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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행정] ‘길 잃은’ 청소년들의 학교 밖 ‘길잡이’되다

    [현장행정] ‘길 잃은’ 청소년들의 학교 밖 ‘길잡이’되다

    매주 화~토요일 자정까지 잠실 등 10여곳 찾아다니며 ‘경계 청소년들’ 심리 상담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쉼터로겨울 끝자락 바람이 쌀쌀했던 지난 24일 늦은 오후, 서울 문정 근린공원. 교외 캠핑장에서나 볼 법한 이동 캠핑카가 문을 활짝 열고 오가는 청소년들을 맞고 있었다. 상담요원들과 아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와플을 구워 즉석에서 간식으로 먹고, 핫팩도 나눠 가졌다. 박태훈(18) 학생은 “자주 들르다 보니 형(상담요원)들과 어느새 친근해졌다”고 했다. 송파구가 2015년 시작한 캠핑카 상담소 ‘유레카’는 학교 밖을 떠도는 ‘경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다. 청소년 사업에 각별한 박춘희 송파구청장이 “앉아서만 기다리지 말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자”며 낸 아이디어다. 캠핑카 안은 소파·탁자, 간단한 음식조리가 가능한 취사시설까지 있어 경계 청소년들에게 긴요한 쉼터도 된다. 밤늦게 갈 곳 없는 아이들끼리 컵라면을 끓어 먹거나 하룻밤 몸을 누이기도 한다. 유레카는 매주 화요일부터 주말까지 거여·용마·오금공원, 잠실·송파역 일대 등 10여 곳을 번갈아가며 오후부터 자정 무렵까지 문을 연다. 각종 진로탐색 검사(행동유형검사·생애설계 검사·스트레스 검사 등)를 하고 상담원들과 일상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을 튼다. 송파구 관계자는 “처음엔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오지만, 상담원·자원봉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자연히 라포르(rapport·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학교·가정사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그다음”이라고 전했다. 유레카는 가출 학생이나 소외·위기 청소년 1200여명을 상담하고, 구 청소년지원센터인 ‘꿈드림’으로 연결해 줬다. 이날 1일 상담사로 나선 박 구청장은 중·고등학교 청소년 네 명과 캠핑카 안에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하는데, 대학은 꼭 가야 하나요.”(함지원·여·16) “솔직히 나도 의문이에요(웃음). 박사학위를 받아도 취업이 힘들다고 하고, 대학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에요. 하지만, 대학에서 인격이 성숙하고 세상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도 되지 않을까요?”(박 구청장) 박 구청장은 “여기서 만난 청소년들 대부분이 PC방이나 공원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토로한다”면서 “지역 사회의 소외된 청소년을 찾아내고 이 아이들의 꿈도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이 경계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도 관건이다. 이에 유레카는 공원 토크 콘서트 ‘우리 지금 만나’, 버스킹 공연 등을 통해 이들의 접촉면도 넓히고 있다. 박 구청장은 “2015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청소년과를 신설한 것을 발판 삼아 위기 청소년을 돕는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강간 피해 77%가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강간 피해 77%가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첫 피해자 63%가 미성년자… 여성 피해 비율 남성의 15배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성폭력 피해의 수준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간 피해 경험자 10명 중 6명은 19세 미만으로 다른 신체적 성폭력에 비해 피해자의 연령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해 9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만 19~64세 남녀 7200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유형별 피해 경험·대응·의식·정책인지도 등 현황을 파악했다. 피해 유형은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 PC·핸드폰 등을 이용한 음란 메시지, 몰래카메라, 스토킹, 성기노출, 성희롱 총 9가지다.●성폭력 피해율 3년 새 1.5→0.8%로 지난 1년간 강간, 폭행·협박을 수반한 성추행 등 신체적 성폭력 피해율은 2013년 1.5%에서 0.8%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여성의 피해 비율은 남성에 비해 15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체적 성폭력 가해자의 3분의2 이상이 아는 사람이었다. 특히 강간(77.7%),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성추행(70.0%), 강간미수(60.1%) 등 피해 수준이 심각할수록 아는 사람에게 피해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성폭행 유형에 따라 피해 발생 장소는 달랐다. 강간 피해가 주로 발생한 장소는 집이었다. 성추행은 상업 지역, 강간미수는 야외·거리·산야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횟수도 성폭력 유형별로 차이가 났다. 강간 미수, 성추행은 피해 횟수가 1회에 그친 반면, 강간은 2회라고 응답한 비율이 다른 유형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강간 피해는 나이가 어린 피해자에게 집중됐다. 강간 피해자의 63.1%가 19세 미만에 첫 피해를 당했다. 10명 중 6명꼴이다. ●83%가 이웃·친구에게 도움 요청 여성 피해자의 20.4%는 성폭력을 당한 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반면 남성 피해자는 2.6%만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신체적 후유증은 없다고 응답했다. ‘성폭력 피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말을 듣는 등 2차 피해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3배 가까이 더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녀 응답자 모두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응답자 2명 중 1명은 여성이 조심하면 성폭력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심각한 가부장적 사고를 드러냈다. 성폭행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한 대상은 이웃·친구가 83.1%로 가장 많았다. 이에 비해 112, 사이버수사대 등 경찰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아직까지도 공적인 지원 체계보다는 개인적인 네트워크에 더 의존한다는 얘기다. ●피해 상담 등 지원기관 올 20곳 추가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성폭력 피해율이 3년 전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정부가 운영 중인 지원체계를 이용하는 비율은 낮은 현실”이라며 “공공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성폭력 예방 교육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재 성폭력 상담소,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해바라기센터 등 성폭력 피해자에게 상담·수사·의료 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전국에 170여곳이 있으며, 올해 안에 20곳이 추가로 신설될 예정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 박춘희 송파구청장, 캠핑카 이동상담소 ‘유레카’로 청소년 보듬는다

