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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추악한 정치와 사악한 지식인/김주연 문학평론가·숙명여대 명예교수

    [시론] 추악한 정치와 사악한 지식인/김주연 문학평론가·숙명여대 명예교수

    결국 이렇게 되고 있다. 대학과 지식인을 엘리트 이기주의니 먹물이니 하면서 공격하고 조롱하는데 최근 10여년 정치권은 바빴다. 대학이나 지식인과 먼 거리에 있는 것이 건강한 민중성으로 자랑되었고, 각종 선거의 출마자들은 그것을 미덕처럼 강조하였다. 배운 자들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자처럼 매도되어, 설령 지식인들이라도 이러한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민중주의에 편승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그들 중 다수는 나름대로 ‘출세’하기도 했다.IMF 환란을 전후해 전통적 지식인들은 밀려나고 돈 잘 버는 사람들이 ‘신지식인’으로 우대되었다. 이후 엘리트, 일류 등의 낱말들이 타기해야 할 용어들로 기피되었다. 문학에서조차 소수문화로서의 ‘하위문화’가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면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통은 수구적인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문화단절의 현상마저 나타났다. 그러나 대저 축적없는 새로움이 어디 있겠는가. 전통과 문화에 무지한 ‘진보’가 과잉 행보하면서 전통적인 지식인의 설 자리는 사실상 사라진 듯하였다. 이 판에 지식인들 스스로의 ‘자기 투매(投賣)’현상이 일어났다.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수백명, 수천명씩 소위 대선캠프라는 곳을 찾아든 것이다. 정책을 조언한다는 것이 명분인데, 결국 자신을 사달라는 말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지식인이라는 낱말은 우리 사회에서 실종의 위기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지식인의 이러한 위상 추락은 먼저 우리 사회, 그것도 정치권에 그 책임이 있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위정자들은 그 누구든 대학, 문화, 지식인들을 존중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많은 조건들이 결여된 탓이었는지 걸핏하면 대학을 공격하고 대학교수나 지식인들을 못마땅해 왔다. 군사독재 시절은 그렇다치고,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최근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우수한 인재라든가, 수월성 같은 말만 나오면 깜짝깜짝 놀라는 정치권과 교육당국 아래에서 지식인들의 창의성, 비판성이 주눅들지 않고 맑은 음성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현실의 비우호성에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의 왜곡되고 타락한 풍속에는, 지식인들 스스로의 책임 또한 무겁다는 사실이 똑똑히 인식되어야 한다. 몇해 전 ‘사악한 지식인’이란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가볍다면 가벼운 책인데, 제목만큼은 오랜 생각 끝에 붙여 본, 이를테면 회심작이라고 내심 즐겼다. 아닌게 아니라 친구들은 나를 사악한 지식인이라고 놀렸다. 왜냐고?무엇보다 지식인에게는 아무 힘이 없는데도 힘이 있는 척 행세하는 모습이 그렇다. 칭찬을 받으면 고래도 춤춘다고 했던가. 우리의 지식인들은 그러나 대학을 통해서든, 온갖 문화기관을 통해서든 칭찬은커녕 격려조차 못 받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지식인들 스스로 행여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일까. 그 지적 천덕꾸러기들이 대선주자들을 돕겠다고 줄을 섰다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캠프에 찾아간 대학교수들이 혹시라도 한표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부디 거두어 주기 바란다. 차라리 철저한 자기고립을 통한 고전적 연마만이 다소의 권위라도 찾는 길이라면 지나친 자학일까.‘역사를 위한 변명’의 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나치 항거를 위한 군입대는 얼마나 겸손한 사회참여인가. 현실적 이해관계를 제외한다면, 복수(複數)의 지적 허세로서 이루어질 지성적 과제는 없어 보인다. 김주연 문학평론가ㆍ숙명여대 명예교수
  • 비운의 보라매 父子

    비운의 보라매 父子

    지난 20일 서해상에서 KF-16 전투기를 몰고 야간임무를 수행하다 숨진 박인철(27·공사 52기) 중위의 아버지가 23년 전 팀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했다 숨진 고 박명렬(공사 26기) 소령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代 이어 순직… 현충원 함께 안장 22일 공군에 따르면 박 중위가 다섯 살이던 지난 1984년 아버지 박 소령은 F-4E를 몰고 팀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했다 추락사고로 숨졌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군사관학교를 마친 박 중위는 지난 2월 공군 고등비행 과정을 마치고 정식 전투조종사가 됐다. 사고 당시 박 중위는 충남 서산에 있는 제2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교관 조종사인 이규진(38) 소령을 뒷좌석에 태우고 KF-16으로 기종 전환 훈련을 받던 중이었다. 공군은 박 중위를 1계급 특진해 아버지가 묻힌 서울 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부자(父子)를 합장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전례가 없어 보훈 당국이 고민 중이라고 공군 관계자는 전했다. ●공군, 비행기록장치 발굴 총력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로 발생한 KF-16 전투기 추락사고로 공군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사고처럼 정비불량이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공군의 위신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공군은 사고 하루만인 21일 서해상에서 기체 일부와 조종사 좌석 시트 등 사고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공군은 정확한 추락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지점이 해안에서 90㎞나 떨어진 원해상으로 수심이 80∼100m나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군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정비 부실 등이 원인이 된 ‘인재’로 판명나는 경우다. 공군 관계자는 “미국 제작사가 부품교체를 지시했던 2월 사고기 엔진과는 생산 시기가 달라 정비대상은 아니었다.”면서도 사고기의 정비 이력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FIFA랭킹 58위로 추락

    한국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 달 전보다 7계단 빠진 58위로 추락했다. FIFA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7월 랭킹에서 한국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산정 방식 도입 이후 가장 낮은 58위에 랭크됐다.98년 12월 17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순위는 96년 2월의 62위. 한국의 랭킹 하락은 아시안컵에서의 부진이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은 62위의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긴 데 이어 100위 바레인에 1-2로 졌다. 최근 4년 성적과 월드컵 본선과 예선, 대륙별 대회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엄격히 적용하는 새 산정 방식에 따라 하향 조정이 예상됐었다. 한국이 눈물을 흘린 데 반해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36위를 차지했고 이란이 46위, 호주가 49위 등으로 모두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과 아시안컵 D조에 속했던 사우디는 61위, 바레인은 88위, 인도네시아는 127위로 모두 랭킹이 올랐다. 북한은 115위.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한 브라질이 1위를 탈환했으며,2위는 준우승국 아르헨티나의 차지였다. 지난달까지 1위였던 이탈리아는 3위로 떨어졌다. 멕시코는 지난달보다 무려 16계단이 상승해 10위에 올랐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신용카드속 ‘알뜰’을 누려라

