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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이사철 전세난에 ´주택 거래´ 다시 늘었네

     가을 이사철 속에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서울지역 주택 거래량이 이달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등의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491건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374.5건이 거래된 것으로,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304건)보다 70건 이상 늘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들어 8월까지 역대 최대 거래량을 보였지만 추석 연휴와 함께 7월 말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발표되면서 지난달 매수세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이사철 성수기를 맞으면서 매수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의 거래량이 414건으로 지난달(424건) 전체 거래량의 97.6%에 달했다. 노원구(833건), 동작구(332건), 양천구(412건) 등이 지난달 거래량의 90%를 넘었거나 육박했다.  다세대·연립, 단독·다가구 등도 거래량이 늘었다. 전세난 심화로 아파트보다 싼 다세대·연립 등을 구입해 이전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지역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3734건으로 일평균 186.7건이 거래됐다. 일평균 135건이 거래된 지난해 10월(4210건) 거래량을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단독·다가구도 이달 들어 하루 평균 65.8건(1317건)이 거래돼 일평균 48건이 팔린 지난해 같은 달 거래량을 넘어섰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폭발적으로 늘던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분위기지만 연말까지 증가세는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국악·재즈와 함께 즐기는 블루스 축제

    국악·재즈와 함께 즐기는 블루스 축제

    국내 블루스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한 음악 축제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제20회 코리아 블루스 페스티벌이 오는 30~31일 오후 8시 서울 신촌 연미블루스에서 열린다. 연미블루스는 올해 2월 현대백화점 뒤쪽에 새로 문을 연 문화공간이다. 블루스 페스티벌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클래식 블루스를 비롯한 여러 음악 장르를 같이 연주하고 교류하는 자리다. 싱어송라이터 김마스타와 기타리스트 이정훈이 각자 좋아하는 블루스 음악을 번갈아 연주하는 정기음악회로 출발해 조금씩 규모를 키웠다. 토미 김, 김재만, 서영도, 박주원, 조정치 등 굵직한 뮤지션들이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그간 3000여명에 달하는 관객이 페스티벌을 즐겼다. 2010년 8월부터 석 달 정도 주기로 열리다가 최근 1년간 잠시 숨을 골랐다. 이번에는 모두 10팀이 무대에 오른다. 전통음악 연주자인 최민지(해금), 오혜영(가야금)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다. 지난 8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인디 밴드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이윤찬밴드, 정통 블루스록을 들려주는 남부터미널과 앰버스, 클래식 블루스를 연주하는 씨알태규와 까마귀, 크로스오버 재즈를 들려주는 주진우밴드, 포크 계열 싱어송라이터 정밀아, 그리고 김마스타가 함께한다. 김마스타는 “기획자가 아닌 뮤지션들이 직접 만드는 음악 페스티벌은 드문 편”이라면서 “삭막해지는 국내 음악계에서 뮤지션끼리 유대감을 키우고 곗날처럼 함께 모여 서로의 음악을 더욱 진하게 즐기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3만원. 문의 www.facebook.com/Koreabluesfesta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반도체 신화 태동한 홍릉밸리, 새 미래동력 ‘바이오’ 품는다

    반도체 신화 태동한 홍릉밸리, 새 미래동력 ‘바이오’ 품는다

    한국 경제발전의 요람이었던 서울 홍릉 일대가 차세대 생산동력인 바이오·의료 연구개발 지구로 재탄생한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에 이어 1972년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들어선 홍릉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의 모태였다.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에 걸친 홍릉 일대에 밀집했던 5개의 공공기관이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재개발 가능 지역이 됐다. 하지만 KDI 등이 세종시로 이전한 뒤 중앙정부에서 중구난방식으로 개발을 하면서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통합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와 성북구·동대문구 등 자치구, 고려대, 경희대, KIST,한국과학기술원 등은 민관이 협력하는 홍릉 개발 계획을 19일 밝혔다. 홍릉 일대는 현재 세종시로 이전한 KDI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빈 건물이다. 서울시는 우선 옛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건물을 중심으로 한 홍릉 일대를 가칭 ‘바이오 시티’인 바이오·의료산업 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연구용역 중으로 내년 중 특정개발 진흥지구로 지정해 구로나 가산디지털단지보다 싼 임대료에 지방세 50% 감면, 용적률 확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건물은 모두 세 채로 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본관 건물은 최대한 보존할 예정이다. 