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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과 나의 싸움’으로 인식… 무례한 시민에 민주주의는 길을 잃는다[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적과 나의 싸움’으로 인식… 무례한 시민에 민주주의는 길을 잃는다[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팬덤이 없으면 대선 후보가 되기 어려운 시대다. 팬덤은 정치 여론을 지배하고 돈도 표도 만들어 낸다. 정치인들은 팬덤을 비판하기보다 팬덤에 아첨하는 정치를 한다. ‘개딸’과 ‘개아빠’가 시민의 역할, 지도자의 모델이 됐다. 그에 비례해 정치 언어는 저열해졌다. 서로 침 뱉고 모욕하는 정치다. 적을 만들고 적을 섬멸하는 게 정치의 목적처럼 됐다. 무례한 시민, 사나운 정치인의 세상이다. 정당 정치, 의회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민주주의가 됐다. 1 팬덤 지지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팬덤 정치는 익명의 대중적 열정을 통해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일종의 ‘시민적 효능감’을 표출하는 행위다. 단순히 선호나 지지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절차나 과정을 무시해서라도 정치를 지배하고 주도하려 한다는 점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압력 정치’다. 팬덤은 불만에 찬 시민 혹은 사실상 활동가들이다. 그들의 신념은 현상 유지보다는 현상 타파에 가깝다. 용납할 수 없는 적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들은 확신에 차 있다. 주저함이 없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을 판단할 때도 단호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따르지 않는 정치가는 개혁에 반대하는 구악이요, 저주받아 마땅한 적폐 세력이 된다. 그들은 오로지 하나의 정당 혹은 그 정당을 지배하게 될 팬덤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만 인정한다. 다당제가 아니라 사실상 일당제를 지지하는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다.2 팬덤 정치는 조건적이다. 지지자들의 열정을 집약시키는 팬덤 지도자가 없다면 팬덤 지지도 없다. 인격화된 팬덤 지도자는 조직화돼 있지 않은 무정형적 집합행동을 가능케 하는 초점 요인이다. 조직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준다. 하지만 팬덤 지도자의 역할은 거기서 끝난다. 조건에 따라 팬덤의 동력은 빠르게 약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 옮겨 가기도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친문(친문재인) 팬덤과 친박(친박근혜) 팬덤의 빠른 약화, 친명(친이재명) 팬덤과 친윤(친윤석열) 팬덤의 빠른 성장에서 보듯 팬덤은 지도자 개인에 고정된 현상이 아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특정한 인물에 대한 절대적 헌신과 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영도자 현상’과도 다르다. 반엘리트주의가 강한 포퓰리즘과도 다른 것이 팬덤 정치다. 이는 팬덤을 구성하는 전형적인 세 집단의 유형을 나눠서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추종형 팬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팬덤 지도자를 신뢰하고 헌신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이들이 다수라면 팬덤 현상의 이동과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고, 팬덤 정치는 영도자 추종 현상에 가까워진다. 이들 역시 상황이 바뀌면 정치 효능감을 얻고자 새로운 팬덤 지도자를 찾긴 하지만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주저하며 옮겨 간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들은 팬덤 지도자 개인보다는 정당에 충성하는 집단이다. 두 번째 유형은 ‘편익 추구형 팬덤’이다. 이들은 팬덤 지도자의 성공을 통해 영향력을 추구한다. 주로 정치 영역에 있는 내부자인 이들은 사실상 팬덤 정치를 기획하고 움직이는 ‘팬덤 활동가’다. 이들에게 팬덤 정치란 일종의 합리적 투자행위이고 팬덤 지도자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팬덤 지도자가 힘을 잃거나 기대하던 편익을 얻을 수 없게 되면 가장 먼저 떠나 버린다. 흥미로운 것은 세 번째 유형이다. 이들은 팬덤 활동을 통해 정치 참여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 효능감 추구형 팬덤’이다. 이들을 행위에 나서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공격 대상을 향한 적대감이다. 자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막을 수 없다고 여기는 친일세력, 적폐세력, 빨갱이, 좌파, 반개혁세력이 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이들은 정치 영역 밖에서 활동하고, 지위나 편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팬덤 지도자가 영향력을 유지할 때만 팬덤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다른 두 유형과 구분된다. 팬덤 정치의 가변성은 편익 추구형 팬덤 활동가들과 정치 효능감 추구형 팬덤 지지자들에게서 발원한다. 팬덤 현상이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지지 양상으로 나타나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유동성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들의 존재 때문이다. 이것이 말해 주는 바는 이렇다. 팬덤 지도자와 팬덤 지지자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조건에서만 강한 팬덤이 작동한다. 상호 욕구나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팬덤의 이동과 새 팬덤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3 팬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익명의 적극적 시민층이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팬덤 지도자를 스스로 만들 능력이 있다. 이들은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고 사무실을 열고 활동가를 고용하고 회비를 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익명의 활동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참여와 의사 표출과 달리 규범과 문화적 제약을 깨고 무시해도 된다는 쾌감이 있다. 팬덤 시민은 새로운 유형의 적극적 시민이다. 그들은 빠른 민주주의를 원한다.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해 서슴없이 행동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절차와 과정을 기다리지 못한다. 그들은 집단행동을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집단행동과는 달리 책임 있는 조직 주체나 지도부, 소재지가 있는 결사체를 만들 생각은 없다. 자신과 다른 상대 집단과 대화나 토론 같은 상호작용을 할 마음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할 뿐이다. 팬덤 시민들의 마음 상태는 혁명이 벌어질 때 나타나는 대중적 현상과 유사하다. 기존 체제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해, 영향력을 갖게 된 뒤에는 적대 세력 혹은 이적 세력을 분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권에 성공한 이후에는 야당과 당내 온건파를 적대시하는 열정이 이들을 지배한다. 집권에 실패해 야당이 되면 당내 온건파를 제압하기 위해 ‘투쟁야당’이라는 전통을 불러낸다. 이들은 ‘적(敵)과 아(我)의 싸움’으로 정치를 인식한다.4 오늘날 민주주의는 반(反)민주주의자들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이 시민 집단 때문에 위협받을 수 있다. 이들은 열렬한 민주주의자들이지만 동시에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이기에 시민이 직접 자유롭게 주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에 나선 이들은 민주주의자이기보다는 민주주의의 지배자이고자 한다. 문명이 도시에서 국가 그리고 이제는 세계화나 지구화를 통해 확대되고, 교육받은 도시 중산층이 시민의 다수가 되고, 소통기술의 발전으로 모두가 인터넷 지식으로 무장한 초연결사회가 도래하고, 지구상의 절반 이상의 나라가 민주화가 되면서 이들의 자신감은 극대화됐다. 그들은 의견이 다른 동료 시민들에게 무례하다. 생각이 다른 정당이나 정치가를 공격할 때 절제가 없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건 쿠데타나 혁명보다는 “민주주의를 정당과 정치인한테서 구출해 사회나 국민, 시민에게 가져다주자”고 하는 사람들, 국민의 직접 정치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정치(정치인, 정당, 의회 등)의 자율적인 역할 없이 기술과 제도를 통해 민심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로 인해 세상은 새로운 대중운동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그들은 조직화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통 기술을 갖게 됐다. 지도자나 활동가의 수고 없이도 집단행동을 이끌 수 있다는 희열도 경험했다. 정당도 의회도 언론도 지식사회도 하다못해 기업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적대감과 분노다. 고발은 모두를 흥분시키고 초연결망을 따라 집단행동에 나서게 한다. 폭로와 좌표 찍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손쉬운 모금과 대규모 지지표 동원도 문제다. 언론도 정치인도 정당도 알아서 굴복하게 만든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5 인간은 이성보다는 열정, 합리성보다는 정념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 존재다. 개인보다 공중이 정념의 노예가 되기가 더 쉽다. 인간의 역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로 넘쳐난다. 정념을 제어할 합리적 이성의 작동은 힘들고 긴 과정의 산물이다. 해결해야 할 정책 사안이 떠올랐다 하더라도, 그 사안이 어떤 문제인지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인과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분류와 유형화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도 해 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다른 사안들보다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지도 따져 봐야 하고, 필요한 예산과 정책 수단도 살펴야 한다. 뛰어난 개인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보를 선별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대안을 조직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시민 조직 없이 이런 일은 감당하기 어렵다. 정당과 국회가 그런 시민 조직이다. 적법하게 권위를 인정받은 시민 기구다. 인류가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착각과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 정당과 국회가 힘을 잃으면 정치만 나빠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이 힘을 갖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가 관료제와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가 해야 할 사회 보호와 갈등 관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 피해자는 힘 약하고 목소리 작은 시민들이다.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고 표가 되는 환경에서 합리적 이성보다 공중의 정념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사안의 한 단면만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분노와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인간의 성급함을 누구보다 잘 악용한다. 이들은 조급하다. 너무 분명한 대안이 있는데 왜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화를 낸다. 어떤 때는 정치인들의 음모나 특권의식 때문에 그렇다고 하고, 어떤 때는 관료들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노동조합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때는 대의민주주의 때문이라며 직접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참여, 대중지성, 집단지성, 국민주권은 그들의 신조다. ‘통치받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통치하는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다. 정치에 참여하고 책임을 분담하기보다 정치를 지배하고 싶어 한다. 정치적 실력이나 통치의 능력을 키우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들은 언제나 성급한 공격 행동에 나선다. 그들은 언제나 지나치다. 작은 조직, 작은 정당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하거나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외부에서 지시하고 명령하고 강요하는 데 익숙하다. 세상은 증오와 적대, 의심과 음모론으로 병들어 가는데, 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잠시 멈춰 생각할 줄 모른다. 그들이 지금 팬덤 정치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모욕하는 정치, 침 뱉는 민주주의를 주도한다. 정당만이 아니라 시민도 침착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길을 잃기 쉽다는 것을 팬덤 정치가 깨닫게 해 준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사설] 연금개혁, 정부가 끌고 국회가 밀어야 한다