    신용카드속 ‘알뜰’을 누려라

    짧은 장마가 끝나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벌써부터 차고 넘친다. 그러나 최근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 사고로 저가 해외여행은 아직까지 찜찜한 편. 그렇다고 유럽이나 북미 등을 가족 단위로 다녀오는 것은 시간이나 여행 경비나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국내 여행지로 눈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신용카드사들이 준비한 전국 물놀이 테마파크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다. 금강산, 속초 등 특정 지역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도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놀이 유원지 최고 50% 할인 카드사들의 여름 행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놀이 공원 할인 행사. 대부분 대도시 안이나 대도시와 한두시간 거리에 있어 가족과 당일치기 휴가 즐기기에는 딱이다. BC카드는 다음달 20일까지 캐리비안베이 주중 2만 5000원·주말 2만원 할인,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2만원 할인 등 전국 20여개 유명 테마파크와 물놀이 시설에서 할인 행사를 갖는다.BC카드 홈페이지에서 ‘만원의 행복 즉석 이벤트’에 참여하면 캐리비안베이와 비발디파크 오션월드를 1만원에 즐길 수도 있다. 외환카드도 다음달 말까지 ‘쿨 서머 페스티벌’을 실시하고 있다. 외환카드 이용 고객은 롯데월드 수영장·아이스링크 주말 본인입장권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담양온천도 5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대명 오션월드, 아쿠아월드, 덕산 스파캐슬 등에서는 20∼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LG카드와 신한카드도 허심청, 스파그린랜드 등 전국 11곳의 주요 워터파크와 스파를 20∼40%까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삼성카드 캐리비안베이, 설악 워터피아 등 최대 50% ▲KB카드 제주 아쿠아나 용평리조트 등 최대 30% ▲롯데카드 담양리조트 등 최대 50% ▲우리카드 설악 워터피아 40% 등의 다양한 할인 행사가 펼쳐진다. ●속초, 오산, 해운대서 푸짐한 행사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이벤트도 놓칠 수 없다.KB카드는 다음달 19일까지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북한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캠프를 하는 패키지 상품을 KB카드로 구매하면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상 레저 스포츠도 20%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BC카드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속초에서 카드 고객들이 텐트, 주차장, 파라솔 등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야간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BC 서머 존’을 운영한다. 비씨레포츠카드 회원들은 다음달까지 오산해수욕장에서 캠핑장 사용료를 2만원 할인 받을 수 있다. 농협도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해운대와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농협 카드 소지 고객 200명 선착순 비치백 세트 제공 ▲미아방지용 팔찌 제공 ▲물놀이 부채, 친환경쓰레기봉투, 음료수 키핑서비스 등을 실시한다. 캠핑카의 낭만을 저렴하게 만끽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 현대카드는 오는 31일까지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 브랜드인 ‘프리비아’를 통해 20% 할인된 가격으로 캠핑카를 빌릴 수 있다.24시간 기준으로 주중 14만 5000원, 주말 21만원 수준이다. 삼성카드도 자사 여행센터에서 춘천 위도 지역의 캠핑카를 예약하면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산업현장 감전재해 월요일 오후 조심하라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산업현장 감전재해 월요일 오후 조심하라

    장마, 집중호우 등으로 기상변화가 심한 때다. 산업현장뿐 아니라 생활공간에서도 감전재해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쉽게 누전현상이 일어나고 땀에 의한 인체저항 감소 등으로 감전재해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74명 사망 특히 7월부터 8월사이에 감전으로 인한 사망재해는 전체의 절반 가량 발생하고 있다. 산업재해통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산업현장에서 감전으로 인해 3636명의 재해자가 발생, 이 가운데 57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466명이 감전으로 인해 재해를 입고 이 중 74명이 사망했다. 주의할 점은 이들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7∼8월 여름철에 집중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사망자 74명 가운데 7월에 14명,8월에 20명이 발생해 2달동안 전체 사망자의 46%(34명)나 됐다. 요일별로는 월요일에 가장 많았다. 최근 7년간 월요일에 80명이 감전으로 재해를 입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가장 많은 감전재해자가 발생했고, 사망재해는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였다. 근속 연수별로는 입사 6개월 미만 근로자가 254명으로 전체의 55%를 차지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사고유형을 분석해 보면 전기작업에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근로자의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전재해는 산업현장의 각종 재해 중에 사망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업무상 사고 사망자 1332명을 형태별로 분석한 결과, 감전재해의 경우 사망확률이 15.9%(446명 재해자 중 74명 사망)로 추락사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전, 사망확률 가장 높아 감전사고 유형은 총 466명의 재해자 중 활선·근접작업 28.8%, 충전부접촉 24%, 합선·단락 22.5%, 누전 17.2% 등이었다. 감전 사망사고는 누전이 31.3%로 가장 높았다.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감전재해 사망률은 최고 20배나 높다. 인구 백만명당 감전 사망자는 7.41명으로 일본 0.55명, 영국 0.37, 미국 1.75 등에 비해 4배에서 최고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인 미만 사업장 더 취약 일반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작업환경이 열악한 50인 미만의 중소 사업장에서 감전사고가 많다. 공단은 이를 위해 중소규모 사업장에는 방문기술 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작업장환경 개선사업인 클린사업을 통해 전기설비 접지, 누전차단기, 교류아크 용접기의 자동전격방지기, 이중 절연구조의 이동형 전동공구 등을 지원해 오고 있다. 산업안전공단 류보혁 안전위생연구센터 소장은 “여름철 감전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물론 평소 안전한 전기사용을 생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전예방법 모든 전기기기의 철제외함에는 접지(분전반의 접지단자와 연결된 접지선이 전원선과 함께 전기기기의 철제외함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를 꼭 해야 한다. 또 감전위험이 높은 이동형 전기기기 등은 감전방지용 누전차단기를 설치하고 전기기기의 수리·보수작업 때에는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만약 감전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전원을 차단하고 사고자가 전선이나 전도체에서 분리됐는지 확인한 후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 등 응급조치를 한다. 감전쇼크에 의해 호흡이 정지돼도 1분 이내에 적절한 응급조치를 실시하면 소생률은 95% 이상이 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감전사고 줄이기’ 선진국들은 이렇게 한다 해외에서도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갖가지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영국, 전기안전을 위한 10개년 계획 추진 영국 안전보건청(HSE)과 에너지 네트워크 협회, 전기사업자협회 등은 전기안전과 관련한 산업재해를 단계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도록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전기관련 재해감소 목표를 설정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SAFELEC 2010’으로 명명된 전기재해 감소 전략은 영국 정부에서 설정해 시행중인 안전보건 활성화 전략과 병행해 전기분야의 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SAFELEC 2010’에서 설정한 목표는 2010년까지 근로자 10만명당 근로손실일 수를 2002년 대비 3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인데,2006년 현재 근로자 10만명당 근로손실일 수는 1만 5148일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의 1만 7965일보다는 16% 이상 감소한 것이지만,2002년에 집계한 1만 2938일 보다 증가한 것으로 지속적 안전보건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은 쌍방향 교육 프로그램 운영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는 전기 등 위험 에너지원의 잠금장치 및 표시(Lockout&Tagout)와 관련해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교육프로그램(E-tool)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은 OSHA의 안전보건규정준수 담당국, 안전기준국, 교육훈련국 및 법무국 등이 참여해 공동으로 개발했다. 아울러 OSHA의 각 지방 사무소에서도 똑같은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은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기초교육 실시 ▲주요 위험요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 설명 ▲잠금장치 및 표시 등에 대한 쌍방향 학습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쌍방향 학습은 7개의 사고 사례를 통해 학습자가 가상으로 사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위험성을 보다 쉽게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작업장 바닥 콘센트 등 일일이 고무덮개 씌워 “전열기구에 날아들 수 있는 알루미늄 가루까지 차단하고 있습니다.”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이건창호시스템은 작업장내에서의 누전 및 감전에 의해 사고 예방을 위해 작은 콘센트 하나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특히 작업장 바닥에 사용되는 콘센트나 드릴 등 작업도구들은 일일이 고무덮개를 씌워 놓고 사용하고 있었다. 작업장 특성상 알루미늄 절단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가루들이 틈새에 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가루들이 콘센트나 전기작업기 등에 끼이면 합선 또는 누전에 따른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회사 임종대 전기안전팀 주임은 “물론 시설자체가 안전하게 설계돼 있지만 작업자의 주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하루 수차례씩 작업자들에게 전기안전을 주지시키는 것이 주 임무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의 주의교육 못지않게 시설 또한 잘 갖춰졌다.7000여평에 이르는 작업장(공장)내부는 누전이나 감전 등 전기안전을 철저히 대비한 듯 보였다. 생산시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기케이블 등은 모두 작업장바닥에서 3∼4m 높은 곳에 깔끔히 설치돼 있었다. 전기작업이 필요한 곳이면 천장에 위치한 전기케이블에서 고무에 둘러싸인 연결선을 내리고 콘센트를 만들어 놓았다. 콘센트 연결선이 위아래로 조절이 가능한 데다 바닥에는 거의 닿지 않아 누전·감전의 우려를 최소화했다. 또 용접작업은 작업장의 가장자리를 확보, 바닥과 주변공간이 분리되도록 꾸며 놓았다. 바닥은 절연체로 모든 전기시설은 한쪽 시설대에 집중돼 있었다. 전기용접이 많은 만큼 누전이나 감전을 일으킬 만한 요소는 처음부터 격리해 놓은 것이다. 용접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접불똥조차 절연체로 처리하고 있었다. 이 같은 꼼꼼한 설비와 근로자들을 향한 끊임없는 안전교육이 산업재해, 특히 잠전 재해를 줄이는 척도임을 잘 보여 주는 작업장이었다. 이 회사는 각종 건물에 들어가는 모든 종류의 창문과 창문틀 등을 주문, 생산하는 곳으로 동종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힌다.400여명의 근로자들이 연간 17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작업은 대부분 절단기, 드릴, 용접 등 전동기구 등을 이용한 수작업이 많아 누전 및 감전에 의한 사고 등이 우려되는 사업장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감전사고가 없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공신력 추락 BBC 왜 이럴까

