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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녹색마을 조성’ 중단

    대구시의 ‘녹색마을 조성사업’이 신청 건수가 없어 시행 1년 만에 중단됐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14년째 추진하고 있는 도심 담 허물기 운동을 확대해 녹색마을 조성사업을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했다. 이 사업은 20∼30가구의 주택 밀집지역 담들을 철거한 뒤 조경수와 잔디를 심어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마을 길에는 꽃길과 잔디 블록 등 녹색 보행로를 조성하는 것이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야간 경관 조명과 건물 내 생활용 전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담장 제거에 따른 주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방범용 폐쇄회로(CC) TV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청 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주택 담장을 허물 경우 프라버시 침해는 물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시는 당초 2014년까지 5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녹색마을 38곳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Coex is the new global village(코엑스는 ‘또 하나의 지구촌’)

    Coex is the new global village(코엑스는 ‘또 하나의 지구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는 또 하나의 지구촌이다. 정상회의 관계자만 1만명이 코엑스에서 북적댈 전망이다. 회의 기간 코엑스를 중심으로 반경 1.1~2.2㎞의 경호 안전구역에는 5만명의 경찰과 1만명의 군 병력이 배치된다. 물론 코엑스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주중 10만여명, 주말 15만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엑스가 생긴 이래 가장 덜 붐비는 이틀이 될 가능성이 크다. 7일 G20 준비위에 따르면 서울회의에 참가하는 국가원수급은 회원국 정상 21명(EU는 상임의장·집행위원장 2명 참석)과 초청국 정상 5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7개 국제기구 대표까지 33명에 이른다. 재무 장관·차관들과 셰르파(사전교섭 대표), 수행원 등 약 4000명의 대표단이 등록했다. 또한 외신기자 1660명을 비롯한 4238명의 기자가 취재 신청을 했다. 코엑스에 들어가려면 얼굴인식시스템(RFID)과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6월 부산 재무장관 회의와 지난달 경주회의 때와 같다. 얼굴인식시스템은 쌍둥이와 성형수술한 사람까지 가려낼 만큼 정밀하다는 게 G20 경호안전통제단의 설명이다. 1층은 프레스센터(A홀·1만 368㎡)와 국제방송센터(B홀·8000㎡)로 꾸며진다. 이곳에서 1600여명의 외신기자들은 12일 오후 4시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이슈를 골자로 한 ‘서울선언’을 전세계로 긴급 타전하게 된다. 정상들과 대표단이 환율과 경상수지 목표제의 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s)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들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벌이는 무대는 코엑스 3층이다. 주회의장(D홀·7280㎡)에는 전체회의장은 물론, 정상들이 틈틈이 쉴 수 있는 라운지와 업무오찬장이 자리잡는다. 같은 층의 C홀(1만 368㎡)에는 각국 대표단 사무실과 국가별 브리핑룸, 양자회담장이 자리잡는다. G20의 성격상 논쟁적인 어젠다들은 공식 회의장보다는 외려 양자회담장에서 담판이 날 수도 있다. 정상회의 기간 중 코엑스 일대에는 3중의 물샐 틈 없는 경호선이 설치된다. 제3선은 원거리 화기 사거리인 반경 2㎞쯤에 만들어지고, 2선은 주변 4개 도로(영동대로·테헤란로·봉은사로·아셈로) 중간에 설치된다. 1선은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건물 외곽이다. 2선에는 철조망을, 1선에는 자살폭탄 테러 등을 막기 위한 이동식 담장형 방벽이 설치된다. G20 경호안전특별법에 따라 8일 0시부터 5일간은 집회·시위가 전면 금지된다. 코엑스를 중심으로 반경 1.1~2.2㎞에 이르는 구역에 6만명의 군·경이 투입돼 테러 감시활동에 나선다. 주변 고층건물에는 ‘스나이퍼’(저격수)들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장 상공에는 밤중에도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열 영상 카메라를 장착한 헬기가 떠다닌다. 또 코엑스 근처 도로에는 차량 하부를 자동 검색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돼 폭탄 테러에 대비한다. 평일 유동인구가 10만여명에 이르는 코엑스몰은 어느 때보다 한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상가 영업을 자율에 맡기기로 했지만 11일에는 60% 정도, 12일에도 80%의 상점이 휴업을 결정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휴점을 결정했다. 코엑스 주변이나 가장 가까운 역인 삼성역에 가는 데도 다소 불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도로가 통제되고 대중교통도 일부 역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내버스는 12일 0시~오후 10시 ‘봉은사 아셈센터’ ‘한국무역센터’ ‘한국무역센터 삼성역’ 등 주변 정류장 6곳에 서지 않는다. 지하철 2호선도 코엑스와 연결된 삼성역에 12일 0시~ 오후 10시 무정차 통과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G20 정상회의/1박2일 체류 생중계] 환영리셉션→코엑스 세션회의→업무오찬→결과브리핑

