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담배연기
    2026-03-19
    검색기록 지우기
  • 물가 단속
    2026-03-19
    검색기록 지우기
  • 입대 연기
    2026-03-19
    검색기록 지우기
  • 코인 시장
    2026-03-19
    검색기록 지우기
  • 교육감
    2026-03-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5
  • 중랑 건강한 일터 만들기 시동

    중랑 건강한 일터 만들기 시동

    서울 중랑구가 금연, 금주, 규칙적 운동 등을 생활화하는 ‘건강한 일터’ 1호점의 문을 열었다. 중랑구는 지난 26일 ‘건강한 일터’ 1호점인 면목2동 평화교통에서 운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발대식을 가졌다고 30일 밝혔다. 건강한 일터 조성사업은 구민들의 바른 생활 습관을 유도하기 위해 구가 마련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하나다. ‘2-2-0’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사업은 허리 둘레를 2인치, 주량은 반으로 각각 줄이고, 담배는 영원히 끊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평화교통 운전자들은 앞으로 구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담배연기 없는 쾌적한 ‘클린 택시’ ▲음주사고 없는 ‘안전한 택시’ ▲운전자가 건강한 ‘헬시 택시’라는 3가지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건강한 일터 조성사업의 성공을 위해 구는 건강검진을 비롯한 체성분 검사와 이동금연 클리닉 및 금연보조제 지원, 운동 동아리 활동 연계, 비만 영양상담, 정기 혈압·혈당 체크, 직원 체육대회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중랑구가 건강한 일터 사업 필요성을 위해 지난해 택시 운전기사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흡연율 68%, 과음비율(소주 1병 이상) 49%, 과체중·비만 비율이 50%, 중정도 이상의 스트레스 인지율 62%로 나타났다. 그 결과 운전업 종사자들의 생활습관이 불규칙하고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택시 이용객들도 운전자나 승객이 피운 담배연기 등으로 인한 불쾌감을 호소하고, 이로 인한 간접흡연 폐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대식에 참석한 문병권 구청장은 “운전자의 과음은 다음날 운행에 지장을 주고, 사고위험이 커 안전문제가 제기됐다.”며 “평화교통을 시작으로 올해 건강한 일터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길섶에서] 수담(手談)/오일만 논설위원

    오랜만에 지인과 함께 기원에 들렀다.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다 뒷골목 으슥한 곳에서 겨우 기원을 찾아냈다. 뿌연 담배연기 사이로 경쾌한 ‘바둑음’이 들려온다. 자장면 내기를 걸고 바둑판을 마주 보고 앉았다. 포석 실패로 비세(非勢)에 몰려 괴로워하다 상대방의 무리수를 응징하며 쾌재도 부른다. 대마 몰사의 위기 속에서 묘수 한방으로 역전시키는 재미도 쏠쏠하다. 간혹 어처구니없는 ‘떡수’를 두고 나 자신을 쥐어뜯으며 자책도 한다. 희로애락이 한판의 바둑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로가 말은 없지만 바둑 한수 한수에서 상대방의 고심과 의지를 읽어 낸다. 그래서 수담(手談)인 것이다. 인터넷 바둑이 득세하면서 이런 맛은 사라졌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편리함과 신속함은 기원을 비주류로 몰아냈다. 그 골치아픈 계가를 클릭 한번으로 해결하는 정교함에 찬사마저 보낸다. 기원의 퇴조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인간의 체취다. 자장면과 함께하는 수담의 즐거움은 넷담(인터넷 바둑)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기고] 금연절주 위해 지방자치 단체가 나서야/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

    [기고] 금연절주 위해 지방자치 단체가 나서야/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

    얼마 전 TV에서 ‘남자의 자격’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는 금연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인기 연예인들이 금연 과제를 수행하면서 겪는 금단현상과 금연 전후의 상황을 실감나게 방영해 시청자들에게 금연의 의미와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강을 해치거나 질병을 앓는 원인의 90%는 개인의 잘못된 생활습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금연·올바른 식습관·절주·활발한 육체활동만으로도 암과 심장병·당뇨병 등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폐암 환자는 매년 1만 2000여명에 이르고 암치료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는 데 쓰이는 비용은 암 치료비 100분의 1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이제 개인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마침 국회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 전체를 금역구역으로 지정하고, 지자체도 일정한 관할 지역을 조례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국민건강증진법’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간접흡연 피해 예방을 위해 모든 음식점에 대해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간접흡연 제로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강도 높은 정책 추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이른바 ‘꽁초세(稅)’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거리에 버려진 꽁초를 청소하느라 매년 막대한 예산이 드는 데 따른 것이지만, 금연을 유도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을 것이다. 영국은 지난해 6월부터 금연과 절주 등이 포함된 ‘건강한 영국’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하철·버스·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에 술 반입을 금지하고,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술을 팔다 두 차례 적발된 업소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성북구는 이미 2002년부터 ‘담배연기 없는 성북’ 운동을, 2005년부터 절주 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최초로 절주 조례를 제정·공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에는 19개 어린이공원과 개운산 근린공원, 모랫말 근린공원 등 모두 21개 공원을 ‘금연·금주 청정공원’으로 선포했다. 어린이와 주민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노인 일자리사업과 연계해 노인 등을 ‘금연·금주 청정공원 지킴이’로 위촉하고 음주·흡연에 대한 계도활동을 하도록 함으로써 보건과 복지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실효성을 높이려면 더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과 개인의 자율적인 의식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어떤 학자는 “국민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지역정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방정부는 더욱 구체적으로 주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음주 규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위임하는 등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공공서비스에 있어 비용이 같다면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공급하는 것보다는 지방정부 스스로 자신의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금연·금주구역 지정도 각 자치단체가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금연구역을 정하고 시기를 조정하며 탄력적으로 예외 장소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람은 100세 이상 살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금연·절주는 건강을 위한 가장 큰 ‘보증수표’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이 좋은 계절에 밖으로 나와 가족, 이웃을 위해 가까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절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
  • 동대문 “모든 초중고 주변 금연구역”

    서울 동대문구는 관내 49개 초·중·고교 주변 지역을 ‘금연 스쿨존’으로 확대 지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금연 캠페인을 펼쳐나가기로 했다.동대문구는 20일 청소년 흡연 시작 연령이 10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학교 주변에서의 간접흡연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홍사립 구청장은 “자녀들의 건강하고 쾌적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교 주변을 푸드존과 함께 금연존으로 지정했다.”며 “가정뿐 아니라 학교 주변에서도 자녀들이 흡연에 노출돼 있는 만큼 구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구는 지난달 30일 금연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스쿨존을 금연구역으로 본격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흡연자가 무의식적으로 내뿜는 담배연기와 냄새의 고통으로부터 어린이와 비흡연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이에 따라 구는 다음달 중 관내 모든 초·중·고교 주변에 스쿨 금연존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구에선 초등학교 21개, 중학교 16개, 고등학교 12개 등 모두 49개 학교의 주변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금연 스쿨존은 각 학교 반경 200m 이내 지역으로, 고열량·저영양의 어린이 기호식품을 팔지 못하게 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과 동일하다. 금연 스쿨존이 지정되면 해당 학교 안에서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에서도 흡연이 금지되기 때문에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간접 흡연 피해도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구는 학교 주변 세이프 푸드존(식품안전보호구역)사업과 병행해 스쿨존 지역 내 주변 상가 및 주민들에게 금연 스쿨존 지정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또 학교의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발송해 학부모와 주민 모두가 청정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에 동참할 것을 적극 촉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세이프 푸드존과 달리 금연 스쿨존의 경우, 위반자에 대한 법적·행정적 제재 수단이 마땅찮아 구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르지 않고는 정착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구는 일단 내년 5월까지 다양한 캠페인과 금연교육을 통해 학교 주변에서의 금연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는 한편 금연 스쿨존 내 상습 흡연자에 대한 법적·행정적 제재 수단을 검토키로 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공중위생법 등의 관련법 개정을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등에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구 관계자는 “자녀들의 건강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구민들이 앞장서 학교 주변 금연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간다면 굳이 법적·행정적 제재를 하지 않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금연 스쿨존이 정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흡연·음주 캠퍼스서 아웃

    흡연·음주 캠퍼스서 아웃

    동대문구는 관내 대학교를 대상으로 축제기간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과 함께 ‘흡연 제로! 담배연기 없는 청정대학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구는 대학생들에게 직·간접 흡연의 폐해를 알리고 금연 실천율을 높여 건강한 캠퍼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는 21일 시립대학교에 이어 26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 캠페인을 펼 예정이다. 이에 앞서 11일 삼육보건대학에서 금연·절주·영양·운동 부스를 운영해 금연 캠페인과 건전한 절주문화 체험 행사를 열어 대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금연 부스에선 학생 90여명이 금연 결심을 등록하거나 평생 금연 서약서를 작성했다. 금연상담사가 직접 금연 상담을 해주고 금연결심등록 학생들에게 금연보조제를 지급했다. 건전한 절주문화 체험 코너에서는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해 가상 음주 체험과 절주 문화 홍보교육을 실시했다. 가상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음주 상태로 만들어 주는 음주체험안경을 쓰고 걸었더니 어지럽고 속이 매슥거렸다.”면서 “술 마신 상태에선 절대 운전을 하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 영양·신체활동 정보 한마당에서는 운동처방사와 보건소 영양사 등 4명이 투입돼 금연결심등록자, 평생금연서약자를 대상으로 체성분 측정과 측정결과에 맞는 맞춤형 영양, 운동 상담을 일대일로 해줘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씨줄날줄] 담배없는 도시/조명환 논설위원

