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의 민주의정” 가능성 보였다/제155회 임시국회 뭘 남겼나
◎다수결로 현안해결,시비성 구태 탈피/「여야 공조」과시… 향후 정국운영에 관심/예산심의에 지역성 집착은 비판받을 소지
23일 사실상 폐회된 제155회 임시국회는 여야간의 새로운 협력모델을 선보임으로써 관심을 끌었다.
여야 동반자관계의 확립으로도 이해할 수 있고,다수결정치의 원칙이 처음부터 끝까지 적용된 국회라 부를 수도 있다.타협과 소수정파 존중의 모습,다수결에의 복종같은 교과서적이지만 구경하기 어려웠던 모습들이 17일간의 임시국회 회기를 일관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어진 주요사안들의 처리과정 거의 모두에서 이런 특징들은 발견되고 있다.
여야 공동으로 해방이후 최대의 경사로 표현한 유엔가입동의안(유엔헌장수락동의안)이 극히 이례적으로 여야 대표의 찬성토론과 함께 만장일치로 통과된 점이 우선 그렇다.4조1천9백85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이 절충과 타협을 거쳐 표결로 처리됐다.또 신민당이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던 한보특혜문제도 진통을 겪기는 했으나 진상조사소위안건을 정상적인 표결로 부결시키는방법으로 매듭을 지었다.
다수결 원칙의 확립과 유엔헌장수락동의안의 만장일치처리는 성격상 조금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유엔헌장수락동의안의 만장일치 처리는 통일과 외교문제에 있어서의 초당대처란 전통의 재확인이란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임시국회를 일관했던 타협,다수결원칙존중,초당대처는 거대여당의 절제와 소수야당의 냉정한 현실인식의 결과로 집약할 수 있다.나아가 이는 올들어 두차례에 걸쳐 행해진 지방자치의원선거 결과의 민의를 여야모두가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집권 민자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선거결과는 민자당에게 정국주도의 자신감을 선물한 대신 오만에 대한 경계를 증폭시켰고 신민당에게는 보수안정회귀로 가는 국민의사의 지향성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3당합당에 대한 평가이자 5월가투에 대한 평가이기도한 지방선거의 참패는 신민당에게 내우외환을 몰고왔다.민심의 이반과 이에따른 당내 지도력의 약화는 지도노선과 대권전략의 수정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대권전략의 수정필요성이 내각제개헌에 대한 새로운 입장표시로,지도노선의 수정은 일차적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타협과 다수 인정이라는 원내 전략수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선거결과에 따른 변신이 언제나 그렇듯이 신민당의 변신은 강요된 것이다.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선보인 타협과 상대방 존중,다수결에 의한 갈등해소의 원칙은 하나의 정치문화로 정착된 것은 아니다.그냥 그러한 정치문화정착의 가능성을 제시한 단계일 뿐이며 이런 긍정적 의정현상들은 언제라도 다시 옛모습으로 회귀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물리적 충돌없는 의사진행에 못지않게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민자당과 신민당 모두가 철저한 양당구도확립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희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하나의 축제일 수 밖에 없는 유엔동시가입동의안 찬성토론에서 굳이 민주당을 제외했다는 점과 정치자금법협상,예산심의에서의 민주당소외에서 이런 양당의 속셈은 읽혀지고 있다.신민당이 양당구도 정착을 바라는 것이야 상식일 것이다.그러나 우월적 위치에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민자당이 굳이 축제행사에서마저 민주당을 따돌린 점은 김영삼대표의 지지기반과 이기택총재의 그것이 겹친다는 점,대선정국을 양금구도로 끌어야하는 김대표측의 세밀한 계산이 작용한 결과로 이해해야 할성 싶다.
한보특혜시비에 대한 신민당의 무기력을 국회의 무기력으로 이해하려는 시각도 있다.이와함께 추경예산안 처리에서 나타난 양당의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한 담합,예산심의의 지역주의 대두라는 측면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이는 민자당보다 야당인 신민당에게 주어지는 비판이다.
당초 신민당은 추경예산안과 관련,정부원안에서 8천5백15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새만금 간척사업비등 1천1백50억원을 증액,약 6천억원을 순삭감하자는 입장을 폈다.그러나 신민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호남지역 사업비로 일부항목을 전환하는 선심에 만족,총액면에서는 정부원안을 통과시키는 원내전략을 구사했다.신민당의원들이 예결위 정책질의 과정에서 경제원리를 들어 팽창예산의 부당함을 역설하고도,그같은 재정운용원리와 「소신」을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배정과 맞바꿔 한푼의 국민부담감액도 이루지 못한것은 예산심의의 담합,예산심의의 지역주의 등장으로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두드러진 거여의 친절과 신민당의 「행복한 소수에의 자족」은 내년 대통령선거까지의 정치일정과 관련,매우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그것은 확정된것으로 여겨져 온 많은 정치일정들이 여야의 협상에의해 신기한 요술을 부릴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여권 최고 권력층의 의중이 실현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징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