기존의 아파트형 공장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입주자 편의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게 된다. 체력단련실, 샤워실, 나눔부엌, 회의공간, 북카페, 마을도서관 등을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연구 및 업무가 가능하다. 총사업비는 174억원이다. 서울시는 보안시설로 지난 40년 이상 지역사회와 단절됐던 KIST의 접근성도 확대할 방침이다. KIST는 지하철 6호선 안암역-고려대역-월곡역-상월곡역-돌곶이역을 청소년들이 과학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사이언스 스테이션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직접 내놓았다. 지하철역의 노는 공간에 과학 체험교실을 만들자는 사업제안은 성북구의 주민총회를 통과해 이미 5000만원의 ‘종잣돈’도 확보했다. 홍릉은 바이오·의료지구로서 핵심 연구역량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6개의 종합대학에 고려대병원, 경희대 의료원 등 임상연구기관도 인접한 덕분이다. 바이오·의료지구로 홍릉을 발전시키겠다는 서울시의 복안은 서울시 전체 65세 인구의 약 3분의1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동북지역의 특성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안암캠퍼스에 바이오 기업이 입주한 의료센터 ‘KU-MAGIC’을 건립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하루에 5000명의 박사들이 홍릉 일대를 오가지만 이 중 4500명은 강남에 산다”며 “아직 60~70년대 드라마 세트장으로 쓸 정도로 기반시설이 없는 홍릉 일대를 특구로 지정해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IST는 홍릉 일대 제일 먼저 생긴 국책 연구기관으로 1965년 한국을 방문한 린든 존슨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공동성명을 통해 탄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옥수수와 밀가루 대신 과학기술연구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존슨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KIST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애정은 대단했다. 시간이 나면 KIST에 와서 연구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홀로 KIST 뒷산인 천장산에 올라 막걸리를 마시면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가 발전의 구상을 다듬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천장산은 경관지구로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해 7월 KIST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참석해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KIST는 월남전 파병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미국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원조를 받아서 설립한 대한민국의 첫 번째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며 “당장 먹을 것이 없던 시대에 청년들이 피 흘려 번 원조자금을 투자한 곳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이렇게 발전시킬 씨앗이 되리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KIST는 반도체 성공신화의 기틀이 됐고, KDI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면서 홍릉은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았다. 박 대통령은 ‘바이오·기후변화 신기술 및 신산업 창출전략 보고회’를 겸한 지난해 7월 회의에서 홍릉단지 활성화를 위한 계획 수립도 지시했다. 현재 지방으로 이전한 KDI,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건물은 빠르면 2017년 1월 개관을 목표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옛 국방기술품질원 건물은 방위사업청이, 영화진흥위원회는 수림문화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하여 리모델링 중인 KDI는 지식협력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용지보상비 325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471억원으로 KDI 본관은 한국경제발전관, 별관은 글로벌지식교류센터로 만들어진다. 옛 산업연구원 건물에는 문화창조아카데미가 들어선다. 건축비 163억원을 투입해 콘텐츠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창의인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2년 6학기제로 40명의 인재를 선발해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엘리트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사업비 7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담은 공연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창조아카데미는 11월 2~13일 입학원서를 접수하며, 비학위 과정으로 1년 학비는 350만원이다. ‘일자리 대장정’으로 홍릉 일대를 19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노작인 KIST가 있는 홍릉 일대를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장과 혁신의 동력을 책임지는 바이오 산업의 요람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국내 4년제 대학 유일 외국인 총장’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국내 4년제 대학 유일 외국인 총장’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반핵운동가 겸 한반도 문제 전문가. 