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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조 당선소감] 정명숙 “열정과 진정성 잃지 않으며 날마다 시조 숲 걸어가겠다”

    [시조 당선소감] 정명숙 “열정과 진정성 잃지 않으며 날마다 시조 숲 걸어가겠다”

    늘 시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빼고 있다가 뒤늦게 시의 숲에 들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미지의 세계지만 걸리고 넘어지며 음미하는 피톤치드는 언제나 치유의 방으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숲에는 젖이 흐르고 숲에는 비린내가 날리고 저는 낮아져 들여다보다 어느새 숲이 됩니다. 그것이 늘 감사합니다. 지금 여기, 너와 나, 우리, 널려 있는 사물들과 사건들을 하나씩 건져 올려 따뜻한 시의 옷을 입히는 것, 어루만지고 때로는 고발하며 정형의 틀에 신선한 감각을 불어넣는 것, 깊은 눈으로 오래 바라보면 화답해 주겠지요. 지상의 모든 은유를 불러 모아 펄떡거리는 시조를 쓰겠습니다. 자유롭게 나아가다 꼭 발목을 붙잡는 음보며 율격들, 그것이 시조의 매력 덩어리 근육이란 걸 가다 보면 알게 되지요. 시조라고 하는 구역 안에서의 다양한 변주는 저를 황홀하게 합니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좋을 미끈한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시대를 껴안고 열정과 진정성을 잃지 않으며 날마다 시조의 숲을 걸어가겠습니다. 오르락내리락 다정한 중독, 그 선물 같은 마법 속으로 기쁘게 빠져들겠습니다. 시조단에 첫발을 내딛게 돼 가슴이 벅차옵니다. 두렵지만 씩씩하게 가겠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시조를 잘 가르쳐 주신 조경선 선생님과 늘 힘이 돼 준 ‘시란’ 동인의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서울신문 관계자님들 고맙습니다. 늘 응원하고 격려해 준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 ■정명숙(필명 정상미) ▲1963년 문경 출생 ▲영남대 가정관리학과 졸업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중어중문학과 졸업 ▲2013년 ‘대구문학’ 시 부문 신인상 ▲‘시란’ 동인
  • [시 당선소감] 김민식 “스스로의 시선 특권화 않고 계속 행동하기 위해 시 쓸 것”

    [시 당선소감] 김민식 “스스로의 시선 특권화 않고 계속 행동하기 위해 시 쓸 것”

    어제는 눈이 내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눈밭을 걸었습니다. 화단에 쌓인 눈에 나무막대기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무척 즐거웠습니다. 눈이 다시 쌓이거나 녹아버려도 개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귀갓길에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머니 속에 넣어 둔 차가운 눈뭉치가 양초처럼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작은 불을 붙인 채 밤을 지새웠습니다. 개별자로서의 작가가 아닌 무수히 많은 저자를 지닌 텍스트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눈밭에 서 있고,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뒤돌아보는 사람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름을 불러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합니다. 스스로의 시선을 특권화하지 않으면서, 계속 응시하고 행동하기 위해 시를 쓰겠습니다. 엄마, 아빠, 누나. 고맙고 사랑해. 나보다 먼저 태어난 당신들을 늘 믿고 의지해요. 우리 행복하자. 사랑하는 할머니. 외할머니. 친척분들. 더 자주 뵈러 갈게요. 병원에 계신 이모부. 쾌차하시길 바라요. 나의 제1독자 성현아. 네가 있어서 시를 계속 쓸 수 있었어. 승진, 예찬. 너희와 친구일 수 있어서 기뻐. 자연, 민주, 정민, 승훈 선배, 형주님, 윤화님. 함께 시를 읽고 쓰는 순간들이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지민이형. 늘 나를 이끌어 줘서 고마워. 종환아. 너와 친구가 된 건 큰 축복이야.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나의 세미님. 화단에 쌓인 눈 위에 적어둔 약속 절대 잊지 않을게. 영원히 사랑해. ■김민식 ▲1994년 인천 출생, 수원 거주.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졸업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전공 석사 과정 휴학 중
  • [소설 당선소감] 윤치규 “수많은 비극에 공감하고 아픔 느끼고 싶어”

    [소설 당선소감] 윤치규 “수많은 비극에 공감하고 아픔 느끼고 싶어”

