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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평 개발 사례에 고무… 특구 더 늘릴 수도

    북한이 독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베트남식 경제개방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황과 맞물려 새해 북한의 경제개방 계획의 실체와 전망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장기적인 경제개혁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북한이 경제특구 방식이 아닌 외자유치 방식을 통해 개방을 추구한다는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이 1986년 12월부터 추구한 ‘도이머이’(쇄신) 정책은 베트남 공산당이 경제현실에 부적합한 중공업 및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고 1989년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가격통제를 철폐한 뒤 시장가격을 공인하고 배급제를 폐지하는 등 시장화 요소를 도입한 데서 비롯된다. 이 같은 방침 전환에는 특히 1989년 6차 당대회 당시 당내 보수파가 대거 퇴진하고 개혁파가 입성하는 등 권력 엘리트층의 변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지난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의 안정화 과정을 통해 군부의 경제 권력을 대거 내각으로 이전하고 박봉주 등 2000년대 중반 물러났던 경제관료들이 재등장했으며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숙청되는 등 권력 엘리트의 일부 변화를 겪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경제강국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지도와 관리 개선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경제관리방법의 개선, 즉 현실의 변화를 수용한 부분적 개혁과 경제특구 건설이나 외자 유치를 통한 합영사업 등 대외개방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시행했고 지난해 농업과 공장기업소에서 생산과 분배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경제개혁 실험 등을 실시해 왔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나선특구와 황금평·위화도에서 중국과의 공동개발 및 관리 업무가 본격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힌 바 있어 경제 특구방식의 개발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13일 “경제 개방의 방식을 중국식과 베트남식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우선적으로 경제특구를 추구하고 이 같은 경험이 축적되면 본토에서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는 등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 경제개방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제개방에 성공하려면 국내 경제개혁과 외부 환경적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국면과 북핵 문제 등 대외적 환경이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북한이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은 동독시절부터 북한과 협력을 유지해왔고 북한이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해 온 만큼 독일의 협조를 얻을 개연성은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안정됐다는 판단하에 대외경제개방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북한이 합영·합자 방식을 통한 외국인 투자와 경제 특구 개발을 모두 강조한 만큼 두 가지를 병행해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문호를 활짝 열어 놓는 문제에서 북한의 의지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중국식이냐 베트남식이냐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대내적 부분 개혁 조치로 농업이나 공장기업소, 서비스와 상업의 자율성을 증대하고 대외적으로 위화도·황금평에 더해 개방 특구를 백두산, 청진, 원산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중국 동물원서 유기견을 호랑이 먹이로?

    최근 중국에서 유기견을 모아 호랑이 먹이로 쓰고 있다는 의혹이 일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경악! 난산공원 동물원은 유기견을 모아 호랑이 먹이로 하고 있다. 동물원은 무슨 권리로 유기견을 호랑이에게 주고 있는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인터넷상에 올라오자마자 큰 파문이 일으켰고 많은 네티즌은 해당 동물원을 맹비난하며 글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이 글을 올린 웨이보 사용자에 따르면 수용된 유기견들을 발견한 이는 난산공원 동물원 자원봉사자다. 자원봉사자는 유기견을 인수하려고 신청했지만 동물원 측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의 취재결과 실제로 자원봉사자가 지적한 장소에는 2개의 작은 우리가 있었다. 하나는 비어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유기견 4마리가 수용돼 있었으며 인근에는 호랑이 사육 장소가 있었다. 현지언론은 그러나 “직접 동물원에 2시간가량 머물러 봤지만 동물원 측이 호랑이에게 유기견을 먹이로 주는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난산공원 경영과장은 “유기견들은 당국에서 잡아온 것으로 당분간 이곳에서 맡아서 기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호랑이 먹이는 신선한 쇠고기가 아니면 안 된다. 귀중한 호랑이에 유기견을 먹이로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면서 “자원봉사자 인수 거부는 필요한 서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차베스 없는 차베스 정부/육철수 논설위원

    베네수엘라 공수장교 출신인 우고 차베스가 자국민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것은 1992년 2월 4일.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 때였다. 차베스는 이날 쿠데타를 감행했다. 하지만 실패한 뒤 투항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는 국영방송에 나와 “내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운동은 ‘당분간’ 실패했을 뿐”이라며 사뭇 당당했다. 그는 쿠데타 2년 뒤인 1994년 사면을 받아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거무튀튀한 얼굴에 다부진 체격의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기존 정치 엘리트와는 많이 달랐다(세바스티안 에드워즈, 포퓰리즘의 거짓 약속). 이즈음 베네수엘라의 국내 상황은 복잡했다. 페레스 대통령이 축출되고 전직 대통령(1969~1974년) 라파엘 칼데라가 다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물가 인상, 화폐(볼리바르화) 가치 급락, 금융위기 등에 시달리다가 1996년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는 신세가 됐다. 차베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1998년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차베스가 실패한 쿠데타의 주역이었다는 사실도 ‘젊은 혈기의 실수’로 너그럽게 봐주었다. 차베스가 지난해 10월 4기 집권에 성공하고 남미 반미좌파 국가의 선봉이 된 데는 석유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제1의 석유 매장국(세계 매장량의 18%, 2960억 배럴)이다. 차베스에겐 석유가 풍부한 복(福)에다 고유가 행운까지 겹쳤다. 그가 처음 대통령이 됐을 때 유가는 배럴당 15달러. 그런데 2008년에는 135달러로 치솟았다. 그는 석유 판매금 1조 달러로 빈민 구제와 이웃 나라 원조에 펑펑 썼다. 덕분에 베네수엘라에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훨씬 능가하는 ‘차비스타스’라는 차베스 열렬팬이 있다. 국민의 40%에 이르는 빈민층은 절대 지지층이다. 볼리비아·니카라과·에콰도르 등이 똘똘 뭉쳐 반미 횃불을 든 ‘볼리바르 동맹’에서도 베네수엘라는 ‘큰형님’ 격이다. 석유는 이렇게 차베스에게 국제적 명성과 권력을 안겼다. 지난 10일(현지시간)은 차베스의 4기 정부(2013~2019년)가 출범하는 날. 하지만 차베스는 쿠바에서 암 치료를 받으며 의식불명 상태란다. 사실상 유고(有故)라 이날 취임식을 무기 연기하고 축하행사만 열렸단다. 차베스가 사망하면 헌법에 따라 재선거를 치르겠지만 벌써 권력 암투가 심각한 모양이다. ‘차베스 없는 차베스 정부’가 아슬아슬하다. 그의 포퓰리즘에 매달려 석유의 단물을 나눠 마시던 인접국들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석유가 낳은 ‘남미의 풍운아’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누가 메울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한파·식수난·산불비상… 강원 영동 ‘삼중고’

    전국이 한파에 유난히 눈이 많은 겨울을 보내는 가운데 강원 영동지역 주민들은 가뭄으로 식수난과 산불비상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10일 강원도와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강릉과 동해, 삼척, 고성 등 영동 해안 평지지역에 건조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농산촌 마을에는 급수난으로 소방차로 물 공급을 지원받는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산불 위험까지 크다. 강원 영동 동해안 평지에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건조주의보가 이어지다 지난 5일 이후 고성, 동해, 삼척지역에는 건조경보로 대체됐다. 습도는 현재 강릉·동해지역이 21%로 종전의 14~21%보다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말라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내린 눈은 속초가 4.8㎝, 북강릉이 9.9㎝에 불과하다. 대관령에 57.8㎝의 눈이 내리는 등 산간과 내륙지역의 폭설에 비하면 동해안은 아예 딴 세상이다. 삼척 가곡면 동활리는 배수관로가 결빙되면서 지난 5일부터 매일 32가구 주민이 소방차 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영동지역에 당분간 눈, 비 소식이 없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산간 농촌마을의 소방차 급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산불 위험도 높아져 현재 강릉 등 동해안의 산불위험지수는 71∼80%에 달한다. 산불위험은 지난해 12월 15일까지 가을철 산불위험기간이 종료되면서 유급 감시원과 순찰 인력, 임차 헬기 등이 모두 철수해 비상 상황이다. 강릉지역에는 산불위험기간 유급감시원 324명을 비롯해 이·통장단, 새마을부녀회, 61개 지역유관단체, 의용소방대 등 모두 3152명이 감시·순찰에 나섰지만 현재는 산불전문진화대 10명과 관계 공무원들만 비상 근무한다. 강릉, 동해, 삼척시가 산불 위험철마다 공동으로 임차하는 산불감시 헬기도 다음 달 1일이 돼야 다시 투입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한파에 저수지 등 수원이 얼어붙으면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산림청과 소방 헬기 진화 등 대처가 어렵다는 것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프로야구] 2013 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7개 구단, 시무식 뒤 훈련 ‘스타트’

    [프로야구] 2013 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7개 구단, 시무식 뒤 훈련 ‘스타트’

    프로야구의 2013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공식 개막일은 3월 30일이지만 삼성과 두산을 제외한 7개 구단이 7일 일제히 시무식을 갖고 본격 담금질에 들어갔다. 1군 무대에 데뷔하는 NC는 7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올해 첫 소집돼 각오를 다졌다. 김경문 감독은 “목표는 5할 승률과 4강”이라고 밝혔다. NC는 지난해 퓨처스 남부리그에서 60승5무35패를 기록, 리그 우승과 통합 승률 1위(.632)를 달성했다. 김 감독은 자신감에 넘쳐 “형님 구단들에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초반부터 다른 팀들에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자극했다. 10년 내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시무식을 가졌다. 김기태 감독은 “팬들에게 항상 빚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팀은 혼자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게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운동장에서 체력 테스트를 했다. 김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생긴 체력 테스트는 비활동 기간 선수들을 점검하는 것으로, 결과에 따라 해외 전지훈련 참가 여부가 갈린다. 4㎞ 달리기가 과제로 주어진 가운데 나이를 따져 3개조로 제한시간이 다르게 주어졌다. 이병규(9번), 최동수, 류택현은 트랙을 7바퀴 도는 것으로 ‘노장 대우’를 받았지만 이를 마다하고 8바퀴나 10바퀴를 돌아 후배들에 모범을 보였다. 20분 안에 들어오지 못한 투수 이동현과 우규민이 불합격 판정을 받아 당분간 사이판과 오키나와 전지훈련 대신 진주구장에서 훈련한다. 염경엽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넥센은 목동구장에서, SK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첫 공식 훈련에 돌입했다. 광주 무등구장에서는 KIA가 지난 4일 소집됐던 투수조와 재활조에 이어 이날 야수들이 가세한 가운데 첫 합동훈련을 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롯데가, 대전구장에서는 한화가 시무식과 합동 훈련을 가졌다. 삼성은 9일 시무식을 갖는다. 두산은 코칭스태프 워크숍에 이어 9일 선수단을 소집, 10일부터 훈련에 들어간다. 중순부터는 해외 전지훈련이 이어진다. NC가 가장 먼저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으로 떠나는 것을 비롯, 9개 구단이 미국과 일본으로 떠난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커버스토리-1983 과천 vs 2013 세종] 행정 비효율성 ‘불만’ 주거·의료시설 ‘불편’ 초등학교 교실 ‘부족’