두 차례에 걸친 노벨 평화상 후보. 국내 4년제 대학 총장 중 유일한 외국인 총장. 직접 강의도 하는 총장. 대전에 있는 우송대 존 엔디컷(79) 총장이다. 2007년 미국에서 솔브릿지대학 교수로 부임, 2009년부터 7년째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학가의 해외석학 초빙 사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외국인으로서 국내 대학 총장으로 일하는 그를 만나 대학 운영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입장 등을 들어 봤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우송대 솔브릿지 경영대학 내 사무실에서 했다. →두 차례나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랐다고 들었다. -지난 20년간 조지아공대 교수 및 국제전략정책센터 소장으로 근무하며 동북아 정세를 연구했다. 1991년 한반도·일본·대만·몽골·시베리아·중국 동북부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민간운동인 ‘동북아제한적비핵지대화회의’(LNWFZ-NEA) 개념을 이끌어 내는 등 동북아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2005년에 LNWFZ-NEA 사무국과 함께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9년에도 올랐다. 2005년에는 후보 랭킹 7위였다. →한국과의 개인적 인연이 있다면. -처음 한국을 방문한 건 미 공군 장교로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1959년이다.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2주간 파견 근무했다. 국민소득 60달러였을 때로 민둥산에 황량한 분위기였다. 이후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김신조 습격 사건 등 남북 간 중요 사건이 있을 때도 방문했다. 제 분야가 동북아 연구였던 만큼 한국에 언제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미 공사 교수로 있을 때는 ‘동아시아의 정치학’이라는 입문서도 공동 저술했다. 한국, 북한, 일본 부문 기록을 내가 맡았다. 고향인 애틀랜타의 한인들과도 교류하고 미 중서부 상공회의소 소장도 맡은 적이 있다. 베트남 복무 시에는 따뜻한 된장찌개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백마사단 관계자와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총장 취임 당시 다짐과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총장직을 수행하기 시작할 때 설정한 목표는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육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학생들의 소프트 스킬, 그러니까 인간적 기반 능력 자체를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1991년부터 동북아시아 비핵화 운동을 하며 세운 ‘이웃 사촌 아시아’라는 개념의 현실화 또한 부수적인 목표로 세웠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전자는 매우 성공적이며 후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 졸업생들은 사회에서 기대하는 인재상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우송대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특성화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 솔브릿지대의 경우 2007년 개강 당시 학생 29명에 교수 8명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유학생만 38개국에서 1000명 이상이 와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며 유학생들에게는 한국어를, 한국 학생들에게는 중국어를 의무과정으로 3년간 듣도록 하고 있다. 성적을 매기자면 5점 만점에 4.5점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총장이면서 직접 강의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일반적으로 미국도 총장이 강의하는 것은 드물다. 하지만 나는 내 관심 분야에서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게 좋다. 지금은 미국사 강의를 하고 있으며, 다음 학기에는 동북아 정치를 할 계획이다. 한번은 중국 유학생이 고구려는 중국 역사라고 하길래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웃으며 말해 주었다. 역사적으로 한국 역사라고 말이다. →우송대는 1년 4학기제를 운용하는데 2학기제와 비교해서 어떤 이점이 있나. -내가 오하이오주립대를 다녔는데 4학기제였다. ROTC 후보생이었던 관계로 다른 학교 생도들보다 4개월 일찍 임관하면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방학기간이 너무 길더라. 방학이 길면 외국어를 배우더라도 까먹는다. 집중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2010년부터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간호학과처럼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과생들과 필요에 의해 졸업을 늦추려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3년 6개월 만에 졸업하고 있다. 졸업생들이 사회 진출 준비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본다. 