    태어나서 처음 쓴 소설은 살인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장면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지독한 강간과 살인이 나왔습니다. 그때는 소설 속의 인물이 죽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플롯을 정해놓고 서사의 흐름대로 필요하면 어떤 인물이든 죽여버렸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가능하면 아무도 죽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연민을 느끼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연민만은 갖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에 공감하고 아픔을 느끼고 싶습니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에게 삶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소설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게 기회를 준 심사위원분들께 더 간절히 쓰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애정을 담아 제 작품을 읽어주셨던 강화길 작가님께도 특별히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떤 소설을 써야 할지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가르쳐준 아름답고 눈부신 하성란 선생님과 고독한 글쓰기를 함께 해준 문우들, 장인, 장모, 사랑하는 아내, 애교 많은 네 마리의 고양이, 그 외 일일이 호명하지 못한 수많은 은인과 지인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매일 밤 아들의 원망을 들어준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어머니 아버지와,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현수, 현유, 현욱이 누나, 그리고 존경하는 갑규 형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심을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윤치규 ▲1987년 서울 출생 ▲한국외대 노어과 중퇴 및 육군3사관학교 졸업 ▲은행원(IBK기업은행 재직)
  • [소설 심사평] 가족 잃은 인물의 애도 ‘산뜻하게’ 그려내는 방식 매력적

    [소설 심사평] 가족 잃은 인물의 애도 ‘산뜻하게’ 그려내는 방식 매력적

    마스크를 쓴 귀가 얼얼해질 정도로 장시간의 심사였다. 각 심사위원들이 1차로 추린 원고는 총 13편이었고, 그중 최종적으로 3편이 남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트비트’는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순정 로맨스 서사였고 구성이나 흐름이 흥미롭다는 소수의 지지가 있었으나 다소 무리한 설정과 ‘시계’라는 상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단점이 컸다.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눈 작품은 ‘맹창’과 ‘제주, 애도’였다. ‘죽음’을 공유하고 있지만 소설의 분위기나 톤은 사뭇 달라서 심사위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맹창’이 보여준 높은 서사의 밀도는 또 그만큼 수사적 과잉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끝내 설득되지 못한 지점이 있고, 이야기의 매력을 형식적 혼란스러움이 상쇄시켜 버린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매끈하게 다듬기보다 더 거칠게 몰아붙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제주, 애도’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교과서적인 작품이었다. 제주의 현재와 과거의 서울이 병치되는 구성도 그렇거니와 이야기의 인물들과 갈등이 선명했다. 탄탄한 문장을 토대로 서사의 리듬을 형성하는 능숙함도 엿보였다. 무엇보다 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인물의 애도를 ‘산뜻하게’ 그려내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사소한 단점들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가가 믿을 만한 소설가가 되리라는 합의는 흔쾌히 이루어졌다. 문학 작품에 등수를 매길 수 없다는 말에 다소 어폐가 있다고 여기는 편이지만 본심작에 한해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각 작품이 가진 매력들 중 그날 심사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조금 더 도드라진 어떤 작품이 선택되는 것이고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운이다. 소설가의 운명을 시작하게 된 당선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투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달콤한 케이크 위에서 밝은 빛을 발하는 초처럼 올해 한국 문단을 환하게 밝힐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왼쪽부터 우솔미(희곡), 윤치규(소설), 김상화(동화), 정명숙(시조), 김민식(시), 전승민(평론). 코로나19로 한자리에 모이지 못한 당선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담은 멋진 사진을 보내줬다.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美 ‘첫 여성’ 국방부 부장관에 캐슬린 힉스 지명

    美 ‘첫 여성’ 국방부 부장관에 캐슬린 힉스 지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30일(현지시간) 국방부 부장관에 캐슬린 힉스 전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을 지명했다. 상원이 인준하면 첫 여성 국방부 부장관이 된다. 힉스 지명자는 국방부 관료로 시작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을 지냈다. 이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부소장을 지냈고, 바이든 인수위에서 기관검토팀 국방부팀장을 맡으면서 중용이 예고됐다. 첫 여성 국방장관의 탄생이 예고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낙마한 이후, 힉스 지명자가 낙점된 데는 여성계의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힉스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 때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 시행에 관여한 바 있어 중동·유럽 전문가로 미중 관계에 경험이 부족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를 보완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힉스 지명자는 CSIS에 재직하면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써 왔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쓴 기고문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은 한반도에서의 협상 입지를 약화시키고, 미국 국민과 경제를 보호하는 능력을 저해하며, 중국 및 러시아의 잠재적 군사 위협에 맞서는 우리의 장점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증 가능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완전한 해체까지 10년이 걸릴 수 있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져도 한국은 남아시아, 러시아, 중국을 향한 전략적 지역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美 코로나 백신으로 본 ‘집단면역 성공 조건’

