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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카드로 집안을 ‘반짝반짝’

    성탄카드로 집안을 ‘반짝반짝’

    불황이라 선물보다는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이 더 늘었다고 한다. 보내는 이의 마음은 고맙지만 카드는 곧 처치곤란한 쓰레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카드를 주고받으며 카드를 받는 순간의 감동을 오래 느껴보자. 의외로 간단한 인테리어 감각만 익히면 집안 곳곳이 마음이 훈훈해지는 연말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 카드를 이용한 트리와 리스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품은 반짝이 술과 금색, 은색 동그란 오너먼트(공 장식)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오너먼트 대신 크리스마스 카드를 달아보는 것도 좋다. 나뭇가지에 살짝 올려놓거나 금줄로 매달아 놓으면 끝. 카드 주변에 전구가 있으면 불을 밝혔을 때 예쁜 그림이 조명을 받으면서 더욱 화려한 모습을 연출한다. 벽에 매다는 원형 리스도 카드와 잘 어울린다. 포인세티아, 담장 넝쿨 등으로 장식된 원형 리스의 한가운데에 사랑하는 이가 보낸 카드를 활용해 포인트를 주면 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크리스마스 카드 박스 카드를 모아 갤러리 공간을 꾸미는 것이다. 신발장, 벽 면의 콘솔, 피아노 위 등의 공간에 받은 카드를 세워 놓기만해도 분위기는 달라진다. 카드를 전시할 때 보낸 이를 친지·친구·은사 등 그룹별로 나누거나 일러스트, 입체카드, 캐릭터 카드 등 테마별로 구분해 전시하는 것도 좋다. 곰, 산타인형, 빨간 양초 등 어울리는 소품들로 장식적인 요소를 더한다. 카드를 세워놓을 공간이 없다면 빈 벽면에 액자를 거는 것처럼 카드를 붙이는 것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탠드를 활용하거나, 간접조명이 설치된 곳을 이용하면 보다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 집안에 꾸미는 카드 갤러리 받은 카드 모두를 하나하나 장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심플한 공간을 유지하고 싶은 경우 카드 박스를 거실 한켠에 마련하는 것도 좋다. 크리스마스나 연하 카드의 경우 봉투가 빨강, 초록, 파랑 등 다채롭기 때문에 다양한 컬러봉투가 혼합된 카드박스 자체가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왕골 느낌의 라탄 소재 바구니나 예쁜 박스를 활용해 카드를 가까운 곳에 보관하며 생각날 때마다 읽어볼 수도 있다. 바른손카드 김성동 디자인 실장은 “카드를 받는 것은 즐거움이지만 쌓이다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카드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면 크리스마스 장식은 물론 보낸이의 마음을 집안에서 항상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그래픽 김송원기자 oksong@seoul.co.kr
  • 마라톤협상 5시간 20분만에 ‘相生’

    마지막 협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21일 열린 여야 지도부 4자 회담장 안팎에선 전례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회담 전엔 기선제압을 위한 신경전이 펼쳐졌고, 오후엔 한나라당이 내부 조율을 이유로 회담 속개 시간을 연기하는 등 여야는 하루종일 긴박감 속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오후 4시30분에 속개된 회담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자 합의에 이른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했다. 오후 협상이 3시간을 넘어서자 여기저기서 타결될 것 같다는 전망이 솔솔 새어나왔다. 오후 7시40분을 넘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화장실을 가면서 “곧 발표할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막판 대타협이 이뤄졌음이 알려졌다. 결국 양측이 총 5시간20여분에 이르는 마라톤 협상 끝에 오후 8시20분에 이르러서야 합의가 성사됐다. ●여 강경파 강력 반발 일단 국회 정상화에 여야는 고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합의문 해석을 놓고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은 4대 법안 등 쟁점법안에 대한 연내처리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합의처리가 안 되면 표결처리라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상식적으로, 합리적으로,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 중이던 1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합의문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김덕룡 원내대표가 직접 회의장에 붙어 있던 ‘국보법 폐지 즉각 철회하라. 한나라당 의원 일동’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제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당내 강경파들이 반발했다. 지난 20일부터 4대 법안 연내처리를 주장하며 국회 농성에 돌입한 장영달 의원 등은 합의문 내용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봉주 의원은 “한나라당에 다 줬다.”면서 합의문을 ‘노비문서’라고 폄하했다. 특히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쏟아져 22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격한 논쟁이 예상된다. ●한때 ‘기선 제압’ 신경전 오후 회담은 당초 3시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한나라당측의 연기로 1시간 늦게 시작됐다. 특히 열린우리당측에서는 오전 회의 시작 뒤 점심시간 없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박 대표의 개인일정으로 정회됐다. 박 대표는 국회 인근 음식점에서 지난 총선 당시 도움을 받은 설운도씨 등 연예인 몇명과 점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속개 시간이 다가오자 여야는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간에 맞춰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협상장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내부 이견 조율을 이유로 “4시30분으로 연기하자.”고 제의해 왔다. 오전 협상에서 여당측으로부터 ‘모종의 제안’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었다. 박준석 김준석기자 pjs@seoul.co.kr
  • [교육 in]우수시설 학교 가봤더니

