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도움안돼… 책임 다할것”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6일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 이후 국정 표류와 정계재편 문제에 대해 줄곧 발언의 강도를 높여 왔다. ‘이제 할 말을 하겠다. 더 이상 여의도 정치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라는 의중을 표현하기 위해서다.4일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노 대통령의 ‘우리 모두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라는 A4용지 5장 분량의 글은 잇단 발언의 ‘결정판’에 가깝다.
최근 거론된 임기 및 당적 문제에서부터 열린우리당의 진로, 국정운영의 난맥상 해법 등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편지의 주요내용이다.
●“직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 지난해 사학법 개정 이후 1년여 동안 중요한 법안의 대부분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어려웠다. 여야에서 모두 관리내각, 중립내각, 거국내각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무성하다. 그러나 합의가 없는 한 실행이 불가능한 제안들이다. 인사권마저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면 대통령의 직무수행은 참으로 어렵다. 가끔 여당도 야당과 같은 주장할 때 답답하다.
●국정표류, 여소야대 정치구도
역대 정부 후반기마다 대선을 앞둔 야당의 정치공세와 여당의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국정이 어려웠다. 단지 대통령 개인의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소야대, 그것도 지역구도하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라는 최악의 정치구도가 그 원인이다.
정책보다 지역간의 정치적 대립과 불신에 바탕한 지역구도는 대화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한다.
●“차별화와 탈당, 해답될 수 없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책임을 통감한다.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차별화와 정부·여당의 균열은 당의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를 올리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와 다른 조건이 많다. 권력형 비리는 없을 것이다. 또 당정분리 원칙을 세우고 당무에 개입하거나 여당을 통제하지 않았기에, 과거처럼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권력투쟁이 발생할 이유도 없다.
●“지역당은 안 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기득권을 포기하고 결단했던 열린우리당이 다시 지역구도에 기대려 한다면, 이는 역사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당의 정체성은 더욱 중요하다. 당의 진로와 방향은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변화·발전시킬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 또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지도력의 훼손과 조직윤리의 실종을 바로잡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