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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추적] 살해 후 암매장·시신 훼손…공감능력 상실한 ‘20대의 잔혹 일탈’

    [사건 추적] 살해 후 암매장·시신 훼손…공감능력 상실한 ‘20대의 잔혹 일탈’

    지난달 중순 “사람이 살해돼 매장됐다”는 첩보가 경찰에 날아들었다. 이 한 줄기 실마리로 ‘전북 군산 20대 룸메이트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공감 능력을 상실한 20대 젊은이들의 ‘잔혹한 일탈’이었다. 피의자들은 가출한 뒤 오갈 데 없는 지적장애 여성을 죄의식 없이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들킬까 두려워 시신을 두 차례 유기했고, 황산까지 부어 증거를 없애려 했다. 동정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함 그 자체다. 특히 피의자 중 한 명은 피해 여성과 고향 친구였다. 지난 10일 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부모는 “친구였던 그 아이가 그럴 줄 몰랐다”며 비통해한 것으로 전해졌다.19일 전북경찰청과 군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피해 여성 A(23)씨가 폭행을 당해 사망한 장소는 20대 부부와 연인이 한 데 모여 살던 군산의 한 빌라였다. 40㎡(약 12평)로 방이 두 개였고 작은 거실이 있었다. 부부는 큰방에, 연인은 작은방에, A씨는 거실에서 주로 지냈다. A씨의 고향 친구인 한모(23·여)씨와 남편 최모(26)씨는 지난 3월 초 A씨를 먼저 끌어들였다. 한 달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거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고 사회복무요원 이모(22)씨와 여자친구 안모(23)씨를 불러들였다. 경찰은 “월세 등 생활비를 아끼기 위한 목적이 컸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사기 전력이 있는 최씨가 인터넷 중고 물품 사기 행각을 벌이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지적장애 3급으로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A씨는 생활비를 면제받는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이렇게 서로 잘 모르는 사람이 한 집에 모여 사는 현상에 대해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가출팸’(가출+패밀리의 준말)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비를 분담하고자 SNS를 통해 룸메이트를 구한 뒤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사는 구조와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수는 “가출 청소년들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20대도 가출팸을 구성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가출팸이 성매매 등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습 폭행을 당했다. 또 이 집에 자주 드나들던 최씨 후배 이모(23)씨와 한씨와 함께 일했던 유흥업소 도우미들도 A씨를 이유 없이 때렸다. A씨에 대한 폭행은 일상화됐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남성 피의자들의 성폭행 혐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애인은 저항하지 못하고 상황 분별 능력도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집단 상황에서 폭력을 점점 심화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A씨가 감금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평소 집 근처 편의점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살던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 알바생은 “A씨가 쓰던 안경테가 특이해 기억한다”면서 “항상 무표정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A씨가 폭행을 당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점에 대해 심리 전문가들은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생활을 지속해 왔다면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못할 수 있다”면서 “결국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안타까운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자주 가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는 이유였다. 가출을 해도 멀리 가지 못하고 집 주위에서 주로 발견됐다. 하지만 지난 3월 28일 A씨 부모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을 때는 이미 A씨가 한 달째 모습을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아 경찰이 위치 파악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7일 오후 9시쯤 A씨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날 이런 내용의 통화 사실을 알고 A씨에 대한 가출 신고를 해제했다. 이 전화가 A씨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경찰은 A씨 주변 탐문 수색을 하면서 “군산에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진 못했다. 이후 A씨는 지속적인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5월 12일 오전 9시쯤 끝내 숨졌다. 사회복무요원 이씨와 최씨 후배 이씨가 A씨를 발로 차는 등 온몸을 때려 목숨을 잃게 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큰방에서 자고 있던 최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서 “시체를 버리자”고 했고, 나머지 피의자 4명도 동의했다. 이들 5명은 그날 오후 5시쯤 시신을 두꺼운 이불에 싼 뒤 집에서 20㎞ 떨어진 군산 나포면의 한 야산에 묻었다. 이후 이들은 현장을 5~6차례 다시 찾았다. 지난 7월의 어느 날에는 비가 많이 와 토사가 유실돼 시신 일부가 드러나자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 7월 20일 경기 지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다 근무지 이탈로 수배 대상에 올랐던 이씨가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이씨는 곧바로 경기도의 한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 사이 나머지 4명은 지난달 말 시신이 매장된 곳에서 또다시 20㎞ 떨어진 군산 옥산면의 들판에 시신을 묻었다. 김장용 비닐로 싼 뒤 여행용 가방에 담는 등 치밀한 범행 계획 속에 진행됐다. 시신이 예상보다 부패하지 않자 황산을 부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초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잔인하다”면서 “미국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증거 인멸 방법을 익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을 몰랐던 부모는 7월 27일 또다시 경찰에 “딸아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경찰은 상습 가출인이라는 점에서 ‘실종 프로파일링’에 입력하지 않고 주변 탐문 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소재 파악이 되지 않자 이달 5일 ‘실종 일자는 4월 7일, 실종 지역은 군산 이하 불상지’라고 입력했다. 경찰은 지난 9일 수감된 이씨를 통해 일부 자백을 받아냈고, 다음날인 10일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최씨 부부와 안씨, 최씨 후배 이씨도 그날 모두 검거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적장애인인 피해 여성이 약해 보이니까 폭력을 행사해도 비밀이 보장될 것 같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피의자들이 청소년기부터 가출 청소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회적으로 가출 청소년을 지원하는 제도 등을 갖춰 놓지 않고 성인이 돼 지원하려고 하면 일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사람들은 약자를 학대하거나 이익을 위해 약자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피의자들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산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군산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군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서울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우리 옛시조보다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들이 쓴 몇 줄의 평론문이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더 조선선비의 내면을 잘 비춰주기도 한다. 먼저, 유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남긴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인물평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송시열은 조선후기 정치계와 사상계를 호령했던 거물이다. 우리나라 유학자 중 ‘자(子)’자가 붙은 유일한 인물로, 송자(宋子)라 불린다. 말하자면 성인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과 함께 당대의 유학을 영도한 두 거두 중 한 사람으로, 그야말로 조선 선비정신의 화신이라 할 만한 강직한 인물이다. 그는 나라의 정치가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상소문에서 왕의 모후 문정왕후와 명종에 대해 “대비는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국왕은 아직 어리니 돌아가신 왕의 한 고아일 뿐이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거리낌없이 쓰기도 했다. 임금이 그 문구에 진노했다지만, 그래도 조식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을 보면 조선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일개 신민으로서 조식을 능가하는 강골(强骨)은 동서고금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남명에 대해 한 세기 뒤의 후학 송시열이 쓴 인물평은 다음과 같다. “천길 절벽에 우뚝 서서 일월(日月)과 빛을 겨루는 기상은 지금까지도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품게 하여, 완악한 벼슬아치들을 청렴하게 하고 나약한 선비들을 떨쳐 일어나게 한다.” 이처럼 서릿발 같은 인물이었지만 남명이 남긴 시조 한 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진경산수화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겨세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지리산의 딴 이름. *두 갈래 물줄기 재미있는 것은 위의 시조와 똑같은 소재와 주제로 짝이 될 만한 시조 한 수를 퇴계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닮음이 자못 신선하고 재미있다.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수다스러우랴. *고기잡이 남명 조식은 평생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며 살았다. 처사(處士)란 세속에 발을 들이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시조에서 보듯이 자연에 완전 귀의하여 처사로 살다가 동갑인 퇴계가 죽은 이듬해 표표히 떠났다. 앞으로는 큰 여울이 흐르고, 뒤로는 수려한 산을 등지고 있는 산청의 덕천서원이 남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다른 평론은 퇴계 이황(1501~1570)이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의 ‘어부가’를 평한 것으로 이 또한 명문인데, 우선 농암이 살았던 곳의 빼어난 풍광부터 일별해보자. 안동 도산서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안의 농암 고택은 운치 넘치는 고가로, 앞으로는 낙동강 상류인 분강(汾江)이 흐르고, 강 건너편으로는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이 강에서 고향 선후배간인 농암과 퇴계는 가끔 배를 띄우고 술잔을 물에 흘려보내면서 음풍농월의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나이차가 34년이나 되는데도 함께 즐김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퇴계의 집에서 농암 종택은 강을 따라 두어 시간은 좋이 걸어야 하는 거리로, 참으로 아름다운 강변 길이다. 퇴계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은 이 길의 아름다운 풍광이 빚어낸 노래이다. 농암은 서른 둘에 벼슬길에 올라 일흔 넷이 되어서야 겨우 병을 핑계로 낙향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조선조 5백 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은퇴식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의 은퇴식에는 임금과 당시 정계, 학계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전별시들을 지어 그를 전송했다. 배 타러 한강으로 가는 길에는 장안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와 그를 전송했다. 평생을 벼슬살이했지만 배에 실은 짐이라고는 화분 몇 개와 책보따리 그리고 바둑판 한 개뿐이었다고 한다. 청춘에 집을 나서 백발에 귀향길에 오른 농암이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며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분강촌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어부사’의 한 편이 그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 홍진*이 언매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얘라 *열 길이나 되는 속세 먼지. *달이 밝거든 밤이 되어 강과 호수에 달빛마저 휘영청하면 마음은 무욕, 더없는 평화로움을 누리는 심경을 농암은 담담히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10여 년을 더 유유자적 자연 속을 노닐다가 떠났다. 참으로 복 받은 삶이라 하겠다. 이 농암이 남긴 연시조 ‘어부사’의 발문을 퇴계가 썼는데, 그 평론이 실로 멋스럽기가 한량없다. “부귀를 뜬구름에 비기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생각을 물외(物外)에 부쳐 낚시터를 노니는 선생의 강호지락(江湖之樂)은 가히 진의(眞意)를 얻었다.” 이보다 멋스러운 평론이 또 있을까. 역시 사람들이 멋스러우니 이런 멋스런 글도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선비들은 실로 아름다웠다. (위 시조들은 ‘우리 옛시조 여행(이광식 저)’에서 인용)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부부 싸움 때문에 엉뚱한 공항 착륙, 변상해야 할까