    [사설] 연금개혁, 정부가 끌고 국회가 밀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엊그제 국회의장단과의 저녁 자리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이야기”라면서 “정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며 국회 논의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과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별도 브리핑을 갖는 등 연금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국회에 주도적인 역할에 기대고 있어 아쉽다. 연금개혁은 여러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얽혀 있는 만큼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국회에만 맡겨서는 진척을 보기 어렵다. 연금개혁은 표(票)가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회도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겉으로는 의욕적이다. 그런데 특별위원장이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와의 법정 싸움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전당대회 개최와 새 지도부 구성 등으로 내년 초까지는 연금개혁을 돌아볼 여력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 새 지도부 구성과 당 재정비가 급선무인 제1야당도 마찬가지다. 결국 여야 모두 ‘집안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하려면 내년 봄이나 돼야 하는데, 그때는 벌써 내후년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게 된다. 안정적인 기금 운용을 위해서는 ‘더 내고 덜 받거나’, ‘더 내고 지금처럼’이 모범 답안이다. 정부가 운을 뗐듯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 간 통합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일반 국민과 공무원 등 직역 간, 젊은층과 노년 등 세대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반발은 감내해야 한다. 표에 민감한 국회가 끝까지 추진력을 잃지 않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한 대로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누구보다 적극적인 만큼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직속기구 발족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복지부는 이달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돌입한다. 논의 과정부터 투명하고 상세히 공개해 공론화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초당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국회의 관심과 논의를 압박해야 한다. 객관적인 분석 수치와 정교한 의견 수렴이 따르지 않고서는 ‘손댔다가 그냥 덮어 버린’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될 것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 날씨와 밤샘 전쟁…야근 뒤 따끈한 순댓국밥에 간밤의 긴장 ‘훌훌’ [나를 살리는 밥심]

    날씨와 밤샘 전쟁…야근 뒤 따끈한 순댓국밥에 간밤의 긴장 ‘훌훌’ [나를 살리는 밥심]

    일상에 균열이 생겨도 예기치 못한 일로 무너져 내려도 먹어야 삽니다. 시간이 지나 눈물 속에 먹던 음식이 ‘솔푸드’로 기억되기를, 살기 위해 억지로 먹은 밥이 일상을 되찾는 먼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막연히 기대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밥심으로 삽니다. 이번에 서울신문 사건팀이 찾은 현장은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기상청 총괄예보관실입니다. 기상 예보의 최전방에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하늘이 야속하다’는 기상청 예보관의 밤을 함께했습니다. ●계급장 떼고 양보 없는 예보토론 치열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던 지난 10일 밤 11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의 총괄예보관실에선 불 꺼진 복도에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경기 남부 지역에 호우 예비 특보가 내려진 상황. 비구름이 약해지며 예상만큼 많은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보 기준까지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으니 특보를 해제하자는 지방 예보관과 이미 많은 비가 내려 조금만 더 내려도 피해가 심해질 수 있으니 특보를 유지해야 한다는 허진호(56) 총괄예보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 북부에도 구름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예비 특보를 해제했다가 뒷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지금 전국적으로 땅이 많이 젖어서 조금만 더 와도 피해랑 직결된다고요. 예단하지 맙시다!”(허진호 총괄예보관) 삼엄한 분위기였지만 예보관들은 ‘계급장’을 떼고 붙는 ‘예보 싸움’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변가영(33) 예보관은 “기상 예보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기 때문에 모든 예보관이 각각 주장하는 예보 사이에서 치열한 토론를 거쳐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이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진 정답이 없어 어떤 예보가 가장 정확할지 직책과 연차에 상관없이 논리만으로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이 물난리로 진통을 앓던 이날 기상청에도 ‘호우 비상 1급 근무’ 비상 안내판이 켜졌다. 총괄예보관실 4팀 역시 곤두선 신경으로 서로의 예보를 보며 토론을 하느라 분주했다. 예보관 6~7명이 한 대의 모니터 앞으로 모여 ‘충청도에 있는 비구름 방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3시간 뒤의 강수량은 어느 정도일 것 같은지’ 모니터 속 비구름을 짚으며 저마다의 논리를 펼쳤다.●‘호우 비상 1급’에 새벽 1시 컵라면 식사 ‘기상청의 엔진’으로 불리는 총괄예보관실은 한 팀당 11명. 총 네 팀의 예보관이 주간과 야간 각 13시간씩 톱니바퀴처럼 번갈아 가며 근무한다. 날씨가 그렇듯 예보관실 역시 365일 밤낮없이 24시간 돌아간다. 시시각각 바뀌는 기상 상황에 예보관들은 근무시간 동안 예보관실을 떠날 수 없다. 예보관의 식사 시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는 이유도 이런 ‘상시 근무’ 체계 때문이다. 오전과 오후 11시쯤 틈이 나는 예보관만 교대로 식사한다. 여느 때였다면 4팀 역시 예보관실 한쪽에 자리한 휴게용 테이블에서 진작 야식을 먹어야 했지만 이날 들쑥날쑥한 하늘은 예보관실에 야식 시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예보관실의 탕비실에선 허기를 달래면서 당도 채울 수 있는 든든한 초코파이류 과자가 가장 먼저 동났다. 변 예보관은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 밤 시간대에는 파이류 과자가 인기가 많고 새벽 3~4시쯤이 되면 잠을 깨우면서 소화 부담은 없는 사탕과 캐러멜류가 잘 나간다”며 “한 번 근무를 할 때면 과자가 20개쯤 든 간식 상자를 세 번씩 채울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새벽 1시가 돼서야 예보관들이 하나둘 컵라면을 들고 모였다. 이예숙(49) 기상전문관은 “날씨가 이렇게 안 좋은 날엔 최대한 빨리 먹을 수 있는 컵라면과 컵밥이 주 메뉴”라며 “정신이 없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배고픔이 갑자기 밀려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기상전문관은 그마저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기상 예보 홈페이지인 ‘날씨누리’에 기상 속보를 보내기 위해 반쯤 남은 컵라면을 들고 먼저 뛰어갔다. 새벽 3시가 되면 허 총괄예보관과 이 기상전문관은 커피를 들이킨 뒤 화상 테이블 앞에 앉는다. 9개의 전국 지방기상청·지방기상지청 예보관과 국가태풍센터, 국가위성센터 예보관이 화상 회의로 전국 단위 예보를 토의하고 종합하는 예보 토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보는 과학적인 관측값과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조정된다. 수도권 예보관은 “지금 경기 남부에 강수량 80㎜를 내놓은 상태인데 이대로면 아침 뉴스에 출근길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계속 나올 것 같다”며 “오전 5시까지 강수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상황을 보고 강수량을 조정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전국 토의가 끝나면 오전 4시쯤 날씨누리에 앞으로 3일간의 날씨를 예보하는 단기 날씨해설과 시간대별 초단기 날씨 통보문이 나간다. 이날 통보문을 작성한 변 예보관은 “저희가 쓴 통보문과 해설문을 토대로 일기 예보가 나오기 때문에 어린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면서 왜 예보가 이렇게 결정됐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목표”라며 “오늘은 ‘소강상태’라는 말이 어려워서 어떻게 풀어서 설명할지 고민”이라고 머리를 싸맸다.●구름 떼 보면서도 피해 못 막아 무기력 ‘0’ 하나만 붙어도 큰일이 나는 날씨 해설은 혹시나 오탈자가 없는지 모든 예보관이 수시로 반복 검토한 끝에 완성된다. 변 예보관이 “날씨해설을 올렸다”고 소리치자 그때야 한시름 놓은 다른 예보관들이 앞으로도 수고하자는 뜻으로 손뼉을 쳤다. 예보관실의 일일 업무는 다음 근무 팀에 밤사이 기상 상황을 전달하는 전국 단위 인수인계 회의로 끝이 난다. 비상근무에 일주일 동안 퇴근을 하지 못한 정관영(58) 예보국장이 삼선 슬리퍼를 신고 등장했다. 정 국장은 “간밤에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한 건 더 추가됐다”며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미리 알리고 도대체 이 비가 언제쯤 끝날지 예보해 보자”고 예보관들을 독려했다. 밤새 내리던 빗방울이 조금씩 잦아들던 아침. 변 예보관이 “백령도 화면을 보라”며 갑작스레 해상 폐쇄회로(CC)TV 화면 앞으로 달려갔다. 분주히 예보를 작성하던 예보관들이 잠시 허리를 펴고 앉아 백령도의 붉은 일출을 감상했다. 여기저기서 ‘이야’, ‘오늘 예쁘네’ 등의 감탄이 쏟아졌다. 13시간 내내 숨 가쁘던 예보관실에 유일하게 여유가 생긴 순간이었다. 야간 업무를 마친 예보관들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향한 곳은 기상청 사람이 식당의 기둥 하나는 세웠을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오래된 순댓국집이었다. 순댓국으로 주문을 통일한 예보관들은 따뜻한 국물을 들이키며 지난밤의 긴장을 덜어 냈다. 총괄예보 4팀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115년 만의 가장 많은 비가 동작구에 내린 지난 8일 밤 야간 당직을 섰다. 그날 기상청이 위치한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381.5㎜의 폭우가 쏟아졌다. 예보관들은 그날 쏟아지던 비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누구보다 하늘을 야속해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민(49) 통보관은 “구름 떼가 그만큼 들어오면 호우 지역에 피해가 클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특보를 내는 것 말고는 피해를 막을 수가 없을 때 가슴이 아프다”며 “비구름을 향해 ‘오지 마라, 오지 마라’고 주문을 하는데도 막을 수가 없어 무력했다”고 토로했다. 이번 호우와 같이 이상 기상현상이 잦아지는 것은 예보관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박 통보관은 “예보관도 기존 예보를 내고 맞혔던 경험을 반영해서 다음 예보를 내는데 최근에는 기존의 예보 통계 범위를 벗어나는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기상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예보관도 과거의 예보 경험을 다 버리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분석해서 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보 들어맞고 피해 없을 때 가장 보람 예보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예보관들은 남녀노소, 상하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예보관으로서의 삶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허 총괄예보관은 “매일 똑같은 날씨는 없어서 모든 예보를 낼 때 아찔하고 속이 탄다”며 “예보가 맞고 아무 피해가 없을 때 가장 보람차지만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제가 낸 예보가 틀리고 피해가 없는 게 차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보 정확성이 옛날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국민도 기상청이 매일 최선을 다해 도출하는 예보를 믿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이마트, 선물세트 사전예약 프로모션 진행… “미리 사면 싸게 드립니다”