    영국 공영방송 BBC가 여왕이 출연한 자사 다큐멘터리 예고편을 조작하는 등 계속된 물의로 공신력의 위기를 겪고 있다. 더 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12일(이하 현지시간) BBC가 최근 4일 동안 2번이나 공식 사과하게 된 전말을 일제히 보도했다.BBC1 채널은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80세 생일을 맞아 가을 방영 예정인 특별 다큐멘터리 ‘여왕과의 1년’ 홍보 시사회에서 여왕이 화를 내는 장면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완전히 서로 다른 장면이 연속해서 이뤄진 것처럼 편집된 것으로 드러났다. 첫 장면은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인 애니 라이보비츠가 여왕을 촬영하면서 “너무 차려입은 듯 보이니 여왕의 왕관을 벗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여왕은 “당신은 이게(왕관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한다. 다음 장면에서 여왕은 화를 내며 방을 걸어나가면서 시종에게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 나는 이같은 착장을 계속 해왔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시종에게 말하는 장면은 앞장면보다 먼저 촬영된 것으로 편집실수로 앞뒤가 바뀐 것이었다. 영국언론은 실제로 여왕은 웃으며 상황을 잘 넘겼다고 전했다.BBC는 이날 여왕에게 공식사과하면서 버킹엄궁과 작가 모두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힌 사실을 인정했다. 버킹엄궁측은 “BBC가 1년여씩이나 왕가와 계속 접촉하도록 전례없는 권한을 허용했는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BBC는 지난 9일에도 유명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서 진행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5만파운드(약 93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망신을 당했다. ‘블루 피터’는 지난해 11월 방영분 중 유료 전화연결로 유명인사의 신발을 알아맞히는 코너에서 기술 결함으로 전화연결이 막히자 당시 스튜디오 견학 중인 어린이가 런던에서 전화를 건 것처럼 속여 우승자가 되도록 거짓연출을 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훈센 총리 “사고기 수색·구조 늦었다” 군장성들 질책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무방비로 지난달 25일 추락한 PMT항공 소속 여객기의 수색작업과 구조작업이 늦어졌다고 군 관계자들을 심하게 질책했다. 훈센 총리는 4일 캄보디아 방송이 전국에 생중계를 하는 가운데 이뤄진 사고대책 세미나에서 “군 관계자들이 수색에 나서면서 현장지도 하나 없이 참가했다. 현장을 발견하고도 전기톱과 철판을 절단하는 톱이 없어 구조작업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도 하나도 없이 수색을 하려면 차라리 별을 떼서 철공소에 팔아버리는 게 낫다.”고 질책했다. 한국인 관광객 13명을 포함,22명이 탑승한 여객기는 지난달 25일 캄보디아 시엠레압 공항을 출발, 시아누크빌로 가던 도중 보코르산에 부딪혀 추락했다. 그러나 수색에 나선 캄보디아군은 이틀동안 여객기의 추락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수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훈센 총리는 “앞으로 우리 하늘에는 보다 많은 항공기가 운행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면 곤란하다.”고 지적한 뒤 “별만 달고 다닐 것이 아니라 지도도 갖고 다니라.”고 장성들을 꾸짖었다. 훈센 총리는 또 유족들이 한국으로 돌아 올 때는 친필사인이 든 위로 편지 9통을 각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배려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노이 연합뉴스
  • ‘캄보디아 사고’ 수습 오갑렬 재외동포영사대사

    ‘캄보디아 사고’ 수습 오갑렬 재외동포영사대사

    “따르릉, 따르릉∼” 지난 6월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오갑렬(53) 재외동포영사대사 집무실의 전화기가 급하게 울려댔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캄보디아에서 우리나라 여행객 13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했다. 현장에 가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또 사고’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골든로즈호침몰 등 부임 두달 4번째 사고 그가 지난 4월 해외 동포와 해외 여행객 등이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지 대사와 함께 상황 대처 업무 등을 관장하는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맡은 지 두 달만에 벌써 4번째 접하는 안타까운 사고다. 지난 5월3일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 임직원 3명이 피랍됐고, 같은 달 12일에는 동중국해에서 골든로즈호가 중국 진생호와 충돌해 침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7명이 실종, 사망했다. 사흘 뒤에는 소말리아에서 한국어선 2척이 피랍됐다. 나이지리아 피랍 당시에는 출장길에 오르려다 해결됐다는 소식에 짐을 풀었지만 골든로즈호 사건 때는 정부 신속대책반장으로 중국에 달려가 사건해결에 힘을 쏟았다. 1978년 12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외교관 생활 시작부터 안타까운 사건들과 유난히 ‘인연’이 많았다.81년 주 버마(현재 미얀마) 대사관에 2등 서기관으로 처음 부임했는데 83년 10월9일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장관 등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사건 현장과 5분 거리에 대사관이 있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과 스웨덴, 호주 등지의 1등 서기관과 참사관, 총영사관 등을 지낸 뒤 2002년 7월 외교부 재외국민영사국 재외국민담당 심의관 자리를 맡았다.2004년 6월에는 고 김선일씨가 이슬람 과격단체에 피랍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라크에 급히 달려갔지만 결국 김씨가 피살되는 안타까운 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유족 위로 가장 힘들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달 26일 캄보디아 현지로 달려가 갑작스런 비보에 넋을 잃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시신 확인 작업 등을 무리없이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30년의 외교관 생활동안 이번 참사처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을 맺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미셸 위 “손목 아프다…” 또 경기 포기

