전으로 운치를 더했다. 술자리 이튿날에는 칡가루와 오미자, 꿀 등으로 반투명한 창면을 만들어 숙취를 풀도록 했다. 정성과 지혜가 극치를 이룬다.  그런데 우리가 막걸리 안주로 좋아하는 빈대떡은 예전엔 안주가 아니었다고 한다. 어찌 된 노릇인가. 탁주에는 단백한 백김치 등을 안주로 곁들였을 뿐이다. 하지만 짙은 향의 녹두 반죽을 살짝 달궈진 소댕(무쇠솥 뚜껑)에 고소한 기름으로 부치면서 숙주나물, 도라지나물, 미나리, 김치 등을 돼지고기와 함께 얹은 빈대떡을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술과 안주를 취재하다가 빈대떡이나 녹두죽이 알콜 분해 또는 간 해독과는 별로 관련이 없고, 대신 위나 간의 점막을 보호해주는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술을 먹기 전에 몸속에 ‘코팅’을 해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냉장고가 없던 옛 시절, 선비의 집 사랑방에 기별도 없이 남편의 벗이 들어섰을 때 빈대떡이 긴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내는 주안상에 올릴 나물을 무치거나 찌개를 끓여도 시간이 걸리니까, 이때 미리 만들어 둔 빈대떡을 재빨리 데워 먼저 내놓았을 것이다. 술이 들어가기 전에 남편과 사랑방 손님의 뱃속을 조금이라도 든든하게 해주면서 술에 몸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사랑방에서도 입이 즐거워 걸걸한 웃음소리가 난다. 그러는 사이에 아내는 마음먹은 주안상을 제대로 차려 올렸을 것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다. ● 술의 진짜 안주는 벗과 향... 안주는 입맛 달래기 선조들은 술이란 벗과 함께 그 향을 즐기려고 먹는 것이고, 안주는 술잔을 내려놓은 뒤 허전한 입맛을 달래기 위한 것뿐이라 여겼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먹고 싶은 안주를 먼저 정하고 나서 술의 종류를 고른다. 저녁때 안주로 나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튿날 아침 속이 불편해진다. 입은 즐거웠지만, 몸속 영양소로 축적되지도 않는 단백질만 뱃속에 채운 꼴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대의 현명함을 되새겨볼 때다.  <어머니의 맷돌> 시인 김종해   숟가락으로 흘려 놓은 물 녹두  우리 전 가족의 무게를 얹어 힘주어 돌린다  어머니의 녹두, 형의 녹두, 누나의 녹두, 동생의 녹두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이  빈대떡이 되기까지  우리는 맷돌을 돌린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발냄새 막아주는 꿀템, ‘대나무 양말’ 英서 출시

    발냄새 막아주는 꿀템, ‘대나무 양말’ 英서 출시

    계절과 상관없이 발 냄새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양말이 출시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Oh My Sock’이라는 업체가 만든 이 양말은 기분나쁜 냄새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발에 작은 물집이 잡히는 것까지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양말의 ‘비밀’은 소재에 있다. 업체는 고급 대나무를 이용한 특수섬유를 개발했다. 이 대나무 섬유는 일반 면에 비해 습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4배 더 강해 땀이 많이 나는 여름이나 눈에 발이 젖을 우려가 있는 겨울 등 모든 계절에 유용하다. 또 양말을 오래 신더라도 발목 부위에 ‘양말선’이 생기지 않도록, 해당 부위를 벌집형태로 짠 것 역시 특징이다. 가격은 7켤레에 26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4만 7500원 선이다. 한 켤레에 6800원 정도. 이를 개발한 ‘Oh My Sock’의 대표는 “오늘날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양말은 매우 비싸거나 매우 저렴한 것 두 종류다. 하지만 우리 양말은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나무 섬유는 소재가 매우 부드러운데다 피부가 가렵거나 따끔거리는 느낌이 없다. 또 걷는 동안 물집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계절에 상관없이 발에 땀이 많이 나서 발냄새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업체에서 개발한 ‘대나무 양말’은 검은색 한 켤레만 출시됐으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길섶에서] 추어탕의 추억/이동구 논설위원

    어릴 적 살던 집 앞 작은 개울. 봄부터 가을까지는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겨울엔 얼음판이 돼 주었던 놀이터였다. 바로 위 형에게는 붕어, 장어 등을 잡을 수 있는 체험장이기도 했다. 전날 오후쯤 개울가 수초 속에 놓아둔 통발(대나무 어구)을 아침나절에 올리면 미꾸라지가 한가득 꿈틀거리고 있었던 장면은 눈에 선하다. 점심때 회사 선배와 셋이서 찾은 추어탕 집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입지적인 장점도 있겠지만 걸쭉한 탕 맛이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추어 튀김에 반주라도 곁들인다면 몸 기운과 기분은 황홀지경이다. 냉면으로 달랬던 무더위를 막 보낸 지금쯤의 추어탕은 가히 보약에 버금가는 느낌이다. 서울 도심엔 유명한 맛집이 꽤 있다. 정치인, 연예인, 작가 등 이름깨나 알려진 인사들이 자주 찾는다면 단박에 맛집으로 뜨기도 한다. 음식 맛과 함께 아름다운 기억들이 곁들여진다면 잊지 못할 명소가 된다. 유명한 추어탕 집 가운데는 북한의 저명 인사들도 기억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어릴 적 먹었던 추억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추어탕이 때로는 ‘추억탕’이 되기도 한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16] 실학자가 묘사한 파이프오르간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16] 실학자가 묘사한 파이프오르간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의 한 사람인 담헌 홍대용(1731~1783)은 문학과 철학은 물론 자연과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다. 당시 서양 문명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진보적 지식인 사회에서는 일종의 시대정신이기도 했다. 담헌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특히 서양음악의 한국 전래 역사에서 그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거문고의 명인이었다는 담헌은 북경의 남천주교당에서 파이프오르간과 마주친다. 그는 이 새로운 악기와 만난 경험을 ‘을병연행록’(乙丙燕行錄)에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1765년(을유년)과 1766년(병술년)까지 숙부 홍억의 자제군관으로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머니를 위해 한글로 쓴 기행문이다. 담헌이 오늘날에는 선무문천주당이라고도 불리는 남천주교당을 찾은 것은 1766년 1월 9일이다. 독일계 선교사 유송령(劉松齡·Augustinus von Halberstein)과 포우관(鮑友官·Antonius Gogeisl)이 일행을 영접했다. 담헌은 성당 곳곳을 둘러보다가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곳에 당도한다. 파이프오르간을 처음 만난 순간이다. ‘남쪽으로 벽을 의지하여 높은 누각을 만들고 난간 안으로 기이한 악기를 벌였으니, 서양국 사람이 만든 것으로 천주에게 제사할 때 연주하는 풍류였다. 올라가 보기를 청하자 유송령이 매우 지탄(指彈)하다가 여러 차례 청한 뒤에야 열쇠를 가져오라고 하여 문을 열었다.’ ‘풍류’란 곧 파이프오르간이다. 분위기를 짐작해보면 유송령은 파이프오르간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이 그리 탐탁치는 않았던 듯 하다. 홍대용은 그런 유송령을 귀찮을 정도로 졸랐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유송령은 연주를 듣기를 청하는 담헌에게 연주자가 병이 들었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그래도 연주대로 일행을 인도해 소리를 들려주었다. ‘틀 밖으로 조그만 말뚝 같은 두어 치의 네모진 나무가 줄줄이 구멍에 꽃혔거늘, 유송령이 그 말뚝을 눌렀다. 위층의 동쪽 첫 말뚝을 누르니, 홀연히 한결같은 저소리가 다락 위에 가득하였다. 웅장한 가운데 극히 정제되고 부드러우며 심원한 가운데 극히 맑은 소리가 나니….’ ‘조그만 말뚝 같은 두어 치의 네모진 나무’란 곧 건반을 말한다. 파이프오르간은 보통 2단의 손건반과 발건반(페달)을 갖추고 있는데, 유송령은 처음 낮은 음의 건반을 짚었던 듯 하다. ‘말뚝을 누르니 그 소리가 손을 따라 그치고 그 다음 말뚝을 누르니 처음 소리에 비하면 적이 작고 높았다. 차차 눌러 아래층 서쪽에 이르자 극진히 가늘고 높았다.…대개 생황 제도를 근본으로 하여 천하에 다양한 음률을 갖추었으니, 이는 고금에 희한한 제작이다’ 많은 금속제 관으로 이루어진 파이프오르간을 보면서 생황을 떠올린 것이다. 여러 개의 대나무관으로 이루어진 생황은 입으로 부는 악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중요하게 쓰여졌다. 서양의 팬파이프(panpipe)나 팬플루트(panflute)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입으로 부는 오르간((mouth organ)이라고도 부르니 오르간과 생황을 연결시킨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담헌도 건반을 눌렀다. 그는 ‘그 말뚝을 두어 번 오르내린 뒤 우리나라 풍류 잡는 법을 따라 짚으니 거의 곡조를 이룰 듯하여 유송령이 듣고 희미하게 웃었다.’고 했다. 처음 접한 파이프오르간으로 우리 곡조를 만들어보려 했던 것이다. 건반의 원리를 깨닫고 나서는 제법 멜로디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짚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날 남천주교당 방문에는 역관 홍명복과 관상감의 이덕성 등도 동행했다. 파이프오르간을 접한 조선 사람이 담헌 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담헌은 ‘여럿이 다투어 짚어 반나절이나 지난 후’라고 했으니 이 악기에 대한 관심은 동행인들도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남천주교당은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의 족적이 깊은 곳이다. 병자호란 이후 북경에 볼모로 잡혀있던 소현세자는 남천주교당으로 마테오 리치를 자주 방문하기도 했다. 아마도 소현세자 역시 파이프오르간을 보았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조선 사람으로 파이프오르간을 처음 접한 공로는 담헌이 독차지하고 있으니 기록을 남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새로운 서양 과학문명을 탐구하는 담헌의 자세는 매우 진지하다. 그는 파이프오르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꼼꼼하게 살펴본 뒤 이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이 악기 제도는 바람을 빌려 소리를 나게 하는데, 바람을 빌리는 법은 풀무와 한가지다.…바깥 바람을 틀 안에 가득히 넣은 뒤 자루를 놓아 바람을 밀면 들어오던 구멍이 절로 막히고 통 밑을 향하여 맹렬히 밀어댄다. 통 밑에 비록 각각 구멍이 있으나 또한 조그만 더데를 만들어 단단히 막은 까닭에 말뚝을 누르면 틀 안에 고동을 당겨 구멍이 열린 뒤 바람이 통하여 소리를 이룬다. 소리의 청탁고저는 각각 통의 대소장단을 따라 음률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유송령도 담헌의 설명을 듣고는 ‘옳은 말씀’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홍대용의 파이프오르간 조우기(記)는 그저 신기하고 새로운 악기에 대한 유람객의 시선에 머물지 않는다. 악기의 원리에 대한 자연과학적 의문까지 모두 풀어낼 만큼 철저하다. 오늘날에도 파이프오르간의 원리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시리즈 전체보기
  • ‘16.9도’ 더 순해진 ‘참이슬’ 나왔다

