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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락의 기업인맥 대해부](57) 농업인 조합원 213만명의 수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이종락의 기업인맥 대해부](57) 농업인 조합원 213만명의 수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협, 자산규모 58조원으로 대기업순위 9위김병원 회장, 이론과 현장을 갖춘 전문경영인임기 1년 남아 여러 성과 달성할지는 미지수 농협은 1961년 종합농협으로 출범했다. 2019년 2월말 현재 213만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 특수법인이다. 2012년 금융·경제지주가 주식회사가 돼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재계에 속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엄연히 자산규모 58조 1000억원으로 대기업 순위 9위에 랭크됐다. 농협 하나로유통 등 농협경제지주와 NH농협은행·생명·손해보험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와 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원 213만여명, 31개 계열사, 임직원 88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는 자리다. 이런 점에서 김병원(66) 회장의 위상은 여느 대기업 총수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김 회장은 농업중앙회장이 1988년 민선으로 전환된 이후 첫 호남 출신 중앙회장이다.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농업개발학 석사학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한 뒤 20대에 나주 남평농협 상무가 된 뒤 전무를 거쳐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을 3연임하는 등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론과 실무, 현장경험을 두로 갖춘 농업 경영인이다. NH무역 대표이사와 농협양곡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23대 농협중앙회 회장에 당선됐다. 은행과 증권 등의 영업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금융지주만 1조 2189억원의 수익을 내 조합원들에게 3.7%의 잉여금 1780억원을 배당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당선 당시 오는 2020년까지 가구당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농협은 지난해 4200만원 정도 달성한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다 중앙회가 농기구를 구매해 조합에 무상 대여하거나 사료비·비료비·농약값 인하를 단행해 농민들에게 유무형의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농협측은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사료와 농약값의 인상요인이 있어 계열사들이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농업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다소 손해가 나도 된다”며 오히려 가격인하를 밀어 붙였다.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회원경영컨설팅부’와 ‘농가소득지원부’를 새로 만들었다. 그는 회장 취임 당시 농협을 “목표만 있지 목적을 잊어버린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협동조합으로서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역할에 집중하는 게 농협의 존재이유”라며 중앙회의 변화를 꾀했다. 농협이념중앙교육원을 세워 협동조합의 DNA를 깨우는 작업도 진행했다.  김 회장은 NH무역 대표를 지낸 경험을 살려 해외판매 채널 확장에 힘쓰는 한편 인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장에 진출해 농업바이오 등 경제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 못지않게 그의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 회장은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 2심이 진행되고 있어 재임기간 내내 리더십의 상처를 입었다. 김 회장은 또 지난 2017년 10억원이 넘는 퇴직 공로금과 별도로 퇴직 뒤 2년 동안 매달 500만원의 보수와 차량, 기사 등을 제공하도록 ‘전관예우’ 규정을 고쳤다가 국회에서 지적을 받자 취소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3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친인척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농협은 “기간제근로자중 정규직전환한 직원중 친인척은 1.8%에 불과하다”며 해명했다. 농협은 중앙회와 은행 등 주요 법인의 정규직 전환을 작년에 마무리하고, 나머지 법인도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로 ‘동심동덕’(同心同德)을 내세웠다. ‘같은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된 마음’으로 근무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그의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갈수록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그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빛을 발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알립니다## 지난해 8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가 이번 주말에 57, 58회로 농협편이 게재됩니다. 이 시리즈의 게재기준은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자산규모 순위를 기본으로 하되 모기업에서 유래한 파생기업들을 연이어 소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산규모 9위인 농협과 24위인 한국투자금융은 재계에 속하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주 농협편부터는 시리즈 제목을 ‘이종락의 기업인맥 대해부’로 정정해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 벤처, 혁신성장 동력으로 재활용… 文 “4년간 12조 투자 창출”

    벤처, 혁신성장 동력으로 재활용… 文 “4년간 12조 투자 창출”

