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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성 검색’ 오디오 콘텐츠시장 커진다

    ‘음성 검색’ 오디오 콘텐츠시장 커진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의 확산으로 음성 검색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자동차나 집 안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동영상에 비해 가격과 데이터의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는 팟캐스트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인터넷 포털이나 음원사이트 등 플랫폼 사업자들도 자체 제작한 다양한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네이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오디오 클립’은 지난달 연예인이 진행하는 예능 오디오 콘텐츠를 대거 론칭했다. 기존에 오디오북이나 시사·교양, 교육용 콘텐츠에서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예능과 드라마로 장르를 다양화한 것이다. 5월 13일 ‘권혁수의 극한 퀴즈’를 필두로 ‘허경환의 사죄의 왕’, 하하·별 부부가 진행하는 ‘하트 브레이크 마켓’을 새로 론칭했다. 지난 3일에는 청취자들의 일상생활 고민을 김수미 특유의 화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김수미의 시방상담소’를 새로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 웹소설과의 협업을 통한 ‘오디오 드라마’ 제작도 활발하다. 오디오클립은 ‘신부가 필요해’ 등 네이버 웹툰, 웹소설 원작의 오디오 드라마 3편을 선보였다.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오디오 크리에이터 50명을 발굴해 콘텐츠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음악을 서비스하는 음원사이트에서도 오디오 콘텐츠가 화두다. 벅스는 음악과 팟캐스트를 결합한 오디오 콘텐츠 채널 ‘뮤직 캐스트’를 확대하고 있다. 일반 팟캐스트와 달리 음악 저작권 이슈를 해결해 방송에서 소개된 음악을 곧바로 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렸다. 지난달에는 박근호, 하상욱 등 유명 작가가 고민을 상당해 주는 신규 프로그램을 선보여 현재 총 25개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다. 지니뮤직도 EBS와 손잡고 5G 단말기에서 서비스할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오디오 콘텐츠 포털 사이트도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약 1500개의 유료 콘텐츠 채널을 운영 중인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은 지난달 프로파일러가 주요 살인 사건에서 범인들의 심리를 역추적해 보는 프로그램 ‘검은방’을 론칭했다. 팟빵 이용자의 청취 패턴과 이탈률, 이탈 시점 등의 이용자 청취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건 재연, 내레이션 등 스토리텔링 요소를 배치했다. 개인 라디오 방송 서비스 플랫폼 ‘스푼라디오’도 10~20대를 중심으로 월 이용자 숫자가 130만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영상과 오디오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은영 리더는 “AI 스피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물인터넷 등 음성 인터페이스 기술이 진화하고 있고, 오디오 콘텐츠 사용 환경이 전 연령대가 접하는 일상 공간으로 점차 확장되면서 향후 사용자들의 요구도 보다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수도권 규제로 오랫동안 희생해온 여주… 균형발전 올인하겠다”

    “수도권 규제로 오랫동안 희생해온 여주… 균형발전 올인하겠다”

