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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의 활발발] ‘본다’에서 ‘보인다’로

    [법인의 활발발] ‘본다’에서 ‘보인다’로

    암자의 일상이 시들하고 무료해지면 나는 이웃 마을로 나들이를 간다. 아무리 좋은 곳도 오래 살다 보면 시들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건너편 풍경으로 몸과 시선을 이동해야 한다.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과 김남주 시인의 생가를 가끔 찾는다. 김남주 시인이 살았던 집의 마루에 앉아 질박한 촉감을 느끼고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상념에 젖는다. 또 고정희 시인의 서재에서 묵은 책들의 묵향을 맡기도 한다. 세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대흥사와 10여분 거리에 있다. 터를 바꾸니 마음도 새롭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말소리에서 벗어나 한적한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좋다.근자에는 강진 월출산 아래의 백운동 원림을 찾는다. 자연친화적인 정원이 있는 별서를 원림이라고 한다. 백운동 원림은 최근 명승지로 지정됐다. 벽에 새겨진 불화가 많은 무위사와 수려한 산 아래 펼쳐진 차밭이 원림과 닿아 있다. 이 원림은 조선 후기 문인 이담로(1627~1701)가 월출산 옥판봉 아래 조성한 곳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은둔의 원림은 1812년 월출산 소풍을 마치고 이곳에서 하룻밤 머문 다산 정약용 선생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산은 연하의 선승이자 한국 차의 중흥조인 일지암 초의 선사에게 주변 풍경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백운동 12경에 대한 시를 남겼다. 이 원림은 정선대라고 이름 지은 정자에서 바라본 옥판봉과 밖에서 물을 끌어들여 만든 유상곡수가 일품이다. 검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아름다우나 사치스럽지 않은 이 별서정원은 은근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기품이 있다. 답사하는 사람들도 이런 풍경과 분위기에 끌린다고 소감을 말한다. 모란이 활짝 핀 날 원림이 명승으로 지정된 기념식을 마치고 여러 사람과 차담을 나누었다. 모두들 원림의 풍경에 감탄하고 칭송하면서 이후 몇 가지 걱정과 바람을 말했다. 혹여 관광의 바람에 휩쓸려 원림을 만든 본래 의미가 퇴색하고 탈색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내비쳤다. 한 해 이곳을 방문하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자칫 서비스 차원에서 주변에 여러 건물을 짓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옆의 사람들도 그렇게 신신당부했다. 선비정신이 깃든 처소의 아름다움은 생략과 절제에 있다. 오래 가는 아름다움은 노골적이지 않고 숨기는 멋과 맛에 있다. 여유와 소요의 가풍이 깃든 곳일수록 최소한의 모습만을 드러내야 한다. 다행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백운동 원림을 지키고 있는 후손 이승현 선생은 생각이 깊으신 분인데, 본인 스스로 원림의 정신과 기품을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그분과 통화할 일이 생겨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점차 유명해지고 있는 원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저는 여느 관광지처럼 훌쩍 점찍고 가는 곳으로 만들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넉넉한 시간 속에서 원림의 정취를 충분히 느끼고 갔으면 합니다.” 넉넉한 시간 동안 머물렀으면 한다는 생각에 믿음이 듬뿍 갔다. 내가 사는 일지암도 초의 선사와 차의 향기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는다. 일지암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문의를 하면 나는 몇 가지 규칙을 말한다. 먼저 최소 30분 이상 머물고, 오자마자 촬영부터 하지 않으며, 스마트폰 검색을 하지 않고, 빠르게 감탄하지 마시라. 그리고 눈과 귀를 무심의 경지에서 고요히 열어 놓으시라. 그리하면 늘 보던 하늘과 나무와 물소리가 새삼스럽게 보이고 들릴 것이다. 최근에 둘레길이 유행하고 문화 답사가 흥행하는 일은 매우 좋은 조짐이다. 그러나 먼저 번잡한 세속의 습관을 내려놓고, 쫓기는 발걸음을 멈출 때 비로소 보고 들었던 것들이 새삼스러워질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 한 구절이 문화 답사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짧은 시간 허둥지둥 스치듯 사진을 찍으며, 그저 ‘보는’ 풍경은 누구나에게 똑같은 피사체일 뿐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조선 시대 어느 문인의 말뜻을 새긴다면 풍경은 마침내 ‘보일 것’이다. ‘보는’ 풍경은 그저 똑같은 사진으로 남을 것이고, ‘보이는’ 풍경은 저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다를 것이다.
  • 월경은 생리현상 넘어 건강권… 경험 나누고 대안 용품 찾아 쓰죠

    월경은 생리현상 넘어 건강권… 경험 나누고 대안 용품 찾아 쓰죠

    식약처 생리대 인체 무해 발표에도 불안 1020 트위터·유튜브 통해 대체 제품 검색“생리용품 정보 부족·생리컵 등 종류 적어”지난해 이어 올해 2회 ‘월경 박람회’ 성황관련 제품·의학 정보 공개적 논의 유의미 “월경은 인권… 남성에게도 남 일 아니죠”“‘그날’이 도대체 뭔데? 아프고 신경질 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게 생리야.”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생리대 광고에 ‘생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뭐 그리 놀랄 일이냐’ 싶겠지만 관행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다. 지금껏 생리는 광고에서 금기어에 가까웠다. 기존 광고들은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만 했고, “흰 옷을 입어도 상쾌하다”고 다루는 식이었다. 10~50대 가임기 여성이 매달 한 번, 평생 약 400번 겪는 일이지만 생리나 월경 대신 ‘그날’, ‘마법’, ‘빨간 날’ 등 암호로 불렸다. 생리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는 광고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젊은 여성들은 일상에서 생리 경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하며 권리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주목 받는 게 ‘대안 월경용품’이다. 2017년 ‘생리대 파동’을 겪으면서 몸에 바로 닿는 생리대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은 이제 서로 생리 경험을 온·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공유하고, 자신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스스로 찾아 쓰고 있다. ●“생리대는 불편해”… 생리컵 찾아 쓰는 1020 “생리는 원래 고통스럽고, 축축하고, 귀찮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생리컵을 쓰게 된 뒤엔 제가 생리 중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고등학생 신혜진(17·가명)양에게 매달 돌아오는 생리 기간은 ‘하루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신양이 첫 생리를 했을 때 엄마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생리대 한 뭉치를 선물로 줬다. 당연히 생리할 땐 생리대를 쓰는 줄 알았다. 신양은 “생리대를 하고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기저귀를 찬 것처럼 축축해져 저절로 짜증이 났다”면서 “2~3시간에 한 번 꼬박꼬박 생리대를 갈아도 계속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이면 더욱 고역이었다. 속옷 안에 생리대를 착용하고, 속바지를 입고, 그 위에 교복 치마까지 입고 하루를 버티면 땀띠가 날 정도였다. 그런 신양은 “이제는 생리가 예전만큼 싫지 않다”고 했다. 약 2년 전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생리컵’을 알게 되고 나서다. 생리컵은 컵 형태로 생긴 대안 월경용품의 하나다. 일회용 패드를 속옷에 붙여 피를 흡수하는 생리대와 달리 몸 안에 컵을 삽입해 피를 바로 받아낸다. 종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양, 둥그런 요강 모양 등 생김새도 다양하다. 신양은 “처음에는 탐폰(생리 때 질에 삽입해 피 등을 흡수하는 제품)을 쓰고 ‘신세계’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유튜브에서 생리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생리대와 다르게 한 번 착용하면 8~10시간 동안 써도 괜찮고, 마구 다리를 움직이거나 침대에 누워도 피가 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리컵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선택지를 넓혀줬다”면서 “생리컵은 삶의 질을 높이고, 질의 삶도 높였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생리대 파동’ 계기로 대체재 찾아 관심 증가 대안 월경용품은 한국 여성 대다수가 쓰는 일회용 생리대 외 다른 생리용품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생리컵을 포함해 화학물질이 아닌 면으로 만들어 세탁해서 쓸 수 있는 면 생리대, 몸 안에 흡수체를 집어넣어 피를 직접 흡수하는 탐폰 등이 있다. 국내에선 2017년 김만구 강원대 교수의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연구 결과, 제품에서 독성 물질이 발견됐다는 ‘생리대 파동’이 벌어지며 대안 월경용품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해성 평가 결과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여성들의 불안감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대학생 김모(24)씨는 “생리대 파동이 있기 전에는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이나 휴지로 대신한다는 저소득 청소년 실태가 전해졌다”면서 “생리대는 가임기 여성에게 생활필수품인데 정부에서 비싼 가격을 낮추거나 안전성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대안 월경용품에 대해 주로 찾아보고 사용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은 상당수가 10~20대 젊은 여성들이다. 식약처가 2017년 가임 여성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생리컵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1.1%였는데, 이 중 10~20대의 인지도는 6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들은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생리컵 사용방법 안내서를 제작하기도 한다. 단순히 위생이나 깨끗함을 넘어서 건강까지도 고려한다는 게 특징이다. 면 생리대를 쓰는 김지용(25)씨는 “생리용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생리대가 불편해 생리컵으로 바꾸고 싶어도 국내에 많이 없다 보니 상품을 제대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생리컵은 이미 1930년대에 등장했지만, 국내에서 생리컵에 대해 식약처가 처음으로 정식 수입을 허가한 건 불과 2년 전이다. 그전까지는 소비자가 해외 직구로 구매해야 했다.●월경용품·의학 정보 공유하는 ‘월경 박람회’ 지난해 서울에서 국내 최초 ‘월경 박람회’가 개최된 데 이어 올해에도 열린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25~26일 월경용품 소셜벤처 ‘이지앤모어’가 서울 성동구에서 주최한 제2회 월경 박람회에는 약 3000명이 방문했다. 생리에 대해 쉬쉬하고 개인적 경험으로만 치부하던 문화에서 벗어나 관련 제품, 의학 정보, 체험 프로그램 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젊은 방문객에게 환영받았다. 박람회를 찾은 고등학생 박현진(17)양은 “엄마가 탐폰을 쓰면 질이 넓어진다고 해서 계속 살이 쓸려 아픈데도 생리대만 썼다”면서 “박람회에서는 질도 근육이라 탐폰, 생리컵을 넣어도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새롭게 배워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중학생 이지선(14)양은 “이때까지는 생리 때 불편하고 짜증나는 게 있어도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박람회에서 직접 생리대를 분해해보면서 어떤 재질로 돼 있는지 알게 됐다”면서 “왜 이때까지 생리대를 하면 불편하고 아팠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박람회에 온 양희찬(25)씨는 “태어나서 생리대를 처음 만져봤다”면서 웃었다. 양씨는 “여자친구가 생리 때 아파할 때마다 너무 고생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생리대를 만져보고 어떻게 착용하는지 보니 상상보다 훨씬 힘들 것 같다”면서 “여자친구의 고충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귀선 이지앤모어 PR디렉터는 “월경은 단순히 여성이 매달 겪는 생리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여성 당사자의 건강권 문제고 결국 인권의 문제”라면서 “엄마, 누나, 동생, 여자친구, 아내 등 주위 사람 모두가 겪는다는 걸 생각하면 남성에게도 월경은 ‘남 일’이 아니지 않을까”라고 했다. 글 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할머니의 힘! 장터 골목에 모이다 - 광주 말바우 시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할머니의 힘! 장터 골목에 모이다 - 광주 말바우 시장

