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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시대 ID·패스워드 1인당 5~6개… “아유~ 헷갈려!”

    인터넷시대 ID·패스워드 1인당 5~6개… “아유~ 헷갈려!”

    “아이디가 뭐였더라…, 패스워드(비밀번호)를 뭘로 바꿨지?” 국내 인터넷 인구와 각종 사이트 수가 급증하면서 ‘아이디·패스워드’ 외우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홈쇼핑, 은행, 증권 등 1인당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가 수십여개에 이르면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외워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 사이트 등은 보안상 비밀번호를 적어두기가 쉽지 않아 매일 같이 비밀번호를 습관처럼 외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따르면 가입자 수는 다음 2200만명, 네이버 2600만명, 네이트닷컴 2300만명 등으로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이 이들 사이트에 가입돼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6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수는 34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4.8%에 이른다. ●금융거래 하려면 5∼6개 패스워드 외워야 사이버 증권거래를 하는 회사원 박모(52)씨는 친구에게 돈을 이체하려다 비밀번호를 수차례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사이버 거래를 하려면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은행 비밀번호, 자금이체 비밀번호 등 5∼6가지를 입력해야 하는데 잘 이용하지 않던 자금이체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계좌 비밀번호를 종이에 적어둘 수도 없고 외울 수밖에 없는데 다른 사이트와 헷갈릴 때가 많아 고생을 한다.”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몰라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자칭 디지털노마드족인 대학생 김모(23)씨는 하루에 즐겨찾기하는 사이트만 어림잡아 30여개다. 이들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만 6개, 패스워드만 5개 정도라 헷갈릴 때가 많다. 김씨는 아이디는 잘 기억하는 반면 패스워드를 매번 잊어 버려 미로찾기를 하곤 한다. 헷갈리지 않도록 10여개 사이트에 동일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가입한 윤모(30)씨는 최근 자신의 이메일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알고 보니 3년간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윤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여러 사이트를 이용해 왔던 것이다. 그는 뒤늦게 비밀번호를 바꿔야 했다. ●잊지 않으려 비밀번호 습관적으로 암송 회사원 김모(27·여)씨는 인터넷 뱅킹을 위해 받아 놓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매번 잊어 버린다. 그래서 거의 매 분기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나서 은행에 간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예전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꼭 새로운 비밀번호를 설정하라고 한다. 그는 “새 비밀번호를 만드니까 또다시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만 한다.”고 머리를 싸맸다. 자영업자 한모(38)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뒤늦게 가입하려니 외우기 쉬운 단어는 모두 있어 어렵게 만들다 보니 자주 잊어 버린다.”면서 “비밀번호 또한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가끔씩 비밀번호로 만든 군번, 학번 등이 머릿속을 맴돈다.”고 전했다.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 관계자는 “아이디·패스워드를 잊어 버려 웹상에서 확인하는 건수는 하루에 보조이메일 2000∼3000건, 휴대전화 인증 5000∼6000건, 신분증 사본 전송 50여건, 전화문의 100여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다 빨리 개인정보를 기억해낼 수 있도록 꾸준히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정보 보호가 가장 중요한 만큼 보안과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기능을 개발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사이버상에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자신을 나타내는데 사이트간 통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이 복합정체성을 가지게 됐다.”면서 “현대인은 사이버 세계의 일로 현실 세계에서도 동시에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이중고에 놓여 있다. 이에 대처하는 능력은 사용자 스스로 능동적으로 터득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어린 소년·소녀의 부모가 법정에 선 내막은

    “당신 아들이 나이 어린 우리 딸에게 키스한 값을 주세요.” 중국 대륙에 나이 어린 소년와 소녀가 첫키스하는 장면을 본 딸의 어머니가 소년의 아버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건의 장본인은 중국 동중부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6년생인 링링(玲玲·12·여)양.아리잠직한 모색의 그녀는 170㎝에 가까운 큰 키에 쭉 빠진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까닭에 나이보다 성숙해 여고생으로 착각할 정도다. 16일 금릉만보(金陵晩報)에 따르면 링링양의 어머니 팡(方)모씨는 성(性)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딸이 첫키스를 빼앗겼다며 상대 남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나이에 비해 조숙한 링링양은 비록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예쁘고 늘씬한 덕분에 주위 남학생들 사이에 ‘퀸카’로 통했다. 남학생들 사이에 너무 인기가 높다보니 주위의 여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된 그녀는 자연히 남학생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많았다.링링양의 어머니도 딸이 남학생과 어울려 노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말리지도 않았다. 그러던중 지난해 11월말 어느날.팡씨는 깜짝 놀랄 장면을 목격했다.다른 날에 비해 회사일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별 생각없이 딸의 방문을 열어젖혔다.그때 딸이 어떤 남학생과 서로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특히 딸의 얼굴은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옷도 반쯤 벗겨진 상태였다. 당황하고 황당했던 팡씨는 한동안 할말을 잃고 우두망찰할 수밖에 없었다.얼마 뒤 정신을 수습한 그녀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어린 것들이 뭐하고 있느냐?”라며 큰소리를 지르자,딸을 놀라 울면서 집을 뛰쳐 나갔다.남학생도 너무 겁이 난 나머지 소리 없이 얼른 도망쳤다. 팡씨는 한참 뒤 집으로 돌아온 링링을 붙들고 저간의 사정에 대해 옴니암니 캐물었다.그 결과 남학생은 중학교 2년생인 뉴강(牛剛·14)군이며 6개월 전부터 그녀와 사귀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분노한 팡씨는 즉각 뉴군으로부터 아버지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통화를 했다.그녀는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자 뉴군의 아버지가 자식의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하지만 팡씨는 당신의 아들이 순진한 딸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혔으므로 사과로는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에 뉴군의 아버지도 아들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당신의 딸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사과했으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대거리했다. 팡씨는 뉴군이 싫다는 링링에게 강제로 한 만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뉴군의 아버지는 링링양이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와 함께 있다가 갔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강압적으로 했다기보다 어느 정도 묵인하에 이뤄졌을 것이라며 사과 이상은 할 수 없다고 버텼다. 뉴군의 아버지와는 도저히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 팡씨는 결국 법에 호소하기로 하고 법조인과 상담을 했다.이에 따라 그녀는 정신적 피해와 명예훼손에 대한 대가인 ‘첫키스비’로 5000위안(약 60만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사회·교육 대정부질문 공방

