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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균미 칼럼] 학교가 혐오와 차별 없는 곳이 되려면

    [김균미 칼럼] 학교가 혐오와 차별 없는 곳이 되려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반도 관련 뉴스 사이를 비집고 드루킹 특검과 이른바 ‘홍대 몰카 차별수사’ 뉴스가 관심을 모은다. 특히 최근 2주 연속 주말에 열린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경찰의 ‘차별수사’를 규탄하는 집회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예상을 뛰어넘은 참가자 규모와 직설적인 구호들에 특히 관심이 많다. 지난 19일 서울 혜화역 시위에 1만 2000여명(경찰 추산 1만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단일 주제로 열린 집회로는 최대 규모라는 사실 못지않게 무엇이 여성들의 분노를 촉발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사용한 혐오적인 구호와 팻말, 남성 참여를 배제했다는 점들을 들어 이들 시위를 주저 없이 남성 혐오와 연결지으려는 일각의 시선은 불편하고 안타깝다. 2년 전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올 초부터 확산하고 있는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이어 사회에 만연한 몰카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대다수 여성도 ‘홍대 몰카’ 수사에 대한 경찰의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고, 일상생활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몰카 범죄를 수사·사법 당국이 그동안 덜 심각하게 다뤄 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자기 집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학교, 식당, 공공장소의 화장실은 몰카가 설치돼 있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정상은 아니다. 치마를 입은 날이면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주변을 살펴야 한다면 이 또한 정상이 아니다. 이건 여성들에게는 일상생활 속 안전의 문제다. 당해 보지 않는 남성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붙은 인터넷 댓글을 보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보다 원색적인 비난이 주를 이룬다. ‘여혐’, ‘남혐’ 표현이 난무한다. 읽기 불편할 정도다. 이번 홍대 몰카 사건과 미투 관련 제보, 페미니스트 강의 등을 놓고 대학가에서는 성(性) 갈등 양상까지 벌어졌다. 서울대 대나무숲은 혜화역 시위를 놓고 ‘남성 혐오’ 논쟁이 일었고, 연세대 대나무숲은 지난 28일 “의문과 오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31일까지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일부 대학들에서는 과 단체카톡방에 걸러지지 않은 성적·혐오 표현들이 넘쳐나 ‘퇴장’하는 여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이나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기만 해도 ‘개념녀’ 또는 ‘꼴페미’라는 식으로 재단하는 이분법적 시각도 문제다. 40대 이하 세대라면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남녀 차별 없이 교육받고 자랐을 텐데,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서로에게 적대적으로 만들었을까. 사회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학교 교육에 생각이 머문다. 단속한다 해도 학생들 단톡방에 난무하는 비속어와 혐오 표현들, 몰카 사진과 동영상은 속수무책이다. 어제자 한 신문 사회면에도 ‘초등교실까지 몰카 찍고 음란물 난무’라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났다. 2016년부터 교육부와 문체부가 인성교육종합계획에 따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뭘 가르치고 있는지 관심 갖는 이가 적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청와대는 지난 2월 인권 교육과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올해 예산 12억원을 들여 인권교육 실태를 조사하고 교수·학습자료 개발·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혐오 표현 연구서 ‘말이 칼이 될 때’를 펴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의무교육 단계에서부터 혐오 표현이 일상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인권 교육과 인성 교육을 시키면 뭐하나. 사회가, 어른들이 변하지 않는데. 혼란만 키울 뿐이다. 미투를 거치면서 성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공무원 징계 규정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학교만 혐오와 차별 프리 주장을 한들 공허할 뿐이다. kmkim@seoul.co.kr
  • 부산항 수입 대나무에서 붉은불개미 발견

    부산항 수입 대나무에서 붉은불개미 발견

    부산항으로 수입된 중국산 대나무 검역과정에서 인체와 동식물에 피해를 주는 붉은불개미 2마리가 발견됐다.농림축산검역본부는 30일 부산항으로 수입된 중국산 건조대나무 컨테이너에서 붉은불개미 2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붉은불개미는 중국 현지에서 먹이를 찾다가 대나무에 묻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검역본부는 “이번에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일개미로 번식 능력이 없다”며 “문제의 컨테이너는 밀폐형으로 돼 있어 개미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붉은불개미는 진딧물 등의 해충과 공생하면서 식물을 고사시킨다. 또 동물이나 사람을 물어 통증과 가려움증, 세균 감염 등의 피해를 줄 수 있다. 검역본부는 문제의 화물과 그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소독과 방제를 벌이고 있다. 수입업자에게는 해당 화물을 컨테이너에 적재된 상태로 훈증 소독하도록 했다. 검역본부는 예찰 트랩 56개를 더 철저히 조사하고, 발견 지점 반경 100m 이내 지역을 정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붉은불개미는 지난해 9월 부산 감만부두에서 처음 발견됐고, 지난 2월 인천항에서도 의심 개체가 나온 바 있다. 이달 28일 호주산 귀리건초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 한 마리는 유전자 분석 결과 붉은불개미가 아닌 ‘열대불개미’로 확진됐다. 검역본부는 “열대불개미는 과거 수년간 검역 과정에서 검출된 바 있다”며 “붉은불개미에 비해 공격성도 약하고 인체에는 약한 통증과 가려움 증세 정도의 피해를 끼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밤마다 외롭네요” 靑게시판, 황당 청원 난무

    “밤마다 외롭네요” 靑게시판, 황당 청원 난무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각종 스팸글과 어처구니없는 청원글이 난무하고 있다. 청원 게시판이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고 변질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돈 많은 사모님과 성관계 가능한 남성 알바생 모집’이라는 낯뜨거운 게시글이 올라왔다. 인터넷에 떠도는 스팸글의 일종이었다. ‘초대남 구합니다. 밤마다 외롭네요’라고 적힌 글도 올라왔다. 이 밖에 ‘배그 하실 분’, ‘롤 파티 구함’이라는 글도 잇따랐다. ‘배그’는 ‘배틀 그라운드’, ‘롤’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약어로 온라인 게임을 함께할 사람을 찾는 글이었다. 이런 스팸성 글들은 게시판 관리자에 의해 삭제됐지만 워낙 시시각각 올라오다 보니 게시판에 일부 잔존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욱이 ‘국민 청원’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난 글까지 넘쳐나면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네티즌들의 ‘개인 민원 배설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치 관리되지 않는 일반 커뮤니티 익명게시판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모양새다. 조직 내부의 문제점이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대나무숲’ 게시판보다도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이런 부작용 탓에 “청원 게시판을 폐쇄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이 게시판을 개설한 만큼 게시판이 스팸글과 도배글로 더럽혀졌다는 이유만으로 폐쇄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개선책으로는 ‘청원 게시판 실명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왜 거부 못하냐고요? 우리에게 카메라는 흉기예요”···모델의 하소연