    # 할머니 장터 골목, 광주 말바우 시장의 명물 거리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 우리 삶에 가는 곳마다 숨어 있는 고수가 있다” - <유홍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 제6권’ 부제> 지나온 삶의 내공과 무공(?)이 가히 넘볼 수 없는 경지까지 다다른 할매들이 모인 시장 골목이 있다. 원래 고수들이 그러하듯 모양새는 초라하다. 시멘트로 골목과 벽을 만든 재래 시장 한 켠에서 세상살이 무림(武林) 강호들인 할매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그렇다. 인생의 상수(上手)는 할매다. 삶의 고수(高手)도 할머니다. 당신들이 만든 삶의 뒤안길, 광주 말바우 시장 할머니 장터 골목이다.여행의 하수(下手)는 외관만 보고, 중수(中手)는 글자를 읽으며 상수(上手)는 사람을 만난다고 한다. 빛고을, 광주를 제대로 느끼려면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전통 시장에서 여행을 시작하면 좋다. 현재 광주에는 총 22군데의 전통 시장이 있다. 동구의 대인시장, 서구의 양동시장, 풍향동의 서방시장, 학동의 남광주시장 등이 규모면에서는 이름나 있으며 최근에는 송정역시장도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청춘남녀들의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이중에서도 말바우 시장은 인간미 가득 넘치는 전통 시장으로 광주에서는 단연 첫 손에 꼽을 수 있다.광주 북구 우산동에 자리 잡은 말바우 시장은 광주 전통 시장 중에서 ‘유일하게’ 시골의 5일장처럼 매번 돌아가며 2,4,7,9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총 한 달에 12번 장이 서는 정기 시장이다. 말바우 시장은 규모도 상당해서 약 2만 여 평의 부지에 500여 개의 상설 점포와 800개가 넘는 시장 간이 노점 등이 있어 하루 방문객만 3만 명 이상이 넘는 중대형급 시장으로 분류된다. # 광주 유일의 5일장, 직접 키운 신선한 농산물이 한 곳에말바우 시장 이름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전해오는 데 그중 처음은 의병 김덕령 장군의 말이 바위 위로 발굽을 내딛자 바위가 말 발굽모양으로 움푹 패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말바우라는 설과 지금의 말바우 시장 앞 동문로가 넓혀지기 전 말(馬)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말바우라고 불렸다는 설, 바위 모양이 네모난 말(斗) 모양이었다는 설 등이 지금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어찌되었던 광주의 말바우 시장이 유명해진 것은 바로 시장의 구석구석 펼쳐져 있는 할머니들의 죄판 때문이다. 광주 인근 담양, 순창, 곡성, 나주, 화순 등지에서 첫차를 타고 온 ‘할매’들이 직접 키운 싱싱한 채소류와 콩 등을 포함하여 고추 모종에서부터 가지, 오이, 상추, 양파 등 각종 파릇파릇한 모종 노점들이 시장 골목골목 쌓여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여기에 더해 약초, 울금, 함초, 연근, 굼뱅이, 지네, 강아지, 자라, 뻥튀기 등등 생소한 구경거리도 가득하다. 특히 새마을 금고 양 옆 시멘트 골목과 제일볼링장 주차장 왼편 골목, 동신자동차학원 담벼락에 자리 잡은 할머니 장터 골목은 말바우 시장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직접 텃밭에서 따온 애호박 몇 덩이와 한 줌도 안 되는 고추, 오이, 참외 몇 개씩을 신문지 위에 가지런히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기까지 하다.다 팔아도 만 원이 안 되는 고추 모종 한 움큼을 가지고도 할머니들은 오늘 하루 재미있게 세상 구경을 나온 셈이다. 저마다 세월을 낚고 있는 셈이니 전통의 고수인 강태공의 공력보다 결코 뒤지지는 않아 보인다. 이렇게 지나온 세월은 힘이 있다. 고단한 세월을 함께 건너온 힘센 할머니들끼리의 묘한 연대감은 말바우 시장 장터 골목이 끝나는 큰길까지 이어진다. 할머니 장터 골목 100미터는 광주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힘찬 100미터가 분명하다. <광주 말바우 시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광주를 방문한다면, 광주의 구도심을 가보고자 한다면 2. 누구와 함께? - 나이드신 부모님께 함께 3. 가는 방법은? -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 190-9 - 버스 : 518, 석곡87, 일곡180, 운림54, 두암81, 금남55, 용봉83, 충효187, 문흥80, 풍암06, 송암47, 문흥39, 지원15, 운림35, 봉선27, 일곡28, 송정19, 일곡38, 19-1, 22-1, 23-1,24-1, 19-2, 20-2, 21-2, 22-2, 25-2,160 4. 감탄하는 점은? - 골목 골목 뻗어 있는 노점들, 싱싱한 채소류 및 농작물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광주 구도심의 중심 시장답게 활기차다. 대중교통 이용 6. 유명한 농산물은? - 각종 모종들, 콩 종류, 싱싱한 채소류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매일팥죽, 옛날팥죽, 가마솥 추어탕, 고흥횟집, 득량만 횟집 - 광주 말바우 시장에서 팥칼국수를 팥죽이라고 부르며, 일반적인 팥죽은 동지죽이라 부른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malbawoomarket.modoo.at/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광주 국립박물관, 시립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광주 말바우 시장은 여전히 시골 5일장의 느낌을 가진 곳이다. 장이 서는 날은 교통 정체가 극심해서 될 수 있는 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할머니 장터 골목에서 구입한 농산물은 가격대비 가성비 최강!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손잡은 경북·고령·한국해양대, 대가야 뱃길 재현

