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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 중랑구청장 ‘채찍’ 구로구청장

    ‘당근’ 중랑구청장 ‘채찍’ 구로구청장

    ■ ‘당근’ 중랑구청장 인센티브로 직원에게 포상…승진인사도 1년여 빠르게 문병권 중랑구청장은 25일 “10년 전만 해도 서울시에서 인재를 데려 오고 싶어도 꺼렸던 게 사실이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했는데 다행히 직원들이 잘 따라줬다.”며 웃었다. 지난해 서울시-자치구 인사교류 때 구 직원들이 떠나려 하지 않아 6급들 사이에선 제비뽑기까지 하는 기현상까지 빚은 비결(?)을 물은 터였다. 게다가 2~3년 뒤 복귀시켜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문 구청장은 최하위인 재정자립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 시를 찾아 과장과 독대하며 예산을 따내는 열성도 보였다. 시로부터 받은 인센티브도 모두 직원들에게 포상으로 돌려준다. 청렴도 6년 연속 최우수구라는 ‘꿈의 기록’을 세운 데에는 권위를 버린 솔선수범과 직원을 향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한 직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덕분”이라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특히 승진인사도 타 자치구보다 1년여 빠르게 시켜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로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5급 승진의 경우 인근 기초자치단체에서는 11년 4~5개월이 걸리는 데 반해 중랑구에선 9년 6개월밖에 안 걸린다. 서울 자치구 평균 10년 5개월에 견줘서도 1년 빠르다. 2004년엔 정년퇴임을 앞둔 사무관에겐 조건부 명예퇴직할 때 서기관 승진을 시켜주는 배려를 해 지금까지 퇴직자들 사이에 회자된다. 문 구청장은 “5000만원 들여 1억원의 효과를 낸다면 당연히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특장점인 추진력에 온화함을 곁들인 그만의 인재관리 노하우가 ‘출근하고 싶은 직장’으로 바꾼 셈이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채찍’ 구로구청장 “사소한 비리도 용서 없다” 설 선물 받아도 강력징계 “설마로 받아들채이지 마라. 비리와 관련된 것은 그 어떤 사소한 것조차도 결코 용서치 않겠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25일 직원들이 설에 소액 선물을 받아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중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단 한번이라도 비리가 적발될 경우 파면, 해임 등 중징계 처벌을 적용해 공무원의 직위를 해제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 구청장이 서울시 감사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1월 처음 도입됐다. 민선4기 때 원스트라이크 아웃된 시 공무원은 모두 25명이었다. 인·허가와 단속, 계약과정에서 40만원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구 관계자는 “2년 전 한 번이라도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지만, 설 선물은 사실상 예외로 인정했다.”며 “하지만 이번 설에는 이를 엄격히 적용한다.”고 밝혔다. 구는 구청 공무원이 본의 아니게 선물을 받았다면 즉시 클린신고센터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에는 ‘지방공무원 징계 양정에 관한 규칙’을 적용해 징계할 방침이다. ‘구로구 공무원 행동 강령’에는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되고, 본인의 직무관련 공무원으로부터도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는 이 규정을 엄격히 해석해 명절 때라도 사소하다고 해서 선물을 받으면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구청장은 “공무원이 대부분 직무와 관련된 선물을 받으면 무엇인가 해줘야 한다는 마음의 빚을 지기 마련이다.”며 “이런 일을 처음부터 차단하려면 작은 명절 선물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알제리서 실업자 분신자살… ‘제2 튀니지’ 되나

    알제리서 실업자 분신자살… ‘제2 튀니지’ 되나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촉발한 실업자의 분신 자살 시도가 알제리에서 반복되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물가, 여기에 독재 정권 등 튀니지와 많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알제리가 아랍권의 또 다른 혁명 국가가 될지 주목된다. 알제리 북동부 테베사 주의 작은 마을 부카드라에 사는 모셍 부테르피프(37)는 튀니지 혁명 다음 날인 15일 일자리와 주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시청 앞에서 분신해 다음 날 숨졌다. 부테르피프의 가족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경멸한 시장을 비난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이 지역 청년 100여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튀니지에서 26세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노점 단속으로 유일한 생계 수단을 잃고 분신 자살한 이후 알제리에서는 이와 비슷한 시도가 4차례 있었다. 하지만 분신 시도로 목숨을 잃은 것은 부테르피프가 처음이다. 알제리와 튀니지는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최근 밀가루, 설탕 등 식료품 가격이 두배 이상 치솟고 실업률이 수개월간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률은 10%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25%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5세 미만 청년의 비율은 튀니지의 60%보다 높은 75%에 이른다. 압델 부테플리카 대통령 역시 다른 아랍 국가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장기 독재 중이다. 1999년 군부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후 2004년과 2009년 부정 선거 의혹 속에 잇따라 집권에 성공했다. 2009년 세계은행 발표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029달러로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는 다른 아랍권 독재국가와 달리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지난 한해 한반도는 긴장의 악순환을 겪었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향해 순항하는 듯 보였던 한반도가 왜 긴장과 위기 속에 빠져들게 됐을까. 남북한 및 주변 주요국가들의 돌출 행동을 순화시키고 제약할 수 있었던 6자회담 같은 다자 틀이 사라진 탓도 있을 것이다. 2008년 말 6자회담이 표류하자 북한은 선군정치로 더 매진하면서 핵 개발을 가속화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미국이 이를 방치한 탓도 있다. 전임 정부와 달라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모험적인 대응이 상황을 더 나쁘게 했다. 남북한의 정책과 실제 행동의 상호작용은 한반도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깊어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한반도가 긴장되면 어김없이 외세의 개입 강화가 따라온다. 미국의 개입이 심화되고, 일본도 이에 호응하면서 입지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이래저래 미국에 더 기대게 된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 세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중국도 새로운 전략 조합과 변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략적인 균형 변화를 중국은 바라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적대적 대치 관계 형성은 남북한이나 중국 모두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중국도 남북한 못지않은 피해자가 된다. 한반도 상황 악화로 손해는 누가 보고, 이득은 누가 챙겼을까. 한반도의 긴장은 미국에는 득이다. 동북아에서 전략적 존재와 패권적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긴장을 통해 실제로 미국은 한·미, 미·일 군사동맹이라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의 발판’을 더 굳건하게 할 수 있었다. 미국의 군사적 힘과 결의를 과시하고 강화할 수도 있었다. 한반도 불안정은 중국을 견제하고 누르는 유용한 구실로 이용된다. 한반도의 불안정은 중국의 지속 발전에 필요한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훼방 놓는다. 중국에 심리적, 군사적, 외교적인 부담이다. 중국의 발전과 영향력 확대를 도전으로 여기는 미국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놓고 한반도 상황을 쥐락펴락하려 한다. 미국의 국익에 따라, 정책적 목적을 위해 상황을 주도하려고 한다. 이달 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순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6자회담이 표류하고 북한 비핵화과정이 중단되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에 “책임을 다하라.”고 압박했고, “왜 북한을 굴복시키지 않느냐.”며 중국의 대북 경협과 지원을 비난했다. 중국은 2002년 시작된 2차 북핵 위기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 남북한 사이에서 중재·조정 역할을 시도했지만 그 어느 편에 서서 특정 입장을 옹호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참여했지만 북한에 대한 채찍과 당근(유인책 및 인도적 지원)의 병행과 균형을 주장해왔다. 안정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런 선택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모험주의 행동을 겪으면서 한국 정부는 새로운 장애를 만났다. 화해정책에 대한 반감과 격앙된 여론은 대북 화해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긴장과 대결에서 협상 국면으로 옮겨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주장하면서 공을 한국과 미국 측으로 던졌다. 그동안의 과정과 배경이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북한의 평화 공세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호소력과 영향력을 갖는다. 한국 정부가 이를 한 차원 높은 고차원 외교로 다뤄야 할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지구촌 선진·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한국이 ‘북한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서야 되겠나. 한국 정부가 2011년을 동북아 평화 국가의 명실상부한 이미지를 선점하고, 북한 리스크를 국가 도약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 ‘쫓겨난 독재자’ 벤 알리는 누구