    “왜 거부 못하냐고요? 우리에게 카메라는 흉기예요”···모델의 하소연

    “면접할 때 촬영 콘셉트를 설명하다가 갑자기 ‘터치(스킨십)하게 해주면 시급을 올려주겠다’면서 시급 10만원 이상을 불렀어요. 그러다가 성관계를 요구하면서 ‘시급을 20만원 이상 쳐주겠다’는 거예요. 스킨십을 해야 서로 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촬영 때도 잘 하지 않겠냐면서요.”29일 만난 모델 A씨는 최근 한 사진작가에게서 받은 불쾌한 제안을 털어놨다. 작가는 “딱 2시간만 만나면 40만~50만원을 그냥 벌어가는 거 아니냐”면서 오히려 좋은 제안을 한 듯한 표정이었다. “스킨십을 해서 서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촬영도 잘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정말 더러워서 얼른 그 자리를 떴습니다.” 수년 동안 모델 활동을 한 A씨에게 이런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또 다른 사진작가가 비키니 수영복 촬영을 하다가 느닷없이 “개인적으로 소장만 하겠다. 절대 보장한다”면서 상의 탈의를 요구했다. 그때도 A씨는 거절했다. A씨처럼 작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모델은 많지 않다. 이런 제안은 대부분 경력이 짧은 모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행여 거절했다가 일거리가 사라질까,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울 수밖에 없는 약자를 향해 음흉한 손길을 건넨다. 최근 불거진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성폭력 사건’도 이런 구조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양상이 됐지만,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폭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거 다 알고 있던 건데”, “프로 작가들도 아닌데 말해봤자 금방 묻히지”, “워낙 뿌리 깊은 문화처럼 자리 잡았는데 달라지겠어?” 이런 생각 속에서 사진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언젠가 터지긴 하겠지’라면서도 묵인했던 것은 일부 치부가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잡아 무감각해졌던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폭력이 발생하고, 왜 성폭력이 은폐됐는지, 무엇이 성폭력 범죄 고발을 어렵게 하는 것일까. 페미니스트 사진작가 모임 ‘유토피아’의 곽예인 대표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스튜디오 실장 또는 사진작가가 어떤 짓을 할지 몰라 당장 저항을 할 수 없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망설이는 중에 이미 신체 일부가 카메라에 찍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일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미투 대나무숲’에 올라온 한 피해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다가 피팅 모델 구인 광고를 발견한 B씨는 면접을 보러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면접장소는 침대가 있는 촬영실이었다. B씨는 실장에게 짧은 원피스를 받아 들고는 한참을 고민했다고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실장을 급기야 B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고, 성추행과 성희롱이 이어졌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사진이 찍힌 상태였고,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무서워서 다시 두 번 정도를 갔었습니다. 그때마다 40~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여러 명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고, 저는 침대, 소파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사회는 저항하지 않은 피해자가 느낀 혼란을 ‘결국 네가 원해서 한 것 아니냐’는 동의의 증거로 간주하기 일쑤다. 흉기를 들고 있지도 않은데 저항하지 못한 ‘두려움’을 단순히 ‘순응’으로 해석한 것이다. 곽 대표는 “모델들에게는 사진작가의 카메라가 흉기”라고 일축했다. “저항할 수 없게 하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띠게 만드는 흉기죠. 사진에는 그 미소만 남습니다. 결국 ‘저런 사진도 웃으며 찍는 애’로 낙인이 찍히는 거죠.” 모델들은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거리를 찾으러 모델 구직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에 프로필과 사진을 올리면 연락을 해오는 10명 중 9명은 노출 컨셉을 요구한다. 또 성기 또는 특정 애무 행위를 가리키며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유토피아’의 김지혜 작가는 “아마추어 모델은 사진계에서 최약체”라고 단언했다. 업계 규모가 좁다보니 소문이 금새 퍼질 수 있는 구조라 모델이 생태계 사슬의 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한다. “사진계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잘 모르고, 인맥도 없다보니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다 말해서 널 데뷔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겠다’는 사진작가들의 협박이 가능하다”고 김 작가는 부연했다. 모델 일이 생업인 사람들에게는 이런 소문이 앞으로의 커리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스튜디오의 도를 넘는 요구에 맞서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피해를 호소하는 모델들의 한결같은 사정이다. “보통 촬영 계약서를 안 써요. 요구했다가 ‘까다로운 애’로 찍히면 일을 못 받으니까요.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촬영 일자·장소·컨셉까지만 나와 있지 촬영 포즈, 노출 수위까지 적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처음엔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겠다’, ‘네가 특별히 예쁘다’라고 구슬려서 사진을 찍은 다음에 그 사진을 포르노 사이트에 팔아 넘기는 경우도 많아요. 이러면 정말 인생 자체가 끝인 거예요.”3년 전 ‘합정 모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지난 17일에 폭로한 C씨도 계약서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촬영회 때 찍은 사진은 한 야동 사이트에 유포되고 말았다. 곽 대표는 “정말 놀랐던 것은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도 이런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유명 사진작가 ‘로타’와 배병우씨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사진계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계속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진계에는 성폭력 사건을 처리할 징계 장치와 분쟁 해결 기구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김 작가는 “협회(한국사진작가협회·한국프로작가협회)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면서 “사진계에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기구나 단체가 없다보니 만일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다 해도 본인이 혼자 다 해결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오히려 공론화가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모바일로 언어폭력을 가하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을 야기할 수도 있다. 괴롭힘과 의심을 받는 쪽은 결국 또 피해자일 뿐이다. 곽 대표는 로타·배병우 작가의 사건을 떠올리면서 “성폭력 가해자가 유명인이라면 ‘이들의 명성을 이용한 악의적인 공격’이라던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식의 가해자 옹호 발언도 적지 않게 나온다”고 했다.‘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스튜디오 실장이 피해 모델 C씨와 주고 받은 카톡 대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일단 E씨가 스튜디오 실장에게 먼저 연락해 촬영 약속을 잡았다는 내용만 보인다. 일부 언론은 강제 촬영이 아니었다는 피의자의 주장만을 강화해 사실장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C씨는 또다시 한 언론과 인터뷰에 나서 “실장이 ‘내가 네 사진을 갖고 있다. 생각 잘해라’ 항상 이렇게 얘기했다. 협박으로밖에 안 들렸다”면서 “가장 무서운 건 유출이었다. ‘그러면 내가 저 사람들 심기를 건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양측의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그러나 ‘사진계의 최약체’ 아마추어 모델을 노리는 업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성폭력 피해자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페미니즘 갈등, 상아탑 흔들다

    여혐 논란 배우 포스터 훼손도 최근 대학가에 페미니즘 논쟁과 논란이 뜨겁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미투 운동 등을 거치며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으며 학생들 사이에서 성별 갈등도 커지고 있다. 22일 연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전날 밤 올라온 섹스칼럼리스트 은하선씨 강연 반대글에 공감하는 댓글 수 십개가 달렸다. 연세대 총여학생회와 연세대 제2회 인권축제 기획단 주관으로 24일 열리는 인권 강연 연사로 은씨가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벌어진 일이다. 글쓴이는 “서강대에서 논란이 있었던 그 분이 솔직히 안 왔으면 좋겠다”며 자질을 문제 삼았다. 댓글에는 “서강대 일이 남 일이 아니었네”, “이게 진짜 양성평등에 도움이 되느냐” 등 반발이 줄을 이었다. 앞서 서강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총학생회 주관 인권주간 강연자로 은씨가 참석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은씨의 과거 언행 등을 문제 삼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셌다. 총학생회 퇴진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총학생회는 “연사들과 주최 측을 향한 혐오발언이 인권주간 취지에서 엇나가 너무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겼다”며 강연을 취소했다. 최근 누드모델 몰카 유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홍익대에서도 사건 발생 초기 해당 학과 학생회 등에서 사건 공론화 자제를 당부하는 입장문을 내놓자 남성 모델의 인권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버닝’의 홍보 포스터가 여러 대학에서 훼손되는 소란도 있었다. 학내에 붙은 영화 포스터에서 주연배우 유아인의 얼굴을 가린 인증사진과 함께 조롱하는 내용의 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라오며 논란을 불렀다. 일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여성혐오 연예인으로 낙인 찍힌 유아인에 대한 보이콧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는 대학에서는 늘 사회 문제가 이슈가 됐다”며 “대학에서 공론의 장이 활발히 펼쳐진다면 사회 갈등의 해법을 대학이 먼저 제시하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항공대 성관계동영상 사건 “남녀 합의해 촬영 후 실수로 전송”