    사회·교육 대정부질문 공방

    여야는 11일 국회 교육·사회·문화부문 대정부 질문을 갖고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3불 정책과 국민연금법 개정 재추진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은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기여입학·본고사·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3불 정책이 실패한 만큼 폐지 또는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은 “3불 정책이 엄연히 존속하고 있음에도 공교육은 죽어가고 사교육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3불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모임의 노웅래 의원도 “정부의 입시정책 따로, 대학 선발제도 따로는 한참 잘못된 제도”라며 “대학 측이 요구하는 학생선발 자율권을 3불 정책의 기조 하에서 수용할 여지는 없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지병문 의원은 “3불 정책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서울대가 국립대의 본분을 망각하고 3불 정책 폐지를 주장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같은 당 정봉주 의원도 “3불 정책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축적된 제도”라며 “한나라당이 참여정부의 실패한 정책인양 호도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대학에 학생선발의 자율권이 있지만 고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방해할 권리는 없다.”며 “대학의 난데없는 주장에 정부도 당황스럽다.”고 답했다. 국민연금법 개정 재추진에 대해서도 공방은 치열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점에서 입장을 같이하지만 한나라당이 기초연금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양당 이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조 의원은 “국민연금법을 부결시킨 한나라당과 일부 정당들의 책임도 있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해 거부권을 운운하는 정부도 옳지 않다.”고 양비론을 폈다. 이어 이 의원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은 재원의 구조와 성격이 다른 만큼 거부권 행사 없이 국민연금법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기초연금만이 장애인, 노인, 가정주부 등 사각지대를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며 기초연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깔깔깔]

    ●똑똑한 하인? 한 부자 주인이 새로 들어온 하인에게 물었다. “내가 준 중요한 편지를 부쳤나?” “물론이죠.” 하인이 대답했다. “그런데 우표 사라고 준 돈을 도로 가져왔으니 어떻게 된 일인가?”그러자 하인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돈을 쓸 필요가 없었어요. 아무도 안볼 때 편지를 우체통에 살짝 넣었죠 뭐.”●과잉친절 신입사원이 문서 절단기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도와줄까?” 선배가 물었다. “네.” 신입사원이 대답했다. “이 기계는 어떻게 작동하는 거죠?” “간단해.” 라고 말하고 선배는 신입사원의 손에 있는 서류뭉치를 가져다 절단기에 넣었다. 그리고 신입사원이 물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복사된 서류는 어디로 나오나요?”
  • [길섶에서] 착한 청년들/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후배들을 만날 땐 종종 대학가를 찾는다. 음식값이 싼데다 젊은 활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 날도 대학 근처에서 약속이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바람에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서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뛰어 오더니 같은 또래의 청년에게로 다가선다. 두툼한 지갑을 들고 있다. 젊은이는 숨도 고르기 전에 사과부터 한다.“저기요. 죄송한 일이…. 돌려 드리려면 신분을 알아야 하겠기에 지갑을…. 다른 건 이상없을 겁니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말까지 더듬는다. 더 당황한 이쪽 청년이 손사래를 친다.“당연하지요. 정말 고맙습니다.” 청년이 지갑을 주웠는데, 연락을 위해 열어본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저 식사라도 같이….” “아닙니다. 약속이 있어서….” 지갑을 돌려준 청년이 후련하다는 듯 뛰어간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얼마 전 이 코너에 예의 없는 젊은이들 이야기를 쓴 게 미안해진다. 착하고 성실한 청년들이 훨씬 더 많은 세상이거늘….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 ‘홍업 출마’ 반기 든 호남시민단체