    손잡은 경북·고령·한국해양대, 대가야 뱃길 재현

    경북도와 고령군, 한국해양대가 손잡고 1500여년 전 대가야의 고대 뱃길 재현에 나선다. 이들 3개 기관은 27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에서 ‘대가야 해양 교류사 재조명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3개 기관은 ▲대가야~왜(倭)와의 해양 교류사 재조명 사업의 공동 기획·운영 추진 ▲공동 학술대회 개최 및 연구도서 발간 ▲환동해시대 해양도시 간 경제·문화 교류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우선 고령군은 다음달 초 곽용환 고령군수를 단장으로 일본 오키나와를 사전 답사해 고령~오키나와 고대 뱃길 재현과 국제 학술포럼, 문화교류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어 10월에는 고령~오키나와 고대 뱃길 재현 행사와 함께 ‘대가야 해양문화 및 국제교류 도시와의 인문관광 자원화 학술포럼’을 고령군에서 개최하고 서적을 발간할 계획이다. 대가야와 오키나와의 전통악기인 가야금과 산신 앙상블 공연도 추진한다. 경북도는 대가야의 해양 진출 통로였던 낙동강, 섬진강 일대에 대한 포구, 조선소 등과 관련한 용역을 실시한다. 후기 가야의 맹주였던 대가야는 신라, 백제, 고구려는 물론 일본의 고대국가 왜, 오키나와의 고대국가 류큐왕국과도 교류했다. 곽 군수는 “이번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의 하나로 기획됐다”면서 “경북 환동해 시대의 중심 역할은 물론 대가야의 정체성과 체계적인 고대사 정립,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국정과제를 선도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대중국 외교도 활발히 펼쳤던 대가야의 도읍지였던 고령이 21세기 국제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데뷔 55주년’ 헌정앨범… 남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데뷔 55주년’ 헌정앨범… 남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가수 남진(73)의 데뷔 55주년을 앞두고 헌정앨범이 제작된다. 24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는 남진 데뷔 55주년 기념 헌정앨범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남진과 추진위원장을 맡은 가수 김광진,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 김승기, 진성, 서문탁 등이 참석했다. 1965년 1집 앨범 ‘서울의 플레이보이’로 데뷔한 남진은 ‘님과 함께’, ‘가슴 아프게’, ‘미워도 다시 한번’, ‘빈잔’, ‘둥지’ 등 히트곡을 부르며 1970~19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남진의 가수 인생을 기념하는 헌정앨범에는 설운도, 박미경, 김종서, 장윤정, 진성, 박승화, 강인봉, 서문탁, 알리, 육중완밴드 등 후배 가수들이 참여한다. 김광진은 이날 행사에서 “가요 100년사를 되돌아 볼 때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가 누구냐’고 한다면 단연 남진이다. 55년 동안 한번도 인기가 내려간 적이 없다. 남진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자연은 “남진은 데뷔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피나는 노력 끝에 춤도 춘 원조 댄스가수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 선배님이다”고 찬사를 보탰다. 이어 “헌정앨범이 길이길이 빛나는 앨범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남진은 답사를 통해 “영광스러운 앨범을 발표할 수 있게 준비해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팬들이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헌정 앨범을 만들 수 있겠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날 행사에 참석한 50여명 등 그의 오랜 팬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아울러 “멋진 곡을 만들어준 작곡가들도 고맙다. 멋진 후배들이 내 노래를 불러준다고 하니 기대되고 흥분된다.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55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도 전했다. 전통가요, 록,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남진 데뷔 55주년 헌정 앨범은 오는 8월 발매된다. 앨범 수익금은 기부된다. 글·사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민통선 용강리 일대서 평화통일체험활동… 김포교육지원청, 평화통일 싹 틔운다

    민통선 용강리 일대서 평화통일체험활동… 김포교육지원청, 평화통일 싹 틔운다

    경기도김포교육지원청은 지난 22일 교육장·과장·장학사·팀장 등 간부 30여명과 민통선 내 용강리 일대에서 평화통일체험활동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활동은 간부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평화통일체험을 해보고 통일인식 제고와 앞으로 통일교육 운영 방향, 평화통일체험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됐다. 민통선 분단체험학교 김영운 교장 안내에 따라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염하강 인근 문수산성을 답사했다. 이어 저어새와 두루미 군락지인 유도를 조망하고 DMZ 철조망 따라 걷기와 6·25 당시 인민군 상륙 지점인 강령포를 답사했다. 이곳에서 통일 리본달기와 통일염원비행기 날리기 등 체험 활동이 이어졌다. 김정덕 교육장은 “남북 간 평화통일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상황이지만 오늘 체험활동이 작은 불씨가 돼 김포 학생과 시민들에게 평화통일의 새싹을 틔우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경기도교육청 통일 중점교육지원청 및 접경지역 통일교육지원청 지정을 받았고, 김포를 넘어 전국 학생이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평화통일체험터와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김영운 분담체험학교 교장은 “강령포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철조망이 하나도 남김없이 제거되는 그날까지 김포교육지원청과 적극 협력해 평화통일체험교육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민통선내 거주하는 시암리·마조리·가금리·양택리·후평리 이장 8명과 평화통일 체험터 발굴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장은 마을 주민과 연계한 1박2일 가족통일캠프와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통일체험터 발굴을 제안하고 이장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고성 이어 철원 ‘DMZ 평화의 길’ 공개

    고성 이어 철원 ‘DMZ 평화의 길’ 공개

    ‘생태계의 보고’ 비무장지대(DMZ)로 향하는 금단의 문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달 1일 총길이 15㎞의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 시범개방을 앞두고 22일 출입기자단 현장답사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철원 구간 개방은 지난달 27일 강원 고성에 이어 두 번째다. 철원 구간의 핵심은 그동안 군인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DMZ 통문 안쪽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DMZ 내 비상주 감시초소(GP)와 백마고지전적비 이후 지역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남북 분단 이후 처음이다. 사실상 철원 구간 전체와 맞먹는 약 13㎞ 구간이 처음 공개되는 셈이다. 답사는 백마고지전적비부터 화살머리고지 GP에 이르는 DMZ 평화의 길 전 구간에서 이뤄졌다. 백마고지전적비에서 A통문까지 1.3㎞를 차량으로 이동한 뒤 B통문까지 3.5㎞는 도보로 이동한다. 이어 공작새능선조망대까지 마저 걷고 화살머리고지까지는 다시 차량으로 움직이는 코스다.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총 3시간가량 걸린다.북한이 지척이지만 별도의 안전장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안보견학장으로 승인받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신 경호가 철통같다. 1회 탐방 기준 관광객 20명이 탄 16인승과 12인승 차량 앞에 군 차량이 길을 안내한다. 도보 이동 구간에도 군 차량이 따른다. 등산·트레킹 관리자 교육과 응급조치를 수료한 군청 소속 세르파 2명과 해설사 1명도 동행한다. 반세기 넘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철책 너머로 펼쳐진다. 철원에서 북한으로 넘어가 임진강에 합류하는 역곡천을 따라 걷는 길에는 그늘 하나 찾을 수 없다. 숲이 우거지면 수상한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워 벌목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천연기념물 80%를 볼 수 있는 DMZ에서 운이 좋으면 봄철 새끼들을 이끌고 다니는 고라니와 멧돼지 등을 볼 수도 있다. 남방한계선을 넘어 화살머리고지 부근에서는 안전조치가 한층 강화된다. 무장병력이 다수 동행하며 보안을 위해 탐방객 휴대전화를 수거한다. 높이 281m 고지에서는 1.9~2.4㎞ 떨어진 북한군 GP와 백마고지까지 보인다. 아래쪽 벙커지역에는 지난해와 올해 유해발굴과 지뢰제거 작전 도중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사이트와 행정안전부 DMZ통합정보시스템 디엠지기 사이트에서 탐방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경기 옛길 삼남길 ‘의왕 모락산성’ 탐방 프로그램 오는 25일 운영

    경기 옛길 삼남길 ‘의왕 모락산성’ 탐방 프로그램 오는 25일 운영

    경기도가 경기 옛길 테마탐방 프로그램으로 오는 25일 삼남길 3구간 일원 모락산성 탐방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행사는 역사, 산성, 생태, 예술 등 4가지 주제로 옛길 문화자원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두 번째인 이번 탐방은 삼남길 3구간 일원인 모락산 정상을 통과하는 ‘의왕의 모락산성 탐방하기’를 주제로 운영된다. 모락산은 한국전쟁 당시 정상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6.25 전승기념비가 있다. 산 정상 주변에는 백제시대에 축조된 모락산성과 정조가 현릉원에 갈 때마다 쉬어 가던 조선시대 행궁터로 현재 의왕시청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근행궁터가 있다. 박종달 경기도 문화유산과장은 “한국전쟁 당시 승리를 거둔 역사 속 현장인 모락산성을 따라 탐방하며 선조의 얼을 되새길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계원예술대에서 12시에 출발해 의왕의 대표 문화자원인 사인암, 모락산, 오매기마을, 사근행궁터까지 탐방한다. 의왕문화원 관계자가 모락산 전투와 모락산성, 사근행궁터 등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25일 경기옛길 삼남길 산성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8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테마탐방 참가는 경기옛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한편 도와 문화재단은 조선 후기 실학자 신경준 선생이 집필한 ‘도로고’의 6대 대로를 바탕으로 삼남·의주·영남길을 조성해 여러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총 23개의 탐방을 진행한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가져와서 마셔요”…술 판매 금지 비웃는 대학축제 ‘술래잡기’

    “가져와서 마셔요”…술 판매 금지 비웃는 대학축제 ‘술래잡기’

