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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할 때 왔다”…양홍원 학폭 주장 남성, 작업실 침입해 거울 깼다

    “복수할 때 왔다”…양홍원 학폭 주장 남성, 작업실 침입해 거울 깼다

    래퍼 양홍원이 학교폭력(학폭) 의혹에 다시 휩싸인 가운데, 자신을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한 남성이 양홍원의 작업실에 무단 침입해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22일 양홍원의 소속사 AP알케미에 따르면 양홍원 측은 작업실에 침입해 거울 등 내부 시설을 파손한 A씨를 스토킹, 협박,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관련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A씨는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양홍원과 초·중·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주장하며 과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복수할 때가 왔다”며 “가정을 꾸리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할 때까지 숨죽여 기다렸다”고 적었다. 이어 “16년이라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화면에 가끔 나오는 네 얼굴과 목소리가 여전히 두렵고 끔찍한 트라우마”라며 “복수심과 분노가 번갈아 밀려온다”고 주장했다. 또한 양홍원이 과거 방송을 통해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자신에게 직접 사과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연락을 요구했다. 이후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양홍원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 연락처를 남겼으며, 그 결과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라리 잘됐다”며 “언론사에도 제보했다. 이렇게라도 연락이 닿아 기쁘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소속사 측 설명은 달랐다. AP알케미는 공식 입장을 내고 “A씨가 회사와 아티스트가 대화에 응하지 않아 번호만 남기고 왔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A씨는 폭로글을 게시하기 전부터 양홍원과 그의 가족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으며, 늦은 밤 작업실 문을 부수고 무단 침입해 거울을 깨는 등 내부를 손괴했다. 소속사는 파손된 유리문과 거울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또한 A씨가 작업실을 훼손하는 영상을 양홍원의 가족에게 전송하면서 “형사처벌을 각오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다른 작업실에 대한 추가 손괴와 가해까지 예고했다고 주장했다. AP알케미는 “소속 아티스트의 학교폭력 루머 진위 여부와 별개로 이러한 범죄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아티스트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 고소를 진행했으며, 악의적 비난과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홍원은 과거 여러 차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7년 방송에서 그는 “논란 이후 내가 기억하는 친구에게 먼저 연락했고 사과하려 했지만 상대가 원치 않았다”며 “많은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양홍원 측과 A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관련 의혹과 고소 사건은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가려질 전망이다.
  • [사설] 李 대통령 지지율 속락, 민심 더 치열하게 읽으라는 경고

    [사설] 李 대통령 지지율 속락, 민심 더 치열하게 읽으라는 경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처음으로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어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경고와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임기 1년을 겨우 넘긴 이 대통령으로서는 여론의 변화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와대는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자세를 낮췄다. 냉정한 시선으로 보자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대통령 본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거대 여당의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무엇보다 국민의 우려를 키운다. 주택시장 불안은 높아만 가는데 일방적으로 거칠게 몰아가는 부동산 증세 방침도 민심을 교란하는 요인일 것이다. 스타벅스 불매 운동 등 정부의 무리한 주도로 국민의 민주주의 감수성을 침해한 사태 등도 패착으로 꼽힐 만하다. 지방선거에서 이미 거센 경고음이 나왔는데도 여권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검찰이 연어와 술을 베풀면서 진술을 회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주장이 허위라는 1심 법원 판결이 지난 20일 나왔다. 법치와 상식의 잣대로는 공소 취소의 명분이 사실상 무너졌다. 그런데도 여당은 법원 판결에 아랑곳없이 특검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민심의 방향과 거꾸로 가겠다는 무리수 아닌가. 청와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에도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답습할까 봐 걱정이 깊다. 세금이 늘어나는 주택보유자들도 불안하고, 공급이 없어 달궈진 집값에 당장 전·월세조차 구할 수 없어진 세입자들도 아우성을 친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 미국의 관세 공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막아냈고, 야당 인사들을 내각에 기용하는 실용적 면모를 보였다. 이는 중도층의 호감을 끌어내면서 60%가 넘는 고공 지지율로 이어졌다. 그런 이 대통령이 편가르기 방식의 손쉬운 정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히 돌아볼 시점이다. 중도층이 돌아앉으면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층에만 갇힌다. 그 지지층마저 오는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둘로 쪼개진다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 진보적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취임 4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고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자 복지 확대 노선을 수정하고 시장 친화 정책으로 선회해 결국 역대 최고 지지율로 퇴임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 대통령이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데도 민심은 왜 계속 경고음을 높이고 있는지 치열하고 겸허하게 돌아봐야만 한다.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여백을 파는 브랜드, 아만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여백을 파는 브랜드, 아만

    호텔이 예술품을 소장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미학으로 기억되는 경우는 드물다.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하는 아만(Aman)은 그 드문 예다. 1988년 태국 푸켓에 첫 리조트 아만푸리를 연 아드리안 제차는 본래 아시아 미술 잡지 ‘오리엔테이션스’를 창간한 출판인이었다. 그가 호텔업에 들고 온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편집자의 감각, 곧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 아는 눈이었다. 훗날 그는 건축가를 작가에, 자신을 그 원고를 다듬는 편집자에 빗대기도 했다. 아만의 미학은 ‘덜어냄’에 있다. 객실 수를 일부러 줄이고, 건축은 그 땅의 토착 양식을 정제해 풍경의 일부로 스며든다. 에드 터틀, 케리 힐, 장미셸 가티처럼 손꼽히는 소수의 건축가에게만 설계를 맡긴 결과 아만의 공간은 단순한 숙소를 넘어 ‘고급 문화’의 반열에 올랐다. 화려함을 덜어낸 자리에는 그 땅의 풍토와 시간이 들어섰다. 훗날 업계가 앞다투어 모방한 ‘조용한 럭셔리’의 원형이 여기서 태어났다. 한 번 머문 이들이 아만만 좇는다는 ‘아만 추종자’라는 말이 생긴 것도 그래서다. 때로 아만은 예술을 소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보존한다. 베네치아의 아만은 16세기 팔라초에 깃든 티에폴로의 원본 프레스코와 도금 천장을 객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상하이의 아만양윤은 댐에 잠길 뻔한 명·청대 가옥 쉰 채와 수백 년 묵은 녹나무 숲을 통째로 옮겨 와 되살렸다. 15년이 걸린 이 작업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보존 사업이었다. 사라질 뻔한 유산이 휴식의 무대가 되는 순간, 브랜드는 미술관의 역할까지 떠안는다. 결국 아만이 파는 것은 잘 꾸민 객실이 아니라 비워 둔 여백과 정적,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다. 동양화의 빈 공간이 그림의 일부이듯, 채우지 않은 자리야말로 이 브랜드의 본문이다. 가장 값비싼 사치가 풍요가 아니라 결핍의 형식을 띤다는 역설. 브랜드가 예술이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을 보여 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비워 두느냐.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작가·방송인
  • [자치광장] 경계를 넘어, 은평의 내일

