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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만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미래 콘텐츠 인재들의 배움터로 각광

    ‘순천만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미래 콘텐츠 인재들의 배움터로 각광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 기업 로커스가 입주한 ‘순천만 애니메이션 클러스터’가 전국 콘텐츠 전공 학생들과 미래 애니메이션 꿈나무들이 찾는 교육·체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3일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 4월 KAIST를 시작으로 지역에 소재한 청암대학교를 비롯해 청강문화산업대, 울산애니원고등학교 등 전국 각지의 애니메이션·웹툰 등 콘텐츠 관련 학과 및 특성화고 학생, 연구원 등 200여 명이 로커스 순천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특히 KAIST와는 비주얼미디어 연구실 소속 석·박사 연구원 등과 산학 기술교류 워크숍도 개최하면서 이를 계기로 차세대 애니메이션 제작기술 개발 및 융합형 인재 양성 등 산학협력에도 물꼬를 텄다. 학생들은 스튜디오 곳곳을 둘러보면서 기획부터 콘셉트 디자인, 모델링, 애니메이션, 후반 작업까지 실제 제작 현장에서 다양한 전문 인력이 협업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직 제작진과의 소통을 통해 향후 진로를 구체화하는 기회도 가졌다. 벤치마킹에 참석한 대학생 A군은 “서울 등 수도권에 가야만 접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을 지역에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됐다”며 “지방에서도 콘텐츠 분야 진로와 취업을 꿈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시는 로커스를 비롯해 웹툰 앵커기업 케나즈 등 다수의 콘텐츠 기업이 입주한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국비 사업으로 추진될 ‘남해안권 콘텐츠 인재 양성 거점기관 조성’을 통해 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실무형 교육을 확대하는 등 입주기업들이 교육과 멘토링, 현장 실습에 참여하는 산학협력 체계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남해안권 콘텐츠 인재 양성 거점기관 설립과 연계해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고, 고급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순천을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중심도시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전투기값 70% 빌려주겠다”…한국, 필리핀에 KF-21 20대 승부수 [밀리터리+]

    “전투기값 70% 빌려주겠다”…한국, 필리핀에 KF-21 20대 승부수 [밀리터리+]

    한국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첫 해외 수출을 위해 필리핀에 대규모 금융지원과 현지 정비시설 구축을 묶은 패키지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방산전문매체 인도밀리터는 지난 2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 정부가 필리핀에 KF-21 블록1 도입 비용의 최대 70%를 대출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비공식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이 전체 계약액의 70%를 정부 보증 대출로 지원하고 필리핀이 나머지 30%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예상 사업비는 약 3조 원이며 필리핀이 먼저 낼 계약금은 전체의 15%인 약 4500억원(약 180억 페소)으로 거론됐다. 말레이시아 방산전문매체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도 같은 날 한국수출입은행이 10년 이상의 장기 저리 대출로 사업비의 약 70%를 지원하는 방안을 양국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이 KF-21 블록1·2 기종 12~20대를 도입해 2027~2029년 첫 기체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두 매체의 보도는 한국이나 필리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닌 비공식 정보에 기반한다. 인도밀리터는 필리핀 군사정보 계정 ‘파라 벨룸’이 엑스(X)에 올린 내용도 함께 인용했다. 한국 정부와 KAI, 필리핀 국방부는 70% 금융지원 비율과 도입 물량, 인도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양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도 아직 체결하지 않았다. FA-50로 문 열고 KF-21까지 노린다 필리핀이 KF-21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은 현지 주요 매체에서도 앞서 보도됐다. 필리핀 유력지 필리핀스타는 지난해 12월 KAI가 필리핀 국방부·공군과 KF-21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KAI 관계자는 필리핀의 지형과 안보 수요를 고려하면 안정적인 방공 능력을 갖추기 위해 FA-50 최소 40대와 KF-21 20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AI는 클라크 또는 바사 공군기지에 정비·수리·분해조립(MRO) 시설을 세우는 방안도 필리핀 측과 논의해왔다. 한국은 필리핀이 이미 FA-50PH를 운용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필리핀은 2015년부터 FA-50PH 12대를 도입했으며 지난해 6월 12대를 추가 주문했다. 기존 조종사 훈련과 군수·정비 체계를 활용하면 다른 업체의 전투기를 도입할 때보다 KF-21 전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현지 MRO 시설까지 들어서면 필리핀은 주요 정비를 자국에서 수행해 전투기 가동률도 높일 수 있다. 필리핀 정부 통신사 PNA도 2023년 KAI가 성능개량형 FA-50과 함께 KF-21을 차세대 전투기 후보로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남중국해 긴장에 전투기 확보 서둘러 필리핀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공중·해상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주력인 FA-50은 경전투기로 장거리 공중전과 해상 타격 임무를 지속해서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필리핀은 이를 보완할 다목적 전투기 후보로 미국 F-16V와 스웨덴 그리펜 등을 검토해왔다. KF-21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장거리 공대공전 능력을 갖춘 4.5세대 전투기다. 한국은 가격과 빠른 인도, FA-50과의 운용 연계성에 장기 금융과 현지 정비망까지 더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이 KF-21을 선택하면 첫 해외 도입국이 된다. 한국도 FA-50에 이어 KF-21과 금융·정비체계를 함께 수출하며 동남아시아 전투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 다만 필리핀의 예산 승인과 최종 기종 선정, 무장 구성 협상이 남았다. 인도밀리터도 현재 금융 조건은 양국이 검토하는 제안 단계라며 최종 합의 과정에서 도입 대수와 인도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 천안·아산 등 충남 202조 반도체 머니…“세계 AI 중심” 반색

