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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심판·安風·정치혐오… 뿔난 2040 ‘투표동맹’ 맺었다”

    “정권심판·安風·정치혐오… 뿔난 2040 ‘투표동맹’ 맺었다”

    10·26 재·보궐선거는 지금 정치판이 굳건한 바위가 아니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 위에 있음을 보여 줬다. 그만큼 변화를 원하는 민심이 정치환경의 유동성을 한껏 키워 놓은 것이다. 재·보선이 한국 정치에 던진 화두는 무엇이고, 정치권은 무슨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와 김종배 시사평론가, 박호성 서강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김윤철 경희대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등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선거의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서울시장 보선 몰표 왜 크게는 안철수 바람과 정권 심판론으로 압축된다. 김 평론가는 “박원순 승리의 일등공신은 물론 서울시민이다.”라면서 “안철수 바람도 무시할 수 없으며, 반이명박(MB) 정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윤 실장도 “정권 심판 정서에 안철수 효과가 가세했으며,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가 겹쳐 복합적인 작용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20~30대가 집단적 목소리를 냈다. 이렇듯 계층적 투표 성향을 갖는 20~30대에 40대까지 1980년대에 보여줬던 정치적 열망을 일부 복원하면서 이들이 일종의 ‘투표 동맹’을 맺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반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전 초기부터 이뤄지면서 정작 선거 막판에는 무전략 상태에 빠진 것은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숨은 표’ 또다시 위력 이번 선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달랐다.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진보 성향의 ‘숨은 표’가 또다시 등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의 숨은 표에 대해 “3~5% 정도”, 윤 실장은 “대략 7%”라고 각각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여론조사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당 지지 성향에 기인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무당층이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는 ‘제1당’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은 투표 무관심층이 아니라 정치 비판층이기 때문에 예측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여론조사 결과가 틀렸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유선전화·휴대전화를 혼용한 여론조사는 일정 부분 추이를 제대로 보여 줬다.”고 말했다. ●줄어든 강남권 보수층 신 교수는 “과거 선거 행태를 보면 보수층이 단합하면 투표율이 24% 정도는 나왔으나, 이번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강남권 득표율 격차도 대폭 축소됐다.”면서 “이번 선거는 보수층이 결집하지 않았거나 보수층이 줄어든 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도 “안철수의 등장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움직인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체질 개선이, 야권은 통합 노력이 각각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평론가는 “이념 지형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4·27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유사한 흐름을 띠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강남으로 대표되는 지역 중심의 계층 투표 성향은 이미 1997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번 선거에는 계층 투표 양상이 변한 것일 뿐이다.”라면서 “지역은 물론 20~40대라는 세대 중심의 계층 투표가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레임덕 늦추려면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를 찍는다. 박 교수는 “(청와대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겉으로만 인적 쇄신, 말로만 하는 ‘수박 겉핥기’ 쇄신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부재다. 청와대와 여당 간 소통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국정현안을 정치권과 협력해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레임덕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주문했다. 김 평론가는 “향후 정치 일정을 보면 청와대로서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도 강행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변화를 보여줄 여지가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도 “이미 레임덕의 심리적 기초가 너무 깊숙이 진행됐다.”면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상처 난 한나라 물갈이? 한나라당 역시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김 평론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지도부 개편의 의미가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나설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박근혜 대세론에 상처가 난 상황에서 박 전 대표 본인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면서 “보수 진영의 대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진보 진영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좌클릭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클릭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지도부 체제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역적으로 영남, 계층적으로 중·상층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확인한 이상 정책적 변화를 통해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도권 민심을 확인한 만큼 물갈이를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면서 “총선·대선이 회고투표(심판)가 아닌 전망투표(인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 야권 통합 선택?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큰 생채기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만큼 내부 쇄신이 아닌 야권 통합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통합 세력의 힘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대선주자로서 잠재적 능력과 기회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이번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이다.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다만 야권 통합 차원에서 난기류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야권 통합 과정에서 안철수 원장은 배제해야 한다. 당장 정치 전면에 나서거나 창당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민주당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대권·당권 레이스가 이뤄져야 하며, 여기에 야권 통합이라는 외부적 압박 요인도 있다. 조정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총선 한나라 vs 反한나라 이 대표는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총선에서 야권은 단일 후보를 내야 하며, 한나라당은 최소한 40% 이상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년 총선은 이번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각 계파 간 갈등이 어떻게 조정되고 안철수 바람 이후 내부 갈등이 조정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 정치권 대 시민사회의 대결 구도였지만, 안철수 바람이 또다시 분다면 시민사회 바람은 묻힐 수도 있다. 안철수는 탈이념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라면서 “야권 통합 과정에서 기존 야권 인사도 구식 정치인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신생 정당이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경우 야권과 달리 외부로부터의 힘이 미약하고 신당 창당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을 다시 띄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선 박근혜·안철수 대세? 박 대표는 “우리 정치에서는 무당층의 저변이 넓어 늘 새로운 후보를 정치권으로 불러들이려는 ‘아웃사이더 현상’이 있어 왔다. 안철수 역시 한국 정치가 불러내고는 있지만, 정치 영역에서 실력을 쌓을 필요도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계를 확실히 인식한 만큼 서민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안철수 원장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상호 작용하면 단일화 효과가 크게 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안철수는 파괴력을 공인받았다. 차기 대선·총선에서 상수가 됐다. 박근혜·안철수 양자 구도가 유력하다.”면서 “다만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각 진영에서 다른 후보가 나와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장세훈·강주리·이재연기자 shjang@seoul.co.kr
  • 안철수·박원순 “제3정당은 없다”

    안철수·박원순 “제3정당은 없다”

