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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아반 급·간식비 22년 만에 인상… 스쿨존 사고 예방에 1100억

    영아반 급·간식비 22년 만에 인상… 스쿨존 사고 예방에 1100억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여드레나 넘긴 10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총지출 512조 3000억원)은 당초 정부안(513조 5000억원)보다 1조 2000억원이나 줄어든 규모다. 이날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통해 정부안에서 6조원을 삭감하고 4조 8000억원을 증액했다. 정부안이 지난해보다 9.3% 늘어난 ‘슈퍼 예산안’이었던 걸 감안해도 상당한 규모의 삭감이다. 그간 국회 삭감액은 많아야 5000억~6000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의 경우 순감액은 9000억원이었지만 막판 세법 개정안 합의에 따라 감액된 예산이 8000억원이라 실질적인 삭감액은 1000억원 정도였다. 2018년도와 2017년도 예산도 각각 1000억원대 삭감에 그쳤고, 2016년도와 2015년도에는 3000억원과 6000억원 깎였다.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이 정부안(181조 6000억원)에 비해 1조원 삭감됐고, 일반·지방행정 예산은 1조 5000억원이나 칼질을 당했다. 농림·수산·식품 분야가 5000억원 늘어난 반면 산업·중소·에너지는 2000억원 감액됐다. 관심을 모았던 유아교육비·보육료 지원은 정부안보다 2470억원 늘었다.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단가가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7년 만에 인상됐기 때문이다. 영아반 급·간식비 기준 단가도 1745원에서 1900원으로 155원 인상되면서 정부안보다 106억원 증액됐다. 급·간식비 단가 인상은 1997년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담임교사 지원비 역시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정부안보다 2417억원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또 이날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예산 1100억원(교육교부금 140억원 포함)이 신규 투입된다. 단속카메라(1500대)와 신호등(2200대) 설치 등에 쓰인다.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사업’ 대상지역 130곳을 추가한다. 올해(351곳)에 비해 50% 이상 확대되는 것이다. 최근 소방 대형헬기 사고에 따른 공백 최소화를 위해 대체 헬기 도입을 즉시 추진하기 위해 144억원을 배정했고, 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에 23억원의 신규 예산이 투입된다.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변화에 대비해 쌀 변동직불제 등 기존 7개 직불제를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고, 지원 규모도 2000억원 증액했다. 농어업 재해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가 재보험금 지원을 기존 정부안 200억원에서 1193억원으로 늘리고, 어촌 뉴딜 확대, 가축전염병 예방 등을 통해 농어업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와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해 524억원 확충했다. 고령화 대응을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875억원이 늘었다. 이밖에 참전·무공수당 등 인상에 460억원, 하수관로 등 수질개선 시설 확충에 706억원의 예산이 각각 증액됐다. 전기버스·전기화물차 구매보조금에 620억원, 규제 자유특구·강소특구 지원에도 707억원 늘었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469조 6000억원)와 비교하면 9.1%(42조 7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총수입은 정부안(482조원)보다 2000억원 감소한 481조 8000억원으로 잡았다. 내년 국가채무는 정부안(805조 5000억원) 대비 4000억원 감소한 805조 2000억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39.8%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내년에 전체 세출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해 경제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누리과정 단가 7년 만에 인상… 난임시술 최대 110만원 지원

    누리과정 단가 7년 만에 인상… 난임시술 최대 110만원 지원

    10일 국회를 통과한 2020년도 예산에서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180조 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복지예산은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경직성 경비를 고려하면 액수 자체는 해마다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밖에 없다. 액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증가추이다. 내년도 예산에서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19조 5000억원 늘어났다. 비율로는 12.1%다. 2010년 81조 2000억원 규모였던 복지예산은 2014년 106조 4000억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45조 8000억원에서 출발해 2년 만에 3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첫해인 2013년 99조 3000억원에서 2017년 131조 9000억원으로 33조원 가까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내년도 복지예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출산, 보육, 의료 등을 확대한 점이다. 유치원·어린이집 등 누리과정 단가를 7년 만에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인상하면서 예산 규모가 올해보다 247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비와 보육료지원액은 올해 3조 7846억원에서 내년에는 4조 316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담임교사 수당을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인상하면서 담임교사지원비도 올해 2088억원에서 내년에는 2417억원으로 늘어난다. 영아반 급·간식비 기준 단가를 인상하면서 보육료 추가지원도 올해보다 106억원 늘었다. 난임부부를 위해 난임시술비 지원단가를 올해 50만원에서 내년 최대 110만원으로 대폭 늘린 것도 눈에 띈다. 현재 초등학생까지 시행하는 인플루엔자 무료접종을 중학교 1학년까지 확대하는 예산도 반영됐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도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올해 1조 1539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 2414억원으로 늘리는 등 고령화 대응 예산도 늘렸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바우처 단가를 올해 1만 2960원에서 내년에는 1만 3500원으로 늘리고 수혜자도 올해 9만명에서 내년에는 9만 1000명으로 늘리도록 했다. 노후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비를 올해 500억원에서 50억원 증액한 550원으로 편성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담임교사가 “꼴에 여자라고 생리”…당국 조사 나서

    담임교사가 “꼴에 여자라고 생리”…당국 조사 나서

    인천의 한 여고 담임교사가 “꼴에 여자라고 생리를 하네”라고 말하는 등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교육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인천시 연수구의 모 여고 학부모들은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성적인 발언을 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민원을 시교육청에 제기했다. 학부모들은 해당 교사가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학생을 지목해 “생리는 하냐. 꼴에 여자라고 생리를 하네”라고 말하거나 몽정 이야기를 하는 등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평소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 앞에서 “너희를 믿은 내가 ××년이다”라면서 욕설을 내뱉거나 “그렇게 하면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안 써주겠다”는 식의 발언을 계속해 인권을 침해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접수한 시교육청이 인권보호관과 성인식개선팀의 장학사를 학교에 보내 피해 의혹이 제기된 학급의 학생들을 전수 조사한 뒤 감사관실에 감사를 요청했다. 시교육청은 이후 해당 교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징계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교사는 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선생님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방학 때까지로 1차례 병가를 연장한 상황”이라며 “시교육청 소관이어서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나 진행 상황은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할 때 (해당 교사의 언행 중) 성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과 인권 침해에 대한 내용을 나눠서 파악했다”면서 “조사 결과 의혹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감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숲속 오두막서 홀로 살아가는 10살 소년의 사연