    [G20 정상회의/1박2일 체류 생중계] 환영리셉션→코엑스 세션회의→업무오찬→결과브리핑

    월 11일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원이 우리나라 영공에 접근하자 공군 F-16 전투기들이 양측으로 편대비행을 하며 경호에 나선다. 바다 위 함정들에도 ‘데프콘 3’(전군 준비 강화태세)가 내려졌다. 한미연합사령부와 우리 군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비상 근무체제로 들어갔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에 도착하는 특별기만 42대. 각국 정상들의 안전한 입국을 돕기 위해 이날 F-16이 수도권 상공을 42차례나 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상들이 서울에 들어오는 관문은 인천과 김포, 서울 공항 등 3곳이다. 정부는 우선 인천공항을 주 공항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지만 미국과 중국같이 특별히 경호나 의전에 신경 써야 할 국가원수는 서울공항을 이용하도록 했다. 장관의 공항 영접 등 각국 정상에게 최고의 예를 갖춘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전례를 감안해 레드카펫이나 도열병 사열 등은 생략했다. 먼저 도착한 정상 등은 숙소로 이동해 여장을 풀기도 한다. 정상들의 숙소는 서울 시내 12개 특급호텔에 나뉘어 있다. 안전을 고려해 호텔 도로 주변엔 3중 경계망이 펼쳐진다. 도로에서 5㎞ 떨어진 곳까지 경호 구역으로 지정되며 정상들이 이동할때 도로는 주변 500m까지 통제된다. 첫 공식행사인 환영 리셉션은 정상 내외와 재무장관·차관, 셰르파(사전교섭 대표), 수행장관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6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리셉션장의 이름은 ‘역사의 길’. 장중한 건축미 속에 담긴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우리문화의 멋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환영 리셉션이 끝나면 정상들은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곧바로 업무 만찬에 들어간다. G20 정상회의는 철저하게 업무 중심이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 EC) 등에서는 각국 정상이 여유 있게 담소도 나누고, 개최국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 촬영도 하지만 G20은 업무에 큰 무게를 둔다. 배우자들은 인근 리움미술관에서 별도의 만찬자리를 갖는다. 공식일정은 오후 9시에 끝나지만 바로 숙소로 향하는 정상은 거의 없다. 각국이 손익계산에 따른 회담 일정을 잡는 데 분주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8개국 정상과 별도의 양자(兩者)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최근엔 영토 문제로 러시아와 일본, 중국 등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서울에서 화해의 장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공식일정 둘째 날인 12일 새벽밥을 먹은 정상들은 숙소를 출발해 오전 9시 본행사장인 강남 코엑스에 모인다. 모이는 시간에도 의전의 룰이 숨어 있다. 다른 정상의 양보(?)로 회의장에서 가장 가까운 코엑스 내 호텔을 숙소로 배정받은 정상은 답례성으로 가장 먼저 회의장에 도착해 나머지 정상을 기다린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정상과 대표들은 의전서열의 역순으로 행사장에 도착한다. 예를 들어 국제기구 대표가 먼저 와 기다려야 하고 이어 정상을 대신해 참석한 국가 대표, 그 다음이 초청국, 마지막이 회원국이다. 오전 9시부터는 첫 세션 회의가 진행된다. 참석자들이 빙 둘러앉은 대형 원탁은 위에서 보면 커다란 도넛 3개를 겹쳐 놓은 꼴이다. 안쪽 테이블에는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바깥쪽 테이블에는 재무장관과 셰르파들이 배석하는 형태다. 줄줄이 이어지는 릴레이 회의의 중간에 쉬는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다. 오전회의를 마친 정상들은 짬을 내 단체사진을 찍는다. 낮 12시 30분에는 워킹런치(업무점심)로 불리는 오찬으로 정상들은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회의에 방해되지 않도록 제공 오찬 코스는 3가지로 간단하게 준비된다. 사실상 마지막 회의인 만큼 어느 때보다 집중도 높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4시부터 정상들은 코뮈니케(공동성명)의 내용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내외신 기자들에게 정상회의 결과를 브리핑한다. 오후 6시 30분부터 회담장 바로 옆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일부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비즈니스 서밋 참석자 등 200여명이 함께하는 특별만찬이 열린다. 서울회의의 성과들을 공유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우리 민요 아리랑을 테마로 한 30분간의 문화공연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8시 45분. 단군 이래 최대의 외교행사라는 서울 G20은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수능시험지 훔치려던 수험생 영장

    경기도 성남중원경찰서는 지난 6일 새벽 대학 수학능력 시험지를 인쇄하는 공장에 들어가 시험지를 훔치려고 한 혐의(야간건조물 침입 절도미수)로 김모(2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오전 3시 30분쯤 성남 중원구 소재 수능시험지 인쇄공장 옆 A의류창고 담장을 넘어 옥상을 통해 인쇄공장에 들어가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의류창고 담장을 넘어 옥상으로 가던 중 창고에 설치돼 있던 비상벨이 울리면서 옆 인쇄공장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007년 8월 검정고시에 합격했으며 오는 18일로 예정된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G20 정상회의 D-5] 회담장주변 통제 1시간만에 동작구까지 ‘정체 쓰나미’

    [G20 정상회의 D-5] 회담장주변 통제 1시간만에 동작구까지 ‘정체 쓰나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승용차는 집에 두고….’ 원활한 정상회의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서울시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로 서울 전역이 교통정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통정체는 경찰의 G20 교통통제 모의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영동대로, 테헤란로, 봉은사로, 아셈로 등 코엑스 주변 반경 500m에서 1.5㎞ 지역의 도로에서 전면 또는 부분 통제하는 것을 전제로 교통통제 모의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교통통제 30분 후에는 영동대로 통제로 동서간 정체현상이 빚어졌고, 1시간 뒤에는 행사가 열리는 강남구는 물론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흑석동 등 서초구와 동작구에서도 정체가 시작됐다. 게다가 행사장은 코엑스이지만 강북 곳곳에서도 G20 관련 행사들이 벌어진다. 11일 오후6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식만찬이 열린다. 이어 경복궁에서는 문화행사가 열린다. 각국 영부인들은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행사를 갖는다. 12일에도 창덕궁 후원과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을 방문한다. 또 각국 정상이 머무는 롯데·신라·리츠칼튼·그랜드하얏트 등 서울시내 12개 호텔 인근에서도 교통정체가 생길 수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원형대로 재탄생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원형대로 재탄생

    독립과 민주의 현장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새롭게 탄생했다. 서대문구는 3일 2008년부터 국비와 시비 등 121억 2700만원을 들여 역사관 종합정비 보수공사와 전시관 전시물을 대폭 교체해 오는 6일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우선 옛 보안과 청사로 사용됐던 주전시관을 원형대로 복원했다.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1398㎡(423평)로 1961년 5·16쿠데타 이후 군인출신 형무소장이 냉전 이데올로기에 따라 붉은 색을 꺼려 기존 외벽에 흰 타일을 덧붙였던 것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전시 아이템도 ‘독립과 민주’에 걸맞은 시설물로 꾸몄다. 전시관 1층 역사실에서는 폭압적인 식민권력의 상징이었던 형무소의 연혁과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과정에서의 역사적 의미를 조망하고 관련 영상을 상영한다. 지하1층 그림자 영상 체험실에서는 벽면에 설치된 특수카메라가 관람객의 얼굴을 그림자 형태로 촬영해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것처럼 합성한 특수영상을 올린다. 형무소를 감시·통제하는 건물인 중앙사에는 간수사무소 및 수감자 기록과 식사, 의복, 생활을 보여 주는 ‘형무소 의·식·주’를 만들었고 12옥사에는 독방과 독립운동가 사이의 암호통신이었던 타벽통보법을 보여준다. 1987년 서울구치소 이전 직후 철거된 취사장도 1930년대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398㎡(120평)의 취사장은 1936년 제작된 도면을 조사해 드러난 지층 구조물과 취사장 천장 증축 공사도면을 근거로 복원한 것이다. 이 밖에 옥사 지붕과 외벽보수, 보강, 지붕 채광장을 복원하고 경내 외래수종 수목을 심어 1930년대 경관을 재현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시와 문화재청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내년부터 유관순 지하감옥, 격벽장(수감자 운동장), 담장 등에 대한 원형복원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독립·민주화 열사들의 수난처인 서대문형무소가 역사문화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개관 기념으로 무료 개방하는 6일 형무소에 투옥됐던 독립지사 이병희·이병호 선생과 이돈명·이소선·박형규·리영희씨 등 민주인사 4명이 풋 프린팅을 하고 다중집합장소에 입식 조형물로 전시할 예정이다. 앞서 4일 경술국치 100년·형무소역사관 개관 12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7일에는 을사늑약 체결지인 경운궁 중명전~경교장~4·19혁명도서관~독립문~서대문형무소를 걷는 민주올레길 탐방 행사가 이어진다. 역사관 관람객은 연간 일본인 4만 2000여명 등 60만명에 이른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동대문구, 육교·옹벽도 아름답게

