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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도청 권하는 사회/제성호 중앙대 교수

    [시론] 도청 권하는 사회/제성호 중앙대 교수

    안기부의 ‘X파일’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편의 범죄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정경유착, 권언(權言)연결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볼 때다. 한마디로 우리는 법치라는 관점에서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상충되는 인권의 조화, 적정한 사법처리, 사회통합 등의 공익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다. 알 권리(공익)가 사생활, 개인적 명예 등의 사익보다 우선한다는 논리에서 방송사의 도청테이프 공개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한 불법적 보도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유민주사회에서 모든 가치의 으뜸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그러기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제왕적 기본권은 인격권(인간존엄권)이며, 이는 명예의 보호, 사생활 영위, 양심의 형성, 자유로운 의사전달, 통신의 비밀과 불가침 등을 통해 보장된다. 특히 통신의 불가침은 국가안보와 범죄수사를 위해 법에 따라 일부 제한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준절대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알 권리는 인간존엄성 실현보다는 정당한 주권행사,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수단적·상대적 기본권이다. 따라서 알 권리를 내세워 명예(권) 훼손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헌법 제21조 4항). 더욱이 방송사가 불법 도청테이프에 녹취된 대화내용을 근거로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 무죄추정을 받아야 할 자를 범죄인으로 단정, 실명으로 보도한 것은 방송권력의 횡포나 다름없다. 이밖에 통신비밀 보호 역시 중요한 공익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X파일을 비롯해, 검찰에 의해 전격 압수된 도청테이프는 절대 공개해선 안 된다. 공개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며, 검찰 스스로 범죄행위를 저지를 순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규명과 사법적 단죄이지,‘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전면 폭로는 아닐 것이다. 다행히 검찰이 도청테이프 내용을 단서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만큼, 엄청난 불법 비리(배임·횡령, 뇌물수수 등)의혹이 그냥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독수독과(毒樹毒果)원칙에 따라 불법 도청테이프는 증거능력이 없다. 검찰은 독립된 증거를 확보해 범죄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검찰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국가기관의 범죄라 할 불법도청에 있다. 권력자가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하려 했고, 안기부가 그런 정치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 X파일이 탄생한 것이다. 정부·여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은 지금도 국가정보원에 의해 불법도청이 이루어진다고 의심한다. 설령 국정원이 새롭게 생산하지는 않더라도 권력실세 줄대기용으로 이미 생산된 X파일 같은 것을 먼저 제공할 수도 있고, 또 정치권이 이같은 자료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적이나 대권 후보 제거를 위해 악용할 수도 있다. 혹자는 이번 파문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못지않게 ‘현재진행형’일 수 있는 불법도청의 문제를 중시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광장의 삶’ 외에 ‘내실(內室)의 삶’이 있다. 몰래 사생활을 염탐하고 남의 약점을 잡는 일, 그리고 도청 내용을 임의로 폭로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또 그러한 불법이 공익을 이유로 정당행위로 둔갑한다면, 이는 반(反)법치의 용인으로, 결국 ‘도청을 권장하는 사회’로 가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불법도청을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권력자가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어떤 언론사도 불법적, 선정적 보도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타이완 정국 돌풍 예고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마잉주(馬英九·55) 타이베이 시장이 국민당의 새 주석에 올라 타이완 정국에 돌풍이 예고되고 있다. 마 신임 주석은 16일 104만명의 국민당원 가운데 54%가 참가한 주석 선거에서 72.36%의 압도적 득표율로 왕진핑((王金平·64) 입법원장을 누르고 롄잔(連戰)에 이어 타이완 제1야당의 주석으로 당선됐다. 마 주석은 1950년 홍콩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들은 모두 대륙의 후난(湖南)성 출신이다. 마 주석은 타이완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석사), 하버드대(박사)에서 공부했다.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영어통역을 시작으로 국민당 부비서장(84∼88년)을 거쳐 1998년부터 타이베이 시장을 연임, 타이완 정국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차기 대권주자 중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정계입문 전 미국계 은행에서 법률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81년부터 수년간 정즈(政治)대학 법학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마 주석은 그동안 선거 유세를 통해 ‘타이완 독립 반대’와 양안간 경제 교류 확대 등 국민당의 대륙정책 계승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홍콩·타이완 언론들은 마 주석이 이른 시일 내에 대륙을 방문,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대륙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마 주석에 대해 중국 지도부도 ‘환영’ 분위기 일색이다. 후 주석은 17일 “양안 관계의 평화정착과 발전,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양당이 함께 노력하자.”는 축전을 마 주석에게 보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마 주석의 등장으로 국민당 내부는 물론 타이완 정국 전체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홍콩·타이완 언론들은 오는 8월 마 주석의 취임과 함께 국민당 내부는 ‘마잉주·롄잔·왕진핑의 3각구도’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민당 내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롄잔 전 주석과 타이완 의회를 장악한 왕 입법원장, 새로운 기수로 떠오른 마잉주가 3각 지도체제를 구축,‘협력과 견제’의 정치를 펼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마 주석이 강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르자 벌써부터 대항마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타이완 헌법상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두번 연임했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는 입후보할 수 없다.천 총통이 아직 후계자 문제에 대해 ‘천심(陳心)’을 감추고 있지만 셰창팅(謝長廷) 행정원장과 쑤전창(蘇貞昌) 민진당 주석이 민진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시 된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천 총통은 셰 원장이 내각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지난 5월 지방선거 승리 직후 쑤 주석의 지도력을 공개석상에서 치하하는 등 2인자 경쟁 구도를 통한 ‘레임덕 방지’를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oilman@seoul.co.kr
  • 용틀임 시작했다 ‘단기필마’ 4인방