    2022년까지 1조원 유니콘 기업 20개로 자금 지원·규제 완화·인프라 구축 3박자 비상장 기업엔 ‘차등의결권 주식’ 허용 데이터·인공지능 전문인력 1만명 양성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벤처붐’을 일으키고자 한다”면서 “이를 위해 향후 4년간 12조원 규모 투자를 창출해 스케일업(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고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벤처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 D캠프에서 열린 제2벤처붐 확산전략 대국민 보고회에서 “정부는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를 국정과제로 삼고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아마존, 인텔 사례를 언급하고는 “정부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창업자와 투자자가 돈을 벌고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M&A를 통한 벤처투자 회수비중을 2018년 2.5%에서 2022년까지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20년 전 김대중 정부 당시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성장 동력으로 활용됐던 ‘벤처’가 다시 혁신 성장의 중심으로 기용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사업·고기술 스타트업 발굴 ▲벤처투자 시장 내 민간자본 활성화 ▲스케일업과 글로벌화 지원 ▲벤처투자 회수·재투자 촉진 ▲스타트업 친화적 인프라 구축 등을 담은 ‘제2벤처붐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존에는 창업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성장단계, 스케일업에 중점을 뒀다”며 “일반 국민이나 대기업을 포함해 민간이 (벤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엔젤투자 규모 2022년까지 1조원 확대 이번 지원책의 핵심은 벤처기업이 돈을 구하기 쉽게 해 주고 창업과 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주며 기술혁신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먼저 초기 자금을 구하기 쉽게 하기 위해 지난해 4394억원이었던 엔젤투자 규모를 2022년까지 1조원으로 늘린다. 일반투자자의 벤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모집 한도를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리고 대상 기업 범위도 창업 7년 이내에서 모든 중소기업으로 넓힌다. 어느 정도 성장한 벤처기업이 사업을 키우기 위한 자금 지원도 확대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전용펀드를 조성해 모태펀드와 성장지원펀드 등을 통해 운영한다. 또 이달부터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올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BDC는 개인과 기관의 투자금을 받아 상장한 뒤 해당 자금을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특히 증권사,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벤처캐피탈(VC)도 BDC 운용에 참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엔젤투자자 투자 지분을 매입하는 전용 펀드도 4년간 2000억원 규모로 만든다. 자금뿐만 아니라 제도도 개선된다. 벤처지주회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 자산 규모를 현재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추고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도 폐지한다.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기간은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초기 벤처기업 주식의 양도차익·배당소득에 대해 법인세도 면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벤처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쉬워져 투자자들의 부담이 적어진다. 규제 완화를 통해 벤처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 엄격한 요건하에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제조 창업기업에 한해 3년 동안 부담금 면제 항목을 12개에서 16개로 늘려 준다. 이 사안은 그동안 벤처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정책이다.●3년간 부담금 면제항목 16개로 늘려 특히 차등의결권 주식 발생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벤처기업이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 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재벌의 경영 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해 도입되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는 “차등의결권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이라는 원칙과 맞지 않지만 벤처업계의 경우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한정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며 “민간을 비롯해 관계부처와의 폭넓은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엄격한 요건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정부는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의 규제 샌드박스 활용 사례가 연내 100건 이상 나오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직원 스톡옵션 3000만원까지 비과세 추진 인적·물적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원책도 제시됐다. 5∼10년 내 유니콘기업이 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을 발굴하는 ‘미래 유니콘 50’(가칭) 프로그램이 올해 하반기에 도입되고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창업기업 투자 펀드를 2022년까지 6000억원 조성한다. 벤처기업 직원이 스톡옵션 행사 시 비과세 혜택을 현재 연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린다. 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인력을 2023년까지 1만명 양성하고 상반기에 AI 대학원을 3개 신설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공정위, 직원에 모든 외부인 접촉 보고 의무화

    공정위 퇴직자 31%…법률 조력자는 29% 3자 통한 ‘쿠션 청탁’ 막게 보고 대상 확대 지난 한 해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만났다고 신고한 외부인의 3분의1은 대기업 대관팀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년 동안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훈령)을 시행한 결과 보고 건수는 총 2344건, 누적 인원으로는 3881명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부터 직원이 대기업 관계자, 로펌, 그곳에 취업한 전관 등과 접촉할 경우 그 내용을 보고하도록 했다. 전·현직 간부들이 기업에 재취업하는 퇴직 공무원을 도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자, 그간 전관의 사건 청탁 관행 등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규정이다. 분석 결과 접촉 외부인 가운데 36.2%(1407명)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대관팀 직원이었다. 이어 공정위 퇴직자(31.1%·1207명), 법무법인 등 법률전문 조력자(29.8%·1155명) 등이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운영상 허점이 있었던 만큼 훈령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보고대상 외부인을 ‘모든 외부인’으로 확대한다. 보고대상 외부인이 그렇지 않은 제3자를 통해 접촉하는 이른바 ‘쿠션 청탁’을 막으려는 조처다. 접촉 중단 대표 사유에 ‘사건 배정 및 담당자 지정 청탁’도 추가했다. 또한 공정한 사건 처리를 저해한 외부인의 공정위 접촉 금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강화했다. 공정위는 외부인 접촉 통계를 올해 1분기부터 정기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상속 주식 차명 보유’ 불구속 기소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상속 주식 차명 보유’ 불구속 기소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상속 받은 수 십만주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는 이 전 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제법, 독점규제법 위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국세청에서 고발한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대주주로서 주식 보유 상황을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차명주식 38만주를 자신의 보유분에 포함하지 않고 거짓 보고를 했고, 나아가 일부 주식을 매도하면서 발생한 소유 상황 변동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전 회장은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피하고자 차명주식 4만주를 차명 상태를 유지하면서 거래까지 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 당시에도 차명주식을 보고하지 않은 혐의(독점규제법 위반)도 추가했다. 다만 검찰은 당초 국세청이 고발한 상속증여세 포탈 혐의에 대해선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상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후 차명상태를 유지하거나, 세금을 미신고한 것만으로는 조세포탈죄의 성립에 필요한 적극적 은닉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법인 등에 대한 법인세 포탈 혐의 역시 조세심판을 통해 과세처분 자체가 취소됐기 때문에 불기소 처분됐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새 대한민국 100년] GDP·수출 3만배 ‘한강의 기적’…혁신·경협 ‘한반도 기적’ 꿈꾼다