    “수도권제외지역에 경기 여주가 빠졌습니다. 남한강 식수원 보호를 위한 중첩 규제로 반세기 동안 정체된 여주를 제외한 것은 중앙공무원들의 기계적 해석의 결과입니다. 행정은 시민의 고통에 주목하고 주민의 삶을 토대로 현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초선 이항진 여주시장은 6일 서울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중첩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서 균형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게 여주시의 최대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한 지 11개월 지났다. 소회는. “지난 11개월 동안 시장으로서 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했다. 여주시의 중심목표를 찾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시장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공직사회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민선 7기 시정 방향을 하나씩 구체화하는 데 주력하겠다.” -민선 7기 시정 청사진을 소개하면. “‘시민과 함께 만드는 사람중심 행복여주’라는 시정 목표를 위해 아이 키우기 좋은 여주, 일자리가 넘치는 여주, 농촌과 도시가 조화로운 여주, 문화와 예술이 풍성한 여주, 시민과 소통하는 여주 등 5개의 시정 방향을 잡았다. 시는 일자리 넘치는 여주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지역 특화산업 육성과 수도권 산업·물류 거점도시 건설, 그리고 문화관광 사업 활성화, 교육·복지 인프라 구축 등 아이 키우기 좋은 기반시설 조성을 통한 외부인구 유입과 도시개발을 이뤄간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7개 분야 63개 공약사업을 임기 내 실천하겠다. 여주 첫 시민참여 거버넌스인 ‘여주시민행복위원회’가 출범했다. 정책 발굴, 현안 논의 등을 통해 시민의 의견이 시정에 반영되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지난 4월 18일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수도권제외지역에 여주시가 빠졌다. “경기도가 여주 인구의 4배가 넘는 곳, 신도시가 들어서 곳은 포함시키면서 수도권 식수원인 남한강 보호를 위한 중첩 규제로 반세기 동안 정체된 여주를 제외한 것은 중앙집권적 권위정치의 산물이다. 시민의 고통에 주목하는 행정이 아니다. 주민의 삶을 토대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여주에는 여흥, 중앙, 오학동 등 3개 동이 있다, 3개 동이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번 수도권 제외 대상 지역 인구수는 3월 현재 파주시 45만명, 김포시 42만명, 양주시 21만명으로 여주시 11만명보다 많다. 여주시는 인구의 18%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산촌으로 농업인이 1만 8690명에 이른다. 여주의 농업인구는 수도권에서 제외되는 8개 시군보다 많고 농업인 비율도 가장 높다. 소득도 도시평균가구의 80% 이하로 낙후지역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을 말했다. 여주야말로 지금까지 특별한 희생을 해왔다. 이 지사를 만나 수도권제외지역 대상에 여주를 포함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 지사로부터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받았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를 방문해서 균형발전이 되도록 구체적으로 추진하겠다.” -아이 키우기 좋은 여주를 위한 구상은. “아이 키우기 좋은 여주는 지속 가능 발전도시의 디딤돌을 놓으려는 것이다. 2019년은 그 원년이 될 것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여주는 유아는 물론 청소년들의 유출을 막아 여주의 발전 동력이 될 미래세대가 마음 편히 교육을 받고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학교복합화 시설 건립을 통해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들이 마음대로 꿈꾸고 즐길 수 있는 공간조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곳에 공동주택, 초등학교와 청소년수련관을 지어 아이와 부모, 어르신 등이 한 공간에서 살며 학교 운동장과 수영장 등을 함께 공유하고 유기적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매년 2곳씩 국공립 어린이집 전환을 통해 젊은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근심을 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활밀착형 공공도서관을 금사, 능서, 흥천, 강천면 등에 순차적으로 건립할 방침이다.” -고령화 대책인 여주형 마을공동체는. “여주형 마을공동체는 지역마다 공동체를 형성해 자력으로 재원도 마련하고 서로 의지해서 생활하는 공동체다. 마을에 태양광을 설치해 나오는 재원이나, 빈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펜션으로 활용하는 복안이다. 대도시 주민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텃밭이 있는 힐링공간을 제공하고, 홀몸 어르신에게는 새로운 가족과 최소한의 수익을 만들어준다.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형성하면 면 단위 복합화시설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도 한끼 정도는 영양가 있게 먹으며 노년을 즐길 수 있다. 보건소와 연계하여 치매안심센터도 운영할 것이다.” -주민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는지. “형식적인 행사 참석은 줄이고 있다. 현안 중심의 토론과 간담회를 많이 한다. 그래서 소통 부족으로 인한 갈등은 많이 줄었다. 능서면의 ‘장파 표준시 방송국’을 둘러싸고 1년여간 지속된 갈등이 대화로 합의점을 찾았다. 주민 건강권을 이유로 폐플라스틱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의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시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 강천폐기물발전소 문제는 강천면만이 아닌 여주 시민의 권리를 위협하는 일이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엠다온이 청구한 공사중지명령 취소 행정심판에서 여주시 손을 들어줬다. 행정적인 문제보다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 갈등을 해소했다. 지역주민이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고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사회적 갈등 해결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숙원사업인 시청 이전 계획이 중단됐는데. “시청사 이전 계획은 전면 백지화가 아니다. 현 위치에 다시 짓는 안이 가장 합리적이다. 시청을 옮기지 않고 현 위치에서 새롭게 짓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인 선거 공약을 지키겠다. 청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블랙홀 현상이 벌어진다. 청사 이전에 들어가는 2000억원을 우선적으로 재래시장 활성화와 여주초등학교 이전에 사용할 계획이다. 시청사 옆 여주초교는 학생 수가 줄고 있어 역세권으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교 이전 후 그 자리에 신청사를 건립하면 시민들은 효율적인 행정·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같은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디자인도 시민 공모를 통해 할 것이다.” -환경운동가 출신 시장이다. 현실과 이상 괴리감은 없는가. “행정가 출신 시장은 행정을 잘 알 것이다. 법률가 출신은 전문성이 있다. 시민운동가는 다양한 상황을 모두 경험한다. 그게 장점일 수도 있다. 늘 사람냄새 가득한 세상을 꿈꿔왔다. 그래서 현실을 바꿔보려고 지난 20년간 시민운동을 했다. 시장의 역할은 시민운동가의 책무와 다르지 않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4대강범국민대책위원회 전국상황실장 등을 지냈다. 환경에서 벌어진 문제를 개선하는 것처럼, 시민의 삶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문제를 챙기는 게 행정이고 정치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치권 러브콜’ 이국종 또 국회토론회...“한국은 말이 너무 많다”

    ‘정치권 러브콜’ 이국종 또 국회토론회...“한국은 말이 너무 많다”

    이 센터장, 내년 총선 나설지 관심 집중이국종(50)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31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응급환자의 범위에 관한 합리적 기준 재설정을 위한 토론회’ 주제발표를 위해 또다시 국회를 찾았다. 토론회는 대한의사협회(KMA)와 국회의원연구단체 자유민주포럼이 주관했다. 발제는 이일학(연세대 의대) 교수가 ‘응급의료환자의 법위 설정에 관한 의학적-법률적 접근’, 정진우(대한응급의학회) 이사가 ‘응급의료의 현실 개선방안’으로 주제 발표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언주 의원과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센터장은 “병원에서 감기라고 처방해도 환자가 응급실로 찾아와서 열이 나서 죽겠다고 하면 응급환자가 된다”면서 “약물치료만 받아도 될 환자가 응급실에 많다보니 급한 중증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증외상환자들의 골든아워가 지켜지지 않는 원인으로 환자이송시스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말이 너무 많다. 하루에도 닥터헬기가 몇 번씩 떠야 한다. 환자가 가장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센터장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정춘숙·김상희, 자유한국당 박인숙, 바른미래당 최도자, 정의당 심상정·윤소하 의원 등이 공동주최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토론회에 초청받았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정작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이 자리에 없다. 한 시간도 못 자고 자료를 만들었지만 소용없게 됐다”고 울분을 토한바 있다. 축사를 통해 자신들의 할 말만 하고 떠나는 의원들의 태도를 비판한 것었다.  이날 이 센터장은 지난해의 초청토론회 생각이 났는지 그때의 일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는 의원님들뿐 아니라 보좌관, 비서관 마저 없었는데 이번에는 의원님들이 직접 계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의 국회 방문은 종종 이뤄지는 일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권에서 그를 받아들이는 의미는 심장해 보인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 의원실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최근 응급의료계 거목(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이 돌아가시고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해서 이 주제를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치 참여 요청을 받는 분이어서 그런 것에 관심이 쏠리면 행사 취지에 어긋나기에 노심초사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특히 야권에서 이 센터장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 센터장은 김성태 의원과 함께 토론회장에 입장했다. 토론회에 앞서 잠시 담소를 나눴다. ‘인재 영입으로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정치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평소 좋아하는 분이 국회 토론회 참석해서 잠시 만난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지난해 7월 한국당 원내대표이자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던 김 의원이 이 센터장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으나 이 센터장은 “내 상황이 한국당보다 100배는 안 좋은 것 같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정치를 하더라도 보수야권으로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모내기 지원 나선 문 대통령도 ‘크게 한 입’

