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 두는 행정부… 분통 터진 입법부
“망둥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더니….”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19일 격한 말을 쏟아냈다. 당 고위정책회의에서다. “대통령의 국회 불신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장관들도 덩달아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 재정 잇단 ‘도발’에 민주 발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윤 장관은 지난 18일 한 심포지엄에서 “입법부가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윤 장관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데,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뜬금없는 소리’라며 어처구니 없어 하더라.”고 전했다.
윤 장관의 ‘국회 때리기’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한 강연회에서 “국회가 ‘깽판’이라 세제 혜택을 못 주고 있다. 국회가 저 모양이라 민생법안 처리가 안 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선거는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파장이 일자 윤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국무위원으로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바라는 충정에서 한 발언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의원들의 자존심이 상했다면 유감”이라고 무마를 시도했다.
윤 장관의 잇따른 ‘도발’에 원 원내대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날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원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가 경제 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 “장관이 이러니, 기획재정부도 삼권분립을 무시한 처사를 자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율 조정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국회의 고유권한으로, 국회에서 법이 바뀌지도 않았는데 행정부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윤 장관의 ‘과속’을 질책했다. 원 대표는 “‘충분한 당정협의를 거쳤으니까 문제없다.’는 해명이 더 걸작”이라면서 “게다가 국회를 타이르기까지 했으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이라며 혀를 찼다.
●정부-여당도 틈새 벌어져
야당과 정부 간 알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틈새는 정부·여당 간에도 발견된다. 윤 장관은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국민이 왜 172석을 줬는지 알아야 한다.”고 훈수를 둔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건방지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주요 당직자는 “정부가 입법을 완전히 여당과 국회에 미뤄 놓은 채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입법전 때 정부가 교원평가법을 국회로 가져오면서 ‘주요 법안’으로 분류해 왔는데 여당 의원들에게조차 법안 설명을 제대로 안 했더라.”고 전했다. “당시 주요 법안으로 강행 처리를 하려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에서조차 ‘이 법이 무슨 법이냐. 처음 봤다.’라는 의원이 상당수 나와 강행 처리 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행정부에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눈치만 보고 있다.”는 성토가 나온다. “총대야 여당이 메겠지만, 예전처럼 여야 의원들을 찾아 다니며 입법 취지를 설명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 입법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기회를 봐서 행정부에 본 때를 보여 주고 정신차리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교황 “콘돔반대” 발언 후폭풍
‘장자연 리스트’에 언론사 대표·금융계 회장 포함
’사랑의 곳간’ 푸드뱅크, 바닥이 보인다
한국계 등 여기자 둘,북한군에 억류
춘정에 취한 얼룩말 밤낮없이 ‘러브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