    [교육 in]우수시설 학교 가봤더니

    학교가 변하고 있다. 학교 하면 떠오르는 사각틀의 건물과 덩그런 운동장, 방과 후에는 굳게 닫힌 교문…. 이제 학교는 이런 전형적인 이미지를 깨고 있다. 담장도 허물고 있다. 종합 문화·학습 공간으로 탈바꿈해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13일 학교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는 ‘2004 우수시설학교’ 14개교를 선정, 발표했다. 설계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등촌고등학교와 시공부문 우수상을 받은 광진초등학교를 찾았다. ■ 설계부문 최우수 서울 등촌고 학생들에겐 양질의 교육 공간으로, 지역주민에겐 복합 생활·문화 공간으로. 강서구 등촌동 등촌고등학교(www.dch.hs.kr)는 미래형 학교 모델의 전형을 보여준다. 학교가 변하면 사람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면 세상이 변하듯이, 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바람직한 하드웨어를 갖춘 학교가 바로 등촌고다. 등촌3동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이 학교는 담장을 없애 마을과 학교의 경계가 없도록 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학교 동쪽에 주출입구가 있지만 동·서·남·북이 모두 열린 ‘개방형’으로 학생들은 사방으로 드나들 수 있다. ●담장 없는 사방이 ‘열린공간’ 학교에 들어서면 파스텔톤 건물 세 채가 한 눈에 들어온다.4300여평 대지 위에 남쪽으로 창을 낸 4층 건물과 북쪽 5층 건물, 동쪽 2층 체육관이 있고 이 가운데 운동장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들은 미래형 학교를 위해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행정관리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남쪽 4층 건물은 학교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공간과 교실 외 교육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북쪽 5층 건물은 일반 교실로만 사용한다. 올해 처음 개교해 1학년 학생 500여명만 교실을 사용하고 있다. 교실의 반 이상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남쪽과 북쪽 건물은 연결 복도로 이어져 있으며 남쪽 건물은 동쪽 체육관과 연결돼 있다. 행정관리동에는 교장실과 행정실, 교사 연구실, 도서실, 어학실, 세미나실 등이 있다. 교사 연구실은 교과목별로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구실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사 연구실은 9곳으로 교수·학습 준비실 및 연구공간으로 꾸며졌다. 연구실마다 수업에 필요한 학습 자료를 준비할 수 있는 2평 규모의 학습준비 공간도 있다. ●수업방해 않게 교실과 행정동 따로 약 20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100평 규모의 2층 정보도서관은 자율 학습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터넷 검색대를 확충해 인터넷 카페를 만들 예정이다.40여대의 컴퓨터를 갖춘 3층 어학실은 디지털 어학학습기를 설치해 효과적인 어학실습을 할 수 있다. 영어 과목의 ‘말하기·듣기’는 이곳에서 수업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직접 녹음할 수 있고 다른 친구들이 녹음해둔 내용도 들을 수 있다. 또한 교사가 자율학습 프로그램 네 가지를 웹에 띄워두면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콘텐츠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웹상에서 체크할 수 있다. ●건물 사이에 생태공원 만들어 행정과 학습 공간을 구분해 둔 이유는 학교를 주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서다. 등촌고는 250여평 규모의 체육관과 도서관, 어학실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등촌동 배드민턴 동호회원 40여명은 일주일에 3차례 학교 체육관을 찾는다. 농구 동호회원 20명도 토·일요일에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즐긴다. 체육관 2층을 나서면 바로 학교 정보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운동을 마친 주민들은 책을 빌려가거나 앞으로 만들어질 인터넷 카페에서 필요한 업무를 볼 수 있다. 등촌고는 주민들에게 배움의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 7월 2주 동안 지역 주민들 30여명을 대상으로 학교 컴퓨터실에서 무료 컴퓨터 기초 강좌를 열었다.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신청자를 받았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다. 내년부터는 무료 컴퓨터 강좌뿐만 아니라 영어 강좌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체육관과 학교 식당도 각종 이벤트 장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학교 체육관에서 결혼식은 물론 동호회의 발표회·총회, 소그룹 세미나를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종합 생활·문화 공간의 역할을 할 행정동은 학습공간과 분리돼 있어 수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체육관·식당등 주민 이벤트장으로 또 학교 곳곳에 생태공원을 조성해 학생과 마을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행정동과 일반 교실 사이에 자리한 70여평 규모의 생태공원에는 연못과 산책 코스가 있다. 연못에는 비단잉어, 우렁이, 부레옥잠 등 수생생물 10여종이 살고 있어 생물시간의 실습장으로도 활용된다. 또 옥상 공원에는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할미꽃, 섬백리향, 미역취, 돌마타리, 구절초, 벌개미취 등 20여종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어 휴식공간과 자연학습장의 두 가지 역할을 함께하고 했다. 등촌고 고필곤 교장은 “미래의 학교는 지역사회에 봉사해야한다.”면서 “학교에 대한 개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학교 건축 양식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시공부문 우수 서울 광진초 “잘 지은 학교 하나 열 문화센터 안 부럽다.” 광진구 구의2동 광진초등학교(www.gwangjin.es.kr)는 학교가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선도자(cultural leader)’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광진초등학교는 2400여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3500여평 규모로 현대식 문화센터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부채꼴 모양의 이 학교는 부채꼴의 호 부분이 남쪽으로 향해 있어 자연채광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체 건물에 햇빛이 훤하게 들고 광진초등학교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열린 교실’이라는 점이다. 교실별 이동수업을 쉽게 할 수 있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실 30여개를 복도와 구분 없이 설계했다. 학생들은 일반 학교보다 1.5배 넓은 교실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초등학생들은 신체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이인 만큼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지난해 9월 광진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구의초등학교에서 전학 온 6학년 박근주양은 “교실 바닥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오목도 두고 공기놀이도 할 수 있어 좋다.”면서 “전에 다니던 학교보다 공간이 넓어 마음도 넓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현재는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교실에 간이 칸막이를 설치했지만 교실의 구조 자체는 열려 있어 깔끔하고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모든 교실 복도공간 없애 널찍 광진초등학교는 학습공간뿐만 아니라 놀이공간의 역할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초등학교라는 특성을 감안, 70여평 규모의 놀이공간을 두 곳에 꾸몄다. 바닥엔 우레탄을 깔아 어린이들이 넘어지고 부딪히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했다. 학교 곳곳에 600여 그루의 나무와 40여종의 야생화를 심어 도시에서만 자란 어린이들이 나무와 꽃과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 동의초등학교에서 전학 온 5학년 이동주 군은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학교에 남아 신나게 축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깔끔한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상위험 없는 놀이방 2곳 설치 또 광진초등학교는 장애인을 위해 학교의 모든 공간을 세심하게 설계했다.5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며, 학교의 모든 공간에는 문턱이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모든 화장실에도 장애인용 좌변기가 설치돼 있다. 이런 장애인을 위한 배려로 장애인이 정상인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주는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광진초등학교에는 열린 교실 외에 체육관, 시청각실, 도서실, 과학실, 실과실, 음악실, 미술실, 영재교육실, 체력단련실, 생활예절실, 학년자료실, 수준별 학습실 등 32개 특별 공간이 있다. 이런 다목적 특별활동실은 학생들에게는 학습 공간으로, 지역주민들에게는 복합 생활 문화 공간으로 활용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방과 후에 문화공간으로 제공되는 학교 시설을 100% 이용하는 것이다. 이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원 100여명은 매일 아침·저녁 이 학교 체육관을 찾는다. 인근 아차산에서 운동을 해왔던 동호회원들은 비오는 날에도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 또 이 학교는 마치 백화점의 문화센터처럼 11개 과목 특강을 개설해 220여명의 학부모와 지역주민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청각·음악실등 주민들에 개방 전문강사가 가르치는 요가, 댄스 스포츠, 뜨개질, 분재, 부부댄스 스포츠, 유리구슬 공예 등은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1년에 두 차례 가정통신문을 배포, 학부모를 중심으로 취미 교실 희망자를 선착순으로 선발한다. 쾌적한 교육 환경에서 한 달에 1만∼2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전문 강사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와 가까워져서 학교 교육에도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시청각실, 체육관, 운동장, 다목적 교실은 늘 주민들에게 열어둔다. 유치원, 학원, 교회 등의 학예 발표회와 체육행사에도 빌려준다. 주차 공간도 제공한다. 한달에 2만원 가량의 주차료를 내고 동사무소에서 주차증을 받아 이 학교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주민 40여명이 학교 주차장을 쓴다. 윤석구 교장은 “학교가 복합 생활·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행정 지원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성전을 단장하며/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9월에 시작한 성전 보수 작업을 이제야 마쳤다. 새로 짓기보다 더 힘들다더니 정말 그런 거 같다. 처음에는 발주를 하려고 업체와 상의하고 준비를 했었는데, 구석구석 손질해야 할 일이 자꾸 생길 게 뻔하고 행여 비용 마찰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어 직영을 하기로 했다. 신심있고 성실한 교우를 불러서 고쳐가면서 상의하고 결정하기로 하고 무작정 시작했다. 불교에서는 수행자들이 살림에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서 건축, 재정 같은 일은 사판승이 전담한다고 친구 스님께 들은 적이 있다. 팔자에 없는 공사 감독을 하고 있으려니 신부가 성당 짓고 돈 걱정하는 것은 할 일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판사판을 분리한 불교의 운영방식이 대단히 현명한 구조인 것 같다. 이제까지 선배 사제가 고생해서 지어놓은 성당에서 손도 안 대고 거저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들고 누군가의 노고에 감사했다. 개보수 작업을 마무리해놓고 보니 20년 동안 낡고 너저분한 건물이 깔끔해지고 새로운 분위기를 갖게 되어 청소년에서 노인들까지 모두 좋아한다. 역시 건물도 사람도 가끔은 깔끔하게 단장도 하고 미장원에도 가고 거울도 보고 새 옷도 한 벌 장만하는 일은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철거, 토목, 조적, 목공, 석재, 페인트, 집기, 장비와 잡부 구하기…. 참 일도 많았다. 디자인 시대라던가? 설계도 없이 시작한 일이라서 구조건 컬러건 선택하는 일이 같은 비용이라도 기품있는 모양새를 내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공사라곤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어야 하는데, 돈도 안 생기는 일에 매번 아무 때고 그렇게 응해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전문가보다는 목공이건 페인트건 각 분야마다 현장 일을 오래 해온 인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건축 현장의 인부들은 침묵 속에서 일한다. 어디를 어떻게 고치건 흰색이건 붉은 색이건 감독이 요구하는 대로 칠해주고 돈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놀라운 비밀이 있었다. 내가 진지하게 조언을 구하자 침묵 속에 일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말해 주었고 나는 그들의 말을 따랐다. 전문가가 제시했던 것보다도 훨씬 좋은 모양새가 나왔다. 담장을 헐고 낮은 정원석을 놓았는데 돌 쌓는 기술자가 이틀째 날에 말도 없이 나오지 않았다. 조경을 맡은 분이 어쩔 수 없이 보조하는 일꾼과 포클레인 기사와 상의해 가면서 돌을 놓았다. 결과는 기술자가 쌓았던 곳보다 더 아름답게 되었다. 불경스럽게 들릴지 모르나 기술자란 이름으로 일당은 많이 받고 손가락으로 지시만 하던 그가 사이비처럼 느껴졌다. 현장 일꾼들은 항상 설계자와 감독이 시킨 대로 일하고 돈만 받으면 그만이었지만, 그래도 자기 노동이 낳은 모양새에 대한 나름대로의 눈과 평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제까지 자신들의 생각이 반영될 일도 없고 결정권의 기회도 없었을 뿐이었다. 우리 성당 공사는 노동자의 침묵 속에 닫혀있던 비밀을 풀어 이루었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감사한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종교의 전문가로 행세하는 나도 침묵의 눈으로 지켜보고 평가하는 교우들이 있음을 새삼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정치가, 지도층, 전문가 집단들도 정말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갖추기에 노력해야 하고, 말없이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비밀의 눈이 있음을 각성하고 존중했으면 좋겠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도심서 맛보는 ‘초가집의 추억’