다른 대학에서도 우리를 벤치마킹하러 온다. 4학기제를 다른 대학들도 도입할 만하다고 본다. →교수진의 연구 역량 강화, 학생 취업률 제고, 대학 경영 개선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국내 대학의 현실이다. 대학 총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구 부문에 중점을 두고 답변드리자면 우송대는 연구 중심 대학이 아니라 교육 중심 대학이다. 물론 교수 연구를 독려하고 우수한 연구자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지만 연구의 전반적 방향성은 주로 학생들의 수혜를 목표로 한다. 취직의 경우는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 대졸자들이 직장을 찾기 힘든 것은 세계적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전국 대학 총장들을 초대한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좋은 직장을 갖게 노력해 달라고 했는데 공감했다. 다행히 우리 대학은 특성화 대학으로서 이 분야에서 꽤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 압박으로 인해 대학가 전반에서 “우리가 취업 알선가인가, 교육자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개인적인 의견은 약간 부담이 될지라도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아래 대학 총장이 할 일은 학교의 상징으로서 우뚝 서고 교원, 직원, 학생들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술적, 윤리적 표본으로서 모두에게 각인되고, 대학에서 행하는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요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이 우리의 미래 아닌가. →등록금 규제나 대학 총장 간선제 등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어떻게 보나. -선거를 통해 임명된 게 아니기에 한국 대학의 총장 선거에 대해서는 제 의견을 피력할 수 없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등록금 규제 문제의 경우 미국에서도 부모 지원보다는 학생 대출에 의존하는 관계로 졸업생들이 20만 달러(약 2억 2000만원) 이상의 빚을 지는 모습이 흔할 정도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교육 발전을 위한 정책이어야지 규제를 위한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자유경쟁이라는 시장 논리로 해결될 수 있는 과제를 억지로 붙들어 매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최선, 최신의 교육을 제공하려면 등록금은 교육 방식의 발전에 따라 증가한 비용을 반영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연구윤리 위배 등 교수 사회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에 대해서는. -전 부정에 대해서는 누가 됐든 타협하지 않는다. 윤리란 국가와 국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인 만큼 관계가 어떻게 되든 그 누구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의 초록불에 멈추는 것부터 페리선의 선박 규정까지 법과 규정은 동일한 관점으로 엄중히 관리, 집행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다른 이의 학술적 성취를 무단 도용하는 것은 절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취업 때 지원자 학벌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채용 문화가 한국에 형성됐다고 보는지. -50년간 사회인으로서 활동한 제 경험에 기반해 말씀드리면 개인의 능력이 학력을 압도하는 현상이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본다. 아직도 사람의 배경이 취직 첫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 단계를 넘어가고 실무에 투입됐을 때는 결국 업무 능력에서 승부가 갈리게 돼 있다. 물론 고학력이 요구되는 직종은 유형별로 다른 과정이 있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한민국 교육열기 칭찬에 대한 견해는 어떻게 보나. -제가 보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에 대한 감탄은 한국 학생들의 PISA 시험 점수 통계에 기반한 게 아닌가 싶다.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으로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수학과 과학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미국도 한국처럼 가족 전체가 학생들의 학습과 성취에 관심과 열정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감을 표출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PISA 시험은 교육 성과의 수많은 스펙트럼 중 일부만을 보여 줄 수 있다. 혁신성, 창의성, 유연성 등에 대한 평가는 결여돼 있는 체계다. 미국의 교육 방식은 PISA 시험 점수는 낮게 나올지는 몰라도 위의 3대 요소에서는 더욱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카이스트 로플린 박사나 서남표 박사가 대학 개혁 문제로 내부 구성원들과의 갈등 끝에 총장직에서 중도 낙마했다. 외국인 총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로플린 총장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서 총장의 경우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있었던 일로 비극적인 일이라 안타깝다. 관찰자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상의하달 식으로 대학 구성원들을 몰아붙인 게 부작용을 가져온 것 아닌가 싶다. 