    천안·아산 등 충남 202조 반도체 머니…“세계 AI 중심” 반색

    박수현 충남도지사 “투자 지원 총력 대응”장기수 천안시장 “세계적 첨단 제조 거점”오세현 아산시장 “산업 지도, AI 대전환” 삼성 등의 충청권 대규모 투자 계획에 충남도·천안시·아산시는 물론 상공인 등이 반색하고 있다. 3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셀트리온그룹 등은 충청권 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 핵심 분야에 392조원 투자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충남 투자금은 202조원이다. 천안과 아산에 모두 130조원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에 67조원, 삼성전자가 온양·천안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팹 5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도 배터리 생산 능력 향상을 위해 9조 원을 투자한다. SK는 70조 원을 투자해 충남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셀트리온은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에 투자하기로 한 3000억 원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아산은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후공정 라인인 삼성전자 온양·천안 팹도 HBM팹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천안과 아산에서는 지역 성장의 동력을 확보했다며 반색했다. 아산시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 증설사업에 인허가 등 행정 지원을 추진 중이다. 증설 사업은 1조 3000억원이 투입되며, 2026년 하반기 착공해 2029년 5월 양산을 목표로 한다. 약 700명의 직접 고용과 2조 6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아산은 삼성의 113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기반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핵심 거점으로 ‘아산 산업 지도’를 바꿀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천안시도 이번 기회가 천안을 세계 최고의 첨단 제조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적극 환영을 표명했다. 장기수 천안시장은 “천안은 독보적인 ‘첨단산업 생태계’를 완성하게 된다”며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핵심 삼각 편대가 천안을 중심으로 반경 20km 이내에 완벽하게 집적된다”고 설명했다. 문상인 충남북부상공회의소장은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정주 여건 조성, 소부장 기업 지원까지 촘촘히 이어진다면 충청권은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핵심 거점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충청권은 서남권의 신규 대규모 투자가 실제 가동되기까지 5년 전후의 물리적 시간 동안 대한민국 반도체의 명운과 글로벌 공급망을 지켜낼 주역”이라며 “기업들의 투자가 조기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혹시 모르니 아내에겐 비밀로”…건물 잔해서 8일 버틴 40대 아빠 ‘극적 구조’

    “혹시 모르니 아내에겐 비밀로”…건물 잔해서 8일 버틴 40대 아빠 ‘극적 구조’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두 차례의 연쇄 지진으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건물 잔해에 8일째 매몰돼 있던 40대 남성이 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구조됐다. AP·AFP 통신,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티아라마르의 한 쇼핑센터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던 에르난 알베르토 힐 플로레스(43)는 지난달 24일 발생한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 약 9m 아래에 갇혀 있었다. 구조대는 지난달 28일 음향 탐지 장비와 레이더 등을 이용해 그의 신호를 감지한 뒤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코스타리카 적십자의 한 구조대원은 AP에 “발견 당시 그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아내에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 부탁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를 두고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칠레 구조대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와 미국, 포르투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멕시코 등으로 구성된 합동 구조대가 70시간에 걸친 대규모 구조 작업에 착수했다. 불안정한 건물 구조와 폭우, 계속되는 여진으로 굴착 통로가 여러 차례 무너지는 위험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구조대는 신중하게 금속 구조물을 절단하며 통로를 확보했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대는 호스와 주사기를 이용해 물과 전해질 음료, 의료용 수액을 공급하며 그가 탈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플로레스는 눈이 충혈된 상태였지만 의식을 유지한 채 구조대원들의 지시에 응했다. 구조 직전 공개된 영상에서는 그가 잔해 속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현장에 참여한 유엔 재난평가조정팀(UNDAC) 관계자는 CNN에 지진 발생 7일이 지난 시점에서의 생환은 “오직 기적적인 구조”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상 재난 발생 후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은 72시간이다. 플로레스는 지진 당시 주변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 자신이 머물던 경비 초소가 형태를 유지한 덕분에 잔해에 깔리지 않았고, 내부에 공기층이 형성돼 생존할 수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이후 그는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주황색 방수포에 덮여 잔해 밖으로 옮겨졌다. 이어 구조대원들의 인도를 받아 구급차로 이송됐다. 각국 구조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고 구조 성공을 자축했다. 플로레스는 안정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픔의 나날을 보내다가 생존 소식을 듣고 한 줄기 희망을 본 것 같았다며 “그는 정말 영웅처럼 버텨냈다”고 말했다. 부부에게는 10살, 8살의 두 자녀가 있다.
  • 호날두 아직 은퇴하지 마! 포르투갈 ‘극장골’ 크로아티아 격파…모드리치는 작별

    호날두 아직 은퇴하지 마! 포르투갈 ‘극장골’ 크로아티아 격파…모드리치는 작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의 ‘라스트 댄스’ 대결에서 웃은 건 호날두였다. 포르투갈이 명품 접전 끝에 크로아티아를 꺾고 2026 북중미월드컵 16강에 합류했다. 포르투갈은 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2강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터뜨리며 완성한 드라마였다. 호날두도 직접 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4-2-3-1 전술로 맞선 두 팀의 대결 전반전은 치열한 탐색전 끝에 0-0으로 끝났다.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이 나왔지만 상대가 막강한 탓에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강팀끼리 너무 일찍 만난 게 아쉬웠다. 후반에들어서야 득점포가 터졌다. 후반 8분 크로아티아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우측에서 크로스로 올린 공이 뒤로 흘렀고 이를 이반 페리시치가 잡아놓은 뒤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상대 수비가 머뭇거리는 틈을 타 기회를 만든 침착함이 돋보였다. 기세를 탄 크로아티아는 3분 뒤 니콜라 블라시치가 수비 뒤로 침투한 뒤 패스한 공을 이고르 마타노비치가 발을 갖다 대 2-0을 만들었다. 그러나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달아나는 데 실패했다. 어쩌면 크로아티아의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골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수세에 몰린 포르투갈은 4명의 선수를 동시에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냈다. 교체 직후인 후반 19분 블라시치가 페널티 박스에서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키커로 나선 호날두가 골키퍼를 속이고 득점하며 1-1이 됐다. 호날두의 월드컵 토너먼트 첫 골이었다. 양보할 수 없는 승부에서 양 팀 선수들은 모든 걸 내던지며 혈투를 펼쳤다. 그리고 포르투갈이 마지막에 웃었다. 후반 추가시간 하파엘 레앙이 올린 공을 곤살루 하무스가 타점 높은 헤더로 마무리하며 상대를 얼어붙게 했다. 주어진 추가시간 10분이 지나갔고 경기가 끝나갈 시점인 13분에 크로아티아의 골이 터지며 승부가 연장으로 갈 뻔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결정됐고 결국 그대로 포르투갈의 승리로 끝났다. 이 골이 나올 때 좌절하던 표정의 호날두는 승리가 확정되자 환하게 웃었고, 루카 모드리치는 허탈한 표정으로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 경기에 앞서 호날두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이 친누나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이 승리로 호날두의 라스트 댄스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다만 포르투갈의 다음 상대가 스페인이라 만만치 않다. 스페인은 이날 오스트리아를 유효슈팅 0개로 묶으며 3-0으로 제압하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한 크로아티아 황금세대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더는 완전체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 당시 관중 난입으로 경기 흐름이 끊겨 준우승에 그쳤고,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며 크로아티아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번 월드컵은 이렇게 아쉽게 마치게 됐다.
  • 최치원의 발길이 머문 곳, 원산도 오로봉 [두시기행문]

    최치원의 발길이 머문 곳, 원산도 오로봉 [두시기행문]