    어릴 적 할머니의 이야기 꽃이 피어나던 초가집의 추억을 도심 속에서 맛볼 수 있게 됐다. 양천구(구청장 추재엽)는 16일 목1동 406에 초가집(대지 90여평, 건평 5평)을 완공했다고 밝혔다. 이 초가집은 구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한달가량 매달린 작품.300여만원의 예산으로 구입한 짚과 대나무, 목재 등의 자재로 초가집과 담장을 직접 만들었다. 장독대에는 가정집에서 버린 항아리를 놓고, 벽에는 시래기도 걸어 놓는 등 외관 장식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공원녹지과 박동순 과장은 “내년 봄에는 초가집 주변에 각종 호박과 파, 무 등을 심어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儒林(240)-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40)-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이러한 자공의 약점을 파고들었던 대부 숙손무숙은 특히 집요해서 자공의 방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공자를 비방하여 자공의 마음을 떠보고 있는데, 이 장면이 논어에 다음과 같이 나오고 있다. “숙손무숙이 공자를 다시 비방하였다. 이에 자공이 말하였다. ‘그러지 마시오. 선생님은 비방할 수가 없는 분입니다. 다른 현명한 사람은 언덕과 같아서 누구나 넘어갈 수가 있으나 선생님은 해와 달 같은 분이어서 아무나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비록 남들이 자기 스스로 선생님의 가르침을 끊으려 한다 하더라도 해나 달에게 무슨 손상이 있겠습니까. 그러는 사람들의 분수를 모름을 더욱 드러내게 될 따름입니다.’” 자공은 스승에 대한 비난을 ‘엿볼 수 없는 궁궐’,‘하늘에 이르는 사다리’,‘해나 달 같은 영원한 존재’라는 식으로 변호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공은 외교술과 치재에도 뛰어났을 뿐 아니라 자기 스승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신념을 갖고 있었던 인격자이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공은 공자가 죽자 다른 제자들은 3년 동안 복상을 하고 헤어졌는데, 자공만은 무덤 곁에 움막을 짓고 6년간이나 무덤을 보살폈던 제자 중의 제자였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말하였다. “지금 이 순간을 현재의 눈으로 보지 말고 먼 영원의 눈에서 현재를 보라.” 자공은 스피노자의 말처럼 스승 공자가 해와 달 같은 영원한 존재임을 꿰뚫어 본 제자였으니 공자가 2500년 후인 오늘에도 해처럼 한낮에 빛나고 달처럼 한밤중에도 빛나고 있음은 그러한 제자들을 두었으므로 그의 사상이 계승 발전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는 다른 제자 자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뛰어난 무사였던 자로가 공자가 위나라에 머무르고 있을 때 분가하여 읍재로 나아가 포땅을 다스렸다. ‘공자가어’는 자로가 포땅을 다스리던 3년째 되던 해 공자가 그곳에 들렀던 인상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가 포땅의 경계로 들어오면서 말하였다. ‘훌륭하다. 유는 공경스러움으로써 신의가 있다.’ 다시 고을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하였다. ‘훌륭하다. 유는 충성되고 신의가 있으면서도 관대하다.’ 또 자로의 공소(公所)에 이르러 말하였다. ‘훌륭하다. 유는 밝게 살핌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한다.’ 이때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자공이 수레의 말고삐를 잡고 있다가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자로의 치적을 보시지도 않으시고 세 번이나 훌륭하다고 칭찬을 하셨으니 훌륭하다고 하신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이에 공자가 말하였다. ‘나는 그의 정치업적을 보았다. 이곳 경계 안으로 들어오니 밭갈이가 잘 되어있고 김이 잘 매어져 있으며 도랑이 깊게 잘 파져 있었다. 이것은 자로가 공경스러움으로써 신의가 있기 때문에 백성들이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곳 고을 안으로 들어와 보니 집과 담장이 훌륭히 손질되어있고 나무가 무성히 자라있었다. 이것은 자로가 신의가 있으며 관대하기 때문에 백성들이 구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자로의 공소에 이르고 보니 마당이 매우 맑고 한적하며 밑에 사람들이 맡은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다. 이것은 자로가 밝게 살피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자로의 다스림이 어지러워지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비록 세 번 훌륭하다고 칭찬했다고 하나 어찌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
  • [좋은도시 만들기](3)’담장’ 쌓은 임대·일반아파트