    6일 낮 12시쯤 전주 전북대 정문앞이 아수라장이 됐다. 특강을 마치고 나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승용차를 30여명의 시위대가 기습적으로 막아서자, 주위의 전경들이 강제로 해산에 나선 것이다.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소속 시위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 김홍업씨 국회의원 출마를 반대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전경들의 ‘신속한 조치’로 현장은 금세 정리됐지만, 이날 DJ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자신의 정치역정 내내 호남은 누구보다 강력한 ‘서포터스’였기 때문이다. 광주YMCA 김호림 기획조정실장은 “DJ가 호남에서 곤욕을 치른 건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DJ의 차남 홍업씨가 4·25 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공천을 받았을 때만 해도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정치인들은 DJ를 의식, 감히 홍업씨의 처신을 비판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뜻있는’ 호남 시민들이 들고일어나면서 간단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62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5일 ‘김홍업 출마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신대운)’를 구성, 본격적인 낙천·낙선운동에 나섰다. 신대운 위원장은 “부정을 저지른 사람을 민주당이 공천한 것은 호남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며 공천 철회와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곧 서울 동교동 DJ 자택을 방문,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4일에는 문병란 전 조선대 교수, 일연 스님 등 지역 원로들이 ‘지역자존지키기 100인 선언’을 통해 “DJ가 권력형 범죄를 저지른 둘째 아들의 출마를 자제시키기는커녕 명예회복을 위해 열심히 뛰라고 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비판적인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광주 무등일보가 지난달 31일 무안·신안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홍업씨는 20.0%의 지지율로 무소속 이재현 전 무안군수(24.2%)에 이어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기류가 선거 결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재·보선의 경우 투표율이 낮아 조직표를 앞세운 홍업씨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민주당 관계자는 “홍업씨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라며 “공천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광주YMCA 김호림 실장은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정의를 실천해온 호남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심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결의를 굽히지 않았다.●“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가능성” 한편 이날 전북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강을 통해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장관급 회담이 열려야 하고, 나아가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4자의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망’이란 주제의 특강에서 “2007년은 6·15 정상회담에 이은 제2차 해빙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쥐라기공원’ 현실화?

    강원 양양의 도로부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7000년 전 수생식물의 구형뿌리에서 싹이 돋아난 것으로 보고돼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물학자들은 “신석기시대 식물이라면 영화 ‘쥐라기공원´이 현실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세계적 사건”이라면서도 “하지만 과연 신석기시대 것인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맥문화재연구원은 “지난 2월28일 지하 4.6m 지점의 회청색 사질점토층(뻘층)에서 지름 2㎝ 안팎의 구형뿌리 3개를 가진 수생식물을 수습했다.”면서 “이 수생식물을 상온에서 증류수에 담아 놓았더니 뿌리마다 2개씩 싹이 났다.”고 4일 밝혔다. 예맥연구원은 “같은 층에서 함께 출토된 토기조각 등으로 살펴볼 때 수생식물이 나온 뻘층은 지금으로부터 7000년 전쯤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양양 여운포와 송전 사이의 도로 개설을 앞두고 2006년 12월18일부터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장은 1981년부터 1987년까지 6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사적 제394호 양양 오산리 신석기시대 유적의 길 건너편이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는 종자는 환경 등의 이유로 휴면상태에 들어갔다가 싹을 틔우는 사례는 있다.”면서 “2000년 전의 연꽃씨에서 싹이 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구형뿌리가 7000년 동안 썩지 않고 조직이 살아 있었다는 것은 불가사의”라고 설명했다. 현 소장은 이 수생식물을 연못이나 늪지에 살면서 여름에 이삭모양의 꽃이 피고 녹색 열매를 맺는 한반도 자생식물인 매자기로 추정했다. 이 수생식물에 대한 분석을 의뢰받은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박태식 박사도 “휴면상태에서 깨어난 것으로 이해하기 힘든 신기한 일이지만 사실이라면 해외토픽감이며, 외부에서 섞여 들어갔는지 등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연우 예맥문화재연구소장은 “구형뿌리가 나온 지점은 1.5m의 흙이 덮여 있는 옛날 지표에서도 3.1m나 더 들어간 곳이며, 뻘층도 1.2m나 쌓여 있을 만큼 매우 안정되어 있다.”며 토층이 최근에 교란됐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 원장은 “이 뿌리는 지난달 16일 열린 발굴설명회장에서도 뿌리 형태로만 공개됐던 것으로, 우리도 발아한 것은 이틀 전에야 알았다.”면서 “선사시대 유적에서 나온 씨앗 등이 자연발아된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형뿌리에서 싹이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생활의 지혜] 그릇이 서로 안떨어질 때

    [생활의 지혜] 그릇이 서로 안떨어질 때

    그릇과 그릇을 겹쳐서 놓았을 때 속에 든 그릇이 빠지지 않는 수가 있다. 이럴 때 당황해서 따뜻한 물 속에 집어 넣으면 안 된다. 두 그릇이 팽창해서 오히려 더 꽉 조여지기 때문에 이럴 때는 속에 든 그릇에는 찬물을 넣고 바깥쪽의 그릇은 따뜻한 물에 담그면 된다.
  • ‘어둠의 자식들’