    부부 싸움 때문에 엉뚱한 공항 착륙, 변상해야 할까

    비행기 안에서 한 시간 가량 부부싸움을 벌여 엉뚱한 공항에 착륙하게 만든 영국인 부부가 비행기에서 쫓겨난 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휴가를 즐겼다. 저가항공 제트2는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근처 스탠스테드 공항을 출발해 그랜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 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에 탑승했던 로널드 센빌(53)과 폴린 고든(66)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쳄스퍼드 왕립법정에서 진행된 재판 도중 상세한 전말이 공개됐다고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제트2는 스트랫퍼드에 사는 부부에게 뜻하지 않은 착륙과 이륙으로 연료를 소모시키고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손해 변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계속 보냈지만 부부는 묵살해 결국 소송에 이르렀다. 이들 부부는 임시 착륙한 포르투갈의 한 공항 벤치에서 하루밤을 지샌 뒤 가족의 도움을 받아 다음날 그랜카나리아를 찾았다가 런던 개트윅 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예약해 계속 휴가를 즐겼다.부부싸움은 남편 센빌이 다른 여성에게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본 아내 고든이 누구냐고 물어보면서 시작됐다. 생일 턱으로 여행 경비를 모두 댄 고든은 그냥 친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됐던 여성이 누구냐고 묻는데도 센빌이 자꾸 못 밝힌다고 해 화가 잔뜩 났다. 서로 언쟁을 벌이다 이번에는 센빌이 아내에게 음료수 사먹게 돈을 좀 달라고 했는데 아내는 핸드백을 붙들고 놔주지 않아 둘이 밀고 당기고 법석을 떨었다. 고든은 “남편이 말하길 ‘내 여권도 돌려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왜 다른 여자랑 휴가가게?’라고 쏘아줬다. 내 생각에 재미있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짧게 실랑이를 벌이다 자신의 핸드백을 돌려 받고 이내 잠자코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엉뚱한 공항에 착륙하더니 자신들더러 내리라고 했다고 어이없어했다. 센빌 역시 아내를 향해 완력이나 위협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며 언쟁이라 해봐야 “몇 분”에 지나지 않았다며 “비행기를 돌릴 하등의 필요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고든은 “휴가는 좋았다. 하지만 로널드는 계속 그 여자에게 문자를 보내 너무 더워 어느 곳에라도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계속 실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방송은 그들이 휴가를 계속 즐긴 것처럼 재판도 죽 이어진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holiday
  • [문화마당] 무사한 나의 여름/김소연 시인

    [문화마당] 무사한 나의 여름/김소연 시인

    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지방에 일을 하러 갔다가 올라오는 길이었다. 여행가방은 무겁고 한낮은 지나치게 무더웠다. 지나치게 시원하던 실내에 앉아 땀을 식히자마자 에어컨을 좀 줄여 줄 수 있겠느냐며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승객을 위해 행여나 하는 마음에 한 단계 올렸을 뿐 자신도 낮추고 싶었다며 반가워했다. 이내 폭염에 대한 안부로 그는 화제를 돌렸다. 그의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했다. 낡은 에어컨이 한 대 있었지만 몇 해 전 딸이 결혼을 하면서 새로 장만해 준 냉장고 둘 자리가 마땅치 않아 에어컨을 버리고 그 자리에 냉장고를 놓았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선풍기로 그럭저럭 여름을 날 수 있었는데 올여름은 도무지 힘들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에어컨을 사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몇 달을 대기해야 해서 열대야가 정점이었던 어젯밤에는 아내와 둘이서 차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잤다며 한숨을 쉬었다. 차창 바깥으로는 전에 없던 풍경들이 지나갔다. 양산을 쓴 사람들이 많아졌고 목에 손선풍기를 매달고 걷는 사람도 많았다. 옆에 여행가방이 있어서였을까. 어쩐지 이번 여름은 내가 사는 이곳이 낯설고 뜨거운 기후의 외국 같구나 생각했다.이 무더위에 밥을 잘 해 먹고 사냐고 친구가 안부를 보내오면 밥을 잘 해 먹지 않는 방법으로 이 무더위를 잘 보내고 있다고 답한다. 되도록 불 앞에 서지 않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냉국을 만들고 국이나 찌개를 생략한 채 밑반찬만으로 식사를 한다. 얼마 전에는 로봇청소기마저 구입을 했다. 여름철 별미들에 관한 레시피를 엿보던 어느 블로거가 공동구매 상품으로 로봇청소기를 제안한 걸 보고서 충동구매를 했다. 기특하게도 ‘발발이’(내가 로봇청소기에게 지어 준 이름)는 내가 외출을 한 사이에 집 안을 제법 깨끗하게 청소를 해 두었다. 내가 잠이 든 밤에는 물걸레질도 혼자 다 해놓고서 스스로 다시 충전기에 들어가 있는다. 덕분에 나는 집안일을 하느라 땀을 흘리지 않아도 쾌적하게 여름을 지나가고 있다. 물론 잠잘 때마저 에어컨을 틀어 둔다. 내가 만났던 택시 기사님처럼 나도 더위를 견디다 견디다 작년에야 에어컨을 장만했다. 여름이 다 지나 9월에야 설치를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제때 에어컨을 장만해 두지 않아 후회를 했지만 올해는 거의 의존하며 지내는 든든한 기계다. 물론 틀면 춥고 끄면 덥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틀면 살이 아리고 끄면 숨이 막히지만 말이다. 직장인인 데다 육아까지 담당하고 있는 친구가 이 무더위를 원망하며 집안일의 괴로움에 대해 토로했을 때 나는 나의 발발이를 소개했다. 나의 꾐에 넘어가 주는 척하던 친구는 가사노동으로부터 일부분 해방됐다며 기뻐했다. 앞으로도 좋은 정보는 공유하고 지내자며 삶의 질을 한층 높여 준 자신만의 문명의 이기들을 나에게 소개했다. 나는 열심히 들었다. 도구가 나아져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과 손선풍기와 택시로 외출을 하고, 집에선 발발이와 에어컨과 오이냉국 같은 것으로 비교적 쾌적하게 폭염을 견디고 있는 이 여름. 햇볕과 바람을 실컷 누리라고 베란다 난간에 내다 놓은 식물들조차 실내로 다시 들여와야 고사를 피할 수 있는 이 여름. 마트에 가도 시들하거나 비싸거나 둘 중 하나여서 채소에 선뜻 손이 안 가는 이 여름. 어쨌거나 나는 문명의 이기들을 총동원하면서 이기적으로나마 무사하게 지낸다.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창 바깥으로 내다보며 외국 같구나 생각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발발이의 활약으로 훤해진 마룻바닥을 반기면서. 자고 일어나면 하나하나 배달돼 오는 분노할 일들과 슬퍼할 일들을 맞이하면서. 오늘 아침은 무얼 해 먹을까 하면서.
  • 공동구매하고 원하는 보장만 쏙… ‘P2P보험’ 아시나요