    이마트, 선물세트 사전예약 프로모션 진행… “미리 사면 싸게 드립니다”

    이마트가 오는 31일까지 최대 40%의 선물세트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최대 150만원의 신세계상품권을 주는 추석 사전예약 행사를 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사전예약은 역대 명절 중 가장 길게 잡았다”며 “본 판매보다 사전예약 판매 기간에 가격 인하 프로모션이 많은 점을 고려해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고자 사전예약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추석 ‘고객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다양한 가성비 선물세트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10만원 내외로 살 수 있는 한우세트로 한우 불고기 1.4kg에 피코크 양념을 동봉한 ‘피코크 한우 불고기 세트’를 행사카드 결제 시 20% 할인한 7만 1040원에, 한우 불고기·국거리 2.1kg과 피코크 양념으로 구성한 ‘피코크 한우 정육 세트’를 10% 할인한 11만 5200원에 판매한다. 돈육세트는 인기 상품 및 신상품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칼집 삼겹살 목심 혼합세트(삼겹살1.2kg+목심1.2kg+명이나물250g+부지갱이250g)’를 카드할인가 8만 5320원에, ‘한돈 돼지갈비 모둠 세트(갈비찜용1.2kg+LA식구이용1kg)’를 할인가 4만 5720원에 준비했다. 5만원 미만의 ‘리미티드 딜’ 상품은 종류를 기존 4종에서 11종으로 늘렸으며, 준비 물량도 4배 이상 확대했다. 행사카드로 결제 시 최대 40% 싸게 준다. 대표상품으로 ‘당도선별 사과&배(사과1.7kg 6입+배1.6kg 3입)’를 행사카드 결제 시 40% 할인한 3만원에, ‘고소한 견과 3종(구운아몬드340g+구운캐슈너 320g+호두210g)’을 3만원에 판매한다. 3만~5만원대 육포도 준비했다. ‘프리미엄 육포세트(외국산 쇠고기 40gX8)’를 행사카드로 결제 시 20% 할인한 3만 9840원에, ‘국내산 무첨가 우리소 육포 세트’를 30% 할인한 5만 5860원에 판다. 와인 선물세트는 행사카드로 구매 시 20~40% 할인해준다. 미국 나파밸리에서 생산한 ‘블랙스탈리온 나파 까버네소비뇽+조쉬 셀라 까버네소비뇽’은 30% 할인한 7만 5600원, 스택스립 와인셀러 등 미국 유명생산자가 생산한 ‘핸즈오브 타임 까버네소비뇽+H3 까버네소비뇽’은 20% 할인한 7만 9200원이다. 프리미엄 선물세트도 준비했다. ‘경주천년한우’, ‘화식한우’, ‘제주한우’ 등 국내 주요 한우 산지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냉장 육류 선물세트 10여종을 새롭게 선보인다. 1++ 9등급의 초프리미엄 ‘조선호텔 경주천년한우 NO.9(등심구이용·안심구이용·채끝구이용 각 1kg)’를 90만원에, 화식한우 1+등급 이상의 ‘조선호텔 화식한우 구이 세트(등심구이용·등심스테이크용·채끝구이용 각 1kg)’를 카드할인가 49만 3200원에 판매한다. 1+등급 한우등심을 20만원대에 즐길 수 있는 냉장한우세트 ‘피코크 웻에이징 한우등심 1+등급 세트(구이용·스테이크용 각 1kg)’도 20% 카드할인으로 23만 8400원에 만나볼 수 있다. 수산 세트는 고급 어종 금태를 활용한 선물세트 3종을 새롭게 선보이고, 행사카드 결제 시 20% 할인해준다. 금태는 손질 전 500g 내외의 상위 1% 크기만을 선별했다. ‘금태 갈치 세트(금태600g 2미+갈치960g 2미)’를 할인가 22만 2400원에, ‘금태 세트(1.2kg 4미)’를 할인가 20만 6400원에 선보인다. 과일 세트로는 샤인머스캣을 활용한 혼합 세트를 지난 추석 7종에서 올해 15종으로 확대하고 총 물량도 2배 이상 늘렸다. 행사카드 결제 시 최대 30%를 할인해준다. 대표상품으로 샤인머스캣, 브라질 애플망고, 사과, 배로 구성한 ‘피코크 샤인머스캣 혼합 세트’를 할인가 12만 9500원에, 샤인머스캣과 건식품(생아몬드·호두·피칸·건자두 등)을 함께 구성한 ‘샤인&견과 세트’를 할인가 6만 9300원에 판매한다.
  • 신세계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 돌입… 이색 과일·맛집 협업 상품 확대

