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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 맞아 텅텅 비어가는 중국 사무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 맞아 텅텅 비어가는 중국 사무실

    중국 대도시들의 사무실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제의 급격한 하강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시장 급랭, 공유 오피스(사무실) 확산 등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사무실 공실률을 높이는데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의 A급 사무실 공실률은 지난 2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16.6%를 기록했다. 1분기에 15%대에 머물렀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스타트업들이 공유 오피스를 선택하면서 공실률이 1.6%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선전시의 A급 사무실의 공실 면적 역시 사상 최대치다. 179만㎡(약 54만 1000여평)로 홍콩의 랜드마크 건물인 홍콩 국제금융센터(IFC) 타워의 10배에 이른다. 텅쉰(騰訊·Tencent), 중싱(中興)통신(ZTE), 세계 최대의 드론업체인 다장(大疆·DJI) 등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 있는 선전시 난산(南山)구는 2분기 공실률이 무려 20.3%까지 치솟았다. 미중 무역전쟁과 공유오피스 확산 외에도 개인간(P2P) 대출업자, 무면허 자산관리업체, 메자닌(전환사채·산주인수권부 사채 등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금융업자, 기타 비제도권 금융 서비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속도 이들 회사들의 상당수를 A급 사무실에서 떠나게 만들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중국 최대 보험그룹인 핑안(平安)보험의 핑안국제금융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빌딩 건설에 무려 15억 달러(약 1조 7600억원)가 투입된 이 지상 118층짜리 타워(592.5m)는 2분기 현재 28%나 비어 있다. 한 세입자는 10층 사무실 공간을 자산운용사와 개인간 거래(P2P) 대출업체들에 재임대했지만 이들이 이사한 후 아직도 사무실을 채우지 못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CBRE의 이반 칭 수석자문관은 “미중 무역전쟁이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가장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확장 계획을 보류했다”며 “일부 중소기업, 특히 자산운용사가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의 급격한 하강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지)정책과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규제 강화 등으로 기업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P2P 대출회사의 줄도산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에 비해 유독 선전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진 데에는 이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선전에 집중돼 있는 IT·핀테크(금융기술) 기업 창업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컬리어스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선전 오피스 시장의 주요 손님은 금융·IT 등 첨단 기술 업체들이다. 금융·하이테크 부문 기업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경영난 속에 비용 절감차 사무실 면적을 줄이거나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선전시 핵심상권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열기에 힘입어 선전시 오피스 신규 공급 물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 반면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2014~2018년 선전시에서 해마다 신규 공급된 A급 오피스 물량은 평균 64만㎡에 이르는데 비해 수요는 평균 49만㎡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에만도 신규 유입된 A급 오피스 물량은 50만㎡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절반 수준인 25만 9000㎡에 그쳤다. 빈 사무실이 넘쳐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선전시 A급 오피스 전체 면적은 500만~600만 ㎡ 정도로 해마다 평균 100만㎡ 신규 물량이 유입되며 2023년엔 1300만㎡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쑹딩(宋丁) 중국도시경제 전문가위원회 부주임은 관영 중앙(CC)TV를 통해 현재 상황으로 볼때 공실률은 앞으로 30%까지 오른 후에야 차츰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전시의 공실률이 높아진 데에는 경기 침체로 투자처를 못 찾은 기업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해 선전의 새 오피스 타워를 개발한 업체 15곳 중 4곳만이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다. 나머지 다수는 소규모 건설업체와 제조업, 의료, 물류, 소매 분야의 투자 회사 또는 대기업들이다.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비전문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E-하우스 중국 R&D 연구소의 옌웨진 연구실장은 “현금이 풍부한 비전문 기업들이 큰 수익을 기대하며 부동산 분야에 맹목적으로 진출했다”며 “부동산 업계의 상품과 룰에 익숙하지 않고 빠른 대책 마련도 어려워 이들은 시장 침체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들도 사무실 공급 과잉 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콜리어스에 따르면 베이징의 A급 사무실의 공실률은 8년 만에 최고치인 11.5%까지 상승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사모펀드의 기술 분야 투자가 계속 부진한 데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베이징의 공실률은 올해말 15.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6.2%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자전거 공유업체 오포(ofo)와 메이퇀(美團) 등 IT업계에 감원 바람이 불며 이들이 입주한 베이징의 왕징(望京)이나 중관춘(中關村) 등지에서는 사무실 공실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콜리어 중국 북부 사무소의 찰스 옌 전무는 “기술 분야의 투자가 냉각되면서 기술 관련 스타트업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를 불리는 상하이도 A급 사무소의 공실률이 상반기 중 4.4%포인트나 상승해 2분기에 18%를 기록했다.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BRE에 따르면 1년 전의 20%에 불과한 14만㎡의 새 사무실 공간만이 입주자를 찾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업체 소호차이나(SOHO中國)는 창립 20여년만에 가장 큰 규모인 78억 위안(약 1조 3000억 원) 규모의 사무용 자산을 매각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소호 사무용 건물들은 지난 6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만 2만㎡의 사무 공간을 시장에 내놓았다. 판스이(潘石屹) 소호차이나 창업자겸 회장은 판매 계획을 발표한 기자회견을 통해 “소호의 투자 자산은 현재 너무 크고 사무실 자산에 집중돼 있다”면서 “우리 자산의 수익률이 3%로, 4%인 은행 대출 비용에도 미치지 못해 앞으로는 임대수익형 부동산을 사지 않고 부지를 개발해 부동산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주택 5채 중 1채가 빈집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중국 전역 363개 도시의 주택 공실률은 22%인 5000만채 규모로 조사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시난차이징(西南財經)대 간리(甘犁)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주택 공실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13.5%), 대만(14.2%), 미국(12.7%) 등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미친 집값’으로 유명한 홍콩의 주택 공실률은 3.7%에 불과하다. 중국에 빈집이 많은 이유는 실수요자보다 투기 세력이 주택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자 투기꾼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이 다시 가격 상승을 부추기면서 실수요자들은 밀려나 빈집만 넘치게 됐다는 애기다. 2013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베이징 집값은 53% 상승해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가치 없는 노동은 없어…중증장애인의 ‘노동’ 새 기준 만들 것”

    “가치 없는 노동은 없어…중증장애인의 ‘노동’ 새 기준 만들 것”