    [여기는 베트남] 숲속 오두막서 홀로 살아가는 10살 소년의 사연

    부모 없이 홀로 숲속 허름한 오두막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10살 소년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브앤익스프레스는 최근 아빠를 여의고, 홀로 뚜옌꽝성의 숲속에서 살아가는 투옌의 사연을 전했다. 투옌이 두 살 되던 해, 부친은 돈을 벌기 위해 먼 타지로 떠났고 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다. 모친은 투옌이 4살이 되던 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났다. 먼 타지에서 아빠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할머니와 살아가던 투옌, 하지만 지난해 할머니가 재혼하면서 그의 곁을 떠났다. 할머니가 머나먼 타지로 떠나게 되면서 그는 홀로 오두막집에 남겨졌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빠를 기억하며 살아가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전해진 것은 지난달15일, 부친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의 담임교사는 성금을 모아 부친의 시신을 찾아와 장례식을 치르도록 도왔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웃 주민과 학교의 도움으로 조촐한 장례식이 치러졌다. 10살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를 나가고, 배가 고프면 이웃이 가져다준 쌀로 밥을 지어 풀과 소금 반찬으로 식사를 한다. 아이가 사는 곳은 집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초라한 오두막이다. 짚으로 덮인 지붕 밑에 사방이 뚫려 있어 비바람을 피할 길이 없다.외로운 아이에게도 즐거운 오락거리이자 돈벌이가 있다. 틈만 나면 산에 올라 카사바 뿌리를 캐서 반찬으로도 해 먹고, 팔아서 소량의 돈을 벌기도 한다. 지난해 할머니가 재혼하면서 먼 곳으로 떠나던 날, 아이는 밤새도록 울었다. 할머니는 새로운가정을 돌보느라 자주 찾아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할머니를 만나는 날이 아이가 가장 밝게 웃는 순간이다. 그의 사연은 담임 교사가 홀로 사는 아이의 집을 방문한 뒤 딱한 마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심지어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다행히 그가 마음껏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숙학교에서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한 번은 꿈에 아빠가 나타나 ‘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꿈을 꾸었다”면서 매일 규칙적으로 공부하고, 꿋꿋하게 버티는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jongsil74@naver.com
  • 학교폭력 뒤 찾아온 희귀난치병…“수험생활도 이겼는데 못할 것 없어요”

    학교폭력 뒤 찾아온 희귀난치병…“수험생활도 이겼는데 못할 것 없어요”

    극한 통증 느끼는 CRPS 환자…마약성 진통제로 버텨일반학교 진학 뒤 매일이 ‘도전’…보건실에서 대기 일쑤마취 패치 붙이고 수능 치러…“학교 환경 달라졌으면”“남들은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게 목표겠지만, 저희는 수능을 치러내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황모(51·여)씨는 아들 박모(18)군이 지난 14일 수능을 치른 이후 중·고등학교 6년 내내 졸여왔던 마음을 며칠간 풀었다. 박군은 난치병인 복합통증증후군(CRPS) 환자다. 이 병은 스치는 바람에도 출산 이상의 통증을 느끼게 한다. 한 뼘이 넘는 주사바늘을 수시로 척추에 꽂아야 하고, 독한 마약성 진통제로 버텨야 하는 삶은 스물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감내하기에 쉽지 않다. 황씨는 24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투병 기간 중 몇번이나 학교를 그만둘뻔 했고 아들이 극단적 생각까지 했었는데 고교 졸업 수순을 밟는다는 게 벅차다”라면서 “여전히 아들과 함께 하루하루 견뎌내야 하는 일상이지만 해냈다는 성취감도 크다”고 말한다. 박군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14년 4월 학교폭력을 당한 뒤 CRPS를 얻었다. 가해 학생에 떠밀려 차에 치이고서 극한의 통증이 찾아왔다고 한다. 이후 박군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부모는 아들을 보살피려 직업을 포기하고 시간제로 일하며 집, 학교, 병원만 오갔다. 황씨는 “교육 여건이 보장되는 특수학교 대신 일반 중·고등학교를 계속 다녔다”면서 “아들이 중도 장애인이었기에 멋모르고 도전했지만 두 번은 절대 못할 것”이라고 지난 6년을 회상했다. 박군과 부모가 일반 학교를 끝까지 고집한 이유는 가능한 한 또래들과 같은 경험 속에서 성장하도록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학교가 박군을 불편하게 여기는 듯했다. 수업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는데도 특수학교 등으로 전학갈 것을 권유했다. 또 입학 후에는 이동이 불편한 몸 상태 때문에 학교 측에 1층 교실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박군은 1층에서 진행되는 몇 과목 수업만 듣고 나머지 시간은 보건실에서 대기했다. 어려운 환경에도 학업을 이어가려는 박군의 의지는 담임교사와 일부 학교 관계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처음 박군의 학교 생활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담임 교사나 일부 학교 관계자가 점차 박군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돕는 활동 보조 지원제도도 현실적으로 부족함이 많았다. 특수교육대상자인 박군은 화장실을 가거나 이동을 할 때 보조원의 도움이 필요한데 정부가 확보한 보조인력 수가 충분치 않은데다 대부분이 여성이라 남학생을 돕기가 마땅치 않다. 실제 올해 특수교육대상자는 9만 2958명인데 반해 특수교육 보조인력은 1만 2707명뿐이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사회복무요원에게 박군의 생활을 돕도록 했는데 이들은 전문성이 없는데다 소집 해제나 기초 훈련, 휴가, 병결 등으로 빠질 땐 어머니 황씨가 학교로 소환돼야 했다.수능 응시도 쉽지 않았다. 박군은 ‘기타편의제공 대상’으로 분류돼 시험장 배치 등에 일부 편의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황씨는 “구급차를 타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는 등 맞춤형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군은 마취 패치를 다리에 덕지덕지 붙인 뒤 시험을 치렀고, 종료되자마자 응급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어머니 황씨의 희생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황씨뿐만 아니라 남편과 큰아들, 친가, 외가 등 온 가족이 조를 짜서 박군을 돌본다. 집은 수중 재활센터와 응급센터가 가까운 곳으로 최근 이사했다. 치료를 위해 집까지 팔았다. 황씨는 “몸도 마음도 성한 곳이 없다”고 한숨짓는다. 때문에 아들이 병원 치료를 받는 틈을 타 자신도 함께 치료받는다. 황씨는 “아픈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사정이 다 마찬가지”라면서 “오죽하면 환자 학부모끼리는 여행 기념품으로도 서로 파스를 돌린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도 골병든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들은 논술과 정시 전형 등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지만 박군은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한다 해도 강의실을 이동해가며 수업 듣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여서다. 박군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 ‘학교 그만두고 검정고시 봐라’, ‘사이버 수업 들으라’라고만 하지 말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 실력대로 시험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월드피플+] “모두 무사 출산!”…美 초등 교사 7명 동시 임신 그후

