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주대교 붕괴 계기 「구습관행」 예각분석
◎건설 부조리가 「부실」 부른다/업체별 담합… 「돌려먹기식」 수주 보편화/입찰 부조리/환경변화 대응 외면,공비확보책 인식/설계변경/기관점검 있을때만 현장감리 편법 동원/감리부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신행주대교 붕괴는 전날의 남해 창선대교 붕괴사고와 마찬가지로 「예고된」 재난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신행주대교의 경우 우선 일차적인 사고원인이 주탑사이에 설치된 임시교각이 중량을 못이겨 무너져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입찰과정에서부터 시공·감리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사고를 일으킬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공사를 따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실제 시공능력도 없으면서 신공법을 도입,덤핑으로 입찰에 뛰어들었다든지,현장에 기술도입처인 오스트리아의 기술진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현장감독이 상주하고 있었음에도 임시교각에 자재와 장비등을 쌓아 무리한 하중을 가하는 비정상적인 현장관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현장감리가 형식적이었다는 점등 건설업계의 관례화된 구습이 화근을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또 창선대교의 경우 단순한 사고나 기술적인 결함이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교각을 지탱하는 기초부분이 해류에 휩쓸려 떠내려가 다리가 지금까지 바닷물에 떠있었다는게 현지를 다녀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거대한 다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바닷물에 둥둥 떠있었음에도 다리의 윗부분만 보고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린 셈이다.주암댐 도수터널 붕괴사고등 올들어 잇따르고 있는 대형 건설공사의 원인및 문제점등을 진단해본다.
▷입찰◁
현행 정부발주 대형공사는 최저입찰제와 저가심사제를 병행해 시행하고 있다.본래 70년대까지만해도 최저입찰제를 적용했으나 1원짜리 입찰도 속출,결국 부실공사의 요인이 됨에 따라 80년대에 들어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는 부찰제로 바뀌었다.
부찰제란 발주기관이 산정한 공사비용의 85%선을 공사예정가로 설정,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제시한 금액중 공사예정가 이상이면서 이와 가장 근접한 금액을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드러리엔 「떡값」
그러나 부찰제는 부실공사를 예방하는 효과는 지닌 반면 업계의 기술개발이나 원가절감의 노력을 저해하는등 건설업계의 발전에 역행된다는 문제점 때문에 다시 최저입찰제와 저가심사제를 병행 실시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즉 입찰에 참여한 업체중 공사발주기관이 책정한 공사내정가에 가장 근접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게 우선권을 주되 그 금액이 공사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인건비·자재비등 경상경비를 근거로 한 직접 공사비 이하일 경우에는 저가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공사를 발주하는 조달청은 이를위해 건설업체를 도급순위에 따라 1,2,3,4군으로 분류한 뒤 다시 1군의 경우 약20개 업체씩 소그룹으로 나눠 공사발주 때마다 한그룹씩 입찰에 참여시킨다.그러나 실제 입찰과정에서는 같은 그룹에 소속한 업체가 모두 개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업체별로 순번을 정해 담합하는 소위 「돌려먹기식」으로 공사를 따내는게 현실이다.이때 공사를 따낸 업체는 들러리를 선 다른 업체에게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일정액을 떼어주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다.
○내정가 사전누출
또 최근 경기도 고양군의 국민학교 건설공사 낙찰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것처럼 공사내정가를 사전에 업체들에게 흘려주는 일도 건설업계의 고질화된 부조리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가 난 신행주대교 입찰때에는 이같은 최저입찰제나 저가심사제의 제한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벽산건설은 정부가 제시한 설계방식과는 다른 설계및 시공방식인 신공법을 내세워 발주당시 조달청의 공사내정가인 1백47억9백만원보다 싼 1백44억5천만원에 낙찰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즉 공사를 수주하겠다는 욕심으로 건설업 기술향상을 위해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신기술 우대정책을 교묘히 이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시공및 감리◁
대부분의 부실공사는 시공업체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있는 감리제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리전문업체제도가 정착된 선진국과는 달리 현행 감리제도는 시공업체가 감리업자를 선정토록 규정하고 있어 공사가 설계대로 진행되는지를 감시해야 할 감리자가 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또한 10억원을 초과하는 공사의 경우 감리자가 현장에 상주하게 돼 있음에도 실상 대부분의 공사장에서는 감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상부기관이나 외부기관의 점검이 있을 경우에만 임시로 감리자를 현장에 근무시키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게다가 정부발주공사의 경우 공사발주기관에서 현장감독관을 파견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장감독관의 현장근무수당이 월평균 30만원에 불과,업체의 「신세」를 지지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도 현장감독관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영세사에 재하청
이와함께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일괄시공이라는 계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중소업체에 다시 낮은 금액으로 공정별로 재하청하거나 무면허업자에게 하청을 줘 부실시공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보통 낙찰가의 80%선에서 하청이 이뤄지지만 재하청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하청업자에게 지급되는 공사비용이 30%선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현재 전국에서 아파트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서울 서초동 삼풍아파트의 경우 평당 1백26만원에 수주한 삼풍측이 우성과 현대등에 평당 60만원에 하청을 줘 건설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밖에 이번 사고에서는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무리한 공기단축도 부실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당초 올해말 완공예정인 신행주대교도 오는 8월15일 개통되는 자유로공사에 맞춰 공기를 앞당기도록 외부의 압력이 드셌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설계변경◁
건설업체들이 손해볼 것을 알면서도 덤핑을 일삼는 이유는 설계변경을 통해 추가공사비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단축 외압도
당초 설계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지반·기상조건등 자연적인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할 설계변경이 실제로는 공사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이 과정에서 설계변경을 허용하는 발주업체의 담당자와 시공업체 사이에는 뇌물이 오가는게 관례화돼 있다.현재 붕괴사고및 주탑균열로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 팔당대교의 경우도 그동안두차례에 걸친 설계변경으로 시공업체인 유원건설이 덤핑입찰로 인한 손해를 상당 부분 보전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가 난 신행주대교의 경우에는 시공업체인 벽산건설이 독자적인 공법과 설계를 제시했기 때문에 이러한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추가보전이 안돼 벽산측의 부실시공을 촉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