    서울 박춘희 송파구청장, 캠핑카 이동상담소 ‘유레카’로 청소년 보듬는다

    겨울 끝자락 바람이 쌀쌀했던 지난 24일 늦은 오후, 서울 문정 근린공원. 교외 캠핑장에서나 볼 법한 이동 캠핑카가 문을 활짝 열고 오가는 청소년들을 맞고 있었다. 상담요원들과 아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와플을 구워 즉석에서 간식으로 먹고, 핫팩도 나눠 가졌다. 박태훈(18) 학생은 “자주 들르다 보니 형(상담요원)들과 어느새 친근해졌다”고 했다.송파구가 2015년 시작한 캠핑카 상담소 ‘유레카’는 학교 밖을 떠도는 ‘경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다. 청소년 사업에 각별한 박춘희 송파구청장이 “앉아서만 기다리지 말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자”며 낸 아이디어다. 캠핑카 안은 소파·탁자, 간단한 음식조리가 가능한 취사시설까지 있어 경계 청소년들에게 긴요한 쉼터도 된다. 밤늦게 갈 곳 없는 아이들끼리 컵라면을 끓어 먹거나 하룻밤 몸을 누이기도 한다. 유레카는 매주 화요일부터 주말까지 거여·용마·오금공원, 잠실·송파역 일대 등 10여 곳을 번갈아가며 오후부터 자정 무렵까지 문을 연다. 각종 진로탐색 검사(행동유형검사·생애설계 검사·스트레스 검사 등)를 하고 상담원들과 일상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을 튼다. 송파구 관계자는 “처음엔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오지만, 상담원·자원봉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자연히 라포르(rapport·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학교·가정사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그다음”이라고 전했다. 유레카는 가출 학생이나 소외·위기 청소년 1200여명을 상담하고, 구 청소년지원센터인 ‘꿈드림’으로 연결해 줬다. 이날 1일 상담사로 나선 박 구청장은 중·고등학교 청소년 네 명과 캠핑카 안에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하는데, 대학은 꼭 가야 하나요.”(함지원·여·16) “솔직히 나도 의문이에요(웃음). 박사학위를 받아도 취업이 힘들다고 하고, 대학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에요. 하지만, 대학에서 인격이 성숙하고 세상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도 되지 않을까요?”(박 구청장) 박 구청장은 “여기서 만난 청소년들 대부분이 PC방이나 공원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토로한다”면서 “지역 사회의 소외된 청소년을 찾아내고 이 아이들의 꿈도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이 경계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도 관건이다. 이에 유레카는 공원 토크 콘서트 ‘우리 지금 만나’, 버스킹 공연 등을 통해 이들의 접촉면도 넓히고 있다. 박 구청장은 “2015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청소년과를 신설한 것을 발판 삼아 위기 청소년을 돕는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청소년·여성 행복한 송파… 미래문화도시 거듭난다