    경기도 가평군 모 중학교 교내에서 남학생들이 같은 반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 성폭행 사건이 학교 밖 야산 등에서 발생했던 것과 달리 학교 내에서 그것도 학생들이 하교하지 않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범행도 3년간 같은 반을 다닌 여학생을 남학생 6명이 2개월여 동안 상습적으로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4명을 구속했다. A(14·중3)군 등 6명은 지난 2월 초 같은 반 B(14)양에게 “부모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고 속여 교내 병설유치원 놀이터로 유인해 성추행한 뒤 이를 약점 삼아 2개월여간 교내 샤워실 무용실 화장실 등에서 6차례나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았다.A군 등의 폭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B양이 최근 담임교사와 부모에게 털어놓은 뒤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모두 검거됐다.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조사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 오히려 당황했으며, 성인문화를 소개하는 동영상 등을 보고 흉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교장은 “3∼4년 동안 학내 폭력이 단 한 건도 없었는데 교내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해 학교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가평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노대통령 “이라크파병 최선의 선택”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쿠웨이트 주둔 다이만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결정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최선의 판단”이라고 규정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선택이 역사적으로 결코 비난받거나 잘못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사바 알 아흐메드 쿠웨이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를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특히 한국이 쿠웨이트의 주요 에너지 자원 수입국이란 점을 중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비롯해 에너지 분야에서 장기적 협력의 틀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상호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쿠웨이트를 국빈방문한 노 대통령은 공항 환영행사를 마친 직후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공군 수송부대인 다이만부대를 방문했다.노 대통령이 해외파병 주둔부대를 방문한 것은 2004년 12월 이라크 아르빌 주둔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이후 두 번째. 노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전쟁에 대해 많은 찬반 논란이 있고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서도 많은 찬반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여러분이 군인의 신분으로 파병된 이상 여러분의 일은 국가의 결정을 따른 일인 만큼 자부심과 보람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뒷날 어떤 역사적 평가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그 시기의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이 책임을 질 일”이라면서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오찬이 끝난 뒤 부대에서 마련한 대형 브로마이드에 “장병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여러분의 땀은 국가발전의 밑거름입니다.”라고 서명했다.1시간30여분 동안의 방문을 마친 노 대통령 일행이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부대원들이 애국가를 제창했다.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당황하면서도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여 장내가 숙연해졌다. 앞서 노 대통령은 2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알파이잘리아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살려면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며 대북 지원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BDA 이렇게 얽혔다

    BDA 이렇게 얽혔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웃을 수도 없고 화낼 수도 없었다.’는 북한 자금 해결의 불발 과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난 19일 6자회담 대표들이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모일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인 북한 자금 2500만달러는 사실상 이미 해결된 상태. 우선 대표들은 첫날 5개 실무그룹의 회의 결과를 종합 청취했다. 이후 중국은행을 통해 북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이를 중국 외교부를 통해 중국은행에 통보했다. 중국은행은 중국의 외환은행 격이므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는 이날 밤 기자들에게 “북측이 BDA 문제가 해결됐다고 인식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긴 줄 알지 못했다. 중국은행이 ‘송금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푸대접 받은 추이톈카이 이튿날 20일 중국 외교부의 추이톈카이(崔天凱) 부장 조리가 직접 중국은행 본점을 찾는다. 이때 추이톈카이를 맞은 건 중국은행 부행장 가운데 최말직인 여성 부행장. 추이톈카이는 당황했다. 관행대로라면 중국은행의 1인자가 나와 맞아야 정상. 추이톈카이가 화가 나서 돌아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네 같으면 할 수 있겠나” 이에 21일 우다웨이 부부장이 직접 중국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한 해명을 요구한다. 중국은행측은 관련 부행장을 댜오위타이에 파견하고, 중국 외교부는 긴급 통행증을 발급했다. 부행장은 각국 수석대표를 각각 만났다. 부행장은 여기서 ‘실명제’를 비롯한 몇 가지 주요 외환관리 규정을 거론하면서 “당신네 나라 같으면 이같은 상황에서 돈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에 우다웨이 부부장은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평화교섭본부장에게 북한 개성에 진출한 우리은행을 통해 송금하는 방법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천 본부장은 난색을 표했다. ●최대 걸림돌,‘중국은행 주주총회’ 그럼에도 중국 외교부는 목요일인 22일까지 중국은행측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 중국은행의 주주총회 때문이었다. 추이톈카이 부장조리가 본점을 방문했을 때 최말직 여성부행장이 나온 것도, 중국은행 최고위직들이 주주 접대 등 각종 모임에 총출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의 해프닝은 이날 오후에 벌어졌다. 오후 5시30분 중국은행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기자들은 BDA 문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은행은 전년도 수익률과 주주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들은 혼돈에 빠졌다. ●최대 수혜자는 중국은행? 기자회견장에서 중국은행은 2006년도 수익률이 전년보다 65%나 올랐다고 발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은행은 2006년도 ‘실명제’라는 국제 규칙을 본격 시행했다. 때문에 이번 주주총회를 국제적 금융기관으로 인정받는 계기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BDA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중국은행을 수혜자로 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향후 중국은행의 BDA 인수가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마카오 정부는 미국의 BDA 제재 이후 13억마카오달러를 투입해 은행을 구제하려 했다가 미국이 “마카오에 진출한 미국의 도박회사를 철수시키겠다.”는 엄포에 3억마카오달러만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jj@seoul.co.kr
  • “대회준비 3개월만에 우승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

