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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당신과 함께 스페인을①바르셀로나 Barcelona

    해외여행 | 당신과 함께 스페인을①바르셀로나 Barcelona

    당신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언젠가 스페인에서 석 달쯤 눌러 살아 보자고. 당신과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스페인을 나 홀로 먼저 다녀왔다. 그 시간은 달콤한 시에스타siesta를 즐기고 일어나 시원한 샹그리아 와인을 마시며 거리를 산책하는 여유로 가득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많이 그립지 않았다.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다 홀로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홀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일행은 있었다. 커다란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트라팔가 코치 투어. 무려 18개국에서 서른 두 명의 동행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놀라운 구성이고 엄청난 인연이다. 배낭여행자들의 성지 카오산 로드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한번에 만나기 힘들지 않았던가. 낯선 이들 속에서 외톨이가 될 것만 같았던 생각은 틀렸다. 우리는 함께 거리를 걸었고 맛있는 타파스Tapas를 나누어 먹었으며 밤이 되면 춤을 췄다. 그리고 그 시간의 한 장면, 한 장면은 아직도 매일 밤 내 꿈에 찾아오고 있다. ●Barcelona 130여 년을 앞선 가우디의 바르셀로나 “제발 가우디처럼 굴지 마렴!” 바르셀로나 출신 투어 디렉터 하비Jarvi(닉네임)의 어머니는 그가 어릴 적 심한 장난을 칠 때마다 항상 이렇게 꾸짖었다고 한다. 지금은 가우디 없는 바르셀로나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영혼이 도시 곳곳에 숨 쉬고 있지만 건축가로서 그의 초창기 시절은 그렇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폐병과 관절염을 가지고 태어난 그는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몸이었다.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그저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했던 그의 설계도를 본 이들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단다. 그의 설계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미친 짓’으로 보일 만큼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가우디가 평생을 두고 작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은 그의 영적인 고향 몬세라트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1883년부터, 그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1926년까지 온 힘을 쏟을 만큼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성당은 무려 1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건설 중에 있다. 도시 한가운데 높이 솟아오른 성당에서는 그의 친환경적인 건축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하늘 위로 쭉쭉 뻗어 올라간 기둥들 때문에 마치 울창한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이는 느낌 그대로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지진에도 안전한 구조기법이란다. 그 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스텔톤의 빛이 아름답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상부 천장을 주변 천장보다 한층 더 높이 올려 빛의 통로를 만들었고 최대한 자연조명으로 내부를 밝히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담겨 있다. 가우디는 성당 바로 옆에 작은 학교도 지었다. 1909년, 교육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학교는 성당을 만드는 건축가를 비롯해 인부들을 위한 교육의 공간이 되었다. 오로지 후원금으로만 짓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성당 건축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130여 년 전 그의 생각과 마음은 상상 그 이상으로 깊고 앞서 있었다. 얼마간의 자유시간이 생겨 서둘러 구엘 공원을 찾아갔다. 가우디가 서른 한 살 젊은 건축가로 활동할 때부터 35년간 그를 평생 후원했던 구엘의 이름을 딴 공원이다. 과연 공원이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산동네 같은 길을 오르고 올랐다. 처음 마주한 구엘 공원은 장난끼가 넘쳤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건물이 입구에서부터 관람객들을 반기고 신전으로 이끄는 듯한 계단을 오르면 악어의 형상을 하고 있는 괴물 퓨톤이 알록달록한 모자이크 범벅을 한 채 지하수를 뿜고 있다. 지하수는 신전 위 마당에 모여 저장된 빗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100년 전 완성된 그의 건축에서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친환경적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신전 위에 오르자 바르셀로나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우디는, 경사가 가파르고 높아 집을 짓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대지를 모자이크처럼 분할했다. 경사에 맞추어 기둥을 세우고 산책길의 나무 한 그루도 그대로 두고자 했던 그의 노력 덕분에 구엘 공원은 더더욱 곡선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거대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신전 마당 끝자락, 물결치는 듯한 벤치에 앉아 상상해 본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도시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람브라스, 언젠가 당신과 함께 걷게 될 거리 한겨울에도 평균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도는 날씨가 한몫했지만 그 외에도 샹그리아 한잔의 여유와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예술혼, 최신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반겨주는 스페인의 SPA 브랜드 상점들과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람블라스Ramblas 거리는 바르셀로나의 첫인상을 ‘활기차고 따뜻한 도시’라고 결정짓기에 충분했다. 람블라스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남동쪽으로 약 1.3km, 바르셀로나 항구까지 연결되는데 굳이 길을 묻지 않아도 발길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상점과 관광객들로 365일 붐비는 곳이다. 자라Zara, 망고Mango, 풀 & 베어Pull & Bear 등 스페인 태생의 SPA 브랜드들이 걸음걸음마다 눈에 띄고 FC 바르셀로나 기념품숍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조용히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도 물결인지 흥겨운 멜로디를 형상화한 그림인지 알쏭달쏭한 모자이크가 펼쳐져 있는 람블라스 거리의 바닥 구석구석에는 호안 미로의 작품이 새겨져 있다.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과 노란색, 빨간색 원형의 모습으로 모자이크 안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길을 걷다 무심코 그의 작품을 밟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설도 들린다. 람블라스 거리가 시작되는 지점, 가로등 아래 멋스러운 식수대가 서 있는데 이 물을 마시면 반드시 바르셀로나에 다시 오게 된다는 행복한 이야기. 첫인상만으로도 꿈만 같았던 바르셀로나에는 함께 오기로 약속했던 사람과 다시 와야만 했다. 그 전설을 되뇌며 한 모금은 아쉬워 두 모금을 꿀꺽 삼켰다. 보케리아 시장Boqueria Market 람블라스 거리를 걷다 지칠 때쯤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의 명물 보케리아 시장이다. 신선한 수산물과 싱싱한 과일, 달콤한 초콜릿과 모든 식재료들이 한데 모여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드는 바르셀로나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 지중해 연안의 여러 시장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식자재를 공급한다는 유럽시장연합회Emporion의 회원이자 전 세계 수많은 도시들이 도시개발을 계획할 때 롤모델로 삼는 재래시장 중 하나로 규모는 물론 공급하는 식재료들의 품질이 뛰어나 미식가들의 성지로도 불린다. 다양한 종류의 생과일 주스는 지친 여행자들에게 인기만점이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트라팔가 한국 사무소 www.trafalgar.com, 02-777-6879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인도네시아 반둥 아홉 개의 장면들

