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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호수용제 재도입 찬반 논란

    법무부가 재도입하려는 보호수용제도를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그리고 실효성 담보 여부다. 이 제도의 전신 격인 보호감호제도가 2005년 이 같은 논란 끝에 폐지된 만큼 보호수용제 도입에 대한 학계의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호수용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공공의 안전과 기존 보호감호제도와는 다른 규정에 주목하고 있다.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과거 보호감호제도의 근간이 된 사회보호법의 경우, 경미한 범죄자까지 대상으로 해 문제가 많았지만 법무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에는 보호수용 대상자를 일부 강력 범죄자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강력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수용제 도입은 필요하고 제도 안에 인권침해 요소를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접근을 요구했다. 표 전 교수는 “최근 출소 직후 보복 범죄가 잇따르고 있고 서진환 부녀자 살인사건, 아동 성폭력 등 끔찍한 범죄가 끊이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흉악 범죄자에 대한 보호감호는 분명히 필요하다”며 “하지만 보호 수용에 대해 단순히 격리의 개념이 아닌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전 교수는 이어 “이번에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새로 도입하려는 보호수용제도는 기존 제도에 비해 인권침해 시비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도 있으나 결국 제2의 사회보호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측은 과거에 비해 강화된 법 체계와 이중처벌의 위헌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는 기존 보호감호제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하자 인권친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호수용제도도 결국 장기간 가둬두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중처벌의 비난은 비켜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2010년 기본 15년에 가중 25년이던 유기징역 상한이 기본 30년에 가중 50년으로 상향됐고 법원이 각종 범죄별 양형 기준을 마련하는 등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는데 여기에 보호수용까지 하겠다는 것은 기존 교정시설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외환銀, 론스타때 中企 3000곳 대출이자 부당 인상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시절, 외환은행이 중소기업 수천 곳의 대출이자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외환은행이 2006년 6월~2012년 9월 중소기업 3089곳(6308건)과 대출약정을 맺고 만기가 오기 전에 가산금리를 편법으로 인상해 181억원을 더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부당하게 인상한 가산금리는 0.2~0.7% 포인트이다. 외환은행이 많이 취급하는 외화대출의 경우 1% 포인트에 육박하는 가산금리를 부당 인상했다. 본래 은행은 대출금 증액, 담보·보증 변경, 포괄여신 한도 변경, 대출자 신용등급 변경 등의 사유가 없는 한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대출약정의 금리를 변경할 수 없다. 바꾸더라도 추가 약정을 맺어야 한다. 금감원은 외환은행이 부당하게 더 받은 이자 181억원을 해당 중소기업에 모두 돌려주도록 했다. 또한 외환은행에 기관경고의 경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앞으로 3년간 자회사를 만들지 못하고 증권사 최대주주도 될 수 없다. 3년 안에 기관경고를 두 차례 더 받으면 영업점 폐쇄 조치도 받을 수 있다. 가산금리 부당 인상을 주도한 리처드 웨커 전 행장에게는 문책경고 상당(퇴직자에 대한 징계)을, 래리 클레인 전 행장에게는 주의 상당 처분을 내렸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영화 프리뷰] 2011 베니스 화제작 ‘킬러 조’

    [영화 프리뷰] 2011 베니스 화제작 ‘킬러 조’

