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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하토야마 후텐마문제 입장 전환?

    │도쿄 박홍기특파원│인도를 공식 방문 중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28일 밤 오키나와현의 미군 후텐마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 “미국의 의향을 무시한 여당의 합의는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의 뜻을 반영한 결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내년 5월까지의 결정 시한에는 일·미 최종 합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26∼27일엔 “후텐마의 모든 기능을 괌으로 이전하는 것은 무리”라며 국내 이전 쪽에 무게를 뒀다. 하토야마 총리의 잇단 후텐마 발언은 ‘새로운 이전지’를 찾던 기존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이날 “모든 가능성을 검토,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원칙론도 빼놓지 않았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16일 비행장 이전의 미·일 합의를 백지화한 뒤 “(합의안의) 미군 슈와브 기지가 아닌 지역을 찾겠다.”며 새로운 이전지의 선정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때문에 하토야마 총리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후지사키 이치로 주일 미국대사의 초치 등 미국의 거센 반발을 감안, 방향 전환을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난달 13일 방일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텐마 문제와 관련, “나를 믿어달라. 연내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도 하토야마 총리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문제의 연내 해결을 약속하는 친서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다만 친서의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토야마 총리가 넘어야 할 벽은 높다. 일단 비행장의 현 밖이나 국외 이전을 주장하는 연립여당인 사민당과의 협의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또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 28일 스즈키 무네오 중의원 외무위원장을 만나 당과의 조율도 시급해졌다. 정부와 사민당, 국민신당 등 연립정권은 28일부터 비행장 이전과 관련, 첫 회의를 열고 내년 1월 안에 이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hkpark@seoul.co.kr
  • [뉴스다큐 시선] 유기동물 보호소

    [뉴스다큐 시선] 유기동물 보호소

    한 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서울시에서만 1만 5000여마리, 국내에서는 7만~8만마리에 이른다. 애완동물이 병들고,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게 버려지는 이유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이 동물들을 버렸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지난 26일 유기동물 보호소인 경기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를 찾아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때 온기 가득한 인간의 집에서 사랑을 독차지했을 동물들은 차가운 철창 우리 안에서 세밑을 지내고 있었다. “멍멍”, “야옹”. 혹시 새 주인이 아니냐고 묻는 듯했고, 인간의 무책임함을 비웃는 듯도 했다. # 1. 유기견 보호소에 개들이 한 마리씩 2층으로 된 우리에 들어가 있다. 사료를 먹는 개도 있고, 조용히 잠을 자는 개도 있다. 짱구: 방금 과장님하고 들어와서 사진만 찍고 나간 인간들 뭐야? 나 찾으러 온 주인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선물도 없이 이렇게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가는 건가. 방울이: 여기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구먼. 오래 있어 보니까 자기 동물 찾으러 온 주인인지, 입양할 동물 살펴보러 왔는지 한번 보면 알겠더라고. 안타깝지만 주인이 찾아오리라고 기대는 하지마. 난 내 주인 잊은 지 오래다. 둥가: 그래도 얼마나 나를 예뻐해 준 주인인데 곧 오겠죠. 방울이: 내가 슬픈 얘기 하나 해 줄게. 시추 한 마리가 여기 보호소로 온 적이 있는데, 40대 부부가 한 달 뒤쯤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고 찾으러 온 거야. 시추는 직원 품에 안겨 있다가 주인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지. 그런데 부인이라는 여자가 시추를 안아 보더니 대뜸 자기 개가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직원 아저씨가 “동물이 거짓말 할 리 있느냐. 개들이 보통 주인을 보면 바로 안기지 않느냐.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당신이 주인인 것 같다.”고 했지. 아마 한 달 가까이 여기서 살다 보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냄새도 많이 났겠지. 그 여자가 강아지 냄새를 맡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움겨쥐었다는 거야. 결국 주인을 쳐다보는 개를 뒤로하고 부부는 돌아갔대. 둥가: 세상에, 이거 왠지 씁쓸하군요. 방울이: 여기 온 애완견 주인들은 자기 개가 너무 많이 더러워져서 놀라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 그런데 설마 자기 개를 몰라보겠어? 직원이 화가 나서 그 사람들에게 “다시는 개 키우지 말라.”고 퍼붓고, 그 사람들 가고 나서 입구에 소금을 뿌렸다지. 하하하. 짱구: 그래도 자기 개 세 번이나 잃어버리고 다시 찾아간 아줌마도 있어요. 저번에 저 같은 발바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여기에 세 번째 왔다고 하더라고요. 주인아줌마가 단독주택에서 자기를 키웠는데, 목줄도 안 매고 키웠대요. 정원에서 놀다가 문이 열려 있으면 그냥 나갔는데 그러다가 길을 잃은 거죠. 세 번째로 왔을 때는 직원들도 자기를 알아보더래요. 직원이 “이 아줌마, 그렇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또 잃어버렸구먼.”이라고 하면서 아예 집에 전화해서 찾아가라고 했답니다. 그 아줌마는 또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한걸음에 달려와서 발바리를 찾아갔다는데, 직원도 “여기서 일한 지 7년 동안 세 번이나 개를 잃고 찾아간 경우는 그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죠. 그래도 자기 개를 사랑하고 다시 찾으려고 하셨던 분인데, 헌신짝 버리듯 애완동물을 버리는 요즘 세태에 비춰보면 그래도 기분 좋은 얘기 아닙니까. 방울이: 짱구는 많이 아프다더니 괜찮나? 짱구: 그럼요, 일단 몸이 아프면 치료부터 받아야죠. 옆 동에 있는 동물병원에 아픈 친구들이 많아요. 포획 덫에 걸려서 다리를 심하게 다친 길고양이 하나를 봤어요. 염증치료를 받고도 세균이 감염돼서 계속 치료를 받더니 잘 적응하더라고요. 길고양이라 말도 붙이기 어려웠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온순해지고 나중에 말도 몇 마디 나눴어요. # 2. 짱구 따분한 듯 하품을 한다. 짱구: 새해에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텐데. 방울이: 입양이 되면 새 삶을 찾는 거지. 삼성생명 탐지견센터라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와서 똘똘한 녀석들을 입양해 가곤 해. 입양된 개들은 청각 장애인 도우미견으로 훈련받아서 새 주인집으로 가는 거지. 주인이랑 살다가 전화가 오거나 초인종 울릴 때 주인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전문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똑똑한 개들을 데려가지. 짱구야, 내가 볼 때는 자네는 아무래도 자격 미달인 것 같아. 짱구: 잡종이라고 놀립니까. 방울이: 미안해, 농담이니까 화 내지마. 그런데 입양 절차도 사실 까다로워. 먼저 홈페이지에 입양신청서를 작성하고 전화 상담과 방문 상담을 거쳐야 해. 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지, 유기동물을 잘 보살피고 키울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 뒤 입양을 허락하는 거지. 큰 개들 입양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단독주택처럼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해. 또 한 번에 한 마리씩만 입양할 수 있어. 전에 입양했던 사람이 다시 새 동물을 찾아오는 일도 있는데, 이럴 때는 전에 입양한 동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을 받아야 해. 그리고 중성화 수술도 해야 해. 개장수 같은 사람이 와서 입양하면 큰일 아니겠어. 그래도 이렇게 꼼꼼히 따져서 입양해도 못 키우겠다고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아. 입양이 무료이기는 하지만 우리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 둥가: 그러게요. 오늘도 입양하고 싶어서 온 아줌마를 봤는데 좀 알아보다가 가족들과 상의한 뒤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돌아가더라고요. 얼마 전 키웠던 시추가 죽고 빈자리가 너무 컸다는데…. 버려진 개를 보니까 관심이 간다고 하는 걸 보니 다시 올 것 같아요. 아참, 여기 새로 들어올 때 보니까 고양이도 많던데요. 방울이: 요즘은 유기 고양이도 많지. 예전에는 개, 고양이 비율이 8대2였는데 요즘은 7대 3 정도라고 하더라. 가끔 햄스터나 이구아나도 있다는데 난 본적은 없어. 서양속담에 ‘개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알고, 고양이는 사람이 고양인 줄 안다.’고 하는데 그 도도한 성격으로 보호소 생활을 잘 견딜지는 모르겠네. 둥가: 주인도 안 찾아가고 입양도 안 되면 어떻게 되죠. 방울이: 20%는 주인이 찾아가고 10%는 입양되는데, 나머지는 안락사돼. 나도 직원들 하는 얘기를 엿들은 건데, 일주일에 두 차례씩 수의사가 마취 후에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이야. 주사를 맞으면 3초 정도 고개를 떨어뜨리다 죽지. 냉동창고에 보관했다가 소각업체에 넘겨. 안락사할 때 직원들도 수의사를 돕거든. 처음 일하는 직원들은 안락사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 그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면 여기에서 계속 일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더군. # 3. 이때 60대 남성이 직원과 함께 보호소로 들어와 잃어버렸던 시베리안 허스키를 찾고는 기뻐한다. 박모씨: (애완견을 품에 안고 직원에게 밝은 표정으로) 옆집 개가 발정이 났는지 이놈도 마당에서 가만히 있지 않더라고요. 평소에 내보내면 잘 들어오기에 대문을 열어놨더니 이놈이 없어져 버렸어요. 경찰에 신고했더니 여기에 보냈다고 해서 오늘 바로 찾으러 왔죠.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간다.) 둥가: 와, 부럽다. 우리도 저렇게 나갈 수 있는 거죠. 방울이: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이지. 하지만 키울 때는 애지중지하다가도 자기 동네에 유기동물 보호소 들어오는 것은 결사반대하는 게 바로 인간이야. 이곳 보호소가 서울에서 떨어진 경기도 양주에 있는 이유도 바로 사람들 민원 때문이래. 내년에는 유기동물 수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는 뉴스만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네. 글 사진 안석기자 김민석 김태웅 수습기자 ccto@seoul.co.kr
  • “요정 맞아?”…앙상해진 멕 라이언 ‘충격’