    ‘쫓겨난 독재자’ 벤 알리는 누구

    1881년부터 75년간 프랑스령이었던 튀니지는 1956년 3월 독립한 뒤로 단 두명의 국가 지도자만이 존재해 왔다. 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하비브 부르기바 초대 대통령이 30년간 권좌를 지켜온 튀니지는 1987년 당시 총리이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74) 현 대통령의 무혈 쿠데타로 정권 교체를 이뤘다. 국민의 환영 속에 막을 올린 새 정권도 오래 지나지 않아 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렸다. 종신 대통령 직함을 없애고 최대 3선까지만 허용하도록 했지만 2002년 4선 도전을 위해 다시 개헌했다. 지난 2009년 5선 연임에 성공, 23년 넘게 튀니지의 독재자로 군림했다. 임기 초기를 제외하면 정권 유지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 인사들을 끊임없이 탄압하고 국민들의 인권을 제약했다. 튀니지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국이 안정돼 있지만 1058만명의 국민들은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심지어 다른 독재국들과 달리 경제적 풍요라는 ‘당근’을 주지도 못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는 9500달러로, 1만달러가 안 된다. 실업률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12~16%를 유지했고 최근에는 물가, 특히 식품 가격이 치솟았다. 석유가 나오지만 하루에 수백만 배럴을 생산하는 인근 산유국과는 달리 일일 산유량이 고작 9만 7600배럴 정도에 불과하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페니키아, 로마, 비잔틴, 이슬람 등 다채로운 인류문명의 유적지를 지니고 있는 튀니지는 GDP의 54.8%가 관광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제2위의 올리브 수출 국가이긴 하지만 농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구의 98%는 수니파 무슬림이며, 1%는 기독교인이다. 아랍권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많은 1000명가량의 유대인 인구도 살고 있다. 공식 언어는 아랍어이며, 무역 등에서는 프랑스어도 통용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장기 女법무관 8명…그들이 군대 간 까닭

    금녀(禁女)의 구역이던 장기 군법무관 선발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올해 선발된 20명의 장기 법무관 가운데 8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특히 지난해 임관한 장기 법무관 15명 가운데 무려 11명의 여성 법무관이 탄생해 여성 법무관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성 법무관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여성 법무관이 전무했다. 2009년부터 사법연수원 여성 수료생들이 군대로 향한 이유는 뭘까. 일단 국방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장기 법무관 지원 방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방부는 병역 의무 개념으로 근무하는 단기 법무관이 중위로 임관하는 것과 달리, 장기 법무관의 경우 첫 계급을 대위로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또 2년 만 근무하면 소령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초고속 승진을 보장했다. 10년간 군생활을 해야 소령 진급 대상자로 포함되는 전투병과에 비하면 특별한 혜택인 셈이다. 특히 안정된 월급은 좋은 ‘당근’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변호사 시장에 뛰어들 경우 수입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가 많지만 대위나 소령은 적어도 공무원 사회의 사무관(5급)이나 서기관(4급)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성차별이란 개념이 바깥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계급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데다 법무관은 업무성격상 군 내에서 자문역할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성차별을 받을 일이 없다. 현재 여성 법무관은 육군본부 인권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은수 대령 등 모두 31명이다. 군별로는 육군 21명, 해군 4명, 공군 6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따르면 올해 선발된 군법무관은 모두 136명으로 단기 법무관 113명, 법무행정장교 3명, 장기 법무관 20명이다. 한편 올해 선발된 법무사관후보생 가운데 김애령(사법연수원 40기) 장기 후보생과 신동환 단기 후보생이 부부로 함께 교육을 받게 돼 눈길을 끌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여행가방]

    ●코리아 스테이 호스트 가정 모집 한국관광공사는 한국형 B&B(Bed&Breakfast)인 ‘코리아스테이’(Korea Stay) 호스트 가정을 모집한다. 본인 소유, 또는 거주하는 주택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숙소로 제공할 수 있고, 시설 수준과 외국어 구사능력 등이 공사가 제시하는 인증기준에 적합한 가구주는 누구나 홈페이지(www.koreastay.or.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2월 말까지. 공사는 향후 홈페이지를 통해 코리아 스테이 관련 정보를 각 국 언어로 소개하고, 해외 지사망을 활용해 게스트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코리아스테이 아카데미’를 개설하여 게스트 응대에 관한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다. ●비젠 온천, 고양시에 확장 개업 북한산 주변 유일한 온천인 비젠이 경기 고양시 지축동에 확장 개업했다. 지하 1층 남탕, 1층 찜질방과 휴게소, 2층 여탕 등으로 조성됐다. 비젠 온천은 지하 972m에서 뿜어져 나오는 천연온천수가 자랑. ‘21세기 허준’이라는 김광호 한의학 박사가 만든 ‘김광호탕’도 인기다. 1층 찜질방 내부는 게르마늄 운모석, 히말라야산 소금석, 천연옥으로 만들어져서 열을 가하면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방출된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찜질방 매점에서는 무농약, 무비료로 재배한 비트, 야콘, 당근, 자황 고구마 등의 생즙도 맛볼 수 있다. (02)381-5656. ●아난티클럽 ‘윈터 액티비티’ 론칭 경기 가평의 아난티클럽서울이 골프장 휴장 기간인 2월 14일까지 ‘윈터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스케이트&썰매, 개썰매, 스노 트레킹 등을 즐길 수 있다. 스케이트&썰매 프로그램은 골프장 호수에 아이스링크를 조성하고 수만개의 조명을 설치했다. 2인용 개썰매는 말라뮤트, 시베리안 허스키 등의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는 프로그램. 스노 트레킹은 백자작나무 숲길을 사색하며 즐길 수 있게 했다.
  • “미친 물가…더 오른다는데”