    “다른 선수들이 1∼2년 준비해온 대회를 3개월 준비한 제가 우승해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18·경기고)은 역전 드라마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내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성적이 나와 기쁘다.”며 “다른 선수와 맞춰 가다가 200m 턴을 한 뒤 스퍼트하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졌다. 해켓이 초반에 너무 앞서가 당황했지만 따라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이날 동메달에 그친 장거리 세계 최강자 그랜트 해켓(호주)을 우상으로 여겨왔다.“해켓과 함께 경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우승까지 해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해켓이 지나가다 등을 두번이나 두드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네가 최고’란 뜻이었다. 박태환은 1년 4개월이 남은 베이징올림픽까지 지구력과 스피드만 보완하면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도 유력하다.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 3관왕을 거머쥔 박태환은 체중이 8㎏이나 빠지는 등 기력이 소진해 한달 이상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1월 초에야 훈련을 재개한 박태환이 3개월 남짓 훈련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1989년 9월27일 태어난 박태환은 5살 때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수영과 인연을 맺었다. 물을 타는 능력이나 킥, 기술을 익히는 능력이 또래보다 뛰어나 7살 때부터 본격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해군참모총장배대회에서 세운 초등부 400m 기록(4분22초)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대청중 3학년 때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예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듬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9초70으로 ‘1분50초 벽’을 뚫었다.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 1500m에서는 14분55초03을 기록, 아시아선수로는 처음 15분 벽을 깨뜨렸는데 세계적으로도 18명에 불과하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고려대 로드‘쇼’

    고려대 로드‘쇼’

    고려대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준다는 명분으로 과거 합격생들의 ‘수능 합격 안정권 점수’를 공개하면서 ‘깜짝 쇼’를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오후 경기 용인시 모현면 왕산리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 체육관.450여명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의 말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고려대가 일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마련한 입시설명회로,22일 서울 불암고에 이어 두번째다. ●“정확한 정보 준다” 고교 순회 학생과 교사들은 전날 불암고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고대 수능 합격 안정권 점수’를 공개했다는 소식에 고무돼 있었다. 대학이 직접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할까 궁금해했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공개한다던 자료가 사실상 ‘보여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설명회 1시간 동안 ‘합격 안정권 수능점수’를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공개한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들은 화면에 갑작스럽게 나온 점수를 적느라 당황스러워했다. 그나마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도 못하게 막았다. ●겉핥기 공개에 수험생들 당황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자료는 지난달 말 이미 공개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적지 못한 학생들은 “이왕 공개하려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나 문서를 통해 공개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공개한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라고만 해명했다. 고려대의 이런 태도에 교육계도 황당해하고 있다. 지금 점수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고, 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공개한 자료 자체도 검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설명회에서 공개한 자료가 “수험생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는 고려대의 말과는 달리 학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의 한 원로 교수는 “올해부터 수능에 등급제가 도입되는데 점수 공개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공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점수 차이를 공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학교 차이만 공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고려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K입시학원 관계자는 “고려대가 공개한 점수가 객관성을 얻으려면 경쟁 대학인 서울대나 연세대 등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해야 하는데 고려대 점수만으로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입시 관계자는 “고려대의 발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고려대가 공개한 자료는 2005∼2007학년도 30여개 모집단위별로 정시모집에서 2차까지 합격한 학생들의 상위 75% 점수다. 김재천 강아연 이재연기자 patrick@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어떻게 좀 안되겠니? 아동·여성 품는 배려

    최근 영화 ‘그놈 목소리’를 두고 모방범죄 논란이 일었다. 유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자 했던 작품의 의도와 다르게 일어난 사건으로 제작진은 물론 일반 관객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이렇듯 부작용은 뜻하지 않게 발생한다. 교통사고 무서워 자동차를 없앨 수 없는 것처럼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표현에 있어서 금기가 사라진 시대, 영화 제작자들은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여성이나 어린이 등과 같은 ‘마이너리티’를 다룰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의 몇몇 장면은 눈에 거슬린다. ●아이들 보는 데서는 찬물도 못먹는다는데… 강도 높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 ‘수’에서 가장 무서운 대목을 꼽으라면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 아이가 ‘연장’을 사용하는 장면이다. 주인공 태수가 생선회 접시를 나르는 한 아이의 뒤를 밟는다. 잠시 후 심부름을 끝내고 나오는 아이의 손에 날이 하얗게 선 칼이 쥐어져 있다. 이윽고 아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태수의 다리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잠시 후 다른 아이와 함께 얼음을 찍듯 칼로 태수의 어깨를 찍어 내린다. 태수와 대립하는 구양원의 악랄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상 굳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이런 장면은 당황스럽고 가슴 아프다. 물론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상에서 해적판이 나돌고 있는 판에 이런 짧은 장면 하나가 청소년들에게 끼칠 해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흘린 눈물이 용서라면 용서할 수 없다! 여성이 관객층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대다수 한국 영화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바탕에 깔고 있다. 남성들의 사랑, 우정, 효심을 위해서 여성들의 권익은 항상 침해당해왔고 그것이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지면 별 문제 없이 좋은 영화로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뷰티풀 선데이’에서는 자신을 강간한 남자인 줄도 모르고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는 비극적인 여자 수연이 나온다. 남편 민우의 비밀을 알게 된 수연이 그를 향해 증오와 분노를 쏟아냈다. 당연했다. 그러면서도 순간 조마조마했다. 혹시 민우를 용서하면 어쩌나. 저렇게 불쌍한 얼굴을 하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싹싹 비는데 말이다. 결국 그 ‘지독한 사랑’에 의해 꺾이고 말지만 가차없이 돌아선 그녀가 대견했다. 하지만 혼수상태의 수연이 마지막에 떨구는 한줄기 눈물을 보자 도통 헷갈리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밝힌 ‘뷰티풀 선데이’의 의미를 보면 그런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사랑이 용서받는 날’이라니. 그렇다면 그녀의 눈물이 의미하는 것은 용서란 말인가. 사랑의 비극적 종말에 아쉬워하는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기 위한 타협이 다소 실망스럽다. 어떤 식으로든 한 사람의 감정·인생을 짓밟고 선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아동과 여성을 좀 더 배려할 수는 없을까.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손학규 탈당 유권자 시선 끌어 지지율 상승효과