    [월드피플+] “모두 무사 출산!”…美 초등 교사 7명 동시 임신 그후

    미국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 7명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후 모두 출산까지 무사히 마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는 캔자스주(州) 고더드에 위치한 오크 스트리트 초등학교 담임 교사들의 흥미로운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4월에도 현지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된 이 초등학교에는 총 15명의 담임교사 중 놀랍게도 7명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했다. 이에 지난 3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줄줄이 출산이 이어진 것. 물론 기쁜 소식이지만 가장 난감(?)한 것은 학교 측이었다. 당시 애슐리 밀러 교장은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임신부가 나온 학교는 없었다”면서 "세 번째 임신부터 좀 충격이었고 네 번째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었으며 다섯 번째에는 무슨 축하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일곱 번째에는 축하 말보다 ‘농담이지?’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이같은 교장의 푸념(?)과는 달리 이후 학교 측의 대응은 훌륭했다. 이들 교사들의 출산휴가에 맞춰 은퇴한 대체 교사를 구했고 그 사이 학교 개축 공사와 복귀 후 모유 수유를 위한 휴식시간 조정까지 마쳤다. 또한 몇 년 뒤에는 아이들 모두 이 학교가 운영하는 병설 유치원에 입학할 가능성도 높다. 언론에 공개된 화제의 이 사진은 마지막 출산 교사가 지난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해 아기를 데리고 모두 모여 촬영한 것이다. 지난 4월 딸을 출산한 니콜 라우어 교사는 "동료 교사들이 동시에 임신해 서로 기대고 공감하며 정보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면서 "이제는 출산 후 아기를 키우는 경험까지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조안나 스톤 박사는 “한 직장 여성들이 동시 임신하는 것은 의학적인 이유가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비슷한 나이에 같은 일을 하는 여성들이 겪는 직장 내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직장 환경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아직 일부 사업장에서는 임신을 문제삼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직장 내 환경과 배려하는 문화가 임신을 하는데 중요하다는 뜻으로 우리 사회에는 큰 교훈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연장보육 교사 구합니다”… 복지부 구인 게시판 운영

    내년 3월 새 보육지원체계 시행을 앞두고 연장보육 교사 인력난이 예상되자 보건복지부가 직접 구인구직 지원에 나섰다. 복지부는 13일부터 영유아 보육지원 전문기관인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연장보육 교사 구인구직 게시판을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연장보육 교사는 오후 4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저녁 시간 보육을 책임지는 전담 교사다. 정부는 기본보육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정하고, 오후 4시 이후 연장보육반을 구성해 전담교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문제는 연장보육시간 전담교사 확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올해 전국 102개 어린이집에서 이 제도의 시범사업을 했지만, 연장보육교사 신규 채용은 65%에 그쳤다. 저녁 시간에 근무해야 해서 젊은 교사를 찾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월급이 적어 연장보육 전담교사를 하길 기피했다. 연장보육교사 월 급여는 111만 2000원(전담수당 월 11만원 포함)으로, 낮시간 보육을 책임지는 담임교사(213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담임교사와 마찬가지로 연장보육 교사도 그 시간대에 자신이 맡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안전,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며 “책임에 비해 보상이 적어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후 5시 이후 영유아의 20~25% 정도가 어린이집에 남아 연장보육을 받을 것으로 보고 2만 9000명의 연장반 교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1만 2000명은 신규 채용하고, 부족한 인력은 보조교사(1만명)와 시간연장 보육교사(7000명)로 충당할 계획이다. 연장보육 교사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새 보육지원체계는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수규 서울시의원 “학생지도 등 기피 업무 기간제 교사에 의존…처우 개선 필요”

    김수규 서울시의원 “학생지도 등 기피 업무 기간제 교사에 의존…처우 개선 필요”

    서울특별시 관내 초·중·고등학교의 74.8%에서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떠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김수규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4)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도 공사립 기간제 교사 보직담당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19년 9월 말 기준으로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 업무를 맡기는 서울시 소재 공·사립 초·중·고등학교 1145개교 중 857개교(7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학교급별로 기간제 교사의 담임교사 배치가 많은 학교는 중학교(43.6%)로 나타났고, 그 뒤를 고등학교(32.6%), 초등학교(23.6%) 순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기간제 담임교사가 있는 학교 857개교 중 62.4%는 공립학교로 나타나 사립학교보다 공립학교의 기간제 교사 의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0명 이상의 기간제 교사가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학교가 98개교, 기간제 담임교사가 20명 이상 있는 학교도 5곳에 달했고, 기간제 교사에게 학교폭력위원회 책임교사를 맡기는 학교가 25개교로 나타나는 등 학생지도, 담임교사와 같은 기피 업무에 대한 기간제 교사 의존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수규 의원은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진행된 2019년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기간제 교원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이들에게 학교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며, 기간제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적극 주문했다. 질의를 마치며 김수규 의원은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고용 불안에 맞서고 있는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업무나 학생지도, 학교폭력 업무 등을 맡기고 있는 일은 고강도 업무를 회피하려는 매우 부끄러운 교육현장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안”이라고 평가하며, “기간제 교사의 처우개선과 업무 스트레스 경감 등에 대해 교육청이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어린 학생을 혹사하는 쇼”/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어린 학생을 혹사하는 쇼”/손성진 논설고문

    1970년대 초부터 고교야구 인기가 급상승한 이유는 있다. 우선 지역 간 경쟁 구도다. 당시는 선린상고를 앞세운 서울과 경북·부산고를 위시한 영남의 대결이 뜨거웠다. 그런 상황에서 1968년 창단한 신생팀 군산상고가 혜성처럼 나타나 전통적인 세력 판도를 뒤집었다. 또한 군산상고는 역전의 명수로서 흥미를 배가시켰다. 1972년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군산상고는 부산고에 4대1로 뒤지다 9회 말에 4점을 뽑아 대역전승을 거뒀다. 다음은 일취월장한 실력이다. 1971년 경북고 중심의 한국 대표팀은 일본 규슈 원정에서 6전 6승을 거뒀다. 경북고는 그해에 고교야구대회를 휩쓸었고 총 62전 54승 2무 6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팀이었다. 그렇다 해도 놀랄 만한 쾌승이었다. 한국을 우습게 보던 일본도 고시엔 대회 우승팀을 한국으로 보내 친선경기를 벌였다. 1973년 한일 경기에서는 괴물 투수 에가와가 낀 일본팀을 상대로 우리가 2승 1무를 거둬 완전히 예상을 뒤엎었다. 1981년 미국에서 열린 제1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 결승에서 한국은 미국을 꺾고 남자 구기 종목 국제경기에서 최초의 우승을 차지했다. 중앙고 윤몽룡, 경북고 황규봉 등의 인기는 요즘 프로야구 선수 못지않았다. 특히 서울 중앙고 에이스 투수로서 1972년 한 해에 만루 홈런을 두 개나 치며 경북고의 아성을 깬 윤몽룡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그해 청룡기 결승에서 중앙고는 경북고를 누르고 창단 후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혹사당한 윤몽룡은 성인 야구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백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서울운동장 야구장은 3만여명의 관중으로 꽉 들어찼고 암표상이 들끓었다. 경기가 열리면 5개 라디오 채널이 전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중계했다. 응원이 과열돼 야구장에는 걸핏하면 사이다 병이 날아들었고 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연좌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응원단끼리 패싸움을 벌여 다치는 불상사도 잇따랐다. 해설가 S씨는 모 심판의 판정이 편파적이라고 수차례 지적해 야구협회의 징계를 당했다. 대회가 난립해 우리나라 국회의장도 아닌 미국 하원의장배 대회까지 생겼다. 엄청난 경기 수에 선수들은 진통제를 맞고 마운드에 올랐고 학업은 완전히 뒷전이었다. “선수들은 담임교사 이름이나 자기 교실을 모른다”는 말이 나돌았다. 신문들은 “고교야구 이상(異常) 붐”이라며 “고교야구가 흥행의 제물이 되었다”고 비판했다(경향신문 1974년 8월 27일자). 정치인들도 “고교야구는 어린 학생을 혹사하는 쇼”라고 비난했다. sonsj@seoul.co.kr
  • 갈 곳 없는 성인 발달장애인 평생 배움의 문턱을 낮추다