    ‘정부세종청사 시대’가 열렸다. 수도권 집중현상을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등장한 지 10년 만이다. 하지만 주거시설과 편의시설, 초등학교 교실 부족으로 입주민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교실 부족은 수요예측이 빗나간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행정의 비효율성. 특히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수시로 서울을 오가느라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물리적인 부처 이전은 이뤄졌지만 행정 형태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에 부합하는 ‘행정 콘텐츠’가 도입되지 않은 탓이다. 행정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은 행정 콘텐츠가 바뀌지 않는 한 고위직 공무원들의 자리 비우기로 인한 행정공백 사태는 과천청사 때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과천청사에서는 외부 회의 참석에 한나절이 걸리지만 세종청사에서는 하루를 허비하고도 다음 날 출근이 빠듯하다. 자리를 비우는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국회를 핑계댄다. 주요 정책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국회와 수없이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 여의도의 국회를 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한 공무원은 “지금처럼 공무원들이 우르르 국회에 몰려가야 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행정 비효율, 낭비는 불 보듯 뻔하다”며 “국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이 떼 지어 국회를 방문하는 이유로 ▲국회의원의 권위의식 ▲대면보고 관행 ▲소신없는 공무원 행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화나 서면보고로 가능한 업무도 직접 자료를 갖고 들어와 보고하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공무원은 “서면 제출이나 전화로 업무를 처리할 경우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것이냐’는 호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의도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별것 아닌 것도 대면보고를 요구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수준 낮은 질문도 공무원들을 국회로 출근토록 만드는 원인이다. 한 공무원은 “국가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 지엽적인 문제까지 들고 나와 장차관을 호통치는 바람에 해당 실·국 사무관 이상 간부들이 모두 국회로 출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소신 없는 정치 공무원의 ‘눈도장 찍기’ 관행도 문제다. 국회의원에게 밉보이면 국정감사를 비롯, 예·결산 때 질타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유력 의원들이 부처 공무원의 승진·보직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어 국회 방문을 고집하는 공무원도 있다. 행정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 의사결정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김권집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국회 눈치를 살피거나 사전 내락받는 행정 관행에서 벗어나 장차관이 업무를 확실히 파악하고, 부처별 책임을 강화할 때 비로소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에 ‘국회 분원(分院)’을 설치하는 방안도 대안이다. 박수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할 수는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행정 비효율을 막자는 취지이다. 박 의원은 “세종시에서도 국회 상임위 등 일부 회의 개최를 가능하게 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거 부족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분양한 대부분의 아파트가 입주하는 내년 말까지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종합병원, 대형 쇼핑몰 등도 2~3년 안에 들어설 예정이다. 의료시설 부족 문제는 충남대병원이 2016년까지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지을 경우 급한 불이 꺼진다. 병원 설립에 따른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 교실 부족 문제는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단지 주변에 학교를 짓되 수요를 정확히 예측, 교실 수를 조정해야 풀린다. 대중교통체계 정비를 위해서는 인접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요구된다. 생활권이 대전, 조치원, 천안 등과 연계됐기 때문에 이들 지역을 잇는 서민 교통수단 확충이 필요하다. 도시정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대학,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행정적 지원을 해줄 필요도 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본지-도쿄신문 공동 여론조사] “한류 붐 지속” 韓 68%·日 45%로 시각차

    [본지-도쿄신문 공동 여론조사] “한류 붐 지속” 韓 68%·日 45%로 시각차

    일본에서의 한류붐 지속과 관련, 한국과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국민 다수는 일본에서 한류붐이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적 견해를 갖고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절반이 한류의 열기가 곧 식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일본내에서 한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설문에 ‘장기간 지속된다’(11.2%), ‘당분간은 지속된다’(57.6%)고 답하는 등 68.8%가 긍정적인 예상을 하고 있었다. 반면 일본인 중 ‘장기간 지속된다’(8.0%), ‘당분간은 지속된다’(37.6%)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비율은 45.6%였다. ‘벌써 끝났다’거나 ‘절정기가 지나 조만간 끝난다’는 부정적인 응답 비율은 한국인 중에는 25.5%, 일본인 중에는 49.0%였다. 2005년 7월 조사에서 한국인 중 66.4%가 한류붐이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일본인 중에는 46.6%가 지속될 것이라고 답변한 것과 비슷하다. 일본인 중 20대(50.4%), 60대(51.9%)에서 한류 붐의 지속성을 예상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K팝을 즐기는 20대와 한류 드라마를 즐기는 60대에서 상대적으로 한류 지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남성(42.7%)보다는 여성(48.2%)들이 한류가 지속될 것으로 답변한 비율이 높았다. ‘흥미로운 분야’와 관련해 한국 응답자의 24.4%는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꼽았다. 다음으로 일본 관광(16.3%), 첨단기술(12.6%), 요리(7.8%), 경제(7.6%) 순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16.8%가 한국의 요리에 흥미를 보였다. 이어 예능·예술(14.1%), 경제(14.0%), 관광(13.9%), 전통·역사(8.5%) 순으로 관심을 나타냈다. 한류 스타들의 활약 때문인지 한국의 예능·예술에 대한 흥미를 꼽은 일본인이 14.1%로 2005년 7월 조사 때(11.2%)보다 증가한 게 눈에 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힐러리 혈전은 머리 쪽” 차기 대선 출마 먹구름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뉴욕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에 긴급 입원한 힐러리 클린턴(65) 미국 국무장관은 머리 쪽에 혈전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혈전이 머리 부위에 생기면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리 쪽에 생긴 것보다 위험성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된다. 클린턴 장관 주치의들은 31일 성명을 통해 “클린턴 장관의 오른쪽 귀 뒤편 뇌와 두개골 사이 정맥에 혈전이 생겨 혈전용해제로 치료 중”이라면서 “뇌졸중이나 신경손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병세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어 완치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의료진의 간호 속에 클린턴 장관의 기분은 좋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호프스트라 의대 뇌 전문의인 데이비드 랭거 교수는 “클린턴 장관의 경우와 같은 혈전은 피의 흐름을 막아 뇌 안에서 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혈전 부위가 뇌로 드러남에 따라 클린턴 장관은 퇴원하더라도 당분간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탓에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 관련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아가 4년 뒤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분류되는 그의 대선 출마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번에 완쾌되더라도 4년 뒤에는 나이가 70대로 접어드는 만큼 건강 문제가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국기업 글로벌 파고 넘어라] “원천기술 늘리고 기업·대학·정부 기술클러스터 활성화를”

    [한국기업 글로벌 파고 넘어라] “원천기술 늘리고 기업·대학·정부 기술클러스터 활성화를”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을 가로막는 보호무역주의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980년대 일본 기업이 미국시장에서 겪었던 홍역이라며 체계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문가 4명으로부터 한국 수출이 풀어야 할 과제를 지상대담 형식으로 들어본다.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가 어느 정도인가. 이태인 센터장 최근 특허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무역 분쟁에서는 반덤핑, 상계관세 등이 많았는데, 이제는 브랜드 특허와 관련된 것이 많다. 김종기 연구위원 뒤따라가던 우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선도기업으로 부상하면서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삼성이 노키아를 제쳐 1위에 오르고 애플의 공세를 잘 극복하니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식이다. 김문섭 교수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견제한다고 보는 건 과잉 해석이다. 미국의 삼성-애플 소송에 참여한 배심원 가운데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만 ‘자국 기업이 쟤들 때문에 우리가 죽을 것 같다’며 애국심에 의지한 소송에 나서자 배심원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모양이다. →최근에는 특허소송이 심각한데, 견제의 유형은. 안병수 교수(수입업협회 연구소장) 첨단제품일수록 소재, 구조, 메커니즘, 디자인, 사용방법 등 모든 부품적 요소에 각각의 특허가 출원됨으로써 경쟁기업의 진입을 아예 막고 있다. 설사 경쟁기업이 진입해도 소송을 통해 상대의 판매 비용을 높이고, 또 판매 시점을 놓치도록 하는 게 견제 유형이다. 특허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노동집약적 상품에서 첨단 기술과 디자인이 적용된 상품을 발전한 측면도 있다. 특허 소송은 승패를 떠나 이미지 실추와 마케팅 실기 등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제소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신흥국들은 느닷없는 인증제도 등을 제정,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 예전에는 특허의 목적이 자기 기술혁신을 목적으로 했는데 지금은 경쟁기업의 견제 수단, 시장 우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 같다. 요즘 기술적 요소인 디자인, 소프트웨어로 특허 소송이 확대되고 있고, 특히 애플이 전체적인 분야에서 특허 지식재산권을 내세우는 등 심한 것 같다. →삼성-애플 소송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 연구위원 이런 경우 보통 중간에 협상으로 끝나고 하는데, 지금은 애플이 끝장을 보려는 듯하다. 그런데 애플이 핵심으로 내세운 특허 3건이 미국 특허청에서 무효 처리가 되면서 그 힘이 축소될 것 같다. 삼성으로선 배상금이 축소될 수도 있다. 당분간 이런 특허전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김 교수 서로 법정에서는 결사항전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변호사들이 만나서 논의하며 주판알을 튕길 것이다. 삼성이나 애플이나 부품을 공급하고, 받는 입장에서 거래를 끊기가 힘들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 성과를 보여줘야 할 입장이라 실리보다 명분 싸움으로 흐를 수도 있다. →왜 이 지경이 됐나. 그 원인은. 안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수출국이며 8위 교역국가이다. 반면 세계는 지금 재정위기, 금융위기로 다른 외국을 배려해줄 여력이 없다. 따라서 우리 무역분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미국, 터키, 인도 등 한국에 수입규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들은 만성적 무역적자국이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등은 만성적 흑자국이다. 이 센터장 ‘특허괴물’들은 삼성, 애플, LG, 팬택 등 정보통신 분야 기업들을 노린다. 매출이 많아야 손해배상을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일본이 국제특허 소송에서 어려움 겪었는데, 지금은 한국과 타이완이 타깃이다. 우리 수출 의존도가 120%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훨씬 높다. 미국처럼 특허 분쟁을 대비한 포트폴리오가 짜여져 있으면 좋은데 삼성은 그런 점에서 약한 게 사실이다. 김 연구위원 한국이나 삼성이 특허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했다. 한국 기업은 보유 특허가 많은데 핵심적 특허는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게 표준특허인데, 이 부분의 체계가 약하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또 전망은. 이 센터장 지재권 대응은 창출, 활용, 보호 등 3단계로 접근한다. 창출 단계에서부터 특허를 잘 만들어야 한다. 또 활용을 잘해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 기업, 공공연구소, 국책연구소 등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리딩 제품을 특허로 쓰도록 활용하고 보호도 잘해야 한다. 방어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하고 전문가도 많아야 한다. 전문가와 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CEO의 의지도 중요하다. 수출이 계속되고, 또 자국 보호정책 시류에 따라 소송은 늘 것이라고 본다. 안 교수 정보획득을 통한 사전대응과 시장다변화가 현실적 방안이라고 본다. 해외 현지생산 전략도 법적으로 수입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해외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이 문제다. 꾸준한 신기술 개발 등으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원론적 해결 방안이다. 아울러 이런 장벽을 넘는 과정에서 우리의 체질 강화와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 원화의 강세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김 교수 장기적으로 원천기술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정부가 하나가 된 기술인력 클러스터를 활성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싸워야 할 때와 화해해야 할 때’를 냉철히 파악해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에서 나서야 할 일은. 안 교수 기업이 필요로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이다. 앞서 언급한 해외 시장(규제) 정보의 획득과 전파, 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지원, 연구개발 지원이 정부가 할 일이다. 또 기술인증 등과 관련해 외국 정부와 상호인정협정(MRA)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현저하게 수출이 초과된 국가에는 수입사절단을 파견, 균형 무역의 노력을 표시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기의 침체와 더불어 지속될 현상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키워드로 보는 2013] 불안한 중동, 갑갑한 유로존…해법은 정치다

