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전 아사히신문 미주총국장 칼럼 요지(해외논단)
◎일,미 경제재생 실험 배워야
동남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과 일본의 위기로 이어져 전후 최악의 세계경제위기를 초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후나바시 요이치(선교양일) 전 아사히(조일)신문 미주총국장이 주장했다.최근 아사히신문에 실린 그의 칼럼을 요약한다.
화폐가치와 주가폭락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아시아 전체를 휩쓸고 있다.
아시아 금융·외환위기라는 파도의 제1파는 태국바트화의 폭락으로부터 시작됐다.제2파는 한국 원화가치의 폭락 때문에 일어났다.한국·태국 등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홍콩과 중국으로부터 제3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무서운 충격파가 일본으로부터 일어날지 모른다.미국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은 지난 11일 미국주재 일본대사를 불러 “일본이 과감한 내수확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1970년대 영국의 전철을 밟을것이다.그렇게 되면 전후 최악의 세계경제 위기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내용의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당시 영국은 세계의 주요 경제대국이면서도 거액의 자본유출에 직면,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융자를 요청했다.미국은 70년대 영국과 같이 일본경제도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70년대 영 붕괴의 교훈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세계화 흐름속에 아시아의 경제통합이 이루어지며 과민한 연쇄반응을 일으킨 결과다.화폐가치와 주가의 폭락이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각국은 자국의 경제정책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상호 협의·조정해오지 않았다.94년의 중국 원의 평가절하와 95년이후 달러에 대한일본 엔저의 유발이 다른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했다.아시아의 통화정책은 제각각이다.
아시아는 ‘시장의 룰’도 애매하고 정부도 기업도 정보공개를 소홀히 해왔다.‘아시아는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세계 투자가들의 투매를 불러오고 있다.‘아시아의 기적’ 과정에서 주창됐던 아시아적 경제개발사상,정치체제론,사회질서관,국제시스템 구상 등이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 경제대국들도 아시아의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미국의 세계문제 관여정도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미국은 태국의 위기때 관망자세를 취했다.한국위기 때도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미국 1극 구조에 대한 불안감으로 동남아시아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홍콩달러를 팔려는 헤지펀드(투기자금)를 마치 흉노족의 침입과 같이 보며 외화관리강화라는 ‘만리장성’을 견고하게 하는데 바쁘다.중국의 국제경제시스템 참여는 아직 중반의 과정에 있어 이번 위기에서 중국은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이 아시아경제의 최대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그 과정에서 경제성장의 ‘기관차’역할도 외국제품을 수입하는 흡입판 역할도 하지못해 왔다.
○아시아주의 벗어날 때
지금은 일본경제 재생의 비전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그러나 편협한 아시아주의와 일본주의를 주입시켜서는 안된다.아시아도 일본도 세계의 ‘공존공영’이라는 큰 틀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위기는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 세계적으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세계는 90년대 미국 경제재생의 실험을 배워야 한다.미국은 저축 부족과 대외불균형 등 거시 구조는 불안정했으나 금융·정보·통신의 제3차 산업 혁명으로 대기업 붐을 이루었다.미국경제 부활의 근저에는 재기와 창업정신이 흐르고 있다.
도전에는 실패도 있다.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워 재기할 것인가.미국사회는 실패로부터 배워 ‘패자부활’을 하기 쉬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정보공개는 그러한 재기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미국과 비교할 때 일본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일본정부와 국회는 거품경제 붕괴후 경제실정의 조사보고서를 만들지 않았다.그러한 보고서가 있었다면 일본 보다 늦게 거품경제의 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 국가에 참고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창업 쉽도록 체제개혁
일본은 창업하기 어려운 사회다.과점,계열,담합,규제,정경유착 등이 창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일본은 창업이 쉬운 미국의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일본의 경우 특히 창업이 어려운 가운데 중소기업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이 우려된다.중소기업을 활성화(보호가 아님)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아시아 국가중에는 이번 위기를 관과 대기업 유착의 개발독재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경제·시장 민주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있다.일본은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지원할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