    ‘16.9도’ 더 순해진 ‘참이슬’ 나왔다

    국민 소주 참이슬이 도수를 한 단계 낮춰 새롭게 출시됐다. 하이트진로는 도수가 16.9도인 ‘참이슬16.9’를 11일 부산 지역에 출시한다고 10일 밝혔다. 참이슬16.9는 최적의 목넘김이 가능한 알코올 도수인 16.9도를 채택했고 특허 공법인 천연 대나무 활성숯 정제공법을 적용해 깔끔한 목넘김과 부담 없는 향, 숙취 없는 깨끗한 맛이 특징이라고 하이트진로 측은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순하고 부드러운 소주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라면서 “부산에서의 성장을 발판으로 향후 주변 지역으로의 확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23도로 출시된 참이슬은 순한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19.5도→19도→18.5도→17.8도→16.9도로 낮아지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한 그루 3000송이 열리는 포도나무 기네스북 도전 도덕현 대표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한 그루 3000송이 열리는 포도나무 기네스북 도전 도덕현 대표

    “포도나무 한 그루에 포도가 3000송이가 달렸다면 믿어지나요.“ 농사짓기에 아주 좋은 환경과 여건을 자랑하고 있어 전국 귀농1번지로 불리는 전북 고창 성송에 기적의 3000송이 포도나무가 소문이 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귀농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2회 전라북도 농축산인 및 귀농인 성공사례 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창 “온새미로 유기농 포도원” 도덕현 대표에게 신기하고도 흥미로운 포도나무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3000송이 포도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ㅡ 일본에 3000송이의 포도나무가 있다는 기사를 한번 본 적 있다. 그것을 보고 이슈가 될 만한 포도나무를 키워보고 싶었고 그것을 아무런 인공적이나 화학적인 물질 도움없이 유기농으로 실천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 포도가 1그루에 3000송이가 달렸다는데 참으로 놀랍다. 현재 포도밭 재배상태는 어떤지. ㅡ 2005년 4월 지금의 전북 고창군 성송에서 처음 포도나무를 심었고 올해로 11년째다.시설하우스 3동을 연결한 2000평에 전체 포도나무가 40여 그루 자라고 있고 포도나무 사이 간격은 10m, 20m로 포도나무 사이가 다른 농가것보다는 훨씬 넓다. 제 농장 포도나무는 기본적으로 400~500송이가 넘게 열리며 그중에서도 1500송이가 넘는 포도나무가 2그루, 1800송이 이상 1그루, 2200송이 이상 2그루, 그리고 3000송이가 열린 나무는 현재 한 그루 있다. 이 한 그루의 포도나무가 차지하는 면적만 해도 300평 가량 된다. 농장의 포도종류는 6개종인데 주요 품목은 스튜벤과 MBA다. 맛과 향이 뛰어나고 내병성이 강한 유럽종과 미국종자로 구성됐다. → 탄소순환농법으로 재배한 포도 수확량이 궁금한데. ㅡ 한 해 전체 수확량은 대략 20t 정도 예상한다. 포도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생활하는 데 큰불편함이 없는 정도다(너털웃음). 중견기업의 연봉정도다. 우리 포도나무를 대표님이라고 칭하는데 대표가 있는 입장으로서 저 역시도 여느 직장인과 똑같다. 성과에 따라 연봉이 다르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수확을 이룰 수 있다. 나무가 저절로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농부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저도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야근을 한다. → 포도가 엄청나게 주렁주렁 열리는 농사법 비결은 뭔지. ― 한마디로 포도가 가진 유전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조성해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편한 농사법을 버리고 나무가 원하는 방식대로 농사를 짓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포도나무는 원래 수천년을 산다. 그러나 인위적인 재배와 과도한 영양분 투입, 나무 특성에 맞지 않는 기술 등으로 인해 10년 주기로 교체해줘야 하는 불합리한 농법이 고착돼 있는데, 나무 스스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일반적인 농법은 나무에게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고 열매만 맺으라고 강요하는 셈이니 잘 될 리가 없을 게다. 나무에게도 복지가 있고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또 칭찬과 격려를 해주면 반드시 결과로 보여준다. 나무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나무가 가진 유전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재배하는 사람은 그것을 돕는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고 나무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나무에 대해 애정과 집중력을 갖느냐도 열쇠다. 나무의 색깔이나 껍질 상태 등을 보면서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가능한 시점이 되면 나무의 건강상태나 수확량은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확량 차이를 보일 것이다. 나무도 사람과 같이 복지가 필요하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이다.비록 움직이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나무이지만 나무도 사람과 똑같이 경쟁하고 시기하고 또 기쁨, 슬픔도 느낀다. 사람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필요한 것처럼 저는 나무에게도 편안한 집(토양)을 만들어 주고,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자연식을 먹인다는 개념으로 비료나 축분을 철저히 배제하고 직접 만든 발효형 퇴비를 사용했다. 병해충으로 병이 들면 병원에 보내 항생제를 맞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재료인 피톤치드나 감식초와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조금 더디더라도 자가 치유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탄소순환농법이란 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ㅡ 탄소순환농법은 토양위에 켜켜이 쌓인 유기질과 탄소질의 재료가 서서히 발효하면서 영양분이 되고 그것을 나무가 흡수해 잎과 열매가 되고 잎이 떨어져 다시 흙 위에 탄소질로 쌓이고 다시 땅으로 흡수되는 방식의 자연이 순환되는 원리를 이용한 농법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은 숲속에서 아무런 퇴비 없이도 잘 자라는 나무를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거다. 제가 지향하는 탄소순환농법의 시작은 바로 토양이다. 토양은 추위와 햇빛, 바람 등의 자연현상으로부터 식물이 의존하는 최후의 피난처이자 인간에게는 집과 같은 존재다. 토양에는 또 식물이 섭취할 수 있는 양식(영양분)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친환경 퇴비를 통해 땅의 힘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비료를 살포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들에게 패스트푸드 음식을 마구 먹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다. 자가제조 퇴비는 대나무, 참나무 톱밥, 콩깻묵, 두부비지, 현미쌀겨, 옥수수씨눈박, 밀기울, 버섯배지와 같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탄소질 재료를 이용해 만든다. 이러한 재료들을 한데 모아 섞은 다음 1년 동안 발효시키고 2-3년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땅에 뿌려준다. 그러면 토양의 영양분은 비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사이클을 찾아간다. 그 외에 저의 천연농약법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전복껍질과 감식초를 이용한 생리활성물질을 만들어 사용하고, 피톤치드와 백탄숯을 이용해서 병해충을 예방한다. 그리고 잡초를 완전히 녹숙기가 될 때까지 그냥 놔둔다. 어린 잡초의 경우에는 초산성 질소함량이 높기 때문에 녹숙기에 제초를 해야 하고 제초한 잡초는 그대로 둬야 토양이 우수한 섬유질로 구성되고 미생물이 살게 되는 환경이 돼간다. → 나무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가는 농사라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지. ㅡ 나무가 원하는 방식을 알아차리기 위해선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뜬금없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무를 오랫동안 지켜보면 알 수 있다. 나무가 탈락시키고 싶어하는 가지는 무엇이고, 계속 세력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하는 가지는 무엇인지 눈에 훤히 보이게 된다. 이런 것은 오랜 경험을 해보면 느낌으로 알 수 있고, 그외에 나무껍질, 나뭇잎색깔 등으로 나무가 필요한 것을 얼른 알아차려야 한다. 나무를 보면 힘이 느껴지는데 올해는 얼마나 세력을 확장하겠다고 말을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나무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다 보니 한 그루가 200평면적이 넘게 엄청 큰 거목으로 자랐다. 제 역할은 나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만큼 제어를 하는 것뿐이지 오직 송이 수를 늘리겠다는 목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능력이 어디까지일지 앞으로 저도 궁금해진다. → 올해 유독 폭염, 가뭄이 심했는데 어떻게 포도나무를 관리했나. ― 물공급과 같은 환경제어가 가능한 시설하우스이기 때문에 가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폭염에 대한 관리도 통풍을 자주 시켜주고 수시로 나무상태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별 남다른 관리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보다는 나무가 더위에 더 잘 견디기 때문에 별피해 없이 무사히 넘어간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국내는 물론 외국서도 농장견학 많이 온다는데 현황을 말해달라. ― 저희 농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견학을 온다. 작게는 유치원생들 견학에서부터 귀농인들, 각종 단체, 관련 대학교수들뿐만 아니라 러시아, 멕시코, 일본 등 전세계에서도 찾아온다. 한 해 평균 2000명가량인데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방문하기로 약속돼 있다. → 신기한 포도나무로 세계기네스북에 도전한다던데. ― 개인농가가 세계 기네스에 개인적으로 도전하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지자체나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 일단은 그때가 오기까지 포도농사를 잘 지으면서 계획을 조율할 생각이다.→ 요즘 FTA 이후 국내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일반 농부들에게 이 포도농법을 보급, 전수할 계획이 있나? ― 농업의 판도는 바뀌고 있다. 농업이 경쟁력이 있기 위해선 이제 과거와 달리 유기농, 친환경농법은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이 큰 농부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고 그래서 농부가 장래희망인 아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식량 자급률이 적은 나라에서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이 생명산업이 근간이 된 나라가 강대국이 된다는 것도 이해해주면 좋겠다. 저는 나름 농사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 이러한 제 농사철학을 많이 알려주고 싶고 전파해서 많은 사람들이 제 생각을 가본삼아 모두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농업에 임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이웃 농가들의 농장을 만들어주고 농법을 가르쳐주면서 주변 농가들과 또는 귀농인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 일단 제가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농사에 관련해 최대한 공유하면서 지내고 싶다. 그러나 그 길이 힘들고 고단한 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답습하긴 힘들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다행이 제 생각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도덕현 대표는 누구 ― 1982년 고창으로 건너와 재래시장에서 과일 유통업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과일 유통을 돕다가 한 동네에서 만난 아내와 고창으로 건너와 ‘독립’한 셈이다. 한 5~6년을 그렇게 아내와 열심히 일했더니 점차 우리를 믿어주는 거래처가 늘어나면서 사업은 커지기 시작했다. 주로 과일만 취급했는데 농산물을 생산하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식을 얻게 됐다. 그런데 장사를 하면서 이상한 회의감이 들었다. 모양은 안 좋지만 맛이 좋은 과일, 모양은 좋지만 맛이 없는 과일 이 둘 중에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 같은 것이었다. 원래 저의 꿈은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 길로 과일장사로 모아둔 돈을 가지고 고창에 적당한 규모의 농장을 구입했고 감나무로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다. 원래는 사과가 있던 과원이었으나 투자비용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투입되는 감나무가 좋을 것으로 판단해 시작했다. 사전에 충분한 조사를 했고 관련된 지식을 얻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1999년 태풍 ‘올가’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또 2004년 고창을 뒤덮은 폭설의 영향으로 포도하우스 1500평이 완전히 붕괴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런 피해는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농장을 일구는 계기가 돼서 지금은 웬만한 자연재해도 극복할 만한 노하우를 갖게 됐다. ★ 2012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대한민국 스타팜 선정 ★ 2013 농림축산식품부 신지식농업인章 제347호 -과수부문 ★ 201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표창 ★2014 제2회 전라북도 농축산인 및 귀농인 성공사례 발표대회 금상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해외여행 | FIJI Bula, Vinaka! 안녕 고마워