    2013년 세계는 다양한 도전과 기회를 맞이할 전망이다. 아시아에선 영유권 분쟁을 비롯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며, ‘아랍의 봄’ 이후 중동 지역의 불안과 변화도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에 따른 서방 민주주의와 영향력 쇠퇴, 이란·북한의 핵개발 등도 주요 도전과제로 꼽힌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동아시아 긴장고조 미국과 중국의 동시 권력재편으로 새로운 G2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는 중국의 아시아 패권 장악 정책과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노골적으로 부딪치며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가 지난 연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행정관할권을 인정하는 내용과 타이완에 F16 C·D전투기를 판매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자 중국이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고 강력반발한 것은 갈등 증폭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격화됐던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암운도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연말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극우 노선을 내세운 자민당이 승리함에 따라 아시아의 안보지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 및 미·일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의 수정, 집단적 자위권 확보 등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향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도 중국 항공기의 센카쿠 비행에 일본 자위대가 또다시 전투기를 발진시킬 경우 전투기 투입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도 강력한 실력 행사로 위협을 가하고 있어 언제든 화약고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40여년간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유지해왔던 평화와 번영의 원칙이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면서 “동북아시아가 제2의 냉전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중동 혼란 지속 시리아 유혈사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이집트 내분 등 중동 지역의 불안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리아는 정부군과 반군 간 22개월간 계속된 내전으로 4만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수세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여전히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해법 찾기도 갈 길이 멀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비회원 옵서버 국가’지위 획득으로 양측의 평화협상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측에 반환해야 하는 관세 수입 송금을 중단하고,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주변에 정착촌 주택 건설을 승인해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유발했다. 중동지역 내 반이스라엘 정서가 더욱 높아지면서 이스라엘과 중동 주변국 간 긴장도 더욱 고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랍의 봄’을 성공적으로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집트 등 일부 아랍권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철권통치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낸 이집트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민주 선거를 통해 6월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리비아와 예멘도 ‘아랍의 봄’ 여파로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이슬람주의자의 급부상과 무장 단체의 세력 확장으로 정국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기로에 선 유로존 경제위기 2010년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촉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는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2013년에도 가장 큰 우려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의 제도적 장치 및 각 국의 자구책 마련 등으로 유로존이 경제위기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제기되지만, 재정난과 일자리 창출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유로존 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월 EU로부터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 받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최근 2013년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0.5%에서 -0.3%로 대폭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활동 위축이 2013년에도 확대될 것이며, 후반기에 점진적으로 경제활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로존 위기 해결을 주도해온 독일은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 정부 경제자문위원회는 2013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유로존 위기가)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서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상당히 회복했고, 그리스가 진지한 개혁에 나섰다는 점을 유로존 위기 극복의 성과로 꼽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12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6단계나 상향 조정한 것도 유로존의 위기 탈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지연과 프랑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더딘 구조조정 등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 흔들리는 서방 민주주의 유럽의 경제위기와 함께 미국도 ‘재정절벽’ 위기 등 경제가 흔들리면서 서방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이 재정·금융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서방 선진국의 민주주의 모델이 위기를 맞았으며, 이는 2013년 가장 시급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경제에서 발생했지만 근본적 약점은 정치라는 것이다. 서방의 계속되는 경제적 실패는 국력 면에서 국제적 지위가 약화, 국제무대에서의 역할과 국익 추구 등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수십년 동안 미국과 유럽은 국제적 거버넌스(통치·관리)의 두 중심으로 국제적 문제 해결에서 경험을 쌓아왔으나 이 같은 자산은 모두 자신들의 거버넌스의 성공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 뒤 “이들의 모델이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으면 세계는 리더십을 찾기 위해 다른 곳을 바라볼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위기로 촉발된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축소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군은 2014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시킬 예정이며, 이에 따라 파키스탄과 이란, 인도, 중앙아시아 등 아프간 주변 국가들은 이미 미군의 아프간 철수 후 그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지출삭감 필요성은 앞으로 몇년 내 미국이 국제적 역할을 축소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후퇴에 따른 조정이 따를 것이며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란·북한 핵개발 위협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위협은 올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대 도전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이란은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아 인플레이션, 실업난 등 핵개발 추진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이란은 꼬리를 내리지 않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미국은 전쟁보다는 협상을 앞세우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는 22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선거 유세에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며 이란의 핵개발을 중지시키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둘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외신기자 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이미 레드라인(금지선)에 도착해 있다.”며 “이란이 일단 농축을 시작하게 되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막을 기회는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봄이나 여름에는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국제사회의 보다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초강경 정책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전쟁 반대 여론, 총선 결과 등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핵개발도 농축 정도에 따른 줄타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의 핵개발도 이달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과에 따라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 재개가 주목된다.
  • [열린세상] 요동치는 동아시아, 계사년의 권력 방정식/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요동치는 동아시아, 계사년의 권력 방정식/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한 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권력구조가 요동친 해였다. 연중 계속된 정치 캠페인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라는 여러 경제공약의 실천뿐 아니라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정치적 과제도 떠안고 있다. 상반기의 총선에 이어 연말 대선을 치르면서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 새로운 민심의 표출에 적응하기 위한 정치적 이합집산과 구조조정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다. 2013년의 한국정치는 연초부터 어수선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주변 강대국의 정치적 변화도 극적으로 전개된 한 해였다. 일찌감치 재집권을 노려오던 러시아의 푸틴체제가 공식 출범하였고, 미국에서도 오바마 행정부가 한 차례 집권을 더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 권력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새롭게 시진핑 체제가 자리를 잡았고, 일본인들은 자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아베 내각을 출범시켰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적 변화가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한꺼번에 일어난 것도 매우 드문 현상이다. 여기에 더해서 지난 1년 동안 김정은 체제가 권력다툼의 우려 속에서 불안하게 지속되어온 것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권력구조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남북한 대화 채널이 막히고 주변 국가들과의 교류가 끊어진 상황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재개 움직임은 분명 한반도 상공에 먹구름을 드릴 공산이 크다. 어떻게든지 남북한 사이에, 그리고 동아시아 당사국들 사이에 평화와 안정을 확보해야 하는 무거운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권력구조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그 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권력경쟁의 판이 짜이면서 확실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력한 러시아의 부흥을 외치면서 자원민족주의를 부각시키는 푸틴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을 지속시키면서 중화 부흥을 외치고 주변국과의 영토분쟁도 마다하지 않는 시진핑의 중국은 기존의 세력균형 구도를 계속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하여 과거사문제와 영토분쟁 등 현안에서 더욱 극우성향을 보이는 정부를 선택한 일본은 군사적 재무장을 위한 헌법 개정까지 부르짖고 있다. 동아시아의 권력구조 개편은 특히 두 가지 점에서 눈에 띈다. 첫째는 이 지역에서 헤게모니를 행사해 오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정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정주의 성향의 국가가 많아질수록 정세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기존 헤게모니 국가와 충돌하거나 자신들끼리 경쟁하면서 권력구도를 뒤흔들 것이다. 큰 나라들 사이에 권력다툼이 격화되면 작은 나라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말하자면 어떤 강대국과 가깝게 지낼 것인지 ‘편승’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이는 곧 동맹의 대상이 바뀔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는 동아시아 주변 강대국의 정치적 변화가 모두 국내사회의 강력한 요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 정치적 결과가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그대로 반영하는 속성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유지해온 엘리트주의적 외교와 이데올로기적 동맹관계를 넘어 훨씬 더 복잡한 국내정치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러시아·중국·일본 모두 우경화된 정부 또는 보수주의적 성향의 정부를 선택했으며, 미국과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동아시아의 이런 정치적 변화는 지금까지 이어왔던 어떤 구도보다도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수정주의 성향이 가속화되고 내재성의 논리가 강해지는 동아시아 정치구도는 올 한 해 주변 정세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만큼 지금의 동아시아 국제관계는 단순한 확신이나 어설픈 계산으로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방정식을 우리 앞에 던져주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선거를 위한 정치적 경쟁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요동치는 동아시아 권력 방정식을 풀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이다. 뱀의 해, 뱀의 명민함을 닮은 정치를 기대해 본다.
  • [2013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기막힌 동거/임은정

