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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천 교수 “기후위기 대응, 역대 정부 중 이번 정부가 가장 못해”

    최재천 교수 “기후위기 대응, 역대 정부 중 이번 정부가 가장 못해”

    “역대 정부들도 그리 잘하진 못했지만, 이번 정부는 너무 못하는 거 같습니다.” 최재천(70)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쓴소리를 날렸다. 최 교수는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최재천의 곤충사회’(열림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환경 관련 연구소를 많이 만들었고, 정책도 발 빠르게 만들지만, 정작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한 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 직접 겪은 굴욕도 소개했다. 당시 의장을 맡았을 때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도 않는 나라인데, 한국인이 의장을 하느냐’는 지적이 나와 각국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단에서 내려오는 수모를 두 번이나 겪었단다. 최 교수는 “한국은 ‘기후깡패’나 ‘기후얌체’라고 불리는데, 제가 보기엔 ‘기후바보’ 같다”면서 “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면 나중에 반도체도 자동차도 팔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빨리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신간은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로서 통섭적 연구 토대를 마련하고 사회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온 최 교수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했던 강연을 추려 묶었다. 미국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삶과 연구 이력, 생각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최 교수는 하버드대 교수 제안을 받고도 1994년 서울대에 오게 된 사연을 이날 소개했다. 당시 한국에 들어올 때 한국에 대한 특집 기사가 담긴 ‘네이처’ 잡지를 가방에 넣어왔다. ‘한국 과학기술에 동이 텄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연구비를 온전히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대기업은 응용과학에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아, 정부가 이제 기초과학에 투자하겠구나’ 기대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카르텔’을 운운하며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을 두고 “우리 정부가 국민 총생산 대비 연구비 투자가 세계 최대라 자랑하지만, 규모가 30조원에 그친다. 하버드대만 해도 50조가 넘는다. 300조로 늘려도 시원찮을 마당인데 그것마저 깎았다”면서 “솔직히 그때 귀국하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2019년 세계 동물행동학자 500여명을 이끌고 총괄 편집장으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을 편찬한 일을 두고 “제자들이 다양한 동물에 대해 훌륭한 연구를 해줬기 때문에 편집장을 맡을 수 있었다. 어느덧 학계에서 다양한 동물을 깊이 있게 연구한 사람이 됐다”면서 “백과사전을 완성하고는 정말 많이 울었다”고 제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학자이면서도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것에 대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던 일들이 제법 있다. 당시에는 아무 효과 없을 것 같은 느낌으로 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게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집단적 현명함을 갖춘 나라라는 게 코로나19 겪으면서 밝혀졌다. 당시 ‘며칠만 집에 있어 달라’는 말에 총 들고 나와서 ‘자유를 구속하지 말라’ 했던 미국은 과학의 영역을 이해 못 하는 민도가 낮은 나라이고, 우리는 모두가 다 알아듣고 기꺼이 따랐다. 나 같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노력하면 대다수가 이를 품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며 “이런 게 대한민국 국민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책은 인간과 다른 듯 닮은 사회성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최 교수는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방법으로 ‘생태적 전환’을 제시한다. “아주 어렸을 적엔 제비가 많았지만 못 본 지가 오래됐다. 제비가 먹을 곤충들의 종뿐 아니라개체수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조만간 새들이나 작은 동물이 대한민국에서 대규모로 멸종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자연을 보호하는 게 우리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책의 맺음말에서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힌 인류를 향해 “호모사피엔스(현명한 인간)라는 자화자찬은 집어던지고 호모심비우스(공존하는 인간)로서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기’를 꼽았다. “우리 삶을 좀 더 나아지게 해달라고 투표로 뽑고 월급도 주지만 여의도에 계신 분들은 눈 뜨고 있는 순간 싸움만 하는 거 같다” 꼬집고 “토론의 ‘토’의 한자가 ‘두들길 토’라고 생각해 싸움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깊이 생각할 ‘숙’자를 써서 ‘숙론’을 하자고 제안한다. 합의점을 찾아내고 성숙의 단계를 거치면 대한민국은 참 멋있는 사회가 될 거 같다. 은퇴 후 그걸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 ‘성과급 더 달라’ 불만… 노사갈등 커지나