    해외여행 | FIJI Bula, Vinaka! 안녕 고마워

    피지는 화려하다. 그리고 소박하다. 일곱 가지 색으로 물든 하늘을 뒤로하고 돌아섰을 때, 애잔한 피지의 이별노래 ‘이사레이’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때 알았다. 나도 모르게 피지에 푸욱 빠지고 말았다는 것을. ●피지를 다시 보다 피지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불라Bula·피지어로 ‘안녕’을 뜻하는 말’에 있었다. 리조트에서도 시장에서도 거리에서도 모든 시작은 ‘불라’였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나라, 산호초들의 고향, 피지. 피지가 특별한 이유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피지 사람에게도 천국이기 때문이다. 피지는 2012년 캐나다 ‘레거 마케팅’의 조사 결과 행복체감지수 1위 국가로 꼽혔다. 무엇이 피지를 행복의 나라로 만든 것인지 궁금했는데, 피지에 가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중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끈끈한 대가족 중심 사회, 깨끗한 물과 자연, 단단한 자존감 위에 세워진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삶의 철학. 그 모든 것들이 피지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피지의 크기는 제주도의 약 10배다. 총 33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100여 개 섬에만 사람이 산다. 비티 레부Viti Levu와 바누아 레부Vanua Levu가 가장 큰 섬이다. 비티 레부에는 피지의 수도인 수바와 난디국제공항이 자리해 있고, 북섬으로 불리는 바누아 레부엔 럭셔리 리조트들이 모여 있다. 섬들은 옹기종기 모여 군도를 이루고 있다. 여행자들은 마마누다 군도와 야사와 군도를 많이 찾는다. 비티 레부의 서쪽, 마마누다 군도는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만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푸른 바다와 그림 같은 백사장이 마마누나 군도의 풍경을 대표한다. 비티 레부에서 경비행기로 40분 거리에 있는 야사와 군도는 영화 <블루라군>의 촬영지다.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산호초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피지는 단순한 휴양지 그 이상의 매력을 갖고 있다. 푸른 바다 속에서 총천연색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카약, 요트, 서핑, 제트스키, 패러세일링 등 갖가지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수온이 24~29도 정도로 따뜻해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람바사, 라키라키, 퍼시픽하버 등 다이버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다이빙포인트도 도처에 널려 있다. 골프를 빼면 섭섭하다. 피지의 하루 라운딩 비용은 약 3만원. 50만원이면 1년치 골프회원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더 없이 좋은 환경에서 이렇게 저렴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피지에는 아주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전 세계 네 곳에 존재하는 날짜변경선이다. 같은 자리에서 어제와 오늘을 왔다 갔다 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 날짜변경선 덕에 피지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이기도 하다. 매년 1월1일 정동진을 찾는 이들에게 타베우니 여행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해양 액티비티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상어 먹이 주기도 피지에서 도전할 수 있다. 철망도 없이 바다 속에 들어가 상어 입에 먹이를 넣는 일은 사진으로만 봐도 아찔하다. 피지 여행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마시는 ‘명품 생수’인 피지워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도 공기도 좋은 피지에서 피지워터를 마시며 여행을 마치고 나면 매끈해진 피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피지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귀에 꽃을 꽂는다. 재미있는 건 꽃을 꽂은 위치에 따라 미혼인지 기혼인지 알 수 있단 점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왼쪽에, 결혼을 한 사람은 오른쪽에 꽃을 꽂는다. 이렇게 꽃을 꽂는 것을 피지어로 ‘테끼테끼’라고 부른다. 자, 이제 화려한 히비스커스 꽃 한 송이를 ‘테끼테끼’하고 본격적인 피지 탐험에 나서 보자. 아,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 ‘피지타임FIJI Time’의 속도를 지키는 일이다. 피지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반걸음 느린 속도로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행복이 슬그머니 당신 곁에 와 있을 것이다. ●천국을 즐기는 방법1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피지 문화 생생한 피지 문화를 엿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피지 난디의 재래시장. 난디는 국제공항이 있어 여행자들에게 익숙하고 피지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지만, 시내에 나가 보면 이곳이 얼마나 소박한 곳인지 알게 된다. 이색 식재료 ‘카사바’와 ‘달로’ 시장은 자그마했지만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식재료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카사바Cassava와 달로Dalo. 이 두 구근식물은 피지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우리로 치면 쌀이나 마찬가지다. 달로는 큰 토란을 연상하면 된다. 피지언들은 달로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데 주로 익혀서 먹는다. 섬유질이 많고 열량이 높은 편. 카사바는 큰 고구마를 생각하면 된다. 쪄 먹기도 하고 빻아서 다른 과일과 함께 요리해 먹기도 한다. 피지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보다 통통하고 큰데, 날로 먹지 않고 구워 먹는다. 우리는 ‘카바’로 친구가 된다 시장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니 각종 뿌리채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뭔가 했더니 ‘카바Cava’의 원료인 후추나무 뿌리다. 피지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카바’다. 피지에서 카바를 함께 나눠 마시는 행위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손님을 맞이하는 마을에서는 ‘카바 세리모니’를 준비한다. 카바 가루를 타노아Tanoa라는 그릇에 넣고 즙을 짠 후 빌로Bilo라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컵에 담아 손님에게 건넨다. 잔을 받은 사람은 손뼉을 두 번 치고 ‘불라!’를 외친 후 카바를 단숨에 마신다. 다 마신 후 손뼉을 세 번 친 다음 ‘비나카Vinaka·피지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말!’라고 외치면 환영 의식이 마무리된다. 카바 세리모니는 피지 숙소 어디에서나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카바의 색은 연한 갈색이고, 맛은 쌉싸름하다. 많이 마시면 혀가 얼얼하고 취한 기분도 들지만 알코올 성분은 없다. 피지 국민의 49%는 인도사람 시장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또 하나는 수북이 쌓인 형형색색의 향신료. 마트에는 갖가지 인도 향이 진열돼 있고, 길거리에선 인도 음식점이 자주 눈에 띈다. 그뿐 아니다. 거리 곳곳에 화려한 힌두사원이 있고, 이곳저곳에서 인도 음악이 귀를 파고든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섬나라가 아닌 인도의 작은 도시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알고 보니 피지는 1874년 영국에 합병되었는데 그때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력으로 많은 인도인들을 이주시켰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갈 법도 했지만 인도 사람들은 사람 좋고 자연 좋은 피지에 눌러 앉았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은 전체 피지 인구의 49%를 인도인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니 피지에서 인도를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 것, 그리고 피지 인도인 중 상당수는 인도에 가 본 적조차 없다는 것도 알아둘 것. ●천국을 즐기는 방법 피지의 삼색 액티비티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낚시, 요트타기 등 피지의 바다에선 가지각색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꼭 바다가 아니어도 된다. 