    [2013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기막힌 동거/임은정

    등장인물 아영(25) 숙자(37) 동곤(25) 집주인(55) 아들(28) 장씨(50)- 1인 2역 때 현대 겨울 장 소 도심 변두리 다가구주택 무 대 오래되고 낡은 느낌의 집이다. 조그만 마당이 있고 셋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문을 사이에 두고 마당과 방이 나뉜다. 방 안은 소박하고 단출하게 꾸며져 있다. 벽에는 커다란 시계가 걸려 있고 옷장, 책상, 앉은뱅이 화장대가 한구석을 차지한다. 부엌에는 싱크대와 소형 냉장고가 있다. 부엌 옆으로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도 보인다. 네모난 종이 상자가 몇 개 놓여 있고, 일상용품과 옷들이 흩어져 있다. 1장. 마 당에서 방 안을 기웃거리는 정장 차림의 숙자. 한 손에는 고객 파일을 들고 있다. 목에 건 스톱워치를 보며 초조한 듯 시간을 재고 있다. 숙자 5, 4, 3, 2, 1.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영 아직 내 시간이에요. 숙자 이제 내 차례야. 아영 (시간 확인, 밖으로 나간다) 이제 아영이 밖이고, 숙자가 방 안이다. 아영이 밖에서 방 안을 기웃거린다. 휴대전화 보며 시간을 기다리다 방 안으로 소리친다. 아영 1분 남았어요. (모래시계 꺼내서) 시, 작! (다 떨어지면) 땡!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숙자 아직 내 시간이야. 아영 이제 내 차례예요. 숙자 (시간 확인, 밖으로 나간다) 다시 마당에서 방 안을 염탐하는 숙자. 밖으로 나오는 아영을 붙잡아 방으로 밀고 들어온다. 숙자 전화는 왜 안 받아? 요리조리 도망만 다니고. 무조건 피하면 다야? 일부러 그런 거지? 어떻게 됐어? 벌써 며칠째냐고. 오죽하면 대낮에 일하다 말고 너 잡으러 왔겠어. 더 이상은 안 돼. 아영 숨 넘어 가겠어요. 숙자 시간 없어. 말일까지는 해결해줘. 아영 무리예요. 숙자 안 쫓겨나는 것만도 다행이거든. 아영 조금만 더···. 숙자 최후통첩이야. (고객 파일을 두고 나간다) 아영, 마당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온다. 어깨에 큰 가방을 메고 있다. 집주인, 빗자루 들고 다가간다. 집주인 꼼짝 마. 아영 으악! 집주인 내려놔. 아영 아니에요. 오해세요. 집주인 가방 내려놓으라니까. 아영 고모 모르세요? 여기 사는 분요. 집주인 (방 쳐다본다) 아영 키 좀 크고, 얼굴 동그랗고, 파마머리···. 집주인 젊은 게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아영 저 방이, 숙자 고모예요. 친척 동생, 아 그러니까···. 조, 조카예요. 집주인 도둑년이 어디서 수작질이야. 아영 (가방을 쏟으며) 조카 맞아요. 보세요. 다 옷뿐이잖아요. 고모 부탁으로 세탁소 가던 길이었어요. 훔친 거 아니에요. 두 사람은 대치하고 있고, 숙자가 급히 들어온다. 아영 고모! 도, 도둑으로 몰렸어요. 집주인 (빗자루 내리며) 아는 사람이야? 숙자 오해를 하신 것 같아요. 조카가 놀러 왔어요. 집주인 이 시간에 집에는 웬일이야? 숙자 뭘 좀 두고 와서요. 집주인 객식구는 오늘 가지? 숙자 (머뭇거리다) 며칠만 있을 거예요. 집주인 은근슬쩍 넘어갈 생각 말고 계산이나 똑바로 해줘. 숙자 무슨···. 집주인 수도, 전기, 가스! (수첩 꺼내서 적으며) 단 하루라도 사람이 늘었으면 더 내야지. (시계 보며) 어머, 마트 타임 세일···. (나간다) 아영, 떨어진 옷을 가방에 챙겨 넣는다. 숙자 조심하랬잖아. 아영 연습한 시나리오대로 잘 말했어요. 숙자 그 아줌마 눈치가 보통 아니야. 들키지 않게 잘해. 아영 (일어난다) 너무 억지를 부려요. 놀러왔다는데 세금이라니···. 숙자 밀린 방세나 신경 써. 숙자, 방으로 들어가 고객 파일을 챙겨 나간다. 아영,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벽시계 쳐다본다. 오후 2시 무렵. 우유 배달 아줌마 변장을 한 동곤, 손수레를 끌며 마당을 서성인다. 동곤 (노크하며) 신선하고 고소한 내추럴 우유 왔어요. 아영 (문 가까이 다가와) 아무도 없어? 동곤 장트라블타에 직방인 야쿠르트 왔어요. 아영은 동곤이 온 것을 확인, 문을 열어 준다. 동곤, 후다닥 방으로 들어간다. 변장용 옷과 가발을 벗는다. 동곤 이렇게까지 해야 돼? 아영 앞으로 더한 것도 해야 돼. 동곤 뭘 또 시키려고? 아영 다른 방법이 없잖아. 동곤 이런 기발한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아영 한 수 모방했지. 동곤 이런 걸 뭐라고 하냐? 월세방은 아니고, 파트방인가? 아영 아무려면 어때. 동곤 우리 시간제로 방 쓰잖아. 그러니까 시간방 아니야? 아영 잘도 갖다 붙인다. 2시부터 8시면 황금 시간대야. 어디가도 이런 방에, 이런 가격 없어. 동곤 방세 좀 깎아줘. 아영 휴학하고 미친 듯이 알바 뛰는 거 보고도 그래. 동곤 나도 밤마다 미친 듯이 부킹한다고. 아영 그럼 다른 방 알아보든지. 동곤 아, 아니야. (사이) 망이나 좀 봐. 슈퍼 좀 갖다 오게. 두 사람,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나오다 집주인과 맞닥뜨린다. 아영 (둘러대며) 동, 동생이에요. 집주인 동생? 혹시 남동생도 같이 이 방에···. 아영 아니, 놀러 온 거예요. (동곤에게) 뭐해? 들어가자. 집주인 나오던 거 아니었어? 아영 들어가던 길이예요. 아영과 동곤은 방으로 들어오고, 집주인은 자기 집으로 간다. 동곤 동생이라니? 아영 급한데 그렇게라도 둘러대야지. 이제부터 나는 누나, 그 누님은 고모야. 동곤 졸지에 수상한 가족 탄생! 불안 불안해서 여기 계속 살겠냐? 아영 변장 안 하면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마. 출입 금지야. 동곤 무슨 감옥도 아니고. 아영 그래 봐야 저녁 8시까지야. (나간다) 동곤은 손수레에서 침낭을 꺼내 덮고, 벽시계는 꺼내서 베고 잔다. 저녁 8시. 숙자는 방 앞에서 스톱워치 보며 계속 차례를 기다린다. 시계 알람 소리 몇 번 울린다. 동곤, 겨우 일어나 허겁지겁 나온다. 숙자 거기서 왜···. 동곤 ···. 숙자 누구···. 동곤 오, 오빠예요. 숙자 오빠라뇨? 동곤 아영이는 알바 가고, 깜빡 잠이 들어서···. 집주인이 마당으로 나오다 순식간에 두 사람과 마주친다. 숙자는 당황하고, 동곤은 침착하게 대처한다. 동곤 고모도 만나고 가려고···. 집주인 누가 뭐래. (숙자에게) 건넛방, 할 얘기가 있어. (집 전화 울린다) 잠시만. 집주인은 나가고, 숙자는 동곤을 붙잡아 방 안으로 들어간다. 숙자 오빠라고 안 했어요? 동곤 저···. 숙자 고모는 또 뭐예요? 동곤 둘 다예요. 숙자 무슨 소리예요? 동곤 그렇게 돼 버렸어요. 아니 그렇게 해야 돼요. 숙자 혹시 주인이 아영이를 알아요? 그쪽도요? 동곤 다 같이 만났어요. 숙자 만나다뇨? 동곤 주인은 우리가 남매인 줄 알아요. 숙자 남매가 아니에요? 동곤 아니 맞아요. 아영이는 동생입니다. 숙자 오빠라며? 너 뭐하는 놈이야? 동곤 (물러선다) 오, 오빠라니까요. 숙자 아영이는 분명히 형제가 없다고 그랬어. 동곤 사, 사촌 오빠. 사촌끼리 워낙 친하게 지내서 그냥 오빠라고 그래요. 숙자 뻥까지 말고 바른 대로 대. 동곤 복잡하게 생각 마세요. 집주인은 아무것도 몰라요. 아영이가 집주인한테 잘 둘러댔어요. 그러니까 우린, 모두, 아무것도 들키지 않았다고요. 숙자 가택 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동곤 가택 침입이라뇨? 여긴 내 방이에요. 숙자 여기가 왜···. 동곤 이 방은···. 숙자 둘, 둘이 동거해? 동곤 대박! 근친상간이라고요? 숙자 빌려 쓰는 방에서 살림을 차리면 어떡해? 동곤 아니 점점···. 숙자 빨리 불어. (휴대전화 꺼내며)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콩밥 좀 먹어 볼래. 동곤 세, 세 들었어요. 숙자 세라니? 동곤 아영이가 세 든 12시간 중에서, 6시간을 다시···.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집주인. 숙자 (동곤에게) 꼼짝 말고 있어. 밖으로 나가본다. 집주인과 싸움이 벌어진다. 숙자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해요. 집주인 일이 그렇게 됐어. 숙자 이 추운데 당장 방을 어디서 구해요. 집주인 원래 거기가 우리 아들 방이었어. 숙자 법적으로도 이건 걸려요. 이런 식은 문제가 있다고요. 집주인 젊은 사람이 팍팍하게 왜 그래. 법까지 들먹이는 건 좀 그렇잖아. 숙자 심한 게 누군데요. 집주인 내가 주인인데, 내 집을 맘대로 못 할 게 뭐가 있어. 숙자 다 낡아 빠진 집 한 칸 있다고 유세는···. 집주인 뭐, 유세···. 숙자 주인이면 다야? 집주인 이 여자가···. 당장 방 빼. 2장. 숙자, 아영, 동곤이 서로를 경계하며 마당을 빙빙 돈다. 숙자는 목에 건 스톱워치를 손에 들고, 아영은 가방에서 모래시계를 꺼내고, 동곤은 우유 손수레에서 큰 벽시계를 꺼내 든다. 도는 속도 점점 빨라진다. 숙자 0.5 아영 0.4 동곤 0.3 숙자 0.2 아영 0.19 동곤 0.18 숙자 0.17 아영 (건너뛰며 재빨리 다 센다) 0.16, 0.15, 0.13, 0.11. 땡! 다같이 내 차례야. 세사람은 서로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난리 법석. 순식간에 몰려 들어와 각자 방 안의 일상을 시작한다. 숙자는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동곤은 시계를 베고 눕는다. 아영은 방의 벽시계 시침과 분침을 돌려 오전 8시로 맞춘다. 아영 내 시간이에요. 빨리 해주세요. 숙자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아영 시간 가요. 빨리요. 숙자 (단단히 화가 나) 아영이 너···. 아영 ···. 숙자 사람을 들이면 어떻게 해? 동곤 (노래하듯)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아영 조용히 해. 숙자 이건 엄연한 계약 위반이야. 이제 너하고는 계약 해지야. 아영 갑자기 그러시면···. 숙자 저 놈만 끌어들이지 않았어도 아무 탈 없었어. 동곤 (일어나며) 이거 왜 이래요. 나는 피해자예요. 아영 방법이 있을 거예요. 숙자 괜히 들켜서 피곤해지느니 방 빼서 다른 데 가는 게 나아. 어차피 주인도 나가라고 한바탕 난리 부렸어. (사이) 아들이 여기로 들어온대. 아영, 동곤 네? 아영 제발 그것만은···. 동곤 우리도 같이 이사 가요? 아영 (동곤을 째려본다) 숙자 계약 해지라니까. 동곤 해지라뇨? 겨우 하루 살았다고요. 숙자 내가 뭐 어쨌다고. 동곤 시간방을 탄생시켰잖아요. 이 방의 어머니 같은 존재랄까요? 아영 농담이 나와? 동곤 맞는 말이잖아. 숙자 헛소리 집어 치우고. 아영이하고 해결해. 숙자, 휴대전화가 울린다. 친절하게 통화한다. 숙자 네, 고객님. 암보험요? 자녀분 것도 드신다고요. 그리로 금방 갈게요. (통화 마치고, 아영을 쏘아본다) 빨리 해결해. 저놈도, 월세도. 숙자, 서둘러 나가다 뭔가 생각난 듯 뒤돌아 온다. 깜빡한 가방은 챙겨 가고,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두고 나간다. 급하게 나가다 문을 살짝 열어두고 간다. 아영 안 들키게 조심하랬잖아. 동곤 변장까지 시켜서 끌어들인 게 누군데. 아영 끝까지 모른다고 버텼어야지. 동곤 더 있다가는 짭새 뜰 뻔했다고. 아영 주인집 아들이 문제야. 그놈만 안 오면 아무 문제 없는데. 동곤 우리 업소 형님들한테 부탁 좀 해볼까? 아영 허튼 짓 하지 마. 아영,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동곤을 쳐다본다. 