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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자 금품수수 원천봉쇄 ‘김영란법’ 원안 추진될 듯

    ‘누더기 입법’ 논란이 일고 있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다시 원안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8일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을 떠나 누구로부터도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원안에 가까운 쪽으로 ‘김영란법’을 제정하는 데 부처 간 의견 접근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직무상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금품을 받거나 요구, 약속하는 공직자를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는 김영란법 원안에 근접한 내용이다. 권익위는 최근 법무부 등 다른 부처의 반대에 따라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공직자만 형사처벌하고 관련성 없는 금품 수수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만 부과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권익위가 지난해 8월 입법예고한 원안대로 김영란법을 의원 입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수정안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이 커지자 정부 차원에서 원안 재추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당초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만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형법 이론 때문에 공직자의 모든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데 난색을 보였지만 공직자 윤리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김영란법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익위가 다시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정안이 넘어오면 잘 검토해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원안에 가까운 수정안을 다시 마련해 관련 부처 간 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다음 달 말까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전별금 & 김영란법/오승호 논설위원

    조선시대 청송부사를 지낸 정붕은 오랜 친구인 좌의정 성희안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청송 고을에는 응당 잣과 꿀이 많을 터이니 조금만 나누어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정붕은 즉석에서 답장을 보냈다. ‘잣은 높은 산 위에 있고 꿀은 백성 집 벌통 속에 있으니 내가 어찌 이것을 구할 수 있으리오.’ 답장을 받은 성희안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부끄러운 마음을 금치 못해 사과했단다. 공직자들의 청렴을 얘기할 때 옛 선현들이 지키려고 했던 ‘4불3거’(四不三拒)를 곧잘 인용한다. 4불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를 말한다. ▲부업 ▲땅 사기 ▲집 평수 늘리기 ▲재임지의 명산물 먹기 등이다. 3거는 거절해야 할 세 가지로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경조사의 부조 등이다. 정붕이 친구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4불3거 중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나 재임지의 명산물 먹기에 해당할 것이다. 관료들의 청빈한 생활은 과거에 비해 중요도가 외려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청렴도가 높아질수록 경제성장률이나 1인당 교역, 외국인 투자 관심도, 1인당 국민소득 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적잖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청렴지수는 정체 상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가청렴도(CPI)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4개 회원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오죽하면 국가권익위원회가 ‘청렴 성공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을까. 장관인사청문회나 공직자 재산공개를 보면 주식투자 등으로 재산을 불리는 일은 다반사이다. 재산이 수십억원대인 이들도 고위 공직자 제의를 거절하지 않는다.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등을 해도 고위 공직자가 되는 데 변수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현직 검사의 책상 서랍에서 7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발견돼 감찰 조사를 받았다. 전 근무처를 떠날 때 받는 전별금(餞別)인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전별금은 ‘떠나는 사람에게 아쉬움의 표현으로 주는 돈’이라는 뜻. 하지만 공직사회에서의 전별금은 일반 국민들에겐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알선·청탁 등 비리와 연루될 개연성이 많기 때문이다. 액수가 100만원 이상이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하는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 원안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김영주·민병두 의원 등이 의원 발의 형태로 입법화에 나섰다. 권익위안(案)이 법무부 반대로 후퇴하고 있어서다. 원안 처리로 공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공정위·국세청 ‘막걸리 충돌’ 애꿎은 제조업자들만 골탕

    공정위·국세청 ‘막걸리 충돌’ 애꿎은 제조업자들만 골탕

    존재 이유가 전혀 없는 규제는 없다. 아무리 낡은 규제도 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그러다 보니 규제를 풀려는 사람들과 규제를 존속시키려는 사람들 사이에 이견과 갈등이 빚어진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 혁신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앞으로 정부부처 사이에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는 규제를 둘러싼 정부기관 사이의 대립에서 애꿎은 국민들만 낭패를 보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일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사이에 벌어졌다. 현재 2ℓ로 묶여 있는 막걸리 용기 크기의 규제를 10ℓ로 푸는 방안을 둘러싸고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확정됐다고 밝힌 규제 개선 방안 중 하나다. 막걸리 제조 원가를 줄여 판매처를 늘리고 소비자가격을 낮춘다는 게 공정위의 계획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국세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표 한 달 후(지난해 10월) 추진된다는 일정까지 제시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여전히 반대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막걸리 용기 규제를 풀기에는 아직 제조사들의 의식이나 시설수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재철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26일 “지난해 공정위의 요청이 들어왔을 뿐이지 우리는 합의한 적이 없다”면서 “용기가 커질 경우 위생 문제에 더해 탈세의 가능성도 한층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우리가 국세청과 합의도 안 된 내용을 섣불리 발표부터 했겠느냐”면서 “반드시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 이견의 틈바구니에서 막걸리 제조·판매업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경기 가평에서 막걸리 제조업을 하는 박모씨는 “정부 발표만 믿고 용기부터 만들었으면 어떻게 될 뻔했느냐”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는 조모씨는 “주전자에 넣어서 막걸리를 팔기 때문에 10ℓ까지는 아니더라도 2.5~3ℓ만 돼도 도움이 될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쯤 수입 와인의 인터넷 판매 허용 방침을 밝혔다. 가격거품을 제거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의 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때도 국세청이 국민건강과 세수 확보 등의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지자체 세출 구조조정 속도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 대책 등을 담은 ‘공약가계부’가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이다. 82조원의 구체적인 세출 구조조정 내용이 공개되면 지자체에 미칠 파장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엔 민감한 사안인 국고보조사업의 축소 규모도 포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분담 비율 때문이다.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경기 침체 여파로 세입 여건은 악화되는 반면,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복지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제 지자체도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과중한 지방재정 부담을 지자체만으로 감내하기 힘들다”면서 “내년부터 보육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 국고보조율을 20% 포인트 인상하는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유아 보육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서울 20%, 지방 50%’에서 ‘서울 40%, 지방 70%’로 상향 조정하는 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상보육 파동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은 국회가 지난해 말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 시행을 결정한 것이 시발점이다. 다음 달 국회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지자체들은 늘어난 보육예산 부담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정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국고보조사업을 밀어붙인 데 대한 반감도 작용할 것이다. 정부 지원을 더 얻어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지자체의 재정 형편이 근본 원인일 것이다. 전국 244개 지자체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평균 51.4%로 역대 최저다. 재정자립도가 낮아질수록 국가보조금 등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국고보조사업은 985개, 정부 지출은 55조원에 이른다. 총체적인 점검을 통해 중복 지원 등 비효율적인 운용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가 135조원의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출을 대폭 줄이는 만큼 지자체 지원 확대는 쉽지 않다. 지자체 또한 부채가 지방공기업까지 합하면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력이 없다. 결국 지자체들도 경상경비와 축제성 경비 등 세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지방소비세 인상 등 세수 확대 방안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 “대리운전·택배기사도 4대보험 보장해 줘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리운전 기사 등 시간제 일자리에 4대 보험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26일 충남 부여의 농산물 산지 유통 현장을 방문해 “기존 일자리와 충돌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시간제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거기에 차별이 없도록 4대 보험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직업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대리운전 기사, 택배 기사처럼 ‘불안한 직종’이 많아서라고 진단했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고용 안정성도 낮은 직종을 안정적 일자리로 발전시켜야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 부총리는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임금과 보험의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확대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시간제 일자리가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시기를 놓치면 취업을 아예 못한다”며 “이제는 인턴이 일자리의 출발점”이라고 못 박았다. 단 대리운전 기사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은 다음 달 초 발표하는 ‘일자리 로드맵’에는 들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부여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전문가에게 대안 검증 맡겨야…한전 보상안도 현실성 떨어져”