    ‘추락하는 미셸에게 날개는 없다?’ ‘1000만달러의 소녀’ 미셸 위(18)가 US여자오픈에서도 졸전 끝에 “손목이 아프다.”며 라운드 도중 또 경기를 포기했다.1라운드에서 11오버파 82타를 쳐 바닥권으로 밀린 미셸 위는 2라운드 9개홀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6개를 쏟아내 6타를 더 잃었다. 기권할 당시 성적은 17오버파.155명 가운데 146위로 컷 탈락은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꼭 한 달 전 긴트리뷰트대회 1라운드 16번홀까지 14오버파로 무너진 뒤 기권,‘88타 꼼수’에 휘말렸던 터. 이번에도 최악의 스코어를 낸 뒤 또 부상을 핑계로 경기를 포기한 미셸 위는 “컷 통과가 불가능해지자 기권했다.”는 의심 섞인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애끊는 母情 애틋한 父情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서울 임일영기자|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하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27일 오후 1시40분(이하 현지시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프놈펜의 칼멧병원을 찾은 19명의 유가족들은 가족의 영정사진을 부여잡고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시신 신원 확인이 지연된 데다 크메르-소비에트프렌드십 병원에서 냉동시설이 갖춰진 칼멧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에야 분향소를 찾았다.●“엄마도 데려가야지…” 영정 앞 통곡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분향소 내부에는 사망자 13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 있었다. 고 이명옥씨의 어머니 서만숙씨는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떻게 사나. 얼마나 산 속에서 무서웠을까.”라면서 “엄마가 대신 가야지. 네가 왜 가냐. 얼마나 착했는데….”라고 울먹이다 쓰러졌다. 고 조종옥(KBS 기자)씨의 어머니인 박정숙씨도 “아이고∼ 종옥아, 왜 휴가를 여기로 왔어.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라며 목놓아 울었다. 아들과 며느리, 금쪽 같은 두 손자를 모두 잃은 박씨는 조종옥·윤현숙 부부 등 4개의 영정을 끌어안고 이름을 외쳐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고 황미혜씨의 동생인 황재욱씨도 할 말을 잊은 듯 “누나∼”만을 외치며 오열했다. 오후 2시쯤부터 신현석·오갑렬 대사와 님반다 국가재난관리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통콘 관광부장관 등 캄보디아측 관계자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잠시 뒤 육경건 이사 등 하나투어 직원들이 분향하려 하자 일부 유가족들이 “하지마. 니네가 죽였잖아.”라며 제지하는 소동을 빚었지만 다른 유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분향을 마쳤다. 유족 대표들은 분향소 뒤편에 마련된 시신 안치소에서 희생자들을 확인했다. 안치소는 화물용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들었으며, 드라이아이스 400㎏을 넣어 시신을 냉동보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 팔로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 덕분에 아기 시신이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락사고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시체 수습 작업에 참여했던 현지 교민 문치현(57·용역회사 직원)씨는 “조종석 바로 뒤를 파보니 아이의 발이 보였고 어른 허벅지가 나왔다.”면서 “조종옥씨가 두 팔로 아들 윤민(1)이를 꼭 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그 팔을 펴고 아기 시신을 꺼내는 데 애를 먹은 걸 보면 조씨가 끝까지 아이를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문씨는 교민 의료진과 함께 보코르산으로 달려가 마지막까지 시체를 수습한 뒤 이날 칼멧병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신의 염까지 맡았다. 24년 전 캄보디아에 이민 온 문씨는 1997년 9월3일 프놈펜 포첸통 공항에서 베트남 항공기가 떨어져 한국인 21명이 숨졌을 때에도 현장으로 뛰어갔다.“당시엔 불이 나서 시체 수습 작업이 너무 참혹했다.”면서 “거의 10년 만에 이런 사고가 또 나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 당한 일이다 보니 어떤 계기랄 것도 없이 바로 뛰어갔다.”고 털어놓았다.●“항로이탈해 육안식별 비행하다 사고” 사고 원인은 추락 여객기의 조종사가 정기항로를 벗어나 육안식별비행을 하려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항공당국은 이날 정확한 추락 원인을 찾기 위한 블랙박스 판독작업에 착수했다. 캄보디아 정부 고위관리는 이날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사고기의 조종사가 비록 관제탑의 사전 승인을 받았지만 정기 항로를 벗어나 육안으로 지형을 식별하면서 우회 비행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리는 “바다에서 보코르산 정상 쪽으로 비스듬히 바람이 자주 불기 때문에 항공기가 산에 충돌할 위험을 느껴 조종사들이 자주 산 정상 북쪽으로 항로를 이동한다.”면서 “사고 당일 악천후로 계기비행을 하지 않고 육안식별 비행을 한 것이 확실해 보이며 사고 원인은 악천후와 조종사 과실을 반반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현석 주 캄보디아대사에 따르면 조종사와 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 사이에는 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10시50분까지 4차례의 교신이 있었다.‘고도를 2000피트(600m) 정도로 낮추도록 해달라.’는 기장의 거듭된 요청에 관제탑은 ‘산악지방이라 허가할 수 없다. 고도를 내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관제탑 지시 무시한 조종사 이해 못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조종사가 임의로 고도를 강하하거나 자신이 잘 안다고 우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항 활주로 앞 50㎞ 지점에 해발 1080m의 보코르산이 있었는데도 관제탑에서 ‘당장 고도를 높여라.’라고 하지 않고 ‘너무 고도가 낮지 않나.’란 식으로 얘기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의문점은 목적지까지 50㎞가 남은 지점에서 조종사가 굳이 2000피트로 고도를 낮추려고 했던 점이다.AN-24기와 같은 소형 민간항공기의 경우 활주로를 20㎞ 남겨 놓고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파이널 어프로치(최종접근단계)’에 돌입한다.그 이전에는 고도를 낮출 이유가 없고 악천후로 위험이 다분한데도 기장은 4차례나 고도를 강하하도록 요청했고, 결국 관제탑의 제지를 무시한 채 고도를 낮췄다. 지난 27일 추락 현장에서 회수된 블랙박스의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판독하는 데 6개월∼1년이 걸린다.그러나 기장과 부기장간의 대화, 기장과 관제탑 간의 교신이 담겨 있어 원인 분석의 실마리를 제공할 CVR의 데이터를 출력하는 데는 1주일이면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nomad@seoul.co.kr
  • 실종자 가족 18명 폭우로 현장 접근 못해

    실종자 가족 18명 폭우로 현장 접근 못해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인천 임일영기자| “살아있을 겁니다. 어딘가에 반드시 살아있을 겁니다!” 캄보디아 밀림 속에 추락한 PMT에어(캄보디아 민간항공) 전세기의 한국인 실종자 가족 18명과 하나투어 관계자 6명 등 24명은 26일 오후 9시30분(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중국남방항공 CZ338편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차려진 대책본부에 들러 대사관 관계자들로부터 상황 설명을 들은 뒤 프놈펜 시내의 캄보디아호텔에서 머물며 현장 소식에 촉각을 곧두세웠다. ●“오직 살아있다는 믿음뿐” “한잠도 못 잤습니다. 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착잡합니다만 오직 살아있다는 믿음 하나로 가는 겁니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47번 게이트 근처에서 만난 박희영(42)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활주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박씨는 부인 최찬례(49)씨와 딸 서유경(26)씨가 탄 전세기가 캄보디아의 밀림에서 추락했다는 충격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듯했다. 부어오른 눈과 까칠하게 자란 턱수염에서 박씨의 괴로움과 고통이 절절히 묻어났다. 박씨를 따라 나선 두 딸 인경양과 희경양도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기자들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봤지만 박씨는 “내 입장도 이해해달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말하고 싶은 심정이 아닙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라면서 일행과 함께 총총걸음으로 비행기 안으로 사라졌다. 이들은 당초 출발시간보다 늦어진 오후 1시30분쯤 출국수속(보딩)을 마쳤다. ●여권없어 ‘007작전’ 펼치기도 이날 오전 8시30분쯤부터 실종자의 가족들이 삼삼오오 인천공항내 하나투어 사무실로 모였다.18명의 실종자 가족 가운데 3분의1에 가까운 5명이 여권이 없거나 기간이 만료돼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다행히 하나투어 측의 요청을 받은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과에서 협조 공문을 공항내 외통부 영사민원실로 보내와 긴급하게 여권을 만들어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대부분은 밤새 한잠도 못 이룬 흔적이 역력했다. 핏기 없는 얼굴에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현장책임자 격인 육경건 하나투어 동남아사업부 이사는 “실종자 가족들이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여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항공사 측에 요청해 실종자 가족들과 제3자의 접촉을 막기 위해 가족들의 좌석 다음 열 전체를 비우도록 했다.”고 밝혔다. 육 이사는 이어 “후속조치는 본사에서 강구하고 있으며 아직 보상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프놈펜에서 사고현장까지는 가시밭길 실종자 가족들과 하나투어 관계자들은 프놈펜 시내의 캄보디아호텔에 묵고 있지만 기상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현장 접근이 언제쯤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전 현지 직원과 전화연락을 한 육 이사는 “엄청난 폭우로 현지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들었다. 현지에 도착한 뒤 캄보디아의 군·경과 협의하고 가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육로로 접근하는 방법을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25일 하나투어측은 태국 방콕지사의 직원과 캄보디아인 가이드 등 15명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지만, 악천후로 인해 현재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nomad@seoul.co.kr
  • 사랑이란 산처럼 높고, 바위처럼 굳은 것