    [새 대한민국 100년] GDP·수출 3만배 ‘한강의 기적’…혁신·경협 ‘한반도 기적’ 꿈꾼다

    수탈의 경제였던 일제강점기의 여파로 대한민국은 광복 직후 식량이 없어서 무상 원조를 받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정부 주도 정책으로 현재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초고속 압축성장의 부작용은 컸다. 정부 주도 경제 발전의 열매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이 고꾸라지고 반도체를 이을 미래 먹거리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내수 침체는 악화될 가능성이 큰데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대적인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돌파구로 ‘혁신성장’과 ‘남북 경제협력’을 꼽는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남북 경협으로 새 시장과 투자를 창출해야 ‘한강의 기적’을 미래 100년간 ‘한반도의 기적’으로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은 1945년 광복 이후 국가 체제를 정비할 시간도 없이 한국전쟁(1950~1953년)을 겪었다. 국토 황폐화로 식량조차 구하기 힘들어 미국의 원조로 나라살림을 꾸렸다. 경제는 공업화와 수출에 초점을 맞춘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1966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2차 5개년계획(1967~1971년)부터는 중화학공업 육성에 집중했다. 정부 정책의 효과로 1970년대에는 연평균 9%의 고성장이 계속됐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 정책으로 대기업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됐고, 두 차례 석유파동까지 터지면서 물가가 폭등해 사회 양극화가 심해졌다.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으로 금융산업은 자생력이 없었고, 기업 부채 비율은 300~400%에 이르렀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 최악의 시련이었다. 해외 채권자들이 국내 은행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빼가자 은행들은 외화를 조달할 수 없었다. 한국은행이 긴급 자금을 지원했지만 외환보유고가 곧 바닥났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계기도 됐다. 부실 기업은 처리됐고 시장 규율은 강화됐다. 1998년 1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4대 그룹 총수들이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 ‘기업구조 개혁 5대 원칙’에 합의한 것이 시발점이다. 대기업의 줄도산을 지켜본 생존 기업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고 금융 건전성도 높아졌다. 10년 뒤인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그해 코스피는 40.7% 폭락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는 외화유동성을 은행에 긴급 공급했고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5.25%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추가경정예산으로 경기 부양을 도모하며 중소기업 신용 보증 확대, 가계대출 부담 완화 정책도 펴 빠른 시간 안에 충격에서 벗어났다.이 같은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은 수치로도 뚜렷하게 증명된다. 1953년 2000원(약 6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7년 3363만 6000원(약 2만 9745달러)으로 64년 새 1만 6818배 늘었다. 같은 기간 GDP는 477억 4000만원(약 13억 달러)에서 1730조 3985억원(약 1조 5302억 달러)으로 3만 6246배 성장했다. 1948년 1900만 달러에 그쳤던 첫 수출 실적은 지난해 6054억 7000만 달러로 70년 새 3만 1867배로 불어났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성장 잠재력 둔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대·중소기업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려워 소득분배는 더 악화됐다. 경제 발전으로 국가 전체 경쟁력은 올랐지만 국민 개개인의 행복은 그만큼 커지지 못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140개국 중 15위에 올랐다. 2014~2017년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급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57위에 그쳤다. 2017년(55위)보다 두 계단 떨어졌다.전문가들은 현 경제 상황을 두 번의 대형 위기와는 다른 구조적·만성적 위기라고 분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100년간 한국 경제의 새 기적을 일굴 원동력으로 혁신성장을 꼽는다. 정부도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추격형 경제’로 우리가 큰 성공을 거둬 왔는데 이제 그 모델로 가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려면 필요한 것은 역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기술만 뒤쫓던 과거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경제의 기초체력과 체질은 개선됐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면서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병돈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장은 “다양한 신산업에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 간 진입장벽을 낮추고 규제 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정부가 적극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 산업의 육성은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서 “혁신 기업 발굴·지원 정책은 지속하되 기존 산업 대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도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이지만 급격히 밀어붙이기보다는 적절한 속도 조절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등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정부가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등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되 경기 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경기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전 세계가 경기 하강 국면이어서 구조 개혁과 함께 정책 운용으로 성장률을 매끄럽게 끌고 가는 부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단기 고통이 너무 크면 안 되기 때문에 고통을 덜어 줄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본격화할 수 있지만 정부와 민간 모두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대 초 논의된 금강산, 개성공단, 경수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한강 하구 공동 이용, 조선협력단지, 단천 지역 지하자원 개발 등 7개 남북 경협 사업이 30년간 추진될 경우 발생할 경제 성장 효과다. 연평균 5조 7000억원으로 남한 GDP를 연간 0.3% 올릴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돼야 가능하지만 남북 경협은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일 가장 큰 계기”라면서 “철도 연결 등 대북 투자는 북한의 대외 신용도가 회복되면 국제기구 자금 조달 등으로 재정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대북 투자가 늘면 남한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대한항공, 장애인 의무고용도 ‘최악’

    대한항공, 장애인 의무고용도 ‘최악’

    국회·서울시교육청도 3년 연속 ‘불명예’ 의무 고용률 상향 영향 작년보다 12%↑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오너 갑질’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등이 3년 연속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20일 국가·자치단체 7곳, 공공기관 19곳, 민간기업 579곳을 포함해 의무 불이행 605곳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국회와 인천·경기·충남·부산·서울시교육청,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서울시립교향악단은 3년 연속 불명예를 떠안았다. 대한항공과 현대 E&T, 고려개발, GS엔텍, 삼호 등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들도 3년 연속 포함됐다. 300인 이상 민간기업은 장애인 고용률이 1.45% 미만일 때, 국가·지자체(공무원)와 100인 이상 공공기관은 1.92% 미만일 때 명단이 공표된다. 고용부는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교육청들이 포함됐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명단 공표 대상은 지난해(539곳)에 비해 66곳(12.2%) 증가했다. 지난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0.2% 포인트 상승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장애인 고용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의무 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과 기업이 전체의 53.9%나 된다”고 밝혔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文대통령 “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 필요시 보완”(전문)

    文대통령 “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 필요시 보완”(전문)