    항공대 성관계동영상 사건 “남녀 합의해 촬영 후 실수로 전송”

    한국항공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내사 종결하기로 했다.경기 고양경찰서는 한국항공대 소속 학생 A씨와 A씨의 여자친구 B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결과 고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더 수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과 대학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76명이 모인 항공운항학과 단톡방에 21초 분량의 남녀 성관계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남녀의 얼굴이 드러나 있었으며 이런 사실은 이 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졌다. 경찰이 A씨와 B씨를 불러 조사한 결과 두 사람은 합의해 해당 동영상을 촬영했고, A씨가 B씨에게 동영상을 보내주려고 했으나, A씨의 실수로 B씨의 카카오톡이 아닌 자신이 속한 대학 ‘단톡방’에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유포행위가 고의성이 없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목적에 부합해 통신매체를 통해 사진이나 영상 등을 보낸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B씨는 A씨의 처벌을 원치 않으며, 해당 영상이 제삼자에 의해 다시 유포되거나 자신의 신상이 알려지는 등 ‘2차 피해’가 있으면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학 측은 이날 중으로 A씨에 대한 학생지도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본인에게 소명할 기회를 준 뒤 이번 주 안으로 징계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숲] 3급 직제 마련됐지만 승진 대상 없는 지자체

    “3급 직제는 마련됐는데 승진 임용 대상자가 없어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인구 50만명 이상 100만명 미만인 시·도 본청 실·국장 중 1명을 3급 또는 4급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2012년 100만명 이상의 시에 3급 또는 4급 직제를 마련한 이후 대상 범위를 50만명 이상의 시까지 확대한 것이다. 3급 직제가 없어 부단체장(2급)과 4급 실·국장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져 있던 기초자치단체로서는 부단체장까지 갈 수 있는 계급 사다리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 부처와 달리 퇴직 임박해서야 4급 하지만 3급 직제가 만들어졌음에도 해당 지자체에는 정작 승진 임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보다 한 계급 아래 직제(6급 팀장, 5급 과장)를 운영하는 기초자치단체는 극심한 인사(승진) 적체로 퇴직이 임박해서야 4급으로 승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 중 현재(2월 기준) ‘승진 소요 최저 연수’가 지나 3급 승진이 가능한 인원 현황을 보면 전국 11개 시 중 일부 시는 승진 대상 인원이 아예 없다. 설령 승진 대상 인원이 있어도 퇴직일이 임박해 3급 승진을 못 하고 있는 것이 기초자치단체의 실정이다. # 대상 돼도 승진 최저 연수에 막혀 3급 공무원으로 승진에 필요한 승진 소요 최저 연수는 점차 그 기간이 단축되는 추세(현 3년 이상)다. 이 제도는 상위 계급에 맞는 능력과 경력을 쌓는 준비 기간으로서 그 존치 가치는 있다. 다만 현재 기초자치단체의 직제나 인사 환경을 고려할 때 그 기간을 없애거나 단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4급에서 3급으로 승진 소요 최저 연수를 3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단축하거나, 직전 계급의 경력을 반영해 승진 소요 최저 연수를 단축하는 방안, 또는 장기근속자에 한해 해당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 중앙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직제의 경직성도 문제다. 3급 또는 4급 직제를 둘 수 있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15개 기초자치단체는 통합시인 창원시를 제외한 모든 시가 3급 직제를 본청(의회사무국 포함) 실·국장에 한해 설치하며 구청장이나 사업소장 등으로의 확대는 불가능하다. # 1명만 임용… 인사 융통성 떨어져 더구나 인구 50만명 이상 100만명 미만인 시는 본청 1개의 직위에만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인사의 융통성이 더욱 떨어진다. 3급 또는 4급의 직제를 복수로 두고 3급 인원을 총수로 관리하게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구청장, 사업소장 등의 직위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 조례나 규칙의 빈번한 개정 없이도 인사의 탄력성 회복과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하게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경기 안양시 국장급 공무원)
  • [르포]유리문 두드리자 나온 북대사관 직원 “일 좀 해야갔습네다”...안에선 전화벨