    해외여행 | 인도네시아 반둥 아홉 개의 장면들

    인도네시아로 떠나야 했을 때 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했었다. 그리고 쉽게 발리와 자카르타를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서울에서, 서울과 비슷한 곳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눈동자와 함께 손가락이 멈춘 곳이 있다. 반둥이었다. intro 스프링처럼 반동하며 ‘반동’과 발음이 비슷해서였을까, 이름에서부터 묘한 저항의 느낌을 받았다. 활화산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화산도 일종의 반동이 아닌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의 패권에 반동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정상들이 급히 모였던 곳이라는 정보도 얻었다. 한때 뜨거운 마음이 있었고, 지금도 뜨거운 화산이 뿜어져 나오는 곳. 일상의 냉정과 무료함에 지친 나에게 지금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스프링처럼 반동하며, 나는 ‘반둥’에 갔다. 이제 나는 당신께 내가 본 반둥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니 함께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나는 추억으로, 당신은 상상으로 가는 여행이다. 목적지는 ‘반동’. 준비되었다면 이제 출발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cene 01 넓고 많고 다양한 나라 인도네시아 그리고 반둥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을 갖고 있다. 섬 부자. 놀라시라. 1만8,108개의 섬이 있다. 이 중 6,000개의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 인구는 2억4,000명.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4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다.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누구든 종교가 있어야 한다. 신분증에도 종교를 표기해야 한다. 전체 인구의 88%가 무슬림을 믿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반둥은 자바섬에 있다. 자카르타 남동쪽 170km, 화산으로 둘러싸인 반둥분지 고원에 있다. 기온이 적당하여 20세기 초부터 서양 사람들의 휴양지로 개발되며 발달했다. 활화산이 있고 노상 온천도 있다. 섬유산업이 발달했고 딸기가 유명하다. ●Scene 02 도돗, 금관처럼 반짝이던 순간 묵고 있던 호텔 로비 한 켠에서 작은 공연이 있었다. 망설이다가 카메라를 들고 들어섰다. 화려한 모자와 옷을 입은 신부가 천천히 춤을 추고 있었다. 옷에 장식된 조각들이 황금비늘처럼 눈부시게 반짝였다. 마치 관계자인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고 물었다. 모자의 이름은 도돗Dodot이었다. 황실의 행사 때 그리고 결혼식 때 신부가 쓰는 것이라 했다. 그 화려함이 신라 금관을 닮아 있었다. 신부가 내 카메라를 보고 자꾸 웃어 줬다. 파인더 속에서 도돗의 수많은 조각들이 붉고 푸르고 노랗게 흔들렸다. 몇 초간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어쩌면 그때 내 마음도 조금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은 검게 흔들렸다. ●Scene 03 풍경처럼 희미한 유황 호텔에 부탁해서, 택시를 빌려 땅꾸반 뿌라후Tangkuban Perahu 화산으로 갔다. 20km. 시내를 빠져나간 택시는 오랫동안 언덕을 올랐고 울창한 삼림을 옆에 두고 또 달렸다. 곧고 길게 뻗은 숲이 참 좋다 생각하는데, 그 나무의 발목마다 해먹을 걸어 놓은 상인들이 보였다. 울창한 숲에 비밀처럼, 아니 속옷처럼 해먹이 펼쳐져 있었다. 그 얼마나 강렬한 유혹이었던가. 화산 따위 가봐야 별거 없으니 여기서 한숨 늘어지다가 내려가시라. 인생은 정상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중턱의 휴식에 있는 것. 해먹은 올가미처럼 나를 포획하려 했다. 간신히 견뎠다. 막상 화산에 가보니 즉시 해먹이 그리워졌다. 활화산이라고 하면 용암이 끓어오르고, 갈라진 바위 사이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쳐 올라 풀어진 등산화 끈이 불타오르는 광경을 상상하지 않는가. 그렇지는 않았다. 볼 것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가서 볼 만한 곳이었다. 배경처럼 희미한 유황냄새. 폭발하여 어딘가로 몽땅 날아간 분화구 속으로 자꾸 흘러들어가는 마음. 찰과상 흔적처럼 검은색 얼굴의 화산을 배경으로 더 노랗고 더 붉은 파라솔들이 고요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곳. 화산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찌아뜨르 온천Ciater Hotspa을 들르는 것이 풀코스. 화산을 갔다면 온천까지 가는 것이 좋고, 온천을 갈 것이라면 화산까지 보고 오는 것이 효율적이다. 적당한 온도의 노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먼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여행에서는 꼭 필요한 순간이니까. 어차피 차를 빌려서 가는 길이니 돌아올 때 괜찮은 풍경을 만나면 잠시 멈춰서도 좋을 것이다. 계절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딸기가 좋고, 펼쳐진 차밭이 좋고, 붉게 익은 커피 열매들과도 만날 수 있게 된다. ●Scene 04 오토바이, 가족이 함께 탄 풍경 역시 도로엔 오토바이가 많았다. 차와 오토바이가 반반 정도 될까. 베트남의 오토바이 풍경과 다른 점도 보였다. 여성 단독 라이더가 적었다. 종교와 문화적 차이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앞에 남자가 타고 뒤에 아이를 가슴에 안은 여자의 모습이 많았다. 가족의 풍경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이층 버스가 신기했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청년들이 버스에 근접해 달렸다. 직진하면서 고개만 옆으로 돌려 한참동안 버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버스에 탄 외국인 승객들에게 뭐라뭐라 소리를 질렀다. 웃는 얼굴이었다. 저 앞 교차로에 붉은 신호등이었다. 도로를 메우며 차들이 이미 정차해 있었다. 지금 한가하게 이층 버스를 바라볼 때가 아니다… 멈추지 않으면 위험하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그 말을 해줬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곧이어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Scene 05 자꾸만 고맙다고 말하는 아이들 아침 여섯시쯤 호텔에서 나왔다. 반둥의 아침 풍경과 만나고 싶었다. 사람들이 걸어 나오는 방향으로 그냥 걸었다. 그들의 목적지가 아니라 그들의 출발지점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붉은 간판의 상점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세탁소와 정차된 오토바이 넘어 사람들이 계속 걸어 나왔다. 나도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어떤 함성 소리를 들었다. 귀로 더듬듯 그 함성을 쫓아서 걸어가니 초등학교였다. 아이들은 교문 옆 노점 앞에 몰려 있었다.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지만 붉은 끈과 구슬, 작은 카드 앞에 자석처럼 아이들의 영혼이 찰싹 붙어 있었다. 몇명을 간신히 떼어내 사진을 찍었다. 수줍어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더니,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어 줘서 고맙다는 것. 고마운 건 난데 아이들이 자꾸만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뭐 그렇게 고맙다면야 별수 없지. 나는 우쭐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Scene 06 수줍고 순박한 마음과 닿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왜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특히 아이들과 여중, 여고생들은 ‘한국인’을 그저 신기한 생명체로 여기는 듯했다. 남자는 그냥 다 ‘슈퍼주니어’, 여자는 모두 한국 드라마 속 비련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화산을 갔을 때,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먼저 다가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사진 찍어 주세요.” 사진을 찍어 달라고? 뭐 어려운 일이겠는가. 카메라를 들어 여고생을 찍으려고 하니 아니라고 손을 흔든다. 자신을 찍어 달라는 게 아니라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혀’ 달라는 것. 그것 또한 뭐 그리 어렵겠는가. 함께 사진을 찍혀 주니 너무도 기뻐한다. 그 사진을 자신에게 보여 달라는 것도 아니고, 보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함께 ‘사진을 찍히는 그 경험’이 좋은 것. 그렇게 사진을 함께 찍혀 주고 내 카메라로 다시 그녀를 찍어 주니 또 놀라며 행복해한다. “처음이에요”라며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난 표정을 짓는다. 사실 반둥에 가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 행복했던 순간들은 바로 그렇게 그들의 순박한 마음과 만나던 때였다. 멋진 건물과 먹거리는 어디나 흔하게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순박한 이 마음과는 어디에서 이렇게 닿을 수 있을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cene 07 침묵의 교류 그리고 브이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은 작은 운동장에서 뛰며 놀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운동장을 서성이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지나던 선생님도 와서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 대답만으로도 즐거워한다.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잠시 놀다 작은 교실로 들어갔다. 운동장에서의 소란과 달리, 낯선 이국인의 진입에도 동요가 없다. 사진 한번 찍고 싶으니 좀 앉아 봐, 손짓으로 말했다. 순순히 모인다. 찰칵. 한 번의 셔터마다 표정이 바뀐다. 웃고, 찡그리고, 놀란 표정을 짓고, 손으로 브이 표시를 한다. 그동안 서로 아무 말이 없다. 침묵의 교류. 찰칵, 찰칵, 찰칵 소리만 교실을 채운다. 그 풍경을 엿보듯 교실로 아침 햇살이 스며든다. 내 마음에도 무언가 환한 것들이 스며들었다. 아까워서 아직 꺼내 보지 않았다. ●Scene 08 컬러풀 히잡 거리를 걸으면 인도네시아의 상징적 풍경과 만나게 된다. 바로 여성들이 머리에 쓴 히잡.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는 국가임을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개별적으로 증거해 주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도 교복에 히잡을 쓰고 시장의 상인들도 히잡을 쓰고 있다. 물론 이슬람 종교를 믿는 무슬림만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있기에 마치 전체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패션의 영향인지 아니면 종교적 기준과 상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히잡의 색상과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그 달라서 오는 이채로움은 아름다움과 연결된다. 히잡은 인도네시아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로 사진을 찍었을 때 그 특성은 더 잘 드러난다. 도시의 채도가 히잡으로 인해 높아지는 것. 물론 여행과 추억의 채도도 함께 높아지게 된다. ●Scene 09 앙끌롱Angklung, 흥겨운 떨림의 음계 대나무가 흔한 도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나무가 노래를 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사람이 흔들어 줘야 노래를 시작한다. 대나무로 만든 타악기 앙끌롱Angklung. 각각의 악기마다 음의 높이가 다르다. 멜로디에 따라 각각의 앙끌롱을 흔들어서 연주한다. 1938년 현대적 음계를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된 후 반둥 지역에서 크게 대중화되고 발전했다. 그 대중화의 주역인 우조Udjo의 이름을 딴 식당으로 갔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천을 받았기 때문. 저녁을 먹고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니 야외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연주했다. 화려한 옷과 행진, 조화로운 화음이 흥겨웠다. 최상의 경험은 마지막 단계쯤에 있었다. 관객들에게 번호가 적혀 있는 앙끌롱을 나눠 주고 지휘에 따라 흔들어 함께 연주하게 한다. 각 나라의 민요에서부터 팝송까지, 처음 본 관객들과 한팀이 되어 협연하는 것. 차례가 왔을 때 빠르게 악기를 흔들어 길고 또 짧게 음을 연주했다. 곡이 거듭될수록 연주 실력이 급속도로 좋아졌다. 노래 하나가 끝날 때마다 서로 환호했다. 자신에게 감탄하고 또 타인에게 감탄하는 것. 앙끌롱을 흔들어 그 분명한 진동으로 공진하는 것. 음계도 마음도 그 시간들도. 그곳에서 함께. 사웅 앙끌룽 우조Saung Angklung Udjo 대나무로 만든 인도네시아의 전통 악기 앙끌룽 연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함께 앙끌롱 연주를 체험하고 배워 보는 시간은 특히 즐겁다. 식사를 즐긴 뒤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앙끌룽 아트센터Angklung Art Center라고도 불린다. Jln. Padasuka 118, Bandung +62 22 727 1714 www.angklung-udjo.co.id 매일 15:30~17:00 Outro 그 어떤 저항도 없이 입국할 때는 마침 비도 내렸고 경황이 없어서 몰랐다. 떠나던 날, 달리던 택시가 갑자기 작은 건물 앞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 있나 하고 창밖을 보니 그곳이 공항이었다. 택시보다 조금 더 크고 버스보다는 작다고 말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 것. 뭐, 증설 계획을 갖고 있고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꼭 건물을 크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느낀 반둥. 그 소박하고 순한 느낌과 어울리는 규모라 여겨졌다. 출국 심사를 하고 들어가니 면세점이 있었다. 한 평 크기의 폴로매장. 끝. 그 옆으로 메뉴를 손 글씨로 쓴 다방과 대합실. 바쁠 것이 무엇인가 하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앉아서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 반동처럼 어떤 스프링과 저항을 생각하고 왔다가 마음이 한없이 물렁해지고 깨끗해져서 돌아가는 순간. 서울에서 지친 내가 서울을 잊고, 반복된 일상과 그 일상의 속도를 함께 잊을 수 있었던 곳. 반둥. 이제 당신이 직접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취재협조 싱가포르항공 www.singaporeair.com ▶travel info Bandung Indonesia, Bandung 서부 자바의 수도로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빠라양안Parahyangan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발 750m에 위치해 있어 평균기온 22도의 서늘한 날씨와 함께 푸르른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네덜란드 지배시절 지어진 유럽식 건축이 많아 인도네시아에서 유럽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도시. 자바의 ‘파리’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파리스 반 자바Paris Van Java’ 혹은 꽃의 도시를 뜻하는 ‘꼬따 껌방Kota Kembang’으로 불리어진다. 날씨 연평균 기온이 섭씨 20도 정도로 언제나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열대성 기후로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다. 우기시 스콜처럼 비가 갑자기 쏟아질 수 있으니 우산과 우비를 챙길 것. Airlines 싱가포르항공에서, 싱가포르-반둥 노선을 주 5회 운항 중이다. 싱가포르공항에서 환승하여 반둥으로 쉽게 이동 가능하다. 싱가포르항공은 반둥을 포함해 동남아, 미주, 호주, 유럽 등 37개국 105개 도시(2014년 11월4일 기준)의 노선을 운항 중이다. 싱가포르 1박 숙박료를 59싱가포르달러부터 제공하며 다양한 혜택이 있는 ‘스톱오버 홀리데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02-755-1226 창이 달러 바우처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모든 지역으로의 여행 때, 싱가포르항공이 편리하다. 동남아 국가 어디로든 가기 편한 곳에 위치해 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시설과 면세점 또한 훌륭하기 때문. 싱가포르 공항을 통해 환승하는 여행객을 위해, 공항 환승 터미널 내 모든 상점에서 이용 가능한 20싱가포르달러의 창이 달러 바우처CDV: Changi Dollar Voucher도 제공한다. 바우처는 창이공항의 아이숍 창이 컬렉션 센터iShop Changi Collection Center에서 환승 티켓을 보여 주면 수령 가능하다. 쇼핑뿐 아니라 식사, 앰배서더 트랜짓 라운지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must go 브라가 스트리트Braga Street 반둥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로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쇼핑을 하려면 세띠아부디Setiabudi, 찌암뻘라스Cihampelas, 다고Dago, 리아우Riau, 찌바두윳 슈즈 인더스트리 센터Cibaduyut shoes industry center와 같은 팩토리아웃렛이 유명하다. 다고에 위치한 시장의 경우 주말 동안 많은 현지 젊은이들이 모여 저녁을 즐긴다. 땅꾸반 뿌라후 화산Tangkuban Perahu과 찌아뜨르 온천Ciater Hotspa 시내 북쪽으로 30km에 위치한 활화산과 그 근처에 위한 노상 온천은 반둥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침몰한 배’ 또는 ‘뒤집어진 배’라는 뜻으로 1826년 분화 후 최근까지 크고 작게 분화하고 있다. 화산을 내려오는 길에 찌아뜨르 온천을 들러 노천 온천을 체험하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갈 때는 호텔 등에 문의하여 택시를 대절해 가는 것이 좋다. 약 2시간 소요. 화산과 온천 각각 5만 루피아 정도 지질 박물관 아이들과 함께 여행한다면 반둥 지질 박물관 관람을 추천한다. 다양한 시기의 공룡 모습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역사, 지역의 지질적 특성과 화산 분화의 모습을 상세히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지진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색다른 경험이다. 반둥 아이들이 현장 학습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Jl. Diponegoro No. 57 Bandung 022-7213822 museum.bgl.esdm.go.id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명인·명물을 찾아서] 지금, 발 밑에 펼쳐진 시리도록 푸른 다도해