    동대문구, 육교·옹벽도 아름답게

    동대문구는 청량리동 등에 향기로운 육교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3일 밝혔다. 육교 꽃길 조성사업은 구가 추진하는 ‘베스트 빌리지’ 사업의 일환으로, 청량리동 직원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동네를 관통하는 삭막하고 흉물 같은 육교에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국화, 꽃기린, 보스턴고사리 등이 어우러진 꽃길을 조성함으로써 이웃을 배려하고 내 고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하자는 것이었다. 거리에는 신개념 갤러리도 등장했다. 휘경2동 휘경여중고 앞 옹벽에 디자인 벽화를 그려 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한편 자긍심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일러스트 작가 심인섭씨와 함께 옹벽을 개나리색으로 둔갑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비타민제를 먹은 것처럼 기분을 밝게 해준다. 청량리동 주민 김모(49)씨는 “개나리색 위에 산뜻하고 재미있는 일러스트를 그려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흰색 물결무늬가 가미돼 리듬감까지 준다.”며 반겼다. 제기동 주민센터도 지역단체와 거리미술동호회의 도움으로 정릉천변에서 선농단으로 올라가는 성일중학교 담장을 ‘테마가 있는 벽화거리’로 변모시켰다. 흥겨운 농악대와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 등이 그려진 담벼락은 시골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유덕열 구청장은 “특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베스트 빌리지 사업을 펴게 됐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SF, 56년 만에 월드시리즈 품다

    SF, 56년 만에 월드시리즈 품다

    샌프란시스코가 56년 만에 미 프로야구 정상을 밟았다. 샌프란시스코는 2일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팀 린스컴의 호투와 에드가 렌테리아의 3점포를 앞세워 텍사스를 3-1로 꺾었다. 이로써 4승 1패가 된 샌프란시스코는 7전 4선승제인 월드시리즈의 우승컵을 차지했다. 1958년 새 연고지인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뒤 4번째 도전만에 이룬 우승이다. 뉴욕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1954년 우승 이후 56년 만이다. 1883년 뉴욕 고담스로 창단한 이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거치면서 127년 구단 사상 통산 6번째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사령탑이 된 브루스 보치 감독은 생애 첫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2, 5차전에서 결승 솔로홈런과 스리런홈런을 각각 터뜨린 렌테리아가 선정됐다. 2008년 나란히 사이영상을 받은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텍사스의 클리프 리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인 샌프란시스코의 린스컴이 1차전에 이어 두 번째로 격돌했다. 6회까지 전광판은 ‘0’의 행진을 계속했다. 1차전과 달리 투수전이었다. 균형이 깨진 건 7회 초 샌프란시스코의 공격 때였다. 무사 2·3루 찬스를 맞은 렌테리아는 볼카운트 0-2에서 리의 컷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그대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1차전에서 대거 7점을 내주며 무너졌던 리는 이번에도 실투로 결정적인 한방을 허용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0개 구단 중 팀 평균 자책점 1위(3.36)다웠다. 시리즈 5경기에서 정규 시즌보다도 낮은 2.45로 잘 막아냈다. 이날도 린스컴과 마무리 브라이언 윌슨의 활약이 돋보였다. 린스컴은 8이닝 동안 3안타(1홈런) 2볼넷 1실점의 역투로 시리즈 2승째를 올렸다. 삼진은 무려 10개나 잡아냈다. 2008~09년 동안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한 관록이 빛났다. 반면 텍사스는 7회 말 넬슨 크루즈가 솔로홈런을 날려 1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1961년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텍사스는 팀 타율 1위(.276)다운 화력을 뿜어내지 못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해결사 조시 해밀턴이 타율 .100,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071로 침묵한 게 아쉬웠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쌍문동 환하게 밝힌 벽화거리

    쌍문동 환하게 밝힌 벽화거리

    ‘노해마을 로드 갤러리’가 생겼다. 도봉구 쌍문2동에 주민들이 만든 ‘길거리 벽화’ 가 늘어선 곳이다. 노해마을은 쌍문동의 옛 이름이다. 쌍문2동 주민들은 지난 27일 쌍문동 삼익세라믹 아파트 104동 담장 19개 면에 핸드프린팅, 초등학생·유아들의 솜씨자랑, 주민들이 모아 온 50여장의 사진나무 등 새로운 개념의 로드갤러리를 완성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회색의 콘크리트벽으로 쭉 이어졌던 이곳은 이제 화사해졌다. 애초 주변 상가에서는 이 삭막한 담장을 뭔가 색다른 것으로 바꿔보려고 노심초사했다. 상권이 밀집해 주민 왕래가 잦았던 탓이다. 길거리 그림 그리기는 지난 4월부터 추진됐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을 보석 찾기’사업을 공모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사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조건은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할 수 있고, 주민 다수가 동참할 수 있는 사업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무지갯빛 따사로운 정(情) 만들기 사업”으로 주민의 손으로 노해마을 로드 갤러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이 사업계획을 두고 서울시에서 나온 박희선 평가위원은 자치구별로 벽화사업이 꾸준히 시행됐지만, 확실히 쌍문2동 자치회관의 로드 갤러리 사업은 차별성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부분 마을 벽화가 전문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지만, 쌍문2동 로드 갤러리 사업은 ‘예쁜 가족사진 자랑하기’ ‘자신의 손도장 찍기’ ‘유아들의 솜씨자랑’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 담장마다 특성에 따라 할당해 주제를 설정했다. ‘사랑이 꽃피는 거리’ ‘시화가 흐르는 거리’ ‘명화의 거리’ ‘사색의 거리’ 등 특색에 따라 주민들의 작품이 새겨졌다. 벽화가 완성되던 날에는 ‘우리마을 아트짱’으로 200여 주민들이 벽화작업을 했다. 이동진 구청장도 참석해 손도장을 찍고 ‘함께 만들어요! 행복한 도봉!’이란 글귀를 남겼다. 이 구청장은 이날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참여이고, 주민이야말로 자치의 기본 전제이자 핵심 가치”라며 주민들의 참여로 만든 벽화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월드시리즈] 샌프란시스코 2연승