    “미친 물가…더 오른다는데”

    물가 비상이다. 생필품, 음식값, 공공요금 등이 들썩이고 있고 국제 원자재 시장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물가 상승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한달도 남지 않은 설은 물가 상승의 고비가 될 것 같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깊어 간다.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안팎의 악재들이 겹쳐 물가 잡기에 성공할지 미지수다. 서울신문은 물가상승의 체감도와 원인, 대책 등을 르포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3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주부들은 장을 보면서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상기후로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던 주부들은 오를 대로 오른 생필품 가격에 허탈해하고 있다. 5일 서울 중계동에 사는 주부 전혜숙(45)씨의 장보기에 동행했다. 전씨는 다른 주부들처럼 평소 인근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한다. “어머, 생고등어 한 마리가 8000원이에요. 간고등어가 더 저렴하니까 차라리 그걸 사는 게 낫겠어요.” 채소·생선 등 신선식품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서민 생선’으로 불리던 고등어 가격은 ‘금고등어’ 수준인 한 마리에 8000원(대). 갈치, 생오징어 등 생선 종류는 모두 가격이 상승했다. 채소 코너에서는 단위 가격을 따지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각종 반찬류에 빠지지 않는 대파, 애호박, 시금치, 감자, 당근 가격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전씨는 “양배추도 물건에 따라 g당 가격이 다양하다.”면서 “구운김을 살 때도 장당 가격을 꼭 확인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파 앞에 선 전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에는 3500원까지 올랐어요. 대파가 꼭 필요한 국 종류에만 넣고, 김치찌개에는 얼마 전부터 대파를 안 넣어요.” 감자는 지난달보다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어린이 주먹만 한 크기의 감자 8개가 들어 있는 1봉지가 지난달 2000원대에서 4580원으로 상승한 것. “애들이 감자채 볶음, 감자 조림 등 감자 반찬을 좋아하거든요. 감자 반찬 해 달라고 할까 봐 겁이 날 정도예요.” 소고기·돼지고기 가격은 아직 오르지 않았지만 전씨는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구제역 때문에 소고기·돼지고기 가격이 곧 오른다던데,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닭고기 가격도 오르고요. 아이들한테 고기를 제대로 먹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주일에 1~2번 정도 장을 보던 전씨는 얼마 전부터 장보는 횟수와 양을 줄였다. 전씨가 장을 보며 가장 놀란 곳은 과자·빵 코너다. 지난해 겨울에 3개짜리를 1000원에 팔던 호빵이 2개로 줄었다. 봉지빵도 3개에 100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거죠. 설탕값이 올랐으니 빵·과자 가격 더 오를 거고, 기름값이 올랐으니 대중교통비, 공공요금 더 많이 오르지 않겠어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신년 대담] 박상은 한나라의원·문정인 연세대교수가 조망한 ‘연평도사태 이후’

    [신년 대담] 박상은 한나라의원·문정인 연세대교수가 조망한 ‘연평도사태 이후’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북정책, 대외정책이 연평도 도발 전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평도가 지역구인 기업인 출신의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과 국제정치학자이자 북한·미국통인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가 5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나 연평도 사태 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도운 정치부장의 사회로 1시간 20분간 이어진 좌담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사회 : 이도운 정치부장 →현장 얘기를 먼저 듣겠다. 연평도 사태 이후 서해 5도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왔는가. 박 의원 그동안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서 대하고, 한민족의 공동 번영과 평화, 통일 등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정착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 대부분이 과거 우리가 말하는 ‘반공’ 분위기로 회귀한 것 같다. →연평도 사건이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문 교수 외교 안보 패러다임에서 연평도 사태를 미국의 9·11 사태와 비교하는데, 옳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연평도 사건은 이제야말로 북한과 빨리 대화하고 서해 5도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해서 평화 협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중·러는 북한 편을 들고 한·미·일은 북한을 규탄했다.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구도가 생기고 우리도, 북한도, 동북아도 모두 어려워진다. →연평도 사태로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박 의원 국제법을 따지는 것보다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면 독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니까 현실을 인정하고 협상하면 거기서 지배가 가능해야 한다. ●“상호주의 기반 대북 대화 늘려야”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합의했다. 이 시점에서 당시 합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문 교수 그 합의를 지켰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은, 국제해양법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북한은 5개 도서의 남쪽 귀속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자유로운 선박 통행을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NLL을 양보 못 하는 대신 평화협력지대를 만들어 갈등을 풀자는 것이었다. 박 의원 인천국제공항부터 해주까지 갯벌이 6억평이다. 그것을 단계적으로 개발해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남북이 공동 번영하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우리가 평화수역 만들자고 했을 때 북한이 NLL을 인정한 면이 있다. 국제 영해가 12해리인데 북한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도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한 것이다. 남북 간이 현재 천안함·연평도 도발로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은 아니지만 어느 시점에서 국면이 바뀌면 다시 심각하게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 인식이 보수화되고 있는데 대북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박 의원 북 도발에 의해 국민 생명을 빼앗기고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었는데 정부에서 그것을 없는 것처럼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조가 바뀐 것이 상호주의다. 다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전시 중인 국가도 대화하는데 우리는 그런 대화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향후 어떻게 나올 것 같나. 문 교수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한다고 하고, 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보면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고 있다. 남측과는 대화한다고 할 것이고 핵은 포기 안 하려 할 것이다. ‘비핵·개방·3000’은 현실성이 약하다. 북한은 핵이 체제 생존을 위한 것인데 3000달러와 등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도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남측이 북에 대해 영향력이 있을 때 미국과 중국도 우리를 따르고, 제한적이나마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남북관계가 단절돼 어렵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북과 대화해서 북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남측에 의존하도록, 도움을 받고 싶게 만든 뒤 미·중과 조율하면 북핵 해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 자체의 변화가 없으면 힘들 것이다. 개방으로 가고 시민사회가 확대되고 안심을 느껴야 하는데 어려운 것이다. →연평도 이후에도 주가가 올라 최근 며칠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과연 ‘북한 리스크’는 있는 것인가. 박 의원 그만큼 우리 경제와 국민이 성숙한 것이다. 경제가 커지는 동안 정부와 외교관, 전문가들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경제인들은 경제를 발전시켜 한반도 미래를 개척할 테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안보를 더 강화하면서 북측에 당근을 줘 북한이 개방, 자유 세계로 나오도록 문을 열어주는 건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 문 교수 증시 활황은 경제적 변수인데, 이것을 정부가 강한 응징을 해 북이 꼬리 내린 것이고, 그러면 경제는 계속 활황으로 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계산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북한이 그렇게 망나니는 아니라는 것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최악의 상황을 막는 안전 기제가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이것을 너무 자신해서 공세적으로 가다가 확전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대북 응징이 증시 활황 배경 아냐” →연평도는 접경 지역이지만, 개성공단은 북한 내부에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의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가 잘될 때는 공존 번영사업이지만, 나빠지면 우리 입장에선 북한에 인질이 되는 것이다. 유사시에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2단계 사업 투자도 늦어지고 있고 북측 불만이 크다. 문 교수 생각하기 나름이다. 현 정부가 얼마나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나.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은 안타깝지만 남북관계를 볼모로 잡았다. 하나 터지면 정부가 응징 외교 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됐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개성공단까지 문 닫으면 남북관계 끈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긴장이 고조되고 일촉즉발의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개성을 본다. 개성 문 닫으면 뺀다. 우리 정부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쉬운 평화의 길이 있는데 왜 싸움을 하나. →정부도 남북정상회담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문 교수 백채널로 북한과 대화가 오가야 하는데 이뤄지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위기가 있으면 백채널이 만들어지고 정치적 작업이 있는데 단순히 이벤트성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 두 정상이 만나서 큰 그림, 평화 번영을 가져올 큰 그림을 그릴 전략을 갖고 접촉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 그런 그림과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고 백채널도 의문시된다. (교수님이 백채널로 나선다면?) 나를 활용하지 않으니까(웃음). 시간 늦으면 소용없다. 올해 상반기가 마지노선이다. 대통령이 김정일 만나 남북 현안 문제를 풀고 핵 이야기를 하고, 이 대통령이 미 오바마 대통령과 친하니 오바마와 김정일이 만나 핵 문제 풀게 하면 일석이조다. 박 의원 박왕자씨 사건은 남북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본다. 연평도 사건도 국민들에게 좋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 북한이 도발한 것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지 정상회담도 바람직한 것이 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문 교수 정상회담은 조건 없이 해야 한다. 사과 전제로 하는 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무조건 조건부, 미국 의존형 외교만 하고 있다. 우리는 큰 그림과 전략이 없다. 북한은 살고 죽는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강제로 할 수 없고 대화와 설득을 해야 한다. 정리 김미경·유지혜기자 chaplin7@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사설] 뛰는 서민물가 종합대책 촘촘히 짜라