    “가치 없는 노동은 없다.” 장애인일반노동조합이 전태일 열사의 기일인 오는 11월 13일에 공식 출범한다. 전체 장애인의 노동 문제를 아우르는 첫 장애인 노동조합이다. 이달 6일 장애인 교원 노동조합인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조’(장교조)도 출범하는 등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정명호(29)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장은 21일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겠다”며 “자본이 규정한 생산력에 따른 기준이 아닌,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새로운 기준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장애인일반노동조합을 꾸리게 된 배경은. “장애인 일반노조를 처음 구상한 건 2017년 11월이다. 10년 넘게 장애인운동을 하며 가슴 한구석에 뭔가 답답함이 있었다. ‘왜 이 사회는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노동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왜 장애인은 시설에 수십년 처박혀 살아야 하며 주변에 장애인 실업자가 넘쳐나는가.’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지난해 2월부터 준비 모임을 했고, 이번에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노조 규모는. “20여명이 준비위원으로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준비위원과 더불어 현재 조합원 가입 신청도 받고 있다. 일하는 장애인은 물론, 일할 의지가 있는 장애인 실업자 등 최대한 많은 조합원을 모으려고 한다.” -출범 이후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장애인은 실업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92% 정도다. 법정 고용률 3.1%에 훨씬 못 미친다. 그나마 장애인노동자 대부분이 50인 이하의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일하다 해고되고 승진에서 차별받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장애인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할 것이다. 아울러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해 자본이 규정한 생산력에 따른 기준이 아닌,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새로운 기준을 규정하는 대안도 논의하고 있다.” -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한다’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광화문 농성을 할 때 중증장애인들은 1842일 동안 농성장을 지켰고, 역사 측에서도 1842일 동안 역사 경비를 했다. 둘 다 ‘지키는’ 노동을 했는데 한쪽은 의미가 없는 노동, 다른 한쪽은 의미가 있는 일, 즉 임노동으로 인정됐다. 자본의 관점에선 농성장을 지킨 장애인의 ‘노동’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므로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헌법이 규정한 권리와 의무 중에는 노동과 함께 ‘교육’이 있다. 몇 가구 살지 않는 작은 섬에 취학 연령의 아이가 있다면 국가는 교육의 받게 할 의무를 지키려고 분교를 세우고 교사를 파견할 것이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노동의 의무’는 국가가 아예 내버려두고 있다. 특히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존재하는 것, 살아있는 것 자체가 노동이다. 우리는 우리 몸에 맞는 노동을 쟁취하려고 한다.” -어떤 연유로 장애인 노동문제에 주목하게 됐나. “19살에 어떤 센터에서 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부당한 노동 착취였다. 나는 손발을 움직이기 어려워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고, 언어 장애 때문에 보완대체의사소통(AAC) 프로그램으로 소통한다. 그런데 내 장애에 맞지 않는 빠른 업무처리를 강요받아 1년 만에 그만뒀다. 그 직후 민들레장애인자립센터에서 일하게 됐다. 그곳에서 장애인운동에 대한 올바른 전망을 찾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중증장애인의 권익옹호 활동도 열심히 했다. 연대활동으로 동광기연, 한국GM 등 인천지역 장기투쟁 사업장 집회에 자주 나가면서 중증장애인의 노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장애인 노조는 왜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나도 그 점이 궁금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세계적으로도 장애인노조가 거의 없었다. 아마 다른 나라도 중증장애인들은 노동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선진국은 노동을 대체하는 복지가 이미 잘 되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회의 장애인운동은 2000년대 이후 장애인이동권 투쟁을 시작으로 탈시설, 자립생활 운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투쟁 등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장애인의 노동할 권리’ 문제는 약간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노동’은 장애인의 여러 가지 권리(이동, 교육, 자립생활, 편의시설, 문화, 건강 등)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다. 장애인 노동의 문제를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운동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헌법은 인종, 성별, 장애 등의 문제로 노동을 차별하진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 3개 국가뿐이다. 저는 ‘노동의 평등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 가사노동을 새로운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것과 같이 장애가 있는 노동자의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 또한 사용가치가 있는 노동으로 평가해야 한다. 단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노동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을 제정하는 국회(1.4%),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각 시도교육청(평균 1.7%) 등이 여전히 장애인의 고용을 회피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올해 법정 의무고용률 3.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실효성 있는 의무고용제도를 위해서는 먼저 의무고용률을 장애인등록률(4.5%) 정도로 대폭 올려야 한다. 또한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내는 고용부담금(벌금)도 최저임금의 두 배 정도로 올려야 한다.” -현장에선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심한가. “아직 장애인노조 준비위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며칠 전 천안에서 일하던 경증장애인(6급)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전화로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많은 장애인이 일터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이 50인 이하의 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 일반노조가 정식 출범하면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서 각종 차별 사례와 그 대안을 찾을 것이다.” -취업을 하려는 장애인은 먼저 어떤 벽에 부닥치게 되나. “취업원서를 잘 쓰면 서류 심사를 통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면접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휠체어를 타고서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장애인은 투명인간이 된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당하는 것이다. 각 유형의 장애에 맞는 편의시설 설치 등에 1인당 1000만원, 최대 3억원까지 무상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는데도 기업들은 조그만 턱 하나, 책상 높이 등을 조절하기보다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애인의 노동은 이윤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는 그 틀을 깨려고 한다. 비장애인 노동자이든 장애인 노동자이든 그 ‘노동’이 동등한 처우를 받게 하겠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양정철·4대 그룹 싱크탱크 회동 추진…日 수출규제 대응책 도출 머리 맞댄다

    양정철·4대 그룹 싱크탱크 회동 추진…日 수출규제 대응책 도출 머리 맞댄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과 관련해 4대 그룹 경제연구소와 대응책을 논의한다. 민주연구원은 양정철 원장과 연구분야 책임자 등 10여명이 22일 중소기업연구원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까지 주요 경제단체 싱크탱크 및 대기업 경제연구소를 차례로 방문한다고 21일 밝혔다. 경제연구소 측에서는 소장(원장)을 포함해 주요 간부가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번 간담회는 4대 그룹 경제연구소가 포함됐다는 데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LG경제연구원, 25일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29일 삼성경제연구소, 8월 2일 SK경영경제연구소 등과 간담회가 예정됐다. 이 밖에도 중견기업연구원, 소상공인연구원 등과도 간담회를 할 계획이다. 정당의 싱크탱크가 4대 그룹 경제연구소와 간담회를 여는 건 이례적이다. 이번 간담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원장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계속되는 광폭 행보 중 하나다. 양 원장은 각 시도 소속 싱크탱크와 정책협약을 맺은 데 이어 자유한국당 등 야당 싱크탱크와 공동연구 논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또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중국 공산당 싱크탱크인 중앙당교와 교류에 나서는 등 국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민주연구원과 4대 그룹 경제연구소의 간담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이 심각해지면서 민주당으로서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경제연구소와의 간담회는 이미 계획됐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받는 영향이 클 것 같아 예정보다 서둘러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은 간담회에서 나오는 일선 기업과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을 종합한 뒤 정책위와 논의해 정책과 입법, 예산 반영 등으로 결과물을 내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착한 꼰대, 위아래 눈칫밥…서러운 80년대생

