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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 날갯짓하는 용산전자상가

    부활 날갯짓하는 용산전자상가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용산전자상가 부활의 날갯짓이 힘차다. 용산구청과 ㈜나진산업, 서울전자유통㈜, 용산관광버스터미널㈜, 원효전자상가㈜,㈜선인P&M,㈜전자타운 등 용산전자상가를 구성하는 6개 회사는 공동으로 ‘전자상가 활성화 방안에 대한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등 상가 재건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6월 한얼경제사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온라인쇼핑 시스템구축, 주차장 및 상가건물 리모델링 등 주변환경개선 방안이, 중·장기적으로는 용산전자상가를 IT·R&D산업의 국내 거점 및 전자유통의 국제적 허브로 키우는 방안이 각각 제시됐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용산전자상가가 이처럼 적극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나서게 된 데는 장기불황에 따른 경영악화와 지난 10월8일 용산민자역사에 개장한 ‘스페이스나인’의 영향이 크다. 스페이스나인은 연면적 8만 2300여평(강남 코엑스몰의 2배) 규모의 초대형 전자전문 상가로 극장·식당·쇼핑몰 등이 입점해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19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설 수 있으며 11월말 현재까지 20% 정도의 업체가 입점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불황으로 인해 아직까지 스페이스나인의 위력이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용산지역 상가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변 상권을 아우를 것이라는 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용산전자상가를 스페이스나인 수준의 편리함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뒤 양쪽 상권이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용산전자상가와 스페이스나인은 이미 300m 길이의 연결통로로 이어져 있으며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상권이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용산전자상가 쪽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구는 이를 위해 우선 내년 상반기 중 서울시로부터 약 4500평 규모의 중앙주차장 관리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며 나머지 6000여평의 주차장도 순차적으로 이양받을 방침이다. 중앙주차장을 주차장 용도를 유지하면서 문화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중앙광장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 나인이 들어선 용산역 민자역사의 경우 광장에서 각종 이벤트를 개최해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반면 용산전자상가는 지금까지 장소부족으로 행사가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온라인쇼핑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내년 중 입점업체 30% 이상을 참여시켜 공동사이트를 구축할 방침이다. 참여업체에 대한 인증마크 수여, 공동 경매·홍보, 전자상거래 표준화, 지속적인 정보 및 마일리지 제공 등을 통해 가칭 ‘e용산 시스템’을 완성한 뒤 2007년까지 용산전자상가 전 업체에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이견 조율이 관건 구청측의 이같은 적극적인 계획에도 불구하고 용산전자상가 6개 회사들은 아직까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진산업의 이준희 업무이사는 “각 업체도 그간 많은 노력들을 해 왔으나 실효가 없었다.”면서 “리모델링이나 이벤트 마련 등의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 서울시차원에서 용산전자상가 전반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용산구 관계자도 “전자상가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각 회사의 거액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이익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할 리 만무하다.”면서 “특히 용산전자상가 전 지역은 20여년 동안 업무·유통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사업주들의 투자 욕구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장규 용산구청장은 “서울시의 장기 비전을 보더라도 용산전자상가는 새로운 발전방향이 모색돼야 한다.”면서 “용산전자상가가 활성화 노력을 통해 IT 강국을 견인하는 전자유통·R&D의 국제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상인·관계자·시민 “상가 규모 줄이고 일부는 용도변경을” 이번에 첫 실시한 ‘용산전자상가 활성화 방안’연구 결과에 대해 상인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기대와 회의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용산구와 6개 회사들의 노력 외에도 서울시 차원의 용산전자상가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수행한 한얼경제사업연구원 전병제 연구원은 “리모델링이나 환경개선 같은 단기처방으로는 용산전자상가를 살릴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전자상가 중 용호로 북쪽 지역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의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자상가 인근에 국제업무단지가 들어서기로 예정된 만큼 전자중심의 유통·설비시설 외 다른 용도로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용산전자상가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진산업의 이영배 차장은 “용산전자상가는 너무 비대하다.”고 지적한 뒤 “사양길로 접어든 전자집적단지에 대한 무리한 투자보다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다른 용도로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에는 6개 회사 건물연면적을 모두 합한 약 26만㎡에 50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나인의 경우 건물연면적은 27만㎡로 비슷하지만 점포 수는 1900개에 불과하다. 용산전자상가는 그야말로 ‘벌집’인 셈. 용산전자상가를 자주 찾는다는 윤태호(26·대학생)씨는 “용산에 올 때마다 점포를 찾느라 고생한다.”면서 “특색없는 비슷한 점포들이 너무 많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전자상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변경은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잇단 경영악재 재계 “속이 탄다”

    ‘공정거래법,LG카드 사태, 집단소송….’ 지난해 이맘때 대선자금 수사로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던 재계가 또 연말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가 경영 외적인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경영권이나 경영책임 등에 직결된 문제여서 자칫 상처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삼성, 재벌금융사 의결권 제한 강화에 허탈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삼성그룹은 지난 10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개정안은 재벌금융사 의결권 제한을 현행 30%에서 오는 2008년까지 15%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대주주 지분은 금융계열사 8.49%를 포함해 18%(자사주 제외)정도.2008년부터는 15% 한도를 넘는 3%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삼성전자 주식 3%를 추가로 매입하려면 주당 40만원 기준으로 1조 7680억원이 필요하다. 비록 예견됐던 문제이긴 하지만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늦춰지면서 기대를 가졌던 터라 실망은 더욱 컸다. 삼성 관계자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LG, 부실카드사 지원 요구 부담 커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대선자금 수사와 LG카드 사태를 비교적 원만하게 처리해 온 LG는 요즘 ‘카드의 악몽’에 다시 시달리고 있다. LG그룹이 가지고 있는 채권 중 공정거래법상 출자할 수 없는 3000억원을 제외한 8750억원의 출자를 요구하고 있는 채권단은 지난 13일 LG카드 청산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LG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LG는 올 1월 채권단과 합의에 따라 금융업을 포기하고 한때 구본무 회장의 주식까지 담보로 맡기며 1조 175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책임을 다했다고 버티고 있지만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다. ●SK선 소버린과 분쟁해결 골치 소버린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가 법원에 계류 중인 SK는 최근 팬택&큐리텔, 삼성전자 등 ‘잠재적 아군’이 잇따라 SK㈜ 주식을 매입하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소버린이 13일 “최근 발생한 SK㈜ 주식의 블록 트레이드(시간외 대량매매) 등은 SK 경영진의 정직성과 그들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투자가들이 믿지 않음을 드러낸 사태”라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은데다 외국인들의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확실한’ 악재는 없지만 원화 절상, 특별소비세 환원문제, 경유세 조기인상 여부 등으로 은근히 골치를 앓고 있다. 코 앞에 시행이 다가온 증권집단소송제도 재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증권집단소송제 공동 해결과제 정부가 기업들이 과거에 사실대로 기록하지 않은 회계 기록을 바로잡는 ‘전기오류수정’을 통해 3년 이내에 과거 분식을 해소하면 금융감독 당국이 이를 근거로 감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시민단체 및 일부 정치권의 반발로 불투명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예고된 법인지라 1년여동안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워왔지만 막상 실행이 되면 어떤 소송이 제기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류길상 김경두기자 ukelvin@seoul.co.kr
  • 산업연수생 신종착취에 운다