    담배는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처음 전래될 때 약초로 알려졌다. 실학자인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담배를 피우면 가래가 없어지고 기(氣)가 내리며 술이 깬다.”고 했다. 인조실록에도 담배를 피우면 소화가 잘 된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몸에 좋은 것으로 잘못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자 급속히 번져 나갔다. 심지어 인조 때는 어전회의에서도 대신들이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어떤 나이든 관리가 담뱃대를 물고 뻐끔거리자 담배연기가 어전에 가득 피어 올랐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임금이 참다 못해 “우의정!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안 되겠소? 이제부터 (어전에서)담배를 피우지 마시오.”라고 영(令)을 내릴 정도였다. 주인공은 임금과 사돈간으로 ‘계곡만필’이란 저서에서 담배예찬론을 편 대학자 장유(張維)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골초였던 셈이다. 지금은 상식이 됐지만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경험으로 알게 되면서 식자들 간에는 논쟁이 붙기도 했다. 성호 이익은 이를 ‘성호사설’에 담배의 해악 10가지로 정리했다. 현대의학이 밝혀낸 담배의 해악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주성분인 니코틴 외에 페인트 제거제로 쓰이는 아세톤,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과 페놀, 독극물인 청산가리 등 유해성분이 모두 23개나 된다. 건강에 해로운 것은 물론 불쾌한 냄새, 간접흡연 피해 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가 그제 서울을 ‘담배없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금연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다. 서울광장과 조성 중인 광화문광장, 디자인서울거리 등 명품거리에 우선 적용된다. 음식점, 공원, 아파트와 초·중·고등학교 반경 200m 안과 택시도 포함된다. 이웃 일본도 새달부터 수도권 전철의 모든 역에서 전면적인 금연이 실시된다. 길거리 흡연은 2001년 금지됐다. 일부에서는 과태료를 물릴 수 없는 점을 아쉬워하지만 지도만 가능한 청계천 이용조례의 결과에 비춰 보면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금연피해 예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핵심이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공짜 손님이 멀쩡한 화재신고