    [자치단체장 25시] 청소년·여성 행복한 송파… 미래문화도시 거듭난다

    “2017년 송파는 문정비즈밸리 등 미래 산업과 안전, 관광,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됩니다. 그 일을 제가 주민 여러분과 함께해 냅니다.”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를 위해 23일 만난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은 활짝 웃는 얼굴이었지만 “독감으로 한바탕 앓았다”고 했다. 정유년 새해, 간부 공무원을 전혀 대동하지 않고 주민들과 직접 즉문즉답하는 ‘주민과의 대화’ 강행군을 27개 동마다 펼친 여파다.지난해 송파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여성부 여성친화도시 인증, 광저우 국제도시혁신상 세계 1위, 탄천 나들목 존치 등 전 방면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재선 박 구청장의 역점사업들도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는 올해 구정 목표에 대해 “미래지향과 안전, 관광·문화, 청소년·육아, 복지안전망 등 9개 주요사업을 중심축에 놓고 주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박 구청장은 “기존 잠실 관광특구뿐 아니라 송파 전역을 관광벨트화해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명소화 사업에 주력하고, 재선 주요 정책인 ‘책 읽는 송파’의 완결판으로 책 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한 뒤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 오늘 ‘청소년문화의 집’을 착공한다. 또 캠핑카 이동상담소 ‘유레카’로 학교 밖 청소년까지 보듬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송파 관광벨트 구상의 밑바닥에는 지역 일자리·경제 활성화가 자리한다. 특히 그는 2025년까지 삼성동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조성될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과 관련해 “잠실종합운동장은 지역 개발인 만큼 여기 필요한 일자리의 최소 20% 이상을 구민으로 고용해 달라고 서울시장과 적극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앞서 송파구는 롯데 등 지역 대표기업들과 지역민 채용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도 연이어 맺어 왔다.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핵심인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을 놓고선 “공공 기여금 1조 7000억원을 잠실 쪽에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강남~송파가 같은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어 현행법상 기여금을 함께 활용하도록 돼 있다”면서 “잠실운동장은 물론 탄천 나들목, 신천역, 아시아 공원 등 송파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여금이 투입돼야 한다. 서울시에도 우리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고 덧붙였다. 관광명소화 사업을 통해 송파는 ‘경유하는 도시’에서 ‘머무르는 도시’로 변신한다. 123층 롯데월드타워·석촌호수 위주로 몰리는 관광객을 구 전역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올해 석촌호수~석촌동고분군 간 관광명소거리, 방이맛골 관광명소거리를 조성할 방침이다. 한성백제 역사 유적을 스토리텔링화한 테마별 도보관광 코스는 2개에서 올해 8개로 대폭 늘어난다. ‘청소년·여성이 행복한 도시’로 탈바꿈한다. 청소년 문화공간 ‘또래울’에 이어 청소년 문화의 집은 이날 첫 삽을 떴다. 내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연면적 2455㎥, 지하 2층·지상 8층, 동아리 다목적실·체육관·스튜디오를 갖춘 힐링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미래지향 도시’를 위해 가락시장 현대화와 지하철 9호선 공사, 문정비즈밸리·위례 신도시 개발·입주는 착착 진행 중이다. 비닐하우스촌이었던 문정역 일대 54만 8239㎡의 문정지구는 법조단지와 미래형 업무단지, 컬처밸리 등 세 부분으로 나눠 개발 중이다. 우선 법조단지가 상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업무단지에는 신성장 동력 산업 2000여개 기업이, 컬처밸리는 문화전시휴게 시설이 들어선다. 1985년 개장한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총 3단계로 현대화가 진행 중인데 최근 난관에 부딪혔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공사기간을 당초 2018년에서 2025년으로 연장하면서 사업비가 늘고 녹지 공간이 대폭 축소됐다”며 “주민설명회 등 의견 수렴을 공사 쪽에 요구 중”이라고 전했다. ‘안전한 송파’를 위해서는 교통종합안전체험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잠실운동장 개발과 맞물린 야구장 이전 등으로 인해 탄천 나들목 4곳이 폐쇄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주민들과 합심해 적극 대응한 결과 모두 존치하는 방향으로 서울시와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현재 서울시가 나들목 유지를 포함한 개선책 연구용역, 교통영향평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잠실 5단지 등 재건축 단지가 많은 동네 특성상 시의 ‘35층 층수 제한’에 대해서도 박 구청장은 할 말이 많다. 그는 “일률적인 제한이 오히려 도시의 다양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사회적 형평성과 도시공간 구조를 고려하면 오히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진정한 지방자치, 자치구 간 균형발전을 위해 그는 “지방재정 자율성부터 보장돼야 한다”며 재산세 공동세제 개정도 제안했다. “자치구마다 세입격차가 큰 데 자구노력도 필요하다. 시가 일률적으로 25개 자치구 재산세를 절반씩 걷어 정액으로 나눠주다 보니 광역시 권한만 비대해지고 자치구 재정은 하향평준화되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주말에 쉴 때는 주로 굴렁굴렁하며 온전히 쉰다”고 했지만 주민 스킨십만은 각별하다. 박 구청장은 “중국 고대 하(夏)나라 우왕이 어진 백성을 맞이하기 위해 한 끼 밥을 먹다가도 열 번을 기꺼이 일어났다”는 고사를 소개하며 “주민을 백 번이라도 맨발로 맞이하는 심정으로 소통한다”고 했다. 구청 홈페이지 ‘열린 구청장실’, 트위터 반상회, 사이버 정책토론방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더라”며 손등끼리 마주쳐 보이면서 “스킨십이 직접 피부를 맞댄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내년 3선 도전에 대해 “지역민들이 선택해 주시면”이라고 웃은 뒤 “일을 하면 할수록 주민들께 애정이 생기고,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1960년대 말 맨션 아파트들이 건립되면서 시장이 들어서 한때는 150개의 크고 작은 점포가 성황을 이뤄 서울시내 최고 부촌이라 불렸던 곳. 60년대 말~70년대 초 안방극장에 자주 등장했던 부유층의 상징 격 캐릭터인 ‘갈현동 사모님’도 여기서 유래했다 한다. 지금은 서울시내 25개 자치단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고 그중에서도 가장 극빈 지역으로 쇠락했지만 기름집, 옷가게, 반찬가게, 철물점, 지물포, 수선집 등 남아 있는 60여개의 점포에는 여전히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역촌중앙시장’이라 크게 쓰여진 아치형 입간판을 지나 골목 오른쪽 허름한 건물 2층에 올라서니 초입에 작은 교회가 눈에 든다. 슬쩍 안을 쳐다보다 회랑식 상가 중앙으로 다가서니 진리를 찾아 떠나 도를 이뤄가는 10단계의 과정을 형상화한 ‘심우도’(尋牛圖)와 연등이 위아래 각각 띠를 잇고 있다. 심우도의 맨 마지막 장면 ‘입전수수’(入廛垂手)를 찬찬히 들여다보자니 오른쪽 ‘열린선원’이라 새겨진 작은 간판 아래 문이 열리며 ‘인상 좋은’ 선원장 법현 스님이 웃으며 반갑게 두 손을 모은다.“옛날부터 큰 스님들이나 선지식들은 저잣거리에서 중생들과 어울리며 설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요. 바로 입전수수이지요.” 입전수수와 열린선원이라니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들어서니 100평 조금 넘을 만한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작은 사무실을 겸한 사랑채를 지나 안쪽 법당으로 눈을 돌리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두어 명 의 손님(?)이 눈에 든다. “문을 연 지 벌써 12년이 됐군요. 이젠 언제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들고 나는 시장통 상인들이며 지역 주민들과 격의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저잣거리의 선원이라니. 흔히 연상되는 ‘고요적막한 명상처며 수행처’와는 한참 동떨어진 시장 속 열린선원의 뜻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고요한 장소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곳을 갈 수 없거나 생활에 파묻힌 이들은 어찌할까요.” ●종단·종교 가리지 않는 신행… 태고종 ‘괴짜스님’ 찻잔을 사이에 두고 저간의 사정을 묻기 시작할 무렵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다는 상인 백우종(56)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를 건넨다. “언제나 변함없이 대해주는 스님이 친구처럼 편하지요. 틈날 때마다 법당을 찾아와 기도하지만 그런 신행보다는 격의 없이 생활 속 애환을 함께 나누면서 얻어가는 마음의 평안이 더 좋아 자주 오게 됩니다.” 그 말마따나 열린선원은 고단한 삶을 피해가는 쉼터이자 상담소로 앉은 듯하다. 처음에는 상인이며 주민들의 반발이 여간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회 때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싫다며 행패를 부리거나 욕을 해대는 일들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만들거나 마련한 물건이며 음식들을 들고 찾아오는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적지 않다. 그 불만과 공격의 대상을 이해와 소통의 장소로 둔갑시키기까지 스님이 들인 공이 적지 않다. 실제로 8년 전부터 갈현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을 맡아 왔고 한국문학관 유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은평구 인권위원으로 뛰고 있다.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함께 호흡하자는 배려에서였다. 복지사각지대의 주민과 상인을 살피고 어린이,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마련이나 시민단체와의 연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 선원장 법현스님은 범종교계에서 소문난 ‘괴짜 스님’으로 통한다. 태고종에 적을 두고 있지만 종단을 가리지 않는 열린 신행과 종교 간 대화의 첨병으로 사는 ‘마당발 스님’이다. 그 열린 마음은 어찌하다 불교로 이어졌을까. 살짝 웃음을 얹어 전하는 인연담이 흥미롭다. “1남3녀의 외아들이었어요. 고교 2학년때부터 출가를 결심했지만 가난한 집에서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를 버리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정을 꾸리고도 출가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대처종단 태고종을 알게 됐다. 1985년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 운산스님을 은사로 출가, 총무원 간사를 시작으로 총무부장, 교무부장, 사회부장, 기획국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태고종 인재이다. 그런 인재 스님이 저잣거리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스님은 2001년부터 ‘열린 절’이란 타이틀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곳에서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운영했던 조계종 적문 스님이 평택의 한 사찰 주지로 옮겨 가면서 2005년 그 자리를 참선 포교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동안 운영해 온 인터넷 카페 회원과 시장 상인, 손님등을 대상으로 포교한다는 원을 세웠던 것이다. 처음에는 입전수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애환을 들어주고 달래는 만남의 장소로 여겼다고 한다. “삶이 있는 곳에 도가 있지 않을까요.” ‘도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삶이 있는 곳에 있다’는 생각을 늘상 품어 왔다는 법현 스님. 그 스님은 어찌 보면 태생의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인 것 같다. 불교계 청년활동이 거의 없었던 1970년대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독보적으로 시작했고 중앙대 재학 시절엔 불교학생회장과 대학생불교연합회 서울지부장까지 지냈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포교 분야에선 선구자로 통한다. ‘높은 이에게는 떳떳이, 낮은 이에게는 따뜻이.’ 줄곧 이 말을 삶의 모토로 살았던 스님은 대학 1학년 때 어린이 법회 지도교사를 시작으로 불교레크리에이션포교회 회장을 10년간 지냈다. 여름, 겨울 불교학교 지도자 강습을 빼놓지 않고 진행했으며 불교 어린이캠프를 열어 불교계에 캠프를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법현스님에게 불교 레크리에이션을 배운 이만 해도 스님과 교사 등 줄잡아 5000여명에 달한다. 그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레크리에이션은 흔히 재창조란 뜻을 갖고 있지요. 다음 단계에서 보다 더 질 높은 삶을 준비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셈이지요. 들뜬 사람은 가라앉히고, 가라앉아 축 처진 사람은 일으켜 세운다는 게 레크리에이션이고 보면 참선은 인류가 발견해낸 최고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종교 더 잘 알기 위해 남의 종교 깊숙이 공부” 그렇다면 법현 스님이 열린선원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삶의 진정한 레크리에이션이다. 결코 어렵지 않게, 그리고 편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삶의 수행인 셈이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 불교를 전해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삶을 살게 하자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그 열린 전법과 포교는 비단 불교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으로 뛰며 불교계 모든 교단에 두루 통할 뿐만 아니라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을 20년간 맡아 왔고 지난해엔 불교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나의 종교를 더 잘 알기 위해선 남의 종교를 깊숙이 공부하고 가깝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열린선원에선 타 종교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신학대 학생들이 찾아와 신도들과 함께 종교 간 대화를 여는가 하면 12월 둘째 주일엔 ‘예수님오신날’ 축하법회가 열려 목사·신부의 설교를 듣거나 찬송가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런 소문이 퍼져 지난해엔 법현 스님이 1년간 성공회대에서 ‘스님과 함께하는 채플’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좋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못 잡으면 걸림돌이다. 설령 좋지 않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잘 잡으면 디딤돌이 된다.’ 풍경소리에 오랫동안 소개된 자신의 글을 내놓은 스님이 갑자기 법당으로 기자를 안내한다. 법당 수미단 오른쪽에 도로 표지판을 닮은 ‘윤회 금지’라 쓰여진 액자. 김영수 조각가가 윤회를 하지 않도록 불심을 깊이 하자는 뜻에서 기증했다는 액자를 가리키며 스님이 웃는다. “많은 출가자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하지요.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권한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다는 법현 스님. 기자를 배웅하며 마지막 남긴 말 한마디가 또렷하다.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고, 오동은 1000살을 먹어도 항상 곡조를 지키는 법이지요.” 글 사진 kimus@seoul.co.kr
  • 사계절 테마가 가득한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일본여행 인기