    [르포]유리문 두드리자 나온 북대사관 직원 “일 좀 해야갔습네다”...안에선 전화벨

    번화가 고층 건물 15층에 사무실실무 준비하는 듯 전화벨 자주 울려 “(남한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모두 평화와 번영을 원하니까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합네다.”11일 오후 싱가포르 번화가인 노스브리지 고층 건물인 ‘하이 스트리트 센터 빌딩’ 15층에 입주한 북한 대사관 사무실 앞에서 만난 리병덕 1등 서기관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개인적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세기의 담판’으로 기록될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최종 낙점된 소식이 알려진 이날 싱가포르 북한 대사관은 종일 분주했다. 사무실에서는 간간히 전화벨 소리도 들렸다. 이날 한국과 일본 기자 등이 북한 대사관 유리문을 두드리자 나온 리 서기관은 비교적 친절하게 취재진을 응대했다. 그는 구체적인 회담 장소 등을 묻는 질문에 “제일 밑에 있는 사람이니까 말할 수 없습네다”라고 답했다. 또 회담이 잘 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뭐 트럼프 대통령이 더 잘 말하지 않습네까?”라고 에둘러 말했다. 일본 취재진에는 유창한 일본어로 대답했다. 그는 쏟아지는 질문에 “나도 일 좀 해야갔습네다. 조만간 또 만납시다”라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날 싱가포르 현지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와 언론들을 중심으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놨다. 현지인들은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중립적인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아 역사적인 회담 장소로 선정됐다”고 환영했고, 3만여명의 우리 교민들은 “한반도 평화 통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북·미 정상회담 유력 후보지 중 하나인 샹그릴라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 만난 기사는 회담에 대해 묻자 “우리나라는 경찰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어떤 회담이 열려도 안전할 것”이라면서 “전쟁은 무시무시한 일이다.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내가 비교적 차분한 이유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회담이 열리는 까닭에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회담 개최지로 정해졌음에도 들뜨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에 직접 답글을 달아 환영 의사를 전했다. 리 총리는 이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평화의 길에 대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전날 저녁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을 유치해 기쁘다”면서 “이번 (북·미) 회담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을 밝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현지 언론들은 전날까지도 93세에 말레이시아 총리직에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맛 소식 등을 비중 있게 전했지만, 이날부터 일간지인 더스트레이츠타임스와 일간연합조보, 더비즈니스타임스 등은 물론 방송들도 정상회담 장소와 일정 등을 속속 전했다.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날 1면에 정상회담 유치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신문은 “싱가포르가 중립성과 고도로 확립된 질서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됐다. 싱가포르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면서 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샹그릴라 호텔, 마리나 베이 샌즈, 센토사 리조트 등을 소개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방송인 채널뉴스아시아도 온라인판에 ‘트럼프와 김정은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제목으로 회담 주최 소식과 비핵화 담판에 관한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싱가포르에 사는 한국 교민과 주재원 등은 회담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봉세종 싱가포르 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 교민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전역에 퍼져 사는 교민들에게 큰 관심사이고,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의 중요성도 한국 사회에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여성 교민은 “싱가포르는 인구의 75%가량이 중국계지만 ‘싱가포리안’(싱가포르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강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잘한다”면서 “이런 중립국 지위 때문에 여기에서 열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의 이불 가게에서 이불을 많이 사서 자국으로 보내는 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데 최근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1975년 싱가포르와 수교를 맺어 싱가포르 주재 대사관을 뒀지만, 현지에 북한 식당 등이 없어 우리 교민과 북한 사람이 만날 일은 없었다고 한다. 현지 교민들은 1990년대 말까지는 북한 사람들이 명절 때 쇼핑몰 등에서 북한 음식을 만들어 나눠 주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 남성 교포는 “싱가포르인인 지인 중에 북한으로 여행을 다녀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려놓은 걸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가장 유력한 회담 장소인 샹그릴라 호텔 로비는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인파로 북적였다. 이 호텔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비롯해 매일 수많은 포럼, 회의 등이 열리는 곳이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이 66년 만에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양안 회담)을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샹그릴라 호텔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쇼핑 지역인 ‘오차드 로드’의 오차드 타워에서 650m가량 떨어져 있었다. 큰 도로나 해변과 맞닿아 있는 다른 대형 호텔들과 달리 왕복 4차로인 이면도로를 앞에 뒀다. 주변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비싼 고급 주택가다. 호텔 건물은 열대나무 등 키가 5~6m는 돼 보이는 나무들이 감싸고 있어 도로에서 호텔 외벽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싱가포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샹그릴라 호텔 앞의 이면도로 양쪽 끝을 막으면 진입로가 차단돼 보안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양안 회담 등이 개최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경찰,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자 영장 신청

    경찰,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자 영장 신청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나체사진 유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된 20대 여성 모델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서울 마포경찰서는 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여성모델 안모씨(25)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1일 홍익대학교 회화과 인체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 자격으로 참여했다가 쉬는 시간을 틈타 피해 남성모델의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전날(10일) 안씨를 소환해 조사하던 경찰은 안씨가 ‘(나체사진이 찍힌)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이미 휴대전화를 모처에 버린 점을 고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안씨를 긴급체포했다. 안씨는 지난 1일 피해 남성모델 A씨와 함께 홍익대 수업에 참여한 누드모델 4명 중 한 명이었다. 앞서 경찰은 홍익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과 교수 등 20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한편 강의실 주변 폐쇄회로(CC)TV, 피해자 진술,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과학적 증거분석기법)을 병행하면서 용의선상을 좁혀갔다. 현장에 있었던 안씨도 참고인 대상에 포함됐지만,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분실했다“고 속이고 공기계를 제출해 수사망을 빠져나가려고 시도했다. 안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지난 9일과 10일 안씨를 잇달아 소환해 조사했다. 결국 안씨는 수업 쉬는 시간에 A씨가 혼자 탁자에 누워있자 ‘자리가 좁으니 나오라’며 말다툼을 벌였고, A씨가 대꾸조차 하지 않자 앙심을 품고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로 A씨의 나체를 찍어 워마드에 유포했다고 자백했다. 또 워마드를 탈퇴한 안씨는 워마드 측에 자신의 IP주소와 로그기록, 활동내역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안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진술했다가, ‘휴대전화를 포맷한 뒤 한강에 버렸다’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씨가 평소 음악을 듣는 용도로 사용하던 다른 휴대전화(공기계)에 연락처를 옮긴 뒤,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모처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안씨는 과거 다음카페를 통해 워마드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워마드를 탈퇴하고 활동을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씨는 ”A씨의 나체를 촬영해 워마드에 유포했지만, 일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씨를 구속해 신병을 확보한 뒤, 안씨가 증거를 인멸한 경위와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위치, 워마드 활동내역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할 방침이다. 경찰과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1일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미술수업 남누드모델 조신하지가 못하네요’라는 유출사진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당일 회화과 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물 작성자는 남성 누드모델의 성기와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게시물과 함께 ‘어디 쉬는 시간에 저런 식으로 ’2.9‘(크기가 작다는 비유) 까면서 덜렁덜렁거리냐’, ‘어휴 누워 있는 꼴이 말세다’ 등 성적으로 조롱하는 글을 적었다. 워마드 이용자들도 ‘남누드모델은 정신병이 있다’, ‘(성기가 너무 작아서) 안보인다’ 등 댓글을 남기며 조롱에 동참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튿날(2일) 홍익대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자 3일 오전 삭제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항공대 단톡방에 성관계 동영상 유출 “재학생이 유포”

    한국항공대 단톡방에 성관계 동영상 유출 “재학생이 유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단톡방에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된 사실이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더팩트에 따르면 이 커뮤니티에는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남학생이 과 단톡방에 성관계 영상 유출한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과 캡처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76명이 초대되어 있는 항공운항학과 단톡방에 21초가량의 남녀 성관계 동영상이 올라왔다. 얼굴 위주로 찍은 동영상이며, 남자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리게 하는 듯 보인다”면서 “유포한 남성이 우리 학교다. 300명 가까이 되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불법 음란물 유포 및 공유는 성범죄다”고 고발했다. 논란이 된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로 한국항공대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학생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대 이어 서강대도… 인권강연회 논란

    홍대 이어 서강대도… 인권강연회 논란

    홍익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로 대학가에서도 인권 문제가 논란인 가운데 8일 서강대학교에서 인권강연회를 둘러싸고 학생회와 학생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이번 논란은 서강대 총학생회가 8일~11일 인권주간을 맞아 강연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학생들은 연사로 섭외된 은하선씨가 평소 남성혐오적 발언을 해왔다면서 인권 강사로 서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홍익대 회화과 수업에서 남자 누드모델의 사진이 남성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워마드에 유출된 사건과 맞물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강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총학생회의 대처에 대해 일부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게시글에는 “장애, 다문화, 노동자 등등 다룰 만한 수많은 인권은 다 개나줘버리고 강연자 전부 여성인권, 그것도 충분히 논란 될만한 사람으로 채워버리다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네요”, “중요한 것은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자를 학교 공식 강연에 강연비를 드리며 초청한 것’”, “총학생회 인권국 분들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등의 발언으로 총학생회를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문을 작성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학생회는 글에서 “총학생회 집행위원회 회의들을 통하여 충분한 논의와 비판적인 검토를 받을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부분들이 잘 지켜지지 않은 점에 대하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몇몇 학생들은 해당 게시글에 “서강대 모든 커뮤니티에서 동일한 목소리로 비판하는데 논란을 회피하느냐”, “학우들 불만사항이 반영된게 하나도 없다”등의 반론을 남겼다.앞서 은씨는 2017년 4월 한 언론에 기고를 통해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밝혔으며 성에 관한 자유로운 발언을 통해 방송에서 주목받았다. 또한 은씨는 2017년 3월부터 방영된 EBS의 ‘까칠남녀’에 패널로 참여했으나 올해 1월 13일 종영을 2회 남겨두고 하차를 통보받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EBS 측에서는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해 하차시켰다고 설명했으나 은씨는 성소수자 방송 이후 자신이 여러 성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로서 탄압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출연진들은 은씨의 하차를 놓고 보이콧을 선언하며 녹화가 취소되기도 했다. 인권강연회와 관련해 서강대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과 관련된 ‘서강대학교 대나무숲’ 글을 ‘자료 킵’이라는 멘트와 함께 공유해둔 상황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봄날 충전 끝판왕 ‘뷰벤저스’ 떴다