    마산(馬山)시 서성(西城)동 B다방은 요즘 묘한 방법으로 영업을 방해당해 울상. 10일 하오 1시 40분께『불이 났다』는 어느 시민의 전화신고를 받고 소방차 10대가 B다방으로 몰려들어 법석을 피웠으나 연기라고는 담배연기 뿐. 이 바람에 손님들이 놀라서 요금도 내지 않고 와르르 몰려나가 버리는 데다 들어오려는 손님들까지 소방차를 보고 발길을 돌려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 -살풀이를 한번 해야겠군. <마산> [선데이서울 72년 4월 23일호 제5권 17호 통권 제 185호]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나는 빈 칸에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해당 정보와 일치하는 아이디는 다음과 같습니다.jeonghyuns**’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끝 두 자리는 별표로 표시한다는 설명이 붙지만 나머지 철자는 뻔하다.정현수.그러니까 숨겨진 두 글자는 알파벳 ‘oo’인 셈이다.화면 상단의 비밀번호 찾기로 들어간다.아이디와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차례로 채운다.마지막으로 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정현수의 보안장치는 너무 허술했다.현실과 가상으로 나누어진 그의 공간.탐사 삼 일째,잠입은 성공적이다. 첫째 날은 집 안을 둘러보고 청소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불청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냄새였다.숙성이라고 해야 할까,부패라고 해야 할까.여러 소(素)들이 섞여 오랜 시간 묵은 냄새.증발된 삶의 흔적들이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음식 냄새,담배 냄새,가구 냄새,하수구 냄새…….그리고 그의 체취.좀 더 강한 냄새부터 잔향까지.모두가 뒤섞여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냄새들의 저장소.금세 두통이 도졌다.발코니로 다가가 창을 열었다.앞 동은 층고가 낮고 뒤쪽은 야트막한 산이 배경인 아파트의 21층.벌거벗고 집안을 활보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높이에 그는 살고 있었다.발밑으로 솜뭉치 같은 먼지들이 풀풀거렸다.청소기를 돌리고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렸다.자정이 넘은 시각,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남자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둘째 날은 늦잠을 잤다.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그의 침구 속에서,나는 배가 고파 눈을 떴다.냉장고 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생수 두 통뿐이었다.주방 수납장에서 라면 몇 봉지를 발견했다.계란도 단무지도 김치도 없이,끓인 라면을 뚜껑에 덜어 두 끼를 때웠다.정현수의 휴대전화를 충전해 전원을 켰다.다행히 잠금 설정은 되어있지 않았다.전화번호 저장함은 텅 비어 있었다.통화목록도 모두 지워져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수백여 통이 쌓여 있다.나는 잠깐 망설인다.메일들을 클릭하는 순간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스팸메일이야 그렇다 쳐도,수신 확인은 그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겠는가.어쩌면 나에겐 그것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우선 광고메일들을 체크해 휴지통으로 보낸다.발신자가 백화점이나 은행,식당,웹사이트 등의 상호로 표시되거나 제목에 ‘대출’,‘오빠’,‘신제품’ 같은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무조건 삭제한다.그러고 나니 순수한 의도와 목적을 가진 듯한 메일 여섯 통이 남는다.지난달에 수신된 두 통은 결혼식과 돌잔치 안내가 제목으로 올라와 있고,한 통은 ‘형 잘 지내요?’로 안부를 전하는 메시지다.네 번째 메일의 제목은 ‘수정 관련사항입니다’,발신인은 ‘한강병원’이다.언뜻 봐선 그의 사적인 일에 관한 내용인 듯싶다.정현수는 유부남이었을까.내용을 살펴본다.안녕하세요.한강병원 원무과 김 대리입니다.제작해 주신 홈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하여 문의 드립니다.추가로 수정을 원하는 부분도 상세하게 적어두었으니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비용 관련 협의는 전화로 했으면 합니다.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신인이 ‘리쉬케쉬’인 메일 두 통을 놓고 고민한다.리쉬케쉬는 실명일까,닉네임일까.‘제목 없음’이 제목인 이 메일은 광고일까,아닐까.얼핏 대부업체 상호 같은 느낌도 든다.인터넷 새 창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한다. 요가와 명상의 도시 리쉬케쉬.갠지스 강의 상류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관문이다.힌두교인의 성지이므로 이곳에서 푸자를 하고 꽃접시를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요가의 본고장이라 수많은 아쉬람과 요가선생들이 있고,비틀스가 구루(guru) ‘마하리쉬 마헤쉬’를 찾아와 머무르면서 더욱 유명해진 도시.장기간 요가와 명상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적의 장소이며 금주와 채식의 고장.술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100% 채식을 하므로 이곳에서는 달걀조차 먹을 수 없다……. 수행자의 도시에서 온 메일.역시 판단하기가 어렵다.어쩌면 그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의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가입한 카페 목록을 열어본다.삼십대 중반의 남자라면 대부분 가입했음직한 성격의 카페들이 주르륵,여섯 개가 뜬다.등산,음악,사진,재테크,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CEO클럽.정현수의 직함은 대표이사였다.회사명은 ‘펨토테크놀로지’.첫째 날,그의 명함에 찍힌 회사 전화번호를 눌러보았다.결번이었다.명함 우측 상단엔 ‘네트워크 솔루션’이라는 단어가 인쇄돼 있었다.회사 도메인을 주소창에 입력했다.웹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닫게 된 그 회사의 CEO가 정현수였다.한강병원에서 발주를 받은 건 회사를 폐업하기 전이었을까,아니면 이후일까.그가 되기 위해선 그를 완벽히 알아내야 한다.나는 리쉬케쉬에서 온 메일을 열어보기로 결심한다. 수신날짜가 8월 5일인 첫 번째 메일은 사진 한 장과 두 줄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내가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잊으려고 노력 중이야.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어.요즘 사귄 새 친구를 소개할게. 허름한 골목길,얼룩소 한 마리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사진.소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물인지 침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메일은 내용 없이 인물 사진만 첨부돼 있다.통통한 체형에 단발머리인 여자는 무표정하다.그렇지만 딱딱하게 굳지 않은,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아마도 발신인의 사진 같다.두 통의 메일로는 아무것도 추측할 수가 없다.그녀는 정현수와 어떤 관계일까.수신된 날짜는 10월 17일.내가 그를 발견하기 하루 전에 도착한 것이다. 마른 낙엽을 수북이 덮고 그는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 평일 오후의 등산로는 한산했다.매표소 앞 매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사먹고 네 시쯤 오르기 시작한 산행이었다.중년부부 두 쌍과 젊은 여자 한 명,대학생으로 보이는 일행 대여섯 명 정도가 그날 마주친 사람 전부였다.어디서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하산 길이었다.조용한 산길에서 서로 말없이 길을 터주며 걸음을 재촉했다.깔딱고개를 지날 땐 평소보다 심하게 헉헉거렸다.지난밤 과도하게 마신 술과 담배 때문이었다.계곡을 치고 올라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정상이 눈앞에 보였다.숨이 턱까지 차올랐다.마지막에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담금질하는 건 산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조금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었다.산속의 어둠은 모든 것을 까마득하게 지워버린다.주변은 물론,시야에서 사라진 길 위에 서있는 내 모습 까지도.검은 하늘과 더 짙은 능선의 경계만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야간산행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온몸을 굳게 만드는 어둠.나는 산속의 어둠쯤 두렵지 않았다.거의 매일 오르내린 덕분에 눈 감고도 헤칠 수 있는 길이었다.호흡은 가빠도 마음은 더없이 고요했다.등산객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 산.그곳에 있을 때 나는 가장 자유롭고 평등했다. 물든 단풍은 정상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다.발밑에선 낙엽들이 사각,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가을은 아직 오지 않고 가뭄이 세상을 바짝바짝 말리고 있었다.나는 용변 볼 장소를 찾아 길을 등졌다.널찍한 바위 뒤편에 쭈그리고 앉아보았다.굽이진 길 위로 하산하는 일행이 보였다.소변이야 대충 돌아서서 금방 끝낼 수 있지만 엉덩이를 까고 앉아야 하는 일은 더 은밀한 장소여야 했다.아래쪽은 급경사였다.다른 길을 찾아볼 여유는 없었다.나는 내리막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듯 뛰었다.이 정도면 됐다 싶은 곳에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어느새 파리들이 다가와 윙윙거렸다. 발끝으로 낙엽을 모아 용변을 덮었다.역시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냄새가 심했다.시큼하고 들큼하고 구렸다.손가락으로 코를 싸쥐고 발로 계속 낙엽을 찼다.사위는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대충 정리를 끝내고 비탈길을 오르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누가 불러 세운 것 같기도,알 수 없는 신호를 받은 것 같기도 했다.내가 앉아있던 주변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내려다봤다.불룩하게 솟은 무언가가 보였다.바위도 아니고 흙도 아니었다.나는 슬금슬금 내려가 다시 그 자리에 섰다.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수북한 낙엽 사이로 푸른 옷자락이 보였다.손바닥으로 낙엽을 헤쳤다.역한 냄새가 훅 끼쳤다.푸른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의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그의 등에 손바닥을 댔다.차가웠다.이봐요.나는 푸른 옷의 오른팔을 들춰보았다.표피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파리 유충들과 딱정벌레 무리가 굼실거리고 있었다. 요동치는 마음과 달리 나는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불현듯 오한이 들고 온몸이 떨려왔다.나는 망설였다.그냥 모른 척 되돌아가고 싶었다.후들거리는 발이 붙박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휴대전화를 꺼내 ‘119’를 눌렀다.깊은 계곡 안이라 통화불능이었다.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통화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조금만 기다려요.그 말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었다.천천히 몸을 움직여 일을 진행했다.구조대원들이 발견하기 쉽도록 그를 덮은 흙과 나뭇가지,낙엽들을 옆으로 치웠다.벌레들이 놀란 듯 꼬물거렸다.파리들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냄새 때문에라도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현장 정리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그때,또다시 무언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그의 바지 뒷주머니 위로 반쯤 삐어져 나온 지갑. 나는 침착하게 등산장갑을 손에 꼈다. 어차피 이 사람에겐 소용없는 물건 아닌가.발견한 구조대원이 유족들을 수소문해 돌려줄 수도 있겠지.하지만 나와 같은 누군가가 이것을 먼저 발견한다면…….장갑 낀 손으로 지갑을 빼냈다.몇 장의 카드와 신분증,현금은 십만 원도 채 안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내 의도와 상관없이 유예된 삶에서 벗어날 방도를 궁리 중이었다.좀 더 잘살기 위해 선택한 길인데 어쩌다 보니 한가운데 갇혀버린 채 덜컥 문이 닫혔다.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그랬다.서른 살 넘은 무직자인 나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어릴 적 친구들뿐.누구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나는 이제껏 그 흔한 연애조차 못 해봤다.더 나은 모습으로 더 좋은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현재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없었고 그런 내가 적응할 수 있는 집단이나 장소 역시 없었다.하지만 그건 명백히 내 잘못이 아니다.나는 열심히 노력해 왔다.단 한 번도 샛길로 빠져보지 않은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그렇다 해도 나를 그럴듯하게 돋보일 수식어가 없는 한,내 삶은 유예 중인 거였다.이제 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전면적인 궤도 수정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집마련을 목전에 두고 있는 또래들을 보면 더욱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다.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오던 길 계속 가는 것도 불안하고 새 길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신 없다.나는 내 인생의 판을 새로 짜고 싶었다.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갑에서 현금 대신 신분증을 꺼냈다.아이 손바닥만 한 작은 플라스틱 판 안에 그의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이름은 정현수.나와 동성(同性)이고 나보다 한 살이 많다.뿔테 안경에 회색 스웨터 차림의 증명사진 속 그는 나이보다 조금 더 늙어 보였다.주소지는 서울의 남쪽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이제껏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생각이,그야말로 섬광처럼 떠올랐다.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댔다.아니다.그것은 전부를 버려야 가능해지는 일이다.지금까지의 나,나의 생활,인간관계,과거 행적까지 모두. 그럴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순식간에 처리됐다.‘그럴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결단은 내리지 못한 채였다.나는 내 지갑의 신분증을 꺼내 그의 것과 맞바꿨다.신용카드 한 장과 그의 명함도 몇 장 챙겼다.현금은 건드리지 않았다.주머니에 지갑을 원래대로 꽂아두었다.오른쪽 앞주머니를 더듬어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까지 갈취했다.딱딱한 그의 골격이 손가락에 닿았다.헤친 낙엽과 흙을 다시 그의 몸 위에 덮었다.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깜깜한 그곳을 어떻게 등지고 하산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가을밤,산중의 바람은 차가웠다.땀에 젖은 바지가 다리에 자꾸 휘감겼다.어지러워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주저앉았다.멀리서 매점 불빛이 반짝였다.내 삶을 최초로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두 통의 메일로 봐선 정현수와의 관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현재 인도에 머물고 있는 여자는 두 달 간격으로 소식을 전해왔다.그것도 너무나 간략하게.여자의 이전 소식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메일 보관함을 뒤졌다.정현수가 따로 보관 중인 메일은 없었다.휴지통마저 텅 비어 있었다.그는 관리가 철저하고 주변정리가 깔끔한 사람이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은 폴더 별로 분리되어 탐사하기가 수월했다.‘사진방’ 폴더를 클릭한다.날짜 및 장소별로 지정된 폴더 안에 인물 사진은 그의 독사진 몇 장뿐이다.나머지는 모두 풍경사진.내친김에 앨범을 찾아보기로 한다.서랍과 책꽂이,장식장,심지어 다용도실까지 뒤졌지만 그 흔한 졸업앨범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그는 누구일까.나는 갑자기 불안해진다.그를 빌리기로 결심한 이후 가장 걱정되는 점이 그의 인간관계였다.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과 통화목록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용기를 내지 않았던가.그러니 오히려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그래도 설마 했지만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최소한의 관계인 가족조차도.모든 인연에 무관한 그의 삶이 어쩌면 의도에 의한 것은 아닐까,궁금해진다. 사흘간의 탐사 끝에 비로소 나는 그가 되어 사는 일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아파트 정문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상가 식당에서 백반을 사먹었다.식사 후엔 동네 주변을 산책했다.나는 정현수 대신,아니 정현수가 되어 거리를 쏘다녔다.그의 옷은 내게 헐렁했다.살을 좀 찌워야 하지 않을까,나는 잠시 고민했다.키는 더 늘일 수 없으니 소매와 바짓단을 줄여야 할 것이다.거대한 체구와는 다르게 정현수는 심플한 취향을 가졌다.살림살이 역시 단출했다.옷장,침대,컴퓨터 책상,주방가구.거실엔 한쪽 벽을 책장으로 채웠을 뿐 마땅히 갖춰야 할 티브이와 소파가 없다.드문드문 꽂혀 있는 책들은 대부분 IT와 경영관련 서적이고 간간이 ‘줄리아나의 리더쉽’,‘협상의 원포인트 레슨’ 같은 처세 관련 책들이 눈에 띈다.옷장 서랍 밑바닥에 통장 대여섯 개가 나란히 깔려 있었다.모든 공과금은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그는 통장마다 맨 앞 장 귀퉁이에 연필로 비밀번호 네 자리를 적어두었다.잔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관계없음’으로 인한 정현수의 삶은 외로웠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익숙한 내게는 무척 다행한 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이던 때 엄마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엄마는 늘 내게 말했다.명심해라.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걸.아버지와 결혼할 당시 엄마는 항공사 승무원 시험 최종합격을 앞두고 있었다.사랑에 빠져있던 엄마는 결혼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긋난 거라고.그때 내가 승무원의 길을 택했더라면…….평생을 잊지 못할 아쉬운 선택에 엄마는 탄식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그 길에서 또 어떤 일이 엄마를 어긋나게 했을지.어쩌면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수도 있어요.나는 혼자 중얼거렸다.알밤을 맞을 일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고귀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믿는 일이,원래 주어진 참혹한 삶을 인정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였다. 졸업 후 여기저기서 취업 제의가 들어왔다.금융권의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한 동기들이 앞다퉈 나를 데려가려고 나섰다.나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이년째 낙방 중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중소기업 정규직 자리도 널려 있었다.서른이 넘도록 용돈을 타 쓰는 일이 괴로웠던 나는 솔깃했다.하지만 엄마가 고집을 부렸다.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네 인생이 달라지는 법이야.지금 그렇게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너는 평생 그 좁은 바닥에서 푸드덕거리다 끝날 게다.어려워도 더 넓고 깊은 물에 뛰어들어야 해.나중에 후회 없으려면 엄마 말 잘 들어라.그렇게 삼 년이 더 흘렀다.취업문은 좁아졌고 동기들은 제 밥줄 잡고 있기도 힘겨워했다.엄마는 내가 큰 물에 몸을 던지는 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나는 지금 첫 단추를 새것으로 갈아치웠다. 받은 편지에 대한 답신을 보낸다.기쁜 날 참석 못해 미안하다.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할 것 같다.안부를 물어온 정현수의 후배에게도 마찬가지 내용이다.리쉬케쉬의 여자에게는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마지막으로 한강병원 김 대리에게 짧은 메시지를 적는다.보내주신 수정안 잘 받았습니다.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마감이 겹쳐 당장은 진행이 어렵습니다.조금만 말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며칠 후에 전화 드릴게요. H은행 통장정리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다.입출금 명세를 기록하는 기계음이 찌익 찍,지루하게 이어진다.다른 은행에 비해 시간이 길다.인쇄되는 내용이 많은 걸로 보아 이곳이 정현수의 주거래은행인 모양이다.답신을 보낸 다음날 전화가 걸려왔다.정현수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받아야 하나,말아야 하나.벨소리는 길게 이어졌고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한강병원 김 대리입니다.유지보수비 외에 수정비용을 따로 지불해드려야 할까요.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응답을 하지 않으면 또 전화가 걸려올지도 몰랐다.나는 간단히 답신을 보냈다.그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투입구에서 빠져나온 통장을 받아 살핀다.한강병원으로부터 매달 일정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김 대리가 말한 유지보수비,프로그램에 대한 사후관리비쯤 되는 것인가.그러잖아도 잔고가 떨어져 걱정하던 참이었다. 전화벨이 울린다.발신번호를 확인하고 수신버튼을 누른다.네,정현수입니다.나는 또박또박,이름을 밝혔다.웹마스터 P가 인사말도 없이 웅얼거린다. “요청하신 작업은 사흘이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아,예.그렇게 처리해 주세요.” “결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갑에서 정현수의 신용카드를 꺼내 일련번호 열여섯 자리를 불러준다. 홈페이지 수정작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정현수의 실력까지 덮어쓸 순 없었으니까.김 대리에게 답신을 보낸 후 컴퓨터에서 ‘한강병원’ 폴더를 찾아냈다.나로서는 알 수 없는 파일들만 수두룩했다.집에서 가까운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찾아가 기존 프로그램의 수정과 보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담당자는 원본 파일들을 가져오라고 했다.집으로 돌아와 저장장치에 파일을 복사했다.그리고 어제 그것들을 P에게 건네주고 왔다. 지하철 역 입구에 서서 잠시 고민한다.오늘 저녁으론 무얼 먹을까.내가 살던 집 근처엔 할머니 혼자 삼십 년 넘게 꾸려온 순댓국집이 있다.좁은 공간에 테이블 여섯 개가 전부여도 끼니때가 되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맛 소문이 났다.요즘 자꾸 그 맛이 당긴다.정현수의 집으로 가는 길과 순댓국집으로 가는 길은 서로 반대 방향이다.어떻게 할까.주변을 무심히 둘러본다.길 건너 환한 불빛,‘병천○○순대’ 체인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횡단보도 쪽으로 몸을 돌려 걷는다.어쩌면 할머니 순대를 다시 먹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진다.내 안에 축적된 기호와 습성들을 완전히 지울 방법은 없을까.나는,정현수니까. 온라인 원격교육 사이트에 로그인한다.첨삭해야 할 리포트가 다섯 개 올라와 있다.통신교육업체의 수강생들이 문제지를 풀어 올리면 그것을 채점하는 일이 나의 몫이다.각 과정별로 교재는 무료로 제공된다.나는 그 교재를 읽고 함께 제공된 답안지를 참고삼아 점수를 매긴다.의뢰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완료하면 되는 일이다.딱히 어렵거나 촉박하지도 않다.외부활동 없이 집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된다.대신 보수는 적다.리포트 한 건당 삼천 원.그럭저럭 웬만큼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며칠 동안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돌며 일을 찾았다.남은 잔고와 한강병원에서 입금되는 유지보수비로는 관리비와 공과금 납부도 빠듯했기 때문이다.앞으로 생존에 관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정현수의 떡고물을 축내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까.결과물을 보고 김 대리는 아주 만족해했다.이번에는 그의 전화를 피하지 않았다.윗선에서 따로 비용지불은 어렵다고 합니다.대신 제가 술 한 잔 사도록 하죠. 수강생의 이름을 클릭하고 점수 칸을 채운다.참고가 될 만한 사항은 교재에서 발췌해 따로 코멘트를 달기도 한다.객관식과 주관식 문항에 꼼꼼히 답을 단 사람들에게서 성실한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교재 내용은 직장 내 소통과 개인적인 성공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회사 내에서 상사가 지켜야 할 점,동료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설득과 대화의 심리학…….틈틈이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봐야겠다.언제까지나 방구석에 처박혀 지낼 수만은 없다.정현수의 전공과 이력이라면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겠지.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일,마음이 설렌다.그리고 상황이 된다면,아니 무엇보다 먼저,연애를 하고 싶다. “선배님,오랜만입니다.” 몸집이 작고 다부진 체구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나는 한강병원 로비의 회전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김 대리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놓고 전전긍긍했다.지난번 빚진 거 갚아야죠.정 선배님 얼굴도 보고 싶고,한 잔 사겠습니다.처음엔 핑계를 대며 몇 번 거절했다.서슴없이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그가 정현수의 어느 시절 후배인지,그저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일 뿐인지,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무작정 미루고 있는 것도 불안했다.세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한 거였다.나는 최대한 정현수처럼 보이도록 치장했다.사진 속 그의 것과 비슷한 뿔테안경을 구입했다.옷장에서 가장 낡은 옷을 골랐다.낡은 것은 오래 묵었다는 증거 외에 그만큼 애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두툼한 회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키높이 구두를 신었더니 바짓단을 접지 않아도 되었다. “작년 봄 제작 회의 때 뵙고 이번이 두 번째네요.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제가 기억하는 선배님 첫 인상은 꽤나 듬직한 체격이었는데요.허허.” 당혹스런 속내와 달리,나는 머쓱하게 웃었다.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며 익어간다.김 대리가 잔을 든다. “과묵한 건 여전하시네요.” 선후배 사이긴 해도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하니 저쪽도 어색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취기가 오르면서 분위기는 조금 부드러워졌다.티브이에서 저녁뉴스가 방영되고 있지만 취객들의 소음에 뒤섞여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화면과 자막을 흘끔거린다.불콰해진 김 대리는 말이 많아졌다.이 나라 국민치고 내일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침체의 늪에 이제 막 첫발이 빠졌을 뿐인데요,자신이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요.저희 병원도 감원의 칼바람이 언제 휘몰아칠지 몰라 매일 살얼음판입니다.나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동조와 연민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따끈한 온돌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우리는 조금씩 노곤해졌다. “그런데,신 선배는 아직 연락 없어요?” 우물거리던 입놀림을 멈추고 그를 건너다본다.기어이 우려하고 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그는 정현수와 사적인 관계였다.둘의 공통분모,신 선배라니. “아직…….” “참,세상 일 알 수 없고 믿을 놈 아무리 없다 해도 어떻게 신 선배가 그럴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이쯤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야 할까.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곤란한데. “정 선배님이야,회사 일로 알게 됐지만 신 선배하고 저는 수업도 같이 듣고 꽤 가까웠거든요.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고요.” 그가 고기와 술을 추가로 주문하고 담배연기를 후,뱉으며 말을 잇는다. “선배님 많이 드세요.형수님 소식도 들었습니다.지난여름 동문 모임에서요.어딘가로 떠나셨다면서요…….혼자서 얼마나 힘드세요.” 나는 점점 궁금해진다.신 선배라는 사람은 정현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정현수의 아내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그에게서 떠난 걸까.혹시 리쉬케쉬의 여자일까.이대로 묵묵히 김 대리의 말을 듣고 있어도 괜찮으리라.아마 정현수였더라도,지금의 분위기에선 그랬을 것이다.그의 몸이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이게 다 신 선배 때문 아닌가요?그 사람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동업자이기 전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들었습니다.자기 혼자 잘살자고 그런 짓을 하다니요.결국 경쟁사만 좋은 일 시키고,회사 문 닫고,자기는 도망쳐버리고,친구도 잃고,이게 뭐예요.어떻게 정 선배한테 그럴 수 있냐고요…….” 풀썩,김 대리가 옆으로 쓰러진다.불판 위에선 까맣게 눌어붙은 고기조각이 오그라들고 있다. 김 대리의 말을 정리해 보면 신 아무개와 정현수는 절친한 친구이며 동업자였다.그런데 신씨가 정현수를 배신하고 회사를 닫게 만들었다.이후 정현수의 아내가 그의 곁을 떠났다. 만취해 그대로 잠이 든 그를 힘겹게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선배님 잘살아요.김 대리가 눈을 꿈뻑이며 중얼거렸다.나는 그의 등을 두어 번 다독이고 택시를 잡았다. 메일함을 연다.리쉬케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회귀’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삶의 의미를,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내고 싶어 떠나온 지 벌써 이 년이 지났어.나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이 내가 찾아낸 정답이라면 당신은 아마 웃을 테지?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야겠어.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이곳에서의 삶도 그곳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사람 사는 모습은 엇비슷하고 어디에 머물든,어떻게 살든,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당신 많이 보고 싶다. 여자의 도착 예정일은 11월 28일이라고 했다.앞으로 일주일 후면 그녀는 정현수를 찾아 이곳에 올 것이다.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나는 그녀를 맞이해야 할까,피해야 할까.그렇게 되면 나의 일생일대 프로젝트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삶을 원했던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나는 무능한 사회부적응자였으니까.새로운 길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가 어려웠다.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모두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나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한 번만 더,이번엔 되겠지.미련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모든 것을 내 손으로 허물어야 하는 일이 아직은 자신 없다.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내가 된다면 똑같은 고민과 패배감에 휩싸여 매일 산에 오르는 일만 반복할지 모른다.나는,나로 사는 것이 두렵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멍하니 바라본다.우측 선반 맨 위,낯익은 제목이 시야에 들어온다.만년수험생으로 타 분야 서적을 읽을 시간이 없던 내게 친구 녀석이 선물해줬던 책.‘잠깐 머문 곳도 내게는 고향’이라는 인상적인 구절이 떠오른다.의자를 놓고 올라가 그것을 꺼내든다.툭.발밑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린다.누런 서류봉투가 반으로 접혀 있다.도톰하다.책을 내려놓고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모두 같은 장소에서 찍힌 수십 장의 사진이다.리쉬케쉬의 여자와 정현수.새하얀 예복을 입은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그와 그녀가 공유했던 삶의 윤곽…….봉투와 책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두고 쫓기듯 도망치듯 나는 밖으로 뛰쳐나온다.정현수 당신,고작 이런 거였어?그를 빌리기로 작정했던 순간 내가 바라던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다.적어도 나보다 나은 인생일 거라 믿었는데…….이런 삶을 나더러 어떻게 살아내라고.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뒷산을 오르고,다시 내려와 걷는다.인도를 따라 무작정 뛰고 헉헉대며 걷다가 호흡이 잦아들면 다시 뛴다.어느 방향이든 상관없다.지극히 외롭고 무거운 그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정현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그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을까.어쨌든 그는 실족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렇게 마침표를 찍은 삶을 내가 이어 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것은 무늬만 다른 삶 외에 어떤 뜻이 있는가.지금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가 되고 어느 지점쯤에 다다르면 나는 또 새 판을 짜고 싶어질까. 리쉬케쉬의 여자처럼 나도,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옷장 안 깊숙이 넣어두었던 등산복을 꺼내 입는다.두꺼워진 허리에 바지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다.허리띠 버클을 조정해 간신히 채운다.배낭을 메고 그의 신분증과 휴대전화,신용카드와 명함,열쇠꾸러미를 주머니에 넣는다.현금카드,통장,그동안 사용하던 물품들은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마지막으로 현관에 서서 집안을 둘러본다.돌아온 그의 여자가 낯선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길 바라며. 어둑해진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사각거리던 낙엽들이 어느덧 수북이 쌓여 발목을 푹신하게 감싼다.오랜만의 산행이라서일까,무거워진 몸 때문일까.걸음이 쉽지 않다.리쉬케쉬의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새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남의 인생을 덮어쓰는 일,그것은 결국 누구의 삶도 아니었다.과거를 버려둔 채 현재의 나를 바꿀 수는 없는 거였다.그런데 길이 낯설다.그날 내려왔던 그대로 마른 계곡을 따라 길을 잡았는데 이쯤 나타나야 할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하산 길 이정표를 지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 이정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부쩍 떨어진 기온에 으슬으슬 한기가 든다.그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일이 내키진 않지만 내 자리로 돌아가려면 이곳을 꼭 거쳐야 한다.빌린 물건을 돌려주고 맡긴 내 물건도 되찾아야 하니까.이제 회계사 시험공부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다시 나로 돌아가 모든 것을 엎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이다.조만간 납골당의 엄마에게 인사드리러 가야겠다.발걸음이 빨라진다.계곡 깊이 내려앉은 어둠에 더 이상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다.랜턴을 켠다.십여 미터 전방에 그날의 바위가 보인다.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친다. 바위 뒤를 돌아 내려선다.낙엽더미에 무릎이 푹,빠진다.벌레도 냄새도 거의 사라졌다.춥고 건조한 초겨울의 바람 덕분이리라.발견 당시 유충들의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던 정현수.죽음 이후의 삶은 이곳에서 더 의미 있고 유용했을지 모르겠다.장갑을 끼고 낙엽을 헤집는다.정확한 지점이 어딘지 헷갈린다.앉아 있던 자리 주변을 몇 군데 파헤친다.다시 몇 걸음 옮겨본다.일어서서 발로 바닥을 굴러본다.어느 지점쯤,돌출된 나무뿌리를 밟은 듯 딱딱한 느낌.자리에 앉는다.장갑 낀 손으로 그곳을 더듬어 굴곡을 살핀다.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다.잘 있었어요…….나도 모르게 울컥,감정이 솟는다. 수분이 빠져나간 그의 둔부는 아래로 쑥 꺼져 있다.지갑이 꽂힌 자리만 조금 도드라질 뿐.나는 챙겨온 정현수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낸다.먼저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를 그의 바지 앞주머니에 밀어 넣는다.어쩐지 이전보다 헐렁해진 느낌이다.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낸다.휴대전화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는다.채우고 흐르던 내용물이 사라지고 지지대만 남은 그의 몸.갑자기 누군가 머리칼을 잡아챈 듯 정수리에 극심한 통증이 인다.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펼쳐 신분증을 교환한다.꽂혀있던 내 것을 꺼내고 가져온 그의 것을 쑤셔 넣는다.그리고 재빨리 지갑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둔다. 모든 것은 끝났다.이제 나는 돌아가 내 삶의 새 판을 짤 것이다.그럼,잘 있어요.인사를 마치고 신분증을 내 지갑에 꽂는다.그런데 뭔가 이상하다.손끝에서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신분증을 다시 꺼낸다.바닥에 두었던 랜턴을 집어 그것을 비추어 본다.경련으로 요동치는 내 손바닥 위의 이것은……,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내가 꺼낸 신분증에 기록된 낯선 사진과 정보.이름 한재우.주민등록번호 690125……. 무릎이 꺾인 듯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그의 지갑에 넣어두었던 내 신분증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정현수가 보관하고 있어야 마땅할 내 물건.대체 누가 나와 똑같은 짓거리를 한 걸까.여기 이렇게 얌전히 엎드려 있는 이 사람은……,누구인가!나는 거칠게 그를 뒤집어 가슴팍을 움켜 일으킨다. 손에 들린 파란 등산복 밑으로 우수수,무언가 떨어져 내린다.
  • [Healthy Life] 의료정보 허와 실 (5)감기