    사계절 테마가 가득한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일본여행 인기

    온라인 여행사 설문조사 결과 지난 2년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해외여행지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바쁜 일상으로 인해 막상 계획을 짜서 여행을 떠나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패키지 여행은 여행의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계절 내내 대자연속에서 여러가지 테마활동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리조트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가 한국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북해도 중심과 가까이 위치한 이곳은 삿포로와 도토를 고속도로로 잇고 있어 공항에서 이동해 오기도 쉽다. 리조트의 호텔 리조나레 토마무는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지역 끝자락에 세워졌다. 숲에 둘러싸인 산 중턱에 멈춰서 도시의 복잡함을 잊고 힐링여행을 즐길 수 있다. 200개 객실이 모두 스위트룸으로 되어 있으며 새단장 작업을 마친 books&café, 정원, 라운지, 등 고급스러운 공간을 자랑한다. 사우나와 자쿠지도 보유 중이다. 호텔 더 타워는 커플, 가족 여행객에게 안성맞춤 객실이다. 토마무의 랜드마크로 레스토랑이나 여타 시설과의 가까운 거리로 외부활동 및 체험을 원하는 고객에게 알맞다. 겨울철에는 객실 앞 겨울 카페 라운지 유쿠유쿠에서 문 밖으로 펼쳐지는 설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여름철 웰컴 코트에서 펼쳐지는 모닥불 와인 바와 음악 콘서트는 꼭 즐겨야 할 인기 코스이다. 사계절 별로 즐길 수 있는 테마도 다양하다. 겨울철 무빙테라스는 13분간 공중산책을 즐기며 새하얀 눈꽃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가족, 연인, 친구끼리 따듯한 커피, 마시멜로와 초콜릿으로 만든 무빙 스모어 디저트를 함께 즐기며 사진촬영하기에 적합하다. 겨울철 무빙테라스가 5월부터 10월, 여름·가을에는 운카이(운해)테라스로 모습을 바꾼다. 운카이테라스를 타고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들이 바다를 이룬듯한 멋진 파노라마를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토마무 블루라 불리는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푸르른 자연에 둘러싸여 골프를 칠 수도 있다. 넓은 페어웨이와 긴 홀거리로 비교적 큰 리조트 골프 코스를 전략적으로 설계했다. 맛, 분위기를 모두 잡은 병설 레스토랑 ‘그린 키친’도 준비되어 있다. 얼음 호텔에서는 얼음 침대, 얼음 소파 등 얼음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눈에 둘러싸인 자작나무 숲을 바라볼 수 있며 노천온천에 몸을 녹일 수 있다. 얼음 교회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건설했다. 이음새가 없이 한판의 얼음으로 만들어진 얼음교회는 ‘2명의 순수한 마음이 끊어짐 없이 계속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매년 1,000 커플 이상의 결혼식이 치러진다.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는 사계절 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즐길거리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오기 좋은 여행지로 손꼽힌다. 봄에는 유채꽃밭 피크닉, 래프팅, 와일드 허브 레스토랑으로 싱그러운 매력을, 여름에는 운해 테라스를 시작으로 리조트 골프, 구름 밑 카페, 구름 다리, 카누 등의 활동적인 매력을, 가을에는 모닥불 와인바와 동화 숲의 할로윈, 운해 노천 온천 등의 풍요로운 매력을 만나게 된다. 한편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에서 즐기는 삿포로 일본여행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공동변소·연탄가게·솜틀집… 고단한 시절 멈춘 곳