    연정 파문, 부동산파문 등 정치·경제적으로 혼란한 틈을 타 정치권에선 ‘제3세력’이 용틀임을 시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라는 ‘빅2’의 차기 대권 주자들에 가려 있던 인사들이 조심스럽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행보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대권 구도를 재편성하는 ‘허리케인’으로 변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의욕적인 동선(動線)을 그리고 있다. 공식적인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비공식 만남은 활발하다. 최측근으로 통하는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대선까지 2년 반이 남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비정치적인 발언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는 옛 내무부 관료출신 후배,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들이 늘어났다.20여년동안 모임을 가져온 ‘동숭포럼’도 있고, 다산연구소도 측면 지원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9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국회의원들을 만난 데 이어 자신의 홈페이지 방문객과 호프미팅을 갖기도 했다. 이달 초엔 중국을 방문, 안중근 의사 공원이나 동상을 건립하는 문제를 적극 협의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2년 반의 침묵을 깨고 최근 입을 열었다. 지난 대선 때 자신이 주도했던 ‘국민통합21’ 담당기자들과 오찬에서 “시간도 지났으니까 이제 좀 (정치를) 해봐야죠.”라며 의욕을 내보였다. 차기대선 구도가 현 상태로 굳어지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그 속으로 진입해 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 의원측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정 의원측은 “작심하고 한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없어져서 기자들과 만남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그동안에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활동을 했다.”고 발을 뺐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면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해 ‘대권 재도전’ 의사를 부인하지 않았다. 간접적으로는 법안제출 등을 통해서 현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계속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자민련 이인제 의원은 겉으론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대선 자금 수수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그는 자민련과 신당의 통합을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라는 점을 스스로도 시인했다. 이 의원측은 “필요하다면 향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데 밀알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자민련에서는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이규양 대변인은 “개인적인 희망이 아니겠느냐.”면서 의미를 깎아내렸다. 심대평 충남지사는 창당을 추진 중인 ‘중부권 신당’을 발판으로 ‘제2의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꿈꾸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일단 ‘제1연합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합종연횡 구도를 그리고 있다. 차기 대권의 향배를 가름하는 ‘α’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월드 이슈] 가난·빈곤·분쟁…눈물의 아프리카

    [월드 이슈] 가난·빈곤·분쟁…눈물의 아프리카

    검은 대륙의 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다.8일 폐막되는 G8 정상회담에서 지난달 G7 재무장관회의에서 확인됐던 수준 이상의 빚 탕감이나 극적인 원조 증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 40년 동안 대외원조만 4500억달러(450조원)가 제공됐지만 대륙의 실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를 한숨 짓게 하는 빈곤과 기아, 에이즈, 내전과 분쟁을 돌아보고 바람직한 원조 방법을 모색해본다. 하루 60센트(630원). 아프리카 인구의 약 절반인 3억 3000만명이 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돈이다. 사하라 이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1인당 한해 국민총소득(GNI)이 765달러를 밑돈다. 에티오피아와 브룬디 국민들은 90달러(9만 4500원)로 1년을 버텨내고 있다. 유엔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하는 세계 최빈 48개국 중 이 대륙에만 32개 나라가 포함돼 있다. 80년대 이후 이들 나라의 1인당 소득은 13%나 줄어들었고 극빈층 숫자는 곱절로 늘었다. 세계은행은 1990년대 10년 동안 잠비아에서 1인당 GDP가 2% 하락하는 사이 극빈 인구도 똑같은 비율로 늘어나고 우간다의 GDP가 3.7% 증가하자 빈곤층 숫자도 같은 비율로 줄어든 것에 주목한다. 원조나 지원보다는 국가의 경제성장 자체가 빈곤 해결에 더욱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대학살과 인종청소, 내전으로 인한 식량난도 심각해 한해 50만명 이상이 기아로 숨진다. 그리고 오염된 물을 마셔 숨지는 사람은 1년에 70만여명에 이른다. 이렇게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데는 무능하고 부패한 절대권력에 지원금을 통제할 권한을 부여해왔기 때문이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스와질란드 국민과 달리 국왕 일족은 벤츠승용차 구입에 88만달러 이상을 썼고 미국의 콩고민주공화국 지원금은 제트기와 궁전 건축에 전용됐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한해 아프리카에서 비밀계좌로 빼돌려지는 금액은 26억 5000만달러”라고 주장했다. 역내 국가들이 지금까지 상환한 대외원조만 5500억달러에 이른다. 아직도 상환해야 할 2950억달러가 대륙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옥스팜과 같은 구호기관들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의 광범위한 수탈, 그리고 아프리카의 농광업 자원 수출을 가로막는 부국들의 무역보호와 농업부문 보조금이 빈곤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자립기반 마련이 우선 “구걸로 아프리카의 미래를 창조할 수 없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지난 5일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개막연설 중 한 대목이다. 과거 식민지배와 수탈에 대해 책임이 있는 G8 국가들을 상대로 추가적인 부채 탕감이나 원조 증액을 호소하는 다른 정상들을 공박한 것이다. 이번 G8 정상회담에서 15개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18개국의 부채 400억달러를 탕감해주는 방안이 승인되겠지만 아프리카의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들 나라의 전체 부채 2950억달러의 13%에 불과하고 부패한 관료들의 배만 불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합의를 주도한 영국조차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일이 많았다. 다른 프로그램에 쓰이는 예산을 슬쩍 돌려 새로 제공하는 것처럼 꾸미는 수법이 자주 등장했다. ●현물원조 부패관료 배만 불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2년 전 에이즈 치료 명목으로 150억달러를 약속했으나 의회에 예산 요청을 할 땐 지원액을 줄여버렸다. 케냐의 경제전문가 제임스 시그와티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원조는 이익보다 해만 끼친다.”며 “제발 원조를 중단해달라.”고 주장했다. 케냐에 원조가 끊길 경우 우간다나 탄자니아와 식량 교역을 하고 이를 위해 내부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취지다. 앤드루 낫시오스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 역시 “(선진국의) 원조가 부패를 키워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동조했다. ●농산물 보조금·관세 철폐해야 파이낸셜타임스는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대 교수가 현지인 기술 교육과 아프리카에서 일할 자원봉사대의 운영에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원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강조했다. 또 설탕과 면화 등 아프리카의 대표 상품들에 대해 선진국들이 보조금과 관세를 철폐하는 것도 당장 돈 몇푼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카다피 원수도 역내 국가들의 교역 증진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식민지배도 혼란의 원인 아프리카에는 왜 내전이 끊이지 않는가? BBC 인터넷판은 시에라리온 내전에 참전했던 용병을 통해 아프리카의 눈으로 바라 본 아프리카 문제를 진단했다. 코버스 클라센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군대에서 복무하다 사설 군대 회사로 옮겨 1995년부터 시에라리온 내전에 참전했다. “사람들이 산 채로 집과 함께 태워지고, 소녀들이 성당에서 강간당한 뒤 목이 잘려지는 등 아프리카에서 들려 오는 끔찍한 이야기는 실제로 모두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아프리카에는 아무 할 일도,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쉽게 전쟁에 빠진다고 클라센스는 말했다. 수입이 두 배가 되면 내전이 일어날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도 전쟁이 일어나는 아이러니도 있다. 전쟁을 할 만한 일이 생기면, 돈은 오히려 전쟁을 진행시키는 재원이 된다. 시에라리온 장관인 오케르 아담스는 “다이아몬드가 발견됐을 때 농업은 사실상 중단됐고, 광산 지역에선 무력충돌이 일어났으며 해외에서도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캐려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앙골라의 반란군 지도자였던 요나스 사빔비가 살해됐을 때 그가 광물 자원으로 쌓은 부는 40억달러에 달했다. 식민통치가 끝난 뒤 발생하는 혼란도 아프리카 내전의 주요 원인이다. 앙골라 내전은 종족 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식민통치는 종족의 터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국경을 일방적으로 나눴다. 아프리카 내전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성공적인 해결 사례를 통해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서 일어난 비극은 피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남아공의 케이스는 독보적이다. 만델라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서 흑인들은 과거를 용서했고, 백인들은 실용주의와 상식을 배웠기 때문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보츠와나 에이즈전쟁 성공 티없는 순백의 정장을 입은 올해의 미스 유니버스 나탈리 글레보바는 지난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요하네스버그의 병원에서 에이즈 검사를 받았다. 그녀의 명성으로 남아공의 다른 젊은 여성도 똑같은 일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남아공에서는 500만명 이상이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다. 에이즈 공포도 심각해 감염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거나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2000년 남아공 사망 통계에 따르면 사망 원인의 3분의1이 에이즈였다. 스와질란드는 성인의 40%가 에이즈에 감염돼 있다. 현재 2500만명의 아프리카인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20년 후에는 그 숫자가 9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유엔이 최근 경고했다. 에이즈와의 전쟁에서 별다른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20년 후에는 아프리카 대륙 인구의 10%가 에이즈 환자가 되는 셈이다. 현재 전세계 에이즈 환자의 64%가 아프리카인이다. 보츠와나는 정부의 적극적 노력으로 세계 최대 에이즈 감염국이란 멍에를 스와질란드에 넘겨줬다. 보츠와나 정부는 모든 에이즈 환자들에게 무료로 약을 제공했다.2만명 이상의 보츠와나 에이즈 환자는 3∼4가지 치료제를 섞어먹는 칵테일 요법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처럼 에이즈 감염 검사를 받는다. 보츠와나의 에이즈 치료법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진일보한 것이다. 보츠와나의 경우는 바다에 물 한방울 떨어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귀감이 될 만하다. 보츠와나의 성공 사례를 목격한 이들은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노력이 에이즈 치료의 중요한 열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란대선 24일 사상첫 결선투표