    정부가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값이 폭등하고 이상한파 탓에 식료품 값이 줄줄이 오를 조짐을 보이자 오는 13일 특별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서민물가의 동시다발적인 인상을 막는 데 역점을 두고 부처별로 세부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요금은 최대한 인상을 억제하고 시기 분산을 유도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정책이 구사될 것 같다. 수요면에서 가격 인상 압박이 강한 농수축산물은 비축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해 가격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물가 불안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의 원자재 공급시장인 중국의 물가가 폭등하면서 예고됐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드는 등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신선식품은 1년 새 100% 이상, 가공식품은 한달 만에 두 자릿수의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신년연설에서 3% 수준의 물가억제 목표선을 제시한 데 이어 어제 국무회의에서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부처별 물가관리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도 다급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 대통령은 특히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생각을 갖고 물가 억제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물가는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려운 계층일수록 충격파가 더 크다. 서민에게 물가 안정이 더 긴요한 이유다. 따라서 서민물가 종합대책을 세우되 치밀하고도 촘촘하게 짤 것을 당부한다. 잠시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우격다짐이나 전시행정 성격의 관치(官治)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미시적·기조적 대응책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고 본다. 억누르기 일변도의 과거 방식에서는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잠재 GDP 증가율을 앞선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갈수록 커지는 물가인상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품목별 대응 외에 통화정책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물가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눈앞의 실적을 의식해 저금리·고환율 정책에 미련을 갖는 듯한 조짐도 보이고 있으나, 시장을 역행하게 되면 반드시 비용을 치르기 마련이다. 올 한해 전체를 내다보면서, 성장 잠재력을 추스르는 선제적이고도 촘촘한 물가 종합대책을 기대한다.
  • “北, 오바마 재선길목 가장 속썩일 외교과제”

    “北, 오바마 재선길목 가장 속썩일 외교과제”

    내년에 재선 도전장을 내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 한해 외교 부문에서 선결해야 할 중대 과제는 어떤 것들일까. 미 의회 소식지 더힐은 2일(현지시간) 새해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 부문에서 직면한 5대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는 북한 문제이며, 미 의원들도 이 같은 전망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힐은 올해 새로 꾸려지는 112대 미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이 주축이 되어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을 도발한 북한 정권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방위원회 소속 트렌트 프랭크스 공화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스 의원은 지난 2009년 5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과 이란의 탄도 미사일로부터의 국토방위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시절 관련 법안은 검토되지 못했다. ●러시아 START 최종 비준 난항 북한만큼이나 골머리 아픈 숙제가 이란 제재 문제다.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한 데다 현재 순도 20%의 우라늄 농축 작업을 고집하는 이란에 자칫 이스라엘이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다. 더힐은 “이란의 비핵화는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지난해에 이어 이란 제재는 올 한해에도 초당파적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했으나, 냉정히 득실을 따져 향후 러시아 정책을 조율하는 것도 과제로 꼽혔다.러시아 의회에서의 START 최종 비준이 이번달 중순까지도 이뤄지기 힘든 데다 이란과 동맹관계를 유지한 채 베네수엘라 등에 무기 판매를 계속하는 러시아 정부의 의도를 간파하는 작업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적 주목 속에 남부 수단의 분리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가 이뤄지는 올해에는 미국의 수단 관련 외교도 대폭 손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클 메카울 의원(공화당·텍사스) 등은 “지금까지 채찍은 없고 당근만 많았던 미 정부의 대(對)수단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근위주’ 수단정책도 도마에 공화당 주도로 완전히 판이 달라진 의회 구도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 예산을 집행하는 데도 일일이 눈치를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화당 소속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행정부가 외교 정책 관련 지출을 특권처럼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외교 예산에 지갑을 함부로 열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오바마 행정부가 전개해 온 해외 구호 활동을 비롯, 국무부 및 국제개발처(USAID)의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것으로 더힐은 전망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경제·안보 두마리 토끼 소통과 단합이 관건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국정 운영 기조의 두 축으로 경제와 안보를 제시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튼튼한 안보의 틀을 유지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과 보좌하는 각료·정치권, 그리고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이룰 수 있다.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는 안보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으로 하여금 위험한 핵 장난과 군사적 모험주의를 포기토록 대내외적 노력이 병행되면 가능해진다. 안으로는 완벽한 국방 개혁을 이뤄내 확고한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는 일이 선결 과제다. 밖으로는 북한이 어리석은 도발을 생각조차 못하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주지 않으려면 대북 원칙이 일관되어야 하지만 지나친 강경 자세는 북한을 자극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도 있다. 적절한 시기에 대화의 문을 열어 ‘채찍’만이 아니라 ‘당근’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5%대 성장·3%대 물가, 일자리 창출과 서민·중산층 생활 향상을 경제 운영의 목표로 내걸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성장률만 해도 국제기관들은 5% 이하로 전망하는 등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연초부터 물가는 심상치 않고, 500대 기업의 올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3.7% 줄어드는 등 우울한 소식부터 들려온다.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 있다는 일본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해선 안 된다. 아울러 서민과 중산층이 피부로 경기회복을 느끼려면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향상이 중요하다. 연말 개각 때 새로 기용된 경제팀을 포함해 정책 당국은 외형 못지않게 내실을 튼튼히 하도록 경제 운용 방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일기가성(一氣呵成)을 새해 화두로 제시했다. 국정 기조를 바꿀 때는 아니므로 그동안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소통국정으로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 내 이 대통령의 신년사대로 희망의 사다리를 놓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차이자 마지막 해인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신묘년 새해는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일하는 마지막 해란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송년기획] 거침없는 이재오·박지원, 노회한 박희태, 솔직한 김무성