    [명인·명물을 찾아서] 지금, 발 밑에 펼쳐진 시리도록 푸른 다도해

    “와! 그 유명한 여수 밤바다가 발밑에 있어요. 이렇게 멋질 줄 정말 몰랐네요.” 지난 7일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8시. 전북 전주에서 가족 4명과 함께 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왔다는 김모(57)씨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짜릿할 줄 몰랐다”며 “주변 관광지와 연계돼 있어 더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가 국내 처음으로 해상케이블카를 개통하고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서 네 번째로 바다 위를 통과하는 해상케이블카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 사이 1.5㎞에 바다 위 80m 상공의 정취와 스릴감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중 700m 구간은 바다 위를 통과한다. 오동도 등 아름다운 다도해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2일 개통한 이후 첫 한 달 동안 11만 1500여명이 찾았다. 지난 1월 17만 7600여명, 지난달 14만 6400여명, 이달 들어 일주일 동안 벌써 1만 5000여명이 찾아왔다. 운행 100여일 만에 벌써 45만명을 웃돌고 있다. 여수시는 올해 관광객 100만명 돌파를 목표로 세웠다가 급하게 수정했다. 해상케이블카가 인기몰이에 나서자 200만명으로 올린 것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도심과 산악 케이블이 단순한 이동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해 여수해상케이블카는 기존의 운송 수단이 아닌 바다와 도심의 풍광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점을 자랑하고 있다. 여수포마㈜가 바다와 도시가 어우러진 한국의 나폴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320억원을 투입해 설치했다. 여수케이블카는 전 세계 여행·레저 산업의 주도국인 프랑스가 자랑하는 포마사의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이 집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인승 일반용 캐빈 40대, 6인승 투명 바닥인 크리스털 캐빈 10대 등 50대가 움직인다. 일반용은 성인 기준 1만 3000원, 크리스털은 2만원이다. 크리스털 캐빈은 투명 재질로 돼 있어 발밑의 푸른 바다와 떠다니는 배들을 생동감 있게 관망할 수 있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초속 2~ 3m의 속도로 움직여 편도 10분, 왕복 20분이 걸린다. 시간당 1300명을 운송할 수 있다. 평일은 4000~5000여명, 주말은 1만여명이 찾는다. 하루에 1만 4000여명이 올 때도 있었다. 오전 시간에는 5분여 정도, 점심 이후부터는 20~40분 정도 기다려야 탈 수 있을 정도다. 초속 15m 바람까지 견디도록 설계된 케이블카 내부에서는 웬만해선 흔들림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안정성을 보인다. 마치 하늘 위를 떠다니는 듯한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내가 넓고 쾌적해 유람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아름다운 여수항과 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려수도를 오가는 선박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돌산공원 ‘놀아정류장’ 전망대에서는 여수항과 다도해·여수 도심을 관망하고, 자산공원 ‘해야정류장’에서는 여수신항과 엑스포장·여수밤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박모씨(42· 경기 일산시)는 “날아다니는 갈매기 떼도 보고, 바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새로운 세상을 본 것 같았다”며 “무섭기도 하고 스릴감도 느끼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의 새 명물로 급부상하고 있는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전 세계 800만명이 다녀간 여수세계박람회, 오동도 등과 연계해 관광 파급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나고 세월호 참사 여파로 30%에 머물던 숙박률이 해상케이블 영향으로 평균 80~90%, 황금연휴에는 100%를 보이고 있다. 주변 식당들은 상을 치울 틈도 없이 밀려오는 손님들을 맞느라 비명을 지를 정도다.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46)씨는 “관광 비수기인데도 이처럼 많은 손님이 찾고 있어 모처럼 살맛이 난다”면서 “성수기인 봄·가을에는 엄청난 관광객들이 찾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낮에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도심 곳곳의 야경과 밤바다를 보는 색다름 때문에 이제는 머물러 가는 관광지로 돼 가고 있다. 해상케이블카 주변과 바로 인근에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오동도에는 빨갛게 피기 시작한 동백꽃이 더한층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개화하기 시작한 동백꽃은 다음달 초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이렇게 관광객들의 호응이 높자 여수포마는 현재 1.5㎞ 거리를 앞으로 오동도까지 1㎞를 연장할 계획으로 있다. 여수포마는 지난해 말 해상케이블카 체험시승 이용권 5100장(6100만원 상당)의 후원증서를 노인, 장애인, 다문화, 복지시설 생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지역센터 아동 1100여명을 초청해 무료 탑승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여수시는 추운 날씨에도 해상케이블카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어 날씨가 풀리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누적 관객 45만명 중 여수시민들은 4만여명, 나머지는 전남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상케이블카가 상한가를 치면서 여수의 관광명소를 찾는 사람들은 크게 늘었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순신 광장과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의 수군 지휘본부 진남관,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거문도, 여수세계박람회장과 한화 아쿠아리움에 이르기까지 덩달아 인기장소로 돼 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남해안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며 “여수 밤바다의 야간 경관을 지역 경제와 국제 해양관광의 주축 역할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국내여행 | 합천이어야 했던 이유

    국내여행 | 합천이어야 했던 이유

    이야기는 50여 년 전 한국에 머물렀던 어느 프랑스인에서 시작된다. 합천 해인사를 사랑해 죽어서도 그곳에 묻힌 사람. 무엇이 그를 넋으로 돌아오게 했을까? 그 질문에 밀려 합천으로 갔다. 홍류동에 뿌려지다 합천군은 잘 알고 있었다. ‘합천’ 하면 떠오르는 ‘해인사’의 공식이 이 도시의 이미지를 경직시키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시작한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나 해인아트프로젝트의 소식이 들려왔을 때 귀가 솔깃했으나 결국 2013년 이 행사를 찾았다는 200만명의 대열에 속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로제 샹바르’의 사연과 프랑스인들과 동행하는 합천 여행은 만사를 제쳐 놓게 할 만큼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단 ‘문제적 그’를 먼저 소개한다. 로제 샹바르Roger Chambard는 1959년 한국에 부임해 10년간 근무한 초대 주한프랑스 대사였다. 그 기간 중에 한국을 널리 여행했던 그는 특히 해인사를 좋아해 ‘죽으면 화장을 해서 해인사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했고, 실제로 1982년에 78세의 나이로 타계하자 유골은 한국으로 옮겨져 합천 해인사 자락에 뿌려졌다. 그의 손자 올리비에 샹바르Olivier Chambard는 프랑스 외교부 아프리카-인도양 담당 부국장이 되어 2011년 9월에 공무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종종 언론에 소개되곤 했지만 그냥 잊힐 수도 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복잡해진 이유는 아마도 ‘죽을 자리’ 때문이리라. 세상을 많이 떠돈 만큼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회귀본능이다. 마지막 자리는 내 나라, 사랑하는 사람의 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결석처럼 단단해진다. 그런 본능을 넘어서 타국, 타향을 선택할 만큼 로제 샹바르의 해인사 사랑이 대단했던 것인지 영혼의 외로움이 컸던 것인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은 단편적이기만 하다. 어느 프랑스인의 피안彼岸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후 가난했던 한국의 모습은 흑백사진으로 남아있고, 그 사진 속 로제 샹바르도 흑백이다. 시간은 그냥 흐르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그 사이 홍류동紅流洞 계곡 옆으로 포장도로가 깔렸다. 2011년부터 ‘소리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해인사 산책로 6.3km는 3분의 2 이상이 이 도로와 나란히 달린다. 해인사 시외버스 터미널을 오가는, 통행량이 적지 않은 도로이고 커브를 도는 엔진소리는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도 잠식한다. 그 옛날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의 귀를 먹게 했다 할 정도로 옥계수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우렁찼다는 이야기가 무색하지만 다행히도(?) 소리길의 ‘소리’는 ‘Sound’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소리蘇利는 불교에서 ‘이상향’ 혹은 ‘피안’을 뜻한다. 작은 힌트를 주워 본다. 로제 샹바르가 해인사를 드나들던 그 시절에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홍류동 계곡은 어쩌면 그에게 이상향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우거진 송림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 그리고 듬직한 바위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청수, 그 물살의 기개를 보여 주는 폭포와 웅덩이들. 그 안에 숨은 19개의 명소. 신라 최고의 천재로 칭송받았지만 말년에 해인사에 머물다 홍류동 계곡에서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혹은 방랑 끝에 죽었다는) 최치원에게 이곳이 피안이었듯, 노년의 프랑스인에게도 해인사와 홍류동 계곡은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소나무, 노각나무, 떡갈나무, 떼죽나무, 줄참나무, 굴참나무 가득하고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지는 소리길을 두 시간 넘게 걷는 동안 두 노인의 마음을 소리 없이 헤아려 보았다. 최치원이 명명했다는 가야산 19경 중 16경이 그 헤아림에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마음에 담은 해인사의 보물 대장경테마파크에서 시작된 소리길은 해인사에서 끝이 난다. 경내로 들어서자 한눈팔지 않고 장경판전으로 직행했다. 해인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장경판전은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소로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팔만대장경8만1,258장은 12년 후에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15세기에 만들어진 이 건물은 통풍, 방습, 온도 유지 등을 고려한 과학적 설계에 있어서 현재의 건축기술이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건물을 신축했지만 일부 장경에 곰팡이가 피는 등 문제가 발생해 다시 옮겨 왔을 정도다. 통풍을 위해 앞뒤 창문의 크기를 다르게 하고 바닥에 숯과 소금 등을 깔아서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지혜는 함부로 베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들어갈 수도, 사진촬영도 불가능하기에 아쉬운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데 먼 북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해인사가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앞마당엔 법고식이 진행되고 있었고 경내의 모든 사람들은 부동자세로 젊은 스님들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 전국 사찰 중 가장 힘차고 아름다운 법고 소리로 유명한 해인사이니 가능한 풍경이다. 무려 23개의 산내 암자를 지닌 해인사이기에 타종 소리, 법고 소리는 그 어느 곳보다 멀리 도달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경외로 나가자 아까 스치듯 지나온 전나무와 작품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소리길에서부터 드문드문 만났던 조각품과 설치 작품들은 2013년 진행됐던 해인사아트프로젝트의 흔적이다. 30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마음’이라는 주제를 담아 평면, 입체, 미디어,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5,200여 만 자에 이르는 팔만대장경의 글자들을 단 한 자로 요약하면 ‘마음 心’이기 때문이다. 방치되어 파손된 작품 앞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정성을 다한 작품 앞에서는 경탄심이, 위트가 넘치는 작품 앞에서는 ‘아하’ 하는 마음이 둥둥둥 울리고 있었다. 팔만대장경에 한 톨씩을 새겨 넣었던 선조들의 바람은 호국이었든, 무병장수였든, 소원성취였든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신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불운한 말년을 보냈던 최치원의 마음과 타향에서의 안식을 원했던 로제 샹바르의 마음도 홍류동 계곡에서 하나로 합수하여 합천으로 흘러들고 있듯이 말이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합천군 www.hc.go.kr ●Bon voyage 해인사 소리길의 도반들 해인사와 소리길 여행에는 유쾌한 도반들이 있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3명의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인의 시선과 감성에서 로제 샹바르와 해인사의 인연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합천 여행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묻기 위해 합천군에서 초대한 손님들이었다.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벵자맹 박사가 두 사람을 위해 통역을 맡아 주었다. 그들의 ‘까칠하지만 솔직한’ 피드백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었다. 한없이 모던하고 최첨단인 대장경테마파크의 시설과 기술이 오히려 팔만대장경과 단절되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고, 해인사 사하촌에 많은 식당이 있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지나치리만큼 자주 눈에 띄었던 해인사의 보시함을 지적할 때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일견 합당하고, 일견 문화적인 차이가 느껴지기도 했던 대화들은 1박2일 내내 진지하게 이어졌다. 해인사에 가려져 있는 합천의 매력이 더 잘 알려지기 바라는 ‘마음’들이 합천군에도 한 자 한 자 기록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참고로 세 사람의 프랑스인이 예상외로 황매산의 때늦은 억새풍경을 극찬했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travel info 합천 합천영상테마파크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세트장으로 탄생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합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1920년대 경성의 거리와 1980년대 서울의 모습이 교차하는 곳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고 아이들에게는 낯선 근현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경남 합천군 용주면 합천호수로 757 055-931-2467 1,100원 대장경테마파크 초조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은 2011년 첫회를 시작으로 2013년 행사까지 성황리에 마쳤으며 다음 회를 기약하고 있다. 대장경테마파크 안에는 대장경천년관, 지식문명관, 정신문화관, 세계교류관, 세계시민관 등 5개의 전시관이 조성되어 대장경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로 1160 055-930-4801~2 어른 3,000원 황매산 철쭉, 억새 군락지 5월이면 철쭉 원피스를 입고, 10월이면 억새풀 망토를 두르는 산이 황매산이다. 북서쪽 능선의 정상 아래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기에 평소에도 산상화원을 만나고 싶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다. 봄과 가을만 바라는 사람은 초목으로 뒤덮인 황매산의 여름이나 눈꽃이 만발은 황매산의 겨울은 놓치는 것이니 어느 계절이든 황매산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대장경 밥상 받으시오! 합천군에서 지정한 딱 2곳의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상차림이다. 절식을 기본으로 했기에 기본적으로 채소밥상이지만 육류를 추가 주문할 수 있다. 건강한 맛뿐 아니라 식기를 모두 놋그릇을 사용하기 때문에 품격도 남다르다. 대장경 한정식은 1인분에 3만원으로 반드시 사전에 주문해야 하며 이 밖에 도토리 비빔밥 세트(1인분 1만5,000원), 도토리 비빔밥(7,000원) 등의 메뉴가 있다. 백운식당 055-932-7393 해인식당 055-933-1117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아하! 우주] 소행선 탐사선 던 호, 세레스 궤도 진입에 성공