    이란의 대선은 이슬람 이상을 높게 치켜든 극단적 원리주의자와 온건 실용주의자의 맞대결로 좁혀졌다. 17일 대선 결과 치열한 접전으로 지지율이 분산, 당선자를 내지 못해 24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로 승자를 가리게 됐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는 21%의 득표율로 1위를 한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70) 전 대통령과 2위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49) 후보간의 맞대결로 치러진다. 아흐마디네자드 테헤란 시장의 선전은 68%의 높은 투표율 속에 치러진 이번 대선의 최대 이변. 강경 보수인 그가 19.25%로 2위에 오른 것은 예기치 못했던 결과다. 라프산자니 후보를 위협할 것으로 점쳐졌던 개혁파 무스타파 모인 후보가 예상보다 저조한 10.3%의 득표율로 5위에 그친 탓이다. 모인의 패배는 모하마드 하타미 현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계승할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란 최고 재벌가문 출신의 부유한 성직자 라프산자니는 수시로 노선과 정책을 바꾸는 기회주의적 스타일로 ‘카멜레온’이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뚜렷한 온건노선을 걷고 있다. 개방과 개혁을 지지, 여성과 젊은층에 자유와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서방과의 핵 분쟁은 외교를 통해 풀겠다는 자세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핵문제를 해결할 전문가임을 자임한다. 반면 아흐마디네자드는 현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노선에 공공연히 반대했다. 유럽연합과 벌이고 있는 핵협상의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는 등 외교문제에서도 라프산자니와 달리 강경 입장이다. 아흐마디네자드는 대중과 유리된 종교 지도자들과는 달리 대중의 지도자임을 강조하면서 대권을 노리고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대권주자’ 축구 대결