    10·26 재·보선의 여진이 몰아친 27일 범야권은 새 길 찾기에 분주했다. 민주당 내에선 축배와 반성문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범야권 단일후보의 승리는 기쁜 일이지만 민주당 자체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자책으로 돌아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날 학장단 회의에 앞서 ‘제3정당’(이른바 안철수 정당)의 실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3정당? 학교 일만 해도 벅차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야권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말에는 “당혹스럽다. 그런 결과들은, 글쎄요.…”라며 답변을 흐렸다. 이날 취임인사 차 민주당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제3정당을 만들 것 같으면 처음부터 따로 갔지, 민주당과 경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독자세력화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켜 온 민주당을 중심으로 통합과 연대를 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제3정당 추진설의 중심에 서 있던 두 사람이 그 가능성을 부인함에 따라 야권 개편의 향배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 민주당으로 쏠린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도 범야권 통합에 대해 일치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내 쇄신이 우선이라는 쪽과 야권 통합이 먼저라는 쪽으로 갈린다. 이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연말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도 직결된다. 손학규 대표는 선(先)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더 큰 민주당을 만들겠다. 민주진보 진영 대통합의 길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통합의 방법과 주체에 대해서도 “앞으로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선봉장과 중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 측근은 “12월 초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통합 정당에 동참할 당내 인사들을 최대한 규합하는 등 통합의 기틀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범야권 정치 세력과 구체적인(지분 협상 등) 논의를 벌이면서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통합 정당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고, 지도부 역시 ‘통합 정당 지도부’에 결합할 민주당 대표들을 뽑는 형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 쇄신론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먼저 전당대회를 거쳐 당내 주도권을 거머진 뒤 통합 협상에 나서겠다는 생각들이다. 차기 당권주자들이 대표적인 이들이다. 자칫 대통합이 ‘물갈이론’ 등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쪽도 이 입장에 가깝다.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은 “통합을 거스를 순 없지만, 통합을 하더라도 당원의 뜻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김부겸 의원은 “지도부는 마땅히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통합 논의에 앞선 당 개편을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시민 박원순’ 택했다] ‘범야권 잠룡’ 손학규·문재인 명암

    [‘시민 박원순’ 택했다] ‘범야권 잠룡’ 손학규·문재인 명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면서 범야권 잠룡들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은 대선 전초전으로 불릴 만큼 향후 정국의 방향타가 됐다. 특히 범야권은 유례 없는 결집을 통해 선거를 치렀다. 그만큼 공과를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손학규(얼굴 왼쪽)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오른쪽)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점에 서 있다. 당장의 손익계산서는 물론 향후 야권 재편과정에서 리더십까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명암은 뚜렷하게 갈린다. 일단 제1 야당 지지층을 결집해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은 ‘명’(明)이다. 그러나 강남권에 견줘 서남권의 투표율이 낮았다.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온전히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자체 후보를 내지 못해 상처뿐인 영광에 머무르게 된 것은 ‘암’(暗)이다. 이번 선거에서 범야권은 정권심판론과 새로운 정치라는 두 축으로 승부를 걸었다. 새로운 정치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을 뜻한다. 민주당도 비판 대상이라는 의미다. 박 후보의 승리가 손 대표에게 짙은 그늘이 되는 부분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상처가 더 크다. 범야권 잠룡 가운데 비교적 중도 흡인력을 가졌다고 평가된 후보였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 이후 한계를 보였다. 물론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후보단일화의 조정자 역할에 머물렀기 때문에 직접적인 득실을 매기긴 어렵다. 문제는 부산 동구청장 선거의 패배다. 부산·경남(PK) 지역의 영향력 확보에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데뷔전에서 이중 경고를 받은 것은 손 대표에 견줘 내상의 강도가 크다고 할 만하다. 이번 선거결과로 안 원장은 대권가도에서 멀찌감치 앞서 있다. 이제 두 잠룡의 정치적 운명은 곧바로 닥칠 야권의 지각변동 속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는 당 대표직도 얼마 남지 않아 리더십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한계론과 안풍(安風)을 극복해야 한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는 “우선 당내 갈등부터 털어내고 혁신을 이뤄내고, 제1 야당 중심의 야권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 이사장은 민주당 밖 야권통합 추진인사들의 모임인 ‘혁신과 통합’을 중심으로 지형 변동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자를 지렛대로 삼아 전방위 세력화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설이 나도는 상황이라 통합의 구심력을 자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범야권 관계자는 “기존 정당의 외곽지대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세력(친노)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시민 박원순’ 택했다] ‘안철수+박원순 태풍’ 대안세력에 野도 與도 무릎 꿇다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서 한국 정치는 ‘신천지’로 접어들었다. 시민사회 세력을 위시한 제3의 대안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져 기존 정치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 ‘안철수+박원순 바람’으로 대표되는 대안세력에 야당에 이어 여당마저 무릎을 꿇은 셈이다. 우선 범야권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2012년 정권 교체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갖게 됐다. 정국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야권으로 쏠릴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줄곧 ‘후보연합’ 전술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패하는 등 실패도 맛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에 시민사회 세력까지 가세해 서울을 거머쥐었다. 더욱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위협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파괴력도 여실히 입증됐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새 정당을 결성하거나 연합하는 전략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계획이다. 그러나 통합을 향한 야권의 여정이 질서정연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의 승리는 시민사회가 기성정치를 심판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이번에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이 통합 과정에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친노그룹과 시민사회가 주축을 이루는 ‘혁신과 통합’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이 민주당을 압박할 경우 민주당이 ‘헤쳐 모여’식으로 이합집산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국의 방향타는 안철수 원장이 쥐게 됐다. ‘대권 플랜’ 1라운드를 통과한 그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든다면 정계개편의 큰 파도가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이념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그의 ‘정체성’이 어떤 정치로 구현될지는 알 수 없다. ‘반(反) 엠비’, ‘김대중’, ‘노무현’, ‘진보 좌파’로 대표되는 기존 야권의 노선을 거부할 경우 안 원장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패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수도권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뼈져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전 대표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선거전에 적극 나섰는데도 졌기 때문에 충격은 배가 됐다. 서울의 한 의원은 “혁명(분당)이냐 혁신이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심판 선거가 아니다. 패배를 책임져야 하는 선거도 아니다.”라고 강조해 왔지만,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후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선거운동을 시종 ‘네거티브’로 이끌었다. 다만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도 흔들리게 됐다. 당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의 도전이 시작될 게 뻔하다. 그러나 여전히 박 전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위상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은 가속화되고, 국정 장악력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전면 개편 요구는 물론 자칫 대통령의 탈당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10·26 이후 정치권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10·26 재·보선전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이겼다. 반(反)한나라당 세력이 총결집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어쨌든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소속 후보로 출발해서 당당히 서울시장에 올랐다. ‘박 시장’의 등장은 작은 시민혁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다. 기성 정치권에는 불신의 위기라는 경종을 울렸고, 민의를 거스르면 정치의 산실인 정당도 한낱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되새겨 국민의 요구와 열망에 부응하는 실천을 내보여야 할 때다.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의 역동성과 불안정성이란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민단체 출신의 서울시장 탄생은 제3 정치세력의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동시에 정당정치의 위기를 반영한다. 한나라당은 안철수라는 한 시민으로부터 발원한 바람에 맥없이 무너졌다. 그 바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타고 엄청난 위력을 지닌 태풍으로 확대되더니 한나라당을 삼켰다. 민주당은 존재감마저 상실된 채 박 당선자를 돕는 조역으로 비켜났다. 시민사회세력과 한몸이라고 외쳐댔지만 수권을 꿈꾸는 제1 야당의 모습으로는 옹색할 뿐이었다. 양당 모두가 참담한 패자(敗者)로 남은 셈이다. 정당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정치의 위기다. 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사회세력 역시 정치 변화의 주역을 꿈꾼다면 정치의 영역으로 당당히 들어가야 한다. 정당은 정치의 중심이고, 정치는 정당을 근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박 당선자 역시 정치는 서울시장의 영역이 아님을 일관되게 지켜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이 더 이상 대권의 징검다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바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수도 서울을 책임질 행정가이자 살림꾼으로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약속했던 정책을 내실 있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변화의 몸부림을 쳐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정국엔 격랑이 몰아칠 것이다. 한나라당이 선거 초반 두 자릿수 격차를 그나마 좁힐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공이 컸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려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유력 대권 주자들을 축으로 새 진용을 짤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민주당도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면 기형적인 연대의 극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분출한 변화의 열망을 희망으로 이어가느냐는 정치권의 몫이다. 여야 모두 새 출발선에 서 있음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 [여의도 블로그] 혼란스러운 안철수의 ‘정치기술’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9월 2일)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서면 직접 말하겠다.”(9월 3일) “이상한 사람이 서울시를 망치면 분통 터질 것이다. 그것이 서울시장 출마 고민의 시작점이었다.”(9월 4일) “(불출마 선언 직전) 한나라당도 지지할 수 있다. 바뀌기만 한다면….”(9월 6일 불출마 선언 직전) “제가 국가 공무원 신분이라…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9월 6일 불출마 선언 직후) “대권 도전 생각해 본 일 없다. 학교로 돌아가 학교 일에 집중하고 있다.”(9월 9일) “(박원순 후보 쪽에서 지원 요청하면) 그때 가서 고민해 보겠다.”(10월 9일) “(박 후보 지원 여부 관련)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모른다.”(10월 12일) “(박 후보에게) 바라시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10월 24일)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뒤 24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공식 지원하고 나서기까지 기자들에게 한 말들이다. 그간 그의 행보를 보면 일관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럽다. 후보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가 1주일도 안 돼 박 후보에게 양보한 뒤 학교로 돌아갔지만 잊혀질 만하면 다시 등장해 한마디씩 던지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온 셈이다. 스스로 정치 쪽은 모른다고 했지만 정치적 언행을 멈추지는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박 후보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그때그때 말이 달랐다. 대권 도전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지만 그 말 역시 곧이 들리지 않는다. 물론 그의 언행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범야권에서는 사람이 순수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반면 범여권에선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술사로 보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간의 말들이 ‘치고 빠지기’였다는 점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의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분명한 입장을 보여줄 때도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일어나 단기간에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라면 기성 정치권보다 더 정치적이지 않은가. 정치를 하려거든 이제라도 당당하게 나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소신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안 원장은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대해 확실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깊어가는 가을… 詩와 음악이 흐른다