여유를 갖고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카이스트는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가 많은 등 기득권 체제가 있어 갈등이 있을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우송대는 신생 대학으로서 그런 점에서 갈등 요인이 없었다. 게다가 저를 조직의 일원으로서 받아줄 만큼 개방적인 교수, 직원과 학생들이 있었다는 것도 저로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서울신문은 해외 석학 초빙사업이 빈껍데기라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해외 연구진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대학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해외 석학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지 부문으로 이를 위해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교수회의를 예로 들면 외국 교수들의 참석을 요구하지만 그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교수 회의에 아예 참석을 요청하지 않는 것과 같은 행위가 이들로 하여금 조직의 일원으로 느끼기 힘들게 한다. 우리는 외국 교수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오랜 시간 동안 충실히 한다. 공문서는 기본적으로 한글로 작성하지만 영어 등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을 외국 교수 연구실에 배치해 의사소통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내가 주재하는 회의도 사전에 한국말로 번역해 자료를 배포한다. 외국인 교수 자녀에 대한 지원도 생각해야 한다(서울은 기회가 많으나 대전은 연간 2만 달러가 들어가는데 부담이 된다. 외국인 교수 유치를 위한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 박현갑 부국장 eagldudo@seoul.co.kr >> 엔디컷 총장은 엔디컷 총장의 첫 인상은 7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이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덕담에 환하게 웃으며 뭐든지 물어봐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유머 감각도 넘친다. 직접 강의도 하며 손자 손녀뻘 되는 학생들과 격의 없이 소통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광팬이기도 하다. 두 차례에 걸쳐 시구도 했다. 이뤄지기 힘들지 모르나 한화가 코리안 시리즈 우승하는 걸 보고 싶단다. 두 명의 자녀는 미국에 있으며 한국에는 일본인 부인과 함께 있다. 부인도 이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친다. ●1936년, 미 오하이오주 출생. 58년 오하이오주립대 졸업. 1973년 하버드대, 터프츠대 공동 운영 과정 프레처스쿨 외교학 석사 및 국제학 박사 취득. 1989~2007년 조지아공대 국제전략기술정책센터 소장 겸 샘넌 국제대학원 교수. 미 국방부 산하 국가전략연구소장. 1996년 미·일 간 극동아시아 비핵화지대위원회 위원장. 2005년, 2009년 노벨 평화상 후보.
  • 사진 한 장으로 악플에 시달리던 여성의 용감한 선택

    사진 한 장으로 악플에 시달리던 여성의 용감한 선택

    인터넷에 공개했던 한 장의 사진 때문으로 악플에 시달렸던 여성이 이번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이슈가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워싱턴주의 20세 여성 애슐리 반 피비스너프(Ashley VanPevenage)에 관해 보도했다. 애슐리는 지난 1월 여드름 난 피부를 고치기 위해 과산화 벤조일을 사용하다 알레르기로 인해 얼굴에 심한 염증이 생겼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친구 안드레아 워즈니(Andreigha Wazny)의 도움을 받아 메이크업을 했고 그 사진을 메이크업 전후 비교사진 ‘비포 앤 애프터’로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하지만 비포 앤 애프터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사진이 게재된 지 한 달 만에 인스타그램에는 그녀를 조롱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녀의 사진은 다른 SNS를 통해 확산됐으며 어떤 이는 댓글에 “여성과 첫 데이트를 하는 날 꼭 수영장에 가야 하는 이유”라는 등 그녀를 비방하는 악플은 점점 비난 수위가 높아져 갔다. 애슐리를 비방하는 댓글이 많아지면서 그녀도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애슐리는 지난 10월 16일 큰 용기를 내 자신을 조롱한 사람들에게 유튜브를 통해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상을 통해 애슐리는 “사진에 대한 댓글을 본 후, 자신감을 잃어버렸습니다. 화장을 하지 않거나 헤어스타일을 가꾸지 않고서는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그렇게 꾸며진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라며 “사람들의 의견은 저에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본래 피부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합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애슐리 메이크업을 도와준 안드레아는 애슐리의 사진이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허락 없이 악용되고 있었던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 없이 어리석은 댓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일 유튜브에 게재된 용기 가득한 애슐리의 영상은 현재 90만 79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makeupbydreigh Instagram / Ashley Vanpevenage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날아라 날아 태권V~ 달려라 달려 V세대!