    ‘친선경기지만 수장들이 대권주자인 만큼 승부에서 밀릴 수 없다.’ 1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축구장에서는 보건복지부와 경기도간 친선축구대회가 열린다. 이날 경기에는 김근태 장관과 손학규 지사가 주장으로 직접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에 양팀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양팀 선수들은 김 장관과 손 지사 사이의 관계를 감안하면 누구도 섣불리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다. 두 사람 모두 지난 1965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들어간 고교-대학 동창이다. 대학시절에는 모두 운동권에서 활동했다. 손 지사 역시 문민정부 당시 복지부 장관을 지내 전·현직 복지부 장관이라는 경력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여야의 유력한 대권 후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장관과 손 지사의 포지션은 센터포워드로서 공격을 맡는다. 김 장관은 매주 일요일이면 조기축구회에 나가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의 단순전력 비교로 보면 김 장관이 약간 우세라는 분석이다. 김 장관은 “단순한 친선 게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경기는 이기면 좋은 것 아니냐.”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오늘의 눈] MB홍보와 ‘대권 준비’/송한수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경황이 없어 시상 모습을 찍지 못했습니다. 촬영시간을 갖겠습니다.” 7일 낮 12시 서울시청 3층 태평홀에서는 이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명박 시장은 10분전에 받아놓았던 상패를 되가져와 시상자인 영국 격월간지 fDi(foreign Direct investment)의 코트니 핑거(Courtney Finger) 편집장과 포즈를 취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발행 fDi가 주는 ‘2005세계의 인물’ 대상을 시상하는 자리였다. 국회의원 10여명 등 굵직한 인물들이 함께 했다. 앞서 시 김병일 대변인은 시상식 브리핑 뒤 “CEO(최고경영자) 마인드에다 치밀한 계획, 불같은 추진력을 지닌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갖췄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장이 최근 정무직 간부들과 ‘대선 전략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준비를 지시했다는 소문이 퍼진 터였다. 이춘식 정무부시장은 “대학강연 등 시정과 무관한 행사 참석이 잦아 ‘선거용’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는데….”라며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시정에만 전념하겠다는 MB(이 시장의 애칭)의 의지를 의심할 만한 일이 빚어져서는 시와 시민은 물론 MB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일정상 이같은 의지를 의심할 만한 사례는 적잖다. 예컨대 지난달 31일 청계천 시험 통수식에 국회의원들을 집단으로 초청해놓고 행사를 벌인 뒤 11시30분으로 예정된 ‘행정 서포터스 시정설명회’에는 정작 한참 뒤늦게 참석해 청소년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7일 시상식에서도 한 국회의원이 “소득 100달러의 나라를 1만달러의 나라로 만든 장본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치켜세운 점은 한 직원의 말대로 대권주자 자리를 굳힌(?) 듯한 인상까지 비쳤다. MB대권준비론에 대해 시가 되새겨야 할 점은 MB홍보에 치우친 직원들의 말이나, 시민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행사도 많다는 것이다.‘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서양 격언처럼 어떻게 비쳐지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송한수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onekor@seoul.co.kr
  • “한나라 ‘명품’으로… 차기 양보없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에 오른 뒤 휴일도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회의와 당 안팎의 크고 작은 모임이 기다리고, 밤에는 동료의원들과 언론인들이 ‘러브콜’을 보낸다. 그러나 그런 일상이 싫지 않은 눈치다. 일찌감치 영국의 토니 블레어에 비견될 정도로 한나라당의 ‘차세대 대권주자’로 꼽혔지만, 주변의 시샘과 견제의 덩굴에 얽혀 오랜 시간 무대 뒤에 머물러야 했다. 그런 그에게 원내대표 취임과 함께 찾아든 언론의 관심과 동료의원들의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가 원내대표를 맡고자 했던 이유로 내세운 논리는 명확하다. 원내대표로서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5선 의원으로서 국회 풍토를 바꿔놓겠다는 의지다. 차기 대권 경쟁에서 더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엿보인다. 그는 “내 손으로 한나라당을 모든 국민이 사랑하는 명품 브랜드로 만들고 싶고,5선 의원으로서 사시사철 국회만 열어놓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정쟁만 일삼는 정치풍토도 바꿔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를 맡은 이후 한나라당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카운터파트인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는 거의 매일 밤 의원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소개했다.“당 지도부와 의원들간에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또다시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스킨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차기 대권임을 숨기지 않는다.“원내대표로 있는 동안 맡은 일에만 충실하겠지만 다음에 계급장 떼고 싸울 땐 누구보다 열심히 싸울 생각”이라며 전의(戰意)를 불태웠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朴대표 “측근비리 벌써 몇번째냐”

    朴대표 “측근비리 벌써 몇번째냐”

    |청두 이종수특파원|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7일 행담도 개발 파문 등 잇따른 대통령 측근들의 연루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정권 초기부터 측근 비리가 몇번째냐?”며 강한 어조로 개탄했다. 이어 “비리가 터질 때마다 혈세가 줄줄 새는 것이 드러났는데 정부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만들고 검찰이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현 정권의 ‘레임덕 논란’과 관련해서는 “레임덕은 국민이 정권을 신뢰하는가와 함수 관계가 있는데 정부가 국민을 위해 잘하려고 노력하면 풀릴 것이고 국민의 마음이 멀어지면 (레임덕이) 빨리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권주자 논란 한가한 소리” 박 대표는 한나라당 일부에서 제기하는 ‘대권 주자’ 논란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저나 당이 맡은 역할하기에도 바쁜데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2년 7개월 뒤의 상황을 부질없이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전제한 뒤 “대선에서 2번 실패한 마당에 지지층을 실망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정권 재창출을 못하면 정당의 미래는 없는데 이를 위해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모든 것은 국민의 선택인데 벌써부터 대권을 쟁취하겠다고 난리쳐서는 안 된다.”고 몸을 낮췄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청뚜 주재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현황보고를 듣는 것을 끝으로 5박6일 동안의 방중 일정을 마쳤다. ●北核초당외교로 ‘이미지 업’ 박 대표는 특히 지난 3월 미국 방문에 이어 이번 방중으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다. 중국을 방문해 야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만나는 등 ‘북핵 해결사’로서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했고 ‘초당적 외교’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날 방중 결과를 설명하는 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국내 문제를 많이 언급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vielee@seoul.co.kr
  • 스타워즈 에피소드3 우주보다 더 장대한 ‘SF성찬’

    시리즈를 시작한 지 무려 28년만에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별들의 전쟁’은 토를 달지 못하게 화려하다. 26일 개봉하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Star Wars : Episode Ⅲ-Revenge of the Sith)는 SF물로서의 위용이 ‘할리우드 기술의 결정체’라 할 만큼 정교한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네번째 에피소드 ‘새로운 희망’(1977년)에서 출발한 시리즈는 알려진 대로 모두 6편. 개봉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던 것은, 우주전쟁을 ‘완벽한 그림’으로 다듬어 내겠다는 감독의 고집 때문이었다.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이야기 부분은 뒤로 미뤄왔으니, 이번이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의 향연장이란 사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스타워즈 28년만의 결정체 그동안 연대기적 순서를 밟지 않은 전작들에는 암시와 복선만으로 인물들의 관계, 탄생 배경 등을 넘겨짚게 만든 부분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3편은 그 결정적인 비밀들을 하나 둘 풀어주는 ‘해설의 장’이기도 하다. 3편이 초점을 맞춘 것은 제다이 기사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턴슨)이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이다. 검은 투구와 망토 차림에 붉은 광선검을 휘두르는 시리즈의 상징물 다스 베이더가 스승 오비완(이언 맥그리거)과 어찌해서 원수지간이 됐는지를 복기한다. 이미 시리즈의 마니아가 돼있는 관객들에겐 큼지막한 ‘보너스’라 할 만하다. 이번 이야기의 시점은 2편 ‘클론의 습격’으로부터 3년이 지난 뒤. 팰퍼타인 황제(이언 맥디아디드)와 제다이 기사들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제다이가 되길 고대하던 청년 아나킨은 제다이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의회의 결정에 절망한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파드메(나탈리 포트만)까지 의원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내몰리자 아나킨은 절대권력을 주겠다는 팰퍼타인의 검은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루크와 레아 쌍둥이 남매가 파드메에게서 태어나 타투인, 얼데란 행성으로 갈라져 살게 되는 사연 등도 순차적으로 공개된다.100% 디지털 작업으로 구현된 사이보그 그리버스 장군은 3편에서 유일하게 새로 선보이는 캐릭터. ●할리우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담아 전 편의 인물 및 서사구도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어려운 극중 행성들 이름만큼이나 이야기는 복잡하게 굴러가지만, 이번 역시 감상의 핵심은 ‘보는 즐거움’이다. 완벽한 우주전쟁을 보여주겠다고 별렀던 감독의 의지는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아나킨과 오비완이 용암이 녹아내리는 화산행성 무스타파에서 결투하는 장면, 팰퍼타인과 요다의 광선검 승부 등은 ‘할리우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싶은 SF 성찬이다. 우주선과 비행정 밖으로 내내 노출되는 우주도시의 화려한 디테일에도 감독의 완벽주의 감각이 묻어 있다. 아나킨이 악의 화신이 되는 동기가 빈약한 점 등이 거슬림에도, 태깔나는 영상이 작은 허점들을 가려버렸다. ●미국의 팽창주의 이분법에 화살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의도적으로 투영된 감독의 정치적 신념은 칸을 온통 ‘부시 성토장’으로 들쑤셔놓을 만도 했다. 의회에서 팰퍼타인이 의원들에게 일방적인 전쟁을 부추기자 “이제 자유는 끝”이라고 되뇌는 파드메, 스승에게 칼을 겨누며 “동지가 아니면 적일 뿐”이라는 아나킨의 대사 등이 미국의 이분법적 팽창주의에 화살을 꽂는다.SF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데려가도 된다.3편은 전체관람 등급을 얻은 덕분에 ‘가족용 영화’가 됐다. 상영시간 2시간19분.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비교섭단체 릴레이인터뷰] ① 한화갑 민주당 대표