하늘에서도 강에서도 즐길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1분 사이 다시 태어난 기분 피지의 푸른 바다와 수백개 섬을 한품에 안는 방법,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기로 했다. 스카이다이빙을 위한 장비를 착용하고 경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그림 같은 피지의 하늘을 유유히 날았지만 심장은 콩닥콩닥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노련한 네덜란드 출신 인스트럭터가 있어 마음이 놓였다. 10여 분쯤 날았을까, 마침내 경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허공에 몸을 던져야 할 순간이 왔다. 하늘에서 뛰어내릴 땐 ‘바나나 모양 몸’을 꼭 기억해야 한다. 손은 위로 높이, 다리는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바짝 접어야 안정적인 낙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늘 속으로 풍덩! 아, 자유낙하가 선사하는 이 짧고 강렬한 느낌을 세상의 어떤 액티비티와 비교할 수 있을까. 사방으로 퍼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유낙하를 경험한 1분 사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그 후 5분 동안 낙하산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면서, 뛰어내리기 직전 인스트럭터가 해 준 말이 생각났다.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조심할 것은 중독되는 것뿐이라는. www.skydivefiji.com.fj 내 머리 위의 이구아나 쿨라 에코파크는 피지의 독특한 동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소다. 입구에서는 띠 이구아나와 피지 보아뱀을 직접 만져 볼 수 있고, 이구아나를 머리나 어깨에 올린 채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내부엔 거대한 숲이 조성돼 있는데, 구석구석에서 피지의 동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쿨라’는 피지어로 ‘색깔’을 의미한다. 쿨라 에코파크에 서식하는 각양각색의 동식물을 보면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생태교육을 제공한다. 사라져가는 피지의 동식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가족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www.fijiwild.com 피지의 젖줄 속으로 길이가 1,202km에 이르는 싱가토카강은 피지의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피지 사람들은 싱가토카강이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수많은 먹거리를 식탁에 올릴 수 있었다. 싱가토카 리버사파리는 피지의 자연과 역사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강을 가르면서 강가에 살고 있는 원주민 마을을 방문하고, 피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다. 마을투어 역시 카바 세리모니부터 시작한다. 피지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집을 둘러보고 나면 피지 전통 음식으로 차려진 점심이 기다린다. 전통 음식을 맛본 후에는 피지 사람들과 어깨를 들썩이며 한바탕 노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찾아온 이별의 시간.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힘차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보냈다. www.sigatokariver.com ●천국을 즐기는 방법3 만인을 위한 피지 리조트 피지에서는 ‘리조트는 커플을 위한 곳’이란 편견은 버리자. 가수 박진영이 허니문을 다녀온 ‘라우쌀라 아일랜드 리조트Laucala Island Resort’처럼 하루 수천달러에 달하는 곳도 있고, 배낭 하나 매고 마음껏 섬을 즐길 수 있는 도미토리 숙소도 있으니까. 리꾸리꾸·나누쿠에서 ‘로맨틱 커플여행’ 퍼시픽 하버에 위치한 나누쿠리조트Nanuku Resort는 피지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친절한 스태프들이 있는 곳이다. 시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야자수를 보면서 샤워를 하거나 프라이빗풀에서 커플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곳에선 피지에서 키워낸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그 음식을 원하는 장소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스노클링, 쿠킹클래스,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돼 24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저녁에 열리는 피지 스태프들의 전통춤 공연 역시 놓치면 안 된다. nanuku.aubergeresorts.com 리꾸리꾸리조트Likuliku Lagoon Resort는 데나라우 항구에서 페리로 1시간 거리인 마마누다 군도 말롤로섬에 자리했다. ‘잔잔한 바다’라는 의미의 ‘리꾸리꾸’란 이름에서부터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방갈로 스타일 객실인 오버워터 부레는 바닥 일부가 유리로 되어 있어 산호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또 객실에서 바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사다리가 마련돼 있어 호젓한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www.likulikulagoon.com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섬’ 플랜테이션아일랜드 플랜테이션아일랜드 리조트Plantation Island Resort는 어디를 가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한마디로 어린이 천국. 산호 만들기, 대나무 공예 등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가 수십 가지나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선 피지언 매니저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부부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피지언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돌보기로 유명하니 안심해도 된다. www.plantationisland.com ‘청춘을 위한 섬’ 비치콤버아일랜드 비치콤버아일랜드 리조트Beach Comber Island Resort엔 도미토리형 객실인 ‘그랜드 부레’가 있다. 뷔페 식사가 숙박료에 포함된, 합리적 요금의 객실이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리조트다 보니, 비치콤버의 화이트비치엔 언제나 비키니 차림으로 광합성을 하는 젊은이들이 즐비하다. 또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워터스키, 카누,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분주하다. 밤마다 열리는 피지 전통쇼와 파티에서 신나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www.beachcomberfiji.com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취재협조 피지정부관광청 www.HappyFIJI.travel ▶travel info FIJI Airline 대한항공이 인천-난디 직항을 주 3회(화·목·일요일) 운항한다. 비행 소요시간은 약 9시간 45분. 화·목·일요일에 인천에서 출발한다. 피지 국적항공사인 피지에어웨이즈는 홍콩-난디 노선을 주 2회 운항한다. 목요일과 토요일에 홍콩에서 출발. What to Drink 피지워터를 수시로 마시자. 피지워터는 500년 된 암반에서 올린 생수로,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피지워터로 만든 피지 맥주도 잊지 말 것. 피지골드Fiji Gold와 피지비터Fiji Bitter가 인기 있는데, 피지비터가 좀 더 쌉쌀하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보누Vonu도 맛보자. What to Buy 천연 원료를 사용해 만든 화장품 ‘퓨어피지’가 가장 사랑받는 피지 여행 기념품이다. 미스트와 오일, 비누, 바디로션, 샤워젤, 슈가스크럽 등이 유명하다. 카바 세리모니에 사용하는 ‘타노아’와 ‘빌로’도 피지 문화를 보여 주는 재미있는 기념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타이완-이란宜蘭의 품에 안겨 쉼표