    [자치광장] 경계를 넘어, 은평의 내일

    “경계는 지도에 있지, 사람의 삶에는 없다.” 은평의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이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은평구민의 하루를 따라가 보면 더욱 그렇다. 출퇴근과 통학, 여가와 소비를 위해 많은 구민이 매일 행정구역의 선을 넘나든다. 구민 삶은 이미 지도 위의 경계를 지우고 더 넓은 생활권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삶의 무대가 넓어졌다면 행정의 시야도 함께 넓어져야 한다. 교통, 생활 인프라, 지역 개발 등은 더 이상 은평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인근 지역의 변화는 은평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은평의 변화 역시 주변 지역과 맞물려 더 큰 흐름을 만든다. 은평은 그동안 구민 삶 가까이에서 변화를 만들어왔다. 이제 은평의 미래는 은평 안에서만 설계할 수 없다. 구민의 삶이 이어지는 생활권 전체를 보고, 그 안에서 은평의 역할과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미래 전략이 ‘광역화’다. 단순히 행정구역을 넓히자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구민이 살아가는 일상적 반경을 기준으로 교통, 개발, 일자리, 문화를 촘촘하게 연결하자는 실천적 선언이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정해진 선 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넘어 주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해법을 찾는 데 있다. 사실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은평을 비롯한 서북권의 생활 환경을 자연스럽게 공유해왔다. 아이의 학교를 고르고 일상의 소비를 할 때 구의 경계를 따지는 주민은 없다. 심리적 생활권은 이미 광역화되어 있었고, 행정은 이제 그 삶의 흐름을 뒤따라 넓어지려는 것뿐이다. 광역화의 출발점은 교통이다. 은평은 서울 서북권의 관문으로, 서울과 경기권의 생활 흐름을 연결하는 곳이다. 그래서 은평의 교통은 단순히 빠르게 이동하는 문제를 넘어, 구민의 일상과 지역경제의 흐름을 넓히는 기반이다. 따라서 고양신사선과 고양은평선 신사고개역 신설, 서북권 간선도로 등 교통망 확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길이 촘촘히 이어질수록 생활 반경은 넓어지고, 사람과 기회도 자연스럽게 오간다. 은평의 교통은 은평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서북권 전체의 연결성을 높이는 일이다. 생활권 통합도 광역화의 또 다른 축이다. 하나의 역세권, 하나의 부지만 따로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 은평 안의 생활권도 흩어져 있을 때보다 서로 연결될 때 경쟁력이 커진다. 주변 지역의 산업과 문화, 교통 인프라가 맞물리면 은평은 지나가는 길목을 넘어 기회가 모이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물론 광역화는 은평 혼자의 힘으로 완성할 수 없다. 행정구역이 다르면 권한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그래서 꾸준한 협의와 설득,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의 입장이 아니라 구민의 삶이다. 구민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중앙정부와 서울시, 인접 지자체와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작은 현안도 더 넓은 생활권의 문제로 보고 함께 풀어갈 때, 광역화는 비로소 구민의 일상 속 변화가 된다. 광역화는 은평의 색깔을 흐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은평의 가능성을 더 큰 무대로 확장하는 일이다. 교통은 더 빠르게 이어지고, 생활 인프라는 더 넓게 공유되며, 지역의 변화는 성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 끝에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편리한 출근길, 풍요로운 문화공간, 살아나는 상권, 더 넓어진 기회가 있어야 한다. 경계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경계 너머의 삶까지 함께 챙기는 일, 그것이 은평이 가야 할 광역화다.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 469마력에도 부드러운 제동감…스스로 핸들 돌려 주차도 ‘척척’

    469마력에도 부드러운 제동감…스스로 핸들 돌려 주차도 ‘척척’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지난 18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BMW iX3’(신형 iX3) 운전석에 앉았지만 시동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운전대 너머 계기판도 안 보였다. 이어 브레이크 페달을 지그시 밟자 앞유리 하단 전체를 가로지르는 ‘파노라믹 비전’과 중앙 디스플레이가 일제히 깨어나며 주행 가능 상태를 알렸다. 파노라믹 비전에는 속도와 주행가능 거리, 온도 등의 정보가 표시됐다. BMW의 미래 전략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양산형 모델답게 자동차가 거대한 지능형 스마트 기기로 작동했다. ●시동 버튼·계기판 없앤 전기 SUV 총길이 2.6㎞의 메인 트랙으로 진입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최고 출력 469마력이 느껴졌고 시트 좌우가 부풀어 옆구리를 감쌌다. 직선 주로에서 시속 170㎞까지 순식간에 달려도 차량은 지치지 않았다.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최대 611㎞다. 지난해 헝가리에서 독일까지 1007.7㎞를 무충전 완주하기도 했다. 제동감도 부드러웠다. 뒷좌석에 탑승해 안대를 쓰고 귀마개까지 한 채 몸의 감각만으로 차가 완전히 정차하는 시점을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차하는 순간 충격을 상쇄하는 ‘소프트 스톱’ 기능으로 몸이 앞으로 쏠리는 이질감은 없었다. 정차 타이밍도 맞히지 못했다. ●핸들 거칠게 돌려도 물컵은 잔잔 다시 운전대를 잡은 뒤 차량 지붕 위에 파란색 워셔액이 든 물컵을 고정한 채 콘(고깔)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시연을 했다. 출발 전 확인한 컵의 워셔액 수위는 510㎖였다. 코스에 진입하자마자 운전대를 좌우로 거칠게 잡아돌렸고 코스를 돈 뒤 컵의 수위는 여전히 500㎖ 언저리였다. 현장 관계자는 “줄어든 몇 방울은 차체가 기울어서가 아닌 지붕 위로 세차게 들이친 주행풍에 날아간 것”이라고 했다. 슈퍼컴퓨터 ‘하트 오브 조이’ 시스템이 통합 제어해 흔들림을 억제한 결과였다. 이어 영종도 해안도로 40㎞ 일주에 나섰다. 중간 경유지인 한 카페 주차장에 들어서며 자동 주차 모드를 활성화했다. 운전대가 스스로 좌우로 회전하며 주차장 빈 공간으로 후진 진입했다. 서라운드 뷰 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됐고, 차량은 주차선 안에 안착했다. ●통풍시트·핸즈오프 제외 아쉬움 다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 ‘통풍 시트’가 빠진 점은 아쉽다. 또 유럽 시장에서 지원되는 레벨 2+ 수준의 핸즈오프 주행 기능이 국내 법규와 제도적 제한으로 제외된 채 출시됐다. 7990만~9190만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 세금으로 ‘반도체 벨트’ 집값 잡을까… 전월세난 우려도

