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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림 속 한자이야기] (59)

    犯房(범방) 儒林 279에는 ‘犯房(범할 범/방 방)’이 나오는데, 이 말은 ‘남녀가 성적(性的)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犯자는 ‘침범하다’는 뜻으로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 (병부 절)’을 音符(음부:발음요소)로 설명하고 있으나 오늘날 音價(음가)만 놓고 본다면 納得(납득)하기 어렵다. 재미있는 것은 (절),尸(시),匕(화),人(인),大(대)가 모두 사람을 象形(상형)한 글자라는 점이다. 은 ‘꿇어앉은 사람’,尸는 ‘쪼그리고 앉은 사람’,匕(이때는 ‘화’로 발음하며, 숟가락을 나타내는 匕와는 별개의 글자임)는 ‘거꾸로 선 사람’,人은 ‘서있는 사람의 옆모습’,大는 ‘팔을 벌리고 선 사람’을 본뜬 것이다. 用例(용례)에는 ‘犯法(범법:법에 어긋나는 짓을 함)’‘主犯(주범:형법에서, 자기의 의사에 따라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 등이 있다. ‘房’자는 집채(正室)에 딸린 ‘작은 방’을 뜻한다. 참고로 ‘戶’는 한쪽만 열리는 문짝의 상형이며,‘門’은 통나무 세 개와 두 짝의 문으로 구성된 大門(대문)의 상형이다.用例로는 ‘暖房(난방:건물의 안이나 방안을 따뜻하게 함)’‘獨守空房(독수공방:혼자서 지내는 것)’ 등이 있다. 禮記(예기)에는 ‘어버이의 허물을 덮어 숨기는 일은 있을지언정 面前(면전)에서 허물을 지적하여 直諫(직간)하는 일(犯顔)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愛親(애친)이 소중하므로 아무리 어버이의 허물이 크다 하나 面前에서 犯顔하는 것은 禮(예)가 아니다. 論語(논어)에는 孔子(공자)와 葉公(섭공)이 正直(정직)에 대하여 토론한 이야기가 나온다.‘우리 고을에 대쪽같이 곧은 사람이 있어 아비가 양을 훔치자 자식이 그 사실을 관청에 고발하였다.’는 섭공의 말에 대하여 공자는 ‘우리 마을의 정직한 사람은 다르오. 아비는 자식의 허물을 덮어 주고, 자식은 아비의 잘못을 숨기지만 정직은 그 속에 있는 법’이라고 하였다. 아비의 죄를 暴露(폭로)하는 行爲(행위)는 정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稱讚(칭찬)할 일은 못 되는 일이다. 아비는 자식의 죄를 숨겨 주고 자식은 아비의 죄를 숨기려는 것이 인간의 情理(정리)이다. 인간의 정이야말로 자기의 진정을 속이지 않는 마음이다. 중국 南宋(남송)의 大思想家(대사상가) 朱熹(주희)는 사람들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흔히 犯하는 後悔(후회)를 열 가지로 整理(정리)하여 提示(제시)하였다.“부모에게 不孝(불효)하면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고(不孝父母死後悔), 종족 간에 화목하지 않으면 멀어지고 나서 후회하며(不親宗族疎後悔), 젊어서 열심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하고(少不勤學老後悔),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르치고 나서 후회하며(安不思難敗後悔), 봄에 씨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하고(春不耕種秋後悔), 담장을 고치지 않으면 도적을 맞고 후회하며(不治垣墻盜後悔),女色(여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후회하고(色不謹愼病後悔),醉中(취중)에 망발을 하면 깨고 나서 후회하며(醉中妄言醒後悔), 손님을 잘 접대치 않으면 보내고 나서 후회하고(不接賓客去後悔), 잘살 때 儉約(검약)하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 후회한다(富不節用貧後悔).”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우리구 올해는] 유영 강서구청장

    [우리구 올해는] 유영 강서구청장

    “이제 기초자치단체도 한두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서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에 따른 체계적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서울시 구청장 25명 중 드물게 경제학자 출신인 유영 강서구청장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통한 ‘시스템 행정’을 행정혁신 과제로 꼽았다. 주민들과 직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의견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 ●작지만 생활에 밀접한 사업 추진 그의 시스템 행정은 이번 지방사무관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경력과 근무평점 위주로 진급시키는 심사승진 대상자를 아예 제외시켰다. “지방자치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을 통해 선의의 개인주의와 웰빙트렌드를 만족시키는 행정을 펼치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윤택하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생활을 누리도록 강서구는 작지만 생활에 밀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골목길을 청소하거나 공원에 특색있는 야외음악당을 짓는 것이죠.” 그는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한 덕에 선진 지방자치단체의 성공 사례를 우리 실정에 맞게 잘 접목시킨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한 ‘살빼기운동’을 도입했으며, 일제 강점기의 유산이었던 관공서 담장도 허물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체도 국내 최대 규모이고, 해외시장 개척단도 서울의 자치구 가운데 처음 파견했다. “자원봉사를 자선사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자선사업의 개념도 존재하지만, 서로 필요한 서비스를 나눠 쓰는 품앗이의 의미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예산이 많지 않은 시의 도서관을 직접 운영합니다. 호주나 뉴질랜드도 기본적인 하드웨어만 시에서 제공하고 시설 운영은 거의 자원봉사자가 담당하죠.” 하지만 다양한 가치관과 ‘기대 수준’을 가진 주민들을 조화롭게 만족시켜야 하는 점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고 고충을 내비쳤다. 또 서울시가 청계천과 세종문화회관 개·보수, 서울광장 조성 등 사대문 중심적인 사업을 펼쳐 외곽에 위치한 강서구에는 ‘사업의 여파’가 거의 없다고 아쉬워하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복지시설 ‘남북격차’ 줄여 “강서구는 복지분야에서 ‘남북문제’가 존재합니다. 가양동과 방화동 등 강서구의 북쪽지역은 뒤늦게 개발된 덕에 종합사회복지관이 13곳에 이를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반면 남쪽인 화곡·발산 일대는 주민편의 시설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는 화곡동 시 차고지에 1000평 규모의 복지시설을 추진하는 등 강서구 복지의 남북 격차를 줄이는 것을 올해의 과제로 들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盧대통령 “北, 6자회담 조속히 복귀해야”

    盧대통령 “北, 6자회담 조속히 복귀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서 회담장에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은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북한은 회담장에 나와서 주장할 것이 있으면 주장하고 입장이 다른 것이 있으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라.”고 요구했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은 진지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앞서 외교통상부에서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갖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과정에서 대규모 남북경제협력을 해나갈 계획이 없고, 인도적 차원의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박정현 이지운기자 jhpark@seoul.co.kr
  • [사설] 6자 틀안 北·美대화 절충점 찾아야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과 6자회담 불참 의사를 밝힌 지 며칠이 지났지만,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 여전히 분명치 않다. 하나 북한이 한성렬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통해 북·미 직접대화 요구를 내비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는 국내 언론에 북·미 직접대화 요구발언을 했다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대화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가 중요하다고 말을 바꾸기는 했다. 하지만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고자 하는 희망은 분명히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에 대한 집착을 빨리 버리기 바란다. 한 차석대사는 “6자회담은 지난 이야기”라고 했지만, 이런 태도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이 받아들일 리 없고, 나머지 회담 참가국들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은 이제 북·미간 문제가 아니라 지역문제다. 그리고 6자회담 틀 안에서도 양자회담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양자대면을 어떻게 실속있게 활용할지에 신경을 쓰는 게 더 현명하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역시 북한의 일방적 선언에 적지 않은 실망을 나타내고 있다. 중·러는 북한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미국 못지않게 강한 나라들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북·미 대화만 고집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간 세 차례에 걸친 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한 게 바로 북한의 이런 계산 때문이었다면 실로 유감이다. 중요한 건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북한을 회담장에 이끌어 내고,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내실 있는 대화를 하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한다. 벌써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소리들이 도처에서 들리고 있다. 북한과 미국 모두를 설득해 파국을 막는 어려운 과제가 우리한테 달린 셈이다. 하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번 위기가 우리의 적극적 역할을 자리매김할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외교는 지금 대단히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 [사설] 北, 핵무기로 뭘 얻겠다는 건가