    신세계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 돌입… 이색 과일·맛집 협업 상품 확대

    신세계백화점이 이색 상품과 친환경 패키지를 앞세워 오는 22일부터 ‘2022년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에 나선다. 물량은 지난해 추석보다 20% 늘린 45만여세트다. 신세계 관계자는 “올 추석도 집에서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홈추’ 트렌드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고품격 직경매 한우 세트, 유명 맛집 선물세트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한우 외에도 애플망고, 멜론 등 제철 과일을 즐길 수 있는 이색 과일 세트 비중도 50%까지 늘렸다.  신세계 바이어가 엄선한 한우·유명 맛집 협업 선물세트 먼저 한우 공판장 거래인으로 참석해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선택한 고품격 한우 선물세트의 물량을 전년보다 40%가량 늘려 준비했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국내 최대 한우 공판장인 음성축산물공판장에 축산 바이어가 직접 거래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음성축산물공판장은 대소IC 인근에 있는 대표적인 공판장이다. 신세계백화점 한우 바이어가 경매장에서 60개월령 이하의 암소만을 선별하는 것은 물론 마블링, 육색 등을 직접 확인해 일정 기준 이상의 고품질 한우를 선정한다. 이어 신세계 상품과학연구소의 품질관리 기준을 통과한 HACCP 인증 가공장에서 한우 선물 세트를 만든다. 대표상품으로는 한우 암소의 등심, 안심, 채끝 스테이크 부위로 구성한 ‘직경매한우 스테이크’(50만원), 등심로스와 양지 국거리로 구성한 ‘직경매한우 만복’(37만원) 등이 있다. 유명 맛집의 맛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유명 맛집 협업 상품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2020년 설부터 소개한 ‘유명 맛집 한우 세트’는 압구정동 ‘우텐더’·‘설로인’, 청담동 ‘우가’ 등의 레스토랑과 함께 기획한 상품이다. 유명 맛집의 대표 음식을 180g~200g씩 소량 분리 포장했다. 또한 126년 전통의 요리 교육기관 ‘르 꼬르동 블루’와 손잡고 한우 스테이크 키트를 새롭게 소개하는 등 유명 맛집 선물세트를 확대 선보인다. 대표상품으로는 등심, 채끝, 안심 부위와 트러플 오일, 특별한 소스로 구성한 ‘르 꼬르동 블루 스테이크 세트’(60만원), 등심과 안심, 트러플 오일 등으로 구성한 ‘르 꼬르동 홈파티 세트’(36만원) 등이 있다. 이외에도 1++ 안심 스테이크, 1++ 등심·채끝 로스 부위 등으로 구성한 ‘설로인 프리미엄 세트’(55만원), 1++ 등급의 등심 불고기와 양지 국거리로 구성한 ‘우텐더 홈세트’(43만원) 등이 있다. 당도·크기·외형 선별한 이색 과일 선물세트 신세계백화점은 국내에서 선별한 이색 과일 선물세트 비중을 50%까지 확대해 준비했다. 멜론의 명산지 청양에서 엄선한 ‘머스크멜론’, 스마트팜을 통해 애플망고를 재배한 ‘홍망고’, 서귀포 중문농협의 ‘황금향’ 등을 당도·크기·외형 기준에 맞게 선별했다. 대표상품으로는 과육과 향을 모두 갖춘 ‘전남 영광 홍망고 세트’(20만~22만원), 우수 산지에서 재배해 담은 ‘사과·배·왕망고 세트’(18만~20만원), 멜론을 엄선해 만든 ‘머스크멜론 세트’(12만~14만원) 등이 있다. 신세계 청과 바이어는 전국을 돌면서 최적의 과일 생산지를 찾아내 ‘신세계 지정 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들은 재배에서 선별,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이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된다. 또한 신세계 상품과학연구소에서는 당도 측정, 잔류 농약 검사 등의 품질 관리를 생산자별로 진행하고 있다. 전통 방식에 현대 감성 더한 굴비·내림장 선물세트 신세계백화점은 2020년부터 참조기와 국내산 천일염으로 가공한 뒤 사과·유자·녹차 침지액을 가미한 굴비를 소개하고 있다. 빨강·노랑·초록색 포장지로 시각적인 효과를 줬으며, 소가구에 맞춰 10미씩 포장했다. 가격은 20만원. 지난해부터는 ‘발효:곳간’ 매장을 열고 K푸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추석을 맞아 선보이는 ‘발효:곳간 선물세트’는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전통 방식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계승·발전한 공로를 인정받은 국가 지정 식품 명인과 각 지역의 소문난 특산 식품 생산자로 구성했다. 특히 전통 반찬은 전국 유명 산지에서 갓 수확해 들여온 제철 식재료를 엄선해 만들었다. 대표상품으로는 ‘발효:곳간 강순옥 명인 장아찌 세트’(15만원), ‘발효:곳간 기순도 명인 숙성장 세트’(30만원) 등이 있다. 햅쌀과 명가 명주를 새롭게 소개, 전통 선물세트 선택의 폭도 넓혔다. 발효:곳간의 햅쌀은 밥 소믈리에와 신세계 한식연구소 셰프들이 전남 해남 및 경기 여주의 햅쌀을 찰기·향기·건강을 테마로 블렌딩해 만들었다. 조선시대 3대 명주로 손꼽히는 이강주·감홍로·죽력고와 전통 소주인 안동소주, 제주 고소리술 등 대표 명주도 발효:곳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대표상품으로는 ‘발효:곳간 전통 소주 세트’(12만원), ‘발효:곳간 이강주·죽력고 세트’(8만원) 등이 있다.
  • 마트 간 尹, 연녹색 아오리사과에 “빨개지는 건가?”

    마트 간 尹, 연녹색 아오리사과에 “빨개지는 건가?”

    민생안정 대책논의차 마트 방문  민생안정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직접 마트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YTN 돌았저’는 17일 ‘응원 또는 질책’이라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하나로마트를 방문했을 때의 영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과일 진열대에서 조생종인 연녹색의 아오리 사과를 발견하고는 “이건 뭔가”라고 물었다. “아오리 사과”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윤 대통령은 “당도가 좀 떨어지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마트 관계자가 “당도보다는 제일 먼저 생산되는 게 조생종 사과인데”라고 설명하자 윤 대통령은 다시 “이게 빨개지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래 두면 빨개지는데, 빨개지면 맛이 변해버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전남 영광군에서 생산된 쌀 ‘새청무’ 포대를 들고 “이거는 밥을 지어서 고추장, 보리굴비하고 딱 먹으면(맛있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쌀 가공식품들을 많이 좀 개발하고 판매가 돼야 쌀값이 안정된다”며 마트 관계자를 향해 “국수도 만들고 빵도 좀 만들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마트에서 만난 한 시민은 “현재 무와 배추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서 많이 올랐다. 비 피해가 크다”며 “정부에서 엄마들 밥상을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저희가 공급 문제 같은 걸 잘 관리해서 장바구니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며 웃어 보였다. 이에 시민은 “국민의 밥상머리가 행복해야 대통령님도 행복하잖아요”라며 재차 물가 안정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 마련” 윤 대통령은 마트에서 제5차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명절 기간 장보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해야 한다”며 추석 전까지 수해 피해 복구와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만큼은 어려운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수해)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 피해 보상, 인명 피해 보상, 이재민 구호, 소상공인 지원 등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추석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야 할 것”이라며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명절 기간 장보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하고 정부도 할인 쿠폰 등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통령 관저 의혹’ 국정조사…국힘 “‘아니면 말고’식 생떼” vs 민주 “자기모순”

    ‘대통령 관저 의혹’ 국정조사…국힘 “‘아니면 말고’식 생떼” vs 민주 “자기모순”

    여야가 ‘대통령 관저 의혹’ 국정조사요구서 제출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8일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정치적 금도를 벗어난 다수의 생떼”라며 “특히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직후 제출한 것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그 목적이 대통령 기자회견을 흠집내기 위한 저열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요구서의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조악한 수준”이라며 “먼저 사적 채용이라는 표현부터 잘못됐다. 이것은 피해 호소인처럼 민주당이 즐겨 쓰는 언어 교란이자 광우병 사태와 같은 허위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국정조사라는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국정조사는 특정 사안에 대해 불법성이 명확할 때 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억지로 혐의를 찾기 위한 생떼를 국정조사서라고 우기고 있다”며 “인디언식 기우제이자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내지르기일 뿐”이라고도 했다.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실 관저 특혜 수주 등 숱한 의혹을 그대로 덮어둔 채 국정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은 여당도 알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새 출발을 공언하며 국정조사를 반대부터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심을 받들어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YTN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에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한 데 대해 “원래 화요일에 하기로 돼 있었는데 준비를 좀 더 하느라고 수요일로 한 것”이라며 “100일 상에 고춧가루 뿌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관저 관련 의혹 및 사적채용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요구서에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안보·재난 공백, 이전 비용 고의 축소 논란 등이 담겼다.
  • 文사저 앞 시위 ‘시행령 꼼수’ 비판하던 민주 “尹, 경호법 시행령으로 경호구역 확대하라”