    공동구매하고 원하는 보장만 쏙… ‘P2P보험’ 아시나요

    플랫폼 업체들, 온라인서 고객 제안 모아 보험사 협상 거쳐 보험료 10~15% 낮춰 2030대 요구로 만들어진 ‘펫보험’ 인기 운전자보험 월 1500원·골프보험 5000원 생활체육단체보험 혼자서도 가입 가능‘보험도 공동구매를 통해 싸게 가입할 수는 없을까.’ ‘원하는 보장만 쏙 빼 보험료를 낮춘 미니보험은 만들 수 없을까.’ 보험 소비자라면 누구나 저렴하면서도 맞춤형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보험료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고, 직접 보험 상품까지 제안할 수 있는 P2P보험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가 모이면 P2P보험 플랫폼을 갖춘 업체들이 보험사와 협상을 거쳐 10~15%가량 낮춘 가격으로 보험 상품을 가져오는 식이다. 실제 계약은 소비자와 보험사가 체결하기 때문에 허위·부실 계약은 우려할 필요도 없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대표적인 P2P보험 플랫폼으로는 인바이유와 다다익선, 스몰티켓 등이 꼽힌다. 여행자보험, 펫보험, 생활체육보험 등 단기 소멸성 상품 위주로 출발해 상품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인바이유와 다다익선이 메리츠화재와 손잡고 내놓은 ‘생활체육단체보험’은 혼자서도 가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 스포츠 단체보험의 경우 5인 이상 단체만 가입할 수 있었다. 위험등급에 따라 두 가지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데 연간 보험료는 2급(축구·농구 등) 2만 930원, 다칠 위험이 적은 3급(탁구·배구 등) 1만 6040원 수준이다. 운전자라면 인바이유와 MG손해보험이 개발한 미니 운전자보험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꼭 필요한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상해사망 및 후유장해 등에 대해서는 보장을 유지하면서 화상 진단비, 성형 수술비 등 특약은 제외해 군살을 뺐다. 또 통상 운전자보험은 장기 상품 일색이지만 1년 소멸성으로 보장 기간을 줄인 것도 보험료를 낮춘 요인이다. 1년 보험료 1만 8380원, 한 달 1500원이면 가입 가능하다. 황성범 인바이유 대표는 “고객 수요를 제시한 후 보험사와 협상해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원샷 골프보험도 5000원으로 가입 가능한 1회 소멸성 상품이다. 가입 시 지정한 기간 안에 이뤄진 상해사망, 후유장애, 배상책임을 보장하고 홀인원을 기록하면 축하금 150만원도 지급한다. 또 P2P보험 플랫폼을 이용하면 보험사 다이렉트보다 싸게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P2P보험의 장점 중 하나는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든 업체는 사업성 검토 후 추가 가입자를 모집한다. 다다익선이 내놓은 펫보험(강아지·고양이 보험)도 20~30대 소비자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다다익선을 이용하면 똑같은 롯데마이펫보험을 15% 싸게 가입할 수 있다. 이날까지 보험 가입을 위해 추가로 그룹에 참여한 사람만 강아지보험 3352명, 고양이보험 2081명에 이른다. 오명진 다다익선 대표는 “펫보험의 존재 자체에 대해 생소해하던 젊은층이 보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해와 접근했다”고 말했다. 인바이유의 ‘장애인운전자 안심서비스’도 기존 운전자보험은 장애인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장에서 불이익이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만들어진 상품이다. 연 11만원이면 장애등급에 관계없이 일반 운전자와 동일한 보장으로 메리츠화재 운전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동시에 휴대전화로 신고만 하면 사고 장소를 가족과 경찰에게 전달해주는 위치확인 안심서비스도 제공된다. 인바이유는 홈페이지를 통해 낚시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해주는 낚시케어서비스, 펫 장례보험에 가입할 소비자도 모집 중이다. 모두 1000명을 목표 인원으로 하는데 이날 현재 각각 269명, 914명이 가입 의사를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도 P2P보험 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상품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P2P보험은 특히 젊은층 가입자가 다수여서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면서 “기존 플랫폼에 접속자가 많아 홍보 효과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달달쌉싸름한 그들의 허니문