    금천구가 주민과 함께하는 참여형 문화 공연인 ‘2011 도서관 북 콘서트’를 오는 27일 금나래아트홀 공연장에서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역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열린도서관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역문화 활동 중심지로서의 도서관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콘서트에서는 시인 정호승과 밴드 ‘안치환과 자유’가 무대에 올라 시인의 작품으로 만든 곡을 선보인다. 고단한 인생을 가슴 시리게 읊조린 시인의 작품에 원망하듯 쏟아내는 안치환의 칼칼한 음색이 더해져 시와 인생의 깊이를 음미할 수 있다. 안치환은 무대에서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수선화에게’, ‘강변역에서’, ‘눈물꽃’ 등 대표곡을 부른다. 안치환과 자유는 9.5집 앨범 ‘정호승을 노래하다’를 내놓기도 했다. 차성수 구청장도 직접 통기타를 들고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부른다. 콘서트 뒤에는 정 시인과 안치환이 시와 노래, 인생에 대해 관객과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관람료는 없다. 가산정보도서관 안내데스크(02-865-6817~9)에 신청한 후 초대권을 받으면 된다. 초대권 소지자에 한해 당일 입장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도서관 이용 활성화 및 독서 인구 저변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羅 “安 구원, 열세 자인한 것”

    羅 “安 구원, 열세 자인한 것”