    文사저 앞 시위 ‘시행령 꼼수’ 비판하던 민주 “尹, 경호법 시행령으로 경호구역 확대하라”

    시행령으로 ‘경찰국 신설’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무력화를 밀어붙인다며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1인 시위에 대해 집시법 개정안 마련 전에 ‘경호법 시행령’으로 경호구역을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8일 MBC라디오에서 “얼마나 심각하면 대통령 내외분이 산책하는데 위협하는 상황이 오고, 윤석열 정부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의 상황이 되겠는가”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일단 경호구역을 확대 지정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 내외의 현재 상태와 관련해선 “말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한다. 다만 그걸 내색하지 않을 뿐”이라며 “100일 만에 처음으로 마을 밖에 산책했다는 게 상상이 되는가. 자기가 사는 동네를 거닐지도 못할 상황이란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경호법 시행령’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처럼 시행령을 고치자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시행령을 그대료 적용하자는 것”이라며 “시행령에 따르면 경호처장 판단으로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그걸 평산마을에 적용하면 수월하게 합리적으로 보수 유튜버에 대응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MBC라디오에서 “문 대통령 사저 앞 1차선 길에서 시위를 해 경호구역을 거기까지만 설정해놨기 때문에 거기서 확성기를 그렇게 하고(틀고), 폭력 사태도 일어난다”며 “민주당도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지만 1인 시위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무방비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법과 관련된 시행령으로 해결할 수가 있다”며 “경호구역을 확대해 출입 통제를 하게 되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했다. 이어 “경호처장이 경호구역을 확대할 수 있고, 관련법(경호지원업무)을 보면 불가피한 경우 경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특단의 조치들을 할 수 있는데 거기에는 출입 통제가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경찰이 이상하다. 폭력 시위를 왜 그냥 두고 보는 걸까”라며 “윤 대통령이 나서주길 기대한다. 그에게도 언젠간 퇴임하는 시간이 올 테니 꼭 부탁드린다. 평산마을의 평화를 되찾아 달라”고 했다.
  • 故 이건희 30년 전 발언 인용한 유승민, 尹 직격

    故 이건희 30년 전 발언 인용한 유승민, 尹 직격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유 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생각, 말, 태도가 문제다. 대통령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며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오늘 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살피겠다. 저부터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 그대로 해주시길 바란다”면서 “그런데 대통령이 현 상황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걸 바꿀 각오가 되어 있는지, 오늘 기자회견으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유 전 의원은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언급했던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그만큼 철저히 바꿔야 한다는 말”이라며 “국민의 뜻을 살펴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질’ 각오를 정말 했다면 바꾸지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선언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 전 회장의 말로 대표된다. 이 때를 기점으로 삼성은 외형 중심의 양적 경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품질과 수익성을 따지는 질적 경영으로 모든 발상을 전환했다. 유 전 의원은 변화의 시작으로 인사 쇄신을 꼽았다. 유 전 의원은 “주변의 무능하고 아부만 하는 인사들부터 과감하게 바꾸십시오. 영혼 없는 관료, 캠프 출신 교수들로는 나라가 잘될 수 없다”며 “검사들이 제일 유능하다는 잘못된 생각부터 버리고 천하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또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역할을 할 사람을 가까이 두십시오”라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서 친인척과 대통령실 사람들의 부정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혁신해야 한다”면서 “여당은 잘못된 국정의 거수기가 아니라 국정의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려면 견제와 협력의 당정관계로 당도,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일이 지났고 1725일이 남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기 바란다”며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개혁을 해나간다면 국민은 다시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두고 파문이 일던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덧붙임 말 없이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담긴 사진을 공유했다. 또한 유 전 의원은 지난 4일에는 윤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나지 않는 것을 놓고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 [열린세상] 읽기와 쓰기라는 연대/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읽기와 쓰기라는 연대/박산호 번역가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거실로 나가면 자고 있던 시바견이 일어나 꼬리를 흔든다. 재회의 기쁨에 배를 북북 긁어 주면 희고 검은 털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늙은 고양이 밥을 주고 어린 강아지 밥을 준 다음 아침 커피를 끓인다. 문밖에 떨어진 신문을 들고 와 커피를 마시며 헤드라인들만 읽어도 벌써 분노가 치민다. 요즘은 분노가 일상이다. 아침만 먹었는데 어느새 싱크대에 가득 찬 그릇을 설거지하고, 밤새 바닥에 눈처럼 내린 반려동물들의 털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거기서 나는 수상한 냄새에 ‘오늘은 꼭 청소기를 분해해 필터를 청소해야지’라고 백만 스물두 번째 결심한다. 여름이라 하루에 두 번씩 벗어 대는 옷과 양말, 수건을 세탁기에 돌렸다가 건조대에 널면 어느새 정오가 당도했고, 벌써 반쯤 지쳐 있다. “한국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는 영화 대사처럼 아침에 먹었다고 밥을 그만 먹고 어제 청소했다고 오늘 청소를 안 할 수는 없는 일. 그 사이사이에 생계를 책임지는 번역과 글쓰기라는 엄중한 일을 해야 한다. 이토록 무한 반복되는 노동에 지치고 우울해질 무렵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이혼 후 청소라는 힘들고 고단한 노동으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초등학교 졸업 후 인연이 끊어졌던 학교를 다시 늦은 나이에 다니며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청소 노동자이자 작가인 마이아 에켈뢰브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라는 책이다. 다들 내 인생이 제일 힘들고, 다들 내 자식이 제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완벽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 마이아는 성년이 됐어도 끊임없이 다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실직해 엄마의 집으로 돌아오는 자식들을 건사하며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건물 청소를 다니고,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스웨덴어 문법과 역사와 의회 정치를 배우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와 읽고 글을 쓴다. 책이 있다면 고치지 못할 우울증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돈이 없어 휴가는 못 가도 책을 통해 “티베트에서 기름등잔의 연기를 느끼고, 라싸에서 기도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를 듣고, 중국의 동굴에서 거주하고, 미국과 아시아의 대도시 빈민가에서 비좁게 살았다”고 일기에 썼다. 그는 복지 천국 스웨덴에서 아이들이 추운 겨울에 입어야 할 옷과 구두, 시력이 나빠진 아이들을 위한 안경, 미래를 꿈꾸는 아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 신청, 뼈가 휘는 노동 끝에 이제는 노동 능력이 저하됐다는 증명서를 받아 모처럼 쉬게 되는 며칠의 휴가…. 이처럼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자 권리를 신청하며 굴욕을 느끼는 한편으로 바깥세상에 존재하는 빈곤과 폭력과 고통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고, 공감하고, 그 불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나갔다. 여름에는 손발이 퉁퉁 붓고, 겨울에는 손이 터서 제대로 펜도 잡을 수 없고. 타자기가 없어 자신이 청소하는 건물의 타자기를 몰래 쓰기 위해 평소 기상 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했지만, 언제나 읽고 쓰는 생활에 마음을 의지했던 그를 보니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었다. “똑똑한 머리와 날카로운 팔꿈치”로 자기보다 약한 자를 밀치고 끝없이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자기를 딱하게 여긴다는 것을 아는 작가는 오히려 그들을 딱하게 여기며 말했다. 절대 꺾이지 않는 소유욕을 가진 그들이지만 나같이 멋진 감정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가난의 결핍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면서도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연대를 멈추지 않았던 마이아 에켈뢰브의 글을 읽다 보니 수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나간 우리 사회의 “날카로운 팔꿈치”를 가진 이들이 떠올랐다. 과연 진짜 딱한 사람은 누구일까.
  • [사설] “일본은 세계 위협에 힘 합칠 이웃” 8·15 경축사