    [명인·명물을 찾아서] 공동변소·연탄가게·솜틀집… 고단한 시절 멈춘 곳

    온 나라가 잘살아 보겠다며 땀 흘렸던 1960~1970년대. 굶주린 배를 부여잡기 일쑤였던 그 시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은 혹독했다. 지금은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며 한잔 술에 호기롭게 말하지만 당시는 춥고 황량하기만 했다. 한편으론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리움과 추억으로 회자된다. ‘달동네’는 도시 빈민들의 상징적인 주거 공간이었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잣집들은 값싼 주거지인 동시에 생존의 공동체였다.달동네란 이름은 마을이 높은 산자락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 혹은 고단한 삶 때문에 달을 바라보며 출퇴근했기에 그리 불렸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은 대개 재개발로 흔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인천에 지난 시절 달동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곳이 있어 찾아갔다. 인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1960~1970년대 달동네 사람들의 생활상을 테마로 한 체험 중심 박물관이다. 수도국산(水道局山)은 동구 동인천역 뒤에 있는 산이다. 개항기 이후 일본인들이 인천 중구 지역을 차지하자 그곳에 살던 조선인들이 수도국산으로 쫓겨나면서 산자락 주거지가 탄생했다. 그 후 6·25전쟁 피란민과 산업화 시기 실업자들이 몰려들어 18만 1500㎡ 규모인 동네에 3000여 가구가 모둠살이를 시작했다. 수도국산 박물관은 과거의 흔적과 기억을 모아 실제 달동네 터 꼭대기에 2005년 10월 건립됐다. 박물관을 향해 언덕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지만 정상에선 인천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여 과거와 현재를 데자뷔하는 듯하다. 박물관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이 층으로 나뉘어 있다. 관람 순서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제1전시실은 990㎡ 규모로 영화 세트장처럼 과거 달동네 모습을 실감 나게 재현한 공간이다. 어두컴컴한 실내 공간 안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연탄가게, 구멍가게, 이발소, 솜틀집 등이 자리한다. 구멍가게에는 예전에 인기를 끌던 과자와 음료수가 진열돼 있고 솜틀집에서는 마네킹이 솜을 틀고 있다. 여럿이 사용했던 공동구역의 공동수도와 공동변소는 금방이라도 악취가 올라올 것처럼 현실감 있게 묘사해 놓았다. 달동네는 여러 가구가 수도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다. 줄을 서서 물을 길었고, 아침저녁으론 화장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재촉하는 게 흔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달동네는 이웃관계가 지속되는 공동체였다. 옆집 담벼락이 우리 집 담벼락이기도 했고 TV가 있는 집으로 동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곳 전시실에는 그런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 낸 가정집의 모습도 보인다. 좁은 쪽방 안에는 진짜 사람처럼 마네킹들이 TV 앞에 모여 김일의 레슬링을 관람하고 앉아 있다. 흑백 TV에서는 김일의 실제 레슬링 경기 영상이 재생돼 현실감을 더해 준다. “이야 김일이다, 김일!” 지난 15일 전시장을 관람하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발길을 멈추고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마치 생중계를 보는 것처럼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경기가 끝나자 웃음을 머금으며 발길을 돌렸다. 아마 예전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함께 온 손자는 이런 광경이 어리둥절한 눈치다. 요즘 아이들은 달동네 생활상에 공감하기 힘들겠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그 시절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실 내 곳곳에는 물지게 체험, 연탄불 갈아보기, 주사위 놀이 등 체험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한 골목에 놓여 있는 터치스크린 컴퓨터를 누르면 전문 작가들이 촬영한 달동네 모습부터 실제 달동네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잠시나마 부모의 삶을 느끼게 해 세대 간을 이어 주는 장소다. 2층 제2전시실로 올라가면 추억 어린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상점들은 실제로 인천을 대표했던 가게를 본떠서 재현해 놓았다. 가장 먼저 1971년부터 영업했던 ‘우리사진관’이 있다. 사진관 안에는 1970~1980년대에 촬영한 사진들이 비치돼 있고 옛 교복과 교련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그 옆은 ‘미담다방’이다. 미담다방은 동인천역 축현파출소 옆에 있었던 다방으로 1960년대부터 인천의 명소였다.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옛 다방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푹신한 다방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고 한쪽에는 LP 판이 빼곡한 뮤직박스가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방 앞에는 인천 토박이라면 대개 들어본 바 있는 ‘송림양장점’과 ‘창영문구’가 자리잡고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달동네박물관의 11번째 기획 특별전인 ‘추억 속 우리집에 가다’를 오는 5월 28일까지 개최한다. 특별전은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았기에 의미를 더한다. 실제 살림살이로 쓰던 드레스 재봉틀부터 타자기, 라디오, 선풍기 등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는 1950년대부터 동구 금곡동 배다리에 위치했던 ‘20세기 약방’에 관한 자료를 기증받아 마련된 공간도 있다. 박물관 관람의 종착점은 ‘추억의 구멍가게’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옛 과자와 기념품, 만화책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5~12세) 500원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가혹 OT’ 신고하세요 경찰, 대학 내 폭력 등 집중 관리

    경찰이 새 학기를 앞둔 대학에서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자행하는 가혹행위를 ‘갑질 횡포’로 보고 예방에 나섰다. 경찰청은 오리엔테이션(OT), 수련회(MT) 등 대학가 단체행사가 집중되는 13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대학 내 불법행위 집중신고’를 받는다고 12일 밝혔다. 선후배 간 위계질서 확립을 빙자해 ▲얼차려 등 폭행·상해·강요·협박 ▲사회상규상 용납될 수 없을 정도의 음주 강요나 오물 먹이기 ▲동아리 가입 강요나 회비 납부를 빙자한 갈취 ▲성폭력 행위 등이 중점신고 대상이다. 경찰은 전국 각 대학의 관할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두고 대학별로 설치된 학생인권센터, 상담소, 단체활동 지도교수 등과 핫라인을 개설해 상담·신고체제를 구축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사건 경위와 피해 정도를 면밀히 확인한다. 사건 경중에 따라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성공률 44.3% 영등포구 금연클리닉

    성공률 44.3% 영등포구 금연클리닉

    수많은 흡연자가 새해를 맞아 금연을 결심한다. 작심삼일로 끝나지만 결심은 계속된다. 쉽지 않다 보니 4박 5일간 병원에서 합숙하는 금연캠프도 생겨났다.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들이 평생 금연을 시도하는 횟수는 최대 7회에 이른다. 금연에 실패해 온 사람들은 서울 영등포구 금연클리닉으로 눈을 돌려봐도 좋겠다.영등포구는 1년 동안(2015년 7월 초~2016년 6월 말) 금연에 성공한 참여자가 44.3%에 이른다고 2일 밝혔다. 6개월 이상 담배를 끊을 경우 금연한 것으로 본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2015년 7월부터 1년 동안 경과를 지켜본 결과 3903명 가운데 1729명이 6개월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일대일 맞춤형 상담과 관리서비스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특히 여성의 금연 성공률이 눈에 띈다. 336명 가운데 162명이 성공, 50.7%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보다(2014년 7월 초~2015년 6월 말) 2.5% 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타인의 불편한 시선으로 상담소를 찾기 꺼리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전용상담실’을 지난해 봄부터 운영한 게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구는 지속적으로 시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금연정책도 추진한다. 평일 보건소 방문이 어려운 참여자를 위해 매주 1, 3번째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찾아가는 이동 금연클리닉’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2017년 정유년 새해에는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금연이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면서 “영등포구 금연클리닉에서 성공을 맛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1. 여친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어쩌죠?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1. 여친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어쩌죠?