    해외여행 | 타이완-이란宜蘭의 품에 안겨 쉼표

    타이완의 북동쪽 끝자락, 산과 바다에 가로막혀 고즈넉하게 자리한 이란. 공기가 좋고 인심도 좋다. 푸르름이 넘실대는 건강한 땅, 이란으로 떠난다. ●이란의 바다 돌고래를 품다 꾸이샨을 헤엄치는 돌고래 타이베이의 타오위엔 공항에서 내려 이란으로 간다. 타이베이 외곽을 두르는 고속도로는 이내 설산산맥을 뚫은 터널로 이어진다. 터널의 길이는 12.9km.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이 터널을 10분가량 달려 마침내 빛을 맞이하면 이란현의 땅을 밟게 된다. 타이완의 북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란은 동쪽은 태평양, 서쪽과 남쪽, 북쪽은 설산산맥과 중앙산맥에 가로막힌 땅이다. 돌산을 깨 부셔 터널을 만든 후 사정이 나아졌지만 과거 이란과 타이베이를 오가는 유일한 통로는 산길이었다. 두 명이 겨우 다닐 만한 좁은 산길을 따라 이란의 상인들은 그날 잡은 생선을 타이베이로 지어 날랐다. 물리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았던 까닭에 다행히 하루 만에 왕복할 수 있는 길이었다. 새로운 길이 난 지금에도 옛 길은 그대로다. 조금은 걷기 좋게 정비한 길을 따라 타이베이 사람들은 3~4시간을 걸어 이란으로 향한다. 좁은 길을 오가던 옛 상인들의 보따리에는 생선으로 대변되는 삶이 존재했다. 이란의 동쪽, 태평양이 길러낸 해산물은 이란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삶의 창고였다. 예부터 그들은 이란 앞바다의 작은 섬, 꾸이샨龜山을 수호신이자 정신적인 지주로 받들었다. 꾸이샨은 지금도 이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꾸이샨은 거북 모양의 섬이다. 둥근 머리에 얇은 모가지, 두터운 등껍질과 자그마한 꼬리까지 딱 거북의 형상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꾸이샨 인근은 돌고래들의 훌륭한 서식지가 된다. 좀 더 가까이에서 꾸이샨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터우청 우스항에서 떠나는 꾸이샨 유람선에 몸을 싣는다. 항구를 떠난 유람선이 섬을 향해 내달린다. 가는 내내 마이크를 쥔 선내 가이드 아저씨의 중국어 설명이 이어진다. 언어만 다를 뿐 우리나라 다도해의 유람선 풍경 그대로다. 30분가량 바닷길을 달린 배는 조금 속도를 낮춰 섬 주변을 돈다. 돌고래를 찾기 위해서다. 이란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꾸이샨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은 99%’에 이른다. 대단하다. 사실 바다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는 일이란 순전히 하늘의 뜻이자 운이다. 돌고래를 떼로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지레 기대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99%라니! 곧 한마디가 덧붙었다. ‘만약 돌고래를 못 본다면 당신은 1%에 속하는 귀한 사람’이라고. 운 좋게도 곧 돌고래를 발견했다. 저 멀리 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깡충깡충 뛰어오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꾸이샨의 돌고래 관찰 프로그램은 기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돌고래 곁으로 몸을 붙인 배는 돌고래와 속도를 맞춰 달린다. 아니, 배의 속도에 맞춰 묘기에 가까운 돌고래의 유영이 시작됐다. 천천히 움직이다가도 배가 속도를 올리면 돌고래도 무섭게 속도를 낸다. 난간에 매달린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를 누르며 환호성을 지르고,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박수를 보내거나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이날의 돌고래는 어림잡아 수십여 마리, 공식적으로 백여 마리에 달했다. 개인적으로는 하늘의 뜻을 들먹이지 않은 유일한 돌고래 관찰 경험이었다. ●이란의 들 쌀과 파를 품다 소박한 들녘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으리 이란은 ‘타이베이의 공원’이다. 바다와 산으로 길이 막힌 탓에 이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장은 꿈꾸지도 못할 일. 삶을 이어가기 위해 농사 외에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이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요즘 사람들은 로망이라 부른다. 삶을 위한 논과 밭은 도시 사람들의 눈에 푸르름 가득한 낭만의 공원으로 이름을 달리했다. 이란의 자랑거리를 물으면 이란 사람들은 공기와 인심을 첫 번째로 꼽는다. 좋은 공기는 농작물을 건강하게 기른다. 핵심 농작물은 이란평야에서 재배되는 쌀. 일 년 365일 중 300일은 비가 내리는 이란에서 쌀보다 적합한 농작물을 찾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체험 농장을 운영하는 터우청 농장에서도 모를 내거나 벼를 베는 체험은 언제나 가능하다. 한 해에 네 번 벼농사를 짓는 덕분이다. 쌀 외에 이란의 주요 농작물은 싼싱三星 지역에서 재배하는 ‘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싼싱의 파는 매운맛이 덜하고 달기까지 하다는 게 이란 사람들의 주장이다. 도로변 작은 노점에서는 파를 묶어 판매하고, 파가 들어간 빵과 과자 등이 특산품으로 팔린다. 뤄동 야시장에 싼싱 파를 넣은 총요빙蔥油? ·한국의 파전이나 호떡과 비교되는 타이완의 간식거리 가게가 특히 많은 것도 다름 아닌 이유다. 종합하자면 이란은 ‘공기 좋고, 인심 좋으며, 먹거리가 건강한’ 고장이다. 입을 맞춘 듯 모든 이들이 말하는 이란의 자랑거리는 별 볼일 없는 시골 마을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리하여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란에서 며칠을 보내면 이 자랑 같지 않은 자랑이 입 밖으로 자동 재생된다. 좋은 공기 때문일까, 소박한 인심 때문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안함에 취해 여행이 주는 작은 긴장감마저 놓고 만다. 결론은? 잘 먹고 잘 논다. 낯선 장소, 낯선 이에 대한 긴장이 환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분노로 표출되는 게 여행이지만 긴장 없는 여정은 더욱 좋다고 떠들어댄다. 일상인 듯 일상 아닌 일상 같은 여행도 끝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말이다. ●이란의 산 원주민과 숲을 품다 노래를 선물하는 원주민 타이완은 원래 원주민이 살아가던 땅이다. 푸젠성에서 타이완으로 한족이 건너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족과의 갈등으로 목숨은 물론 삶의 터전마저 잃은 원주민들은 대부분 산으로 은신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산 속에 터전을 내린 타이야족도 마찬가지다. 3,000m의 고지대에 살던 타이야족은 1979년 큰 태풍으로 그나마 1,500m의 산으로 내려오게 됐다. 타이야족의 터전인 따통르수이 마을로 가려면 외길에 가까운 산을 올라야 한다. 대형 버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길은 비바람에 취약해 공사 중인 구간이 허다하다. 변명인지 칭찬인지 이란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이란의 한족은, 타이야족은 ‘착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강조했다. 