    2010년, 정치부 기자들에게는 ‘당근’도 없이 ‘채찍’ 소리만 요란한 한해였다.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조사가 5월 20일까지 이어졌고, 조사 결과 발표 뒤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6·2 지방선거가 열려 지방권력의 교체를 가져왔고, 6월 29일에는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9월 27~28일에는 북한 김정은 3대 세습이 표면화됐고, 11월 초 방북한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의 북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로 한반도의 핵 위기가 다시 부각됐다. 11월 11~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를 미처 평가하지도 못했는데,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고 한·중 간의 외교적 갈등이 부각됐다. 또 12월 3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1년 내내 이어진 4대강 사업 논란도 모두 정치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은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쉴 수 없었고, 그것은 올해 우리나라가 정치, 안보, 외교적으로 큰 도전을 받은 한해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의 싹이 트고, 위기에서 큰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우리에게 다가왔던 2010년의 도전들이 2011년에 새로운 국가 발전의 비전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들이 그런 취지에서 출입처별로 가장 중요한 취재원을 소재로 삼아 2010년을 마무리하고 2011년을 여는 송년 칼럼을 썼다. MB는 누가 뭐라 해도 서민적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통령(MB)은 서민적이다.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 식당에 들러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동행한 참모진이나 기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부지런한 것도 타고났다. MB식 해외출장에 출입기자들은 체력이 다 바닥이 났다. 군더더기 일정은 다 빼고 강행군 일정을 잡는다. 거리가 멀어도 1박 2일 또는 2박 3일로 스케줄을 잡는 경우가 많다. 드디어는 밤 12시에 출발, 왕복 비행기에서 이틀밤을 새우는 ‘1박 4일’ 출장까지 등장했다. 출장이 너무 힘들어 모 신문 기자는 ‘카카오톡’에 ‘1박 4일 금지’라는 글을 올려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가졌다는 건 국민에겐 행운이다. 그런데 서민적인 대통령이 이렇게 열심히 뛰었는데도, 올 한해 MB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8·8 개각 후유증, 총리실 민간인 사찰, 예산안 파동 등 드러난 악재 때문이다. 하지만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다. 경제가 살아났다고 말은 하는데,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공정사회’를 목청 높이 외쳤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글쎄…”라는 반응이 더 많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때도 행동은 없고 말만 많았다. 새해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좋은 평가를 못 얻는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소신·일 ’로 밀어붙이는 金총리 김황식 총리는 ‘곱게 늙은’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준다. 지방 세족(世族)의 막내아들로 곱게 자란 데다 공직 생활도 승승장구하다 보니 세상의 신산(辛酸)한 맛을 보지 않은 이력 때문이다. 이는 곧잘 ‘성골’(聖骨)로만 살아온 ‘무색무취’한 인물이라고 폄하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면 김 총리는 뚜렷한 소신을 보여준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에 청와대에서 지급한 ‘대포폰’이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만약 대포폰 사용이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졌다면 극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원 면책특권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은 의원의 소신 있는 행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이를 남용해 개인의 명예훼손을 하라고 만든 제도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소신이 지나쳐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취임 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료로 지하철 탑승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김 총리는 조금 거창해 보이는 ‘자유’와 ‘평등’, ‘박애’를 추구한다. 자유는 자본주의, 평등은 사회주의 이념체계인 만큼 상호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두 개념을 완충시키기 위해 ‘박애’를 넣었다는 것이다. 박애는 나눔·배려로 해석된다. “일로써 말하겠다.”는 총리가 2011년 새해, 세 개념이 충돌하지 않도록 어떻게 절충해 낼지가 관심거리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마음에 안드는 질문엔 역공세 정치부장의 즐거움이자 부담 가운데 하나는 정부 및 정치권의 고위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기회 또는 ‘의무’였다. 올해 정치권에서는 박희태 국회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민주당의 정세균·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대대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를 한 차례씩 인터뷰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는 권익위원장 및 장관 시절 한 차례씩 인터뷰를 가졌다. 가장 재미있었던 인터뷰는 여당의 실세라는 이재오 장관과 야당의 실세라는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대담이었다. 실세이기 때문인지 그들의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고, 그 때문에 인터뷰 기사의 파장도 컸던 것 같다. ‘최고의 대변인’으로 일컬어졌던 박희태 의장의 답변은 노회했고, 정세균 대표의 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말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사에 쓸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손학규 대표는 공세적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에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이회창 대표나 검사 출신 안상수 대표의 답변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핵심을 짚었다. 내년에도 더욱 다양한 정치 지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도운 정치부장 dawn@seoul.co.kr 현 장관式 남북관계 ‘새 집’ 기대 지난 8월 초, 1년간 해외연수 후 귀국해 다시 만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 2009년 2월 취임 후 ‘북한을 잘 모르는’ 국제정치학자 출신의 통일장관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딛고 일어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안함 사태 후 통일부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5·24조치’로 통일부가 오랜만에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 강경정책의 중심에는 현 장관이 우뚝 서 있었다. 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꼬이고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이 구상은 “무대책의 기다림 전략”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현 장관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현 장관은 최장수 통일장관 자리를 넘보고 있다. 관가에서는 “현 장관이 대통령과 독대도 자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제시한다.”는 후문이 있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는 뒤진다는 평가다. 현 장관은 최근 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가 지을 ‘새로운 집’은 무엇일까. 2011년, ‘현인택 호’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김춘추·인조의 용기’서 오락가락 인조(仁祖)는 결국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그 겨울날의 추위는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언 땅에 머리를 찧는 인조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일은 쉽지 않다. 김춘추(金春秋)는 반도의 귀퉁이에서 군사를 일으켜 삼국 통일의 길을 열었다. 승리의 환호는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지만 김춘추의 심중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의 스코어보드는 인조를 패자로, 김춘추를 승자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스코어보드는 인간세(人間世)의 모든 국면을 담아내지 못한다. 패자는 살상을 줄임으로써 나라를 보존했고, 승자는 적에 버금가는 피를 흘렸다. 그러므로 인조의 치욕을 용기라 부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우리는 심각하게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군함이 공격받고 섬이 폭격 당하고 중국이 방자하게 나올 때, 우리는 응징의 용기로 충천했으나 한편으로는 참는 것도 용기라고 자위했다. 우리는 김춘추의 용기와 인조의 용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고, 결국 인조의 용기를 택했다. 그런데 해가 저무는 지금, 김춘추의 국력을 갖고서도 인조의 용기에 기댄 게 아닌가 하는 이물감(異物感)을 떨칠 수 없다. 인생을 연극이라고 할 때 우리가 부조리극을 연기한 것은 아닐까.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강군·야전형 군인’ 육성 말로만 지난 3월 천안함은 북한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침몰했고, 11월 연평도는 ‘상식 밖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정부와 군이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속은 시원치 않다. ‘강군’과 ‘야전’을 말로만 강조해 온 우리 군의 자화상이다. 역대 국방장관들은 늘 ‘강군’과 ‘야전’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국방부는 장관들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어 왔다. 6·25 전쟁의 뼈아픈 기억으로 우리 군은 늘 강군 육성을 계획했다. 얼마 전 초야로 돌아간 김태영 전 장관 역시 그랬다. 돌아보면 김 전 장관은 재임 중 군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장관 재임 중에도 국방부는 많은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결국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장관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그리고 뒤이어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했다. 국방부는 또다시 계획을 내놨다. 계획을 뜯어 보니 행정화·관료화된 문화를 없애고 전투 훈련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외모는 다르지만 유전자는 같다. 2011년 새해, 김 장관이 지난 60년간 세운 우리 군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복지부-건보료 상한선 올려 고소득자 보험료 부담 늘린다