    지난 20회 기사에서 연애 사연을 받는다고 했더니, 아주 극소수의 충실한 분들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 분들에 힘입어 ‘어설픈 상담소’가 어설프게 개장했습니다. 앞으로도 비정기적으로 함께 사연을 나누겠습니다. 연애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어줍잖은 또래의, 언니·누나의, 동생의 의견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가끔은 지인 말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기사 아니어도, 메일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 여자친구 있는 그 이에게 자꾸 마음이 가요… Q. 안녕하세요 이슬기 기자님! 슬러시를 열심히 뻔질나게 구독하고 있는 20대 여성입니다. 진짜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그러니 부디 연재를 멈추지 말아주세요. 20회 기념으로 사연을 받는다니 저도 몇자 끼적끼적 해보려구요.. 저는 작년 11월 즈음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근데 그 분은 여자친구가 있어요, 그것도 예쁘고 어린…슬프네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워서 매일 연락하고, 만나자고 하고, 그렇게 벌써 3달이 다 돼가는데요. 상대방은 제가 본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요. 왜냐면 제가 말했거든요!! 근데 말 안해도 티가 났을 것 같긴 한데… 여튼.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난 뒤에도 똑같이 지내고 있어요. 상대방도 ‘나도 좋다…’는 식으로 말을 하긴 했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지는 않더라구요. 상대방이 여자친구가 있는 만큼 그 이상 뭘 바라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연락도 좀 궁금하게 드문드문 하려고 하고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아요. 계속 연락하고 싶고 만나고 싶고…무엇보다 그냥 나랑 만나자!!! 라고 하고 싶은데 거절이 두려워서, 이제 연락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ㅠㅠ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내가 답답하니 지겹도록 좋다고 얘기해야 할까요, 아님 다른 이의 행복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언젠가 그 사람이 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어찌해야 할지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제가 너무… 한심하진 않고 그냥 안타까워요. 연애는 힘들다는 걸 이렇게 느끼고 있네요 아 우울행. 그냥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서요... 다들 애인 있는 사람에게 뭔가 기대하는 건 말이 안되는 거라고 저를 나무라지만.. 그냥 만나고 싶은데 어쩝니까ㅠㅠ 막 생각나는데... 여튼 그렇습니다 기자님. 아이템이 없다면 저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저의 닉네임은 ‘30살을3년앞둔처자(27)’입니당. 총총.   ◆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러나… A. 반갑습니다. 친히 닉네임도 지어주신 30살을3년앞둔처자님. 제가 아이템이 없는 건 어찌 아시고! 어쩜 이리 깨알같이 귀여울까요. 그간 마음앓이 하느라 정말 힘들었겠어요. 세 달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죠. 맘만 먹으면 세계 여행도 다녀올 수 있고, 신생아가 목을 가누고 폭풍 옹알이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여자친구도 있는 남자에게 용기내어 고백했는데, ‘나도 좋다…’라니요. 그 이후 상대방은 별다른 액션은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자님이 카톡 보내면 답장도 오고~ 만나자고 하면 곧잘 만나주기도 하는 남자였겠지요. 아마도 처자님은 주변에서 ‘희망고문’, ‘어장관리’ 식의 말도 많이 들었을 것 같네요.그러나 그러 저러한 걸 다 들으면서도 자꾸 연락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게 처자님 마음 아니던가요? 결국 여기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구구절절 되짚어 보는 건 의미가 없고, 사연 당사자인 처자님 마음부터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여기서 처자님이 제시한 대안 3가지를 살펴봅시다. 1. 그냥 내가 답답하니 지겹도록 좋다고 얘기한다.2. 다른 이의 행복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냥 가만히 있는다.3. 언젠가 그 사람이 헤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1, 2번은 처자님 메일의 어조로 봤을 때 실천 가능한 대안이 아닌 것 같아요. 이미 폭발 직전에 이르렀으니 처자님도 제게 메일 주신 거 아닐까요. 지겹도록 좋다고 얘기하는 건 벌써 해봤고, 그렇다고 가마니처럼 가마니 있을 수도 없는 게 처자님의 상황일 테니까요. 3번은 더더 기약없는, 맥빠지는 기다림일 뿐이에요. 막상 그가 현재의 연인과 헤어진다손 치더라도 내게 온다는 보장도 없죠. 그 때의 심리적 타격은 지금 상상하는 것의 몇 곱절 이상일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에게 후회가 없을 만큼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되, 기한을 정하거나 결정적인 한 방 이후에는 더 이상 그에게 매달리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고 봐요. 심리적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거죠. 담판을 짓겠다는 마음으로 한 번은 진지하게 만나서 “나는 당신에게 이러이러한 마음이다, 그런데 당신의 반응이 나는 이러이러하게 해석이 됐고. 그렇게 해서 신생아도 목을 가누는 90여일이 됐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나는 여자친구 있는 남자를 기약 없이 좋아하는 일을 무려 3달이나 했고! 내 나름 최선을 다 해서 진심을 전했다!고 하면 그 이후의 상황은 내 통제 범위 밖의 일이 될테니까, 좀 더 미련없이 떨쳐 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결국 사람은 본인 스스로가 납득이 돼야만 어떤 행동을 하거나 멈추게 될테니까요. 바야흐로 새해도 됐고 설도 지나 결심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꽃 피는 봄이 오기 전에 한 번 시원하게 지르시고, 되면 되는 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접기로 하죠. 단, 아니면 딱 잘라서 끊어야 합니다. 처자님이 좋아하는 이와 그 이의 여자친구를 걱정하기에 앞서, 그건 처자님 스스로한테 못할 짓이에요. (처자님이 좋아하는 그 분이나 그 분의 여자친구는 저와는 관련 없는 사람이니, 저는 철저히 처자님 편에서 말하기로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처자님은 밝고 명랑하게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메일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졌어요. 밝고 명랑하게, 화이팅.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바쁘게 일할 수 있어 즐거워” 인생 2막에 웃는 실버 택배원

    “바쁘게 일할 수 있어 즐거워” 인생 2막에 웃는 실버 택배원

    전국 132곳 1000명 돌파 “동료는 또 다른 가족 같아”“형님! 말 나온 김에 새해 목표가 뭔지나 좀 들어봅시다.” “이 사람이 늙은이 놀리면 못 써. 우리 같은 노인네가 목표가 어딨어, 건강하게 일년 나면 성공이지.”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천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자리잡은 CJ대한통운 ‘실버택배’ 거점 사무실. 9명의 택배원이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는 모두 13명의 노인이 ‘실버택배원’으로 근무한다. 단지 내 13개 동 약 3000가구의 택배를 책임진다. 실버택배는 아파트 단지·전통시장 등 택배 물류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노인들이 물품을 배송하는 사업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버택배원은 1000명을 돌파했다.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에 132개의 거점 사무실이 있다. 이곳 천왕동 아파트 단지로 배송될 물량이 거점 사무실에 도착하면 동별로 물품을 분류한 뒤 담당 택배원들이 전동 자전거로 직접 실어 나른다. 통상 오후 2시면 물류 차량이 도착하지만 이날은 명절 직전이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분류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이곳에서 실버택배원으로 근무 중인 김봉근(75)씨는 “택배 차량이 늦게 오면 그만큼 퇴근도 늦어지지만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외려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팀장 백창현(81)씨는 이 아파트 단지 거주민이기도 하다.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백씨는 “처음에는 행여나 가족들이 창피해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지만 활기가 넘친다고 응원해 줘서 고마웠다”면서 “주민들도 낯익은 이웃이 배달해 주니 더 안심이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철구(79)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때 가족과 함께 만주로 강제 이주했다가 1991년 귀국해 지난한 법적 공방 끝에 1995년 국적 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용직 노동 등을 전전하다 2007년부터 지하철 노인택배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실버택배였다. “처음엔 지하철 택배랑 비슷한 일인 줄 알았는데 하늘과 땅 차이예요. 사람에 부대끼며 지하철 타고 배달 다니는 것보다 몸도 훨씬 편한 데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니 마음도 든든하죠.” 아직 국적 취득을 못한 아내가 중국을 오가느라 외롭게 지내던 이씨에게 살가운 동료들은 새로운 가족이 돼 줬다. 얼마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하자 동료들이 자진해서 업무를 분담해 주고 있다. “인생 2막에 만나 힘든 시기를 격려해 주는 동료들이 또 다른 가족 같아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일하는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트럼프 美대통령 취임] “사랑해요” “물러가라”… 궂은 날씨·찬반 시위 속 백악관 입성