    착한 꼰대, 위아래 눈칫밥…서러운 80년대생

    어느덧 직장생활 10년 안팎이 되고 팀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1980년대생은 하루에도 몇 번씩 되묻는다. “나도 꼰대일까?” 무조건 궁둥이를 오래 붙이고 앉아 있어야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고리타분한 상사들을 꾹꾹 참으며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막상 선배가 되니 90년대생이라는 ‘요즘 애들’을 이해할 수 없다. “이건 제가 할 일이 아니죠”라며 지시를 거부하거나 오후 6시가 되면 후다닥 짐을 챙겨 떠나는 90년대생은 80년대생에게도 신기한 존재다. 9년 차 직장인 진모(35·여)씨는 매일 퇴근길에 스스로 ‘꼰대 검증’을 한다. 26세인 후배가 “선약이 있다”며 회식 불참을 선언하거나 토요일 회사 행사에 당당하게 빠질 때마다 진씨에게는 분노와 부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화가 나지만, “왜 꼭 가야 하죠?”라는 후배의 물음에 딱히 할 말도 없다. 진씨는 “암묵적인 룰에 균열을 내는 90년대생을 보면 당황스럽지만, 그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어서 번뇌에 빠진다”고 했다. ‘그래도 잘 구슬려서 회식에 참석시켜야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진씨는 또다시 스스로에게 “내가 꼰대인가”를 묻게 된다. 서울신문이 심층 인터뷰한 80년대생 10명은 한목소리로 자기들을 ‘낀 세대’라고 표현했다. 끼어 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은 자주 따로 논다. 90년대생들이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단호히 거부할 때면 가슴은 한껏 공감한다. 하지만 머리에는 “그렇다고 저렇게 ‘싸가지’ 없이 말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선다.“분명히 일을 잘못해서 지적하는데도 또박또박 변명을 해대니 말문이 막힌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은 하는데 얼굴엔 이미 불만이 가득 차 있고 돌아서자마자 한숨을 푹푹 쉬더라.” 80년대생들이 갖고 있는 90년대생의 부정적인 모습은 대체로 비슷했다. 예의 바르게 속을 뒤집어 놓는다는 것이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인 90년대생들의 언어엔 그들의 특성이 잘 엿보인다. 80년대생들이 주로 꼽은 90년대생의 특성은 공동체의 단결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반감과 장기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보다는 단기에 해낼 수 있는 업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13년차 대기업 차장인 이모(39)씨는 홍콩 무술영화에 빗대어 30대와 20대를 설명했다. “청룽이 나오는 옛날 홍콩 무술영화를 보면 처음 몇 달간은 계속 물동이만 옮기잖아요. 그래서 결국 다리가 튼튼해지고요. 사부님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참고 버티면 결국엔 고수가 되는 주인공처럼 우리도 조직에서 뭐라도 되기 위해 믿고 버텼어요. 그런데 요즘 막내들에게는 왜 기본을 배워야 하는지부터 설득해야 해요. 기성세대의 업무방식은 시스템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익히는 것인데,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지도 모르겠다는 90년대생에게는 와 닿을 리가 없죠”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모(34·여)씨도 “꾸준히 노력해서 성취하는 것에 대해 20대들은 기본적으로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발한다”면서 “기성세대처럼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는 경험을 못해 봤기 때문에 신입사원인데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지금의 능력만 잘 유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까라면 까’라는 식의 과거 방식을 경멸하면서도 어느덧 말없이 ‘까고 있는’ 80년대생들은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 본다. 어떻게 하면 덜 꼰대처럼 보일지 고민한 뒤 입을 열고, 챙겨주고 싶은 후배가 있으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중견기업 과장인 최지선(34·여)씨는 최근 업무 능력이 탁월한 후배에게 저녁 식사를 사주었다가 낭패를 봤다. 저녁을 함께 먹은 다음날부터 이 후배가 퇴근시간만 되면 서둘러 짐을 챙겨 먼저 나가는 것이었다. 최씨는 회사 상사에게 “설마 제가 밥을 또 먹자고 할까 봐 후배가 저를 피하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물었다. 상사는 “그걸 이제 알았느냐”면서 “굳이 밥을 사주고 싶으면 점심을 사고, 밥보다는 후배 책상에 간식을 갖다 놓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위아래 눈치를 다 살피다 보니 80년대생들은 스스로가 ‘착한 꼰대’가 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장급인 백모(41)씨는 “80년대생이 후배를 가르치는 것을 보니 ‘이렇게 하면 부장님이 싫어하시지 않을까?’, ‘나는 괜찮은데 팀 상황과 안 맞아 얘기해 주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하는 게 독특했다”고 했다. 후배와 선배를 동시에 배려하는 듯한 ‘착한 꼰대’ 어법은 20대들에게 더 큰 불만을 사기도 한다. 한모(29)씨는 “바로 위 선배가 ‘나도 부족했지만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건 격려도 아니고 질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기준대로 나를 평가하면서 좋은 사람인 척하니 더 기분이 나쁘다”고 덧붙였다. 최지선씨는 퇴근 후에도 울려대는 단체카톡방의 부장 지시에 자기만 응답하고 후배들은 밤새 카톡을 읽지 않았는데도 부장 지시 사항을 다 알고 있는 것이 늘 궁금했다. 최씨는 후배들이 퇴근하면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꿔 놓는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야 궁금증이 풀렸다. 최씨는 “비행기 모드로 바꾸면 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읽어도 안 읽은 것으로 표시된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면서 “후배들에게 나는 부장에게 잘 보이려고 부장의 카톡에 자동으로 응답하는 존재가 돼 있었다”며 씁쓸해했다. ‘젊은 꼰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80년대생은 부모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제적 굴곡을 고스란히 함께 겪었다. 1990년대 호황기에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한참 꿈을 키워나갈 청소년기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아버지들이 일터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집이 작아졌고 어머니들이 갑자기 생계에 뛰어드는 것을 지켜봤다.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학창 시절부터 절감했다. 취업을 하려니 대한민국의 성장은 이미 멎었고 2008년에는 금융위기까지 맞았다. 취업 한파를 뚫고 얻은 일자리이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며 참고 버텼다. 그 사이 상사들과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회식이 달갑지는 않아도 못 견딜 일은 아니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80년대생은 참지 않는 90년대생이 부럽고 안타깝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사설] 정부는 OECD 규제보고서 귀담아들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규제샌드박스를 이야기했더니 한국이 영국보다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의 출시를 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잠시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영국 재무장관이 어떤 점에서 놀랐는지 의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같은 날 발간한 구조개혁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권고했다. 물론 OECD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혁신적이라고 판단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2년간 면제된다’며 규제샌드박스에 대해서도 썼다. OECD의 권고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국회 발의 법안에 대한 규제 영향 평가 적용, 행정지도 자제, 서비스 시장에서 대기업 진입 장벽의 철폐 등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관련 법률에 할 수 없는 것만 적기 때문에 이를 빼고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창업자의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2000년대부터 네거티브 규제를 하겠다고 말은 해왔다. 행정지도는 관련 법률에는 없는 ‘그림자규제’로 해당 당사자들에게는 사실상 법률처럼 작용한다. OECD 지적대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인구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로 돼 있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또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이 2.2%인데 이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반영되고 일본의 수출규제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상반기에 편성된 추경은 언제 국회를 통과할 지 알 수가 없고 일본의 수출규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꾸준히 한국의 규제완화와 노동시장개혁을 주문해왔다. 이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기에는 현재 경제상황이 너무 암울하다. 홍 부총리와 정부는 OECD의 권고를 이제는 실행해야 한다.
  • 정부, R&D 분야 주52시간제 완화 추진 … 日 규제 대응 국산화 지원

    정부, R&D 분야 주52시간제 완화 추진 … 日 규제 대응 국산화 지원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조속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핵심 R&D 과제를 중심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내년 예산에 반영하도록 추진하고, 제품 개발에 필요한 경우 화학물질에 대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신규 화학물질의 신속한 출시도 돕는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日수출 규제 품목 업체에 주 52시간 초과 예외적 허용 정부는 먼저 시급한 국산화를 위해 신속한 실증테스트 등으로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대상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 수출규제 품목 관련 업체로 확인한 기업으로 한정한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로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의 신속한 대체제 마련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이 요청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라 근로자가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평일 하루 8시간)과 연장 근로시간(토·일요일 근무 포함) 12시간을 합한 총 52시간이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전제 하에 연장 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인정하는 것으로 노사합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서 특별한 사정이란 사업장에서의 자연재해, 화재·붕괴·폭발·환경오염사고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를 의미한다. 최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고순도 불화수소 등에 대한 대체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이 특별연장근로를 필요로 할 경우 한시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구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재량근로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도 이달 말 제공할 예정이다. ●R&D 등 화학물질 등 인허가 기간 단축 정부는 제품개발을 위한 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 화학물질 등에 대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필요시 신규 화학물질의 신속한 출시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법상 R&D 용도의 화학물질은 한국환경공단의 등록 면제 확인 통지를 받아야 하는데 최대 14일이 소요된다. 앞서 기업들은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등에 의해 새로운 화학물질 생산이 규제되는 데 대한 어려움, 6개월가량 소요되는 R&D 분야 프로젝트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데 따른 애로 등을 호소한 바 있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피해 우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필요한 금융지원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리 산업의 대일의존도를 완화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속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핵심 R&D과제를 중심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2020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재·부품·장비 R&D 세제공제 적용 확대 현재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추진중인 6조원 규모의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부품·장비 개발 우선 예산사업 중 5조원 상당의 일반 소재·부품·장비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R&D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은 평균 6개월 정도다. 정부는 또 고순도 불화수소 제조기술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에 대해 신성장 R&D비용 세액공제 적용 확대를 추진한다. 신성장 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이 되면 대기업은 20~30%, 중견기업은 20~40%, 중소기업은 30~40% 등 최고 수준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스타트업 오에스원 딥러닝·컴퓨터 비전으로 ‘농산물 자동 선별기’ 개발 박차

    스타트업 오에스원 딥러닝·컴퓨터 비전으로 ‘농산물 자동 선별기’ 개발 박차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많은 양의 빅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해 인공지능(AI)을 구축하고 매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이미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에 등록된 동영상 중 고양이 동영상을 식별하는 딥러닝 기술을 개발했으며, 음성인식과 번역을 비롯해 로봇의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도 딥러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네이버가 음성인식을 비롯해 테스트 단계의 뉴스 요약, 이미지 분석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외에도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이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나 제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있다. 딥러닝 어플리케이션 스타트업 ‘오에스원(대표 송창근)’은 인공지능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을 이용한 ‘농산물 자동 선별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에스원에 따르면, 농산물의 모양과 색깔, 크기에 따라 다양한 등급으로 선별하는 것 외에도 농산물에 생긴 흠집과 멍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품목과의 분류도 가능해 세분화된 품질관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카메라에 상품이 인식되는 순간 즉시 선별과정을 끝내 선별 작업 중의 상품 손상률을 낮춘다. 이외에도 업체는 실사용자를 위해 직관적 디자인을 적용해 쉬운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며,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등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해 비용 부분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오에스원 송창근 대표는 “오에스원은 글로벌 컨설팅 출신 전문가들의 많은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과 현장의 실무적 요구사항을 적절히 반영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마케팅, 농산물,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고객 만족도 향상, 생산성 향상, 삶의 질 향상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에스원은 현재 인공지능 딥러닝 중심으로 한 맞춤형 광고 솔루션 ‘스마트 사이니지’, ‘유동인구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비접촉 당도 측정기 △매장 내 고객 패턴 분석기 △불량 측정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광주역, 원도심 경제거점으로 거듭난다