    “정부 바뀌어도 ‘포용‘은 핵심 목표…확신 가져야의구심과 논란 있을 수 있어…인내심 자세 필요”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부가 바뀌어도 포용의 가치는 바꿀 수 없는 핵심 목표”라며“‘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에 대한 확신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포용국가 비전에 대해 “반드시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해야만 할 일이다. 우리가 신념을 갖고 추진해야 국민들의 걱정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다”며 “추진과정에서 의구심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결실을 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는 우리 정부의 경제성과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 경제를 5년의 임기동안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 모두발언 전문.『오늘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올해 우리 경제와 민생을 되돌아보고,내년도 경제정책방향과 목표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올해는 우리 정부가 ‘사람중심 경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첫해였습니다. 각 분야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임금과 가계소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의료,보육,통신 등 가계 생계비는 줄이면서 기초연금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창업이 꾸준히 늘고,벤처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혁신성장’을 위한 민간부문의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전기차·수소차와 재생에너지의 보급도 크게 증가해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희망도 커졌습니다. ‘공정경제’의 추진으로 불공정거래 관행이 많이 개선되고,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문제도 거의 해소됐습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거시 경제에서도 수출규모와 국민소득,재정건전성 등 여러 지표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이러한 성과들을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습니다.국민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려면,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서민,소상공인,자영업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산업측면에서는 자동차,조선 등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산업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합니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루기 위해 규제혁신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동시에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2019년도 예산이 확정되었습니다.역대 최대 규모인 470조원 수준입니다. 우리 정부의 의지가 온전히 실린 첫 번째 예산으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라는 국정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산업예산을 가장 크게 늘려 경제 활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민생,복지,삶의 질 향상과 같은 포용적 예산을 확대했습니다. 내년에는 우리 정부의 경제성과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합니다.경제를 5년의 임기 동안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투자를 확대하고,새로운 사업기회가 많아져 창업 붐이 일어나야 합니다. 소비 확대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영여건도 개선시켜야 합니다. 정부는 기다리지 말고,먼저 찾아 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포괄적인 규제혁신뿐만 아니라 투자 건별,제품별 투자 애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혁신창업 펀드를 통해 신산업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역대 최고수준인 20조원의 R&D 예산을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데 중점 투자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와 공공부문이 신산업·신제품을 우선 구매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국민생활 안정과 안전,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포용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카드수수료 인하와 임차권 보호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어야 합니다.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어르신,장애인,여성에 대해 맞춤형 일자리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자리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KTX 사고와 열송수관 사고,특히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일으킨 태안 화력발전소의 사고는 공기업의 운영이 효율보다 공공성과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다시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특히 위험,안전 분야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주거·의료 투자 확대,생활 SOC 확충,핵심 생계비 완화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핵심 사업입니다.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감수성 있게 대응해주기 바랍니다.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주기 바랍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사회적 타협,산업혁신,포용정책의 4대 부문,16대 중점과제를 선정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최소한 16대 중점과제는 반드시 결실을 보겠다는 각오로 경제팀이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습니다.추진과정에서 의구심과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인내심을 가지고 결실을 본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포용의 가치는 바꿀 수 없는 핵심 목표입니다.‘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에 대한 확신을 가져주길 바랍니다.반드시 성공할 수 있고,성공해야만 할 일입니다.우리가 신념을 갖고 추진해야 국민들의 걱정도 줄어들 것입니다. 오늘 2019년 경제정책방향이 국민들께 희망이 되길 기대합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In&Out] 재벌 규제 개편안, 대기업·시민단체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n&Out] 재벌 규제 개편안, 대기업·시민단체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재벌) 규제개편안을 공개한 후로 논의 과정 때 못지않게 찬반양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집단 문제는 늘 편차 큰 시각의 차이를 드러내 온 사안이었다. 이 기회에 재벌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시민단체의 기대와 함께, 어려운 경제현실을 반영하는 기준이 새로 수립됐으면 하는 재계의 바람도 적지 않았다.그럼에도 유독 최근 제기되는 주장에는 현실과 다른 오해나 속단들이 적지 않아 보여 아쉽다. 양측에서 가장 반발하고 있는 지주회사와 사익편취 규제만 해도 그렇다. 이번 개편안은 새로 편입되는 지주사와 자회사에 대해서만 자회사 지분율을 지금보다 10%씩 높이도록 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주사 설립이나 전환이 어려워졌다고 반발하고, 시민단체는 기존 지주사들을 개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비판한다. 그동안 정부는 지주사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 규제도 완화했고 세제혜택도 줬다. 그러는 사이에 지주사와 자회사 수는 급증했고, 자회사에서 지주사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편법적 부의 이전에 관한 징후들이 확인되고 있다. 상당수 지주사들 수익구조에서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보다 브랜드 사용료나 컨설팅 수수료, 임대료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 비중이 높게 형성돼 있다.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가깝게 갖는 다른 나라와 달리 20% 지분만으로도 자회사를 가질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정책을 따른 기존 지주사들에 하루아침에 자회사 지분을 늘리라고 하거나 수익구조를 지정해 줄 수는 없다. 경제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사기업 활동의 자유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국 특유의 편법적 거래 관행과 규제 환경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말하고 있지 않다. 사익편취 규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이번 개편안에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사, 그리고 그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 활동 전반을 위축시킬 거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규제개편안 어디에도 총수 일가에 소유회사 지분을 팔라는 요구는 없다. 현재 지분 이상을 유지하더라도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편취 행위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시민단체 주장대로 무작정 지분 기준을 낮출 수도 없다. 사익편취 규제의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이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그 중간 어디쯤에서 찾아진 해법들은 양측에 안도감보다 실망을 주기 마련이다. 경제 현안들은 대부분 정답이 하나일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다. 각계에서 제기된 주장들 가운데 어느 한쪽 입장을 수렴해 관철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 규제개편이 기업들로 하여금 총수 일가로 인한 부담과 리스크로부터 벗어나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 책임보다 잇속 챙기기?…총수 일가, 이사 등재된 회사 22%뿐