    [비교섭단체 릴레이인터뷰] ① 한화갑 민주당 대표

    지난 4·30재보선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재편되면서 정치권 합종연횡설이 나도는 등 어느 때보다 소수정당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한 데 이어 나머지 비교섭단체 대표들도 별도로 만나 정국 운영 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차례로 들어본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요즘 사람 만나는 게 즐겁다고 한다.4·30재보선에서 목포시장 선거 승리 등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당의 건재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감도 생겼다. 당 대표실에 걸려 있는 소나무 그림을 보면서 조선시대 문인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를 줄줄 외는 모습에서 여유도 엿보였다. 그러나 현실정치 이야기가 나오자 금방 진지한 모습으로 변했다. 한 대표는 11일 서울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끝까지 남아 민주당을 지키겠다.”면서 항간에 떠돌던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설 등을 거듭 일축했다.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혼자서 가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여건 형성 여부가 관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대권도전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합당이나 합종연행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책적 연대는 가능하다. 정책이 맞는 정당과는 언제든 좋다. 그러나 연대 상대를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 사안에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당 등에 대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각은. -정치이야기 나눈 적 없다. 지난해 10월 재보선 이후 만나려고 했는데 정치 떠난 사람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 초 전당대회 이후 만났다. 당시 DJ는 ‘민주당만 한 정당이 한국에 있느냐.’면서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재확인해 주었다. 물론 민주당 스스로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향후 민주당의 진로는. -중앙이나 지방 선거가 있으면 뛰어들 것이다. 지지를 확신한다. 과거 여당 같은 기반을 구축해 서서히 키워갈 작정이다. 조급성을 버리겠다. 당장 열매를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후배에게 열매가 돌아가도 좋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 물론 내부 혁신을 해야 한다. 외부인사 영입 등으로 체제를 확실하게 갖춰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하겠다. 현 정부로부터 국정운영에 참가해 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당대 당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차츰 기울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 보람을 찾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지난해 총선 뒤 민주당 의원 중 여당간다는 소문도 있었다. 지금도 갈 사람은 가라는 입장이다. 사정하지 않는다. 국가에 봉사할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뿌리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는 끝까지 민주당을 지키겠다. 지난해부터 한나라당이 ‘서진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동진정책’이 있었는데 영남권에서 반발했다. 서진정책은 호남쪽에서 점령당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점령은 환영한다.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한다는 의미에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이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게 한다. 물론 우리 지지표가 떨어져나가는 현상도 일어나겠지만 대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 당 대표로서 자신을 평가하면. -다른 것은 몰라도 민주당을 살려보겠다는 의욕은 강하다. 한화갑이 있어 민주당이 지금 버텨가고 있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이런데서 많은 점수를 받고 싶다. 소수당의 애로사항은. -과거 여당대표였을 때는 자리도 첫번째고 축사도 제일 먼저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사람은 같은데 뒤로 밀렸다. 처음엔 겸연쩍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존재를 위해서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지방선거 뒤엔 대선국면이다. -민주당도 후보를 낼 것이다. 가족수가 적다고 호주가 없는 곳은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국민과 국가 위한 봉사준비는 당연하다. 향후 대권 전망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큰 당 소속 사람이라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불합리한 것이다. 자질을 놓고 논해야 한다. 또 열린우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자신하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이것은 그들만의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시에는 나를 비롯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결정적인 요소가 없을 것이다. 개헌론이 활발하다. -필요성에 공감한다.4년 중임제든 내각책임제든 어느 것이든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각책임제를 선호한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에 대해서는. -국민의 대표로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10석이었는데 독재시대 때 야당의 진입을 막기 위해 늘어난 것이다. 독재시대의 산물이다. 출석부에 이름은 있는데 출석을 부르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한나라 ‘빅3’ 희비 쌍곡선