    모내기 지원 나선 문 대통령도 ‘크게 한 입’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를 찾아 모내기를 하며 농민들을 격려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과 함께 모내기가 한창인 경주시 안강읍 옥산마을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재킷을 벗고 밀짚모자를 쓴 채 모내기 장소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으로부터 최근 모내기 현장에서 이용되는 농업용 드론과 관련한 설명을 청취했다. 드론이 떠올라 비료를 뿌리는 장면을 본 문 대통령은 “옛날에는 농약을 뿌릴 때 농민들이 이런저런 병에 걸리기도 했는데 다행스럽다”면서 드론이 벼를 직파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조종 장치를 넘겨받아 드론을 움직이며 비료를 살포해보기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30℃를 오르내리는 이른 더위 속에 모판을 이앙기로 옮겨 본격적으로 모내기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이앙기를 몰며 모내기를 거들었다. 모내기를 하는 동안 문 대통령은 틈틈이 일을 같이하는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젊은 부부에게 “지난겨울에 AI(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게 한 번도 발생하지 않고 농가소득도 꽤 올랐다”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데리고 (농촌에) 사는 데 문화나 교육 시설이 아직 부족하죠?”라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연간 소득이 얼마나 돼요? 영업 비밀입니까”라고 묻자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무인 이앙기 시연까지 지켜본 문 대통령은 국수와 편육, 막걸리 등이 준비된 장소로 이동해 마을 주민들과 새참을 먹으며 담소했다. 문 대통령은 “모내기할 때 한해 농사가 예감된다고 하던데 올 한해 대풍이 될 것 같다”고 덕담도 건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랑해” 20대 상습 추행한 90세, 위자료는?

    “사랑해” 20대 상습 추행한 90세, 위자료는?

    #원고 : 노인주거시설 식당 조리사 A(23·여)씨 vs 피고 : 시설 거주자 B(92)씨 한 고급 노인주거시설(실버타운)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2017년 4월부터 시설 거주자인 B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식당에서 배식을 하던 A씨에게 B씨가 “너무 예쁘다”고 말하며 감싸안고 “데이트하자. 시간이 언제 되니?”라고 물었고 깜짝 놀란 A씨에게 입을 갖다 대며 추행한 것입니다. 또 지나가다 마주친 A씨에게 “한 번 안아 보자”고 말하고 뒷걸음질치는 A씨를 끌어안기도 했습니다. B씨는 두 달 사이 60여 차례나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A씨를 추행하거나 성희롱을 했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버타운서 두 달 사이 60여 차례 성희롱 항의도 해보고 3개월간 식당 출입을 하지 못하게 조치(방으로 음식 배달)하기도 했지만 B씨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B씨가 퇴거 요청까지 거부하자 A씨는 2017년 7월 B씨를 고소했습니다. B씨는 지난해 3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선고받았고, 접근금지명령까지 나오자 결국 시설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A씨는 이후에도 정신적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 등으로 6개월간 병원과 심리상담소를 오가며 상담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B씨나 그의 가족들로부터 진지한 사과나 피해 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B씨에게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 측은 치매 증상 때문이라고도 주장했지만 B씨가 혼자 경찰에서 피의자조사를 받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정확했다고 판단됐습니다. ●6개월 상담·치료 고통… “1500만원 지급” 1심에서 B씨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B씨가 항소했는데, 2심 재판부는 오히려 “사건의 경위와 지속성, 원고와 피고의 연령, 성별, 사회적 지위, 피고와 주변인들이 원고에게 보인 행동, 피고의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B씨만 1심에 불복한 만큼 피고에게 불리하게 판결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민사소송법 407조에 항소심의 범위를 1심 판결에서 변경을 청구하는 한도 안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판결은 지난달 27일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실버타운서 20대 조리사에 “사랑합니다”며 추행한 90대 노인

    실버타운서 20대 조리사에 “사랑합니다”며 추행한 90대 노인

    #원고vs피고: 고급 실버타운의 식당 조리사 A(23·여)씨 vs 거주자 B(92)씨 2016년부터 한 고급 실버타운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2017년 4월부터 아내와 함께 시설에서 생활하는 B씨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B씨를 고소했습니다. 식당에서 배식을 하던 A씨에게 B씨가 “너무 예쁘다”고 말하며 감싸안고 “데이트 하자. 시간이 언제 되니?”라고 물었고 깜짝 놀란 A씨에게 입을 갖다대며 추행한 것입니다. 또 지나가다 마주친 A씨에게 “한 번 안아보자”고 말하고 뒷걸음질 치는 A씨를 끌어안기도 했습니다. B씨는 두 달 사이 60여 차례나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A씨를 추행하거나 성희롱을 했고 A씨 외에도 다른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가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시설의 상급 책임자가 B씨에게 시정을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았고 시설에서는 B씨가 3개월간 식당 이용을 못하게 하고 방으로 음식을 배달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 뒤에도 다시 같은 행동을 하자 시설의 A씨와 상급 책임자가 B씨의 가족들과 만나 시설에서 나가달라고도 말했습니다. B씨가 시설에서 나가기를 거부하자 결국 A씨는 2017년 7월 B씨를 고소했고, B씨는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3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 A씨의 신청으로 접근금지명령을 받게 되자 B씨는 시설을 떠났습니다. B씨는 시설에서 나갔지만 A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 등을 호소해 6개월 동안 병원과 심리상담소를 오가며 상담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B씨나 그의 가족들로부터 진지한 사과나 피해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B씨에게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 측은 치매 증상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조사에서 혼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며 법원에선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 B씨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B씨가 항소했는데, 2심에서는 오히려 “사건의 경위와 지속성, 원고와 피고의 연령, 성별, 사회적 지위, 피고와 주변인들이 원고에게 보인 행동, 피고의 경제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하지 않았고 B씨만 항소한 만큼 피고에게 불리하게 판결할 수는 없다며 항소 기각을 선고해 B씨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민사소송법 407조에 항소심의 범위를 1심 판결에서 변경을 청구하는 한도 안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이유에서입니다. B씨는 상고하지 않았고 판결은 지난달 27일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자가 접근하게 매력 갖추고 씨 뿌려라” 성교육한 경찰 간부