    손학규 탈당 유권자 시선 끌어 지지율 상승효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 다음날인 20일 택시를 탄 김에 기사의 의중을 살폈다.“명분도 없는 탈당을 왜 하나.”라거나 “차라리 잘 나왔다.”는 정도의 대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 사람에 대해 잘 몰라서 관심이 없다.”는 게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기사의 의견이었다. 이후 음식점 종업원 등 몇몇 시민들 반응도 떠봤는데, 생각보다 손 전 지사의 인지도가 낮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정치권은 온통 ‘손학규 탈당’으로 뜨거운데 정작 일반인들은 썰렁한 이런 반응이 손 전 지사의 탈당에서 파생한 궁금증들을 풀어줄 고리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제2의 이인제’가 될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 법한 손 전 지사가 왜 탈당을 감행했을까 하는 의문이 적합한가의 문제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1997년의 이인제’와 ‘2007년의 손학규’의 위상을 동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1997년 9월 탈당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인제씨는 23.3%의 지지율로 김대중(31.9%) 후보에 이어 2위를 구가하고 있었고, 이회창 후보는 17.1%로 처져있었다. 반면 손 전 지사의 탈당 직전 지지율은 5%대에 불과했다.40%대를 훌쩍 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벽’ 앞에서 손 전 지사에게는 그 무엇보다 ‘인지도 상승’이 절체절명의 과제였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22일 “사실 손 전 지사가 지난해 ‘민심대장정’을 돌 때 현장에 나타난 그를 몰라보는 국민이 많아 당황했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보면, 손 전 지사의 탈당 후 부정적 여론이 예상보다 거세지 않은 점, 그리고 오히려 탈당 후 그의 지지율이 1∼4%포인트 오른 수수께끼도 어느정도 풀어볼 수 있다.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의 ‘이벤트’는, 부정적 효과보다는 ‘인지도 상승’이라는 플러스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론조사기관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손 전 지사 지지율의 상승분 가운데 절반정도는 인지도 상승 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범여권 대선주자군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지지율이 기대보다 오르지 않아 고민 중이라는 소문도 들리는데, 사실은 인지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실제 서울신문 취재 결과 고향인 충청권에서조차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보면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올 초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해서 논란을 자초한 것도 인지도 상승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지적이 그럴 듯하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당돌한 신인’ 영화 ‘뷰티풀 선데이’ 출연 민지혜