    크리스는 도박빚을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에게 쫓긴다.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가 5만 달러짜리 생명보험을 들어 놓았다는 얘기를 듣고선 음모를 꾸민다. 무능한 아버지와 이참에 한몫을 챙기려는 새엄마, 백치미가 넘치는 여동생 도티까지 크리스의 계획에 선뜻 동의(혹은 방관)한다. 현직 경찰이지만 살인청부업자로 ‘투잡’을 뛰는 킬러 조는 크리스에게 선금을 요구한다. 땡전 한 푼 없는 크리스는 여동생을 바라보는 킬러 조의 뜨거운 눈빛을 눈치채고 담보로 내건다. 킬러 조는 약속대로 엄마를 제거한다. 하지만 웬걸. 생명보험 수혜자가 도티가 아닌 엄마의 애인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이 꼬인다. ‘킬러 조’는 201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오른 화제작이다.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기자들의 투표로 뽑는 골든마우스상도 받았다. 지금껏 전설로 남은 걸작 ‘프렌치커넥션’(1971), ‘엑소시스트’(1973)를 연출했지만, 그 후 30년간 졸작을 쏟아내 온 특이한 이력의 노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이 오랜만에 내놓은 논쟁적인 작품이다. 질퍽한 폭력 묘사는 물론 주노 템플과 지나 거손, 매커너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전라로 나오고 음식을 이용한 성적 행위 묘사까지 곁들여진 탓에 북미에서는 NC17(17세 미만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관람 가능) 등급을 받았다. 폭력과 성적 표현의 수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건 킬러 조가 크리스 집안을 지배하는 새로운 가장으로 대체되는 후반부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크리스와 새엄마를 조는 무참하게 뭉개 버린다. 서사의 흐름상 불가피한 건 맞다. 하지만 비위가 약한 관객이라면 고개를 돌릴 만큼 농도가 짙고 시간도 지나치게 길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치킨을 먹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질지도 모른다. ‘혹시나’ 했던 프리드킨 감독에 대한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캐릭터는 하나같이 비현실적이고, 인물들의 관계는 지나치게 생략됐다. 그럼에도 스크린 앞에 관객을 붙잡아 두는 힘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청부 살인자 역할을 맡아 광기를 뿜어낸 매커너히다. 금발 근육질 몸매, 지적인 눈빛까지 겸비한 그는 젊은 시절 로맨틱 코미디로 재능을 허비했지만,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 ‘매직마이크’(2012)에 이어 ‘킬러 조’에서도 캐릭터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인다. ‘어톤먼트’(2007),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등으로 이름을 알린 신예 템플 또한 텅 빈 눈빛과 몽롱한 말투를 지닌 도티 역에 딱 맞는 캐스팅이었다. ‘킬러 조’로 영국 아카데미 라이징스타상을 받았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7월 소규모로 개봉했다. 3개 스크린에서 출발해 75개 스크린까지 늘어났지만, 누적 수익은 198만 달러(약 21억원)에 그쳤다. 전 세계 수익은 366만 달러(약 39억원). 7일 개봉.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美 국방예산 삭감, 방위비분담협정 불똥 튈까

    미국이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에 따라 국방비 감축이 불가피해지면서 그 여파가 주한 미군에도 미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과 새로 협정을 맺어야 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이 주목된다. 주한 미군 방위비분담 협정은 군사용 건물 건설비 등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분담액을 정하는 것으로 1991년부터 8차례에 걸쳐 체결됐다. 현재 우리 정부는 42%를 부담하고 있으며, 올해 분담금은 8695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올해 안 타결을 목표로 하는 9차 협정에서는 내년을 포함해 향후 2~5년간의 분담금을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미국이 이번 협정에서 경제사정을 이유로 종전의 42%보다 늘어난 50% 이상의 분담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은 미 국방부 방침에 따라 1만여명에 달하는 군무원(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무급휴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각종 훈련의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의 재정적 여건이나 주한 미군의 기여도 등을 고려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4일 “전투력 저하가 우려되는 연합훈련 등의 축소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측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한다. 국민정서상 주한 미군 문제가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 측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미군 방위비 분담보다 간접적으로 다른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미국이 우리 기여도를 높이길 원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부상을 고려해 한·미 간 갈등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기에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종대 디펜스 21플러스 편집장은 “미군 방위비 분담도 늘겠지만 우리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늘리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미국산 무기 도입을 압박하거나 역내 방어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늘리도록 해 재정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34일째 겉돌던 정부조직법 협상… 큰 틀에서 합의점 겨우 찾아

    34일째 겉돌던 정부조직법 협상… 큰 틀에서 합의점 겨우 찾아

    정부조직법개정안 협상이 34일째 교착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일주일인 4일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맞게 됐다. 정치권도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시작부터 국정 운영의 추동력을 상실하며 흔들리고 있고 야권은 야권대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협상 가능성은 종일 열려 있었다.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협상 쟁점을 ‘방송의 공정성 확보 방안’으로 좁히면서 물꼬가 트일 기미가 보였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제 작은 줄기를 잡은 것”이라며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대해 공감의 뜻을 전했다. 청와대가 제안한 5자 회담은 무산됐지만 오후 내내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마라톤 협상이 계속됐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통합당 박 원내대표·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저녁 내내 각 당 원내대표실에서 이봉건 새누리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메신저로 교환하며 마지막 타결을 시도했다. 민주당이 IPTV의 인허가 및 법령 제·개정권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는 쪽으로 양보하기로 접점을 찾았다. 민주당 쪽에서는 밤 10시 20분쯤 합의문 발표 임박을 예고하면서 희망 섞인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풀 사진기자단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장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사업자의 법령 제·개정권을 놓고 이견이 불거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밤늦게 이 원내대표를 방문하는 등 당청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 정무수석이 밤 10시 50분쯤 소득 없이 원내대표실을 떠났고 곧이어 이 원내대표, 김 원내수석부대표도 11시 30분쯤 ‘금일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과) 통화해 보니까 안 된다고 한다. 내일 또 해야죠”라면서 방을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SO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두고 제·개정권을 달라고 해서 타결될 줄 알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박 원내대표 역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야는 나머지 사항에선 큰 틀의 합의점을 이뤄 합의문 작성을 거의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청와대가 얽힌 실타래를 푸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특유의 ‘원론 고수’ 자세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하는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할 때라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 협상이 출구를 못 찾는 상황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방송 공정성 담보 방안에 대해 획기적인 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DTI 완화 안해… 부동산 활성화 고민할 것”