    [배민아의 일상공감] 달달쌉싸름한 그들의 허니문

    꿀처럼 달달한 한 달(Moon)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신혼 시절을 만끽하기에 둘만의 여행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양가 친지들과 지인들의 떠들썩한 축하와 축복을 받은 결혼식 직후에 오붓하게 여행을 떠나 둘만의 사랑과 다짐을 공고히 한 후 온전한 ‘한몸’이 되어 돌아오라는 것이 신혼여행이다.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에까지 골인한 둘이 허니문 여행을 준비한다.업무와 관련한 해외 세미나나 짧은 휴가를 이용한 패키지 여행 몇 번이 고작이었던 여자는 배낭여행에 능숙한 남자가 하나씩 직접 챙기는 신혼여행 준비부터가 설렘 그 자체였다. 지금은 자유여행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스마트한 기기와 앱들로 항공권 예약뿐 아니라 현지의 길찾기나 맛집 정보 검색, 각종 할인 티켓 구매나 통역까지도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자유여행자들의 손에는 두꺼운 여행 책자와 펼쳐 보는 지도가 기본이었던 시절이었으니 무려 세 나라를 열흘간 여행하는 일정을 세워 놓고 세부 일정과 예약을 스스로 준비하는 남자의 모습은 여자에게 그저 신기한 세상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항보다는 타국을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매한 뒤 경유지 체류 일정을 연장해 또 하나의 여행 목록을 만들고, 육로를 통해 인접한 국경을 넘어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는 경험이나 호텔 대신 홈스테이를 하며 주인장이 직접 차려 주는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경험, 로컬 버스로 지도책 펼쳐 가며 목적지에 하차한 후 재래시장이나 동네 뒷골목 삶의 현장을 돌아보는 일정 등 신혼여행 내내 여자는 남자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여자는 점차 남자에게 전폭적으로 의지하게 되고, 남자는 여행을, 그리고 여자를 자연스럽게 주도하게 된다. 매일 여행의 색다른 맛을 보여 주는 남자에게 요샛말로 눈에 하트를 뿅뿅 발사하며 남자의 주도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한 여자는 불현듯 먼저 결혼한 지인들의 충고를 떠올리며 잠시 혼돈에 빠진다. 결혼 초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잡혀 살지 말고 잡고 살아야 편하다는 결혼 선배들의 조언을 여러 차례 들어 왔던 터였다. 여행의 막바지 한 호텔 수영장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가볍게 수영 시합을 제안했을 때, 승부욕이 발동한 여자는 이 시합에서라도 이기는 것이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하겠다는 순간 판단에 따라 무모한 도전을 시도한다. 승리의 일념으로 앞을 보지도 않고 잠수로 한숨에 수영장을 횡단하다 생각보다 길지 않았던 수영장 벽 철 계단에 그대로 얼굴을 부딪치고, 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물속에서 올라와 구급차에 실려 가는 와중에도 여자는 남자를 향해 승리의 V를 다짐받았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타국의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기까지 남자는 사력을 다했고, 여자는 그제야 주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힘든 순간 자신이 정말 의지할 수 있는 이에 대한 가치를 깨닫는다. 결국 그들의 허니문은 콧등을 일곱 바늘이나 꿰맨 후 달달쌉싸름하게 마무리됐다. 흔히 부부는 ‘일심동체’, ‘한몸’이라고 한다. 십수 년을 각자 살아온 두 사람의 성인이 갑자기 하나로 살아야 한다니 누구의 주관으로 하나로 살 것인가가 주도권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아담의 갈빗대를 꺼내 하와를 만드신 후 ‘한몸’을 이루라고 하신 조물주의 선언은 한 사람이 주도권을 잡으라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완결품, 완전체가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주도권을 잡으려고 기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상대방으로 인해 비로소 내가 완전하게 된다는 생각을 우선시하는 게 결혼 초 허니문 기간만이 아니라 함께하는 내내 달달한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지 않을까.
  • [월드피플+] “인생은 여행”… 26세 나이에 105개국 방문한 청년

    [월드피플+] “인생은 여행”… 26세 나이에 105개국 방문한 청년

    누군가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던가. 이 말을 실천하며 사는 아르헨티나 청년이 있어 화제다. 아르헨티나 비센테로페스에 사는 청년 라미로 크리스토파로(26)가 그 주인공. 그의 방엔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색칠연습을 한 듯 지도는 다양한 컬러로 물들어 있다. 크리스토파로가 방문한 국가를 표시한 지도다. 하나둘 칠하다 보니 이렇게 표시된 국가는 벌써 105개국으로 늘어났다. 단순 계산을 한다면 태어나서 매년 평균 4개국을 방문한 셈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자주 여행을 다녔죠. 여행을 갔다 오면 꼭 자세한 기록을 남기곤 했어요. 대성당에 갔다 오면 걸어서 오른 계단의 수까지 정확히 적어놓곤 했거든요" 그는 최근 현지 일간 클라린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습관이 발전하다 보니 방에 큰 지도까지 걸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가 여행을 천직(?)으로 삼게 된 건 18살 때 미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면서다. 3개월간 미국을 둘러 보면서 "여행하는 인생을 살자"고 결심하게 됐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면서 그는 본격적인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유명 국가는 물론 지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섬나라까지 두루 방문했다. 오세아니아의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바누아투가 대표적인 경우다. 바누아투에서 그는 활화산 정상에 올랐다. 자신의 키보다 높이 끊어오르는 용암을 보면서 대자연 앞에 엄숙한 마음을 갖게 됐다. 그는 "여행할 국가를 사전에 철저히 공부하지만 정보가 적은 국가일수록 여행지로서 매력이 더 크다"면서 "어떤 현실과 부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묘한 매력처럼 느껴지곤 한다"고 말했다. 여행경비는 현지에서 조달하는 게 그의 원칙이다. 접시닦이부터 웨이터, 청소부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호주를 여행할 땐 이력서 50장을 인쇄해 무조건 가게에 들어가 일을 달라고 부탁해 결국 주방보조원으로 취직에 성공했다. 그는 최근 미주대륙 30개국을 여행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또 여행에 나설 생각에 설렌다. 크리스토파로는 "인생은 정말 짧다. 세계 모든 국가를 방문한다는 꿈을 이룰 때까지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클라린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입국장 면세점, 내수 진작 효과… 여행객 추적 관리 어려워

    입국장 면세점, 내수 진작 효과… 여행객 추적 관리 어려워

    외화유출 방지·고용창출 확대 기대 김동연 “빠른 시일 내 결론 내릴 것” 동선 혼란으로 보안·안전 위험성 커“왜 시내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해외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최근 동남아시아로 5박6일 여름휴가를 다녀왔는데 면세점에서 산 물건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부모는 물론 장인, 장모와 회사 상사, 동료들에게 주려고 시내 면세점에서 선물을 샀는데 출국 전에 받아서 해외 여행 기간 동안 계속 가방에 넣어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짐도 많은데 면세품까지 들고 다시 귀국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앞으로는 면세품 때문에 벌어지는 이 같은 불편함이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편익 증진과 계속 늘어나고 있는 해외 소비 일부를 내수로 돌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입국장 면세점과 관련해 “오래전부터 검토해 온 사안”이라면서 “여행객 불편 해소, 내수 진작, 일자리 문제와 함께 세관검사나 농산물 검역에 대한 보완점을 잘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해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반대해 왔다. 면세품은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서 쓴다는 전제로 세금을 안 매기고 있는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소비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소비자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다.집행기관인 관세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위험·안전 문제 때문이다. 여행객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추적 관리가 이뤄지는데 면세점이 중간에 들어서면 동선에 혼란이 발생해 보안에 구멍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 세관이 위험국가에서 출발한 비행기 등에 실시하는 전수조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질병관리나 검역 관련 부처도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발국과 해당 비행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인데 여행객 동선이 흩어지면 관리가 어려워져서다. 예를 들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했을 때 국내 접촉자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현행 600달러(미화 기준)인 여행자 면세한도 상향 없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면 모든 입국자에 대한 휴대품 검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어 혼란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면세 한도를 높이면 일부 상류층을 위한 ‘쇼핑 잔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거 정부 부처 간 논의에서도 설치에 따른 ‘득과 실’을 고려할 때 실이 크다는 평가에 따라 백지화됐다. 하지만 관세청도 대통령이 지시하자 중국과 일본 등이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한 배경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는 등 재검토에 들어갔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의 명분은 ‘국민 편의’다. 출국장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산 제품을 여행 기간 내내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다. 인천공항공사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에 걸쳐 1만 9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했다. 최근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어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해 내수를 진작하고 외화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면세점 직접 고용과 면세품 제조 관련 업체 등에서 고용 창출도 기대된다. 일각에선 국내 소비 전환이나 고용 창출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점에서 많이 팔리는 상품 대부분이 가방 등 외국산 명품이어서 해외 업체들 배만 불려 주는 격이 될 수 있어서다. 입국장 면세점은 규모가 출국장만큼 크지 않은 데다 취급 상품도 제한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데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입국장 면제점 설치는 이해관계자들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천공항공사로서는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호재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미 여객터미널 1층 수하물수취대 등 3곳(706㎡)에 입국장 면세점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놨다. 반면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항공사들은 면세품 판매액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입국장 면세점 설치 추진에 반대해 온 이유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히드로 입국 심사 기다리는 데 2시간 36분 걸리면 어떨까