    “여자가 접근하게 매력 갖추고 씨 뿌려라” 성교육한 경찰 간부

    군인권센터 “성폭력 예방 교육 때 오히려 성차별 조장”“개인 일탈 아니라 검증 과정 없는 조직 전체 문제”해당 경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면 안 된다는 취지”현직 경찰 간부가 의무경찰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남자는 씨를 뿌리는 쪽이다”, “여자가 찾아오게 하는 남자가 돼라” 등 성차별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23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소속 A 경정을 엄중히 징계하고 경찰청은 성차별 발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A 경정은 지난달 11일 한 기동단 소속 의경 대원 수십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면서 해당 발언을 했다. 센터는 4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통해 A 경정의 교육 당시 육성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A 경정은 “젊을 때 (여성에게) 저돌적으로 들이대면 몇 번 재미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성욕은 평생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성욕을 해결하려면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매력을 느끼고 다가오게 해야 한다” 등 수차례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또 그는 “여자는 뛰어난 유전자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들이 성적 매력을 느끼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보통 남자가 먼저 꾀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인 관계를 보면 대부분 여자가 남자를 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도 했다. A 경정은 “남자는 씨를 뿌리는 입장이다 보니 성적 매력을 느끼는 범위가 다양하지만, 여자는 정자를 받아서 몸에서 10개월 동안 임신했다가 애가 태어나면 주로 육아를 책임지게 돼 있다”면서 “여성호르몬 자체가 더 모성애를 갖게 설계된다”고 말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 설립추진단장은 “A 경정은 모든 남녀관계를 성욕에 기반을 둔 관계로 개념화하고, 남성의 성욕이 불가침적이고 억제할 수 없다는 잘못된 관념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성인지 교육에서 A 경정은 오히려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이번 발언은 A 경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검증 과정도 없이 해당 경찰을 교육 강사로 초빙한 조직 전체의 문제”라면서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을 그대로 내보인 경찰이 과연 성범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성인지교육을 내실화하고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경정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주체적인 개인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그는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고 불법촬영을 하는 등 잘못된 성욕을 표출할 수가 있어서 이를 막으려고 한 말”이라면서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드러내려면 스스로 능력, 외모를 잘 가꿔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살려달라고 신고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엄마를 찔렀다

    살려달라고 신고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엄마를 찔렀다

    “‘우리 가족 좀 살려 달라’고 몇 번이고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어요. 그저 ‘우린 최선을 다했으니 알아서 잘 도망 다녀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를 잃은 안수현(가명)씨의 가슴에는 어머니의 죽음이 피멍처럼 남아 있다. 어머니와 수현씨를 비롯한 삼남매가 30년간 아버지의 폭행 속에 피투성이가 될 동안 그 누구도 나서주지 않았다. 폭력의 끝은 살인이었다. 지난 2일 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난 수현씨는 “억지로 이혼이라도 시켜서 떼어냈어야 했다”며 어머니의 죽음을 자책했다.●첫 번째 신고… “알아서 해결하라” 평생 맞고 살던 수현씨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 건 2008년이었다. 그때 수현씨는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에 취해 어머니의 얼굴을, 목을, 몸통을 주먹으로 때리고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어머니의 몸에는 상처와 피멍이 가시질 않았고, 입술은 늘 찢어져 있었다. 가끔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엔 방에 틀어박혀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 그러다 술병을 잡으면 다시 어머니를 때리기 시작했다. 수현씨의 기억 속 첫 폭행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는 어린 수현씨를 무릎 꿇리고 “우리가 원래 잘살았는데 엄마 때문에 못살게 됐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정작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것은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였다. 오랫동안 참고 지낸 어머니는 용기를 내 수화기를 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집으로 찾아왔다.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현장 출동한 경찰관이 던진 말은 잔인했다. “집안일이니까 알아서 해결하셔야죠.” 고작 부부싸움에 왜 경찰까지 불러서 일을 키우느냐는 나무람에 어머니는 용기를 잃었다. “제발 남편을 잡아가 달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 보지도 못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다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신고…흉기 위협받았지만 ‘불처분’ 신고 이후 아버지의 폭행과 폭언은 더욱 잔혹해졌다. 급기야 2015년 3월 술에 취한 아버지는 집에 혼자 있던 수현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두려움에 떨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집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흉기를 어디론가 숨겼다. 물증을 찾지 못한 경찰은 아버지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아버지는 다음날 새벽 현관문을 열고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수현씨를 조사한 경찰은 “아무래도 선처하는 것보다는 법원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고, 그렇게 아버지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돼 가정법원으로 넘겨졌다. 아버지는 법원 처분이 나올 때까지 잠시 폭행을 멈췄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어머니의 불안감은 커졌다. 가족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아버지의 보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어느 날 어머니는 수현씨의 손을 붙잡고 “아버지를 선처해 달라고 하자”고 했다. 수현씨는 “안 된다”고 했다. 아버지를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는 한 폭력의 굴레를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차피 아버지와 같이 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설득했고, 결국 수현씨는 판사 앞에서 “선처를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불처분. 아무런 처분 명령도 내려지지 않았다. 판사는 아버지에게 “딸이 힘든 결정을 해줬으니 잘 살아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신고… 목을 졸랐는데 ‘6개월 상담’ 성인이 된 수현씨는 집에서 뛰쳐나와 독립했다. 아버지의 폭력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돌아갔다. 세 번째 신고는 2017년 11월, 만취한 아버지가 가족들의 목을 졸랐다. 절차는 지난번과 비슷했다. 아버지는 경찰과 검찰을 거쳐 다시 가정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됐다. 노심초사하던 지난번과 달리 아버지는 당당했다. 법원에 가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복의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어머니는 다시 선처를 탄원했고, 재판부는 6개월 가정법률상담소 상담 위탁으로 사건을 끝냈다. 전과는 남지 않았다. 독립해 살고 있던 수현씨는 처분 결과가 나온 뒤에야 이 소식을 들었다. 수현씨가 걱정할까 봐 어머니가 신고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피해자가 선처를 원했다고 하지만 가정법원에 간 전력이 있는 사람한테 상담 처분만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수현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경찰·검찰·법원이 그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은 방법은 아버지를 피해다니는 것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가능한 한 식당에서 오래 머물다 늦게 귀가했다. 수현씨가 가끔 집에 들르는 날이면 아버지는 “네가 동생들한테 신고하라고 가르쳤냐. 걔네들이 너한테 배웠다. 어디 또 신고해 보라”고 소리 지르며 위협했다. 피해다니는 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 서울 등촌동에서 가정폭력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수현씨는 ‘혹시 우리 가족한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감형에도…징역 15년이 억울하다며 항소 제기 지난해 12월 7일 오전 1시 50분쯤 아버지는 안방에서 어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늘 가족을 위협했던 그 흉기였다. 그렇게 어머니는 예고 없이 삼남매 곁을 떠나갔다. 1심에서 아버지는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15년에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선고받았다. 아버지는 법정에서 “사건 당일 ‘야 병신아 넌 애인도 없지. 난 애인이 있어’라는 아내의 목소리(환청)가 들려서 화가 나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알코올로 유발된 정신병’이라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아버지는 기나긴 세월 이어진 폭력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지난 30년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진술했다. 형사 전과가 전혀 없다는 점도 양형 참작 사유에 명시됐다. 두 차례나 법원에 갔지만, 가정보호사건 처분으로만 끝난 게 오히려 독이 됐다. 수현씨는 재판 선고 결과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했다. 심신미약, 의처증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가정법원에 두 번이나 갔다 왔는데도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형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징역 15년도 억울하다며 지난 1일 항소를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5일 사건을 접수했다. 수현씨 삼남매는 2심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처럼… 두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수현씨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15년 뒤면 아버지가 출소해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것이고 어머니와 같은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발생한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에서도 아내는 4년간 6번이나 이사하면서 도망을 다녔지만 결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남편에게 살해됐다. 법무부는 가정폭력 사범을 전자발찌 착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피해자를 위한 팔찌를 만들어 가해자가 일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경고음을 울려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현씨는 이런 대책도 믿지 못한다. 경보가 울려도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도망치는 일밖에 없을 것이므로. 경찰과 검찰, 법원은 수현씨에게 “열심히 도망치라”는 말만 되뇌는 것 같다. “이미 엄마가 돌아가셨잖아요. 어차피 우리 가족은 끝났어요. 무엇을 바라겠어요. 다른 집에서는 우리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에요.” 아버지의 폭력과 사회의 무대책에 수현씨는 어머니와 희망을 모두 잃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폭력 남편” SOS 세 차례 묵살… 30년 맞던 아내 결국 스러졌다