    갈 곳 없는 성인 발달장애인 평생 배움의 문턱을 낮추다

    박겸수 구청장, 서울정인학교 유치 인연 선거 공약 후 市 자치구 공모사업 선정“구민 호응 따라 시설 확장 운영할 것”지난달 24일 서울 강북구 수유역 근처에 자리잡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교육실에서 경쾌한 실로폰 소리가 들려왔다. 성인발달장애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악 수업을 하고 있었다. 센터 개소식을 이틀 앞둔 이날 이틀째 수업하는 현장을 둘러보던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하던 어머님 말씀이 가슴에 맺혔는데 이렇게 좋은 시설이 마련돼서 다행”이라며 뿌듯해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건립은 박 구청장이 지난해 민선 7기 선거에서 내세운 핵심공약이다. 이는 2017년 박 구청장이 초중고 학교 현장 방문 도중 특수학교인 서울정인학교를 현장방문하면서 만난 학부모의 하소연이 계기가 됐다. 박 구청장은 “당시 학부모 한 분이 발달장애인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해도 사회적응을 못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호소해 성인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앞서 박 구청장은 시의원 시절이던 1998년 서울정인학교 유치를 위해 “오히려 주변 일반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던 인연도 있던 터였다. 박 구청장의 결심은 이듬해인 지난해 5월 선거 핵심공약으로 포함됐고 당선되자마자 일사천리로 전개됐다. 그해 9월 서울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자치구 공모 사업에 선정됐고, 올해 3월 마침내 센터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장애 1급 자녀를 둔 강북장애인부모회 정재숙 회장은 이날 센터를 방문한 박 구청장을 만나 “중증 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관 입소도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설이 생겨 정말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센터는 지난달 26일 발달장애인 19명(자폐성 장애 4명, 지적 장애 15명)과 함께 무사히 개소식을 마쳤다. 센터는 18세 이상 성인발달장애인들 가운데 고도비만, 중복장애, 문제행동 등을 일으켜 집중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우선 선발한다. 정원은 30명(학업기간 5년)으로 교사는 학생 3명당 1명 이상 배치하는 게 원칙이다. 수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양동렬 반 담임교사는 “똑같은 지적 장애라고 해도 각기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인 관찰을 통해 감정기복 등을 잘 관리하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구청장은 “우리 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11번째로 발달장애인 수가 많지만 제도적인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었다”면서 “이번에 우리 구에 처음 성인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생겼는데, 앞으로 호응도에 따라 필요하면 더 확장해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단체장의 유튜브병과 앱앓이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단체장의 유튜브병과 앱앓이

    얼마 전 정부 모 부처의 공무원과 차를 마실 일이 있었다. 의견을 구하고 싶다며 말을 꺼낸 이 공무원은 조직의 상사가 모바일 앱을 만들고 싶어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도 관심 없을 콘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해 큰 예산을 들여서 앱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테크나 미디어 업계 사람들에게는 어처구니없이 들리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정부부처나 지자체에서만 일어나는 그런 것도 아니다. 대기업이나 심지어 디지털세계를 잘알고 있는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중에서도 앱을 만들고 나면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고 없던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여기서 잠깐, ‘모바일 앱이 뭐 어때서?’라고 묻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업계에서는 ‘모바일 앱 시장은 끝났다’는 말이 2017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앱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앱을 깔지 않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지난 한 달 동안 폰에 새로 설치한 앱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요즘 깔리는 건 이미 다른 채널을 통해 많은 가입자를 가진 큰 기업들이 만든 앱인 경우가 많고, 실제 앱의 사용 시간 격차는 더 심해서 극소수의 앱에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가 환상에 빠져 앱 제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앱을 만들어봤자 아무도 다운로드하지 않을 거고 제작비와 운영비만 날리다가 결국 흐지부지 사라질 걸 알면서도 만드는 조직들도 있다. 대개는 예산 쓴 곳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 조직이 그렇게 한다. 세금을 쓰는 공공 영역이 그렇고, (역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생존하는 좀비 스타트업들도 그렇다. 앱 제작은 그렇게 돈을 쓴 티를 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전락한 것이다. 앱앓이와 비슷한 신종 질병이 유튜브병이다. 지난주 ‘미디어오늘’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일부 공공기관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예산 낭비가 심하다고 보도하면서, 심지어 2015년부터 무려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퍼붓고도 구독자가 18명에 불과한 곳도 있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역시 그럴듯하게 만든 티가 나고, 인력을 배치할 명분이 있는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단체장의 업적 홍보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각 부처의 유튜브 채널에 가보면 부처장들의 대외행사를 기록한 내용들이 예외 없이 등장한다. 좋아요를 다섯 개도 받지 못하는 이런 기록물들로 채워진 채널은 우리 세대가 어릴 때 교실 뒤편을 장식한 ‘학급동정’과 비슷하다. 담임교사도, 학생도 관심이 없지만 장학사가 오기 전에는 반드시 만들어 두어야 했던 정체불명의 홍보 말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홍보방법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해서 강제로 보게 하거나, 정말 재미있게 만들거나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야구경기 중간에 나오는 광고나 드라마 속 간접광고(PPL), 도로 옆 대형 광고판은 사실상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전자에 속한다. 후자는 유튜브 같은 무료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생겨난 방법으로, 업계의 프로들도 아직 마스터하지 못한 신기술이라서 성공한 예는 많아도 성공을 반복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앱 생태계를 모르고, 소셜미디어를 모르는 단체장과 조직의 리더들은 콘퍼런스 같은 곳에서 ‘2019 디지털 트렌드’ 따위를 열심히 주워들은 것으로 조직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리더급에 있는 분들이 ‘모바일 전략’을 내놓으라면 앱을 만들겠다고 하고, ‘디지털 홍보’를 구상하라면 유튜브 채널 운영을 내놓는 이유다. 결국 문제는 조직이다. 왜냐하면 어떤 조직에도 디지털과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이 있고, 될 아이디어와 되지 않을 아이디어를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트렌드를 모르는 리더가 내놓은 후진 아이디어를 온 조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예산과 인력 낭비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는 앞을 못 보고, 의사소통은 상명하복적이어서 조직의 피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이미 돌기를 멈췄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유능한 직원은 이미 탈출(퇴사)에 성공해서 조직에는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들만 남았다는 뜻이다. 디지털 세상에도 리더의 노력과 조직의 소통 문화가 필요하다.
  • ‘목표·방향 잃은’ 청소년 금융교육…학교도 금융사도 실효성은 ‘글쎄’