    충남 보령시 원산도에 자리한 오로봉(118m)은 비록 높이는 낮으나 섬 전체를 아우르는 조망과 역사적 깊이를 간직한 곳이다. 조선 시대 외적의 침입을 알리던 봉수대가 자리했던 곳으로, 예로부터 바다 건너 세상을 향해 신호를 보내던 안보의 요충지였다. 이제는 보령 해저터널과 연륙교가 놓이며 배를 타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친근한 섬이 됐지만, 여전히 오로봉 정상에 서면 굽이치는 섬의 능선과 푸른 서해 바다가 어우러진 원산도 특유의 정취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통일신라 시대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처음 마주한 원산도 오봉산 자락 오로봉에 위치한 비석에 천부경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문서로 옮겨 적은 후 하늘에 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 천부경은 ‘배달의 민족’의 시조인 환웅 황제 시대부터 내려오던 경전이다. 오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거창한 등반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산책에 가깝다. 원산도의 마을길과 이어지는 숲길은 높낮이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숲을 지나 정상에 다다르면, 옛 봉수대 잔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효자가 많이 났다는 효자도를 비롯해 삽시도, 고대도, 안면도 등 보령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바다 위에 흩뿌려진 장관을 연출한다. 정상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은 일상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기에 충분하다. 오로봉 산행의 마무리는 원산도의 해변에서 맺는 것이 정석이다. 산 아래 펼쳐진 오봉산 해수욕장을 포함한 섬 남쪽의 해안가들은 고운 모래와 맑은 물로 유명하다. 산행 후 맨발로 백사장을 걸으며 파도 소리를 듣는 시간은 섬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마을 어귀에서 맛보는 싱싱한 제철 해산물과 해풍을 맞고 자란 채소로 차려진 소박한 밥상은 여행객의 허기를 정성껏 달래준다. 특히 현지 주민들이 직접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은 도심에서는 맛보기 힘든 원산도만의 깊은 맛을 선사한다.
  • “내 20살 얼굴 팔았다” 62세 홍콩 배우도 뛰어든 AI 영화…‘초상권 판매’ 러시 [여기는 중국]

    “내 20살 얼굴 팔았다” 62세 홍콩 배우도 뛰어든 AI 영화…‘초상권 판매’ 러시 [여기는 중국]

    62세 홍콩 배우 우치화가 자신의 20대 시절 얼굴을 인공지능(AI) 영화에 제공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직접 촬영장에 나가지 않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에서는 무명 배우들이 AI 회사에 초상권을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까지 형성되고 있다. 30일 중국 언론 신원천바오에 따르면 우치화는 AI 영상 제작사에 자신의 초상권을 제공해 20대 시절 모습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20살 때의 내 얼굴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나는 직접 출연하지 않았다”며 “완성된 작품을 보고 매우 만족했고 오랜만에 주인공이 된 기분도 느꼈다”고 말했다. 초상권 사용료에 대해서는 “보수도 꽤 괜찮다”며 “AI가 배우의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새로운 활동 영역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촬영이 끝날 수도 있다”며 “다리를 다쳐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우치화의 사례는 이제 중국 연예계에서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AI 숏드라마(단막극)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우 대신 AI 캐릭터를 활용하는 제작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작사들은 유명 배우뿐 아니라 무명 배우와 모델, 인플루언서 등의 초상권을 확보해 AI 배우를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무명 배우들 사이에서는 초상권을 AI 제작사에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제작사는 배우의 얼굴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여러 작품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배우는 촬영장에 나갈 필요 없이 초상권 사용료만 받는 구조다. AI를 활용하면 촬영과 세트 제작, 배우 출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제작비는 기존 드라마보다 크게 낮아지고 제작 기간도 수개월에서 며칠 수준으로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번 얼굴 데이터를 넘기면 어떤 작품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통제하기 어렵고, 계약 범위에 따라 자신의 얼굴이 예상하지 못한 콘텐츠에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영상 플랫폼들은 AI 배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배우가 작품별로 초상권 사용 여부를 직접 승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AI 기술이 배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촬영장에 가지 않아도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시대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 경찰, ‘판소리 명창’ 전 예술학교 교장 수사… 1억 수수 의혹

    경찰, ‘판소리 명창’ 전 예술학교 교장 수사… 1억 수수 의혹

    ‘판소리 명창’으로 알려진 전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교장이 교사 채용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 국립전통예술중고교 교장 A씨의 주거지와 학교 등을 압수수색했다. A씨는 2024년 11월 실시된 ‘2025년도 상반기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에서 판소리 부문 교사로 채용된 B씨로부터 채용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다. B씨는 지난해 1월 합격 통보를 받은 뒤 학교에서 판소리를 가르쳐 왔으며,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다음 날인 지난 1일 직위에서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하며 A씨가 교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하거나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B씨와 함께 임용된 다른 교사들의 채용 과정에서도 비위가 있었는지, 추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 “듣고 보니 닮았네”…‘선재스님 조카’라는 아이돌 출신 가수

    “듣고 보니 닮았네”…‘선재스님 조카’라는 아이돌 출신 가수

    그룹 ‘비투비’ 출신이자 솔로 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창섭이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스님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선재스님은 이창섭의 외당이모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출연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스님은 독보적인 식재료 이해도와 요리 철학을 선보이며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두 사람이 사찰에서 직접 조우하는 모습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이창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창섭 이모 선재스님 7월 3일 최초공개’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을 게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영상 속 그는 “오늘은 이모를 만나러 간다. 바로 선재스님을 만나러 간다”며 두 사람의 만남을 알렸다. 이번 공개 영상에서 이창섭은 사찰에 도착해 “스님? 이모?”라며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이에 선재스님은 “오랜만이네요”라며 따뜻하게 그를 맞이했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요리다. 이창섭은 방송 당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선재스님의 대표 메뉴인 ‘당근국수’를 언급했고, 스님은 흔쾌히 “오늘 당근국수 해줄까?”라며 즉석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안성재, 백종원 등 쟁쟁한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선재스님표 당근국수를 맛본 이창섭은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이돌 가수와 사찰음식 명장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관심을 모으는 이창섭과 선재스님의 만남은 3일 유튜브를 통해 전격 공개된다. 한편 이창섭은 2012년 그룹 ‘비투비’로 데뷔해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뮤지컬과 예능, 유튜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 [서울데이터랩] 코스닥, 반도체 부담에 장초반 약세…851.38로 1.77% 하락