    [아하! 우주] 소행선 탐사선 던 호, 세레스 궤도 진입에 성공

    -최초로 소행성 궤도에 진입한 '역사적인 쾌거' ​'왜소행성의 해'가 시작되었다. 미국항공우주국(이하 NASA)의 소행선 탐사선 던(Dawn)이 6일 오후 9시 39분(한국시간) 왜소행성 세레스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NASA가 발표했다. 던 호는 세레스로부터 61,000km 떨어진 곳에서 세레스의 중력에 잡혔다. 이로써 던 호는 왜소행성 궤도를 도는 최초의 우주선이 되었다. 앞으로 16개월에 걸쳐 이루어질 던의 관측활동은 발견된 지 2세기 넘도록 베일에 가려졌던 세레스의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던 미션 책임자 마크 레이먼은 "1801년 세레스가 발견된 이래 세레스는 행성으로 간주되었지요. 그런 다음 소행성으로 강등되었다가 마침내 행성과 소행성의 중간단계인 왜소행성으로 낙착했다“면서 "이제 7년 반 동안 49억㎞를 여행한 끝에 마침내 던이 세레스에 도착해 역사적인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이디. 던은 세레스를 고향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존재하며, 내 태양계에서 가장 큰 미지의 천체로 알려진 세레스는 1801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가 처음 발견했다. NASA의 던 미션 요원들은 오늘 10시 39분(한국시간) 궤도를 돌고 있는 던 호로부터 '건강'하게 잘 있다는 안부를 전해 받았다. 이번 역사적인 던 호의 왜소행성 궤도 진입에 뒤이어 우주 탐사의 한 이정표가 될 사건이 몇 달 후 다시 인류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명왕성을 향해 10년째 날아가고 있는 뉴호라이즌스가 7월 14일 명왕성 도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뉴호라즌스가 명왕성에 도착하면 명왕성의 명확한 모습과 그 둘레를 도는 5개 위성의 생생한 이미지를 보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4억 7300만 달러(한화 약 5000억 원)가 투입된 던 미션은 왜소행성 세레스와 소행성 베스타(Vesta)를 탐사하기 위해 지난 2007년 8월 던 호가 장도에 오름으로써 시작되었다. 두 천체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로서, 베스타는 지름이 530㎞, 세레스는 지름이 950㎞나 된다. 던 호는 베스타에 도달한 최초의 우주선으로, 2011년 7월 16일에 궤도에 진입했으며, 2012년 후반까지 14개월에 걸쳐 베스타 조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다음 목적지인 세레스로 침로를 돌렸다. 과학자들은 세레스의 성분 20%가 얼음물이라고 보고 있는데, 지난해 초 유럽우주국(ESA)이 허셜 우주망원경을 통해 세레스에서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던은 앞으로 16개월 동안 세레스 궤도를 돌면서 지난해 12월 포착된 크레이터에서 나오는 두 개의 밝은 빛줄기에 대한 탐사를 포함, 세레스가 형성 당시의 물을 얼음 형태로 간직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할 계획이며, 아울러 생명체 존재가 가능했던 환경인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또한 이번 세레스 탐사에서 태양계 생성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던 호는 2016년 6월까지 차츰 세레스의 근접 궤도로 바꿔가면서 보다 정밀한 관측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인도 여행 하면 대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혹은 뉴델리와 자이푸르를 연결하는 골든트라이앵글 등을 첫손에 꼽는다. 하지만 이들이 인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인도에도 북부와는 다른 특유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곳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타밀나두주(州)의 주도 첸나이와 향신료 무역의 역사가 서린 케랄라주(州)의 코치다. ●첸나이, 어촌마을서 인도 무역항 거점으로 첸나이는 뉴델리와 뭄바이, 콜카타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4대 도시 중 하나다. 인도에서 가장 산업화된 도시로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사실 고대 왕국인 촐라왕조 시절 첸나이는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다 1639년 영국이 동인도 회사를 세운 이후 인도 무역항의 거점이 되면서 천지개벽했다. 무역항 보호를 위해 세운 세인트조지성은 지금도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첸나이의 지배권을 놓고 1746년 치열한 전투를 벌여 상당수가 파괴됐지만 이후 재건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첸나이가 인도 식민지 전락의 첨병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제 세인트조지성에서 영국인은 물러가고 인도인이 자리 잡았다. 현재는 타밀나두주 청사로 이용되고 있다. 세인트조지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부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1851년 개관해 인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지만, 겉으로는 다소 초라해 보였다. 이런 곳에 ‘특별한 유물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기우는 박물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사라졌다. 9~13세기 번성했던 촐라왕조 시대의 유물이 가득했다. 인도 남부를 지배했던 촐라왕조는 스리랑카는 물론 미얀마·베트남까지 진출했다. 그래서인지 청동 조각상은 서구적인 인도인의 모습과 동양인의 모습이 적절히 혼합됐다. 특히 힌두신인 시바가 그의 부인인 파르바티를 얻고 나서 기쁨에 겨워 춤추는 모습을 나타낸 나트라즈 조각상은 시바신의 섬세한 춤 동작을 그대로 표현했다. 마치 시바가 현세로 다시 살아돌아 온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가이드 다르마는 “나트라즈 조각상은 파괴의 춤 탄다바와 함께 인도 무용의 기원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박물관을 둘러봤다면 마리나 해변도 가볼 만하다. 무려 13㎞에 달하는 백사장은 가볍게 걸으며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다만 벵골만의 거친 파도가 그대로 밀려와 수영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현지인이 잡은 물고기를 파는 작은 어시장도 곳곳에 있다. 해변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 거대한 하얀 첨탑이다. 기독교 유적지인 성토머스 성당으로,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토머스 신부의 무덤 위에 세웠다. 1504년 포르투갈인이 세운 것을 1893년 재건축했다. 인도는 국민의 80%가량이 힌두교를 믿는다. 한데 남부는 다소 다르다. 서기 1세기쯤 토머스 신부가 인도 남부에 정착하면서 기독교도 함께 뿌리를 내렸다. 신자만도 2600만명에 달하며 현재 인도 제3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죽 뻗은 새하얀 건물 지붕을 보면 인도가 아닌 유럽의 어느 한 지역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12사도의 무덤이 모셔진 곳은 이곳 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뿐이라고 한다. 기독교 신자 여부를 떠나 이곳은 인도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86년 2월 이곳을 방문했다. 첸나이에서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 60㎞가량 내려가면 마말라푸람이 있다. 7~9세기 팔라바 왕국의 수도였던 마말라푸람은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조각상이 유명하다. 고대 중국을 비롯해 페르시아와 로마의 동전도 발견됐다. 일찍부터 교역 항구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인구 1만 2000명의 작은 도시인 마말라푸람의 위용은 도시 중심에서 볼 수 있다. 높이 15m, 폭 27m의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아르주나의 고행상을 마주하니 입이 딱 벌어졌다. 바위에는 인도의 각종 신화를 새겨 넣었다. 시바신에게 물을 달라 애원하는 모습이나 히말라야에서 머리에 이고 온 물을 주는 모습,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고행하는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조각돼 있다. 심지어 실제 크기의 코끼리까지 벽에 담아냈다. 고양이가 고행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아르주나가 한쪽 발을 드는 고행을 통해 소원을 성취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따라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조각해 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아르주나 고행상에서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의 해안엔 해변 사원이 있다. 1985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해변 사원은 촐라왕조 시절인 7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 개의 탑은 멀리서 보면 나눠져 있지만 가까이 갈수록 한 몸으로 합쳐진다. 남녀가 합쳐질 때에만 비로소 완전해 진다는 인도인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원래 7개의 사원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이곳만 남아 있다. 일출이나 일몰 때 바라보는 사원 풍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현지인들은 자랑한다.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인도양의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주변에 방풍림이 조성돼 있다. 거대한 크기의 화강암을 깎아 만든 판치 라타스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판치 라타스는 ‘5대의 전차’란 뜻이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라바타에 나오는 5형제의 이름을 본떠 이름 지어졌다. 하나의 바위 덩어리를 48년 동안 조각한 남인도 양식의 힌두사원으로, 7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원 내부에는 시바신이 탔다는 암소 난디의 조각상도 있다. 실제 크기의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은 인도의 힘을, 사자는 용맹을 상징한다. ●칸치푸람, 팔라바 왕조 수도로 힌두사원 즐비 첸나이에서 남서쪽으로 72㎞ 떨어진 칸치푸람은 3~9세기 번성했던 팔라바 왕조의 수도였다. 힌두교도에게는 성스러운 7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종교 성지인 까닭에 외국인 관광객은 드물다. 도시 곳곳에 힌두 사원이 널려 있어 ‘1000개의 사원이 있는 황금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팔라바 왕조 당시에는 불교도 융성해 당나라의 현장 법사가 칸치푸람을 방문하고 쓴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현장 법사는 “도시의 둘레가 10㎞에 달하고 주민들은 용감하고 정의를 사랑하며 학문을 존중한다”고 기록했다. 특히 남인도 힌두 사원의 건축 양식인 고푸람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고푸람은 힌두 사원마다 높게 솟은 사각형의 탑이다. 외벽에 수많은 신을 조각한 뒤 원색으로 아름답게 치장해 놨다. 우리 사찰 입구의 사천왕각이라 보면 틀림없다. 고푸람의 크기로 사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엑암베스와라 사원은 칸치푸람에서 가장 높은 58m짜리 초대형 고푸람이 인상적인 곳이다. 사원을 이루는 1000개의 기둥홀은 돌로 만든 조각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中·페르시아·유럽 문화 뒤섞인 인도 향신료 무역의 거점 ‘코치’ 히브리어 간판부터 중국식 어망까지 이색 풍경… ‘세계 10대 낙원’ 첸나이에서 서쪽으로 비행기를 한 시간여 타고 오면 인도 향신료 무역의 거점인 코치가 자리잡고 있다.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주는 수려한 해안 풍광을 갖고 있다.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는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 주를 세계 10대 낙원으로 선정하면서 반드시 가봐야 할 50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예부터 코치는 중국과 페르시아, 유럽 상인이 드나들면서 여러 문화가 자연스럽게 혼합된 지역이다. 수메르인의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쯤부터 코치를 비롯한 주변 항구는 후추와 강황, 육두구 등 향신료 수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코치에는 향신료 무역을 위해 정착한 유대인의 후손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한국의 인사동 거리를 방불케 하는 옛 건물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상점의 간판이 히브리어로 씌여진 경우도 있다. 유대인들은 이곳에 기원전 573년 도착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인도 정착했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이름을 들었음직한 바스코 다 가마가 1498년 코치 인근에 도착했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코치를 근거지로 삼아 유럽과 인도를 잇는 무역로를 개척했다. 포르투갈이 총독부를 설치했던 곳이 바로 코치다. 한때 2500여명에 달했던 유대인은 상당수가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지난 2001년 조사 때 7가구 22명에서 최근에는 겨우 7명만 남았다. 대부분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데, 운좋게 최고령 유대인인 사라 코헨(93)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후손은 대부분 코치에서 자수 등 기념품을 팔며 생활을 이어간다. 아직도 정정한 코헨 여사는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둘러보고 물건을 사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대인 마을과 함께 해변을 따라 있는 중국식 어망은 코치를 상징하는 볼거리다. 6~8명이 한 조를 이뤄 네모난 그물을 드리운 뒤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사진 찍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고기를 잡기에는 그렇게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중국식 어망은 중국 광둥성에서 전래된 것으로 코치가 향신료와 차 등을 동서로 연결해주던 주요 통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넘이에 맞춰 중국식 어망이 설치된 해안을 바라보니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해안가 주변엔 각종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해산물 카레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인도관광청 코치 지부의 고빈드 부얀 부국장은 “타지마할이 있는 북부 골든트라이앵글보다 코치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첸나이·마말라푸람·코치(인도)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첸나이와 코치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뉴델리에서 갈아타야 한다. 에어인디아가 인천~뉴델리 구간을 매일 운항한다. 뉴델리에서 첸나이나 코치로 가는 비행편은 많다. 인천에서 뉴델리까지 비행 시간은 대략 10시간. 에어인디아 직항편으로 돌아올 경우 귀국 시간이 밤이라 낮에 반나절 정도 뉴델리 시내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싱가포르나 방콕을 경유한 뒤 첸나이로 가는 방법도 있다. 첸나이에서 코치는 비행기로 1시간이다. 남인도는 11~2월이 여행 적기다. 첸나이는 평균 29℃로 습도가 높지 않으며 코치는 이보다 높은 32℃ 정도로 아라비아해의 습한 해풍이 불어온다. →맛집:첸나이는 인도 채식의 3대 고향 중 하나다. 바나나잎에 밥과 각종 카레를 담아 먹는 밀즈를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값은 150루피(약 2700원). 코치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포르투갈 식민지 영향으로 서구식 요리가 혼합됐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 인근에 음식점이 많다. 마말라푸람의 그란데베이 리조트 또한 검증된 남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잘 곳:첸나이에서는 래디슨블루 시티센터 호텔의 위치가 좋다.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불과 2㎞ 떨어진 곳에 익스프레스 애비뉴 몰도 있다. 기념품과 선물 등을 살 수 있다. 코치는 유적지와 볼거리가 몰린 포트 코치 쪽이 좋다. 유대인 마을, 중국식 어망 등 핵심 볼거리를 걸어서 볼 수 있다. 자전거 렌트 비용은 하루 80루피(약 1400원). →놓치지 말 것:코치에서는 인도 4대 무용으로 꼽히는 카타칼리 공연을 꼭 보자. 과장된 복장과 화장으로 중국의 경극을 연상시킨다. 매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 간 공연이 이어진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www.kathakalicentre.com)에서 보면 된다. 요금은 300루피(약 5300원).