    책임보다 잇속 챙기기?…총수 일가, 이사 등재된 회사 22%뿐

    지배력 행사하는 지주회사엔 86% 등재 2·3세는 일감몰아주기 관련회사에 집중대기업 총수와 2·3세들이 ‘책임 경영’을 하기보다는 그룹 지배력을 높이거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잇속을 챙기는 데만 관심이 많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기업 경영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는 줄어드는 반면 그룹 주력회사나 지주회사,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는 집중적으로 이사 등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6일 이런 내용의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집단 60개 중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의 1774개사를 보면 총수 일가가 이사로 있는 곳은 21.8%(386개사)에 불과했다. 총수 본인이 이사인 회사는 8.7%(155개사)로 더 적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분석 대상에 오른 21개 집단을 떼어 보면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5.8%로 1년 새 1.5% 포인트 줄었다. 총수가 이사로 있는 회사의 비율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5.4%로 0.3% 포인트 증가했지만 롯데그룹 총수가 신격호 명예회장(2개)에서 신동빈 회장(9개)으로 바뀐 효과다. 특히 한화와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 CJ, 대림, 미래에셋, 효성, 태광, 이랜드, DB,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한솔 등 14개(28.6%) 집단은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1개도 없었다. 이 중 8개 그룹은 2·3세도 이사를 전혀 맡지 않았다. 반대로 총수 일가는 그룹 지배력과 이익을 얻는 데 유리한 회사에는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총수 일가는 그룹 주력사 중 46.7%, 지배구조의 꼭대기인 지주회사 중 86.4%,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중 65.4%에 이사로 등재했다. 특히 2·3세가 이사로 있는 97개사 중 75.3%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52개사)과 규제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진 사각지대 회사(21개)였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 총수일가 지배력 2배 늘렸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 총수일가 지배력 2배 늘렸다

    자사주 취득·인적분할·현물출자 이용 지분율 평균 45%… 내부거래도 높아 공정위 “지배력 확대 악용… 개선 필요”일부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면서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2배 이상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다른 그룹보다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이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2배 가까이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지주회사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총 173개 지주회사와 여기에 소속된 자·손자·증손회사 1869개가 분석 대상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와 소속 자·손자·증손회사의 자산총액이 그룹 전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전환집단’은 22개였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는 총수와 총수일가 지분율이 평균 28.2%, 44.8%로 집중도가 높았다. 인적분할이나 현물출자 등의 방식을 이용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총수일가가 분할 후 취득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교환(현물출자)해 지분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율,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지분율이 각각 2배 이상 상승해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커졌다고 밝혔다.한진중공업의 경우 ‘자사주 취득→인적분할→현물출자’ 과정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총수일가 지분율이 16.9%에서 50.1%로 급상승했다. 한진중공업의 사업회사 지분율도 19.6%에서 36.5%로 뛰었다. 전환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17.2%로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기업집단(9.9%)보다 7.3% 포인트 높았다. 전환집단은 일반 기업집단보다 소유·지배 간 괴리도 컸다. 의결지분율과 소유지분율의 차이를 나타내는 ‘소유지배 괴리도’는 전환집단의 경우 42.7% 포인트로 일반집단(33.1% 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는 소유지배 구조 개선이지만 오히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기업이 지주회사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지주회사 조직을 선택할 여건은 유지하되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는 방지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에 계류된 의원 입법 상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자산 10조 넘어도… ICT 기업, 인터넷은행 소유 허용

    자산 10조 넘어도… ICT 기업, 인터넷은행 소유 허용

    ICT 비중 50% 이상땐 최대 지분 34% 가능 삼성·SK 등 규제… 카카오·KT는 예외 대기업 대출·대주주 신용공여 금지도지난달 20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하도록 한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그룹에 한해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카카오, KT는 물론 네이버, 넥슨 등 ICT 대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시행령은 내년 1월 17일부터 인터넷전문은행법과 함께 적용된다. 금융위원회가 16일 내놓은 인터넷전문은행법 시행령안의 핵심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있는 한도초과 보유주주의 요건을 구체화한 것이다. 금융위는 대기업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은 지분을 10% 넘게 갖지 못하도록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원칙을 다소 완화했지만, 여전히 재벌들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자산이 10조원이 넘더라도 ICT 주력 그룹은 34%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과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예외적으로 진입 통로를 만든 셈이다. ICT 주력 그룹으로 인정받으려면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정보통신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면서 기업집단 내 ICT 기업의 자산 합계액이 전체 자산 중 50%를 넘어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삼성, SK 등 ICT 재벌기업이 아닌 곳은 진입 규제를 받는 반면 카카오, KT 등은 지분을 추가 보유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주주의 이익에 따라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세분화했다. 인터넷은행은 대주주에게 신용공여(대출)를 할 수 없고,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도 취득할 수 없다. 단 기업 간 합병 등으로 대주주가 아니었던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로 된 경우는 예외로 한다. 또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도 현재 은행법이 규정한 ‘자기자본 25%’보다 더 낮은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법에는 대주주 결격요건으로 금융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포함시켜 자격 요건도 더 까다로워진 상태다.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은 “ICT 주력 그룹이 진입하는 경우에도 법률에서 대기업 대출 금지,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등 다양한 장치가 있어 은행이 사금고로 악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예외적으로 인터넷은행에 대면 영업을 허용하는 방식도 시행령에 담았다. 인터넷은행은 장애인이나 65세 이상 노인의 편의를 위해 불가피할 때, 휴대전화 고장 등으로 금융거래가 일시적으로 어려울 때 대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 내부거래 비중 13.7%로 ‘쑥’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 내부거래 비중 13.7%로 ‘쑥’

    지난해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가 증가했다. 총수 일가 2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했다. 대상은 지난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60개 집단 소속 계열사 1779개다. 지난해까지는 자산 10조원 이상 집단만 공개했지만 올해부터 자산 5조∼10조원 집단이 추가됐다. 지난해 공시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191조 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였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43.3%), 중흥건설(27.4%), SK(26.8%) 등의 순이었다. 특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현대차·SK·LG·롯데·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의 내부거래 비중이 13.7%로 전년보다 0.8% 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대기업집단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이면 내부거래 비중은 12.4%였지만 30% 이상 14.1%, 50% 이상 19.8% 등으로 상승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28.5%에 이른다. 총수 2세 지분율과 내부거래의 상관관계는 더욱 뚜렷했다.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30.5%, 100%일 때는 44.4%에 달했다.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 194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14.1%로, 전체 계열사 평균(11.9%)보다 높았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공정위 “총수일가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높아”