    [사설] “일본은 세계 위협에 힘 합칠 이웃” 8·15 경축사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해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광복절에 일본을 ‘힘을 합칠 이웃’으로 규정한 것은 이전 정부에서는 없던 모습이다. 최악으로 치달았던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한일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김대중ㆍ오부치 2.0’을 공식화한 것이다. 1998년 10월 발표한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은 일본이 과거 한국 국민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반성과 사과를 문서로 남긴 데 의의가 있다. 김대중ㆍ오부치 선언 이후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됐고 한일 월드컵까지 공동으로 치르며 한일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이 진보 정권의 유산임에도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재차 밝힌 것은 미래를 향한 진전을 위해선 일본 측의 반성과 사과 등 양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해법을 모색하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첫 단계에 와 있다. 이 역시 전 정부에선 없었던 일이다. 정부는 민관 협의체 논의를 끝낸 데 이어 정부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 강제집행(현금화)을 늦춰 달라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정부의 의견서 제출에 반발해 협의체에서 빠지면서 대위변제, 한일 공동기금 설치, 특별입법 등 정부 해법을 수용할지가 최대 변수다. 하지만 정부안을 거부하면 한일 관계의 파탄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도 피해자 설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일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에는 양국 관계의 악화를 방치했던 더불어민주당도 협력해야 한다. 한일 관계에 친일 프레임을 걸어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일본도 관계 개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한일 협정을 통해 협력자금을 한국에 제공한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자세는 역사 퇴행적이다. 어제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이야말로 퇴행의 방증일 것이다.
  • 尹 “日은 힘 합칠 이웃”… 과거사 뺐다

    尹 “日은 힘 합칠 이웃”… 과거사 뺐다

    “자유 위협에 맞서 함께 나아가야”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도 천명 3·1 독립선언, 임시정부 동시 거론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함께 협력할 ‘이웃’으로 규정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의미를 강조했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이날 경축사에서 다시 언급하며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윤석열 정부가 계승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공식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어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경축사는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론이나 친일파 청산 등 과거사 문제를 부각하기보다는 ‘자유’의 가치를 연결 고리로 일본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규정하는 등 경축사에서 ‘자유’를 33차례나 언급했다. 또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3·1 독립선언과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 정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적통을 사실상 인정했다. 반면 윤 대통령 경축사 연설에 앞서 기념사를 낭독한 장호권 광복회장은 “일본과의 공존공생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적 감정을 해결하기 위한 일본의 과거 침략과 수탈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사과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윤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법적 배상을 전제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며 “당리당략에 치우쳐 이전 정부의 외교 성과를 과거로 되돌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尹 광복절 “한일관계 개선”…이용수할머니 “사죄 먼저”(종합)

    尹 광복절 “한일관계 개선”…이용수할머니 “사죄 먼저”(종합)

    윤석열 대통령의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였다. 취임사에 이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자유’를 총 33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이라며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면서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해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 정신인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며 자유와 평화가 일맥상통하는 가치임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지,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위대한 국민, 되찾은 자유, 새로운 도약’이라는 경축식 주제를 소개하며 “현재 우리는 과거의 의미(되찾은 자유)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통합을 이뤄 함께 새로운 도약의 미래로 나아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역사·위안부 문제 한마디도 없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윤석열 대통령의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어떻게 광복절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얘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은 역사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말씀은 한마디도 없으신가”라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이 아무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명예를 짓밟더라도,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한가. 그것이 자유와 인권, 법치를 존중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먼저”라며 “이 세대가 다시 한번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대통령에게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달라고 요청하며 “그것이 오늘 말씀하신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만이 뻔뻔한 일본에 진실을 깨우쳐 주고 미래의 화해와 상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與 경축사 호평…野 “양두구육” 비판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경축사가 인류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방향을 제시했다고 호평했다. 한일 관계 우호적 복원과 북한 비핵화에 따른 구체적 지원 프로그램 내용을 담은 담대한 구상, 그리고 서민 주거 불안 해소와 장애인 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도 강조한 자유의 가치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자유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는 한일관계 개선, 구조조정, 양극화 해소를 위한 규제개혁 등 정책도 ‘양두구육’, 그러니까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변변치 않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알맹이 없이 강조한, 공허한 자유의 가치 말고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윤석열 정부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선 과거사에 대한 온전한 사죄와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외교적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광복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한 일본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에 즈음해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료를 내거나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에 현직 각료가 참배한 것은 2020년부터 3년 연속이다. 외교부는 15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 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우리 삶을 바꾼 변론]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 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우리 삶을 바꾼 변론]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복귀 후 업무와 승진에서 배제될 것이란 불안감, 그래서 ‘이대로 내 커리어(경력)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이 그런 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부부가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라도 마음 편한 복직은 사실상 쉽지 않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협인 까닭이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의 판결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재판부는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의 업무가 복귀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측의 손을 들어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어 낸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김세희(45·변시 4회) 변호사를 지난 4일 만났다. ●돌아오니 업무·권한 싹 바뀌어  2011년부터 롯데쇼핑에서 ‘생활문화매니저’로 일하던 남직원 A(47)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1월 복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미 해당 지점 매니저 자리에 다른 직원이 근무 중이라며 두 달 뒤 A씨를 매니저 직급이 아닌 식품 냉장냉동 영업담당으로 보직을 바꿔 복직시켰다.  당장 업무 내용과 권한부터 달라졌다. 휴직 전 A씨의 직급은 대리였지만 맡은 업무는 ‘발탁매니저’로서 영업실적·담당사원 관리 등 현장 모니터링과 함께 제품 발주, 입점, 진열, 판매, 처분 등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무였다. 그러나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은 인사평가권도 없었고, 매니저의 지휘·감독을 받아 제품 진열과 판매 등을 하는 실무직이었다.  임금도 줄었다. 발탁매니저로 근무할 때는 매달 업무추진비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 등 20만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영업담당으로 복직한 후에는 해당 수당이 삭제됐다. A씨는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측을 상대로 부당 보직변경 등에 대한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잇따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와 영업담당은 업무 성격이나 권한, 임금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A씨의 인사 발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언뜻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사건은 사측이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곧 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김 변호사는 “육아휴직 후 전보로 인한 불이익은 해고와 달리 직무상 권한 축소나 경력에서의 불이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인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구제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측을 상대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소송으로 다툰다는 게 쉽지 않고, 사건 자체가 굉장히 드물어서 관련 판례를 찾아봐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측 “임시직 변경 문제없어”  재판의 쟁점은 우선 A씨가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이 이전에 맡았던 발탁매니저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원래 대리 직급이던 A씨가 인력 사정상 임시로 과장 이상이 맡는 발탁매니저로 일했던 것이므로 대리급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받았던 수당도 실비 성격이기 때문에 이전 업무와 같은 수준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이 아닌 정규 직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니저 직책 267명 중 121명이 이미 발탁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45.3%,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매니저에서 담당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명단 16년치를 받아 일일이 확인해 보니 1년에 4건 정도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인사 규정을 위반한 징계성 인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사측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탄핵하는 식으로 변론을 이어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탁매니저는 인력 사정의 수요에 따라서 부여되는 임시 직급인 만큼 육아휴직 후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도 다른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또 삭제된 수당인 월 20만원은 전체 임금의 4.3%가량에 불과한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 측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김 변호사는 “전보라는 건 회사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통상의 전보와 육아휴직 후의 전보는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봤다”며 “누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니 당연히 조직 환경의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직자에게 다른 보직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업무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당연한 일처럼 돼야”  2017년 12월, A씨 측이 포기하지 않고 상고한 재판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30일 원심을 깨고 피고(중노위·A씨)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의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휴직 기간 중 발생한 조직 체계나 근로 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봤다.  법원이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차별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도 이미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시키면 안 된다는 일반 규정이 있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복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것은 결국 근로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본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가 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져서 생기는 생경함과 두려움으로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것이었다”며 “재판부도 A씨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발탁매니저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육아휴직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것처럼 육아휴직도 당연히 쓸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육아휴직 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근로자들도 회사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지 않을까요.”
  • 폭우에 배추값 77% 뛰고, 사과 생산량 뚝… ‘팍팍한 한가위’ 되나