    “요정 맞아?”…앙상해진 멕 라이언 ‘충격’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한 것일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으로 여전히 수많은 남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할리우드 요정’ 배우 멕 라이언(48)이 몰라보게 앙상해져 팬들의 우려를 샀다. 지난 달 영화 촬영을 마친 라이언은 오랜만에 지난 28일(현지시간) 하와이 해변에서 원피스 수영복에 큰 트렁크 바지를 입고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이날 그녀에게서 상큼한 매력으로 팬들에게 기억됐던 라이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글라스로 얼굴은 가렸지만 뼈가 드러날 정도로 몸매가 앙상해져 있었으며 영화 속과는 달리 탄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축 처지고 창백한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달 초 개봉한 영화 ‘시리어스 문라이트’(Serious Moonlight)에서 라이언은 찰랑거리는 생머리에 S라인을 자랑한 터라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모습을 본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었다. 한 네티즌은 “할리우드에서 동안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라이언의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면서 “피부 노화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창백하고 병색이 완연해 보이는 깡마른 몸매를 보니 거식증이 아닐까 걱정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2008년 라이언이 2년의 공백을 깨고 스크린에 복귀했을 때 입술과 피부 등에 보톡스를 삽입했다는 성형설이 떠돌았다. 당시 라이언은 성형설을 루머로 일축하면서 “할리우드 여배우에게 40대를 맞는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끝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멀티비츠 이미지 (아래 사진:멕 라이언 최근 모습(좌), 영화 ‘시리어스 문라이트’ 속 모습(우)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대체 몇 대야?…이라크서 철군중인 미군

    도대체 몇 대야?…이라크서 철군중인 미군

    이라크의 미군이 이번달부터 본격적인 철군에 들어갔다. 이라크와 인접한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인 ‘아리프잔’(Camp Arifjan)에는 수많은 미군 차량과 장비들이 몰려들고 있다. 내년 8월로 예정된 완전 철군을 앞두고 이라크 각지에 퍼져있던 미군들이 속속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늘어선 차량들이 놀랍지만, 이 모습은 본격적인 철군에 앞서 일종의 ‘훈련’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일부 병력과 장비들을 미리 철군시키면서 부족하거나 보완해야할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철군이 진행중인 셈이다. 미 3군(3rd Army)과 함께 철군을 담당하고 있는 1 전구지원사령부(1st TSC)의 스티븐 엘킨스(Steven Elkins) 대령은 “이번 훈련에는 수많은 조직들이 참가하고 있다.”면서 “훈련이 끝나고 나면 우리가 충분한 수송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군과 1TSC는 원활한 철군을 위해 각 부대들의 임무를 고려한 철수 순서를 짜거나 탄약을 분류하고, 날씨와 지역 상황 등을 살피는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으로 내년 5월에 마지막 훈련 때까지 약 7만 6000점의 장비와 만 대 이상의 차량이 이라크를 떠나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단계적인 철군을 거쳐 내년 8월 쯤이면 한 때 17만 명에 달하던 이라크의 미군이 5만 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 = 미육군 서울신문 나우뉴스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내년엔 NHK 홍백가합전 출연할 것”