    사랑이란 산처럼 높고, 바위처럼 굳은 것

    글 장승욱 | 사진 김원 2005년 10월에 열린 제8회 서울특별시장기 등반경기대회 결과는 다음과 같다. 남자 일반부 1위 김자하, 남자 대학부 1위 김자비, 여자 일반부 1위 김자인. 김 씨 하고도 ‘자’ 자 돌림만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처럼 보기 드문 ‘가족 그랜드슬램’을 이룬 자하, 자비, 자인, 이 셋은 스포츠 클라이밍계에서는 ‘거미 삼 남매’로 통하는 스타들이다. 나란히 우승컵을 안은 셋을 경상도 사람이 봤다면 “와~ 자들 대단하네” 한마디 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세 사람은 ‘자들(더자스)라는 뜻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들어가 보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자기만의 화두를 던지는 젊은이들’이라고 자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다른 말로 하면 인공암벽 등반인데, 세 젊은이가 암벽 등반을 자기들 삶의 화두로 삼게 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인 듯하다. ‘자들’의 아버지 김학은 씨와 어머니 이승형 씨는 81년 겨울 소백산에서 만나 83년에 결혼했는데, 암벽이 중매를 했다. 학은 씨는 승형 씨를 암벽 등반에 입문시킨 ‘사부’였던 것이다. ‘자들’의 이름이 지어지는 과정은 ‘자들’에게 암벽 등반이 얼마나 운명적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학은 씨와 승형 씨는 친하게 지내던 월간 <산>지의 기자들을 만나 이름을 지어줄 것을 부탁했다. 여러 개의 이름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박영래 씨의 작품 ‘자하’가 채택됐다. 자일에서 ‘자’ 자, 하켄에서 ‘하’ 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자일은 등산에 쓰는 로프, 하켄은 자일을 꿰거나 지점을 확보하는 데 쓰는 쇠못이다. 출품된 이름 가운데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따온 ‘대청’도 있었다는데, 자하 씨는 ‘김대청’이 아니라 김자하로 불리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긴 안 그랬으면 ‘자들’이 아니라 ‘대들’이 됐을 텐데 이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첫째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으니 둘째, 셋째의 이름에는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자는 공통적으로 자일의 자인데, 둘째 자비 씨의 ‘비’는 비나(하켄과 자일을 연결하는 강철 고리를 ‘카라비너’라고 하는데, 산악인들은 흔히 줄여서 ‘비나’로 부른다)의 ‘비’, 막내 자인 씨의 ‘인’은 더 이상 이름에 쓸 등산 장비가 없었는지 암벽 등반의 명소인 북한산 인수봉의 ‘인’ 자를 빌려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암벽 등반을 시작한 자하 씨는 고교 시절인 5년 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에 등반 유학을 다녀왔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한다는 재미로 시작했지요.” 자하 씨는 올해 3월에 열린 디스커버리배 아시아 볼더링 페스티벌에서 우승했다. 볼더링은 스포츠 클라이밍의 한 종류로 자일 없이 암벽을 오르는 것인데, 암벽의 높이는 5미터 정도로 그리 높지 않다. 자하 씨는 지난해 역시 암벽 등반을 하며 만난 박현숙 씨와 결혼해 오는 7월이면 아빠가 된다. 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암벽을 오르던 자비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꿈의 무대’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다가 거의 꼴찌로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암벽 등반이 뭔가. 벽을 뛰어넘는 것이야 기본 아닌가. 자비 씨의 목표는 월드컵 결승 진출이다. “클라이밍이란 말을 들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05학번인데도 연습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미팅 한번 안 해봤다는 자비 씨는 ‘애인 구합니다’라는 내용을 꼭 써달라 했다. 이상형은 ‘클라이밍을 이해하고 또 할 줄도 아는 사람’이다. 성적으로 따지자면 막내 자인 씨가 가장 낫다. 중학교 때 일반부 대회에 나가 여러 차례 우승한 바 있는 자인 씨는 현재 부동의 국내 챔피언이다. 월드컵에서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5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같은 해 9월에 열린 제9회 서울특별시장기 등반경기대회. 그 얼마 전 연습 중 추락해 인대를 다친 자인 씨는 한 발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목발을 짚고 대회에 참가했다. 믿기 어렵지만 결과는 우승이었다. 클라이밍 팬들은 자인 씨의 경기 모습에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발견했다. 자인 씨의 실력이 이처럼 뛰어난 건 오빠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큰오빠가 하켄을 박고, 작은오빠가 비나를 걸면, 자인 씨는 그냥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부모는 든든한 후원자다. 운동을 그만둔 다음 진로가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고민도 많았지만 자기 좋은 일로 밥벌이를 하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 학은 씨와 승형 씨는 세 남매를 암벽으로 이끌었다. 구입한 지 7년이 된 학은 씨의 승합차는 전국의 암벽이나 인공 암장을 찾아다니느라 주행기록이 벌써 30만 킬로미터에 가깝다. 아이들이 잠깐이라도 편히 잤으면 하는 생각에 손수 운전을 하게 된다고 한다. 승형 씨도 아이들처럼 암벽 등반을 화두로 삼다가 지금은 대학산악연맹의 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자인 씨 가족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상황에도 끝까지 서로 의지하며 가야 하는 존재(김자인)” “늘 함께하는 사람들(이승형)” “하나의 자일에 같이 묶인 사람들(김자하)” “함께 가는 동지(김학은)” “자일 파트너(김자비)” 자일 없이 하는 볼더링은 예외지만 암벽 등반에는 자일이 꼭 필요하고, 자일을 잡아줄 사람, 즉 ‘자일 파트너’도 있어야 한다. 서로 자일 파트너가 되는 것을 산악인들은 ‘자일을 묶는다’고 하는데, 학은 씨의 친구들은 아들딸과 ‘자일을 묶는’ 학은 씨를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학은 씨에게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나는 며느리하고도 자일을 묶는다네.” 오는 7월이면 학은 씨의 손자, 자하 씨의 아들이 태어난다(벌써 성별 확인이 끝났다). 자하 씨는 벌써부터 이름을 ‘락’으로 지어 놓았다. ‘바위’라는 뜻도 되고 ‘가족의 즐거움’이라는 뜻도 된다. 락이의 손을 잡고 산에 갈 날을 기다리는 것은 학은 씨의 즐거움이고, 락이가 3대째의 클라이머로 자랄 것인지 지켜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즐거움이다. 김학은(52세) 열아홉 살에 암벽 등반에 중독된 이래 산이 좋고 사람이 좋아 산에 사는 산사나이. 손자가 태어나면 담배를 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이승형(50세) 뛰어난 두뇌와 꼼꼼한 성격으로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헌신적인 어머니. 가장 기뻤던 순간은 막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김자하(24세) 노스페이스 클라이밍 팀 소속. 몸이 약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한다. 박현숙(27세) 며느리와 함께 ‘자일을 묶고’ 등반하고 싶어 하는 시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출산 뒤 바로 운동을 시작하리라 마음먹은 기특한 맏며느리. 김자비(21세) 숭실대학교 생활체육과 3학년. 사진, 노래, 악기 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 클라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로커가 되었을 듯. 김자인(20세)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1학년. 국제적으로 유명해져서 우리나라 스포츠 클라이밍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 김락(0세) 이름도 출생일도 아직은 미정이지만, 온 집안이 클라이밍으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엄마 배 속에서 클라이밍을 배워 세상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아기. 장승욱 | 작가이자 우리말 연구자인 글쓴이는 조선일보 편집기자와 SBS 보도기자를 지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여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수많은 벗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저서에는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술통> 등이 있습니다. <가족의 발견>은 유니베라와 함께합니다. 월간샘터 2007년 6월호
  • [주말탐방] 공군 조종사 생환교육대