    북한은 또 한번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남북한 국민과 세계의 염원을 저버렸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그동안 회담재개를 위해 물밑 노력을 계속해 왔다. 긍정적 신호 또한 없지 않았다. 북한이 회담재개 신호를 보내왔다고 백악관이 밝혔는가 하면, 설이 지난 뒤에는 중국이 회담 막바지 준비를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북외무성 성명은 이런 기대를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북한이 지난 9월 약속한 6자회담 참석을 거부했을 때도, 우리는 미국 대선결과를 본 뒤 입장을 정하겠다는 고심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관련국 모두가 2기 부시행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외교라인업이 마무리된 지금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적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북은 이런 모든 기대에 불참선언으로 맞섰다. 더구나 핵무기 보유선언까지 함으로써 이제는 그동안 고수해온 벼랑끝전술의 극단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핵무기 보유와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노력에 매달려 온 국제사회 전부를 적으로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짓이다. 또한 북한 스스로가 핵무기 개발 철회와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지원을 맞바꾸자며 요구해온 소위 ‘과감한 거래’안마저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북한체제 전복을 꾀하는 미국과 일본의 탓으로 돌렸지만, 그렇다고 극단적 고립주의가 해답은 아니다. 이제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가 됐다.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미국 등 관련국들을 상대로 파국을 막기 위한 중재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결단이다. 핵개발 포기를 통해 얻을 이득이 훨씬 더 크다는 단순명료한 논리를 왜 외면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문제라면 그 또한 회담장에 나와서 제기하고 풀어나가면 된다. 북한의 현명한 선택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 北축구대표팀 쿠웨이트와 무승부

    북한축구대표팀이 일본과의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을 일주일 앞둔 2일 중국 베이징 근교의 국가축구훈련기지에서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쿠웨이트와 ‘깜짝’ 비공개 평가전을 벌였다. 결과는 0-0 무승부. 북한-일본전이 벌어지는 9일 동시에 한국과 A조 경기를 치르게 될 쿠웨이트의 슬로보단 감독은 “B조의 북한은 준비가 잘 돼 있고, 플레이도 매우 공격적이어서 전력상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뒤 “우리도 준비를 많이 했지만 한국과의 경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승부를 점치기도 어렵다.”고 신중히 전망했다. 그러나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쿠웨이트가 순식간에 북한 수비를 뚫고 들어가는 날카로운 돌파력을 과시, 한국이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양팀은 이날 오후 4시30분(한국시간)쯤부터 취재진의 경기장 출입을 완전히 봉쇄하고 3m 높이의 담장 안에 비닐 차단막을 설치하는 등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한 보안조치를 취한 뒤 경기를 치렀다. 경기장 외곽에 몰려있던 20여명의 일본 보도진은 자국과의 경기를 앞둔 북한의 경기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담장 위로 기어 올라가 촬영을 시도하는 등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설에는 추억이라는 즐거움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방 동심으로 빠진다. 마을 앞 개울에서 썰매를 타며 뛰놀던 일, 마을 동산에서 그네타고 널 뛰던 일…. 기억 저편에 있던 아련한 추억으로, 향수로 젖어든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전통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아득한 옛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고향 마을에는 이미 아파트 등 콘크리트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도심과 다를 바 없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민속마을이나 한옥마을을 돌아보면 어떨까.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땐 이랬다.’며 어린시절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이번 설을 특별히 추억할 것이다. 어느때 보다 긴 설 연휴.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옥마을을 체험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고, 자투리 시간으로 민속마을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설을 앞두고 옛 모습을 간직한 채 60여 가구가 다정하게 모여사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을 찾았다.500년 전의 정취가 살아 숨쉬는 외암리의 풍경속에 빠져보자.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전 과거 속으로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의 경계인 광덕산 밑에 자리잡은 외암리 민속마을은 어린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옛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주민들이 충청지방 고유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등 옛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외지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소박한 충청도의 인심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개울 돌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다정하게 메아리쳤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에서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과 뒷산에서 그네와 널을 뛰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마을은 생동감이 넘쳤다. 겨울 민속마을은 쓸쓸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던 전자홍(15·천안 목천중 2년)양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초가과 장승, 연자방아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돌담장을 따라 들어가자 고향의 정취가 느껴진다. 일부러 만든 민속마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 일부 고택을 빼놓고 모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삶의 정취가 묻어난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 길이는 모두 5.3㎞. 가옥은 주인의 관직에 따라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교수댁, 종손댁, 송화댁 등 택호가 정해져 있으며 곳곳에 있는 장승과 연자방아 등이 정겨운 장면을 연출했다. 메주가 널려있는 흙담벽의 초가에 들어가자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았다. 전형적인 농촌 가옥에 살고 있는 사람은 이군직(39) 이은숙(39)씨 부부. 마을 총무를 맡고 있다. 이 곳에서 자란 이씨 부부의 마을 자랑이 시작됐다. 이씨는 “옛 사람은 집터를 정하는데 바람과 물, 주변 환경과 지리, 나아가 인심까지 두루 살폈다.”면서 “외암마을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수백년을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 곳은 지난 2000년 1월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 326호로 지정돼 보존중이다. 이씨가 마을을 안내했다. 먼저 찾은 곳은 참판댁. 조선말기 규장각 직학사와 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공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아 지은 집이다. 이 집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민속주인 연엽주를 만들어 팔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연엽주는 누륵에 연근과 솔잎을 넣고 발효시킨 술로 예전에는 매년 봄에 고종에게 진상되던 술이다. 인근의 송화댁은 최근 도둑이 들어 바깥 문짝을 떼가는 바람에 복원하는 홍역을 치렀다. 마을이 보존된 유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초가를 없애던 새마을운동의 개량사업 바람이 덜 미쳤기 때문에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면서 “당시 주민들은 초가지붕만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외암리에서는 시인이 된다 외암리의 아침은 고즈넉했다. 닭울음소리가 꿈결인 듯 들려왔다. 조금 뒤 개짖는 소리와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선잠속에 들렸다. 아침밥을 짓는 장작불의 연기가 구수했다. 늦잠을 청했으나 머리맡으로 다가온 햇살이 잠을 깨웠다. 따끈한 구들방을 뒤로 한 채 벌떡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초가지붕에 소담하게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65가구가 모여사는 외암리에서는 초가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박집이 10여가구에 불과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집이 그리 넓지 않아 한 집에 1∼2가족만 묵을 수 있다. 가격은 4만원. 인심좋은 주인을 만나면 아침에 토종 청국장과 된장, 두부 등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마을 공방(041-541-0844)이나 외암리 민속마을 홈페이지(www.oeammaul.co.kr)에서 하면 된다. 때마침 마을에서 열린 ‘맹사성 시조캠프’를 찾았다. 인근에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난 맹사성의 고택이 있어 올해 처음 개최된 행사. 마을 서당에 모여 앉아 한복을 입고 한시 백일장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이 이채롭다.2박 3일간의 캠프가 끝나고 열린 백일장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곱살짜리 소년 윤무창군이 ‘신나는 겨울’이라는 제목의 시조를 지어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글을 깨치기도 어려운 나이에 운율에 맞춰 시조를 지어냈기 때문. ‘겨울에/친구들과/형들과/함께논다/눈싸움/하고놀고/눈사람/만들면서/너무나/재미있는날/춥지않은/겨울날.’ 무창군은 “형들과 초가에서 잠을 자고 썰매타며 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한국시조문학진흥학회 김준 자문위원장은 “중학생들도 운율에 맞추지 못하는데 취학전 어린아이가 시조를 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무창군은 이날 심사위원들로부터 장원에 버금가는 ‘차상’을 받았다. 무창군의 형 무제(12·아산 송남초등교 5년)군도 ‘하얀 겨울’이라는 시조로 함께 차상을 받았다. ‘저는요/송이송이/눈같은/마음될래요/불타는/내가슴을/차갑게/지울래요/저같은/검은마음도/하얀마음/될래요.’ 외암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이 곳은 넉넉한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후하다.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또 마을 주민들이 다른 민속마을처럼 상업화가 되는 것을 꺼려 흔한 음식점이나 토산품점도 없다. 마을 주차장 앞에는 전통음식인 솔뫼장터(544-7554)가 있는데 수수에 동부콩을 넣어 만든 수수부꾸미(4개 4000원)와 잔치국수(3000원)가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아산(옛 이름은 온양)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강당골행 버스를 타고 가다 외암리에서 내리면 된다.40분 간격이며 40분이 걸린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와 서해안고속도로 평택IC에서 빠져나와 온양, 송악방면으로 국도를 따라 오면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문의는 외암리 민속마을 관리사무소(041)544-8290. 외암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이곳도 들러보세요 민속마을에는 아련한 향수가 있다. 고향의 멋과 맛이 스며 푸근한 곳이다. 설 연휴 잠시 짬을 낸다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생활모습과 전통, 문화를 고소란히 만끽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멋스러운 한옥을 돌아보며 신명나는 전통공연과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설에는 ‘만사형통만복래 설날 한마당’을 벌여 설 연휴기간인 8∼10일 민요 농악공연과 민속놀이 체험뿐만 아니라 차례상 차리기 강좌, 한복 입는 법, 세배하는 법 등도 배울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우리집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열린다.(02)2266-6937.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한옥인 양통집 21동이 옹기종기 모여있다.19세기 전후에 지어진 가옥들은 송지호 호수 뒤편에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5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6·25때도 폭격 한번 당하지 않았다. 속초에서 7번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송지호를 지나 왕곡마을에 이른다. 문의는 고성군 홈페이지(www.goseong.org)나 대표농가(033)631-1902. 충북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이 생기고 마을이 물에 잠기자 청풍면 일대에 있던 유물을 옮겨와 재현한 마을이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옛 농가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볼 수 있다. 보물 528호인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때인 1317년 연회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곳. 이 곳에서 보는 호수 풍경이 일품이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82번 지방도를 따라 청풍방면으로 가면 된다. 제천시 홈페이지(www.okjc.net)나 관리사무소(043)640-5711. 조선시대 경주지방의 유교문화를 볼 수 있는 마을. 고풍스러운 가옥 150채와 정자와 비각, 강학당 등 전통 가옥 15곳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남부지방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요민속자료 제 189호로 지정돼 있다. 관리사무소(054)762-4213.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속마을. 낙동강변의 기암절벽과 송림을 배경으로 양진당과 충효당, 북촌댁 등 사대부 전통가옥과 함게 흙벽 초가집 등 130호가 모여 있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인 하회탈로 유명하며 병산탈과 양반탈 등 9개의 하회탈이 국보 제 121호로 지정돼 있다. 문의는 홈페이지(www.hahoe.or.kr)나 관리사무소 (054)854-3669.
  • 韓美외교 “6자회담 조기 개최”