    복지부-건보료 상한선 올려 고소득자 보험료 부담 늘린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는 사업·부동산 임대 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하이거나 이자·배당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이면 보험료 납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복지부는 재산을 보유한 피부양자가 453만명에 이르며, 이 중 월 평균 연금 수급액이 150만원을 넘는 피부양자는 14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평균 보험료의 24배인 건보료 상한선도 30배로 올려 고소득자 2171명의 보험료 부담액을 늘릴 계획이다. 최고 175만원인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상한선이 최고 223만 6000원으로, 최고 172만원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상한선은 209만원으로 늘어난다.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를 30% 경감받을 수 있는 대상자의 재산 기준을 현행 55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20% 경감 대상자는 85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10% 경감은 1억 3000만원에서 1억 3500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 북한 이탈 주민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청소년 미혼모의 임신·출산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새로 마련된다. 1차 의료 활성화 방안으로는 노인과 만성 질환자 등에게 지속적으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택의원제도가 도입된다. 동네 의원의 참여는 자율적으로 맡기되 수가 조정 및 인센티브 적용의 ‘당근’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의료기관 종별로 표준업무 고시를 제정해 경증 환자는 의원급 병원을, 중증 환자는 대형병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업무보고에서는 부처별로 별도의 조정·관리 없이 실시되고 있는 각종 복지사업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각 부처 복지사업을 사전에 총괄 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사업 내용을 조정해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협의체가 구성돼 유사 서비스를 통합하고, 새로운 서비스는 사전에 타당성을 검토한 후 시행하기로 했다.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으로 미국의 국가봉사단인 ‘아메리코’(AmeriCorps)를 본뜬 가칭 ‘코리아 가드’(Korea guard)가 출범한다. 사회봉사와 일자리 개념을 합친 코리아 가드는 자원봉사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지속적인 봉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경력 인정 등의 혜택도 준다. 미국의 아메리코는 한달에 1000달러(약 120만원)의 급여를 제공하고 1년간 봉사를 마치면 7000달러 정도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인 대책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노후 긴급 자금을 대여하는 사업이 도입된다. 또 가칭 ‘행복노후설계센터’를 설치해 고령화에 대비한 노후 설계 상담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제주자연 이제 바르세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화장품이 개발됐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제주 생물산업진흥센터에 입주한 화장품 제조업체인 ㈜콧데가 최근 제주산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제조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오썸(O’SUM)’을 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에코서트(ECOCERT) 인증을 받은 이 화장품은 까다롭기로 이름난 일본 농림수산성의 JAS 유기인증을 획득한 감귤,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섬오가피, 감자, 당근, 구아바, 알로에 등 12종의 제주산 친환경 농산물을 혼합해 만들었다. 이들 농산물로 만든 화장품은 스킨, 로션, 화이트닝크림, 에센스, 세럼 등 5종이다. 콧데는 국내 처음으로 제주생물산업진흥센터에 국제 수준의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에 맞는 유기농 화장품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산업진흥센터 고려경 연구원은 “유기농 화장품은 아토피 저감 및 보습 효과 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송년회로 뱃살 늘어나는 겨울, 다이어트 구원투수 그 이름은 ‘양파’

    송년회로 뱃살 늘어나는 겨울, 다이어트 구원투수 그 이름은 ‘양파’