    샌프란시스코가 2연승을 달리며 56년 만의 정상 탈환에 한발 더 다가섰다. 미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인 샌프란시스코는 29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의 AT&T파크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텍사스와의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선발 투수 맷 케인의 무실점 완벽투에 힘입어 9-0으로 크게 이겼다. 샌프란시스코는 2승만 추가하면 대망의 챔피언 자리에 오른다. 활발한 타격전이었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중반까지 양팀 선발인 케인과 C J 윌슨의 투수전 양상이었다. 전광판을 찍어가던 ‘0’의 행진이 멈춘 건 5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에드거 렌테리어가 윌슨의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그대로 결승포가 됐다. 7회 말 1사 2루에서는 전날 결승 3점포를 터뜨린 후안 우리베가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 2-0으로 달아났다. 8회 말에는 밀어내기 볼넷 2개와 렌테리어의 2타점 좌전 적시타 등으로 대거 7점을 보태 승부를 확정 지었다. 케인은 7과 3분의2이닝 동안 텍사스의 강타선을 단 4안타로 묶는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케인은 올해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21과 3분의1이닝 동안 자책점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최고의 피칭을 구사하고 있다. 윌슨은 6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다. 3차전은 31일 텍사스 주 알링턴의 레인저스 볼파크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송파구 백제고분길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송파구 백제고분길

    길은 공간만 잇는 것이 아니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흔적을 좇다 보면 ‘시간 여행’도 가능케 한다. 송파구 백제고분길이 그렇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부터 8호선 송파역까지 3~4㎞ 구간이다. ●문화해설사 이야기 들어볼까 백제고분길은 잠실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 앞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큼지막한 삼전도비와 마주한다. 1639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요구로 세워진 굴욕의 역사만큼이나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4월에야 제자리를 찾았다. 이곳에 상주하는 문화해설사가 풀어 놓는 이야기 보따리를 귀에 담아가면 된다. 삼전도비에서 비스듬히 난 내리막길은 석촌호수로 향한다. 호수 주변 2.5㎞ 구간은 두말이 필요없는 산책 명소이다. 서울놀이마당 무대를 지나 호수 남쪽에 자리잡은 레이크호텔에 다다르면 물 구경을 멈춰도 좋다. 호텔 앞 횡단보도를 건너 ‘석촌호수16길’로 접어든다. 길은 석촌동 백제 초기 적석총(사적 제243호)으로 인도한다. 석촌(石村·돌마을)이라는 지명도 이곳에서 유래했다. 5만㎡에 이르는 돌무덤 터는 1700~1800년 전 백제의 위용을 보여주는 흔적이자, 지금은 삭막한 도시에 숨통을 터 주는 쉼터가 됐다. 궁금증이 있다면 주위를 살펴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골목시장서 1만원에 가족 한끼 적석총 남쪽으로 빠져나와 가락로를 가로지르면 석촌골목시장이 나온다. 1980년대 초반 형성된 시장엔 가락시영아파트 후문 쪽 담장을 따라 500여m 구간에 250여개 상점이 몰려 있다. 송파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다. 4인 가족이 만원만 내면 빈 속을 채울 먹을거리가 즐비하다. 족발과 막걸리 등으로 유명한 진미식당, 농협이 지정한 안심축산물전문점 1호점 대원정육점 등이 ‘대표 상점’으로 꼽힌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난 수도원의 마당쇠… 기도가 삶”

    “난 수도원의 마당쇠… 기도가 삶”

    가을의 깊이란 것이 어떤 느낌일까. 지난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팔탄면 가재리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자의 모후 신학원’에 들어섰다. 건물 담장이 고색창연했다. 붉게 물든 넝쿨들이 그윽하고 심오한 느낌을 연출했다. 마당의 잔디는 시골 황구처럼 누런색으로 변해간다. 담장 넝쿨 사이로, 이팔종(70·토마스) 수사가 검은 수도복을 입고 천천히 걸어나온다. 웃는 모습이 해맑다. 세상과 멀고도 깊은 수도원에서 ‘정결’ ‘청빈’ ‘순명’이라는 세 가지 서원을 오롯하게 수행하며 살아온 내공의 표정이었다. 이 수사는 아마 늘 그렇게 지내왔으리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한국전쟁 직후 1953년 방유룡(1900~1986년·안드레아) 신부에 의해 국내 처음으로 설립된 남자수도회. 당시에는 경북 왜관의 성베네딕도수도회, 대전의 성프란치스코 수도회 등 외국계 수도회만 몇 곳 있었다. 때문에 한국에서 자생한 첫번째 남자수도회라는 점에서 오는 30일 큰 경사를 맞는다. 국내 설립 방인(傍人) 수도회 소속 수도자인 이팔종 수사가 서원 50년을 맞아 이날 오전 서울 성북동 복지사랑 피정의 집에서 ‘금경축’ 미사를 봉헌한다. “나는 이 수도회 신학원의 마당쇠일 뿐인데요(웃음).” 이 수사는 낯선 이방인을 그렇게 맞이했다. 수도회 앞마당에서 잠시 서서 마주했다. 뒤에는 김대건 신부의 석상이 서 있었다. 건물의 설계는 건축가 이일훈씨가 맡았고 1994년에 지었다. 생활의 편의성보다는 ‘수도자의 길’에 맞게 설계를 했다고 설명한다. 생활동 안 복도의 너비를 한 사람만 걸어다닐 수 있도록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복도에서 서로 마주치면 누군가는 뒷걸음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양보와 사랑의 수행을 익히게 하자는 것이다. 건축 얘기가 나오자 이 수사는 성당 짓는 목수 일을 떠올린다. 군대를 제대한 후 1964년 종신서원과 함께 받은 소임이 목공이다. 1965년 인천 고잔성당을 시작으로 덕적도성당(66년), 덕적도병원(67년), 금호동성당(68년), 이문동성당(69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청량리수녀원(70년)에 이어 서귀포 피정의 집(72~75년) 등 대패와 끌, 망치를 들고 다니면서 성당을 지었다. “어떻게 해서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까.” “제 고향이 경기도 일죽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곳에서 어머니 따라 장로교회에 다녔지요. 그때만 해도 목사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그런데 하루는 어머니가 동네에 이사온 천주교 신자 부인을 만나고 오시더니 ‘얘야, 천주교가 큰집이다’라고 하시더군요. 이후 어머니와 저는 천주교로 개종했습니다. 라틴어 미사에다 멋진 제의를 보고 감동 받아 신부가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왜 신부가 아닌 수사의 길을 택하셨는지요.” “6·25 때 우리 집안이 공산당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가족이 처형당하기도 하고 6촌형 둘은 월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이 자연스럽게 몰락했지요. 집안이 가난했고 또 사상적으로 몰리면서 중학교에 다닐 형편이 못 됐습니다. 게다가 옹기장사를 하던 큰형을 따라 일을 도우면서 신학교에 가려고 했는데 큰형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아마 중학교 졸업장이 있었다면 신부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1957년 입회 당시 명동성당 내 사도회관(현 교구청) 옆 천막수도원에서 수도의 길을 걸었다. 여기에서 양철을 덧댄 트렁크를 만들었고 주방 일을 맡기도 했다. 힘들 때마다 방유룡 신부가 “수도원은 성인이 되는 곳이다.”라고 격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그가 신학원에 들어온 지 2년. 늘 그래왔듯이 어디에서든지 세월이 지날수록 기도의 맛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수도자란 기도하는 사람이다.’는 가르침의 길을 걸으며 면형무아(麵形無我)로 나아간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저야 뭐 기도하는 일밖에 없죠. 혹시 여건이 된다면 말년에 수도원 내에서 늙은이끼리 기도 중심으로 관상부 생활을 하고 싶어요.” 수도자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하느님만 찾아야 하고 ▲ 자기자신과 싸우는 사람이어야 하고 ▲수도자는 늘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세 가지를 강조한다. 그는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고 해서 ‘팔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절에 가끔 다닌다고 하자 “석가모니의 가르침도 훌륭하니 열심히 하세요.”라며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이대호 4년만에 한풀이 “내년 목표는 롯데 우승”