    호남고속철(KTX) 종착역이 송정역으로 결정된 이후 쇠락의 길로 접어든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역 일대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새롭게 변신한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광주역 일대 약 50만㎡ 부지에 1조여원을 투입해 창업지원시설을 세우고, 기차역과 쇼핑·주거시설 등을 단일 건물에 갖춘 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해 구 도심 활성화를 꾀한다. 광주역 일대는 앞서 지난해 8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국비 250억원,시비 250억원, 민간자본 7000억원 등 모두 1조156억원이 투입된다. 시는 우선 올해부터 500억원을 들여 문화콘텐츠산업 경제거점으로 삼을 창업복합지원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현재 수화물 플랫폼 부지(6000㎡)에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1만2000㎡ 규모로 건물을 지어 청년 등 창업자들을 위한 복합지원시설을 만든다. 오는 2021년까지 창업복합지원시설 등 핵심시설 건립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2년부터 주요시설 운영에 들어간다. 또 가상·증강현실(AR/VR) 지원센터, 미디어아트 창의산업, 창업자 지원주택, 지하철 2호선 등 광주역 주변의 다양한 정부부처 협업사업과 연계해 도심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 현재 차량정비시설로 이용하는 부지(6만㎡)에는 코레일과 함께 2025년까지 업무, 판매·오락·레저, 주거·숙박, 문화·집회 등 종합적 기능을 수행할 민자유치 복합개발사업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서울 용산역처럼 기차역 기능과 쇼핑·오락·레저시설은 물론 오피스텔까지 단일 건물에 입주시킨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코레일과 함께 대기업 등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역 일대는 2015년 호남고속철도(KTX) 정차역이 광주송정역으로 일원화되면서 광주역 이용객은 2014년 177만명에서 2016년 39만명으로 78%가 감소했고, 주변 상권도 쇠락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오늘은 카페 가서 ‘신의 한 수’ 둘까

    오늘은 카페 가서 ‘신의 한 수’ 둘까

    바둑을 흔히 ‘두뇌 스포츠’라고 한다. 중장년층 이상 남성만 바둑을 즐길 것 같지만 의외로 생활체육으로서 바둑의 저변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바둑을 즐길 수 있는 대안으로 인터넷 카페가 등장하고, 각 기업의 사내 동호회와 사내 교육도 활성화되고 있다. 다채로운 바둑 공간을 통해 생활체육으로 확산되고 있는 바둑 인구의 변화상을 짚어 봤다.충북 청주의 한 기업 연구원인 홍준석(30)씨는 ‘2030 바둑클럽’의 운영자로 회원들과 ‘수담’을 나누는 재미에 주말을 고대한다. 2004년 문을 열었고 회원이 100여명인 이 클럽은 한 달에 두번씩 토요일마다 정기모임을 한다. 오후 1시쯤 모여서 회원들이 옹기종기 바둑을 두고 복기를 하다 보면 어느덧 저녁 먹을 때가 된다. 저녁 자리에서도 화제는 바둑이다. 정기모임 때마다 평균 20명이 넘게 모인다. 홍 클럽장은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웠다. 그는 “2011년 처음으로 지방 모임에 나갔다. 당시엔 사이월드에서 활동했는데 가입자만 4900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30대 생활인들이 모여 바둑 두는 재미를 추구하는 곳”이라면서 “연구생 경험이 있는 이들도 많고 프로기사가 가끔 놀러 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바둑을 사랑하는 20~30대가 모인 ‘오늘도 바둑’에서 활동하는 이승엽(28) 운영자 역시 최근 바둑에 관심 갖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걸 피부로 느낀다.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이었고 바둑 강사가 정식 직업인 그는 “바둑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생각보다 많은데 그들이 모여서 바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2017년 네이버 카페로 생긴 ‘오늘도 바둑’은 매주 주말 정기모임에 15~20명이 참석한다. 자유롭게 바둑을 두는 방식이지만 교육을 위한 강좌를 만든다거나 대회를 개최하는 이벤트도 자주 한다. 이 운영자는 바둑이 상당한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20~30대 가운데 바둑을 배운 청년들이 의외로 많다. 다만 사회 생활을 하느라 혹은 바둑을 둘 곳이 마땅치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생활체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바둑이 중장년 이상에 쏠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년들의 유입이 늘고 있다”고 봤다. 강난희 바둑 강사도 “최근 대학에서 교양 수업으로 바둑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수강생이 만원 사례를 이뤘다”면서 “일상 속에서 바둑과 만날 접점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생활체육으로서 바둑의 가치를 우연히 확인한 대기업도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5월 21일부터 7월 16일까지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바둑교실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바둑교실을 담당했던 최규석 한화생명 파트장은 “처음 준비할 때는 30명 규모로 생각했지만 막상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보니 하루 만에 마감됐고 100명을 초과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은 “담당 임원에게 보고했더니 ‘직원들 수요가 있는 것인데 인원을 늘려라’고 해서 정원을 100명으로 늘렸다. 그랬더니 이틀 만에 150명을 초과했다”면서 “결국 150명으로 다시 인원을 늘리고 대형 강의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에선 이번 교육은 완전 초급자를 위한 입문과정으로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입문II, 초급 과정으로 분리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최 파트장은 “장기적으로 정규인 직원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인사팀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생명 바둑교실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참가자 가운데 20대가 49명, 30대가 47명, 40대가 40명, 50대가 14명으로 20~30대 비율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거기다 여성 참가자가 78명으로 남성(72명)보다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최 파트장은 “지원서를 받을 때 학습 동기를 확인했는데 자녀들과의 소통을 위해 배우고 싶다는 얘기가 가장 많았고, 호기심으로 바둑을 배워 보고 싶다거나 바둑을 좋아하는 부친과 바둑을 같이 두고 싶다는 이유도 많았다”고 소개했다. 바둑 동호회가 기업의 대표 사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아이러브바둑, 통칭 기우회라고 부르는 삼성화재 바둑 동호회의 내부 대회는 이제 명실상부한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가 됐다. 현재도 이범 부사장 등 회원 25명이 매달 첫째주 금요일 퇴근 후 모여 바둑 사랑을 불태운다. 바둑을 왜 좋아하게 됐을까. 대부분 ‘차분하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꼽는다. 홍 클럽장은 “인터넷 게임 등 대부분의 스포츠는 승부를 추구해 호흡이 빨라지지만 바둑은 반대다. 정중동의 차분한 분위기를 익히는 게 바둑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이어 “내가 일하는 회사만 해도 임원들 중에서 바둑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바둑이 젊은 직원들과의 세대 간 차이를 극복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운영자 역시 “바둑은 자기 기력에 맞는 재미가 있다. 바둑을 배우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배운 사람치고 바둑이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했다. 바둑 동호인들은 바둑 대중화에 기여한 4대 분기점을 지목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꼽는 게 ‘이창호 9단’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이창호의 활약상을 모델로 한 에피소드가 등장했듯 이창호는 동시대의 30~40대에게 바둑을 확산하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바둑은 중장년 남성만 좋아한다는 게 상식처럼 통용되지만 사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바둑을 배운 젊은층이 꽤 된다. 이들 상당수가 ‘돌부처’ 이창호의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에 번역판으로 국내에 소개된 ‘고스트 바둑왕’은 또 다른 공신이다. 히카루라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바둑을 배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바둑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데다 내용 자체가 재미있어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부터 웹툰으로 연재를 시작한 ‘미생’도 바둑 용어를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연결시키면서 바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크게 높였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를 실감하게 한 2016년 3월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36) 9단의 대국은 지금 현재도 바둑을 퍼트리는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바둑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두뇌 스포츠’다. 치매 예방 혹은 여가 선용 등 다양한 장점도 있다. 하지만 바둑을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이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지나친 몰입이다. 이혜원 강북구청 언론팀장은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바둑”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가 원래부터 바둑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결혼하고 명절에 시댁에 가니 남편과 시아주버니들까지 넷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안일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도 바둑만 두는 데 학을 뗐다. 이 팀장은 “바둑에 몰두하느라 담배까지 피우는 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면서 “바둑은 두더라도 할 일은 하고 건강뿐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소통을 챙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치인들도 이번 계기로 위인이 될지어라/홍희경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정치인들도 이번 계기로 위인이 될지어라/홍희경 산업부 차장