    “DTI 완화 안해… 부동산 활성화 고민할 것”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담보가치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대해 “당분간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신 후보자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다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도 필요한 만큼 여러 각도로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는 “국제적으로 ‘파이낸셜 인클루전’(금융 포용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을 도입하고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가계 부채 해법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공약을 중심으로 하되 가계 부채는 기업 부채와 달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성급한 대처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의 ‘악연’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논란이 촉발된 2003~2004년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으로서 실무를 맡았다. 신 후보자는 금융위 부위원장이던 2011년에도 론스타 문제를 맡았다. 당시 그는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팔 자격이 되느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법적 불확실성을 들어 판단을 유보했다. 신용카드 대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통화스와프,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최근 10여년간 벌어진 주요 국내외 금융 현안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해결사’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그를 주저없이 ‘최고 협상가’라고 평가한다. 후배들의 신망도 높다. 재정부 공무원 노조가 2006년부터 실시한 ‘닮고 싶은 상사’ 투표에 단골로 이름이 오르자 노조가 아예 ‘명예의 전당’에 올리고 투표 대상에서 제외시켰을 정도다. 신 후보자는 지난해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때 경기 과천시 주공아파트 한 채(공시가격 5억 9200만원)와 2억 4036만원의 예금 등 모두 8억 2007만원의 재산을 등록했다. 아파트 시세 하락으로 재산이 2008년보다 1억 2700만원 정도 줄었다. 병역은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신 후보자 자신은 카투사(주한 미군에 근무하는 한국군)로 만기 제대했고 부인 이진주(53)씨와의 사이에 딸만 둘이다. 큰딸 아영씨는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케이블 스포츠채널(SBS ESPN) 아나운서다. ▲서울(55) ▲휘문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24회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해외 부동산펀드에 돈이 몰린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해외 부동산펀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좀체 살아날 기미가 없자 해외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해외 부동산펀드에 들어온 돈은 437억원이다. 2010년과 2011년 한 해 동안 각각 2075억원, 1574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에는 198억원이 유출되는 데 그쳤다. 점차 둔화되던 자금 유출 속도는 급기야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렇듯 돈이 다시 몰리고 있는 까닭은 수익률 때문이다. 올 들어 해외 부동산펀드 수익률은 지난달 27일 기준 연 4.26%다. 특히 일본 부동산 투자신탁(리츠)의 수익률 강세가 두드러진다. ‘한화일본리츠부동산1(재간접)C1’은 수익률이 14.58%로 가장 높다. 이어 ‘삼성J리츠부동산1(재간접)B’가 12.97%, ‘삼성재팬자산부동산리츠(재간접)’가 11.72%로 뒤를 이었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간접투자기구(주식회사)를 말한다. 해외 부동산펀드에 ‘햇볕’이 든 것은 미국 정부가 2009년부터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부양책을 편 덕분이 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세 차례의 ‘돈 풀기 정책’(양적 완화)을 통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무제한 매입, 20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연 3.4%로 끌어내리고 500만명이 넘는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의 빚을 일정 부분 탕감해 줬다. 일본도 지난해 여름부터 도심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임대 수요가 늘어나 리츠 지수가 지난달 1일 1242.32까지 올라갔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일본 부자는 물론 중국 부자들이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 집값이 각종 규제에도 최근 몇 년간 계속 급등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권 교체 후 부동산 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본토 부동산 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한동안 해외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특파원 칼럼] 한·일간 봄은 오지 않는가/이종락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일간 봄은 오지 않는가/이종락 도쿄 특파원