    날아라 날아 태권V~ 달려라 달려 V세대!

    “태권V 기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어릴 적 꿈을 40년 만에 이룬 셈이죠.”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국회의사당 지붕이 열리며 태권V가 출격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여의도 지하벙커가 공개됐을 때 태권V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입맛을 다신 사람들도 꽤 있었을 듯. 실망은 이른 것 같다. 서울의 동쪽 고덕산 기슭에 태권V 기지가 솟아났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를 주제로 한 체험형 박물관 브이센터가 1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문을 연다. 지난 13일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민병천(48) 감독을 만났다. 한국형 잠수함 영화 ‘유령’과 SF ‘내추럴시티’,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냉장고나라 코코몽’과 ‘한반도 공룡 점박이’를 만들었던 그는 총감독으로 센터 개관을 진두지휘했다. ‘태권V 키즈’인 그는 1976년 대한극장에서 태권V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을 꿈꿨다고. 바쁜 일상 속에 잠들었던 꿈을 깨운 것은 3년 전이다. 인생 후반전은 태권V와 함께 펼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평소 친분이 있던 원로 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어른, 아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달라”며 부지와 재원을 투자하며 그의 꿈은 급물살을 탔다. 연면적 3000㎡에 3층 형태의 브이센터는 ‘태권V 아버지’ 김청기 감독의 감수를 받으며 김 박사와 훈이가 살았던 지하기지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입구에서부터 1976년 모델을 정밀하게 재현한 높이 15m 태권V의 늠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10개 섹션으로 구성된 센터 곳곳에는 태권V와 관련된 그때 그 시절 완구, 학용품, 만화책, 비디오테이프, 포스터, 애니메이션 셀화 등 3000여점이 추억을 부른다. 옥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태권V 군단을 비롯해 훈이, 영희, 깡통 로봇 등의 피겨들이 대기한다. 태권V를 현대적으로 재해석·디자인한 마스터 태권V와의 만남이 백미. 마스터 태권V가 악당 로봇을 물리치는 5분짜리 입체 애니메이션을 아시아 최대 규모(21m】13m)의 4D 라이드로 즐긴 뒤 상영관을 나서면 격납고에서 출격 대기 중인 13m짜리 마스터 태권V를 만날 수 있다. 강철로 제작됐고, 부분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요즘 한창 달궈진 키덜트 문화를 겨냥한 것 같다는 물음에 민 감독은 단순한 추억팔이에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 태권V를 보고 과학자가 된 친구들도 많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센터에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어린이 과학교실과 로봇교실을 상설 운영한다. 태권V의 탄생과 역사, 미래를 설명하는 가이드 투어(90분)도 진행된다. 주변 지역이 개발 중이라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가 조금 불편하다. 지하철 5호선 고덕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로봇 태권V 기지는 국회 아닌 고덕산 기슭에 있다?

    로봇 태권V 기지는 국회 아닌 고덕산 기슭에 있다?