    “여러분들의 등록금이 펑펑 터지고 있습니다.” 대학 축제 공연 진행을 맡은 한 연예인이 불꽃놀이의 시작을 알리면서 한 이 발언은 축제의 부정적 단면을 얘기할 때 단골로 회자된다. 다 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의미를 담아 ‘대동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대학 축제는 19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들 사이에서 처음 유래됐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시국토론회, 시국강연, 학술행사, 마당극 등이 축제의 주요 행사였다. 한때 ‘대학생활의 꽃’으로 불렸던 축제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달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5%로 19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은 25.2%로 2015년 1월 해당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은 마음 놓고 축제를 즐길 수 없으며, 축제기간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 간 갈등을 빚기도 한다. 또 주점과 유명 연예인의 대형 공연으로 점철된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에 회의를 느끼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축제에서 새로운 대학문화가 싹트길 바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학 생활의 낭만이자 애물단지, 5월 대학 축제 현장을 찾아가 봤다.“오는 길에 맥주랑 소주 좀 더 사와.” 지난 1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술 배달 심부름’을 시키는 통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학생들의 손에는 책 대신 술과 안주가 담긴 봉지가 들렸다. 학교 앞 편의점이나 마트는 가게 안팎에 술을 박스째로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대학 내에서 허가 없이 술을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A대학 캠퍼스 내 한 축제 주점에 설치된 업소용 주류 냉장고 2대에는 소주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냉장고 앞에는 ‘취하니까 청춘이다’라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주류 판매가 금지되면서 ‘술 없는 대학 축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로 주점을 운영하는 학생들은 술을 팔지 않았다. 다만 술을 마실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가장 흔한 방법은 판매가 아닌 ‘증정’이었다. 주점을 운영한 학생 염모(23)씨는 “우리는 술을 팔지는 않는다. 학생회비를 낸 학과 학생에게만 술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같은 날 축제가 있었던 다른 대학의 일부 주점도 술을 ‘증정’했다. B대학 학생 윤모(21)씨는 “단과대학에서 학생회비로 술을 구매해 나눠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으로 낸 학생회비가 음주를 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회비로 술 구입… 학생·학부모 반발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클럽 운영 방식과 비슷한 ‘입장료’를 도입한 곳도 있었다. 입장료를 내면 1~2병 정도의 술을 무료로 증정하는 방식이다. 대학의 주점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가격은 2000~1만원 정도였다. 졸업생 김모(28)씨는 “클럽이나 라운지바의 프리 드링크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런 꼼수까지 동원하는 것은 술이 없으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점을 운영하던 한 학생은 “술을 맘대로 못 파니까 수익으로 남는 게 별로 없다”며 “보통 주점을 운영해 번 돈으로 과잠(학과 점퍼)을 함께 사거나 나눠 가진다. 수익을 남기려고 입장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술 직접 가져와 아이스박스에 보관하기도 대부분의 주점은 술을 판매하지 않고, 주점에 오는 손님이 술을 직접 가져오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 보니 술 배달 서비스가 등장했다. 충남 지역의 한 사립대 학생들은 주점에 들어서면서 운영진에게 술을 주문했다. 운영진은 시간대별로 주문받은 술을 합산해 협력 업체에 주문을 넣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주문한 손님이 직접 배달존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한 뒤 결제하는 방식이다. 주점마다 어른 몸집만 한 대형 아이스박스는 필수였다. 주점을 찾은 손님이 사온 술을 시원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다. 아예 주류 회사로부터 얼음 바구니를 협찬받은 곳도 있었다. 교내 술 판매 금지 규정이 축제기간에는 예외가 되는 곳도 있었다. 서울 C대학의 한 편의점에선 각종 주류가 별도 박스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다. 캠퍼스 안에서 술을 파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독일 유학생 펠릭스(23)는 “독일에서도 대학 안에서 간혹 술을 마시긴 하지만, 술을 사려면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학교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이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면학 분위기를 위해 평소에는 교내 편의점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며 “축제 기간에 총학생회와 협의를 거쳐 주류 판매 허가권이 있는 편의점에서 3일만 판매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학 허락하에 교내 편의점서 술 판매 국세청 관계자는 이런 꼼수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탈세와 주류 유통·거래 질서가 문제로 대두됐던 대학 내에서 학생들이 술을 사고파는 행위는 줄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건전한 캠퍼스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대학생들이 학내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문제는 대학과 성인인 학생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해마다 대학 축제가 몰려 있는 5월에는 음주로 인한 폭행과 성추행,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술을 파는 퇴폐 주점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교내 주류 판매가 금지됐지만, 음주 사고나 소음은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었다. 다만 일부 학교에서는 성추행이나 폭행 등 각종 사건 사고를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축제기간에 찾은 대학 캠퍼스에는 술병이 아무 데나 버려져 있었고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주점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교내 청소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세진다. 또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고 고성이 오가는 모습도 여전했다. 최모(21)씨는 “교내에 아예 술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도록 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주점에서 술을 팔든 팔지 않든 캠퍼스는 술판으로 변한다”고 전했다. 다행히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퇴폐 주점이나 성을 상품화한 메뉴판 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 축제기간 기승을 부리는 성범죄를 막으려고 자정 활동에 나선 학교도 많았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축제기간에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많아 다른 기간보다 성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마포경찰서, 마포구청과 함께 불법 촬영기기 설치 여부를 점검했다. 성균관대도 “축제기간 절도·폭언·폭행·성추행 등 범죄가 적발되면 경찰서로 곧바로 넘기겠다”는 공지를 축제에 앞서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축제 때 동아리를 지원해 달라’는 협찬 요청에 대학가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예전 같지 않다. 이전에는 대학가에서 축제 때 일부 금액을 후원하는 관습은 미풍양속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불황 탓에 장사가 잘되지 않는 대학 인근 점주들은 후원 요청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서울 D대학 학생들이 공유 글을 올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축제 기간 전 “스폰 갑질을 하지 말아 달라”는 학교 인근의 자영업자 글이 게재됐다.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행사 비용을 협찬해 주면 홍보 전단지에 가게 이름을 넣어 주겠다”며 1만~10만원의 협찬금을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글이 게시된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는 “앵벌이 동아리”, “정신 차려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골적으로 술 권하는 문화를 캠퍼스에서 방치해 왔다”면서 “앞으로 대학 축제에 어떤 문화를 정착시킬지 모두 함께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도시재생 공간에 꽃핀 ‘봉제거리박물관·역사관’

    [미래유산 톡톡] 도시재생 공간에 꽃핀 ‘봉제거리박물관·역사관’

    종로구 창신동 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를 생각해 본다. 의류산업의 배후 봉제공장, 열악한 주거 환경, 한양도성 인접마을, 매운 족발로 대표되는 먹거리 동네를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지역은 2007년 뉴타운지역으로 지정돼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했으나 일률적인 재개발 사업으로 지칭되는 뉴타운 정책에 대해 가옥주나 세입자 모두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고 해제됐으며, 2014년에는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지정돼 2017년까지 진행됐다. 노후한 주거환경과 도시의 건조 환경에 대한 점진적인 개선으로 주거의 안전성과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측면과 정부의 지원을 대폭 강화해 자체적인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이 강점이었던 정책이었다. 어릴 때 창신동 도시형 한옥에서 지내던 기억과 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끔 추억에 젖어 거닐던 창신동이 지금은 분명 아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해 창신동 647번지 일대는 봉제거리박물관이 조성됐고, 그 골목 끝 지점에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들어서서 봉제산업의 발전을 넘어서서 지역 경제를 떠받쳐 주는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창신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겸 플럭서스 예술가인 백남준의 집터를 발굴해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과 작지만 아름다운 주민자치적인 카페를 운영해 문화적인 자부심이 넘치는 창신동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봤다. 창신동은 원단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 행렬, 집집마다 미싱 돌아가는 모습은 옛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보다 역동적이며 활기찬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정돈된 골목길과 개선된 주거지의 모습, 몇몇 지점의 마을 공동 이용 시설, 그리고 주민 자체적인 협동조합의 형성 등을 통한 주민 스스로가 이끌어 가는 도시재생프로그램으로 인해 봉제산업의 현장과 예술가의 추억을 더듬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동네가 되고 있음을 이번 답사 준비를 하면서 느낄 수가 있었다. 엄태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
  • [우리둘은1학년]휴가의 질을 개선한다는 자율휴업일, 불편한 건 왜일까