    [서울데이터랩] 코스닥, 반도체 부담에 장초반 약세…851.38로 1.77% 하락

    코스닥 시장이 장 초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급락에 따른 경계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부담이 성장주 전반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3일 오전 9시 15분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851.38로 전일보다 15.34포인트(1.77%) 내렸다. 지수는 875.18에 출발해 장중 875.39까지 오른 뒤 847.48까지 밀리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코스닥은 866.72로 마감하며 62.63포인트(6.74%) 급락했다. 최근 5거래일 흐름을 보면 6월 29일 920.57에서 7월 1일 929.35까지 올랐지만, 7월 2일 급락한 뒤 이날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52주 최고치는 1229.42, 최저치는 766.57이다. 수급별로는 외국인이 570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453억 원, 기관은 104억 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 중심으로 571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시장 전반도 하락 종목이 압도했다. 상승 종목은 391개, 보합은 79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1243개로 집계됐다. 상한가 종목은 5개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체로 부진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11만 7800원으로 6.14%, 에코프로(086520)는 8만 1600원으로 6.10%, 주성엔지니어링(036930)은 20만 6000원으로 9.45% 각각 하락했다. 알테오젠(196170)도 34만 6000원으로 1.56% 내렸고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는 47만 4000원으로 2.27% 밀렸다. 반면 코오롱티슈진(950160)은 9만 900으로 4.36% 올랐고 리노공업(058470)은 7만 6600원으로 2.00%, 원익IPS(240810)는 13만 2300원으로 0.53% 상승했다. 장 초반 개별 종목 장세도 뚜렷했다. 상승률 상위에는 삼기, CS, 오가닉티코스메틱, 모바일어플라이언스, 민테크가 이름을 올리며 나란히 29%대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다보링크는 23.66%, 에이비온은 18.26%, 위메이드맥스는 17.23%, 광진실업은 15.23%, 티비씨는 14.50% 각각 하락했다. 시장은 전날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로 코스닥과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충격을 소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코스닥은 875.18로 출발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곧바로 하락 전환했다. 같은 시각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것과 달리 코스닥은 약세를 보이며 시장별 온도 차도 나타났다. 밤사이 글로벌 메모리 업종 약세와 반도체 비중 축소 의견이 이어진 점은 국내 기술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 고용 둔화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달러 약세, 원·달러 환율 하락이 나타났지만 코스닥에서는 낙폭 만회 재료로 이어지지 못했다. 거래량은 7033만 4000주, 거래대금은 8114억 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당분간 코스닥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전날 급락 이후 수급 회복 여부가 장중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과 MetaVX의 생성형 AI가 함께 작성한 기사입니다]
  • 20대가 다시 읽은 덕에…헤세 ‘싯다르타’ 베스트셀러 1위

    20대가 다시 읽은 덕에…헤세 ‘싯다르타’ 베스트셀러 1위

    역주행 돌풍으로 화제가 됐던 헤르멘 헤세의 ‘싯다르타’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대의 다시 읽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보문고 6월 4주 차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싯다르타’는 지난주 대비 한 계단 상승해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는 “세계문학전집(중 하나가)이 베스트셀러 최정상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출판사인 민음사와 교보문고 등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가 이 책을 추천하는 등 셀럽들의 후기가 이어지면서 인기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6월 한 달간 ‘싯다르타’의 순위는 1주차 3위, 2주차 4위, 3주차 2위로, 상위권에 꾸준히 올랐다. 성·연령별 구매 비중은 20대 여성이 21.9%로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 구매율이 69.3%로, 전집 팬덤층의 영향이 높았다. 지난주 1위를 차지한 송희구의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는 2위였다. 국내 초판본 출간 이후 최근 국내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커버 에디션은 지난주 대비 16계단 올라 11위를 차지했다. 40대 구매율이 36.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교보문고 6월 4주 베스트셀러 1. 싯다르타(세계문학전집 58) 2.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 3.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 4. 부의 갈림길 5.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하)(완결) 6. 니체의 초월자 7.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 우주 3부작) 8. 안녕이라 그랬어(집에디션 리커버) 9. 원피스 114: 갓 밸리 사건 10. 내면 근력
  • 성매매 업소에 12세 딸 맡긴 친모의 최후…日서 벌어진 일 [핫이슈]

    성매매 업소에 12세 딸 맡긴 친모의 최후…日서 벌어진 일 [핫이슈]

    태국인 친모가 12세 딸을 일본 도쿄의 성매매 업소에 맡기고 수익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피해 아동은 홀로 일본 출입국 당국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뒤에야 업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일 태국 방콕포스트와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형사법원은 최근 인신매매와 성매매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세 여성 럭사나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태국 펫차분주 출신인 럭사나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당시 12세였던 친딸을 도쿄의 한 마사지 업소 운영자에게 맡긴 혐의를 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피해 아동이 지난해 6~7월 업소에서 약 60명의 남성을 상대하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업소가 벌어들인 60만 엔(약 573만 원)은 운영자를 거쳐 친모 지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됐다. 친딸 업소에 남겨두고 대만으로 떠나 럭사나는 이후 딸을 일본에 홀로 남겨둔 채 지난해 9월 대만으로 이동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신베이시에서 체류 기간을 넘긴 사실이 적발돼 붙잡혔고, 한 달 뒤 태국으로 송환됐다. 그는 일본을 거점으로 싱가포르와 대만 등지에서 마사지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은 업소 운영자와 태국 국적 브로커도 아동복지법 위반과 불법 취업 조장 등의 혐의로 체포해 수사를 이어갔다. “학교에 다니고 싶다”…홀로 도움 요청 사건은 피해 아동이 지난해 9월 중순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그는 당시 “엄마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며 “내가 일하지 않으면 가족이 생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태국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은 지난해 12월 태국으로 돌아가 현재 지원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일본의 성매매 구매자 처벌과 외국인 아동 인신매매 방지 논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거나 성매매 상대가 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도 처벌한다. 한국 역시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은 피해 아동·청소년은 1187명으로 전년보다 24.7% 늘었다. 이 가운데 10~13세는 73명이었다.
  • 도파민에 지친 현대인, 100년 전 소설 ‘싯다르타’서 위로받다 [이주의 베스트셀러]

    도파민에 지친 현대인, 100년 전 소설 ‘싯다르타’서 위로받다 [이주의 베스트셀러]

    지난 5월 말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던 100년 전 소설이 드디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가 3일 발표한 ‘2026년 6월 4주간 금주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1922년 소설 ‘싯다르타’가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며 마침내 베스트셀러 1위를 거머쥐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세계문학 작품이 베스트셀러 최정상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여성 독자들을 중심으로 20대 독자층이 이번 역주행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싯다르타를 출간한 출판사들 중 한 곳인 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 출연하는 편집자가 책 인플루언서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가 추천한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도서 전문가들은 이런 외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끊임없는 경쟁, 정보 홍수, 도파민 중독에 노출돼 심각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내면적 깨달음과 파편화되고 자극적인 영상 소비에 피로감을 느낀 독자들이 호흡이 길고 사유가 필요한 문학을 선택하는 심층 독서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스테디셀러이자 과학 분야 고전으로 꼽히며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오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지난주와 비교해 16계단이나 수직 상승해 종합 11위에 안착했다. ‘코스모스’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여러 과학자들이 ‘인생 책’으로 손꼽으며 대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얼마 전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100만 부 기념 에디션’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의 소장 욕구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극도로 빠르게 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대중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변하는 트렌드보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검증된 지혜에 기대려는 경향 때문에 고전들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주까지 2주 연속 종합 1위를 지켰던 송희구 작가의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는 한 계단 내려와 종합 2위를 기록했고 오건영의 ‘부의 갈림길’은 종합 4위로 상승해 재테크와 경제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열린세상] ‘디지털포용법’의 실효성 높이려면