    반기문(사진 왼쪽) 외교통상부 장관은 31일 저녁 콘돌리자 라이스 신임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취임 축하인사를 전하고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양국 발전방향 등 주요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반 장관은 통화에서 “양국이 이제는 업무상대자(counterpart)로서 긴밀히 협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면서 “역사적인 전환 과정에 있는 한·미 동맹을 보다 공고히하고 미래지향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라이스 장관은 동감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협조하에 협의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장관과 라이스 장관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 조기 개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양 장관은 북한측이 부시 대통령 재취임과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진용의 구성을 기다려온 태도를 보인 만큼 이제는 조속히 회담장에 나올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반 장관이 조속한 시일 내에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 북핵 문제를 포함한 양국간 현안에 대해 폭넓은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전하자 라이스 장관은 반 장관의 방문을 환영하며 일정을 실무적으로 조정할 것을 제의하고 자신도 머지않아 동북아 지역을 방문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6자회담 몇주내 재개될것”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하원 의원단의 평양 방문이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 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11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던 공화당 소속 커트 웰든 하원 군사위 부위원장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사를 내비쳤다.”면서 “몇 주내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장담했다. 중국의 리자오싱 외교부장도 15일 웰든 의원 등에게서 방북 결과를 들은 뒤 “북한 당국으로부터도 같은 설명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美 “6자회담 北우라늄농축 포함해야” 그러나 6자회담이 재개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일단 신중한 반응이 우세하다. 스콧 매크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은 6자회담의 재개를 바라고 있다.”면서 “북한이 얼마나 진지한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의원들에게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말로 회담장에 나올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14일 웰든 의원 등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 개발 프로그램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는 지금까지 세차례 열린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웰든 의원 등에게 우라늄 농축 계획의 존재를 거듭 부인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또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 변경과 북·미간 양자회담을 통한 경제적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데 비해 미국측도 “핵 포기 대가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6자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주미대사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北 핵포기땐 보상 가능성도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두가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협상방식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는 있다.”며 “문서화된 합의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보상가능성을 내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양자협상 불가 원칙에 대해서도 “6자회담 속에서 북·미간 양자대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가 의회 인준을 받은 뒤 국무부 고위직 및 북한인권특사의 인선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중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6자회담 등과 관련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盧대통령·부시 내년에 개성공단 함께 간다?

    盧대통령·부시 내년에 개성공단 함께 간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성에 함께 방문하기로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밝혀져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입법·사법·행정부 등 차관급 이상 250여명과 신년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칠레 APEC 정상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을 선걸음에 만나 ‘(부산)APEC에 오시기로 돼 있다. 그때 오시면 개성공단에 한번 가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좋소. 갑시다. 당신이 가면 나도 갑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내년에 (한국에)오시면 개성공단으로 모시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성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유럽의 정상들은 개성공단에 대해 얘기하면 깜짝 놀란다.”면서 “지금 우리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역사가 빨리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이 개성을 방문하기로 의견을 함께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이 APEC 회담장에서 오다가다 부시 대통령을 만나 개성공단을 설명하면서 가볍게 던진 인사 차원의 얘기”라면서 “두 정상간 합의나 추진이라고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서울 환경복원 원년] 도심속 녹지공간 ‘담장허물기’

    “확 트였어요.”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 혜화동캠퍼스(의과대학)앞.170m 길이의 학교 담장이 허물어진 자리에 6800여그루의 나무가 숨쉬는 숲이 조성됐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도심에 녹지공간을 만들기 위한 ‘담장허물기 사업’을 벌인 결과다. 시민 이혜영(29)씨는 “답답해보였던 담장이 사라지니 도로가 공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15개 대학과 공동으로 ‘학교 담장 허물기 녹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서울대 의대, 한국외국어대학교, 고려대가 이미 모습을 드러냈고, 올해 명지대, 서울산업대에 이어 내년에는 연세대, 숙명여대, 고려대병설보건대학, 한신대, 서울기독대, 숙명여대 등의 담장도 허물어진다. 한국외국어대의 경우 정문에서 후문으로 돌아가는 730m길이의 담장을 허문 자리에 1만 5000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교내에도 벤치와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고려대는 인촌로 변 담장 및 방음벽 3.77㎞를 제거하고 5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정자와 산책로 등을 만들었다. 서울시 조경과 김현팔 팀장은 “도심에 녹지를 만들려면 부지를 매입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대학의 담을 허물면 적은 비용으로 시민들에게 녹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대학들도 흔쾌히 동의하는 분위기여서 참여 대학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가에서도 담장 허물기가 확산되면서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마다 1곳씩 ‘녹색주차마을(그린파킹)’을 선정해 주택 담을 허물었다.1800여가구가 참여해 3000여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만들어졌고,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던 도로에는 보행로가 조성됐다. 서울시는 올해에도 자치구별로 1곳씩 녹색주차마을을 추가선정할 방침이다. 사업 지역에 속하지 않은 주민이라도 동사무소나 구청에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시가 주택당 55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이 금액을 초과하면 주택 소유주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는 도난사고 방지와 불법주차 단속을 위해 골목길에 폐쇄회로(CC) 카메라도 설치해준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해넘이 섬 강화도