    서울시장 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한나라당 나경원(얼굴) 서울시장 후보는 여성 대 남성의 성(性) 대결 구도를 부각시켰다. ‘여성 정치인, 엄마’의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여성 유권자들을 파고드는 한편 범야권 박원순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나 후보는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이공계 여성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고 선배 여성들이 힘들게 활동한 게 꽃 피울 때”라면서 “서울 시정도 여성성 리더십을 잘 발휘할 사람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홀트아동복지회 입양가정지원센터를 방문해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등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특히 호화 피부클리닉, 고가 미용 비용 등이 논란이 된 것을 두고 “치졸한 네거티브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테러”라면서 “여성 유권자들의 공분을 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또 “준비가 안 된 후보가 억지로 도움을 받아 후보가 되고 무리수를 둬서 이기려고 하다 보니 여성 후보 한 사람을 상대로 야권 대선주자가 총출동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후보를 응원하는 변수가 나타난 데 대해서도 반격했다. 그는 오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를 향해 “남자가 쩨쩨하게 치졸한 선거캠페인을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선거 막판에 안 원장이 등장한 것은 선거 판세가 박 후보에게 어려워진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후보와의 당당한 1대1 대결을 원한다.”면서 “더 이상 온갖 방어막과 모호함, 그리고 다른 세력의 그림자 속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와 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박 후보를 압박했다. 오후에는 마포구 망원시장, 금천구 대형마트, 동작구 백화점 등을 찾아 주부, 상인들과 소통했다. 이 자리에는 홍준표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등이 각각 동행했다. 나 후보는 거리 유세에서도 “협찬을 넘어 협박 수준으로 안 원장을 끄집어냈다.”면서 “대권 주자를 데려다가 대권놀음을 하는데, 서울 시정이 아닌 정계개편에만 신경을 써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연설 도중 팔을 번쩍 들다가 위쪽 표지판에 손을 긁혀 반창고를 붙인 채 유세에 나섰고, 송파 유세에서는 이례적으로 5t 유세차량을 동원, 연단 위에 올라가 한 표를 호소했다. 선거운동 기간 가급적 찾지 않았던 강남 3구 지역도 모두 방문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진흙탕싸움 옥석 구분 서울시민 몫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 진영에 대권주자들이 가세해 사력을 다한 드잡이를 벌이면서 서포터들이 온갖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보태면서다. 특히 어제 안철수 교수가 박 후보 캠프에 가세하면서 선거전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1000만 시민의 살림살이를 맡을 시장을 뽑는 선거가 상대를 넘어뜨리는 데 급급한 살벌한 네거티브 대전으로 변질된 것은 퍽 유감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시민들이라도 깨어 있는 주인의식으로 냉철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우리는 진작에 각 후보 측에 이전투구를 삼가고 정책 경쟁을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작금의 선거판 양태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의 ‘아름다운재단’에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 기부금을 모금한 사실을 겨냥, “재벌 옆구리 찔러 삥뜯는 ‘캐비아 시민운동가’”라고 깎아내렸다. 박 후보 측도 나 후보가 고액 피부클리닉을 이용한 점을 공격하면서 “억대 피부관리실을 드나드는 ‘강남 공주’”라고 낙인찍었다. 두 후보 캠프의 이런 비방전을 양측 서포터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나르면서 혼탁상은 극심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제 서울시선관위가 법정 공방 등 후유증을 우려하며 후보들에게 직접 경고서한까지 보냈겠는가. 물론 후보들의 병역·학력 등 경력, 재산형성 과정, 그리고 정책적 시각이나 안보관 등은 당연히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 까닭에 박 후보는 대기업의 기부금에 매달리는 아름다운재단이 무슨 돈으로 50억원이나 들여 사옥을 신축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했다. 나 후보도 마찬가지다. 부친이 소유한 중·고교 교사들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도 서로 “상대 측의 네거티브 공세”라며 슬그머니 넘어가니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이처럼 흙먼지 자욱한 막장 선거판을 심판하는 것은 이제 오롯이 서울시민의 몫이다. 어찌 보면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덜 오염된 후보를 가려내는 일만 남은 꼴이다. 어차피 네거티브와 인물 검증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제대로 가려낼 유권자들의 현명한 분별력을 기대한다.
  • [여의도 블로그]안철수 원장, 게릴라 아니면 아웃복서?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9월 2일)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서면 직접 말하겠다.”(9월 3일) “이상한 사람이 서울시를 망치면 분통 터질 것이다. 그것이 서울시장 출마 고민의 시작점이었다.”(9월 4일) “(불출마 선언 직전) 한나라당도 지지할 수 있다. 바뀌기만 한다면?.”(9월 6일 불출마 선언 직전) “제가 국가 공무원 신분이라?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9월 6일 불출마 선언 직후) “대권 도전 생각해 본 일 없다. 학교로 돌아가 학교 일에 집중하고 있다.”(9월 9일) “(박원순 후보 쪽에서 지원 요청하면) 그때 가서 고민해 보겠다.”(10월 9일) “(박 후보 지원 여부 관련)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모른다.”(10월 12일) “(박 후보에게) 바라시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10월 24일)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뒤 24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공식 지원하고 나서기까지 기자들에게 한 말들이다.  그간 그의 행보를 보면 일관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럽다. 후보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가 1주일도 안 돼 박 후보에게 양보한 뒤 학교로 돌아갔지만 잊혀질 만하면 다시 등장해 한마디씩 던지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온 셈이다. 스스로 정치 쪽은 모른다고 했지만 정치적 언행을 멈추지는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박 후보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그때그때 말이 달랐다. 대권 도전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지만 그 말 역시 곧이 들리지 않는다.  물론 그의 언행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범야권에서는 사람이 순수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반면 범여권에선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술사로 보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간의 말들이 ‘일관성 없는 치고 빠지기’였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게릴라식 선동 전술’을 구사해 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의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분명한 입장을 보여줄 때도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일어나 단기간에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라면 기성 정치권보다 더 정치적이지 않은가. 정치를 하려거든 이제라도 당당하게 나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소신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학을 정치적 은신처로 활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카다피 비참한 최후] 27세에 집권… ‘중동의 봄’에 스러진 ‘중동의 미친개’

    [카다피 비참한 최후] 27세에 집권… ‘중동의 봄’에 스러진 ‘중동의 미친개’

    중동 지도자 가운데 최장기인 ‘42년 절대권력’을 누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가 20일(현지시간) 과도국가위원회(NTC)군의 체포 과정에서 사망하면서 올해 중동·북아리카를 휘감은 ‘민주화의 봄’ 앞에 스러진 세 번째 독재자가 됐다. 지난 1월에는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지난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각각 축출됐다. 1942년 리비아의 어촌 마을 시르테에서 유목민인 베두인족의 아들로 태어나 ‘제2의 체 게바라’를 꿈꿨던 깡마른 청년은 권력을 품기 위해 국민들을 대거 학살한 살인마라는 악명을 추가하며 도주 끝에 비참하게 숨졌다. 그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는 겨우 스물일곱이었다. 이후 ‘독불장군’, ‘괴짜’, ‘기인’으로 불리며 40년간 세계 무대를 누벼 왔다. 하지만 집권 초기 각종 복지혜택과 정치 참여 보장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던 그는 막대한 석유 수익으로 쌓은 부를 사유화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독재자로 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라는 부메랑을 맞고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다. 지난 2월 15일부터 시작된 시위에서 정부군의 탄압으로 5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NTC 측은 주장했다. 지난 6월 27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카다피에게 반인도주의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그의 학살극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팬암여객기를 폭파시켜 270명을 숨지게 했고, 1996년 벵가지 아부살람 교도소 폭동 때는 1200여명의 정치범 살해를 명령했다. 카다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중동의 미친 개’라고 불릴 정도로 서방국가를 상대로 테러를 주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여야 잠룡들 주연급 활약] 문재인, 부산 상주하며 서울 유세도 원격지원