    ‘당돌한 신인’ 영화 ‘뷰티풀 선데이’ 출연 민지혜

    자신을 강간한 남자인 줄도 모르고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는 비극적인 여자. 남편의 사랑과 뱃속의 아기로 행복했던 여자는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고 절망에 몸부림을 친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그날의 사건에서 겨우 빠져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그 악몽과 마주하게 되는 끔찍함이란. 애원하는 남편을 뿌리치고 떠났지만 결국 그 ‘지독한 사랑’에 의해 꺾이고 만다. 그녀의 이름은 수연. 영화 ‘뷰티풀 선데이’의 여주인공이다. 참 험악한 인생이라 신인 배우가 연기하기에는 녹록지 않았을 터. 하지만 이제 막 영화계 문턱을 넘은 민지혜(22)는 이러한 우려를 깔끔하게 떨쳐냈다. 남궁민·박용우 두 남자 배우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은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큼지막한 눈이 매력적인 청순 가련형의 외모는 비극적 운명을 사는 수연의 고통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몫했다. “처음엔 내가 너무 큰 옷을 입는 것이 아닌가 많이 걱정했어요. 여유가 없어서 너무 내 것만 챙기는 데 급급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연기는 호흡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정서적·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촬영에서 초짜의 여배우에게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 마지막 날,“아∼, 내가 ‘도망가지 않고 찍었구나. 너무 기특하다.’ 이렇게 스스로 칭찬했어요.”라며 웃는다. 현장은 연기는 물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훌륭한 배움터였다. 모든 스태프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챙기는 박용우를 보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잘린 돌계단 장면이 있어요. 그 한 컷을 위해서 스태프들이 정말 무지하게 고생했죠. 저는 그때 의자에 앉아서 그걸 보고 있었는데요, 감독님이 갑자기 절 보시더니 ‘저걸 보고 뭘 느끼니?’하시는데 저는 그때 아무 말도 못했어요.”당시의 미안함이 떠올랐는지 그 말 끝에 갑자기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당황한 기자에게 원래 눈물이 많아 별명이 “울순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 장점(?)은 울부짖는 장면이 특히 많은 수연 역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됐다. 아직은 예뻐 보이고 싶은 나이. 집을 나온 뒤 민우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수연의 눈이 너무 퉁퉁 부어 있었다며 약간 속상한 눈치다. 하지만 이내 “연기를 잘하면 예뻐 보이고 예뻐해 주시더라고요. 또 예쁜 눈물은 감동을 못준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라고 속 깊은 소리도 한다. 17살 때 웨딩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연예계에 입문한 계기는 ‘길거리 캐스팅’. 너무 흔한 이야기 아니냐고 했더니 “눈이 정말 나빠서 뱅글뱅글 도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녔어요.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렌즈를 끼고 나간 날, 일이 난 거죠.(웃음)”라며 큰 눈을 더 크게 뜬다. ‘웃는 모습이 맘에 든다.’며 당시 여성 매니저가 건넨 명함이 어렸을 때부터 남몰래 간직해온 연기자에 대한 꿈에 불을 지폈던 것이다. “막상 촬영을 하러 나서면 떨리지만 끝낸 뒤 오는 그 짜릿함에 중독됐어요.”라는 그녀의 취미는 영화·드라마 대본 다운받기. 언젠가 ‘봉달희’처럼 타이틀롤을 맡아서 연기해 보고 싶다는 그녀는 매일 밤 그런 꿈을 꾼다고. 샘 많고 욕심 많은 나이에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신문은 제목장사다?/전혜영 고려대 국문과 4년

    21세기는 정보화시대다. 정보화시대에서 정보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힘을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남보다 많은 정보를 가져야만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수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정보의 첨병인 종이매체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대중들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의 경우 종이신문보다 인터넷신문을 통해 접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종합포털사이트의 메인화면에는 다양한 분야의 뉴스가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 대중들은 이러한 뉴스를 통해 그날그날의 화제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쉼없이 업데이트되는 뉴스들 중에서 대중들의 클릭 세례를 받는 뉴스는 소위 ‘섹시’한 제목이 달린 뉴스다. 이 때문에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기사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을 달아놓는 경우도 종종 있어 누리꾼들 사이에는 ‘낚시(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의 오르가즘’ 등의 제목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던 한겨레21 전 편집장인 고경태씨가 “신문은 제목장사다.”라고 말한 것처럼 제목은 기사의 가독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최근에는 신문의 제목만을 읽는 ‘제목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자 서울신문 1면 톱기사의 제목은 ‘교육비, 거침없는 하이킥’이었다. 최근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원용한 제목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물가상승률과 교육비 상승률을 비교했을 때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기사의 주제가 제목에 잘 드러나 의미 전달 측면에서도 좋았던 제목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16일자 7면의 ‘제2의 그놈 목소리에 당했다’도 역시 눈에 띄었다.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을 다룬 기사로 영화 ‘그놈 목소리’의 포스터와 같은 글씨체를 사용해 단숨에 기사를 읽어내려 가도록 만든 제목이었다. 같은 날 4면의 “정형근 ‘’”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정형근 의원의 조심스러운 행보를 표현하기에 알맞았다. 반면에 아쉬움이 남는 제목들도 눈에 띈다.12일자 24면 ‘대선후보군 중 왕사주 가진 이 1∼2명 있다’는 얼핏 역술과 관련한 전면광고로 보일 여지가 있는 제목이다. 국회의원에서 역술가로 변신한 인물의 삶과 가치관에 대한 전체 인터뷰 내용과 제목의 연관성이 부족해 기사 자체가 대선을 의식하고 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14일자 1면의 “재소자, 철학강의 30분만에 ‘저기요’”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제목이다. 전체 기사 내용은 클레멘트코스의 일환인 교도소 재소자 철학강의에서 서먹했던 수업분위기가 30분만에 질문을 할 만큼 좋아졌다는 것인데 제목을 보면 ‘저기요’라는 말에서 망설임이 묻어나 재소자들이 철학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곁들인 삽화 역시 강단에 인문학이라는 말이 쓰여 있고 재소자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그려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같은 날 16면 ‘영역파괴 디지털제품, 봇물’과 20면의 ‘UCC업계 참여형 홍보 이벤트 봇물’은 말 그대로 ‘봇물’이 반복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획에 따라 각 면이 제각각이라 하더라도 ‘서울신문’이라는 제호 아래 편집의 일관성을 지키는 게 신문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측면에서 같은 날짜의 신문 제목에 같은 관용구가 반복되는 것은 성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목은 독자에게 기사를 찾아가게 하는 나침반과 같다. 독자는 제목을 통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기사를 찾고 정보를 취사선택하게 된다. 정확하고 눈에 띄는 ‘명품헤드라인’으로 독자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서울신문이 되길 바란다. 전혜영 고려대 국문과 4년
  • [길섶에서] 망각에서 꺼낸 친구/육철수 논설위원