    │도쿄 박홍기특파원│지난 8월 말 일본 가요계에 늦깎이로 진출한 가수 태진아(57)씨가 고진감래의 기쁨을 맛보았다. 20일 TBS방송으로 생중계된 전국유선음악방송협회 주최 ‘제42회 일본유선대상’에서 유선협회 장려상을 수상한 그는 “일본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문을 연뒤 “내년엔 일본 최대 가요제인 NHK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출연하기 위해 더 뛸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수상과 관련,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스마나이(미안하다)’가 한 달 만에 유선방송 리퀘스트 1위, 최장기인 6주간 1위를 차지했다.”면서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어려운 점은 일본말,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실제 일본에 온 뒤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고 했다. “활동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서 거울을 보며 ‘여기서 뭐하니.’, ‘일본말도 안 되잖아.’라는 생각에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옆방에서 우는 소리를 들을까봐 샤워기를 틀어놓고 운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을 모질게 먹고 노래에 매달렸다는 그는 “3~4개월 지나니 일본말이 조금 들리더군요.”라면서 “여러 방송에서 출연섭외가 잇따라 지금은 울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맞느냐?’면서 현실이 믿기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다리를 꼬집어 본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일본 최고 권위의 음반 판매 집계 차트인 오리콘이 지난 18일 발표한 ‘2009년 오리콘 연간랭킹’에서 동방신기가 싱글과 앨범, DVD를 포함한 아티스트별 종합판매고 부문에서 68.9억엔(약 90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위에 올랐다. hkpark@seoul.co.kr
  • [전국플러스] 제주해군기지 새달 착공

    제주도의회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절대보전지역 변경 및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마침내 동의해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제주도의회는 17일 열린 제26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등의 반대 속에 ‘절대보전지역에 대한 변경동의안’ 등 2개의 안건을 표결에 부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처리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 박성수 중령은 “국방부가 제주도로부터 동의안을 넘겨받은 뒤 해군기지 실시설계 적격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이 나는 대로 시공업체를 선정해 내년 1월 중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 [2009 해외연예 10대 뉴스] ‘팝 황제 죽음’서 ‘우즈 스캔들’까지

    [2009 해외연예 10대 뉴스] ‘팝 황제 죽음’서 ‘우즈 스캔들’까지

    2009년 해외 연예계에 큰 별이 지고 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가 사망해 팬들은 ‘별’을 잃은 슬픔에 눈물지었다. 그러나 또 다른 곳에서는 새로운 별이 반짝였다. 혜성처럼 등장한 영국 가수 수잔 보일과 영화 ‘뉴문’에서 탄생한 스타 커플까지 할리우드에는 신선한 바람도 불었다. 눈물과 웃음이 공존했던 올 한해 해외연예계의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1. 여전히 믿기지 않는 황제 마이클 잭슨 사망 미국 팝 100년사에 유일하게 ‘황제’로 불린 마이클 잭슨이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사망했다. 급성심정지로 미국 LA 자택에서 허무하게 세상을 떴다. 한 달 뒤 영국 런던에서 컴백 공연을 앞두고 있었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잭슨은 떠난 뒤에도 양육권 분쟁부터 재산분할과 죽음을 둘러싼 공방까지 연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난달에는 잭슨의 생전 연습장면이 담긴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이 전세계 동시 개봉, 수많은 팬들은 스크린을 통해 잭슨의 기억을 더듬었다. 2. 수잔 보일,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되다 지난 4월 영국에서 올해 최고의 신인가수가 탄생했다. 못생긴 외모에 나이까지 많은 수잔 보일(47)이 그 주인공. 영국 유명 오디션프로그램에 출연한 보일은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주목을 받았다. ‘제 2의 폴포츠’라고 불렸으나 이젠 그 수식어로도 부족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발매한 데뷔앨범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이 영국 앨범 차트 정상을 정복했으며 미국 빌보드 앨범 200 차트 1위까지 석권했다. 3. ‘진행형 스캔들’ 타이거 우즈의 여자들 또 다른 황제 타이거 우즈(34)가 스캔들로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우즈의 비밀 애인’이라고 밝힌 여성 7명이 등장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속옷 모델, 술집 종업원, 포르노 스타 등 여성들도 다양했다. 2004년 엘린 노르데그렌과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우즈의 ‘자상한 아버지’ 이미지는 박살이 났다. 지난달 27일 우즈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잘못을 시인하긴 했지만 한동안 불륜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4. 암 앞에 무릎 꿇은 카우보이, 패트릭 스웨이지 영화 ‘사랑과 영혼’, ‘더티 댄싱’, ‘폭풍 속으로‘ 등에 출연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가 췌장암으로 지난 9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3월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스웨이지는 연기를 향한 식지 않는 열정으로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이겨내며 TV드라마 ‘비스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스스로 ‘카우보이’라고 지칭하며 회복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다른 기관에 암세포가 전이돼 운명을 달리했다. 팬들은 “스웨이지는 떠났으나 카우보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며 그를 추모했다. 5. 진위 밝혀지지 않은 모건 프리먼, 손녀와 섹스 스캔들 연기파 배우 모건 프리먼(72)이 지난 6월 메가톤급 섹스 스캔들에 휩싸였다. 의붓 손녀딸인 에디나 하인즈(28)이 10대였을 때부터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것. 이 사실이 두 번째 부인인 콜리 리와의 이혼한 결정적 사유라는 측근의 주장이 더해져 파문은 거셌다. 스캔들의 진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섹스 스캔들 한 달 뒤 프리먼과 하인즈의 결혼설이 보도돼 충격을 준 바 있다. 6. 자식 죽음에 눈물 흘린 두 아버지 올해 두 스타가 자식을 떠나보낸 뒤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배우 존 트라볼타(55)와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43)이 그랬다. 트라볼타는 지난 1월 2일 자폐증을 앓던 아들 제트 트라볼타(15)를 잃었다. 별장에서 목욕을 하던 중 발작을 일으킨 제트가 욕조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고 아들을 잃은 슬픔에 트라볼타가 한동안 집을 두문불출해 팬들을 안타깝게 한 바 있다. 타이슨 역시 지난 5월 27일 4살 난 딸을 잃었다. 딸 엑소더스가 자택에서 런닝머신 조작부에 매달린 선에 목이 감기는 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세상을 떠난 것. 7. 마약? 스캔들? 신종 플루? ‘해리포터’ 주인공 시끌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사생활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9월 미국 명문 브라운대에 입학한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19)은 잇단 스캔들에 휘말렸다. 지난 6월에는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열애설이 불거졌다. 3개월 만에 진짜 남자친구인 제이 배리모어(26)를 공개했으나 스페인 출신 록스타 스테파노 라파엘과 염문설이 불거져 차세대 ‘스캔들 메이커’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해리포터’ 역의 레드클리프는 지난 달 대마초를 피우는 장면이 포착돼 구설에 휘말렸으며 ‘위즐리’ 역의 루퍼트 그린트(21)는 지난 7월 신종 플루에 감염돼 영화 촬영에 적신호가 켜진 바 있다. 8. ‘뉴문’의 샛별 커플부터 마돈나의 열애까지 올해도 훈훈한 열애 소식이 할리우드에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판타지 영화 ‘뉴문’의 주연배우인 로버트 패틴슨(23)과 크리스틴 스튜어트(19)가 진짜 연인 관계로 밝혀져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팝스타 마돈나(50)가 무려 28세 연하의 미남모델 헤수스 루즈(22)와 연인관계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 잡지 화보를 촬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루즈의 어머니가 마돈나보다 더 어리다.”는 현지 신문의 조롱섞인 보도가 줄을 이었으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둘의 사랑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나이차이를 극복한 커플은 또 있었다. 지난 3월 배우 브루스 윌리스(54)가 22세 연하인 모델 엠마 헤밍과 정식 부부가 된 것. 전 부인인 데미 무어와 그의 남편인 애쉬튼 커쳐가 결혼식에 참석해 직접 축하인사를 전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9. 힐튼-호날두 하룻밤 스캔들 ‘할리우드 파티광’ 패리스 힐튼(28)이 꽃미남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와 하룻밤 스캔들을 만들어냈다. 지난 6월 11일 힐튼은 미국 LA에 있는 한 클럽에서 호날두를 만난 뒤 클럽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하룻밤 데이트를 하는데 성공했다고 현지 신문들이 보도했다. 힐튼이 불과 1년 전 그녀를 본체만체한 호날두와 스캔들을 엮어낸(?) 것을 두고 오랜 숙원을 풀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게다가 애인인 레인 더그하트와 결별을 선언한 지 만 하루가 채 안된 시점이라 “역시 스캔들 메이커는 다르다.”는 감탄 아닌 감탄을 자아냈다. 10. 연인에서 원수로…공식 커플 리한나-크리스 연인에서 원수가 된 커플도 있다. 2008년부터 1년 넘게 사랑을 키워온 R&B 커플 크리스 브라운(19)과 리한나(20)가 폭력으로 안타까운 결말을 맺었다. 지난 2월 7일 새벽 LA근교에서 격렬한 언쟁을 벌이던 중 브라운이 리한나를 폭행, 경찰에 체포됐다.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6개월을 선고받은 크리스는 약한 여자를 때렸다는 비난을 받고 자숙을 해왔다. 지난 10월부터는 LA 인근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재결합설이 떠돌고 있으나 리한나가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설이 유력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30] 크리스마스 솔로탈출 명암