    [좋은도시 만들기](3)’담장’ 쌓은 임대·일반아파트

    “한 단지에 살지만 아이들의 등하굣길조차 서로 달라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성격이 비뚤어질까 걱정됩니다.” 2000여가구가 모여 사는 성북구 길음동 임대주택 동부아파트의 주민 정이선(43·여·가명)씨는 요즘 매일같이 단지내 이웃 주민들과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근의 미아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아들의 등하굣길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5분거리 학교를 20분 돌아서 다녀 동쪽으로 난 임대 아파트 정문만 통해서 다닐 수 있지 서쪽을 향하고 있는 일반분양 아파트의 정문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사이에는 철망 형태의 담이 설치돼 주민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초등생 80여명이 단지를 빙돌아 학교에 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5분거리를 20여분정도 더 돌아다니는 것이다. 정씨는 아이들의 등하굣길 불편을 덜어주고 싶어 실랑이를 벌이지만 혹시 아이들에게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갈등으로 비쳐져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지 않을까 마음이 아프다. 이 곳 아파트내 300가구의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아이들의 이런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벌써 2개월 넘게 한 단지내 일반아파트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쪽문설치를 요구하는 집회도 해보고 서명작업도 펼쳐봤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유지’ 핑계 쪽문설치도 반대 주민 대표로 나선 이정원(50·여)씨는 “위험하다, 사유지라서 안 된다는 등 갖가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있다.”며 “이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같은 단지의 이웃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이씨의 말처럼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대부분은 이런 억울함과 불편을 삭이며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관악 드림타운, 두산아파트 등지에서도 여전히 임대와 일반아파트 주민들을 분리시키는 담장과 주차장 등으로 주민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용산구 도원동의 삼성 래미안아파트도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높은 담장과 서로 다른 출입구로 단절시켜 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임대=저소득층’ 편견 만연 우리나라에서는 ‘임대아파트=저소득층거주아파트’라거나 임대아파트 지역내의 학교는 문제가 있다는 식의 잘못된 편견까지 작용하고 있다. 임대와 일반아파트 주민간에는 재산상의 격차만큼이나 높은 장애물이 놓여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임대아파트를 별도로 배치하지 않도록 하는 ‘서울시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중개정조례안’을 의원발의로 상정, 통과시키는 등 임대와 일반 아파트주민간의 갈등을 없애는 노력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정호동(한나라당·노원1)의원은 “같은 단지내 어린이들도 임대와 일반아파트를 구분해 따로 어울리는 게 현실”이라며 “개선책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임대·일반아파트 주민간 갈등의 원인은 ‘집값 하락’을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과 같이 섞여 살기 싫어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원석 연구원은 “선진 외국의 경우 임대주택 주민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직업교육 및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웃이라는 공동체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문화행사나 봉사활동 등을 적극 지원해주는 행정적 뒷받침과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더불어 살기’ 은평뉴타운 첫 시도 다양한 계층이 모여사는 ‘소셜 믹스(Social Mix·더불어 살기)’가 국내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찬반론도 팽팽하다. ●같은 棟에 임대·분양가구 동시 배치 서울 은평뉴타운이 주목받는 이유중의 하나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짓기 때문이다. 은평 1구역의 아파트는 18∼60평형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분양아파트(2750가구)와 임대아파트(1471가구) 비율이 6대 4 정도이다. 특히 같은 동에 분양 및 임대가구가 동시에 들어서는 아파트도 상당수 배치됐다. 서울시 이건기 뉴타운사업반장은 “기존 재개발아파트도 임대아파트를 일정부분 포함하고 있지만, 단지가 다르고 상호교류가 단절된 상태여서 사실상 별도의 아파트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면서 “진정한 의미의 소셜 믹스는 은평뉴타운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국민임대단지안에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섞어 짓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 4월부터는 재건축단지내 임대아파트 건설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지난 11월 경기도 시흥능곡지구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첫 블록은 일반, 그 다음 블록은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했다. 찬성론자들은 여러 계층이 조화와 통합을 이룰 방법론적 대안을 ‘소셜 믹스’에서 찾고 있다.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박철수 교수는 “현재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민들은 라이프스타일과 성장단계에 따라 유목민처럼 이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소셜 믹스가 이뤄지면 정주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정주성이 지속되면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형성” “시장원리” 찬반양론 그러나 소셜 믹스는 부동산가격 하락 등을 우려하는 기득권층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이라는 소외계층의 현실적 주장에 막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떨어져 사는 게 나아 보인다.”면서 “건축과정에서 소셜 믹스를 꺼리는 시장원리를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박사는 “임대료를 임대주택의 종류가 아닌 입주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하면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쿼터제’를 도입해 특정 소득계층이 몰리는 현상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인위적인 소셜 믹스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평택대 도시계획학과 윤혜정 교수는 “신도시를 개발할 때는 소셜 믹스를 시도할 수 있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 과정에서는 기존의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 시범·시민·시영아파트 현황 시범·시민아파트에는 현재 전형적으로 저소득층이 살고 있다. 이들 주민은 국·공유지를 빌려 자신들의 아파트를 지은 대신 대부료를 내야 하나 지금까지 30여년간 한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공공용지 사용 대부료는 연간 공시지가의 5%이다. 또 공공용지를 무단으로 점유했을 경우 대부료의 20%를 얹은 변상금을 물어야 한다. 지방재정법은 채무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규정, 서울시 등은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의 대부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계약서에 관련규정을 담지 않아 (대부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관행적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아파트는 지난 1969년 국·공유지에 난립한 무허가건물을 정비하기 위해 서울시가 건물의 골조만 지어 분양한 아파트로 모두 32개 지구에 434개동 1만 7353가구가 지어졌다. 이후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자 서울시가 건물을 매입해 현재 대부분 철거가 이뤄졌고, 주민들에게는 택지개발지구내 아파트 우선입주권이 주어졌다. 완공 1년만인 1970년 4월 붕괴돼 대형 인명피해를 낳은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도 시민아파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는 시범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범아파트는 시민아파트와 달리 일반아파트와 동일한 방식으로 분양이 이뤄져 안전관리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주민들에게 있지만 문제는 부실이 크게 진행되는 데도 서울시가 주민에게 책임을 미루는 데 있다. 안전점검에서 지자체가 개입할 의무가 있는 D등급이하가 나오지 않았다고 위안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영아파트는 건물뿐 아니라 토지까지 주민에 팔아 완전 민영방식으로 분양된 아파트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라오스서 잇단 폭발 사고

    |비엔티안(라오스)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중·일 등 ‘아세안+3’ 회의가 열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26일 폭발 사건이 발생, 테러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 비엔티안 외곽 정부청사로부터 700m 떨어진 정부 통신시설 밀집 지역에서 2건의 폭발이 터져 청사 담장이 일부 파괴됐으나 사고가 난 건물은 4년전 완공된 뒤 사용되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라오스 정부는 반정부 활동을 벌이는 몽족(族)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몽족은 197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으로 라오스 공산 정권과 싸웠던 부족이다. 이번 8차 ‘아세안+3’ 회의는 29일 개막된다.
  • 영광에 환경공원

    영광 원전에 호남 최대 규모의 환경 친화 공원이 조성돼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영광원자력본부는 21일 전남 영광군 홍농읍 성산리 원전 청원경찰 아파트 인근 10만평 부지에 ‘한마음 공원’조성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영광원전이 2002년 4월부터 2년 6개월간 7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이 공원은 서해안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으로 산책로를 따라 소나무 1만여 그루와 영산홍 등 관목류 4만 2000여 그루, 수십여종의 야생식물이 식재돼 있다. 공원안에는 2개의 운동장, 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등 각종 운동 및 문화시설이 들어서 있고 정자와 계류 시설, 전통담장 등 한국의 전통 정원 양식을 그대로 본뜬 정원이 조성돼 있다. 영광원전은 이 공원을 여름에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겨울에는 오후 10시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영광원전 강환성 본부장은 “원전 주변 지역민과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한마음 공원’으로 이름지었다.”고 말했다. 영광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성북, 民官學 연계 ‘교육특구’ 구상

    ‘강북의 교육특구를 꿈꾼다’ 서울 성북구는 19일 강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강북권의 교육환경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역내 74개 학교를 묶어 교육특구로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지원업무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지원업무 종합추진계획에 따르면 지역내 대학 총장들과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대학교육지원협의회를 구성한다. 또 교육전문가와 학계, 시민단체들과 함께 공청회와 세미나를 개최해 지역 교육발전의 밑그림을 그릴 방침이다. 주민들에게 학교를 돌려주자는 뜻에서 학교담장 개방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학교 담이 허물어지면 학교 시설인 운동장이나 체육관, 수영장, 주차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학측은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주민들을 위한 정보, 문화, 외국어 등 시민교육강좌를 내놓는다. 학교의 행사를 지역문화 축제로 이끌어 대학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조기영어교육을 위해 청소년 영어캠프와 어린이 영어 경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하이서울(Hi Se oul)장학금’과 고려대 오픈 캠퍼스 장학생, 구민장학생 등 다양한 장학사업도 추진한다. 또 한성대 등 지역내 대학들의 경영·기술지원을 받아 벤처기업 창업지원센터도 운영한다. 새로 단지가 조성되는 재개발 예정 정비구역에는 반드시 학교 건립부지를 확보하고, 길음 뉴타운지역에 자립형 사립고를 유치할 예정이다. 지역내 교육기관 106곳의 일부 시설을 개조하는 교육경비보조금으로 5억원이 지원된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성북구에는 고려대와 국민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10개 대학, 초·중·고교를 포함하면 74개에 이른다.”면서 “학생수만 전체구민 가운데 34%,15만 3000명에 달하는 만큼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잇는 공조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삼성 남미서 ‘대통령 마케팅’

    삼성 남미서 ‘대통령 마케팅’

    산업계에서 때아닌 ‘남미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 맞춰 삼성전자·LG전자가 의욕적으로 남미 사업을 부각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칠레에서 열리는 ‘200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테크놀로지’ 부문 공식 파트너로 선정돼 ‘국가원수 마케팅’을 벌인다고 16일 밝혔다. 공식 파트너는 ‘2004 APEC 공식 테크놀로지 브랜드’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APEC의 공식 빌보드에 로고를 삽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PEC 회담이 열리는 산티아고 ‘에스파시오 리에스코’는 삼성 제품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삼성전자는 APEC 각 회의장과 프레스센터에 모니터 400여대,LCD·PDP TV 60여대, 홈시어터 3대 등을 설치했으며,APEC에 참석하는 VIP들에게 ‘Samsung with 2004 APEC’이란 로고가 붙어 있는 휴대전화 150여대를 지급한다. 또 각국 정상들의 공식 만찬장과 문화 행사장에 42인치 PDP TV 40여대를 전시하고 APEC 행사장 밖에는 삼성전자의 최신형 휴대전화·TV·모니터 등을 전시한 삼성 부스를 설치했다. 정상들의 숙소인 메리어트 호텔과 세라톤 호텔에도 제품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칠레공항에서 APEC 회담장까지 도로에 전시된 500여개의 배너 광고물에는 ‘Welcome’과 ‘환영합니다’가 동시에 표기된다. 애초 영어와 스페인어로 표기될 예정이었지만 삼성측이 특별히 부탁해 한국어를 넣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한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과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 대형 휴대전화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대통령 맞이’에 철저를 기했다. 김쌍수 부회장이 남미행 비행기에 오른 LG전자도 남미에서 거둔 성과를 알리기에 바쁘다.LG전자는 16일 브라질 최대 월간 경제지인 ‘이스투 에 디네이루’가 선정한 ‘분야별 최고기업’에서 브라질의 타우바테법인(LGESP·모니터, 광스토리지, 휴대전화 생산)이 소니·도시바 등을 제치고 전자통신분야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마나우스법인(LGEAZ,TV·DVD·VCR·오디오·에어컨)은 같은 분야 5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브라질 ‘지존’ 대결도 불을 뿜고 있다.LG전자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TV(24.5%), 모니터(35%),DVD 레코더(25%),VCR(37%) 등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매출액 6억달러를 달성했고, 올해도 1위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국제광고협회(IAA)가 선정한 라틴아메리카 10대 브랜드에 자사가 선정됐다고 밝히면서 삼성 모니터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브라질 시장에서 각각 35%,38%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盧대통령 LA발언은 北 6자회담 끌어들이기”