타이완 정부에서는 원주민이 사라질까 교육 등의 혜택을 주지만 그들은 교육이나 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술을 마시고 즐기기만 한다는 것이다. 100여 년 전, 100명가량만 남은 타이야족은 현재 400여 명으로 수가 늘었다. 생계를 위해 도시로 내려간 이들도 꽤 되지만 매년 12월, 추수 감사 축제에는 모든 부락민이 모인다고 한다. 마을로 돌아온 젊은이들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타이야족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어렵게 선택한 길이었다. 마을에 남은 초등학교는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자 폐교하지 않았다. 그래서 졸업생 단 한 명이 모든 상을 싹쓸이 했다는 어느 해의 에피소드는 조금 씁쓸하다. 타이야족 사람들은 마을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노래를 선물한다. 첫 번째는 환영의 노래. 일제 강점기 당시 출입이 통제돼 고요한 마을에 가끔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불렀던 노래다. 문자가 없는 타이야족은 노래를 외워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 문자는 없지만 그들의 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한 예로 타이야족의 말에는 ‘화장실’이 없다. 낮에는 ‘태양을 보러 간다’고 하고, 밤에는 ‘달을 보러 간다’고 한다. ‘남편’이나 ‘부인’이라는 단어도 없다. 단어가 주는 작은 오해나 편견이 있을까 그저 ‘내 옆에 누워 있는 남자(혹은 여자)’로 배우자를 칭한다. 사라졌다면 들을 수 없었던, 타이완의 일부인 원주민 문화다. 따통르수이 마을에서 차로 1시간가량 산을 오르면 오랜 수령의 편백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이란, 타오위엔, 신주현이 교차하는 이곳은 일제 강점기 당시, 돈이 된다는 이유로 무참히 베어진 숲이다.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나무들은 타이완 정부의 보호 아래 숲으로 남았다. 옅은 안개가 감싼 축축한 공기와 한낮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운 숲은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쓰러진 채로 3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편백나무, 수백 년을 살며 아들과 손자까지 둔 편백나무 등 숱한 세월을 머금은 그들의 향기가 진하다. 따통르수이 마을大同樂水部落 이란의 원주민 중 하나인 타이야족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타이야족은 7개 언어의 민족으로 구분되는 타이완 원주민 중 하나. 이란은 화롄의 타이야족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마을에서는 전통 의상 체험, 주통판竹筒飯 대나무 밥 만들기, 활쏘기 등 타이야족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의 편백나무 군락은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해야 한다. 宜蘭縣大同鄉樂水村智腦路21號 +886 0912 712 142 www.leshui-atayal.org.tw ▶travel info Taiwan Yilan HOW TO GO 이란으로 가려면 우선 타이베이로 가야 한다. 중화항공을 타면 인천에서 타이베이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타이베이의 공항은 타오위엔과 송산 두 곳. 타오위엔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는 공항버스, 송산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는 MRT로 이동 가능하다. 타이베이에서 이란까지는 기차 혹은 버스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은 기차가 1시간 20분~2시간. 버스는 기차보다 빠르다. 타이베이역 버스 터미널에서 70분, 시정부 버스 터미널에서 60분가량 소요된다. 공항에서 이란으로 바로 가는 기차나 버스는 없다. 공항에서 이란으로 바로 간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NT$2,000 정도로 요금이 비싸다. TRAVEL TO YILAN 화폐는 뉴 타이완 달러NT$를 사용한다. 한국보다 1시간 느리며 중국 표준어를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연중 따뜻한 기온이라 여행하기에 아주 좋지만 3~5월에는 흐리고 비가 많아 반드시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맑고 화창한 날이 지속되는 10~11월경이다. 타오위엔 공항에서 와이파이용 에그를 대여하면 하루 NT$100로 최대 10명까지 무제한으로 와이파이를 공유할 수 있다. 중화항공 탑승권 소지자는 ‘Dynasty Package’ 이름패가 있는 상점에서 할인이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PLACE & ACTIVITY 꾸이샨 유람선 화산섬인 꾸이샨 일대를 돌아보는 유람선. 꾸이샨을 한 바퀴 돌며 돌고래 등을 관찰한다. 거북 머리 인근 바다 속에는 116℃에 달하는 유황 온천이 자리해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돌고래를 관찰하고 섬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2~3시간 소요된다. 꾸이샨 트레킹이 포함된 프로그램도 있다. 宜蘭縣頭城鎭港口路15-7號 08:00, 10:30, 13:00 NT$1,200 +886 0980 307 569 터우청 농장頭城農場 농사, 낚시, 천등 날리기, 가마 피자 굽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하루 혹은 이틀 코스로 선보인다. 약 1,300만 평방미터의 넓은 땅에 조성돼 방문 때마다 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농장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기른 유기농 재료로 요리를 선보이며, 양조장에서는 금귤과 같은 이란의 특산물을 이용해 술, 식초 등을 담근다. 宜蘭縣頭城鎭更新路125號 +886 03 977 8555 www.tcfarm.com.tw 팡위에 다원芳岳茶園 농장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차를 이용해 녹차 펑리수鳳梨?, 타이완식 파인애플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녹차 가루를 첨가한 반죽에 파인애플과 동과를 섞은 소를 넣어 둥글게 만든 펑리수를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 다음 오븐에 구워 낸다. 직접 만든 펑리수는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宜蘭縣冬山鄉中山村中城路193號 +886 03 958 5259 moon.eland.org.tw 뤄동 야시장羅東夜市 편백나무 집산지로 예부터 인구 밀도가 높았던 이란현 뤄동진에 자리한 시장. 야시장이라 이름했지만 일부 가게는 낮에도 문을 연다. 싼싱 파를 이용한 간식 외에도 소 혀 모양 과자인 이란삥, 타이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이란 금귤 등이 유명하다. 중국 요리의 향기에 반감이 없다면 오리고기도 괜찮다. 비가 많은 이란은 닭보다는 오리를 많이 키운다. 쟈오시 온천礁溪溫泉 크고 작은 100여 개의 온천 호텔이 모여 있는 온천 마을. 타이완에서도 보기 드문 평지 온천이자 대규모 온천 단지다. 온천수는 무색, 무취, 무향으로 미네랄이 풍부하다. 온천 마을에는 무료 노천탕, 족욕탕 등이 다양하며 저렴한 요금의 닥터피시 족욕탕도 인기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중화항공 www.china-airlines.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앱으로 준비하는 가을여행