    [뒷골목 맛세상]해넘이 섬 강화도

    한 해가 저문다. 한 해가 저문다고 해서 서녘 하늘에 곱게 지피는 노을이야 여느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겠지만, 그러나 한 해가 저무는 무렵의 노을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만은 어쩔 수 없이 만감이 겹쳐 노을 못잖은 붉은 색감으로 켜켜이 타오를 터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감회도 감회려니와, 어쩐지 허송으로 보낸 것 같은 후회와 안타까움에 겹쳐 자칫 가슴을 에는 한 가닥 회한도 없을 수 없으리라. 아아, 나는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렸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어차피 나는 그 정도밖에는 안되는 것일까. 나는 왜 좀 더 마음을 비우지 못했을까. ●자성과 다짐의 나들이 코스로 제격 한 해를 보내고 다가올 새해를 기다리는 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 자성(自省)의 기회로 삼는 정경은 얼핏 보기에 참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자성이 지나쳐 자칫 회한이며 자학에까지 이른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욱 힘든 짐을 지우는 일이 되고 만다. 만일 그대에게 자성이 지나쳐 힘든 조짐이 보인다면, 그대는 과감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해넘이 여행길에 나서자. 이왕 한 해가 저무는 무렵이니, 가까운 서해안이라도 찾아 수평선에 펼쳐지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서울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서해안으로는 역시 강화도가 제격일 터이다. 신촌로터리 어름에 있는 강화행 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불과 한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득한 옛 시절에야 서울에서 강화까지의 나들이가 걷고 배를 타는 일정으로 꼬박 이틀이 걸렸다는 사실이 얼핏 상상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한 시간 거리에 섬이 있고 해넘이의 해안이 있다는 것은 서울에 사는 이들의 행운이지 않으랴. 강화읍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외포리에서 다시 석모도행 배를 갈아탄 다음에 보문사를 찾아가자.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예부터 강화 8경으로 꼽히는 명승(名勝)이지만, 특히 보문사의 눈썹바위에 있는 높이 7미터의 거대한 마애석불좌상 앞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의 낙조는 더 이상 언설이 필요 없는 장관이다. 강화도의 해넘이 장소로는 구태여 석모도며 보문사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강화도의 서쪽 해안선 일대에 널린 돈대를 위시하여 어디를 가든지 뛰어난 해넘이 장소가 아닌 곳이 없다. 또한 경관이 그럴 듯한 장소에는 이미 횟집이며 카페, 민박집,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유행하는 펜션들이 눈에 질리도록 저마다 입간판에 뛰어난 해넘이를 내세우고 있다. 황금빛 노을, 노을이 내리는 아름다운 집, 노을과 함께, 추억 속으로, 뱃고동, 추억여행…. 그러나 이왕 석모도까지 찾아온 길이라면 역시 보문사의 마애석불좌상 앞이다. 아름드리 고목의 가지 사이로 저녁 해가 기운다. 이윽고 저녁 해가 그대의 눈길 아래로 떨어지고 그렇게 가없는 하늘은 물론 잔잔한 겨울바다마저 붉게 물들이며 노을이 지피는 순간, 그대의 힘든 몸뚱어리 또한 서서히 노을 속에 함께 지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어디 그대의 몸뚱어리뿐이랴. 그대의 몸뚱어리가 노을로 지피는 동안에 마음속의 회한이며 자학 따위도 함께 지펴, 마침내 그대를 새털처럼 가볍게 하리라. 그렇듯 새털처럼 가벼워진 그대가 무심코 눈썹바위에 서 있는 거대한 부처님을 돌아보면, 부처님 또한 노을 속에 함께 지피면서 그대를 향해 빙긋이 웃어보일지도 모른다. ●‘강화 8경’으로 꼽히는 보문사 낙조 불교에서는 세상에 하고많은 욕심 중에서도 가장 더럽고 끔찍한 욕심을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규정하고 지극히 경계해 마지않는다. 자칫 공부란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현재의 나를 인정하지 못한 채, 좀더 밝고 아름다운 무엇으로 나를 바꾸려 한다면, 바로 그런 공부야말로 얼마든지 더럽고 끔찍한 욕심으로 꾸짖어 마땅하다는 식이다. 대저 공부란 무엇인가.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공부가 아닌가. 그렇듯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제자가 부처에 대해 물었을 때, 운문(雲門)선사는 서슴없이 대답한다.“똥막대기다!” 그렇다.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면, 부처 또한 똥막대기인 것이다. 역시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제자가 부처에 대해 물었을 때, 백장(百丈)선사는 아예 호통을 친다.“이놈아, 어찌하여 소를 타고서도 소를 찾느냐?” 지난해를 돌아보는 자성에는 무언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자신을 혐오하거나 기피하여 좀더 밝고 아름다운 다른 자리로 자신을 옮겨가려는 어리석은 불제자들의 공부 욕심이 없지 않을 터이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어찌 다른 자리라고 생길 것인가. 어쩌면 진정한 자성이란, 바로 ‘지금 이 자리’의 자신을 인정하고, 나아가 ‘지금 이 자리’의 힘들고 무거운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길일지도 모른다. 비록 간단없는 회한과 자학이 자신을 피폐(疲弊)하게 하더라도, 바로 그런 피폐마저 너그럽게 껴안을 일이다. 그렇듯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면, 비단 저녁노을이 지피지 않더라도 그대는 분명히 새털처럼 가벼워지리라. 새털처럼 가벼워진 그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막히는 일이 무엇이랴.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그대는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자, 그대가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돌아오는 길이다. 그대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마시든지 맛있지 않은 음식이 있으랴. 그러나 그대가 혼자가 아니고 소중한 이와 함께라면 여행길의 한 끼 음식이라도 결코 소홀할 수는 없다. ●한자리서 50년 훌쩍… 고향냄새 물씬 먼저 강화읍의 중앙시장 안에 있는 ‘우리옥’(032-932-2427)을 권하고 싶다. 중앙시장에서 찬거리골목으로 30여m 안으로 들어가면 골목 안에 있는 듯 없는 듯 숨어 있는 평범한 백반집인데, 그러나 상차림을 보면 대뜸 머리가 좌우로 갸웃거려진다. 넉넉한 콩비지 한 대접, 조갯살을 넣은 미역국, 강화도순무김치, 꽁치조림, 고추장아찌, 숙주나물, 감자조림, 시금치, 고사리, 멸치볶음, 표고버섯볶음, 조개젓, 배추김치 등 갖은 반찬에다가, 장작을 때서 지은 강화쌀밥이 먹음직스럽게 김을 피워올리고 있다. 그런 풍성한 상차림인데 값은 고작 4000원이다. 소중한 이와 함께 한 그대가 어쩐지 4000원짜리 백반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면 거기에 3000원짜리 대구찌개를 더해도 좋다. 아니면 계절에 따라 병어회나 병어찜, 생굴, 불고기 등에서 하나를 안줏감으로 추가하여 강화도 특산인 인삼막걸리를 즐길 수도 있다. 추가되는 안줏감들은 각기 9000원에서 1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대가 이제 막 수저를 드는데, 와락,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들어 다시 한번 상차림을 살펴보면, 자칫 오랜 만에 고향에 돌아와 늙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순간적인 착각에 빠져든다. 실제로 주인 되는 방영숙씨는 힘들고 지쳐서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라면 누구든지 자식처럼 껴안아줄 것만 같은 넉넉하고 수더분한 고향 어머니의 인상이다. 거기에 더하여 납작한 한옥집의 대문부터 비롯하여 주방이며 방에 이르기까지 어쩐지 낡은 손때가 묻어나는 집안의 만만한 분위기마저도 주인 되는 이와 함께 정감을 더한다. 원래 우리옥은 방영숙씨의 고모 되는 방숙자 할머니가 1953년에 현재의 자리에 문을 열었으니 한 자리에서 5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방영숙씨가 연로한 고모를 대신한 것도 벌써 20여년이니 2대에 걸친 음식이며 집에서 어찌 고향냄새가 아니 나랴. ●공해 없는 저수지서 건진 월척만 조리 만일 그대가 미식가라고 자처한다면, 별미로 강화도의 붕어찜을 빠뜨릴 수 없을 터이다. 강화읍에서 교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송해면의 숭뢰저수지에는 ‘돌기와집’(032-934-5482)이라는 붕어찜 전문식당이 있다. 