    美 코로나 백신으로 본 ‘집단면역 성공 조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7일째 이어진 가운데 여전히 ‘어두운 겨울’을 지나는 미국에서 백신의 접종 속도와 유통 관리, 방역 조치 병행 등이 집단면역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변수로 떠올랐다. 백신 확보부터 종합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美 258만여명 백신 접종… 하루에 인구 10만명당 49명 맞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오전 기준으로 258만 9125명이 백신 1회분을 접종받았으며, 총 1240만 950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배포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연내 접종 목표였던 2000만명의 13%에 불과하다. 하루에 인구 10만명당 49명이 백신을 맞은 셈인데 영국(60명), 캐나다(10명) 등도 접종 속도가 계획보다 다소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현재 접종 속도대로라면 접종에 몇 달이 아닌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 영하 70도 까다로운 보관… 관리 소홀로 폐기도 화이자 백신의 경우 섭씨 영하 70도로 운송하는 등 관리가 까다롭고, 겨울 한파에 지방의 작은 병원까지 일일이 배달해야 해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위스콘신주의 한 의료기관에서 냉동고 청소를 위해 꺼내 두었던 백신 50회분을 폐기하는 등 관리 소홀도 잇따르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투여량에 따라 예방률이 달라지는 ‘고무줄 면역효과’와 핵심 데이터 미흡 등으로 논란을 겪으면서도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영상 2~8도에서 최소 6개월간 운송·보관·관리할 수 있고 가격도 2.23파운드(약 3300원)로 다른 백신의 10% 수준이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 ‘코로나19 백신 초고속 작전팀’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가 존슨앤드존슨이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1회만 접종하는 것을 강조하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한 것도 접종 속도 향상을 감안한 것이다. ●파우치, 변이 등장에 마스크 착용·거리두기 연일 호소 하지만 국민의 70~85%가량이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이 생기는 시점은 내년 여름 이후라고 이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밝혔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2000만명을 넘었다. 또 콜로라도주에 이어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 파우치 소장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철저한 방역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연일 호소하는 이유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윤영관 “김여정, 북미협상 전면에 나서야”

    윤영관 “김여정, 북미협상 전면에 나서야”