    산업연수생 신종착취에 운다

    “신분이 탄로날까봐 공장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합니다.” 경기 수원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네팔인 우메스(35)는 지난 3년 동안 고국의 가족들에게 국제전화를 걸 때를 빼곤 본명을 써본 적이 없다. 우메스는 위조여권으로 한국에 온 ‘가짜’ 산업연수생이기 때문이다. ●가짜신분 탄로 날까봐 본명 못써 그는 1998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뒤 서울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체류기간 3년이 끝난 2001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웃돈만 주면 다시 한국에 가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인력송출업체 L사의 말에 솔깃, 석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 차례 산업연수생으로 다녀가면 연수생 신분으로는 다시 입국할 수 없다. 한국행을 원하는 현지인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현지인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력송출업체는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우메스는 업체가 법정 송출비용 130만원의 4배가 넘는 570만원을 요구하는데도 ‘한국행’을 선뜻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급한 마음에 거금을 주고 왔지만, 가짜라는 사실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송출업체 불법착취 비일비재 1993년 11월 도입된 산업연수생 제도가 송출 에이전트의 불법 착취로 얼룩져가고 있다. 웃돈까지 얹은 송출비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국내에서 3년기간이 끝난 뒤에도 여권을 위조, 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속이고 다시 입국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는 고용허가제와는 달리 퇴직금이나 연월차, 잔업수당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1년의 연수과정을 거치면 연수취업자 자격으로 2년 동안 더 머무를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값싸게 외국 인력을 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선호한다. 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출범한 지난 8월 이후 산업연수생에 대한 당국의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미얀마인 퓨퓨(20)는 지난 10월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광주의 스펀지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산업연수생 송출업체인 S사에 법정 비용인 130만원에 웃돈을 얹어 400여만원을 냈다. 게다가 가족의 전 재산인 850만원 짜리 고향 집의 주택계약서까지 S사에 담보로 맡겼다. 그가 산업현장을 이탈하면 회사의 연수생 할당량이 줄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담보를 요구하는 이유였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그는 숙박비 등을 이유로 첫달치 월급은 받지 못했다. ●네팔 등 15개국 50개 송출업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3일 우메스 등 네팔 산업연수생들을 불법입국시키거나 과다한 비용을 받은 인력송출업체 L사 국내지사장 전모(47)씨 등 3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2000년 1월부터 네팔인을 산업연수생으로 선발해 주는 조건으로 법정 비용 130만원에 120만원씩을 더 받아 2800여명으로부터 3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네팔인 산업연수생을 이름만 바꿔 재입국시키는 수법으로 2002년부터 260여명에게 130여만원씩을 받아 3억 5000여만원을 챙겼다. 남대문서 송용욱 수사과장은 “대다수 피해자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진술을 꺼리기 때문에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 산업연수생을 보내고 있는 나라는 네팔과 미얀마 등 15개국에 현지 송출업체는 50개에 이른다.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 한명실 간사는 “산업연수생에 대한 당국의 관리와 관심이 멀어지면서 송출업체들이 온갖 새로운 방법으로 연수생을 착취하며 이윤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부동산 돈줄’ 내년 더 푼다

    ‘부동산 돈줄’ 내년 더 푼다

    내년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장기대출(모기지론) 한도가 기존의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돼 서민·중산층의 내집 장만이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모기지론 한도 확대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도 늘어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럴 경우 그동안 실물시장(부동산)과 금융시장(가계부채 등)의 침체로 빚어진 경기악순환의 고리가 끊기면서 소비진작에도 다소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부동산투기 심리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민·중산층 내집마련 나아질듯 모기지론 한도를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무주택 또는 1주택자는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 금융기관에서 최고 3억원의 자금을 10년 이상 낮은 금리(5%대)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에는 모기지론의 대출 한도 부족으로 주택매입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서민·중산층이 적지 않았었다. 실제 국민은행이 최근 조사한 ‘서울지역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 현황 및 대출한도 부족액’ 실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의 42평형 6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4억 2000만원(대출한도 70% 적용)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지만, 주택금융공사의 대출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나머지 2억 2000만원은 대출받을 수 없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모기지론 판매 목표를 4조 5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지금까지 판매액은 2조 9000억원에 그쳤다. 한도가 낮은 탓에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빌려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금융·부동산시장에 득될까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강도높은 10·29 부동산대책으로 얼어붙었고, 금융시장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문제로 꼬여 자금배분 기능을 상실해 왔다고 말한다. 따라서 모기지론의 한도 확대는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고, 한편으로는 주택구입자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지금의 경기침체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모기지론 한도 확대는 얼어붙은 부동산 및 금융시장의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기지론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6억원으로 제한된 주택가격의 범위를 더 늘리고, 대출기간도 10년짜리보다는 20∼30년짜리로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아 일각에서는 모기지론은 서민·중산층의 내집마련을 위한 것으로, 한도를 늘리는 것은 당초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특히 한도 확대의 여파로 자칫 부동산투기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과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의 영역이 중복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특히 모기지론 한도 확대로 주택매매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말하지만, 이는 주택가격의 전망이 불투명해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재경위 현성수 수석전문위원은 “모기지론 대출한도를 높일 경우, 저소득층 서민주택금융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면서 “주택금융 신용보증지원 강화 등 저소득층 지원책, 향후 금리변동에 따른 개인손실 최소화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철 김태균기자 bcjoo@seoul.co.kr
  • 땅 사기범 DB 만든다