    [여야 잠룡들 주연급 활약] 문재인, 부산 상주하며 서울 유세도 원격지원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얼굴)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10·26 재·보선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 이사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 22회 사법시험 동기로서 박 후보 측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 첫발을 내딛는 그가 대권주자로서 정치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박 후보의 당선이 필수적이다.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문 이사장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찾아 박 후보의 선거유세를 지원했다. 박 후보와 함께 행사장 곳곳을 돌며 외식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문 이사장은 박 후보에게 쏟아지는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젊은 유권자들이 정치를 불신하고 비웃게 만들도록 해 반사이익을 보려는 것 같은데, 이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면서 “시민들이 단호히 나서서 투표를 통해 네거티브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문 이사장은 “나경원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해 아방궁이라고 비난했는데 명예훼손 행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내곡동 사저는 충분히 가졌으면서도 탐욕을 부리는 것으로, 공공선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 온 박 후보와 뚜렷하게 대비된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20일부터 선거 직전까지 부산에 상주하며 부산 동구청장 선거 지원에 주력할 예정이다. 동구청장 재선거는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대권을 놓고 벌이는 대리전으로도 불린다.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민주당 이해성 야권단일후보가 당선된다면 문 이사장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게 된다. 문 이사장은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판세에 대해 “부산 판세는 좋다. 우세한 판세가 투표에 반영돼야 한다.”면서 “투표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 동구에 상주하며 투표율을 높이는 데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영등포구 “우리 아이 성교육 뮤지컬로”

    영화 ‘도가니’의 흥행 성공과 함께 장애인과 아동 성폭력 예방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성교육용 뮤지컬이 무대에 올라 화제다. 서울 영등포구는 무너지는 성(性)문화를 바로잡고,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성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오는 21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성교육용 뮤지컬 ‘그 날 이후’를 공연한다고 17일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의 ‘함께해요 나눔 예술’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서울시뮤지컬단이 열연하는 6개의 옴니버스 형식 창작 뮤지컬이다. 전문 배우들을 통해 전해지는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실제 이야기가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진지하면서도 때론 코믹하게 전개된다. 연출은 지난 40여년간 100편 이상의 작품을 연출한 국내 최고의 창작 뮤지컬 연출가 김효경 단장이 맡아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한다. 10세 이상 관람가능하고, 무료 관람이다. 초대권은 19일까지 구 문화체육과 방문자에 한해 선착순 지급한다. 구 관계자는 “무엇이 성폭력인지, 가해자는 왜 가해자가 되었고, 피해자는 왜 숨어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서울시민의 삶 보살필 시장/최병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서울시민의 삶 보살필 시장/최병규 사회2부 차장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의 일이니, 35년을 훌쩍 넘긴 옛날 얘기다. 입학식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1학년 8개 반은 물론이고, 온 학교에 소문이 짜하게 퍼졌다. 당시 서울시장을 지내고 있던 분의 아들이 우리와 같은 학교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A는 제3공화국 말기 내무부장관을 거쳐 1987년 정계에 입문, 신민주공화당과 민자당 국회의원, 자유민주연합 부총재 등을 두루 지냈던 고위층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와 같은 반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품행과 행동거지가 늘 전교생과 선생님들의 입과 귀를 바쁘게 했던 것만은 생생하다. A는 중학생 어린 나이에도 안하무인이었다. 잘못한 일을 나무라는 선생님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었다. 물론 선생님들의 꾸지람도 시늉에 그쳤던 게 어린 눈에도 확연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덩치가 컸던 A는 2학년이 되자 늘 옆에 두 명의 친구를 데리고 다녔다. 이른바 ‘꼬붕’들이었다. 그 둘은 방과 후 학교 문을 나설 때면 A의 가방을 건네받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그 대가는 학교 앞 옥수동의 제법 번듯한 중국집에서 파는 짜장면 한 그릇이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르고, 시대도 바뀌었다. 권력이란 것을, 그 자식들이 흉내내는 건 물론이요, 친인척들이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우쭐대는 그런 시대가 있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작은 권력자’를 자처하던 A와 같은 경우는 지금이라면 정말 큰일 날 일이다. 공직자라는 말이 우리의 귀에 익기 훨씬 이전에 한때 서울시장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승만 독재정권 시절 3~4대 시장 이기붕을 시작으로 제6공화국 때까지 서울시장은 국가 최고권력자와 직·간접적으로 통했다. 힘과 총칼을 앞세워 백성을 몰아붙이던 독재시절, 서울시장은 이 나라의 2인자를 자임하고 또 그 특혜를 진하게 누린 자리였다. 그런 암흑의 시대와는 분명 다를 테지만,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은 이 시대에도 우리에게 꽤 묵직하게 받아들여진다. 지금 당장 2인자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1인자의 자리를 향해 나갈 기회를 얻고 발판을 닦고 숨을 고르는 자리라는 까닭에서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승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당시 한양을 다스리던 한성판윤의 자리를 반드시 거치는 것이 정도였다. 그 직분도 지금 못지않게 중요해 한성판윤만 잘 뜯어봐도 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영의정 버금가는 실세를 누린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당파 간 암투가 무척이나 심했다. 나라 안팎으로 정세가 들끓었던 구한말인 1890년 고종 27년에는 한 해에 25명의 판윤이 바뀌는 바람에 ‘반나절 판윤’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제 일주일 남짓 뒤면 제34대 서울시장이 우리 앞에 나서게 된다. 후보 4명 가운데 1명이겠지만, 사실상 결과는 한나라당과 통합야당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정해질 것이 뻔하다. 전 시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임기 도중 물러나는 바람에 치르는 보궐선거인 터라 민망하기도 하지만, 이 선거가 또 결국 이 나라 집권당-비집권당 간의 대결구도가 됐다는 게 영 입맛이 씁쓸하다. 평범한 민초들이 당파와 정치를 논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에게 선거라는 건 그저, 고단한 우리네 삶의 주름을 조금이라도 펴기 위해 누군가를 대표로 내세우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뽑힌 그 대표는 대표답게 일해 줘야 한다는 게 그들의 순진한 요구다. 선거에 나선 이의 머릿속에 이 단순한 명제가 각인돼 있다면 지금처럼 여당과 야당, 고소와 맞고소, 흑색선전 따위의 단어는 지금 귀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라는 서울시장은 권력을 시음해 보기 위해, 또 차기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진심으로 서울과 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그런 우리의 대표자다. cbk91065@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11] 펄펄 끓는 부산 ‘야구 사랑’ 유세