    ‘성과급 더 달라’ 불만… 노사갈등 커지나

    “성과급을 더 달라”는 직원들의 요구에 재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연초에 전년도 실적 등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성과급 액수와 책정 방식을 두고 여러 대기업에서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차와 기아는 특별성과급을 두고 노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동조합은 각각 지난 2일과 7일 사측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13일 밝혔다. 반면 사측은 “아직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등에선 현대차의 이번 성과급이 연봉의 50~6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등 기대 섞인 소문이 퍼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조합원은 지난해 9000여명이었지만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지난해 12월말 이후 이날 현재 1만 7425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삼성전자 DS부문 직원은 거의 매년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받았는데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DS부문 연간 적자가 15조원에 육박하면서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자 불만이 폭증해 노조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2024 임금 교섭에 들어간 네이버 노조도 사측에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수년 간 영업이익에 비해 성과급이 적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있어 왔다. 노조는 성과급 책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사측이 책정한 성과급 재원이 작다고 판단되면 적극 항의하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성과급 360%가 적다며 이날도 1인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직원 1700여 명이 모금해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3.5t 트럭과 스피커를 이용해 시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LG이노텍 노조도 지난 2일 35년 만에 상경 투쟁을 벌이며 ‘성과급 산정 방식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실적이 반토막난 정유업계는 성과급 지급을 둘러싸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실적이 직전 연도보다는 줄었지만 평년에 비해 나쁘지 않은 만큼 성과급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번주 노사가 만나 성과급 지급 범위를 협의하는 에쓰오일은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3%나 줄어든 점을 강조하는 반면 직원들은 기본급의 700~800% 지급을 기대하고 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필요하지만 기업 이익 잉여금을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퍼주고 보자는 식의 성과급 문화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상에 민감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성과급 확대 요구를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업들은 이익이 나도 잉여금으로 쌓아두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측은 좀 더 성과급 지급 조건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조나 직원들도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실력 행사나 ‘노이즈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녀 경영수업 중… 승계 포석 관측도[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자녀 경영수업 중… 승계 포석 관측도[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에코프로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창업주 이동채(65) 전 회장이 있다. 202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 전 회장→지주사 에코프로→사업 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이 전 회장의 아들 승환(35)씨와 딸 연수(33)씨는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승환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2018년 초 에코프로에 과장급으로 합류했다. 2022년 12월 상무로 승진한 뒤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했다가 이듬해 4월 지주사로 옮겨 미래전략본부를 이끌고 있다.연수씨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에코프로파트너스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상무로 승진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돈이 없어서 기업 못 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는 이 전 회장의 의지로 2020년 7월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 대표도 이 전 회장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경북테크노파크 원장을 지낸 이재훈(65) 전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에게 맡겼다. 승환씨와 연수씨의 지주사 지분율은 각각 0.14%, 0.11%로 낮지만 승계가 본격화되면 가족회사 데이지파트너스(옛 이룸티엔씨)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전 회장과 부인 김애희(61)씨가 각각 20%, 승환씨와 연수씨는 각각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씨와 연수씨의 남편 이강혁(에코프로 이사)씨는 각각 데이지파트너스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데이지파트너스가 주목을 받는 건 지주사 에코프로(4.81%), 핵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3.99%), 에코프로머티리얼즈(0.58%)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에코프로비엠 지분 가치만 9500억원이 넘는다. 이 회사는 최근 공익재단 설립 과정에서 전면에 등장했다. 이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데이지파트너스 지분을 토대로 약 10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의 고향 친구이자 에코프로와 포항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조현건(전 포항시 투자유치전문관) 데이지파트너스 대표가 공익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 상고 나와 은행원·회계사… 뚝심으로 이차전지 왕국 일군 ‘흙수저’[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상고 나와 은행원·회계사… 뚝심으로 이차전지 왕국 일군 ‘흙수저’[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우리 일흔 살 되면 여행 가자.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자고.” 경북 포항시 대송면의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난 이동채(65) 전 에코프로 회장은 해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정기 모임을 가질 정도로 고향 친구를 챙겼다. 에코프로 본사는 충북 오창에 있지만 포항에 공장을 짓고 이 전 회장 모친도 여전히 고향집에 살고 계셔서 자주 동네를 들렀다고 한다. 친구들은 이 전 회장이 통이 크다고 했다. 동창회에서 단합대회를 하면 거금도 선뜻 냈다. ‘흙수저’에서 성공한 기업가로 변신한 그가 포항을 마지막으로 찾은 건 지난해 봄이었다. ●‘인백기천’ 정신으로 과감한 시도 지난달 29일 대송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정해창(66) 대송이장협의회장은 이 전 회장이 어렸을 적에도 똑똑했다고 기억했다. 이 전 회장과 남성초 동창(15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 회장은 “그때는 58년 개띠(1차 베이비붐 세대)가 학교에 막 들어갈 때라 한 반에 60명씩은 됐다”면서 “이 전 회장은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이 반장을 시켰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포항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뒤 대구상고에 진학했다.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남대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에 취직했다가 그만두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계 사무소를 운영하다 의류 사업에 뛰어든 건 1990년대 중반 즈음이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쓴맛을 본 그는 1998년 10월 흡착제, 케미컬 필터 등을 개발하는 환경 사업에 재도전했다. 사업이 아무리 어려워도 굴하지 않았던 이 전 회장은 ‘인백기천’(人百己千)이라는 사자성어를 즐겨 썼다고 한다. ‘남이 100번 노력하면 나는 1000번 노력한다’는 뜻으로 이 사자성어는 지난해 10월 창립 25주년 기념식에도 등장했다. ●성공 비결은 연구자 무한 신뢰 기술을 몰랐던 이 전 회장의 무모한 도전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건 연구자에 대한 무한 신뢰 덕분이다. 이 전 회장은 1999년 초반 시료 분석을 맡았던 한국화학연구원의 박용기(59·저탄소화학공정융합연구단장) 박사에게 “고맙다”며 “과제(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젊은 연구원이었던 박 박사가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전 회장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반도체 클린룸에 들어가는 케미컬 필터를 개발하는 등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 사업이 어려워진 이 전 회장은 새 아이템을 찾아야 했다. 박 박사도 발 벗고 나섰다. 박 박사가 제일모직에 다니고 있던 카이스트(KAIST) 선배와 아이템을 논의하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길이 열렸다. 에코프로가 2004년 이차전지용 양극소재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2년 뒤 제일모직이 양극재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이 전 회 장이 관련 기술과 설비를 인수했다. 지금의 에코프로가 있게 된 결정적 장면이다. 당시 제일모직에 다녔던 박 박사의 선배는 이 인연으로 향후 에코프로 식구가 된다. 에코프로 모태라 할 수 있는 환경 사업을 맡고 있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의 김종섭(63) 대표다. 이 전 회장은 박 박사도 영입하려고 했지만 박 박사는 연구자로 남겠다고 했다. 대신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의 최문호(50) 박사가 2004년 에코프로에 합류했다. 양극재 개발에 나섰던 이 전 회장은 당시 서른 초반이었던 최 박사에게 “책임지고 한 번 해보라”며 판을 깔아 줬다. 당시만 해도 리튬이차전지용 양극소재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는 상황이었다. 기술 격차도 컸다. 그러나 묵묵히 연구에 매진했던 최 박사가 2~4세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개발하고 상용화를 해냈다. 자신의 30대와 40대를 온전히 양극재 개발에 쏟은 최 박사는 2022년 에코프로비엠 개발총괄 대표에 올랐다. 에코프로 내부에선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경영 신화 썼지만 아쉬운 퇴장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사업을 일으킨 이 전 회장은 ‘오창 최고경영자(CEO) 골프회’ 멤버로 오창산단에 입주한 기업 대표들과 친분이 두텁다. 사업 초반 어려웠던 시절부터 서로 돕고 의지했던 사이라 끈끈함이 남다르다고 한다. 매달 첫 번째 월요일 모임을 갖는데 요즘에도 11~13팀이 나올 정도다. 이 전 회장도 개근 멤버였다. 오창산단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명재(67) 명정보기술 대표는 “이 전 회장이 포항으로 초청해 다 같이 간 적도 있다”면서 “본인이 고생을 했기 때문에 남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김철영(60) 미래나노텍 회장, 한영희(65·전 오창산단관리공단 이사장) 테스트테크 대표, 안혁(63) 대원정밀 대표도 골프회 멤버로 이 전 회장과 ‘형님, 동생’ 하며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경상도 말투에 목소리가 커 어딜 가나 눈에 띄었던 이 전 회장은 대기업 회장이 돼서도 주변을 잘 챙겨 지역사회에선 평가가 좋았지만 지난해 실형이 확정되면서 많은 이에게 충격을 줬다. 이 전 회장은 2022년 3월 공장 화재와 내부자 거래 의혹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으며, 지난해 5월에는 미공개 정보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 상장 16년 만에 매출 7조… 코스닥 대장주로 뜬 ‘에코프로 신화’[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상장 16년 만에 매출 7조… 코스닥 대장주로 뜬 ‘에코프로 신화’[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전구체 경쟁 격화로 사업성 악화하이니켈 양극재 기술 개발 총력배터리 셀 강자 소니에 공급 성과발 빠른 생산설비 확충 시장 선점포항에 모든 생산 시설 한데 모아물류비 절감·생산 효율성 극대화헝가리·캐나다로 생산기지 확장 “이제 에코프로는 오창과학산업단지 송대리 어느 구석에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 2019년 1월 에코프로 창업주인 이동채(65) 당시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더이상 중소기업이 아니다.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가는 한 해가 되지 않겠나”라며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니라고 했다.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외길을 걸어온 1세대 벤처기업인의 자신감이 묻어난 신년사였다. 그는 장자에 나오는 ‘붕정만리’(鵬程萬里·붕새가 만리 하늘을 단숨에 날다)를 언급하며 다함께 원대한 꿈을 갖고 멀리 날아가 보자고 했다. 붕새를 꿈꾼 이 전 회장은 지난해 수감되면서 도약의 날개를 접었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회사는 그의 말처럼 오창에서 경북 포항을 찍고 헝가리, 캐나다로 뻗어나갔다. 코스닥에 상장된 에코프로(시가총액 2위)와 에코프로비엠(1위)은 대장주로 우뚝 섰다. 에코프로는 주당 가격을 5분의1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추진하고 에코프로비엠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의 이전 상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소니를 붙잡다 1998년 설립된 에코프로가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올라선 건 2015년이다. 2007년 코스닥 상장을 하고도 8년이 지난 시점이다. 그사이 에코프로는 큰 위기를 겪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양극재 생산설비 증설에 쏟았지만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인 전구체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라인을 돌리면 돌릴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에코프로는 전구체 대신 하이니켈(니켈 함량 80% 이상) 양극재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험을 건 셈이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임원들과의 대책회의에서 “이대로 가면 우리가 죽는다. 세계에서 배터리 셀을 가장 잘 만드는 일본 소니를 뚫자”고 했다. 사즉생의 각오로 임한 에코프로는 소니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이 업체가 요구한 기술 문턱을 넘기 위해 품질 수준을 계속 끌어올렸다. 결국 합격점을 받아냈고 2013년 8월 소니에 하이니켈 양극재를 시험 공급했다.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한 에코프로는 이때부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하이니켈 양극재 수출량은 약 10만 7000t으로 소니에 첫 수출한 이후 10년 만에 연간 수출 10만t을 돌파했다. 올해 하이니켈 양극재 수출량은 약 12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폐배터리 재활용시설까지 한 곳에 에코프로가 매출 1000억원에서 2021년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양극재 시장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생산 설비를 빠르게 늘려나간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포항 북구 영일만 산업단지에 ‘양극재 생태계’도 구축했다. 양극재 생산 공정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한데 모아 놓으면 원가 경쟁력을 낮추고 물류비도 절감시키며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전 회장은 2016년 임원들과의 토론회에서 “배터리 소재에 들어가는 비용이 100이라면 우리가 60~70을 컨트롤해야 한다. 나머지 30은 광물이라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포항캠퍼스는 부지 면적만 49만 6000㎡(약 15만평)로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이엠(삼성SDI 합작사),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수산화리튬을 가공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에코프로씨엔지 공장이 모두 들어서 있었다. 이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의 산소와 질소는 에코프로에이피 공장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하는 구조였다. 이곳에서 연간 생산하는 양극재는 15만t으로 에코프로 연간 생산량(18만t)의 80%가 넘는다. 포항 3캠퍼스에 짓고 있는 에코프로이엠 8공장이 올해 상반기 준공되면 양극재 생산량은 21만 6000t이 된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장이 각각 들어서는 인근 4캠퍼스도 현재 공사 중으로 내년 하반기쯤에는 조성이 마무리된다. 4캠퍼스까지 완성되면 양극재와 전구체 생산량은 각각 27만t, 11만t으로 늘어난다. ●헝가리서 전기차 135만대 분량 생산 2021년 1조 5042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에코프로는 2년 만에 7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광물 가격 하락,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영입이익(2952억원)은 절반 넘게 줄었지만 덩치는 계속 커지고 있다. 포항 남구에 위치한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69만 4000㎡(약 21만평)의 부지를 확보했고 2028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양극재 생태계를 조성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7년 양극재 생산능력은 71만t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에코프로 측 설명이다. 헝가리 데브레첸에 짓고 있는 배터리 양극소재 공장은 내년 양산이 목표다. 양극재 연간 생산량은 10만 8000t으로 전기차 13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짓는 양극소재 공장은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약 4만 5000t의 배터리 양극재는 SK온을 거쳐 포드의 전기차에 공급된다.
  • 설날 만취해 중앙선 침범 사고…바퀴 빠지자 걸어서 도주