    [Healthy Life] 의료정보 허와 실 (5)감기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안 먹으면 7일만에 낫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의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감기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인 탓에 별다른 특효약이 없다.그런데도 재채기만 하면 약부터 찾는 사람들의 지나친 약물 의존성을 꼬집는 말이다.이게 사실일까.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여기기도 한다.“그래도 약을 먹고나니 좀 낫네.” 사정이 이러니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도대체 약을 먹으라는 거야,말라는거야?” 이런 의문에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가 답을 내놨다.사람들더러 약을 먹으라,말라 말하는 대신 “내가 감기에 걸렸다면….”이라는 전제에 솔직하게 답하는 형식으로 감기와 약의 상관성을 설명하고 있다.그의 말을 들어보자. ●장 교수도 일상적으로 감기약을 복용하는가. 그렇다.나도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당연히 약을 먹는다. ●그렇다면 어떨 때 감기약을 복용하는가. 일반적인 감기 증상 중 특히 열이나 오한,전신 통증이 있을 때,또 콧물이나 코막힘이 심할 때 약을 먹는다. ●복용하는 약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인가. 전신 증상일 경우에는 흔히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부루펜과 같은 소염진통제를 복용한다.콧물이 심할 때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며,코막힘이 심할 때에는 슈도에페드린이라는 약을 복용한다. ●장 교수의 가족들은 어떤가. 가족들도 나와 마찬가지다.필요하면 약을 복용한다. ●이 경우 약 말고 감기에 대처·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없는가. 충분한 휴식과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라고 권하고 싶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콧물만 흘려도 병원을 찾거나 약을 사먹는다.이걸 어떻게 보나. 콧물이 줄창 흐르는 것은 매우 괴로운 증상 중의 하나이다.병원을 찾거나 약을 사먹는 것은 당연하다.의사들도 그렇게 한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정말 새로운 감기에 걸린 것인지,아니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축농증은 아닌지,이도저도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감기약이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가. 감기는 원인치료가 아니라 증상 완화를 겨냥한 대증치료가 일반적이다.증상이 심해 고통을 받는다면 당연히 감기 증상을 개선하는 약을 복용해 고통을 줄여야 하고,그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약 안 먹고 고생하느니 약 먹고 고생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의사로서 이 말에 동의하는가. 100% 동의한다.약이 감기를 낫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고통을 줄여 훨씬 쉽게 감기를 이겨내게 해주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약제를 처방할 때 주로 겨냥하는 증상은 무엇이며,각 증상별로 어떤 약을 처방하는가. 발열,근육통,인후통에는 아스피린·타이레놀·부루펜·나프록센 등을,코막힘에는 슈도에페드린을,심한 콧물에는 클로로페니라민·프리말란·지르텍 등을 주로 처방한다.이밖에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제를 처방해주고 있다. ●항생제는 어떤 경우에 처방하는가. 감기 감염 후 심한 편도선염이 발생해 음식물 섭취가 어렵거나 발열이 지속되는 경우,극심한 인후통을 호소하는 환자나 초기에 어느 정도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급성 부비동염이나 심한 급성 중이염 소견을 보일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처방한다. ●감기에 걸린다는 것은 전문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는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점막을 비롯한 상기도 점막이 감염된 상태를 말한다.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리노바이러스,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코로나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 등이 있으며,이중 리노바이러스가 전체 감기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흔하다. ●흔히 의사들이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안 먹으면 7일 만에 낫는다.’고 말하곤 한다.이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감기약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보다 증상의 경감을 목표로 처방된다.그러나 증상이 나아졌다고 인체가 바이러스를 더 빨리,효과적으로 물리치는 것은 아니다.결국 감기가 완전히 낫기 위해서는 인체의 면역작용이 활발히 작동해 바이러스를 깨끗하게 물리쳐야 하는데,일반적 대증치료가 면역증강 효과를 가져다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약을 안 먹고 고생하며 일주일을 보내는 것과 약을 먹으며 덜 고생스럽게 일주일을 보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일상적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감기에 걸렸을 경우에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해 달라.개인적으로 감기를 이기는 방법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달라. 예방법은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감기를 달고 산다.’는 유·소아들은 항상 감기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다.많은 사람이 모이는 학교나 유치원,놀이방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평소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라면 유치원,학원 등의 출입을 줄이거나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감기바이러스는 체온이 낮을 때 더 왕성하게 증식한다.일반인들이 좀 춥다고 느낀 후에 감기에 쉽게 걸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여기에다 비강(콧속)점막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들,예컨대 지나치게 건조한 환경이나 담배연기·과음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또 감기가 유행할 때는 환자와의 접촉을 피해야 하며,외출 후나 학교·사무실 등에서 손을 자주 씻는 것도 중요한 예방수칙이다.사람들이 생각없이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콧속에 손가락을 넣는데 이런 행위 때문에 감기가 오기도 한다.가정에 감기환자가 있다면 분비물이 묻은 휴지를 잘 관리하고,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지킬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감기 증상이 보이면 적절한 투약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또 술을 피하고,수분을 넉넉하게 섭취해 감기를 이겨낸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 ③ ‘한방’ 도박의 늪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 ③ ‘한방’ 도박의 늪