    [주말탐방] 공군 조종사 생환교육대

    최악의 추락사고에도 마음대로 죽을 수조차 없는 게 공군 전투조종사들이다. 이들에겐 죽는 것 자체가 군과 국민에 대한 불충이다. 비행경력 10년의 교관급 조종사 1명을 길러내는 데만 평균 87억원대의 국민세금이 소요되는 탓이다. 무인지경의 심산유곡이든 일망무제의 망망대해든 비행기가 떨어지면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와야 하는 게 조종사들의 지상 과제다. 이 ‘900만불의 사나이들’에게 ‘불사의 비급’을 전수하는 곳이 공군 생환교육대다. 조종학생 시절 2주간의 초급 생환교육을 수료한 조종사들은 4년 6개월마다 육상과 해상에서 1주일간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낙하산 조종과 비상 착륙, 해상 강하와 헬기 유도, 음식물 취득과 은신처 구축, 암벽등반, 독도법 등 교과과정만 봐선 그 힘들다는 특전사 훈련도 ‘저리 가라’다. 지난 12일 찾은 경남 남해군 미조항 앞바다에서는 조종사들의 여름철 해상 생환훈련이 한창이었다.2대의 25t 함정에 나눠 탄 36명의 사내들. 조종사 경력 2년의 20대 신참부터 하계 훈련만 세 번째라는 40대 베테랑까지 다양했지만 발밑의 검푸른 해수면을 응시하는 사내들의 표정에선 한결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입수” 교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종사들이 차례로 바다로 뛰어든다. 초여름이라지만 남해의 수온은 냉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주황색 구명대에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리길 10여분. 탐색구조전대 소속 HH32 구조헬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접근한다. 헬기와 수면의 거리는 20m 남짓. 로프를 타고 내려온 잠수복 차림의 구조요원이 조종사의 몸에 구조장비를 두른 뒤 헬기를 향해 수신호를 보낸다. 로프가 감기며 천천히 상승하는 두 사람.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강한 바람과 얼굴을 때리는 물보라 탓에 조종사의 얼굴은 고통으로 한껏 일그러져 있다. 헬기 구조훈련을 마치고 모선으로 옮겨 탄 조종사들은 “춥다.”를 연발했다. 갑판에 오르기 무섭게 담배부터 빼무는 사람도 있다.F-4E를 조종하는 한성우(29) 대위는 “입수한지 10분이 넘어가자 냉기 때문에 치아가 부딪칠 정도였다.”면서 “로프에 끌려 올라가는 순간 ‘살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조종사들이 바다로 추락했을 때 가장 큰 위험은 추위다. 겨울철엔 입수 뒤 40분이 넘어가면 저체온증이 찾아온다. 지난 2월 사격훈련 도중 서해바다에 추락한 KF-16기 조종사도 구조가 조금만 늦어졌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다는 게 생환교관들의 전언이다. 다행히 조종사는 추락 직후 인근에서 조업하던 주꾸미 어선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생환교육대엔 모두 3척의 함정이 배속돼 있다. 공군에서 배를 보유한 부대는 충남 대천의 방공포대와 이곳 남해의 생환교육대 2곳뿐이다. 해상훈련시 모선 역할을 하는 216t짜리 ST-845함은 2대의 철선을 횡으로 붙인 뒤 가로 12m, 세로 24m의 대형 갑판을 위에 얹어놓았다. 갑판 후미 오른쪽엔 작은 함교가 설치돼 있어 먼 거리에서 보면 미니 항공모함을 연상시킨다. 헬기구조 훈련에 이어 해상 착수시 대처능력을 기르기 위한 패러 세일(para sail) 교육이 시작됐다. 시범은 생환교육대의 ‘홍일점’ 오윤미(24) 하사의 몫이다.‘특별함 속의 특별함’을 찾아 생환교관에 지원했다는 당찬 여성.2005년 공군 부사관인 오빠의 권유로 군문(軍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종합병원의 응급구조사로 일했다. 낙하산 견인줄을 매단 25t 함정이 모선을 지나쳐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팽팽해진 견인줄에 이끌려 갑판 위를 내달리던 오 하사가 낙하산의 양력에 힘입어 가뿐하게 바닥을 차고 이륙한다.30m 남짓 상승했을까. 견인 줄이 풀리고 상공을 두어 차례 선회한 오 하사가 수면 위로 떨어진다. “동남아 여행가면 다 하는 것 아닙니까. 신혼여행 예행연습하는 셈 치죠.” 실습을 앞둔 이제남(28) 대위의 말이다. 교관들의 도움을 받으며 갑판을 내달리던 이 대위. 아슬아슬하게 이륙에 성공했다. 그런데 긴장한 탓일까. 엉거주춤 다리를 벌린 자세가 어색하기만 하다.“발목과 무릎 붙이세요.” 교관이 소리쳐 보지만 소용 없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다음달부터 최신기종인 F-15K로 갈아탈 예정이라는 안영환(28) 대위는 이륙도 못해보고 갑판 아래 수면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람이 약해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은 탓이다. 훈련이 어렵다고 판단한 교관들이 바람이 부는 곳을 찾아 함정들을 이동시킨다. 올해로 해상훈련만 세번째라는 오충일(42) 중령은 “매번 훈련 때마다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생각대로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이다. 오 중령이 꼽는 생환교육의 백미는 산악훈련. 나침반과 지도만 들고 산짐승을 잡아먹으며 인적 없는 산 속을 헤매야 한다. 겨울철엔 눈 속에서 낙하산을 덮고 자는 일도 다반사다.“그래도 견뎌야죠. 제 몸뚱아리 하나가 공군과 대한민국의 재산인걸요.” 불혹을 넘긴 오 중령의 겸손함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조종사의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글 남해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사진 남해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생환 교육대는 어떤 곳 “오늘 훈련한 내용을 써먹어야 할 상황이 오지 않길 기원합니다.” 생환교육대 교관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조종사들이 맞닥뜨려선 안 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관복 가슴에 새겨진 영문마크 ‘SERER’엔 유사시 조종사들에게 요구되는 행동지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Survival(생존),Evasion(도피),Resistance(저항),Escape(탈출),Recovery(복귀)가 그것이다. 모든 교육은 혹독한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20여개 교과목엔 낙하산 강하와 해체, 해상생존, 은신처 구축 및 음식물 습득, 불 피우는 법, 암벽 등반과 헬기유도법, 심지어 적의 포로가 됐을 때 신문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포함돼 있다. 공군의 모든 조종사들은 조종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이·계급을 불문하고 4년 6개월마다 고된 생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생환교육대는 1953년 인천에서 공군 첩보부대 산하부대로 창설됐다. 공군 첩보부대라면 과거 ‘실미도부대’를 운영했던 곳으로 악명높다. 현재 본부는 충북 청원에 있다. 해상교육을 위해 1984년 남해도 최남단 미조면 송남마을에 마련된 하계 훈련장은 4월부터 9월까지 운영된다. 부대 주변이 유명 휴양지인 탓에 성수기인 7∼8월엔 주민들의 생업을 위해 훈련을 중단한다. 교육대는 17명의 교관과 지원요원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관들 대부분 경력 10년이 넘는 부사관들로 낙하산 강하는 물론 스킨스쿠버, 응급구조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이들은 ‘군 최고 엘리트’라는 조종사들을 교육시킨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교관경력 17년의 신재권(38) 중사는 “사정이 허락한다면 군 생활을 교육대에서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 [발언대] 등산객 보호할 산림항공구조대 창설 /조건호 산림항공관리본부장

    우리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는 최고의 ‘국민스포츠’는 단연코 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산림청과 한국갤럽이 실시한 산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1회 이상 산을 찾는 등산객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 매주 한 번 이상 찾는 마니아도 20%에 이른다. 그러나 이같은 산 사랑은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등산사고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최근 3년간 1만 2915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해 207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안전장비 없이 산에 오르거나 금지된 등산로,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는 험한 산길을 오르거나 밤늦게까지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는 등 대부분 부주의한 산행의 결과였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등산객들이 안전 산행을 하도록 계도활동도 펼쳐야 하겠지만, 정부차원의 안전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산림청 산하 산림항공관리본부에서 ‘항공전문 산악구조조직’인 산림항공구조대를 창설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산림항공구조대는 산불진화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국내 산악지형을 숙지한 헬기조종사와 공중 산불진화대원, 구조장비를 갖춘 대형헬기 29대 등을 이용해 연중 전국 산악지역을 대상으로 실족이나 실종, 추락 등의 안전사고자 구조 및 응급환자 이송 등의 활동을 펼치게 된다. 2005년 제정된 ‘산림·문화 휴양에 대한 법률’에 근거해 산림 안에서 조난, 실종 및 추락사고 발생시 환자를 응급조치하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산림항공구조대는 김포의 본부 이외에 익산, 양산, 원주, 영암, 안동, 강릉, 진천 등 전국 7개 지방관리소에 각각 설치된다. 특히 대전 산림청 청사에 마련될 ‘산악구조 상황실’은 전국의 산악사고를 접수해 구조대의 현장출동을 지시·지휘하는 한편 의료기관, 지자체, 경찰 및 소방관서 등 관계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사고자의 안전과 생명을 최대한 보호할 것이다. 조건호 산림항공관리본부장
  • 지리산 횡단도로 안전시스템 구축 시급