    한나라 ‘빅3’ 희비 쌍곡선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빅3’의 최근 행보가 ‘3인3색’이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4·30 재·보선 이후 순조로운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권의 디딤돌로 삼으려던 청계천 개발이 오히려 걸림돌로 바뀔 수도 있는 고비를 맞았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수도권 발전대책을 둘러싸고 이해찬 국무총리와의 강도 높은 일전(一戰)을 통해 답보상태인 지지율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 1 박근혜대표 “당무에 총력” 박 대표는 상종가를 치고 있으면서도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론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당 대표로 있는 동안 당무에만 전력을 쏟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4일 조사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 56.2%,‘잘못하고 있다.’ 27.5%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가 한달 전 조사결과에 비해 7.4%포인트나 상승했다.47.9%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한 달만에 39.1%로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좀처럼 호불호(好不好)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재·보선 승리가 또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측근들에게 자중자애를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10일 “박 대표는 개인 지지도가 오른 데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보다는 당이 안정을 찾고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압승이 박 대표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심어준 듯한 인상이다. 당권·대권 조기 분리,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론 등에 적극적인 자세와 일맥상통한다. ■ 2 이명박시장 “청계천 복원 전념” ‘긴장 속 의연한 대처’ 양윤재 부시장과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의 구속이라는 ‘악재’를 만난 이 시장측 분위기다. 한 측근은 “두 사건은 모두 개인 비리이지 이 시장과 무관하다.”며 “이 시장은 개의치 않고 시정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계천 개발을 ‘대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겠다는 의지는 불변인 듯하다. 이 시장이 10일 청계천복원공정회의를 주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달 장마철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는 등 10월 완공 예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시민의 심판’을 기다린다는 복안이다. 이 시장은 검찰의 수사확대 조짐에 ‘선의의 피해자’임을 내세우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좌충우돌하는 검찰 수사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지 않으냐.”면서 “11일이나 12일께 이 시장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 수사 확대에 대한 부담감도 엿보인다. 다른 측근은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3 손학규지사 “수도권 정비법에 승부” 손 지사는 이 총리와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날 경기도 간부회의에서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와 관련된 실무협의회 불참이라는 강공(强攻)을 지시한 데 이어 10일 오전 도청에서 ‘수도권 발전대책 기획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손 지사는 모두 발언에서 “정부의 수도권 발전대책이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임이 드러났다.”며 “경제를 정치 논리로 푸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은 국익을 위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회의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도 개정이라는 소극 대응에서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기본 법률’로 대체입법을 추진한다는 역공을 택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과 국토균형발전 대책의 논거를 정밀하게 설파할 계획이다. 한 측근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더라도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 행정도시특별법을 지지했지만 국무총리가 정략적으로 몰아붙이는 데 맞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손 지사의 결연한 행보는 경기지사로서 임무에 충실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 대중적 인지도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종수 전광삼기자 vielee@seoul.co.kr
  • 朴대표 “대선 3敗는 없다”

    朴대표 “대선 3敗는 없다”

    “대권 3패(敗)는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권 4수(修) 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를 따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3일 점심 때 기자들과 설렁탕을 먹으면서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번실패 국민이 용서치 않을것” 박 대표의 언급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번 재·보선에서 ‘박풍(朴風)’을 또다시 일으켜 여당에 전패(全敗)를 안겨준 만족스러움도 엿보였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재·보선에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보여준 기대에 부응해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번 실패했는데, 세번째 실패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하나하나 지켜가면 이번 선거 분위기가 2007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상생정치와 장외투쟁 자제 등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당이 많이 변해왔다.”면서 “이런 노력에 대해 국민이 서서히 인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평했다. ●“공천에 지도부 참여토록 할 것” 이번 선거에서 느낀 점을 묻자 “유세 과정에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 정부에 철학과 소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때 유권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소개했다. 공천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지도부는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지도부가 공천에 참여하는 쪽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9일부터 당선사례 투어 나서 오찬장에는 이례적으로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박 대표의 굳어진 위상을 반영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 김무성 사무총장, 유승민 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과 박성범·곽성문 의원 등이 자리했다. 정희수 국회의원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4명도 함께했다. 박 대표는 9일부터 사흘간 ‘당선사례 투어’에 나선다. 불모지대로 여겼던 충남 아산과 ‘수성(守城)’을 이뤄낸 경북 영천 등 당선 지역 5곳은 물론 유일하게 패배한 충남 공주·연기에도 내려간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문화마당] 정직한 관객/진회숙 음악칼럼니스트

    아마 재작년의 일이었을 것이다. 친한 후배가 음악회 초대권을 주었다. 한때 세계 성악계를 주름잡던 소프라노의 내한 독창회 초대권이었다. 명색이 음악평론가지만 표값이 하도 비싸 평소 세계적인 음악가의 연주회는 가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에게 그 초대권은 가뭄에 단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표를 받으면서 내심 우려되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때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이름을 날리기는 했지만 현재 그녀의 나이로 볼 때 은퇴를 해도 한참 전에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아직까지 노래를 할 만 하니까 계속 무대에 서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연주회장을 찾았었다. 그런데 첫 곡인 로시니의 아리아를 듣는 순간 나의 막연한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 동안 내가 음반을 통해 들어오던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예 거의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음반을 통해 전성기 때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직접 그녀의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은 아마 말할 수 없이 실망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여전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그녀의 용기(?)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한 물 간 소프라노를 초청해 비싼 입장료를 받아 챙긴 주최측의 배짱이었다. 나야 초대권을 받아서 갔으니 그다지 억울할 것도 없지만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사람들은 정말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정작 마지막 곡을 부른 다음에 일어났다. 클래식 마니아는 물론이고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 들어도 너무나 말이 안 되는 그런 노래를 들은 후에도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연주 도중에 야유를 하며 퇴장을 해도 성이 안 찰 판인데 박수를 치는 것도 모자라 앙코르까지 청하다니. 아무리 손님에게 예우를 다하는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이라지만 이것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세계적으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 피아니스트가 한국에 와서 말도 안 되는 연주를 하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주곡목 중에 바흐의 곡이 있었는데 그것을 외우지도 못해 악보를 보고 쳤는가 하면 연습 부족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왼손을 아예 빠뜨리고 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주자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안 된 사람들이 소위 세계적인 연주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최상의 대우를 받고 간다. 그 때 알 만한 사람은 그것을 보면서 분노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연주자라도 언제나 최상의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관객들은 그 사람이 현장에서 얼마나 연주를 잘 하는가보다는 그 사람이 세운 화려한 이력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 화려한 이력에 주눅이 들어 정직한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외국 연주자들 사이에 한국에 가면 아무리 연주를 못해도 박수를 받는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관객은 자기 느낌에 대해 정직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연주자라도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다. 벌거숭이 임금님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신하들처럼 주눅 들 필요가 없다. 몇 년 전에 어떤 독창회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무대에 선 사람은 국내 굴지의 음악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객석은 동료교수와 제자 그리고 학부형인 듯한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연주의 질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아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심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래가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부모를 따라온 듯한 한 꼬마가 무례하게도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아이. 목소리가 왜 저렇게 이상해?” 그 순간 나는 이 시대 가장 정직한 관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진회숙 음악칼럼니스트
  • [이해찬 총리의 힘] “대권 욕심없는 사람” 盧 전폭신뢰