    “일해 봤자 희망이 안 보이는데,차라리 ‘한 방’을 노려야죠.”지난달 28일부터 2주간 금~일요일에 취재진과 함께 한국마사회 영등포지점을 찾은 노숙자 이기수(45·가명)씨와 이신형(60·가명)씨는 경마를 ‘마약’이라고 불렀다. 스크린 경마장은 언제나 발 디딜 틈이 없었고,흡연실은 뿌연 담배연기에 눈이 아팠다.언뜻 봐도 절반 이상이 노숙자였다.그들은 수중에 있는 돈을 모조리 잃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경마는 노숙자들의 돈과 희망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이기수씨는 “금요일에는 거리·시설노숙자가 많이 찾고,일요일에는 평일에 돈을 버는 노숙화된 일용직 노동자가 많다.”면서 “하지만 경마에 돈을 잃고 주말이 지나면 거리로 나서거나 시설 신세를 지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금요일은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규모가 작은 부산경마가,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규모가 큰 과천경마가 열렸다. 지난 5일 만난 황모(39)씨는 ‘경마팬을 위한 사은품’이라고 쓰여 있는 박스와 수건을 깔고 앉아 마권에 표시된 경주마를 선택하고 있었다.10년째 노숙을 하는 그는 공사장에서 번 돈을 매번 경마장에서 날린다.황씨는 “어차피 잃는다는 것을 알지만 경마를 끊을 수 없다.”면서 “당뇨병으로 엉덩이가 곪아 걷기도 힘들지만 여기는 꼭 온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최영만(가명)씨의 소개로 만난 박모(51)씨는 일명 ‘교회 구제금’을 모아 경마자금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박씨는 “며칠 전 수원 지역 교회를 돌며 구제금 5000원을 챙겨 왔다.”면서 “적중률보다는 배당률이 높은 곳에 베팅한다.”고 말했다.신문지를 깔고 앉은 김모(45)씨는 경마 때문에 노숙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15일간 공사장에서 일했다.50만원을 모았지만 결국 경마장에서 모두 잃었다.김씨는 “내가 일하는 이유는 경마 때문”이라면서 “경마장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신형씨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고시원 등 잠자리가 있지만 경마로 돈을 잃고 다음날 방값 낼 돈이 없어 노숙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기초수급자 유모(46)씨도 수급받은 38만원 가운데 방값 2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경마에 쏟아부었다.그는 “경마를 하든 안 하든 포기한 인생,변할 게 없다.”면서 “경마장에는 현실에는 없는 1%의 희망이라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유씨의 말과 달리 경마는 1%의 희망도 주지 못했다.지난 7일 만난 홍모(45)씨는 2006년 교통사고를 당하고 앞니가 모두 부러져 보상금 1500만원을 받았지만 그날 오후에 경마로 모조리 잃었다고 했다.로또복권 2등에 당첨됐다가 경마로 탕진하고 3개월 만에 다시 영등포 쉼터에 나타난 노숙자도 회자되고 있었다.7일 오후에 이신형씨의 소개로 만난 김모(50)씨는 쓰레기통을 뒤져 버린 마권을 재확인하는 일명 ‘똥통’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쉴 새가 없었다.그가 찾는 것은 사람들이 버리는 50원짜리 환급표다.1000원이 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3층에서 7층까지 모든 쓰레기통을 뒤진 김씨는 7층에서야 “3000원짜리 표 하나 건졌다.”고 외쳤다. 이른 아침에 미리 나와 다른 사람들의 자리를 맡아주는 아르바이트도 있었다.스크린 바로 앞자리를 맡아주면 50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경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아르바이트일 뿐이었다.오후가 되면 ‘전문 뒤풀이꾼’들이 모여들었다.돈을 딴 노숙자에게 술을 얻어먹기 위해 오는 이들이다.강소주 몇 병을 거리에서 먹고 나면 자연스레 PC방으로 향한다.김모(44)씨는 당분간 쉼터에는 가지 않겠다며 다른 노숙자들과 밤거리로 사라졌다. 특별취재팀
  • [SPECIAL] 정거장