    ‘목표·방향 잃은’ 청소년 금융교육…학교도 금융사도 실효성은 ‘글쎄’

    금융감독원이 2015년 7월부터 전국 금융회사 점포와 인근 초·중·고교를 연결하는 ‘1사 1교 금융교육’을 운영한 지 4년이 넘었다. 그러나 금융교육 내용이 부실하거나 단편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교육의 목표를 세우지 않고 기관마다 산발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사 1교 금융교육을 통해 금융회사나 협회사와 결연한 학교는 모두 7540곳으로 집계됐다. 2016년 5373개교, 2017년 6678개교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학생수는 되레 줄고 있다. 2015년 16만 6023명에서 2016년 44만 6224명으로 늘었다가 2017년 43만 5269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40만 4539명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총금융교육 시간은 2017년 6482시간에서 지난해 7208시간으로 늘었다. 금융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 학생 숫자 늘리기에 집중한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일선 현장에서는) 금융교육의 머릿수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의 취지와 달리 학교에서는 진로 관련 교육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결연을 맺은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진로 관련 교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 1학년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면서 “업무 부담이 늘어났는데 활동 시간은 짧아 금융교육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결연을 맺지 않은 대전 소재 고등학교의 교사는 “꾸준히 학교에 관련 공문이 오지만 다들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기본 교육과정을 소화하기에도 벅차다”고 말했다. 교육 시간도 부족한 편이다. 금감원은 1사 1교에서 한 학기에 적어도 4시간 이상을 교육하도록 권한다. 그러나 4시간은 학생이 아니라 금융사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4개 학급을 1시간씩 가르쳐도 4시간으로 인정된다. 실제 우수 사례로 꼽힌 학교에서도 한 학기에 한 차례, 학급별로 2시간씩 교육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짧은 교육 시간으로 인해 교육 과정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대개 1시간은 화폐나 금융에 대한 이론교육을 하고, 다른 1시간은 금융사 직원이 진로교육을 하거나 예금통장을 개설하는 식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6월 둘째 주쯤을 ‘금융교육 주간’(my money week)으로 지정하고 학교에서 각종 금융교육을 한다. 해외에서는 거창하지 않아도 청소년에게 생활 밀착형으로 금융 습관을 길러 주도록 한다. 핀란드 헬싱키의 실업계 고등학교인 헬싱키비즈니스칼리지 1학년 담임교사는 “한 달 동안 가계부를 쓴 뒤 발표하게 하고, 1년에 한 번씩 신용회사 등의 소개로 파산자나 신용불량자를 직접 만나 학생들이 인터뷰하도록 해 경각심을 심어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금융사 점포를 통해 청소년 금융교육을 도울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지점이 2만개가 넘으니 전국 초·중·고교 1만 1000여개를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금융사와 학교를 연결하는 청소년 교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등 외부 기관에 위탁해 강의를 운영하거나 영업점이 아닌 금융사 본사가 별도로 금융교육 담당 기관을 세워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자매결연을 한 뒤 금융교육 체험 시설을 이용하려면 따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금융사 인력 문제도 큰 이유다. A은행 관계자는 “초창기엔 일반 직원들이 참석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전체 인력과 점포가 줄어들면서 참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감원에서도 어디에 몇 명이 교육을 나갔는지가 아니라 해당 학교에 교육을 했는지 정도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정착으로 영업점 직원이 업무 시간에 학교에서 강의하는 게 어려워져 본점 지원을 늘리고 있다”면서 “영업점에는 고객이 있어 청소년들의 방문 교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국가 차원에서 학년별 금융교육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못해 교육 내용이 중구난방이거나 이론적으로 치우친 경우도 많다. 한 회사와 결연을 맺는 것만으로는 금융 전반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카드사는 신용 관리, 은행은 예금이나 대출, 보험사는 보험의 이해, 증권사는 주식회사 등 특화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가 여러 금융업권과 자매결연을 맺도록 독려했지만 그런 사례는 많지 않다. 오히려 한 업권의 금융사와 여러 번 결연을 한 학교도 있다. 금감원이 금융교육에 필요한 교재를 개발했지만 현장에서 금융사들은 대부분 각자 개발한 교재를 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교재는 일반적인 내용이어서 업권별로 특화된 내용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C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강의용 자료를 개발하고 매년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 자체 개발 교재를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1사 1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교육이 강조되자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여러 기관이 각자 금융 교재를 우르르 내놨다. 그러나 국가가 공인한 금융 교재는 없고 서울시교육청 인정도서만 있다. 선진국은 금융 이해도에서 지식보다 태도나 행동을 강조하지만 개발된 교재마저도 이론적인 내용이 많고 천편일률적이다. 관련 강사 인증도 여러 기관에서 시행해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교육의 목표가 체계적으로 정해지지 않다 보니 현장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 1사 1교 프로그램 중 고등학교로 강의를 나갔던 한 금융사 직원은 “학교에서는 재밌게만 해 달라고 해서 강의 목표를 어느 정도로 잡을지,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며 “학생들이 이론적인 답은 잘하지만 실제 행동이 바뀌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금융 이론의 경우 우등생이지만 실천은 열등생이다. 금융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한은과 금감원이 발표한 지난해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 한국 성인(만 18~79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4.9점(2015년)보다 낮았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 소비자 보호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9%나 됐다. 금융 당국은 금융교육의 컨트롤타워인 금융교육협의회 회의를 지난해 말까지 3년 동안 한 차례 여는 데 그쳤다. 뒤늦게 올 3월까지 금융교육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오는 12월 금융교육 종합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사 1교 금융교육에 대한 현장 만족도 조사는 있었지만 실제 학생들의 금융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줬는지는 조사한 적도 없다”며 “다음달까지 일선 학교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현재 금융교육 전반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해외처럼 공교육에 금융교육을 포함해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은 2014년부터 만 11~16세 학생에게 금융교육을 의무화했고, 미국은 표준교육과정에 경제교육을 넣었다. 금융교육 TF도 “현행 교육은 생애주기별 금융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역량을 키워 주기에 부족하다”면서 “정규 교과과정에서 금융교육이 실시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교육협의회를 금융교육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어린이집 눈치 안 보고 늦게까지 아이 맡길 수 있다