아영 내 시간이야. 동곤 치사하게. 비상이라고 일찍 오라며? 아영 다 끝났잖아. 동곤 그래서 지금 날더러 나가라고? 아영 응. 동곤 우리도 해결 봐야지. 아영 걱정 붙들어 매. 이 방은 반드시 지킬 거야. 동곤 오늘만 그냥 좀 있자. 아영 너랑 같이? 동곤 뭐 어때? 우리 같이 건조한 사이에. 아영 가줄래. 머리 아파 죽겠거든. 동곤 나갔다 오면 집주인 눈치도 봐야 하고. 어디 갈 데도 없다고. 아영 약속한 시간을 지켜줘. 동곤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을게. 아영 6시간만이라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동곤 (옷장 가리키며) 저, 저기 들어가 있을게. 아영 뭐라고? 동곤, 순식간에 옷장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영이 밖으로 끌어내려 한다. 아영 뭐하는 짓이야? 동곤 이제 편하게 쉬어. 방해 안 할게. 아영 거기서 당장 나와. 동곤 나 없다고 쳐. 그거, 투명 인간! 아영 죽고 싶어? 동곤 여기 한숨 때리기 딱이다. 아영 좁아 터진 데서 잠이 와? 동곤 시간 되면 바로 깨워. 낯선 남자가 방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 아영 (멀찍이 서서) 누, 누구세요? 아들 그쪽은요? 아영 ···. 아들 여기 살아요? 아영 네. 아들 (굉장히 놀라며) 이 방을 세 줬어요? 아영 누구신데···. 아들 아들 집 나간 지 얼마 됐다고. 아영 혹시, 주인집? (사이) 일단 여기 좀 앉으세요. 두 사람, 어색하게 앉는다. 아영 이 방으로 이사를 온다고···. 아들 누가요? 내가요? 아영 그래서 방 빼라고 그러셨는데. 아들 그럴 리가 없어요. 뭔가 꿍꿍이가 있겠죠. 아영 무슨···. 아들 그게 아마도···. (망설인다) 아무튼 내가 이 방에 오는 건 아닙니다. 오늘은 집에 잠시 왔다가, 내 방에 두고 온 게 생각나서. 아영 (옷장을 쳐다본다) 아들 저,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아영 그러세요. 주인집 아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아영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옷장을 두드린다. 아영 그새 잠든 거야. 반응이 없자, 더 세게 두드린다. 아영 시간 됐어. 빨리 튀어 나와. 동곤, ‘시간’이라는 말에 놀라 옷장 밖으로 나온다. 이때 아들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아영 그자야. 주인집 아들. 동곤 뭐? 아영과 동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다. 동곤, 손수레에서 업소용 쟁반을 꺼내 아들을 위협한다. 동곤 너 잘 걸렸다. 아들 (물러선다) 왜 그래요. 동곤 우리 형님들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아들 무슨 소리야? 아영, 부엌에서 식칼을 찾아 동곤에게 주려 한다. 아영 이걸로 해. 동곤과 아들, 모두 놀란다. 동곤 사람 놀라게. 아영은 칼을 든 채 아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간다. 아영 이 방은 우리 거야. 여기로 들어오지 마. 아들 도, 도둑이었어? (동곤 보며) 그것도 2인조. 책상 위로 강하게 칼을 내리꽂으며 협박한다. 아영 이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아들 ···. 동곤 한 발짝도 안 돼. 발모가지를 확 그냥···. 아들 (주머니 뒤진다) 돈 가진 거 다 줄 테니까 제발 나 좀 보내줘요. (손목시계 푼다) 이 시계도 가져요. 비싼 거예요. 다 가져요. 아영 지금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 동곤 도둑들 아니고 세입자들! 아들 정말이에요? 도둑 아니에요? 동곤 이렇게 때깔 좋고 잘생긴 도둑 본 적 있어? 아들 아니 근데 왜 나한테···. 아영 당신 때문에 쫓겨나게 생겼다고. 동곤 이 방에 들어온다고 그래서. 아들 아니 들어올 일 없다니까 자꾸 왜 그래요. 이 방 월세 밀렸다고 엄마한테 쫓겨나서 친구 집 전전하면서 산다고요. 밀린 방세도 아직이에요. 동곤 (쟁반 내리며) 아들인데도 월세를 받아? 아들 자식이라고 봐주는 거 없어요. 악착같이 뜯어 갑니다. 아영 그러니까 진짜 이 방에 이사 올 일이 없다고? 아들 그렇다니까요. 아영 그럼 주인 아줌마 속셈은 뭐지? 아들 그건···. 아영, 아들이 망설이자 꽂혀 있는 칼을 뽑아 들려고 한다. 아들 월, 월세 올려 받으려는 거예요. 아영 (더 위협) 확실해? 아들 보증금 빼줄 돈도 없을 거예요. 밖에서 숙자가 문을 두드린다. 숙자 문 좀 열어 봐. 동곤, 아영은 몹시 당황한다. 숙자 (계속 두드린다) 안에 없어? 아영 (동곤에게) 옷장. (아들에게) 당신은 화장실. 빨리 피해. 동곤 화장실은 위험해. 아영 둘 다 옷장! 빨리! 아들 누군데 그래요? 동곤 사채업자. 동곤, 옷장에 들어가 숨는다. 아들도 얼떨결에 따라 들어간다. 옷장 안이 비좁아 아영이 억지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아버린다. 문 열어주자 숙자가 급하게 들어온다. 아영은 옷장 앞에 선다. 숙자 빨리 안 열고 뭐했어? 아영 자느라고요. 집에는 왜 다시···. 숙자, 무언가를 찾는다. 책상 위에서 휴대전화 발견. 숙자 내 정신 좀 봐. 여기 두고. (책상에 꽂힌 칼을 본다) 저건 뭐야? 아영 (다가가 칼 뽑으며) 과일 좀 깎아 먹으려고. 숙자 취미도 참 별나. 숙자, 가려다 뒤돌아 다시 들어온다. 숙자 내 목도리를···. 어디 뒀더라. 방 안을 찾다가 옷장을 보고 서서히 다가온다. 놀란 아영은 가방에서 자기 목도리를 꺼내준다. 아영 바쁜데 이거 그냥 하고 가세요. 선물이에요. 숙자 (받는다) 선물은 선물이고, 월세는 월세야. 목도리 두르고 나가는 숙자를, 아영이 잠시 불러 세운다. 아영 밤에 들를게요. 방 때문에 상의할 게 좀 있거든요. 숙자 집주인 조심해. (나간다) 옷장 안에서 두 사람 쏟아져 나온다. 헉헉거린다. 동곤 죽을 뻔했어. 둘은 안 돼. 무리데스. 아들 사채업자 아니죠? 누군데 그래요? 아영 이 방 주인. 아들 네? 우리 엄마가 주인 아니에요? 동곤 쉽게 말해서. (노래하듯) 세 준 놈, 그 위에 세 준 놈, 그 위에 세 준 놈. 동곤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동곤 (받는다) 뭐라고요? 현빈 형님요? 알았어요. 총알같이 갈게요. (끊는다) 1시까지는 다시 올 수 있어. 괜찮겠어? 아영 너는 2시부터야. 동곤 저 사람은? 아영 바로 돌려보낼 거야. 동곤, 서둘러 나가는데 아영이 불러 세운다. 아영 (우유 손수레 가리키며) 야, 장동곤! 저거는? 동곤 어차피 다시 올 거잖아. 아영 변장 안 해? 들고 가. 들키면 어쩌려고. 동곤, 마지못해 손수레에 자기 물건을 쑤셔 넣고 밖으로 나간다. 아들도 슬쩍 따라 나가려고 한다. 아영 잠깐만요. 정말 죄송해요. 워낙 방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증이 심해서 그래요. 가끔 나도 모르게 불같이 화가 나는데···. 아들 아니, 뭐, 그럴 수도···. 아영 혹시 하루 종일 집에 있어요? 아들 취직도 안 되고 해서, 밤에는 친구 가게에서 일을 좀···. 아영 굉장히 싼 방이 있는데. 아들 ···. 아영 하루 종일은 아니고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쓸 수 있어요. 하루 6시간, 월세는 8만원만 내면 돼요. 아들 그런 방이 있어요? 아영 네. 시간방! 오전에는 방에서 쉬고, 오후에는 도서관 가고. 어때요? 아들 거기가 어딘데요? 아영 (손짓) 여기! 아들 이 방요? 3장. 숙자는 얼굴에 수건을 묶고 마사지크림을 바르고 있다. 아영은 그 옆에 앉아 숙자 눈치를 살핀다. 아영 주인이 아무래도 빼줄 보증금이 없는 것 같아요. 숙자 (쳐다본다) 누가 그래? 아영 동네 아줌마들 염탐 좀 해봤는데 확실해요. 소식통 슈퍼 아줌마한테 들었는데, 글쎄 주인집 아들이 다단계에 홀딱 빠져서 패가망신할 뻔했대요. 주인이 그 일 처리하느라 빚까지 엄청 지고, 난리도 아니었대요. 숙자 뭐? 큰소리만 뻥뻥 치더니 뭔가 미심쩍다 했어. 아영 보증금은 확실히 없어요. 숙자 순둥인 줄 알았더니 재주도 용하다. 아영 버티면 돼요. 이 방에서 안 나가도 된다니까요. 숙자 그래도 그놈은 해결해야 돼. 아영 월세를 아예 안 낼 수도 있는데. 숙자 (솔깃하며) 하나도? 아영 대신 밀린 월세 몇 달만 좀 봐주세요. 숙자 그거야···. 아영 언니라고 해도 되죠? 숙자 편하게 불러. 아영 저희 합쳐요. 숙자 같이 살자고? 아영 어차피 밤에 알바하느라 집에 거의 안 들어와요.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같이 방 써도 집에 거의 없을 거니까. 숙자 불편하지 않을까? 아영 월세 하나도 안 내셔도 된다니까요. 숙자 (바싹 다가간다) 진짜 무슨 수가 있어? 아영 하나 더 들이세요. 숙자 ···. 아영 셋이서 월세 다 부담할게요. 숙자 지금도 주인 눈치 보이는데 어떻게 그래. 들키기라도 하면···. 아영 안 들키게 철저하게 교육시킬게요. 시간도 그대로 쓰고, 월세도 안 내고. 언니는 손해날 거 하나도 없어요. 대신 밀린 월세만 좀···. 숙자 괜히 일을 더 크게 벌이는 것 같은데. 아영 돈 급하시잖아요. 카드 빚도 갚아야 하고. 그래서 12시간 세도···. 숙자 그걸···. 아영 카드 회사 독촉장 봤어요. 오해 마세요. 방에서 그냥 우연히 본 거니까. 사각 티슈 몇 장을 연거푸 뽑아 얼굴에 마구 문지른다. 숙자 내가 쓴 거 아니야. 다 그놈이 저지른 거야. 아영 누가···. 숙자 망할 놈의 개자식. 원수덩어리. (사이) 전 남편. 아영 그러니까 사람 하나 더 들이세요. 빨리 빚 갚아야죠. 숙자 사람을 어디서 구해? 아영 적임자가 하나 있어요. (휴대전화 울린다) 네. 지금 나가요. (끊는다) 알바하다 잠시 온 거라서···. 숙자 잠은 안 자? 아영 그럴 시간 없어요. 월세는 봐 주시는 거예요. (마당으로 나간다) 집주인이 아영을 기다리고 있다. 집주인 정말 올려 줄 거야? 아영 네. 그렇다니까요. 집주인 고모 일에 조카가 왜? 아영 월세 올려 드리고 저도 여기 같이 살까 하고요. 집주인 그래? 근데 얼마나? 아영 십오 정도. 그냥 아드님 쓰라고 하기에 방이 좀 아깝지 않아요? 다달이 사십을 집에 갖다 주는 것도 아니고. 집주인 (혼잣말) 사십! 아영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집주인 나가고, 아영도 밖으로 나간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른다. 아영, 조심스럽게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동곤이 마당에서 방 쓸 차례를 기다린다. 아영, 나오다 기겁한다. 아영 뭐해? 변장도 안 하고? 동곤 이제 조카잖아. 그럴싸하게 연기만 하면 돼. 아영 자주 들락거리면 의심받아. 아영, 동곤을 데리고 재빨리 들어간다. 동곤, 벽시계를 2시에 맞춘다. 동곤 안 가고 뭐해? 내 시간이야. 아영 잠시만. 중요한 일이야. 동곤 지정된 시간을 지켜줘. 아영 그새 따라 하기는. (사이) 방세 올려줘야 돼. 동곤 뭐? 아영 집주인이 요구를 해. 동곤 아들놈 때문이라며? 아영 원하는 건 돈이었어. 동곤 고모한테 더 내라고 해. 아영 장난하지 말고. 한 방에 사니까 공동 책임이잖아. 동곤 주인하고 계약한 건 그 여자야. 아영 십오를 더 달래. 동곤 이런 낡은 방을? 아영 당장 아쉬운 건 우리잖아. 동곤 (시계 본다) 일단 좀 씻고. 쓰레기통에서 수건, 칫솔, 면도기를 꺼내 빠르게 움직인다. 아영 거기다 왜···. 