    히드로 입국 심사 기다리는 데 2시간 36분 걸리면 어떨까

    영국 런던의 관문인 히드로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느라 2시간 36분 줄을 선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지난달 6일(이하 현지시간) 유럽경제구역(EEA)이 아닌 나라의 여행객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줄을 선 채로 대기했을 정도로 이 공항의 입국 심사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가 13일 전했다. 같은 달 30일과 31일에는 EEA가 아닌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의 95%가 당국이 약속한 45분 이하 대기 목표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과 EEA, 스위스인은 안면 인식과 여권 스캔으로 입국 수속을 밟을 수 있는 전자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밖의 나라 국민들은 여권 심사관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이 통계를 취합한 버진 애틀랜틱은 승객들이 “절망했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크리거 사장은 보안과 안전이 최우선이란 점에 동의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영국보다 훨씬 입국 절차를 잘 관리하고 있다며 “이렇게 납득할 수 없이 긴 줄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국경수비대뿐”이라고 농을 섞었다. 이어 “영국이 세계에 친기업적이란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이 때 정부와 국경수비대는 매순간 모든 방문객에게 좋은 첫인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존 홀랜드 카예 히드로공항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내무부가 “위험이 적은 나라들, 에를 들어 미국” 국민들은 전자 게이트를 이용하게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주 브리티시 에어웨이의 알렉스 크루즈 사장은 일간 더 타임스에 편지를 보내 정부가 히드로 공항의 “국경의 코미디”를 다뤄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2시간 줄 서는 일이 빠르게 보통의 일이 되고 있다”며 비(非) EEA 여행객들의 처리 목표 시한을 넘긴 것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6000번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내무부는 지난달 특히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에는 컴퓨터 오작동 말고도 심사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어르신이나 어린이들의 입국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선을 다해 대기 시간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조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국경에서 수행해야 할 필수적인 체크를 느슨하게 하는 타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국경수비대가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여름이 지나면 히드로 공항에 추가 인력 200명이 배치돼 있을 것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경기장 출입 막자 지붕에 올라간 이란 여자 사진기자

    경기장 출입 막자 지붕에 올라간 이란 여자 사진기자

    전 이란의 여자 사진기자 파리사 푸르타헤리안이라고 합니다. 스물여섯이고요. 지난달 이란 프로축구 1부리그 경기가 열린 이란 북부 바타니 스타디움을 찾았는데 여자가 남자축구 경기를 취재하면 안된다며 경기장 안에 못 들어가게 했습니다. 해서 전 경기장에 이웃한 건물의 지붕 위에 올라가 망원 렌즈로 당겨 경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런 내 모습이 아마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겐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 남성 스포츠 경기에 여기자들의 출입을 막지 않습니다만 종종 이 나라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답니다. 그래서인지 소셜미디어 등에선 가상하다, 용기가 대단하다는 등등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영국 BBC 기자가 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해 다음과 같이 답했더니 12일 홈페이지에 제 글이 실렸군요.경기 시작 3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내 온통 관심은 사진 찍을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근처 건물을 뒤졌는데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문들은 모두 두들기려고 했다. 거절 당한다 해도 화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첫 번째 시도에 화를 냈더라면 난 결코 이런 기회를 갖지 모했을 것이다. 결국 30분 만에 난 근처 건물주를 설득해 지붕 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내 앞 오른쪽 나무 때문에 그라운드의 일정 부분은 볼 수 없었지만 난 경기의 모든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두렵지 않았다. 경기장 경찰도 그날 밤 날 봤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난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란에서 1부 리그 축구 경기를, 특히 그렇게 특별한 순간 사진 찍을 수 있어 매우 흥분됐다.경기를 담느라 바빴을 사진기자들이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줬다. 난 그들 모두가 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란에서도 많은 이들이 내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모든 일이 내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 조금 괴이쩍게 여겨졌는데 왜냐하면 이런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난 당시에 사진 찍는 데만 집중했다. 난 축구를 사랑해 스포츠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러시아월드커이 열리기 전 이란 대표팀이 터키와 친선경기를 했을 때도 터키 취재를 갔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덜한 배구 경기 등도 취재해봤다. 그러나 내 꿈은 평생 한 번 만이라도 올드 트래퍼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는 것이다. 여러 대륙을 돌며 세계 곳곳의 스포츠 경기를 카메라에 담으며 여행하는 전문 기자가 되고 싶다. 내 꿈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내 가장 큰 꿈은 이란에서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이 축구 경기장에 드나들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SKT “데이터는 기본… 문화생활은 덤”

    SKT “데이터는 기본… 문화생활은 덤”

    중고생 넷마블 게임 등 무료 이용 가능 대학생은 캠퍼스 전용 데이터도 지원 영카드 이용 땐 단골매장 15% 캐시백SK텔레콤이 TTL 이후 19년 만에 1020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를 선보였다.SK텔레콤은 1020세대 컬처 브랜드 ‘영’(0·Young)을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SK텔레콤이 1020세대 전용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1999년 TTL 이후 처음이다. 전용 요금제, 전용 단말기, 전용 휴게·문화공간 등으로 구성된 TTL은 출시 당시 젊은층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SK텔레콤의 고객층을 크게 넓혔다. SK텔레콤은 “영을 통해 1020세대에 문화 트렌드를 제시하고, 새로운 모바일 데이터 환경과 라이프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3일부터 ‘스몰’ 월 3만 3000원에 2GB 제공 만 24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13일 출시하는 전용 요금제 ‘영플랜’은 데이터 사용량이 평균보다 1.7배 많은 젊은 세대를 겨냥해 기본 데이터를 늘렸다. 데이터 소진 뒤엔 속도 제한 조건으로 데이터를 계속 제공한다. 요금제는 스몰, 미디엄, 라지 3종이다. 스몰은 월 3만 3000원에 데이터 2GB, 미디엄은 월 5만원에 6GB를 준다. 주말 등 특정 시간대에는 추가 데이터가 제공된다. 라지 이용자는 월 6만 9000원에 데이터 100GB를 받는다. 20GB는 가족과 공유할 수 있고, 데이터를 소진해도 최대 5Mbps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T플랜 라지 요금제에는 없던 혜택이다. ●SM과 제휴… 태연 등 컬래버레이션 음원 공개 SK텔레콤은 요금제 출시에 맞춰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10일부터 태연과 멜로망스를 시작으로 컬래버레이션 음원을 공개한다. 또 1020세대를 응원하는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고, 공연과 맛집 중심의 축제를 열 예정이다. 다음달부터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여행, 재능공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캠퍼스 전용 데이터와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지원한다. 전용 데이터를 쓰는 재학생이 많아질수록 데이터 제공량은 2∼3배까지 늘어난다. 코나(KONA) 카드와 제휴해 20대 대학생을 위한 ‘영카드’도 출시한다. 이용자는 단골 매장을 직접 선택해 15% 캐시백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중고생은 넷마블, 네오위즈, 스노우 등 10여개의 게임, 커뮤니티, 포토 애플리케이션을 데이터 차감 없이 이용하게 한다. SK텔레콤은 제휴 콘텐츠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런 ‘제로레이팅’ 정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중고생 고객은 편의점, 영화관 등에 설치된 수백 개의 키오스크에서 데이터를 충전하고 제휴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시험이 끝나는 주간에 놀거리, 먹거리 혜택을 제공하는 ‘영위크’도 실시한다. 앞서 SK텔레콤은 1020 맞춤형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 신입사원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날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SJ쿤스트할레에서 진행된 미디어 행사에서도 입사 2년차 최연소 TF 리더 이미연씨가 발표를 맡았다. 영프로그램담당 손인혁 팀장은 “TTL이 세상에 없던 밸류를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영은 이 시대 1020에 필요한 가치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날긴 난 거 같은데…’ 허탕친 표범의 새사냥