    앱으로 준비하는 가을여행

    본격적인 가을여행 시즌 앞두고 가을 여행 명소, 맞춤 숙소 추천 ‘야놀자당일예약’으로 예약 시 요금 할인 및 이용시간 연장 혜택 제공 미리 예약 못했어도 ‘야놀자당일예약’이면 숙소 예약 한방에 해결! 가을은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 여행객이 급증하는 시기다. 해외 여행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지만, 가을만큼 국내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야놀자당일예약’이 국내 인기 가을 여행지를 중심으로 맞춤형 숙소를 추천한다. ◇ 봉평 메밀꽃축제를 찾는 가족 여행객에겐 ‘휘닉스파크’ 매년 이맘때가 되면 소금을 뿌린 듯 하얀 메밀꽃 세상이 펼쳐지는 평창군 봉평면에서는 ‘메밀꽃 축제’라고도 불리는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메밀꽃은 연인 & 사랑’이라는 주제로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백일장을 비롯한 시화전, 메밀꽃밭 둘러보기, 봉숭아 물 들이기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인파에 지친 가족 여행객에게는 휘닉스파크를 추천한다. 리조트 안에 있는 아로마 건강관리센터와 온천 사우나를 이용하면 여독을 풀며 여유로운 휴식시간을 즐길 수 있다. 조식뷔페는 물론 한식당도 있어, 다음날 아침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야놀자당일예약 앱을 이용하면 가격 걱정도 피해갈 수 있다. 야놀자당일예약 앱을 통해 예약하면 휘닉스파크 패밀리 룸을 주중 80% 할인 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울산 태화강 대공원을 방문한다면 ‘울산 아마란스’ 태화강 대공원은 담양 죽녹원에 뒤지지 않는 대나무 숲을 가지고 있으며, 도심과 강이 어우러지는 생태공원으로 손꼽힌다. 지난달부터는 태화강을 가로질러 운항하는 나룻배를 운항하고 있어 인기 체험 공간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9월 중순부터는 태화강변 일대에서 만개한 코스모스를 즐길 수 있다. 울산은 태화강 대공원 외에도 간절곶, 대왕암공원,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울산의 다양한 명소를 함께 둘러볼 관광객에게는 ‘울산 아마란스’를 추천한다. 울산 아마란스는 가지산 석남사 근처에 있는 숙박시설로 울산시내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객실과 연결된 단독 테라스에서 노천탕을 즐길 수 있으며 바비큐 시설과 노래방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 수 있다. 또한 5분 거리에 ‘가지산 탄산유황온천’이 있어 여행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 천년고도 경주를 찾은 여행객에겐 ‘한화 리조트’ 계절에 상관없이 인기 있는 여행지 경주는 가을이 되면 더욱 아름답게 변한다. 경주 암곡동의 동대봉산 무장봉은 가을이 되면 은빛 물결로 뒤덮이는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다. 이에 경주 가을 여행 1번지로 손꼽히며 출사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주에서 가장 가을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통일전 은행나무길이 있다. 통일전 앞 직선으로 뻗은 통일로를 따라 하늘과 맞닿아 있는 샛노란 은행나무길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면 도리마을의 은행나무 숲도 빼 놓을 수 없는 가을 여행지다. 경주를 가을을 만끽한 여행객에는 한화 리조트를 추천한다. 한화 리조트는 넓고 깨끗한 객실과 다양한 편의시설로 불편함 없이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특히 리조트 내에 있는 온천 테마파트 ‘경주 스프링 돔’은 지하 750m에서 뽑은 천연 온천수와 옛 신라의 전설을 그대로 재현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 받고 있다. 야놀자당일예약 앱을 통해 예약할 경우 패밀리 룸을 주중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놀이문화 선도 기업 ‘야놀자’가 서비스하는 야놀자당일예약은 판매되지 않는 객실을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는 당일예약 서비스다. 이용자는 위치정보 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빈 객실을 찾을 수 있으며,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할인된 가격에 객실을 예약할 수 있다. 별도의 회원 가입과 로그인 없이도 예약할 수 있고, 프런트에서 예약 문자만 보여주면 입실할 수 있어 불편함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CJ “2020년 세계 10대 문화기업 도약하겠다”

    CJ “2020년 세계 10대 문화기업 도약하겠다”