    이대호 4년만에 한풀이 “내년 목표는 롯데 우승”

    최고에 한 발 모자란 타자였다. 딱 4년 전 후배 류현진(한화)이 시즌 MVP에 오를 때 괜찮은 척 웃음만 지어야 했다. 타격 4관왕을 차지했는데도 다들 뭔가 부족하다고만 말했다. 서운하고 쓸쓸했다. 박수 갈채 쏟아지던 시상식장에서 혼자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때 기억이 엊그제다. 상처는 아직 생생하다. ●불우했던 시절 넉살과 끈기로 버텨 어린 시절, 불우했다. 세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곧 재가했다. 부산 수영시장에서 장사하던 할머니가 세살 위 형과 이대호를 맡아 키웠다. 할머니는 된장과 야채를 팔아 아이들을 돌봤다. 힘들고 또 힘들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이대호는 잘 컸다. 잘 웃고 잘 뛰어다니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했다. 추신수(클리블랜드)가 처음 손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운동 뒤 나눠 주는 간식이 좋았다. 다행히 소질이 있었고 여러 포지션을 두루 잘 소화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마음에 품었다.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엔 감독 집에서 지내기도 했다. 모자란 게 많아도 넉살로 버텼다. 고등학교 2학년 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꼭 호강시켜 드리려고 했는데….” 이대호 가슴속의 가장 큰 한이다. 프로 와서도 시련의 연속이었다. 2001년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다. 입단 첫해 전지훈련에서 어깨를 다쳤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좋지 않던 어깨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해 단 한 경기도 출장 못했다. 병원에선 “투수로 오래 뛰기는 힘들 것 같다.”고 통보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코칭스테프는 타자로의 전향을 권유했다. 타격 재능은 뛰어났다. 특유의 유연성에 맞히는 능력도 탁월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듬해를 맞았다. 그러나 2002년 당시 롯데 백인천 감독은 혹독한 체중감량을 지시했다. “야구선수가 아니라 씨름선수 몸매”라는 혹평을 했다. 살을 빼야 했고 무리하게 운동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릎이 못 버텼다. 연골이 나가 수술대까지 올랐다. 동기생 김태균(지바 롯데)이 한화 4번 타자로 활약하는 장면을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이대호가 두각을 보인 건 2004년이었다. 20홈런을 때려내며 신예 거포로 주목받았다. 2006년엔 ‘야구 인생의 2라운드’가 열렸다. 1984년 이만수 이후 처음으로 트리플크라운(홈런·타점·타율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MVP 수상에 실패했다. 그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다. 병역혜택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당시 약혼녀 신혜정씨와의 결혼은 미뤄야 했다. 최고 수준 타자였지만 만년 2인자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이승엽에게, 이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김태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뺐겼다. 이대호는 언제나 한 발이 모자랐다. ●지난해 결혼 뒤 만년 2인자 그늘 벗어 그러나 2010시즌,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신씨와 결혼했다. 새신랑으로 올시즌을 맞았다. 기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완숙해졌다. 말 그대로 이대호의 해였다. 홈런-타율 타점 등 도루를 뺀 공격 전 부문 타이틀을 따냈다. 뜨거웠던 8월 한달, 9경기 연속 홈런을 담장 밖으로 날렸다. 이대호가 25일 2010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날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MVP 투표에서 전체 92표 가운데 59표를 얻었다. 지난 시련을 모두 날려 버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대호는 “이 자리 오기까지 프로 10년이 걸렸다. 내년 목표는 한번도 경험 못해 본 팀 우승”이라고 했다. 135㎏의 거구가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 치러진 신인왕 투표에선 두산 포수 양의지가 79표로 1위를 차지했다. 양의지는 “선수 생활 한 번뿐인 신인왕이라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하동군 노량마을 경관조성사업 추진

    경남 하동군은 25일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인 남해대교 인근 구노량마을을 해안경관이 아름다운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옛 모습의 나루터 복원과 방파제 단장 등 경관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노량마을이 국토해양부에서 주관해 추진하는 해안경관개선 시범사업 지역에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국비 등 모두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나루터를 복원하고 방파제와 해안길, 주택 지붕·담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2억원의 사업비로 내년 3, 4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한 뒤 설계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다. 구노량마을은 210가구에 5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가야시대부터 어선의 주요 기항지로 남해도를 오가는 해상교통의 관문이었다. 고려시대 남해도로 귀양 가는 유배객들이 남해로 들어가는 애환의 장소였고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을 비롯해 역사가 있는 마을이다. 군은 구노량마을이 해안경관마을로 조성되면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노량대교(제2남해대교)를 비롯해 대도해양종합관광지, 금오산권 어드벤처레포츠 단지 등과 연계해 남해안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텍사스, WS -1

    텍사스가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 텍사스는 20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벤지 몰리나의 3점포와 조시 해밀턴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뉴욕 양키스를 10-3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한 텍사스는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챙기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다. 반면 1차전 승리 후 내리 3연패를 당한 양키스는 벼랑 끝에 몰렸다. 2회 로빈슨 카노가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는 등 5회까지는 양키스가 3-2로 리드했다. 그러나 6회 들어 텍사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몰리나는 상대 선발 A J 버넷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분위기를 탄 텍사스는 7회와 9회 해밀턴의 연타석 홈런과 넬슨 크루즈의 투런홈런 등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억새명산 ‘영남 알프스’ 울주군 간월재