    지난해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가 증가했다. 총수 일가 2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했다. 대상은 지난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60개 집단 소속 계열사 1779개다. 지난해까지는 자산 10조원 이상 집단만 공개했지만 올해부터 자산 5조∼10조원 집단이 추가됐다. 지난해 공시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191조 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였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43.3%), 중흥건설(27.4%), SK(26.8%) 등의 순이었다. 특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현대차·SK·LG·롯데·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의 내부거래 비중이 13.7%로 전년보다 0.8% 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대기업집단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이면 내부거래 비중은 12.4%였지만 30% 이상 14.1%, 50% 이상 19.8% 등으로 상승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28.5%에 이른다. 총수 2세 지분율과 내부거래의 상관관계는 더욱 뚜렷했다.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30.5%, 100%일 때는 44.4%에 달했다.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 194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14.1%로, 전체 계열사 평균(11.9%)보다 높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사각지대 회사 320개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1.7%였고, 내부거래 금액은 24조 6000억원으로 규제 대상 회사(13조 4000억원)보다 1.8배 많았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사각지대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중소기업 경쟁기반 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1) 현대가의 ‘큰 어른’ 정몽구 회장과 ‘장손’ 정의선 부회장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1) 현대가의 ‘큰 어른’ 정몽구 회장과 ‘장손’ 정의선 부회장

    정몽구 회장, 현대가 실질적 장남 역할...일가 챙겨아들 정의선 부회장, 경영 최일선에서 그룹 진두지휘2016년, 2017년 판매부진으로 경영시험대에 올라  지난달 16일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있는 현대차그룹 정몽구(80) 회장의 자택에 현대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정 회장의 어머니인 변중석씨의 11주기를 맞아 범현대가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집에서 제사를 준비하고 범현대가 친척들을 맞이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정몽용 성우오토모티브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정몽훈 성우전자 회장 등이 제사에 참석했다. 아랫대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정대선 현대BS&C 사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모습을 보였다. 현대가 제사는 2014년까지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자택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열리다가 2015년부터 정몽구 회장의 자택에서 모셔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집안에서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2남인 정 회장은 큰 형인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이 지난 1982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현대가의 장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동생인 고 정몽헌 회장과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다툼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정 회장은 같은 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정 회장 몫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재계 2위의 글로벌 기업이 됐고, 동생 몽헌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은 올해 자산 5조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도 빠졌다. 정 회장은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몽헌·몽준 등 동생들과 달리 현대차·현대정공·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강관·현대산업개발·인천제철 등 여러 회사의 현장에서 두루 일했던 경험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일굴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이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장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1999년 세계 판매 순위 10위였던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들어 자동차업체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며 세계 5위 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정 회장은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각오로 2000년 ‘품질경영’을 선언,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혁신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특히 2002년에는 회장 직속으로 품질총괄본부를 신설했다. 품질총괄본부는 연구개발, 구매, 생산, A/S 등 모든 과정이 품질 시각에서 최고 역량을 펼치도록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정 회장은 아직도 양재동 사옥 품질상황실에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제이디파워의 충고’를 걸어두고 있다. 주요 위기 때마다 업계의 허를 찌르는 ‘역발상 경영’도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대표한다. 1998년 기아차 인수, 1999년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워런티’ 실시, 2009년 금융위기 때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구매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이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오늘의 현대차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웠다. 정 회장은 부인 고 이정화씨와 결혼해 1남3녀를 두고 있다.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부회장은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장녀 정지선씨와 결혼, 1남 1녀를 낳았다. 정지선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사돈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결혼했다. 삼녀 정윤이 해비치 호텔리앤드리조트 전무는 신성재 삼우 부회장과 결혼했다가 2014년 이혼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부터 해외출장에 나서지도,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등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정의선(48) 부회장은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현대정공에 과장으로 입사했으나 1년만에 미국으로 떠나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2년동안 근무하다가 1999년 현대차에 자재본부 이사로 재입사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확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았다. 구매실장(상무)과 국내 영업본무 영업담당과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전무)를 겸임했다. 2005년에는 기아차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을 겸임했고, 2009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아버지 보다 앞서지 않으려고 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 몸에 뱄다. 재벌 3세인데도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듣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7월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하고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기아차를 회생시켰다. 정의선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로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 경영’을 추진하며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 폭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때부터 기아차는 독자 디자인 개발에 착수해 특징이 없던 기아차의 얼굴에 ‘패밀리룩’을 새겨 대반전을 이뤘다. 여기에다 브랜드 경영,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런칭 등이 성과로 꼽힌다. 2011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하며 신브랜드경영을 선포했다. 2015년 11월 전 세계에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공표했다. 제네시스는 정 부회장이 초기 기획단계부터 외부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야심작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현대차의 체질 변화를 이루는데 공을 들이면서 IT 업계와의 다양한 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기아 판매량이 2016년 18년만에 역성장하면서 788만대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25만대에 머물렀다. 미국 판매부진과 사드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고전한 이유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일궈낸 글로벌 기업의 규모를 더 키울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을지 그룹의 운명이 그의 능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인터넷은행법·기촉법 국회 처리 무산… 시장 혼선 불가피