    설날 만취해 중앙선 침범 사고…바퀴 빠지자 걸어서 도주

    중앙선 침범해 마주오던 차량 충돌추월하려던 앞차까지 들이받고 도주2㎞ 도주하다 바퀴빠지자 걸어저 도망자동차 공장 차량 밑에 숨어있다 체포 설날 술을 마시고 뺑소니 사고를 낸 뒤 도주하다 차량이 파손돼 바퀴까지 빠지자 걸어서 도주한 30대 운전자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뺑소니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밤 11시 20분쯤 왕복 2차로인 동구 염포산터널에서 앞 차를 추월하기 위해 편도 1차로의 중앙선을 넘다가 마주 오는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는 추월하려던 앞 차량까지 들이받은 뒤 그대로 도주했다. 이 사고로 앞 차량 운전자 등 3명이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약 25분 만에 인근 대기업 자동차 공장의 차량 밑에 숨어있던 A씨를 발견해 검거했다. 검거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0%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 일행 중 1명도 이 공장 경비실에서 발견됐다. A씨는 약 2㎞를 도주하다 차량 바퀴가 빠져 도보로 도망쳐 공장 담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차량에 탔던 나머지 2명의 소재를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 경찰과 교통경찰의 효율적인 임무 분담으로 피의자를 신속히 검거할 수 있었다”며 “피의자 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기본급의 50% → 0% … 성과급에 뿔난 대기업 직장인, 연휴 이후 진통 예고

    기본급의 50% → 0% … 성과급에 뿔난 대기업 직장인, 연휴 이후 진통 예고

    지난해 반도체·전기차 등 주력 수출품의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기업들의 ‘성과급 잔치’가 주춤해지자 대기업 직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예년보다 얇아진 성과급 봉투를 받아들게 된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이 줄을 잇는가 하면 트럭시위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조합원 수가 지난 5일 기준 1만 6600여명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명)의 약 14% 수준이다. 지난해 9000명 수준이었던 전삼노 조합원 수가 급증한 것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중심으로 터져나온 성과급 불만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지난해 12월 말에 노조원이 처음 1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한달 여만에 66%가량 증가했는데, 특히 DS부문 조합원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DS부문의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은 연봉의 0%로,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평균 월 기본급의 12.5%로 책정됐다. DS부문은 거의 매년 OPI로 최대치인 연봉 50%를 받아왔으며 TAI는 지난해 상반기 25%를 받았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DS부문이 지난해 14조 9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올해 성과급은 ‘언감생심’이 된 셈이다. 반면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위기 극복’의 의미로 구성원들에게 1인당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 지급을 결정하면서 DS부문의 불만에 불이 붙었다. 전삼노조가 경계현 DS부문 사장에게 격려금 200% 지급 등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과급을 둘러싼 불만에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직원 1700명이 익명 모금을 통해 오는 29일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트럭 시위’를 이어간다. 사측은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를 이유로 지난해 기본급의 870%에 달했던 성과급을 전체 평균 362%로 대폭 삭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냈지만,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사측이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차그룹 노조도 사측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며 노사 간 신경전을 예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현대차 노조에 이어 7일 기아 노조가 공문을 통해 사측에 특별성과급을 공식 요청했다. 2022년 도입된 특별성과급은 경영진 재량으로 지급하는데,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26조 734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이번 특별성과급으로 600만원에 자사주 15주(약 360만원 상당) 정도가 책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럼에도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특별성과급에 대한 어떤 제안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 14억 뜯어 가정파탄 내고 기초수급자 만든 사기꾼…피해자 옥살이까지