    북 당대회서 자력갱생 노선 변화 주목美, 싱가포르 선언 존중 메시지 던져야바이든, 동맹 강조…미중 갈등 지속한미 군사 목표가 중국 아니라고 설득 북한이 5년 만에 당 대회를 열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올해 한반도 정세는 정초부터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대북 제재·수해라는 ‘삼중고’ 속에서 북한이 군사 도발을 취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켜야 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69)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지하려면 바이든 정부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로 막혀 있는 남북 경제협력보다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와의 인터뷰는 31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이달 초순 당 대회에서 대내·대외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대북 제재, 코로나19, 수해 삼중고에 시달리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3년 동안 북한 경제가 15% 축소했다. 북한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평양 주민들의 불만도 팽배하다고 한다. 당 대회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까 싶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자력갱생 노선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줄 것인가이다. 자력갱생의 지속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기에 힘들 것이라고 본다. 그때는 시장화가 진행이 안 됐고 폐쇄적인 경제였다. 지금은 준시장경제, 준개방된 상황에서 제재와 같은 국제적 압박에 취약하다. 당 대회가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을 버리고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을까.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간 시장화가 확산·심화되고 개방화가 진행됐다. 지금 북한 경제는 무역 없이 버티기 힘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시장화와 개방화의 결과로 리더십 스타일을 바꿀 수밖에 없다. 전체주의적 절대권력자에서 한국의 박정희, 중국의 덩샤오핑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개발독재자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함의를 주는지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할까.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3월 기고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협상팀에 권한을 상당히 위임할 것이고, 동맹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협상팀 간 조율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들이 만나는 건 지양하겠다는 기조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건 톱다운(하향식)과 보텀업(상향식) 방식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다. 하향식만 고수하면 북미 간 협상에 굉장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북한의 2인자라고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실질적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도 협상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한다면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여지를 줘야 한다.”-싱가포르선언 등 북미 간 합의는 어떻게 될까. “싱가포르선언은 북미 관계 개선의 기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합의였다. 미국도 정부가 바뀌어도 존중했으면 좋겠다.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선언을 존중한다, 북미 협상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먼저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국내 문제가 산적하기에 외교 문제에 전념하기 힘들다. 외교 문제 중 북한 문제는 우선이 아닐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이 경제 문제 때문에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계속 인내해 줄 것인가, 도발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도 조금 더 절제하고 신중하게 말하고, 미국도 유화 메시지를 보내 바이든 정부 시대 북미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고 싶어 하는데 미국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미국과 공조하면서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려면 미국에 북핵 문제 접근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설득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재라는 압박도 중요하지만 압박이라는 한 가지 수단만 가지고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북한은 극심한 안보 불안감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났을 때 대미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 했다. 그런 상황에서 체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 개발로 나아갔다. 안보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핵부터 폐기하라고 하면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고 협상을 위한 정치적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포용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종전선언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남북미 3자 간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정치적 포용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북한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대북 안전보장이다. 종전선언은 대북 안전보장의 초기 단계 중 한 방안이다. 종전선언 외에도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평화협정, 북미 외교관계 개선 등 후속 조치가 있다. 한미 당국자들이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공동의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한미가 대북 안전보장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할 때 북한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다음 단계로 연락사무소 개설은 비핵화의 어느 단계에서 해야하는지 등을 담은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한미가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한다. 클린턴 정부 때 한미가 함께 했기에 한반도 평화 정착이 눈앞에 왔었지만, 조지 W 부시 정부 때는 한국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북미 관계가 나빴기에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남북 협력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우리가 국제적인 대북 제재 연대에서 이탈하는 건 어렵고 이에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을 재개하기 힘들다. 대북 정책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재 범위 바깥에 있는 협력 분야에 집중적으로 올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여 동안 보건의료, 코로나 방역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굉장히 중요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며 클린턴-김대중 정부 이후 20년 만에 한미 양국에 진보 정부가 들어섰다.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 정부 때와 전혀 다른 한미관계가 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았기에 한미동맹 자체가 불안했던 측면이 있었다. 동맹관계를 거래적 관계로 바꿔나갔다. 방위비 분담금도 다섯 배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나. 트럼프 정부 때는 돈에 대한 압박이 강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동맹 외교, 가치 외교에 동참하라는 요청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998~2001년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정부 간 협력이 잘됐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과 관련해 당신이 운전수를 하면 나는 조수를 하겠다는 얘기를 했을 정도로 공조가 잘됐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이 상당히 바뀌었을 텐데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 아쉽다. 20년 만에 다시 한 번 한미 간 공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미국 의원들이 비판하며 청문회까지 준비하고 있다. 한미 관계에 영향 미칠까.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한이 전단을 타격하겠다 위협을 했었고 타격이 현실화되면 양측 간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로 비화할 수 있기에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했어야 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을 미국 당국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한다. 미국 내에선 문재인 정부가 진보 정부이기에 무조건 북한 편을 든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북한에 정보 유입을 원하고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유입 방법은 북한을 정치적으로 포용해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면을 늘려주는 것이다.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안하고 북한을 고립시켜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게 한 상태에서 압박만 하는 것은 효과가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잘 설명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한미 동맹을 경시한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보조를 잘 맞췄다. 우리 정부가 대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국내정치적인 공방에서 비롯된 것 같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모두에게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를 동맹이냐 자주냐 이분법적 논리로 보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동맹과 자주는 동전의 양면이고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인데 분리해서 생각해 정부 정책에 투영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바이든 시대 미중 갈등 양상은.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의 키워드는 민주주의, 동맹, 다자주의다. 트럼프 정부가 훼손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 국가, 동맹 국가들과 연합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불안정하게 만든 국제질서를 안정시키겠다는 노선이다. 반면 중국은 상승하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국제적으로 증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기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려고 하는데 미국은 동북아 정치에 계속 개입하고 자국의 전략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미중 경쟁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서 계속 진행될 것 같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민주주의 외교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국가 정체성이 민주주의, 시장경제, 다자주의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한반도에서 강대국 간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재난이 있었다. 한국이 분단된 상황에서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고통을 받은 역사가 있기에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해 일종의 맞춤형 동맹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게도 한미가 군사적 목표를 중국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시키며 미국과 중국을 함께 아우르며 가야 한다.” -악화된 한일 관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한일 관계를 개선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편익을 진지하게 분석했으면 좋겠다. 한일 관계가 지금 상태로 머물러 있으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G7 가입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나. 이런 식의 어려움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바이든 정부도 한일 관계 개선하라는 요청을 할 것이다. 우리가 바이든 정부의 요청을 소홀히 했을 때 감수해야 할 비용도 있다. 이런 비용 측면과 이득 측면들을 비교 계산해 무엇이 국가이익인지 숙고해야 한다. 저는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회복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일 간 정경분리 원칙을 우리는 지켰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며 먼저 깨서 한일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다. 다시 정경분리 원칙으로 돌아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강제징용 배상 등 한일 간 현안에 법보다는 정치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내법과 일본의 국내법, 국제법이 부딪칠 때 정치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경제 배상은 해주되, 일본 정부가 도덕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진실된 사과를 하는 게 정치적 타결의 방식이 될 수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美, 유럽 항공기부품·와인에 추가 관세…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로 무역갈등

    美, 유럽 항공기부품·와인에 추가 관세…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로 무역갈등