    “폭력 남편” SOS 세 차례 묵살… 30년 맞던 아내 결국 스러졌다

    경찰 “가족끼리 해결하라”… 방치 일쑤 올 1분기 재범률 11.1%… 3년 만에 3배 검거 인원 대비 구속률은 1.1%에 그쳐 범정부 대책 내놨지만 ‘法의 사각’ 신음지난해 12월 안수현(가명)씨의 어머니는 30년 가까이 이어진 가정폭력 끝에 남편에게 살해됐다. 안씨 가족은 그동안 3번이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 사회에 꾸준히 SOS를 쳤지만, 아버지가 체포되거나 구속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출동한 경찰은 “집안일이니 가족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돌아갔다. 자녀들까지 흉기에 찔릴 뻔하거나 목을 졸리는 지경에 이르러 두 번 가정법원을 찾았지만, 가해자는 상담소 위탁 교육 처분만 받고 다시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법원도 별것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아버지는 “신고할 테면 해보라”며 더욱 노골적으로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가 휘두른 흉기에 잔인하게 살해됐다. 안씨는 “아무도 아버지를 우리 가족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아 주지 않았다. 살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절규했다. 20일 서울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재범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8%였던 가정폭력 재범률은 2017년 6.2%, 2018년 9.2%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1~3월)는 11.1%에 달했다. 가정폭력 사범 10명 중 1명이 다시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셈이다. 신고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검거 인원 대비 구속률은 올해 1분기 1.1%에 불과했다. 2016년~2018년 구속률은 1%를 밑돌았다. 강하게 처벌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피해 가족들에게서 완벽하게 격리시키지 않으니 마음 놓고 재범을 저지르는 것이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집에 계속 머물며 습관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면서 “왕따 현상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가정 밖으로 완전히 밀쳐 내거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등 가정에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가정폭력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경찰청,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은 지난해 11월 중대 가정파탄 사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출동한 경찰관이 가정폭력 현행범을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장 출동 경찰의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명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대책은 여전히 관료들과 경찰들의 서랍 속에 방치돼 있다. 현행범 체포 및 피해 가족과의 분리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돼야 이루어질 수 있다. 안씨 가족과 같은 피해를 막을 대책이 전무한 셈이다. 가정폭력은 집안에서 반복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신고도 쉽지 않다. 우리 사회가 강요해 온 특유의 온정주의 탓에 용기를 내 신고해도 무시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는 안씨의 어머니처럼 피해자가 죽어야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신문은 21일 부부의날을 맞아 3회에 걸쳐 가정폭력의 실태와 특성, 대안을 찾아본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님비’에 갈 곳 잃은 日 고령자·아동시설

    ‘님비’에 갈 곳 잃은 日 고령자·아동시설

    보육원·외국인용 연수센터 백지화 일각 “인구 구성 다양성 사라진 탓” 일본 효고현 고베시는 지난해 가을부터 한 주택단지에 간병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혔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환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구급차 등의 잦은 출입과 집단생활에 따른 소음 발생 등이 반대 이유였다. 한 70대 주민은 “가뜩이나 우리 동네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이웃해 있는 사람의 죽음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시설 건립 추진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는 예상 밖”이라고 곤혹스러워하면서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이해를 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기피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은 세계 어디서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한층 광범위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화장장이나 쓰레기 처리시설 등이 주요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고령자·어린이 등을 위한 보편적인 복지시설에 대해서도 반대가 잇따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갈수록 수요가 늘어날 복지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거부가 일반화하면서 행정당국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오야마 지역에서도 아동상담소를 포함한 ‘미나토구 어린이가정 종합지원센터’ 건립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이들로 인해 발생할 소음, 고급 주택가로서 이미지 추락 등을 이유로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나토구는 이미 예산이 확정된 만큼 2021년 4월 개소를 목표로 올 8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도쿄도 나카노구·스기나미구·무사시노시의 보육권 설립 계획이나 오사카부 셋쓰시의 외국인용 연수센터 설치 계획이 백지화되는 등 주민들의 반대운동으로 당국의 계획이 무산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나미 히로시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지역 내 인구 구성의 다양성이 사라진 탓”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아이를 기르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다양하게 섞여 살던 시대가 지나고 특정한 계층이나 세대 중심으로 밀집해 거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그 지역에 필요가 없거나 성가신 시설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스즈키 고시로 도마대 교수는 “행정당국이 어떤 시설의 설치를 결정한 후에 ‘왜 이 장소인가’를 통보할 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을 충분히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해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제37회 교정대상- 교정 공무원] 수범상- 황명호 대전교도소 교위