    [우리둘은1학년]휴가의 질을 개선한다는 자율휴업일, 불편한 건 왜일까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과 ‘학교에 가면 안 되는 날’이 있다. 이 두 날의 차이는 ‘학생 선택권’에 있다. 내가 개인체험학습과 자율휴업일(학교장 재량휴업일)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말하면 교육청이나 학교 관계자들은 틀렸다고 지적할 게 분명하다. 원칙적으로 자율휴업일에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휴업일을 ‘자율’로 느끼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하지 않기로 한 날은 부모에겐 강제로 쉬어야 하는 날과 다름없다. 자율휴업일 등교 희망 조사서가 가정통신문으로 온 순간부터 조바심이 난다. 조사서에는 굵은 글씨로 ‘부모님 두 분 모두 출근하실 경우’ 신청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급식실도 운영하지 않기에 자율휴업일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점심 도시락과 간식을 싸 들려 보내야 한다. 학교는 자율휴업일엔 ‘나 홀로 학생’을 중심으로 보육하겠다고 공지했다. 누가 자식을 나 홀로 학생으로 만들고 싶겠는가. 휴가를 써서라도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으려는 게 부모 마음일 것이다. 오늘은 지난 4월과 5월에 처음 경험한 초등학교 개인체험학습과 자율휴업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난달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딸은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 학교를 빠져야 했지만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개인체험학습으로 처리한 덕분이다.세상 참 좋아졌다. 1980년대생인 나는 6년간 하루도 결석하지 않아 초등학교 졸업식날 개근상을 탔다. 학교는 심하게 아프지 않은 한 빠져선 안 되는 곳이었다. 가족여행은 여름방학에나 가능했다. 사람이란 사람은 전부 동해로 떠나는 것 같았던 7월 말과 8월 초, 찜통더위와 교통체증, 바가지요금은 휴가의 ‘필수 옵션’이었다. 요새 아이들은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학기 중간 가족 여행을 위해 학교를 빠져도 문제가 없다. 연차 사용이 의무화되고 국외여행 문턱이 낮아지는 등 사회 변화상에 맞춰 교육정책에서 개인체험학습의 출석 인정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2007년 3월 도입된 개인체험학습은 전체 수업 일수의 10% 이내에서 출석을 인정한다. 애초 1회당 연속 5일까지 체험학습을 쓸 수 있었는데 2017년 3월부터 연속 10일로 늘어났다. 이때 토·일요일과 공휴일, 재량휴업일, 개교기념일 등 공식적으로 쉬는 날은 제외된다. 쉽게 말해 개인체험학습의 앞과, 중간, 뒤에 주말을 끼워 넣으면 최대 17일 여행을 갔다 올 수 있다. 딸이 다니는 학교는 1년 동안 최대 19일까지 개인체험학습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출석 처리를 받으려면 미리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소 일주일에서 3일 전, 학교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체험학습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담임교사에게 제출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면담을 통해 체험 여부를 확인받아야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 따라 신청서와 보고서를 학생 스스로 작성해야 하는 일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만약 허락받은 일수를 초과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무단결석으로 처리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개인체험학습지침을 보면 체험의 예시로 ▲농촌체험학습 ▲시골 친척방문 ▲친척 애·경사 참석 ▲문화 유적지 탐방 ▲현장 답사 ▲조사활동 ▲유적 탐방 ▲문학기행 ▲우리문화 및 세계문화 이해 체험 ▲국토순례 ▲자연탐사 ▲직업체험 등이 열거돼 있다. 보다 보니 단순한 가족여행에도 교육적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졌다. 그럴싸한 단어를 총동원해 딸의 체험학습 신청서에 ‘제주 토속문화 체험 및 특산물(흑돼지, 해산물 등) 시식, 해양생물 관찰’이라고 적어 넣었다. 솔직하게 휴식이 목적이라고 적었다면 부끄러움은 학교장 결재를 받아야 하는 담임 선생님 몫이 될 테니까. 제주 바다에서 잡힌 고등어도 구워 먹고, 흑돼지도 실컷 먹고 바닷가에서 미역도 한 아름 채취했으니 과장은 아니었다. 출석 인정을 받기 어려운 체험학습도 있다.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학생 사이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불법 어학연수, 상업적 체험학습 등은 자제해달라는 게 교육당국의 당부다. 또 교외 대회 참가 준비를 위한 개인체험학습 역시 불허 대상이다. 학교장은 개인체험학습 승인 전에 학생의 안전 확보를 위해 보호자가 동행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학습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학생이 책임진다. 또 학기 초, 학기 말, 학년 말 등 특정 기간에는 체험학습이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전에 학교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 딸의 개인체험학습 덕분에 여유로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비성수기여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교통, 숙박을 해결한 점이 만족스러웠다. 하반기에도 체험학습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제주 여행을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의 첫 자율휴업일을 경험했다. 자율휴업일, 학교장 재량휴업일, 단기방학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날은 말 그대로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다. 휴업일은 학교장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한다. 보통 개교기념일, 공휴일 연휴 전후 등 1년에 4~5번 정도다. ‘가족 간 유대를 증진하고… 효도와 관련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기회’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효도방학’이라고 부르는 학교들도 있었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효도방학이 아니라 ‘불효방학’이라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재량휴업일을 폐지해 달라”는 맞벌이 부모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딸 학교의 올해 자율휴업일은 모두 4일이다. 이 가운데 이틀이 5월에 몰렸다. 5월 1일(수요일)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다음 날인 7일(화요일)이다. 다음 달 현충일 다음날인 7일(금요일)도 자율휴업일로 지정됐다. 개천절 다음 날인 10월 4일(금요일) 역시 자율휴업일이다. 공휴일과 주말 사이 샌드위치 휴일을 자율휴업일로 지정한 것은 합리적이지만, 5월에만 자율휴업일을 이틀 지정해 곤란을 겪은 학부모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자율휴업일은 전년도 11~12월쯤 결정돼 학교가 학기 초에 배포하는 학사일정에 적혀 있다. 자율휴업일 시행 일주일 전쯤 가정통신문을 통해 휴업일 등교 희망 여부를 조사한다.학사 달력을 장식장에 넣어두곤 펴 보지 않고, 가정통신문 대충 보는 ‘덤벙이 엄마’(참고기사: [우리둘은1학년]애증의 가정통신문)인 나는 두 번째 자율휴업일 때문에 ‘멘붕’(정신적 충격)을 겪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3일, 학교를 마친 딸과 놀이터에서 나눈 대화다. 딸: 엄마, 선생님이 수요일(8일)에 학교 오래.나: 무슨 소리야. 어린이날이 일요일이어서 월요일(대체공휴일)에 하루 더 쉬고 화요일에 학교 가는 거겠지.딸: 아닌데, 수요일에 오라는데…. 주변에 시원한 답을 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결국 최근에 알게 된 학부모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엄마, 헷갈려서 그러는데, 대체공휴일 끝나고 애들 등교하는 거죠?○○엄마: 아이고, 모르셨구나. 7일이 자율휴업일이에요.나: 1일에 자율휴업일 하고 또 요? 멘붕이네요. ㅠㅠ○○엄마: 저 또 휴가 냈잖아요. 7일은 남편이 휴가 내기로 했는데, 바쁜 일이 생겨서 못 쉰대요. 그래서 제가 또. ㅠㅠ 자율휴업일을 위해 휴가를 낸 또 다른 워킹맘이 합류해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자율휴업일이 졸지에 ‘공동육아의 날’이 된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놀이터엔, 학교에 가지 않은 초등학생들과 엄마들로 북적였다. 아빠들은 보이지 않았다.엄마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율휴업일에 대한 불평으로 이어졌다. △△엄마: 돌봄교실 보내고 출근할까 하다가 그냥 관뒀어요. 그런 날 애들 보내면 괜히 눈치 줄 것 같아서 불안해요.나: 이름은 자율휴업일인데 전혀 자율이 아닌 기분…. 누구를 위한 자율휴업일인가요?엄마 일동: 선생님들을 위한 휴업일이죠. 생각해보면 선생님도 휴식이 필요하다. 지난달 제주 여행에 동행한 팀 중에 초등교사 부부가 있었다. 육아휴직 중인 부인은 목요일 오후 아기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탔지만, 남편은 하루 뒤 금요일 수업을 모두 마친 뒤 늦은 저녁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담임교사는 학기 중에 자유롭게 휴가를 쓰기 어렵다. 한해 고작 4일, 자율휴업일을 지정해 교사들에게 재충전과 휴식의 기회를 주는 것이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교육당국은 자율휴업일의 목적 중에 하나로 휴가를 질적으로 개선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삶,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삶이 보장된다면 자율휴업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는 그렇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율휴업일도 그런 부분이 있다. 자율휴업일이 엄마의 ‘의무휴업일’이 돼버리는 현실이다. 아빠들도 상사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제도의 취지를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자율휴업일에 대한 맞벌이 부모들의 불만과 고충에 대한 기사를 뒤져보니 2005년 즈음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개인체험학습을 생각하면 세상 참 좋아진 것 같은데, 자율휴업일을 보면 세상은 여전히 좋아지지 않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아이의 친구관계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입니다.
  • 중국 쓰촨성에 옐로스톤 3배 판다 국립공원 생긴다

    중국 쓰촨성에 옐로스톤 3배 판다 국립공원 생긴다

    11년 전 대지진이 일어나 7만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던 중국 쓰촨성에 미국 옐로스톤 공원 면적의 3배 규모로 판다 보호구역이 새로 생긴다. 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환경보호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국립공원을 답사한 중국의 전문가들이 쓰촨성에 판다 보호구역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진도 8.0에 이르는 쓰촨 대지진은 판다 서식지를 훼손했으며 국립판다공원은 올해 가을쯤 공식적인 설립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규모는 약 2.6㎢(약 78만평)에 이르러 간헐천으로 유명한 옐로스톤 공원 규모의 3배가 될 전망이다. 국립판다공원은 80% 이상의 야생 판다가 서식하는 중국 쓰촨성에 자리 잡게 된다. 새로운 판다공원의 대부분 지역은 이전 판다 보호구역을 연결한 것으로 모두 12개의 판다 서식지가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된다. 현재 중국에서 서식 중인 판다는 새끼를 제외하면 2015년 기준 1864마리로 1980년대 약 1200마리에 비해 개체 숫자가 증가했다. 2016년 국제 자연보전연합은 자이언트 판다를 멸종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판다곰은 중국 서부 지역에 약 30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서식하고 있는데 벌목, 도로 건설, 농업 등과 같은 인간의 활동과 자연재해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국립판다공원은 판다의 짝짓기를 권장해 유전자 다양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판다공원 지정 예정지에 사는 중국인의 숫자는 약 170만명으로 이들의 이주에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보호 전문가들은 중국 지방정부가 대학 등록금 등과 같은 지원정책을 통해 대규모 이주를 시행한 경험이 많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와 교육받고 직업을 얻을 기회도 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2013년 취임 이후 환경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개발이 더 급선무인 지방 정부에서는 아직 중앙정부의 시책과 갈등을 빚는 일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시안 친링산맥의 대규모 불법 별장으로 시안시 당직자들은 별장을 철거하라는 중앙 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가 징계됐다. 중국은 이미 국토의 18%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적절한 보호 계획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 씽크탱크 폴슨연구소 뉘 로즈 연구원은 “중국에서 국립판다공원을 포함해 11개의 새로운 공원을 계획 중이며 12개의 해변 보호구역과 100여개의 다른 공원도 지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방 정부에서는 여전히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중앙정부 정책은 환경보호가 개발에 앞선다”고 설명했다. 국립판다공원은 시 주석의 환경보호 정책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제2대사관’ 명성 북악슈퍼의 향수에 젖네

