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3년 학습참고서 가격담합을 유도한 학습자료협회에만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담합으로 이익을 본 회원사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징계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습자료협회는 “문화관광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조치였다.”며 과징금 부과에 반발하고 있다.
8일 공정위는 2003년 참고서 가격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문화부의 행정지도를 받고 10개 회원 출판사업자들을 소집, 오히려 가격인상을 공동결정한 학습자료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 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회의에 참석한 교학사, 천재교육, 두산동아, 대한교과서, 디딤돌,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지학사, 금성출판사, 블랙박스, 창과창 등 10개 출판사는 경고조치만 받았다.
참고서값은 출판한 지 1년 이내인 책은 할인이 안 되고 인터넷 서점에 한해서만 10%가 할인되는 도서정가제가 2003년 2월 도입됐을 당시 최고 60%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치자 문화부는 협회에 참고서 값을 정가제 시행 전인 2002년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협회는 출판사들로부터 받은 가격자료를 참고해 쪽당 단가를 만들어 138개 회원사에 보냈다. 그러나 협회가 발송한 쪽당 단가는 출판사의 평균 가격보다 높다.
이에 대해 이원희 학습자료협회장은 “제시된 단가는 상한선”이라면서 “물가상승을 고려한다면 상한선을 설정, 값을 낮춘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문화부의 협조요청 공문을 받고 모임을 주도했는데도 5억원의 예산에 1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하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정위는 문화부의 행정지도 적법성 여부도 가려낼 계획이다. 공정위 허선 경쟁국장은 “문화부의 행정지도는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협회가 과징금을 낼 경우 회원사가 이를 분담토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서 회원사에 대한 분담명령은커녕,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았다. 특히 조사에 참가한 공정위 관계자들은 출판사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며 출판사들에 대해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제재 수준을 결정한 공정위 전원회의 참석자는 “심사보고서대로 결정할 경우 전원회의가 열릴 필요가 없다.”면서 “협회가 담합을 주도했고 출판사들은 협회가 주도한 모임 외에는 따로 만난 적이 없어 경고조치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