    #1. 연구자들은 우리가 약 3배 손해라는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왜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인지 따지는 게 금기가 됐다. 반일 전략을 가슴으로 맹목적으로 느끼지 않고, 머리로 의심하고 회의하는 태도 전부를 반민족·친일로 보는 분위기다. #2. 당장 요긴한 불화수소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라 급파된 삼성전자 실무직원들이 구했다. 실무자여야 협력사별 생산능력을 알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해결사 역할이 필요하니 이 부회장이 마치 문익점처럼 소재를 구해왔단 식으로 구전됐다. #3. 2016년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안건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다음날 영국 구글 검색어 1위는 ‘브렉시트란 무엇인가’. 영국인들은 파장을 잘 모른 채 막대한 분담금과 이민자 유입을 감내하고 있다는 호소에 찬성표를 택했다. #4. 브렉시트 찬성표를 결집시킨 이민자 수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그저 영국인의 EU 내 해외 취업 이득도 크다는 상반된 통계가 안 알려졌을 뿐. 이후 한쪽 정파에 치우친 통계만 선별해 맹신하는 현상을 이르는 ‘포스트 트루스’(탈진실)란 말이 생겼다. #5. 삼성전자는 지금 ‘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등’ 처지마저 부럽다.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면 대응한다”는 당정의 방침이 확고하니 기업 피해는 변수가 아니라 일단 감내해야 할 상수가 됐다. ‘어차피 대기업이 잘돼도 낙수효과는 없다’며 당정의 방침을 독려하는 열기도 뜨겁다. #6. 대기업 낙수효과가 이제 더이상 없는 산업구조란 진단도 가짜뉴스가 아니다. 통계와 경험으로 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기업이 무너질 때는 고통이 전염된다는 다른 경험도 있다. 쌍용차의 평택, 조선산업의 거제에서 쇠퇴의 낙수효과가 있었다. #7. 대결 구도 정치는 지난 30년 동안 만병통치 전략으로 발언권과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더 나쁜 놈 옆에 서기’다. 선거철엔 ‘최악 대신 차악’ 캠페인으로 변질되는 전략이다. 야권이야 늘 같은 상대, 언제나 더 나쁜 놈은 청와대라 선언한다. #8. 일본이 촉발한 위기여서 여권의 정치적 운신 폭이 야권보다도 더 넓어 보인다. 일본이라는 ‘정말 더 나쁜 놈’이 상대인 데다 ‘반일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이성적으로 대응하자’고 주장하는 모든 이를 ‘정말 더 나쁜 놈’ 편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 #9. 정치권의 말이 실제 위기보다 더 세지더니 결국 “불과 12척의 배”까지 나왔다. 상대는 ‘정말 더 나쁜 놈’인 데다 오래 준비해 우리를 급거에 공격했다. 궁지에 몰렸더라도 정신 차리고 전열을 가다듬어 ‘영웅’에게 힘을 보태자는 게 12척의 뜻이다. #10. 모든 영웅은 시련과 고통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래서 멋있다. 그렇다고 영웅 되자고 굳이 시련과 고통의 상황으로 달려들 필요는 없다. 수중의 200척 지킬 노력에 무심한 채 영웅 될 필요조건 12척이 될 때까지 질주하는 건 우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공론장에선 200척 중 188척을 잃지 않을 방법을 찾고 실행하자는 제안이 매국이요 친일인 분위기다. #11. 지난달 유람선 침몰 때 잠수부의 위험한 수색을 막으며 헝가리 장관은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싶지 않다. 시신을 구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영웅도 못 풀 상황까지 질주하며 갈등을 소비하는 정치와 다르게 현안 해결이 우선인 생산적 정치의 면모다. #12. 사태 뒤 보름이 지나니 정치인들이 기업인 불러 보고받는 자리는 줄었다. 현재의 기술 역량이나 시행착오 비용을 감당해 가며 소재를 국산화했을 때의 가격경쟁력 고려 없이, 수십년째 못 해낸 소재 국산화를 빨리 해내라는 면전에서의 재촉도 줄었다. 위기가 기회라는 식의 무책임한 격려에 덕담을 돌려 드리고 싶다. 정치인들도 이번을 계기 삼아 꼭 간디나 처칠처럼 위인이 돼 보시길 기원한다. saloo@seoul.co.kr
  • “규제 풀어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업 혁신 열기 뜨거워졌다”

    “규제 풀어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업 혁신 열기 뜨거워졌다”

    모래가 담긴 네모난 상자에서 아이가 놀고 있다. 모래성도 쌓고 터널도 만들며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자칫 놀다가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부모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본다. 최근 시행 6개월을 맞은 ‘규제샌드박스’의 기본적인 개념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신산업·신기술 출현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제도다.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기업들은 규제샌드박스에 들어와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새로 개발한 아이디어나 제품이 시장성이 있는지도 가늠한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올해 목표 100건 가운데 81건(81%)의 규제 샌드박스 과제가 승인됐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로 속병을 앓던 기업들의 열기가 뜨겁다. 18일 ‘규제샌드박스 시행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는 오일만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맡았다. -규제 샌드박스의 탄생 배경과 개념을 설명해 달라. 구자현(이하 구) “원래 영국의 제도를 본뜬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국가적으로 금융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핀테크’ 육성이 절실하다고 봤다. 당시 마크 월포트 영국 수석과학자문관은 핀테크를 키우기 위한 10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당장 추진하기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된 것이 규제샌드박스다. 이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응용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금융 분야에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혁신금융, 산업융합,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다.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영국보다 훨씬 넓어진 것이다. 특히 산업융합 분야는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발전 방향이 무궁무진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자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이종영(이하 이) “일종의 ‘패스트트랙’이다. 법에 근거를 두는 규제는 만들어질 땐 나름의 목적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변화하고 새로운 기술은 계속 나온다. 과거에 만들어진 법이 이런 변화를 오롯이 담아 내긴 역부족이다. 시장을 뒤흔들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여기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다.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험하는 ‘실증특례’, 일시적으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임시허가’, 신기술과 관련된 규제가 있는지 빠르게 확인하는 ‘규제 신속확인’ 등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원소연(이하 원) 최근 ‘공유주방’이 규제샌드박스의 문턱을 넘었다. 하나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공유하자는 아이디어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영업소마다 하나의 사업자만 영업을 신고할 수 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가 만든 식품을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규제를 풀어 보기로 했다. 스타트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공유주방 ‘위쿡’이 규제샌드박스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유주방 위쿡으로 한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공유토록 하고 여기서 생산한 식품을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신규 외식업 창업자의 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초기 창업비용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본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심전도 측정을 하려면 환자가 병원에 직접 와서 측정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는 이런 환자의 불편을 덜어 준다. 2015년 기술이 개발됐지만 원격의료가 전면적으로 제한되면서 시장 출시를 4년이나 하지 못했다. 정부는 응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으로 가도록 안내하는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로 심장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규제샌드박스 도입 후 구체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는지. 구 “규제샌드박스 과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도전하려는 의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인력 문제 등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역시 규제다. 규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기반이 아무리 갖춰져도 성장할 수 없다. 규제샌드박스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언제든지 규제를 풀어 줄 수 있다는 신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스타트업들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뒤로 투자자들에게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 원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규제개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제도다. 지금껏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규제를 개선했을 때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를 풀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하는 일은 해당 법령을 가지고 있는 부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규제샌드박스 과제는 부처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규제 혁신과 그것에 대한 책임을 공무원 한 사람, 한 부처에만 묻는 방식을 넘어 모든 사람이 참여해 장기적으로 규제 개선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여러 분야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혁신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 우리나라의 규제 완화 시스템은 규제를 풀어 줘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담당 공무원더러 책임을 지라고 하는 구조다. 규제를 풀어 줘서 얻은 사회적 혜택은 무엇인지 함께 봐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규제를 풀어 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만 크게 부각되는 문제점이 있다.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면 감사원에서 감사를 나오고 검찰 수사도 들어간다. 정부에서도 해당 공무원을 징계한다. 이런 구조에서 누가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 주려고 하겠는가. 공무원이 규제를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언론은 비판적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규제가 가진 효과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올바른 방안도 함께 제시해 줘야 한다.” 구 “규제샌드박스가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려면 국회도 노력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면서 어떤 규제가 문제가 있는지 파악했다면 관련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열심히 투자한 기업이 규제샌드박스에서 나와 갑자기 고꾸라질 수도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자본, 기술력을 가진 기존 대기업과의 협업을 이끌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 규제샌드박스에 들어온 기업끼리의 융합을 이끌어 내려는 관점도 중요하다.” -규제샌드박스의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는. 원 “규제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와 환경이 변하는 속도를 법이 따라오지 못해 불합리해진 측면이 우리가 개선해야 하는 지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으면서 과감하게 뛰어들어 보자고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것이 자칫 시장에 ‘샌드박스만 통하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 샌드박스를 거쳤는데도 여전히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업들도 알아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바꾸고 싶어도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이 첨예한 문제가 있다. 이런 것은 규제샌드박스로 풀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 구 “규제샌드박스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의 편익 증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샌드박스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사업자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혁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서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샌드박스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규제샌드박스에서 내놓은 결과물이 마냥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혜택을 줬는데 이런 결과물을 냈다는 비난보다는 혁신과 도전하는 자세를 응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중요 계기가 된다.” 정리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최태원 “국내 中企 불화수소 안 쓰는 건 품질 때문”