    [미래유산 톡톡] ‘제2대사관’ 명성 북악슈퍼의 향수에 젖네

    성북동 선잠로를 따라 길상사를 찾아가다 보면 모퉁이를 돌 때쯤 ‘북악슈퍼’라는 이름의 가게가 하나 나온다. 그 흔한 음식점이나 다른 가게 하나 없는 골목에서 자그마한 슈퍼 하나가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지나가는 이들이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성북동 투어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그곳 주인에게서 그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북악슈퍼가 그곳에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인근의 토지가 주거 용도로 지정되기 전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북동 325의4 북악슈퍼는 50여 년 전 ‘북악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다. 당시 주요 고객층은 맞은편 대원각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였다. 세월이 흘러 대원각의 위세가 꺾일 즈음에는 새로운 손님들이 나타났다. 인근 주택가가 외국인 주거 단지로 지정된 것이다. 평소에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주인이 새로운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자연히 동네 외국인들의 왕래가 늘었다. 열쇠를 두고 집을 나온 외국인을 위해 수리공을 불러 주기도 하고, 향수병에 걸린 이를 위해 고국의 식품을 들여오기도 하면서 북악식품은 ‘제2의 대사관’으로 명성을 쌓아 갔다. 요즘이야 인터넷 사전으로 한국어를 번역할 수 있고, 구청에서도 적극적으로 외국인 가족들을 지원하는 만큼 왕래가 덜 하지만, 아직도 북악슈퍼에는 다른 슈퍼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채록하다 보니 한 시간이 넘게 슈퍼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기회야말로 답사의 큰 즐거움이다. 해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작은 단서 하나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미래유산이 등장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유산은 결코 먼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다. 하루하루가 쌓이면 10년이 되고, 30년이 지나면 한 세대가 된다. 그리고 2~3세대의 흔적이 밴 이야기와 장소는 어떤 것이든 미래유산이 될 수 있다. 장차 북악슈퍼가 미래유산이 되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송재민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
  • 강북, 12일까지 독립민주시민학교 참가자 모집

    서울 강북구는 근현대사기념관과 함께 독립민주시민학교 참가자를 오는 12일까지 모집한다고 7일 밝혔다. ‘무너미(수유동의 옛 이름)에 깃든 3·1독립정신’이 주제인 이번 시민학교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손병희, 여운형, 김창숙, 이시영, 신익희 등 강북구에 안치된 3·1운동 관련 독립운동가들과 이들의 항일투쟁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다양한 강좌와 답사 프로그램을 병행할 예정이다. 구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시민학교는 근현대사기념관 강의실과 전시실에서 14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매주 화·수요일 오후 2시와 토·일요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독립과 해방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은 선열들의 업적을 생생하게 살피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오늘 식단 뭐지 #학교 자랑… 급식, 학교 갈 이유가 생겼다

    #오늘 식단 뭐지 #학교 자랑… 급식, 학교 갈 이유가 생겼다

    “급식에 1인 1랍스터 실화냐?” “학교에서 삼겹살을 구워 준다고?” ‘급식스타그램’(급식 식판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들썩거린다. 급식에서는 상상도 못할 특식 메뉴에 보기만 해도 맛깔나는 담음새를 뽐내는 학교들의 급식 사진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혜은(33)씨는 “학창 시절 급식 메뉴는 특별할 게 없었는데, 요즘 급식이 이 정도라니 놀랍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SNS에서 회자되는 ‘급식스타그램’이 실제 학교 급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따금 나오는 특식의 일부 메뉴만 부각돼 알려진다는 것이다. 수업료가 비싸거나 재단의 지원을 받는 일부 사립학교의 급식을 한정된 단가로 운영되는 대다수 학교의 급식과 비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학교 급식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갈아 만든 딸기주스요!” “야야, 딸기 와플이라니까?” “햄 모듬찌개랑 충무김밥요.”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길음중 급식실을 찾아 ‘제일 맛있었던 메뉴’를 묻자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이날 식단은 흑미 현미밥과 코다리살 강정, 바지락 미역국, 사과·감자샐러드, 후식은 초코설기떡케이크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학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영양교사의 고민이 엿보였다. “학생들은 생선 반찬이 나오면 많이 남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생선살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치킨 양념을 더했죠.”(김혜인 길음중 영양교사)김 교사는 학교 요리동아리를 지도하며 학생들과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식단에도 반영한다. ‘소떡소떡’(소시지와 가래떡을 꼬치에 꽂고 구운 뒤 소스를 바른 간식)처럼 요즘 ‘핫’하다는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추천받아 식단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다음날(3일)에는 강황라이스와 빈달루커리, 탄두리치킨 등 인도음식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3학년 학생들에게 ‘급식의 의미’를 물었더니 초코설기떡케이크를 오물오물 먹으며 ‘엄지척’을 내보였다. “우리 학교의 자랑!”(이세연양) “삶의 낙이에요.”(김수완양) “학교 오는 이유요.”(전지원양) 뒤돌아서면 배고픈 10대들에게 급식은 학교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2016년 경기교육청의 의뢰로 명지대 산학협력단이 도내 초·중·고교생 23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급식 만족도가 1점 증가할 때 ‘학교 행복감’은 0.432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들의 ‘급식 레시피 경연’을 그리는 tvN ‘고교급식왕’(6월 방영 예정)을 연출하는 임수정 PD는 “10대들에게 급식은 배를 채우는 식사 그 이상”이라면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이자 졸업을 하면 다시 경험하기 힘든 추억”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들이 NEIS에서 가장 많이 열람한 자료는 주간 식단(2742만 6000여건)과 월간 식단(2442만 7000여건) 등 급식 식단이었다. 학사 일정과 스포츠클럽 등 다른 자료들의 열람 건수가 0건에서 5000건 사이인 것을 보면 학생들이 NEIS를 이용하는 건 오로지 급식 식단을 확인하기 위함인 셈이다. “오늘 급식은 뭐지?”라는 궁금증은 ‘식단 알려주는 앱’이 해결해 준다. 개별 학교의 급식 식단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나 위젯, 챗봇 등 모바일 서비스가 10여종에 달한다. 웹페이지 및 챗봇 개발 기업 ‘더블인터넷’의 박승한(19)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급식 식단을 알려주는 챗봇 서비스 ‘급식몬’을 개발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급식몬을 친구로 추가하고 자신의 학교를 등록하면 메신저 대화창에 식단이 나타난다. 박 대표는 “급식 메뉴를 확인하는 건 단순히 메뉴에 대한 궁금함이 아닌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했다.10대들은 다른 학교의 ‘급식스타그램’에 열광하고 학교 급식에 대한 의견을 적극 내놓는다. 경기 파주 세경고와 전북 익산고, 서울 해성국제컨벤션고 등은 ‘급식스타그램’으로 전국 10대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SNS에서 공유되는 이들 학교의 급식에는 치즈 퐁듀, 가츠샌드, 에그타르트, 바질페스토 파스타 등이 등장한다. 유진솔(16)양은 “SNS에서 유명한 급식 메뉴를 보면 친구들과 ‘부럽다’며 댓글을 주고받는다”면서 “‘우리도 저런 메뉴 해달라’고 영양사 선생님께 말씀드리거나 급식 건의함에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영양교사와 영양사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학생들은 대체로 고기와 튀김, 달콤한 디저트를 선호하지만 식생활 교육으로서의 급식은 ▲전통 식문화 계승 ▲친환경 식재료 사용 ▲영양 균형 ▲저열량·저염·저당 등의 원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 삼성초 정명옥(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양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 영양교사는 “화려하고 맛있는 급식은 가공식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맛있는 급식’과 ‘교육 급식’의 딜레마에서 영양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정 교사는 “영양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에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급식을 매개로 한 교육”이라며 “또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넓히는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열린 급식’을 추구하는 학교들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의 공립학교는 조례에 의해 학교운영위원회에 급식소위원회 구성이 의무화돼 있다. 학부모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길음중은 여기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다. 길음중 급식소위에는 학생회에서 추천한 학생 3명이 포함돼 학생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장어 반찬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원하는 학생들도 있으니 조리법에 변화를 주자” 같은 의견이 오간다. 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번 90%를 넘는 비결이라고 학교는 자부한다. 이두희 길음중 교장은 “급식에서도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는 819개 학교에 ‘교육급식부’가 마련돼 학생들이 급식 운영 전반에 참여한다. 성남 운중고에서는 교육급식부가 매달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식단을 조사해 다음달 식단표에 반영된다. ‘세계음식의 날’, ‘절기음식의 날’ 등에 제공할 메뉴도 학생 의견을 수렴한다. 잔반 줄이기 캠페인과 전통 식문화 체험 등을 통해 바람직한 식생활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 “도토리묵국을 처음 제공했는데 학생들이 생소했는지 많이 남겼어요. 그런데 이후 실시한 희망식단 조사에서 1위로 뽑혔어요. 꾸준한 소통 덕에 학생들이 전통 한식도 좋아하게 됐죠.” 구연희 운중고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를 제안하면서도 가공식품과 고열량 메뉴는 피하는 등 급식에 적합한 메뉴를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채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학교 급식에도 채식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채식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있는 데다 채식을 통한 건강 회복과 교육적 효과라는 장점도 있다. 광주 북성중과 전남공업고는 2012~2017년 주 1~2회 채식을 실시하는 ‘채식 선택 급식’을 운영했다. 광주 풍영초는 이 같은 채식교육을 실시한 뒤 학생 1000명 중 100명이 채식을 신청했다. 이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학생 78.4%와 학부모 82.5%, 교사 90.2%가 ‘매우 만족·만족’이라고 답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의 편식과 아토피나 비염, 면역계 질환 등의 개선을 장점으로 꼽았다. 채식 시민단체인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전남대 명예교수) 대표는 “채식을 통해 동물 학대 개선과 탄소 배출 감소 등 사회적 변화를 깨닫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누적 판매부수 400만부를 넘긴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중국 땅을 밟았다. 중국 고대국가들의 본거지인 관중평원에서 시작해 하서주랑과 돈황 명사산에 이르는 2000㎞ 여정, 불교미술의 보고인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들을 탐사한 기록을 담았다. 중국문명의 태동과 여러 민족들의 투쟁,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해 온 실크로드의 역사가 재현된다. 각 348쪽. 각 1만 8000원.남방큰돌고래(안도현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저자가 내놓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불법으로 포획돼 매일 ‘쇼’를 해야 하는 신세였다가 자유를 찾은 남방큰돌고래 이야기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제주 바다로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180쪽. 1만 2500원.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전영백 지음, 한길사 펴냄) 20세기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을 품은 전시들의 역사와 맥락을 짚어낸 저작. 야수주의와 입체주의를 시작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도발적인 시도로서의 ‘첫 전시’를 조명, 그 배후에서 미술사를 움직인 작가와 비평가, 딜러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560쪽. 3만 2000원.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스티븐 프라이 지음, 이영아 옮김, 현암사 펴냄) 영국의 유명 배우이자 작가인 저자가 써내려간 다시 읽는 그리스 신화. 가장 신선한 대답에 점수를 주는 퀴즈쇼 ‘QI’를 진행했던 저자는 2세대 신들인 티탄족과의 전쟁을 끝내고 함께 싸워 이긴 다른 신들에게 영역을 나눠 주는 제우스를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 끝낸 최고경영자’로 묘사한다. 528쪽. 1만 9500원.우리도 교사입니다(박혜성 지음, 이데아 펴냄) 국공립 중·고교 교사의 12%, 사립학교의 20%에 달하지만 ‘기간제’라는 이유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선생님들의 이야기. 방학 때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1년 중 여름·겨울방학을 제외한 9개월만 계약을 맺고, 고용을 미끼로 한 성희롱이 빈번하게 행해지는 부끄러운 학교의 모습을 고발한다. 232쪽. 1만 5000원.할리우드(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열린책들 펴냄) ‘미국 문단의 안티 히어로’인 작가가 자신의 분신 같은 인물을 등장시킨 자전적 소설. 시나리오 집필 의뢰를 받고 할리우드에 입성한 작가 헨리 치나스키의 인생 황금기를 다뤘다. 352쪽. 1만 3800원.
  • 역사문화 표석 특별전 ‘3·1운동과 임시정부의 표석 이야기’, 오는 26일까지