    봄날 충전 끝판왕 ‘뷰벤저스’ 떴다

    호수처럼 잔잔한 쪽빛 바다에 크고 작은 섬이 올망졸망 떠 있는 남해. 바다, 섬, 하늘이 맞닿아 끝없이 이어지는 다도해 풍경은 사시사철 비경을 자랑한다. 특히 사방이 탁 트인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해 경치는 아름다운 수채화를 펼쳐놓은 것 같다. 경남 남해안 여러 지자체가 바다 가까이 전망 좋은 산을 활용해 다도해 경관을 조망하는 관광시설을 앞다퉈 설치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3일 경남도에 따르면 사천시 바다케이블카, 거제 계룡산 관광모노레일, 하동 금오산 집와이어, 통영 미륵산케이블카 등은 지역의 지리 여건을 활용해 인기를 끌고 있다.●바닥 투명한 ‘크리스털 케이블카’ 아찔 “케이블카와 산 정상 전망대에서 보는 주변 경치가 정말 멋집니다.” 지난달 28일 사천 바다케이블카 탑승을 마치고 내린 80대 부부 관광객은 “주변 경치가 너무 좋은 데다 케이블카 흔들림도 거의 없어 안전한 것 같고 탑승시간도 길어 좋다”고 말했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사천시 동서동과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창선~삼천포대교 옆에 설치해 지난달 13일 개통됐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바다를 건너 섬을 돌아 육지 쪽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노선이다. 598억원이 들었다. 국내에서 가장 긴 2.43㎞로 한 바퀴 도는 데 25~30분이 걸린다. 바다~섬~육지 산을 오가는 국내 최초 케이블카라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개통하자마자 관광객이 몰린다. 정류장은 3곳이다. 대방 정류장에서 출발해 바다 건너 초양도 섬 정류장을 거쳐 대방 정류장으로 돌아와 각산(해발 408m) 정류장으로 올라간다. 각산 정류장에서 내린 탑승객은 각산 전망대를 구경하고 대방 정류장으로 돌아온다. 편도 운행시간은 대방 정류장에서 초양도 정류장까지 5분, 대방 정류장에서 각산 정류장까지 7분쯤 걸린다. 전체 45대 캐빈 가운데 15대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이어서 바닥 아래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크리스털 캐빈을 타면 발밑에 수십m 아래로 출렁거리는 바다가 아찔하게 보인다. 창 밖으로는 해안과 바다, 산 풍경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각산 전망대에 서면 창선~삼천포대교와 삼천포항을 비롯해 멀리 남해·통영·거제 지역, 크고 작은 섬, 금산과 지리산까지 보인다. 요금은 어른 기준 크리스털 캐빈이 2만원, 일반은 1만 5000원이다. 사천시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개통 뒤 하루 평균 탑승객이 평일 5000명, 주말 8000명에 이른다.●기울기 50도 넘는 급경사 모노레일 재미 더해 계룡산(566m)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 중앙에 있다. 계룡산 자락에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중국군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있다. 거제시는 유적공원에서 정상 부근 통신시설 유적 근처까지 산속을 꼬불꼬불 운행하는 관광모노레일을 77억원을 들여 설치, 지난 3월 3일 운행을 시작했다. 한 대에 6명이 타는 모노레일 차량 15대가 왕복 3.54㎞ 구간을 4분여 간격으로 다닌다. 아래 승강장에서 출발한 모노레일 차량은 1분에 70~80m씩 이동해 25~30분 뒤 상부 승강장에 도착해 탑승객을 내려주고 사람들을 태워 아래 승강장으로 내려온다. 해발 500m가 넘는 산 정상 부근까지 대나무와 소나무, 잡목 등이 우거진 숲속을 운행하는 모노레일이다 보니 레일 기울기가 50도가 넘는 급경사 구간 등이 반복돼 모노레일 타는 재미를 더한다. 상부 승강장에서 데크를 따라 걸어서 330m쯤 이동하면 사방으로 거제도 전체와 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남쪽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생가가 있는 마을과 들판,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다. 전망대까지는 능선을 따라 경사가 완만해 어르신이나 어린이도 편하게 갈 수 있다. 전망대 반대편 통신탑 쪽으로 200~300m 구간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으로 된 자연전망대로 올라가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다. 상부 승강장 주변 능선 지역에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를 관리한 통신대 유적이 남아 있다. 경주 지역 한 경로당 단체관광객으로 온 80대 할머니는 “산속에서 이런 차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니 기술이 참 놀랍고 희한하다”며 신기해했다. 김길훈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팀장은 “매일 탑승 예약이 당일 오전에 매진될 정도로 모노레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849m 금오산 정상서 20분 만에 하산 금오산 집와이어는 공중 높이 한 가닥 줄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아찔함을 느끼며 다도해 경치를 감상한다. 금오산 정상(849m)에서 산 아래 도착 지점까지 3.2㎞를 집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20여분간 탑승자는 하늘을 나는 새가 된다. 정상의 집와이어 출발지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출발을 기다리는 몇 초 동안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든다. 안전 관리자가 ‘오~사~삼~이~일~출발’ 하고 카운트다운을 마치는 순간 줄에 매달린 몸이 ‘덜커덩’ 하는 움직임과 함께 시속 120㎞의 빠른 속도로 하강한다. 조마조마하던 두려움은 금방 쾌감으로 바뀌고 하늘과 다도해가 편안하게 품 안에 안긴다. 금오산 정상 출발 지점에서 하강한 뒤 두 번 갈아탄 뒤 목적지에 도착한다. 3개 구간 집와이어 길이는 3186m로 아시아에서 가장 길다. 33억원이 들었다. 732m 길이 첫 번째 구간이 시속 120㎞로 가장 빠르다. 첫 번째 환승지에서 다시 도르래를 줄에 걸고 두 번째 구간 1487m를 내려간다. 같은 방식으로 세 번째 구간 967m를 내려간다. 금오산 입구 매표소에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안전모자와 도르래 등 장비를 받아 25분간 승합차를 타고 금오산 정상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다. 최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해 중국대사관 관계자 10여명이 하동군을 방문해 금오산 집와이어를 체험했다. 추 대사는 “평소 모험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금오산 집와이어는 주변 경치가 멋져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칭찬했다. 집와이어는 어린이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지난달 경기도에서 온 85세 남성이 최고령 탑승자 기록을 세웠다. 대구에 사는 70대 중반 부부는 처음 집와이어를 탈 때, 출발대에 좀처럼 서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다 탑승을 끝낸 뒤에는 금오산 집와이어 매력에 끌려 지금까지 6번을 탔다고 한다. 하동군과 집와이어 운영회사 측은 탑승자가 몰리자 지난 2월 하강 장비와 시설을 확충했다. 하루 200명 넘게 탈 수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탑승자가 평일 180여명, 주말에는 250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28일 집와이어 출발지에서 구경하던 40대 남자는 “나와 아내는 겁이 나서 집와이어를 타지 못하는데 75세 장모가 초등학생인 외손자·외손녀와 함께 타겠다고 해서 출발하는 것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통영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여전한 인기 개통 10년을 맞는 통영시 미륵산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의 인기는 여전하다. 한려수도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미륵산(461m)을 오르내린다. 하부역(48m)에서 정상 근처 상부역(385m) 사이 1975m 선로를 8인승 곤돌라 48대(1대는 화물용)가 자동으로 순환하며 시간당 800여명을 수송한다. 상부역까지 10분쯤 걸린다. 상부역에서 20분쯤 걸어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공원 다도해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정상에서 직선거리로 90㎞쯤 떨어진 대마도를 비롯해 105㎞ 떨어진 지리산 천왕봉도 볼 수 있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뒤 누적 탑승객 1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천 바다케이블카와 거제 관광모노레일은 새해 첫날 각산과 계룡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도록 새벽 시간에 해맞이 케이블카를 운행할 계획이다. 통영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는 미륵산 정상에서 새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해마다 1월 1일 해맞이 케이블카를 운행한다. 글 사진 통영·사천·거제·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울산옹기박물관 ‘동아시아 옹기’ 특별전 개최