    미국 정부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와 독일산 항공기 부품과 와인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품목에는 프랑스산 코냑과 독일산 포도 증류주도 포함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관세부과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기 직전에,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참모들이 EU를 비롯한 다른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관세부과 조치는 앞서 EU측이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적용한 기준의 불공정성을 들어 EU측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맞대응 조치라고 USTR은 설명했다. EU가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사용한 데이터가 코로나19 사태로 무역량이 급격히 감소했을 시점의 자료였으며, 이에 따라 과도하게 많은 제품에 관세가 부과됐다는 것이다. 이런 만큼 미국도 같은 기준에 따라 유럽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매기기로 했다고 USTR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가 시행되는 시점과 액수 등 세부 내용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보조금을 둘러싼 문제로 지난 16년간 갈등을 겪어왔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더 심해졌다.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에어버스에 EU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점을 인정하고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결정하자, 미국은 와인, 위스키 등 75억달러(약 8조 1375억원)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EU는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에 4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또 부과하며 맞받아쳤다. 이번 조치는 또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가뜩이나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EU와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도 키울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안철수 “김종인과 목적같아, 후보 먼저 정할 필요없어”(종합)

    안철수 “김종인과 목적같아, 후보 먼저 정할 필요없어”(종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1일 “코로나 확진자 1000명 상황은 정부의 무지와 안이함이 키운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코로나19 방역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권은 국정을 책임진 세력으로서 너무 게으르고 무능하고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역대책으로 백신 공급 시기 발표 및 추가 대책·무료 접종, 전국 공공병원 감염병 전담병원 전환, 모든 집단시설 대상 전면적 전수조사,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강력한 해외유입 차단조치, 의사국가시험 실시를 촉구했다. 안 대표는 “정부는 코로나 백신 56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했는데, 언제 얼마만큼의 백신이 들어오는지 국민은 전혀 모르고 있다. 조기 접종 분량이 제대로 확보됐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병상 부족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전적으로 대통령과 방역당국 책임”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기 전까지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겠다. 감염병을 전담하는 상급종합병원급 제2서울의료원 건립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시장이 되면 중앙정부가 유료 백신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 서울시에서 책임지고 모든 시민에게 무료 접종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코로나 방역대책인 밤 9시 영업제한과 5인 미만 집합금지명령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이제는 밀폐, 밀집, 밀접 등 기준으로 실효적이고 과학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당 등에서는 9시 영업제한을 없애고, 규모와 관계 없이 공간의 30∼40% 수준까지만 운용하게 하거나, 테이블 거리두기, 환기를 엄격히 하는 것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언제 어떻게 뿌려야 표가 될지에만 골몰하는 정치적 술수를 버리고, 재난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확고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 대표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야권에서 후보를 먼저 정할 필요가 없다”며 출마자들이 비전과 정책을 밝혀 호감을 안 가진 사람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를 야권 후보 중 1인이라고 한 것에 대해 “그분들은 정당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책무고 의무”라며 “하지만 목적이 같다. 승리를 위해선 한 정당만으로는 힘들고, 기존의 제1야당, 국민의당, 합리적 진보 등 세 종류의 유권자들이 있다고 할 때 이분들이 모두 야권을 찍을 수 있도록 단일 후보를 지지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정작 후보를 뽑았는데 어느 한쪽 지지자가 떨어져 나간다면 승리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어떻게 하면 외연을 확장하면서 지지층을 잃지 않고 단일 후보를 지지하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안철수 “서울시장 되면 유료백신 정책에도 서울시민은 무료”

    안철수 “서울시장 되면 유료백신 정책에도 서울시민은 무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1일 “코로나 확진자 1000명 상황은 정부의 무지와 안이함이 키운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코로나19 방역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권은 국정을 책임진 세력으로서 너무 게으르고 무능하고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역대책으로 백신 공급 시기 발표 및 추가 대책·무료 접종, 전국 공공병원 감염병 전담병원 전환, 모든 집단시설 대상 전면적 전수조사,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강력한 해외유입 차단조치, 의사국가시험 실시를 촉구했다. 안 대표는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코로나19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한다. 지금은 전시상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다. 다른 나라의 국가 지도자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정부는 코로나 백신 56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했는데, 언제 얼마만큼의 백신이 들어오는지 국민은 전혀 모르고 있다. 조기 접종 분량이 제대로 확보됐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병상 부족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전적으로 대통령과 방역당국 책임”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기 전까지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겠다. 감염병을 전담하는 상급종합병원급 제2서울의료원 건립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시장이 되면 중앙정부가 유료 백신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 서울시에서 책임지고 모든 시민에게 무료 접종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코로나 방역대책인 밤 9시 영업제한과 5인 미만 집합금지명령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이제는 밀폐, 밀집, 밀접 등 기준으로 실효적이고 과학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당 등에서는 9시 영업제한을 없애고, 규모와 관계 없이 공간의 30∼40% 수준까지만 운용하게 하거나, 테이블 거리두기, 환기를 엄격히 하는 것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언제 어떻게 뿌려야 표가 될지에만 골몰하는 정치적 술수를 버리고, 재난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확고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기후변화·코로나… 인류는 새해에도 과학에 희망 건다