    [2030] 크리스마스 솔로탈출 명암

    드디어 12월,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돌아온다. 길거리에는 이미 캐럴이 울려퍼지고, 꼬마 전구로 장식된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인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금·토·일요일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 바지런한 연인들은 크리스마스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겠지만 ‘방콕 계획’을 세우는 싱글족도 많다. 솔로는 연말만 되면 더 외롭고 서러운 법. 크리스마스 솔로 탈출 계획을 세우는 2030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렇게 하면 성공 Step 1 송년 모임을 공략하라 직장인 이모(33·여)씨의 연말 스케줄은 두 가지 색으로 구분된다. 회사 회식은 검은색, 동창 모임이나 파티 일정은 붉은색으로 표시해 둔다. 올해도 붉은색이 칠해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매년 12월이면 열리는 송년회에서 솔로 탈출에 성공한 경험이 많다. 모임을 따로 열기 위해 음력으로 쇠는 자신의 생일도 일부러 양력으로 바꿨을 정도다. 생일파티를 12월에 하면 친구들과 클럽에서 놀면서 남자를 만날 기회도 많고 생일선물로 남자친구를 소개받을 수도 있기 때문. 이런 방법으로 이씨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동창 모임도 빼놓지 않는다. 현재의 친구가 미래의 연인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각종 사교모임에서 열리는 솔로들을 위한 파티에는 반드시 참석한다. 주최 측이 졸업앨범을 보고 대상자를 선별해 여는 파티여서 신뢰할 수 있다. 이씨는 “메일로 오는 초대장에 남자들의 직장, 출신대학 등의 정보가 들어있다.”며 “미리 정보를 파악해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를 찍어놓고 파티에 참석하면 커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Step 2 소개팅·헌팅에 시간·돈 투자해라 대학생 홍모(26)씨는 지난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지 않기 위해 소개팅을 10번쯤 받았다. 봄부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10~11월 두 달 동안 소개팅 비용으로 아낌없이 투자했다. 홍씨는 “약간 과장하자면 하루도 빼먹지 않고 미팅과 소개팅을 했다.”면서 “군대에 있어서 쓸쓸했던 지난해를 만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개팅이 다섯 번을 넘자 홍씨도 슬슬 지쳤다. 그럴 때마다 아무나 만날 수 없다고 되뇌였다. 결국 열 번째. 지난달 22일 종로에서 만난 소개팅녀와 가까스로 커플에 ‘골인’했다. “처음에는 돈이 부담스러웠지만 열명을 만나서 인연을 찾았으면 성공한 거죠.” 늦깎이로 맥주 회사에 입사한 최모(31)씨는 취업 준비로 공부하느라 연애도 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싱글인 입사 동기와 함께 찾은 술집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옆 테이블에 최씨의 이상형이 앉아 있었던 것. 번듯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평소 농담을 잘하고 재밌다는 얘기를 듣던 최씨는 용기를 냈다. 게임에서 졌다는 핑계로 옆 테이블에 접근하는 데 성공, 합석할 수 있었다. 마침 상대는 대학 4학년생으로 취업 이야기를 통해 가까워질 수 있었다. 힘을 얻은 최씨는 재밌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매너 있는 모습으로 점수를 땄다. 늦은 시간 택시를 태워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안부 문자를 보내면서 가까워진 그들은 얼마 후 동반 솔로 탈출에 성공했다. 최씨는 “일단 맘에 들면 가벼운 만남이 되지 않게 진심으로 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34·여)씨는 연말이면 헌팅으로 솔로 탈출을 한다. 평소에는 헌팅을 거절하지만 크리스마스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헌팅을 기다리게 되는 것. “크리스마스 때 혼자 거리를 걷는 게 두렵다 보니 헌팅으로라도 남자를 만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말에 50일 정도 만나고 헤어지면 그만이다. 상대도 비슷한 생각이어서 서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Step 3 꽃다발은 기본… 먼저 고백해보세요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4년 전 재수생 시절, 재수학원의 같은 반 여학생 홍모씨를 좋아했다. 하지만 김씨는 고백할 시기를 미뤘다. 홍씨의 수능시험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수능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김씨는 강남역을 함께 거닐다 다짜고짜 “사귀자.”고 고백했다. 그런데 홍씨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실망한 김씨는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그런데 홍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앞으로 나가 보니 홍씨는 빨간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김씨는 “나는 빈손으로 고백했는데 여자친구가 꽃다발을 들고 와서 굉장히 미안했다.”면서 “연말 들뜬 분위기가 고백을 하고 받아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마모(22·여)씨는 추위를 많이 탄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 속 추위는 더 심해진다. 지난해 마씨는 용기를 내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상대는 가을학기에 복학한 6살 많은 선배. 선배는 날카로운 외모만큼 무뚝뚝했다. 마씨는 선배와 친해지기 위해 동선을 파악했다. 선배가 가는 자리라면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였다. 수업이 끝나도 학과 학생회실에 앉아 있다가 집에 갔다. 지난해 12월6일, 술 취한 선배는 술집 문 앞에서 말없이 마씨를 껴안았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같이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면서 “올 크리스마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 이렇게 하면 실패 Step 1 과도한 소개팅은 독 대학생 서모(26)씨는 지난해 연말 솔로 탈출에 성공할 뻔했다. 솔로 탈출을 위해 사흘이 멀다하고 소개팅을 한 보람을 찾는 듯했다. 학교 친구를 재촉해 급히 만난 이모(22·여)씨는 연말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귀엽고 착해 보였다. 이씨와 두 번째 만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영화를 본 것까지는 좋았다. 영화, 재즈 등 공통 관심사가 많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나도 곧 거리의 커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죠. 