야트막한 야산 아래 숲으로 담장을 이룬 듯 아늑한 옛 한옥이 산수화 한 폭처럼 고풍스러운데, 주인 되는 구옥순씨 또한 종갓집 며느리처럼 단아한 품새에 말씨마저도 도란도란 음전하여서 한 잔 술이 없이도 저절로 풍류의 마음이 일어날 듯싶다. 강화도라면 대부분이 얼핏 생선이며 조개 같은 해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강화도는 뜻밖에도 농경지가 넓은 곳이어서 1980년대만 해도 전체 면적의 거의 절반이 농경지에다가 농가도 전체 가구의 70%를 차지하여서 농업이 중심 산업을 이루었다. 그런 만큼 여기저기 유명한 저수지가 많은데, 눈치 빠른 낚시꾼들은 바다낚시가 아니라 바로 민물낚시를 위해 거리가 멀다 않고 강화도로 몰려든다. 원래 민물고기는 저수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데, 낚시꾼들 사이에서 강화도의 민물고기가 맛에 있어서 으뜸으로 소문이 난 탓이다. 하기는 이렇다 할 공장이 드문 강화도에서는 여러 저수지마다 고기 맛을 헤칠 수질오염이며 공해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돌기와집의 붕어찜은 무엇보다도 숭뢰저수지의 맛 좋은 참붕어 중에서도 월척붕어만을 재료로 하여,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조리법으로 요리해낸다. 다른 곳에서 하는 대부분의 붕어찜이 20,30분 만에 조림해 내는 데 비해 여기서는 2시간 이상을 조림해 내는 식이다, 그리하여 다른 곳의 붕어찜은 우선 가시며 뼈를 고르느라 수고로운데, 이곳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가시며 뼈를 고를 수고가 없이 통째로 먹을 수가 있다. 자칫 어느 것이 살이고 어느 것이 뼈며 가시인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게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데, 뼈와 살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은 과연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일품이다. 얼핏 생각하기로는 2시간 이상 붕어찜을 조리다 보면 형체는 물론 맛까지도 변질될 것 같은데, 붕어 자체의 모양이 전혀 손상되지 않을 뿐더러 맛 또한 붕어의 고유한 향취가 제대로 살아있다. 어쩌면 주인 되는 이의 정성이 아니면 그런 식의 요리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정성에 돌기와집만의 비법이 숨겨진 것인지도. 붕어찜은 대중소에 따라 3만원,2만 5000원,2만원으로 나누어지는데, 각기 붕어의 크기가 아니라 마릿수에 따라 4마리,3마리 2마리로 값이 다르다. 이밖에도 메기매운탕, 민물새우튀김, 추어탕이 있다. 돌기와집은 찾아가기가 약간 까탈스러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한번만 맛을 들이면 단골이 된 손님들이 서울이며 인천 각지에서 할아버지에서부터 어린 손자까지 일가족이 동행하여 거리가 멀다하지 않고 찾아온다. ■ 제철 맞은 생선회 푸짐 그대가 회를 좋아하는 이라면 석모도에서 나오는 길에 외포리 선착장의 젓갈시장 옆에 있는, 얼핏 포장마차처럼 보이는 가건물을 놓치지 말일이다. 기실 강화도 일대의 해안선마다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죄다 횟집 아니면, 카페나 모텔이나 펜션이나 민박집들이어서 눈에 차일 지경이다. 그런 마당에 구태여 어느 횟집을 골라 권할 수 없지만, 그러나 나의 취향으로는 젓갈시장 옆의 포장마차식 가건물을 지나칠 수가 없다. 거기에는 값싼 횟집들이 서넛 사이좋게 함께 들어있는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가장 안쪽에 있어서 바다가 내다보이는 ‘풍년소라6호’(032-933-9223)라는 약간 엉뚱한 이름의 횟집을 권하고 싶다. 벌써 10년 전부터 이곳에서 횟집을 해왔다는 30대 후반의 박미경씨가 주인인데, 우선 싱글벙글 잘 웃는 이여서 횟감을 고르기 전부터 그만 기분이 좋아진다. 요즈음 같은 겨울에는 숭어가 제철인데,1㎏에 2만 5000원이다. 어른 둘에 어린아이들이 딸린 네 명 한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인데, 매운탕과 함께 밴댕이회며 멍게가 무료로 나온다. 이밖에도 삼식이가 역시 제철인데, 값은 숭어와 같다. 여기에 우럭, 광어, 노래미, 농어 등이 있고, 해삼이며 왕새우, 키조개, 개불 등 취향에 따른 갖가지 해물들이 여느 고급 횟집 못잖게 고루 준비되어 있다.
  • [정치플러스] 盧대통령 “고마 가고시마로 가자”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출입기자 초청 만찬에서 장소문제로 논란을 겪었던 지난 17일의 한·일정상회담이 가고시마로 확정된 뒷얘기를 풀어놨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내 문제제기에 대해)‘일리 있다. 한국측이 원하는 곳으로 (회담장소를)정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그렇게 하니 오히려 내가 작아지는 것 같더라.”면서 “우리가 괜히 사소한 것 갖고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고마(그냥) 가자. 욕 좀 먹으면 되지, 그게 중요한 것이냐.”고 가고시마행으로 결론난 배경을 부연 설명했다.
  • 儒林(254)-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54)-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어느 날 재여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를 본 공자가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으로 다듬을 수 없다(朽木不可雕也,糞土之牆不可 也). 그러니 내가 재여에게 뭐라고 꾸짖을 수 있겠느냐.” 이 대목은 논어 전편을 통해서 가장 신랄하고 준엄한 꾸짖음으로 낮잠 정도 잔 것으로 너무 심하게 제자를 몰아세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평소에는 말을 잘하면서도 행동은 못 미치며, 자신의 말재주만 믿고 게으름에 빠져 있는 제자를 질타하는 스승의 간절한 충정도 엿보게 하는 장면인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공자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전에 나는 남을 대함에 있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지만 이제 나는 남을 대함에 있어 그의 말을 듣고서도 그의 행실을 살피게 되었는데, 재여로 인해 이렇게 태도가 바뀌게 된 것이다.” 언행일치(言行一致). 말과 행동이 서로 같음을 비로소 재여로 인해 믿지 않게 되었다는 공자의 선언은 공자가 얼마나 말을 앞세우는 말재주꾼을 싫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산증거인 것이다. 이는 훗날 맹자가 재여에 대해 ‘그들의 지혜가 성인을 알아보기에 충분하였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만 아첨하기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였다.’라고 평가하고 재여가 스승 공자를 ‘내가 선생님에 대해서 살펴본 것은 요임금, 순임금보다도 더 현명하시다는 것이다.’라고 존경하였던 예를 들어 재여를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공자는 유독 재여에 대해서만은 가장 엄격한 꾸중을 퍼붓고 있었던 것이다. 논어의 양화편에는 이러한 재여와 공자간의 열띤 대화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이 장면을 보아도 제자들에게 항상 너그럽고 관대한 공자가 유독 재여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재여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스승님,3년의 상은 기한이 너무 오래됩니다. 군자가 3년의 예를 지키지 못하면 예는 반드시 무너질 것이고,3년 동안이나 음악을 못하면 음악이 반드시 붕괴될 것입니다.” 공자에게 예에 대해서 따지는 재여의 태도는 거인 골리앗에게 감히 돌팔매질로 도전하는 양치기소년 다윗을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공자는 어려서부터 예를 갖추는 장난을 하며 성장할 만큼 예를 숭상하는 유의 신분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사기에도 ‘공자는 소싯적부터 놀이를 할 때는 언제나 제기를 벌여놓고 예를 갖추는 장난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듯이 공자에 있어 예는 모든 인간의 규범과 행동의 기준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 계시면 예로써 섬겨 드리고,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사지내고, 예로써 제사지내드려야 한다.” 공자의 이 말은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곳이 없게 된다(不學禮 無以立).’라고 자신의 아들 공리에게 가르쳐준 내용처럼 예를 인간행동의 절대가치로 본 공자에게 감히 재여가 정면도전하고 있음인 것이다. 재여의 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란한 수사법의 제1인자답게 재여는 화려한 비유로 다음과 같이 말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묵은 곡식이 없어지고 햇곡식이 나며, 불씨를 일으키기 위해서 수(燧)나무를 비벼 뚫는데도 나무종류가 완전히 바뀌는 기간이니 복상도 3년 상으로 계속할 것이 아니라 1년으로 끝낸다 하더라도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390분 마라톤회담… 성과 ‘불발’