    [트럼프 美대통령 취임] “사랑해요” “물러가라”… 궂은 날씨·찬반 시위 속 백악관 입성

    “트럼프, 사랑해요!” “분열주의자 트럼프는 물러가라!”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은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과,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시위자들이 뒤섞여 미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4년마다 열리는 미 대통령 취임식에 시위대의 등장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축제 분위기보다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취임식 입장객을 받은 의회 입구에서 만난 30대 히스패닉 여성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인종·성·종교 등에 따른 분열이 심화할 것 같다”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대통령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21일 2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워싱턴 여성들의 행진’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스티커를 붙인 50대 여성은 “트럼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벗고 나서 안심이 된다. 경제가 어렵지만 내 자식들이 새 대통령 덕분에 일자리를 얻는다면 다행스러울 것”이라고 환호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쯤 취임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행사 전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으며 이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담소를 나눈 뒤 함께 의회로 이동했다. 취임식 개회사와 종교지도자들의 기도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취임선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선서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오쯤 취임연설을 시작, 20여분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계획과 비전을 밝혔다. 이어 축도와 함께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며 취임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전통에 따라 의사당 본관에서 취임오찬을 한 뒤 오후 3시쯤 가족과 함께 90분간 백악관으로 향하는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취임식에는 궂은 날씨와 곳곳의 시위 예고에 따른 삼엄한 경비 속에 100만명 정도가 집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때 180만명 정도가 운집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지지자들은 새벽부터 줄을 지었다. 미 정부는 이날 모두 2만 8000명의 경호 및 관리 인력을 투입, 폭력 사태와 테러 등에 대비했으며 곳곳에 차단벽 등을 설치했다.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취임행사 기간을 과거 대통령 취임 때보다 축소해 19~21일 사흘 동안으로 정했지만 첫날인 19일부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5시간에 걸친 축하공연을 여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입성을 기념했다. 이 자리에 가족과 함께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컨트리뮤직 가수 등의 공연이 끝난 뒤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를 통합하고 국민 모두를 위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18개월 전 이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동안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에 질려버렸고 진짜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자신이 변화의 ‘메신저’임을 자처했다. 그는 이어 “수십 년간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것이며 변화를 약속한다”며 “대선 기간 나를 지지한 이들은 ‘잊혀진 남성’과 ‘잊혀진 여성’으로 불렸지만 여러분은 더이상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연을 보러 온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사랑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워싱턴 행사장 인근뿐 아니라 뉴욕 트럼프타워 등 대도시에서 연예인들까지 참석한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려 곳곳에서 대혼잡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워싱턴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자신이 선택한 내각 지명자들을 높이 평가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역대 그 어떤 내각보다 훨씬 더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장관들이 있다”고 자랑한 뒤 특히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에 대해 “의원들이 톰에게 아주 친절하다. 톰 이 사람은 이미 스타가 됐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그를 쏘아붙인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프라이스의 경력을 매우 빨리 끝내려고 하지만 그들은 아마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똑똑하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한 인물이 아주 많다. 알아야 할 한 가지는 역대 어떤 내각보다 훨씬 IQ가 높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긴장 속에 주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20일 ‘트럼프 대통령께 전하는 글’이라는 사설을 통해 “당선자 시절과는 달리 안정적인 지도력과 책임감을 보여 주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중·미 관계가 우호적일 때 인류 문명이 진보를 이뤘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고 양국의 협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중대한 위협을 받지 않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연설에서 “세계 협력은 특정 국가의 독재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중국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친구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고 훈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독도 소녀상, 日외무상 불수용 발언은 내정간섭…독도침탈 야욕”

    “독도 소녀상, 日외무상 불수용 발언은 내정간섭…독도침탈 야욕”

    경기도의회가 독도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일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내정간섭이고 독도침탈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경기도의회의 독도사랑·국토사랑회 민경선(더불어민주당·고양3) 회장은 지난 17일 “평화의 소녀상 독도 건립은 우리 국민이 결정하는 것으로 모금운동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민 회장은 “일본 외무상의 발언은 독도침탈 야욕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처한 데 대해 반성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도의회 외에 도내 31개 시·군에 운영 중인 도의회 지역상담소와 시·군청 로비에 모금함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도민들의 호응이 커 계좌를 개설,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도의회가 독도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하는데 대한 질문을 받자 “다케시마는 원래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그런 입장에 비춰봐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의회 독도사랑·국토사랑회는 독도와 도의회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로 하고 16일 도의회 로비에 모금함을 설치, 연말까지 7000만원을 목표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출범한 도의회 동호회인 독도사랑·국토사랑회에는 34명의 여야 도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여고생 상습 성추행했는데… 장난이라며 불기소한 검찰

    檢 “성적 수치심 느끼기에 부족” 20여개 여성단체 항의 시위 인천 강화도의 기숙형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여학생 여러 명의 가슴과 음부 등을 만지는 등 상습 성추행하다가 형사 고소됐으나 검찰이 장난에 불과하다는 논조로 불기소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20여개 여성단체가 16일 인천지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인천지검 형사3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21)씨에 대해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했다. 최씨는 강화군 소재 S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수개월에 걸쳐 같은 반 여학생 4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검찰에서 기숙사 옥상 등에서 A(당시 18세)양의 상의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진 사실 등을 인정했다. 최씨는 또 다른 피해자 3명의 대해서도 유사한 성추행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최씨에 대한 무혐의를 결정했다. 학교 측은 당시 최씨를 기숙사에서 퇴거시키고 27일간의 정학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최씨가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피해 학생들을 위협하자 피해자 중 3명은 지난해 7월 경찰을 찾았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최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같은 해 10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의 행위가 친구 사이의 장난 수준을 넘어서 그 자체로서 성욕의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해당해 건전한 상식 있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피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단체들은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진술보다 장난이었다는 가해자의 주장만을 받아들인 검찰의 태도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또래 간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의 설명을 ‘궤변’으로 규정했다. 이어 약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중심보다 가해자 중심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편향된 시각을 우려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이승기 변호사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객관적 추행 사실이 있는 명백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은 황당하다”면서 “서울고검에 항고했으며 성폭력상담소와 같은 여성인권단체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단독] 여고생 상습 성추행했는데… 장난이라며 불기소한 검찰

    [단독] 여고생 상습 성추행했는데… 장난이라며 불기소한 검찰

    檢 “성적 수치심 느끼기에 부족”… 20여개 여성단체 항의 시위 인천 강화도의 기숙형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여학생 여러 명의 가슴과 음부 등을 만지는 등 상습 성추행하다가 형사 고소됐으나 검찰이 장난에 불과하다는 논조로 불기소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20여개 여성단체가 16일 인천지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인천지검 형사3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21)씨에 대해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했다. 최씨는 강화군 소재 S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수개월에 걸쳐 같은 반 여학생 4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검찰에서 기숙사 옥상 등에서 A(당시 18세)양의 상의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진 사실 등을 인정했다. 최씨는 또 다른 피해자 3명의 대해서도 유사한 성추행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최씨에 대한 무혐의를 결정했다. 학교 측은 당시 최씨를 기숙사에서 퇴거시키고 27일간의 정학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최씨가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피해 학생들을 위협하자 피해자 중 3명은 지난해 7월 경찰을 찾았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최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같은 해 10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의 행위가 친구 사이의 장난 수준을 넘어서 그 자체로서 성욕의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해당해 건전한 상식 있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피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단체들은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진술보다 장난이었다는 가해자의 주장만을 받아들인 검찰의 태도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또래 간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의 설명을 ‘궤변’으로 규정했다. 이어 약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중심보다 가해자 중심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의 편향된 시각을 우려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이승기 변호사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객관적 추행 사실이 있는 명백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은 황당하다”면서 “서울고검에 항고했으며 성폭력상담소와 같은 여성인권단체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교회 분쟁·갈등 최대 요인 ‘재정 전횡’