    “盧대통령 LA발언은 北 6자회담 끌어들이기”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 반대 발언이 부시2기 행정부내 강경파들을 겨냥했다는 데 대해 외교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한·미간 일정 정도 마찰음도 빚어질 수 있다는 데에 공감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간 이견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안심시키면서 회담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을 곁들였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북한에 6자회담에 대한 비전을 설명해야 차기회담의 단초를 잡을 수 있다. 북한이 (외부정세에 대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움직일 수 있다.”면서 대북 특사 파견을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지도급 인사들 가운데도 그렇다. 하지만 미국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과 합치될 수는 없듯, 이익이 상출될 때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틀내에서 합의점 찾아야” 그러나 후속 대책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성신여대 김영호 교수는 북핵해결 이전의 정상회담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지,6자회담이 안되니 특사나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하려는 모습은 (미국 등)주변국들이 수년간 애써서 마련한 외교적 틀을 훼손하는 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먼저 “한·미간 공통의 이해기반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미국은 북한이 ‘리비아모델’을 받기를 원하고 있고, 형식은 6자회담이든 유엔안보리든 북에 선택을 요구할 것 같다. 우리는 중간 타결점을 찾아야 하는데 에너지 지원문제, 체제보장 등을 동시에 맞바꾸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美와 사안별 정책조율 거쳐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의 박인휘 교수도 “국제 정세와 병행하지 않은 채 정상회담이나 특사 활용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북한의 협조를 유도해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북핵에 대한 한·미간 근본적 의견조율에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정부대 정부, 창구대 창구 협상보다는 향후 사안별 정책조율 과정에서 우회적으로 점진적으로 의견차를 좁혀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盧대통령이 美에 선수친 것” 동국대 이철기 교수는 “‘미국이 속쓰려도 한반도를 쉽사리 포기 못한다.’는 발언은 노 대통령이 미리 선수를 친 것 같다.”면서 “지금 현재 미국과의 논의에서 밀릴 게 없다고 보고, 강하게 밀어붙여서 우리 목소리를 내자는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의 최근 방미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다소간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창조적이고 신축적 안을 내자고 했으니, 미국의 반응을 지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미국사이서 접점 찾도록” 반면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북한과 미국간 사이에서 최대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시간이 없어 무력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면, 차선책으로 경제제재로 갈 수도 있다는 식의 옵션을 남겨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대통령이 ‘무력 사용은 안된다.’고 한 것은 잘 한 말이지만 ‘미국이 속쓰려도 (한반도를)포기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공연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인천 숭의동에 종합 스포츠타운

    인천시 남구 숭의동 숭의경기장과 시립야구장 일대에 종합스포츠타운이 조성된다. 시는 10일 남구 숭의동 180의 6 일대 2만 6194평을 종합스포츠타운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시행자로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선정했다. 사업기간은 2007년 12월까지며 이곳에는 지상 25층의 아파트 700여가구도 함께 들어설 계획이다. 시는 총사업비가 1763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구식 운동장과 야구장의 스탠드와 담장 등을 철거한 뒤 첨단 축구장과 야구장, 생활체육공간 등을 꾸민다는 계획이다. 체육시설을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아파트 분양대금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아파트 개발을 통해 최소한 개발이익금 400억원은 무난하게 확보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서울광장] 기업이 춤추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업이 춤추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8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강경식 경제부총리 등 경제각료들은 답답한 경제현실을 걱정하며 통음을 했다. 오간 얘기의 요지는 이렇다.‘만석꾼 집안도 자식들이 잘못되면 3대를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 실상은 어떤가. 자식이라면 삼성, 현대,LG, 대우 등 4명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삼성은 반도체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자동차를 하겠다며 외도를 일삼고 있다. 현대 역시 제철소에 눈이 멀어 자동차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LG는 세계 무대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변변한 기술조차 없는 골목대장일 뿐이다. 대우는 남과의 경쟁을 피해 동유럽이나 중동 등 오지를 떠돌아 다니며 만병통치약을 파는 봇짐장수(Pedlar)나 다를 바 없다.’ 외도와 요행의 결과는 한달 후 외환위기로 현실화됐다. 사상 초유의 국면을 겪으면서 삼성은 3조원에 이르는 수업료를 지불했고, 현대와 LG는 파탄 직전 상황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회생했다. 대우는 끝내 몰락의 비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자식들이 외지에 나가 열심히 돈을 벌어들인 덕분에 우리 경제는 혹독한 가뭄을 그런 대로 버티고 있다. 곳간에는 44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쌓였다. 하지만 문전옥답만 쟁기질할 뿐, 황무지는 개간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남의 논에 물꼬를 댈 수 없다고 한다. 대기업 소유 금융사 의결권 제한에 대비해야 한다며 문전옥답의 담장만 높게 쌓고 있다. 그래서 우리 경제는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도 굶어죽을 판이다. 이른바 ‘돈맥경화증’이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친시장’‘친기업’ 구호를 줄기차게 외쳤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재정 확대정책을 들고나온 것도 이같은 실상과 무관하지 않다. 재계의 투정과 배짱, 여권 내부의 반(反)부자 정서 탓에 쌈짓돈을 털고 여기저기 손을 벌려 융통한 돈으로 집안 기둥이 통째로 허물어지는 것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야당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없는 살림마저 거덜내려고 하느냐며 난리다. 부자들의 걱정을 덜어주어 담장부터 허물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사리로 따지자면 맞는 말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며 펼친 메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들도 분칠만 다시 하고 버젓이 메뉴판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게다가 먹어서 살이 되는지 뼈가 되는지 배탈만 나는지 알 수 없는 약효불명의 메뉴도 적지 않다. 장사꾼(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얼치기 장사치(정부)가 날뛴다는 말도 들린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민’(民)은 오간데 없고 ‘관’(官)만 목소리 높이는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시대로 회귀했다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예전 성장 제일주의 시절,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는 맨앞에서 북치고 장구치면, 재무부는 날라리를 불며 뒤따르고, 경제기획원은 어슬렁거리며 맨 뒤를 따른다는 말이 있었다. 기업의 흥을 돋우는 것이 먼저고, 금융 및 세제 지원은 다음 순서, 그리고 마지막이 재정 및 국가경제운용이라는 뜻이다. 참여정부는 개발독재시절의 적폐를 시정하는 것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고 있지만 경기부터 부양해야 하는 지금으로선 이러한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 펌프질을 해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려면 먼저 한 주전자의 물부터 부어야 하듯이 재정의 역할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나머지 펌프질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물길이 옆으로 새나가지 않는지 관리감독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무엇이 기업의 신명을 가로막고 있는지는 새삼 적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누구나 알고 있다. 기업이 흥에 겨워 춤추게 하라. 이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시장님은 해결사

