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의 길」 이영희 전여의도연구소장 신문로포럼 강연
◎“내각제는 지역할거주의 고착 위험 높다”/야권도 당리당략 떠나 개혁에 동참해야/현정부 내년 총선서 패배땐 과거청산 무산 우려
신문로포럼은 22일 상오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제26회 월례조찬회를 개최했다.이날 모임에서 이영희 전여의도연구소장이 「구시대 청산과 새 정치의 길」이란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요약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더불어 전개되고 있는 구시대청산은 과거 정권이 저질러 온 부패비리를 척결하고,이들에 의해 훼손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이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새삼스럽고 뒤늦게 단죄하고 정리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며,그 진정한 목적은 앞으로의 나라발전을 위해 국가기강과 민족정기를 올바르게 확립하자는 데에 있다.우리는 후세들에게 「반민주적 권력은 결코 무사할 수 없고,부정과 부패는 누구도 용납받지 못한다」는 교훈을 가르쳐 줄 책임이 있다.지금,역사 바로잡는 과제를 대통령이 수행하고 있지만,그것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과제가 아니라 국민이 그 주체가 되어야할 과제다.대통령도 실은 국민의 요구와 여망을 수용하여 이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이번일은 좁은 정치현실적 차원이 아닌 보다 큰 역사적 차원과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하고,이 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적극 동참하고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김영삼 대통령은 소수그룹에 속한다.소수가 다수속에서 개혁을 하려고 하니 무척 힘이 들 것이다.힘이 부족한데도 김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가상한 일이 아닐수 없다.김대통령을 돕는 것은 바로 국민들이 자신을 돕는 일이다.
오늘의 정국에 있어서의 문제는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광범하게 있으나,이것이 구체적 힘으로 결집되어 나타나지 못하여 실제로 그 밑받침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또한 정치권도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기득권에 연연하여 오히려 이에 반발하거나 반대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지난 19일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단일안으로 특별법을 제정하게 된 것은 그나마 크게 다행한 일이다.앞으로도 여권의 기존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역사의 큰 흐름에 순응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즉 문민정부 창출에 협력하였듯이 향후 대통령의 개혁방침에 적극 협조하여 진정한 개혁동참세력임을 보여주고,또한 스스로 그렇게 변모해 가야한다.그렇지 못할 경우 그들은 결국 수구세력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며,새정치무대에 계속 나서야 할 명분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야당정치권도 이번 조치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 의미를 갖고,새정치를 향한 길을 앞당긴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이번 기회에 구시대정치의 폐습을 완전히 청산하는 데에 적극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그리하여 야당은 이제 만년 야당적 구태,퇴행적 지역할거주의,반민주적 보스정치 체질을 과감히 벗어나고 발상을 전환하여 새로운 개혁정치를 위한 주도세력 형성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역사는 단지 말이나 글로 바로 잡아지는 것이 아니며,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주체가 있고,이 주체가 향후 역사를 실제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질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현재 추진중인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아무리 훌륭하고 의미있다 하더라도 당면한 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무위로 돌아가며,결과적으로 더 혼란스러운 역사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따라서 다음 선거에서 쿠데타세력이 결코 승리해서는 안되며,부패하고 부정한 정치세력이 다시 힘을 갖게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에게 있어서 개혁은 지난 30여년간의 권위주의 통치하에 뿌리 깊게 누적되어온 부패구조를 청산하고,부당하게 형성되어온 기득권 구조를 시정해 나가는 것이다.지금 전개되고 있는 과거청산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이 개혁은 결코 쉽게 이루어낼 수 있는 성질이 아니며,그 승패는 궁극적으로 정치권 개혁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
새 정치란 새시대를 여는 정치,눈앞에 닥쳐 온 21세기를 향한 우리 정치의 미래상이라고 할 수 있다.이제 우리 정치는 명실상부한 민주정치,깨끗한 정치,경쟁력 있는 생산적 정치가 되어야 한다.새정치를 위해서는무엇보다도 먼저 3김에 의해 대표되어온 정치시대가 종식되어야 한다.3김이 퇴진해야만 그들을 뒤따라 다니던 사람들이 힘을 잃고 새정치의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는 헌법상의 대통령제를 훌륭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앞으로 우리의 정치도 법의 지배하에 놓이게 될 것이며,현행 대통령제도 헌법 취지에 따라 이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정치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내각제는 정치기득권 세력의 권력유지를 위한 방편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며,지금의 현실하에서는 부패한 금권정치를 되살아나게 하고 반시대적 지역할거 정치를 고착시킬 위험이 매우 크다.따라서 개혁적 차원에서도 이는 용납될 수 없고 경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