    최근 관광버스 추락사고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리산 횡단도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가 야생 동·식물 보호 등을 이유로 ‘도로폐쇄’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가 조만간 공론화될 전망이다.●지리산 횡단도로(지방도 861호) 횡단도로는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천은사∼성삼재∼전북 남원시 산내면 내령리 뱀사골 지구에 이르는 24㎞구간이다. 이 도로(왕복 2차)는 군 작전도로로 사용됐으나 1988년 건설교통부가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포장하면서 개통됐다. 전남·북도가 도로시설 설치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지·보수 등 관리는 해당 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개통 이후 연간 45만대의 차량과 110만명의 등산객이 이용하고 있다. 주말과 행락철이면 하루 4000여대의 차량이 몰린다.●마(魔)의 성삼재 구간 해발 1100m인 성삼재를 정점으로 한 횡단도로는 산과 계곡을 S자로 휘감고 도는 구조이다. 성삼재∼천은사(11㎞)에는 100m가 넘는 절벽과 30∼50m의 낭떠러지 구간이 많다. 중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 지점도 경사도 30도의 가파른 내리막이다. 이곳에선 지난해 여름철에도 관광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추락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크고 작은 사고 발생도 한 달 평균 2∼3건에 이른다.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노고단을 등반한 김모(45·광주시 서구 화정동)씨는 “성삼재∼천은사 구간을 내려오면서 20여분 동안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차량에서 불탄 냄새가 날 정도였다.”며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호벽 등 안전 시설물은 설치되지 않았다. 더욱이 하행선 계곡쪽에 설치된 가드레일은 어른 허리높이 정도로, 버스 등 대형차량이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충돌할 경우 무용지물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 지점에는 적사함 등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며 “국립공원지역이라서 함부로 산을 깎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도로이용 개선 타당성 용역’에 착수했으나 ‘도로의 폐쇄’ 결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가 우려되고, 성삼재 바로 밑 심원마을 주민 이주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서장훈, 연봉보다 우승 가능성 택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33)이 프로농구 KCC에 새 둥지를 틀며 명가 재건에 앞장서게 됐다. KCC는 27일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서장훈을 계약 기간 4년, 연봉 4억원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장훈은 연세대 시절 실업팀을 상대로 농구대잔치 우승을 함께 일궜던 2년 선배 이상민(35)과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러브콜을 던진 구단 가운데 대학 은사 최희암 감독이 이끄는 전자랜드가 가장 많은 연봉 5억 6000만원(기간 4년)을, 디펜딩챔피언 모비스가 4억 5000만원(기간 4년)을 베팅했으나, 서장훈은 가장 적은 액수를 부른 허재 감독의 KCC를 택했다. 이번 이적을 끝으로 선수 생활 마지막 불꽃을 태워야 하는 서장훈은 06∼07시즌 꼴찌였던 KCC가 이적 첫 시즌 성적 부담이 없는 한편, 이른 시일 내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장훈은 “농구 인생이 오래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을 멋지게 해볼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대학 새내기 때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민과 등번호(11번)가 겹치는 문제는 서장훈이 양보해 앞으로 7번을 달기로 했다. 지난 시즌 팀 사상 최다 연패에 허덕이며 최하위로 추락했던 KCC는 또 가드 임재현(30)을 기간 5년, 연봉 2억 8100만원에 영입하는 등 전력을 대폭 끌어올려 다음 시즌 태풍을 예고했다. KCC는 앞으로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고액 연봉자인 이상민(2억원), 추승균(3억 5000만원)과 서장훈, 임재현 등의 연봉을 합치면 12억 3100만원이 되기 때문이다. 샐러리캡(17억원)을 고려할 때 나머지 살림은 4억 6900만원으로 꾸려야 한다.6월 연봉 협상을 통해 기존 선수의 연봉을 깎거나 1∼2명은 방출해야 할 처지다. 삼성이 KCC에 보상 선수를 요구할지도 주목된다.KCC는 서장훈을 포함해 3명을 보호 선수로 묶을 수 있다. 나머지는 삼성의 요구가 있으면 반드시 이적시켜야 하고, 요구가 없으면 14억 1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한편 LG에서 FA로 풀린 포워드 박훈근(33)은 3년간 연봉 1억 5000만원에 삼성으로 옮겼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람잡은 안전교육

    초등학교에서 소방 안전교육을 받던 학부모들이 고가 사다리차에서 떨어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는 소방서 주최로 열린 사고 예방 교육 과정에서 발생해 충격을 더했다. 사고가 난 차량은 ‘굴절형 사다리차(굴절차)’로 바스켓(구조·탑승용 바구니)을 지탱하는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전 11시33분쯤 서울 중랑구 묵동 원묵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여성 학부모 3명이 굴절차의 바스켓을 타고 고층에 오르는 소방 훈련을 체험하던 중 갑자기 두께 1㎝짜리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24m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학부모 정모(41·여)씨와 황모(35·여)씨 등 2명이 숨지고 오모(38·여)씨가 크게 다쳐 인근 서울 노원구 상계 을지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사다리와 바스켓을 연결하는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바스켓이 기울어졌다가 원위치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바스켓 밖으로 튕겨져 나가 바닥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 중랑소방서가 4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10여명 등 250여명을 대상으로 개최한 ‘소방관 아저씨와 함께하는 가족 안전’ 행사로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에 이어 체험행사에 참여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굴절차 와이어 점검 한번도 안해 김한용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장은 “사고 차량은 그동안 와이어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굴절차 와이어가 끊어진 것은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1998년 12월 출고된 이후 와이어를 한번도 교체하지 않았다.2월21일 정기점검을 받았지만 와이어 테스트는 없었다. 또 사고 차량의 바스켓은 가로 100㎝, 세로 40㎝, 높이 80㎝ 크기로 탑승한 사람들을 고정하는 안전 벨트가 없었다. 따라서 바스켓을 고정하는 벨트만 있었더라면 참변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차량을 운전한 김모 소방장은 “15년째 소방관 생활을 하고 있지만 (3∼4t의 장력을 견딜 수 있는) 와이어가 끊어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바스켓에 어린이들은 5∼6명, 학부모들은 3명을 태워 바스켓 하중(최대 340㎏)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랑경찰서는 철제와이어를 현장에서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굴절차 주변에 에어 매트리스 등 아무런 안전장비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랑소방서장 직위해제 사고가 나자 학교 측은 학생들을 교실 안에서 안정을 취하게 한 뒤 낮 12시20분쯤 조기 귀가시켰다. 현장에 있던 아이들은 사고를 직접 목격해 심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박모(12)양은 “사고를 보고 놀라 우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방서와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과 안전 규정을 어긴 사실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19일쯤 여경을 보내 사고를 당한 학부모의 아이들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현장 책임자인 성환상 중랑소방서장을 직위 해제하고, 책임자와 부상자에 대한 위로 및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이달말까지로 예정된 안전교육 체험행사를 전면 중단하고 장비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날벼락 같은 비보에 망연자실 사고로 숨진 정씨와 황씨의 유가족들은 갑자기 닥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황씨의 시어머니 이모(67)씨는 “알뜰살뜰 모아 겨우 집을 마련해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로 오른쪽 골반뼈와 대퇴부 등을 크게 다쳐 을지병원에 입원한 오씨는 “아이가 현장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봐 충격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아이 걱정에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강국진 박창규기자 betulo@seoul.co.kr
  • [시론] 영화인들 도덕적 해이가 위기 불렀다/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지금 터져 나오는 한국영화 위기론은 예고된 것이다. 그 정도는 주로 자본의 측면, 특히 양적인 수치로 계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영화 위기는 자본과 영화창작 주체, 관객이라는 삼박자가 서로 엇물리며 일어난 종합적 결과이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수차례 위기론은 자본과 제작편수의 역학관계, 시장 점유율 등의 수치로 설명되곤 했다.1997년 환란 쇼크로 대기업이 일시에 발을 빼자 제작편수가 급감했다. 이후 창업투자회사 자본, 극장과 배급권을 가진 대기업 자본, 거대 통신자본까지 유입되면서 지난해에는 110편이 제작되는 양적 팽창을 보여줬다. 이 와중에 영화업이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자본이 넘쳐나자 ‘지금 영화를 못 만들면 바보’라는 말까지 충무로에 나돌았다. 그 속에는 영화업이 떴으니 이때 한 건을 해야 한다는 기대와 그 여파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있다. 그런 기대와 우려의 이중성이 그대로 담긴 2007년 1·4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해 61.6%였던 시장점유율이 48.9%로 추락했다. 특히 3월 한 달만 보면 21.6%로 2004년 12월의 16.9%를 제외하곤 최악이다. 지난해 110편 중 90편이 적자를 냈다. 자본과 스타 매니지먼트의 유착이 영화창작의 주체인 ‘감독-기획·제작자’를 소외시키는 반영화적인 구조는 이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자본의 논리에 공조 내지는 타협해버린 영화창작 주체들은 영화정신을 배신하면서 몸체만을 키우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왔다. 이를테면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를 혁신한 ‘연애의 목적’은 170만명 관객 동원으로 한재림이란 신인감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의 두번째 영화 ‘우아한 세계’는 전작의 두배에 달하는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천만시대니 뭐니 하지만, 실제로 인구 대비 백만 관객도 놀라운 수치다. 그런 점에서 한재림의 영화 두 편은 모두 성공이다. 스타없이, 대자본의 기대치없이 20억∼30억원대로 ‘우아한 세계’를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알찬 수익을 거두었을 것이다.‘부익부 빈익빈’ 제작풍토를 한탄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에 부응한 세력이 영화판도를 결정하는 도덕적 해이, 그 속에서 창작자의 자존심과 소신을 지킨 소수는 갈수록 창작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보자. 썰렁 개그식 저열한 제목에, 스타를 앞세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난무한다. 아무리 영화가 오락이어도 ‘자신의 저열함을 즐겨라.’라는 유혹에 넘어갈 관객층은 지속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영화를 즐기고 지지해온 관객들은 무덤덤해져 가는 중이다. 신뢰의 상실이다. 관객의 위기이다. 게다가 드물게 나오는 품격을 갖춘 영화들,‘천년학’이나 ‘가족의 탄생’ 같은 작품들은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봉쇄당한다. 주가상승 차익에 대한 기대치를 버린 자본에게도, 제목이나 예고편만 봐도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에게도 한국영화는 이제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주저앉고 말 것이냐 아니냐는 자본이나 정책 이전에 영화창작 주체의 각성, 제대로 된 영화만들기라는 상식의 회복정도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그간의 비상식적 풍토가 몰고온 홍역이다. 창작주체들 즉 제작자, 감독,(스타보다)배우들이 영화창작 중심의 직업윤리 회복과 더불어 상식이 통하는 영화자본시장을 재구성하는 것이 이번 홍역을 성장통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 팬택 3G시장 합류… 재도약 시동