    14억 뜯어 가정파탄 내고 기초수급자 만든 사기꾼…피해자 옥살이까지

    “검찰 수사관이 ‘10년 전으로 시간 되돌려주면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더니 ‘똑같이 김옥순(가명·69)한테 사기 칠 거다’라고 했대요. 10년 동안 당한 것만 생각하면 몸에 힘이 빠져 죽을 지경이에요.” 약 10년간 14억 2500만원. 벌기도 힘든 돈을 옥순씨는 A(45·여)씨에게 몽땅 뜯겼다. 그사이 갖고 있던 집 6채가 모두 날아갔고, 이혼을 겪으며 가정이 파탄 났고, 지금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지인에게까지 돈을 꿔서 사기꾼에게 건넸다가 그마저도 돌려받지 못하면서 빚쟁이가 된 옥순씨는 사기죄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아 꼬박 1년을 복역하고 조기 출소했다. 현재 식당에서 일하며 몇십만원씩 빚을 갚으며 근근이 생활하는 옥순씨는 “개인파산을 신청하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인간적으로 나를 믿고 빌려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며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온갖 핑계 대며 수차례 돈 빌려가딸 대기업 취직 미끼로 돈 챙기기도10년간 14억원 이상 뜯어낸 사기꾼 옥순씨의 삶이 만신창이가 된 사건의 시작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도 한 폐광지역에서 옷 수선 가게를 운영하던 옥순씨는 2011년 종교단체 관계자의 며느리인 A씨에게 900만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았다. 그 이후부터 A씨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A씨는 어머니가 교수인데 교직원 결혼식에 낼 부조금이 모자란다, 어머니가 머리 수술을 해야 한다, 병원비가 필요하다 등 갖가지 이유를 들며 옥순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집도 잘사는데 왜 나한테 돈을 빌리느냐”는 옥순씨의 물음에 A씨는 “창피해서 못 빌린다”며 옥순씨에게 손을 벌렸다. A씨는 또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했다며 축하금을 요구하더니, 옥순씨의 딸을 아버지 회사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옥순씨의 돈을 가져가기도 했다. A씨의 말을 믿고 옥순씨의 딸은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대기업에 출근할 날을 기다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기별은 없었고 A씨는 갖은 핑계를 대며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러고는 옥순씨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파고들어 또다시 다른 대기업에 딸을 취직시켜주겠다며 돈을 챙겨갔다. 이후에도 엄마가 이혼했으니 변호사비가 필요하다, 아버지에게 돈을 증여받아야 하는 데 소송비가 필요하다는 등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 놓으며 돈을 요구했다. 그래도 옥순씨는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하겠나’ 싶어 A씨에게 돈을 건넸다. 지인 돈까지 꿔서 건넨 피해자빚더미 올라 사기죄로 징역살이도사기꾼, 울며불며 가짜 차용증 요구까지“10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사기칠 것” 그렇게 ‘거래’로 포장한 A씨의 ‘사기극’은 2021년 5월까지 약 10년 동안 지속됐다. A씨는 무려 831회에 걸쳐 옥순씨에게서 14억 2500여만원을 뜯어갔다. 결국 A씨는 갖고 있던 재산을 홀라당 잃고 이혼당했다. 지인에게 돈을 꿔가면서까지 A씨에게 돈을 건넸다가 사기죄로 고소당해 철창신세까지 졌다. 옥순씨뿐만이 아니라 옥순씨를 믿고 돈을 빌려준 지인 중 일부도 가정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A씨는 자신 때문에 사기죄로 구속 위기에 몰린 옥순씨를 찾아가 마치 옥순씨가 자신에게 3억원을 빌린 것처럼 차용증을 써달라고 울고불고하며 졸랐다. 죄를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오로지 옥순씨에게 벌인 사기 행각에 대한 수사 개시를 막기 위한 행동이었고, 옥순씨는 ‘수사가 개시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짜 차용증을 써줬다. 옥살이를 마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옥순씨는 A씨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로 고소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해 10월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과정에서 마치 자신의 아버지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꾸며 거짓말을 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 수법을 동원했고, 소득이 일정치 않은 피고인과 2011년 퇴사 후 별다른 소득이 없던 피고인의 남편이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건 피해자로부터 지속해서 돈을 가로챈 덕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지인으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고, 재산을 탕진하고 남편과 이혼하는 등 가정이 파탄 나는 상황도 겪었다”며 “무엇보다 돈을 조달하다가 사기죄로 구속되고 실형을 복역하는 돌이키기 어려운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A씨에게 양형기준상 권고형(징역 4년∼10년 6개월)의 상한에 근접하는 형의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이 사건은 오는 3월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다.
  • 기업대출 몸집 키운 하나銀, 리딩뱅크 수성

    기업대출 몸집 키운 하나銀, 리딩뱅크 수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하나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리딩뱅크’를 지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순이익 순위는 하나은행(3조 4766억원), KB국민은행(3조 2615억원), 신한은행(3조 677억원), 우리은행(2조 525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으로 리딩뱅크를 수성한 하나은행은 2위 국민은행을 2151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전년도 순이익 기준 2위였던 신한은행은 국민은행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연간 순이익 상승폭도 하나은행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3% 올랐다. 국민은행은 8.9%, 신한은행은 0.7% 상승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전년 대비 13.0% 뒷걸음쳤다. 하나은행은 총자산 597조원으로 신한은행(626조원)에 밀렸다. 국민은행이 530조원, 우리은행이 458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이 총자산 1위가 아님에도 2년 연속 리딩뱅크 수성에 성공한 것은 기업대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보다 우량 기업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리스크 관리는 물론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4분기162조 46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9% 뛰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31.5%로 크게 뛰었다. 자산건전성을 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충당금을 쌓기 전 세전이익인 충당금적립전 이익은 국민은행이 5조 9361억원으로 하나은행(5조 4534억원)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충당금 반영 결과 순위가 바뀌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은행권을 상대로 요구한 민생금융 역시 은행들의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줬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별 민생지원 금액은 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등이다.
  • “2조 영업이익에도 성과급 360%”…LG엔솔 앞 트럭 시위 이유는