    폭우에 배추값 77% 뛰고, 사과 생산량 뚝… ‘팍팍한 한가위’ 되나

    “추석용 사과는 크기나 당도와 상관없이 색이 고르고 붉게 입혀지는 게 중요한데 비가 자주 오면 나무가 빨아들이는 질소량이 많아져 좀처럼 (색이) 올라오지 않아요. 이건 하늘이 도와줘야 하는데….”(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 관계자) 대표적인 추석 제수·선물용 과일인 ‘홍로’(사과 품종)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보다 십여일 이른 추석에 ‘물 폭탄’ 수준의 폭우까지 겹치면서 충주 등 중부권 상급 사과 산지의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비 피해가 적은 남부지역 농가 확보에 추가로 나서는 등 산지 다변화에 힘을 쓰고 있지만 A급 사과 생산량이 줄면서 추석 사과값은 이미 오름세가 점쳐진다. 민족 명절 추석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치솟는 물가에 넉넉한 한가위는 옛말이 됐다. 정부는 비축물량을 풀고 할당관세를 조정하는 등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장바구니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역대급 고물가에 이례적인 폭우까지 덮치면서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4일 A 대형마트의 주요 추석 품목 가격을 지난해 추석 30일 전과 비교한 결과 배추 1포기 가격은 지난해 2480원에서 올해 4384원으로 76.8%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봄부터 이어진 가뭄, 된더위, 산불 등의 영향인데 이번 폭우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까지 속출하면서 배추 가격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무(1개)와 양파(1.8㎏)도 같은 기간 각각 39.3%, 31.6%, 참조기(1미·소)와 돼지고기(등심·100g)도 7.2%, 6.3%씩 올랐다.이어지는 폭우가 안정세를 보인 식자재 가격을 다시 밀어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시금치 가격은 폭우 전만 해도 지난해보다 38.6% 가격이 내렸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시금치(4㎏) 도매가격은 5만 780원으로 6일 전(4만 200원)보다 26.3% 올랐다. 같은 기간 애호박은 2만 1620원에서 4만 760원으로 88.5% 뛰었다. 사과 가격도 불안정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추석 성수기(8월 27일~9월 9일)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5㎏당 3만 6000~3만 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최대 9.2% 비싼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공식품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 밀가루(1㎏)가 1780원에서 2550원으로 43.3% 급등했고 동태전과 송편 등 추석 냉장 식품도 같은 기간 각각 20.1%, 14.3%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가격이 내린 품목도 있었다. 국거리용으로 쓰이는 한우 목심(100g)이 지난해 5980원에서 올해 5380원으로 10%가량 가격이 내렸고 대파(1봉)도 같은 기간 2380원에서 1980원으로 16.8% 떨어졌다.
  •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복귀 후 업무와 승진에서 배제될 것이란 불안감, 그래서 ‘이대로 내 커리어(경력)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이 그런 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부부가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라도 마음 편한 복직은 사실상 쉽지 않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협인 까닭이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의 판결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재판부는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의 업무가 복귀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측의 손을 들어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어 낸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김세희(45·변시 4회) 변호사를 지난 4일 만났다. 과장급 ‘매니저’였다가 복귀하니 대리급 ‘영업 담당’ 2011년부터 롯데쇼핑에서 ‘생활문화매니저’로 일하던 남직원 A(47)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1월 복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미 해당 지점 매니저 자리에 다른 직원이 근무 중이라며 두 달 뒤 A씨를 매니저 직급이 아닌 식품 냉장냉동 영업담당으로 보직을 바꿔 복직시켰다. 당장 업무 내용과 권한부터 달라졌다. 휴직 전 A씨의 직급은 대리였지만 맡은 업무는 ‘발탁매니저’로서 영업실적·담당사원 관리 등 현장 모니터링과 함께 제품 발주, 입점, 진열, 판매, 처분 등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무였다. 그러나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은 인사평가권도 없었고, 매니저의 지휘·감독을 받아 제품 진열과 판매 등을 하는 실무직이었다. 임금도 줄었다. 발탁매니저로 근무할 때는 매달 업무추진비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 등 20만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영업담당으로 복직한 후에는 해당 수당이 삭제됐다. A씨는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측을 상대로 부당 보직변경 등에 대한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잇따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와 영업담당은 업무 성격이나 권한, 임금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A씨의 인사 발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언뜻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사건은 사측이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곧 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김 변호사는 “육아휴직 후 전보로 인한 불이익은 해고와 달리 직무상 권한 축소나 경력에서의 불이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인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구제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측을 상대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소송으로 다툰다는 게 쉽지 않고, 사건 자체가 굉장히 드물어서 관련 판례를 찾아봐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발탁매니저는 임시직, 보직변경 정당” VS “휴직 전후 같은 업무·같은 임금 원칙” 재판의 쟁점은 우선 A씨가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이 이전에 맡았던 발탁매니저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원래 대리 직급이던 A씨가 인력 사정상 임시로 과장 이상이 맡는 발탁매니저로 일했던 것이므로 대리급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받았던 수당도 실비 성격이기 때문에 이전 업무와 같은 수준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이 아닌 정규 직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니저 직책 267명 중 121명이 이미 발탁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45.3%,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매니저에서 담당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명단 16년치를 받아 일일이 확인해 보니 1년에 4건 정도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인사 규정을 위반한 징계성 인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사측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탄핵하는 식으로 변론을 이어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탁매니저는 인력 사정의 수요에 따라서 부여되는 임시 직급인 만큼 육아휴직 후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도 다른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또 삭제된 수당인 월 20만원은 전체 임금의 4.3%가량에 불과한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 측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김 변호사는 “전보라는 건 회사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통상의 전보와 육아휴직 후의 전보는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봤다”며 “누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니 당연히 조직 환경의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직자에게 다른 보직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업무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같은 업무’ 해당하려면 사회 통념상 전과 차이 없어야” 2017년 12월, A씨 측이 포기하지 않고 상고한 재판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30일 원심을 깨고 피고(중노위·A씨)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의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휴직 기간 중 발생한 조직 체계나 근로 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봤다. 법원이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차별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도 이미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시키면 안 된다는 일반 규정이 있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복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것은 결국 근로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본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가 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져서 생기는 생경함과 두려움으로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것이었다”며 “재판부도 A씨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발탁매니저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육아휴직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것처럼 육아휴직도 당연히 쓸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육아휴직 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근로자들도 회사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지 않을까요.”
  • 고물가 속 이른 추석 “조상님 추석 나기 두려워요”... 배추 77%·밀가루 43.4↑

    고물가 속 이른 추석 “조상님 추석 나기 두려워요”... 배추 77%·밀가루 43.4↑

    “추석용 사과는 크기나 당도와 상관없이 색이 고르고 붉게 입혀지는 게 중요한데 비가 자주 오면 나무가 빨아들이는 질소량이 많아져 좀처럼 (색이) 올라오지 않아요. 이건 하늘이 도와줘야 하는데….”(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 관계자) 대표적인 추석 제수·선물용 과일인 ‘홍로’(사과 품종)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보다 십여일 이른 추석에 ‘물 폭탄’ 수준의 폭우까지 겹치면서 충주 등 중부권 상급 사과 산지의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비 피해가 적은 남부지역 농가 확보에 추가로 나서는 등 산지 다변화에 힘을 쓰고 있지만 A급 사과 생산량이 줄면서 추석 사과값은 이미 오름세가 점쳐진다.민족 명절 추석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치솟는 물가에 넉넉한 한가위는 옛말이 됐다. 정부는 비축물량을 풀고 할당관세를 조정하는 등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장바구니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역대급 고물가에 이례적인 폭우까지 덮치면서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4일 A 대형마트의 주요 추석 품목 가격을 지난해 추석 30일 전과 비교한 결과 배추 1포기 가격은 지난해 2480원에서 올해 4384원으로 76.8%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봄부터 이어진 가뭄, 된더위, 산불 등의 영향인데 이번 폭우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까지 속출하면서 배추 가격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무(1개)와 양파(1.8㎏)도 같은 기간 각각 39.3%, 31.6%, 참조기(1미·소)와 돼지고기(등심·100g)도 7.2%, 6.3%씩 올랐다. 이어지는 폭우가 안정세를 보인 식자재 가격을 다시 밀어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시금치 가격은 폭우 전만 해도 지난해보다 38.6% 가격이 내렸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시금치(4㎏) 도매가격은 5만 780원으로 6일 전(4만 200원)보다 26.3% 올랐다. 같은 기간 애호박은 2만 1620원에서 4만 760원으로 88.5% 뛰었다. 사과 가격도 불안정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추석 성수기(8월 27일~9월 9일)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5㎏당 3만 6000~3만 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최대 9.2% 비싼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공식품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 밀가루(1㎏)가 1780원에서 2550원으로 43.3% 급등했고 동태전과 송편 등 추석 냉장 식품도 같은 기간 각각 20.1%, 14.3%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가격이 내린 품목도 있었다. 국거리용으로 쓰이는 한우 목심(100g)이 지난해 5980원에서 올해 5380원으로 10%가량 가격이 내렸고 대파(1봉)도 같은 기간 2380원에서 1980원으로 16.8% 떨어졌다.
  • [대만은 지금] 中, 22년 만에 대만 백서…”무력 사용 포기 안한다”