    드디어 봄이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초록의 잎들과 꽃이 만발한 나무들의 풍경이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한가로운 상상도 잠시. 올해도 3년째 꽃샘추위로 봄이 늦는다고 한다. 수은주가 아직도 영하를 오르내리는 서울과 달리 도쿄는 1일 최고 온도가 17도까지 올라갔다. 봄을 느끼는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듯 요즘 한·일 간의 관계도 엄청난 벽이 가로놓여 있는 듯하다. 한국과 일본 관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년간은 양국 간 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한다. 매년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을 시작으로 3월 1일 삼일절, 3, 4월의 일본 교과서 검정 등이 숨가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봄에 대한 아쉬움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외교청서, 방위백서 발표 등으로 올해 한·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일 관계에 봄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은 최근 일본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는 20여년에 걸친 장기 불황과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불안감과 자신감 상실 등으로 우경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 분출구를 찾는 일본인들이 내부의 적이 아닌 외부의 적, 즉 영토문제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지난해부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독도 등 영토 분쟁이 극심해진 것도 이런 일본 사정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우경화 대열에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언론들도 가세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2일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는 38개 언론사 기자 129명이 몰렸다.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과 차분한 논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NHK마저 뉴스 시간마다 이날의 행사를 톱 뉴스로 다루는 등 분위기를 띄우는 데 열을 올렸다. 하지만 ‘다케시마의 날’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와 시마네현, 언론이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이날 점심을 먹기 위해 마쓰에 역 앞에 있는 한 식당을 들렀을 때 이런 소동을 바라보는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시민은 “시마네현은 독도를 지리적으로 편입시켰을 뿐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지사가 시민들을 담보로 정치적인 행동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도와 가까운 오키섬에서 어업 활동을 벌이는 어부들은 대부분 돗토리현 사람들인데도 시마네현이 괜히 나서 손해만 보고 있다는 불만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일 관계가 감정적으로 흐르다 보니 좀처럼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는 ‘일본통’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사라진 상태고, 일본에도 한국을 잘 아는 정치인들이 없다.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자민당 의원은 10선이지만 선수에 비해 당내 입지가 약하다. 한국 측 회장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일본어를 거의 못해 일본 의원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엄동설한이라 해도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찾아 오는 법.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접국가인 한·일 간에는 좋든 싫든 함께 봄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꼬이고 있는 현안들을 풀 수 있는 다양한 대화 채널을 마련해야 할 때다. jrlee@seoul.co.kr
  • 좌초위기 용산개발 새 전기…1조대 민간출자 ‘산 넘어 산’

    좌초위기 용산개발 새 전기…1조대 민간출자 ‘산 넘어 산’

    28일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 사업의 자본금을 5조원으로 늘리는 코레일의 제안이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 이사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민간출자사들이 부담해야 할 1조 4000억원의 구체적인 출자 방안이 논의되지 않아 분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과한 안건을 살펴보면 먼저 민간출자사들이 1조 4000억원의 추가 출자를 확약하면 코레일이 땅값 5조 3000억원 중 2조 6000억원을 현물 출자 형식으로 내놓게 된다. 이와 함께 코레일은 랜드마크 빌딩 2차 계약금 4161억원을 긴급지원하면 드림허브는 부도 위기를 피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1조 4000억원을 민간출자사들이 조달하지 못하면 이런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것.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민간출자사들이 1조 4000억원의 증자를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협약서 변경과 민간출자사들의 추가 출자는 코레일의 증자안에 선행 조건”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민간 출자사들의 증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증자액이 1조 4000억원이라는 거액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레일이 러브콜의 대상으로 잡고 있는 삼성물산의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지분에 따른 추가 출자는 당연히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혼자서 들어가기는 1조 4000억원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촉박한 시일도 문제다. 드림허브는 현재 자본금이 5억원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는 12일에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의 이자 59억원을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를 맞게 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쌍용건설에 자금지원

    쌍용건설이 다음 달 4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다. 27일 쌍용건설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과 산업, 신한, 하나, 국민 등 5개 채권은행은 26일 회의를 열고 쌍용건설에 대한 워크아웃과 긴급자금 지원 등을 결정했다. 금감원은 “일단 담보예금 250억원을 어음결제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면서 “워크아웃도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담보예금 250억원은 쌍용건설이 이들 은행으로부터 1300억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담보로 설정됐던 것이다. 채권은행들은 다음 달 4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어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정한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26일 회의에 참석한 5개 은행이 채권단 지분의 49.2%를 차지하고 있어 통과가 무난할 전망이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한 달간의 실사를 통해 출자, 신규 자금지원,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이 만들어진다. 업계에선 쌍용건설 정상화를 위해 최소 1500억~2000억원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SC·씨티銀, 수수료인하 정책 ‘역행’