  •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인도 여행 하면 대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혹은 뉴델리와 자이푸르를 연결하는 골든트라이앵글 등을 첫손에 꼽는다. 하지만 이들이 인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인도에도 북부와는 다른 특유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곳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타밀나두주(州)의 주도 첸나이와 향신료 무역의 역사가 서린 케랄라주(州)의 코치다. ●첸나이, 어촌마을서 인도 무역항 거점으로 첸나이는 뉴델리와 뭄바이, 콜카타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4대 도시 중 하나다. 인도에서 가장 산업화된 도시로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사실 고대 왕국인 촐라왕조 시절 첸나이는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다 1639년 영국이 동인도 회사를 세운 이후 인도 무역항의 거점이 되면서 천지개벽했다. 무역항 보호를 위해 세운 세인트조지성은 지금도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첸나이의 지배권을 놓고 1746년 치열한 전투를 벌여 상당수가 파괴됐지만 이후 재건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첸나이가 인도 식민지 전락의 첨병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제 세인트조지성에서 영국인은 물러가고 인도인이 자리 잡았다. 현재는 타밀나두주 청사로 이용되고 있다. 세인트조지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부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1851년 개관해 인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지만, 겉으로는 다소 초라해 보였다. 이런 곳에 ‘특별한 유물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기우는 박물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사라졌다. 9~13세기 번성했던 촐라왕조 시대의 유물이 가득했다. 인도 남부를 지배했던 촐라왕조는 스리랑카는 물론 미얀마·베트남까지 진출했다. 그래서인지 청동 조각상은 서구적인 인도인의 모습과 동양인의 모습이 적절히 혼합됐다. 특히 힌두신인 시바가 그의 부인인 파르바티를 얻고 나서 기쁨에 겨워 춤추는 모습을 나타낸 나트라즈 조각상은 시바신의 섬세한 춤 동작을 그대로 표현했다. 마치 시바가 현세로 다시 살아돌아 온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가이드 다르마는 “나트라즈 조각상은 파괴의 춤 탄다바와 함께 인도 무용의 기원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박물관을 둘러봤다면 마리나 해변도 가볼 만하다. 무려 13㎞에 달하는 백사장은 가볍게 걸으며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다만 벵골만의 거친 파도가 그대로 밀려와 수영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현지인이 잡은 물고기를 파는 작은 어시장도 곳곳에 있다. 해변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 거대한 하얀 첨탑이다. 기독교 유적지인 성토머스 성당으로,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토머스 신부의 무덤 위에 세웠다. 1504년 포르투갈인이 세운 것을 1893년 재건축했다. 인도는 국민의 80%가량이 힌두교를 믿는다. 한데 남부는 다소 다르다. 서기 1세기쯤 토머스 신부가 인도 남부에 정착하면서 기독교도 함께 뿌리를 내렸다. 신자만도 2600만명에 달하며 현재 인도 제3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죽 뻗은 새하얀 건물 지붕을 보면 인도가 아닌 유럽의 어느 한 지역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12사도의 무덤이 모셔진 곳은 이곳 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뿐이라고 한다. 기독교 신자 여부를 떠나 이곳은 인도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86년 2월 이곳을 방문했다. 첸나이에서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 60㎞가량 내려가면 마말라푸람이 있다. 7~9세기 팔라바 왕국의 수도였던 마말라푸람은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조각상이 유명하다. 고대 중국을 비롯해 페르시아와 로마의 동전도 발견됐다. 일찍부터 교역 항구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인구 1만 2000명의 작은 도시인 마말라푸람의 위용은 도시 중심에서 볼 수 있다. 높이 15m, 폭 27m의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아르주나의 고행상을 마주하니 입이 딱 벌어졌다. 바위에는 인도의 각종 신화를 새겨 넣었다. 시바신에게 물을 달라 애원하는 모습이나 히말라야에서 머리에 이고 온 물을 주는 모습,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고행하는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조각돼 있다. 심지어 실제 크기의 코끼리까지 벽에 담아냈다. 고양이가 고행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아르주나가 한쪽 발을 드는 고행을 통해 소원을 성취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따라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조각해 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아르주나 고행상에서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의 해안엔 해변 사원이 있다. 1985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해변 사원은 촐라왕조 시절인 7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 개의 탑은 멀리서 보면 나눠져 있지만 가까이 갈수록 한 몸으로 합쳐진다. 남녀가 합쳐질 때에만 비로소 완전해 진다는 인도인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원래 7개의 사원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이곳만 남아 있다. 일출이나 일몰 때 바라보는 사원 풍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현지인들은 자랑한다.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인도양의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주변에 방풍림이 조성돼 있다. 거대한 크기의 화강암을 깎아 만든 판치 라타스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판치 라타스는 ‘5대의 전차’란 뜻이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라바타에 나오는 5형제의 이름을 본떠 이름 지어졌다. 하나의 바위 덩어리를 48년 동안 조각한 남인도 양식의 힌두사원으로, 7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원 내부에는 시바신이 탔다는 암소 난디의 조각상도 있다. 실제 크기의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은 인도의 힘을, 사자는 용맹을 상징한다. ●칸치푸람, 팔라바 왕조 수도로 힌두사원 즐비 첸나이에서 남서쪽으로 72㎞ 떨어진 칸치푸람은 3~9세기 번성했던 팔라바 왕조의 수도였다. 힌두교도에게는 성스러운 7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종교 성지인 까닭에 외국인 관광객은 드물다. 도시 곳곳에 힌두 사원이 널려 있어 ‘1000개의 사원이 있는 황금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팔라바 왕조 당시에는 불교도 융성해 당나라의 현장 법사가 칸치푸람을 방문하고 쓴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현장 법사는 “도시의 둘레가 10㎞에 달하고 주민들은 용감하고 정의를 사랑하며 학문을 존중한다”고 기록했다. 특히 남인도 힌두 사원의 건축 양식인 고푸람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고푸람은 힌두 사원마다 높게 솟은 사각형의 탑이다. 외벽에 수많은 신을 조각한 뒤 원색으로 아름답게 치장해 놨다. 우리 사찰 입구의 사천왕각이라 보면 틀림없다. 고푸람의 크기로 사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엑암베스와라 사원은 칸치푸람에서 가장 높은 58m짜리 초대형 고푸람이 인상적인 곳이다. 사원을 이루는 1000개의 기둥홀은 돌로 만든 조각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첸나이에서 서쪽으로 비행기를 한 시간여 타고 오면 인도 향신료 무역의 거점인 코치가 자리잡고 있다.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주는 수려한 해안 풍광을 갖고 있다.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는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 주를 세계 10대 낙원으로 선정하면서 반드시 가봐야 할 50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예부터 코치는 중국과 페르시아, 유럽 상인이 드나들면서 여러 문화가 자연스럽게 혼합된 지역이다. 수메르인의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쯤부터 코치를 비롯한 주변 항구는 후추와 강황, 육두구 등 향신료 수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코치에는 향신료 무역을 위해 정착한 유대인의 후손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한국의 인사동 거리를 방불케 하는 옛 건물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상점의 간판이 히브리어로 씌여진 경우도 있다. 유대인들은 이곳에 기원전 573년 도착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인도 정착했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이름을 들었음직한 바스코 다 가마가 1498년 코치 인근에 도착했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코치를 근거지로 삼아 유럽과 인도를 잇는 무역로를 개척했다. 포르투갈이 총독부를 설치했던 곳이 바로 코치다. 한때 2500여명에 달했던 유대인은 상당수가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지난 2001년 조사 때 7가구 22명에서 최근에는 겨우 7명만 남았다. 대부분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데, 운좋게 최고령 유대인인 사라 코헨(93)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후손은 대부분 코치에서 자수 등 기념품을 팔며 생활을 이어간다. 아직도 정정한 코헨 여사는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둘러보고 물건을 사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대인 마을과 함께 해변을 따라 있는 중국식 어망은 코치를 상징하는 볼거리다. 6~8명이 한 조를 이뤄 네모난 그물을 드리운 뒤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사진 찍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고기를 잡기에는 그렇게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중국식 어망은 중국 광둥성에서 전래된 것으로 코치가 향신료와 차 등을 동서로 연결해주던 주요 통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넘이에 맞춰 중국식 어망이 설치된 해안을 바라보니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해안가 주변엔 각종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해산물 카레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인도관광청 코치 지부의 고빈드 부얀 부국장은 “타지마할이 있는 북부 골든트라이앵글보다 코치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첸나이·마말라푸람·코치(인도)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첸나이와 코치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뉴델리에서 갈아타야 한다. 에어인디아가 인천~뉴델리 구간을 매일 운항한다. 뉴델리에서 첸나이나 코치로 가는 비행편은 많다. 인천에서 뉴델리까지 비행 시간은 대략 10시간. 에어인디아 직항편으로 돌아올 경우 귀국 시간이 밤이라 낮에 반나절 정도 뉴델리 시내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싱가포르나 방콕을 경유한 뒤 첸나이로 가는 방법도 있다. 첸나이에서 코치는 비행기로 1시간이다. 남인도는 11~2월이 여행 적기다. 첸나이는 평균 29℃로 습도가 높지 않으며 코치는 이보다 높은 32℃ 정도로 아라비아해의 습한 해풍이 불어온다. →맛집:첸나이는 인도 채식의 3대 고향 중 하나다. 바나나잎에 밥과 각종 카레를 담아 먹는 밀스를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값은 150루피(약 2700원). 코치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포르투갈 식민지 영향으로 서구식 요리가 혼합됐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 인근에 음식점이 많다. 마말라푸람의 그란데베이 리조트 또한 검증된 남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잘 곳:첸나이에서는 래디슨블루 시티센터 호텔의 위치가 좋다.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불과 2㎞ 떨어진 곳에 익스프레스 애비뉴 몰도 있다. 기념품과 선물 등을 살 수 있다. 코치는 유적지와 볼거리가 몰린 포트 코치 쪽이 좋다. 유대인 마을, 중국식 어망 등 핵심 볼거리를 걸어서 볼 수 있다. 자전거 렌트 비용은 하루 80루피(약 1400원). →놓치지 말 것:코치에서는 인도 4대 무용으로 꼽히는 카타칼리 공연을 꼭 보자. 과장된 복장과 화장으로 중국의 경극을 연상시킨다. 매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 간 공연이 이어진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www.kathakalicentre.com)에서 보면 된다. 요금은 300루피(약 5300원).
  •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하시시 뜻은 대마초? “스펠링 달라”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하시시 뜻은 대마초? “스펠링 달라”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하시시 뜻은 대마초? “스펠링 다르다” 봉태규 결혼,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  배우 봉태규(33)가 사진작가 하시시박(31)과 오는 10월 결혼식을 올린다. 봉태규 측은 3일 “최근 설날을 맞아 양가 부모님을 만나 시간을 보냈고, 상견례도 이미 마친 상태”라고 하시시박과의 결혼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지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코드가 잘 맞아 자연스럽게 연인사이로 발전했다.관계자는 이어 “두 사람 사이에 속도 위반은 없다”면서 “현재 (봉태규가)조율 중인 일정들이 많아 10월 중 결혼날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봉태규의 예비신부 하시시박은 국내에서 활동중인 유명 포토그래퍼로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사진을 찍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가수 f(x), B1A4, 브로콜리 너마저, 정준영 등의 앨범 커버를 작업했다. 한편 하시시박의 본명은 박원지로 그의 예명은 인도 여행 중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시시라는 단어가 영어로 hashish(대마초)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에 대해 그는 “제 이름은 스펠링이 다르다. Hasisi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하시시 뜻은 대마초? 알고보니 “스펠링 달라”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하시시 뜻은 대마초? 알고보니 “스펠링 달라”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하시시 뜻은 대마초? 알고보니 “스펠링 달라” 봉태규 결혼, 봉태규 하시시박 결혼  배우 봉태규(33)가 사진작가 하시시박(31)과 오는 10월 결혼식을 올린다. 봉태규 측은 3일 “최근 설날을 맞아 양가 부모님을 만나 시간을 보냈고, 상견례도 이미 마친 상태”라고 하시시박과의 결혼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지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코드가 잘 맞아 자연스럽게 연인사이로 발전했다.관계자는 이어 “두 사람 사이에 속도 위반은 없다”면서 “현재 (봉태규가)조율 중인 일정들이 많아 10월 중 결혼날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봉태규의 예비신부 하시시박은 국내에서 활동중인 유명 포토그래퍼로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사진을 찍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가수 f(x), B1A4, 브로콜리 너마저, 정준영 등의 앨범 커버를 작업했다. 한편 하시시박의 본명은 박원지로 그의 예명은 인도 여행 중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시시라는 단어가 영어로 hashish(대마초)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점에 대해 그는 “제 이름은 스펠링이 다르다. Hasisi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訪北 캐나다 국적 한인목사 한달째 연락두절… 또 억류?