그런데 기대는 몇 시간 만에 사라졌어요.” 서씨와 이씨는 함께 건널 수 없는 ‘술’이라는 강이 있었다. 이씨는 술을 너무 좋아했다. 영화를 보고 함께 한 술자리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술에 대한 이씨의 애정과 달리 서씨는 술을 전혀 못했다.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가 핑핑 도는 체질 때문에 대화가 갑자기 끊겼다. 결국 서씨는 술을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이후로 이씨의 연락은 끊겼다. 서씨는 “원래 이상형이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급하게 만나다 보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혼자 지낼망정 소개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찬바람 불고 흰 눈이 온다고 아무나 만나다가는 혼자 지내는 것보다 못한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회사원 최모(32·여)씨는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혼자인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남자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지난 크리스마스를 회상했다. 최씨는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두고 소개팅으로 남자를 만났다. 소개받은 남자는 외모부터 성격, 옷차림까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연락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24일 벌어졌다. 명동에서 만나 길거리를 거닐던 중 남자가 갑자기 최씨에게 키스를 한 것이다. “적당히 시간 때우다 헤어지려고 했는데 봉변을 당한 기분이었다. 혼자 거리로 뛰쳐나와 보니 커플들 사이에 나만 혼자였다.” 최씨는 씁쓸하게 혼자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Step 2 조급해 하지 말아라 여행사에 다니고 있는 류모(28·여)씨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동기모임, 친구와 점심약속, 거래처와의 만남 등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모든 일정을 광화문의 한 호텔 안에서 해결한다. 금융계 종사자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많이 드나들기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남자를 만나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호텔에서 보내는 12월을 스스로 즐기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다 보니 마음은 다급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아요. 운명적인 남자가 언젠가는 찾아올 거라 믿거든요.” 회사원 장모씨(35)는 인맥이 넓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솔로 탈출을 원하는 주위 친구들의 소개팅 요청을 쉴새 없이 받는다. 친구와 선후배들이 편안한 인상과 재치 있는 말투로 상대를 편하게 할 줄 아는 장씨의 ‘어장관리’ 능력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장씨도 크리스마스에는 정작 혼자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들과 모임을 갖는 것을 선호한다. 장씨는 “평소 연락 안 하던 이성이 연말에 만나자고 하면 ‘크리스마스 땜빵’이 될 확률이 높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놀다 보면 이성친구 없이도 크리스마스를 잘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Step 3 인터넷 급만남은 믿지 마라 고시생 조모(27)씨는 이성 교제의 수단으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시간과 돈을 많이 써야 하기기 때문에 가난한 고시생에게는 부담스럽다. 고등학교 때 채팅으로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도 있다. 하지만 조씨의 믿음은 2006년 크리스마스 때 깨졌다. 그 해 갓 군대에서 전역한 조씨와 친구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두 애인을 데리고 만나자.”며 서로 경쟁적으로 이성을 찾아 다녔다. 다른 친구들은 몇 번씩 소개팅을 하고 길거리에서 헌팅을 하는 등 고군분투하는 동안 조씨는 혼자 여유를 부렸다. 인터넷 채팅으로 연락을 하던 이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친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 나타난 그녀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스타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조씨는“서로 한번도 만나지 않은 채 온라인과 전화로만 정을 쌓아 온 것이 실수였다.”면서 “그 날 이후로 온라인으로 이성을 만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돌이켰다. 이민영 안석 최재헌기자 min@seoul.co.kr
  • 선덕, ‘미실’ 공백에 휘청…시청률 30%대 유지

    선덕, ‘미실’ 공백에 휘청…시청률 30%대 유지

    미실(고현정 분)이 물러난 뒤 MBC 월화극 ‘선덕여왕’이 과거 40%의 인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1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방송된 ‘선덕여왕’은 35.3%(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 시청률이었던 34.1% 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지만, 여전히 예전에 비해 저조한 수치다. 최근 ‘선덕여왕’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방송분은 미실의 마지막 순간이 그려졌던 지난 10일로 당시 시청률은 43.3%에 다달았다. 미실이 떠난 자리에 약 10%의 시청률 하락세가 잇따른 셈이다. 한편 30일 ‘선덕여왕’에서는 KBS 1TV 일일드라마 ‘다함께 차차차’에서 신세대 남편으로 각광받고 있는 배우 이중문이 중간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이중문은 이번 드라마에서 극중 월야(주상욱 분)를 돕는 구동 역을 맡아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 넣을 전망이다.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는 덕만(이요원 분)을 향한 비담(김남길 분)의 애틋한 사랑 고백이 눈길을 끌었다. 덕만은 비담에게 “날 연모하느냐?”고 물었고 비담은 “감히 그러하다.”고 답하는 등 연모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덕만은 청혼을 매몰차게 거절해 비담의 가슴 아픈 외사랑이 본격화 될 것을 암시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기사 사랑해~”…김미려-김철민 열애설