    중소기업 돈줄을 불법으로 옥죄 중징계가 확정된 외국계 은행들이 이번에는 대출 중개수수료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당국의 수수료 인하 방침에 ‘역주행’을 한 셈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신용대출 중개수수료를 지난해 3분기 2.29%에서 4분기 2.42%로 0.13% 포인트 올렸다. 같은 기간 씨티은행도 수수료를 1.72%에서 1.77%로 0.05% 포인트 올렸다. 국민·우리·신한·농협·외환 등 국내 5개 시중은행이 수수료를 0.84%에서 0.79%로 0.05% 포인트 내린 것과 대조된다. 대출 중개수수료는 금융회사가 대출자를 소개한 중개업체 또는 중개인에게 주는 일종의 ‘수고비’다. 따라서 대출 금리에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 금융 당국이 대출자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적극 유도하고 있음에도 외국계 은행은 배짱 좋게 올린 것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3분기부터 수수료 비교 공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담보대출 중개수수료도 SC은행이 0.41%, 씨티은행이 0.36%로 5개 시중은행의 평균(0.26%)을 훌쩍 웃돌았다. 중개수수료 수준 자체가 일반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SC은행 측은 “점포가 적다 보니 대출 모집에 기댈 수밖에 없어 중개수수료가 높다”고 해명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유정복, 국회법 어기고 겸직 논란

    유정복, 국회법 어기고 겸직 논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겸직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초빙교수로 활동하면서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유 후보자는 2010년 9월 30일 산학연종합센터㈜의 ‘산학정 정책과정’ 초빙교수로 위촉됐다. 유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3학기 동안 총 600여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 후보자가 제출한 국회의원 겸직신고서에는 관련 내용이 없어 국회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법 제29조(겸직)에는 ‘의원이 임기 중에 다른 직에 취임한 경우에는 취임 후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강의를 나가는 직함의 경우에는 신고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 측은 “산학연 측에서 강사 명단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특강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자는 또 김현 민주당 의원이 ‘5·16이 쿠데타인지, 혁명인지’를 묻는 서면질의에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입장에서 이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해 야당 측의 비판을 사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후보자 부인은 IMF 직후인 1998년 서울 청담동 4층짜리 건물을 법원 경매를 통해 낙찰받고 임대사업을 벌여왔는데, 이 건물 지하에는 G 유흥주점이 성업 중”이라면서 “주변 상인들이 ‘접대부 출입이 잦았다’고 말해 성매매를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딸에게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편법으로 7000여만원을 절세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이날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양도소득세 및 증여세 납부내역에 따르면 현 후보자는 2005년 7월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파트를 증여하기 이틀 전 해당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3억 3600만원을 대출받았다. 아파트를 증여할 때 채무까지 넘기는 방식으로 증여세 1억여원 대신 3000만원 정도의 양도소득세만 냈다는 것이다. 또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반포동에 살던 현 후보자의 장남이 2003년 경기 일산에 전입해 6개월 만에 경기북부병무청에서 척추질환으로 4급(공익근무요원 대상) 판정을 받고, 5개월 후 원래 살던 곳으로 주소지를 옮겼다”며 구체적인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유 후보자는 한때 보유했던 상가건물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80만원의 임대 수입이 발생했다고 신고했으나 시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수준”이라며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유 후보자의 부인이 2011년부터 치과에서 일하며 연 3000만~4000만원을 받았지만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까지도 여야 간 대립으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대 “42만원 안내면 졸업 못해”… 졸업장 강매 논란