    최태원 “국내 中企 불화수소 안 쓰는 건 품질 때문”

    최태원 “반도체 공정마다 불화수소 달라 국내 기업, 그 정도 디테일은 못 따라가”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와 관련해 국내 대기업들이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쓰지 않는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이는 품질의 문제이며 앞으로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도 중국도 반도체를 다 만들지만 품질의 (차이) 문제”라면서 “반도체 생산 공정마다 필요한 불화수소의 분자의 크기 등이 다 달라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 내부(국내)에선 그 정도까지의 디테일은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번 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중소기업을 만나 물어보니 불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문제는 대기업이 사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며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대책과 관련해 “각자 위치에서 각자 맡은 바를 천천히 잘 해나가는 게 해법일 수밖에 없다”면서 “제가 일본에 가야 되는 일이 생기면 일본에 가서 우리가 도울 일은 돕고, 필요한 일은 도움을 받는 상생의 방법을 하나씩 찾아나가겠다”면서 필요 시 직접 일본을 방문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SK하이닉스 차원의 비상계획에 대해서는“대책이 하루아침에 나올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하나씩 마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제주포럼 이튿날 열린 ‘CEO 강연’의 연사로 나와 ‘기업의 돌파구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고객과의 단단한 신뢰 관계가 구축되면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고, 비즈니스의 확장 기회도 열린다”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사이에도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화학기업인 바스프 등 15개 기업들이 모여 사회적 가치 측정 방식을 합치는 작업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SK그룹 안에 사회적 가치를 심을 때 임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을 묻는 박용만 상의회장의 질문에 ´냉소주의´라고 말하면서 “변하지 않으면 회사가 서든 데스(갑작스러운 죽음)를 맞을 수 있다며 강조했고,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도 사회적 가치 50% 반영을 선언했더니 (직원들이) 도망갈 데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제주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90‘s 신주류가 떴다] 같은 듯 달랐다…80년대 vs 90년대생 직장 문화 시각

    [90‘s 신주류가 떴다] 같은 듯 달랐다…80년대 vs 90년대생 직장 문화 시각

    받은 만큼만 일해요, 일에 끼워넣지 마세요…워라밸이 중요 1990년대생과 기성세대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곳은 직장이다. 기성세대 상사들은 “워라밸(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입에 달고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요즘 애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90년대생들은 “꼰대들 때문에 소중한 내 인생을 허비할 수 없다”고 맞선다. 기존 조직문화로는 기성세대와 20대들의 간극을 메우기 힘든 상황이 됐다.서울신문이 1980년대와 1990년대생 6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두 세대는 자신들이 몸담은 직장에 기대하는 것이 비슷했다. 그러나 직장(직업)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20대와 30대 사이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두 세대 모두 현재 직장(직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자아실현’을 꼽았다. 80년대생은 38.7%, 90년대생은 40.4%에 이르렀다. 두 번째로 꼽은 이유는 ‘워라밸이 가능한 환경’(80년대생 17.8%, 90년대생 16%)이었다. 현재 직장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묻는 질문에 80·90년대생 모두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2위 항목에서는 엇갈렸다. 80년대생 중에는 ‘정년까지 오래 다니는 것(21.9%)’을 목표로 삼는 이가 많은 반면 90년대생 중 24.4%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꼽았다. 정년을 채우는 걸 목표로 삼은 90년대생은 312명 중 33명(10.6%)뿐이었다. 특히 지금 직장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기타 의견’으로 직접 써낸 이들의 답변이 눈에 띄었다. 20대 중 8명은 “지금의 직장을 ‘발판’ 삼아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워라밸이 목표라는 의견도 3명이 제시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 ‘심심함 해소’, ‘생존’, ‘행복한 것’, ‘즐거운 인생’ 등의 답변도 나왔다. 반면 30대 중에서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현재 직장 생활의 목표로 꼽는 이들이 있었다. 설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20대와 30대 중 대다수가 자아실현을 위해 현재 직업을 선택했고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으며 워라밸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층 인터뷰를 해 보니 두 세대 사이에는 워라밸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존재했다. 80년대생에게 워라밸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컸지만 90년대생에게는 ‘일 외에 나만의 활동을 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90년대생들에게는 일과 직장은 자신과 가족의 전부를 좌우할 만큼 묵중한 존재가 아니었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가벼운 것이었다. 채용정보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5월 41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이 퇴사한 경우가 있다는 기업이 74.8%나 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66.2%)보다 8.6% 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4%를 기록했다. 청년 취업난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도 90년대생들은 주저 없이 사표를 던진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주52시간 근무제와 지난 16일부터 발효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20대 직장인들의 워라밸과 빠른 사직·이직에 날개를 달아 줬다. 더욱이 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인권교육과 노동기본권 교육을 받아 기성세대보다 일찍 노동권을 의식하게 됐다. 우리는요 부장님 부품이 아닙니다…무조건 조립은 거부 ‘일한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일한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대기업 입사 3년차인 김민준(27·가명)씨는 “회사는 우리에게 ‘회사의 주인’이 되라고 하는데 웃기는 말이다. 내가 사장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이 되느냐”면서 “회사와 나는 계약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계약에 따라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는다”고 잘라 말했다. 20대들은 또 언제까지 지금의 직장에 다닐지 몰라도 하루의 절반을 직장에서 보내는 만큼 최대한 즐겁게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즐겁게 일하면서 개인 시간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 20대들은 투트랙 전략을 쓴다. 일에서는 존재감을 보이는 ‘인싸’(인사이더) 전략을 구사하고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철저히 ‘아싸’(아웃사이더)로 남는 것이다. 유통업체 직원인 정용덕(28)씨는 “상사의 눈에 안 띄려고 회식 때도 구석에 앉는다”면서 “나서서 말을 하거나 튀면 불필요한 일까지 떠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하게 내 일만 잘하면 된다”면서 “업무에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닌 김민영(25)씨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이 명문대를 거쳐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정작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면서 “명문대 간판을 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들어갔지만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사는 인생에 좌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한 전문직 법인에 입사한 최명훈(26·가명)씨도 “대기업에는 옛날 방식의 숨 막히는 조직문화가 남아 있을 것 같아 자유롭게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작은 회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관리직으로 일하는 김학인(26)씨는 “업종 특성상 아직도 군대식 문화가 강하고 막내에게 일이 몰려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막내든 선임이든 능력대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는 90년대생에게 경직된 조직문화와 상사들의 꼰대 짓은 분노를 유발한다. 김민준씨는 “최근 퇴사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꼰대 같은 선배들을 보면서 10년 뒤 내 모습이 저럴 것이라는 게 암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는 선배들의 모습이 실망스럽고 나도 그렇게 될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업무 능력이 탁월한 선배가 지적하면 곧바로 수긍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경찰관인 이모(26)씨는 “능력이 없고 책임감이 없는 선배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배가 시키는 대로 했다가 일이 틀어졌는데도 정작 선배는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낀 적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능력을 무책임하게 후배에게 전가하는 상사들은 아예 상종하지 말하야 한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설문조사 결과 ‘가장 화나는 상사의 행동’으로 90년대생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거나 책임지지 않을 때’(26.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저녁이나 주말에도 업무 지시를 할 때’(16.1%), ‘상사가 할 일을 나에게 떠넘길 때(15.5%)’, ‘업무지시가 구체적이지 않을 때’(15.5%)도 20대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김다미-유재명, 연기 천재들의 만남 “설렘과 부담”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김다미-유재명, 연기 천재들의 만남 “설렘과 부담”