    “김기사 사랑해~”…김미려-김철민 열애설

    MBC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에서 ‘사모님-김기사’ 커플로 인기를 끌었던 김미려(27)와 김철민(25)의 핑크빛 열애설이 불거졌다. 1일 오전 한 연예 매체는 “두 사람이 결혼을 전제 하에 열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두 사람은 2006년 MBC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를 통해 처음 만난 후 연인으로 발전, 함께 개그 호흡을 맞추면서 동료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개그야’ 코너인 ‘사모님’으로 인기를 누린 후 최근까지 친근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김미려와 김철민은 지난 달 22일 오후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방과후 학교 어린이 지원 자선 바자회’에서 함께 봉사하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미려는 개그 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다능한 재주꾼이다. 그는 지난 2006년 그룹 하이봐를 통해 가수로 먼저 데뷔했다. 이후 개그우먼으로 전업한 김미려는 ‘사모님’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은 후 다시 가수로 전향, 지난 2007년 ‘나를 만나다’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하땅사’에 출연 중이며 개그맨 문천식과 함께 ‘사랑 2인분’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철민은 김미려 보다 두살 연하지만 지난 2004년 MBC ‘코미디 하우스’ 를 통해 먼저 데뷔했다. 이후 2006년 ‘사모님’을 통해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부문 남자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김철민은 김미려와 함께 ‘하땅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걸그룹 시크릿 안에 김아중·김태희 있다?

    걸그룹 시크릿 안에 김아중·김태희 있다?

    “시크릿 안에 리틀 김아중·김태희가 보인다?” 신예 4인조 걸그룹 시크릿(Secret)의 멤버 송지은 한선화가 각각 톱배우 김아중 김태희를 빼닮은 외모로 네티즌 사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송지은은 김아중의 트레이드 마크인 눈웃음과 시원한 미소를, 한선화는 김태희의 싱그러운 웃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둔 듯 흡사하다. 때문에 이들을 ‘걸그룹계의 김아중’, ‘리틀 김태희’ 등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두 멤버의 실물은 더욱 김아중, 김태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너무 닮았다.”는 기자의 첫 마디에 두사람은 이구동성 “영광!”이라며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송지은은 “데뷔 전 영화 ‘미녀는 괴로워’ 시사회 때 실제로 김아중 선배님을 뵌 적이 있다.”며 “영화에서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실제 만나본 이미지가 더욱 멋진 분이었다.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힙합듀오 언터쳐블의 ‘다줄께’의 여성 보컬로 나섰을 당시 ‘리틀 김태희’라는 예명을 얻었던 한선화도 “너무 대단하신 분이라 말씀 자체가 감사하다.”고 웃어 보였다.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시절을 보낸 송지은은 이미 데뷔 전인 2007년 부터 ‘에어시티’ ‘비천무’ ‘대한민국 변호사’ 등 다수의 OST를 불러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바 있다.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을 통해 발탁된 한선화는 상큼한 이미지와 맑은 목소리 덕에 일찍이 선배 가수들의 피쳐링을 도맡으며 방송 출연 경험을 쌓았다. 지난 달 중순 첫 타이틀곡 ‘아이 원츄 백’(I Want You Back)으로 신고식을 치룬 시크릿은 “비밀이 많다는 건 보여줄 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라며 의욕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메인보컬 송지은은 “이른바 3대 대형 기획사의 출신이 아닌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god 선배님들처럼 국민 그룹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3년 6개월 간의 오랜 연습기간을 통해 탄탄히 다져온 실력을 무기로 저희만의 시크릿 안에 음악팬들을 매료시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男 못지않은 투지로 좋은 선례 만들래요”

    “男 못지않은 투지로 좋은 선례 만들래요”

    “출발 엿새 전. 연구논문과 책은 보냈고, 옷가지도 챙겼고, 삼겹살은 도중에 칠레에서 사면 되니까 통과….” 23일 전미사(26)씨가 짐 챙기던 손을 멈추고 22개월 된 딸 다연이를 안아 올렸다. 앞으로 14개월 동안은 화상전화로만 다연이가 말 배우는 과정을 볼 수 있다. ●29일 떠나 2011년 1월까지 연구활동 전씨는 29일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파견되는 제23차 월동 연구대원이다. 다음달부터 2011년 1월까지 세종기지에서 수온·영양염류·식물플랑크톤의 변화를 관찰해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현상을 연구한다. 1988년 세종기지가 가동된 뒤 연구원으로 여성이 발탁되기는 전씨가 처음이다. 23차 대원 모집에 여성 2명이 나섰지만 전씨만 통과됐다. 경북대 생물응용학과를 졸업하고 인천의 극지연구소에서 근무해 온 전씨에게 극지 연구는 낯선 과제가 아니다. 2007년에도 북극 다산기지에 한 달 동안 머물며 연구를 수행했다. 평소 마라톤 등으로 체력을 다져온 덕분에 지난 8월 해양경찰청 특공대에서 실시한 극지적응훈련도 수월하게 마쳤다. 전씨는 “다른 때보다 강도가 셌다고 평가받은 훈련에서 남성 연구원들과 차별없이 똑같이 훈련을 소화해 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세종기지 내 대원 간 폭행사건이 발생하면서 강화된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다연이를 맡아 줄 시어머니를 필두로 가족들은 전씨의 후원자가 됐다. 전씨는 “막상 14개월을 헤어져 있어야 한다니 두려움도 컸지만 ‘군대 2년을 기다려 줬으니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말하는 남편과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시어머니 덕분에 마음이 놓였다.”면서 “가족들과 화상통화를 매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와는 판이하게 다를 남극생활에 대비한 물품도 가족들이 먼저 챙겨 줬다. 극도로 건조한 현지 날씨에 맞춰 평소 쓰지 않던 스킨과 로션도 챙겼고, 기지에 놀러 올 다른 나라 연구원에게 대접할 식혜와 수정과, 오디·매실 원액도 준비했다. ●“현미경 보는 것만큼은 세계최고 꿈꿔요” 전씨는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것은 남녀 대원이 모두 똑같으니 한정된 기간 과학자로서 해양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싶다.”면서 “최초의 여성대원으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좋은 선례를 만들겠다.”고 했다. ‘온난화 문제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등의 거창한 목표를 기대하며 꿈을 물으니 “현미경 보는 것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환경적인 조건도 제약으로 느끼지 않는 첫 여성대원이 세종기지에 소박한 기쁨을 선물할 것 같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경제플러스]

    LG전자 김장 봉사활동 LG전자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를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LG전자 김영기 부사장과 임직원, 주한미군,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 국제백신연구소(IVI),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카드 모바일 청구 서비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부터 신용카드 대금청구서를 휴대전화 멀티미디어 메시지로 전송하는 ‘모바일 청구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에는 종이 청구서 형태로 우편을 통해 전달했으나, 신용카드 사용내역, 포인트, 결제일 등 결제정보를 담은 MMS(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로 만들어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호텔예약시 마일리지 제공 아시아나항공은 전 세계 호텔과 렌터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마일리지도 제공받는 ‘투어 앤 마일즈’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세계 10만여개의 호텔과 6000여개의 렌터카 업체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1000원당 5마일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 [오바마 첫 방한] MB, 19일 오바마에 태권도복·명예단증 선물