    8월 임시국회에서 금융 규제 개혁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터넷전문은행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처리가 불발로 끝났다. 당분간 시장의 혼선도 불가피해 보인다. 30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린 8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두 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자는 방향 자체에 대해 정부는 물론 여야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작 대주주가 되는 산업자본의 범위를 놓고 합의에 실패했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산업자본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을 제외해야 한다고 맞섰다. 금융위는 정보통신기술(ICT) 비중이 50% 이상인 산업자본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대주주 자격을 허용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도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등은 통계 분류상 ‘제조업’에 속해 인터넷은행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여야와 협의해 9월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내 일부에서도 은산분리 취지에 어긋난다는 강경 기류가 형성돼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다. 기존 인터넷은행 2곳의 자본 확충은 물론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달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열어 인터넷은행에 대한 추가 인가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안 통과 전에 인가 작업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기존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로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인터넷은행이 사업을 확장하려면 IT 기업들이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데 지분 보유 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은산분리 완화는 지분 한도를 올리는 것이 핵심인데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촉법은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 유효기간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의결돼 입법이 유력해 보였지만 정작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촉법이 통과될 경우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유인이 사라지고 정부가 구조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지 못한 탓이 컸다.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후 네 차례 연장을 거듭하다 지난 6월 30일 시한이 만료됐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9) 내실 다지고 성장 추진하는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9) 내실 다지고 성장 추진하는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

    한솔그룹 삼성분가후 IMF 외환위기때 여려움 겪어조동길 회장, 15년만에 매출 2조에서 5조로 키워 어머니 이인희 전 고문은 ‘범 삼성가’의 큰 어른 조동길(63) 한솔그룹의 회장의 어머니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이인희(91) 전 한솔그룹 고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외사촌간이다. 조 회장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항상 이 전 고문과 상의하며 집안에서도 ‘어머니’ 대신 ‘고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조 회장의 아버지는 조운해(93)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이다. 큰 형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둘째 형은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다. 조 회장이 막내인 셋째다.조 회장은 미국 보스턴의 앤도버고를 졸업한 뒤 귀국해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삼성물산과 JP모건을 거쳐 전주제지에 입사해 이사대우로 일했다. 한솔제지 기획조정실담당 부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입사한 지 13년 만인 2002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솔그룹은 계열분리 후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2000년 자산 기준 11위를 차지한 대기업집단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한솔제지 등이 경영 위기에 처하면서 상당수 계열사 및 자산을 매각하거나 축소했다. 2009년에는 공정위가 자산 5조 원이 넘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한솔그룹은 최근 10여년간 내실을 다지면서도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며 올해 대규모 기업집단 57위에 올랐다. 조 회장은 2012년부터 구조조정을 통해 한솔그룹의 외형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회장 취임 때 2조 원대이던 그룹 연매출을 지난해 5조 원대까지 키웠다. 한솔그룹의 핵심인 한솔제지를 비롯해 친환경 건축자재 기업인 한솔홈데코, 정밀화학소재 업체인 한솔케미칼, IT부품 및 소재 기업인 한솔테크닉스로 이루어진 제조 사업군이 축을 이루고 있다. 또한 플랜트 전문 기업인 한솔EME, 제3자 물류 전문 기업 한솔로지스틱스, 선진형 리조트인 오크밸리를 운영하는 한솔개발, 종이유통 및 ITS 사업을 영위하는 한솔PNS와 콜센터 시스템구축 전문기업인 한솔인티큐브, 모바일 보안사업을 영위하는 한솔시큐어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조 회장은 지난 2015년 그룹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정비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고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2015년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5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초일류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세계적인 선진기업들처럼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고 경영진에서부터 현장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해야 할 경영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솔경영체계(HMS)를 수립한 것이다. 그는 기업 문화도 글로벌 기업처럼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특유의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혁신해 벤처나 스타트업 수준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탈바꿈하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사회변화를 반영해 배우자 출산 휴가를 확대하고 난임휴가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한편 복장 규정과 직급 호칭 폐기 등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테니스는 대한테니스협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준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조 회장은 테니스와 경영의 공통점으로 강인한 기초체력,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 실력주의, 상대에 대한 배려 등을 꼽는다. 조 회장은 같은 삼성가인 이재용 부회장, CJ 이재현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는 30년 지기로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며, 롯데 신동빈 회장, 풍산 류진 회장, 코오롱 이웅렬 회장 등 동년배 총수들과 자주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안영모 전 동화은행장의 딸인 안영주(60)씨와 결혼, 장녀인 조나영(35)씨와 아들 조성민(30)씨를 두고 있다. 나영씨는 미국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삼성미술관에서 플라토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012년 현재의 남편인 한경록(39)씨를 만나 2013년에 딸을 출산했다. 조 회장의 사위인 한경록씨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투자공사를 거쳐 현재 한솔제지 미국 법인장(상무)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상호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조효숙 가천대학교 부총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아들인 조성민씨는 미국 프린스턴 대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자산운용사인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면서 재무 지식과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솔제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총수일가 지분 4%로 그룹 지배 여전

    국내 10대 대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총수들의 지분은 정작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솜털’ 같은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공개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10대 대기업의 내부 지분율은 1999년 46.6%에서 올해 55.2%로 증가했다. 반면 총수 지분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0.8%로 절반 이상 줄었다. 더욱이 대림은 0.02%, SK는 0.03%, 태영은 0.05%에 그쳤다. 2세(2%)와 기타 친족(1.2%)까지 다 더해도 4%에 그쳤다. 내부 지분율은 계열회사 전체 자본금 중 총수와 총수 관련자(친족, 임원,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등이 보유한 주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그룹 지배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 일가가 4%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에 힘입어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면서 “소유와 지배 사이에 괴리가 커져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소수 주주와의 이해 상충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52개 총수가 있는 집단의 자산총액은 1743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의 100.8%에 달했다. 경제력 집중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순환출자를 보유한 집단은 삼성(4개), 현대자동차(4개), 현대중공업(1개), 영풍(1개), SM(27개), 현대산업개발(4개) 등 6개 집단 41개였다. 순환출자 집단 수는 지난해보다 4개 감소했고, 순환출자 고리 수도 241개 줄었다. 롯데·농협·현대백화점·대림은 완전히 없앴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대기업 공익법인 계열사 의결권 금지…재벌 경영권 ‘꼼수 승계’ 뿌리 뽑는다