    [SPECIAL] 정거장

    가방을 이끌고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 누군가를 기다리 듯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는 사람들…. 역 광장은 떠남과 당도, 만남의 공간이다. 하지만 모든 역 광장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옛 서울역(이하 서울역)은 1905년에 남대문역으로 문을 열었다가 1925년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지금의 역사(경성역)로 단장했으며, 1947년 서울역으로 불리면서 명실공이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2003년 경부 고속철인 KTX에 대비해 새로운 현대식 서울역사가 준공되면서 한쪽 구석에 이물스럽게 방치된 폐가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다시는 올 수 없는 시간을 마중 가는 길이다. 만남의 눈짓, 떠남의 손짓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 서울역에는 더 이상 떠날 열차도 달려올 열차도 없다. 꿈을 안고 떠나거나 당도하는 사람들, 손수건을 흔들며 마중하거나 배웅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며 서울역은 그 자리에 허리를 접어 새우잠을 자는 노숙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역 광장은 세상과 소통하는 트인 공간이지만, 굳게 빗장을 걸어둔 서울역 광장은 세상과 절연을 강요당한 노숙자들이 밤낮 하릴없이 서성이며 머무는 소외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 종이 박스와 신문지 따위에 의지한 채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남루한 옷가지와 헝클어진 머리카락, 검게 굳은살이 배인 발바닥만이 그들의 지난한 일상을 짐작케 할 뿐이다. 세상과의 절연을 강요당한 사람들에게 서울역 광장은 그저 뜨거운 햇볕을 피해 잠시 한뎃잠이라도 잘 수 있는 그들만의 랜드마크다. 오후 네 시, 전시회를 보기 위해 기다랗게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카메라의 배율을 올려 차가운 바닥에 누워 새우잠을 자는 남자를 끌어당긴다. 찰칵! 지리고 시큼한 홍어회 냄새가 빨려 들어온다. 카메라 소리에 놀란 남자는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그는 전시회를 보기 위해 기다랗게 줄을 선 사람들을 피해 외진 곳을 찾는다. 그곳에는 이미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껌을 팔며 연명하는 사람과, 역 광장 벤치에 앉아 어딘가로 팔려 나가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다림에도 이력이 붙는 걸까? 남자는 호주머니 속 깊숙이 감춰둔 담배꽁초를 꺼내 문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더욱 길게 내품는 담배연기, 휴식이라기에는 담배꽁초의 길이가 너무 짧아 보인다. 다시 서울역을 찾는 사람들 이 소외의 빈터에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다. 바로 젊은 신예 미술작가들과 일반 시민이 작품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들의 미술축제 아시아프(ASYAAF, 이하 아시아프)’가 그것. ‘아시아프’는 전 세계 11개국 105개 대학에서 엄선된 작가 777명이 2,300점의 작품을 1·2부로 나누어 열흘간 전시·판매하는 미술축제로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경험하고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場)이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10여 년 가까이 걸어두었던 빗장을 열고 서울역을 일반에 공개했다. 플랫폼에 들어서자 ‘ㅁ’자 모형의 널찍한 전시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둠 모형의 지붕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옛 모습 그대로인 역사를 확인시킨다. 플랫폼은 신예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과 관람객들로 빼곡하다. 건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전시관은 기둥과 유리창을 통해 그림을 엿볼 수 있어 자칫 지루하기 쉬운 그림의 재미를 더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화적 이미지, 장난감, 쓰레기, 인형, 기계부품 등 생활 속의 잡다한 물건들도 등장한다. 그림에 포착된 이미지가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대로 끌어들여서인지 목이 잘린 개의 그로테스크한 모습까지 친근감을 준다. ‘아시아프’ 전시가 진행되는 열흘 동안 서울역은 옛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아시아의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은 5만 6,926명의 관람객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개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울역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KTX 승강장 앞까지 수백m에 걸친 인간 띠를 형성했다. 출품작 2,300점 중 1,500여 점이 판매될 만큼 호응도 높았다. 한국 미술 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는 신예 작가들의 가능성과 생활 속에서 현대미술을 즐기려는 대중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관람을 마치고 역사를 빠져나오자 뉘엿뉘엿 해가 저문다. 역 광장 주변으로는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길거리의 노숙자들이 뒤엉킨다. 서울역은 ‘아시아프’를 통해 새로운 공간 활용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앞으로 계획된 다양한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 노숙자들의 삶은 플랫폼의 멈춘 시계처럼 그 자리에 멈춘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왠지 씁쓸한 풍경이다. 글·사진 임종관 《삶과꿈》 기자       월간 <삶과꿈> 2008년 10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관악구 금연아파트 탄생

    관악구에 담배연기 없는 쾌적한 ‘금연아파트’가 탄생했다. 관악구는 18일 주민 모두가 건강한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건강 관악’을 만들기 위해 금연아파트 선포식 및 건강축제 한마당’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행사는 지난 17일 대학동(신림9동) 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18일 인헌동(봉천11동) 은천 1단지 아파트,19일 성현동(봉천5동) 벽산블루밍 2차 아파트를 순회하며 진행된다. 구는 금연아파트 선포식 행사와 더불어 주민들이 금연에 동참할 수 있도록 ‘건강축제 한마당’을 연다. 주민참여마당과 건강지원마당, 건강체험마당 등 3개의 마당에 모두 12개의 테마별 부스를 설치했다. 건강지원마당에선 서울대 보라매병원 전문 의료진이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흡연에 관한 내과 및 정신과 상담 코너를 마련했다. 금연아파트 단지 내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금연스티커가 부착된다. 어린이 놀이터의 금연구역 안내판도 설치해 금연 실천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서울시가 추진하는 금연아파트 인증 평가에도 참여해 금연아파트 인증도 받아낼 계획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현장 행정] ‘청정 구로’ 만들기