    한국을 처음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오후 7시45분쯤 미 공군 1호기(에어포스원)를 타고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의 영접을 받은 뒤 간단한 의장대 사열행사를 가졌다. ●수행원 200여명… 호텔서 여장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여장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 수행원으로는 수전 라이스 주UN 미국대사,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을 포함해 200여명이 포함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체류하는 20여시간 동안 방탄차량 등 ‘철통 보안’ 경호가 유지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정상회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권도복과 검은띠, 명예 유단자단증, 한국문화 소개 영문 책자를 선물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한을 기념할 선물을 놓고 고심한 끝에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1년부터 4년간 태권도를 배워 4~5급 수준의 실력을 가졌고, 태권도가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인 점 등을 고려해 직접 이런 선물을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사, 미셸에 한국요리책 전달 한국 소개 책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제교류재단에서 만든 것이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 관광지 등이 영문으로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이번에 방한하지는 않지만 선물은 따로 마련했다. 김 여사는 한식 세계화를 알리는 차원에서 미셸 여사에게 한국요리를 소개하는 영문 책자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오찬 한식정찬… 반주는 와인 청와대는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대한 의전의 컨셉트를 두 정상이 마음과 마음을 열고 소통한다는 의미의 ‘하트 투 하트(heart to he art)’로 잡았다. 19일 확대 정상회담 직후 갖게 될 오찬에는 양국 대통령을 포함해 9명씩 모두 18명만 참석한다. 회담배석자들만 참석시켜 양국 정상이 오붓한 분위기에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오찬 메뉴는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불고기와 잡채 등이 포함된 한식정찬 코스다. 반주는 막걸리도 한때 고려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익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오바마 첫 방한] 동북아 기존구도 붕괴… 한국 주도국 부상 호기로

    [오바마 첫 방한] 동북아 기존구도 붕괴… 한국 주도국 부상 호기로

    ■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 한반도 주변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동서냉전 이후 수십년간 굳어졌던 구도가 어지럽게 흐트러지면서 예측불허의 합종연횡이 펼쳐지고 있다. 냉전 시대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동반자 관계를 천명하면서 협력 수위를 급속히 높이고 있다. 반면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분출된 미국과 일본간 균열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9월 출범한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천명하며 그동안 역사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중국, 한국 등과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나아가 일본인 납치 문제와 상관없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천명하는가 하면 출범 두 달밖에 안 된 하토야마 총리의 방북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과 혈맹관계인 북한은 미·중이 손을 잡는 새로운 흐름에서 ‘핵 카드’를 운용하는 데 복잡한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같은 기존 구도 붕괴는 중국의 부상(浮上)과 미국 일극체제 약화라는 시대변화에 따른 필연적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8일 “지난해부터 미국 내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자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고, 관계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라고 해석했다. 잠재력이 큰 아시아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본의 자세변화가 구도 변화를 촉발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이 2차대전 패전국의 멍에를 벗고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보통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중국, 한국 등 주변 피해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략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 하토야마 정권이 이전 자민당 정권과 차별화를 위해 대북 및 미일 정책 등을 차별화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곁들여진다. 하지만 미·일관계가 근본적인 수준까지 균열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있다. 무엇보다 안보적으로 너무도 절실히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은 물론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내 미군 기지 등 일본의 협조가 절실하다. 일본 역시 인접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려면 미국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지금은 경제성장이란 당면목표 때문에 몸을 웅크리고 미국에 협조적이지만 지금보다 국력이 더 커질 경우 미·중 양측간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은 언제든 상존한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공조하고 일본과의 관계는 껄끄러운 정세급변 상황은 한국 입장에서 주도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군사구역’ 해제 6개월째 늑장… 법적 근거없는 건축고도 제한

    군사시설과 관련해 군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간은 물론 국방부 내 협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단에서는 군사 시설을 옮기면서 민간 사업자에게 대형 TV·비데 등의 기부를 요구하거나, 법적 근거 없이 건축고도를 제한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18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각 군 본부 및 예하사단의 군사시설 관련 협의 및 민원처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18건의 부적절한 처리결과를 적발, 이의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포함한 개발계획 등을 처리할 때 반드시 군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미군이 헬기전용작전기지로 편성돼 있던 모 캠프 내 기지를 반환키로 함에 따라 기지를 팔겠다는 계획서를 2008년 4월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해당 시가 같은 해 12월 그 지역을 보호구역에서 해제해 주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이 사안이 합참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는가에 대한 국방부와 합통참모본부의 이견으로 6개월이 지난 감사 시점까지 해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앞으로 군사보호구역 해제사유가 발생하였는데도 해제를 지연하는 일이 없도록 군사보호구역 해제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전달했다. 현재는 해당 지역을 보호구역에서 해제하는 법령이 입법예고된 상태다. 해병대 모 사단장은 군사시설 이전을 위한 협의를 노후시설을 교체할 기회로 악용, 대체시설을 지나치게 요구해 주의를 받았다. 이 사단은 지난해 1월 대한주택공사(현 LH)와 A지구 택지개발사업구역 내 의무근무대와 장병 이동숙소를 옮기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대는 기존 시설의 대체 설치는 물론, 각종 비품의 기부도 요구했다. 국방부가 사업계획에 대해 기부시설이 지나치다며 당구장 등 일부 시설물을 기부목록에서 빼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 대대장 전결로 벽걸이형 대형 TV, 대형 냉장고, 비데 등 8억 9836만원 상당의 비품목록을 만들어 주택공사 담당자에게 직접 전달했다. 한달이 지나서는 ‘이전 사업이 계속 지연돼 부대 임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며 재차 독촉하기도 했다. 육군 모 보병사단은 헬기예비작전기지 관리 명분으로 기지 주변에 근린생활시설 건축을 막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단은 활주로 옆에 3층짜리 복지관, 활주로에서 100m 떨어진 지역에 관사용 고층아파트를 지어 써왔으면서도 2007년 높이 4.5m의 사무실 신축, 2008년 높이 5m 음식점 신축을 위한 협의를 ‘비행안전구역을 고려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거부했다. 해당 비행장은 2008년 폐쇄됐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NASA “달에서 물 상당량 발견”

    NASA “달에서 물 상당량 발견”