    ‘날긴 난 거 같은데…’ 허탕친 표범의 새사냥

    아무리 빠르고 높이 난들, 태생이 육지동물인 걸 어찌하겠는가. 배고픈 암컷 표범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새를 사냥 하려다 헛물만 삼키고 만 장면이 화제다. 지난 6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은 지날 달 19일(현지시각) 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을 여행하고 있던 관광객이 촬영한 ‘표범의 새사냥’을 소개했다. 영상은 표범 한 마리가 숲 속에 뭔가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화면상으론 이 표범이 어떤 먹잇감을 향해 접근하는지 잘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그 뭔가’를 잡기 위해 표범이 2미터 가량 높이로 점프 하자 ‘그 뭔가’의 정체가 곧 드러난다. 바로 나무가지에 있던 새였다. 아무튼 이 표범, 다소 흉한 모습으로 네 다리를 펼치면서까지 웅대하게 날았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귀한 영상을 담을 수 있었던 관광객 중 한 남성은 “크루거 국립공원을 사파리하던 중 암컷 표범 한 마리가 덤불 속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새사냥에 실패한 표범이 목표로 삼았던 건, 며느리발톱자고새란 가금류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사진 영상=ViralVid Koirao/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르포] 美 스타벅스, 플라스틱 사용 줄이겠다 선언 한 달…현실은?

    [르포] 美 스타벅스, 플라스틱 사용 줄이겠다 선언 한 달…현실은?

    미국의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 측이 지난 7월 9일 플라스틱 빨래 등의 사용 등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일회용 제품 사용 금지 정책은 오는 9월 미국 대륙의 매장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플라스틱을 주요 원료로 제조된 빨대 등의 사용으로 불거진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업체는 플라스틱 빨래 사용을 줄이는 한편 종이 등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빨대를 보급할 것이라는 설명을 밝혔다. 그렇다면 해당 일회용품 금지 정책 실행을 한 달 여 앞둔 미국 현지에 소재한 해당 매장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최근 필자가 찾은 하와이 호놀룰루 시 다운타운에 소재한 대형 매장에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빨대 등을 사용하는 고객들로 북적이는 모양새였다. 제품을 외부로 포장하는 이들은 물론 매장에서 음료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모두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매장 안의 누구도 유리컵 또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는 없었다. 다운타운에 소재한 매장이라는 점에서 퇴근 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한국에서와 동일하게 제품 주문을 위한 계산대 근처에는 일회용 컵이 진열돼 있고, 주문한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장소 인근에는 빨대와 포크 등이 배치돼 있는 형편이었다. 이들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들로, 앞서 업체가 선언한 바와 같은 일회용 제품을 대체할 유리컵이나 대체 제품 등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었다. 또한, 일회용 제품 금지 정책 시행까지 약 3주가 남은 상황에서, 향후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에 대한 안내문이나 설명문 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매장을 찾은 현지인들도 이 같은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 시행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상당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고객 제이스(44·은행원)는 “일회용품 사용으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매장을 찾을 때마다 무거운 텀블러를 들고 오거나, 아니면 매장 안에서 유리컵을 사용해야 한다면 매장을 찾으려는 고객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개인용 휴대 컵을 가지고 오는 고객에 대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헬렌(68·부동산 중개인) 역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경우 플라스틱에 담아서 판매하는 일반 물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더 많은 종류의 음료수도 규제 대상이 돼야 하지 않느냐.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여행객이 많은 하와이의 형편 상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은 현실성이 없을 것”고 조언했다. 한편, 해당 정책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홍보를 지속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현지 유력 언론 ‘뉴스나우’는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퇴출 결정에 대해 ‘오는 2020년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자연분해 소재로 만든 빨대를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하와이=임지연 통신원 cci2006@naver.com 
  • 달라진 백화점 문화센터 풍경… ‘주 52시간’ 직장인 강좌 대박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한 달 남짓 지나면서 백화점 문화센터가 달라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갖게 된 직장인들이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도 직장인을 겨냥한 전문 강좌를 속속 내놓고 있다. ●신세계, 워라밸 강좌 10~15% 늘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3일 수강생 모집을 시작한 이번 가을학기 문화센터에 평일 저녁 강좌를 의미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강좌를 10∼15%가량 늘렸다고 7일 밝혔다. 직장인 이용객이 늘면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 ‘베이직 드럼’, ‘1대1 필라테스’ 등 인기 강좌는 조기 마감됐을 정도다. ●롯데, 필라테스·디제잉 스쿨 등 인기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25일 접수를 시작한 가을학기 문화센터 강좌에 지난 봄·여름 학기 대비 ‘워라밸 파트’를 50% 이상 늘렸다. 이 중 ‘보디토닉 필라테스’ 강좌는 접수 첫날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디제잉 스쿨’, ‘감성 여행 사진 찍기’ 등 20~30대를 위한 이색 강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 취미 찾기 ‘원데이 특강’ 53%↑ 현대백화점은 1회 1~2시간만 교육을 진행하는 ‘원데이 특강’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번 가을학기에는 해당 강좌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53% 늘렸다. 지난달 24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가을학기 신청 고객 중 원데이 특강을 신청한 고객이 50.3%에 달한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가 시간이 늘어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취미 찾기’ 바람이 불면서 원데이 특강을 2개 이상 신청해 들어 보고 정규 강좌를 신청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화센터 바람이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일반 고객의 백화점 이용 횟수는 월평균 1.2회인 반면 문화센터 회원의 이용 횟수는 8회에 달한다. 연간 사용액이 2000만원 이상인 VIP 고객 비중 역시 문화센터 회원이 일반 고객보다 약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자신도 모르게 전세계 광고에 자기 얼굴 사용된 여성