    세금으로 ‘반도체 벨트’ 집값 잡을까… 전월세난 우려도

    정부가 다음달 내놓을 세제개편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특히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부동산 증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경기 동탄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부동산 구입 얘기가 화제다. 다만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 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 확대 방안이 강화될 경우, 공급 부족 속에서 전월세 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호황 흐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억대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최근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두 회사를 비롯해 인근 대기업 셔틀버스가 많이 다니는 경기 화성시 동탄구의 경우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이 9.57%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 동료들과 부동산 이야기를 부쩍 많이 하게 됐다”며 “여유가 조금 생겼으니 좀 더 평수를 넓히거나 상급지로 이사가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인근 용인시 수지구·기흥구, 성남시 분당구, 수원시 영통구 등 주요 기업들의 셔틀버스 노선을 따라 경기 남부 지역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도 보인다. 정주여건이 더 좋은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니 일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사내 대출 등을 포함해 부동산 대기 자금이 내년까지 최대 53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양사 내부에서는 이른바 ‘반도체 머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은 투자보다는 실수요 목적이 크다는 지적도 적잖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 강화의 대상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인데, 지금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이 매수를 주도하며 집값이 오르는 지역들은 경기 남부, 서울 노도강 등 외곽 지역이고, ‘반도체 머니’로 살 수 있는 집도 주로 15억~20억 이하 매물들이고 대부분 실수요 목적일 것”이라며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금을 공급 확대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는 “동탄과 경기 남부 인근에서 전세를 살았던 대기업 직장인들은 현금 유동성이 있고 언제든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다소 관망하다가 마침 성과급 이슈도 있고 임대차 시장이 너무 불안정하니까 그냥 집을 사기로 결정하면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가격이 갑자기 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하던 전세 주택이 매물로 바뀌더라도 기존 세입자가 그 집을 매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월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현장서 답을 찾은 성북의 미래… 성과·결과 보여주겠다” [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현장서 답을 찾은 성북의 미래… 성과·결과 보여주겠다” [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성북구 최초의 ‘3선 구청장’기쁨보다 기대 보답에 큰 책임감구·시의원 거쳐 풀뿌리 정치 승리구석구석 누비며 주민들과 소통‘1호 결재’는 주거 정비 사업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138곳 동북선 관련 5개 구와 회의 준비중강북횡단선 재추진도 반드시 관철주민 삶의 변화 체감하는 시기교통 복지·돌봄 체계 등 체질 바꿔명품 주거도시 피부로 느끼게 할 것 초심·겸손 잃는 순간 주민이 심판“3선 구청장의 상징성을 성과와 결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서울 성북 최초의 3선 구청장이 탄생했다. 6·3 지방선거에서 58.68%의 득표율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승로(66) 성북구청장이다.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쳐 민선 7·8기 성북 구석구석을 누볐던 풀뿌리 정치인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인터뷰 내내 ‘민생현장’을 강조했다. 그는 “3선이라는 무게가 주는 중압감이 굉장히 크다”며 “민선 7기에 기초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면 민선 8기는 계획과 로드맵을 만든 기간이었다. 민선 9기(2026~2030년)는 그동안의 퍼즐을 맞추고 성과와 결과로 답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북구 최초의 3선 구청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주변에서 ‘성북 최초의 3선’이라는 축하를 건넬 때마다 ‘3선의 상징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자문한다. 주민들이 여러 숙제를 주셨고, 기대가 크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우리 구의 가장 큰 현안인 주거 정비 사업, 문화 예술 정책, 대학도시 등 세 가지만큼은 반드시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3선 당선이라는 기쁨보다는 주민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상대 후보와 20%포인트에 가까운 차이를 벌렸는데 성북 민심은 무엇이었을까. “민선 7기부터 8기까지 구정 활동을 하며 주민들과 소통해왔던 시간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선거 기간 내내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격려였다. 평소 주민들과 스킨십이 쌓여 있었던 덕이다. 행정의 성과가 눈에 바로 보이든, 시간이 걸리든 ‘이승로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결과로 나타났다고 본다.” -당선 후 복귀해 완료한 ‘1호 결재’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6월 3일 선거를 치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해 곧바로 주거 정비 사업 관련 문서를 결재했다. 성북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 재개발·재건축 등 주거 정비 사업 구역이 많은 자치구(138곳) 중 하나다. 주민 재산권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관심이 뜨겁다. 선거 결과의 내면을 분석해 보면, 성북구의 20개 동 전체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았지만, 재개발이 집중된 곳에서는 약간 편차가 있었다. 구청장과 서울시장 표의 차이가 컸던 곳이 대부분 재개발 지역이었다. 도시계획과 재개발 문제에 있어서 구청이 주민 요구에 더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캠페인 기간 시의원 때부터 추진해왔던 ‘동북선 도시철도’ 개통을 강조했는데. “동북선은 당초 계획보다 완공 시기가 2년 정도 연장된 상태다. 성북구 구간은 비교적 순탄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인접한 자치구의 상황에 따라 개통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 7월 1일 민선 9기가 출범하면, 동북선 노선과 관계된 5개 자치구(성북·노원·강북·동대문·성동구) 구청장들과 즉시 긴급회의를 하려고 한다. 성북 중심으로 자치구 협의체를 구성해 민원으로 인한 공기(공사 기간) 연장을 예방하겠다. 서울시의 예산 투입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기초정부 차원에서 행정적 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여 내년 말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개통할 수 있도록 발로 뛰며 조율하겠다. 성북의 교통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강북횡단선 재추진도 반드시 관철하겠다.” -민선 9기의 청사진을 설명한다면. “민선 9기는 삶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체감’해야 하는 시기다. 민선 8기에 정체됐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궤도에 올렸고, 동북선과 강북횡단선 재추진의 기반도 마련했다. 성북천 정비, 문화도시 기반 조성, 촘촘한 돌봄체계 구축을 꾸준히 추진해 성북의 체질을 바꿨다. 이제 변화의 성과를 주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우선 성북의 도시 전환기를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서울시와 협력해 기초지자체 권한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줄여 사업 속도는 높이면서 주민 권익은 두텁게 보호하는 새로운 도시정비 모델을 만들어가겠다. 주거 정비 사업의 가시적 결과부터 ‘교통이 복지다’라는 말도 현실이 되도록 하겠다. 강북횡단선 재추진과 성북을 관통해 지역을 단절시켰던 내부순환로의 지하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돌봄 체계도 고도화하겠다.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등으로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그동안 ‘명품 주거도시 성북’을 강조해왔는데 피부로 느끼게끔 결과로 답하겠다.” -구의원으로 시작해 30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을 텐데. “학창 시절부터 리더로 앞에 나서 이끄는 활동을 많이 했다. 지역에서도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운영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방 자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30대 초반 첫 지방선거 때 구의원에 도전했는데 당의 ‘내천(공천)’을 받지 못했다. 공천받지 못하고 맨몸으로 나간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나가라,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 주셨다. 고민 끝에 출마했는데 불과 한두 달 만에 기적적으로 당선됐다. 지나온 30년을 돌이켜보면 낙선의 아픔을 포함해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선거를 치르며 실패하면 ‘내가 왜 실패했는가’를 돌아보고 보완했던 과정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됐다. 15년 전에는 암 투병을 하며 굉장히 힘든 시간을 지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주민들이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보내주시는 메시지의 90% 이상이 ‘건강이 우선이다’, ‘몸 생각하세요’라는 걱정이다.” -선거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현장을 다니다 보면 어르신들을 만나게 되는데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이른 새벽 시간에 유세를 하다 어르신을 만나면 길을 가시다가 가만히 되돌아와서 무언가를 슬그머니 쥐여주실 때 깊은 울림과 감동을 받는다. 주로 건강식품이나 피로해소제 같은 것들이다. 길음역과 돈암2동 일대에서도 주민들이 건네주시는 음료, 커피를 받을 때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교차했다. 보답하는 길은 정치인으로서 ‘초심’과 ‘겸손’을 잃지 않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성과를 많이 내서 칭찬을 받더라도 교만해지는 순간 주민은 바로 안다. 시종일관 처음에 다짐했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주민을 섬기는 것이 제 정치 철학이다.” -무엇보다 현장을 강조하는 구청장이다. “행사장에 가면 단상에 올라갈 때 한 번도 걸어가 본 적이 없다. 5m 정도 되는 짧은 거리지만 뛰어서 올라간다. 주민들이 보기에 ‘우리 구청장이 힘이 있구나, 열정이 있구나’라는 인상을 심어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사를 건넬 때도 상대방보다 허리를 더 깊이 숙이고, 저 멀리서 주민이 보이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달려가서 맞이한다. 선거 기간 아침 인사도 주변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목소리로 했다. 목소리가 워낙 굵고 우렁차다 보니 상대 후보 운동원들이 자리를 선점하려다가도 돌아가곤 했다(웃음). 항상 먼저 다가가고, 더 낮은 자세로 겸손을 잃지 않는 것이 30년 동안 지켜온 정치 철학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초심을 지키며 앞으로도 현장을 먼저 찾고 주민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겠다.” ■ 이승로 구청장은 196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1986년 생계를 위해 가족과 함께 서울로 터전을 옮겨 성북구 석관동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묵묵하게 청년회, 청소년육성회 등 지역 활동을 하다 보니 ‘정치 한번 해 보라’는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150여 표 차로 구의원에 당선된 게 30여년 정치 인생의 출발이었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민생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다 보니 좋은 평판을 얻었고 1996년 민주당의 입당 제안을 받았다. 풍부한 지방의회 경험(구의원 2회, 시의원 1회)과 중앙당 경력을 발판으로 2018년 첫 도전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서울에 보수 바람이 거셌던 2022년 재선에 성공한 뒤 6·3 지방선거에선 ‘성북 최초의 3선 구청장’이란 새 역사를 썼다.
  • 현의 울림, 빛의 움직임이 만날 때