    검찰이 전문 토지사기범들의 사진, 인적사항, 전과기록 등을 전산화해 중점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12일 “토지사기단은 일당끼리도 신원을 모르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공범 검거 등에 애로가 많다.”면서 “전문 토지사기범들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중점 관리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조직폭력이나 마약사범 등 극히 일부 사범에 한해 DB를 구축했으나 그 범위를 전문 토지사기범들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 토지사기단의 경우, 공범들끼리도 서로 신원을 밝히지 않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데다 수법도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 ●90억대 사기 21명 적발 7명 구속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고건호)는 최근 서울과 경기도에서 90억원대 토지사기극을 벌인 일당 21명을 적발, 총책 곽모(51)씨 등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곽씨 등은 지난 9월 시가 70억원 상당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소재 토지 1400평의 실제 주인 Y씨의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증 등을 위조해 금융기관에서 5억원을 대출받으려다 김모 법무사의 신고로 범행 일체가 적발됐다. 검찰은 이들이 현재 인천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에서 수사하고 있는 수도권 일대 300여억원 상당의 토지에서 벌어진 90억원대 토지사기 사건에도 주도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땅주인의 주민·등기권리증 위조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통해 범행을 진행했다. 총책 곽씨의 지시 아래 범행 대상 토지가 정해지면, 땅주인의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증 등을 위조하는 공범,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 대출을 시도하는 공범, 땅주인 행세를 하는 소위 ‘바지’ 등이 합류했다. ‘먹잇감’으로는 오랫동안 소유권 변동이 없는 나대지를 택했다. 대부분 토지사기 전과 5∼10범인 이들은 가명을 쓰며 순차적으로 범행에 가담, 공범들도 자신과 직접 연락한 공범만 알 수 있도록 철저히 신분을 숨겼다. 검찰 관계자는 “토지사기단의 경우, 예전에 함께 손발을 맞춘 사람들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간의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일선 지검의 사건 자료들을 대검으로 보내 DB화하면 공범관계 등의 수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팔수만 있다면…불황탈출 ‘제휴 바람’

    “상품을 팔 수만 있다면 누구와도 손 잡겠다.” 기업들이 불황 탈출을 위해 동종업계는 물론 다른 업종에까지 제휴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른바 ‘이종(하이브리드) 마케팅’이다. 쌍용차와 대우인터내셔널(옛 ㈜대우)의 ‘호흡’이 대표적인 예다. 쌍용차는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뉴렉스턴’ 9000여대를 CKD(반제품 현지조립생산) 방식으로 이란에 수출키로 하고,10일 계약을 체결했다. 무려 1억 7000만달러어치다. 중개상인 대우인터내셔널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게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다름 아닌 GM대우차와 정신적인 한 식구다. 그런데도 GM대우의 경쟁 상대인 쌍용차와 손잡은 까닭은 ‘생존’ 때문이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그룹은 대우차를 인수한 뒤 대우인터내셔널과의 계약관계를 끊어버렸다. 자체 GM 수출망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큰 고객 선이 끊기자 대우인터내셔널로서는 살아남기 위해 쌍용차와 손을 잡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노트북 센스 ‘Q30’에 대해 패션 브랜드인 루이까또즈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 7일 조인식을 가졌다. 삼성전자와 루이까또즈는 노트북으로는 파격적인 빨간색을 입힌 Q30 전용 ‘노트백’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특수 PVC 소재를 사용해 가죽보다 가벼운 노트백은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노트북을 담지 않으면 패션용 핸드백으로 쓸 수 있도록 제작했다.Q30 구매고객에게는 무료로 지급되지만 따로 구입하면 가격은 30만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매장에는 노트백이 진열, 판매되고 루이까또즈 매장에는 삼성 노트북이 전시된다. 앞으로 광고, 프로모션, 패션쇼, 온라인 마케팅 등 모든 영역에서 삼성전자의 첨단 이미지와 루이까또즈의 세련된 패션 이미지를 융합해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패션업체와의 제휴로 스타일에 민감한 여성들을 새로운 노트북 소비자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주방가구 전문업체 한샘과도 빌트인 시장 제휴를 맺고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100개씩인 두 회사의 빌트인 전문 대리점을 1대1로 연결해 각사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들을 제휴사 대리점으로 소개시켜 주고 삼성전자의 빌트인 가전과 한샘의 부엌가구를 동시에 배달, 설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신한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고 신한은행에서 2000만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압력밥솥, 공기청정기 등 사은품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신한은행에서 0.1%의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중 상당수가 이사나 결혼 등으로 가전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어학교육업체 YBM시사닷컴과 제휴를 맺고 싸이언 MP3폰 구입 고객에게 YBM의 회화, 토익 등 4000여개 어학교육 콘텐츠(110만원 상당)를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 권성태 부사장은 “LG전자는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YBM은 온라인 회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제작 기업들도 하이브리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벤츠를 수입하는 한성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 고객상담실 11곳에 자사 공기청정기를 비치했고 도시바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인 ‘커피빈’에 공기청정기를 들여 놓았다. 게임업체들은 주 고객층이 겹치는 제과·음료업체, 피자 전문점 등과 공동마케팅을 펴고 있다. 안미현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슬픈 영웅’ 설경구라 가능했다

    과연 소문대로 설경구는 대단했다.“내가 재연배우냐.”며 역도산의 생전 포즈를 흉내내는 것조차 꺼려했다는 일화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스크린에는 설경구가 ‘재연’한 역도산이 아니라 혼신을 다해 ‘창조’한 역도산이 펄떡이며 살아숨쉬었다. 하지만 이건 배우 개인에겐 최고의 찬사일지 몰라도 작품 자체의 재미와 완결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1000만 관객시대를 연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올 하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역도산’은 안타깝게도 이 함정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실미도’ ‘태극기‘ 이어 올 하반기 최대 화제작 역도산(김신락·1924∼1963)은 레슬링 하나로 전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 국민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신화적 존재다.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숨기고, 성공을 위해 모략과 배신을 일삼은 비열한 인간으로도 묘사된다.39세에 요절한 그의 드라마틱한 삶만큼이나 극단을 오가는 이러한 역사적 평가는, 영화 ‘역도산’이 태생적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감독은 명확하게 방향성을 제시한다. 영웅도 모략꾼도 아닌,‘매순간 너 아니면 내가 죽는다.’는 일념으로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낸 한 남자의 고달픈 인생 역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나침반에 의지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박처럼 영화는 주변의 유혹에 곁눈질하지 않고 이 원칙 하나에 기대 우직하게 제 갈길을 간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지나치게 건조해졌다. 하이라이트인 레슬링 장면조차 화려하다기보다는 처절하고, 슬프다. 영웅을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미화나 인위적인 감동의 상투성은 피했지만 더불어 블록버스터로서의 극적인 재미까지 상당 부분 희생시켰다. ●상투성 피했지만 레슬링 장면조차 너무 건조 영화에 쉽게 젖어들지 못하는 또다른 요인은 역도산이란 인물에 대해 한국인이 공유하는 추억(향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스모 후원자인 간노(후지 다쓰야)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역도산이 ‘황군가’를 부르는 장면이나 프로레슬링 첫 경기에서 역도산이 집채만 한 미국 선수를 제압하자 “일본이 미국을 무너뜨렸다.”며 열광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어쩔수 없이 이질적이다. 무엇보다 애초 감독이 의도했던,‘평생 진검승부로 버텨온 한 남자의 진심’에 이르기 위해선 영화 속 역도산의 모습이 좀더 입체적이어야 했다. 역도산의 사생활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추측들이 엇갈리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영화는 선택된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친 인상이다. 때문에 역도산이 평생의 은인 간노 회장과 부인 아야(나카타니 미키)의 간청까지 저버리면서 그토록 성공에 매달려야 했던 절박함이 스크린을 넘어서까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일본인 모습 이질적… 절박함도 설득력 떨어져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과 싸이더스(대표 차승재)가 3년의 준비 기간과 110억원을 들여 제작한 ‘역도산’은 이미 일본 소니 재팬에 250만달러에 사전판매됐고, 내년 6월 개봉예정이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인의 영웅이었던 역도산의 운명처럼, 영화 ‘역도산’도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화려한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12세 관람가.15일 개봉. ●역도산은 누구 함경남도 출신으로 1940년 열일곱살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 선수가 됐다.10년 뒤 스모 등급 경기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순위에서 제외되자 은퇴하고, 도미해 프로레슬러로 변신했다.3년 뒤 일본 프로레슬링협회를 창립한 그는, 미국 레슬러들에게 가라테촙을 날리는 모습으로 국민적 영웅이 됐다.1963년 12월 도쿄 번화가 나이트클럽에서 야쿠자 칼에 맞아 부상한 며칠 뒤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백문일의 국제경제 읽기] 억만금 주고도 못사는 ‘신용’