    “전문가에게 대안 검증 맡겨야…한전 보상안도 현실성 떨어져”

    “팔순 넘은 노인들에게 인턴 채용 때 자녀를 우대하고, 서울에 유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지어 주겠다는 한국전력의 대책이 와닿겠느냐.” 경남 밀양의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은 김준한(41) 신부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인국 한전 부사장이 오늘 밀양에 내려와 특별지원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그동안 약속한 13가지 보상안을 꼭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고압선로가 공중에 설치되면 주변 땅 1㎞가 팔리지 않는데 주변 94m까지만 보상을 해준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새누리당과 정부가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송·변전 시설 지역 지원법을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이 지원법에 원칙적으로 찬성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보상이나 지원을 바라고 시위에 나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전 측이 제시한 보상 재원 마련 방안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국민들이 낸 전기요금의 일부로 보상 재원을 충당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나랏돈을 일개 공기업의 사업을 위해 쓸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기획재정부에서 허가가 났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주민들이 주장했듯공사를 일단 멈추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지중화 문제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하자고 재차 밝혔다. 김 대표는 “고령의 주민들이 천막에서 찬밥에 거친 반찬을 먹으며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을 보면 협상을 빨리 끝내고 싶다”면서도 “전문가들이 지중화 등을 포함해 주민들이 낸 대안을 검증하는 데 1~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협의체에서 주민들도 납득할 만한 합리적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일 텐데, 한전 측은 기술적 검토조차 거부하며 공사를 강행해 주민과 충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양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생각나눔] 새달 신촌 연세로 ‘보행자 중심 거리’ 조성 놓고 지자체 vs 노점상 충돌

    [생각나눔] 새달 신촌 연세로 ‘보행자 중심 거리’ 조성 놓고 지자체 vs 노점상 충돌

    ‘행정권이 우선인가,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나.’ 다음 달 공사가 시작될 예정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의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와 노점상 간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구청과 시청은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연세로에 있는 노점상들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해 온 노점상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연세로 인도를 기존 3.5m에서 8m로 넓히는 대신 차도를 좁혀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 전용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 정문에서 신촌로터리까지의 직진 거리 550m가 사업 대상 지역이다. 이 사업엔 시 예산 72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공사에 착수키로 한 시점이 다가왔지만 노점상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연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관할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23일 “인도를 넓히기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기분전함을 옮기기로 했다”면서 “보행자 통행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를 넓히는 사업인데 그 자리에 노점상들이 다시 들어온다는 것은 안 될 얘기”라고 주장했다. 구청은 노점상들에게 통행이 비교적 적은 연세대 앞 굴다리나 신촌놀이터 주변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지만 노점상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이 지정한 곳은 사람이 별로 없을 뿐더러 기존 상권과 또 다른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연세로지부장은 “우리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십수년간 그 자리를 지켰던 노점상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전 계획을 결정했다”면서 “강제로 옮기려 한다면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세로에는 모두 49개의 노점상이 있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신촌에 사는 김근주(28)씨는 “연세로는 특히 통행 밀도가 높아 붐비는 곳인데 노점상들이 자리 잡고 있어 매우 불편했다”면서 “영세 상인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공공재인 도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직장인 강지희(26·여)씨는 “노점상이 불법이긴 해도 오랫동안 일종의 거리 문화로 자리 잡아 왔는데 무작정 나가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장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구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008년 신촌 이화여대 앞 거리도 보행자 도로를 대폭 넓혔지만 그 자리에 더 많은 노점상이 들어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이번에는 시범 지역인 만큼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 노점상과 최대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노점상들도 주변 환경에 맞는 가판대 개선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밀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정치권 잇단 보상대책 달래기… 주민들은 “백지화를” 강경 대치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밀양 송전탑 갈등을 놓고 정치권이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온 지역 주민들은 마뜩잖다는 기색이다. 주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송전탑 건설 백지화를 원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과 부산 등에서 반대 주민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밀양을 대거 찾을 계획이어서 송전탑 갈등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의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나흘째인 23일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등 200여명(경찰 추산)은 밀양 단장면 등 4개 면의 송전탑 공사현장 7곳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한전은 현장지원 인력 195명을 투입했고 경찰도 주민·한전 간 충돌 등에 대비해 4개 중대 250여명을 현장 배치했다. 주민들은 새누리당이 전날 당정협의에서 송·변전 시설 지역 지원법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최우선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현장의 민심을 모르는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이계삼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은 “우는 애한테 떡 하나 더 주듯 지원하겠다는 식인데 밀양 시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건강 악화 등을 우려해 송전탑 공사를 백지화하거나, 고압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을 하라고 주장해 왔을 뿐 더 나은 보상을 원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새누리당과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등은 “국가 전력수급 계획상 송전탑 건설을 포기할 수도,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지중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피해주민 지원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일부 면지역 주민들도 전면 백지화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70~80대 주민들이 고통을 받자 ‘차악’인 보상 협의를 택했다”면서 “송전탑 반대 입장을 유지해온 주민들도 진정성 있는 대책이 나오면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전 등은 ‘통 큰 지원’에는 나설 수 있지만 송전탑 건설 백지화 또는 지중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송전탑 분쟁이 지속되면서 주민 간 갈등 양상도 포착되고 있다. 밀양시 부북면의 한 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의 60~80대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지만 일부 젊은이들이 한전의 보상 약속에 넘어가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또 반대 대책위 측은 지난 21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일행의 한전 밀양지사 방문 때 길을 가로막고 시위를 벌인 이들이 밀양 시민이 아니라 일당을 받고 고용된 외부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희대와 서강대, 부산 동아대 등 서울·부산 지역 대학생 50여명은 24~26일 밀양 단장면 등을 찾아 농번기 농활과 송전탑 반대 시민 지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 희망버스 기획단’도 24~25일 서울에서 밀양으로 가는 희망버스를 운영해 1박2일간 반대 주민과 연대 활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밀양 송전탑 갈등이 ‘전국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밀양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밀양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러, 1월에도 CIA 요원 1명 추방”