    서울대 한 대학원이 원우회비와 발전기금을 내지 않는 졸업생에겐 졸업장을 주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칙 등에 근거 규정조차 없는 비용이지만 사실상 강제 징수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대학원 체육교육과는 26일 졸업생들에게 원우회비와 발전기금을 내지 않으면 졸업장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석사 졸업은 원우회비 22만원과 발전기금 20만원을 합친 42만원을, 박사 졸업은 각각 30만원씩 60만원을 내라고 고지했다. 한 졸업생은 “졸업장을 받으려면 윈우회비와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니 황당하다”면서 “무슨 권리로 남의 졸업장을 담보로 삼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졸업생은 “자발적인 기부면 몰라도 강제로 졸업장과 맞바꾸려 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돼 아예 졸업장 받기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에 해당 학과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체육교육학과 한 조교는 “원우회비는 재학 중 대학원 야외 세미나 행사진행을 위해 걷는 비용인데 오랫동안 안 낸 사람이 있어 졸업 전에 받으려고 했다”면서 “사정이 있어 못 내는 사람은 나중에 돈을 낼 때 졸업장을 찾아가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사범대 행정실 교무 관계자는 “원우회비, 발전기금 등은 원하는 사람만 납부하게 돼 있어 강제 납부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체육교육과 자체에서 원우회비 등 돈을 걷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해당 과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美 구애·中 비난… 아베 ‘투트랙 센카쿠 외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핵실험을 포함한 외교·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이에 앞서 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을 향해 “아시아에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분쟁 중인 중국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동시에 최우선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는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번 방미 목적을 최대로 활용하겠다는 일본의 속내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진 전화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한과 관련한 최근의 사건(장거리 로켓 발사 및 3차 핵실험), 그리고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반적인 상황을 확실하게 논의할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동맹 및 지역 안정·협력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무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자신의 결의 등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어떤 선언이나 발표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성격의 특별선언 등은 예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확실한 것은 두 정상이 최근의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반복적인 도발 행위를 논의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러셀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밝혔듯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안전을 강력하게 담보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 및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 미국 방어를 위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 북한이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러셀 보좌관은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강력한 방어 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 일본, 역내 다른 나라와 군사훈련 등을 포함한 매우 강한 방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도발은 이런 군사 동맹의 중요성과 동북아에서의 미군 주둔 강화 및 확대의 중요성만 부각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아·태 지역에 대한 전략적 우선순위 설정은 세계 경제와 미국의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교육정책에서 반일 감정을 배양하는 애국심 교육을 개혁·개방 정책보다 우선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공산당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상실한 정당성의 기둥 가운데 하나를 채울 필요성이 생겼고, 높은 성장과 애국심을 (대안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깨고, 강압이나 협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빼앗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원색적인 비난에 대해 중국 정부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훙레이(洪)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일국의 지도자가 이처럼 공공연히 사실을 왜곡하고 이웃국가를 공격하고, 지역국가 간 대립을 선동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훙 대변인은 “일본이 즉시 잘못을 바로잡고 해명할 것을 엄숙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서울광장] 새 경제팀, 전선을 단순화하라/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 경제팀, 전선을 단순화하라/오승호 논설위원

    곧 닻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은 경제 위기 극복 문제로 적잖이 골치가 아플 것이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허둥댈 수도 있다. 가계부채, 일자리 창출, 하우스푸어, 저출산 고령화, 자영업자 대책, 환율전쟁 대책,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창조경제, 부동산 문제, 지하경제 양성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새 경제팀은 역대 정권에서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첫 경제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퍼즐을 풀어낼 수 있을까. 역대 대통령들의 예를 보면 경제운용 능력이 대통령 평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 당선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국민들이 먹고살기가 힘들면 다른 공적들은 빛이 바래거나 묻혀 버린다.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들로서는 야속하다고 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 도입이란 성과를 올렸지만 외환위기로 낮은 평판을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를 잘 극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의 삶을 중시하고 소통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는 바람에 점수가 깎였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 둘 다 옛 경제기획원 출신의 거시경제통이어서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곳곳이 성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집중 치유해야 할 선택의 문제만 남았기 때문이다. 새 경제팀은 우리 경제 상황은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치료하려다가 병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십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곳저곳에 청진기를 대고 진찰할 시간을 줄여 처방전을 내놓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기 바란다. 새 정부의 정상적 출범이 늦어진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박 당선인이 역대 정부와는 달리 초대 경제수석에 학자가 아닌 관료 출신을 내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가한 상황이 아닌 만큼 관료가 정책 집행력에서 앞선다는 점을 의식했을 것이다. 경제팀은 켜켜이 쌓인 현안들 중 전투력을 집중할 전선(戰線)을 잘 골라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집행이 효과를 높인다는 것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 등에서 얻은 교훈이다. 기업이나 국민들이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의지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경제 심리 효과까지 가미되면 위기 극복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무역 1조 달러, 사상 최대 규모 경상수지 흑자(2012년 432억 5000만 달러) 등의 경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서운해할 정도로 알아주지 않는다. 원인은 고용 부진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은 취직하기 쉽고 자영업자들 장사 잘되게 하면 5년 뒤 평가받을 것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이다. 다음 뇌관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라는 ‘쌍권총’으로 대출을 규제하고 있는데도 가계부채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이 무엇인가. 일자리가 없어 김밥이나 우동가게라도 해보지만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경제팀은 지난달 자영업자가 18개월 만에 줄어든 사실을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회사에서 잘린 사람들이 구멍가게를 하기도 힘들어진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경제정책에 대단한 것을 담으려 할 때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 정곡을 찔러야 한다.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의 첫번째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고상하긴 하지만 5년이나 10년 뒤 빛을 볼지 모를, 평시 상황의 모토가 아닌지 걱정되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은 미래 양질의 먹거리 찾기 노력을 좀 덜 하더라도 2~3년 안에 성과가 가시화될 정책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osh@seoul.co.kr
  • 금호산업 워크아웃 중단 위기… 채권단 우리銀·産銀 갈등 격화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채권단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채권단은 2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앞서 금호산업의 예금계좌를 가압류한 우리은행은 이 자리에서 후순위 담보제공 등 기존 요구사항을 고수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거부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는 마무리됐다. 산은은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의 베트남법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에 자본금과 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한 비협약채권(채권단 합의 없이 상환과 담보제공이 가능한 채권) 1490억원에 대해 ▲출자전환 ▲채권 현금매입 ▲장기분할상환 ▲상환유예 등 4가지 방안을 역제안했지만 우리은행도 수용 불가 견해를 밝혔다. 산은 등 다른 채권단은 우리은행이 금호산업 예금계좌 가압류를 철회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중단과 법정관리 신청 등의 의견도 나왔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자신들이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일 때는 가만히 있다가 산은이 맡으니 대출을 상환해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측은 “법적으로 보장된 비협약채권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초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맞섰다. 채권단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금호산업의 자금난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우리銀, 금호산업 예금 가압류