    현의 울림, 빛의 움직임이 만날 때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곡 등 연주태양·달 움직임과 빛의 기술 결합“관객들 가슴에 불꽃 품고 가시길” 1743년 이탈리아 공방에서 태어난 명품 바이올린 과르네리 델 제수 ‘카로두스’를 켜는 연주자가 빛을 이용한 첨단 기술과 한 무대에 선다면 어떤 소리와 풍경이 펼쳐질까. 오는 30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초연하는 ‘양인모×김치앤칩스’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파가니니·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허공에 그리기’라는 개념으로 빛과 공간을 다뤄온 손미미·엘리엇 우즈의 미디어아트 듀오 김치앤칩스 각자에게 익숙한 문법을 안고 소리와 빛이 어우러지는 공감각적 무대를 빚는다. 공연에 앞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김치앤칩스는 GS아트센터의 제작 제안에 “반가움보다 망설임이 앞섰다”고 했다. 촉박한 일정도, 결이 너무 다른 두 예술의 결합도 부담이었다. 그 걱정을 지운 것은 양인모와의 만남이었다. “어디에 종착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양인모와 대화하며 분명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양인모는 “대화가 작곡가 모턴 펠드먼(1926~1987)에서 출발해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새로운 방식의 서사로 확장됐고, 서로의 취향이 만나는 접점에서 지금의 프로그램이 태어났다”고 부연했다. 양인모는 모리스 라벨(1875~1937)의 일화를 꺼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악기”라고 한 라벨은 그 차이를 원동력 삼아 훌륭한 바이올린 소나타를 완성했다. 이번 공연 안에서 미디어아트와 바이올린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언어와 영역을 유지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지점이다. “이번 협업은 제게도 새로운 감각과 영향에 열릴 수 있는 기회였어요.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을 계속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1부–인터미션–2부로 나뉜 익숙한 무대가 아니다. 시간과 공간, 음악과 빛, 관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어우러지는 몰입의 경험, 이들의 말을 빌리면 ‘하나의 상태’다. 프로그램을 꾸리면서 양인모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바로크가 아닌 ‘시간’의 작곡가로 다시 들어보자는 의미로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을 담았다. 이어 짧은 패턴을 시간차를 두고 겹쳐 쌓는 스티브 라이히 ‘바이올린 페이즈’를 거쳐 백파이프의 지속음 위로 음이 오르내리며 청각적 착시마저 일으키는 줄리아 울프 ‘래드’(LAD)를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 김치앤칩스는 이번 협업에 대해 “각자의 것에 서로의 것을 덧입히는” 작업이라고 했다. 전작 ‘헤일로’와 ‘또 다른 달’에서 태양과 달 같은 ‘우발적인’ 자연 요소를 정밀한 기술과 결합시켜 찰나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시각화했다. “물리적 재료를 덜어내고 양인모가 만들어내는 즉흥성에 반응하는 빛의 흐름을 만들었다. 음악과 빛의 시각물이 함께 흐르면서 여러 기술을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김치앤칩스에게 연주자는 “어떤 경이로운 상태를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관객이 연주를 듣고 빛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공연에 대한 구상은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드러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바람만 있을 뿐이다. “1200여명 관객이 각자의 가슴에 두근거리는 불꽃 하나씩 품고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 [서울광장] 청년을 가르치려는 정치의 착각