    냉전시대 스파이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러시아가 때아닌 스파이 사건으로 다시 충돌하면서 그 내막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옛 KGB) 관계자는 15일(현지시간) 국영TV인 로시야 1에 출연해 “올해 1월에도 러시아 특수부대 관계자를 포섭하려던 미국 외교관 1명을 체포해 추방했다”면서 “해당 외교관은 미 중앙정보국(CIA) 소속 벤저민 딜런”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FSB는 이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며, CIA에 이런 ‘불쾌한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3등 서기관인 라이언 크리스토퍼 포글이 CIA 지령에 따라 러시아 정보기관 관계자를 포섭하려다 체포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보스턴 테러 이후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러 양국은 이번 스파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파문을 가라앉히려는 모습이다. 이날 스웨덴에서 열린 북극평의회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오늘 나는 친구 라브로프와 양국의 광범위한 현안 특히 시리아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사건이 미국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전 KGB 요원인 알렉사이 콘드로프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이렇게 ‘멍청하고 어설픈’ 미국 간첩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이 시각 미국이 모스크바서 벌이는 다른 ‘심각한 사건’을 덮으려고 일부러 꾸민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남양유업 ‘욕설’ 前사원 “집안 망했다…고통스럽다”

    남양유업 ‘욕설’ 前사원 “집안 망했다…고통스럽다”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음성 파일이 유포되며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 전 영업사원 이모씨가 “이미 사과까지 한 문제가 다시 불거져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에 파일이 유포된 지난 3일 이후 외부와 접촉을 끊었던 이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표만 내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면서 “주변에서 음성의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문제의 대리점주와 충돌을 빚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치즈 시장을 개척하면서다. 그는 “당시 사업이 처음이라 장려금을 비롯한 본사지원이 많았지만 1년만에 갑자기 매출이 떨어졌다”면서 “대리점주가 더 이상 (물건을 받기) 어렵다고 해서 한달 쉬자고 했지만 4월에 또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대화가 격해지다보니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장려금이 4900만원, 증정 지원금이 1억원이 넘었다”면서 “약정된 매출을 채우지 못해 대리점이 그 동안 받은 장려금을 다 돌려주는 일을 막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도 ‘희생양’이라면서 “이미 2010년 10월 녹취파일의 존재를 알았지만 당시에는 대리점주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올해 대리점과 본사 사이에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검찰 조사 시점에 맞춰 터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결국 집안이 망했다. 정말 후회가 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씨는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관계에 대해 “기본적으로 갑·을 관계는 아니다”라면서 “큰소리도 하고 욕설이 오고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리점주가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는 경우도 많다”고도 했다. 이른바 ‘밀어내기’ 관행에 관해서는 “목표를 120% 정도로 잡는 수는 있지만 대리점주들이 동의하지 않는 무리한 목표를 잡지는 않는다”면서 “본사와 대리점이 매출 목표에 대한 약정을 체결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하면 그간 지급받은 각종 장려금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떡값’ 논란에 대해서도 “요즘은 오히려 본사 직원들이 대리점에 선물을 돌린다”면서 “어떤 대리점에서는 차비나 데이트 비용을 하라고 몇만원 주기도 하는데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 음성 파일이 인터넷에 유포된 경위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왜곡되고 있다”면서 “내가 한 말이 마치 모든 영업사원이 한 것으로 치부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파일 유포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인 후 최초 유포자가 밝혀지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사설] 60세 정년연장 형평성 확보 보완책 서둘러라

