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주제별 내용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꼭 절반을 맞은 25일 KBS의 ‘참여정부 2년6개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정, 경제살리기, 과거사 등의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국민과의 대화´는 100분 동안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특히 경제 현안을 설명할 때는 가계부채·신용카드 등의 경제지표를 그린 표를 보여줬고, 빈부 격차를 따지는 소득5분위 배율이란 경제용어를 들었다. 질문자들은 경제 지지도가 10%가 안된다는 점을 들어 ‘F학점’이라고 몰아세웠고, 부동산 정책으로 ‘세금폭풍’을 맞을지 모른다는 주부의 걱정도 나왔다. 질문자로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주부, 대학원생 등이 나섰다. 다음은 토론회 주요발언 내용.
●한나라 지역기반 지키려 연정반대과반수를 이루는 쪽에서 총리 이하의 전권을 갖고 국정을 책임지는 운영을 해보자는 게 기본적인 발상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파트너이고 대화의 상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제왕의 자리인가, 신하의 자리인가를 정말 골똘히 고민해 왔다. 제왕의 자리에 있다면 그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만일 신하의 자리에 있다면 국민을 제왕으로 생각하고 필요할 때 직언하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받을 수 없는 이유는 선거구제를 내놓지 않기 위한 것이다. 기득권을 내놓지 않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조금 있으면 알아챈다. 지역 기반을 잃기 싫다는 것이다.
●국가권력 피해자 ‘해원’ 해주자는 것
개혁과 통합이란 두가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개혁부문은 잘된 것, 못된 것이 있지만 상당부분 변화가 있었다.
통합에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보복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복이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 과거사 보복이 가능한 데가 있나. 피해자의 상처는 치유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에 해원굿이 있다. 해원을 하듯이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 도청사건이 국가의 범죄이기 때문에,97년 대선자금보다 훨씬 큰 문제다.97년 대선자금 문제는 법적으로 시효가 완성됐다.
●당정 조세저항 고려하다 정책 반쪽
부동산 정책은 어렵다. 역대 정부가 계속해서 실패했던 이유는 저항 때문이다. 부동산이야말로 시장이 완전히 실패한 영역이다.
부동산에 거품들어가면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도 유지할 수 없다. 경제부처 장관이 안을 들고 대통령에게 와서 이거는 이래서 저항이 있고, 이거는 조세저항이 있고 하나씩 빠졌다.
결국 가져간 것도 당정협의할 때 또 깎이고, 국회에 가니까 왕창 깎인다.10·29 부동산 대책도 그렇게 된 것이다.
●北 평화적 核이용 잘 될것 같다
국민들이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이 두가지이고, 대통령이 가장 잘한 것 중의 하나가 이 두가지다. 참여정부가 소위 자주 국방, 자주적인 외교관계, 완전한 대등이야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합리적인 관계, 균형있는 한·미관계의 방향으로 차근차근 가고 있다. 적절한 수준의 탈선하지 않는 수준으로 궤도 위를 가면 좋겠다. 한때 무력행사 얘기가 나왔을 때 “무슨 소리하십니까.”라고 했고 평화적 해결로 가다가 대화에 의한 해결로 바뀌었다. 지금은 평화적 (핵)이용까지 될 것 같다.
●팔팔하진 않지만 한국경제 밝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정치적으로 입장이 다른 경우다. 너무 경제를 어렵게, 어둡게 말하지 않는 절제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생긴 일은 아니고 우리 경제가 세계화된 90년대 초반부터 매우 심각하게 변화돼온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책임없다고 말하지는 않겠고, 정면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靑 업무시스템 ‘e지원’ 자랑할만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29%다. 국정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정 수행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자리에 그냥 앉아서 앞으로 계획을 밝히는데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각제가 아니어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대통령직을 불쑥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어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 성공을 얘기하라고 하면 국민들이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부혁신이다. 청와대의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직접 만들었다.‘경포대’라는 말을 듣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 e지원으로 경제를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시스템만 생각하면 골치아픈 생각을 하다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