    “2조 영업이익에도 성과급 360%”…LG엔솔 앞 트럭 시위 이유는

    이차전지 국내 간판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설 명절을 앞두고 성과급 지급 문제로 시끄럽다. 핵심 쟁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Tax Credit) 이익금을 직원 성과급 산정에도 포함할지다. 그러나 갈등의 배경에는 사측이 비교하는 보상 경쟁사가 이차전지 업계라면 일반 직원이 비교하는 보상 경쟁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첨단 대기업 사원이란 점도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해 매출 33조 7455억원, 영업이익 2조 1632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매출(25조 5986억원)은 31.8%, 영업이익(1조 2137억원)은 78.2% 증가한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LG엔솔 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실적설명회에서 “매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북미 지역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2년 연속 30% 이상 고성장을 이어갔다”며 “영업이익 또한 물류비 절감, 수율 및 생산성 향상 등 원가 개선 노력과 IRA Tax Credit 수혜를 통해 전년 대비 7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일부 직원들은 사측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하면서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이에 LG엔솔 직원 1700여명과 연구기술사무직(연기사) 노동조합은 3.5t 200인치 전광판 트럭을 마련해 지난 5일부터 LG엔솔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를 돌며 스피커를 이용한 1인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광판 트럭 시위는 LG엔솔 경영진과 직원들의 타운홀 미팅이 예정된 다음달 4일 직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전광판에는 ‘LG엔솔 직원 및 연기사 노조 일동’ 명의로 ‘경영 목표 명확하게 성과 보상 공정하게 직원들을 사랑하면 1등 LG 문제없다’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이들은 “LG엔솔 경영진께 권위 의식을 내려놓으시고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과 정량적 성과 보상으로 회사와 직원의 공동 성장을 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일부 직원들의 성과급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LG엔솔 관계자는 “과도한 성과급은 오히려 주주들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성과급 돈 잔치’라는 더 큰 비판을 받게 될 우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앞서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지난 2일 타운홀 미팅에서 성과급과 관련해 “직원들이 느끼는 바에 충분히 공감하며 1분기 내 성과급 관련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난 3년 동안 보상과 처우를 많이 개선해왔지만 총 보상 경쟁력을 높여 경쟁사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LG화학 전지 사업본부가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한 LG엔솔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 세계 1위를 다투며 202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시가총액 규모 92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LG화학과 LG전자의 현재 시총을 합한 금액보다도 큰 규모다. 그간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이차전지 시장도 늘어나면서 지난해 LG엔솔 직원들은 기본급의 870%,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성과급을 받았다. 그러나 성장세를 보였던 전기차 시장이 올해 다소 주춤하면서 북미 시장에 대규모 배터리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LG엔솔은 지난해 31% 매출 성장과 78% 영업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 성과급을 책정했다.LG엔솔은 성과급 관련 공식 입장을 통해 “회사의 경영 성과급은 매출, 영업이익의 재무성과와 경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되며 회사 출범 이후부터 매년 같은 산정방식을 적용해왔다”고 강조했다. LG엔솔 관계자는 “IRA Tax Credit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 수립 때부터 성과지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며 “만약 이를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동이 없다”고 반박했다. LG엔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조 14억원, 영업이익은 3382억원이었다. 그러나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IRA 세액공제 금액 2501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불과하다. 일부 직원들은 이러한 성과급 산정 기준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LG 계열사는 그해 목표치를 선정한 후 그 목표에 대한 달성치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데 정작 목표치 선정에는 객관적인 근거나 직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변수도 각 계열사 경영진에 의해 임의로 선정돼 재무제표가 발표돼도 성과급 수치를 가늠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러한 목표치를 바탕으로 한 성과급 산정은 비슷한 규모의 타 대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비해 매우 불투명하고 조작되기 쉬운 불공정한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사측은 올해 이차전지 업황에 따라 한 자릿수 중반대 성장을 예상하는 가운데 주주 배당이나 직원 보상보다 중장기 투자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구체를 대량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지난해 하반기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사측과 일부 직원들의 성과급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다음달 4일 타운홀 미팅을 갖는 김 사장이 어떤 개선안을 발표하지도 주목된다. 일부 직원들은 허점투성이인 기존 성과급 산정 방식 대신 타사와 같은 재무제표 기준 이익금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PS(이익분배제·Profit Sharing) 방식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소위 ‘보너스’라고 불렸던 성과급은 실적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다는 뜻에 따라 기본급이나 수당 외에 회사에서 주는 상여금을 의미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삼성전자에서 쓰는 명칭에 따라 PS와 PI(생산성 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로 성과급을 구분하고 있다. PS는 회사 매출액이 목표를 초과해야 주는 것이고, PI는 개인 또는 해당 부서가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는 경우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성과급 360%를 받은 직원도 트럭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해 호황을 보였던 이차전지 업계이기에 가능한 진풍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81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해 설 상여금 지급 예정으로 응답한 중소기업은 41.8%에 불과했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업체도 25.2%에 달했다. 상여금 지급 수준도 정액 지급 시 1인당 평균 60만 9000원, 정률로 지급할 때는 기본급의 평균 60.3%를 지급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 소상공인 126만명에 전기요금 최대 20만원 지원…228만명에 이자환급