    어린이집 눈치 안 보고 늦게까지 아이 맡길 수 있다

    내년 3월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보육 전담교사 신규 배치·연장 보육료 지원 0~2세 연장반 이용할 땐 ‘맞벌이’ 필수 6개월 모니터링 통해 자격기준 재검토 교사 업무부담 줄이게 ‘전자출결’ 도입내년 3월부터 어린이집 보육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모든 아동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기본보육’을 받을 수 있고, 장시간 돌봄이 필요한 아동은 전담 교사에게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보육’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보육지원체계 개편 세부사항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과 종일반(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으로 보육시간을 나눠 어린이집을 운영해 왔다. 종일반 운영 시간이 오후 7시 30분까지여서 담임교사는 온종일 일하고서도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 또한 맞춤반·종일반 보육료에 큰 차이가 없어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영유아가 일찍 하원하는 게 유리해 부모들이 어린이집 눈치를 봐야 했다. 아이를 데려갈 상황이 되지 않는데도 돈을 들여 하원도우미를 고용하고 오후 4시쯤 하원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보육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연장보육료 신설과 연장보육 전담교사 신규 배치다. 어린이집이 오후 4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보육반을 운영하면 정부가 시간당 보육료를 따로 줘서 부모는 눈치보지 않고 필요한 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됐다. 또 연장보육시간에는 낮시간 근무로 지친 담임교사 대신 전담교사가 배치돼 더 안정감 있는 보육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론 연장반 이용 자격에 맞벌이·홑벌이 구분을 둔 차별적 기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기존의 맞춤형 보육과 형식 면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3~5세는 현 보육체계에서도, 내년에 도입될 새 보육체계에서도 맞벌이·홑벌이 구분 없이 오후 7시 30분까지 종일 보육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0~2세가 기본보육에 더해 연장보육을 받으려면 부모가 맞벌이하거나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지금도 0~2세가 종일반에 들어가려면 ‘맞벌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보육체계 도입 당시에도 ‘전업주부 차별’이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긴급한 사정이 생기면 일시 연장보육을 신청할 수 있다. 자격 기준을 그대로 둔 이유에 대해 박인석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원론적으로는 0~2세도 (맞벌이 등) 자격 기준을 없애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0~2세는 어린이집에서 장시간 보육을 하기보다 되도록 빨리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와 정서적 애착 관계를 갖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 보육체계 시행 이후 6개월간 모니터링을 해 자격기준이 별 의미가 없다면 구태여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선별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담교사 채용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교사들이 저녁시간대 근무를 꺼려 새 보육체계 시범사업을 하는 어린이집도 65% 정도만 전담교사를 신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까지 전담교사를 구하지 못한 어린이집에선 담임교사가 연장 근무까지 해야 한다. 교사의 업무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어린이집 교사의 업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을 자동으로 확인하는 ‘전자출결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동으로 출결이 입력되면 아동들의 등·하원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보육예산을 더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의진의 교실 풍경] 이상한 나비 효과

    [이의진의 교실 풍경] 이상한 나비 효과

    1학기 중간에 교육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지금도 개개의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접근하려면 교육부가 발급한 인증서가 있어야 로그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2학기부터는 한발 더 나아가 휴대폰 문자든 ARS든 인증을 한 번 더 거치는, 이른바 2차 인증을 의무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교사들이 반발한다. 이미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육부로부터 발급받은 인증서가 없으면 접근 불가다. 한데 거기서 번거롭게 인증을 한 번 더 거치라는 건 아무리 좋게 봐줘도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대국민 불안감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달래 보자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차 인증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당사자 아닌 누군가가 불법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증서를 뚫는 자가 2차 인증을 못 뚫을 리 없다. 업무의 불편함만 가중시키는 조치였고, 이 때문에 대부분 교원단체가 반발했다. 그제서야 2학기를 앞두고 다시 공문이 내려왔다. 대입과 직접 연관 없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2차 인증을 거치지 않는 상태로 모두 원위치, 고등학교만 ‘교과별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입력 시 2차 인증을 거치는 걸로 말이다. 맞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는 중요하다. 꼭 대입의 전형 요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 정보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한 개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들이 무더기로 실려 있는 게 바로 생기부다. 주민번호, 살고 있는 집 주소, 성적, 성적 관련 특기사항, 각 교과 교사가 수업 시간에 관찰한 학생에 대해 기록한 특기사항까지 한 아이의 학교생활 전체가 기록돼 있는 공문서다. 그렇기에 보안과 관련해서 해마다 현장의 교사와 교직원을 조이는 지침이 끊임없이 새로 생기고 하달된다. 그럼 현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보안을 책임지는가. 우선 담임을 제외한 개개의 교사는 일부 영역에만 접근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동아리 관련 사항을 기록하려면 자신이 맡고 있는 동아리만 열리고, 그 외에는 열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생기부를 출력하는 경우에도 보안과 관련해 절차가 나뉜다. 외부 제출용의 경우 행정실에 정식으로 발급 신청을 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만 한다. 검토, 확인용의 경우에만 담임교사가 출력할 수 있는데 그 경우 외부 유출은 불가하고 그 자리에서 검토, 확인한 후 바로 분쇄기에 넣어 파기하게 돼 있다. 오늘도 우리 반 학생이 생기부를 출력해 달라고 왔길래 행정실 가서 정식으로 신청하라고 했다. 개인정보가 모두 담겨 있는 거니 보안에 신경 쓰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고도 꼭 물가에 어린애 내놓은 심정이라 결국 어디 흘리지 말라고 뒤통수에 대고 한 번 더 잔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깜짝 놀랐다. 졸업한 사람의 생기부가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마구 공개되고 있는 게 아닌가. 졸업생의 생기부는 학교 내 어떤 교사도 접근 불가다. 딱 두 명만 예외다. 행정실의 생기부 출력 담당자와 나이스 업무 담당 교사만 열람 및 출력 권한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구멍이 뚫릴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을 행사해 유출을 지시한 건지 정의감에 불타는 한 개인이 저지른 범법행위였는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법이고 뭐고 우습다. 생각해 보자. 졸업했는데도 내 아이의 생기부가 본인 동의 없이 누군가에 의해 낱낱이 털리는 상황을 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다 해도 선량한 다수의 사람은 언제든 자기 개인정보가 낱낱이 털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늘 불안에 떨어야만 한다. 게다가 학교 현장에서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해 또 무슨 엉뚱한 조치가 내려올까 두렵다. 잘못은 엉뚱한 놈이 했는데 뒷수습은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하는 상황, 이미 우리는 이런 ‘이상한 나비 효과’를 수십 년째 겪고 있기 때문이다.
  • 교직원이 학생부 ‘무단 조회’ … 구멍 뚫린 학생부 보안