    울산옹기박물관이 4일부터 오는 12월 2일까지 ‘동아시아 옹기, 자연을 닮은 그릇’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3일 울산옹기박물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세계 41개국의 도기 647점 중 특색 있는 유물을 선별해 대륙별로 살펴보는 ‘세계도기 특별전’ 시리즈 중 두 번째 기획전이다. 전시는 3부로 나눠 한·중·일 옹기의 독특한 양식을 각각 비교하고 동아시아 생활문화 속에서 꽃 핀 옹기의 역사와 특징을 탐색한다. 1부 ‘한국의 옹기’는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와 다양한 문양을 입힌 우리나라 옹기의 조화가 엿보이는 공간이다. 추상적인 문양이 장식된 대형 옹기를 빈 곳에 단독 설치해 현대적인 설치미술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2부 ‘일본의 옹기’는 아기자기한 옹기를 모래 정원과 함께 설치한 공간이다. 일본 특유의 고요한 정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3부 ‘중국의 옹기’는 큼직하고 넉넉한 옹기와 군자를 상징하는 대나무의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옹기박물관 관계자는 “동아시아 옹기는 서로 다르면서 각각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담고 있다”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옹기의 소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참모습을 보여주려고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공무원대나무숲] 적극행정 바란다면

    “이래서 ‘공무원은 답이 없다’고 하는구나.” 공무원이 된 뒤 처음으로 정기감사를 받다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고참 대부분은 문제가 생기면 이를 빠져나가기에 급급한 ‘소극행정의 달인’이었다. 하지만 뭔가 소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일하던 선배는 시도 때도 없이 감사장에 불려다녔다. 그가 하늘을 쳐다보며 착잡한 표정으로 피우던 담배 연기처럼 선배의 열정도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일 벌이면 감사만 늘어나는 문화 일반 민간기업에서는 일을 많이 하면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공무원은 되레 감사받을 사항만 늘어난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감사도 받지 않아 징계로 인한 벌점이 없다. 공직사회에서는 ‘열 개 잘하고 하나 잘못한 사람’보다 ‘아무 일도 안 해서 징계가 없는 사람’이 승진에 유리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부처에서 필요한 장비를 사려고 알아보던 중 유명 업체가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전시회 때 장비를 몇 번 가지고 나간 것이 전부인 사실상 새 제품을 절반 값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경기가 워낙 나빠 하루 빨리 처분해 현금화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업체 사장은 “원한다면 각서도 쓰고 보증기간도 두 배로 늘려주겠다”고 했다. 우리 예산으로 사려던 것보다 성능이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서 업무를 추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런 거래를 책임질 수 있는 이가 한 명도 없어서였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좋은 제품을 싸게 샀다고 상 받았을 일이지만 공무원 조직은 달랐다. # 아이디어 내라면서 실패 땐 문책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 분위기에서 톡톡 튀는 생각이 나올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새 정부 정책 상당수가 과거에 추진했던 일들을 제목만 바꿔 재탕하는 것 아닌가. 공무원에게서 좋은 생각이 자라게 하려면 ‘선한 동기로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빠도 문책하지 않는다’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공무원에게 ‘실패’란 바로 감사 대상이자 공직 생활을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창의정책 첫걸음은 조직 유연성 개인적으로 늘 상상하는 것이 있다. 뭔가 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 감사부서에 “규정에는 없지만 이런 일을 해도 되냐”고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이에 감사부서는 “이런 방식으로 처리해보라”며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감사부서가 조언한 대로만 일하면 나중에 결과가 나빠도 문책받지 않는 안정적 시스템을. 이렇게만 된다면 국민을 감동시킬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책들이 대거 쏟아지지 않을까. 고용노동부 한 주무관
  • [公슐랭 가이드] 계곡 벗삼아 봄을 맛보다

    [公슐랭 가이드] 계곡 벗삼아 봄을 맛보다

    관악산 자하청류 절경 보고 있노라면 순두부찌개·비빔밥도 최고의 진수성찬직장인은 대부분 날이 덥거나 추울 때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청하거나 인터넷 바다를 서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건강을 위해서 걷기동아리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죠. 그러나 갖은 봄꽃이 울긋불긋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요즘, 밖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봄 풍경이 아름다운 곳, 입맛을 돋우는 맛집을 찾아 떠나곤 합니다.# 점심시간 등산로 10여분 걷다 보면 ‘향교집’ 관악·청계산이 감싸 안은 경기 과천은 빼어난 자연환경만큼이나 유명한 맛집이 많은 전원도시입니다. 과천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나름 점심 때를 멋지게 보내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한 방법으로 직장 동료와 여유롭게 걸으며 대화도 나누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점심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관악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밤나무와 은행나무, 대나무는 멋진 경관을 연출합니다. 10여분 정도 걷다 보면 과천의 명소이자 조선시대 지방교육기관인 향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옆에 자리잡은 향교집 등 네 곳의 식당은 제각각의 특색 있는 맛으로 등산객과 직장인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이 가운데 향교집 점심 메뉴는 순두부찌개, 돌솥비빔밥, 김치·된장찌개로 아주 소박합니다. 별미로 빈대떡과 파전, 오리백숙, 닭백숙을 즐길 수도 있는 아늑한 곳입니다. 값비싸고 기름진 음식은 아니지만 문밖에 펼쳐진 자하청류계곡의 절경은 음식의 맛을 한껏 더합니다. 과천 8경 중 하나인 이곳은 관악산 자하동 중 절경을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자하 신위, 추사 김정희 등 많은 묵객이 시를 짓고 암각문을 남긴 명소입니다. 봄에는 벚꽃을 감상할 수 있고, 여름에는 졸졸졸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에 더위를 식히며, 가을엔 만산홍엽의 정취에 취하고, 겨울에는 하얗게 쌓인 눈이 만든 선경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이런 곳에서 정겨운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는 정갈한 음식과 후식으로 나오는 계절 과일은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죠. 맛있는 음식과 신선한 자연으로 찾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곳으로 과천시민과 직원들뿐만 아니라 등산객에게도 유명한 곳입니다.# 제철 조갯살 넣은 순두부… 해산물 듬뿍 파전 뚝배기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조갯살과 오동통한 버섯이 감칠맛을 더하는 펄펄 끓는 순두부찌개에 계란 탁~! 담백한 맛이 정말 일품입니다. 또 뜨겁게 달궈진 돌솥에 기름진 밥과 예쁜 색의 각종 나물 넣어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뿌리고 계란 프라이 하나를 정성껏 얹으면 준비 끝. 각자 취향에 맞게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맛이 그만입니다. 이와 함께 나오는 우렁된장찌개를 곁들여 먹으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여기에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빈대떡이나 파전 하나 추가하면 정말 기가 막히죠.착한 가격에 신선한 반찬, 여기에 주인의 정성이 가득 담긴 관악산에서의 점심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 맛입니다. 점심시간 가벼운 산책이나 등산을 하다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이곳을 힐링의 장소로 추천합니다. 꼭 한번 와 보세요. 김윤석 주무관(과천시 기획감사담당관실 홍보팀)
  • [열린세상] 남북 정상회담과 막말의 유혹/김종면 언론인