    ‘정년 60세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해 정년 연장의 큰 방향은 잡혔다. 인구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정년 연장은 필연적이며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이 사회문제로 부상한 현실을 도외시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정년 연장 추세를 보면 더 늦춰서도 안 될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번 혜택에서 제외된 연령대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종 후속 보완책이 요구된다. 정년 연장법은 300명 이상의 사업장 등에서 2016년 1월부터 시행된다. 300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그 다음 해 1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55~58세가 정년인 사업장의 경우, 1957~1960년생(300인 미만 사업장은 61년생까지)은 이번 혜택에서 제외된 상태다. 55세 정년 사업장의 경우 1960년생은 2015년까지만 일하지만 1961년생은 5년을 더하는 셈이다. 이 같은 차별적 요소에 따른 좌절감이 크다고 한다. 50대 중장년층은 가정경제에서 중요한 때다. 자녀들의 대학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한다. 본인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형평성 문제가 부각되자 후속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달까지 관련 부처와 논의를 거친 뒤 시행령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안이다. 후속안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사업장에서 유연성을 갖도록 고용부와 대안 마련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상당수가 퇴직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은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이들의 박탈감을 줄이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적용과 성과급제 도입 등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년 연장을 하면서 성과급제를 도입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사례도 있다. 또한 사업장 내에서 이들을 활용할 만한 직무도 적지 않다.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 전수 등이다. 고용에 따른 정부 지원금제도 도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는 새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정책과 맞아떨어진다. 청년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지만, 그동안 마련해온 대책을 추진하면 큰 충돌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연구 결과 장년층 일자리가 1% 늘면 청년 일자리가 0.2~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성격이 달라 상생 관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근 복지선진국에서는 연금 대신 일자리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 기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비용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부는 이들 국가의 성공적 임금체계 사례를 살펴 이번 법안에서 누락된 후속 보완책을 서둘러 내놓길 바란다.
  • 미국판 ‘라면 상무 사건’ 5억원짜리 소송전

    최근 국내에서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항공기에서 승무원과 마찰을 빚어 파문이 확산된 가운데 미국에서도 유명 기업 임원이 기내에서 승무원과 음료수 주문 등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확대됐다.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브리스베인에 거주하는 유명 바이오테크 업체 임원 샐배토어 베비비노(52)는 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버진아메리카항공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무고 등 이유로 50만 달러(약 5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조종사가 승무원의 허위 신고를 접수하는 바람에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아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28일 필라델피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한 베비비노는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눌러 음료수를 주문했다. 승무원은 ‘주문은 앞 좌석 뒤편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메뉴 시스템으로 해 달라’고 말한 뒤 되돌아갔다. 베비비노는 다시 호출해 터치스크린 주문이 싫으니 그냥 음료수를 가져다 줄 것을 요구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그가 세 번째로 호출해 ‘회사에 정식으로 불만을 접수시키겠다’고 하자 승무원은 그제서야 음료수를 갖다 줬다. 그는 소장에서 그 후 승무원들과 더 이상의 접촉이나 충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베비비노가 “내 시간은 소중하다. 당신은 나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라고 소리쳤다고 조종사에게 전했다. 또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혼잣말로 욕설을 하고, 변기 물도 안 내린 채 문을 열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경찰과 FBI는 조종사의 신고에 따라 공항 도착 즉시 베비비노를 붙잡아 조사했으나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해 곧바로 풀어줬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야권재편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큰 그림’ 완성돼야”

    “야권재편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큰 그림’ 완성돼야”