    訪北 캐나다 국적 한인목사 한달째 연락두절… 또 억류?

    캐나다 국적의 한인 목사가 1개월여 전에 북한을 방문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외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 토론토 스타 등에 따르면 토론토 큰빛교회 임현수(60) 담임 목사는 지난 1월 27일 인도적 지원을 위해 30일 나진을 거쳐 31일 평양으로 들어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끊어졌다. 리사 박 큰빛교회 대변인은 “임 목사와는 1월 31일 이후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그러나 임 목사가 북한 여행 경험이 많은 데다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에 따른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임 목사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검역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에볼라 바이러스에 따른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을 비롯해 외국을 다녀온 자국인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21일간 격리 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임 목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을 위해 3주간 격리됐다고 해도 지금까지 소식이 끊어진 점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에 억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나다 정부도 현재 임 목사가 북한에 억류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그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임 목사는 1986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 큰빛교회를 설립한 뒤 28년 동안 목회 활동을 했다. 이 교회는 신도 수가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이후 북한을 수십 차례 방문했으며, 방북 기간에 탁아소와 교육기관 등에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고 교회 측이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독서장애인을 위한 나눔과 소통 ‘점자 도서’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독서장애인을 위한 나눔과 소통 ‘점자 도서’

    출판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일상과 지식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주고받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 이처럼 ‘지식공유사회’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정보와 지식의 전달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독서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려는 움직임이다. ●한국점자도서관 ‘촉각 동화’… 손끝에서 전하는 생생한 동심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국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도서를 전문적으로 제작, 출판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출판되는 책 중에 특히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책은 촉각 동화책이다. 한국점자도서관 육근해 관장은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사물의 느낌을 손끝에 전하기 위해 최대한 이야기에 맞는 사물을 책 속에 붙여 넣는다”며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똑같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도 걸린다. 손끝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한 권 한 권에 온갖 정성을 쏟아붓고 있었다. ●국립서울맹학교 ‘북 소리버스’… 버스 안에서 독서 삼매경 지난달 25일, 종로구 청운동 국립서울맹학교의 운동장에 도서관이 들어섰다. ‘북(book)소리버스’가 그것이다. 한국점자도서관의 이동도서관 프로그램이다. 시각장애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한 조그마한 배려인 셈이다. 어린이들은 교사들과 함께 점자도서, 촉각도서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직접 만져 보며 느끼고 있었다. “아까 만져 본 코끼리 코 좀 한번 보자.” “길어요.” “다리는 몇 개?” “네 개요.” 보이는 건 캄캄한 어둠뿐인 아이들에게 버스 안에서 읽는 책은 빛나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육 관장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이 ‘소외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손끝으로 느끼는 세상이 아름다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소리책·점자도서 제작 시설 완비 서초구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아주 소중한 휴식 공간이다. 도서관은 시각장애인서비스 확산을 위한 여러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소리책을 만드는 시설과 필요한 책을 점자로 번역하는 장비들이다. 녹음 도서를 통해 역사공부를 시작한 시각장애인 임희석씨는 “책을 읽으면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면낭독실은 도서관의 자랑거리다. 시각장애인 송상익씨가 삼국지를 요청하자 자원봉사자가 대면 낭독실로 함께 가 읽어 준다. 낭독하는 목소리가 여느 성우 못지않다. 도서관에선 최근 시각장애인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장세란씨는 “애플리케이션이 감정까지 살려서 책을 읽어 주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임원선 관장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장애인들이 좀 더 편리하게 지식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서비스 개발 및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의 화두로 ‘문화가 있는 삶’을 강조했다. 시각 및 독서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차별 없이 지식과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동등한 정보 이용을 통한 사회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장애인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세상’이 앞당겨질 것이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사진 르포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은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2010년 8월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1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회부터는 우리 사회 한편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의 모습을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담은 ‘포토다큐’와 맛깔스러운 사진으로 담백한 감동을 선사할 ‘포토에세이’가 격주로 연재됩니다. 현장 365일, 36.5도의 따끈따끈하고 박동이 있는 사진에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 [대기업 꿈꾸는 연예 기획사들] ‘공룡 기획사’ 납시오