    [열린세상] ‘디지털포용법’의 실효성 높이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제정된 디지털포용법은 모든 국민이 지능 정보 기술의 혜택을 소외 없이 누리도록 디지털 시민권을 보장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기틀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 디지털 복지행정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나 구체적인 복지행정 적용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 법은 포괄적인 디지털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복지 현장에서 취약 계층에게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세부 지침까지는 제공하지 못한다. 복지행정 집행 과정에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지 못해 취약 계층의 접근성이 제약된다면, 이는 세대별·지역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국민 간의 위화감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디지털 복지행정은 AI 기술을 통해 지리적, 물리적 제약을 없애고 복지 앱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장소에 구애 없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단전·단수 등으로 도움이 절실한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제도를 수립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AI 기반 디지털 행정은 국민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장점이 크므로,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복지’의 관점에서 디지털포용 지침을 더욱 정밀하게 정비해 시행해야 한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상 평등권에 기반한 ‘디지털 접근권’을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복지 법령에 명기하고, 국가가 디지털 취약 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할 의무를 적극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서비스 도입 시 취약 계층의 이용 불편 여부를 묻는 현재의 디지털포용 영향 평가 제도는 다소 소극적이므로 이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둘째, 법 시행과 발맞춰 복지 분야의 세부 지침을 제정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를 신설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운영 중인 ‘e아동행복지원시스템’과 같은 선제적 발굴 서비스를 타 복지 영역으로 적극 확대해야 할 것이다. 셋째, ‘디지털배움터’와 같은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상설화·내실화하고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지자체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튜터’ 제도를 확대함으로써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감을 고취해 국가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비록 금융 부문에 한정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 중인 은행대리업이나 우정사업본부와 시중은행 간의 협력 체계를 통해 전국 우체국 창구에서 대면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보완책은 포용 금융의 일환으로서 국가의 배려 의무가 돋보이는 훌륭한 조치로 평가된다. 우체국은 모든 국민에게 친숙하고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다. 우체국을 활용해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고령층 등 디지털 금융 소외 계층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국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금융 부문 외에 사회복지 전반에서도 이처럼 국민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부 지침이 마련된다면 디지털포용의 실효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AI 시대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행정을 구현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에 걸맞은 선진 복지국가로 도약할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다. 개별 맞춤형 복지 확대로 계층 간 차별을 해소해 국민 통합을 이뤄 내는 것, 이것이 현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과 상생 정책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이자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굳건한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 “‘빚투 개미’ 3조원 강제청산”…폭등장 뒤 숨은 ‘함정’

    “‘빚투 개미’ 3조원 강제청산”…폭등장 뒤 숨은 ‘함정’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두 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은 3조원이 넘는 반대매매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자금 쏠림이 심화한 데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돼 ‘빚투’ 투자자들의 강제 청산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반대매매 규모는 3조 152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매매 규모는 미국·이란 전쟁 충격으로 증시가 흔들렸던 3월 5585억원으로 급증한 뒤 4월 2642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그러나 역대 최대 수준의 빚투와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5월 7946억원, 6월에는 9699억원까지 불어났다. 특히 지난달 코스피는 월초와 월말 지수가 사실상 같았지만 장중에는 서킷브레이커와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잇달아 발동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장중 97.99까지 치솟아 한국거래소가 지수를 공식 발표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으로 주식을 매수한 뒤 담보유지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투자자는 원하지 않는 시점에 손실을 확정 짓게 되고, 대규모 반대매매는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빚투를 부추긴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들 종목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레버리지 ETF 운용사의 기초자산 매매 규모도 커졌고, 이는 변동성을 다시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공여 잔고는 연초 27조원 수준에서 지난달 24일 사상 최대인 38조 6328억원까지 증가했다. 초단기 빚투 지표인 위탁매매 미수금도 연초 9000억원대에서 최근 1조 2000억원대로 늘었다.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따른 이른바 ‘숏 감마’(short gamma) 현상이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기초자산 가격이 급등락하면 목표 레버리지 배수를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을 추격 매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이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가 5% 움직일 때마다 약 47억 달러(약 7조 2000억원) 규모의 감마 리밸런싱 수요가 발생해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극심한 변동성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반대매매가 다시 변동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과 같은 고변동성 장세에서는 레버리지 투자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나를 비우는 시간, 3500㎞ 순례의 길