    얼마전 미국의 한 신용카드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신용한도를 6만달러까지 줄테니 카드를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서명만 하면 월 한도가 6000만원인 신용카드를 보내준다는 셈이다. 특파원 생활을 마친 지 얼마 안돼 아직도 미국에 사는 거주자로 알고 있다. 만약 카드를 발급받은 뒤 대금을 갚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겠지만 미국에만 가지 않는다면 무슨 탈이 생기겠는가. 미국 내 재산은 은행계좌에 남긴 7달러가 전부다. 그럼에도 ‘무일푼’에게 거액의 신용을 제공한 카드사는 과연 제 정신인가. 미국에서 말하는 ‘신용(credit)’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신용과 ‘부(富)’를 동일시한다. 은행에 거액을 맡기면 대출 등급이 올라간다. 신용카드도 ‘골드’나 ‘VIP’로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어림도 없다. 수억원을 예치해도 사회 전반에 통용되는 신용과는 무관하다. 신용은 한마디로 소비자의 ‘약속이행’이지 대출용 ‘담보가액’이 아니다. 대출이자와 할부금, 전화·전기료, 인터넷 요금, 상수도료 등을 제때 내느냐가 최우선이다. 억만금을 싸들고 미국에 간 사람도 처음 신용은 ‘제로’이다. 현금만 계속 쓰면 신용은 평생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월급이 100만원이라도 자동차 할부금만 꼬박꼬박 갚으면 신용은 쑥쑥 올라간다. 갑부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서민에게 금융기관의 문턱을 낮추는 세상이다. 특파원으로 3년간 공과금과 임대료, 할부금 등을 잘 냈더니 약속을 잘 지키는 소비자로 평가했다.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이자와 보험료 등이 낮아진다.“이 사람에게는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누구나 신용관리에 무척 신경쓴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결제대금 중 일부만 갚아도 연체자로 몰지 않는다. 신용불량자가 꽤 되지만 무소득층에서 양산되지는 않는다. 미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이달부터 개인의 신용정보를 인터넷으로 확인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각종 대출현황뿐 아니라 개인의 모든 금융거래와 신용의 흐름을 보여준다. 신용불량자를 미연에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더 좋은 금융조건을 제공하려는 조치다. 카드를 남발하다 신용불량자만 양산한 한국의 상황은 상상할 수가 없다. 소비자 신용평가를 ‘묵힌 돈(stock)’이 아닌, 금융거래를 바탕으로 한 ‘소득의 흐름(flow)’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mip@seoul.co.kr
  • 가계부채 465조원 ‘사상최대’ 가구당 빚 3000만원

    가계부채 465조원 ‘사상최대’ 가구당 빚 3000만원

    신규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증가 등으로 가계빚의 절대 규모는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구의 연소득 대비 대출금액 비율(DTI)은 갈수록 높아져 저소득층이 가계빚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월보다 1.7% 늘어… 모기지론 증가 탓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04년 3·4분기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은 465조 204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말에 비해 7조 1874억원,1.6%가 늘어난 수치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5.7%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을 올해 11월의 전체 가구수로 나눈 가구당 채무는 2993만원으로 3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3·4분기 가계신용잔액 가운데 가계대출은 441조 1968억원으로 지난 6월 말보다 1.7% 증가했는데 이는 모기지론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대출과 소비자들의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인 가계신용은 1999년말 214조원에서 2001년말 342조원,2003년말 448조원 등으로 매년 두 자릿수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으며 지난해부터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둔화됐으나 매분기 수조원대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판매신용(외상구매) 잔액은 24조 72억원으로 1.0% 2501억원이 감소했다. 한편 국민은행 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2004년도 주택금융수요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전국 3445가구의 DTI는 지난해 1.67배보다 다소 낮은 1.55배로 집계됐다. ●저소득층 빚 악순환 심화 그러나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구는 4.84배로 지난해(3.71배)보다 크게 높아졌다.DTI 비율의 증가는 소득에 비해 집을 사면서 끌어쓴 금융기관 차입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월소득 대비 월상환액 비율(PTI)도 평균 16.0%로 지난해 14.9%보다 소폭 높아졌다. 특히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경우 지난해 29.7%에서 40.4%로 급등했다. 저소득층일수록 돈도 많이 빌리고 많이 갚는다는 얘기다. 한편 조사대상 가구들은 내집 마련에 평균 6.8년이, 자녀 성장 등의 이유로 주택을 옮기는 데 8.8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25% 정도가 평균 1억 6928만원에 주택을 구입했으며, 이들의 61.5%가 금융기관에서 평균 5658만원을 대출받았다. 주병철 김미경기자 bcjoo@seoul.co.kr
  • 盧대통령, 美매파 연일 압박