    최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계열이 3세대(3G) 휴대전화 단말기를 출시, 재도약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팬택계열은 최근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를 뺀 3G 단말기를 KTF에 공급했다.KTF는 일단 공급받은 초기 물량을 판매하고 시장 반응이 좋으면 제품 구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팬택은 3G 제품 공급이 유동성 위기로 인한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팬택계열은 국내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지난해 12월 20.2%를 기록했으나 이후 급락,4월에는 7%까지 추락했다. 팬택계열은 3G 논위피폰 공급을 계기로 일단 3G 시장에 진출한 뒤 하반기부터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3G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과 본격 경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자기부상폰,9.9㎜ 슬림슬라이드폰 등 개발해 놓은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2분기까지 조직을 정비해 3분기부터는 수익성 위주로 다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며 “전체적인 분위기로 볼 때 4월에 바닥을 찍었으며 상반기 중 다시 10%대의 점유율을 회복하고 하반기부터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결정 D-1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결정 D-1

    2014년 여름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선 인천에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7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의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제26차 총회 투표에서 인천과 인도 뉴델리의 승부가 갈린다. 지난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인천 지지를 공개 표명함으로써 인천의 승리는 9부능선을 넘었다는 게 유치위원회의 판단이다. ●단순 다수결로 단박에 승부 이날 표결에 앞서 인천은 뉴델리와 오후 5시부터 OCA 소속 45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들을 상대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다.NOC 투표여서 표심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고 이에 따라 뜻밖의 승부가 연출될 가능성도 적은 게 사실이다. 이번 투표는 OCA 관례대로 공개투표를 원칙으로 하되, 의장의 결정이 있거나 출석위원 15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단순 다수결로 곧바로 승부가 갈리며 득표 결과는 공표되지 않는다. 인천유치위는 45개 NOC의 절반이 넘는 25∼30표 안팎을 확보했다고 장담한다. 각 국 선수단의 체재비와 항공료를 전액 부담하겠다고 나선 뉴델리의 막판 물량공세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대세는 이미 갈렸음을 자신한다. 인천이 대회 유치에 성공할 경우 1986년 서울과 2002년 부산에 이어 한국 도시로는 세 번째로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2003년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강원 평창이 2010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단 3표 차로 실패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한 국제스포츠 무대에서의 위상도 되살릴 계기를 잡게 된다.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를 끝으로 국제종합대회 공백기를 맞았던 한국 스포츠는 지난달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을 유치한 데 이어 인천과 평창이 2014년 각각 아시안게임과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트리플 크라운’으로 화려하게 살아난다. ●인프라, 국제대회 개최 경험이 인천 승리의 열쇠 뉴델리가 1952년과 1982년에 이어 세 번째 개최를 노리지만 인천은 첫 도전이다. 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뛰어난 교통 근접성과 도시 환경, 국제대회 개최 경험, 최첨단 정보기술(IT) 강국 이미지, 손색없는 인프라 등을 뉴델리보다 앞선 점으로 꼽는다. 인천이 대회를 유치하면 중계권료 등 방송사 수입 210억여원에 광고수입 1000억여원, 입장권 판매 수익 250억여원, 복권사업 수익금 150억여원 등 예상 수익만 2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OCA에 넘길 수익 분담금과 대행 수수료 등을 빼더라도 10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이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인천은 국고에서 지원받아 도로망과 통신 인프라 구축에 나서게 돼 경제특구인 송도 신도시를 ‘동북아 허브’로 만들려던 야심에 나래를 달게 된다. ●동북아 편중 vs 뉴델리 3회 개최 인천의 약점이자 뉴델리의 공격 포인트는 ‘동북아 편중론’.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여름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다시 동북아의 일원인 인천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 더욱이 2002년 부산 이후 12년 만에 인천에 또다시 개최를 허용하는 것은 너무 편중됐다는 시각이다. 평창이 같은해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선 만큼 여름 아시안게임은 뉴델리에 넘겨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도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뉴델리에도 자승자박이 돼 왔다. 뉴델리 역시 벌써 세 번째 대회 유치에 뛰어들었기 때문. 여기에 뉴델리의 물량공세를 마땅치 않게 여기고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훌륭한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기류가 최근 OCA에 조성됐다는 게 유치위원회의 분석이다. 스포츠 후진국의 저변 확대를 겨냥한 인천의 ‘비전 2014’가 OCA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인천의 자신감을 북돋는 대목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신용석 유치위원장 인터뷰 신용석(65)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위원장은 2005년 5월 아시안게임 유치에 뛰어든 이래 30여 차례 아시아 각국을 돌았다.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보름에 이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소화하는 열정을 보였다. 신 위원장은 17일 유치지 최종결정을 앞두고 지난 7일 이란에 도착 표밭갈이를 시작했다. 이후 시리아를 거쳐 결전장인 쿠웨이트로 직행한다. 신 위원장은 “인도 뉴델리와 접전지역인 서아시아를 마지막까지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45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 가운데 25표 정도를 얻을 것 같다. 인도는 10표 내외로 판단된다. 하지만 부동표가 10여표에 달하고 표심은 막바지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역별 판세를 분석해 달라.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는 우리가 우세한 것이 확실하고 남아시아는 인도 쪽이다. 중동지역은 아직 상당수가 부동표로 보이며, 동남아시아는 서로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판단이다. ▶대구 유치가 결정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동계올림픽과의 상관관계가 항상 거론되는데. -이들 대회와 아시안게임은 종목이 다를 뿐 아니라 개최국을 결정하는 주체도 다르다. 그동안 ‘국제대회는 한 나라에 몰아주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관계에서 더이상 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인천이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서 아시안게임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인천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짐이 된다는 시각은 찬성할 수 없으며 인천과 평창이 ‘윈-윈게임’을 할 수 있다. ▶유치활동은 어떻게 해 왔는가. -표면적인 홍보보다는 실제로 표를 던질 각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두세 차례씩 만나 스킨십을 다져왔다. 지난해 11월 인천을 방문한 OCA 평가단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인천시 차원에서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을 지원하는 드림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투표 당일 프레젠테이션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중앙정부 유치의지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담긴 영상 메시지를 상영하고, 인천의 장점인 경기장시설, 도시 인프라,IT 등을 집중 홍보하겠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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