    나를 비우는 시간, 3500㎞ 순례의 길

    미국 버지니아주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정치 수도인 워싱턴 D.C.의 왼쪽, 그러니까 서편의 남북부를 감싼 지역이다. 버지니아 여정의 큰 축은 세 가지다. 애팔래치안 트레일(AT)의 맛보기라 할 맥아피 노브 트레킹, 셰넌도어 국립공원 드라이브, 그리고 이 지역에 새겨진 미국 역사 엿보기다. 버지니아는 그리 길지 않은 250년 미국 역사에 비춰보면 나름의 고도(古都)다. 미국 건국 초기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등 많은 대통령을 배출해 ‘대통령의 어머니’라 불렸다. 미국인들이 노스탤지어를 느낄 법한 자연과 역사문화유산도 꽤 많다. 셰넌도어 리버, 블루리지 마운틴 등 가수 존 덴버의 명곡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의 배경이 된 곳도 여기이고, 미국인에게 도전과 고난, 성찰의 대명사인 AT의 가장 유명한 봉우리 맥아피 노브도 여기에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알게 된 건 영화 ‘어 워크 인 더 우즈’(2015)를 통해서다. 미남 배우의 전형이라 할 ‘로버트 레드포드 형’이 주인공 빌 브라이슨을 맡고, 닉 놀테가 거구의 친구 카츠를 맡아 열연했다. ‘어 워크 인 더 우즈’는 동명의 책이 모티브다. 브라이슨을 세계적인 여행가의 길로 이끈 AT 도전 여정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우리나라에선 ‘나를 부르는 숲’이란 제목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맥아피 노브의 너른 반석에서 본 절경 책과 영화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책에선 브라이슨이 40대 중년이지만 영화에선 칠십 넘은 노인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맥아피 노브에서 펼쳐진다. 시답지 않은 주제로 옥신각신하던 브라이슨과 카츠가 갑자기 입을 닫고 웅혼한 풍경에 젖어든다. 너른 반석 너머로 펼쳐진 블루리지산맥과 셰넌도어 계곡의 모습은 수많은 삶의 상처로 다져진 두 노인에게도 충격과 감동이었던 거다. 그 자리가 바로 맥아피 노브다. 영화 포스터 역시 맥아피 노브의 반석 위에서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았다. 실제 맥아피 노브는 AT의 끝없는 연봉 가운데 가장 유명한 봉우리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차고, 배후 도시 로어노크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조차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물론 맥아피 노브에 행락객 수준의 산객들만 있는 건 아니다. AT 종주에 나선 순례자들도 같은 등산로를 걷는다. 그들은 행색 자체가 다르다. 무릎엔 보호대가 감겼고, 등산화는 너덜거리며, 마지막으로 씻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온몸이 땀과 먼지로 뒤덮였다. 하지만 후줄근한 몰골과 달리 몸 전체에서 아우라가 뻗어 나오고, 그들을 향한 존경심이 솟는다. 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무겁고 성찰적인 순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전하는 사람 중 절반이 하루 이틀 내에 산을 내려가고, 남은 절반의 절반이 코스의 중간에도 이르지 못한 채 포기한다는 AT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북부 메인주까지, 애팔래치아산맥을 따라 14개 주에 걸쳐 있다. 버지니아는 그중 딱 절반이다. ●하이커들의 로망 ‘애팔래치안 트레일’ AT의 전체 거리는 2190마일, 약 3500㎞다. 1921년 조성이 시작돼 1937년쯤 완성됐다.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가장 먼저 조성된 길이자, 하이커들의 ‘로망’이다. 완주까지는 대략 5~6개월 걸린다.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쯤 될까. 길이로야 견줄 수 없겠지만, 도전과 성찰이라는 산행의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지 싶다. 해마다 4000명쯤 도전에 나서는데, 완주율이 평균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맥아피 노브 트레킹은 AT 완주에 견주면 새발의 피도 못 된다. 그래도 나무에 페인트로 새겨진 직사각형의 AT 상징 표지를 보며 걷는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카토바 산자락의 들머리(트레일 헤드)에서 맥아피 노브까지는 4마일, 왕복 8마일(13㎞) 정도다. 깔딱고개는 거의 없고,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등산로에선 늘 흑곰을 신경 써야 한다. 미국인들은 흑곰을 거의 동네 들개 취급하지만, 사실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 곰은 무척 위험하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하산길에 새끼 곰과 마주쳤다. 어미 곰의 존재를 확인할 틈도 없이 ‘빛의 속도’로 줄행랑쳐야 했다. 실제 책 ‘나를 부르는 숲’에서도 흑곰의 위험성을 수시로 경고하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맥아피 노브의 돌출 암반에 올라서면 눈앞이 탁 트인다. 블루리지 산맥이 성벽처럼 일직선으로 내달리고, 그 사이 움푹 들어간 골짜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너른 개활지가 펼쳐져 있다(그들은 이를 ‘계곡’이라 부른다). 산과 산이 가까이 겹쳐진 한국과 다른 이 구도가 낯설면서도 압도적이다. ●존 덴버의 노래 속 ‘컨트리 로드’ 이제 ‘컨트리 로드’를 따라 셰넌도어 국립공원을 향해 북진한다. 맥아피 노브에서 160마일(약 258㎞) 떨어져 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에선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따라 여유 있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도 AT의 경로에 포함된다. 잘 포장된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옆, 보이지 않는 숲속에 좁은 등산로가 나 있다. 셰넌도어를 유명하게 만든 건 단연 존 덴버의 노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1971)다. 원래 이 곡은 버지니아와 맞붙은 웨스트 버지니아를 노래했다. 웨스트 버지니아에서는 지금도 공식 주가(州歌)로 불린다. 가사에 나오는 ‘올모스트 헤븐’이란 문구는 이 주의 표어가 됐다. 그런데 웬걸, 정작 가사에 나오는 그 산과 강은 일부만 웨스트버지니아에 걸쳤을 뿐 대부분 옆 동네, 버지니아에 속해 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건 메릴랜드주의 한 도로다. 작곡, 작사가 모두 웨스트버지니아에 가본 적이 없다. 이는 미 대중음악계에서 공식 확인된 이야기다. 제목의 지명이 빗나간 줄도 모르고, 이 곡은 반세기 동안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해온 거다. ●75개 전망대 있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는 셰넌도어 국립공원의 산정을 따라 105마일(약 170㎞)가량 이어져 있다. 대공황 때인 1931년 공사를 시작해 1939년에야 전 구간이 열렸다. 길 여기저기에 75개의 전망대가 점점이 박혀 있다. 버지니아의 아름다운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배틀 필드’라는 표지판을 자주 본다. 버지니아는 ‘시빌 워’ 남북전쟁의 주 무대였다. 당시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현 주도(州都) 리치먼드 등 어딜 가도 전쟁 유적이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두 번째로 크다는 프레데릭스버그 국립군사공원 등 국립공원만 6곳이고, 크고 작은 전장은 수백 곳에 달한다. 이 전적지를 엮어 ‘시빌 워 트레일’을 조성하기도 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 초입의 샬러츠빌엔 몬티첼로라는 예쁜 이름의 저택이 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직접 설계하고 평생 고쳐 지은 집이다. 독립선언서를 쓴 손으로, 그는 이 집의 기둥과 돔과 정원까지 세심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이 저택은 한때 600명이 넘는 흑인 노예의 노동으로 유지됐다. 제퍼슨과 그가 ‘소유’했던 여성 흑인 노예 샐리 헤밍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이야기는 이제 가이드 투어에서도 다뤄질 만큼 유명하다. 노예해방을 부르짖고 자유와 평등을 외친 사람의 집이 동시에 부자유스러운 현장이었다는 모순.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국인, 특히 백인이 가장 사랑하는 유적 중 하나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방인에겐 선뜻 와닿지 않는다. 몬티첼로 안에 제퍼슨의 묘와 묘비가 있다. 1987년 버지니아대학교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제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 하퍼스 페리다. 원래 행정구역은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속하지만, 여태 여정을 함께한 셰넌도어강과 블루리지 산맥이 명맥을 다하는 곳인 만큼 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스카이라인 드라이브가 끝나는 프런트 로열에서 43마일, 약 70㎞ 거리다. ●남북전쟁의 도화선 ‘하퍼스 페리’ 하퍼스 페리는 셰넌도어강과 포토맥강 사이에 있다. 버지니아와 웨스트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세 개의 주가 만나는 곳이다. 블루리지 산맥은 여기서 끝이 나고, 셰넌도어강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흘러온 포토맥강과 합쳐진 뒤 포토맥강이란 이름 그대로 워싱턴 D.C.를 향해 흘러간다. 하퍼스 페리는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1859년 10월, 노예제 폐지론자 존 브라운이 22명의 동지와 함께 연방 무기고를 습격한 것이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불씨가 됐다. 미국의 초기 역사가 고스란히 남은 마을을 샅샅이 둘러보려면 반나절로도 짧다. 여정을 마친 뒤 복귀하는 차 안. ‘컨트리 로드’를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올모스트 헤븐, 웨스트버지니아~” 여태껏 이어진 풍경은 사실 버지니아의 것이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존 덴버가 지리를 헷갈렸다 해도 노래가 가리키는 마음, 산과 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은 정직했으니 말이다. ●디스커버리호 있는 항공우주박물관 이제껏 다닌 곳과 결이 다른 명소 한 곳 덧붙인다. 밀리터리, 항공기, 역사 ‘덕후’ 모두를 만족시킬 곳.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덜레스 분관이다. 공식 명칭은 우드바-하지 센터. 워싱턴 D.C.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별관인데, 본관보다 규모가 크다. 하이라이트는 거대한 격납고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다. 근 40년 동안 지구상 어느 비행체보다 많이 우주를 오가며 39차례 임무를 수행했다. 그만큼 동체 곳곳에 우주의 상처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바로 앞은 전설적인 정찰기 SR-71 블랙버드다. 냉전 시대 음속의 세 배로 날며 오로지 스피드만으로 적의 미사일을 따돌리던 항공기다. 인류가 만든 유일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도 바로 옆에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이놀라 게이다. 1945년 8월 6일 괌 인근의 티니안에서 이륙해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한 폭격기다. 워낙 민감한 기체라 주변에서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즉시 경보가 발령된다니 조심해서 보시길. 워싱턴 덜레스 공항 바로 옆에 있다. [여행수첩] -차 없는 미국 여행은 상상하기 어렵다. 차를 렌트 하는 건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렌터카 예약할 때 팁 하나. 호텔이나 항공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렌터카는 경험상 트립닷컴이 낫다. 인수와 반납의 다양한 조합, 차종의 다양성 등이 소비자 입맛에 잘 맞는다. 트립닷컴의 공식 자료로는 세계 1만 3000여 도시에서 다양한 렌터카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차량 인수 전까지 무료 취소할 수 있는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일정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서 검색할 때 현지 렌터카 업체보다는 허츠(hertz) 등 다국적 기업을 택하길 권한다. 현지 업체들이 가격 면에선 다소 유리하나 외지인에게 심리적 안정과 효율성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업체가 낫다. 특히 허츠는 미국 내 점유율 1위여서 다양한 차종의 조합이 가능하다. -렌터카 사무실은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셔틀로 10분 미만 거리다. 허츠의 경우 반납할 때 군부대 바리케이드 같은 통제 시설물을 통과해야 하는데,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 표지판만 따라가면 된다. 이어 정해진 위치에 주차한 뒤 키를 차에 두고 귀국편 비행기에 오르면 끝이다. 미처 못 낸 고속도로 통행료, 채우지 못한 연료 등은 차량 인수 당시 업체가 미리 받아둔 본인 카드 예치금에서 결제된다. 차액은 2~3일 뒤 본인 계좌로 입금된다. -3성급 호텔의 경우 홀리데이인 같은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에 묵길 권한다. 현지 업체 중엔 홈우드(homewood) 계열 호텔의 가성비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익스텐디드 스테이 아메리카는 가급적 피하시라. 가격은 다소 저렴하지만 조식이 커피와 일회용 오트밀뿐이고, 시설도 낡은 편이다.
  • [길섶에서] 선택적 망각