동곤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짱박았어. 아영 들고 다녀. 숙자 언니가 질색해. 동곤 잘만 숨기면 돼. 아영 더 낼 거지? 동곤 씻고, 쉬고, 자고, 밥 먹고, 똥 싸고. 꾸물거리다 언제 다 해. 나이트에서 부킹이 필수라면, 시간방은 스피드가 생명이지. 동 곤은 화장실로 들어가 쏜살같이 씻고 튀어나온다. 아영 그러니까 그 언니가 우리 사정 봐줘서 5만원을 더 내는 거야. 보증금도 그 언니가 내고 있고 12시간 쓰니까 15만원. 나머지는 너, 나 6시간에 각각 12만 5000원. 동곤 4만 5000원이나 더 내라고? 아영 이런 방을 어디 가서 구해. 동곤 고시원으로 갈까? 아영 거기도 한 달에 최소 삼십은 넘어. 그걸 어떻게 견뎌? 업소에서 오전에 쪽잠이라도 잘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인 줄 알아. 동곤 돌겠다! 아영 너도 살고, 나도 살고. 동곤 주인 살고, 우린 죽고. 아영 ···. 동곤 5000원이라도 깎자. 아영 사용 시간에 따라 공평하게 고통 분담! 동곤 이 넓디넓은 지구에, 하루 24시간 내 몸뚱이 하나 편하게 누일 방 한 칸이 없다니···. 아영 지구는 좀 심하다. 동곤 심한 건 이 방이야. 아영 다음 달부터 올리는 거다. (나간다) 동곤, 부엌 싱크대 안에 숨겨둔 침낭과 시계를 꺼내서 잠을 청한다. 똑딱똑딱 시간이 흐른다. 저녁 8시 무렵, 숙자가 밖에서 문 두드린다. 동곤, 후다닥 일어나 방을 나오다 숙자와 마주친다. 숙자 이러다 의심받아. 빨리 가. 동곤 가요, 가. 숙자는 방으로 들어와 곧바로 잠을 잔다. 시간 흘러 아침 7시 30분. 알람 울리자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아영은 방 밖에서 기다리다 졸고 있다. 모래시계를 손에 쥐고 있다. 숙자 (나오며) 빨리 들어가. 아영 (잠꼬대하며) 찜질이세요? 목욕만 하세요? 숙자 (깨우며) 여기 집이야. 아영은 비몽사몽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벽시계를 8시에 맞춘다.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든다.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자, 벌떡 일어난다. 집주인 아가씨, 있어? 아영 네. 나가요. 아영, 정신을 차리고 눈빛을 번뜩인다. 집주인 그때 말한 월세는···. 아영 안 그래도 다른 방 열심히 알아보고 있어요. 집주인 다른 방이라니? 아영 보증금이나 잘 준비해주세요. 집주인 아들놈 잘 구슬려서 다락방 쓰라고 하면 돼. 아영 아드님한테 미안해서요. 그냥 이사 나갈게요. 집주인 이사라니?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 아영 그 월세면 투 룸도 가능하겠고. 아무래도 둘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집주인 그러지 말고 조금만 올려주고 그냥 살아. 이사 비용도 만만치 않잖아. 아영 얼마나···. 집주인 10만원만 더 내. 아영 그 돈이면 그냥 이사 가는 게···. 집주인 섭섭하게 왜 그래. 그럼 딱 5만 원만. 아영 보증금 준비를 최대한 서둘러 주세요. 집주인 (자기도 모르게 소리 지른다) 안 돼! 아니, 당분간은 그냥 살아. 아영 최종 결정은 고모가 해야 하니까···. 집주인 월세만 밀리지 말아줘. 집주인은 울상을 짓고 나가고, 아영은 방으로 들어와 한숨을 돌린다. 혼자 계산을 해보며 웃음 짓는다. 아영 계산이 그러니까. (계산기 두드려 보며) 동곤이 6시간 12만 5000원, 주인 아줌마 아들 6시간 8만원. 나는 12시간 4만 5000원! 숙자 언니 0원! 겨우 25만원 딱 맞췄네. 이제야 두 다리 뻗고 자겠다. 마당으로 낯선 남자 한 명이 들어와 문을 두드린다. 장씨 나야. 아영 누구세요? 장씨 (여자 목소리 들리자 침묵) 동곤이 들어오다, 장씨를 보고 당황한다. 동곤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장씨 뭐가 잘못됐어? 집주인이 마당으로 나오다, 두 사람을 본다. 집주인 이 분은 또 누구···. 동곤 삼, 삼촌이세요. 장씨 (얼떨결에 목례) 집주인 친척들 사이가 아주 죽고 못사나 봐. 조카에, 삼촌에···. 동곤 저희 집안이 워낙에 서로 친해가지고. 아영은 웅성거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와 본다. 동곤 (아영에게) 삼, 삼촌 오셨어. 아영 (놀라서 바라본다) 집주인 (수첩 꺼내 적으며) 세금 추가! 친척들이 너무 많이 들락거려. (나간다) 아영은 두 사람을 데리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간다. 아영과 동곤은 싸우고, 장씨는 방을 둘러본다. 아영 삼촌이라니? 동곤 그게···. 아영 뭐야? 동곤 삼촌 맞다니까. 장씨 동곤이 삼촌 맞습니다. 아영 아저씨는 빠지세요. 동곤 삼촌한테 왜 그래? 아영 누굴 속이려고. 동곤 삼촌이 나 보러 오셨다니까. 아영은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책상에 위협적으로 내리꽂는다. 장씨, 놀라서 물러선다. 아영 당장 불어. 동곤 방, 방세가 올라서. 아영 뭐? 동곤 그냥 같이 지내려고. 아영 그게 다야? 동곤 룸메이트라니까. 아영 방을 같이 써? 동곤 반, 반. 아영 월세를? 아영은 다가가 동곤을 마구 꼬집는다. 동곤 악, 방을···. 아영 어떻게? 동곤 너처럼···. 아영 혹시? 동곤 아, 세 시간···. 아영 설마···. 동곤 악, 세, 세를···. 아영 너까지···. 동곤과 아영이 싸우는 사이, 장씨는 벽시계 시간을 오후 5시로 돌려서 맞춘다. 장씨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잠깐! 아영과 동곤은 놀란 표정으로 장씨를 쳐다본다. 장씨 (벽시계를 가리키며) 이제, 내 차례입니다. 이때 문 밖에서 ‘똑똑똑’ 노크 소리 들려온다. 세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경쾌한 음악 소리 들린다. 서서히 어두워진다. [당선소감] 실패를 두려워 않고 길 찾아 나섰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열심히 글 쓰고 살았다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결국 어느 것 하나에도 제대로 덤벼들지 못했습니다. 삶의 시기마다 그래야 했던 이유와 핑계는 무수히 많았습니다. 결국 문제는 내 안에 있었습니다. 실패가 두려운 거였어요. 그와 맞서 보려고 하지 않았더군요. 그때부터 쉽고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더 늦기 전에 정진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희곡을 쓰면서 실패하고 좌절했던 곳에서 새롭게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올곧게 홀로 서야 함께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 길에 ‘신춘문예’는 큰 목표 지점이었고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뒤늦게 뛰어든 만큼 많이 더디 가겠지만, 그래도 가다 보면 언젠가 깨우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뭐라도 되겠지’ 그런 무한 긍정의 마음을 품고.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큰 행운을 만났습니다. 당선 소식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기쁨의 눈물도 흘렸습니다. ‘정말이야? 꿈 아니야?’라고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좌절을 거치니 희망이 옵니다. 노력은, 간절함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뜨겁게 떠오릅니다. 덕분에 오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부족한 작품, 천금 같은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며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시 희곡 쓸 용기를 주신 라푸푸서원 차근호 작가님 특별히 감사합니다. 선욱현 작가님, 최원종 작가님, 김경락 연출님, 박세환 작가님 감사합니다. 마지막 퇴고를 도와준 배우 오혜진, 함께 고생한 지희야 정말 고맙다. 묵묵히 외조해 준 우리 남편 정재만, 부모님, 가족들, 모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약력 ▲1976년 포항 출생▲계명대 국문과 졸업▲구성작가, 프리랜서 기자 활동 [심사평] 서민층 주거 문제, 탁월한 리듬감으로 살려 올해 희곡부문에는 254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기록적인 숫자다. 구어적인 것을 글로 담는 것에 익숙한 세대가 도래한 것일까? 연극을 많이 보는 문화적 환경이 조성된 덕분인가? TV 매체에 대한 친근감이 삶의 드라마화를 촉진한 것일까? 아니면 문예창작과와 연극 전공 학생 수의 비약적인 증가가 누적된 결과일까? 출품작 중에 현실을 포착하는 능력, 혹은 발상이 빛나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이 올해 신춘문예의 큰 기쁨이다. 출품작들이 다룬 소재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자살, 주거 문제, 실업 문제였다. 사람살이가 극도로 힘들어진 서민과 젊은 층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살’과 관련한 작품이 이례적으로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자살률이 최근 8년간 가장 높다는 현실을 말해주듯 자살사이트, 자살학원, 자살을 둘러싼 해프닝과 사후 망자의 이야기까지, 자살의 연극화에는 끝이 없었다. 자살과 생명보험을 연결시킨 작품도 많아 자살의 주요원인이 경제적 문제임을 짐작하게 한다. 절박한 상황들을 기정사실로 한 채 그것을 연극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 작품이 많이 등장한 것에서 이 시대의 누적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당선작인 임은정의 ‘기막힌 동거’ 역시 서민층 주거 문제의 어려움을 증식 이미지의 코미디로 변형시킨 작품이다. 생존 문제를 타개하려는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노력이 황당무계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인물들의 숨찬 생활의 리듬은 작가에 의해 연극적 템포감으로 변환되었다. 무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한 연극적 리듬과 타이밍으로 드러난다. 끝까지 논의된 또 하나의 작품은 김경민의 ‘욕조 속의 인어’다. 이 작품 역시 오늘날 한국 사회의 20대가 처한 주거 문제를 은유적으로 다뤘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떠올리게 하는 독창적인 상황 설정이 매력으로 꼽혔으나 인간을 일면적으로 이해하는 감상성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이 외에 변효진의 ‘연기수업’, 김중원의 ‘다금바리’, 안재희의 ‘완벽한 화장실을 찾는 법’ 등도 최종 논의에 올랐다.
  • [2012 공직사회 10대 뉴스] ‘세종로’ 접고 ‘세종시’시대로