    역사문화 표석 특별전 ‘3·1운동과 임시정부의 표석 이야기’, 오는 26일까지

    전국역사지도사모임은 독립운동과 연관 있는 표석 이야기를 주제로 한 ‘역사문화 표석 특별전-3·1운동과 임시정부의 표석 이야기’(포스터)를 오는 26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고 3일 밝혔다. 전국역사지도사모임이 주최·주관하고 서울도서관·유씨북스가 후원하는 이번 특별전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 교양서적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유씨북스 펴냄)의 출간과 함께 열리는 행사다.‘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는 3·1운동에서 임시정부로 이어지는 독립운동의 흐름과, 그 길을 걸은 사람들의 현장 기록을 엮은 책이다. 3·1 독립운동의 만세 시위 현장, 무장 의거 현장, 독립운동 지도자들의 공간, 독립운동 단체들의 공간, 일제 침탈의 현장 등 표석 54개와 테마별 표석 답사지도 8장을 실었다. 또한 만세 시위자, 무장투쟁가, 계몽운동가, 여성 운동가, 대한외국인 등 혁명 현장 기록 사진 179장과 주석 537개를 수록했다. 전국역사지도사모임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은 서울시 안에 있는 표석 중 3·1운동과 임시정부 등 독립운동과 연관이 있는 표석·표석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며 “그 표석 이야기를 통해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 식민지하에서 불꽃처럼 일어난 독립운동의 역사 및 독립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김영하 ‘여행의 이유’ 베스트셀러 1위

    김영하 ‘여행의 이유’ 베스트셀러 1위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문학동네)가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는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4월 4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여행의 이유’가 전주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고 3일 밝혔다.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도 이 책이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책은 김 작가가 여행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9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집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끈 게 책의 판매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에서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와 ‘아주 작은 습관의 힘’(비즈니스북스)이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밖에 홍춘욱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로크미디어)가 출간과 함께 4위에 올랐다. 아동만화 시리즈 ‘좀비고등학교 코믹스’(겜툰)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중국편’(창비)도 각각 6위와 10위에 진입했다. 예스24에서도 홍 작가의 책이 3위를 차지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추리 동화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과 카레 사건’(아이세움)이 지난주보다 한 계단 오른 5위를 차지했다. 좀비고등학교 코믹스 12는 9위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달랑 205원 50전에 낙찰돼 사라진 돈의문…그 애환과 마주하다