    [길섶에서] 선택적 망각

    작은방의 오래된 책상 서랍을 모처럼 정리하다가 십수년 전에 쓰던 작은 수첩을 발견했다. 일정과 간단한 메모들을 넘겨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잠시 혼자 빙그레 웃기도 했다. 하지만 몇 장 못 넘어가서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쓰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눈에 들어왔다. 기억세포에서는 희미해진 일들이 활자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서울대가 얼마 전 ‘그랜드 퀘스트’라는 사업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6가지 연구과제 가운데 ‘인공지능(AI)은 인간처럼 망각할 수 있는가’라는 게 포함됐다고 한다. 과제 선정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AI가 인간처럼 스스로 맥락을 파악하고 무엇을 잊고 기억할지를 가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간에게 망각은 맥락에 따라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내는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 실제로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망각하거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왜곡되곤 한다. 서울대의 연구가 결실을 본다면 이런 현상에 대해서도 보다 과학적 설명이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SKT는 미래 인프라, KT는 네트워크… 불붙은 차세대 ‘양자 보안 기술력’

    SKT는 미래 인프라, KT는 네트워크… 불붙은 차세대 ‘양자 보안 기술력’

    양자컴퓨터 시대가 다가오면서 통신사들의 보안 경쟁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기존 인터넷 암호체계가 양자컴퓨터의 강력한 연산 능력 앞에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차세대 양자보안 기술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SK텔레콤과 KT가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양자기술 행사 ‘퀀텀코리아 2026’에서 양자보안 전략을 각각 공개했다. 둘 다 양자컴퓨터 시대를 대비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미래 통신망을 위한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확대 등 접근 방식은 달랐다. 양자보안은 크게 두 가지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나는 양자키분배(QKD)로,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암호키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양자내성암호(PQC)로,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기 어려운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이다. 업계에서는 두 기술을 함께 적용하는 ‘퀀텀 세이프’ 방식이 차세대 통신 보안의 표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미래 통신 인프라에 초점을 맞췄다. 광집적회로(PIC) 기반 QKD와 양자난수생성기(QRNG), 무선·위성 QKD 등을 공개하며 AI·6G 시대를 겨냥한 차세대 양자암호 기술을 선보였다. KT는 QKD와 PQC를 결합한 ‘퀀텀 세이프 네트워크’를 전면에 내세웠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구간에는 QKD를, 이용자 인증과 서비스 구간에는 PQC를 적용해 통신망 전 구간을 보호하는 구조다. 신한은행과 국립암센터, 국방 분야 등 실제 적용 사례를 공개하고 자체 개발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해 생산한 국산 장비도 함께 전시했다. 기술 개발을 넘어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PQC 기반 전용회선과 기업 보안 서비스, 통합 계정관리 서비스 ‘알파키’ 등을 중심으로 양자보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지방시대] 소멸의 경고음, 국립창원대가 답해야 할 때