    여야 4인 대표회담은 활동 종료시한인 27일 자정에 이르도록 마지막 1분까지 쥐어짜며 치열한 ‘마라톤 회담’을 가졌지만 결국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치고 말았다. 여야는 이날 애초 예정된 오전 회담이 취소된 뒤 그간의 회담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상대 당의 양보와 대안 제시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다가 오후 5시30분에야 가까스로 머리를 맞댔다. 다시 열린 4인대표회담은 무려 6시간30분 동안 계속됐다. ●긴박했던 회담 막판 1시간 밤 10시50분쯤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급하게 회담장을 찾아 이부영 의장과 10분 동안 긴밀하게 얘기를 나누고 나오자 상황은 더욱 급박해졌다. 회담장에서 나온 유 의원은 “(이 의장이)‘회담이 깨질 것 같다.’고 말하기에 그러면 깨라고 말했다.”고 말해 회담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음을 전했다. 유 의원의 방문 소식을 접한 ‘240시간 의총농성단’의 임종인·유시민·이광철·정청래·정봉주 의원 등은 곧바로 급하게 회담장을 찾아 혹시 ‘대체입법으로 국보법 폐지안을 타협할 가능성’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유 의원은 회담장에서 나오자마자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을 찾아 10여분 동안 얘기를 나누는 등 회담장 내부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회담장 주변을 떠나지 못하던 정봉주 의원은 “술 마시고 있던 유 의원을 이 의장이 급하게 찾은 것이 이상하다.”면서 “일상적인 내용이라면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이나 이경숙 상임중앙위원 등을 찾았을텐데 청와대와 교감하고 있는 유 의원을 통해 국보법과 관련된 합의문안을 조율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여야,“협상 결렬은 네 탓” 공방 열린우리당에서는 한나라당이 애시당초 4대 입법에 대한 해결 의지도, 대안도 없이 ‘시간 끌기’ 전략의 일환으로 4인 회담을 이용했다는 것이 내부의 주된 분위기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4인 회담은 더이상 의미가 없고, 그럴 경우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그는 특히 4인 회담이 끝날 때까지 발설하지 않겠다던 회담 내용까지 언론에 상세히 공개했다. 사실상 ‘4인 회담’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그동안 4대 입법 연내 처리를 주장해온 강경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의총 소집과 연내 단독 표결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등에 대한 내부 정리도 없이 4인 회담에 임하고 있다.”면서 “합의를 위한 의지와 노력도 없이 ‘결렬’ 운운하는 것은 4인 회담을 4대 입법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려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와 최고위원·중진회의를 잇따라 열어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에 대한 핵심쟁점에 대해 더이상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4자 회담 결렬 위기서 극적 재개 이번 회담이 결렬되면 여야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4대 입법 처리과정에서 여야간 물리적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 경우, 여야는 국민적 비난 여론을 면키 어렵다. 전광삼 박록삼 김준석기자 hisam@seoul.co.kr
  • [나눔 세상 그후] 가슴 따뜻했던 사연들의 그 후…