    김부겸 민주통합당 전 의원은 28일 안철수 의원의 등장으로 인한 야권재편에 대해 “10월 재·보궐 선거가 끝난 이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야권의 큰 그림이 완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6월 지방 선거까지 안 의원 측과 민주당이 이대로 간다고 하는데 이는 재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혁신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시민세력인 국민연대가 결합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고, 이것이 현재 범야권이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의 최대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유력 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김 전 의원은 지난 3월 11일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며 5·4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10월 재·보선까지는 민주당은 당을 정비하고 안 의원 측은 자기 진영을 만들면서 서로 간의 힘겨루기를 해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 결과가 야권에 좋지 않더라도 (10월 재·보선 이후) 객관적 성적표가 나와야 한다. 그다음에 서로 통합이든, 연대든, 그것이 왜 필요하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의 현 상황은. -최악의 위기다. 우선 국민들이 관심의 대상에서 자꾸 지워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민주당에 대한 확신이나 자부심이 없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새 지도부가 당이 안주해 온 틀을 깨고, 혁신하고 그동안 생경하게 들렸던 목소리를 수용하는 등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외부의 자극이 올 것이다. 안철수도 하나의 외부 자극이다. 그때는 움츠러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극할 수 있으면 자극하고 연대할 수 있으면 연대해야 한다. →5·4 전당대회 이후 안철수 세력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10월 재·보선까지는 안 의원이 당을 만들지 않을 거라 본다. 안철수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세력과 민주당은 당분간 긴장과 갈등관계일 수밖에 없다. 안 의원 측은 (새로운 세력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는 쇄신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우리 쪽에서 안철수 세력의 등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일부는 민주당에 실망해서 간 사람들이 있고, 또 일부는 합리적, 상식적 보수와 젊은 층이 있다. 우리는 그 세력을 쳐낼 수도 없고, 배타할 이유도 없다. →안 의원이 유념해야 할 것은. -민주당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지도 말고 민주당을 너무 편견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건 좋지만 자칫 증오하고 미워하는 단계가 되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온다. 우리 모두의 정치적 적이 있다면 여전히 강고한 수구·보수 세력이고, 견제해야 할 것이 있다면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이다. 안 의원이 자꾸 민주당을 도덕적 잣대로 비판하면, 반(反)정치로 나간다. 그러다 보면 지난 대선 때처럼 국회의원 축소 등 엉뚱한 해법이 나온다. →민주당이 거대한 기득권으로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느 순간 스스로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내부 동력이 소진된 느낌이다. 그렇다고 김대중, 노무현 같은 큰 지도자가 나와서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한민국이나 정치권 전체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하기보다 작은 기득권 내에 안주하는 것에 타성화됐다. 이를 걷어차 버릴 만한 용기가 없으면 우리는 소멸해 가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정치 면허 발급권’을 쥐고 있다. 이는 정치 진입 인허가권을 독과점하고 있는 데서 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4·24 재·보선을 통해 드러났다. →민주당의 리더십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우리가 정말로 대화합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감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은 대통합이 돼야 혁신 에너지도 나온다. 주류, 비주류 양쪽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죽일 힘도, 잘라낼 힘도 없다. 공존한다는 바탕에서 왜 서로에게 화가 나는지 오해가 있는지 풀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당이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저변을 넓힌 것인가, 어떻게 당의 존재를 찾을 것인가, 토론해야 한다. 백마탄 왕자를 기다릴 수는 없다. →계파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계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정치해 온 것을 보면 당보다 계파의 이익이 우선이었다. 얼마나 우습나. 보수 정당은 평상시엔 친박(박근혜)이니 친이(이명박)니 싸우다가도 전체 자기들 이익이 걸린 큰 싸움에서는 일사불란하게 헌신적으로 모여서 한다. 오직 자기 이익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주인 의식이 있다. 일부 탐욕스러운 보수도 있지만 많은 보수는 그것보다 공동체를 지키고 그 지키는 과정에서 내 가족과 내 가치도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파를 앞세운다면 야당이 제 구실을 해서 국민들에게 수권 능력을 인정받고, 야당이 꿈꾸는 가치로 세상을 바꾸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계파 정치를 막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제도적 접근이다. 공천과 당직, 정보를 배타적으로 독점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짜야 한다. →민주화를 상징하는 486세대(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를 대신할 세력과 진보의 미래는. -돌이켜 보면 우리가 어느 순간 과거의 훈장만 걸치고 다니는 못난 꼴이란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의 역사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다. 486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 그들은 저항하고 도전한 것만으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건 독재시대, 권위주의 시대니까 그랬던 거다. 이제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기대한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 486들은 여전히 정치를 관념과 언술 즉, 머리와 입으로만 했던 것이다. →앞으로 본인의 역할은. -대구에서 야권 정치를 복원하는 게 과제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2016년 총선을 대구에서 치르겠다.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김부겸 전 의원은 김부겸(55) 전 의원은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TK(대구경북) 원류다. 1980년 서울대 재학 중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고, 1986년부터 재야활동을 했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1991년 민주당으로 옮긴다. 1995년 국민회의가 분당해 나가자 민주당에서 국민통합추진회의를 만들었다. 이후 한나라당에 합류, 2000년 경기 군포시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된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놓고 보수파와 갈등,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당선돼 3선을 했다. 지난해 총선 때 군포를 떠나 민주통합당 후보로 TK아성 대구 수성갑에 지역 통합을 외치며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 中·인도 국경대치 열흘째… 1962년 전쟁 ‘악몽’ 솔솔

    中·인도 국경대치 열흘째… 1962년 전쟁 ‘악몽’ 솔솔

    중국과 인도 양국 군이 국경 분쟁 지역에서 대치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및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밀고 당기는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전선 확대’를 우려해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 국경 침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사이트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과 인도 군이 카슈미르 북단 라다크 지역의 다울라트 베그 올디 인근 산악지대에서 열흘째 대치 중이다. 앞서 인도 당국은 지난 15일 밤 중국 군 소대 병력이 인도령인 잠무 카슈미르 북단의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을 넘어 10㎞ 지점까지 진입해 해발 5180m 지점에 진지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인도의 국경경비대도 이틀 뒤인 17일 중국 군 진지 맞은편 300m 지점에 천막을 치고 중국 측에 철군을 요구하며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측은 자국 군이 실질통제선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700여㎞에 걸쳐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 간의 국경분쟁은 해묵은 일이다. 인도는 이번에 문제가 된 카슈미르 지역 3만 3000㎢를 중국이 강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인도가 티베트 남부의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9만㎢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양국은 국경분쟁의 격화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다. 이에 2003년부터 특별대표를 임명해 국경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인도가 사건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인도 외교부가 자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즉각 철군하라”고 요구하고, 산악부대를 추가 배치하는 등 전방위적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양국 간 군사적 충돌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부정적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둥만위안(董漫遠) 연구원은 “양국은 전처럼 대화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다음 달 인도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도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양국은 2011년 설치한 ‘핫라인’을 통해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위구르 분리세력·中공안 총격전 21명 사망

    중국 내 민족 갈등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 분리독립 세력과 공안(경찰) 당국 간 유혈충돌이 발생해 21명이 사망했다. 최근 몇 달간 신장자치구에서 발생한 충돌 가운데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2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0분쯤 신장자치구 서부 카스(喀什·카슈가르)지구 바추(巴楚)현 서리부야(色力布亞)진의 한 주택에서 일부 주민들과 공안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통신은 주민들을 ‘폭도’로 규정했으며, 이들에 의한 ‘심각한 폭력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충돌은 지역 관리인 3명이 불법 총기를 감춘 것으로 의심되는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이 주택에서 칼 등 흉기류를 소지한 사람들을 발견했고, 상급 기관에 보고해 병력 지원을 요청한 사이에 살해됐다. 현장에 출동한 공안이 총격전을 벌인 끝에 ‘폭도’들을 제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총격전 과정에서 공안과 지방정부 간부 등 12명이 사망했다. 또 저항하던 위구르인 6명이 현장에서 사살됐고, 나머지 8명은 생포됐다. 통신은 “1차 조사 결과 이들은 폭력테러를 모의하기 위해 모인 테러 집단으로 드러났다”는 지역 공안 간부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해외에 본부를 둔 위구르 단체는 공안들이 불법적으로 가택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위구르 청년들에게 총격을 가해 충돌이 발생했으며 사망자 숫자도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진주의료원 폐업 한달 유보 전격합의… 노조 철탑농성도 해제