    1995년 3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한 30대 한국 청년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디즈니 만화영화 제작자 제프리 캐천버그를 만났다. 피자를 먹으며 얘기한 끝에 청년은 두 거물이 만든 회사인 드림웍스SKG에 3억 달러(약 3500억원)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제일제당 상무 시절 성사시킨 유명한 투자 일화이다. 3500억원은 당시 작은 식품회사에 불과했던 제일제당 연매출의 20%가 넘는 돈이었다.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CJ는 국내 최대 문화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콘텐츠미디어사업에 20년간 7조 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거듭되는 적자에도 뚝심 있게 투자를 밀어붙인 배경에는 이재현 회장의 한마디가 있었다.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부회장)는 지난 2일 미디어 세미나를 열고 “CJ의 문화사업 매출을 2020년까지 15조 6000억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10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CJ E&M, CGV, 헬로비전 등 CJ의 문화사업은 지난해 3조 6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를 5년 안에 4배 이상 늘린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1위 문화기업인 컴캐스트의 2020년 매출은 87조 5000억원, 2위 월트디즈니는 69조 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제조업에서 한국은 중국에 따라잡히는 처지”라면서 “문화서비스산업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릴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CJ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선다. 복합 상영관 CGV는 한국, 미국, 중국, 베트남 등 6개 국가 1637개 스크린을 5년 뒤 12개국 1만여개로 확대한다. CJ E&M은 중국, 동남아 현지 합작 영화의 제작 및 배급을 대폭 늘린다. 케이팝 등 한류문화 확산 역할을 하는 케이콘(KCON)과 엠넷아시아 뮤직어워드(MAMA)의 개최지역과 규모도 확대한다. 이 부회장은 모죽(毛竹)을 예로 들었다. 모죽은 씨앗을 뿌린 뒤 5년간은 싹이 5㎝도 안 자라지만 그 뒤로 하루에 5㎝씩 자라 한 달이면 15m, 두 달이면 25m가 되는 대나무이다. 이 부회장은 “CJ는 20년간 모죽처럼 문화사업에 투자하며 기다렸다”면서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려면 10조원이 더 필요한데 선진기업으로 나가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홍삼’ 울산男·제주女가 가장 많이 샀다

    여성용 홍삼제품은 제주에서, 남성용 홍삼은 울산에서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선호하는 비싼 프리미엄 홍삼 제품은 공항이 있는 인천과 제주에서 판매율이 높았다. KGC인삼공사가 최근 1년간 15개 정관장 홍삼제품의 지역별 판매량을 분석해 2일 발표한 결과다. 각 지역의 인구 특성이 홍삼제품 판매에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정관장이 6년근 홍삼과 작약, 대나무잎, 참당귀 등을 섞어 만든 화애락본은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내놓은 제품인데 제주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제주의 여성 고용률은 58.5%로 전국의 여성 평균 고용률(48.8%)을 웃도는 최고 수준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만큼 이들의 홍삼 구매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중년 남성을 위한 제품인 홍천웅이 가장 많이 팔린 곳은 남성 비율과 소득수준이 높은 울산이었다. 중화학·자동차 등 공업 중심의 산업도시 울산은 여성 대비 남성 비율이 1.06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울산의 구매력평가지수(PPP)는 약 8만 달러로 서울 지역보다 2배 높아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홍삼 제품이 잘 팔린 것으로 분석된다. 홍삼 가운데 상품성이 뛰어나 유커가 선호하는 뿌리삼은 국제공항이 있는 제주와 인천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두 곳은 유커가 좋아하는 녹용이 들어간 천녹삼과 고가 제품인 황진단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고령자 거주율이 높은 충남과 전남북에서는 홍삼과 생약재를 혼합한 파우치 형태의 홍삼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길섶에서] 평정심/최광숙 논설위원

    올해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줄줄이 타계했다는데 백세를 앞에 둔 이가 있다고 한다.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전 주석의 비서를 지낸 리루이(李銳·99세)다. 그가 건강 비결로 꼽은 것 중의 하나가 평정심(平靜心)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복잡한 세상이다 보니 그의 장수 비법이 가슴에 다가온다. 누구나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해도 골치 아픈 일로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는 법이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리는 베트남 출신의 탁닛한 스님은 “화(火)를 안고 사는 것은 독소를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화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중생들은 솟아오른 감정대로 마구 화를 내고는 나중에 후회한다. 채근담(菜根譚)에서는 대나무 숲은 바람이 불면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지만 바람이 지나면 대숲은 결코 그 바람을 품지 않고 이내 고요해진다고 했다. 연못도 기러기가 지나가면 그림자를 비추긴 해도 그 뒤에는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단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대숲과 연못’ 같은 군자(君子)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태안 침몰 마도4호선은 조선 조운선” 목간·분청사기 유물·선박구조로 확인

    “태안 침몰 마도4호선은 조선 조운선” 목간·분청사기 유물·선박구조로 확인

    조선시대 조운선(漕運船)이 한국 수중 발굴 역사상 최초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바닷속 경주’로 일컬어지는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발견한 고선박 ‘마도4호선’이 조선시대 조운선으로 최종 규명된 것. 바다에 침몰한 지 600여년 만에 마도4호선이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조선시대 해양·경제·문화사를 새로 쓰게 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마도4호선 중간 조사 결과 언론 설명회’에서 ‘광흥창’(廣興倉)이 적힌 목간, ‘내섬’(內贍)이 적힌 분청사기 등 유물과 선박 구조 등을 통해 조선시대 조운선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운선은 국가에 수납하는 조세미를 지방의 창고에서 경창(京倉)으로 운반하는 데 사용했던 선박이다. 연구소는 지난 4월 22일 조선시대 선박으로 추정됐던 마도4호선 정밀 발굴 조사에 착수, 지금까지 300여점의 유물을 발굴했다. 마도4호선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고선박은 13척이다. 이 중 10척은 고려시대, 2척은 13∼14세기 중국 선박이며 ‘영흥도선’으로 명명된 1척은 통일신라시대 선박이다. 조선시대 마도 해역에서 배가 무수히 많이 침몰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이 시대 배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선내에서 나온 목간 60여점 대부분에는 출발지인 나주와 종착지인 광흥창을 뜻하는 ‘나주광흥창’(州廣興倉)이 적혀 있다. 이는 마도4호선이 전남 나주 영산창(榮山倉)에서 거둬들인 세곡 또는 공납품을 관리의 녹봉을 관리하던 조선시대 국가 기관인 한양 광흥창으로 옮기는 배였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일부 목간에는 ‘두’(斗), 맥(麥·보리)’ 등 곡물의 양과 종류를 의미하는 문자가 표기돼 있다. 임경희 문화재청 학예사는 “마도4호선 목간은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15세기 목간”이라며 “화물의 발신·수신처 및 수량을 적은 화물 물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 발굴한 마도1·2·3호선은 당시 권력자나 개인에게 보낸 화물들을 운송하던 선박으로 조운선 여부가 명확하지 않지만 마도4호선은 광흥창이 적시돼 있어 조선시대 조운선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수된 분청사기 대접과 접시 140여점 중 3점에는 ‘내섬’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1403년 설치된 조선시대 호조 소속 관청인 내섬시(內贍寺)를 의미한다. 내섬시는 궁궐에 바치는 토산물, 2품 이상 관리와 왜인(倭人)에게 주는 음식물과 직조물을 관리하던 관청이다. 박경자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분청사기의 ‘내섬’은 마도4호선이 언제 침몰한배인지 밝혀 주는 결정적인 유물”이라고 말했다. 기록을 보면 태종 때인 1417년엔 나라에 공물로 바치는 그릇에 그 그릇을 사용하는 관청 이름 세 글자를 표기하라고 나와 있고, 세종 때인 1421년엔 나라에 세금으로 바치는 그릇에는 장인과 지역명을 표기하라고 돼 있다. 박 위원은 “분청사기엔 장인이나 지역명이 표기가 안 돼 있어 1417년에서 1421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내에선 세곡으로 선적한 벼와 보리, 대나무, 숫돌, 볏섬 등도 출수됐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태종은 조선의 모든 제도를 정비하고 국가의 기틀을 잡았다”며 “마도4호선은 태종이 잡은 국가 기틀의 실증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마도4호선이 처음 발견됐을 때 주변에서 출수된 18세기 백자 110여점과 이번에 나온 분청사기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마도 4호선이 침몰한 뒤 해저에 파묻히고, 이후 그 위에 백자를 실은 배가 침몰했거나 백자가 떠내려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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