    소상공인 126만명에 전기요금 최대 20만원 지원…228만명에 이자환급

    영세 소상공인에게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이 특별지원되고 저축은행 등 중소금융권에 낸 이자도 최대 150만원까지 환급해준다. 또 소상공인의 세금 부담 완화를 위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도 상향 조정된다. 선량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호하고자 나이를 속인 청소년에 술이나 담배를 판매한 경우 업주가 신분증을 확인했거나 폭행·협박을 받았다면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정부는 8일 성수동 소상공인 현장에서 개최한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 나는 민생경제’ 주제의 열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8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에 전기요금 최대 20만원 지원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을 특별지원한다. 연 매출 3000만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 126만명은 오는 21일부터 접수해 내달 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냉난방기·냉장고 등을 고효율 기기로 구매·교체하는 비용은 40%까지 지원한다. 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중소금융권에 납부한 이자를 최대 150만원까지 돌려주는 이자 환급은 소상공인 228만명을 대상으로 내달 29일부터 실시된다. 최대 300만원의 은행권 이자 환급은 지난 5일 시작됐다. 7% 이상 고금리 상품을 이용 중인 중·저신용 소상공인 대상의 최대 10년 장기 분할, 4.5%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은 오는 26일부터 지원되며 대상은 1만 5000명이다. 소상공인 세금 부담 완화를 위해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은 기존의 8000만원에서 1억 4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를 통해 14만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혜택을 보게 되고 세수는 4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전통시장·상점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지난해보다 1조원 늘린 5조원 규모로 발행하고 골목형 상점가는 신규 지정해 가맹점을 25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폐업 시 자영업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납부하는 고용보험료 지원 규모를 기존의 최대 50%에서 80%로 확대하고 고용보험 가입·보험료 지원을 원스톱으로 신청할 수 있게 상반기에 고용보험 가입 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이다.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공제금 지급 사유에는 기존 폐업·사망 등 외에 재난·질병·파산 등이 추가되며 공제금 지급 시 기타소득으로 부과된 기존 과세 기준을 퇴직소득으로 변경해 세금 부담을 완화한다. 소액영업소득자에 대한 간이회생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 채무자회생법 개정도 상반기에 추진된다. 나이 속인 청소년에 술 판매…행정처분 면제 정부는 나이를 속여 술·담배를 구매한 청소년 때문에 선량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억울하게 피해 보지 않게 청소년보호·식품위생·담배사업법 등 관련 3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업주가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이나 폭행·협박을 받은 사실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확인된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하고 과도한 현행 영업 정지 기준도 개선하기로 했다.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2개월에서 영업정지 7일 등으로 바꾼다. 또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과 인도·베트남 해외 소프트웨어(SW) 인력 간 연계를 추진하고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도 확대해 올해 16만 5000명의 외국 인력을 기존 제조업과 함께 음식점업, 호텔·콘도업에도 시범적으로 유입할 예정이다. 혁신 스타트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핵심기술 모방 경보 서비스’를 신설해 사전 예방을 강화하고 배상 책임은 최대 다섯배까지 상향 조정한다. 공정거래분쟁조정법을 제정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실효적 권리 구제를 지원하고 하도급법 위반으로 시정 조치가 완료된 사건도 분쟁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도급법 개정도 추진한다. 납품대금 연동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 약정 체결 지원 대상은 지난해 50곳에서 올해 1000곳으로 대폭 확대하고 연동제 교육·컨설팅을 전담할 연동지원본부를 상반기 추가 지정하며 ‘연동제 특별직권조사’를 하반기에 실시해 탈법 행위도 엄단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간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골목상권 상생협력 지표를 신설하는 방안도 담겼다. 모태펀드 1조 6천억원 전액 1분기 신속 출자 정부는 올해 모태펀드 출자액 1조 6000억원 전액을 1분기에 신속하게 출자해 벤처투자 성장 동력도 확충할 계획이다. 금융권·대기업 등 민간이 주도해 출자하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에 모태펀드에서 공동출자하고 글로벌펀드 1조원 이상 조성, 해외 벤처캐피털(VC) 연결 프로그램 신설 등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를 뒷받침한다. 또 대기업 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해외 투자 규제 완화 등을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글로벌 기업과 전 세계 청년 및 투자자들이 교류하는 청년 창업 공간인 ‘한국형 스테이션-F’는 올해 설계에 들어가고 삼성전자·오픈AI 등과의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정부는 민간과 함께 2만 5000개 제조 중소기업에 맞춤형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의 성공적 현장 안착을 위한 ‘기술 공급기업 역량 강화방안’을 하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중립 관련 온실가스 감축 인프라 전용 사업은 올해 24억 1000만원 규모로 신설했다.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탄소중립 핵심기술 등 도전적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개발(R&D)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글로벌 기술협력이 가능하도록 미국 보스턴에 있는 혁신 클러스터인 켄달스퀘어에 구축한 글로벌 R&D 협력 거점도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국가 경제의 허리요, 버팀목”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위해서 정부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시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영업시간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통받았고, 그때 늘어난 부채에 고금리가 더해지며 지금까지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과 같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눈물을 닦아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시장과 골목상권, 기업 현장을 뛰며 여러분을 더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 기시다 “의료보험료 月 500엔씩 추가 징수… 저출산 재원 마련”

    기시다 “의료보험료 月 500엔씩 추가 징수… 저출산 재원 마련”

    “직종·연령별 형평성에 어긋난다”증세 방침에 곳곳서 불만 목소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저출산 대책을 실시하기 위한 재원으로 매월 국민 1인당 의료보험료를 500엔(약 4500원)씩 추가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괄 증세 방침을 내놓자 일본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1인당 의료보험료 징수액에 대해 “2028년 1조엔 규모(저출산 대책)로 상정하고 대략 계산했을 때 월평균 500엔 미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언론에서 일본 정부의 저출산 재원 마련안에 대해 보도한 적은 있지만 기시다 총리가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의료보험에 저출산 대책 재원을 마련하는 내용의 ‘지원금 제도’를 신설하고 2026년부터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2026년 6000억엔(5조 4000억원), 2027년 8000억엔(7조 2000억원), 2028년 1조엔(90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의 2022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26명으로 한국(0.7명)보다는 높지만 194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에게 의료보험료를 추가로 거둬 3자녀 이상인 가구는 대학까지 무료 교육, 아동 수당 확대 등 저출산 대책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무원 등 직종과 고령자 등 연령에 따라 내는 의료보험료가 제각각인데 회사가 얼마나 부담하느냐에 따라 보험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본 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의 니시자와 가즈히코 이사의 추산에 따르면 공무원은 898엔(8100원), 대기업 직원은 851엔(7600원), 중소기업 직원은 638엔(5700원), 75세 이상 고령자는 253엔(2300원)의 저출산 대책 지원금을 매달 내야 한다. 니시자와 이사는 아사히신문에 “사회보험료 부담이 가중되면 중소·영세기업은 비정규직을 늘려 현역 세대의 가처분소득을 떨어뜨린다”면서 “정치권에서 세대 간 공평하게 부담할 수 있는 소비세 증세를 일부러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기업 시상금 민간단체에 기부한 포항해경… “해양구조협회에 감사”

    대기업 시상금 민간단체에 기부한 포항해경… “해양구조협회에 감사”

    포항해양경찰서가 기업에게서 받은 시상금을 해경과 협업하는 민간해양구조단체인 한국해양구조협회에 기부했다. 경찰·소방 분야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자율방범대·의용소방대 등은 매년 필요한 경비를 국가에서 지원받지만 해양구조협회는 회원이 낸 회비로 인명구조 훈련을 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해경의 임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해양경찰서는 ‘2023년 해양경찰 영웅’ 선정과 관련 기관 포상금으로 받은 500만원 전액을 지난 6일 한국해양구조협회에 기부했다고 7일 밝혔다. 포항해경 소속 최후근 경위는 지난달 에쓰오일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한 ‘해양경찰 영웅’에 선정됐다. ‘영웅’ 선정과 관련 기관 포상금 500만원이 포항해경서에 전달됐고 김지한 서장의 제의를 전직원이 동의해 이번 기부가 결정됐다. 최 경위는 포항해경 구조대 팀장으로 근무중이던 지난해 3월 영일만항 북방파제 인근에서 불이 난 해상 선박의 화재 진압과 승선원 4명 구조를 시작으로 총 21명의 생명을 구조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김 서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민간해양구조대원의 안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포항해양경찰서는 민간해양구조대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국해양구조협회 이강덕 사무총장은 “포항해양경찰서의 뜻깊은 기부는 민간구조세력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기부금은 민간해양구조대원들에게 구조물품으로 전달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씨줄날줄] 부영 출산장려금의 명암/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부영 출산장려금의 명암/전경하 논설위원