    진주의료원 폐업 한달 유보 전격합의… 노조 철탑농성도 해제

    경남도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23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한 달간 유보하기로 합의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6일부터 이어온 경남도청 옥상 통신탑에서의 철탑농성도 7일 만에 해제됐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경남도가 폐업을 한 달간 유보하고 보건의료노조와 대화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경남도청 도지사실에서 만나 진주의료원에 대해 한 달간 폐업 유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화 재개, 철탑농성 해제 등을 합의했다. 25일 임시회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인 경남도의회도 진주의료원 노사의 이 같은 결정에 이날 여야대표가 비공식 모임을 갖고 조례안을 물리적 충돌없이 처리하기로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진주의료원 노사는 앞으로 한 달간 의료원 정상화를 놓고 대화를 지속한다. 홍 지사는 “앞으로 한 달간 진행될 노사대화는 폐업과 정상화를 포함한 모든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한다”며 정상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유 위원장도 “오늘 합의한 합의서 문구는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화”라면서 폐업 논의가 아니라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화임을 강조했다. 당초 경남도는 휴업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2일 진주의료원을 폐업할 방침이었다. 이날 노사 합의에 따라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장과 강수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진주지부장은 최종 합의 직후인 오후 3시 30분쯤 도청 신관 5층 옥상의 통신철탑 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왔다.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은 두 사람을 특수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해 연행했다. 경찰은 일단 둘을 창원시내 병원으로 보내 건강상태를 살핀 뒤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지사는 정부에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을 1, 2종 의료급여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이용하는 저소득층 전문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하고 질병관리 응급전문 병원 기능을 강화하자”고 건의했다. 또 정부가 지방의료원 운영 경비와 저소득층 진료로 인한 손실분을 예산 지원할 수 있도록 지방의료원법을 개정하고 지방의료원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 등도 건의했다. 홍 지사는 내년부터 지역 내 의료급여 1종 수급자를 대상으로 무상의료 전면 실시 등 서민 의료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日의원 야스쿠니 집단 참배] 아베 ‘분란행보’에 동북아 3각외교 올스톱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행보가 동북아시아의 역내 대화를 마비시키고 있다. 특히 북핵 도발 등 한반도 위기 고조로 안보 질서가 교란되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까지 겹치며 역내 주요 축인 한·일, 중·일 대화가 장기간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1일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23일 국회의원 168명이 집단 참배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자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며 “신사 참배가 관련 국가와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지 (일본 고위층 인사들은)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대변인은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전날 발언과 관련, “역사 문제는 분명하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으로, 그것이 혼동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새 정부 출범 후 총리와 부총리, 외상, 관방장관의 야스쿠니 참배만 아니라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일본이 우리 측의 성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만큼 국민 정서를 거스르며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 간 고위급 셔틀 교류는 속속 파행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획이 백지화됐고, 당장 5월로 조율됐던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일 간 영토 분쟁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3국 정상회담이 무기한 지연될 수도 있다. 윤 장관은 이날 한·일경제인회의 참석차 방한한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 일본 기업인 8명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관계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특수한 역사성이 있다”면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루야 게이지 일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이 이달 말로 예정된 방한 일정을 취소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 등 일·중 우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의 면담을 거절하면서 방중도 불발됐다. 일본의 우경화 수위도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오는 26일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해양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이고, 아베 총리가 예고한 대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수정하는 역사인식 퇴행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하며 노골적인 군국주의 부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대외관계 변화를 주시하며 대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7월 일 방위성의 독도 영토화 내용이 담길 국방백서 발표, 8월 광복절,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0월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 등 역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일정이 첩첩이 쌓여 있어 관계 회복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일관계의 상호 배려가 사라지고, 안보·경제 교류의 분리 대응 기조마저 훼손돼 안정적인 한·일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우주의 나이·상상 속 블랙홀·우주 팽창 가속화…저 때문에 알 수 있었죠