    [서울광장] 청년을 가르치려는 정치의 착각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고대 그리스 시인의 이 말을 빌려 지식인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나눴다. 다양한 변수와 복잡한 맥락 속에서 현실을 보는 이들이 여우라면, 하나의 큰 원리로 모든 일을 설명하려는 이들은 고슴도치다. 지금 청년층을 바라보는 기성 정치, 특히 민주화 세대 일부의 시선은 전형적인 고슴도치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하나의 역사관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그 틀에 들어오지 않는 청년을 곧바로 보수나 극우로 몰아붙인다. 6·3 지방선거 뒤에도 그랬다. 민주당이 기대한 만큼 청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여권 일각에서는 청년 표심을 하나의 병리 현상처럼 간주하는 말들이 나왔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은 선택을 독립된 정치적 판단으로 보기보다, 미성숙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기울어진 결과처럼 낙인찍은 것이다. 급기야 2030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대상이 아니라 ‘몽둥이’로 제압해야 한다는 망언까지 나왔다.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살면서 다른 세대의 선택을 힘으로 눌러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자체가 기막힌 역설이다. 그러나 선거 직후 드러난 청년들의 모습은 그런 단정이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보여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초기 항의의 중심에 2030이 있었다. 그들이 거리에서 따진 것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아니었다. 시민의 한 표가 국가에 의해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에 반응한 것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일부 세력이 시위를 음모론과 정략적 구호로 끌고 가려 하자 청년들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참정권 훼손에는 항의하되, 나의 분노를 남의 정치적 계산에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이것이야말로 성숙한 시민의 모습 아닌가. 많이 안다는 사람이 반드시 현실을 더 잘 읽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이론에 강하게 매인 사람일수록 예측을 그르치고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슴도치형 사고의 문제는 지식이 부족한 데 있지 않다. 하나의 해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현실의 복잡한 변화를 보지 않으려는 데 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젊은 사람이 정치를 말하려면 더 공부한 뒤에 하라는 식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비판한 적이 있다. 선거처럼 공동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장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시비를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상대의 지성을 일단 믿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이다. 청년을 가르치려 들기 전에 먼저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 청년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판단하고 발언할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세계 곳곳의 청년들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실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빗댄 발언을 계기로 청년들이 ‘바퀴벌레당’이라는 풍자적 이름 아래 기성 질서의 무책임을 꼬집었다. 네팔에서는 SNS 차단과 부패에 항의한 청년 시위가 정권을 흔들었다. 지금 청년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규칙과 절차에 예민한 세대다. 입시에서는 작은 점수 차가 인생의 경로를 바꾸고 취업시장에서는 긴 준비 끝에도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도 집값과 자산 격차 앞에서 출발선의 차이를 절감한다. 그러니 이들이 최소한의 공정, 최소한의 절차, 최소한의 권리 보장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젊은피’를 찾는다.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 대변인을 앞세우며,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를 약속한다. 그러나 청년은 대개 일회용 간판으로 활용될 뿐 결정의 중심에는 서지 못했다. 젊음은 필요했지만 젊은 판단은 불편했던 셈이다. 거리에 나온 2030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청년을 언제까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이용할 것인가. 마음에 들 때는 미래세대라 부르고, 불편할 때는 미숙한 세대로 몰아붙이는 정치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고슴도치의 확신으로는 그들을 읽을 수 없다. 청년을 시민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정치가 미래를 말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 박상숙 논설위원
  • 콜롬비아도 블루타이드… ‘트럼프 지지’ 우파 대선 승리

    콜롬비아도 블루타이드… ‘트럼프 지지’ 우파 대선 승리

    21일(현지시간)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우파 성향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조국의 수호자들’ 후보가 좌파인 이반 세페다 ‘역사적 동맹’ 후보를 앞지르며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 신속 개표 결과에 따르면 개표율 99.9%인 가운데 에스프리에야 후보가 49.65% 득표율로 48.70%를 획득한 세페다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됐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25만 표 수준으로 최종 결과는 공식 집계를 통해 결정된다. 다만 1차 투표 당시 신속 개표 결과와 공식 검표 간 차이는 거의 없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유명 변호사 출신인 에스프리에야 후보는 선출직에 처음 도전한 이번 대선에서 초고속으로 대권을 거머줬다. 돈 많은 정계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1차 투표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고, 스스로 ‘엘 티그레’(호랑이)라 지칭하며 강성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치안 불안에 시달려온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는 8월 임기를 시작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강력한 공조 체제를 형성해 마약 조직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종 결과가 확정되면 콜롬비아에서는 4년 만에 다시 우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내달 중순쯤 공식 결과가 발표되는 페루 대선 역시 우파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중남미 주요국 대선에서 이른바 ‘블루타이드’(우파 집권 물결)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프리에야 후보는 생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의 대표적인 우파 지도자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직접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지구촌 우파 정상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한편 세페다 후보는 격차가 근소한 만큼 최종 공식 검표가 끝날 때까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개표 결과 발표 후 콜롬비아 칼리에서 에스프리에야 후보의 당선에 반발한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불태우고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에스프리에야 후보가 극단적으로 양분된 국민 여론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논평했다.
  • 국립순천대, 앵커 사업 1차년도 최우수 S등급···141억원 확보

    국립순천대, 앵커 사업 1차년도 최우수 S등급···141억원 확보

    국립순천대학교가 앵커(구 라이즈)사업 1차년도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획득해 올해 141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한다. 이는 전남 최대 규모다. 국립순천대는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기존 사업비 총액의 15%에 해당하는 추가 인센티브를 배분받게 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8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구축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은 지역 산업 수요와 대학 특화 분야를 연계한 사업 운영, 기업 협력 및 산학연 연계 체계 확대, 데이터 기반의 성과 관리 체계 구축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대학 측은 앵커사업을 통해 지역 산업계와 대학, 지자체, 연구기관이 함께하는 협력 기반을 강화했다. 이어 지역 현안 해결과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교육~산업~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안정적인 사업 운영력과 각종 성과 창출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병운 총장은 “이번 앵커사업 S등급 달성은 국립순천대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 온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남·광주 지역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며 정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인재 양성 생태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469마력에도 부드러운 제동감…스스로 핸들 돌려 주차도 ‘척척’

    469마력에도 부드러운 제동감…스스로 핸들 돌려 주차도 ‘척척’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지난 18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BMW iX3’(신형 iX3) 운전석에 앉았지만 시동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운전대 너머 계기판도 안 보였다. 이어 브레이크 페달을 지그시 밟자 앞유리 하단 전체를 가로지르는 ‘파노라믹 비전’과 중앙 디스플레이가 일제히 깨어나며 주행 가능 상태를 알렸다. 파노라믹 비전에는 속도와 주행가능 거리, 온도 등의 정보가 표시됐다. BMW의 미래 전략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양산형 모델답게 자동차가 거대한 지능형 스마트 기기로 작동했다. 시동 버튼·계기판 없앤 전기 SUV총길이 2.6㎞의 메인 트랙으로 진입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최고 출력 469마력이 느껴졌고 시트 좌우가 부풀어 옆구리를 감쌌다. 직선 주로에서 시속 170㎞까지 순식간에 달려도 차량은 지치지 않았다.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최대 611㎞다. 지난해 헝가리에서 독일까지 1007.7㎞를 무충전 완주하기도 했다. 제동감도 부드러웠다. 뒷좌석에 탑승해 안대를 쓰고 귀마개까지 한 채 몸의 감각만으로 차가 완전히 정차하는 시점을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차하는 순간 충격을 상쇄하는 ‘소프트 스톱’ 기능으로 몸이 앞으로 쏠리는 이질감은 없었다. 정차 타이밍도 맞히지 못했다. 핸들 거칠게 돌려도 물컵은 잔잔다시 운전대를 잡은 뒤 차량 지붕 위에 파란색 워셔액이 든 물컵을 고정한 채 콘(고깔)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시연을 했다. 출발 전 확인한 컵의 워셔액 수위는 510㎖였다. 코스에 진입하자마자 운전대를 좌우로 거칠게 잡아돌렸고 코스를 돈 뒤 컵의 수위는 여전히 500㎖ 언저리였다. 현장 관계자는 “줄어든 몇 방울은 차체가 기울어서가 아닌 지붕 위로 세차게 들이친 주행풍에 날아간 것”이라고 했다. 슈퍼컴퓨터 ‘하트 오브 조이’ 시스템이 통합 제어해 흔들림을 억제한 결과였다. 이어 영종도 해안도로 40㎞ 일주에 나섰다. 중간 경유지인 한 카페 주차장에 들어서며 자동 주차 모드를 활성화했다. 운전대가 스스로 좌우로 회전하며 주차장 빈 공간으로 후진 진입했다. 서라운드 뷰 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됐고, 차량은 주차선 안에 안착했다. 통풍시트·핸즈오프 제외 아쉬움다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 ‘통풍 시트’가 빠진 점은 아쉽다. 또 유럽 시장에서 지원되는 레벨 2+ 수준의 핸즈오프 주행 기능이 국내 법규와 제도적 제한으로 제외된 채 출시됐다. 7990만~9190만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 구글 CEO 연설에 ‘우르르’ 퇴장·야유…젠슨 황만 환호받은 이유