    [대만은 지금] 中, 22년 만에 대만 백서…”무력 사용 포기 안한다”

    10일 중국이 사상 세 번째로 '대만백서'를 발간했다. 22년만에 발간된 대만백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후 처음이다. 앞서 중국은 1993년과 2000년에 대만백서를 발간했다. 이 시기는 모두 양안 관계가 매우 민감한 시기였으며 이는 대만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는 지표처럼 여겨졌다. 중국 관영 언론은 아예 대놓고 이번 백서의 수위가 높아졌다며 대만독립에 대한 경고를 제대로 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1993년과 2000년 각각 5차례씩 언급된 '대만 독립'이 이번에는 36차례나 언급됐다. 백서에는 "평화통일을 이룩하겠다"면서도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어 "대만 동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간섭, 극소수의 대만독립 분자, 그들의 분열 활동을 겨냥한 것"으로 무력 상황은 최후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 대륙위원회는 엄중 항의를 제기하며 백서에는 "사실을 무시하는 헛소리와 거짓이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만해협은 양측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 한국가 두 체제)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륙위는 "중화민국이 주권국가"라며 "중국 공산당 정권은 단 하루도 대만 본섬 및 부속섬을 통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왜곡시키고 유엔 헌장을 잘못 인용하여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고 국제사회 질서에 도전했다"며 "이는 국제사회 및 많은 민주 국가들의 가혹한 비난과 단호한 반대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시대 대만에 대한 총체적 전략'은 전혀 새롭지 않으며 그저 '20대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해명하기 위한 '선전 수단'일 뿐"이며 "스스로 대만의 발전 과정을 속이는 무모한 짓은 대만 인민들의 더욱 큰 반감만 살 뿐"이라고 밝혔다. 또 "주류 여론은 일국양제를 반대하고 있으며 대만 내 2300만 명의 국민이 대만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대만 국민당도 '통일백서'에 동의할 수 없으며,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다. 이어 중화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지역의 평화를 수호를 견지할 것이라고 했다.  11일 중국 대만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때만 백서 발간이 국내외 중국인들의 뜨거운 반응과 큰 지지를 받았다"며 "민진당(현 대만 정부)은 온갖 비방과 악의적인 공격을 가해 또 다시 완고하고 도발적인 정치적 본성을 드러냈다. 이는 백서가 그들의 마음을 강타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 대변인은 백서에 언급된 평화통일, 일국양제와 관련해 "중국과 대만 간 사회 제도와 이념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며 "두 체제의 계획을 적극 모색해 평화적 통일을 실현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민진당의 잘못된 해석, 비방, 루머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국양제는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선의적으로 윈윈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백서는 중국이 대만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지침서다. 더군다나 예전에 발행된 두 권의 백서에서는 "대만은 자체 군대를 보유할 수 있으며 중국은 대만에 군대 또는 행정 인력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하지만 이번 백서에서는 해당 조항이 쏙 빠져 사실상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안관계 학자들은 중국의 대만백서 발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리정광 베이징연합대학 대만연구소 교수는 이번 대만백서가 과거보다 더 강력한 진술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이어 "대만 당국이 92공식(합의)을 계속 거부한다면 통일로 향하는 과정 중 있었던 양안협상의 기초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리 교수는 그러면서 양안관계가 이 지경까지 이른 상황에서 중국은 이러한 중요한 문건을 통해 양안관계를 명확히 해야 했다며 중국은 국가통일 추진 및 '일국양제'의 실현과 평화통일의 비전 등 대만에 대한 정책을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했다.  장우웨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교수는 이번 백서는 양안관계 문제뿐 만 아니라 국제 관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많은 국가들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에 대한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어 "중국이 백서를 발간하는 것은 중대한 전환점이나 도전의 순간에 직면해 확고한 입장과 행동을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 백서는 예상보다 빨리 발간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독립, 반외세의 개입, 통일 촉진, 힘 기르기 등의 내용을 포함시켜 중국내 14억 인구에게 이를 설명하고 국제 사회에도 중국의 견해를 확고하게 표현했다"며 "'신시대 (공산)당의 대만 문제를 해결을 위한 총체적 전략을 함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오청커 중국 상하이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대만백서가 향후 5~10년 동안 중국의 대만 정책을 안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샤인머스켓보다 더 달달한 블랙사파이어, 제주서 첫 수확

    샤인머스켓보다 더 달달한 블랙사파이어, 제주서 첫 수확

    제주에서 올해 처음으로 껍질째 먹는 ‘블랙사파이어 포도’가 수확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는 이달 중순부터 한경면 12농가 2.9㏊에서 생산된 블랙사파이어 포도가 본격 출하된다고 11일 밝혔다. 제주에서는 지난 2020년 블랙사파이어 포도 생산단지(제주고산농협, 2020년 정예소득단지사업)를 조성했다. 블랙사파이어 포도는 당도가 20브릭스에 달할 정도로 단맛이 강하고 가지 모양의 씨가 없는 게 특징이다. 최근 소비 트렌드를 만족시켜 소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청포도인 ‘샤인머스켓’ 이상의 고당도는 물론 식감이 우수한 데다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안토시안 등 항산화 기능성 성분이 풍부해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5년 전 경북에서부터 블랙사파이어가 일부 재배되고 있으나 단지화된 주산지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제주 생산단지가 전국에서 유일한 블랙사파이어 주산지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부농업기술센터는 도입 초기인 만큼 제주지역 농업환경에 적합한 재배기술을 정립하도록 현장 컨설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생소한 블랙사파이어 포도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제주고산농협과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 공동으로 품평회를 열고 수도권 대형마트에서 판촉 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양 농촌지도사는 “올해 첫 출하를 앞둔 농가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 발을 내딛는 마음으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며 “블랙사파이어가 제주의 새로운 소득과수로 자리 잡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농업기술원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아열대과수 작목을 발굴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도입 3년차가 되는 ‘적색종(赤色種) 용과’가 첫 수확을 시작으로 오는 10월까지 4회 정도 출하할 예정이다.
  • [사설] 수마가 할퀸 상처 尹 정부 총력 다해 신속 복구해야

    [사설] 수마가 할퀸 상처 尹 정부 총력 다해 신속 복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해대책회의를 연달아 주재하는 자리에서 “불편을 겪은 국민에게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직접 사과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진솔한 사과로 정부의 대처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국회와 온라인 등에서 벌어지는 감정 섞인 갑론을박이 자제되길 기대한다. 도시 기능의 마비로 8, 9일 출퇴근길에 큰 어려움을 겪은 수도권 시민의 공포와 분노 등도 이제는 수해 극복의 에너지로 전환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상 기상 현상이 향후에도 빈번할 것으로 보고 근본적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해경고체계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예보체계 운영 등이 그것이다.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도한 ‘대심도 빗물터널’이나 침수조와 배수조 설치도 광범위하게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강 등 4대강 중심으로 운영되는 홍수예보 시스템을 전국 218개 지류와 지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서울 신림동 발달장애 일가족 희생도 만약 도림천의 범람 가능성 등이 일찌감치 예보됐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재난은 무차별적으로 보이지만, 재난의 불평등은 취약계층에 더 가혹했다. 서울 신림동 일가족 사망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살던 장애인 가족은 ‘물폭탄’에 속수무책이었다. 119로 구조 요청이 몰리면서 119는 한동안 먹통이 됐고, 구조대가 뒤늦게 출동했으나 골든타임을 놓친 뒤였다. 큰비가 내리면 반지하 주택이 집중적으로 침수 피해를 보는 탓에 서울시와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지만, 그때마다 공수표에 그치니 이런 불평등한 비극이 발생하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현실적 대안으로 반지하 주택 개선안은 물론이고 ‘동’ 단위까지 세분화한 조기경보체계 마련, 재난신고 통신 회선 증편 등 구체적인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여당과 정부는 긴급 협의에서 수도권과 강원·충청도 등 수해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신속히 선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정이 빠른 수해복구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은 야당도 주장하는 바이니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침수 차량과 침수 주택 지원을 위한 예비비 지출, 금융 지원, 세금 감면 등 실질적 지원 대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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