    [나눔 세상 그후] 가슴 따뜻했던 사연들의 그 후…

    나누는 삶은 아름답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아닐까.2004년 한해 동안 서울신문의 ‘나눔 세상’에는 모두 22편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가운데 5편의 사연을 골라, 추위를 물리칠 만큼 훈훈한 후일담을 들어본다. ●수형자들에게 ‘편지 쓰는 사람들’ 경기 성남시 성남우체국 사서함 45호에는 오늘도 편지가 한아름 담겨 있다. 사서함의 주인은 구금시설에 수용된 사람들과 편지로 마음을 나누는 ‘편지 쓰는 사람들’이다. 모임의 사연이 알려지자 자원봉사자들의 각오도 달라졌다. 수형자들에게 편지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전보다 훨씬 깊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회원들은 여전히 교도소 담장 밖의 이야기를 편지에 담고 있었다. 강지원(35·여) 회장은 “한달에 300통가량 오던 편지가 연말이 되자 두 배로 늘어났다.”면서 “평소에 편지를 쓰지 않던 재소자들도 연하장을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가끔은 직접 만들어 보내는 재소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교도소 안에서 동양화를 배워 난초를 연하장에 그려넣기도 한다. 가끔은 연하장 앞뒤로 빼곡하게 사연을 적어 보낸 재소자들도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200여명의 회원으로 전국에 있는 수많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www.letterpeoples.com)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구속 10대’ 후견인 40대 주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지 사랑이 부족했을 뿐 본디 마음이 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친구들과 ‘논현 팸’이란 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의 돈을 빼앗고 오토바이로 지나가던 사람의 가방을 날치기하다 경찰에 붙잡힌 고모(16)군의 후견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던 나혜영(46·가명·주부)씨. 그는 고군을 수사했던 강남경찰서 김창수(43)경사와 함께 지난달 30일 6개월 동안의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나온 고군 옆에 여전히 서 있었다. 고군은 나씨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않았다.3년 전 어머니가 가출하고 이듬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고군에게 나씨의 살가운 관심이 생경했던 것. 하지만 나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날 때마다 구치소를 오가며 속옷과 영치금을 넣어주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군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 소년원으로 면회를 간 나씨는 잊지못할 선물을 받았다. 고군이 정성들여 쓴 편지와 타월 실을 풀어서 직접 십자모양으로 짠 휴대전화 줄을 나씨 손에 꼭 쥐어준 것. 고군은 편지에 “좋은 모습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나는 아픈 사람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니 꼭 의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나씨는 지금도 그 편지를 안주머니에 품고 다닌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군은 다음 달부터 검정고시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임직원들에게 병원 넘긴 박순용 회장 “직원들이 전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잘해 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남 여수 성심종합병원 박순용(63) 명예회장은 지난해 송년회에서 “병원을 임직원들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그는 1월에 들어서면서 평가액 400억원대의 병원을 260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에게 돌려줬고, 공증까지 마쳤다. 이제 모든 결정은 병원장과 진료부장 등 임직원 5명으로 된 서구의료재단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박종만(55) 상임이사는 “지금 직원들은 활기에 넘친다.”면서 “이사회에서 판단이 안서는 부분만 명예회장의 조언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제 병원 대신 일본에 자주 간다. 주위사람들은 “병원 일은 관심이 없고 관광·레저사업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수시 봉계동에 짓는 골프장이 그것이다. 성심종합병원은 올해도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여수시에 5000만원을 냈다. 또 저소득층 100명에게 무료진료 이용권을 나눠주고 있다. 두 가지 일을 해마다 거르지 않는다. 이 병원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다는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불친절할 때는 회장님에게 혼난다.”며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부장판·검사 출신 국선전담변호사들 “구치소로, 법정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지만, 행복합니다. 힘 닿는 한 5년이고,10년이고 계속할 겁니다.” 지난 9월부터 서울중앙·인천·수원·대구·광주 등 전국 6개 법원에서는 국선전담 변호인 11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선변론이 너무 형식적이란 지적에 따라 법원이 국선 사건만 맡는 변호사를 선정한 것이다.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 등 중진급 변호사들이 다투어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일하는 부장판사 출신 심훈종(66·고등고시 10회), 부장검사 출신 윤종근(52·사법고시 17회) 변호사는 27일 “숨돌릴 틈 없이 바쁘다.”고 입을 모았다. 한달에 20∼25건을 처리하다 보니 늘 종종걸음이란다. 일주일에 하루는 구치소로 달려가 피고인을 면담하고, 법률사무소로 찾아오는 피고인 가족과 상담하며,3∼4일씩 법정을 쫓아다닌다. 그러나 이들은 “돈이 없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순간보다 풍요롭다는 얘기다. 가장 큰 장애물은 수임료를 내고 선임한 변호인이 국선보다 훨씬 성의있을 것이란 편견이라고 윤 변호사는 털어놨다. 구치소에서 만나고 기록도 다 검토해 법정에 나섰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며 선임을 취소할 때는 힘이 쑥 빠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행착오를 모두 극복하고, 다른 나라처럼 국선변호인 사건이 70∼80%가 될 때까지, 이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죽마고우에 간 이식한 박상응씨 “이식수술 해보니 별것 아니던걸요. 회복되어 가는 친구를 보며 새로운 삶을 여는 기쁨을 함께 느낍니다.” 지난 6월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죽마고우에게 간을 떼어준 박상응(40)씨.지난 9월 복직한 그는 전처럼 철도청 청량리기관차승무사무소에서 부기관사로 건강하게 일하고 있었다. 박씨는 “수술한 다음날 중환자실에서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하며 눈물을 흘리던 친구가 이제는 나보다 간 수치가 더 좋다.”면서 “수술한 뒤 피로가 조금 늦게 풀리고 술을 예전처럼 먹지 못하는 것 말고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겁도 많이 났지만 친구를 살렸으니 후회 같은 것은 없다.”면서 “거부반응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친구가 하루빨리 완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에서 함께 어린시절을 보낸 뒤 오늘날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 박씨의 간을 이식받은 권오상(40)씨는 지난 7월 퇴원한 뒤 경기도 포천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내년 초 복직을 생각할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수술 직후 몇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던 그는 “친구가 간까지 떼어주면서 고통을 함께했는데 그것을 저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고 털어놓았다. 권씨는 당초 간을 이식하라는 박씨의 제의를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박씨가 “나 혼자 60∼70까지 살면 뭐하겠냐.”면서 “친구 없이 사는 것 원치 않으니 10년씩 살더라도 똑같이 살자.”고 간곡히 설득하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뜻을 받아들였다. 권씨의 형제 4남매는 모두 조직이 달라 이식이 불가능했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박씨는 조직이 일치했다. 담당 의사가 “형제도 이렇게 일치하기는 힘든데 기적 같다.”고 했을 정도다. 권씨는 “수술하고 처음 걸었을 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면서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베풀면서 겸손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미혼인 박씨는 새해에는 단거리 운행이 많은 지하철 분당선으로 근무지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새해에는 나도, 친구도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면서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도 하고 싶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씨줄날줄] 고양이 환생/이용원 논설위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이 지난달 타계하자 외신들은 그의 삶을 소개하면서 숱한 죽음의 위기를 넘긴 ‘사막의 불사조’‘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라고 불렀다.‘9개의 목숨’운운한 까닭은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옛날 서양인들은 고양이를 목숨이 매우 질긴 동물, 또는 죽었다 되살아나는 신비의 동물로 여겼으며 그같은 이미지가 전해져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 고양이의 목숨이 질기기는 정말 질긴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에 사는 한 여성이 애완용 고양이 ‘니키’가 죽자, 애완동물 복제 전문기업에 맡긴 피부 조직을 이용해 복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든 비용은 5만달러(약 5200만원). 그래도 주인은 ‘리틀 니키’라 이름 붙인 이 복제품이 겉모습은 물론 성격까지 ‘니키’와 똑같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를 접하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복제를 한 주인이야 흐뭇하겠으나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라는. 그동안 양·쥐·소 등이 복제돼 나왔지만 이는 실험실 차원에서 존재하는 데 불과했다.‘니키’가 환생함으로써 복제품은 이제 생활에 직접 끼어든 것이다.‘니키’가 사라진 뒤 안도했던 이웃이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죽었던 그 고양이가 ‘리틀 니키’로 되살아나 담장에 앉아 자신을 빤히 바라본다면? ‘리틀 니키’를 복제해낸 회사는 몇달 안에 개도 복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터인데 그에 따른 파장이 어느 정도나 퍼져나갈까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속담은 쓸데없는 일에 관심 갖지 말라는 경구로도 쓰인다. 고양이처럼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기웃거리다가는 목숨이 9개라도 모자란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양에는 이 의미를 명확히 하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또 다른 속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랑을 되살리고자 애완 고양이 ‘니키’를 복제했다. 그런데 이 환생은, 호기심을 못 견뎌 열어본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간에게 새로운 시련을 안겨줄 모양이다. 목숨 질긴 고양이는 역시 요물인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열린세상] 송구영신과 아파트의 담장/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송구영신의 12월이다. 꼬꼬댁 꼬끼오하며 새해를 여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갓난아기의 울음처럼 생명과 번성의 여명을 기원한다. 변함없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새해의 명칭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상징의 절정인 송구영신에 우리 사회가 버리고 가야 할 것을 평가하고 맞이해야 할 것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버리고 보탬이 되는 것을 발전시키자는 것은 송구영신에 걸맞은 꿈이다.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가 담장으로 가로막혔다는 보도는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가 붕괴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한 사례였다.‘철망 형태로 설치된 담장으로 인해 서쪽으로 난 일반아파트 정문은 이용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난 임대아파트 정문으로만 다녀야 하기 때문에 80여명의 초등생이 5분거리의 학교를 20분 돌아서 다니며, 이런 담장이 쳐진 곳은 서울 시내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서울신문 12월1일 13면). 이러한 물리적 구분은 등하굣길의 불편을 넘어서 ‘임대아파트 사람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며, 주민간에 재산상의 격차만큼이나 높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같은 단지의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에 억울함을 삭여야 하고, 어린이들도 임대와 일반아파트를 구분해 따로 어울리는 현실’이라는 보도이다. 경제적인 빈부의 격차가 눈에 보이는 차별은 물론이고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이질감’과 같은 심리적인 차별의식을 낳고 있음을 일러준다. 어떤 형태이든 차별이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얼마나 훼손하는가는 다른 나라의 사례나 지난 역사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극소수의 백인들이 흑인원주민들의 자유와 거주 및 이주를 제한하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경제제재 등 외부세계와의 격리와 살육의 내부 갈등을 치러야 했다. 혈통, 종족, 피부색의 차별에서 유래한 인도의 신분차별제도(카스트)는 평등의 권리를 침해하고 인도라는 공동체의 경제와 사회 단합을 저해하는 암적 요소로 비판받고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종교와 결합하여 인도인의 생활과 풍습을 불평등한 구조로 지배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흑백인종차별정책의 비인륜적이고 비지성적인 참담함도 극명한 사례다.1963년 8월28일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은 위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미국 역사상 드물게 많이 모인 20여만명의 시민과 세계를 향하여 가슴 저미는 연설을 하였다. 미국이라는 물질적 풍요와 번영의 바다에서 흑인은 외로이 떠있는 빈곤의 섬에서 살고 있다는 것. 흑인의 자녀들이 ‘백인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에 자긍심을 갈취당하고 존엄성을 약탈당하고 있다는 것. 미시시피주의 흑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뉴욕주의 흑인들은 투표할 대상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 흑인들이 출세해봤자 작은 가난한 곳에서 넓고 큰 가난한 곳으로 옮기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의 꿈은 이러했다. 어느 날 조지아의 붉은 동산 위에 전 노예의 아들과 전 주인의 아들이 형제애의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되는 꿈. 자신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격에 의해 평가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 킹이 연설한 1963년의 우리 사회는 가난했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을 귀중히 여기고 가난한 이와 함께 나누는 공동체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상대적으로 풍부해졌지만 빈부에 의해 지나치게 지배받는 사회가 되고 있다. 혈연 학연 지연에 근거한 불공정거래의 망국적 고질병에 빈부의 차이가 끼어들고 있다. 차이가 차별이 될 때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는 회생불능이 된다.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를 가르는 담장이 대변하는 물리적인 차이도 문제지만 학교성적, 대학진학, 의료건강, 직업종류, 인간관계, 이웃관계에까지 빈부의 차이가 영향력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담장을 없애는 법의 보완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하는 휴머니즘과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의사소통이다. 이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실행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 與·野 ‘기선잡기’ 가시돋친 설전