    [이해찬 총리의 힘] “대권 욕심없는 사람” 盧 전폭신뢰

    ‘실세’ 총리 이해찬…. 국민들은 지금 새로운 국무총리의 모델을 지켜보고 있다.‘일인지하 만인지상’을 넘어 대통령과 수평적 ‘동지적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30일 총리에 취임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총리에 오른 인사는 초대 이범석(1948년 7월31일∼1950년 4월20일) 총리부터 모두 36명. 이 중 이 총리가 가장 막강한 영향력과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의 일화에서도 이해찬의 ‘힘’은 입증되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인선 과정이 그것이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과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동이 걸리면서 다음 후보군으로 신명호씨와 함께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이름도 10일 오후 흘러나왔다. 이어 11일 아침 이 총리는 청와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한 실장을 쓰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같은 이 총리의 뜻은 13일 노무현 대통령과 한 실장의 면담으로 이어졌고,14일 경제부총리 인선이 매듭지어졌다.12일 문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청권이 행사됐지만 유례를 찾기 힘든 ‘전화 제청’이 경제부총리 인선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다. 최근에는 노 대통령이 내려보낸 일을 이 총리가 되돌린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총리의 말이다.“내게 올 일이 아닌데 청와대에서 보내 왔더라. 내가 알기를 하나 책임을 질 수 있나, 해서 다시 보냈다.” 총리실 직원들은 과거 경험하지 못한 ‘일복’에 비명을 지른다.400여명이던 직원 수는 이 총리 취임 후 8개월여 만에 파견공무원을 포함,600여명으로 늘었다. 과거 청와대에서 하던 일 대부분이 총리실로 옮겨왔다. 정원에 비해 일은 곱절 더 늘었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위상도 올랐다. 한 서기관은 “업무협조요?좋죠. 요청하지도 않은 자료까지 해당 부처에서 들고 와요. 과거엔 독촉전화 여러번 했죠.”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위상을 장관들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보니 그 밑의 간부들은 말할 것도 없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관계를 과거 김대중(DJ) 대통령-김종필(JP) 총리의 관계와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적 무게로만 따지면 ‘대주주’격인 JP를 따를 총리가 없다. 그러나 당시 총리실의 위상과 역할은 지금과 비교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나눠 먹기식 연립정권의 성격을 지니다 보니 DJ쪽 장관과 JP쪽 장관이 확연히 나뉘었고, 자연스레 총리실의 조정기능도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DJ쪽 장관이 JP를 제쳐두고 대통령과 ‘직거래’했다.”는 귀띔이다. 이 총리의 파워는 물론 노 대통령에게서 나온다. 국정원과 군, 검찰의 고급정보까지 공유할 정도로 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매주 한두 차례씩 이 총리와 따로 만난다고 한다. 주로 주말에 오찬·만찬을 같이 하며 정책현안이나 정국 전반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현안이 있는 부처 장관이 함께하지만 사실상 독대나 다름없다. 공식행사까지 포함하면 이 총리가 노 대통령을 만나는 횟수는 일주일에 10여 차례가 넘는다. 전화로 현안을 논의하는 횟수는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그럼 노 대통령은 왜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줄까.‘국정의 분권운영’이 근본취지다. 통상적인 국정 관리는 총리에게 맡기고 대통령 자신은 주요 국정 현안이나 국정방향을 구상하는 데 진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런 취지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 배경은 개인 이해찬에게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이 총리의 측근은 “두 분은 상호보완적인 동지적 관계”라며 “이는 이 총리가 사욕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욕이란 ‘대권도전’ 의지를 말한다. 이 총리는 이달 초 관훈토론에서 “총리가 대권에 기웃거리면 하는 일마다 오해받고, 정부를 끌어갈 수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노 대통령도 이런 이 총리의 모습을 신뢰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이 총리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혜안을 마음으로 존중하고 있는 듯하다. 이 총리의 역할도 과거 ‘의전총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이 총리가 주재한 회의만 800여차례에 이른다. 국무조정실이 자체 집계한 수치다. 한달 평균 100회, 하루에만 5회꼴이다. 당장 16일에만 해도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등 4개의 공식일정과 3개의 비공식 일정이 놓여 있다. 짬짬이 총리실 내부 현안까지 챙기면 아침 8시40분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하루 일정이 모자랄 정도다. 그는 공관으로 퇴근한 뒤에도 자정 무렵까지 현안자료들을 꼼꼼히 챙긴다고 한다. 이 총리는 매일 새벽 5시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30분 정도 반신욕을 한다. 종합일간지와 지방지를 일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일하는 총리’ 앞에서 장관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도 이 총리의 이런 개인시간 반납에 있는 것 같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한나라 ‘내분 봉합’ 새 전기

    4일 김덕룡(DR) 원내대표의 사퇴로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에 따른 한나라당의 내분사태가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김 원내대표의 사퇴가 지도부에는 수습의 명분을, 반대파에는 당내 투쟁 중단의 명분을 주면서 내분이 봉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반대파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를 제외한 모든 당직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조기 수습 여부는 미지수다. ●與서 ‘빅딜설’ 흘리자 사퇴 결심 DR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 뒤 기자와 만나 “당을 안정시킨 뒤에 사퇴할 수도 있지만 보다 빨리 혼란을 수습하고 당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사실은 어제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측근들이 당의 혼란을 수습한 뒤에 물러나야 한다고 만류했다.”면서 “그런데 오늘 측근들조차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만한 갖가지 상황과 억측이 난무했다.”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DR는 전날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빅딜설’을 흘리자 즉시 사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DR가 고향 후배나 다름없는 정 원내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 원내대표의 해명으로 사퇴 결심을 한때 접는 듯했지만 반대파 의원들이 ‘빅딜설’을 기정사실화하며 물고 늘어지는 등 안팎의 공세에 모멸감마저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파 “무효화 투쟁과 별개” 반대파를 이끌고 있는 이재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퇴 요구 대상에서 박 대표를 제외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를 제외한 당직자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는 않은 분위기다.‘총사퇴’라는 극약 처방을 주문했지만 박 대표가 재신임하면 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자진 사퇴까지 요구할 경우 행정도시법 무효화 투쟁이 ‘박 대표 축출’을 노린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 그 이유다. 하지만 반대파들은 지도부 인책 요구와 행정도시법 무효화투쟁은 별도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박 대표와의 대립각이 쉽사리 무디어지긴 어려운 상황이 되는 셈이다. 김문수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가 당내 갈등 봉합의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수습 국면 전환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의 수도분할법 무효화 투쟁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명히 했다. ●당내 주도권 싸움 치열할 듯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박세일) 등 당 3역에 이어 국제위원장(박진), 전략기획위원장(심재철) 등 중·하위 당직자들까지 줄줄이 사퇴하는 전대미문의 ‘당직 공백사태’를 맞았다. 최병렬 전 대표가 퇴진할 때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박 대표는 당직 공백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후임 인선이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당헌·당규상 오는 11일 이전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박 대표를 비롯한 주류측과 반대파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자리다. 개인적으로는 차기 당권이나 대권 도전,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 출마를 염두에 둔 재선 이상 의원들의 각축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옹호론’을 펴고 있는 강재섭·맹형규 의원과 ‘반박(反朴)’ 진영을 이끌고 있는 권철현·김문수 의원의 ‘4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치권 심상찮은 개헌론

