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齊平 臺灣 사회대 문교기금회 상무 亞州週刊 기고(해외논단)
◎中 국가기구 축소 등 근본개혁 필요
○등소평의 업적과 한계
스지핑(石齊平) 타이완사회대학 문교기금회 상무이사는 최근 야저우저우칸(亞洲週刊)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중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덩사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정책 실시로 일정 수준의 경쟁력과 국제적 위상을 높였으나,여전히 국영기업의 낙후한 경쟁력과 민간·정부간의 협력 부조화로 난관에 봉착했다”며 “21세기를 앞두고 중국총리에 오른 주룽지(朱鎔基)는 국가 기구의 간소화 및 국영기업의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개혁조치를 통해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다음은 그의 칼럼 요지.
주룽지는 지난 3월 중국 인민들의 강력한 지지와 기대를 받으며 21세기로 나아가는 중국의 총리직에 올랐다.주 총리는 취임 회견을 통해 시정강령(施政綱領)을 국내외에 천명했다.시정강령은 국영기업 및 금융개혁,국가기구 개편 등을 통해 연평균 성장률 8%,통화증가율 3%,런민삐(人民幣)의 평가절하불가 등을 3대 국정지표로 삼는 한편 ▲식량유통 ▲투자체계 ▲주방 ▲의료▲재정세무 등 5개 부문에 대해 개혁을 시행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국제 전문가들은 근래의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전궤(轉軌)’단계라고 규정한다.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조정(調整)·전환기라는 것.사실 중국 현대화과정은 ‘역궤(易軌)’·‘전궤’·‘접궤(接軌)’·‘병궤(倂軌)’단계를 포괄하고 있다.전궤는 그중 한 단계이다.1949년 중국에 공산당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은 거의 30년을 중앙 계획경제를 시행했다.그러나 78년말 덩사오핑은 시장경제 편입을 위한 대담한 개혁·개방정책을 내놓으며 정책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이는 역궤한 것으로 볼 수 있다.‘원궤(原軌)’는 가격통제와 공유재산제를 포함하는 계획경제이다.가격통제는 시장기능을 경색시키고 공유재산제는 인간의 노력동기를 봉쇄하는 탓에,두 요소는 경제를 말살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두 요소를 방기(放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가격통제를 없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고 개인의 노력을 부추기는 사유제를 허용해야 한다.이는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것이다.그래서 79년 이후는 계획경제의 요소가 점점 사라지고 시장경제 쪽으로 진입하는 조정과정의 ‘전궤’ 단계이다.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은 전궤 단계를 거치며 생산력이 제고돼 국제경쟁력을 키웠을 뿐 아니라,국제적 위상도 높였다.그러나 계획경제의 틀을 깨지 못한 국영기업들은 극심한 경쟁압력을 받아 더욱 큰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민간 부문이 커짐에 따라 정부 부문과의 협력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드러났다.
○WTO가입조건 획득해야
따라서 현단계에서는 국가기구 간소화 및 국영기업의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국제경쟁력 유지와국제적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따라서 고도의 국제 경쟁력과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나아가는 게 병궤 단계이다.중국 개혁의 최종 목표는 중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나아가는 병궤 단계로 볼 수 있다.지금은 병궤의 전단계로 먼저 거쳐야 하는 접궤 단계로 가는 과정이다.접궤 단계는 크게 조직·제도·이념 등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것이 중국과 국제사회가 조직적인 측면에서 접궤했다고 할 수 있다.WTO의 가입조건을 획득하는 것은 중국이 무역·금융·외환 등의 부문에서 필요한 개혁을 이뤄 국제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다.이는 중국과 국제사회가제도적인 측면에서 접궤했음을 뜻한다.이밖에 중국은 최종단계인 병궤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융화돼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치국(治國)이념·정책·시정방향 등의 측면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법치,인권중시,민주등을 강조해야만 이념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국제사회가 접궤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주 총리의 역사적 사명
중국 현대화의 도정(途程)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주 총리는 전궤 단계에서 접궤 단계로 가는 중요한 과정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현재 국제사회의 정세,중국의 개혁기초 및 조건,주 총리의 능력 등을 감안하면 전궤 단계에서 접궤 단계로 접근하는 형세는 이미 성숙돼 있다.하지만 국가기구 개편 및 국영기업 개혁 등 몇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주 총리시대는 도전의 시대이다.현재 중국은 전궤 단계로부터 접궤 단계로 진입하고 있으므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병존하고 있다.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명칭은 다르지만,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효율과 공평(혹은 정의)이라는의미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이 두 체제는 역사발전의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이다.
21세기 중국의 개혁이 전궤 단계로부터 접궤 단계로 완전히 진입하면 국제사회의 두 체제는 병궤 단계로 진전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21세기를 눈앞에 둔 중국의 역사에는 주룽지 총리가 덩사오핑이 결정한 역궤단계를 계승해 전궤 단계와 접궤 단계를 이끌어간 인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