    우주의 나이·상상 속 블랙홀·우주 팽창 가속화…저 때문에 알 수 있었죠

    천문학자 라이먼 스피처는 1946년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면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주에서 오는 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흔들리거나 왜곡되는 현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스피처의 제안은 충분한 근거가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된 시점보다도 10년이나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40년이 넘게 흐른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망원경이 실려 발사됐다. ‘우주를 보는 지구의 눈’으로 불리는 ‘허블 우주 망원경’의 탄생이었다. 올해로 23세가 된 이 버스 크기의 원통형 물체는 우주에 대한 수많은 고정관념을 깨며, 아폴로 계획과 함께 가장 성공한 ‘우주 개발 역사’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다. 허블망원경은 준비부터 발사, 운용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마다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이 허블망원경을 처음 계획한 것은 1969년이었지만 3m 크기의 망원경을 제작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했다. 유럽우주국(ESA)이 관측 시간을 얻는 조건으로 참여하면서 최종적으로 망원경의 크기는 2.4m로 조정됐다. 개발에만 20년 가까이 걸린 허블망원경은 1986년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그해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이 발생하면서 4년이나 완제품 상태로 기다려야 했다. 우주 궤도에 안착한 뒤 1990년 처음 보내온 사진은 당시 최고의 지상 망원경보다 선명했지만, 애초의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수많은 사진을 검토한 천문학자들은 허블망원경의 거울 표면이 설계와 다르게 제작돼 영상의 초점이 제대로 맺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까운 거리는 대충 조정이 가능했지만 ‘우주의 근원’을 밝히겠다는 목표는 실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1993년 12월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를 발사, 허블망원경을 화물칸에 집어넣어 수리를 시도했다. 보정 광학계를 표면에 설치해 허블망원경에 안경을 씌운 효과를 보도록 한 것이었고 이후 허블망원경은 놀라운 사진을 지구로 보내오기 시작했다. 이는 허블망원경이 애초부터 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나사는 지구를 왕복할 수 있고 움직임이 자유로운 우주왕복선을 5대 보유하고 있었고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공간의 ‘기술자’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우주 비행사들이 허블망원경을 수리했고, 배터리와 각종 기기를 교체하면서 당초 2004년으로 예정됐던 수명도 10년 넘게 늘어나고 있다. 나사는 지난달 “허블망원경의 공식적인 운용기간을 3년 연장해 2016년 4월 30일까지 운용한다”고 발표했다. 3년간의 수명 연장을 위해 7600만 달러가 투입된다. 허블망원경의 무게는 12.2t, 주거울의 지름은 2.4m, 망원경 길이에 해당하는 경통의 길이는 13m다. 지구 상공 610㎞ 고도에서 97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돈다. 두 개의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가동에 필요한 전원을 확보하고 내부에 장착된 배터리를 통해 태양이 없어도 가동이 가능하다. 허블망원경은 지금까지 100만장이 넘는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매주 100기가바이트가 넘는 데이터를 송신한다. 하지만 허블망원경의 진가는 단순히 ‘아름다운 우주 사진’을 찍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허블망원경의 가장 큰 업적은 자신에게 이름을 준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의 이론을 입증한 것이다. 허블은 1929년 1월 윌슨산 천문대의 후커망원경을 이용해 “우주팽창은 가속화되며, 은하의 거리가 멀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표했다. 허블이 제시한 공식을 이용하면 우주의 나이를 거꾸로 계산할 수 있었고 실제로 관측을 통해 이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 허블망원경의 가장 큰 임무였다. 허블망원경은 밝게 빛나는 거대한 별 ‘초신성’을 살펴 1990년대 중반 실제로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지를 알아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37억년으로 추정하게 됐다. 허블망원경을 통해 허블의 이론을 입증한 과학자들은 허블이 생전에 받지 못한 노벨 물리학상을 2011년 수상했다. 이 밖에 허블망원경은 거대한 블랙홀이 수없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태양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밝혀냈고,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는 순간의 모습 등도 담아냈다. 허블망원경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은 달 크기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1953년 9월 28일 세상을 떠난 허블은 “장례도 치르지 말고, 시신을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말고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지금까지 그가 어디에서 영면에 들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지금도 ‘호기심’이라는 인류의 원초적 본능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황혼기에 접어든 허블망원경의 뒤는 2018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잇는다. 아폴로 계획을 주도했던 나사 2대 국장의 이름을 딴 제임스 웹 망원경의 렌즈는 지름 6.5m로 허블의 2.7배에 이른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부활한 ‘에바’의 전설, 그 2막 시작된다

    부활한 ‘에바’의 전설, 그 2막 시작된다

    전설인 동시에 현재진행형.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하 ‘에바’) 얘기다. 1995년 10월 TV도쿄에서 처음 방송(TV판 제목은 ‘신세기 에반게리온’)된 이후 수많은 추종자 혹은 ‘폐인’을 양산했다. 현실에 등을 돌리고 작품의 세계관으로 도피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공상과학(SF) 장르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공각기동대), 오토모 가쓰히로(아키라)는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다. ‘에바’ 시리즈의 신작 ‘에반게리온: Q’가 오는 25일 개봉한다. 지난해 11월 먼저 공개된 일본을 제외하면 최초 개봉이다. 일본에선 시리즈 최다인 53억엔(약 60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개봉작 중 4위에 해당한다. 1995~96년 TV에서 방송된 26부작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극장판 ‘데스 앤드 리버스’(TV판 회상과 완결편 예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TV판 25~26회 리메이크)의 뼈대는 동일하다. 2000년 남극에서 거대한 재앙이 일어난다. 수십억년 전 거대 운석과의 충돌로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퍼스트 임팩트’에 이은 ‘세컨드 임팩트’다. 남극은 사라지고, 해수면은 상승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지구인들은 ‘네르프’란 비밀조직을 만들고, 인간형 전투병기 에반게리온을 양산해 ‘사도’로 불리는 거대 괴수들과 맞선다. SF 장르의 형식을 빌렸지만 ‘에바’는 소통에 서툰 인간(아이와 어른)의 성장 드라마로도 읽힌다. 전투병기 에바에 올라 사도와 맞서는 14세 소년·소녀(신지·레이·아스카) 파일럿들은 하나같이 트라우마를 짊어지고 산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은둔형 외톨이거나 지나친 인정 욕구로 현시욕이 강하다. 어른들도 상처와 결점으로 뭉쳐진 건 마찬가지다. 가족은 물론 사회와의 관계에도 서툴다. 인류를 멸종시킨 뒤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로 진화시킨다는 ‘인류보완계획’을 입안할 만큼 극단적이다. 영웅과는 거리가 먼 흠결 있는 캐릭터들은 팬들의 연민과 애정을 끌어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상력의 한계를 무너뜨린 방대한 스케일임에도 황당무계하지 않은 까닭은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덕이다. ‘롱기누스의 창’ ‘릴리스’ ‘세피로트의 나무’ 등 중요 모티브들은 종교학(성서와 유대 신비주의)적 지식까지 끌어들인다. 명확한 설명 대신 여백을 남긴 연출 기법 때문에 팬들은 수수께끼를 풀듯 저마다 이론을 주장했다. 영화학자, 사회학자까지 달라붙어 해독서를 펴냈다. 일본 사회의 ‘에바 신드롬’은 1990년대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한국에도 전파됐다. 90년대의 추억 속에 머물던 ‘에바’가 부활한 2007년. ‘신극장판’이란 수식어를 달고 ‘에반게리온: 서(序)’(2007)와 ‘에반게리온: 파(破)’(2009)가 개봉했다. “‘에바’를 모르는 사람도 즐기기 쉽게 재미를 더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목표로 한다”는 게 골수팬의 반발에도 ‘신극장판’을 만든 감독의 설명이다. TV판 재탕이던 ‘서’와 달리 ‘파’부터 감독은 새 이야기를 조금씩 펼쳐 보였다. ‘에반게리온: Q’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유행하는 ‘리부트’에 가깝다. 올해 공개 예정인 신극장판 4부작의 최종편을 앞두고 새판 짜기에 나선 셈이다. 과거의 TV판, 옛 극장판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Q’는 ‘파’ 이후 14년 뒤 신지가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시작한다. 사도와의 전쟁은 끝났다. 대신 네르프와 반(反)네르프 단체 뷔레가 싸운다. 신지의 아버지 겐도는 여전히 네르프의 총책임자인 반면 신지의 멘토 미사토와 네르프의 기술책임자이던 리쓰코는 뷔레에 몸담았다. 14년 전 자신의 행동으로 대재앙, ‘니어 서드임팩트’가 일어난 걸 알게 된 신지는 상황을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운명은 생사고락을 같이하던 아이들을 맞서 싸우게 한다. ‘Q’의 서사와 기술적 완성도 모두 흠잡을 구석은 없다. 물론 본래의 나약한 모습으로 돌아간 신지가 실망스럽다. 그래도 ‘에바’ 팬의 갈증을 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말과 달리 새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 무리다. TV판과 옛 극장판, 신극장판까지 복습하고 극장에 가도 진도를 따라잡기가 만만치 않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종군기자들은 춤만 추고 갔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종군기자들은 춤만 추고 갔다/진경호 논설위원