    부산이 뜨거워지고 있다. 부산 사람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정치와 야구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함께 10·26 재·보선의 또 다른 승부처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부산저축은행 퇴출 사태로 상당히 험악해졌다는 부산 민심이 표출되는 첫 선거다. 16일부터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다. 부산 시민들의 롯데 자이언츠 사랑은 광적이다. 롯데가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를 꺾는다면 선거일과 한국 시리즈(24일부터 시작)가 겹치게 된다. ●與, 지역 야구열기 활용 고민 동구청장 선거는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 한나라당 정영석 동구청장 후보 지원을 위해 14일 부산을 찾은 박 전 대표는 변함 없는 인기를 확인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친박(친박근혜)계 유기준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방문으로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도 이날 부산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로 내려갔다. 문 이사장은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는 16일부터 본격적으로 민주당 이해성 후보를 도울 계획이다. 학창시절 야구를 했던 문 이사장은 경남고 후배인 고(故) 최동원 투수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를 만들 때 법률자문을 해 준 인연이 있다. 야권의 또 다른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조국 서울대 교수도 부산 출신이다. 롯데 ‘광팬’ 조 교수는 최근 트위터에 “‘부산 갈매기’의 소박한 꿈 하나. 다른 ‘갈매기’인 문재인·안철수와 함께 사직구장 경기를 응원하는 것”이라고 썼다. 조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플레이오프 입장권은 구하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는 꼭 현장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야권 ‘광팬’인사 선거지원 주목 한나라당이 대부분인 부산 지역 의원들도 ‘야구 열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에 빠졌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사직구장을 한 번쯤은 찾기로 했다. 한 의원은 “부산 시민들의 축제를 야권 인사들이 활용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손학규 위기이자 기회…문재인 朴승리땐 ‘큰꿈’

    손학규 위기이자 기회…문재인 朴승리땐 ‘큰꿈’

    10·26 재·보선이 범야권에게는 여러 측면에서 방향타라 할 만하다. 야권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만 보더라도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을 포함해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범야권 각 세력들의 진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손학규(왼쪽)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오른쪽)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들은 이번 재·보선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세론’을 평가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입지는 물론 범야권의 정치지형 재편까지 책임져야 한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시장 한 사람의 당락을 넘어 범야권 대선주자들의 입지와 정치지형 재편 여부를 결정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승리할 경우,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은 경쟁력 있는 ‘인물’로 부각되긴 어렵다. 박 후보의 승리는 ‘안철수 효과’가 입증됐다는 평가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안풍’(安風)의 벽이 더 두터워질 것이 분명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결국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의 진검 승부는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黨혁신·통합리더십 땐 孫 재도약 야권 통합과 연관 짓게 되면 박 후보의 승리는 손 대표와 문 이사장에게 기회 요인이 된다. 야권 통합 국면이 곧바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독자 후보를 내지 못했지만 어쨌든 범야권 단일후보가 이겼기 때문에 ‘면피’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가 승리하면 정당 불신론을 덮을 수 있고 향후 야권 통합 과정에서도 정당의 역할론이 커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에 다시금 힘이 실릴 것이라는 의미다. 손 대표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민주당을 혁신하면서 야권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강력한 대선주자로 재도약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 지지층이 박 후보로부터 이탈하는 상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문제, 민주당 쇄신 강도 등이 시험대가 될 것 같다. ●시민세력 정치권 진입땐 ‘길잡이’ 문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가 이기면 ‘시민 정치’로 상징됐던 새로운 가치가 급부상한다. 안철수 효과의 또 다른 측면이 중도 흡수력이라면 ‘안풍’의 파급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문 이사장에게 나쁘지 않다. 야권 통합 국면에서도 그렇다. 문 이사장은 ‘혁신과 통합’을 주도하면서 후보 단일화 과정을 이끌었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는 “박 후보의 승리로 시민사회 세력이 정치권에 진입할 때 문 이사장은 길목을 터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특히 문 이사장에겐 부산 동구청장 보궐선거라는 부가적 ‘패’가 있다. 이해성 범야권 단일후보는 참여정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양석 한나라당 후보를, 문 이사장이 이 후보를 지원하는 구도는 곧바로 대선 대리전을 연상케 한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가 2012년 부산·경남 총선의 가늠자라고 보면, 문 이사장의 역할론이 더욱 부각된다. 박 후보가 패배할 경우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범야권 단일후보가 졌다는 것은 야권통합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개별 대선주자의 손익이 아니라 야권 전체가 격랑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안풍’이 꺾였다는 측면에선 박 후보의 패배가 손 대표에겐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아버지 꿈 서린 제1공단서 첫 지원행보

    아버지 꿈 서린 제1공단서 첫 지원행보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년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10·26 재·보궐 선거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차기 대선 행보의 ‘첫단추’를 꿰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박 전 대표가 13일 첫 선거 지원 행선지로 택한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서 그 답이 보인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1979년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가 발생한 지 꼭 32년 만에 치러지는 것이다. 10·26 사태가 한국 정치의 큰 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면, 10·26 선거는 박 전 대표 본인의 대선 가도에서 크나큰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구로구 구로동 관악고용지원센터와 벤처기업협회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나 후보 등이 이곳에서 2~3시간여의 일정을 마치고 현장을 떠난 뒤에도 박 전 대표는 홀로 남아 단지 내 중소·벤처기업 등을 더 찾아 다녔다. 2007년 대선 이후 4년 만에 선거 지원에 나선 첫날부터 7시간의 강행군을 펼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이렇듯 첫 행보의 초점을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등으로 잡은 것은 ‘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는 당이 범야권 박원순 후보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 네거티브 공세와 거리를 두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박 전 대표 본인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권 로드맵’을 그려 나가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곳을 첫 선거 지원 장소로 잡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구로디지털산업단지의 옛 명칭은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제1단지’(구로공단)이다. 박 전 대통령이 1965년 우리나라 ‘제1호 공단’으로 지정한 곳이다. 사실상 ‘소리 없는 대선 출정식’이 이뤄진 셈이다. 게다가 구로디지털산업단지는 과거 굴뚝 산업의 중심지에서 지금은 벤처 기업의 요람으로 변신했다. 정보통신(IT) 분야 절대 강자이자 차기 대선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안철수 바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먼저 ‘하루 종일 구로에 있겠다’는 뜻을 표시했고, 이에 맞춰 일정이 짜여졌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선거 지원에 이어 14일에는 부산 동구, 15일 충북 충주와 충남 서산, 16일 경북 칠곡과 대구 서구, 17일 경남 함양과 부산 동구, 19일 강원 인제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의 향후 선거 지원도 ‘유세 활동’뿐만 아니라 ‘민생 탐방’에도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대규모 선거 유세보다는 조용히 현장을 찾아 유권자들을 만나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광장] 서울, 서울, 서울/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서울, 서울, 서울/임태순 논설위원