    교직원이 학생부 ‘무단 조회’ … 구멍 뚫린 학생부 보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한영외고 교직원이 조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학생부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학생부 조회와 기록에 2차 인증을 요구하는 등 기술적인 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학생부를 악용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학생부 유출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교육계는 지적한다. 7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이 한영외고의 학교행정정보시스템(NEIS) 로그 기록을 확인한 결과 지난 8월부터 최근 사이에 한영외고 교직원이 조씨의 학생부를 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육청은 해당 교직원이 본인 동의 없이 조씨의 학생부를 조회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다음주 중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당초 교육계에서는 학교에서 조씨의 학생부를 유출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봐왔다. 초중등교육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본인 및 보호자 동의 없이 학생부를 외부로 유출했을 경우 징역 3~5년 또는 벌금 2000~5000만원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또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도 내려진다. 교직원이 학생부를 유출하는 것은 사실상 ‘옷 벗을 각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학교 학생의 학생부를 조회, 기록하는 권한은 각 학교별로 학교행정정보시스템(NEIS)를 관리하는 ‘마스터’가 교사들에게 부여하는데, 담임 교사와 교과 교사 정도로 한정돼 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사무총장은 “졸업생의 학생부 조회 권한은 극히 제한돼 있다”면서 “조회했을 경우 NEIS에 로그 기록이 남기 때문에, 학생부 무단 조회와 유출은 특히 공립학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부가 NEIS 접속 권한에 대한 기술적 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학기부터 고등학교에서 NEIS의 성적과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입시에 반영되는 메뉴에 접근할 때 2차 인증을 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는 교육부 공인인증서와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교사 개인 휴대전화로 발송되는 OTP 번호를 입력하거나 자동응답시스템(ARS) 인증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이는 2016년 대구의 한 사립 고교에서 한 교사가 공인인증서를 도용해 자신이 담당하는 동아리 학생들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건이 벌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해당 교사가 동료 교사의 공인인증서를 복제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물어 알아낸 뒤 접속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생부 접근 권한의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는 “도덕성 부재의 문제를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학생부의 무단 조회와 조작은 교장 등 관리자의 지시 또는 교사들 간의 공모로 발생한 것이지 NEIS의 보안이 취약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구의 사례에서는 친한 교사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쉽게 알려줘 발생했지만 이는 극히 드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성남의 한 사립 고교에서 교무부장이 자신의 자녀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건에서도 담임교사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 측이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한영외고의 ‘학생부 무단 조회’ 역시 교육계에서는 사립학교 안에서 이같은 불법행위가 종용 또는 묵인됐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생부 유출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 범죄”라면서 “한영외고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초3·중1 기초학력진단검사’ 서울교육청 방안에 교육계 엇갈린 반응

    ‘초3·중1 기초학력진단검사’ 서울교육청 방안에 교육계 엇갈린 반응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년 초에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는 서울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방안에 교육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긍정론과 함께, 이미 학교별로 실시하고 있는 기초학력 진단과 중복되며 일선 학교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초3·중1 모든 학생에 대한 진단검사 실시는 사교육 시장만 들썩이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학교에서는 이미 수업과 관찰, 상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학생들을 진단하고 있는데, 초3·중1 모든 학생에게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중복된 조� 굡箚� 지적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에 대해서는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학습능력’을 진단한다는 건 초등 고학년을 중심으로 사교육 광풍이 불게 할 것이며 자유학년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좋은교사운동은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 중 한 명이라도 누락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 “지금도 모든 학년에 걸쳐 1학기 초에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교육청이 좀 더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학생에 대한 진단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만 강조되고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 지원을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진단만 있고 처방은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은 “학부모의 동의 없이 학생을 학습부진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없는 현실에서 자녀의 낙인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불안 때문에 학생에게 지원의 기회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가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교육청은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학습 지원 방안 마련을 중장기 과제로 남겨둔 상태다. 전교조 서울지부 역시 “학생들을 선별·분리하지 않고 교실 수업 안에서 기초학력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규 수업시간에 학생 개별 맞춤지원을 위한 ‘더불어교사’는 기존 16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초학력 지원 업무를 맡는 교사의 전문성 강화와 행정업무 경감 등의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학습지원 전문교사’와 같은 전문성 가진 교사를 학교에 배치하고 이 교사를 중심으로 기초학습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면서 “기초학력을 맡은 교사의 행정 업무와 수업시수를 경감하고 담임교사와 밀착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여기는 남미] “이젠 컨닝 못하겠지?” 학생들에 ‘종이상자’ 씌운 멕시코 교사

    [여기는 남미] “이젠 컨닝 못하겠지?” 학생들에 ‘종이상자’ 씌운 멕시코 교사

    "허술한 우주인 체험이라도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 만한 기이한 풍경이 최근 멕시코의 한 교실에서 목격됐다. 틀락스칼라에 소재한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30여 명의 학생들은 저마다 머리에 종이상자를 눌러쓰고 있다. 앞면을 뚫어 내다볼 수 있게 만든 상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종이상자 원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종이상자를 눌러쓴 학생들은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을 뿐 좌우를 볼 수 없다. 알고 보니 시험 때 컨닝을 막기 위해 담임교사가 고안한(?) 방법이었다. '종이헬멧'을 쓰게 한 교사 루이스 후아레스 텍시스는 "재밌게 컨닝을 막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라며 "학생들도 모두 이 방법에 동의했다"고 했지만 학부모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심각한 아동학대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한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모두 종이상자를 쓰게 한 건 모두 잠재적 (컨닝) 범죄자로 여긴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생들이 큰 모멸감을 느꼈다"며 "명백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분노한 학부모들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학부모들은 성명에서 "재미로 아동학대를 일삼는 교사의 지도를 받고 우리의 자식들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랄지 의문"이라며 학교에 문제의 교사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학교는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학교 관계자는 "장차 아이들이 자라면 교실에서의 추억으로 기억할 정도의 일"이라며 "교사를 파면하라는 건 지나친 요구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는 학생들을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교육하고 있다"며 "인권교육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아동학대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현지 언론은 "학교가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솔데틀락스칼라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장애학생 폭행’ 교남학교 교사들 1심서 모두 유죄