    [2012 공직사회 10대 뉴스] ‘세종로’ 접고 ‘세종시’시대로

    행정안전부가 30일 ‘올해의 우수정책상’을 발표하는 등 각 부처는 지난 1년간의 정책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는 등 연말 관가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도 사실이지만,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새로운 5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해였던 2012년 공직사회의 크고 작은 일들을 정리해 봤다. 1 국무총리실 첫 입주 지난 9월부터 국무총리실 등 6개 중앙행정기관과 6개 소속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됐다. 올해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12월까지 표면적인 이전을 완료했다. 앞으로 정부세종청사 시대가 순조롭게 정착돼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기능의 지방 분산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 공무원 직종 간소화 6개의 공무원 직종 가운데 기능직과 계약직을 폐지하고 4개 직종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지난 11월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다. 기능직·계약직 대상은 약 12만명에 이를 전망으로 정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위법령 정비 작업에 돌입한다. 31년 만의 직종 개편으로 공직사회 조직 문화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3 외무고시 폐지 5급 외무공무원 공채시험이 폐지되고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새 제도에 따라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합격자는 1년간 국립외교원에서 교육을 받고, 외교관 후보자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중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5급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된다. 앞으로 국립외교원이 외교 인력을 양성하게 돼 기존의 ‘고시 순혈주의’ 문화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4 고졸 채용 확대 ‘고졸 일자리’ 창출은 올해 고용시장의 새로운 화두였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도 고졸 채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출신의 인재들을 올해 처음으로 선발했다. 또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과목에 고등학교 과목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개편했다. 고졸 채용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5 청주·청원 자율통합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2014년 7월 통합시 출범을 확정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청주·청원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단체장들이 나란히 당선되며 통합 작업은 속도를 냈다. 관이 아닌 주민 주도의 첫 행정구역 통합이어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 보육예산 갈등 보육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또다시 재연됐다. 정부는 지방 보육료 부족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자체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열악한 지방재정 문제가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7 여수 공무원 80억횡령 전남 여수시 공무원이 상품권 판매대금, 공무원 급여 등 80억 7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공직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되자 정부는 회계부서 공무원에 대한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에는 지자체 통합 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이 전국 지자체에 보급된다. 8 강력범죄 범정부 대책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SOS국민안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내년부터는 모든 미성년자와 여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성범죄 우범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경찰 인력을 확대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내놨다. 9 청사 무단 침입·방화 60대 남성이 휴일인 지난 10월 14일 정부중앙청사에 가짜 출입증으로 무단으로 침입해 방화 뒤 투신자살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각 청사에 스피드게이트를 추가 설치하는 등 청사 보안을 강화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는 등 사후 대책을 마련했다. 10 전력난에 오들오들 올해 유난스러웠던 전력난이 관가를 덮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한여름 정부 청사는 에어컨을 틀지 못해 반바지 차림의 공무원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려야 했다. 요즘 같은 혹한기, 청사 화장실에선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내복 차림의 공무원들이 오들오들 떨며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남부지방 ‘설설’ 기는 제설대책

    남부지방 ‘설설’ 기는 제설대책

    28일 울산 지역에는 6.7㎝, 부산에는 3㎝가 내렸다. 하지만 출근길 교통이 마비됐다. 시민들은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집을 나섰지만, 시내버스가 오지 않아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눈이 자주 오는 강원 지역 등에서는 ‘소총’ 수준이 울산과 부산 등지에서는 ‘폭탄’ 수준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눈 보기가 어려웠던 남부지방에 최근 몇 년 새 폭설이 이어지는 것은 이상기온에서 비롯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 전역으로 유입되면서 남부지방도 폭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울산은 2007년 2회, 2008년 5회, 2010·2011년 각 6회 등으로 잦아지고 있다. 적설량도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기상관측 이후 사상 최대인 21.4㎝를 기록했다. 경남도 최근 3년 새 대설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큰 눈이 쏟아져 ‘눈 보기 어렵다.’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창원에는 2010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큰 눈이 내리고 있다. 늦겨울이나 초봄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겨울철 기상 패턴이 바뀌고 있다. 유재은 울산기상대 예보관은 “북극에서 형성된 한기가 상층의 제트기류를 타고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주면서 한파와 폭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제설 대책은 기후변화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최근 제설 장비를 확충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울산시는 공무원 1751명과 제설차량 138대(관용 50대, 민간 88대)를 긴급 투입해 새벽부터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시민들은 눈 쌓인 빙판길에 시내버스가 오지 않아 지각·결근 등 불편을 겪자 행정기관에 전화를 걸어 제설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울산은 2년 전만 해도 제설용 염화칼슘이 부족해 바닷물을 뿌리기도 했다. 현재는 그나마 제설차량 51대와 제설기 55대, 살포기 42대, 기타(덤프·파쇄기 등) 7대의 장비를 갖췄다. 시 관계자는 “다른 예산보다 먼저 확충하지 못한다.”면서 “점진적으로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장비도 현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각 지자체는 그동안 폭설에 익숙하지 않아 ‘대설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다. 김모(44·울산 북구 명촌동)씨는 “큰 눈 예보가 됐는데도 이런 상태로 도로를 내버려 두는 행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자동차 보험회사도 운전 주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행정기관이 여유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부지방의 겨울 기상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는 만큼 지자체 제설 대책도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시중 울산기상대장은 “울산과 부산은 남부지방 중에서도 눈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사안 발생 때 찔끔찔끔 예산을 편성하는 소극적인 대처로는 안 된다. 매년 제설 관련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 출퇴근길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교통대란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집값, 과거 정부초기 상승세 ‘골머리’… 이번엔 오르나 내리나