    우리은행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금호산업의 산업은행 예금 계좌를 가압류했다. 우리은행은 19일 서울중앙지법에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개설된 예금계좌에 대해 가압류 승인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가압류 금액은 295억원이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에 베트남법인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설립자금 대출금 590억원의 상환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금호산업은 대출금을 갚지 않았고 지분 절반을 아시아나에 721억원을 받고 팔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협약채권 약정에 따르면 신용공여액의 절반인 295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사유가 발생했다”면서 “상환이 어려울 경우 KAPS의 주식을 후순위 담보로라도 제공해줄 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간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 우리은행만 비협약채권이라는 이유로 자기 몫을 떼가는 것 아니냐”면서 “금호산업을 살리는 것이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요지경 돼지고기값] “사료값 계속 올라 마리당 11만원 손해”

    19일 찾은 충남 홍성군 은하면 덕실리 전국 최대 돼지 사육단지에는 침묵이 흘렸다. 돼지 3000여 마리를 키우는 김태호(59)씨는 “이런 돼지값 하락세는 처음”이라며 “대부분 돼지를 담보로 사료를 공급받는데 밀린 사료값이 수억원으로 더 많아 공급을 못 받는 축산농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홍성의 돼지 사육농가 3곳이 사료값을 갚지 못해 사료회사에 의해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0㎏짜리 산지 돼지 출하 가격은 21만 7000원이다. 박승주 홍성군 축산유통계장은 “농가에서 돼지 한 마리를 팔 때마다 11만 2000원을 손해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생산비는 오르는 데 비해 돼지값이 급락한 탓이다. 100㎏짜리 비육돈 출하가격이 2011년 2월 51만 4000원에서 지난해 같은 달 33만 1000원으로 떨어지면서 생산비와 얼추 같아졌다. 특히 지난해 9월 31만 3000원이었다가 12월 27만 2000원, 지난달 24만원에서 현재 21만 7000원으로 다섯달 사이에 무려 30.1%나 폭락했다. 반면 사료값은 꾸준히 올랐다. 2010년 말 ㎏당 541원 하던 사료비가 2011년 말 634원, 지난해 말 638원으로 인상됐다. 김씨는 “6개월간 돼지 사료비가 마리당 18만원 넘게 들면서 생산비의 절반도 안 되던 사료값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고 하소연했다. 돼지값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국내 적정 돼지 사육 마릿수는 900만 마리지만 현재 90여만 마리가 초과된 상태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돼지 수입량이 크게 는 데 반해 겨울방학으로 급식이 중단되는 등 소비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게다가 한우값이 떨어지면서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즐겨 찾는 이유도 있다. 돼지 사육농들은 정부에서 2007년 7월 절대농지까지 축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사육이 급증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또 FTA 등에 맞선다며 대규모 전업농을 권장하며 축사시설비 저리 융자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재형 대한한돈협회 홍성지부장은 “예전에는 3000마리만 길러도 엄청났는데 지금은 2만 마리까지 사육한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2~3개월 이대로 가면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비핵화 논의 거부땐 북·미대화 이유없어”