    [제37회 교정대상- 교정 공무원] 수범상- 황명호 대전교도소 교위

    1994년 임용돼 외국인 수용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대학원에서 외국인 수용자 처우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석사논문을 발표하고 2009년 외국인전담소 TF에 의견을 개진해 동서양계 수용자를 분리하고 국제협력과를 신설하는 데 기여했다. 2010년 개방지역 작업장에서 도주한 중국인 수용자를 가족과 긴밀히 연락 후 설득해 도주 약 4시간 30분 만에 검거했다. 중국인 무기수의 딸이 시한부 판정을 받자 후원 단체를 수소문해 국내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왔다. 외국인 수용자를 위한 업무매뉴얼, 생활안내서를 제작했다. 외국인 수용자의 자매결연과 지원을 활성화해 2200회의 접견과 약 3억 2000만원의 영치금 지원을 주선했다.
  • “5인미만 업체, 단시간, 여성, 10대 임금 등 노동기본권 상담률 높다”

    민주노총이 1만여건의 노동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소규모 사업장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록 노동기본권 침해가 크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단시간, 10대, 여성 노동자일수록 임금 관련 상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방대한 상담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3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각지의 78개 상담소 등에서 이뤄진 노동 상담 1만 159건(중복 포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를 호소하며 상담을 받은 노동자들은 72%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에 근무하고, 47.7%가 비정규직이었으며, 51%가 근속연수 2년 이하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성수 서울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작은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 고용 불안에 직면한 노동자의 절박한 현실이 상담으로도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 내용으로는 임금 상담이 36.4%로 가장 높았다.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자 임금과 연결될 수 있는 노동 시간 상담(9.7%)까지 더하면 절반 수준인 46.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1조 6472억원(고용노동부 기준)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해고·징계·인사 이동 관련 상담은 13.9%였다. 임금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단시간 노동자(70.2%) 및 5인 미만 사업장(54.1%), 10대(62.2%), 여성(41.6%) 노동자일수록 상담 비율이 더 높았다. 공 노무사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단시간 노동자일수록 여성 비율이 높아진다”며 “10대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단시간 노동자로 일하는 비율이 높아 이들 항목이 서로 연관돼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관련은 여성(1.3%), 10대(0%), 기간제(2%), 단시간(0%), 5인 미만 사업장(0.3%) 등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일수록 상담 비율이 낮았다. 한편, 이날 5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 실태 결과도 발표됐다. 93.4%(542명)는 프리랜서로 고용돼 있지만 72.4%(420명)가 방송사에 출퇴근하는 상근 체제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방송작가들은 구두계약으로 일하면서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남북 정상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 민간인에 개방한다

    남북 정상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 민간인에 개방한다

    남북 정상이 함께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나란히 걸었던 판문점 ‘도보다리’가 다음달 1일부터 민간인에게 개방된다. 국방부는 29일 “남북 합의 이행 과정에서 잠시 중단되었던 판문점 견학을 5월 1일 남측 지역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군은 9·19 남북 군사합의서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 왕래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민간인 JSA 견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남북 군인들이 최근접 거리에서 근무하는 JSA 민간인 견학이 7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판문점선언(4·27) 1주년을 맞이하여 판문점 견학을 희망하는 국민들의 여망, 향후 이루어질 남북간 자유왕래 사전 준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3자간 협의 촉진 등을 위해 우선 판문점 남측 지역부터 견학을 재개할 것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교 산책 후 대화를 나눈 파란색 ‘도보다리’와 기념 식수 장소 등 정상회담의 주요 장소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견학 장소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판문점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T3(군사정정위원회 소회의실) 건물 앞까지만 개방했다. 국방부는 “유엔사 측과 긴밀히 협의해 방문객들이 분단과 대립의 장소에서 평화와 화합의 장소로 탈바꿈된 판문점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면서 “특히 무기를 휴대하지 않은 우리 측 경비병들의 안내로 향후 남북이 함께 근무할 초소를 확인하는 등 ‘비무장화’된 판문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이 평화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낮아졌음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는 “정부는 판문점 남측 지역 견학 재개를 계기로 (판문점) 북측 지역까지 견학이 확대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JSA 남측 지역 견학 재개를 계기로 JSA 자유 왕래 협의가 촉진되길 기대하고 있다. 남·북·유엔사 3자는 JSA 자유 왕래 문제를 협의하고 있지만, JSA 공동근무 및 운용 규칙 마련을 위한 협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한국군과 유엔사가 만든 안을 북측에 전달했지만, 아직 북측의 검토가 끝나지 않고 있다. 군 통신망을 통한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 중인 이 규칙안이 제정되면 JSA 자유 왕래가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JSA 남북 지역 모두 초소와 병력, 화기는 지난해 10월 25일부로 모두 철수했다. 기존에 설치했던 감시장비도 위치를 조정했고, 자유 왕래에 대비해 JSA 북측 지역에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를 1개씩 신설했다. JSA 남측 지역에도 북측 초소와 남측 초소 1개씩 새로 들어섰다. 이들 초소에는 남북 비무장 군인(민사경찰)들이 근무를 하게 된다. 국방부는 “남북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의 상징이 된 판문점을 보다 많은 분이 경험할 수 있도록 JSA 비무장화에 합의했다”면서 방문객들이 JSA 내에서 남북 지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왕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남·북·유엔사 3자간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판문점 견학은 다음달 1일부터 30~45명 단체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 재개 첫 주는 통일미래세대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점차 견학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흡연자는 무조건 탈락’...日대학의 ‘금연’ 채용기준 차별 논란