    ‘이태원 클라쓰’가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의 클래스 다른 퍼펙트 라인업을 완성했다. ‘초콜릿’ 후속으로 방송되는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연출 김성윤, 극본 조광진, 제작 쇼박스·지음, 원작 다음웹툰 ‘이태원 클라쓰’)가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의 파격적인 만남을 성사시키며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동명의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태원 클라쓰’는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의 ‘힙’한 반란을 그린 작품.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이태원의 작은 거리에서 각자의 가치관으로 자유를 쫓는 그들의 창업 신화가 펼쳐진다. 인기 웹툰 ‘이태원 클라쓰’(글/그림 조광진)는 2017년 연재를 시작해 누적 조회 수가 2억 2천에 빛나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 다음웹툰 역대 미리보기 결제 매출 1위, 평점 9.9를 기록하며 호평과 인기를 동시에 누렸던 화제작으로 드라마 제작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가상 캐스팅’이 연이어 화제가 되는 등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태원 클라쓰’가 특히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원작을 탄생시킨 조광진 작가가 직접 드라마 집필을 맡았기 때문.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이야기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줄 원작자의 의기투합은 드라마 팬뿐만 아니라 웹툰 마니아들의 기대 심리를 더욱 증폭시킨다. 여기에 탄탄한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들까지 합류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뜨겁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박새로이’ 역은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박서준이 연기한다. 박새로이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직진 청년. 사그라지지 않는 분노를 안고 입성한 이태원 거리에서 새로운 꿈의 도전을 시작하는 인물이며, 요식업계의 대기업 ‘장가’를 향한 거침없는 반격으로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한다. 박서준은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쌈 마이웨이’, 영화 ‘청년경찰’ 등 드라마와 스크린을 오가며 출연하는 작품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흥행력을 과시해왔다. 패기 넘치는 청춘의 얼굴부터 여심을 녹이는 ‘로코킹’에 이르기까지 한계 없는 변신을 이어온 그가 또 한 번 ‘인생캐’ 경신에 나선다. 이미 작품에 대한 뛰어난 안목으로 흥행불패의 신화를 써온 박서준의 선택이 믿음을 더한다. 박서준은 “박새로이는 소신을 지키면서 매 순간 노력하는 우직한 인물이다. 원작을 보신 많은 분들의 인생 캐릭터로 꼽히기 때문에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이라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도전과 성장은 시청자 여러분들께도 많은 공감과 응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좋은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남다른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신이 내린 두뇌를 장착한 ‘고지능’ 소시오패스 조이서 역은 유니크한 매력의 김다미가 맡는다. SNS 스타이자 파워블로거로 유명한 조이서는 천사 같은 얼굴에 반전의 성격을 가진 인물. 악연처럼 시작된 인연으로 박새로이와 함께 이태원 접수에 나선다. 김다미는 지난해 영화 ‘마녀’에서 신선한 마스크와 독보적 연기력을 과시하며 각종 영화 시상식을 휩쓴 최고의 기대주다. ‘김다미가 선택할 차기작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던 상황. 자신만의 색이 확실한 배우 김다미는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생애 첫 드라마 주연에 나서며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김다미는 “오랜만에 하게 되는 작품인 만큼, 설렘과 부담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함께할 배우들, 감독님, 작가님이 훌륭한 분들이어서 좋은 작업이 될 것 같다. ‘조이서’로서의 김다미도 많이 기대해 달라”고 설렘 가득한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유재명은 요식업계 대기업 ‘장가’의 회장인 장대희를 연기한다. 장대희는 배고팠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 요리를 업으로 삼게 된 자수성가형 재벌이자, ‘자비리스’ 권위주의자다. 아들의 사고로 얽힌 눈엣가시 같은 존재 박새로이를 다시 마주하며 철옹성 같던 그의 인생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비밀의 숲’, ‘라이프’, ‘자백’ 등에서 선 굵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안겨준 유재명. 그런 그가 ‘이태원 클라쓰’에서 자비 따윈 없는 회장 장대희로 변신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얼굴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그가 박서준과 보여줄 한 치의 양보 없는 맞대결은 ‘이태원 클라쓰’를 기대하게 만드는 최고의 관전 포인트로 손꼽힌다. 이에 유재명은 “‘이태원 클라쓰’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고, 재밌는 작품이 될 것 같아 촬영이 기대된다. 감독님, 작가님과 더불어 선후배 배우들과 함께 멋진 작품으로 완성시켜 시청자분들을 찾아뵙고 싶다”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태원 클라쓰’ 제작진은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의 조합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으로 덧입힐 배우들의 시너지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태원 클라쓰’는 ‘구르미 그린 달빛’, ‘연애의 발견’ 등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성윤 감독과 웹툰 ‘이태원 클라쓰’로 통쾌한 재미와 깊은 공감을 선사한 조광진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 여기에 ‘택시운전사’, ‘암살’, ‘터널’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영화를 선보여온 쇼박스가 첫 제작하는 드라마인만큼 기대를 더한다. JTBC 새 금토드라마 ‘초콜릿’ 후속으로 첫 방송 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닥터탐정’ 박진희 오열, 비정규직 곽동연 ‘충격 죽음’

    ‘닥터탐정’ 박진희 오열, 비정규직 곽동연 ‘충격 죽음’

    ‘닥터탐정’ 곽동연 죽음에 박진희가 오열했다. SBS ‘닥터탐정’ (극본 송윤희 연출 박준우)에서 곽동연이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가운데, 박진희와 봉태규가 이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최고시청률 6.6%, 1회 시청률은 1부 5.3%, 2부 6.3%을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수도권 기준) 이 날 방송은 도중은(박진희)이 산업재해를 은폐하려는 회사를 도와 그 원인을 분석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이후 노동자 측에서 파견된 UDC(미확진질환센터)의 허민기(봉태규)와 맞부딪쳐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얽히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TL그룹 비정규직으로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 일을 하고 있는 정하랑(곽동연)은 발을 헛디뎌 지하철 선로에 추락하지만, 열차와 충돌 직전에 도중은과 허민기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사고현장과 하랑의 행동을 되새기며 석연치 않다고 느낀 중은은 제대로 된 검진을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던 중, 그는 몸에 이상을 느끼고 미확진질환센터에 찾아가지만, 대기업 정직원이 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회사의 압박에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일터로 돌아갔다. 결국 그는 안전 수칙도 지켜지지 않는 위험한 상황에서 업무를 강행하다 선로에 추락,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급히 병원에 후송됐지만 숨을 거두었고, TL그룹은 언론은 물론 노조,시민단체, 그리고 유가족조차 아들 곁에 가지 못하도록 막아서 보는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TL그룹 회장이자 박진희의 전(前) 시아버지인 최곤(박근형)은 딸 서린을 볼모로 그에게 당장 현장에서 떠날 것을 명령해 그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사건은 은폐하려는 TL그룹과, 그리고 이를 파헤치고 싸울 것을 예고한 도중은의 반격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쫄깃한 전개로 다음 회에 대한 더 높은 기대감을 선사한 ‘닥터탐정’은 18일 밤 10시 2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LS그룹, 협력 펀드·에이스클럽 운영하며 상생