    집값, 과거 정부초기 상승세 ‘골머리’… 이번엔 오르나 내리나

    집값이 더 떨어질까 아니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설까. 빈사상태에 빠진 주택 거래시장에 숨통은 트일까. 새 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 향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집값은 상승했고, 거래도 증가하는 양상을 띠었다. 선거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개발공약 실천에 대한 기대감과 새 정권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책이 주택시장 활성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부족한 주택공급량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수요자 심리 또한 부동산 활황을 불러왔다. 국내 소비, 투자도 활발한 데다 투자처를 잃은 여유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참여정부 기간에는 한 해를 빼고는 해마다 집값이 상승해 정권 유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서울, 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국민은행 아파트값 시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에는 전년도 대비 전국 아파트값은 9.6% 상승했다.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10.2%나 올랐다. 국민의 정부시절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고 전국적으로 투기광풍이 불었다. 결국 참여정부는 각종 주택투기억제 대책을 내놓았고, 그로 인해 2004년 한 해는 전년 대비 집값이 0.6%(서울 1.0%) 하락했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상승폭도 우리 경제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팔랐다. 2006년 전국 아파트값은 13.8%, 서울 아파트값은 24.1%나 폭등했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주택투기와의 전쟁’을 벌일 정도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안정에는 실패했다. 현 정부도 출범 당시에는 집값 상승이 부담이었다. 정권 교체 첫해인 2008년에도 전국 아파트값은 2.3%,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3.2% 올랐다. 이듬해에도 상승 폭은 둔화됐지만 여전히 1.6%, 2.6% 상승했다. 하지만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집값은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집권 3년차(2010년)부터는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서울 강남과 수도권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락하면서 급기야는 ‘하우스 푸어’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문젯거리로 비화됐다. 시장 움직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집값 상승을 막는 정책부터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까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주택거래량도 급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3년 167만건(일반거래, 상속 등 포함)에 이르던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03만 7000건으로 감소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일관되게 유지됐던 거래 억제대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일반 주택거래 통계를 시작한 2006년과 비교해 전국에서 108만 2000건, 수도권에서는 69만 8000건이 거래됐지만 올해는 11월 말 현재 전국 62만 7000건, 수도권은 23만 3000건으로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은 어떻게 될까. 주택정책은 어떤 기조를 띨까. 국민은 시원한 답을 바라고 있지만, 전문가들조차 섣불리 전망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집값 흐름은 단순 주택 수급 논리만으로 풀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출범해도 과거 정부 출범 초기와 달리 집값은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주택시장을 움직일 만한 개발공약이 없고, 10년 전과 비교해 주택 공급량도 크게 증가해 구매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팽배한 것도 집값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주택 거래 침체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근거는 참여정부 때 양산된 투기억제 대책이 시장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주택시장 전망을 흐리게 한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새해 주택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근거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가 지속되는 등 소비자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구매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연구원은 또 지속되는 유럽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의 문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같은 외부 불안요인으로 국내 경제회복 속도가 더디고, 이로 인해 주택경기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새로 출범할 정부에 인위적인 집값 회복정책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 것 같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집값 하락에 따른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섣부른 주택 활성화 대책을 꺼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껏해야 현 정부가 추진했던 활성화 대책을 연장하는 등의 소극적인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분간 집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위적인 집값 방어보다는 거래 활성화와 주택시장 연착륙 정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집값 하락의 원인이 정책문제인지, 심리문제인지, 아니면 금융권 방어 문제인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가격, 거래량 모두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주택시장 침체 지속으로 인한 경착륙 방지대책, 주택시장이 경제나 지방정부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마오타이 시총 2조 2500억원 증발

    최근 유해물질인 가소제 첨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중국 대표술 바이주(白酒) 업계가 이번에는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내린 ‘군(軍) 금주령’으로 또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25일 중국의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군 금주령으로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茅臺)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25억 위안(약 2조 2500억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貴州)마오타이의 주가는 지난 24일 한때 5.55% 급락했는데, 상장 주식이 10억 4000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시가총액은 무려 125억 위안이 줄어든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마오타이뿐만 아니라 우량예(五粮液), 루저우라오자오( 州老?), 산시펀지오(山西汾酒), 양허구펀(洋河股 ) 등 대표 유명 바이주 생산업체들의 주가도 이날 일제히 3% 이상 동반 하락했다. 이는 중앙군사위가 ‘군대 기강 확립을 위한 10대 규정’을 발표해 군인들에게 사실상 금주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창청(長城)증권의 왕핑(王萍) 애널리스트는 “중앙군사위의 금주령은 가소제 함유 문제보다 바이주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 군대, 국유기업 등이 접대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만큼 바이주 소비량이 당분간 급감할 수밖에 없어 관련 주가들도 약세를 지속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朴 인선 첫 ‘낙마 타깃’ 삼은 민주, 윤창중 사과에도 임명 철회 요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선 카드인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수석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글과 방송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등 논란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윤 수석대변인의 해명에도 민주통합당과 피해자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윤 수석대변인이 야당이 겨냥하는 첫 번째 ‘낙마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 수석대변인에 대한 인사 논란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권 초 운명과도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논란을 이유로 윤 수석대변인 카드를 다시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인물을 고를 때는 신중하되 한 번 발탁한 뒤에는 일을 끝까지 믿고 맡기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논란이 지속될 경우 자칫 박 당선인의 행보가 꼬일 수도 있다. 역대 정권의 사례가 이를 증명해 준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인사 논란이 벌어졌다. 2008년 첫 조각 때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 등이 논란 끝에 줄줄이 낙마했다. 이는 정권 초 국정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때도 전병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3일 만에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김상철 서울시장과 박희태 법무부 장관이 각각 7일, 10일 만에 물러났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윤 수석대변인에 대한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을 때 계속 채우는 것보다는 빨리 잘못 채워진 단추를 풀고 다시 채워야 나머지 단추를 제대로 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윤 수석대변인이 ‘정치적 창녀’라고 표현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윤창중, 깃털 같은 권력 나부랭이 잡았다고 함부로 주둥아리 놀리는데 정치 창녀? 창녀보다도 못한 놈”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이어 “박근혜 당선자님, 이런 것이 당신이 얘기하는 국민대통합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야당이 윤 수석대변인의 임명에 반발하고는 있지만, 비판의 강도와 수위를 높여 나가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박 당선인의 첫 인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칫 “야당이 정권 출발부터 발목을 잡는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긴장감 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수석대변인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는 셈이다. 윤 수석대변인이 박 당선인이 인선 기준으로 강조한 전문성을 스스로 증명한다면 논란은 오히려 박 당선인의 뚝심과 혜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과거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결국 실패한 인사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수석대변인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제 언론인 윤창중에서 벗어나 박 당선인의 국정 철학과 대한민국의 국가 청사진을 제시하는 위치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당선인의 가슴속 깊이 내재돼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열정과 영혼을 박 당선인을 찍지 않은 국민의 입장에서, 또 야당 입장에서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케네디 조카 “매사추세츠 불출마”…코네티컷 의원선거 출마 가능성도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장남인 에드워드 케네디 주니어(51)가 24일(현지시간) 자신이 차기 미국 국무장관으로 발탁된 존 케리(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장의 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치 명문 케네디가(家)의 정치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는 당분간 유보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전날 테디(에드워드 케네디 주니어의 애칭)의 동생인 패트릭 케네디 전 하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케리의 국무장관 취임이 확정될 경우 테디가 케리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코네티컷주에 살고 있는 테디는 이날 성명을 통해 “출마 권유와 성원에 무한히 감사하지만 나는 코네티컷을 집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봉사할 기회를 갖고 싶은 강한 의욕을 품고 있다.”고 말해 진한 여운을 남겼다. 케네디가의 한 소식통은 “테디가 (의원)선거에 출마할 마음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가족을 코네티컷에서 매사추세츠주로 이주시키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매사추세츠주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2선 후퇴 문재인 “일년만에 제자리”

    “딱 1년 전 오늘 이 시간이네요. 1년 만에 돌아온 제 자리인 셈입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경남 양산의 한 성당에서 성탄 미사를 가졌던 지난해 이맘때를 회상하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일 캠프 해단식 이후 대선 패배의 쓰라림을 안고 양산 자택에서 어둡고 긴 겨울을 지나는 중이다. 이날 낮에는 “대운산 등산에 나섰다.”면서 “참으로 오랜만의 자유였고, 명상의 시간이었다.”고 고된 행보 뒤의 소회를 말했다. 문 전 후보는 당분간 공식 일정 없이 서울 구기동과 양산 자택을 오가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될수록 그의 고민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패장’인 문 전 후보의 당내 입지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친노가 만든 대선 후보인 문 전 후보에게 모든 화살이 쏠렸다. 여기에 당무위가 지난 24일 문 전 후보에게 새롭게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지명할 권리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그는 또 한 번의 상처를 입었다. 문 전 후보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격앙된 목소리도 여전하다. 부산 사상구 의원직마저 사퇴하라는 것은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캠프 해단식에서 일찌감치 대권 재도전 포기를 선언했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매서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간 쟁투 속에 정치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2선으로 후퇴한 문 전 후보가 벼랑 끝으로 내몰려 결국 정계 은퇴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부고] ‘日영유권 주장’ 비판하던 독도 전문가 나이토 세이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허구라고 비판해 온 일본 내 최고 독도 문제 전문가 나이토 세이추 일본 시마네현립대학 명예교수가 타계했다. 83세.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23일 “나이토 교수가 지난 16일 타계했다.”며 “생전에 일본의 독도 고유 영토론을 비판해 한국의 입장을 많이 지지했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고인은 1990년대 중반 일본 돗토리단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울릉도와 독도는 돗토리 땅이 아니다.”라는 돗토리현의 과거 자료를 발굴했다. 이는 1695년 도쿠가와 막부의 질의에 대해 돗토리번이 답변한 자료로, 도쿠가와 막부는 이 답변을 토대로 1696년 ‘울릉도 도해(渡海) 금지령’을 내렸다. 고인은 이 자료 발굴 이후 20여년간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2008년 일본 외무성이 펴낸 팸플릿 ‘다케시마 10문 10답’을 비판하는 ‘다케시마=독도 문제 입문’이라는 소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이 책자에서 일본 외무성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너무 심하다.”며 “이는 일본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전 세계에 이를 배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했다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 근거에 대해서는 “막부도 메이지 정부도 다케시마에 대해서는 영유를 주장한 바 없다. 특히 영토를 편입한 각의 결정에는 무주지(無住址)라고 돼 있는데 무주지라고 말한 이상 고유 영토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지난 9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한 데 대해 “돗토리번의 문서를 본 이상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려면 일본이 1905년 독도를 편입하기 전인 1900년에 대한제국이 내린 칙령 41호 속의 석도(石島)가 독도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당분간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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