    싸이가 신곡 ‘젠틀맨’을 내놓은 지난 13일 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엔 그의 열혈팬들만 있었던 게 아니다. ‘전쟁이 임박한 한반도’를 취재하라는 지시에 따라 한국에 급파된 외신기자들이 여럿 있었다. CNN과 ABC, 폭스뉴스 등 미국 방송들은 물론 영국의 뉴스전문채널 ITN,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에서부터 저 멀리 스웨덴의 기자까지 죄다 몰려 나왔다. 문 닫힌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도 찍고, 비무장지대(DMZ) 철책 너머도 찍고, 광화문에서 시민 인터뷰도 했건만 전쟁의 낌새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던 판에 저마다 본사로부터 ‘기왕 갔으니 싸이 공연을 취재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아들고 찾은 기자들이다. 어색함도 잠시, 이들은 곧바로 뜨거운 현장의 열기에 녹아들었다고 한 외신기자는 전했다. 몇몇은 아예 웃통을 벗어젖히고 시건방춤을 따라 추며 환호했다고 한다. 북 미사일도, 김정은도, 자신이 왜 한국에 왔는지도 그 순간엔 다 잊었을 테고, 종군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비장감을 안고 왔을 이들은 결국 그날 밤 이런 기사를 써 보냈다. “세계의 시선이 김정은의 평양이 아니라 싸이의 서울에 몰리고 있다.”(인디펜던트) “김정은이 싸이를 질투할 것 같다.”(CNN) 싸이 공연의 타이틀이 ‘해프닝’이었다던가. 아마도 이들에겐 그날 자신들이 목도한 한반도가 통째로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전쟁 개시자’라는 미 NBC 전쟁 전문기자 리처드 엥겔까지 날아든 마당에 수만명이 싸이 춤에 맞춰 ‘알랑가 몰라, 알랑가 몰라~’ 흥얼대다니, 한국인들이야말로 알 길 없는 족속이었을 듯싶다. 배 좀 나오고 눈 좀 째졌다고 싸이와 김정은을 구분 못하고, 그 연장선에서 영국 가디언이 서슴없이 ‘싸이와 김정은의 공통점’을 따져보고, 김정은의 말춤 패러디를 수백 가지 쏟아내는 한반도 밖의 눈으로, 60년의 분단사를 헤쳐오며 쌓은 한국인들의 ‘평정심’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눈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녕 한국은 달라졌다. 1983년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귀순했을 때, 그 11년 뒤 1차 북핵 위기가 닥치고 김일성이 죽었을 때, 온 나라는 라면을 사재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그 뒤로도 라면은 몇 차례 더 동이 났다. 그러나 북이 3차 핵실험 이후 연일 ‘말폭탄’을 터뜨리며 협박해 온 지난 두 달 동안, 우린 라면도 생수도 쟁여 놓지 않았다. 계속된 자극에 순치됐을 수도 있다. 총체적 국력차에 따른 자신감, 군과 정부에 대한 믿음도 있을 듯하다. 먹고사느라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탕은 하나일 것이다. 이젠 고등학생만 돼도 북의 행태를 알 만큼 아는, 한층 성숙해진 우리의 대북 인식이다. 안보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북의 허튼 위협에 우리가 흔들렸다면, 결과는 대책 없는 양보나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을 것이다. ‘코리아 리스크’는 현실이 되고, 금융시장을 필두로 경제는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김정은이 바라던 상황으로 내달았을 것이다. 우리도 모르게 세계 각지의 전쟁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떠난, 그 위중한 일주일을 보내고 남북 간에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미국이 김정일의 숨은 돈을 찾아내 묶으면 북이 펄쩍 뛰며 다시 반발하겠지만 일촉즉발의 고비는 넘기는 듯하다. 의연한 자세로 한국이 위기를 헤쳐가고 있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 카드를 그렇게 흔들었건만 눈길을 받기는커녕 한반도의 2대 광대로 꼽히다니, ‘최고 존엄’의 심사가 꽤 틀어졌을 법도 하지만 어떤가. 선대와 달리 그래도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은 젊은 피 아닌가. 걸맞게 뭔가 좀 달라야 하지 않겠나. 라이벌 싸이가 주먹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춤과 노래 하나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걸 지금 보고 있지 않나. 흘러간 미국의 농구선수를 부를 게 아니라 깔끔하게 “싸이씨, 평양에 한번 오라”고 하는 건 어떤가. 세상은 그렇게 뒤집는 것 아닌가.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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