    “학교 담장 옆으로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다니 말이나 됩니까.” 지난 2002년 11월30일 서울시장 직소(直訴) 민원실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건설사 등을 상대로 골프연습장 건설 반대운동을 벌이던 중랑구 묵동 태릉고 학생들과 학부모, 주민들의 목소리였다. 이들은 서울시가 매주 토요일 정오 시청 우체국 옆 외국인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안녕하세요, 이명박입니다’ 코너를 찾은 것이다. 실무부서는 협의 끝에 골프연습장을 체육시설로, 학교 주변을 공동주택지로 용도변경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매주 토요일 정오에 문을 여는 직소민원실 ‘안녕하세요, 이명박입니다’에 지난 2년 동안 모두 904건의 민원이 접수돼 96%인 867건을 처리했다고 5일 밝혔다. 처리된 민원 867건 중 701건(80.8%)의 민원이 해소됐고 불가 95건, 시정 참고사항 61건, 이첩 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이 민원인을 직접 만난 것은 45차례 90건이었고 실·국장이 95건, 실무 담당자 452건이었다. 현재 대책마련중인 민원이 37건이다. 지난 3월20일에는 시민아파트 입주 문제로 Y(종로구 부암동)씨가 시장면담을 요청해왔다. 올해 입주시킨다고 해 상암지구 입주권을 받았으나 입주예정 시기가 2008년으로 늦춰진 데 따른 불이익을 따지려는 마음이었다. 이 시장은 주택기획과에 문의, 상암지구 대신 연내 입주가 가능한 국민임대주택 특별분양권을 주도록 했다. 또 장애인 론볼링협회장인 K(중랑구 묵2동)씨는 휠체어를 타고 운동할 수 있는 론볼링(잔디밭에서 하는 볼링) 경기장이 없어 시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이 시장은 자리를 같이한 체육청소년과장에게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 경기장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현재 한강 론볼링경기장 공사는 착착 진행돼 다음달 문을 열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이 시장이 관련부서장과 동석, 민원을 듣고 곧바로 해결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민원해소율이 높다.”며 “자치단체장이 시민과 직접 만나 갈등을 해소한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아라파트 사경…팔레스타인 권력이양 착수

    아라파트 사경…팔레스타인 권력이양 착수

    |파리 함혜리특파원| 야세르 아라파트(75)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뇌사상태라는 말도 나오는 등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의 측근은 5일 그의 상태는 뇌사가 아니라 ‘가역성 혼수상태’(reversible coma)라고 밝혔다. 프랑스 주재 팔레스타인 특사인 레일라 샤히드는 이날 프랑스 RTL 라디오와 회견에서 “아라파트 수반은 뇌사상태가 아니며 종류는 모르지만 회복 가능한 혼수상태”라고 주장했다. 샤히드 특사는 아라파트 수반이 뇌사상태이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를 ‘명확히’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아라파트 유고에 대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파타운동 지도부 등이 라말라에서 비상회의를 소집했으며 일부 권력 이양 작업에 들어갔다.PLO 집행위는 아메드 쿠레이 총리가 아라파트가 갖고 있던 경제권 일부를 장악해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으며, 마흐무드 압바스 전 팔레스타인 총리는 쿠레이 총리가 5일 중 가자지구를 방문해 보안책임자를 만나 휴전 지속을 위해 경계를 강화할 것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군도 아라파트 사후 혼란 상황에 대비해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앞서 프랑스 의료 소식통은 4일 오후 아라파트 수반은 “뇌사상태이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숨쉬고 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이스라엘의 채널2 TV도 아라파트가 뇌사상태이나 목숨은 붙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3일 오후 4시40분(한국시간 4일 새벽 1시40분)쯤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정상회담장에 도착,“아라파트가 15분 전에 사망했다.”고 말해 전세계에 아라파트 사망설이 처음 보도됐었다. 그러나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는 곧바로 “아라파트는 혼수상태가 아니다. 검사가 실시됐고 결과가 낙관적”이라며 사망 사실을 부인했다. 아라파트가 입원한 파리 클라마트의 페르시 군병원도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아라파트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征韓論/이목희 논설위원

    일본이 근대화를 시작한 1870년대 메이지유신 시절, 고향이 같은 두 실력자가 있었다.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 힘을 길러 인근국에 영향력을 행사하자는 데도 의견이 같았다. 다만 사이고는 당장 조선을 치자고 주장했다. 이른바 정한론(征韓論). 서구문물을 견학하고 온 오쿠보는 일본의 실력을 알았다. 그러니 국력을 충분히 키운 뒤 침략에 나서자는 논리를 폈다. 당시 메이지 일왕은 오쿠보의 손을 들어줬다. 분노한 사이고는 고향인 규슈 사쓰마로 돌아가 반란을 일으켰다. 세이난(西南)전쟁이다. 정부군에 패배한 사이고는 자결로 인생을 맺는다. 도쿠가와 바쿠후를 무너뜨리고 일왕의 실권을 찾아준 메이지유신의 주역은 하급 사무라이였다. 사무라이의 대표격이 사이고였다. 오쿠보는 새로 형성된 관료계급을 대표했다. 오쿠보의 승리 이후 일본은 군국주의 전제국가의 길을 단계적으로 밟게 된다. 사이고를 소재로 해 만든 영화가 ‘라스트 사무라이’다. 주인공 톰 크루즈가 진압군의 용병교관으로 나온다. 톰 크루즈가 사무라이 정신에 반해 결국 반란군 편에 선다는 내용이다. 사이고의 고향 사쓰마는 전통적으로 ‘반골’ 지역이었다.17세기초부터 일본 전체를 지배하게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문도 사쓰마라면 고개를 내둘렀다. 사쓰마는 일본의 서쪽끝 변방에 위치한다. 이 작은 지역이 대영제국과 단독으로 전쟁을 벌일 정도로 ‘독종’들이 많았다. 할복을 예사로 하는 사무라이의 전형은 사쓰마에서나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새달 17,18일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측은 회담 장소로 가고시마를 제안해 왔다. 옛 사쓰마지역이 바로 가고시마다. 청와대측은 정한론의 발상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찜찜한 모양이다. 가고시마에는 2차대전 당시 ‘가미카제(神風)특공대’ 발진기지도 있다. 회담장소 결정권은 1차적으로 초청국에 있다. 서로 협의해 결정할 수는 있으나 ‘누구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속좁게 비친다. 좀더 공세적으로 나갈 수는 없을까. 가고시마에서 회담을 갖되, 일본이 스스로 과거사를 반성하는 기회를 유도해 보자. 역사를 숨기거나,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극복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국립현충원 주변 18만평 근린공원화