    출산장려금 1억원이라는 파격적 지원을 내놓은 부영그룹의 총직원은 2500명이다. 2021년 1월 이후 아이를 낳은 직원은 66명(자녀 70명). 이중근 회장이 앞으로도 재직 중 출산하는 직원들에게 자녀당 1억원을 지급하겠다고 하니 수혜 인원은 늘겠지만 부영 전체 직원 가운데 일부다. 부영의 출산장려금 뉴스에는 다른 기업들도 따라 하라는 댓글이 달렸다. 먼저 시작한 기업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부터 첫째 500만원, 넷째 300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지급한다. 한미글로벌은 지난해부터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업무 고과나 연차에 관계없이 한 직급 승진시킨다. 출산 지원 기업이 꾸준히 나올 테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출산축하금은커녕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체불임금은 1조 7845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부영은 직원이 아닌 직원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1억원을 주면 기존 연봉이 더해져 소득이 1억 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가 돼 소득세율 38%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증여세 10%와 차이가 크다. 이 회장은 출생아 지원으로 기부받은 금액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기부자에겐 그 금액만큼 소득·법인세를 공제해 주자는 출산장려금 기부 면세를 제안했다. 기업의 파격적 지원에 정부가 화답하는 것은 맞지만, 이 지원은 기업 규모별 복지 차이를 더욱 키울 것이다. 육아휴직만 봐도 그렇다. 2022년 육아휴직자는 20만명에 육박하지만 남성의 70%, 여성의 60%가 임직원이 300명 이상인 기업에 종사했다. 대기업 종사자의 혼인율이 중소기업의 1.43배이고 출산율은 1.37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혼인율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1.65배, 출산율은 1.89배다. 정부가 할 일은 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출산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2006년부터 17년간 332조원이 투입됐지만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0.78명으로 역주행했다. 기존 출산 지원 정책을 모두 접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명확한 이유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 낳아 기르는 부모가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 日 임금 많이 올라도 물가 못 따라잡네

    일본 기업이 지난해 기본급을 역대급으로 인상했지만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한 데다 대기업은 임금을 올려도 중소기업은 그만큼 임금을 올리지 못한 탓이다. 닛케이 지수 상승과 임금 인상을 맛보며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다소 잦아드는 모양세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6일 발표한 2023년 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업체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전년보다 1.2% 오른 32만 9859엔(약 295만원)이었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2.5% 감소했다. 일본의 연간 기준 실질임금은 2년 연속 줄었다. 특히 실질임금 하락폭은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오른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대치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0년 실질임금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지난해는 97.1로 비교 가능한 1990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 분석했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7~8월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 190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임금 인상률은 1999년 이후 최고치인 3.2%로 집계됐지만 실제 명목임금도 실질임금도 더 낮아진 것이다. 지지통신은 “실질임금이 오르려면 임금 인상 움직임이 중소기업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재계, 노조 모두 올봄 춘투(매년 봄 사측과 노조의 임금 협상)를 앞두고 지난해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이 오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상승에 있었다. 일본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3.1%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못했다. 그 결과 일본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가계조사에서 가구당 지난해 실질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행동 제한이 있었던 2020년(5.3% 감소) 이래 3년 만의 소비 감소”라며 “고물가로 가계의 절약 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155억원 사기쳐 명품관서 76억원 탕진한 50대…중형 선고

    155억원 사기쳐 명품관서 76억원 탕진한 50대…중형 선고

    투자 사기 행각으로 155억원을 가로챈 뒤 백화점에서 수십억원을 펑펑 쓰며 호화생활을 즐긴 여성에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 최지경)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학부모 모임 등에서 알게 된 12명을 상대로 155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남편은 대기업에 근무하고, 모친은 상당한 재력가로 수백억원대 펀드 투자를 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한다. 그리곤 남들은 모르는 상품인데 원금은 물론 높은 이자까지 보장한다며, 투자 및 대기업 사주 매입 명목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냈다. A씨는 범행 초기에는 약정 수익금으로 정상 지급하고, 사진 한 장으로 마치 자신의 모친이 투자사 임원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고, 그 사이 A씨는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사기 금액을 점점 키워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뜯어낸 돈 중 76억 1000여만원을 백화점 명품관에서 탕진하고, 수입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수년간 친분 있는 지인이나 지인을 통해 안 사람 다수를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범행으로 한 피해자는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잃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다수의 피해자들 역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A씨는 피해자들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67억9000만원가량을 지급한 것 외에는 피해를 변제하지 못했다”며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 아이 한 명당 1억씩 쏜 부영…‘급여’ 대신 ‘증여’한 까닭

    아이 한 명당 1억씩 쏜 부영…‘급여’ 대신 ‘증여’한 까닭

    2021년 이후 자녀를 출산한 모든 직원에게 아이 한 명당 1억원씩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부영그룹의 저출산 대책이 연일 화제에 오르는 가운데 회사가 직원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으로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주목받고 있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이번에 전달한 출산장려금 70억원을 근로자 개인의 근로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직원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회사가 1억원을 임금으로 지급하면 전액 ‘근로소득’으로 잡혀 소득세를 물게 된다. 대기업 소속인 해당 직원의 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다면 이번에 회사에서 받은 1억원은 근로소득 8800만원~1억 5000만원 구간에 해당해 최고 35%의 세율이 적용된다. 소득세의 10%인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4000만원 가까운 세금을 부담해야 해 실제 근로자가 손에 쥐는 금액은 50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기업 관계자는 “회사에서 출산장려금으로 1억을 주더라도 세금이 40%라면 실제 지원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부영 측은 직원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을 통해 1억원의 10%인 증여세 1000만원만 내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세무 당국에서 출산장려금 1억원을 단순 증여로 볼지 아니면 직원 자녀에게 준 돈으로 판단해 근로소득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실제 세금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 한 세무 전문가는 “명목상으로는 출산장려금이라고 했지만 회사와 근로관계인 직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이기 때문에 세무 당국에서 근로소득으로 판단해 세금을 매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전날 열린 시무식에서 출산장려금 기부에 대해서는 국가가 별도의 세제 혜택을 주자고 제안했다. 기부금 수령자를 면세 대상으로 지정하고 기부자에게는 소득 공제 혜택을 부여해 다른 기업들까지 출산장려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회장의 제안이 일반화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기업이 급여에 대한 과세를 피하는 통로로 기부금을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 회장의 (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열린세상] ‘정년 65세’의 선행 조건/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열린세상] ‘정년 65세’의 선행 조건/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 연령은 60세다. 국민연금 수령 시작 나이는 63세인데 2028년 64세, 그리고 2033년에는 65세로 늦춰진다. 3~5년간의 소득 공백으로 근로자의 생계가 곤란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년 혹은 계속 고용 65세 정책 도입은 불가피하다. 초저출산·초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의 예방 차원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환경은 지금부터 조성돼야 한다. 이처럼 65세 정년 도입의 현실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막상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정년)의 개정으로 정년 60세가 2016년부터 실행됐다. 그런데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 연령은 거의 늘지 않았다. 2016년 49세이던 (55~64세 근로자의) 퇴직 연령은 2022년 49.3세에 그쳤다. 정년퇴직자는 2016년 35만 5000명에서 2022년 41만 7000명으로 16.6%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 퇴직한 근로자는 41만 4000명에서 56만 9000명으로 37.4% 증가했다. 조기퇴직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정년 60세 실행 효과로는 미흡했다. 제한된 근로자들만 혜택을 받은 ‘정년 양극화 현상’마저 나타났다. 어쩌면 이 결과는 정년 60세가 입법화될 때 예견됐던 것일 수 있다. 정년 60세 법안에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노동조합이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년 60세만 의무화된다.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력 총량과 인건비 총액을 증가시킨다. 은퇴할 인력이 계속 재직하기에 그만큼 인력 총량은 늘어난다. 초임 대비 퇴직 직전 임금이 3.3배인 호봉제 임금체계를 감안할 때 한 명의 정년 연장은 신규 인력 3.3명의 임금에 해당하는 인건비 지출이 수반된다. 인력 총량과 인건비 총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조기퇴직 관행을 유지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정년 60세 효과 분석에 따르면 정년 60세 실행 전후 대기업에서 매년 1만 6000명이던 퇴직 인력은 4000명으로 감소한다. 이는 1만 2000명의 인력 총량과 신입사원 3만 9600명의 인건비 총액 증가를 의미한다. 그 결과 최소 1만 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잠식해 청년 실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은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며 일한 것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이른바 ‘임금 루팡’이 양산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외 호봉제를 가진 유일한 국가인 일본의 경우 정년 연장이 초래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년 주어지는 자동 승봉을 폐지하면서 능력·직무·역할 그리고 생산성과 성과에 연동된 임금체계로 개편했다. 정년 연장 기간 동안 감소되는 근로자의 소득을 보존하기 위해 임금과 복지정책의 혼합 모델도 아울러 실시했다. 예를 들어 61~65세 재직 근로자의 경우 생애 최고 임금 대비 50%의 임금, 10%의 기업(퇴직)연금, 그리고 25%의 노령연금과 정부 지원금이 합해져 총 85% 수준의 소득이 가능하게끔 했다. 근로자들에게 생애 총임금이 증가된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됐으며 신규 청년 채용 역시 지속가능하게 됐다. 고령 인력의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전문직 제도 도입을 통해 생산성과 임금 간의 격차도 최소화했다. 대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협력업체로의 인력 이동도 가능하도록 노동유연성 정책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정년 65세 연장 정책은 노(임금체계 개편)·사(인력 총량과 인건비 총액 증가)·정(연금개혁)의 사회적 협력을 통해 고통과 비용이 분담될 때 실현 가능하다. 현재의 고진(苦盡)은 미래의 감래(甘來)가 분명하다.
  • [데스크 시각] 감세는 ‘마법’이 아니다/임일영 세종취재본부 부장