    ‘장애학생 폭행’ 교남학교 교사들 1심서 모두 유죄

    서울 강서구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인 교남학교 학생들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학교 교사들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최유나 판사는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담임교사 이모(47)씨에게 13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3년 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금지와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담임교사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모씨, 전모씨, 다른 이모씨 등 교남학교 교사 3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만으로 재범 방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아동 관련 기관 취업 금지는 명령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장애인 특수학교 교사로서 장애아동들의 유형 등을 고려해 특별하고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 건강하게 성장할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다”면서 “그러나 피고인들은 교실 문을 잠그고 피해 아동이 교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한 뒤 소변을 보게 하고, 복도에 12분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폭행 기간과 횟수, 가담 정도, 행태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피해 아동 보호자로부터 용서를 받았는지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담임교사 이씨는 총 12차례에 걸쳐 장애학생 2명을 발로 걷어차고 빗자루로 때리거나 물을 뿌리는 등 학대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이날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금됐다. 다른 교남학교 교사 3명도 장애학생들을 폭행하거나 학대를 방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씨줄날줄] ‘아부지 뭐하시노’ 금지법/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부지 뭐하시노’ 금지법/황수정 논설위원

    “너거 아부지 뭐하시노?” 영화 ‘친구’를 만들면서 곽경택 감독은 극중 명대사가 18년이 지나 금기어가 될 줄 꿈에나 생각했을까. 어제부터 ‘블라인드(눈가리개) 채용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면접장에서 이 질문을 했다가는 낭패를 본다. 구직자의 결혼 여부, 출신 지역, 가족의 직업·재산·학력 등 업무 능력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직원 30명 이상 기업이 대상이니 어지간한 취업 현장에서는 이 규정이 적용되는 셈이다. 시중 반응은 당장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직무능력과 전혀 상관없는 질문이 봉쇄되면 불공정·특혜 채용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반긴다. 한쪽에서는 불만과 의문이 뒤범벅이다. “사기업 면접에 법이 이런 간섭까지 해야 하느냐”거나 “출신 지역은 안 된다면서 출신 학교는 왜 질문해도 되느냐, 지방대는 걸러내겠다는 건가, 대체 기준이 뭐냐” 등. “할아버지 직업은 물어봐도 되냐”는 우스개도 들린다. 격세지감이다. 입사지원서에 부모 직업을 적는 것은 오랫동안 필수였다. 집에 부동산이 얼마나 있는지, 부모가 농사를 짓는다면 경작 토지나 임야가 어느 규모인지까지 낱낱이 적게 했던 ‘숭악한’ 시절이 있었으니까. 달라진 채용법에 갑론을박이지만, ‘신상 블라인드’는 기업체 면접장에 가장 늦게 상륙한 편이다. 신학기 초중등 학교에서 조사하는 학생 상담 기초자료에서 부모 직업란이 사라진 지는 4, 5년이 됐다. 위화감과 선입견을 우려한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기초 환경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자료로 담임교사가 학생의 생활지도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특목고 입시에서도 부모 직업은 진작에 금기어다. 학생부나 자기소개서, 면접에서 부모 직업을 언급하면 탈락한다는 규정이 있다. 물론 불합격했다는 실제 사례를 들어 본 적은 없지만.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로스쿨 입학 과정의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도 부모 직업은 몇 년 새 금지어가 됐다. 부모 재력, 실력자 아버지의 기획력(?)이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실을 제도가 고백한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의 아들딸들이 로스쿨 졸업 후 특혜채용된 사례가 줄줄이 들통났던 파동이 4년 전 이즈음 일이다. 그때 “취업보다 금수저 물고 환생하는 게 빠르다”는 유행어가 청년들 사이에 파다했다. 원성이 하도 거세니 금배지와 고위 공직자 자녀의 취업 현황을 공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금껏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기업 블라인드 채용법보다 더 급한 법이 따로 있었다.
  • 만 3~5세 예산 39% 부족… 새 보육체계 시작부터 ‘삐걱’ 우려

    만 3~5세 예산 39% 부족… 새 보육체계 시작부터 ‘삐걱’ 우려

    당정, 연장 추진 불구 여야 합의 필요 연장반 전담교사 배치 추진… 돈 더 들어 유치원·어린이집 예산 차별도 대책 필요정부가 내년 3월 실수요자에게 추가 보육 시간을 제공하는 새 보육체계 도입을 앞두고 예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유치원·어린이집 공통보육·교육 과정인 ‘누리과정’에 있는 만 3~5세 어린이들의 보육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행 ‘맞춤형 보육’제도를 대체해 도입하는 새 보육체계가 시작부터 삐걱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1일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유특회계)에서 지원하는 만 3~5세 보육료가 2013년 이후 6년째 동결돼 표준보육비용(보육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보다도 39%가량 적다”며 “내년부터는 연장보육시간에 전담교사를 추가 배치해야 하는데 별도로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에 별도 예산을 주지 못하면서 새로운 보육제도를 적용해 연장반을 운영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누리과정 비용을 지원하는 특별회계인 유특회계마저 3년 한시 시행이어서 올해 일몰된다. 유특회계 연장 여부, 전담교사 배치에 따른 추가 예산 지원 여부에 새 보육제도의 성패가 걸린 셈이다. 유독 만 3~5세 보육료가 문제인 것은 보육료 지원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 교육·보육과정을 도입하고 보호자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무상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누리과정 비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전액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시도 교육청은 교육기관 운영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크게 반발하며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결국 정부는 2016년 말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설치하고 누리과정 비용을 이 특별회계에서 지원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특별회계가 올해 말이면 끝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당정은 특별회계 일몰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관련법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만약 특별회계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누리과정 문제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새 보육제도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게 된다. 용케 특별회계가 연장되더라도 만 3~5세 연장보육반 예산을 무엇으로 지원할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맞춤형보육을 폐지하는 대신 보육시간을 기본보육시간(오전 9시~오후 4시)과 연장보육시간(오후 4시~오후 7시 30분)으로 나누고 연장보육시간에 전담교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전담교사가 없으면 담임교사의 업무 피로도가 커지고 질 좋은 보육을 보장하기도 어렵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장보육은 별도 수요가 있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이어서 기본보육시간 외에 연장보육과 전담교사 인건비까지 유특회계에서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특회계에서 지원하는 누리과정 보육료는 만 3~5세 어린이 1인당 월 22만원이다. 여기에 운영비로 7만 8000원을 더 주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보육료는 6년째 동결이어서 보육과 교육에 쓰기에도 빠듯하다. 연장보육 전담교사를 1명 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20만~130만원으로 추산된다. 유특회계에서 전담교사 인건비마저 충당한다면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그 피해는 결국 어린이집 이용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유치원은 누리과정 보육료 외에 다른 교육 재원으로 교사 처우개선비 등의 부족분을 충당해 왔으나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외에는 끌어다 쓸 돈이 없다. 몇몇 지자체는 유치원의 급식비가 어린이집보다 5배가량 많은 곳도 있다. 예산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어린이집은 어린이 1인당 추가로 주는 운영비 7만원에서 2만 5000원씩 떼어 교사 처우개선비로 쓰고 있지만 유치원은 부족분을 메울 재원이 따로 있어 운영비 7만원을 오롯이 아이들을 위해 다 쓰고 있다”며 “인건비 지원은 물론 유특회계의 유효기간만 연장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재원 대책과 발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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