    [현장 행정] ‘청정 구로’ 만들기

    ‘원격 화상진료’‘비만 아동 관리’‘직장 중심 건강 프로그램’ 등 주민을 위한 다양한 건강정책을 펼치고 있는 구로구가 모든 음식점을 ‘청정지역’으로 만든다. 구로구는 다음달부터 음식점을 금연지역으로 만드는 ‘음식점 담배연기 제로’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음식점의 쾌적한 환경조성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다. 양대웅 구청장은 “어린이, 임산부 등이 함께 하는 음식점에서 흡연은 사실상 범죄행위나 다름없다.”면서 “식당의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만들어 ‘청정 구로’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간접흡연 방지는 물론 금연 성공자의 재흡연을 예방한다는 목적이다. 흔히 금연에 성공한 이들이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곳이 음식점 술자리. 술을 마시면서 남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맡으면 흡연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담배연기 추방,‘청정 구로’ 거듭 먼저 구로구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관내 모든 음식점 3273곳에 ‘음식점 작은 배려, 금연입니다’라는 금연 홍보판과 포스터를 부착하기로 했다. 또 음식점 영업주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와 금연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재떨이, 라이터 등을 없애 자연스럽게 식당 내 금연을 유도하기로 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음식업협회 임직원과 보건소 직원이 ‘음식점 금연 거리캠페인’과 음식점을 직접 방문, 금연 홍보 활동도 벌이게 된다. 또 모든 마을버스에 ‘음식점 담배연기 제로’ 사업을 알리는 홍보포스터를 붙이는 등 전방위 금연홍보에 나선다. 구로구는 엄격한 단속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150㎡ 이상의 음식점은 공간의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지정, 운영해야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금연 운동을 계기로 이를 어길 경우 영업주에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음식점 흡연자도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물린다. 이 밖에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소규모 음식점도 적극적인 홍보와 다양한 정책적 지원으로 이번 금연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김형근 건강도시팀장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식당을 대상으로 이번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금연운동, 자동차 배출가스 줄이기 등 ‘청정 구로’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Local] 신안 증도 ‘금연의 섬’ 추진

    슬로 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증도가 담배연기 없는 ‘금연의 섬’으로 탈바꿈한다.3일 신안군에 따르면 증도의 엘도라도 콘도가 문을 연 이후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이 곳을 담배연기 없는 ‘클린 존’으로 가꾸기로 했다. 군은 이를 위해 1단계로 이달부터 흡연 관련 주민실태조사 분석 및 지역주민 여론 수렴에 나섰다. 내년엔 2∼3단계 사업으로 금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주민참여 서명운동을 편다. 또 조례제정을 거쳐 금연 섬 선포식을 여는 등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건강의 섬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강남구 “담배 연기까지 뿌리 뽑는다”

    담배 없는 청정구역을 만들려는 강남구의 의지가 대단하다. 도로에 함부로 버려지는 ‘꽁초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이번에는 담배 연기조차 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나섰다. 강남구는 4일 오전 10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에서 ‘담배연기 없는 강남거리 만들어요’라는 제목의 행사를 연다. 제13회 환경의 날을 맞아 ‘강남의제21시민실천단’‘강남한의사회’‘서울의료원’ 등이 참여한다. 행사에는 환경시범학교인 휘문중학교 청소년적십자단(RCY)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원하지 않는데, 들이마시는 담배가 싫다는 메시지를 어른들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행사장 주변에는 꽁초 무단투기 단속단 전원이 나와 흡연가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했다. 강남에서는 도로에 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과태료 5만원을 물게 된다. 결국 꽁초 단속에 이어 이제는 거리에서 내뿜는 담배연기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없도록 조심해야 하는 셈이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거리에서 흡연하지 않기 서약식’‘흡연 때 체내에 누적되는 이산화탄소량 체크’‘금연 클리닉’‘금연침 시술’ 등도 열린다. 강남구는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경기고등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금연구역 선포식’을 갖고 지역의 75개 전 초·중·고교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금연구역의 지정으로 청소년인 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사들도 담배를 피우려면 운동장을 지나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싱가포르 등 환경 선진국에서는 도로를 걸으며 흡연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만큼 강남이 앞장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잔인한 봄손님 ‘알레르기’

    잔인한 봄손님 ‘알레르기’

    “알레르기 때문에 미칠 지경입니다. 해결책이 없다면 정말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겠어요.”(서울 마포구 K씨) “피부염 때문에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웃어 넘겼지만 내가 막상 그 지경에 처하게 되니 이해가 되더군요.”(부산 금정구 L씨) 봄철 ‘알레르기’의 대공습이 시작됐다. 알레르기는 우리 몸이 외부 물질과 접촉했을 때 일어나는 이상반응을 뜻하는데, 주로 봄철에 집중된다. 몸이 가렵고 울긋불긋하게 반점이 생기는가 하면, 비염으로 냄새를 맡지 못할 정도로 코가 완전히 막히기도 한다. 결국 이런 저런 민간요법을 써보지만 여간해서는 낫지 않는다. 증상이 심해지면 자살 충동까지도 일으키는 알레르기. 알레르기 질환의 대처법을 우리 생활속에서 찾아보자. ●코가 맹맹하면 감기? 비염?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감기약을 먹으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기 때문에 코감기로 오인하는 수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주로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포자, 동물 털 때문에 생긴다. 특히 집먼지 진드기는 피부조각을 먹고 사는 작은 거미과 동물로, 크기가 0.2㎜에 불과해 육안으로는 찾을 수 없다. 고양이 털은 항원성이 강해 알레르기 질환을 자주 일으킨다. 우리나라 인구의 20%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유사 질환을 갖고 있다. 코안이 발작적으로 가려우면서 연속적으로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이 쉴새없이 나오다가 코가 막혀 숨이 답답해지면 병원을 찾아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단받았다면 원인을 파악한 뒤 원인물질 회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상책이다. 집먼지 진드기를 피하려면 담요, 양탄자, 천으로 된 소파, 봉제인형 등을 멀리하고 고온 다습한 환경에 주의해야 한다. 침대 매트리스나 베개는 먼지를 통과할 수 없는 특수 커버로 싼 뒤 천으로 덮는 것이 좋다. 동물의 털로 인한 알레르기는 동물을 격리시킨 뒤 몇주일이 지나야 억제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서울대병원 민경업 교수는 “찬 공기나 급격한 온도변화, 담배연기, 방향제나 스프레이는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음식을 조리할 때는 냄비 뚜껑을 닫고 환풍기를 가동해서 태우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볼품없는 나무를 피하라 나무의 꽃가루가 원인이 된다고 하면 흔히 아름답고 향기도 좋은 꽃, 예를 들면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장미, 목련 같은 꽃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꽃은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를 날라 주는 ‘충매화’이기 때문에 꽃가루가 잘 날리지 않는다. 반면 ‘풍매화’는 바람 불 때 꽃가루가 날리는 꽃들인데, 공중으로 날린 꽃가루는 코와 기관지로 들어와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봄철에 이런 종류의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는 오리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일본삼나무 등이 있다. 이런 나무의 꽃은 볼품이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다. ●예방이 곧 치료다 알레르기 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다. 황사나 꽃가루, 안개가 심할 때와 오존주의보가 발령됐을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야 한다. 꼭 외출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천식 환자는 천식예방용 흡입제를 미리 사용하고 외출하는 것이 좋다. 피부나 목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수분이 많아지면 천식환자의 경우 가래가 시원하게 배출되고, 기침이 줄어든다. 아토피 환자의 피부건조 증상도 완화된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균형있는 영양섭취로 기초체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새집에 입주할 때는 미리 ‘버닝 아웃’(난방을 하루 8시간 이상,1주일간 유지하는 것)을 하거나 자주 환기를 시켜야 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자욱한 담배연기 속 토론 ‘이젠 끝’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 주요 국가 가운데 ‘흡연의 보루’로 여겨지던 프랑스의 카페, 레스토랑과 디스코텍 등에서도 2일부터 금연이 실시된다.새해를 목전에 둔 30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다움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자욱한 카페의 연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장면을 쉽게 목도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지난해 2월부터 공공장소에서 금연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카페와 레스토랑, 중소 담배가게 종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일부 장소에 한해 올해 1월1일 금연 조치를 유예했다.그러나 이마저도 호텔업 종사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하루 늦추게 됐다.프랑스 보건부는 이런 상황을 익살맞게 “연초 휴가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톨레랑스’를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또 테라스를 친 카페나 식당 바깥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했다. 흡연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그만큼 ‘카페=흡연’은 프랑스의 ‘문화 아이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일상생활 속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장-폴 사르트르와 시몬 보부아르 커플로 대변되는 실존주의 철학도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에서의 토론에서 잉태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전통도 유럽연합 차원에서 강행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이다.사르트르가 자주 들르던 카페 드 플로레에서는 며칠 뒤면 사라질 재떨이를 미리 치웠다.12년째 이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 이렌은 “단골 손님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그동안 카페 내에 금연 층을 지정해둬도 아무도 찾지 않을 정도로 이곳의 상징성은 흡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이번 조치에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6070만여명의 프랑스인 가운데 흡연자는 1350만명이다.특별한 유예조치가 없는 한 2일부터는 흡연하다가 적발되면 벌금 68유로(9만 3500원)를 물게 되고 이를 묵인한 카페나 레스토랑 주인도 135유로를 물게 된다.vielee@seoul.co.kr
  • [생활의 지혜] 방안의 담배 연기를 없애려면

    [생활의 지혜] 방안의 담배 연기를 없애려면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집안에 연기가 배어 건강에도 안 좋다. 이럴 때 유리컵에 모래나 흙을 담아 그 위에 초를 켜 놓으면 촛불이 담배연기를 흡수하여 담배 냄새가 안 난다.
  • 근로자에 뇌심혈관 질환이 최대의 적