    [대기업 꿈꾸는 연예 기획사들] ‘공룡 기획사’ 납시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화장품 매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직원 6명은 모두 젊은 남성들이다. 검은색 옷을 입고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지닌 이들은 6인조 아이돌 그룹을 떠올리게 했다. 1층에서 여성 고객들에게 화장품을 권해 주고 2층으로 올라가 메이크업 시연을 해 주는 등 평일임에도 한창 분주했다. ‘문샷’ 매장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브랜드로 자사 소속 배우인 이성경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YG의 해외 팬들에게 삼청동의 이곳은 관광명소로 통한다. 매장을 찾는 이들의 40%가 외국인이다. 주말이면 중국어, 영어가 가능한 직원들을 배치하는 이유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권준우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중국, 태국, 유럽 등 해외 팬들이 YG에서 하는 화장품 매장임을 알고 찾아온다”면서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패턴을 궁금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들이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체결을 앞두고 중국 자본까지 유입되면서 이들의 사업 다각화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마케팅 수단은 한국은 물론 세계를 주름잡는 K팝 스타들이다. SM, YG, FNC 엔터테인먼트 등 가요 기획사들은 최근 가수들뿐 아니라 배우들까지 영입하면서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을 활용해 본업과 다소 거리가 있는 사업들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해외 팬 몰리며 관광코스로 적극 개발 가장 앞줄에 빅뱅, 싸이, 2NE1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가 있다. 본업인 음반 제작 및 가수 매니지먼트 사업 외에 패션, 화장품, 외식, 부동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양현석 YG 대표는 일찌감치 강남 및 홍대 일대에서 힙합 클럽 및 주점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홍대 일대의 빌딩을 사들이는 등 부동산 재테크에도 상당한 수완을 보였다. 삼성 제일모직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캐주얼 패션 브랜드 ‘노나곤’, 화장품 브랜드 ‘문샷’ 등을 잇따라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말 광고대행사 휘닉스홀딩스를 인수해 신규 사업을 전담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조만간 식음료 사업을 확대 개편해 외식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YG는 2018년 경기 의정부에 만들어질 ‘K팝 클러스터’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중음악 창작 활동과 공연 시설 및 체험, 휴양 및 관광 복합 단지 등 다양한 사업을 총체적으로 완성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사업 다각화에서 빠질 수 없다. 동방신기, 엑소, 소녀시대 등이 활동하는 SM은 이미 자회사 드림메이커를 통해 공연기획을 시작했고 또 다른 자회사 SM C&C를 통해 여행 사업, 드라마·예능프로그램 제작에까지 뛰어들었다. 이 밖에도 SM F&B, SM 어뮤즈먼트, SM브랜드마케팅 등을 설립해 외식 및 노래방, 패션 사업 등도 진행 중이다.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는 SM의 각종 굿즈(기념품)를 파는 SM 팝업 스토어가 성업 중인데 백화점에서도 알짜 사업으로 통한다. SM은 지난달 200억원을 들여 강남구 삼성동에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을 설립했다. 총 6층(8000㎡)짜리 규모의 건물에는 의류, 팔찌, 귀걸이, 배지, 베개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기념품 판매점을 비롯해 SM 가수처럼 트레이닝을 받고 화보 및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SM타운 스튜디오,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SM타운 시어터 등을 갖춰 SM의 모든 콘텐츠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방문객 중 해외 팬의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SM은 이곳을 자사의 여행 회사와 연계해 관광 코스로 개발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대표로 있는 키이스트의 사업 진출 역시 활발하다. 배 대표는 일찌감치 외식 사업에 뛰어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음식점 체인을 운영했고 최근에는 콘텐츠 관련 비즈니스로 업종을 바꿨다. 키이스트는 자회사인 컨텐츠K를 통해 영화 및 드라마 제작을 통해 외주제작사를 운영 중이고 게임 사업에도 진출했다. 중화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종합인터넷쇼핑몰로 소속 배우인 김수현 등 한류를 활용한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씨엔블루, FT아일랜드, AOA, 이다해, 이동건 등이 소속된 FNC 엔터테인먼트는 아카데미(학원) 사업을 통한 수익 모델 개발에 적극적이다. 국내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달 중국 광저우와 상하이에 전문트레이닝 기관인 FNC GTC를 설립했으며 태국 베트남에까지 사업을 확장해 한류 팬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YG를 비롯한 SM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는 국내 안팎에서 밀려드는 자본 투자의 덕이 크다.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YG는 지난해 8월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 계열 사모펀드로부터 8000만 달러(약 827억원)를 투자받았다. SM은 지난해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1000억원 투자설이 오갈 정도로 중국 업체들의 투자 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키이스트는 지난해 8월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소후닷컴으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키이스트는 내친김에 지난해 12월 33억원을 투자해 인터넷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의 2대 주주가 됐다. 중국 대륙을 겨냥해 ‘역직구 흐름’을 만들겠다는 속내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FNC에는 총 392억원의 공모 자금이 몰렸다. 무명 가수였던 한성호 FNC 대표는 약 670억원을 벌어들여 단숨에 이수만 SM 대표, 양현석 YG 대표에 이은 엔터테인먼트업계 세 번째 주식 부자에 등극했다. 이처럼 당분간 엔터업계에 국내외 자본이 몰리면서 사업 확장은 더욱 날개를 다는 모양새다.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인 SKM인베스트먼트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 2000억원대의 자금을 운용할 계획을 밝혔고 예능 제작사인 코엔 그룹을 500억원에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투자사들의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투자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는 “중국 투자자들이 마치 쇼핑하듯이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을 돌아다니며 투자 문의를 하는 것이 상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K팝 문화에 기반한 ‘360도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업계가 계열사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목을 매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 있다. 앨범이나 드라마, 영화 등은 흥행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고위험 고소득 사업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고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만한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계열사를 통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양 대표는 “이제 일차원적으로 음반 및 음원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패션부터 음악까지 K팝 문화로 파생된 문화를 파는 360도 비즈니스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미국 디즈니 역시 영화보다 디즈니랜드라는 테마파크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인 만큼 안정적인 재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숙원과도 같은 것”이라면서 “특히 K팝 스타들은 글로벌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차원에서 이들을 내세워 벌이는 사업 다각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업보다 ‘문어발식’ 확장에 매진할 경우 스타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2008년 가수 비는 자신이 디자인과 지분에 참여한 패션 브랜드 ‘식스 투 파이브’를 론칭했으나 1년 3개월 만에 운영권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대부분 상장사인 엔터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노린 사업 확장은 오히려 한류의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희철 동아방송대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교수는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과 대외 투자나 주가 상승만을 고려한 자본의 논리에 의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콘텐츠 제작 방식은 질 낮은 콘텐츠의 양산으로 이어져 한류 콘텐츠의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고 향후 한류산업에도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뇌섹남 전현무, 과거 일본인과 소개팅 사연 화제

    뇌섹남 전현무, 과거 일본인과 소개팅 사연 화제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이하 ‘뇌섹남’)에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져 화제를 모은 전현무의 과거 소개팅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과거 그룹 엠아이비의 강남은 한 방송에서 전현무가 일본인 여성과 소개팅을 한 사연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 적 있다. 강남은 과거 방송된 ‘속사정 쌀롱’에 출연해 “과거 전현무와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하도 부탁을 해서 소개팅을 주선한 적이 있다”며 시작했다. 이어 강남은 “일본 롯폰기에서 예쁜 여자를 보고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여자 두 명을 데려왔다”며 “그런데 여자들이 형 보고 도망갔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뉴스팀 chkim@seoul.co.kr
  • 에어프랑스, 1000만원 넘는 ‘최고급 클래스’ 좌석 선보여

    에어프랑스, 1000만원 넘는 ‘최고급 클래스’ 좌석 선보여

    에어프랑스가 무려 1000만원이 넘는 최고급 클래스 좌석을 론칭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6일 보도했다. 에어프랑스가 슈퍼리치 승객들을 타겟으로 내놓은 이것은 보잉 777-300 기종에 적용되며, 가격은 약 1020만원 선이다. 이 좌석에 앉는 승객들은 세계적 여행가이드 잡지인 미슐랭에서 선정하는 미슐랭 스타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개인 의류보관함 및 고급 스웨이드로 인테리어 한 의자에 앉아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에어프랑스가 신경 쓴 부분은 기내식이다. 값비싼 캐비어와 푸아그라(거위 간) 등으로 만든 최고급 요리를 제공, 기존 퍼스트클래스와 차별화 된 전략을 내세웠다. 장거리 비행일 경우 해당 좌석을 2m 길이의 싱글 베드로 활용할 수도 있으며, 24인치 텔레비전과 유명 브랜드의 헤드폰이 설치돼 있어 지루함을 달랠 수 있다. 에어프랑스 측은 좌석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최고급 호텔처럼 꾸몄다. 덕분에 이 좌석에 앉아 여행을 즐기는 승객은 마치 고가의 호텔 룸에서 쉬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에어프랑스의 설명이다. 에어프랑스는 지난 달 파리의 샤를드골공항에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이 좌석을 처음 선보였다. 프레데리크 가제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새로운 프리미엄 서비스는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이 됐다”면서 “프리미엄 서비스의 첫 론칭 항로를 동남아시아로 정한 것은 이곳이 현재 에어프랑스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여행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뇌섹남 전현무, 일본에서 소개팅 했다가..

    뇌섹남 전현무, 일본에서 소개팅 했다가..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이하 ‘뇌섹남’)에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져 화제를 모은 전현무의 과거 소개팅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강남은 과거 방송된 ‘속사정 쌀롱’에 출연해 “과거 전현무와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하도 부탁을 해서 소개팅을 주선한 적이 있다”며 시작했다. 이어 강남은 “일본 롯폰기에서 예쁜 여자를 보고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여자 두 명을 데려왔다”며 “그런데 여자들이 형 보고 도망갔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뉴스팀 chkim@seoul.co.kr
  • 뇌섹남 전현무, 과거 일본인 여성과 소개팅 “도망갔다” 함께한 사진보니..

    뇌섹남 전현무, 과거 일본인 여성과 소개팅 “도망갔다” 함께한 사진보니..

    ‘뇌섹남 전현무’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이하 ‘뇌섹남’)에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져 화제를 모은 전현무의 과거 소개팅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뇌섹남 전현무가 화제인 가운데, 전현무가 과거 일본인 여성과 소개팅을 한 사연이 새삼 눈길을 끈다. 과거 그룹 엠아이비의 강남은 한 방송에서 전현무가 일본인 여성과 소개팅을 한 사연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 적 있다. 강남은 과거 방송된 ‘속사정 쌀롱’에 출연해 “과거 전현무와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하도 부탁을 해서 소개팅을 주선한 적이 있다”며 시작했다. 이어 강남은 “일본 롯폰기에서 예쁜 여자를 보고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여자 두 명을 데려왔다”며 “그런데 여자들이 형 보고 도망갔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게다가 강남은 “방송에서 이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는데 항상 편집됐다. 전현무 형이 뒤에서 조정하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뇌섹남 전현무’ 소식에 접한 네티즌들은 “뇌섹남 전현무..그런 일이” “뇌섹남 전현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뇌섹남 전현무, 전현무 뇌가 섹시한 남자지” “뇌섹남 전현무..부럽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뇌섹남 전현무) 뉴스팀 chkim@seoul.co.kr
  • 뇌섹남 전현무, 과거 일본인과 소개팅 사연 들어보니

    뇌섹남 전현무, 과거 일본인과 소개팅 사연 들어보니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이하 ‘뇌섹남’)에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져 화제를 모은 전현무의 과거 소개팅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강남은 과거 방송된 ‘속사정 쌀롱’에 출연해 “과거 전현무와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하도 부탁을 해서 소개팅을 주선한 적이 있다”며 시작했다. 이어 강남은 “일본 롯폰기에서 예쁜 여자를 보고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여자 두 명을 데려왔다”며 “그런데 여자들이 형 보고 도망갔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뉴스팀 chkim@seoul.co.kr
  • 디스패치 김현중 전 여자친구 A씨 인터뷰…문자 메시지 내용 보니

    디스패치 김현중 전 여자친구 A씨 인터뷰…문자 메시지 내용 보니

    ‘디스패치 김현중’ 디스패치 김현중 전 여자친구 A씨 인터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김현중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전 여자친구 A씨 인터뷰와 함께 두 사람 사이에 오갔다는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현중과 A씨는 지난해 9월 다시 연락을 주고받았다. A씨에 대한 김현중의 폭행 사건으로 경찰 조사가 한창 이루어질 때였다. 김현중은 해외 공연을 위해 출국하던 비행기에서 A씨를 챙기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11월 A씨의 생일을 맞아 꽃과 케이크를 보내 축하했다. A씨는 김현중이 9월부터 자신을 찾아왔고 자신이 버틸 수 있게 잠시만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2월까지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A씨는 1월 3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김현중이 다른 여자와 함께 친구들과 동반 제주도 여행을 간 사실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12월 31일까지 함께 있었고 1월 1일에는 새해 안부인사를 했는데 김현중이 2일에 친구 커플 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다”고 말했다. 김현중이 제주도에서 돌아온 5일 A씨 집을 찾았을 때 임신 소식을 전했다. 이후 아이 양육 문제, 결혼 문제에 대해 서로 이견을 보였고 김현중 아버지까지 나서 임신 검사 등에 관여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A씨는 아이에 대한 책임을 김현중에게 돌리지 않을 것이며 결혼 계획 역시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김현중이 아이에게 쏟는 관심까지 막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현중과 김현중 소속사에 “무엇을 지키고 싶어하는지 알겠다. 그렇다고 내 존재를 부정하거나 뭔가를 강요하지 말아달라. 아이를 위해서”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겨우내 물올랐네 입안에 봄이 왔네