    [지방시대] 소멸의 경고음, 국립창원대가 답해야 할 때

    학령인구 감소와 구조개혁 압박에 직면한 지역 대학 생존 문제가 국립창원대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대학이 내부 갈등에 매몰돼 결단의 시기를 놓친다면 경쟁력 약화는 물론 지역 인재 양성과 산업 생태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국립창원대 대학본부와 교수회는 학교 운영 과정의 정당성 부족, 법인화 등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 부족과 소통 부재로 마찰음을 내고 있다. 급기야 이 갈등은 ‘총장 불신임 투표 결과’를 둘러싼 해석 공방으로 번졌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사안은 훨씬 깊고 무겁다. 이 논쟁은 단순한 학내 주도권 싸움이 아니라 지방대학의 생존, 나아가 지역 사회 존속과 직결된 위기의 징후다. 현재 교수회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총장이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학본부는 결과를 수용한다면서도 정족수 기준을 들어 ‘부결’이라 해석한다. 양측 논리는 저마다 근거를 갖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려나 있다. ‘그래서 이 대학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이 빠진 채 진행되는 논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이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국가데이터처의 전망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초·중·고교 학령인구는 2020년 673만명에서 2035년 387만명으로 42.5%나 급감한다. 2000년 이후 폐교한 대학 22곳 중 20곳이 비수도권에 집중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은 대학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학생수가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하는지 근간이 흔들리는 시점이다.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점진적 소멸’을 의미한다. 법인화든, 통합이든, 자체 혁신이든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지금의 논쟁은 상대의 주장에 대한 꼬투리 잡기에 매몰돼 있다. 물론 법인화에 따른 종합대학 기능 약화, 공공성 훼손, 고용 불안 등 교수사회 우려는 가볍지 않다. 자율성 확대와 산학협력 강화를 내세운 대학본부 논리 또한 현실적인 생존책이다. 문제는 이 상충하는 주장들이 건전한 ‘공론’이 아니라 파괴적인 ‘충돌’로 소비된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검증하기보다 상대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데에만 과도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의 우려와 비전을 검증 가능한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감정의 언어를 사실과 데이터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시급하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갈등의 장기화가 대학 외부로 보내는 부정적 신호다. 학생과 동문, 지역사회는 학내 분쟁에 깊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학이 내부 싸움에만 매몰된 조직으로 비쳐지는 순간 대외적 신뢰도는 추락하기 마련이다. 이는 우수 인재 유출과 지역 산업 기반 약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창원이라는 제조·산업 도시 특성과 맞물릴 때 국립창원대의 위기는 지역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국립창원대가 서 있는 지점은 명백한 분기점이다. 갈등 속에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개혁의 시기를 놓친 조직이 어떻게 도태되는지는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대학은 학생, 교수, 직원, 동문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공적 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함께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는 집단적 결단이다. 기회를 놓친다면 그 대가는 지역 사회가 함께 떠안게 될 것이다. 이창언 전국부 기자
  • 죽음, 이토록 처절한 삶의 몸부림이 있던가

    죽음, 이토록 처절한 삶의 몸부림이 있던가

    더는 희망도 절망도 없는 헤어짐고비마다 외로움과 싸운 흔적들8편의 이야기에 켜켜이 눌러담아죽음은 이해하는 것 아닌 느끼는 것“삶의 일부인 죽음, 난 소설로 증명” 죽음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타자(他者)다. 삶의 모든 순간은 죽음으로 다가가는 걸음이자, 죽음을 알고자 하는 의지의 몸부림이다. 소설가 백가흠의 신작 단편집 ‘가를 두고’는 죽음을 향해 있는 존재로서 인간의 생활을 지독하면서도 허무한 방식으로 묘파하고 있다. 백가흠의 여섯 번째 소설집으로 최근 5년간 쓰인 8편의 단편을 묶었다. 생의 고비마다 우리는 거대한 외로움과 직면해야 한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그 외로움과 싸워낸 흔적처럼 읽힌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어느새 죽음이 찾아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이 이미 지나가버렸고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으로 함몰됐다. 우리는 그저 생을 버틴다. 아무런 소망도 없고 더는 절망도 없다. 죽고 싶지도 않고 살고 싶지도 않다. 회복 불가능한 삶의 연속, 그것이 우리의 현재다.”(‘석별—아무도 모르게 2’ 부분·79쪽) ‘석별’은 노부부의 절망적인 일상을 포착한다. 늙음은 본디 외로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며 살아가는 일은 어떨까. 아내가 곁에 있으니 외롭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옆에 있는 이 사람은 나와 평생을 함께한 그 사람이 아니다.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한 이 관계는 우리를 더욱 깊은 슬픔에 빠뜨린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는 지금도,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내 기억 속에만 있다. 어쩌면 나에게 그것은 아내가 이미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예 손 놓을 수는 없다. 환자들이 잠깐 제정신을 찾을 때가 있어서다. 이 위태로운 ‘희망고문’은 우리가 삶의 무상함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오랜만에 현재로 돌아온 그녀다. 나는 이 순간을 오래 붙잡으려 애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멀어진다는 것을 안다. 아내를 보면 우주의 섭리를 알 것 같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된 무질서의 시간, 무질서함으로 질서를 만드는 진리를 말이다.”(91쪽) 늙음은 원치 않은 이유로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복숭아를 씹으며’의 주인공 김영태는 한때 잘나가던 학자이자 평론가였다. 아내와 아들의 죽음 이후 조용한 섬에서 지내는 그의 하루하루는 “언제일지 모르는 죽음 쪽으로 다가가는”(190쪽) 것에 불과하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말년은 온갖 조롱과 비난을 견디는 일의 연속이었다. 마당 한쪽에 놓인 아내와 아들의 무덤을 보며 그는 자신에게도 얼른 죽음이 찾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한때는 김영태를 따랐던 것으로 보이는 후배 김민중이 어느 날 찾아와서는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선생님의 시대는 이미 낡고 늦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으면 사실이 되는 세상이잖습니까.”(208쪽) 백가흠은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단편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등과 장편 ‘향’, ‘마담뺑덕’, ‘아콰마린’ 등을 펴냈다.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표제작 ‘가를 두고’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고 세상에 남겨진 한 사람의 처절한 자기 고백이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그저 계속해서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그는 다만 이렇게 생각해 버린다. “죽음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느끼는 것입니다. 나는 근래 그런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260쪽) 책을 덮은 뒤 조금은 심란해진 마음으로 백가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삶에서 죽음이 지니는 의미 그리고 문학과 죽음은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모리스 블랑쇼는 ‘문학은 죽음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했고, 마르셀 프루스트는 삶의 연장에서 죽음을 이해하며 글을 쓰는 이유로 들기도 했어요. 제게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은 그것을 증명하는 일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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