    달랑 205원 50전에 낙찰돼 사라진 돈의문…그 애환과 마주하다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의 기억 보관소, 서울미래유산 현장을 찾아가는 ‘2019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가 2일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는 지난달 27일 제1회 돈의문 안과 밖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21일까지 모두 35회에 걸쳐 매주 말 서울 곳곳을 샅샅이 누빌 예정이다. 올해는 지역별 유형유산 탐방 횟수를 줄이고 문학과 영화, 대중가요 등 서울의 내밀한 과거를 품은 무형유산의 비중을 넓힌 게 특징이다. 시와 소설은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정비석의 ‘자유부인’,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 박완서의 ‘나목’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체취가 묻은 작품 현장으로 떠난다. 이만희의 ‘귀로’, 유현목의 ‘수학여행’ 등의 영화와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 같은 대중가요도 탐방의 대상이다.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출신 베테랑 해설자 18명이 돌아가면서 해설을 맡는다. 답사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된다. 7월 27일부터 8월 24일까지 5회는 무더위를 피해 야간 투어를 한다. 국내 도보답사 프로그램 중 최초로 도입한 오디오가이드 시스템을 이용, 품격 있는 탐방 환경을 제공한다. 참가 신청은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kr)의 참여하기 코너에서 답사 신청을 하면 된다. 매주 월요일 40명을 선착순 무료로 모집한다. 참가자가 투고한 견문기는 서울신문 매주 목요일자에 게재한 뒤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한다.2019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회 ‘돈의문의 안과 밖’이 지난달 27일 광화문과 순화동 일대에서 산뜻하게 돛을 올렸다. 새로 지은 새문안교회 앞에서 모인 참가자 40여명은 구세군회관 생명의 말씀사~경희궁~돈의문박물관마을~4·19혁명기념도서관~임시정부 서울 연통부지~소덕문 터~평안교회로 이어지는 코스를 두 시간여 동안 탐방했다.우리가 보통 서대문이라고 부르는 문의 원래 이름은 돈의문(敦義門)이다. 돈의문은 애환이 많은 문이다. 4개의 대문 중 가장 늦게 지어졌고, 제일 먼저 헐렸으며, 유일하게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했다. 서대문구에는 서대문이 없다. 돈의문은 중구에 속하기 때문이다. 돈의문의 비극은 풍수학자 최양선이 경복궁 좌우 팔에 해당하는 창의문과 돈의문의 사람 통행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태종이 받아들여 문을 폐쇄하면서 비롯됐다. 대신에 지금의 사직터널 부근에 새로 지은 문이 서전문(西箭門)이다. 세종 때 도성을 고쳐 쌓으면서 서전문을 막고 경교(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앞에 세 번째 문을 설치했다. 돈의문이 가장 늦게 지어진 까닭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문이라면서 신문(新門)이라고 적고, 새문이라고 읽었다. 지명에 ‘새문안길’이나 ‘신문로’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가끔 ‘막힐 색(塞)’ 자를 써서 ‘색문’ 또는 ‘새문’이라는 기록도 나온다. 조선 개국공신 이숙번의 집이 돈의문 앞에 있어서 번잡함을 막으려고 문을 폐쇄했다는 야사에서 나왔다. 성문을 막은 집이라는 ‘색문가’(塞門家)라는 표현이 색문 또는 새문이라는 속칭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1614년 이수광이 쓴 최초의 백과사전 ‘지봉유설’에 보면 “팔문(八門)의 정남은 숭례라 하며 속칭 남대문이라 부르고, 정북은 숙청이라 부르고, 정동은 흥인이라 하며 속칭 동대문이라 부르고, 정서는 돈의라 하며 속칭으로 신문(新門)이라 부르고, 동북은 혜화라 하며 속칭은 동소문이라 부르고, 서북은 창의라 하고, 동남은 광희라 하며 속칭으로 남소문이라 하고, 서남은 소덕이라 하며 속칭 서소문이라 부른다. 또 수구문이 있어 이 양문(소덕문과 광희문)으로 장사 지낼 사람이 나간다”고 썼다. 그렇다면 서대문이라는 명칭은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기에 발간된 독립신문이나 대한매일신보 등 신문기사에도 이 일대를 지칭할 때 새문의 안쪽은 ‘새문 안’, 새문의 바깥은 ‘새문 밖’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미뤄 일제강점기 이후 서대문이라는 명칭이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1928년 마쓰다코가 지은 ‘조선만록’(조선총독부 간)에 “돈의문을 조선인은 신문, 내지인은 서대문이라 부른다”고 설명한 대목이 유력한 근거다. 돈의문은 왜 사라졌을까. 1915년 3월 7일자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낙찰된 새문 목재만 205원, 입찰자 10명 가운데 경성 염덕기가 205원 50전에 낙찰…”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경매에 부쳐진 돈의문은 나무 값만 받고 헐렸다. 명목상 이유는 성곽도시 서울의 간선도로망 정비를 통해 공간 구조 재편을 꾀한 경성시구개수(京城市區改修) 공사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1915년 9월에 열릴 예정인 조선물산공진회라는 박람회 개최를 성공시키고, 경복궁 안에 조선총독부를 신축해 식민통치를 굳히려는 속셈이었다. 경성시구개수 공사의 29개 노선 중 15번째 노선이 경희궁~서대문~독립문 노선이었다. 서울 서부 외곽의 주요 간선인 독립문에서 도심을 연결하는 전찻길을 넓히고 직선화할 목적이었다. 당시 서대문경찰서장이 ‘서대문의 존치를 바라는 조선인들의 여론’을 보고했지만 총독부는 철거를 강행했다. 문을 그대로 두고 도로를 내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돈의문과 문을 에워싼 성곽은 1915년 6월 시야에서 사라졌다.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임진왜란 때 왜군 선봉장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가 각각 입성한 개선문이라는 이유로 살아남았다. 돈의문은 중국 사신이 드나들었다는 괘씸죄 탓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입었는지도 모를 일이다.돈의문 밖은 1876년 조선과 일본 간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뒤 개항장인 인천 제물포에서 양화진을 거쳐 서울로 들어오는 제일 관문으로 부각됐다. 1882년 미국과 한미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이후 입국한 서양인 대부분이 이 길을 택했다. 돈의문에서 지척인 정동에 서구 열강의 공사관이 들어선 것도 편리한 교통 때문이다. 1899년 정동과 이어지는 서대문정거장~청량리 간 전차가 놓였고, 서대문정거장 옆에 서양식 스테이션 호텔(정거장호텔)이 들어서 외국인 선교사와 외교관, 상인들이 새문 밖으로 몰려들었다. 1900년 한강철교가 놓인 뒤에는 서대문정거장에 서울 최초의 기차역이 들어서면서 서울을 찾는 외국인은 정동과 새문안에 집결하다시피 했다. 새문 안은 서울의 기점이자 종점이었고, 새문 밖 경기감영 앞은 도성 밖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돈의문 안팎은 중국 가는 의주로에 이어 두 번째 황금시대를 맞았다.돈의문은 살아나지 못했다. 2009년 서울시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복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원형 복원의 어려움과 예산 문제에 부딪혔다. 종로~신촌~마포 간 교통 흐름을 해결하고 원래의 자리에 복원하려면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당시 지하차도 건설 비용은 1300억원 정도였지만 공사 기간에 우회도로를 마련하기 어려웠다. 복원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돈의문 대신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독립운동가의 집, 돈의문구락부 같은 16개 동의 전시관과 한지공예 등 9개 동의 체험관, 드라마갤러리 등 9개 동의 마을창작소가 시민들을 맞는다. 서울미래유산관도 있다. 옛 새문안 동네에 있던 집 63채 중 40채를 활용했다. 1년 내내 전시와 공연, 마켓이 열리는 참여형 공간이다. 구릉과 골목, 계단이 공생하는 이 마을은 돈의문도, 서대문도 아닌 새문안 마을이다. 마치 흘러간 시간의 섬처럼 갖가지 추억을 간직한 채 인왕산과 안산의 품에 깃들여 있다. 돈의문이 존재하지 않는 덕분에 돈의문 안과 밖은 구분이 사라졌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선호 연구위원
  • [김금숙의 만화경] 중국 답사와 33인 독립운동가

    [김금숙의 만화경] 중국 답사와 33인 독립운동가

    33인의 만화가가 33명의 독립운동가를 그려 낸다.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 해외 답사 2차팀은 상하이를 시작으로 난징, 항저우, 충칭, 광저우 일정을 잡았다. 지난 9일 낮 12시 30분 상하이행 비행기는 한 시간 이상이 지연됐다. 서둘러 상하이 임정으로 달렸다. 오늘 하루 30팀이 다녀갔단다. 문 닫기 직전이라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둘러보고 훙커우공원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 버스가 고장 났다. 공원에 5시 30분까지 입장해야 하는 탓에 빗속을 달렸다. 10분을 남겨 두고 입장한 공원은 온통 연두 초록이었다. 날은 이미 어둑해졌다. 공원을 지키는 듯 하얀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사흘 만에 상하이를 점령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일본이 3개월이 걸려 겨우 점령한 상하이에서 천장절을 기념한 것은 최고의 기회였다. 윤봉길은 이날을 위해 공원에서 과일을 팔며 수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만난 하얀 고양이의 할머니의 증조, 고조할머니에게 윤봉길은 먹이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오늘처럼 윤봉길을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몰래 훔쳐보기도 했을 것이다. 도시락 폭탄은 민간인까지 해칠 위험이 있어 물병 폭탄을 던졌다. 이때 절름발이가 된 시게미쓰 마모루는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전권대사로 항복 문서에 사인한 인물이다. 훙커우공원에는 윤봉길기념관도 있었다. 그 안에 거사 당일 아침의 사진 복사본이 걸려 있다. 그는 왼손에는 총을, 오른손에는 폭탄을 들고 있다. 곱게 빗어 넘긴 머리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사진 한 장을 자세히 보다 보면 꽤 많은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깊고 선한 눈빛이다. 1931년 4월 29일. 윤봉길 의거 후 세 시간 만에 일본군은 상하이 임시정부를 덮쳤다. 중국도 못 한 일을 한국인인 윤봉길이 해낸 덕에 임정 사람들을 항저우로 피신시키는 데 장제스의 배려가 있었다고 한다. 중간에 합류한 김명섭 선생님께서 이동 중에 말씀해 주셨다. 이때 상하이에 흩어져 있던 80여명의 임정 사람들과 가족들이 무사히 서류 정리까지 하고 피신을 했다.항저우 임시정부청사를 찾아 둘러보았다. 서호는 아름다웠지만, 함께 배를 탄 단체 중국인 가이드는 몹시 소란스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인구 4000만의 충칭에서 한인 거주 옛터인 토교에 갔다. 여기서 밭을 일궈 임정 요원들과 조선의열단 가족들이 밥을 먹고 지냈으리라. 충칭은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서 일본이 폭탄을 정확한 장소에 떨어트리지 못했다. 바람이 없어 숨쉬기도 어려웠다. 이 때문에 70여명의 임정 한인들이 폐암으로 죽었다. 김구의 큰아들인 김인 또한 같은 이유로 죽었다. 충칭 임정의 중요한 성과는 1941년 9월 17일 창립식을 가진 광복군을 만든 것이고, 다음해인 42년에 김원봉과 김구가 좌우합작 연합정부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광저우에 폭우가 쏟아져 비행기 시간이 늦춰진 덕에 조선의용대 대장이었던 김원봉 열사가 3년간 부인과 살았던 옛 집터를 찾았다.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돼 곧 사라질 예정이니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그의 옛집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말수가 적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유일하게 홀로 의열단 단원 전체를 알고 있었고, 결심하면 상대방을 꼭 의열단원으로 만들고 마는 그가 살았던 시장 거리를 거닐며 그를 보았다. 그의 집 벽돌이라도 하나 짊어지고 올걸. 아쉬운 마음만을 챙겨 광저우로 향했다. 광저우에서는 황푸군관학교를 보았다. 중산대학은 유감스럽게도 들어갈 수 없었다. 답사 기간에 훌쩍이던 눈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바로 1927년 반국민당 정부 무장봉기에 참여했다가 희생된 150명의 의열단 조선 청년들을 기려 세워진 광주기의열사능원의 ‘중조 인민 혈의정’ 앞에서였다. 백 년 전에 태어났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무엇을 위해 죽었을까. 이들의 나이 고작 20대였다. 22살의 나는 꿈을 찾아 프랑스로 떠났었다. 같은 날 저녁 8시 30분 인천공항에 착륙했으나, 백 년의 시차 속에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두고 몸만 돌아온 듯싶었다. 나는 33인의 독립투사들 중 1918년 러시아 백의군에게 총살된 알렉산드라 김에 대한 만화를 만들고 있다. 시간은 짧지만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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