    [데스크 시각] 감세는 ‘마법’이 아니다/임일영 세종취재본부 부장

    1981년 8월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대대적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더블딥’(이중침체)에 접어들던 시기였고,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았다. 1983~84년 기업 투자가 33% 증가하면서 경제가 반등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정투자 평균증가율(15%)의 두 배였다. ‘레이거노믹스’ 신화의 시작이다. 2년에 걸친 성장이 ‘부자감세’의 마법 같은 힘을 입증한다고 보수주의자들은 지금도 믿는다. 믿음은 부시 부자와 트럼프 정부로 이어졌고, 한국 보수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음은 비밀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 재정건전성과 탈규제를 내세웠다.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물가가 심상치 않던 상황과 맞물려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세금 퍼주기’로 규정한 것과도 무관치 않았다.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써 놨다. 연말부터 급발진한 감세 드라이브가 더 당혹스러운 까닭이다. 건전재정은 세출이 세입을 초과하지 않아 정부가 공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지 않은 상태다. 세입이 넉넉해야 하는데, 지난해 역대 최대인 세금 56조원이 덜 걷혔다. 그런데도 한 달 새 감세 정책 20여건이 쏟아졌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상향을 시작으로 금융투자소득세 백지화,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 상향,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 등 일일이 꼽기 어렵다. 대기업과 고소득층 세금을 깎아 주면 분수대 물처럼 그 혜택이 흘러 서민과 소상공인, 중소기업까지 덕을 본다는 게 ‘낙수효과’다. 사실일까. ‘레이건 사례가 있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란 게 다수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다. 1982~84년 경제 반등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금리를 끌어올렸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융완화 정책 결과라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설명한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정학’에서 “1983~84년 투자 증가는 감세정책 효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1982년 말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레이거노믹스 맹신자들이 언급하지 않는 두 번째 조세정책 전환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1986년 레이건 정부는 소득세율을 낮추고 법인세율은 높였다. 우리 정부 논리면 기업 투자가 위축되어야 맞다. 하지만 1986~88년 미국 설비투자는 20.5% 늘었다. 컴퓨터·사무기기 투자가 늘어나면서다. 투자가 기술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얘기다. 법인세 인하로 생긴 가욋돈을 일자리 창출이나 신기술에 투자하기보단 자사주 매입에 쓰는 게 더 흔한 것도 사실이다. 보다 중요한 시사점은 1981년 레이건의 감세 정책은 훗날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했고, 1990년대 클린턴 정부까지 후폭풍이 이어졌다. 감세 신화는 이후에도 줄기차게 논박당했다. 클린턴의 증세는 기록적 성장으로 귀결됐지만 아들 부시의 감세 정책은 금융 붕괴로 연결됐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효과도 신통치 않았다. 이처럼 감세 효과는 ‘종교적 맹신’처럼 실증된 바 없지만, 세입 감소는 누구도 부인 못 할 현실이다. 크루그먼은 “가장 끈질긴 좀비는 부유층에 세금을 물리는 일이 막대한 해악을 입히며, 고소득층 세금을 낮추면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누리게 될 것이란 주장”(‘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중)이라고 했다. 한 달 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총선을 앞두고 용산에서 경제 기조에 어긋나는 정책을 불쑥 던지는 게 문제 아닌가’란 질문에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면서도 “앞으론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의 곤혹을 짐작 못할 바 아니지만 국민이 당혹할 일은 없었으면 한다. 얻을 것은 불확실한데 잃을 것은 분명한 실험을 되풀이하기엔 한국 경제에 남은 시간도, 자원도 넉넉지 않다.
  • 가심비·가성비 다 잡은 삼성물산 패션, 나홀로 웃었다

    가심비·가성비 다 잡은 삼성물산 패션, 나홀로 웃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하락 여파로 지난해 국내 패션업계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삼성물산 패션부문만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나홀로 호실적을 거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하 삼성)은 지난해 매출 2조 510억원, 영업이익 1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7.8% 증가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년에 국내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 중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2년 연속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패션기업 ‘빅5’로 불리는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전년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대조적이다. LF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5% 감소한 1조 9007억원, 영업이익은 66.4% 감소한 62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부동산 업황 부진으로 부동산 금융부문(코람코)이 직격탄을 맞은데다, 패션 신규 브랜드 출시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가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아직 지난해 실적 발표 전인 신세계인터내셔널, 한섬,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6.1%, 42.5%, 47.2% 감소하며 모두 이익이 반토막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의 약진은 소위 ‘신명품’으로 불리는 럭셔리 수입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는 한편, 자사의 SPA(스파) 브랜드 에잇세컨즈로 저가형 시장을 공략한 ‘투트랙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신명품이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의 기성 명품과 구분되는 고급 해외 브랜드를 말한다. 삼성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브랜드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70%, 90%, 50% 신장했다. 삼성은 비이커, 10 꼬르소 꼬모 등 편집숍을 중심으로 신명품 브랜드를 다수 발굴하며 수년 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미, 꼼데가르송, 메종키츠네 등이 모두 삼성이 소개해 국내에서 인기를 끈 신명품 브랜드들이다. 삼성이 처음 국내에 들여온 톰브라운은 지난해 톰브라운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직진출을 선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에잇세컨즈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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