    자신도 모르게 전세계 광고에 자기 얼굴 사용된 여성

    한 여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 세계 특정 광고를 홍보하는 대표 얼굴이 되어버렸다.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BS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여성 슈브넘 칸은 6년 전 한 친구로부터 황당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바로 캐나다 이민 장려 광고에서 그녀의 사진을 보았다는 내용이었다. 친구 말대로 구글 이미지를 검색한 칸은 미용제품부터 치아 미백, 과외, 사교육 광고까지 그 외에도 많은 국제 광고에서 자신의 얼굴 사진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녀는 “사진 속 여성은 분명히 나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고, 너무 이상했다. 중국 맥도날드 광고, 미국 뉴욕 카펫 광고, 캄보디아 오지 여행, 프랑스 구혼 광고 등 마치 모든 것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며 이해할 수 없었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생각해보니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칸이 2010년 대학시절 프로 사진작가에게 무료로 사진 촬영을 허락하면서 시작됐다. 사진작가는 남아공 나탈주 더반시에서 100명의 인물을 무작위로 촬영 중이었고, 칸과 친구들에게도 사진을 찍게 해주면 답례로 전문 인물사진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이에 동의하는 서명을 했고, 사진작가는 법적으로 사진사용 권리를 얻게 됐다. 칸은 “우리는 신이 나서 작은 글자로 된 세부 항목을 읽지 않고 양도 계약서에 서명했다. 처음에 그의 포트폴리오를 위한 사진사용을 승인하는 허가서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작가이자 예술가로 활동하는 그녀는 현재 자신의 책을 출판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사진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작가는 결국 그녀의 사진사용을 중단하는데 합의했지만 이미 그녀의 사진을 구매한 대행사들로 인해 일부 광고에서 아직 노출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인 리키 클리맨은 “칸에게 일어난 일은 애석하게도 합법적이다. 일단 양도 증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사진작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권리를 주는 것”이라며 “칸은 권리 상에 서명을 했다”고 전했다. 큰 교훈을 얻게 된 칸은 “다른 사람들도 신원과 관련된 일에 신중히 서명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트위터(슈브넘 칸)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광주시 공무직 출장비 달라며 소송 제기

    광주시청 공무직 공무원들이 과적 차량을 단속하고, 길거리의 나무와 꽃을 관리하는 근로 행위 등에 대해 출장비를 따로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시청 공무직 5명이 “임금협약에 따른 출장여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4월 광주지방법원에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이들 공무직은 소장을 통해 “광주시공무직노동조합과 광주시가 지난 2017년 10월 19일 체결한 임금협약서에 따라 출장여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광주시가 이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양측은 ‘근무지 내 국내 출장의 경우, 출장(여행)시간이 4시간 이상인 공무원에게는 2만원을 지급하고 4시간 미만인 공무원에게는 1만원을 지급한다’고 협약했다. 소송을 낸 종합건설본부 총무부 직원 A씨는 “제한(과적) 차량 단속 및 홍보, 도로운행 제한차량이 도로주행시 단속,적재중량초과방지 홍보 업무를 위해 출장을 가고 있는 만큼 출장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가정양립지원본부 직원 B씨와 C씨는 여성 긴급전화 상담, 성·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직원교육 훈련 운영 및 사후관리사업 운영, 구인업체 및 구직자 발굴 등을 위해 수시로 외근을 한다며 출장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 푸른도시사업소 직원 D씨는 양묘 및 조경자원관리, 도시녹화를 위한 수목 및 화훼류 식재 관리를 위해 청사 밖 근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종합건설본부 토목부 직원 E씨는 도로관리 및 차선도색, 도로순찰, 제설작업 등을 하며 수시로 출장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시간 이상 외근을 했는데도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개인당 최소 23만원에서 최대 42만원까지 5명에게 총 175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에 대해 “도로보수원 등이 업무를 위해 근로장소(현장)로 나가는 것은 본연의 업무이므로 출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공무직의 추가 소송도 예상된다. 한편 광주시에 근무하는 공무직은 749명으로, 이들은 조경, 녹지, 도로관리 등 주로 바깥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18세 청소년 한달 동안 유럽 열차 공짜로, ‘디스커버 EU’ 왜 논란?

    18세 청소년 한달 동안 유럽 열차 공짜로, ‘디스커버 EU’ 왜 논란?

    올여름 영국의 18세 청소년 1900명을 비롯해 유럽 대륙의 1만 5000명이 열차 이용에 땡전 한푼 들이지 않고 유럽을 돌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유럽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는 ‘디스커버 EU’ 캠페인으로 온라인 추첨을 통해 유럽 네 나라를 한달 동안 여행할 수 있는 공짜 철도 패키지 ‘마이 인터레일 패스’를 제공한 덕분이다. 10만명 이상 응모했는데 EU의 문화 유산들과 유럽의회 선거에 관한 퀴즈에 답을 하면 되는 간단한 응모 방식이었다. EU는 가을에도 공짜 패키지 티켓을 같은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당첨자들은 숙식에만 돈을 지출하면 된다. 에밀리 와이먼은 처음에 어머니로부터 얘기를 듣고 “객쩍은 농담”으로 여겼다. 9월에 대학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할 예정인 그녀는 “처음에는 기뻐서 ‘yes! yes!’라고 속으로 외치다 금방 누구랑 가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서웠다”고 털어놓은 뒤 “(짝을 찾는다는) 트위터 글을 본 소녀가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떠나기 전 만나 함께 브뤼셀, 브뤼헤, 쾰른, 암스테르담을 일주일 돌아다녔다. 그녀는 사랑스럽고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짝인 레아 폴슨은 “많은 젊은이들이 갖기 쉽지 않은 옵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다. 그리고 지금 난 친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때문에 내년에 EU에서 탈퇴하는 나라인데 영국 젊은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것이다. 노스 라나크셔주 컴버놀드 출신인 마크 스튜어트가 그 답을 조금 보여줄지 모르겠다.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할 그 역시 응모한 사실도 잊고 있었는데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아직 여행 루트를 짜진 못했지만 암스테르담과 파리를 찾아 친구들을 만날 작정이다. 유럽통합 부정론자인 그는 여전히 브렉시트를 지지하면서도 디스커버 EU 프로젝트가 긍정적인 일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EU를 탈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여행가는 것을 멈춘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하면서 프로젝트가 영국을 탐험하고자 하는 18세 젊은이들을 끌어모을 수 있어 영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EU는 왜 이 프로젝트를 실시하는지에 대해 유럽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 현재 만연된 포퓰리즘과 싸우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28개 EU 회원국 국적의 18세 청소년이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1만 5000장의 패스는 인구 비율에 따라 배정된다. 예를 들어 영국은 1900장만 가능한데 3786명이 응모해 경쟁률이 2대1이 되지 않았다.장차 유럽연합 이사회(EC)는 7억 유로(약 9148억원)의 EU 기금에 자금을 지원하는 EU 이웃들의 18세 청소년에게도 같은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웃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일단 가을 프로젝트에는 영국 청소년 응모가 가능하다고 BBC는 전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세금 낭비라고 목소리를 키운다. 영국 독립당의 질 세이모어 의원은 “뇌물을 먹이려는 뻔뻔한 시도”라며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은 EU가 만성적인 청년 실업을 해결할 것을 더 바랄 것”이라고 공박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부전나비 관찰기, 마취, 한밤의 미술관, 이순신 여행, 인생 조각