    대기업 공익법인 계열사 의결권 금지…재벌 경영권 ‘꼼수 승계’ 뿌리 뽑는다

    재벌의 경영권 ‘꼼수 승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들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리인 ‘전속고발권’도 가격과 입찰 담합과 같은 악성 행위에 한해 폐지된다. 또 ‘갑질’ 등 불공정거래 피해자가 공정위의 신고나 처분이 없이도 법원에 행위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된다. 대기업 갑질 근절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 평가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공정위,11월 정기국회에 개정안 제출 공정위는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부개정안은 1980년 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공정위는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1월 정기국회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재벌 개혁과 관련해 경직적 사전·과잉 규제를 가급적 배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지분 의결권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최종안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공익법인 규제도 특위안을 단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준 자산 규모도 현행 10조원 이상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계열사 의결권, 상장회사는 15%까지 허용 대신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는 강화했다. 현행 총수 일가의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 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일률적으로 20%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추가된다. 이 규정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현행 231개에서 607개로 대폭 늘어난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사만 놓고 봐도 33곳에서 114곳으로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은 대폭 완화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40%(상장사는 20%) 보유해야 하지만 앞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벤처지주회사라면 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만 보유해도 된다. 벤처지주사가 비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제한도 폐지했다. 전속고발제 폐지와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은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가 전체 담합 사건의 90% 이상이자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입찰 짬짜미 등 ‘경성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없애도록 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누구나 경성 담합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전속고발제 폐지가 형사제재 수단을 정비하는 것이라면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은 민사적인 구제수단을 확충하는 차원이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열리는 셈이다. 김남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변호사는 “중소기업 강화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정작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의 공동사업까지 담합 행위로 일괄 금지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반응은 엇갈린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과징금 상향 조정과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 자료 제출 의무화는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일률적인 전속고발권 폐지는 위반 행위를 다툴 때 공정성과 신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면서 “단순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 오남용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비중 높아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 비중 높아

    재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용역·파견·하도급 등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적인 300인 이상 기업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원청업체가 산업재해를 비롯해 각종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고용형태다. 24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한 대기업 비정규직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형태 공시제 대상 기업은 시행 첫해인 2014년 3월 2942곳에서 올해 3월 3475곳으로 533곳 증가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300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고용안정정보망에 매년 3월 31일 기준으로 노동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는 제도로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연구소가 재벌(대기업집단) 계열사 472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주가 직접고용한 정규직 노동자는 121만 1000명(59.8%)이었고, 파견·용역·하도급 등 ‘소속 외 노동자’(간접고용 노동자)는 62만 6000명(30.9%)으로 집계됐다. 계약 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 노동자는 18만 800명(9.3%)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1991곳 가운데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하는 곳은 472곳이다. 반면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하는 300인 이상 기업 전체 평균은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가 302만 8000명(76.5%), 간접고용 노동자는 90만 6000명(18.6%)이다. 계약 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 노동자는 93만 1000명(23.5%)이었다. 또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300~500인 미만의 기업은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15.1%, 500~999인 기업은 11.5%였지만, 1000~4999인 기업은 17.2%, 5000인 이상 기업은 24.9%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300인 이상 기업은 규모가 클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진다. 대기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자 주범”이라며 “특히 대벌 계열 거대기업일수록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검찰도 가격담합 수사 가능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검찰도 가격담합 수사 가능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갖고 있던 전속고발권이 부분 폐지된다. 가격·입찰담합과 생산량 조절, 시장 분할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담합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 관련 정보도 공정위가 검찰과 실시간 공유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먼저 조사하지만 국민 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국민적 관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 등은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했다. 사실상 리니언시를 공정위와 검찰과 함께 운영하는 셈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우선 행정조치를 통해 시정하고, 중대한 위반행위에 한해서 공정위가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방식이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전속고발권 유지 문제를 오랜 기간 다퉈왔지만 두 기관이 명시적으로 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여러 행위 유형 중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면서 “판매가격 공동 인상, 공급량 제한·축소, 입찰담합 등 소비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경성담합에 엄정한 처벌이 필요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리니언시는 접수 창구는 기존 공정위 창구로 단일화 하되 관련 정보를 검찰과 실시간 공유한다. 검찰 수사를 위해 공정위가 자진신고 정보를 포함한 행정조사 자료를 제공하고, 검찰은 공정위 행정 처분을 위해 수사 자료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고 13개월 안에 조사를 마친 뒤 관련 자료 등을 검찰에 송부하는 방식이다. 재계 등 일각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기업 활동과 시장의 자율성 위축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자진신고가 위축돼 은밀하게 진행되는 담합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장관은 “이를 감안해 자진신고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신고에 대해서는 과징금 등 행정처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감면하기로 하는 등 형벌 감면 기준을 명확히 해 자진신고자 보호 및 예측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자진신고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진신고를 한 회사의 소속 임직원에 대해서도 조사·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경우 형사면책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정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같은 날 공정거래법 개편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전속고발제 폐지와 함께 담합 등에 매기는 과징금의 최고 한도를 2배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또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집행 권한을 검찰, 법원 등으로 분산하고 집행수단을 다원화하기로 했다. 공적 집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사적 구제수단도 강화한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정은 대기업집단 정책 개선안도 마련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행위의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 이상으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당정은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 요건을 현행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고,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하기로 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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