    각종 모임으로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게 되는 연말이다. 송년회가 아니더라도 긴 밤 출출해진 배는 군것질을 부른다. 이때 늘어나는 뱃살을 구원해줄 투수가 있으니 바로 양파다. 양파 속의 케르세틴 성분이 몸 속의 콜레스테롤 등 지방 성분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고깃집에서 고기와 함께 양파를 구워주고, 기름진 중국 요리에 양파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양파산업연합회는 17일 “광합성 식물에서만 발견되는 성분인 양파의 케르세틴이 몸속의 콜레스테롤 등 지방 성분을 분해하고, 특히 육류와 함께 섭취할 경우 항산화 작용은 물론 항암효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조지아주 양파 생산지의 주민들은 위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 주민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양파를 하루에 3분의1개쯤 꾸준히 먹는데, 가능한 한 생양파를 먹는 것이 항암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양파산업연합회는 덧붙였다. 양파 요리를 할 때는 매운 향 때문에 나는 눈물이 고역이다. ‘사랑은 양파를 대신 썰어주는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양파 썰기는 요리사에게도 힘든 일이다. 찬물에 양파를 담갔다가 건져내서 바로 썰면 눈물을 조금 덜 흘릴 수 있다.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러미 올리버는 “양파를 썰 때는 남자도 공식적으로 실컷 울 수 있다.”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요즘은 겨울이라 양파가 쉬 상하지 않지만 날씨가 더울 때는 양파를 보관하는 법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보통 살 때 담겨 있는 붉은색 망에 넣어 보관하지만, 양파는 수분이 많아 한곳에 장기간 두면 썩기 쉽다. 이때 까지 않은 양파를 구멍 난 스타킹에 하나씩 넣어 매듭을 지은 다음, 베란다처럼 햇볕이 잘 안 드는 서늘한 곳에 두면 두달 이상 두고 먹을 수 있다. 스타킹 속 양파는 서로 닿지 않아 잘 썩지 않는다. 양파를 꺼낼 때는 스타킹을 잘라서 하나씩 쓴다. 팬티스타킹보다는 무릎까지 오는 판탈롱 스타킹의 길이가 최적이라는 것이 경험자의 조언이다. 간편한 양파조리법을 소개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이렇게 만들어요 ●양파 김치 재료:양파 10개, 당근 100g, 미나리 70g, 실파 100g, 붉은 고추 5개, 밤 2개, 대추 4개, 양념:고춧가루 2와 1/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찹쌀 풀 2큰술, 통깨 약간, 멸치액젓 1/2컵, 물 1/2컵, 방법:①양파는 꼭지를 자르고 십자로 칼집을 내고 나서 멸치액젓에 30분간 절인다. ②당근, 붉은 고추, 밤, 대추는 채 썰고 미나리, 실파는 4㎝ 길이로 자른다. ③양파가 절여지면 액젓을 따라내고 준비한 양념에 남은 액젓을 조금 섞어 양파 안을 양념으로 채운다. ●양파 피클 재료:양파 2개, 비트 20g, 청양고추 4개 절임물:물 3컵, 설탕·식초 ⅓컵씩, 간장 1큰술, 통후추 1큰술, 소금 약간 방법:①양파는 네모지게, 청양고추는 송송 썰고, 비트는 얄팍하게 저며 썬 뒤 모양 틀로 찍어내어 물에 담가 붉은색을 약간 뺀다. ②냄비에 물을 붓고 설탕과 식초, 간장, 통후추를 넣어 팔팔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하고서 식힌다. ③준비한 양파와 비트, 고추를 밀폐용기에 담은 뒤 ②의 물을 붓는다. ●양파잼 닭 안심 샌드위치 재료:식빵 2장, 닭 안심 100g, 소금, 후추 약간, 올리브오일 약간, 토마토 1개, 베이비채소 약간 양파잼:양파 2개, 올리브오일 50㎖, 마늘 2큰술, 발사믹식초 50㎖, 황설탕 3큰술, 소금, 후추 약간 소스:씨겨자 1큰술, 마요네즈 3큰술, 레몬즙 1큰술 방법:①닭 안심은 올리브오일을 바른 다음 소금, 후추를 뿌려 200도에서 25분간 굽는다. ②양파는 5㎜ 두께로 썰고 다진 마늘과 함께 재료를 넣어 10분간 눌어붙지 않게 주의하여 볶는다. ③식빵에 소스를 펴 바르고 손질한 베이비채소, 토마토, 닭 안심, 양파잼 순으로 올려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안산 추모공원 조성 ‘가시밭길’ 예고

    경기 안산시의 추모공원 조성사업이 초반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시가 2014년까지 양상동 서락골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안산시에 따르면 김철민 안산시장은 15일 상록구 양상동 159의 4 ‘서락골’을 추모공원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가 추모공원 후보지를 발표하자 양상동 주민 100여명이 시청을 찾아 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명은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했다. 또 국회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안산 상록을)의원은 이날 시청 현관 앞에서 민주당 소속 도의원, 시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안산시민 10만명 이상이 매일 출퇴근하는 안산시의 관문인 양상동을 화장장 부지로 선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졸속으로 결정된 화장장 입지 선정이 철회될 때까지 양상동 주민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모공원 입지가 지난 10일 결정됐다는 문서까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문서에는 “2010년 제9차 안산추모공원건립추진위원회에서 추모공원 입지가 서락골(양상동 안양공원묘원 인접 부지)로 결정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양상동 주민들은 시가 추모공원 후보지를 미리 정해 놓고 10일부터 13일까지 예비 후보지 3곳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듣겠다고 한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산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도 추모공원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가 시의회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모공원 후보지를 선정했다.”며 시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후보지 선정 기준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추모공원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참안산사람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제 최종적인 입지선정이 이뤄진 만큼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추모공원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는 추모공원은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꾸려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지역에 대한 도시계획 재수립, 복지시설 건립, 대중교통체계 확립, 일자리 창출, 작목반 지원 등 마을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마을발전기금을 조성해 주민들이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근이 아닌 후보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이사람] 구자현 조달청 구매사업국장

    [이사람] 구자현 조달청 구매사업국장

    “불량자재를 사용하는 등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공급한 업체는 공공조달시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해 ‘조달물품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바꾸겠습니다.” 구자현(52) 조달청 구매사업국장은 13일 ‘조달제품 명품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우수한 품질을 꼽았다. 그동안 공공조달 시장은 양적 성장을 이뤘다. 중소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늘고, 2005년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Multiple Award Schedule) 도입 후에는 쇼핑몰도 활성화됐다. 하지만 진입장벽을 낮춘 결과 품질저하와 부실기업 문제가 발생했다. 구 국장은 13일 “현재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된 품목이 32만여개에, 연간 거래 규모가 11조원에 달한다.”면서 “시장 조성 및 업체에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한다는 목적이 달성된 만큼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품질검사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MAS는 규격과 품질을 수요기관이 책임진다. 조달청도 초기 제도 도입 당시 같은 방식을 택했으나 수요기관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민원과 갈등이 생겼고 결국 계약기관인 조달청이 품질검사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조달청의 품질점검 실적은 1%로 98만건 중 9800건, 쇼핑몰은 등록상품 32만여개 중 1377개로 0.43%에 불과했다. 운이 나쁘면 걸리고 운이 좋으면 지나가는 셈이다. 전 품목을 직접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달품의 품질과 관련해 업체의 자율은 보장하되 위반 시 강력한 책임을 묻는 자율 방식을 도입했다. 부실이 드러나면 경고에 그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면 6개월간 공공기관 입찰 참여를 불허한다. 진입은 가능하나 조달청의 이력관리에 기록이 남아 ‘신인도’ 하락으로 수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연내 나라장터에 정보이력을 공개할 계획이어서 부정당업체(공사 수주나 물품 납품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업체)는 사실상 조달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구 국장은 “불량자재를 사용해 납품했던 업체가 적발돼 18억원을 환수당하고 공공조달 입찰이 막히자 폐업을 했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업체에는 강한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자가품질보증제’는 조달제품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품목과 제도 운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업체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납품검사가 면제되는 등 ‘채찍과 당근’이 확실하다. 부정당업체는 처벌이 끝나더라도 일정기간(2년) 입찰 감점을 받고 입찰 및 계약보증금 부담률도 높아진다. 경쟁이 심하고 국민 보건 및 안전관련 품목은 부실업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재무상태와 품질·기술능력 등을 평가해 쇼핑몰에 참여시키는 거래사전자격심사제(PQ)도 도입된다. 구 국장은 “공공조달시장은 수요가 적고 가격이 비싼 신기술의 초기 시장 기능도 수행한다.”면서 “우수한 품질을 발판으로 도전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블루칩 우량시장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구자현 국장 약력<< ▲1958년 충남 부여 ▲대전고, 서울대 영문학과 ▲행시 25회 ▲조달청 행정관리담당관, 기획예산담당관, 시설국장, 기획조정관, 서울지방조달청장
  • [연평도의 교훈] ④ 한국 안보외교 적정한가