    [책꽂이]부전나비 관찰기, 마취, 한밤의 미술관, 이순신 여행, 인생 조각

    부전나비 관찰기(이경희 지음, 강 펴냄) 2008년 단편소설 ‘도망’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은 이경희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이번 책에서는 다양한 노년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변화하는 현실과 세태 속에서 주변화되고 왜소해지는 인간의 존엄을 묻는다. 노인과 멧돼지의 교감을 다룬 ‘부전나비 관찰기’를 비롯해 개를 화자로 내세워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의 모습을 그린 ‘바람난 봉심이’, 노인 매춘을 통해 노인의 성(性)을 다룬 ‘고산병’ 등 7편의 단편과 우리 내면의 괴물을 통해 진정으로 혐오스러운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중편 ‘달의 무덤’을 담았다. 작가의 문체를 주목하자. 책 제목이기도 한 단편소설 ‘부전나비 관찰기’ 첫 문장 ‘외로움이 짐승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볼 때가 있다’처럼 잘 벼린 문장들이 곳곳에 나비처럼 반짝인다. 304쪽, 1만 4000원.마취(김유명 지음, 가쎄 펴냄) 전신 마취제 부작용 ‘악성고열증’으로 환자를 잃은 과거를 지닌 마취과 의사 A가 프로포폴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여배우 S의 진실을 추적하다 탐욕적인 제약회사 P가 초래한 대재난과 마주한다. 마취제 공장 폭발사고로 1000만명이 사는 S시에 마취제가 대량 유출되고, 스모그와 뒤섞인 마취제를 들이마신 도시는 순식간에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든다. 방독면 필터조차 무용지물인 전신 마취제 ‘하이퍼란’으로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의식을 잃고, 도시와 국가 시스템은 마비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고자 주인공은 죽음의 도시로 향한다.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 김유명씨가 전신마취제 프로포폴을 소재로 쓴 재난 소설. 현직 의사가 쓴 소설답게 의학적 설명이 현실감을 북돋운다. 빠른 전개가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348쪽, 1만 4500원.한밤의 미술관(이소라 지음, 혜다 펴냄) 전 세계 유명 미술관 15곳과 그 곳의 그림을 소개한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 혹은 그림 이야기로 편하게 시작해 그림에 얽힌 의미와 당시 시대사, 혹은 화가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그림 소개 이후 미술관 정보를 짤막하게 소개하고, 좀 더 봐야 하는 그림을 덧붙였다. 책 뒷부분에 부록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PKM 갤러리 등 모두 10곳의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도 수록했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 미술관 산책하러 가길 권하는 책이다. 시간 내기 어려우면 책을 읽으며 여행해보는 건 어떨지. 작가는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든 한밤. 고단한 몸을 뉘이고 침대맡 작은 전등에 불을 켜는 순간, 작고 어둑한 당신의 방안은 이내 미술관이 된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대로, 한밤에 읽기 좋은 책. 292쪽, 1만 5000원. 이순신 여행(장정호 지음·김상화 그림, 수경출판사 펴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들을 위해 쓴 이순신 장군 길잡이 책이다. 1부 ‘여행편’. 2부 ‘전략편’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이순신이 태어난 충무로 인쇄 골목부터 시작해 서울, 충청, 전라, 경상도를 따라간다. 풍부한 사진과 이야기를 담아내 여행 가이드북으로 손색이 없다. 2부는 이순신의 놀라운 업적이 가능했던 이유를 풀었다. 정보를 중요시하고, 군량미 확보에 힘썼으며, 부하에 관한 신상필벌 등에 힘쓴 일화를 소개한다. 역사서이자 자기계발서, 전략전술 가이드북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이순신의 강철 같은 의지, 회계사와 같은 철두철미함, 투철한 정신력에 매료돼 수백 권의 서적과 논문을 파헤치고, 전국 유적지를 다녔다. 사진, 삽화, 만화들과 어우러졌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만화도 볼만하다. 256쪽, 1만 5000원.인생조각(박경수 지음, 지식과감성 펴냄) 엘지전자 구미안전환경팀장 박경수 씨의 에세이집. 행복, 사랑, 변화, 일상 4개의 주제로 틈틈이 쓴 에세이를 수록했다. 저자는 매일 목표달성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인생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자고 제안한다. 내 마음속 태양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잠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지금이라도 자기 속에 잠들어 있는 태양을 찾으려면 잠시 멈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인생을 조각해 나갈 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은 담백한 에세이집. 1만 5000원, 331쪽.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증평 삼기조아유마을 “휴가 떠나기 진짜 조아유”

    증평 삼기조아유마을 “휴가 떠나기 진짜 조아유”

    충북 증평군을 대표하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인 ‘삼기조아유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선정한 ‘8월, 여름휴가 떠나기 좋은 농촌여행마을 5선’에 선정됐다.3일 군에 따르면 이번 선정은 충청권, 경기권, 강원권, 전라권, 경상권 등 5개 권역별로 이뤄졌다. 충청권에서는 증평 삼기조아유마을이 뽑혔고, 경기권은 이천 부래미마을, 강원권은 춘천 누리삼마을, 전라권은 신안 임자만났네마을, 경상권은 김해 장척힐링마을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삼기조아유마을’은 군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증평읍 남차리 및 덕상리 일원에 66억원을 들여 실시한 삼기권역 마을종합정비 사업을 통해 조성됐다. 이 마을에서는 8월 한 달 간 야외 물놀이, 명상, 다도, 삼색인절미떡 만들기, 에코백만들기, 산나물 채취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마을주민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최대 130명까지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과 세미나실, 족구장, 야외 공연장 등도 갖추고 있다. 주변에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삼기저수지 등잔길, 출렁다리와 짚라인 등을 즐길수 있는 좌구산 휴양랜드, 독서광 김득신의 묘 등이 인접해있다.삼기조아유마을을 찾으면 군의 특별한 서비스가 즐거움을 더해준다. 군은 관광객의 체험비를 50% 지원해준다. 또 관광객이 사고 걱정 없이 휴양마을을 즐기다 갈 수 있도록 체험안전보험 및 화재보험 가입비를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삼기조아유 마을을 이용하고 싶으면 전화(☏043-836-5771)로 예약하면 된다. 숙박비는 4인실(최대 10인)기준 주중 8만원, 주말 10만원이다. 30인실은 주중, 주말 동일하게 30만원이다. 신진교 삼기조아유마을 위원장은 “우리마을은 다른 농촌체험마을과 달리 샤워장 등 좋은 시설로 꾸며진 물놀이장이 있고 주변에 볼거리가 풍성하다”며 “1박2일 코스의 여행지로는 최고”라고 자랑했다. 삼기는 괴산군, 증평군, 청주시의 접경지역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증평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현대차, 운전대 잡은 ‘사우디 여심’ 공략

    현대차, 운전대 잡은 ‘사우디 여심’ 공략

    성취 독려 캠페인… 핀셋 마케팅 강화 쌍용차는 ‘SUV 반조립’ 인도 수출 총력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수출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신흥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자가운전이 허용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신흥 시장에서 ‘핀셋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우디 여성들에게 더 많은 성취를 독려하는 내용의 캠페인 ‘#왓츠넥스트’(#whatsnext)를 시작하고, 지난 1일(현지시간) 캠페인의 본편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 패션디자이너 겸 사업가, 영화감독, 교사 겸 달리기 선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우디 여성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며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여성 사업가와 패션디자이너,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겸 여행 블로거 등 사우디의 유명 여성 인사 3인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현지 신차 발표회와 여성 안전운전 교습 프로그램 등 행사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최근 사우디 여성들을 공략하는 별도의 전담 조직을 구성한 현대차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여성 운전자들이 현대차 브랜드와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디지털 쇼룸을 개설하고, 여성 운전자를 위한 시승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특화 시승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사우디 여성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점을 고려해 차 문 앞쪽에 햇빛 가리개를 달고 여성들이 외부 활동 시 입는 전통 의상인 아바야가 차 문에 끼지 않도록 ‘아바야 도어 끼임 경보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 현대차가 사우디 여성 운전자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세계 자동차 업계가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열린 신흥 시장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 여성 약 900만명 중 600만명 정도가 운전면허시험에 지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 시장에서는 회복세가 더디고, 미국에서는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러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러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대부분의 신흥 시장에서 고르게 선전하면서 지난달 해외 판매가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쌍용차는 인도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을 반조립제품(CKD) 형태로 수출하는 등 인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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