    “비핵화 논의 거부땐 북·미대화 이유없어”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9일 “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거부한다면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이끌었던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핵포럼 2013’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를 다루지 않는 북한과의 협상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돼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1기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다룬 새모어 조정관 역시 “북한 핵무기는 미국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미국의 대화 전제조건은 비핵화”라고 일축했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미국이 핵 의존도를 완화하는 현 기조와 맞지 않고,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에도 큰 이점이 없다”며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했을 때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것이라는 건 북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한국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이는 군사적인 게 아닌 정치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력이 북한 핵무기를 상쇄할 수 있고, 분명하게 보복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핵 해법에 대해서는 갈루치 전 차관보는 “정치·경제적인 강력한 제재가 협상 과정에 포함되어야 하며, 6자회담보다는 한·미·중·북한의 4개국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자칫 우리가 ‘지는 게임’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군사적 조치나 대북 제재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을 ‘실패한 국가’로 규정하며 “미국 정부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핵무기 보유는 북한 정부에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이날 포럼에서 “북한이 핵무기 25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고, 추가적인 핵실험 활동이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북한이 수년 안에 파키스탄처럼 전술핵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육해공 ‘3각 재난 예방시스템’ 가동되면

    육해공 ‘3각 재난 예방시스템’ 가동되면

    “건물 지하 작업장에 있는 소방교 현장 밖으로 대피바람. 건물 붕괴 위험. 3시 방향 진입로 확보할 것.” 눈앞에서 치솟는 화염과 자욱한 연기 안에서 불을 끄던 소방대원이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지휘관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며 화재 진압 작업을 계속하던 대원이 서둘러 지하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소방관들이 진입하며 자동으로 현장에 뿌려진 중계기들이 소방대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렸다. 소방차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대원들의 위치가 점으로 표시돼 이동하는 대로 따라 움직였다. 대원이 빠져나오자 불과 1분 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 천장이 와르르 무너졌다. 조금만 지체했더라도 소방대원들이 잔해더미에 깔리게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과 국내 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실내외 응급구조요원 위치추적 시스템’이 현장에 적용되면 달라지게 될 화재현장의 모습이다. 지난해에만 화재 현장에서 8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구조현장 소방대원들의 안전성을 담보할 기술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31일 문구류 제조 공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한 소방관이 무너진 화재 잔해더미에 깔려 숨진 지 7시간 만에 발견된 것과 같은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이 기술을 이용, 2017년까지 80만개에 달하는 전국 주요 건물의 도면을 3차원 입체 지도로 만들어 화재 진압에 활용할 계획이다.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한 GPS 전파교란(재밍·Jamming)을 감지하고 제거하는 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GPS가 교란되면 정밀무기체계는 물론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시내버스 위치 알림 서비스가 모두 먹통이 된다. 북한이 시도한 전파교란 공격으로 통신장비에 이상이 생긴 사례가 2010년부터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2009년 미국 뉴저지의 뉴왁 공항에서는 회사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트럭 운전사들이 설치해놓은 휴대용 GPS 재머 때문에 관제탑의 항공기 위치 식별 장치가 먹통이 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전파위협원 위치결정 시스템’이 적용되면 GPS 신호를 방해하는 전파 수신국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전국에 운행 중인 위험물 운반 차량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사고 감시 서버에 사고 현장의 위치와 사고 유형, 운전자 정보를 전달하는 ‘위험물 운반차량의 사고 감지 시스템’도 개발돼 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트럭과 트레일러 등에 설치된 센서가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보내온다. 선박 안전항해와 연안지역의 쓰나미 피해를 막기 위한 ‘위성 기반 정밀 수직측위기술’ 역시 개발이 끝났다. 위성을 이용, 10cm 이하의 바닷물 수위 변화를 감지해 이상이 발생하면 곧바로 선박 및 지역에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과제를 기획한 교육과학기술부 기초기술연구회 측은 “재난 예방 기술은 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국민 행복 과학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 기술들이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재난 대책망을 가진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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