    국립현충원 주변 18만평 근린공원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담장 둘레에 근린공원을 만드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그러나 토지매입에만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등 비용문제가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용도변경 승인조건 까다로워 동작구에 따르면 최근 국방부로부터 현재 묘지공원으로 된 묘역 둘레 18만여평에 대해 조건부로 용도변경을 승인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구체적인 사업 검토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토지사용 현황과 공원시설 설계에 대한 외부용역을 발주하기로 하고 예산 7000여만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근린공원 조성 승인의 조건으로 묘지 내부가 관찰될 수 있는 건물 등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 협의해야 하며, 부지 매입 등 공원 조성에 드는 비용 일체를 서울시에서 부담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8만여평 가운데 사유지가 70%나 되는 등 수백억원에 이르는 토지가격을 포함한 공원 조성비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토지매입비 수백억원등 큰 부담 또 근린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입안권을 쥔 자치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과 구의회 의견청취, 승인권을 가진 시 도시계획위의 변경 승인,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충원 외곽 근린공원 조성에 가장 큰 관건이었던 국방부의 승인이 났더라도 착공에는 많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묘지를 투시할 수 있는 시설도 만만찮은 협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묘역에는 지금도 담장 위로 철책까지 둘러처져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우거진 녹지를 해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현충원은 담장 안 143만 3042㎡(43만 4255평)와 담장외곽 61만 4782㎡(18만 7000여평) 등 모두 204만 7824㎡(62만 553평)가 묘지공원으로 지정돼 바깥에 있는 사유지에 어떤 시설도 들어서지 못하도록 돼 있다. 동작구는 1994년부터 현충원 담 바깥 지역을 근린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해 왔으나, 국방부는 경호와 경비작전 등을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서울시도 연간 몇 차례 안 되는 요인 방문에 대비해 외곽까지 묶어두는 것은 시대변화에 맞지않다고 주장해 왔다. 공원화가 어려우면 사유지에 대한 토지보상계획을 세워 민원을 해소할 것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이마저 거부해 단골 집단민원 대상이 됐다. 주민과 자치구, 지역구 의원 등의 요청에 따라 국방부측은 지난 9월 중순 현장답사와 내부회의를 거쳐 용도변경안을 승인하게 됐다. 현충원 인근인 상도동 주민 송모(65)씨는 “현충원은 국가적으로 상징성이 큰 데다 전국에서 인파가 몰리는 곳인데, 외곽 개방비용을 자치단체가 부담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그동안 ‘족쇄’를 채워놓은 데 대한 보상차원에서라도 정부가 나서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여론에 밀려 ‘억지춘향격’ 제안” 흑석동 김모(39)씨도 “이전할 용산 미군부대 터에 공원을 만든다는 서울시 입장에 대해 국방부가 천문학적 예산을 서울시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앞뒤 재지 않고 ‘돈’만 생각하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면서 “보안문제를 계속 들고나오다 시대변화에 맞지 않다는 여론에 떠밀려 억지춘향격으로 제안해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공원 조성으로 담장 둘레가 개방될 경우 현충원을 관리하는 조직이 축소돼 군 출신 인사의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방부가 꺼리는 게 아니냐.”며 삐딱한 시선도 보내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사설] 韓·美관계도 새로 시작하자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한·미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여야 한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많이 흔들렸다. 앙금은 아직 남아 있다. 부시 행정부가 4년 더 집권하는 게 확실시되지만, 한반도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 안보공동선언 등 실질적 호혜평등이 이뤄지도록 양국 모두 노력해야 한다. 올 들어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간 굵직한 안보현안이 일단락됐다. 앞으로는 거시적 관점에서 미래동맹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양국 정부는 이미 새 안보선언을 논의하기 위한 채널을 설치했다. 새 안보선언을 통해 한반도 안보가 확고히 보장되고, 대량살상무기에 양국이 공동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미국의 일방적 국제전략용으로만 개념화되어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 차출에 앞서 협의절차가 필요하다. 방위비분담금을 낮추는 협상에도 미국은 성의를 보여야 한다. 당장의 관심은 북한핵 문제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보상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6자회담에 나온다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확신만은 북한에 주어야 한다. 북한은 부시 재선에 극도의 반감을 표시할 것이다. 그럴수록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 이달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되어야 북한핵이 관리되고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다. 한·미 양국은 20일쯤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정상간 만남을 통해 안보뿐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심화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
  •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산티아고에서 칼라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온통 황토빛 세상이다. 메마른 사막.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차가 뽀얗게 꼬리를 드리우고 달린다. 그래도 고고학자들에겐 바싹 마른 이곳이 세계 어느 곳보다 귀중한 ‘풍요의 땅’이다. 또 수많은 화산의 흔적들, 지금도 수백개의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 조각 같은 암석과 거대한 소금들판, 황홀한 플라밍고의 자태…. 관광에 관한 한 칠레 북부 사막지대는 가히 보석 같은 존재다. 이같은 보석을 줍기 위해 사람들은 트레킹과 바이킹, 등산, 혹은 좀더 편안한 사륜구동 자동차 드라이빙에 나선다. 현재 트레킹에 이용되는 수많은 길은 예전에 사막에 드문드문 자리한 마을을 잇는 물물교환 루트였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칠레 북부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와 같은 곳. 이 독특한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여행과 탐험이 이루어진다. 이곳에 점포를 둔 수많은 여행자 오피스와 에이전시가 여행자들을 돕는다. ‘Catus Tour’(55-851-534),‘Southen Cross Adventure’(55-851-416) 등 여행 에이전시에 문의하면 관련 투어 및 가이드를 소개받을 수 있다. 숙박료 100달러 정도의 호텔도 몇 개 있지만 유스호스텔인 ‘Hostelling International’(55-851426) 등을 찾으면 30∼40달러에 싸게 묵을 수 있다. ●산 페드로 공항이 있는 칼라마에서 동쪽으로 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흙의 도시다.2만여명이 거주하는 도시지만 2층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도회지라기보다는 시골의 큰 마을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싶다. 시내에 가득 들어찬 집과 점포, 담장 등 대부분은 흙벽돌로 지어진 것들이다. 대로든 골목길이든 포장이 안돼 역시 황토빛 일색이다. 처음엔 ‘예산이 없어 포장도 못하고 있구나.’하는 동정심이 일었으나, 이 모두가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됐다. 가능한 한 옛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 예전의 건축재료만 고집하고, 도로 포장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뽀얗게 날리는 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면서도 그 자체를 상품으로 생각하는 관광마인드가 참 놀랍다. 그래서 시내는 그냥 거닐기만 해도 즐겁다. 처음 보는 이국적인 골목과 집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시내엔 다양한 레스토랑과 환전소, 인터넷방, 토산품가게 등이 가득 들어서 있다. 그중 중앙 광장 맞은 편의 토산품 시장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 대부분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든 수천 종류의 공예품이 가득 쌓여 있어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파드레 르 파이제 고고학박물관. 입구에 발견자 구스타포 파이제의 동상이 있다. 이 벨기에인 수도사는 1955년 이 마을 교구 책임자가 됐다. 이어 그는 귀중한 물건들의 수집 및 안데스의 고고학 연구에 착수했고, 이는 이 박물관의 토대가 됐다. 그는 1980년 사망했다. 아타카마인들, 즉 사막지대에 오랫동안 살았던 옛 거주자들은 이웃 문화, 특히 중앙 안데스의 큰 제국들인 잉카와 티와나쿠 제국의 영향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산 페드로의 오아시스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 유물·유적들, 이를테면 BC 8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가는 원형집들과 같은 것에서 발견된다. 박물관은 총 3만 8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모두 1만 1000년 역사를 가진 아타카마인들의 문화를 증언해 주는 것들이다. 그중 일부가 8각형의 중앙홀과 여덟개의 긴 전시 통로에 전시돼 있다. 그중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특히 도자기류가 눈길을 끈다. 그들의 발전적 단계에 따라 3개의 컬렉션에 포함된 미라들과 의복, 생활도구 및 장신구, 금 유물들도 볼만하다. 첫번째 미라는 파드레 르 파이제에 의해 발견됐다. 두번째는 라라체서 발견됐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티와나쿠시대의 산페드로에 있는 교회구역의 중앙부에 있는 묘지에서 발견됐다. 수천, 수백년 전의 미라들과 유물들이 온전하게 발견되는 것은 순전히 사막 특유의 메마른 환경 덕분이다. ●툴러마을 툴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의 흔적이다. 이곳은 BC 800년부터 A.C 5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간다. 산 페드로에서 9㎞ 떨어져 있는 툴러는 마을을 덮은 모래에 묻혀 기적적으로 보전됐다. 모래 밖으로 간신히 노출된 곳에서 꼼꼼하게 묘사된 원형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집을 지탱했던 벽으로, 둥그렇다. 