    |파리 박정현특파원|영국·폴란드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6일 프랑스 동포간담회에서 어김없이 북핵 관련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 내용과 수위도 원론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정작 정상회담보다 동포간담회에서 굵직한 뉴스거리와 관심이 모아지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이 걱정하는 문제가 국내 정치, 경제, 그 다음에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안정일 것”이라면서 북핵문제의 진행상황과 정책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정치적인 데서 북한은 아주 까다롭게 굴고, 우리 정부를 몹시 곤란하게 만든다.”면서 “체면 갖고 버티는 데는 아마 세계 1등이 아닌가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적어도 먹고사는 기본적인 생존의 인권을 한국이 마음 넓게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냥 쌀 주고 비료 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고 북한 경제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의례적으로 해외동포를 격려하는 자리인 동포간담회에서 북핵문제를 잇따라 언급하는 것은 분위기에 따른 ‘다변’인 탓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중인 참모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노 대통령은 의도된 메시지를 계획적으로 생산해 내는 것 같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은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대선으로 지지부진했던 북핵해법을 대선이 끝난 상황에서 한번 정리하겠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해외 순방에서 ‘기업예찬론’을 폈던 노 대통령의 발언 비중이 북핵문제로 옮겨간 분기점은 미국 대선(11월2일)이다. 러시아·카자흐스탄, 인도·베트남 순방에서는 철저하게 기업예찬론을 폈지만, 미 대선이 끝난 남미순방 길에서 북핵을 집중 거론하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에 이뤄진 유럽순방에서는 북핵발언의 수위와 강도, 빈도가 훨씬 세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해외동포와 기업을 격려하면서 동포들이 궁금증을 갖는 북핵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 형식을 통해 북핵해법 구상을 국내 국민들에게 보고하려는 것이고, 미국내 ‘매파’의 무력행사와 봉쇄정책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는 대외용이기도 하다. jhpark@seou.co.kr
  • ‘빌라·연립주택 대출’ 만기 10조 대란

    ‘빌라·연립주택 대출’ 만기 10조 대란

    은행권에 ‘빌라·연립주택 대출’ 만기 대란이 예고돼 초비상이 걸렸다. 가계부채가 소비 부진의 ‘주범’인 상황에서 서민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경우, 내수부진으로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서민층의 주요 거주지인 빌라·연립주택을 담보로 2∼3년 전 집중적으로 대출을 해줬다. 대출액 가운데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내년 전체 주택담보대출 만기도래액(42조원 추정)의 25% 수준인 10조원대에 이른다. 당시 은행들은 서민들의 주거안정 지원과 대출처 확대 경쟁 여파로 아파트에 비해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구입한 빌라·연립주택에 대해 담보가격 대비 최고 90%까지 대출을 해줬다. 그러나 채무자 대부분은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인 데다, 빌라·연립주택의 주택담보 인정비율도 40%대로 뚝 떨어졌기 때문에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대규모 신용불량자 양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빌라·연립대출 내년 만기도래 전체의 25% 금융권 관계자는 “2000년부터 2∼3년간 아파트 담보대출로 경쟁하던 은행들이 빌라·연립을 새로운 수요처로 삼고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상당수 은행들의 빌라·연립대출이 신규 담보대출의 절반 수준까지 육박했다가 연체율이 높아지자 부랴부랴 신규 대출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국민은행 4조여원, 우리은행 1조여원 등 은행 전체적으로 9조∼10조원 정도가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 33조원 중 30%인 10조원 정도가 빌라·연립대출이다. 우리은행도 13조 7000억원의 20%(2조 7000억원) 정도를 빌라·연립대출로 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아파트와 빌라·연립 등 전체 주택담보 대출은 2000년 말 54조 8000억원에서 2001년 말 85조 4000억원으로 급증한 뒤 2002년 말에는 131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대출연장 ‘골치’ 은행들은 빌라·연립대출 만기가 가져올 ‘후폭풍’에 적잖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아파트 담보대출은 만기가 돌아오면 대부분 1∼2년씩 연장해 주지만, 빌라·연립은 다르다. 아파트 담보대출보다 연체율이 높고 담보가격도 현저히 떨어져 연장해 줄 경우 부실을 키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올들어서는 빌라·연립에 대한 신규 담보대출은 아예 해주지 않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빌라·연립은 서민들이 많이 샀기 때문에 부실이 큰 편이며 경매때 낙찰가도 낮고 환금성도 떨어져 담보로써 가치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그러나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을 경우 신용불량자 양산과 은행 부실화를 우려, 대출금의 일부는 갚게 하고 나머지는 금리를 높여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다가구 연립 외에는 연체율이 크게 높지 않기 때문에 은행권이 만기연장해 주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빌라·연립대출에 대해 무리하게 회수하지 않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양도세 중과 연기 개혁후퇴 아니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오늘 긴급회의를 열어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연기 여부를 포함한 현안에 대해 조율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침체 등을 들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양도세 중과의 연기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청와대측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혼선을 빚고 있는 점을 감안한 듯하다.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여권의 목소리를 하나로 결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양도세 중과 시기를 다소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난해 ‘10·29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시행한 이후 서울 강남의 경우 거래가 무려 90%나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집값 하락의 목표로 설정했던 고가 주택은 보합세 또는 강보합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다가구 및 연립주택만 30∼40%가량 폭락했다. 부유층을 겨냥한 정책이 서민층만 잡고 있는 셈이다.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서민층이 먼저 타격을 받은 결과다. 게다가 서민주택의 가격 폭락은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소비 여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마저 부실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 상황을 외면한 채 ‘정책 일관성’만 앞세워 양도세 중과시기를 밀어붙이는 것은 현명한 접근방식이 아니다. 특히 양도세 중과 연기검토를 개혁 후퇴로 몰아붙이는 것은 편협한 발상이다. 일관성이나 개혁성은 방향의 문제이지 속도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무엇이 진정 서민을 위하는 길인지 심사숙고해 주기를 바란다.
  • 문화부 도서박물관과 폐지에 반발