    [열린세상] 남북 정상회담과 막말의 유혹/김종면 언론인

    박완서의 소설 중에 ‘재이산’(再離散)이라는 단편이 있다. 이산가족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가족 간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가 이산가족찾기운동을 “휘황한 거국적 쇼”라고 냉소적으로 규정한 데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에서 가족의 상봉은 이질감의 확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시 만난 가족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만난 어떤 사람과도 닮지 않은” 사람들일 뿐 환상 속에 그리던 살가운 가족은 아니다. 마음속에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는 이 가족 아닌 가족의 재회는 이산의 아픔 위에 재이산의 고통까지 얹어 주는 반갑지 않은 사건이다. 이것은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70년 넘게 남북으로 흩어져 살아온 ‘분단민족’인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광복절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전망이다. 비단 이산가족뿐만 아니다. 남북은 언제 어디서든 만나야 한다. 자주 만나야 서로 통하고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소설에서처럼 상봉이 오히려 짐이 되는 ‘재이산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보수정권 9년 동안 남과 북 사이에 ‘대결’은 있었지만 이렇다 할 ‘만남’은 없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내용과 형식에서 그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줄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얼마나 공고히 하고 그것을 명문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회담 후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확인한 선언적 수준의 합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식이나 기한 등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그런 지적도 나올 만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폐기와 관련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는 식의 ‘단판승부론’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 확대 등에 방점이 찍힌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는 구분된다. 정치·군사적인 현안,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북핵 문제는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근본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타결될 수 있다.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현 단계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라 할 만하다. 남북이 비핵화와 평화의 새 시대를 선언하고 이행 의지를 천명한 만큼 이를 실천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 합의가 과거처럼 정부가 바뀌면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의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역사의 흐름을 애써 거스르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 남북 정상회담은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이 걸린 국가적 대사다. 정파의 이해 혹은 사사로운 애국심에 사로잡혀 딴죽을 걸 일이 아니다. ‘나홀로 소신’에 빠져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막무가내로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세계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강변한다. “미국은 이런 유의 위장 평화회담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곧 있을 북ㆍ미 정상회담까지 넘겨짚으며 마치 회담이 결렬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한 위험한 말을 내뱉는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일관되게 대북 제재를 집행한 결과 어쩔 수 없이 두 손 들고 나온 김정은” 운운하며 생뚱맞게 ‘보수정권 공적론’을 설파하는 인사도 있다. 아무리 여론의 질책을 받아도 이들은 ‘도덕적 확신범’인 양 당당하다. 남북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성 막말을 일삼는 이들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위한 역사의 일보를 내디뎠다. 합의보다 중요한 게 실천이다. 대나무가 마디를 하나씩 만들어 가듯 그렇게 차근차근 이뤄 나가야 한다.
  • 볼거리 즐길거리 창창한 문화예술축제 부천 ‘복사골 예술제’ 향연

    볼거리 즐길거리 창창한 문화예술축제 부천 ‘복사골 예술제’ 향연

    경기 부천의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복사골 예술제’가 시청 잔디광장과 중앙공원 일대에서 다음 달 4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26일 부천시에 따르면 제34회 복사골 예술제는 ‘창창한 YOU’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5월 4일 시청 특설무대에서 개막식을 펼친다. 브라스밴드 오리엔탈쇼커스 무대와 전순희여울무용단 공연 ‘춘향’에 이어 독보적인 음색을 갖춘 아티스트 소찬휘가 개막식 피날레 장식할 예정이다. 화려한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설치미술작품을 만드는 ‘시민의 꿈 픽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춤의 축제 복사골무용제가 5일 저녁 7시 부천시청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라스샬루이 서성희무용단은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밸리댄스 공연으로 눈길을 끌 예정이다. 품격 있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복사골합창제와 관현악축제가 5~6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된다. 1980년 5월의 아픔을 그린 복사골 연극제 ‘소풍가는 날’은 7일 시청 어울마당에서 진행된다. 전문 예술단체의 공연뿐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색다른 공연이 마련돼 있다. 중앙공원 특설무대에 마련된 ‘복사골 프린지’ 무대에서는 생활문화예술 동호회와 학교 동아리팀이 댄스 등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낭송회와 시민노래경연대회도 준비된다. 5일 시청 특설무대에서는 마술콘서트가 열린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마술쇼로 어린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같은 날 어린이 가족 뮤지컬 ‘그 아비 사람 잡네’가 부천시청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이와 함께 점토 만들기 대회를 비롯해 119안전체험과 페이스페인팅, 석궁, 목검, 대나무활 만들기, 설탕공예, 도자기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즐길 수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공무원대나무숲] 공직 변화·안전 막는 “가만히 거기 있으라”