    기후변화·코로나… 인류는 새해에도 과학에 희망 건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면서 한 해가 마무리되고 또 시작됐다. 한두 달, 길어야 3~4개월이면 끝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로 시작한 2020년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함께 끝을 맺고 있다. 2021년 새해가 밝아도 인류는 코로나19와 여전히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네이처가 2021년 주목해야 할 과학기술 이슈들을 선정했다. 네이처는 2021년 가장 주목해야 할 과학 분야는 여전히 ‘기후변화’와 ‘코로나19’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보니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 인류가 당면한 절체절명의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다. 네이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또 2015년 파리협정 이후 6년 만인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어떤 목소리가 나오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네이처는 밝혔다.2020년 말 영국,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2021년에는 백신 접종국이 더 늘겠지만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과학계는 코로나19 최초 발원지 추적과 더 많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WHO는 2021년 시작과 함께 국제조사단을 구성해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된 중국 우한 지역에 파견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우한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동물 중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가 될 만한 것들을 전부 수집해 코로나19 최초 발원지와 감염 경로, 감염 원인을 구체적으로 추적하게 된다. 정확한 최초 발원지 확인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2021년 말에는 일부 단서가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 공개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메신저RNA(mRNA)를 이용해 만들었다. 병원균의 독성을 약화시켜 주사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주입해 체내 면역세포가 항체를 만들어 내는 원리다. 2021년에는 다양한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화력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을 개발 중인데 면역력이 오래 지속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1월 중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바백스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항원단백질을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의 백신으로 제조와 유통이 쉽고 효과도 다른 백신들에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이 백신은 영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과 멕시코에서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해 내년 상반기 중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위탁생산 계약이 돼 있어 노바백스 백신을 가장 먼저 만나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미국이 잇따라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는데 내년 2월 속속 화성 궤도에 도달한다. 올해 가장 먼저 발사한 UAE의 ‘아말’호는 2월 9일 화성 궤도에 진입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는 2월 18일 화성 표면에 착륙한다. 중국의 톈원1호는 2월 11~24일쯤 화성 궤도에 진입하고, 4월 23일 전후로 화성 표면에 착륙선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1990년 발사돼 30년 동안 심우주 관측 임무를 수행해 왔던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오는 10월 31일 발사된다. 또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에 대한 FDA의 최종 승인 여부도 2021년 주목받는 과학 이슈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원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두 차례의 대규모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FDA는 승인 거부 의견을 냈지만 최종 승인 여부는 내년 3월 7일 나올 전망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트럼프에 또 반기 든 ‘공화당 넘버1’

    트럼프에 또 반기 든 ‘공화당 넘버1’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지원금 상향 요청을 또다시 거부했다. 반면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는 표결 일정은 빠르게 잡았다. 지난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축하한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코로나19 국민 지원금을 1인당 600달러(약 65만원)에서 2000달러(약 217만원)로 높이는 법안에 대해 표결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원금 상향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뜻이 일치한 드문 경우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전날 해당 법안을 가결해 상원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600달러는 부족하니 최대한 빨리 2000달러로 상향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부정선거 의혹 조사,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면책특권(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등과 지원금 상향 문제를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원금 상향을 좌초시키려는 냉소적인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언뜻 보면 매코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수용한 것 같지만, 민주당이 수용 불가능한 부정 선거 조사를 연계해 양당의 장기 대치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CNN은 “이번 의회 회기는 다음달 5일까지로 시간도 매코널의 편”이라고 했다. 그간 공화당 주류는 재정 적자 증가를 이유로 지원금 상향에 반대해 왔다. 다만 패배하면 상원의 주도권까지 민주당에 내주는 조지아주 결선 투표가 다음달 5일에 있어, 지원금 상향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삼간 것으로 NBC방송은 해석했다. 반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NDAA는 30일 표결하기로 했다. 앞서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한 데 이어 상원도 같은 결정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은 처음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美 ‘반중 포위망’ 뚫고… 中·EU 투자협정