    최근 단행된 문화관광부 조직개편에서 문화정책국내 도서관박물관과가 폐지되자 사서들과 도서관 관련 학계에서 반발이 거세다. 문화부는 지난달 도서관 및 박물관의 총괄조정 및 종합정책 기능만 문화정책과에 남기고, 일반 정책 및 집행, 지원 기능 등은 대부분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이관하면서 도서관박물관과를 폐지했다. 현장 밀착 행정을 강화하고, 행정의 지방 분권화 추세에 따라 기능을 대폭 해당 기관으로 넘긴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취지다. 문제는 그동안 도서관계에서 도서관박물관과 폐지에 앞서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던 것들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기능만 중앙도서관으로 넘겼다는 것.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 기획부장은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적인 도서관 행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만 넘겨받았다.”며 “도서관 행정의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도서관계에선 그동안 도서관박물관과 폐지에 앞서 국립중앙도서관장의 도서관 전문가 임용 및 차관급 격상, 도서관 지원재정의 안정적 확보 방안 마련, 국립도서관내 정책 담당부서의 전문성 담보, 교육인적자원부·문화부·행정자치부로 3원화된 공공도서관 행정의 일원화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곽동철 교수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관련 전문가인데다 차관급인 데 비해 국립중앙도서관장은 1급 행정직으로 국가 전체 차원의 도서관 정책을 집행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결국 도서관 위상 추락과 함께 시민들의 불편도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해 문화관광부측은 “도서관계에서 요구한 것들을 상당 부분 담은 ‘도서관및독서진흥법’ 개정안을 국회 문광위에 상정해놓았다.”며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정안엔 국가적 수준의 도서관 정책을 심의할 국무총리 소속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설치, 광역대표도서관 설립, 도서관정보서비스진흥기금 설치 등을 담고 있다. 곽동철 교수는 “이미 개편된 조직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최소한 국립도서관장의 전문가 임용과 차관급 격상, 공공도서관 행정의 중앙부처 일원화, 중앙도서관내 전문인력 확충이라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설] 信不者 국민연금 반환보다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국민연금으로 낸 돈이 채무액보다 많은 신용불량자에 한해 국민연금을 일시 반환해 신용불량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법안을 공동발의 형태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신용불량자 160만여명 중 연금 납입액이 채무액보다 많은 16만여명과 차액이 100만원 미만인 11만여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해 개인워크아웃, 배드뱅크, 개인회생제 등을 도입했음에도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던 차에 전 의원의 발상은 참신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 의원의 주장대로 국민연금을 일시 반환하게 되면 ‘강제 가입’이라는 사회보험으로서의 근본 틀이 훼손된다. 또 신용불량자 못지않게 절박한 상황에 놓인 영세민이라든가 실업자들도 일시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강제 가입이라는 징수 수단이 무력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을 반환받은 신용불량자들이 훗날 되갚지 못하면 결국 이들의 노후생활을 재정에서 부담하든가 다음 세대가 떠맡아야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 반환을 통해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국민연금을 담보로 채무변제용 대부를 해주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본다. 외환위기 직후 국민연금을 담보로 생계용 대부를 해준 전례도 있는 만큼 당시의 문제점만 보완한다면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신용불량자 구제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신용불량자 문제는 누차 지적했듯이 경기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제공이 최선의 해법이다.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게 하더라도 지속적인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유공자 가산점제도 전면 손질] 기고-최소한의 국가 배려 있어야

    [유공자 가산점제도 전면 손질] 기고-최소한의 국가 배려 있어야

    국가유공자 채용시험 가점제도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는 과정에서 입은 신체의 상이 또는 가족의 사망에 따른 정신적·재정적 고통으로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험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 국가유공자 및 그 유가족에게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하고 다시 한번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목적을 가진 제도이다. 국가유공자 본인의 노동력 상실에 따라 도시가구 평균소득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대부분의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은 일반인과 다르게 국가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며, 취업에 있어서도 일반인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힘든 진입장벽이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6항에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고 명시하였으므로 국가유공자에게 우선적 근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이며, 특히 취업보호제도는 국가 재정여건상 부족한 보상금을 보전하여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의 영예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한편, 국가유공자 가점제도는 특정기능이나 업무수행의 기본적 자질로서 요구되는 자격요건의 충족여부를 측정하는 자격시험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적용되지 않으며 다만 채용시험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임용시험은 교원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이 아니라 이미 교원자격을 가진 응시자를 대상으로 하여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적정인원을 채용하는 시험이다. 그러므로 국가유공자 및 그 유가족 중 교원자격을 가진 자에 한해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이들에 대해 자격요건상의 어떤 특혜도 주어지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교원임용시험의 국가유공자 가점제도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의 영예로운 삶을 보장하고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의 국가에 대한 공헌에 보답하는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모든 공무원·공사기업체의 채용시험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교원의 전문성과 질은 교육과정과 자격시험과정 등의 재교육 과정의 내실화를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 채용시험을 통해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교원임용시험이 2∼3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10% 가점은 과도하다는 민원과 특정과목의 경우 국가유공자만 합격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교원임용시험 국가유공자 가점은 2005년 2월 예정인 중등교사 합격자 발표 후 국가유공자 합격률 등을 면밀히 검토·분석할 방침이다. 만일,10% 가점이 일반인의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모집인원 중 일정비율을 국가유공자로 선발하는 방안 등의 개선방안을 교육인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신중하게 협의하여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백창기 보훈처 복지지원과장
  • 盧대통령 “북핵 한국민 뜻 벗어난 해법 안돼”

    盧대통령 “북핵 한국민 뜻 벗어난 해법 안돼”