    구글 CEO 연설에 ‘우르르’ 퇴장·야유…젠슨 황만 환호받은 이유

    미국 대학가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가 모교인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 나섰지만 일부 학생들이 집단 퇴장했고, 다른 대학에서도 AI를 언급한 연사들을 향한 야유가 잇따르고 있다. AI로 인한 일자리 불안과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불신이 배경으로 꼽힌다. 영국 BBC와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피차이 CEO가 연단에 오르자 수십 명에서 최대 200명 규모의 학생들이 자리를 떠났다. 일부 학생은 “구글 AI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감시를 돕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현장에서는 팔레스타인 깃발도 등장했다. 학생들은 구글의 정부·군사 프로젝트 참여와 AI 기술 활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차이 CEO는 냉랭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이 자리에 서는 것을 어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내 성인 피차이(Pichai)의 마지막 두 글자가 AI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차이 CEO는 이날 AI보다 삶에 대한 낙관과 도전에 초점을 맞춰 연설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스탠퍼드대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애리조나대 졸업식에서는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AI 발전을 언급하자 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슈미트는 AI 혁명을 개인용 컴퓨터 보급기에 비유하며 기술의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객석의 반응은 냉담했다. 센트럴플로리다대에서도 한 연사가 “AI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말하자 일부 졸업생들이 야유를 보냈다. 미들테네시주립대 졸업식에서는 음반사 빅 머신 레코드의 CEO 스콧 보르체타가 AI를 언급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면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다른 반응을 얻었다. 젠슨 황은 지난달 카네기멜런대 졸업식 연설에서 “AI가 여러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다만 AI를 여러분보다 더 잘 활용하는 사람이 여러분을 대체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AI로 인한 불안을 인정하면서도 변화에 적응할 방법을 제시한 점이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나타나는 ‘반 AI’ 정서가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의 표현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BBC는 “AI가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 감시나 군사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는 불신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악시오스와 해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42%는 AI가 자신의 취업 기회와 임금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33%), X세대(39%), 베이비붐 세대(37%)보다 높은 수치다. 갤럽 조사에서도 현재를 ‘취업하기 좋은 시기’라고 평가한 비율은 15~34세에서 43%에 그쳤지만, 55세 이상에서는 64%로 나타났다. 결국 미국 대학가의 ‘반 AI’ 정서는 기술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AI 혁명 속에서 자신의 미래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청년층의 위기감이 표출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악시오스는 “젊은 세대가 A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AI 혁명 속에서 자신만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 지는 법 까먹은 롯데 “지금이 베스트”…‘치올’의 계절이 시작됐다

    지는 법 까먹은 롯데 “지금이 베스트”…‘치올’의 계절이 시작됐다

    롯데 자이언츠가 5연승을 달리며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갈’(치올) 준비를 마쳤다. 치올의 상징과도 같은 8월이 아닌 당장 6월부터 치고 올라갈 기세다. 롯데는 지난주 6경기에서 5연승(1무)을 달리며 9위였던 순위를 8위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패배가 없는 팀은 롯데가 유일했다. 4승을 거둔 삼성 라이온즈(4승1무1패),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이상 4승2패)보다도 성적이 좋았다. 전지훈련 때 일부 선수가 도박장에 드나들어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탓에 시작부터 꼬인 롯데는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탄탄한 선발진의 힘으로 버텼는데 타격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선발진에 과부하가 걸렸고 팀 성적도 바닥을 쳤다. 여전히 선발진은 믿는 구석이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타격이 완전체로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가 나온다. 가장 고무적인 건 부상으로 재활기를 보냈던 쌍동희(한동희·윤동희)가 복귀했다는 점이다. 두 간판타자가 돌아오자마자 상승세가 이어졌다. 늑골 부상을 당했던 한동희는 지난 16일 SSG 랜더스전, 골반 통증에 시달렸던 윤동희는 이튿날 복귀했다. 한동희는 복귀전에서 롯데의 다득점 흐름을 잇는 적시타를 쳤다. 윤동희 역시 복귀전에서 멀티 출루를 해냈다. 지난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두 선수가 복귀 후 처음으로 동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4번 타자로 나선 한동희는 1회와 4회 안타를, 7번 타자로 나선 윤동희도 4회와 9회 안타를 생산했다. 여기에 ‘사직 무라카미’로 불리는 김동현도 홈런포를 터뜨리며 올해 활약을 예고했다. 롯데는 징계를 받았던 나승엽, 고승민이 복귀하면서 5월에 타선 보강을 이뤘고 윤동희와 한동희까지 최근 복귀하면서 사실상 완전체를 이룬 상태다. 주장 전준우가 빠져 있긴 하지만 전준우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최근 선전에 대해 “8위(롯데)하고 10위(키움) 대결”이라고 웃어넘기면서도 “지금부터 치고 올라가는 게 맞다. 전준우가 내려가 있지만 지금이 우리 베스트 멤버”라고 말했다. 아직 한동희와 윤동희의 타격감이 한창 좋았을 때보다는 떨어지지만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롯데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이 4.52(5위), 선발 평균자책점이 4.18(4위)로 상위권이지만 팀 타율이 0.258(9위), 팀 홈런이 54개(7위)로 극심한 투타 불균형에 발목 잡히고 있다. 그러나 이민석의 활약까지 더해 6선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선발진의 힘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 5위 두산 베어스와는 4경기 차로 가시권이다. 수도권 원정 9연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롯데는 이번 주 NC와 LG를 안방에서 상대한다. ‘SSG, 키움이라서 잘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안방 6연전에서 5할 이상 승률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전반기에는 5강권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동희도 “홈으로 돌아가서도 분위기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 강훈식 “반도체 초과 세수 미래세대 위한 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강훈식 “반도체 초과 세수 미래세대 위한 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2일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미래 세대를 위한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개혁 과제들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며 이처럼 제안했다고 안귀령 부대변인이 밝혔다. 강 실장은 사회적 논란을 우려해 산적한 문제들을 바꿔 나가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국가 운영을 위한 부담을 공평히 분담하게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익과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합리적 대안을 찾아 나가자”고 했다. 강 실장은 또 예비군 훈련 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한 달 전 포천에서 20대 예비군이 훈련 중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최근 서초구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 89명이 점심 도시락을 먹고 구토 증세 등을 겪은 사안을 언급하며 “청년들에게 국가와 정부, 군이 도대체 어떻게 느껴지겠냐”고 관련 부서를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해졌다. 강 실장은 이뿐만 아니라 지난 15일 전남의 한 염전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폭행·감금 등 가혹행위를 한 업주 등 3명이 구속된 사안에 대해 언급하며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이 2026년에도 재발했다”며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실장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전국의 염전 고용 실태를 조사해 유사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 [서울데이터랩]마감 직후 인기 검색 종목 20選