    근로자에 뇌심혈관 질환이 최대의 적

    초겨울의 쌀쌀하고 변덕스러운 날씨는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지난해 사망원인 통계에서 1위 암,2위 뇌혈관질환,3위 심장질환으로 뇌심혈관질환이 2,3위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급속하게 높아지면서 산업현장의 뇌심혈관질환은 업무상 질병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산업재해의 최대 복병이 되고 있다. ●최근 5년간 근로자 3541명이 사망 최근 5년간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업무상 질병 가운데 뇌심혈관질환자는 모두 1만 140명이고, 이 가운데 3541명이 사망했다. 뇌심혈관질환 사례는 지난 1996년 252건 발생된 후 해마다 증가했으며,2003년 2358건이 발생했다. 이후로는 다행히 감소추세에 있다. 뇌심혈관질환은 여전히 업무상 질병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 사망 원인의 절반 이상이 뇌심혈관질환 때문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한해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산재보험 급여지급액은 3조 1638억원이다. 이 가운데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보험급여 지급액은 2925억원으로 전체 지급액의 9.2%를 차지했다. ●고혈압이 주범 뇌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으로는 개인적인 생활습관과 작업환경 등 직업 관련 요인으로 나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장 크게 의심받고 있는 발병 원인은 흡연과 음주에 의한 고혈압, 당뇨 등이 꼽힌다. 근로자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작스러운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겪을 수 있다.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전문의)은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면 뇌심혈관계 질환은 70∼80% 이상 줄일 수 있다.”면서 “근로자의 경우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위해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에 의한 고혈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는 근로자의 고령화도 발병률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근로자 평균연령은 1980년 28.8세에서 2004년에는 37.5세로 증가했고,2020년에는 43.9세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40세 이상의 근로자 연령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산업안전공단 예방기술 지원 한국산업안전공단은 근로자의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1만 3973개 사업장에 뇌심혈관질환예방 기술을 지원했다. 뇌심혈관발병 위험도 평가 및 사후관리를 위해 질병 유소견자, 요관찰자 및 비만자 등의 집중관리 대상자를 선정해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의 검사와 금연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산업간호, 보건, 운동처방 등 산업보건분야 전문인력을 직접 채용해 674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방문 기술지원 활동을 벌였다. 대한산업보건협회, 한국산업간호협회 등 전문기관과 용역을 체결해 예방효과도 높여가고 있다. 특히 6488회에 걸쳐 7만 7513개 사업장 27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실시했고 고혈압, 당뇨 등의 뇌심혈관 기초질환자가 다수 발생한 사업장 등 모두 10만여개 사업장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했다. 공단 홈페이지(www.kosha.or.kr)에는 뇌심혈관질환 발병위험 평가 프로그램을 마련, 인터넷을 통해서도 근로자 스스로 발병 위험인자를 찾고 향후 뇌심혈관질환으로 진전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진단 프로그램도 보급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남양유업 천안신공장 사례 “금연으로 제품의 질을 높이고 사원들의 건강도 훨씬 좋아졌어요.” 충남 천안시 목천면에 위치한 남양유업㈜ 천안신공장은 전직원이 금연에 성공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유명 우유제품 3종을 생산한다는 명성보다 담배연기 없는 공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70여명의 사원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국내 유일한 회사다. 회사내에서뿐 아니라 집이나 회식자리 등 회사 밖에서도 금연이 지켜지고 있다. 그렇다고 어떤 종교적인 이유로 금연한 것도 아니다. 김기정 공장장(상무이사)은 “금연활동이 제품의 질과 사원들의 건강과 협동심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자랑했다. 이 회사가 금연운동에 나선 이유가 신선하다. 우유라는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가 위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만드는 단계부터 청결상태를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금연운동은 시작됐다. 김 공장장은 “담배를 피우면 근로자의 옷이나 몸에서 담배 냄새나 먼지가 묻게 된다.”면서 “우유에도 담배냄새가 스며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연운동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금연운동은 이 공장이 최신 설비시설을 갖춘 지 1년여 만인 2003년 8월부터 시작됐고,5년째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50∼60% 정도가 담배를 피웠던 금연운동 초기에는 노동조합에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최현 인사팀장은 “처음에는 흡연실을 별도로 만들어 달라거나 인권침해라는 등의 불평불만이 많았다.”면서 “왜 금연운동을 펼쳐야 하는지 당위성을 알리고 참여의지를 높이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사원이 금연에 성공하는 데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2005년 6월30일 이 회사는 담배연기 없는 공장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금연선포식을 가졌다. 공장 안에서건 바깥에서건 전 사원이 금연을 하는 데 성공한 날이다. 회사는 금연침 시술을 지원하고 금연을 돕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담배연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몰래 피우는 사원이 생겨날까봐 월 1회씩 소변 검사로 확인했다. 만약 담배를 피운 사실이 발각되면 사내 금연학교로 보내진다. 금연선포식 이후 단 한 명도 소변검사에서 적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골초로 유명했던 김모(48) 계장은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려다 공장장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 놀라 그 자리에서 흡연 습관을 끊었다는 뒷얘기는 지금도 사원들에게 회자된다. 공장의 금연 운동은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새로 채용되는 신입사원 지원자의 경우 비흡연자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흡연자는 금연서약을 해야 하는 등 불리한 ‘대접’이 뒤따른다.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간부들도 금연에 자신이 없으면 이 공장 전입을 꿈도 꾸지 못한다. 이 공장의 금연바람이 인근 마을로 확산되고 있는가 하면, 공장에는 금연과 맛있는 우유 생산과정을 직접 둘러보려는 방문객들로 줄을 잇는다. 공장인근의 지산 1,2리 마을 주민들이 담배없는 마을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1리의 30여호쯤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금연에 성공, 지난 9월 금연마을로 지정됐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국제사회 동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근로자들이 심장마비를 비롯한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종합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WHO, 근로자건강 10개년계획 발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근로자 건강에 대한 글로벌 실행계획(2008∼2017)’을 발표하고 가맹국에 근로자의 건강 보호, 증진 및 개선을 위한 활동을 당부했다.WHO는 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이 가능하도록 직업성 질병 및 사고예방 체계 구축을 권고했다. 특별한 관리가 요구되는 근로자를 위한 인적자원 관리 등 각 국가별 고유 프로그램에 글로벌 실행계획을 토대로 산업보건 시스템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화재진압중 사망 줄이기 대책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은 소방관이 진화작업 중 심장마비 및 뇌심혈관계질환에 의해 사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화재에 의한 피해 이외에 건강상의 문제로 사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 및 연무 등은 소방관의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합물질이며, 현장의 산소공급 상황과 소방관의 건강상태에 따른 적절한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근로시간 분석 등 예방책 일본 후생노동성은 산업재해 다발 기업을 중심으로 안전보건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과로가 원인이 된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355명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른 조치다. 해당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 정밀 분석을 벌인 결과 조사대상 근로자 355명 중 88명이 한달에 120시간 이상의 근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후생노동성에서는 산업재해 판정이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자 건강관리에 대한 사업장의 지도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제공
  • 낙성대길 1100m 테마거리로

    낙성대길 1100m 테마거리로

    낙성대길이 내년 9월까지 ‘교육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한다. 관악구는 12일 봉천동 244의1 일대 남부순환로 진입로∼서울대 교수아파트 1100m 구간의 거리 디자인을 확정했다. 내년 2월 착공에 들어가 교육과 역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리로 조성한다. 특히 낙성대길은 금연 거리로 지정해 담배연기 없는 쾌적한 거리로 만들어진다. 또 일부 구간은 주말 행사 때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할 예정이다. ●걷고싶은 ‘테마 거리’로 뜬다 낙성대 교육문화의 거리는 4가지 테마인 ▲머물며 즐기는 거리 ▲느리게 걷는 거리 ▲머물며 쉬는 거리 ▲모여서 어울리는 거리 등으로 꾸며진다. 머물며 즐기는 거리는 위락 시설이 중심이다. 휴게소 공간을 조성하고 운동 공간을 마련한다. 인헌초등학교 앞에는 바닥 분수대가 설치되며 도로변의 여유 공간은 녹지대로 꾸며진다. 느리게 걷는 거리는 넓은 보행로와 걷기 편한 포장재가 바닥에 깔린다. 사색과 산책이 주요 테마다. 머물며 쉬는 거리는 걷다가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나무 길(우드 데크)’이 설치돼 운치를 더한다. 모여서 어울리는 거리에는 보행자 광장이 조성된다. 이벤트와 축제가 가능하도록 차량 통제를 할 수 있다. 바닥 보도와 가로수가 다양해진다. 보도는 내구성이 강하고 단정한 화강석 판석과 따뜻하고 편안한 우드 데크가 어우러진다. 가로수는 기존 1열 식재에서 2∼3열 식재가 이뤄진다. 벚나무와 감나무, 소나무, 회화나무 등이 가로수로 선택됐다. 맥문동과 담쟁이덩굴, 옥잠화, 꽃잔디, 철쭉 등이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옹벽 벽면에는 벽화가 그려지고 거리 안내판도 새롭게 디자인된다. ●우아하게 변신하는 낙성대공원 도로 주변도 정비가 이뤄진다. 교육문화의 거리 초입부인 인헌초등학교 4거리는 가로환경정비가 실시된다. 옥외 광고물과 지저분한 도로가 손질되고 소규모 녹지대가 마련된다. 낙성대 공원은 새롭게 꾸며진다. 우선 공원 담장을 허물어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든다. 시멘트 바닥은 잔디 공원으로 꾸미고 공원 휴게소도 노천 카페로 바꾼다. 중앙에는 작은 연못이 들어서며 숲 아래에 파라솔도 설치된다. 과학전시관의 주변 펜스도 철거되면서 낙성대 공원과 과학전시관, 전통혼례식장이 하나의 공원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2009년 11월 영어마을이 들어서면 거대한 공원 축이 완성된다. 서울대 부지와 만나는 낙성대길 종점부에는 벽천 분수대가 조성된다. 투명한 유리 구조인 분수대는 가동하지 않을 때에는 뒤쪽의 녹지대가 보인다. 김효겸 구청장은 “낙성대 교육문화의 거리는 보도블록, 도로 안내판, 가로등 하나에도 거리 미관을 살리기 위해 디자인 개념이 들어갔다.”면서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연관검색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