    |런던 박정현특파원|노무현 대통령은 1일 오전(한국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공식환영행사에 앞서 왕실 소유인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북핵문제에 대해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나라도 한국 국민들의 뜻을 벗어나는 일을 강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와 봉쇄정책에 반대한다고 한 ‘LA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역량이 그만한 걸 담보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역량과 수준에 맞는 발언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북한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도 개혁과 개방을 해야할 것이고 누구보다도 한국 정부와 국민의 도움을 받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객관적인 상황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반드시 대화를 통해 풀어내겠다.”면서 “우리도 생각이 있고 미국·중국·일본, 그리고 북한의 생각이 있지만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단지 핵문제를 푸는 데 끝나는 게 아니라 회담 테이블에 앉았던 6개 국가가 앞으로 동북아에서 협력하고 공동의 번영을 꾀하면서 공동체의 평화를 확실히 다지고 번영을 추진하는 틀을 만들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영국의 국경일 퍼레이드 행사가 열리는 런던 시내 호스 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공식환영을 받은 뒤 여왕의 관저인 버킹엄 궁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jhpark@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 기운이 느껴진다. 술꾼들은 퇴근길에 소주잔을 걸치면서 화끈한 안주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여기에 아귀찜이 제격이다. 점심식사나 가족 회식에서도 인기다. 시뻘건 아귀찜에 밥을 비벼 먹거나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이 글의 방향을 짐작했겠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본디 아귀는 ‘비료’ 정도로나 썼던 바닷물고기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흰살 생선, 즉 조기나 명태, 민어 등을 선호했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못생긴 해물은 기피했다.‘몬도카네’처럼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것 같지만 한국인들의 수산물관은 보수적이며, 선택과 집중을 선호하는 형식을 보여 왔다. ●못생긴 아귀 처음엔 안먹고 버려 뱀장어도 일본의 ‘우나기’에서 전이됐으며, 예전에는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먹장어(꼼장어) 식용도 근래의 일. 복어도 독이 있어 다루기 까다롭다 하여 그대로 버렸다. 동해안 해장국의 별미인 토속어 ‘삼순이’도 아예 잡으려 들지 않았다. 남해안 어판장에 자주 등장하는 못생긴 물메기도 7∼8년 전까지는 잘 먹지 않다가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갑자기 수요가 폭증했다. 아귀도 못생겼으니 당연히 먹지 않는 어류 반열에 속했다.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먹을 때면 덤으로 내주던 복국이나 아귀탕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은 아직도 아귀를 먹지 않아 전량 한국으로 수출한다는 점.‘아직’이란 단서에 유의할 것이, 김치의 매운맛에 길들여진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 서서히 아귀로 젓가락을 옮기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개불도 징그럽다고 먹지 않다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면, 먹지 못하는 모든 해산물에 ‘아직’이란 단서를 붙여야 할 성싶다. 워낙 ‘원조타령’이 심한 사회이므로 아귀찜의 원조 역시 분간하기 어려우나 역시 마산이 아닐까. 마산 아귀찜과 군산 아귀찜이 쌍벽을 이루는 인상이지만 역시 원조는 마산 쪽이 맞는 것 같다. 마산에서는 아귀가 ‘아구’로 불린다.198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매스컴을 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제한적으로 잡히던 아귀 물량이 딸리자 2∼3미에 18만∼25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다 중국 수입산이 쏟아지면서부터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됐다. 예전에는 서민, 정확히 말하면 하층민 음식이었다.1000∼2000원에 한 마리를 사서 무를 넣고 푹 끓여 온 식구가 배불리 먹었다. 겨울의 속풀이거나 빈속을 채워 주는 고기였다. 아귀찜이 마산에서 본격적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에는 한국전쟁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아귀의 문화사적 배경이라고나 할까. 우선 마산이란 항구도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도시전문가들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설명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절반’의 진실만을 담보한다. 뉴욕대 역사사회학 교수인 리처드 세넷이 ‘육체의 경험으로 풀어본 도시의 역사’란 부제가 달린 ‘살과 돌’(flesh and stone)에서 언급하였듯, 코를 자극한 냄새는 무엇이며,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차려 입는지, 언제 목욕을 했는지, 그러한 ‘도시의 육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항구도시들의 ‘육체’는 무엇일까. 역시나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먹을거리다. 우리는 도시와 음식의 기질론 혹은 풍토론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어디 가면 어느 집의 무엇이 맛이 있다.’라는 식의 음식점 순례기가 우리의 지적 수준이다. ●‘매운 음식’·‘화끈한 기질’ 궁합 맞아 아귀찜도 항구도시의 기질 풍토를 교묘하게 반영하고 있으니, 마산의 살아 있는 육체라고나 할까. 맵고 강력한 아귀찜같이 기질이 강한 음식은 음식궁합으로 볼 때 ‘태양’에 속한다. 마산이란 도시의 육체에서 아귀찜은 궁합이 대단히 잘 맞는다. 마산 자체가 한마디로 ‘화끈’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대적 화끈함에 역사적 화끈함까지 가미돼 아귀찜 같은 먹을거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어느 항구치고 격동의 세월을 겪지 않은 곳이 있을까만 마산항은 변화 정도가 극심했다. 대충 손꼽아 보아도 몽골족이 주축인 원나라의 군사적 요충지, 왜구들의 주요 침입로, 임진왜란의 전투지, 개항장, 일본인 집단거류지, 미군 군수물자 하역항,4·19와 부마항쟁의 진원지,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 등 역사적 격변상만도 단숨에 세기 어려울 정도다. 규슈(九州)의 오랜 국제무역항 하카타(博多) 연안에는 장장 20㎞에 걸친 해안 성벽이 있다. 원나라의 침입에 대비해 가마쿠라 시대에 쌓았다고 하여 일명 원구방루(元寇防壘)라고 부르니, 그 진원지가 바로 마산이다. 세기의 대격돌이 마산에서 시작된 것이니, 역사적·운명적으로 태생부터 국제적이었다. 고려 충렬왕 때 4만 여원(麗元) 연합군이 일본 정벌에 나섰을 때 오늘의 마산인 합포를 출진기지로 삼았다. 규슈 북부 해안의 하카타만에 이르러 폭풍으로 말미암아 2회의 원정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때부터 합포가 남해를 아우르는 전략 요충지임이 내외에 알려졌다. 마산항의 본류인 마산포는 조용한 어촌만은 아니었다. 조선 후기에 마산창이 설치되면서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번성하면서 수산물 반입이 활발해져 동해 원산, 서해 강경과 더불어 3대 수산물 집산항으로 손꼽혔다. 만기요람 재용편에 경상도 정기시장으로 오로지 창원 마산장 하나만을 들고 있을 정도다. 조선시대 이후 일제시대를 거치는 동안 남해안의 거제도와 통영·고성 등에서 잡힌 어류는 대개 마산항에 모였다. 구한말에 벌써 이곳에 30여호의 객상이 즐비했으니 그 번창함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 3대 수산물 집산항 명성 1899년에 개항하면서 1905년부터 일본집단촌(속칭 지바촌)이 건설된다. 경찰서·재판소·형무소 등이 설치되고, 시가지는 혼마치(本町)·교마치(京町) 등 일본식으로 바뀌었다. 옛 사진을 보면 게다짝을 끌고 돌아다니는 일본인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식 집이 즐비하다. 미곡 적출항으로서 정미업, 조면업, 인쇄업, 조선, 철공, 제빙, 방적, 기타 제조업이 모두 성했다. 빼어난 자연적 기후조건과 양질의 쌀, 맑은 물이 주류와 장류에 적합해 일찍부터 양조산업이 시작됐으니, 마산의 명물 무학소주나 몽고간장 등이 여기에서 비롯됐다.1개 항구도시에 양조장이 20곳이나 되던 곳은 마산뿐이었다. 해방이 되자 이곳에 거주하던 6000여명의 일본인이 모두 돌아갔고 2만여명의 동포가 귀국했다. 이런 ‘인구교체’ 역시 마산의 독특한 변수가 됐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후방 병참기지였다. 소개령으로 시민들이 떠난 마산의 거리는 온통 카키색의 도시로 변해 있었다. 시가지가 온통 미군 일색이었고 마산 제1부두는 전쟁물자의 집산지였다. 한꺼번에 밀려온 피란민들로 전에 없던 특미가 생겨났다. 재래의 마산 특미라면 단연 ‘대구깡다구찜’과 ‘미더덕찜’이었다. 그물에 잡히면 재수없다는 속설 때문에 많은 아귀들이 구마산 선창가에 그대로 버려졌다. 그 아귀를 인근 농부들이 가져다가 비료로 사용했다. 이 천대받던 아귀가 피란민의 공짜 반찬거리로 변하면서 아귀를 말려서 각종 양념을 넣어만든 아귀찜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수입산이 아닌 자연산 아귀는 마산 근해에서 ‘고데구리’로 훑어온다. 해저 밑바닥을 기면서 사는 저서류라 불법 어획도구인 ‘고데구리’가 보편적으로 사용돼 왔고, 어찌 보면 맛있는 아귀를 다량으로 먹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산 시내에는 아예 아귀찜 골목이 따로 있다. 아귀찜은 이곳에서 아귀찜집을 경영하는 김삼연(57)씨의 ‘초가할매집’에서 출발했다. 나이 스물에 시집와 38여년 동안 아귀찜만 만들었다.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기술을 이제 며느리에게 물려주었다. 애초에는 두 집이었다. 과거에는 아귀를 무쳐 조림으로만 팔았다. 말린 아귀가 너무 딱딱해 여기에 콩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조선된장을 풀어 담백한 맛을 살려내고 여기에 맵싸한 고춧가루·콩나물이 궁합을 이뤄 오늘의 마산아귀찜이 탄생했다. 마산에서 다량 소비되면서 전국의 아귀가 마산항으로 모여들었다.‘아귀는 무조건 마산에 가야지만 팔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내장을 걷어내고 씻어서 태양볕에 20여일을 꼬득꼬득 말린다. 이때 1년치를 갈무리하는데, 겨울에 말려야지 여름에는 벌레가 생길 뿐더러 냄새가 나서 말리기가 적당하지 않다. 크기도 중간짜리라야 건조도 잘되고 살집이 말랑말랑해 먹기 좋다. 아귀는 탕, 수육, 해물볶음, 불고기전골, 불갈비, 해물찜 등으로 속속 조리법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중심은 아귀찜. ●아귀 뱃속엔 온갖 생선이 가득 마산 어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권철주 보현수산 대표의 말을 빌리면 “아귀는 정말 ‘아귀’처럼 처먹는다.”뱃속을 따보면 온갖 생선이 수북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런 ‘속것’이 너무 많아 김삼연씨는 아예 ‘아귀속젓’을 개발하기도 했다. 갈치 전갱이 꽁치 오징어 장어 돔 도다리 등 아귀의 반을 차지하는 이 ‘속것’들을 버리기 아까워 그걸 모아 젓갈을 담근 것. 그는 “온갖 것이 다 들어 있으니 이 젓갈이 바로 동의보감”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마산 아귀찜은 국물이 걸쭉한 서울 것과는 맛도, 모양도 다르다. 잘 말린 아귀 냄새, 비린내를 없애는 조선된장, 통통하지 않게 기른 콩나물에다 태양초를 빻아 쓰되 매운 것과 덜 매운 것을 섞어 쓰며, 여기에 마산명물인 ‘진동 미더덕’을 곁다리로 넣어 마산 아귀의 오미(五味)를 이뤄낸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눈을 맞혀야 제 맛이 든다는 말을 듣자니, 진부령 황태가 여느 북어와 맛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아귀찜 하나의 문화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도 많은 지면이 필요하니, 우리 해산물 모두를 설명하자면 ‘천일야화’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 [여성&남성] 伊선 주택지분 절반 ‘아내 몫’