    [서울데이터랩]마감 직후 인기 검색 종목 20選

    22일 장 마감 직후 네이버 금융 검색 상위 종목 흐름을 보면 반도체 관련주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검색 비율 1, 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전체 검색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종목별 주가 흐름은 차별화됐다. 검색 순위 1위 삼성전자는 검색 비율 20.07%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35만 3500원으로 전일 대비 500원(-0.14%) 하락 마감했다. 장중 34만 2000원까지 내려갔다가 36만 3000원까지 오르는 등 변동성을 보였고 거래량은 2413만 1597주를 나타냈다. 반면 2위 SK하이닉스는 291만 9000원으로 15만 5000원(+5.61%) 급등했다. 시가 272만 8000원에서 출발해 장중 294만 5000원까지 치솟았고 거래량은 505만 7721주를 기록했다. 상위권에서는 LG전자(066570)와 SK스퀘어(402340)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LG전자는 22만 7500원으로 1만 6000원(+7.57%) 올랐고, SK스퀘어는 197만 원으로 19만 원(+10.67%) 뛰었다. 제주반도체(080220)는 13만 4000원으로 1만 5700원(+13.27%) 급등하며 검색 상위 종목 가운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익IPS(240810)도 17만 2500원으로 1만 6500원(+10.58%) 오르며 강한 흐름을 보였다. 한미반도체(042700)(+2.20%), 주성엔지니어링(036930)(+2.49%)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자동차와 일부 경기 민감주는 약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005380)는 58만 1000원으로 3만 2000원(-5.22%) 하락했고, 현대모비스(012330)는 56만 9000원으로 4만 3000원(-7.03%) 밀렸다. 한화오션(042660)은 11만 6500원으로 1만 1900원(-9.27%) 떨어져 검색 상위 종목 중 낙폭이 가장 컸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3.78%), 삼성SDI(006400)(-3.96%), NAVER(035420)(-3.27%)도 약세로 마쳤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기(009150)(-1.85%), LG이노텍(011070)(-1.31%)은 하락했고, 삼성전자우(005935)(+0.90%), 삼성물산(028260)(+5.80%), LG씨엔에스(064400)(+4.31%), 대우건설(047040)(+2.59%)은 상승 마감했다. 이날 검색 상위 종목군에서는 반도체 장비·소부장과 정보기술(IT) 대형주 쪽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반면 자동차와 조선, 2차전지 일부 종목에는 차익 실현 압력이 가해진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이날 검색 상위 종목 흐름은 투자자 관심이 실적 기대와 업황 개선 기대가 반영된 반도체주에 집중된 반면, 최근 상승폭이 컸던 일부 경기 민감 대형주에서는 조정이 나타난 장세로 요약된다. [서울신문과 MetaVX의 생성형 AI가 함께 작성한 기사입니다]
  • 대구서 출근길 다중 추돌 사고…택시 운전자 등 10명 부상

    대구서 출근길 다중 추돌 사고…택시 운전자 등 10명 부상

    대구 도심에서 출근길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10명이 다쳤다. 22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7분쯤 서구 중리네거리에서 신평리네거리 방향으로 달리던 택시가 내리막길에서 3차로에 있던 차를 들이받은 뒤 50여m를 더 달려 신호를 기다리던 차들을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와 화물차, 승용차 등 9대가 파손됐다. 택시 운전자 A(74)씨 등 10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난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50㎞였으며, 경찰은 A씨가 속도를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음주 또는 약물 운전자도 없었다. 다행히 부상자 중 생명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사고 수습을 위해 한때 편도 4차로가 모두 통제되면서 출근길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경찰은 A씨가 운전 조작 미숙으로 인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상 속도 위반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사고 충격으로 인해 원활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회복하는 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경북 포항시, 여름 휴가철 가계 부담 던다…포항사랑상품권 190억원 판매

    경북 포항시, 여름 휴가철 가계 부담 던다…포항사랑상품권 190억원 판매

    경북 포항시가 여름철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판매량을 늘린다. 시는 위축된 소비 심리 회복과 여름 휴가철 지역 내 소비 활성화를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카드형·모바일 포항사랑상품권(포항사랑카드) 190억원을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한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총 1550억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7월에는 발행량을 확대해 경기 불안과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가계 부담을 덜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매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7월 할인 판매는 10% 할인율이 적용되며 개인 구매 한도는 월 40만원, 보유 한도는 70만원이다. 7월 1일 0시 15분부터 ‘iM샵 앱’ 또는 지역 내 iM뱅크, 농·축·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판매 대행 금융기관 영업점을 통해 충전이 가능하다. 포항사랑카드는 실물 카드 결제와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QR, 모바일 앱 ‘iM샵’ QR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지원한다. 지역 내 2만 6091개소 가맹점과 타보소 택시 앱(자동결제), 먹깨비 배달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장상길 포항시장 권한대행은 “포항사랑상품권 발행 확대가 지역경제 회복의 마중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소상공인이 함께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해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포착] 中 극초음속 미사일로 ‘맞불’…‘둥펑-17’ 발사 첫 공개한 이유 (영상)