    억새명산 ‘영남 알프스’ 울주군 간월재

    초목들이 스스로를 비우는 때입니다. 한여름 무더위와 싸워가며 치열하게 키운 잎들을 가을이면 아낌없이 버립니다. 어찌보면 초목들이 사람보다 처세에 능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단풍이 그렇듯, 가을을 일깨우는 억새 또한 하늘 가까운 곳에서부터 절정을 이루기 시작합니다. 까다롭지 않은 성품이라 이산 저산 쉬 눈에 띄지만, 억새꽃의 고운 날갯짓을 제대로 보려는 여행자들은 다리품 팔아 억새 명산을 찾아갑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간월재도 그중 한 곳입니다. 이른바 ‘영남알프스’의 산군(山群) 중 하나로, 억새 명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예년과 달리 단풍이 다소 늦어진다는 소식이고 보면, 올해는 억새의 자태를 먼저 탐한 뒤 단풍을 맞는 것이 순서이지 싶습니다. 동해 바다가 지척이어서 시원한 바닷바람도 쐴 수 있으니, 이만하면 이 계절에 걸맞은 ‘종합여행선물세트’가 아닐까요. 글 사진 울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볕따라 몸바꾸는 ‘팔색조 억새’ 한여름의 억새는 억세다. 그러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억새 줄기는 비워지고 가벼워진다. 서슬퍼렇던 잎새의 날도 무뎌져 부드럽기까지 하다. 스치기만 해도 살갗을 찢고, 붉은 피를 탐했던 혈기방장함이 많이 누그러진 게다. 그렇게 자신을 비우고 가벼워지니 너른 바다를 이루게 되었을 터. 텅 비었으되 되레 충만하다. 울산시와 경남 밀양시 일대를 빙 둘러친 ‘영남알프스’에는 대표적인 억새 명산들이 밀집해 있다. 신불산이 그렇고, 간월산과 재약산(천황산) 등에도 드넓은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다. 사람마다 평가는 다르다. 넓기로 치자면 단연 밀양 재약산 사자평이다. 이름만으로도 억새들의 울림이 사자후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어떤 이는 빼어난 자연미와 주변 산세가 잘 어우러진 신불산 억새평원을 첫손 꼽는다. 물론 사자평의 식생에 변화가 생기면서 억새의 면적이 적잖이 줄었다는 ‘상대 평가’도 잊지 않는다. 또 어떤 이는 간월재 억새 군락의 내밀한 자태를 으뜸으로 친다. 하지만 어떤 곳을 앞세우느냐는 오로지 발품을 팔아 억새와 마주한 당신만의 몫이다. 장소에 못지않게 보는 시점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이른 아침, 해가 사위를 비추기 시작할 무렵엔 푸른 빛이 감도는 하얀색 옷을 입는다. 밝고 역동적이다. 해질 무렵엔 서쪽 하늘을 닮아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 빛을 띤다. 처연하면서도 농염하다. 빛을 담아내는 억새의 기교가 놀랍다. 억새를 좋아하는 산꾼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교교한 달빛 아래 하늘거리는 억새의 자태다. 이른 시간 간월재에 오르면, 목재 데크 위 텐트에서 아침을 맞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개중엔 출근 복장으로 말끔하게 갈아 입고 산을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산이 좋고 억새가 좋아 이른바 ‘비박 산행’을 감행한 이들의 변을 듣자니, 사위가 적막한 달밤에 억새들이 몸을 부딪치며 내는 사르락사르락 소리를 듣는 게 좋단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잠에서 깨는 행복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간월재까지는 임도를 따라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이렇게 장쾌한 풍경과, 이렇게 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되레 미안할 정도다. 하지만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요철이 심한 비포장도로다. 그나마 11월부터는 산불예방 차원에서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아울러 간월재를 오르내리는 임도는 일방통행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간월재(900m)는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68m)의 능선이 내려와 만난 자리다. 두 산의 능선을 타고 내려온 억새들이 이곳에서 만나 거대한 억새의 바다를 펼쳐보이고 있다. 절정이다. 바람이 산자락을 간질일 때마다 하얗게 물결치는 모습은 영락없는 파도다.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며 온몸으로 억새를 느껴 보시라. 시인 최승호가 억새를 두고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고 노래한 까닭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평지와 달리 간월재 억새들은 한결같이 키가 작다. 김봉대 상북면사무소 생활지원팀장은 이에 대해 “정상부 계곡과 능선에 늘 강한 바람이 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에 맞서지 않고, 어우러져 살기 위해 스스로 몸을 낮췄다는 뜻이다. 겸손의 미덕이다. ●빙하가 만든 풍경… 거문고 소리 들리는 섬 내친 걸음에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가는 것도 좋겠다. 간월재에서 2시간 거리. 왕복 4시간가량 소요되는 만만찮은 코스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을 오르다 보면 계곡의 기울기가 여느 산에 견줘 몹시 급박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게 된다. 박맹언 부경대학교 총장은 저서 ‘돌이야기’(산지니 펴냄)를 통해 그 까닭을 밝히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신생대 홍적세(12만 5000년 전) 동안 간월산과 신불산 정상도 빙하로 덮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거대한 돌들과 함께 산 아래로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가파른 계곡이 형성됐다는 것. 빙하와 함께 운반된 큰 바위들은 계곡이나 평지에 미아석(표이석), 이른바 ‘집 잃은 돌’을 남긴다. 신불산과 간월산 골짜기에서 언양 작천정에 이르는 동안 유난히 자갈더미와 미아석이 많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빙하는 간월재 아래 죽림굴(竹林窟)에 한층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죽림굴은 가톨릭의 성지 중 하나로,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를 피해 머물던 가톨릭 교인들이 생쌀을 씹으며 연명했다는 곳이다. 책에서는 거대한 바위들이 산 아래로 내려오다 포개졌고, 그때 생긴 빈 공간이 죽림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이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영남 알프스만의 지질학적 특성이라는 것. 내 나라 어느 곳이든 빙하기를 지나지 않은 지역은 없을 게다. 하지만 그 흔적이 여실히 남았다니, 불현듯 압축된 시간 사이에 서있다는 짜릿한 느낌이 몰려온다. 간월재에서 된비알을 오르다 보면 곧 신불산 정상. 가을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 칼바위가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멀리 기묘한 형태의 암릉들도 제 자태를 뽐낸다. 신불평원은 그 아래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간월재 억새가 부드럽고 온화한 능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탓에 여성적인 면이 강하다면, 신불산 억새는 거칠고 남성적이다. 멀리서 보면 매가 날개를 편 듯하다는 산세도 이같은 분위기를 거든다. 산바람으로 머리를 식혔으니 갯바람으로 폐부를 씻을 차례.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 끝에 슬도(瑟島)라는 작은 섬이 있다. 모래가 굳은 사암으로 이뤄진 무인도. 슬도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섬 주변 바위마다 패류가 들어가 살면서 만든 것으로 여겨지는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데, 이 위로 파도가 칠 때면 촤르륵 촤르륵~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선조님들, 과장이 심하시다. 아무렴, 거문고 뜯는 소리야 날까마는, 비유적인 표현만큼은 여간 감각적이지 않다. 슬도 뒤편은 성끝마을이다. 그런데 이곳, 거대 도시의 외곽 치고는 의외로 옛 풍경이 많이 남아 있다. 투박한 돌을 쌓아 만든 예전 방파제며, 그 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그렇다. 슬도를 바라보는 마을 언덕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 담장도 정겹다. 마을 앞바다는 현대미포조선소의 거대한 선박들로 막혀 있지만, 되레 그 탓에 더 안온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52)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35번 국도 포항·경주 방면→언양교차로 P턴→24번 국도 창녕 방면→69번 지방도 석남사·배내골 방면→덕현삼거리→석남사→3㎞ 직진 뒤 좌회전→5.5㎞ 직진→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이정표 앞 좌회전→4.6㎞ 직진→간월재 순으로 간다. 간월산과 신불산 원점회귀 산행을 할 경우, 등억리 간월산장(262-3141) 주차장에 차를 두고 가면 된다. 11월 KTX 울산역이 문을 연다. 울산역에서 간월재를 잇는 대중교통편도 조만간 개설될 예정이다. 현재는 언양터미널에서 시내버스가 한 시간 단위로 운행되고 있다. 상북면사무소 229-8316. ▲잘 곳 등억리 등억온천지구에 대규모 숙박단지가 조성돼 있다. 2만 5000원부터 7만원까지 다양하다. 가족들이 갈 경우 간월재 입구 펜션을 찾는 게 좋겠다. 주중 5만원 선. ▲맛집 작천정 옆 작천정휴게소는 피라미매운탕이 맛있는 집. 2만 5000원. 262-1662. 언양불고기집들은 대부분 언양 읍내 외곽에 몰려 있다. 1인분 1만 6000원 선. ▲주변 볼거리 간월재까지 가서 석남사(264-8900)를 빠뜨리면 서운하다. 석남사 입구에서 절집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떡갈나무 등 활엽수들이 길 좌우로 우거져 운치를 더한다. 언양 인근 자수정동굴나라는 길이 2.5㎞의 인공동굴로 예전 자수정 광산을 관광지로 개발했다. 254-1515.
  • [특별상-서울특별시 광진구] 저탄소 생활공간 돋보여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내가 먼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시민들을 위한 그린카 충전기 보급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저탄소사업 아이템 발굴에도 발벗고 나섰다. 주기적인 에너지 모니터링을 통해 저탄소 생활습관을 갖도록 유도하고 건강 테마벨트, 아파트 열린녹지 조성, 빗물저류조 및 블루웨이 등 살아 숨 쉬는 물길 만들기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산화탄소 교실과 녹색교통 실천사업, 아차산·중랑천 생태 프로그램 개발, 광진생태기행과 같은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 담장허물기 사업을 통해 생태환경과 여가공간을 확보한 노력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 [데스크 시각] 창경궁 담장의 높이/김상연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창경궁 담장의 높이/김상연 정치부 차장