    ‘흡연자는 무조건 탈락’...日대학의 ‘금연’ 채용기준 차별 논란

    일본의 일부 국립대학에서 흡연자는 교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거나 전형 때 불이익을 주기로 해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적기관에서 흡연을 이유로 취업의 문을 가로막는 조치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업무외 시간의 자유까지 구속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2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국가 차원에서 간접흡연 대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립 나가사키대가 지난 19일 흡연자는 직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나가사키대는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흡연자들은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건강을 실천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임을 사회에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나가사키대는 이미 배포한 교직원 모집 요강에 ‘흡연자는 채용하지 않는다’고 명기하는 한편 면접전형 때에도 담배를 피우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민간에서는 금연을 채용 조건으로 내거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국립대와 같은 공적기관에서 이런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사키대의 이번 조치는 오는 8월부터 ‘완전금연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대학측은 다음달부터 건강상담소를 만들어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교직원과 학생의 금연을 유도하고 재떨이 등 흡연 관련시설을 전면 철거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조사 기준 나가사키대 전체 교직원 4000명 중 흡연자는 8% 정도다. 국립 오이타대도 지난 23일 ‘비흡연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나가사키대의 뒤를 따랐다. 채용에서 흡연자를 배제하는 데 대해 “아무리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다”라는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도 아니고 국가재정을 통해 운영되는 공적기관에서 흡연을 이유로 채용에 차별을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의 한 노동문제 전문 변호사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이건 민간기업이건 정책이나 전략으로서 금연을 촉진하는 것에 대해 위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 “노동계약의 출발점인 채용 단계에서 어떤 규정을 적용할 지는 어디까지나 고용하는 쪽의 판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비흡연을 채용의 조건으로 하는 것은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는 있다”고 지적했다. 흡연자들의 채용 문호가 좁아드는 현상에 대해 애연가로 유명한 모리나가 다쿠로 경제애널리스트는 도쿄신문에 “흡연자라는 이유로 차별를 하면서 취업의 기회를 박탈해도 좋은 것인가”라며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가 법률위반이 아닌데도 금연이라는 큰 흐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폭력피해 입은 이주여성 정부가 ‘모국어’로 상담해준다

    폭력피해 입은 이주여성 정부가 ‘모국어’로 상담해준다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피해를 입은 이주여성들에게 ‘모국어’로 상담을 해주고 임시보호, 의료지원, 법률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고 19일 밝혔다.이주여성들을 위한 이같은 서비스는 이번에 선정한 세 곳의 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를 통해 이뤄진다. 여가부는 이날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의 한국사회 정착 및 인권보호를 위해 ‘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 운영기관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담소 세 곳(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인천여성의전화,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을 선정했다. 이주여성 상담소는 이주여성들의 다양한 언어적 특성과 법률·의료적 수요를 감안, 통역·번역이 가능한 이주여성 및 내국인으로 구성된 ‘통번역 지원단’,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법률지원단’, 의사 등 의료전문가로 구성된 ‘의료지원단’ 등을 운영하여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언어소통, 법률적, 의료적 어려움을 도울 계획이다. 이주여성 상담소는 폭력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상담을 강화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제3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과 가정폭력 방지대책의 후속조치에 따라 설치된다. 그동안 다누리콜센터, 가정폭력상담소,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등에서 폭력피해 이주여성에게 초기상담 및 정보제공 서비스를 지원하였으나, 이주여성 전문 상담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3년 내 탕감 기대했던 채무자 “1년치 목돈 더 내야 하나요”

    3년 내 탕감 기대했던 채무자 “1년치 목돈 더 내야 하나요”