    與·野 ‘기선잡기’ 가시돋친 설전

    여야는 23일 2차 ‘4인 대표회담’을 열어 핵심 쟁점 법안인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합의정신 이행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앞서 회담장 앞인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기습적인 항의 시위를 벌이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4인 대표회담’이 재개된 23일 오전 10시16분 국회 본관 귀빈식당 앞에서 천영세 의원단대표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담장으로 들어가려던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막아서면서 양측간 설전을 벌였다. ●민노당 “국회 입법권 훼손” 민노당 천 의원단대표는 “국회 입법권 훼손이다.”라고 목청을 높였고, 열린우리당 천 대표는 “국회 무력화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민노당 심상정 의원이 “민주주의의 모욕으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고 경고하자, 열린우리당 이 의장은 “역사적 심판을 받겠다.”고 맞받아쳤다. 민노당의 기습적인 항의 시위는 15분 정도 계속됐고, 천 의원단대표는 “4인 회담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퇴장했다. ‘기습’을 당한 이 의장은 “국회에 들어온 이상 ‘거리의 정치 방식’은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국회에서는 국회의 질서를 따르고, 국회법과 관례에 따라서 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천 원내대표도 “4인 회담은 정치협상으로 막힌 현안을 풀어보려는 것”이라며 “다른 정당서 오해하는데 상임위나 소위 차원에서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라고 거들었다. ●朴대표 “악수는 잘 되고나서 합시다”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의 언질로 민노당의 기습 시위를 피해 10시32분쯤에 회담장에 도착한 박근혜 대표는 이 의장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한 차례 악수 포즈를 취했으나 취재진이 4인 모두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자, 박 대표는 “잘 되고나서 합시다.”라며 이 의장이 내민 손을 물리쳤다. 착석한 직후 이 의장은 민노당의 회담장 앞 시위를 언급하며 “ 민노당은 열린우리당의 (회담장) 입장을 저지하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저지가 안 됐으니 서로 잘 된 모양이죠.”라며 가시돋친 말을 던졌다. 이어 “한나라당이 교육위에서 사립학교법을 27일 상정, 내년 1월 공청회하자고 해서 오늘 소태씹는 맘으로 왔다.”며 “4자 회담이 한치도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왔다.”고 운을 뗐다. ●李의장 “오늘 소태 씹는 맘으로 왔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예결위 등에서 (열린우리당이) 단독 심의하고, 다른 상임위에서도 그런 식으로 하니까 그렇게 얘기 나온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천 원내대표도 “특히 교육위 문제는 깜짝 놀랄 만한 사태다. 연내 처리와는 거리가 먼 태도다. 확실히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천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회담 한 시간여 만인 오전 11시30분께 회담을 마무리한 뒤 ▲27일까지 휴일없이 4인회담 가동 ▲상임위·소위·특위 등도 4인회담과 함께 전면 가동 ▲과거사법 8인 실무팀 운영 ▲필요한 경우 2인 이내 배석 허용 등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문소영 박지연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NBA] 오닐 이적후 코비와 시즌 첫 대결

    ‘하늘의 태양은 하나다.’ 전세계 농구팬들이 ‘크리스마스 빅뱅’을 앞두고 흥분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콤비에서 최대 앙숙으로 돌변한 ‘스윙맨’ 코비 브라이언트(26·198㎝·LA 레이커스)와 ‘공룡센터’ 샤킬 오닐(32·216㎝·마이애미 히트)이 25일 시즌 처음으로 격돌한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를 배치하는 것은 NBA의 관례. 농구팬들은 그 어느 해보다 재미있는 NBA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셈이다. 둘은 레이커스에서 8년간 최강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99∼00시즌부터 3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 그러나 팀내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한 이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던 코비는 법정에서 “오닐도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100만달러를 줘 입을 막았다.”고 진술했고, 오닐은 “용서할 수 없는 이기주의자 코비 때문에 레이커스를 떠난다.”고 비난해 감정대립은 극에 달했다. 코비가 지난 16일 ESPN과의 인터뷰에서 “법정에서 오닐의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지만 오닐은 “코비가 슈퍼카 ‘콜벳’을 타고 돌진하더라도 ‘오닐’이라는 견고한 담장 앞에서는 산산조각날 것”이라며 사과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를 넘어선 감정싸움에도 불구하고 둘은 여전히 NBA에서 최고의 실력을 뽐낸다. 지난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27.1득점,12.1리바운드를 기록한 오닐은 마이애미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도 20.7점에 11리바운드로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코비 역시 경기당 27점으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어시스트도 평균 7.5개를 기록하고 있다. 맞대결에서는 일단 오닐이 유리하다. 가드 드웨인 웨이드, 포워드 에디 존스에 오닐까지 가세한 마이애미는 22일 보스턴 셀틱스를 108-100으로 이겨 9연승을 달리고 있다.20승7패로 동부콘퍼런스 1위. 오닐은 왼쪽 종아리 타박상으로 22일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크리스마스 대결에는 반드시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오닐은 물론 게리 페이튼, 칼 말론까지 떠나 코비가 외롭게 분전하고 있는 레이커스는 지난 21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에게 72-82로 져 2연패에 빠졌고, 시즌 13승11패로 서부콘퍼런스 7위에 그치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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