    162번 시내버스를 타고 창경궁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는 궁의 담 높이에 절망한다. 아름답고 단아한 그 담장의 디자인은 외국인 누구라도 붙잡고 마구 자랑하고 싶지만, 안보적 측면에서 그 담의 키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어쩌자고 우리 선조들은 무인경비시스템도 없었던 시대에 왕궁의 담을 그토록 낮게 만들었을까. 무동 한번 서면 훌쩍 넘어갈 그 담의 높이는 문(文)의, 문에 의한, 문을 위한 나라 조선의 긴장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조선의 백성들은 왕궁의 담을 감히 넘어올 만큼 성정이 사납지 않았을 테니 담장을 높게 쌓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창경궁·덕수궁·경복궁의 담벼락에 익숙했기에 몇년 전 일본 교토(京都)에서 맞닥뜨린 어떤 궁의 담 높이는 내게 충격이었다. 궁을 두르고 있는 담의 키는 창경궁의 몇배나 됐고, 그것도 안심이 안 됐는지 담의 주위를 해자(垓子)가 휘감고 있었다. 담장이라기보다는 성벽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궁 안의 나무 복도를 걸을 때 삐걱삐걱 소리가 나기에 물어봤더니 잠잘 때 자객이 침입하는 것을 알아채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단다. 긴장 때문에 하루도 발 뻗고 잘 수 없었던 봉건국가가 일본이었다. 이 긴장도의 차이가 100여년 전 우리를 식민지로, 일본을 동아시아의 강자로 가른 근인(根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양의 힘으로는 서양에 맞설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대낮처럼 훤히 드러났을 때 일본은 스스로를 개조할 힘이 있었다. 무(武)의 긴장 속에서 칼을 갖고 있었던 젊은 사무라이들은 ‘위로부터의 쿠데타’를 일으켜 일본을 신속하게 변신시켰다. 반면 칼을 천대했던 문약(文弱)한 조선은 이러저리 휘둘렸고, 아름다운 왕궁의 담장 안은 동물원으로 전락했다. 문(文)을 숭상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선조들의 DNA는 세월이 흐르고 국체(國體)가 바뀌고 강산이 몇번을 변해도 우리의 피 안에 면면히 흐르는가 보다. 나라를 지키는 군함이 적의 공격에 무참하게 두 동강 나 46명의 아들들이 불귀의 객이 된 이후 우리가 보여준 태도는 우리의 삼엄함이 창경궁의 담 높이에서 한 치도 자라지 않았음을 웅변한다. 무력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를 것이란 이유로, 그리고 무력 이외의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로 무력 응징을 제외한 응징들이 채택됐다. 그리고 사건 발생 6개월밖에 안 지난 지금 북한과 이제 그만 화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어디선가 솔솔 들리기 시작한다.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데 피해자가 먼저 그만 털고 가자는 것은 어떤 나라, 어떤 국민들한테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이상한’ 정서다. 이런 특유의 정서에 대한 분석은 구구하지만, “잃는 게 두려워서”라는 게 가장 솔직한 이유인 것 같다. 휴전선이 시끄러워지면 주가가 떨어지고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군에 보낸 아들의 안위가 걱정되는 것이다. 미국 군함이 자기네 바다에서 멕시코 잠수정의 어뢰공격에 침몰했을 경우 미국이라면 우리처럼 했을까. 영국의 함정이 프랑스 어뢰에 격침됐을 경우 영국이라면 우리처럼 했을까.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천안함 사건 사과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고 있지만 여론이 이른바 ‘출구전략’ 쪽으로 기운다면 선거로 뽑힌 정부는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평화’나 ‘화해’ 같은 말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나약함을 감추는 교언(巧言)으로 이용되면 그것처럼 추악한 단어도 없다. 이런 우리한테 정말 두려운 시나리오는 북한이 또 도발하는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한번 더 참겠다고 할 명분도 없을 테고, 그렇다고 응전할 자신도 없을 텐데 어떻게 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도 이런 ‘굴신(屈身)의 처세’ 덕분에 약소한 우리 민족이 스러지지 않고 반만년 동안 생명을 부지해온 것이라고 누군가 강변한다면 할 말이 없다. 162번 버스는 오늘도 창경궁을 스치고, 창경궁 담벼락엔 가을빛이 완연하다. carlos@seoul.co.kr
  • [프로야구] 피말린 연장 11회…사자, 곰보다 끈질겼다