    “빚 갚는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변호사비도 50만원을 냈는데, 기존에 개인회생을 했던 사람은 그대로 갚아야 한다니 당황스러워요. 생계가 어려워서 진 빚을 줄여준 것은 고맙지만 당장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난해 6월 시행된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에서 상환기간이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자 서울회생법원은 업무지침을 만들어 기존 신청자도 3년으로 줄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대법원이 지난달 19일 채권업자가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개인회생 재항고심에서 “법 개정만으로 변제(상환)기간 단축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지난해 상환기간이 줄어들 거라 생각하고 약 1년 동안 빚을 갚지 않던 채무자들은 갑자기 ‘목돈’을 내야 할 처지다. 상환이 끝나는 시점은 그대로인데 그동안 내지 않았던 금액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강제로 빚을 조정해 소득이 있지만 빚을 갚기 어려운 개인채무자를 구제하는 제도다. 기업이 파산하는 것보다 재기하도록 돕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다. 최대 상환기간 동안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은 탕감해 준다. 대법원의 지난달 판결은 과거와 달라 현장에서의 혼란이 크다. 앞서 2005년 상환기간의 법정 상한이 8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 때 대법원은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을 개정해 상환기간을 최대 5년으로 조정했다. 특히 예정된 시행 시기에 앞서 2004년에 처리지침을 개정했다. 상환기간이 최대 8년에서 5년으로 줄었지만 이 역시 지나치게 길어 중도 탈락자가 많다는 지적이 나와 2017년 12월 관련법이 개정돼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각각 1978년과 1999년부터 상환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하고 있다. 상환기간 상한에 대한 지역별 판결도 제각각이다. 지방은 지난해에도 3년 이상으로 결정한 비율이 높았다. 참여연대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의 상환기간을 3년 초과로 결정한 비율은 서울회생법원이 12.1%로 가장 낮았고 제주지법은 60.9%로 가장 높았다. 채무자들 상당수가 2년차와 3년차에 개인회생 과정에서 탈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주지법(60.9%), 인천지법(34.5%), 창원지법(33.8%), 춘천지법(32.4%), 의정부지법(32.1%), 대구지법(30.2%) 등의 관할 지역에서 중도 탈락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백주선 한국회생파산변호사회 회장은 “절차가 복잡해 법이 개정되고 시행되기까지 채무자들이 기존 신청을 취소하고 재신청하지 않았다”면서 “개별적으로 소명자료를 내서 상환기간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대법원 판결로 회생법원들이 소극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상환기간 동안 소득에 변화가 생기는 등의 이유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관리나 이유 분석 등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회생의 법적 절차는 복잡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부실하다고 채무자들은 토로한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개인회생이나 파산은 변호사나 법무사 등 법률대리인을 통해 신청하기 때문에 150만~200만원, 개인워크아웃은 5만원 정도의 신청비용이 든다. 그러나 사적 채무조정인 개인워크아웃은 채권 감면율이 낮은 편이다. 채무조정을 하는 신복위의 재원 89%가 채권금융기관이 내는 분담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워크아웃의 2017년 평균 감면율은 29%, 개인회생은 61%였다. 때문에 빚이 많을수록 개인회생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잖다. 서민금융진흥원이나 법률구조공단 등 무료 법률 상담을 지원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쏟아지는 빚 독촉과 생계유지로 부담을 느끼는 채무자들에게는 접근성이 낮다. 채무자 A씨는 “이혼도 앞두고 직장으로까지 채권자가 찾아와서 일을 그만두고 지인의 가게에 나가고 있는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겨를도 없었다”면서 “개인회생을 받으라는 조언에 변호사를 찾았고 170만원인 변호사비도 부모님 카드를 빌려서 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법원 전화번호로 100번 넘게 전화해도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면서 “직접 찾아가도 판결이 나야 안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영국은 한계 상황에 놓인 채무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무료 법률·재무 상담을 제공하는 시민상담소(CA)가 법원 안에 있다. 상담을 거쳐 다른 상담지원기구나 거주지 인근 CA로 연계도 한다. 근본적으로는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예규를 만들어 개인회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팀장은 “회생이나 파산에 들어갈 때 일일이 법원이 검토를 하다 보니 신청을 한 후 인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채권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일정하게 승인해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한 달 안에 법원이 개시 결정을 내린 뒤 상환계획을 인가하기까지 통상 4~12개월이 걸린다. 미국에서는 개인회생 등도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별도 심리 없이 면책 결정을 내린다. 상환계획에 있어 채무자의 생계비를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개인회생은 개인 소득에서 생계비를 빼고 남은 금액(가용소득)으로 빚을 갚고 남는 빚은 면제해 주는 구조다. 법원은 보통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최저생계비의 150%를 최저생계비로 본다. 이는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오는 가구의 소득)의 60% 정도다. 그런데 중도에 실직 등으로 소득이 줄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지출이 늘었을 때 개인회생을 포기하면 다시 처음부터 빚을 갚아야 한다. 이 경우 다시 개인회생이나 파산, 개인워크아웃 등을 신청해도 되지만 채무자가 재기하려는 의지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개인회생의 중도 탈락률은 27.7%였는데 탈락자의 60.3%는 개인회생을 시작하고 2~3년차에 포기했다. 백주선 한국회생파산변호사회 회장은 “법원도 탄력적으로 생계비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생계비를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제비 세부항목이나 기준을 마련하고 서울이나 지방의 평균 생계비 등으로 세분화해서 운영해야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주수 제한 없이 낙태 허용해야”…“유산유도제 즉각 승인을”

    “주수 제한 없이 낙태 허용해야”…“유산유도제 즉각 승인을”

    “22주 이후에도 여성 결정 따라 낙태 허용을”이정미 대표 발의안에 “헌재 판단보다 뒤쳐져”의사 거부권 논의엔 “건강권 해쳐…예외 없어야”낙태죄 폐지 운동을 벌여온 여성단체들이 “임신 중지에 주수 제한이 없어야 한다”며 “22주 이후를 포함해 전 기간에 걸쳐 임신 중지를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적 권리로 분명히 확인했다”며 “여성의 결정권을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낙폐는 입장문에서 전날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형법 제269조, 제 270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의 대결구도를 넘어선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헌법적으로 인정한 만큼, 국회와 정부도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후 입법과 정책 도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혔다. 이들은 낙태 허용 범위에 대한 논쟁에 대해 “여성의 판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임신 22주를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언급했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는 주수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주수를 언급한 것은 주수 이후 처벌을 해야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후반기 임신 중지 역시 장애, 연령, 의료접근성 등으로 임신 중지가 늦어져 후반기에 하게되는 여러 요건을 사회가 줄여나가는 노력을 함께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임신 14주까지 낙태 전면 허용, 22주까지 사유에 의한 임신 중지 허용’ 등의 내용으로 발의 준비 중인 개정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헌법재판소 판결에 뒤쳐지는 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해외 입법례에서 나타나는 상담의무제, 숙려의무제, 의료급여 제한 등 형법적 처벌 외의 다른 처벌적 조치 도입에도 반대의견을 밝혔다. 이런 제도들이 임신 중지를 더 어렵게 함으로써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의료 정책과 유산유도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의료인에 대한 낙태 관련 교육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보험 급여화 ▲유산유도약 도입 등을 촉구했다.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중지는 위기에 처한 여성에게는 마지막 비상구로 필수 의료 서비스”라며 “이제는 의과대학에서 안전한 술기와 최신 지식을 가르치고, 공공의료기관에서도 안전한 임신중지와 정확한 정보 제공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안전한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산유도약을 약국 및 병원에서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의사 개인의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에 대한 거부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제이 공동행동위원장은 “임신 중지에 대한 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 접근을 제한하고 건강권을 침해하할 우려가 크다”며 “예외가 생긴다면 다른 진료에 대한 거부권 인정의 가능성이 열려, 전반적인 시민 건강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양천, 동주민센터에 ‘찾아가는 주거복지상담소’ 운영

    서울 양천구는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에서 거주하는 주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주거복지상담소’를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찾아가는 주거복지상담소는 각 동 주민센터에서 전문상담사가 일대 일 맞춤형 주거 상담을 하는 것으로, 올해 처음 시행된다. 전문상담사가 주거 급여와 주택 바우처, 월세 체납, 재개발·경매로 인한 퇴거 같은 주거 고민을 비롯해 임대주택 신청 자격·종류·시기 등 공공임대주택과 주거복지제도, 집수리·에너지 효율 사업 등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 관련 금융 제도 등을 상담한다. 오는 11월까지 매달 둘째·넷째 주 수요일마다 오후 2~5시, 16개 동 주민센터에서 차례로 열린다. 상담 후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는 동 복지플래너가 사례 관리를 하거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연계, 지원할 예정이다. 윤광석 주택과장은 “상담소 운영을 통해 주거 취약 계층이 높은 임대료와 낡은 주택에 고통 받지 않고,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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