    美 ‘반중 포위망’ 뚫고… 中·EU 투자협정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전방위적 투자협정을 체결하면서 양측이 경제적으로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고립 전략도 일정 부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 전체가 중국과의 투자협정을 승인했다. 7년간 이어진 마라톤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양측 간 투자 협정 체결의 최대 걸림돌이던 노동 기준 문제에서 진전된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EU는 2014년 1월 첫 협상을 시작으로 7년여에 걸쳐 모든 분야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고자 협상을 벌였다. 이달 6~11일 열린 35차 협상에서 “통신과 전기차 등 핵심 분야를 더 열어 달라”는 EU의 요구를 중국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 올해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지자 “신장 지역 강제노동 문제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비판론이 불거졌다. 유럽의회는 지난 17일 ‘신장 자치구의 강제노동과 위구르족 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투자협정 비준 과정에서 이를 문제 삼겠다”고 예고했다. 결국 중국이 미국의 ‘반중 블록’ 움직임을 깨고자 EU에 핵심 시장을 내주고 위구르족 문제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EU의 두 번째 무역 파트너로 하루 거래 규모가 10억 유로(약 1조 3300억원)가 넘는다. 이번 협정은 EU가 중국에서 더 많은 투자 혜택을 누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EU 업체들이 중국에서 통신과 금융, 전기차, 민간병원 분야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강력한 시장 접근권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포위전략을 돌파하고자 EU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진정한 승리자’가 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SCMP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맞서고자 강력한 연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번 협상은 중국에 외교적 숨통을 트이게 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선거 패배에 대한 음모 이론이나 떠들고 있고 바이든 당선인은 아직 백악관에 입성하지 못했다”면서 “EU 입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중국에 대한 독자적인 정책을 펼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기”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美서도 변이 코로나… 감염자는 여행기록 없는 20대

    美서도 변이 코로나… 감염자는 여행기록 없는 20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세계 최대인 미국에서 영국 여행 이력이 전혀 없는 남성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29일(현지시간) 발견됐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직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갔지만, 이미 전 세계로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아시아 국가와 호주, 미 대륙까지 퍼지면서 방역 우려도 커진다.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날 미 콜로라도주에서 20대 남성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첫 사례다. 특히 이 남성이 영국 여행을 간 적이 없고, 영국발 입국자와 밀접 접촉한 사실도 없다는 게 알려지며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는 이미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앞으로 변이 바이러스 추가 감염자가 발견될 거라며 “전염성이 강해 더 많은 감염자를 낳고, 이미 한계에 달한 의료 자원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확산이) 통제 불능 상태”라며 “내년 1월은 12월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확진자가 12만명을 넘어서며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화 상태가 된 일부 병원은 회의실이나 예배실, 야외 텐트에 환자를 받는 실정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배포가 매우 늦다고 질타하며 1월 취임 후 접종 속도를 하루 100만명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칠레와 호주에서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칠레 보건당국은 영국과 스페인을 거쳐 지난 22일 귀국한 자국 여성이 감염됐다고 했다. 지난 20일 영국발 직항편 운항을 중단했지만,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지는 못했다. 호주 정부 역시 최근 남아공을 방문한 여성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청정국’ 대만에서도 변이 바이러스 첫 감염 사례가 나왔다. 대만 유행병지휘센터는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대만 소년 한 명이 변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백신 개발 업체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등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 시험에 착수한 데 이어 미 제약회사 노바백스도 추가 검증에 돌입했다. 중국 제약회사 시노팜은 30일이 자사 백신의 예방 효과가 79.34%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맞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3주 만에 두 번째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한편 싱가포르가 30일 아시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이스라엘에서는 29일 화이자의 백신을 맞은 88세 남성이 숨졌다. 숨진 남성은 만성 합병증을 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최기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제7회 2020 금천저널 의정대상 수상

    최기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제7회 2020 금천저널 의정대상 수상

    서울특별시의회 최기찬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금천2)은 30일 금천저널이 주관하는 제7회 2020 금천저널 의정대상을 수상했다. 금천저널은 매년 12월마다 금천구 지역 시의원 및 구의원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금천구와 금천구민을 위해 가장 노력한 의원을 선정하여 의정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선정 방식은 금천저널 밴드에 가입한 회원들이 직접 투표하는 것으로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주민의견을 100% 반영해 대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2월 4일부터 12월 21일까지 투표를 진행하여 전체 회원 중 총 2,396명이 투표해 참여하였고, 이 중 최기찬 교육위원장은 총 1,122표를 받아 최종 1위에 선정되었다. 2위 의원(1,028표)과의 득표 차이는 94표로, 2위 의원과 다소 큰 득표 차이로 의정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최기찬 교육위원장은 56년간 금천구에서 살아온 토박이로 지속적인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금천구 지역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경전철 난곡선 연장 및 재래시장예술화 사업 추진, G밸리 사업의 금천구내 활성화 등 금천구 지역의 경제, 복지, 문화 혁신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해 최기찬 위원장은 “누구보다 금천에 대해 잘 알기에 현재 금천구에 당면한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행복하고 활기찬 금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기찬 위원장은 금번 수상과 관련하여 “본 상은 전적으로 금천 구민들의 선정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의원으로서 더욱 뜻깊고 항상 묵묵히 지지해 주시는 금천 구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금천구와 금천구민을 위해 모든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최기찬 위원장은 금번 수상과 관련하여 많은 지역 주민들의 축하와 격려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부득이하게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시상식을 소규모로 개최하게 돼 주민 여러분을 시상식에 초청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와 아쉬움을 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흔한 살 美 하원의원 당선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19로 사망