    한국 개신교 교회 분쟁·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재정 전횡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가 지난 한 해 동안 대면, 전화, 이메일을 통해 진행한 162회의 교회 분쟁 상담 분석결과이다. 교회문제상담소가 12일 발표한 ‘2016년 상담 통계 및 분석’에 따르면 재정 전횡이 20.7%(53건·중복응답 허용)로 가장 많았다. 재정 전횡에는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 배임·횡령 혐의 등 재정 운용·관리의 전반적인 부분이 포함된다. 이어서 목회 부실과 표적 설교·이단 매도가 15.2%(39건), 독단적 운영 11.3%(29건), 목회자 성폭력과 성적 비행 9.3%(24건), 교회 세습 8.2%(21건) 순으로 나타났다. 교회 규모에선 100명 이하 교회의 상담이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100~500명 이하 28건, 1000명 이하 11건 등으로 소규모 교회일수록 갈등, 분쟁이 심했다. 또 교회 문제로 인한 상담도 증가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107건이던 상담횟수가 2013년 117건, 2014년 131건, 2015년 144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엔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의 의사결정 권한이 여전히 소수 목회자에 집중됐고, 불투명한 교회운영과 남성 중심적이고 강압적 위계질서에서 비롯된 분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분쟁을 겪고 있는 개별 교회를 돕기 위해 교회문제상담소를 세워 2003년부터 13년간 교회상담을 진행해왔다. 한편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최근 발표한 ‘한국교회에 대한 언론인 인식조사’도 이와 맞물려 비슷한 경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중앙·교계 일간지 및 방송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 225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국 교회의 최대 선결과제로 세속화·물질주의(44.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목회자 자질 부족(34.2%), 양적 팽창(33.8%), 지나친 개교회 중심(16.9%) 순으로 응답했다. 한국 사회 속 교회의 긍정적 역할 수행과 관련해선 ‘잘 못하고 있다’가 64.9%를 차지한 반면, ‘잘하고 있다’는 34.7%에 그쳤다. 교회의 긍정적 역할 부분에 대해선 ‘사회봉사·구제’(73.3%)와 ‘개인신앙 차원의 위로와 평안’(71.1%)이라는 중복 응답이 가장 많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복지사각 한파 막는 ‘동작 천사’

    복지사각 한파 막는 ‘동작 천사’

    ‘찾아가는 주민센터’ 맹활약 넉달간 6958가구 방문 서비스 ‘기다리는 복지’에서 ‘다가가는 복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출범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가 서울 동작구에서 희망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 구는 지난 7월 찾동 사업이 본격적으로 출범한 뒤 10월까지 4개월 동안 6958가구에 방문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시행 전 6개월 방문 서비스를 받은 대상자(1557가구)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찾동은 동주민센터의 복지 기능을 강화해 위기가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기 위해 도입된 행정 시스템이다. 주민센터당 1개 팀씩이었던 복지팀을 2개 팀으로 늘렸다. 구는 찾동을 운영하면서 동주민센터 15곳에 복지플래너 89명을 배치했다. 복지플래너는 지역 내 취약계층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도움 주는 전문인력이다. 구 관계자는 “그전에는 빈곤위기가정 정도만 직접 찾아갔지만 전문인력이 보강된 덕에 노인과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도 찾아가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별 특화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야간복지상담소를 운영하거나 지역 부동산과 손잡고 주거취약가구를 발굴하기도 한다. 희망우체통을 곳곳에 설치해 우편으로 사연을 받아 보는 동도 있고 90세 이상 어르신과 고시원을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복지플래너도 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우리 구는 주민 의견 등을 토대로 거시적 복지목표와 연차별 실천 과제를 담은 자체 복지 비전을 세우고 있다”면서 “민간과 손잡고 조금 더 적극적인 복지를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무슨 뜻인가 보니?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무슨 뜻인가 보니?

    지난 18일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답변서에 상당히 낯선 용어들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측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고 표현했다. 키친 캐비닛이란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아 담소를 나눌 정도로 격의 없는 지인들을 뜻한다. 대통령에게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면서 최씨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화이트하우스 버블’(White House Bubble)이라는 말도 나왔다. 박 대통령 측은 “국정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 말을 썼다. 버블(Bubble)은 미국 백악관의 별칭이다. 겉으로 볼 때는 투명하지만 바깥과 단절돼 갇혀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朴대통령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노무현엔 노건평, 이명박엔 이상득”

    朴대통령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노무현엔 노건평, 이명박엔 이상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대리인단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순실씨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에 비유하며 탄핵소추안에 담긴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나섰다. 키친 캐비닛이란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아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격의 없는 지인들을 뜻하는 말로, 대통령과 어떠한 사적 이해나 정치관계로 얽혀있지 않아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18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국회에서 공개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헌법재판소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 측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연설문을 최순실로 하여금 한 번 살펴보게 한 이유는 직업 관료나 언론인 기준으로 작성된 문구들을 국민들이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 표현에 관해 주변 의견을 청취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판례상 공무상비밀이 되기 위해서는 누설로 인해 국가기능에 위협이 발생해야 하나(대법원 2001도1343호 판결) 유출된 연설문은 선언적·추상적 내용”이라며 “발표 1~2일 전에 단순히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주변 지인의 의견을 들어본 것이어서 ‘누설’로 보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키친 캐비닛의 뜻을 설명하며 최순실씨를 이에 비유했다. 박 대통령 측은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를 속칭 ‘키친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고 한다. 피청구인(대통령)이 최순실의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측은 각주를 달아 전임 대통령의 ‘키친 캐비넷’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 ‘봉하대군’이라고 불리면서 대우조선 남상국 사장으로부터 연임청탁을 받았다가 이 사실이 공개돼 남상국이 자살한 사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만사형통’이라 불리며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민원을 전달한 전 국회의원 사례 등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전임대통령도 공적 경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에 관한 의견 민원 등을 청취했음을 알수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의 영화 관람 정치..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 관람

    문재인의 영화 관람 정치..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 관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부산 진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판도라’를 관람했다. ‘판도라’는 원전 재난 상황을 가정해 다룬 영화다. 역대 최대 규모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박정우 감독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영화 판도라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관람에 앞서 박 감독과 만나 담소를 나눴다. 앞서 지난 9월 초 경북 경주에서 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관측됐을 무렵 문 전 대표는 부산 고리원전을 찾아 “국내 원전 정책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계획도 중단하고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가동이 불가피한 원전에 대해선 내진 설계를 더 강도높게 보강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문 전 대표는 ‘변호인’, ‘광해’, ‘자백’ 등 자신의 정치 행보에 부합하는 영화 뿐 아니라 다소 보수적 색채를 지닌 ‘국제시장’까지 다양한 영화를 공개 관람하며 ‘영화 관람의 정치’를 구사해 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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