    “가만 가만 가만히 거기 있으라. 잊으라고만 묻으라고만 그냥 가만히 거기 있으라.” 최근 서울 종로에 있는 한 극장에서 세월호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이러한 가시가 담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 노래는 나를 눈물과 함께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바다로 데려갔다. 그날 공무원들은 통계를 뽑느라 “몇 명이 탑승했나요?”, “지금 현재 몇 명이 구조됐나요?”라며 사고 현장에 전화해서 닦달했을 것이다. 그날 고위 공무원들은 실무 공무원들이 만들어온 보고서를 대통령께 보고할 예쁘고 품격 있는 보고서로 만드느라 수정하고 또 수정했을 것이다. # 4월 16일, 그들은 왜 가만히 있었나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 안전행정부 장관이 나서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아이들부터 구조하고 보고서는 나중에 만들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왜 그들은 그리도 가만히 있었을까. 추측건대, “나서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 “명령에 복종하라”, “공무원은 보고서로 말하는 거다” 등에 익숙했기 때문에 괜히 나서서 뭘 하다가 잘못되면 혼날까봐 다들 몸을 사리고 ‘어떻게’가 빠진 보기 좋은 보고서를 쓰는 것에 매달린 것은 아닐까. # 왜? 라고 물으면 찍히는 조직문화 공무원 조직에서 상사에게 ‘그 일은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질문하거나 궁금증을 갖기라도 하면 능력이 없거나 매사에 부정적인 직원으로 찍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많은 공무원들은 절대 “왜?”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가만히 지시에 따라 대통령, 장관, 차관, 실·국장에게 보고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게 일의 전부다. 또 보고 받은 이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게 일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20년 넘게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가끔은 그렇게 착각하며 그런 천박한 시간과 상황에 동참해 왔고, 2014년 4월 16일 비로소 그날에야 그런 공무원인 내가 너무 부끄럽고 싫었다. # 가만 있으면 안전 대한민국은 없다 세월호 참사 후 4년이 지났다. 촛불 혁명이 대한민국의 정권을 바꾸었지만 공무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공무원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2014년 바로 그날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없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가만히 있지 말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궁금하면 “왜?”라고 할 수 있는 용기(당연한 것조차 용기가 필요하다니 씁쓸하지만)를 내면서 본연의 일을 제대로 잘하는 그날, 우리는 비로소 안전한 대한민국에 살 수 있지 않을까. (前 안전행정부 공무원)
  • [공무원 대나무숲] 시간선택제 임기제는 왜 수당·교육서 제외하나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공무원 사이에서도 생소한 직급이다. 부서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일하는 일반 공무원이 보기에 하루 7시간, 한 시간 일찍 퇴근해서 부러워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 초과근무해도 예산 없으면 안 줘 퇴근 시간 5시. 똥줄이 타도록 일했는데 업무는 아직도 남았다. 그래도 주섬주섬 가방을 싸고 퇴근한다. 시간선택제 임기제는 원칙적으로 초과근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이 없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20시간 이내에서는 초과근무를 인정해줬다. 그런데 정원 외 인력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예산이 없으면 못 준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부서장은 아는지 모르는지 업무 조정은 없다. 수요일과 금요일 여성가족부가 정한 ‘가족 사랑의 날’에는 모든 공무원은 정시 퇴근해야 한다. 초과근무를 해도 인정하지 않는데 예외로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업무를 하는 직원의 경우는 수요 조사를 통해 수당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선택제 임기제는 수요조사 대상에서부터 제외된다. 그래도 업무 조정은 없다. # 각종 혜택 차등… 고용 불안까지 공무원법에 적용받지만 공무원 연금은 받지 못한다. 복지포인트에서도 차이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출장비, 맞춤형 복지 등 근무시간과 무관한 분야는 100% 지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절반만 받았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본인이 절반만 받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교육에서 차별을 받는 일도 있다. 모든 공무원이면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놓고 신청자가 넘치면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을 제외한다. 직급이 높아도 일반 공무원이나 임기제 공무원이 우선이다. # 일한 만큼 인정받고 차별 없길 시간선택제 임기제는 1년 혹은 2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갱신하는데 최장 5년까지 임용이 가능하다. 2년 이상 같은 업무를 하는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공공무분 정규직 전환 대상에도 들지 못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의를 목적으로 채용했다가 재계약을 안 하면 그만이다. 대부분의 공무원이 초과근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업무에 치인다. 당사자이기 때문에 업무 중에 불합리한 점은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하지만 시간선택제 임기제는 문제를 제기해도 원칙과 예산을 내세우며 어쩔 수 없다고 할 뿐이다. 최근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들로 구성된 전국비정규직공무원노조가 출범했다. 목소리를 낼 창구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어렵게 시험에 합격한 일반공무원들과 똑같은 처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동안은 차별 없이 일한 만큼 인정받기를 바랄 뿐이다. 자치단체 한 시간제 공무원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동백꽃이 고결하고 어여쁘니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동백꽃이 고결하고 어여쁘니

    올해 제주 4·3이 70주년을 맞는다. 그날의 공포와 고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생존자들도 사실상 마지막 생애 주기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70주년을 맞아 제주 4·3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념사업위원회에서는 증언 본풀이 마당, 캘리그래퍼 특별전, 네트워크 프로젝트, 4·3 평화기행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동백꽃을 달아주세요’라는 행사를 통해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 간 4·3 영혼들을 기억하기 위해 동백꽃을 디자인해 만든 4·3 배지를 다는 의미 있는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필자도 애월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이 디자인한 4·3 동백꽃 배지를 4ㆍ3 희생자 및 유족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가슴 한편에 소중하게 달고 있다. 제주도 동백꽃은 맵찬 제주 특유의 겨울바람을 견뎌내선지 어느 섬의 것보다도 붉다. 그런데 옛 어른들은 이 동백꽃이 봄에 한 번에 다 피면 풍년이 들고, 두 번에 나누어 피면 평년작이고, 세 번 이상 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70년 전 제주 섬에서는 무고한 양민 3만여명이 죽어갔던 것으로 보아 어쩌면 동백꽃이 세 번 이상 계속 피면서 피로 젖은 세월을 예고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성당에 갈 때마다 천주교 제주교구 주보에 실린 강우일 주교님의 ‘4·3을 생각하다’라는 연재물을 읽는다. 주교님은 1944년과 1946년의 제주도 인구가 일본에서 귀향한 도민들 때문에 21만명에서 27만명으로 급등했지만 1944년에 26만석이던 보리 수확이 대흉년으로 1946년에 8만석밖에 안 되었던 것도 4·3을 야기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이로 미루어 당시 제주 섬에는 동백꽃이 세 번 이상 피었음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을 동백꽃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과 닮았다고 하여 춘사(椿事)라고 한다. 그래서 동백꽃은 불길함과 급사(急死)를 상징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유배인들이 가장 싫어했던 꽃이 동백꽃이기도 했고, 어떤 유배인은 유배지 주변의 동백나무를 모두 잘라 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고 보면 제주 4·3이야말로 춘사였음이 틀림없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학살로 3만여명이 죽어갔으니 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기에 제주 4·3의 상징으로 동백꽃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동백꽃은 불길함과 급사의 상징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식에서는 동백나무를 대나무와 함께 항아리에 꽂아 놓는데 동백나무 모양이 단정하고 열매가 많이 열려 가문과 자식의 번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임신이 어려운 여성의 볼기를 동백나무 가지로 치면 아기를 낳는다는 속신도 있었고, 귀한 사람을 맞이할 때는 동백꽃으로 꽃꽂이를 한다고도 했다. 한편 꽃이 시들지 않고 통째로 떨어지기 때문에 동백꽃은 절조와 의지를 상징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제주 4·3의 상징을 동백꽃으로 삼은 이유가 비단 불행했던 춘사(椿事)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제주 도민의 절조와 의지를 말하고 싶고 나아가 자손만대 제주도의 번창을 천명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4·3 동백꽃은 제주 4·3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일찍이 성삼문은 동백꽃을 두고 ‘고결하기는 매화와 나란히 하고(高潔梅兄行) 어여쁘기는 더러 그보다 낫구나(嬋娟或過哉)’라고 했는데 70주년을 맞는 제주 4·3의 의미와 정신 또한 상징인 동백꽃처럼 그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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