    달 남극에 있는 분화구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지난달 실시한 충돌 실험에서 달에 얼음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초 NASA는 940여억 원을 들여 달 남극에 로켓 두 대를 발사해 표면에 있는 크고 작은 크레이터에 충돌하도록 한 바 있다. 이번에 물이 발견된 분화구는 태양이 비치지 않는 곳인데다 두꺼운 먼지로 가려져 수십억 년 이상 물이 얼음상태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re)의 안토니 콜라프리트 연구원은 “얼음으로 얻을 수 있는 물의 양은 100ℓ에 가깝다.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물이 달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달과 태양계의 생성과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류 최초의 달 기지를 건설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진=NASA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더 문’ 던컨 존스 감독 방한 기자회견

    ‘더 문’ 던컨 존스 감독 방한 기자회견

    ‘더 문’의 던컨 존스(38) 감독이 영화 개봉(26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10일 언론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감독은 시종 성의 있는 태도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들려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속 기지 이름이 한국어 ‘사랑(SARANG)’이다. 이렇게 지은 이유는. -어릴 적부터 한글을 따로 공부할 정도로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사랑’이란 단어는 한국인 친구에게 처음 들었을 때의 어감이나, 단어 자체가 가지는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드는 단어였다. 홀로 사랑하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우주비행사의 이야기와 감수성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 ‘더 문’에 등장시키게 됐다. →헬륨3를 채취하는 영화 속 회사가 한·미 합작회사로 묘사된다. 특별히 한국을 파트너로 등장시킨 계기는. -‘헬륨3’라는 미래자원에 대해선 예전에 과학잡지에서 처음 알게 됐다. 평소 한국이 여러가지 과학 이슈에서 앞장서고 있다는 보도를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영화 속 미래상에 한국이란 나라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됐다.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대학시절 영국유학을 온 친구 이사강 감독에게서 많은 한국영화들을 소개받았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가장 좋아한다. 사실 ‘더 문’에도 ‘올드보이’를 본뜬 장면이나 설정을 넣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작여건상 그럴 만한 시간이 부족해 담지는 못했다. →아버지가 세계적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다. 이번 영화에 그에게서 특별히 영감을 받은 점이 있다면. -아버지는 SF적인 감수성을 담은 음악과 영화에서 다양한 활동을 보이셨다. 그런 아버지에게서 알게 모르게 자극받고 존경을 느끼면서 커왔지만, 이번 영화는 오로지 나 개인으로서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워낙 거장이셔서 오히려 아들로서는 아버지가 해온 모든 작품들을 숙제처럼 섭렵하지는 않는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샘 락웰은 존경하는 연기자로 애초에 ‘뮤트(mute)’란 영화를 제안했지만, 아쉽게 작품 속 캐릭터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 그래서 새로 그를 위한 스크립트를 구상하게 됐고, ‘더 문’을 쓰게 됐다. 이번에는 샘도 마음에 들어하며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케빈 스페이시는 세계적인 배우로 그에게 목소리 출연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케빈은 가편집본을 본 뒤 바로 출연을 허락했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시체스 영화제 이후 여기저기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 중 배우 제이크 질랜한으로부터 자신이 주연하기로 한 영화의 연출을 꼭 맡아달라는 전화를 직접 받게 됐다. ‘소스 코드(Source code)’란 작품인데, 현재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촬영에 들어간다면 아마 내년 3월부터 찍게 될 것 같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기발한 상상력·묵직한 감동…SF걸작 문이 열린다

    기발한 상상력·묵직한 감동…SF걸작 문이 열린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더 문’(감독 던컨 존스)은 SF 장르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걸작이다. 기존 SF 영화가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의 양단으로 치달으며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거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에 치중하며 공허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더 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SF의 틀을 깨는 도전을 보여준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 에너지가 고갈된 인류는 달 표면의 헬륨3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청정에너지 기업 ‘루나 인더스트리’에 고용된 우주비행사 샘 벨(샘 락웰)은 달기지 ‘사랑(SARANG)’에서 헬륨3를 채굴하는 일을 한다. 홀로 지내는 그에게 친구는 컴퓨터 거티(케빈 스페이시) 뿐이다. 가끔씩 목성 위성을 통해 아내 테스가 보내오는 메시지가 유일한 위안이다. 2주 후면 계약기간 3년이 만료되는 샘은 지구로 귀환하는 기쁨에 차 있다. 그러나 신비로운 여인의 환영을 보는 등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린다. 그리고 평소처럼 순찰을 나갔다가 갑자기 사고를 당한다. 눈을 뜬 그는 자신이 어떻게 기지로 되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한 생각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샘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샘’을 발견하고 기지로 데려온다. ●인간의 도덕성 진지한 통찰 영화는 영국의 신인 감독 던컨 존스(38)의 첫 장편영화다. 전설적 록가수 데이비드 보위(62)가 그의 아버지. 광고 연출로 먼저 경력을 쌓아온 존스 감독은 이 데뷔작으로 리들리 스콧을 이을 차세대 SF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 SF영화 매니아를 자처하는 그는 “단순한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깊고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에너지원 고갈, 클론, 첨단과학기술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기발한 상상력으로 접근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자존감과 윤리의식, 도덕성 등에 대해 진지한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재미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더 문’은 이 배우를 위해 쓰여진 영화”라고 감독이 밝힌 주연 샘 락웰의 열연도 감탄을 자아낸다. ‘프로스트 vs 닉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에 출연한 그는 ‘더 문’에서 완벽한 1인 2역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독특한 로봇 캐릭터도 눈에 띈다. ‘더 문’의 컴퓨터 ‘거티’는 기존 SF 영화들이 대개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컴퓨터 ‘할(HAL 9000)’에 대해 일방적인 오마주를 보여준 것과는 거리가 있다. ●독특한 로봇 캐릭터 ‘거티’ 눈길 감독은 “기획단계부터 ‘안티 할(Anti HAL)’을 염두에 두고 거티의 캐릭터 설정을 잡아나갔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할이 차갑고 염세적인 모습이라면, 거티는 샘을 친구처럼 위해주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케빈 스페이시가 목소리 연기한 거티의 음성은 뭇 로봇처럼 일정한 톤을 유지하지만, 몸체 전면의 화면에 표정 아이콘이 등장해 감정표현을 나타낸다. 존스 감독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이모티콘처럼, 감정이 없는 기계라도 다양한 감정표현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장면들도 흥미롭다. 달기지의 이름이 ‘SARANG-사랑’일 뿐만 아니라, 가상의 합작회사 ‘루나 인더스트리’도 한국과 미국의 합작기업으로 묘사된다. 회사가 보낸 영상메시지에는 한국인이 임원으로 출연하며, 주인공의 우주복 견장에도 태극기가 성조기와 나란히 그려져 있다. 올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더 문’은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인 2009 스페인 시체스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각본상· 미술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미국 시애틀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원제 ‘Moon’.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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