    겨우내 물올랐네 입안에 봄이 왔네

    봄이 성큼 다가섰다. 절기는 벌써 우수를 지나 경칩(3월 6일)을 향해 줄달음친다. 동해 바다에도 시나브로 봄물이 오르는 중이다. 마냥 시렸던 바람결에선 어느새 촉촉한 봄내음이 묻어난다. 바다와 접한 포구들은 갯것들의 싱싱한 향기로 가득 찼다. 분홍빛 외투에 봄맛 숨긴 대게가 여물어 가고, 꼼치와 장치도 한껏 제 몸맛을 자랑하는 중이다. 7번 국도 따라 봄 마중 가는 길. 동해는 넓고 먹을 것도 많다. [장치] 회보다는 찜이나 구이가 더 어울리는 어종이 있다. 장치가 그렇다. 불퉁스런 몸매에 아랫입술 툭 삐져나온 꼬락서니가 영 볼품없지만 맛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장치를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바다 향은 더욱 은근해지고, 특유의 감칠맛이 더해진다. 그렇게 말린 장치를 조리거나 구우면 맛이 한층 깊어진다. 미식가들에게조차 다소 생소한 장치의 본명은 벌레문치다. 동해안 중북부 이북의 수심 300~500m 바다 밑에 산다. 보통 50~60㎝ 정도 자라는데, 큰 놈은 1m에 이르기도 한다. 장치 요리의 핵심은 건조다. ‘바다의 돼지’라 불릴 만큼 기름기가 많아 건조 과정에서 어떻게 이 기름을 빼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몇몇 장치 전문집에서조차 요리에서 쩐내가 나곤 하는데, 기름기를 제대로 빼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내장을 제거하고 물에 10시간 넘게 담가 둔다. 그리고 3~4일 정도 옥상에 널어 말린다. 날이 궂으면 5일 정도 걸린다. 이때 온도나 통풍 등 여건이 맞지 않으면 냄새가 나거나 육질이 부드럽지 못하다. 특히 너무 추울 때 말리면 푸석해진다. 잘 말린 장치는 살색이 노르스름하면서 육질에 기름기가 촉촉하다. 장치 조림은 매콤한 양념에 적셔 가며 먹어야 제맛이다. 지방이 적당히 밴 노르스름한 육질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하다. 삼척의료원 옆에 장치찜으로 소문난 맛집이 있다. 울릉도 호박집(033-574-3920)이다. 메뉴판엔 장치찜으로 적혔지만 사실 조림에 가깝다. 장치찜에 호박술을 곁들여 내는데, 달달한 호박술과 매콤하면서도 기름진 장치찜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삼척해수욕장 인근 부림해물(033-576-0789)도 소문난 맛집이다. [꼼치] 쓸모없어 버려지다 요즘 들어 ‘귀족 생선’으로 환골탈태하는 물고기들이 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곰치다. 곰치의 정확한 명칭은 ‘꼼치’다. 쏨뱅이목 꼼치과의 물고기로 뱀장어목의 곰치와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본명’보다는 곰치(강원), 물곰(경북) 등의 ‘예명’으로 더 자주 불린다. 꼼치를 끓이는 방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데 묵은 김치를 곁들인다는 점에서는 같다. 칼칼한 김치 송송 썰어 넣고 꼼치를 텀벙텀벙 잘라 끓여 내는데, 뜨끈한 국물과 부드럽고 뽀얀 속살이 쓰린 속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는 기분이다. 동해안 어부들이 곰칫국, 혹은 물곰국을 ‘해장의 왕’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꼼치는 얼리면 살이 풀어지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 또 너무 오래 익히면 살점이 부서지고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살짝 데친다는 기분으로 5분여 정도 호로록 끓인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주문과 동시에 끓여 내는데, 짧은 순간에 맛을 내는 게 관건이다. 꼼치는 암수 빛깔이 다르다. 붉거나 노란 기운 감도는 것은 암놈, 검은 녀석은 수놈이다. 곰칫국엔 대부분 ‘흑곰’이라 불리는 수놈을 쓴다. 암·수컷을 섞어 끓여 내는 경우도 있다. 잘 조리된 꼼치 살은 부드럽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 한 번 훑으면 뼈만 남고 죄다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삼척에선 정라항 쪽에 맛집들이 많다. 삼정식당(033-573-3233), 바다횟집(033-574-3543), 일출횟집(033-574-2479), 만남의식당(033-574-1645) 등 곰칫국 전문식당이 나란히 있다. 동해 어달리 횟집들에서도 곰칫국을 낸다. 최근 곰치 어획량이 줄어 미리 전화로 확인하고 찾아가는 게 좋다. 다양한 해산물로 장바구니까지 채우고 싶다면 삼척의 번개시장을 찾는 게 좋다. 아침 5~8시 사이 잠깐 열린다. 값이 싸 삼척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이웃한 경북 울진 쪽에선 죽변시장 일대에 곰칫국집들이 많다. 성진식당(054-782-8921), 돌섬식당(054-782-3898), 금성식당(054-781-5737), 파도식당(054-783-8123) 등이 알려졌다. [대게&홍게] 대게를 빼고 동해의 봄맛을 이야기하랴. 울진 하면 떠오르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면서 여물기 시작해 2~3월께부터는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 해마다 대게 관련 축제가 이맘때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도 더욱 짙어진다.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이 전해 오듯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향기가 짙고 오래 간다. 울진 최남단의 후포항은 국내 최대 대게잡이 항구 중 하나다. 대게철이면 울진대게를 경매하느라 아침마다 부산스럽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항구 주변 횟집촌에선 싱싱한 회와 울진대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홍게도 할 말이 많다. 홍게도 대게처럼 북풍에 맛이 들고 살점도 포실해진다. 이맘때 홍게 다리를 보면 대게 못잖게 ‘꿀벅지’다. 실팍한 살은 달고 짭조름하다. 대게에 견줘 짭조름한 건 훨씬 깊은 수심층에 서식하기 때문일 터다. 홍게 맛을 아는 현지인들은 깊은 바다향이 묻어난다며 비싼 대게 대신 푸짐한 홍게를 곧잘 택한다. 대게처럼 7~8월 금어기도 있다.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잡는 천박한 녀석은 아니다. 그런데도 값은 대게에 견줘 절반쯤 된다. 현 시세가 유지됐으면 좋으련만 조금이라도 유명해지면 몸값부터 뛰는 게 다반사니 그게 걱정이다. 울진군은 올해 대게 축제 명칭을 ‘201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crab.uljin.go.kr)로 정했다. 27일부터 3월 1일까지 후포항 일대에서 열린다. 대게와 붉은대게 무료 시식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향토음식 및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도 상설 운영되고, 관광객 특별 경매와 현장 대게체험 등의 특별행사도 마련된다. 후포항 쪽에서는 왕돌회수산(054-788-4959)과 후계자울진대게센타(054-783-8918) 등이 대게찜으로 알려졌다. 죽변항에도 대게집들이 몰려 있다. 수협 어판장 옆 7호횟집(054-783-9713), 신흥상회(054-782-5145), 어판장 옆 골목 우리어민사랑(054-782-6278) 등이 알려졌다. [문어] 초봄 맞은 울진의 또 다른 별미로 꼽히는 게 문어다. 문어를 만나려면 구산항으로 가야 한다. 그리 크지 않은 포구지만 문어를 취급하는 울진 관내의 위판장 중에선 가장 크고 이름도 널리 알려졌다. 매일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문어 경매가 열린다. 흔히 ‘돌문어’라고 불리는 녀석은 값이 눅다. 살이 다소 단단해서다. 인기 상종가는 대체로 5㎏ 미만의 작은 녀석들이다. 맛도 좋고, 운반하거나 요리하기가 수월해서다. 문어는 사철 나온다. 특별한 금어기도 없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 맛은 좋아지고 값은 내려가기 때문이다. 요즘은 깊은 수심에 있던 문어가 얕은 곳으로 나오는 시기다. 수압 때문에 높아졌던 체내 염분이 줄고 살도 쫀득해진다. 설을 앞두고는 문어의 몸값이 상종가를 친다. 너나없이 제상에 문어를 올리는 영남 지방의 습속 때문이다. 그러다 명절이 지나면서 값이 떨어진다. 그게 이맘때다. 흔히 초고추장에 문어를 찍어 먹는 외지와 달리 현지에선 고추냉이 푼 간장을 으뜸으로 여긴다. 두 번째가 소금 넣은 기름장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문어의 담백한 맛에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가는 게 알기 쉽다. 정라항은 동해나들목으로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다 정라동주민센터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묵호항은 동해고속도로 망상 나들목→묵호 방향→묵호항 순으로 간다. 울진 후포항은 삼척에서 7번 국도 따라 남하하다 평해읍 지나 삼율교차로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울진대게축제위원회 (054)787-1340. →잘 곳: 묵호항 인근 동해관광호텔(533-6035)과 꿈의궁전모텔(532-9996)은 바닷가에 붙어 있다. 침대에 누워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묵호등대 바로 아래에도 펜션이 있다. 울진에선 백암한화리조트(054-787-7001)가 깔끔하다. 온천과 휴식을 겸할 수 있다. 글 사진 삼척·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유럽여행객들, 유럽 국가 데이터로밍제 폐지 소식에 ‘유럽유심’ 주목

    유럽여행객들, 유럽 국가 데이터로밍제 폐지 소식에 ‘유럽유심’ 주목

    수많은 사람들에게 ‘버킷리스트’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유럽여행’이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유류할증료가 낮아져 유럽여행의 부담이 줄어들어 본인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자유여행이다.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에 원하는 만큼 머물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행지의 정보를 직접 찾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바로 스마트폰 데이터로밍이다. 유럽에서 스마트폰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데이터로밍과 와이파이 에그, 유럽 유심칩 구입 등의 방법이 있다. 데이터로밍은 하루 1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장기간 유럽여행을 할 경우 비용부담이 크다. 와이파이 에그는 유럽의 통신망이 현재까지 우리나라만큼 잘 구축돼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속도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럽 현지의 유심칩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귀가 번쩍 뜨일만한 소식이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12월 15일부터 EU 역내 국가간 이동통신 로밍을 폐지를 추진함에 따라 연내에 역내 통화 및 데이터로밍이 사라질 전망이다. 유럽 국가간 이동통신 로밍제가 폐지되면 통합유심칩 하나로 유럽 어디서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빠른 유럽 통신사들이 파격적인 가격의 역내 데이터로밍제를 도입하고 선불유심칩을 판매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 국가간 이동통신 로밍제 폐지로 인해 저렴한 선불유심칩으로 EU역내국가에서 데이터와 전화를 이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여행객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선불유심칩은 영국 쓰리유심, 스페인 오렌지유심, 벨기에 베이스유심 등이 있다. 먼저, 영국 쓰리유심은 영국 이통사인 Three Mobile이 제공하는 선불유심이다. 영국에서는 무제한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12개국과 미국, 호주, 홍콩에서도 3만9천9백원에 30일간 초고속데이터를 25기가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국가들에서 전화수신은 무료이며, 국가 내에서 저렴하게 통화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10일간 10기가를 이용할 수 있는 유심상품도 있다. 스페인 이통사인 Orange Mobile이 제공하는 스페인 오렌지유심은 유럽전역에서 3천원에 24시간 동안 100메가 초고속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선불유심이다. 100메가 초과시 계속 이용하면 자동으로 3천원이 차감되고 해당 서비스가 다시 시작된다. 역내 국가들에서 전화수신은 무료이며, 쓰리유심과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 내에서 저렴하게 통화가 가능하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한 달에 2기가까지 이용할 수 있다. 벨기에 베이스유심은 벨기에 Base Mobile이 제공하는 선불유심으로, 초고속 데이터 1기가를 7만원에 30일간 유럽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수시로 데이터 잔량 체크도 가능하며, 데이터량이 부족하면 다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통화서비스 역시 저렴하게 제공된다. 데이터 1기가는 한 달 동안 카카오톡, 구글맵, 인터넷 검색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다. 이들 통신사들이 판매하는 선불유심칩은 런던 히드로공항 등 유럽 현지 공항 내에 유심카드 자판기에서 구입하거나 통신사 직영점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저렴하고 실속 있다는 장점 덕분에 재고량이 많지 않아 현지에서 구입이 어려울 수 있고, 일부에서는 엉뚱한 요금제의 선택을 유도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으며, 현지 공항의 자판기에서의 판매가격은 매우 비싸므로 주의해야 한다. 보다 안심하게 유럽 유심칩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국내로 눈을 돌리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과 일본에서 기존 선불 유심판매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으로 유럽의 선불유심을 판매하는 곳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현지에서 직영점을 찾거나 재고 부족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을 방지하고, 불편한 언어장벽도 겪을 필요가 없어서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영국 쓰리유심, 스페인 오렌지유심, 벨기에 베이스유심 등 세 가지 유심을 판매하는 곳으로는 모바일어브로드(www.ma1.co.kr)가 유일하다. 모바일어브로드 관계자는 “아직 유럽 선불유심은 보급 초기이므로 일부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판매되는 유심은 모두 같은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믿을만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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