    [포착] 中 극초음속 미사일로 ‘맞불’…‘둥펑-17’ 발사 첫 공개한 이유 (영상)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의 발사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중국 인민해방군(PLA) 로켓군이 둥펑-17의 발사 장면을 공개하며 원거리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중국중앙TV(CCTV)는 로켓군이 육군 및 공군과 함께 북서부 고비사막에서 합동 훈련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발사 차량이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정차한 후 폭음과 함께 둥펑-17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현지 군사평론가 두원룽은 “이 영상은 로켓군의 강력한 전투 준비 태세와 둥펑-17 발사 차량이 험난한 지형과 다양한 전장 속에서도 작전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서 “이번 훈련에는 여러 종류의 미사일이 사용됐는데, 이는 다양한 목표에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훈련 영상에는 둥펑-26 등 여러 종류의 신형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장면도 함께 공개됐다. 둥펑-26은 사거리 3000~5000㎞로 미군의 서태평양 핵심 전략 거점인 괌을 사정권에 두고 있어 ‘괌 킬러’로 불린다. 중국이 실전 배치한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둥펑-17은 중국이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한 극초음속 활공 유도 미사일로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최대 속도는 마하 5~10, 사거리는 1800~2500㎞로 기존 탄도 미사일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비행 궤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미국의 사드(THAAD), 패트리엇, 이지스함의 SM-3 시스템 등으로 요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만해협 유사시 미국의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일본 오키나와 등 제1도련선 안쪽의 미군 주요 거점 및 주한·주일 미군 기지를 겨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영상 공개가 지난 22일부터 오키나와와 규슈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 해병대와 일본 육상자위대가 벌이는 연례 합동 훈련 ‘레졸루트 드래곤’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개막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미군의 최신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타이폰’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토마호크와 SM-6 미사일을 탑재한 타이폰앞서 21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타이폰이 22일부터 10월까지 이뤄지는 미일 합동 훈련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타이폰은 미국 록히드 마틴이 개발해 미 육군이 운용 중인 최신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다. 미 해군 군함에서 쓰던 수직발사대를 트럭 위에 얹어 지상형으로 개조한 것으로 강력한 전술적 기동성을 자랑한다. 특히 타이폰은 토마호크와 SM-6 미사일을 섞어서 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토마호크는 사거리가 약 1600㎞에 달하는데, 일본 가노야 항공기지에서 발사하면 중국 베이징까지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는 거리다. 또한 대만해협과 이를 건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중국 해안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어 상륙함과 호위함, 레이더 기지, 군 비행장을 개전 초기에 무력화할 수 있다.
  •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우선 제목에 담긴 오해부터 바로잡고자 한다. 역사 교과서도, 현장의 역사 교사들도 역사를 단 한 줄로 가르치지 않는다. 역사는 인간이 남긴 모든 기록과 흔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맥락이 아닌 단편적인 문장으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방대한 역사의 모든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압축된 형태’로 기억하려 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중세는 암흑기였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평등의 승리였다”,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풍요로워졌다”,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했다”와 같은 문장들이 그 예다. 이런 압축은 시험을 준비하거나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압축된 기억’이 ‘역사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학교를 떠나 역사를 전공하거나 깊이 있는 교양서를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박제된 문장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무수한 맥락의 그물망이기 때문이다. ●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말은 누구의 관점일까?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마침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그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오랫동안 역사 교과서는 ‘신대륙 발견’이라고 설명해 왔고, 우리의 머릿속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역사학에서는 이 표현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마야, 아즈텍, 잉카를 비롯한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고, 수천만 명의 원주민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 자신들이 살던 땅을 누군가가 ‘발견했다’는 표현은 성립할 수 없다. 심지어 1960년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발견된 바이킹 정착지 유적은, 바이킹이 콜럼버스보다 약 500년 먼저 북미에 도착했음을 증명하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명제를 완전히 뒤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콜럼버스가 세계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그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지속적으로 연결했고, 이후 대항해 시대와 세계 무역,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누가 기록했는가에 따라 그 의미와 표현도 달라진다. ● 중세 시대는 정말 암흑기였을까? 중세 시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짙은 회색이 가득한 어둡고 음산한 장면이 떠오른다. 중세 시대를 ‘암흑기’(Dark Ages)라는 강렬한 단어로 기억하고 있는 탓에, 우리는 여전히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중세 시대를 무지와 미신,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의 시대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역사학은 이 시기를 훨씬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중세에는 유럽 최초의 대학들이 세워졌다. 이때 탄생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프랑스 파리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수학과 건축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고딕 성당’도 이 시기에 건설됐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과 샤르트르 대성당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경이로운 건축적 진보를 보여준다. 농업 기술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철제 쟁기가 보급되고, 토지를 3년 주기로 돌려 경작하는 ‘삼포제’(三圃制)가 확산되며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풍차와 물레방아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며 사회의 동력이 됐다. 물론 흑사병, 종교 갈등, 십자군 전쟁과 같은 비극적 사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건 몇 가지로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암흑기’라는 단어 하나로 가두기에는 중세는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시대였다. 일각에서는 ‘암흑기’라는 표현 자체가 르네상스 시기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사적 개념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 프랑스 시민혁명은 정의가 승리한 이야기였을까? 1789년, 오랜 재정 위기와 흉작으로 폭발한 민중의 봉기가 도화선이 돼,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운 혁명이 봉건제도를 무너뜨리고 국민주권에 기초한 근대적 정치 질서의 기틀을 세웠다. 역사는 이를 ‘시민혁명’(Bourgeois Revolution)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민혁명은 현대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혁명의 실제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서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혁명 정부는 정치적 주도권을 쥔 뒤 체제 유지를 위해 ‘반혁명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혁명을 이끌던 지도자들은 서로를 숙청하고 처형하기 일쑤였다. 공포 정치로 수천 명을 단두대에 세웠던 막시밀리엥 드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결국 두려움에 뭉친 동료들의 반격으로 같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혁명은 자유를 향한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고귀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권력을 향한 추악한 투쟁이 있었고, 희망의 시대과 공포의 시대가 동시에 열린 사건이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는 혁명의 의미를 설명하지만,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인간의 욕망과 갈등까지 오롯이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 산업혁명은 모두를 부자로 만든 사건이었을까?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적 전환점이었다. 그 상징성 덕분에 오늘날 인류 역사의 중대한 경제적 변화 시점마다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이 붙곤 한다. 21세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것도 산업혁명이 가진 거대한 상징성을 활용한 같은 맥락이다. 제1차 산업혁명의 결과, 증기기관이 등장하고 대량생산 체계가 시작되면서 생산성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필요한 물건을 예전보다 싸고 빠르게 손에 쥘 수 있게 됐고, 서서히 현대적 자본주의의 기반이 확립됐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삶은 결코 풍요롭지 않았다.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은 흔한 일이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위험한 탄광과 방직공장에 내몰렸다. 도시는 급속히 팽창했지만 위생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빈민가에서는 질병과 범죄가 난무했다. 오늘날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노동시간 제한, 산업재해 보상, 최저임금, 아동노동 금지 같은 제도들은 사실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발전은 언제나 혜택과 비용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번 혁명이 우리 사회에 지불하게 할 비용이 무엇인지 두려움을 안고 지켜보고 있다. ● 서로마 제국의 멸망과 냉전에 대한 편견 우리는 “서기 476년 로마 문명이 무너졌다”고 기억하지만, 사실 그해 그날 갑자기 문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동로마 제국은 이후로도 1453년까지 약 1000년을 더 이어갔고, 그곳에서 꽃핀 로마법은 현대 유럽 법률의 근간이 됐다. 로마인이 남긴 라틴어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의 뿌리가 됐으며, 로마가 구축한 도로망과 행정 체계 역시 중세 시대를 관통하며 이어졌다. 문명은 단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대 역사학자들은 로마의 ‘멸망’이라는 단어 대신 ‘전환’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냉전(Cold War)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가 존재한다. 우리는 냉전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91년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이어진 미국과 소련 사이의 단순한 대립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냉전은 단순히 두 초강대국의 경쟁을 넘어, 전 세계를 재편한 거대한 국제 질서의 변화였다. 그 영향력은 한반도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전쟁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의 수많은 분쟁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독립한 국가들은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았고, 스위스처럼 비동맹 노선을 택하며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한 국가들도 있었다. 역사 교과서에는 마치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거인의 대결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냉전은 수십억 명의 삶을 흔들어놓은 지구적 규모의 사건이었다. ●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닌 출발점이다 역사 교과서는 역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낸 완결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방대한 역사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도에 가깝다. 지도는 단순할수록 직관적으로 길을 찾기 쉽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그림, 단편적인 문장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간단한 지도를 손에 들고 막상 길을 나서면, 실제로는 지도 너머에 더 많은 풍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도의 선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작은 골목길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풍경, 그 길을 둘러싼 자연이 사실은 역사라는 지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 쉽게 단정 짓고 해석하고 외우려 하지 말고, 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이라는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는 힘을 길러주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박제된 사실과 연도를 외우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우리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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