    서울은 ‘특별시’이다. 지구상 200여개국 중에서 유일하다. 특별시가 된 것은 1946년이다. 경기도에서 벗어나 독립 지방정부가 되는 것을 규정한 미 군정의 ‘독립·자치시’ 훈령이 ‘특별부제’로 번역된 것이 단초가 됐다. 서울은 이름 그대로 ‘스페셜’하게 발전해 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이자 인구의 4분의1이 사는 곳이 서울이다. 입법, 사법, 행정 등 주요 기관이 몰려 있고 경제력의 40%가량이 집중돼 있다. 서울의 특별한 위치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지만 내일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서울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뒤에도 항상 전국적인 관심사였다. 서울에 대한 관음증, 서울의 구심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방사람들도 서울시장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입방아를 찧었다. 서울시장의 위상은 차기 대권주자의 징검다리로 자리매김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성공방정식’을 쓴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서울은 인구 1000만명에 예산 20조원, 본청 공무원만 1만명에 이르고 국방·외교를 제외한 종합행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행정경험을 쌓고 리더십을 검증받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이런 토대 위에서 서울광장 조성, 버스전용 중앙차로제 도입, 청계천 완공 등을 통해 실무능력까지 인정받았으니 그가 청와대에 손쉽게 입성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서울시정은 대권의 실험장이 될 것이며, 그 실험 대상은 한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뒤를 이은 오세훈 시장은 전임자의 성공신화를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서울은 이리저리 뜯어고쳐져 ‘화장’(化粧)을 했다.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고 서울 시내 건물이 디자인으로 치장되고 한강 르네상스의 불길이 타올랐다. 오 시장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불거진 ‘복지논쟁’을 놓고 국민을 대신해서 심판을 받았다.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무상급식 논쟁에 뛰어들어 시민들을 상대로 사상 처음 ‘정책’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이제 서울시민들은 정치적 대리전의 후유증으로 ‘보선’을 치르게 됐다. 공교롭게도 기성 정치권으론 안 된다는 ‘변화의 바람’의 시험무대가 된 곳도 서울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출마 움직임에 대해 ‘간이 배 밖으로 나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지만, 그로 촉발된 정당 등 기존질서에 대한 불신·불만은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로 단일화됐고, 박 변호사는 민주당·민주노동당 등의 후보와 경선을 거쳐 당당히 야 4당의 통합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이제 서울시민들은 야당과 결합한 시민권력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기성권력을 밀어주어야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 변화를 생각하면 새바람에 기대야 하지만 뭔가 미덥지 못하고 불안하다. 반면 기성 제도권은 경험이 있어 안정감은 있어 보이지만 신선함은 덜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고 돌풍의 진원지가 됐던 안철수 교수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참신한 새로운 피가 서울시정을 잘 이끌면 그 혜택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겠지만 갈팡질팡할 경우 혼란 등 후폭풍도 감내해야 한다. 한편으론 야당 통합후보가 당선되면 권력 배분을 놓고 다툼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서울시장은 또 양날의 칼이다. 시정을 잘 이끌면 총선,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역풍에 휘말리게 된다. 서울은 항상 한국사회 변화의 풍향계가 되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대리전을 치러왔다. 경기도민인 나는 흥미롭게, 관심있게 서울시민의 선택을 지켜본다. 지나간 오세훈의 서울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나경원의 서울과 박원순의 서울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떠안아온 서울은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도 됐건만 그러지 않는다. 그런 만큼 특별한 서울시민들은 스마트해져야 한다. stslim@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14] 羅 “朴, 법대학력 정정 안해” 朴 “MB사저 거액대출 의혹”