    초등학교 친구 L은 어릴 때 옆 동네에 살았다. 키가 크고 눈이 왕방울만했다. 말 없고 수줍음을 잘 타는 순둥이였다. 생일이 빨라 출석번호는 늘 1번이었다. L은 중학교에 가서도, 내가 다른 학교로 전학할 때까지 1년 반 동안 같이 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36년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고등학교·대학·군대·취직·결혼·육아로 이어지면서 사는 게 바빠서였는지, 그를 특별히 떠올릴 일은 한 번도 없었다.L이 나의 망각 속에서 나온 것은 며칠전이었다. 중학교 때 그와 친했다는 J 덕분이었다. 은행 지점장인 J는 가끔 만나는 편인데, 그날 따라 불쑥 “L을 잘 아느냐? 너하고 같은 초등학교 다녔을 텐데.”라고 했다. 순간,L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당황했다.J는 L의 생김새를 들려주었다.30초쯤 흘렀을까. 그제서야 기억의 실타래가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기업체 임원이 됐다는 L과 전화통화도 이루어졌다. 조만간 만나 소주도 한잔 하기로 했다. 하마터면 소중한 친구 하나를 망각 속에 영영 묻어둘 뻔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연예인 모델 촬영하기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연예인 모델 촬영하기

    패션 사진가는 연예인과의 작업이 많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연예인과의 촬영을 경험하였다. 누군가 포토그래퍼와 모델은 최소한 촬영의 순간만큼은 연인이어야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예인과의 촬영 때마다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낯섦이었다. 유독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좀처럼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딴세상 사람들’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거듭되어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패션 사진가로서는 치명적인 단점 중의 하나인 줄은 잘 알면서도 고칠 수 가 없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안녕하세요’로 시작된 촬영은 기어코 ‘안녕히 가세요’로 끝이 나곤 했다. 김혜수. 그녀와의 만남이 이번으로 두 번째였던가. 첫번째의 만남도 예의 ‘안녕히 가세요’로 끝났던 걸로 기억된다. 포즈의 주문을 제외하곤 단 한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았던, 과연 그녀는 기억이나 할까? 역시 촬영은 어김없이 ‘안녕하세요’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미건조한 필자의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감정을 끌어내며 먼저 다가와주었다.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다소 버거웠던 그녀의 적극적인 감정표현에 당황했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촬영을 마친 후 필자와 그녀는 다시 ‘안녕히 가세요’로 촬영의 종지부를 찍었다. 더없이 친해져야 하지만 결코 쉽게 다가서지지 않는, 혹여 먼저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필자와 연예인들과의 관계는 지금도 이렇게 평행선을 긋고 있다. 사진은 매우 정적인 포즈의 모델에게서 미묘한 감정의 표현이 이루어지기를 바랐고, 그녀는 모든 의도를 이해한다는 듯이 머릿속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해 주었다. 그녀의 표정과 몸의 디테일이 풍부한 톤으로 표현되어지길 원했고, 조명에 뷰티 디스크와 디퓨저를 사용해 적당하고 부드러운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냄으로써 만족할 만한 걸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배우 김혜수는 필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가장 근접한 문화적 경험을 한 배우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녀에게 관심이 간다. 어느덧 중견 배우가 되어버린 그녀를 보며 발랄하고 상큼한 어린 배우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무게감을 느낀다. 언젠가 동료 사진가가 촬영한 배우 고두심과 김수미의 사진들을 보고 사진에서 표현되어지는 그녀들의 연륜과 깊이감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이 배우 김혜수로서 그녀의 십년 혹은 이십년 후의 모습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사진작가
  • [길섶에서] 한 우물/황성기 논설위원

    고교 선배와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화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다 직업에 관한 얘기로 옮아갔다. 언론인 출신인 선배는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전업한 상태다. 그에겐 세번째 직업이다. 기자의 달라진 사회적 위상이나 기자생활의 애환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다가 이 선배, 함께 간 회사 후배에게 대뜸 이러질 않는가.“기자는 6∼7년쯤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막내 꼬리를 떼고 만 3년을 지나 회사에서 일 잘한다며 한창 귀여움을 받는 후배에게 말이다. 그렇다면 3∼4년 뒤에는 직업을 바꾸라는 것인데, 내심 당황스럽다. 선배의 말인즉슨 상당수 직업인들이 경험을 쌓고 직업을 바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풍요롭게 사는 게 요즘 현실이니 평생 한 직업만 고집할 게 아니란다. 말이야 맞다. 세상이 변하긴 했다는 정도는 알지만 선배 말은 살을 째듯 아프다.“한우물을 파라.”어른이 되어서까지 귀에 못박히도록 듣지 않았는가. 어른들 말씀을 꼭 실천했다기보다는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살았다.20년 넘게 한 우물 팠어도 물은 나오지 않으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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