    정치권 심상찮은 개헌론

    여야를 망라한 유력 정치인들의 잇따른 개헌 관련 발언이 심상치 않다. 3일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 총리는 개헌에 대한 패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5년 단임제의 병폐는 많이 겪었다.4년 연임제나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개헌논의가 올해 시작되면 국가 경쟁력 강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 가면 대선 준비작업을 각 당이 하기 때문에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주목되는 부분은 ‘내년 하반기’로 개헌 논의 시기를 명시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올해 개헌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을 자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진전된 내용이다. 앞서 지난달 27일과 2일에는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각각 개헌 논의를 제안했다. 최근 개헌 관련 움직임은 두 가지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 우선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확률을 좀 더 높이는 요인이 된다.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개헌에 입맛을 다시는 듯한 배경에는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전략이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여권으로서는 정·부통령제로 개헌해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를 예컨대 호남과 영남, 혹은 호남과 충청 출신 식으로 배합하면 필승할 수 있다는 논리가 그럴듯하게 거론된다.4년 중임제의 경우 개헌 대상에 현직 대통령을 포함시킬 경우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연임의 기회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개헌을 통해 현행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로 바꾸면 총선에서 영남권 공략에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연설에서,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선거의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영남과 수도권 출신 대권주자들의 정·부통령 조합을 구상해볼 수 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헌은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개헌이 실현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선 많은 편이다. 어느 한쪽이 대선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즉각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게 개헌론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 헌법 체제로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선두권의 대선주자들이 반대하면 동력을 받기 힘들게 된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확대되면 그 역시 제동 요인이 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한나라 농성파 “행정도시법 연기” 압박

    한나라 농성파 “행정도시법 연기” 압박

    여야가 지난달 23일 합의한 ‘행정도시 특별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실시한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3%가 반대,36%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24일 전국의 성인 17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자 63%가 이번 합의에 반대해 당 지도부는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됐다. 이 조사에 힘입어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농성중인 의원들은 2일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과 본회의 처리 ‘결사 저지’라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휴일인 1일 박근혜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와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잇따라 의원들이 농성중인 원내대표실을 방문했다. # 장면1:농성파 “4월에 처리하자” 김문수·이재오·박계동·배일도 의원 등 행정도시특별법안에 반대하며 7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1일 법안 저지 의지를 불태웠다. 농성 의원들은 ‘강온 양면전’을 펼칠 태세다. 먼저 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반대입장을 강력하게 펼친 뒤 오전 10시부터 위헌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법사위에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와 전기성 서울시립대교수를 야당측 공술인으로 추천했다.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 저지에 총력전을 편 뒤 오후 본회의도 결사적으로 막을 예정이다. 배일도 의원은 “농성에 참가한 의원 4명은 소수지만 투쟁 경험이 많은 분”이라며 “200여명이 아니라 5000명이라도 막을 자신이 있다.”고 전의를 보였다. # 장면2:박 대표 vs 농성파 3·1절 기념식에 참가한 박근혜 대표는 오후 2시께 느닷없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재오 의원이 “공휴일인데 좀 쉬시죠.”라고 말문을 열자 박 대표는 “누구 때문에 못 쉬잖아요?”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금방 썰렁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이번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짧아 국민들이 찬반을 결정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3대 쟁점법안을 4월 임시국회로 연기했듯이 ‘행정도시 건설특별법안’ 처리도 4월로 미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 대표는 “입에 맞는 떡이 없듯 정치도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합의의 불가피함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박계동·심재철 의원 등이 “합의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다.”면서 ‘4월 연기론’에 가세했고 안상수 의원은 “여론의 반대에도 내일 표결을 강행한다면 박 대표가 대권욕에 기인한 것”이라는 날선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박 대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슬기로운 판단’을 당부했다. # 장면3:손 지사 vs 농성파 최근 여야 합의안에 지지 입장을 표명한 손학규 경기지사도 농성장을 찾았다. 이재오 의원은 “당 지도부가 아닌 경기 지사가 이번 합의에 대해 ‘다행’이라고 표명한 것은 말이 되느냐?”면서 “대권 주자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손 지사는 “저라고 이번 결정에 흡족하겠느냐?”면서 “다만 언제까지 지지고 볶고 할 수는 없고 어느 선에서 타협하고 안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어 “대권을 의식했으면 합의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다수 의원의 입장에 서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안상수 의원은 “이번 합의는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면서 “여야 상생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쪼개서야 되겠느냐.”면서 ‘여론 수렴 거친 뒤 4월 처리’라는 농성파 의원들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종수 전광삼기자 vielee@seoul.co.kr
  • ‘박근혜식 탕평책’ 결실 거둘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탕평책 실험’이 성공할까. 박 대표가 21일 당 쇄신작업을 주도할 혁신위원장에 자신을 비판했던 비주류그룹의 한 축인 홍준표 의원을 내정하면서 ‘탕평 인사’의 성공 여부가 화제로 떠올랐다. 나아가 박 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의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지속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소속 의원 120명 전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혁신위의 모든 결정 사항을 의원총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혁신위에는 박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것”이라고 언급, 박 대표의 ‘화합 의지’를 뒷받침했다. 김 사무총장에 따르면 혁신위는 선진화추진위, 여의도연구소, 정치발전위와 당외 인사 등이 참가하며 전체 위원 가운데 30%를 여성으로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혁신위는 당내 모든 계파를 아우르면서 당 개혁의 틀을 만들 강력한 기구로 기능할 전망이다. 혁신위의 이런 위상을 감안할 때 박 대표가 홍 의원을 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당 혁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다.‘비주류 끌어안기’를 통해 당 결속을 다지면서 당 혁신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 개혁과 관련, 지난 3일 연찬회에서 제기된 많은 문제점을 다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서 “비주류인 홍 의원을 내정한 소식이 발표되자 지난번 당직 개편을 ‘친위대 구성’이라고 비판했던 의원들이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혁신위는 2007년 대선에 대비, 당 조직개편을 비롯해 당권·대권후보 분리, 진성당원제 도입 등 연찬회에서 제기된 모든 사안을 중심으로 4월 중순까지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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