    마흔한 살 美 하원의원 당선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19로 사망

    올해 41세의 미국 연방 하원의원 당선인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등졌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루크 레틀로(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원 당선인이 지난 18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23일 상태가 악화돼 오쉬너 LSU 슈리브포트 의료센터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는데 이날 숨을 거뒀다. 레틀로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병원 측에서 당선인의 사망을 확인했다”며 “지난 며칠 수많은 기도와 성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레틀로 당선인은 랄프 아브라함(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지난 5일 결선 두표에서 승리해 새해 1월 3일 루이지애나주의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안타깝게 취임하지도 못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줄리아 반힐과 사이에 어린 두 자녀가 있다. 폴리티코는 연방 의원과 당선인 가운데 고인이 첫 번째 코로나 관련 사망자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주 지사는 고인의 장례식 날 애도의 뜻으로 반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기준 루이지애나주 누적 확진자는 30만 4485명, 사망자는 7397명이다. 지난달부터 환자가 급증해 최근에는 매일 3000~4000명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전체로는 확진자가 1997만 7704명, 사망자는 34만 6579명이다. 한편 일본 입헌민주당 소속 하타 유이치로(53) 의원이 지난 28일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길에 사망했다. 그는 사후에 감염 판정을 받았다. 일본의 현역 국회의원이 코로나로 숨진 것은 처음이다. 2~3일 전부터 발열 증세가 나타난 고인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입헌민주당 상임 간사회에 참석했고, 다음날은 지역구에서 열린 당 모임과 기자회견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에 변이된 코로나19 유입 사례가 연일 늘면서 감염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29일 3609명이 새로 확인됐다고 공영방송 NHK가 다음날 전했다. 누적 확진자는 22만 8097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는 59명 늘어 3397명이 됐다. 29일까지 일주일 동안 확진자는 2만 3671명이 늘어 최다를 기록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 14명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 1명 등 모두 15명이 확인됐다. 이렇게 되자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염두에 두고 인정하고 있는 국제 스포츠 대회나 합숙 훈련을 위한 외국인 선수단의 입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일부 국가와 지역에 대해 새해 1월 말까지 선수단 입국을 중단하는 방침을 일본올림픽위원회(JOC)에 전달했다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 ‘존경하는 남성 1위’… ‘12년 왕좌’ 오바마 제쳤다

    트럼프 ‘존경하는 남성 1위’… ‘12년 왕좌’ 오바마 제쳤다

    갤럽 연례조사서 트럼프가 12년 아성 오바마 누르고 1위“보수는 트럼프 독주, 진보는 오바마·바이든·파우치 분산” 퇴임 20여일 앞 여전히 40% 넘는 콘크리트 지지도 이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가장 존경받는 남성’ 연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2년간 1위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누른 것이다. 갤럽이 지난 1~17일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답한 이들이 1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오바마 전 대통령(15%),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6%),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3%), 프란치스코 교황(2%) 순이었다. 이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르브론 제임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이 상위 10위에 올랐다. 올해 공화당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가 이어졌지만, 민주당 진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 바이든 당선인, 파우치 소장 등이 경쟁을 벌이며 표가 분산돼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는 게 갤럽의 설명이다. 공화당원의 48%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반면 민주당원은 32%가 오바마 전 대통령, 13%가 바이든 당선인, 5%가 파우치 소장을 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는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퇴임이 불과 20여일 남은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국정지지율은 44%였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2018년 2월부터 이날까지 지지율은 단 한번도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폴리티코도 이날 2024년 차기 대선을 전망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당의 대선 후보 중 첫번째로 꼽았다. 이번 대선에서 졌지만 역대 2위인 7400만표를 얻었고,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6개 경합주를 모두 3%포인트 미만의 미세한 격차로 아깝게 내줬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여성은 미셸 오바마 여사가 10%로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어 첫 여성 부통령에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 당선인(6%),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4%),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3%) 순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미 하원의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상위 10위에 들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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