현재 이 마을의 10%는 1982년 있었던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이곳에선 걸으면서 둘러보거나 오두막집 입장과 관람을 함께 할 수 있다. ●문밸리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27㎞ 떨어져 있다. 이곳은 직경 500m 정도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소금기가 섞여 있고 날카롭게 각이 진 인상적인 언덕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또한 5467㏊에 달하는 거대한 국립 플라밍고 보존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 문밸리 구성물들은 지각변동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위가 낮은 호수 바닥이 융기해 접히면서 일어난 이 현상은 코딜레라 라 살로 알려진 산맥을 낳았다. 문밸리는 마치 조각처럼 아름다운 모양의 암석과 땅을 갖고 있다. 또 소금이 암석처럼 굳은 층이 포함돼 있으며, 여러 개의 굴도 볼 수 있다. 침식현상에 의해 생긴 ‘죽음의 협곡’도 볼 만하다. 붉고 흰색의 대비가 특히 아름답고 신비하다. 문밸리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레킹 코스다. 비죽비죽 솟아 있는 암석이 이어지는가 하면 고운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지며 발바닥을 간질인다. 제법 높아 보이는 언덕을 힘겹게 올랐는가 싶으면, 깎아지른 벼랑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벼랑 아래는 조각처럼 깎이고 닳은 붉은색 사막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사막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거센 바람에 행여라도 벼랑 아래로 떨어질라, 벼랑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주저앉은 사람들은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이 없다. ●솔트플랫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칠레의 가장 큰 소금지대로,2305m의 고도에 30만㏊의 거대한 규모다. 이곳은 수백만년 전에 일어난 지각변동 과정에서 바다가 호수가 되고,1만 1000여년 전 호수의 물이 증발하면서 생겼다. 이곳은 산페드로강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아직 군데군데 얕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이 강물은 안데스의 산 위에 쌓인 만년설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산 밑에 형성된 수많은 수맥을 통해 솔트플랫까지 온다. 이곳에선 여러 성분이 섞인 소금을 생산하다가 1975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소금 생산도 중단됐다. 두께가 4m에 달하는 이곳 소금 침전물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40%를 차지한다. 또 칼륨, 붕사, 기타 소금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솔트플랫 주변의 공기는 거의 절대적으로 건조하다. 그래서 거대한 솔트플랫 한쪽 끝에 서면 다른쪽 끝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맑다. 동틀 무렵 도착한 솔트플랫은 플라밍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연한 핑크빛을 띤 플라밍고들. 사진으로만 보았던 것을 실제로 보니 아름다운 핑크 빛깔이 훨씬 고와 보인다. 총 5종류의 플라밍고가 있다는데, 이곳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인디언 플라밍고라고 가이드가 설명해준다. 솔트플랫에만 3000여마리가 서식한다고. 핑크빛 몸체에 크기는 너비가 1.2m, 키는 90㎝ 정도다. 큰 몸집에 비해 무게는 2.5㎏으로 가벼워, 걷는 모습이 하늘하늘 춤추는 것 같다. ●게이저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즉 해발 4321m에 위치한 온천지대다. 이 온천들은 산 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94㎞ 떨어져 있다. 그러나 험한 비포장길이다 보니 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엘 타티오 화산에 근접해 있다. 새벽 5시 숙소를 출발해 동트기 직전인 7시쯤 게이저스에 닿았다. 수많은 땅속 구멍으로부터 뜨거운 물이 뽀얀 김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 구멍 주변의 흙엔 물에 섞인 소금과 구리 등 다양한 금속 성분과 미네랄이 침전돼 있다. 뿜어져 나온 물은 매우 뜨거워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다. 각종 성분이 섞인 주변의 흙은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운 색조를 띠고 있다. 특히 높이 뿜어져 나오는 물과 김이 어둠을 헤치고 나온 첫 햇살에 반사되면서 그려내는 영롱한 빛깔은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온천지대 인근에는 사람들이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도 있는데, 대표적인 곳은 퓨리마타 핫 스프링이다. 특급호텔인 엑스플로라 내에 설치된 이 온천탕은 산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28㎞ 떨어져 있다. 요금은 1만 페소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시설이 매우 고급스럽다.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게이저스로 가는 길은 메마른 사막이지만 풍광이 아름답다. 사막을 덮고 있는 식물의 주인공은 단연 ‘코이로아’란 풀. 메마른 환경을 뚫고 자라선지 그 억세기가 마치 철수세미 같다. 하지만 메마른 사막에 아름다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멀리서 보면 코이로아가 덮고 있는 사막은 영락없이 황금빛을 띠며 환상적인 풍광을 뽐낸다. 코이로아 말고도 초록 카펫을 돌에 덮어놓은 듯한 차레타, 노란 꽃을 피운 빙고빙고, 스위티한 냄새와 맛을 내는 리카리카 등을 볼 수 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강한 생명력을 품고 있어선지 이 식물들은 대부분 피를 맑게 하거나 위장병 등에 효과가 높은 약재로 쓰인다. ●마스칸티호수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1시간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면 해발 4300m 높이의 고원지대에 호수 두 개가 있다. 면적이 15㎢에 달하는 광활한 라구나 미스칸티, 그리고 미스칸티의 10분의1 정도의 크기인 미니케 호수. 주변엔 높이 해발 5600m의 미스칸티 볼케이노와 미니케 볼케이노 등을 포함한 5개의 화산이 호수를 에워싸고 있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만년설이 덮인 볼케이노 봉우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고도가 4300m에 달해 고산증세가 나타날까 우려했는데, 별로 낌새가 없다. 경험상 3000m 이상 올라가면 증세가 나타났었는데, 어지럼증도 거의 없고 숨도 별로 가쁘지 않다. 현지 가이드 ‘알루’의 설명. 이곳엔 코이로아 등 억센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이 사막을 덮은 채 산소를 내뿜고 있어 다른 지역의 고산지대보다 산소량이 훨씬 많다고 했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산티아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칠레의 중부에 위치해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온난하고 주변이 옥토로 둘러싸여 칠레 인구의 절반 가까운 600만명 이상이 모여 산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끼어 연중 절반 이상은 오후에도 안데스의 눈 덮인 경관을 보기 어렵다. 시 중심부엔 근대 고층빌딩과 국립박물관, 시립극장, 대통령 관저 등이 정연하게 서 있다. 특히 산타루치아 언덕은 시 중심에 솟은 곳으로 16세기 초 스페인의 데드로 발디비아가 칠레 점령때 요새를 구축한 곳이다. 가장 훌륭한 시내 조망권을 제공한다. 시내관광은 구시가지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광장 주변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16세기 세워진 대성당 ‘더 캐더럴’을 비롯해 중앙우체국과 시청사,1808년 건축된 궁전을 이용한 국립역사박물관, 산티아고 박물관인 ‘카사 콜로라다’ 등이 볼 만하다. 특히 성당 ‘더 캐더럴’은 규모의 장대함과 독특한 외양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장식과 조각, 그림으로 가득한 내부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국립박물관엔 7만여점의 칠레 역사를 담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밖에도 광대한 자연공원인 산크로스타발 언덕, 군사학교박물관, 중앙시장, 모네다궁전, 시립공원 등이 가볼 만한 시내 명소로 꼽힌다. 매주 일요일 아르마스광장을 기점으로 시내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시에서 주관한다. 여행 에이전시 및 여행자사무소로는 ‘Sernatur’(02-236-1420),‘Chillean Travel Serve’(02-251-0400) 등이 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본 재미 있는 풍경 두가지. 개와 한국 자동차가 참 많다는 것이다. 거리나 골목, 특히 공원에 가면 웬놈의 개가 그렇게 득실거리는지. 작고 귀여운 것도 아니고, 한국이라면 ‘식용’으로나 적합할 것 같은 개들이 시내를 누빈다. 칠레의 도시는 꼭 한국차 박물관 같다.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포니부터 스텔라, 르망, 엘란트라, 엑셀 등이 용감하게 거리를 누빈다. 특히 칠레의 택시 중엔 르망이 유독 많다. ■ 안데스산맥 바라보며 칠레포도밭도 둘러볼까 ●칠레의 와인 칠레에서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칠레의 식도락 전통은 해물요리와 바비큐의 일종인 ‘패릴라다스’로 특징지어진다. 이같은 특별요리들은 대개 좋은 칠레와인을 곁들여 먹기 마련이다. 와인은 칠레의 국가적 상징 중 하나요, 칠레 전통의 한 부분이다. 또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로는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메를로트, 카베르네트 사우비그논, 사우비그논 블랑크, 샤로도나이 등 다양한 와인들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인 페어에서 상을 받았다. 칠레 포도밭의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칠레의 가장 오래되고 전통이 있는 포도밭들이 생겼다. 당시 그들은 유럽인들로부터 기술적 가르침을 받았으며, 좋은 품종의 포도나무를 수입해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칠레 와인이 실제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20세기 후반부이다. 그것은 칠레 산업에 있어서의 급격한 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와인산업은 이때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이루어냈다. 통계를 보면 칠레 와인의 폭발적 성장세를 알 수 있다.80년대 연간 1500만달러어치의 와인이 수출되던 것이 90년대 후반엔 5억달러를 넘었다. 산티아고 외곽지대는 와인의 주 생산지다. 이곳엔 과일이 널려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는 안데스산맥, 서쪽으로는 해안과 경계를 이루며 펼쳐진 광활한 계곡. 이 지대는 포도 재배에 지리적, 기후적으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중 콜차구아 계곡의 와인 순환로는 가장 유명하며, 이 길을 따라 하루코스의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 가면 포도밭의 다양한 모습을 즐기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 콜차구아 또는 휴이큐박물관을 방문하고 지역 예술인의 작품들과 점심식사도 즐길 수 있다. 이 투어는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에서 출발하며, 남쪽으로 170㎞쯤 가야 한다. 산페드로(칠레)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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