    외교관이 현실보다 이상에 치우친다면 어떻게 될까. 국익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외교전장(戰場)에서 명분만 좇다가 실리를 놓칠 우려가 클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교관들이 현실주의적 성향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측면이 있다. 전쟁 중에도 적과 교섭을 해야 하는 것이 외교관의 숙명이다. 가까이서 취재해 본 한국 외교관들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현실주의자들이다. 한국 외교관들이 이상주의자였다면 지난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외규장각 도서 대여 약속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명분론자들은 왜 우리 것을 돌려받는데 ‘반환’이 아니고 ‘대여’냐고 발끈했지만, 외교통상부는 프랑스 측이 말한 대여는 사실상 반환의 의미라며 일단 돌려받는 게 중요하다는 실용적 입장을 보였다. 갖은 욕을 다 먹어가면서 묵묵히 현실의 바구니에 국익을 주워 담는 외교관들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주의가 지나치면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게 될 위험이 있다. 한국의 현실주의 외교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관련 대(對)중국 외교에서 그 문제점을 드러냈다. 한국 외교는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설득하면서 중국을 우리 편으로 포섭하는 전략을 폈다. 결과는 실패였다. 평소 우리와 친한 척했던 중국이지만 막상 안보 문제에서는 북한을 비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우리 외교부의 오판은 최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문서에서도 확인됐다. 이런 아픈 기억이 불과 8개월 전 일이었는데도 우리 외교부는 또다시 연평도 사건에서 중국에 부질없는 기대를 갖는 오류를 저질렀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북한 비호를 질타하는 와중에 우리 외교부만 홀로 “중국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비호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토록 열렬한 구애(求愛) 끝에 돌아온 것은 중국의 무례(無禮)였다.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이 불쑥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한국 대통령이 부정적 입장을 밝힌 6자회담 재개를 5시간 만에 중국 정부 입장으로 공식 발표한 것은 한국 현실주의 외교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대국인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손해를 입는다는 현실주의에 입각해 저자세 외교로 일관한 것 같다. 하지만 국력으로만 치면 세계 최강대국을 빼고는 모두가 저자세여야 한다. 아무리 힘이 약하더라도 원칙을 지켜가면서 대국을 채찍과 당근으로 길들이려는 고민은 해봤는지 의문이다.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더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북한이 애초부터 중국을 그렇게 길들여 왔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북한 다이빙궈를 때로 만나주지 않는 ‘전략’을 쓴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외교부는 중국의 막무가내식 외교를 무조건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끌려다니다가 한국을 무시하는 중국의 태도를 관행처럼 굳어지게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대중외교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 관련 조직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과감한 지렛대(레버리지) 개발을 고민하는 등 마인드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별무소용일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다. 예컨대 중국이 예민하게 여기는 서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 중국외교의 근본 대책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정부 실력자들과의 ‘관시’(關系)를 긴밀하게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20년 이상 인간관계를 가꿔나가는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관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사적 옵션이 뒷받침되지 않는 ‘안보 외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군사적으로 확실히 응징했다면 외교부가 일을 하는 데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면서 “기초가 부실한데 아무리 화려한 마감재를 써봐야 집이 제대로 지어지겠느냐.”고 푸념했다.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보여줘야 외교적으로도 ‘말발’이 먹힌다는 얘기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햇볕정책 실패’ 최종판단… 대화보다 제재 나선다

    ‘햇볕정책 실패’ 최종판단… 대화보다 제재 나선다

    대북전략 - “北태도 스스로 바뀌기 어렵다” 결론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대북정책의 기조를 ‘강경모드’로 바꾸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담화에서 대화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에 강한 회의론을 제기하면서, 앞으로는 제재 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는 발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토] 한미연합훈련 실시…美항공모함의 위력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5·24 담화 때에 비해서도 한층 강경해진 발언이다. 당시에는 “북한 정권도 이제 변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여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북한 쪽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북한의 그간의 행태로 볼 때 이제는 스스로 북한의 태도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국제사회나 우리 쪽에서 강도 높은 대북 전략을 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여년 넘게 우리가 북한에 인도적·경제적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HEU)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상에 공개하는 등 핵개발 야욕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엔 민간인에 대한 포격까지 자행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북유화론’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은 실패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못 이긴 중국이 지난 28일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제안했지만, 우리가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한마디로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갖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등 협상을 통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더 이상 ‘당근’이 아닌 ‘채찍’을 쓰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오전에 담화를 마치고 곧바로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 상황을 직접 챙긴 것도 이같은 강경한 분위기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등과 만나 “한·미 양국군이 훌륭하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북한)에게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는 당분간 남북갈등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초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국민 사과 - 우리軍 초기대응 미흡 사실상 인정 이날 담화에서 이 대통령은 또 군의 초기 대응이 미흡한 점과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직접적인 발언이 나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실망이 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발언도 우리 군이 초기 대응에서 허둥지둥대며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북 메시지 - “반드시 대가” 강력한 응징 재차 다짐 천안함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재차 다짐한 것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을 겨냥해서는 “그동안 북한 정권을 옹호해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됐을 것”이라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민간인을 향해 군사공격을 한 북한에 대해서는 “어린 생명조차 안중에 없는 북한 정권의 잔혹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시에도 엄격히 금지되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초강경 대응전략에 나선 것은 책임소재가 한동안 불분명했던 천안함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의 소행이 처음부터 확실했기 때문에 북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도 우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일본·독일·영국 정상들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우리의 입장을 적극 지지해 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처럼 국민의 단합된 모습 앞에서는 북한의 어떠한 분열 책동도 발붙이지 못할 것”,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는 발언들이다. 국론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 지금의 안보위기 상황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 여러분들이 걱정하는 초기 대응이 조금 미진했다는 부분을 포함해서 북한에 대해서는 단호한 메시지를 주면서 국민들이 단합해서 이번 안보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 등이 이번에 대통령이 강조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방 개혁 - “군대다운 군대 만들 것” 강군 육성 의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면서 ‘강군 육성’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을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겠다.”면서 “서해 5도는 어떠한 도발에도 철통같이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우리 장병들은 용감히 싸웠고,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임무를 다했다.”면서 “휴가 나갔던 장병들은 즉시 부대로 달려갔다.”고 밝혔다. 군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허점을 드러냈지만, 이는 일부 군 수뇌부의 문제였을 뿐이며 국방장관의 경질 등으로 문책을 했고, 현장에 있던 연평도 해병대 병사들은 용감하게 대처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바닥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높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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