    [프로야구] 피말린 연장 11회…사자, 곰보다 끈질겼다

    최종전조차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두산과 삼성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은 다시 연장까지 갔다. 11회 말에야 승부가 갈렸다. 그것도 2사 뒤 극적인 끝내기 내야안타가 나왔다. 삼성이 13일 대구에서 두산을 6-5로 꺾었다. 시리즈 3승 2패를 기록한 삼성은 이제 4년만에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SK와 맞붙는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15일 오후 6시 인천 문학에서 열린다. ●또다시 선발투수의 난조 이번 시리즈 들어서 매 경기 선발들이 좋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캘빈 히메네스를 제외하면 선발승이 없다. 이날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2차전 주인공 히메네스는 경기 초반 좋은 공을 뿌렸다. 2회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안 내보냈다. 특유의 싱커가 잘 휘어 나갔다. 뜬공 하나 없이 6타자를 내리 땅볼로 처리했다. 그런데 운이 없었다. 3회 말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굳은살이 벗겨졌다. 일단 이닝은 그럭저럭 넘겼다. 문제는 4회 말이었다. 선두타자 신명철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박한이를 잡았지만 최형우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공을 제대로 못 잡아채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음 타자 조영훈에게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내줬다. 두산 벤치는 히메네스를 내렸다. 3과 3분의 1이닝 만이었다. 투구 수는 43개였다. 3자책점. 1차전 선발 삼성 차우찬은 이날도 안 좋았다. 당시 차우찬은 “1차전 선발이 주는 부담이 컸나 보다.”고 했었다. 그러나 5차전은 1차전보다 부담이 더 큰 경기다. 부담감은 다시 제구력에 반영됐다. 1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줬다. 구위는 괜찮았지만 공이 높았다. 5실점했다. ●이현승과 장원삼의 호투 묘한 인연이다. 두산 이현승과 삼성 장원삼. 지난 시즌엔 넥센 1, 2 선발이었다. 적으로 나서 둘 다 잘 던졌다. 두산 이현승은 6회 2사 1루 상황에서 올라왔다. 직전 투수 고창성이 삼성 이영욱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5-5 동점. 자칫 흐름이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갈 상황이었다. 이현승은 일단 까다로운 신명철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후 호투를 이어 갔다. 3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 투구했다. 안타는 단 하나만 맞았다. 삼진 7개를 잡았다. 연장 10회 말 1사까지 던졌다. 과부하가 극심한 두산 불펜으로선 가뭄의 단비였다. 삼성 장원삼은 6회 무사에서 등판했다. 이후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부터 경기가 시작이라면 선발승 요건을 갖추고도 남았다. 1안타 1볼넷만 내주고 삼진 3개를 곁들였다. 11회 초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시즌 최고 투구가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나왔다. 지난 3차전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장원삼은 승리투수가 됐다. ●11회 말에 끝장보다 승부는 11회 말에야 갈렸다. 삼성 선두타자 김상수가 왼쪽 안타를 때렸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은 2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박석민이 섰다. 박석민은 두산 마무리 임태훈과 끈질기게 승부했다. 2스트라이크 3볼에서 7구째를 잡아당겼다. 빗맞았다. 크게 바운드된 공이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타구가 느렸다. 손시헌이 달려들었지만 공을 못 잡았다. 결국 삼성이 마지막 1점을 뽑았다. 끝내기 내야안타였다. 길고 길었던 플레이오프는 이렇게 끝났다. 대구 박창규·장형우기자 nada@seoul.co.kr
  • 성동구 일자리사업 참여자 모집

    성동구가 하반기 지역 공동체 일자리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구청에서 행사성 경비 등 예산을 절감한 것에 1:1 매칭으로 서울시청 직원들이 절감한 부분을 더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 나선 것이라 의미가 더한다. 13일 구에 따르면 서울시와 성동구가 2010년 절약한 예산 21억 9300여만원을 재원으로 한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참여자를 추가로 모집한다. 이번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추진된다. 대상은 명품 녹색길조성, 어린이교통안전 지킴이 사업, 다문화가족지원 등 16개 사업에 600명이다. 신청 대상은 만 18세 이상 근로능력자로 최저생계비가 150% 이하이면서 재산이 1억 7500만원 이하인 자이며, 만 15~29세 청년 미취업자는 소득·재산에 관계없이 정원의 20% 범위에서 우선 선발한다. 또 구는 효율적이고 내실 있는 사업운영을 위해 사업특성에 맞는 전문인력을 정원의 20% 범위에서 채용한다. ‘지역공동체 일자리 참여자’로 선발된 사람은 사업기간 동안 ▲G20 대비 주요도로 꽃길조성 ▲관내 주요 산책로 조성과 마을담장 벽화 그리기 ▲다문화 가족지원 등 해당 현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근무시간은 주 5일간(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임금은 하루에 3만 3000원(교통비 및 간식비 별도)이 지급된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근로능력 및 안전관리 차원에서 하루 4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참여 신청은 오는 18일까지이며 주민센터에 건강보험증 사본과 건강보험료 납부영수증(접수일 전월영수증)을 첨부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김광수 사회복지과장은 “서울시와 자치구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주민들의 겨울나기에 힘을 보탰다.”면서 “앞으로도 복지 정책의 최우선을 ‘일자리’로 잡고 지역 기업 등과 함께 일자리 창출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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