    LS그룹, 협력 펀드·에이스클럽 운영하며 상생

    LS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협력업체들과 상생협력을 통해 동반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LS전선은 하나은행과 각 200억원씩을 출자해 만든 상생 협력 펀드를 통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LS전선은 신한은행과, LS산전은 우리은행과 각각 ‘상생파트너론’을 조성해 2·3차 협력사도 대기업의 신용을 이용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가능하도록 저리로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도 하다. LS엠트론은 협력회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100% 현금성 결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기업은행과 40억 규모의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해 대출 금리를 우대받도록 하고 있다. LS그룹은 재무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력과 기술,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을 돕고 이들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손잡고 기술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LS산전은 ‘에이스클럽’ 제도를 운영하면서 협력회사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에이스클럽’은 협력회사 중 우수한 기업을 선정해 이들에게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제도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손성진 칼럼] 일본의 도발, ‘20년 후’에는 견딜까

    [손성진 칼럼] 일본의 도발, ‘20년 후’에는 견딜까

    몇 년 전 베트남 하노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을 방문했다. 유심히 보니 생산·조립 장비가 일본 후지쓰 제품이었다. 두 가지 의문이 생겼었다. “왜 우리 기업은 중요한 생산 장비를 만들지 않을까?”, “‘저 장비가 없으면 스마트폰 생산은 중단되지 않을까?” 모든 부품과 소재, 장비를 한 국가나 한 기업에서 생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 간 분업이나 기업 간 분업은 효율의 측면에서 필요하다. 일본이 만드는 불화수소는 어느 나라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불화수소를 돈 들여 개발하느니 일본산을 수입해서 쓰는 게 나을 수 있다. 늘 그랬듯이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다가 큰일을 당한다. 일본 총리 아베가 그것을 무기로 들고나오니 결과적으로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적과 우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과거엔 적이었다가 가까운 나라가 됐지만, 적대적으로 돌변할 가능성에 대비했어야 했다.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나 너무 믿었다. 그렇게 근시안적이다. 부품·소재 산업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 인식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란 사람은 이제 와서 “부품·소재 산업 국산화에 20년이 걸린다”고 무책임하게 발언했다. 그러면 20년 전에는 어땠을까. 1999년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은 정덕구씨였다. 그가 중점을 두었던 3대 정책 중의 첫째는 부품·소재 산업 육성이었다. 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그 뒤에도 정치인, 관료들의 단골 메뉴였다.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5년 연두회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핵심인 부품·소재 산업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에 부품소재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산자부 차관이 민관 합동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일본으로 가서 투자유치 설명회도 열었다.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도 발족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품·소재 산업 육성 정책을 언급하면서 “20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아직 큰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때도 ‘20년 전’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240억 8000만 달러였는데 부품·소재 분야가 151억 3000만 달러로 63%다.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었을지는 모르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 핵심 분야에서는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 말로만 외쳤지 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정권이 바뀌면서 동력과 구심점을 잃었다. 부품·소재 연구개발 예산 규모도 비중도 줄었다. 우리 정책의 고질적인 병폐가 이것이다. 부품·소재 산업은 중소기업이 중심이 돼야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자본력은 몹시 취약하다. 문제는 정부와 대기업이다. 중소기업을 키우기보다는 수입에 의존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이익률을 높이는 데만 몰두하고 중소기업 지원에는 인색하다. 돈이 없는 중소기업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산업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책들은 정권 따라 흔들리고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은 어디로 갔나. 한동안 관심도 없이 넋 놓고 있다가 이제 또 부품·소재 산업의 독립이니 예산 증액이니 하며 떠들어 댄다. 물론 일말의 성과도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득하지 못하고 끈기가 없다. 일관성도 없다. 입으로만 “육성, 육성” 했던 과거 행태가 또 반복될지 알 수 없다. ‘일본 쇼크’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물에 물 탄 듯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지금 정부는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조업은 다 죽어 가고, 그렇다고 미래산업·4차산업을 위해서도 정부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2030년 `제조업 세계 4강’ 선언도 공허하게 들린다.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은 있는가. 반도체 소재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와 기계 등에서도 일본이 또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수소자동차의 백금촉매라는 핵심 부품이 하나의 예다. 그런데 국내 대학과 연구원에서 대체 부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우리의 기술력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산학연이 힘을 합친다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 20년 후에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준비해야 한다.
  • “대기업도 부품 소재 개발하고 정부는 규제 완화해야”

    “대기업도 부품 소재 개발하고 정부는 규제 완화해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이 17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대기업들이 소재 개발에 같이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통상전략 2020’ 보고서 발표회에서 “부품 소재라는 품목 특성상 그동안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생산을 해왔다”면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초기에 경제성이 낮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내에서도 (현재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같이 개발하면 좀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이것이 장기화된다고 하면 (소재 개발과 관련해) 각종 수도권 규제나 환경 규제에 대해서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노력들을 하면 결국 헤쳐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본과 한국의 글로벌 밸류체인(가치 사슬)은 상당히 단단히 엮여 있다. 수십년간 상호 분업과 특화를 통해서 상호 무역 구조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전 세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큰 역할을 해온 국가들”이라면서 “이렇게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외교 문제가 통상 이슈로 확대되고 경제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도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한 ‘통상전략 2020’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서 한국(1289억 달러)이 일본(851억 달러)보다 438억 달러 앞섰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거꾸로 일본(739억 달러)이 한국(733억 달러)보다 6억 달러 앞선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수요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옮겨 간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현정 무협 통상지원단장은 “한국 시장이 작지만 미래 중국 시장을 보고서 소재 부품을 개발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중국의 우리나라 제품 수입 품목에 변화가 있을 것을 감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日경제보복에 박영선 “한일 무역전쟁, 위기이지만 기회도 제공”

    日경제보복에 박영선 “한일 무역전쟁, 위기이지만 기회도 제공”

    일본 정부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 4일부터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 가운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한일간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위기이지만 기회의 길도 제공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박장대소 북콘서트’에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투자해 스스로 일어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렇게 말했다. 박 장관은 “(현 상황을) 대기업에 물으니 ‘일본에서 들여오면 신뢰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수입만 했다’고 반성하더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도 중소기업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해 스스로 일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기부도 연결자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 R&D 투자전략을 짜고, 이를 위한 플랫폼도 만들어야 한다”면서 “축적된 R&D는 국민 세금이 지원된 만큼 공공이익을 위해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이 쓴 ‘축적의 길’을 주제로 열린 이번 북콘서트에는 중기부 직원 200명이 참석했다. ‘축적의 길’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한 책으로, 축적을 통해서만 혁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장관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AI도 축적을 통해서 얻는 기술”이라면서 “축적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우리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의왕시, 청년 취업 성공 지원 ‘청년 취업캠프’ 2기 운영

    경기도 의왕시는 청년 취업캠프 2기 운영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6일 개강식을 가진 캠프는 청년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 성공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2기 캠프는 하반기 공기업, 대기업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기초능력평가 필기시험 준비반과 면접 집중반 두 개의 과정으로 나눠 운영한다. 직업기초능력평가 필기시험 준비반에는 총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총 10시간에 걸쳐 모의고사 등을 통해 실전 시험을 대비한다. 또 20명이 참여하는 면접 집중반은 오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4회에 걸쳐 총 12시간 과정으로 진행한다. 입사지원서와 면접부분에 집중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2기 취업캠프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두고 소그룹 운영 및 1 대 1 밀착교육을 강화해 좀 더 실효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김상돈 의왕시장은 “취업캠프가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청년 취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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