    [서울시장 보선 D-14] 羅 “朴, 법대학력 정정 안해” 朴 “MB사저 거액대출 의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름 앞둔 11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무소속 후보는 전날에 이어 두 번째 TV토론에서 재격돌했다. 두 후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시정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무상급식 방안, 일자리 대책 등 분야별로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설전을 이어 갔다. 나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와 관련한 대출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박 후보의 질문에 “국민들께서 납득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할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저서에 사실과 달리 서울대 법대를 다닌 것처럼 기재해 놨다는 나 후보의 추궁에 “(실제로 속해 있던) 사회계열에 1년 다닌 뒤 법대도 가고 정치학도 한다. 심각한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살게 될 내곡동 사저보다 규모와 예산이 적게 들어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 대해 나 후보가 2007년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졌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 논평을 낸 것과 관련, 이 대통령의 거액 대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압박했다. 이에 나 후보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봉하마을 신축 예산 지원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실질적으로 사정은 있겠지만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청와대의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나 후보는 박 후보가 일부 책의 후보 약력에 서울대 법대 중퇴라고 적혀 있음에도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 후보는 “서울대 사회계열에 1년 다닌 뒤에 법대도 가고 정치학과도 가고 그렇다. 그 사실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당시 변호사인 박 후보가 서울대에 편승하려 했던 게 아니냐고 사회자가 질문하자 그는 “늘 서울대 사회계열에 다녔다고 밝혔고 서울대 사회계열과 법대 차이는 심각하게 생각 안 했다. 학교를 어디를 다녔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중간에 제적된 뒤 1980년대 복학 통지서가 왔지만 안 다니고 단국대를 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있게 한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나 후보는 “무상급식에 대한 원칙과 소신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 재정에 비춰 꼭 필요한데 돈을 써야 한다. 다만 시장이 되면 서울시 의회, 교육청과 협의해 문제를 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박 후보는 “주민투표 결과가 분명히 나왔는데 그걸 인정 못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더 이상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며 중학생까지 연차적으로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민주당의 불법적인 거부 운동으로 투표함을 개함하지 못해 전면 무상급식의 뜻을 확인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급식을 위한 시설예산인 1800억원을 교육청이 삭감했다. 아이들에게 더 맛있고 안전한 밥을 먹일 수 없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아이들 먹이는 데 돈 쓰는 것보다 화급한 게 뭔지 알 수 없다.”면서 “맛이 없거나 먹거리에 문제가 있으면 친환경 급식지원센터를 둬 먹거리의 질을 높여 주면 되고, 오기·독선 정책이 아니라 소통을 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오 전 시장의 시정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입장은 현격하게 엇갈렸다. 박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유산은 25조 빚더미”라면서 “시장 자리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닌데 오 전 시장은 대권 가도로 생각해 전시·토목 행정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도시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는데 모든 사업을 매도, 무조건 폄하하는 건 안 된다.”고 오 전 시장을 옹호했다. 나 후보는 박 후보가 참여연대에 있을 당시 론스타 후원을 끄집어냈다. 나 후보는 “나는 2004년 국정감사에서부터 론스타 문제를 제기했는데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과 절차가 정당하지 않아도 되느냐.”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수단, 절차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투기자본인 것을 알고 돌려줬고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썼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2004년에 받아 2009년에 돌려줬기 때문에 2004년에 한 것도 문제가 되며 이미 2005년 감사원 청구도 들어갔다.”고 몰아붙였다. 두 후보는 전날에 비해 훨씬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주도권 토론 시간에서는 서로 자기 주장을 펴느라 시간을 초과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다소 경직되고 긴장한 듯했으나 동대문 디자인파크플라자 4200여억원, 토목행정 650억원 등 구체적인 수치로 차별화했고, 추격자인 나 후보는 여유 있는 자세로 대학생, 주부 등 자신의 경험을 들어 반문, 설득하는 기법을 선보였다. 강주리·황비웅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관객이 어음 내고 영화 보나/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관객이 어음 내고 영화 보나/안미현 문화부장

    지난달 영화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의 일이다. “영화도 대박인데 배불리 먹자.”는 농이 오고가던 중, 영화감독이 “그런데 돈은 언제 나오는 거냐.”며 옆자리의 제작자를 쳐다봤다. 두 사람이 합심해 만든 영화는 예상을 깨고 장기 흥행 중이었다. 제작자는 어깨를 한번 들었다 놓으며 ‘난들 알겠냐’라는 표정을 지었다. 얘기인즉슨, 극장에 관객이 아무리 미어터져도 ‘영화 상영 중’에는 영화사나 감독 수중에 관람료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제가 ‘영화 종영 뒤’에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영화가 끝난 뒤에 곧바로 주는 것이 아니라 통상 석 달 뒤에나 준다는 푸념이 뒤따랐다. 영화감독은 “영화가 오래 (극장에) 걸려 좋긴 한데 그만큼 돈 받을 날짜도 늦어져 고민”이라고 농반진반 말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겠다던 전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런 거 하나 안 고쳐놓고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에서부터 “한달 만에 주는 경우도 있다.”는 옹호론까지 분분한 말이 오갔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는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을 내놓았다. 상영 기간이 한달을 넘어가면 중간정산을 하도록 돼 있다. 권고안이라고는 하지만, 행정과 현장이 따로 노는 또 하나의 사례다. 다행히 시정 노력이 엿보이긴 한다. 극장업계 2위인 롯데시네마는 올 1월 중간정산을 도입했다. 장기 상영 시 매달 15일에 관람료 수입을 정산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직영관에 한해서다. 직영관 숫자(33개)는 롯데 전체 극장 수(71개)의 절반에 불과하다. 업계 1위인 CGV는 아직도 사후정산을 고수하고 있다. 영화 종영 시점부터 45일 뒤에나 돈을 준다. 그나마 직영관(52개)에 적용되는 원칙이고, 위탁관은 관리범주 바깥이다. 국내 전체 극장 수는 300개(스크린 수 2300개)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심지어 반년 뒤에 돈을 받았다는 영화사의 불만이 나올 만도 하다. 영화 종영 뒤 정산 방식은 과거 매표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나온 관행이다. 무료 초대권과 영화 필름 회수 등에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해 몇 달 시차를 뒀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 전산시스템이 도입돼 판매현황이 그날그날 드러난다. 물건(영화)을 납품받아 팔았으면 판매자(극장)가 납품자(영화사)에게 물건값을 그때그때 주는 게 정상적인 상거래다. 물건이 계속 팔리고 있으니 완전히 다 팔린 뒤에, 그것도 한참 지나 정산하겠다는 것은 구태(舊態)다. 물론 수십년 넘은 지급 관행을 바꾸려면 어느 정도의 고통은 따를 수밖에 없다. 우선 결제 시스템을 고쳐야 할 것이고, 자금운용 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수입·지출 시차에 따른 이자 수입도 포기해야 한다. 롯데는 중간정산으로 1억원에 가까운 이자 수입(성수기 기준)을 날렸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들고나오는 게 현금 결제다. 어음 지불 관행을 없애 중소기업 자금난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국내 1, 2위 극장망을 거느리고 있는 재벌 그룹들은 지금도 ‘상생’을 목청 높여 외친다. 극장이 제때 배급사에 돈을 줘야 배급사가 영화사에 돈을 주고 영화사는 그 돈으로 다음 작품을 만드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그것이 현 정권이 말하는 공생이요, 해당 그룹 총수들이 외치는 콘텐츠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한달 넘게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많지 않아 중간정산을 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하지 말자. 직영관에서는 이미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있다며 위안 삼지도 말자. 상영 기간이 한달 미만일 때는 종영과 동시에, 한달이 넘어갈 때는 중간정산을 하는 방향으로 시장 선도업체들이 과감히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위탁관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자체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손쉽고 작은 문제(부금)부터 고쳐야 더 민감하고 큰 문제인 수익분배 비율(부율)도 해결의 실마리가 트일 수 있다. 영화감독의 말대로 “관객이 어음 내고 영화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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