    현재 가정법률상담소와 여성의전화를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들은 ‘부부공동재산제’를 입법화하기 위해 초안을 구상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여성계가 공동재산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호주제 등 우선순위에 밀려 아직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관련 법령을 세밀하게 검토해 내년쯤 본격적으로 입법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부부의 재산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1975년 가족법 개정으로 부부공동재산제를 채택한 이탈리아에서는 남편의 이름으로 등기해도 주택 소유지분의 절반은 아내에게 귀속된다. 프랑스는 완전공유제를 법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부부 사이의 계약에 따라 별산제나 혼후취득참가제로 전환이 가능하다. 완전공유제를 따르는 부부는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를 제공할 때 반드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어기면 배우자가 행위의 무효를 청구할 수 있다. 독일은 잉여공유제의 원칙을 따른다. 잉여공유제란 혼인하고 있는 동안은 별산제를 따르다가, 이혼할 때에는 재산의 차액을 비교해 배우자의 혼인중 증가분의 절반에 대해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연맹은 대화로… 선수는 본업으로

    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 해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민속씨름을 지켜보자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29일 한국씨름연맹 사무실이 있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농성을 시작한 LG투자증권 씨름단은 30일 단식에 돌입했다.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민속씨름 최고 축제인 천하장사대회가 치러진다고 해도 껍데기만 남은 대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이 며칠을 굶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설령 샅바를 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승부가 펼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 상태에 따라 진단서를 끊는 등 합법적으로 대회에 불참하는 방법 등도 고려되고 있다. 자연스레 대회연기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측의 요구는 팀이 없어지기 전에 자신들의 생존권을 담보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연맹 공식 기구로 발족시키자는 것. 연맹이 그동안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못했고, 팀이 해체되면 나 몰라라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맹측은 천하장사대회를 앞두고 농성을 벌이는 것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LG측이 제안한 비대위 인사들에 대해 “대표성이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어렵사리 열었던 대화 창구는 쌍방 비난으로 점철됐고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나고 말았다.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할 씨름단과 연맹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게 패인 것이다. 연맹은 “인수 기업을 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선수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하며 선수들은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나마 민속씨름을 사랑하고 아끼던 많지 않은 팬들마저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씨름판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수능부정, 끝은 어디인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시험 부정행위가 특정지역에 국한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난 현상이었음은 경악스럽다. 설마하면서도 믿고 싶지 않았던 일이 현실화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는 여하한 충격에서도 이번 수능시험 부정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번에 경찰은 수능시험 시간대에 전국에서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사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처음 숫자만으로 구성된 메시지를 넘겨받아 80명이 넘는 부정행위자를 적발한 데 이어 문자를 포함한 메시지까지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부정행위자가 더 드러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경찰이 이 사건 수사에서 한점의 의혹을 남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전문적인 브로커가 존재하는지, 학부모 개입은 없었는지,‘대물림’은 실재하는지 등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수사가 확대되자 일부에서는 대학입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대입 일정이 늦춰지는 사태는 물론 막아야 하고 교육인적자원부도 예정대로 입시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만의 하나 이를 빌미로 수사를 미진한 상태로 종결짓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점수가 결정적인 구실을 하고, 그 수능시험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현 체제에서는 국가가 끝까지 신뢰성을 담보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험 무효화, 재시험 실시 같은 극단적인 요구가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수능시험을 성실하게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수능시험 부정’ 수사가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질 터이고,2005학년도 대학입시 과정이 끝나더라도 소송 제기 등 사회적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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