     “태권V 기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어릴적 꿈을 40년 만에 이룬 셈이죠.”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국회의사당 지붕이 열리며 태권V가 출격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여의도 지하벙커가 공개됐을 때 태권V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입맛을 다신 사람들도 꽤 있었을 듯. 실망은 이른 것 같다. 서울의 동쪽 고덕산 기슭에 태권V 기지가 솟아났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를 주제로 한 체험형 박물관 브이센터가 1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문을 연다. 지난 13일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민병천(48) 감독을 만났다. 한국형 잠수함 영화 ‘유령’과 SF ‘내추럴시티’,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냉장고나라 코코몽’과 ‘한반도 공룡 점박이’를 만들었던 그는 총감독으로 센터 개관을 진두지휘했다.  ‘태권V 키즈’인 그는 1976년 대한극장에서 태권V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을 꿈꿨다고. 바쁜 일상 속에 잠들었던 꿈을 깨운 것은 3년 전이다. 인생 후반전은 태권V와 함께 펼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평소 친분이 있던 원로 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어른, 아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달라”며 부지와 재원을 투자하며 그의 꿈은 급물살을 탔다.  연면적 3000㎡에 3층 형태의 브이센터는 ‘태권V 아버지’ 김청기 감독의 감수를 받으며 김 박사와 훈이가 살았던 지하기지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입구에서부터 1976년 모델을 정밀하게 재현한 높이 15m 태권V의 늠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10개 섹션으로 구성된 센터 곳곳에는 태권V와 관련된 그 때 그 시절 완구, 학용품, 만화책, 비디오테이프, 포스터, 애니메이션 셀화 등 3000여점이 추억을 부른다. 옥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태권V 군단을 비롯해 훈이, 영희, 깡통 로봇 등의 피규어들이 대기한다.  태권V를 현대적으로 재해석·디자인한 마스터 태권V와의 만남이 백미. 마스터 태권V가 악당 로봇을 물리치는 5분짜리 입체 애니메이션을 아시아 최대 규모(21m*13m)의 4D 라이드로 즐긴 뒤 상영관을 나서면 격납고에서 출격 대기 중인 13m짜리 마스터 태권V를 만날 수 있다. 강철로 제작됐고, 부분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요즘 한창 달궈진 키덜트 문화를 겨냥한 것 같다는 물음에 민 감독은 단순한 추억팔이에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 태권V를 보고 과학자가 된 친구들도 많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센터에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어린이 과학교실과 로봇교실을 상설 운영한다. 태권V의 탄생과 역사, 미래를 설명하는 가이드 투어(90분)도 진행된다. 주변 지역이 개발 중이라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가 조금 불편하다. 지하철 5호선 고덕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슈퍼리치들, 인류의 꿈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연다

    [글로벌 인사이트] 슈퍼리치들, 인류의 꿈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연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주에서 여러분과 기자회견할 날을 기대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미국 할리우드의 우주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가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가 지난달 15일 새로운 우주개발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한 말이다. 5개월 전 무인우주선 ‘뉴셰퍼드’의 첫 시험비행 성공에 고무된 베저스는 이날 로켓 제조 및 발사 시설 건립 등에 2억 달러(약 2363억원)를 투자하고 5년 내에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가 2000년 세운 우주개발 전문회사 블루오리진은 이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36번 발사시설을 임대했다. 목성 탐사 우주선 파이어니어 10호 등이 발사됐던 이곳은 수십 년 만에 묵은 먼지를 털어낼 기회를 맞았다. 우주산업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사실 우주개발은 냉전시대 체제 경쟁의 산물이었다. 46년 전 소련보다 먼저 달 탐사에 성공한 이후 미국에서 우주개발은 정치적 추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1969년 아폴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딘 이래 미국의 우주탐사에 대한 열정은 조금씩 사그라지고, 유인 우주선 개발도 지지부진한 궤도를 그려 왔다. 당시의 추진력이 지속됐다면 지금쯤 화성에 인류의 발자국이 새겨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화성 탐사를 비롯한 우주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암스트롱은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했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영역의 활성화가 우주여행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막대한 부를 주체하기 어려운 억만장자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우주여행의 꿈도 가까워지고 있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세워 민간 우주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 일론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우주산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아폴로가 우주여행에 대한 기대를 충족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이 계기가 됐다”며 “후세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베저스 또한 “우주 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에 대해 전율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주여행의 상업화와 대중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과 열정을 쏟아붓는 부호는 10여명 정도다. 돈이 돈을 버는 지경이라 이들은 더 많은 현금을 축적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자자손손 남을 업적을 쌓고자 우주로 시선을 돌렸다고 분석된다. 베저스와 머스크 외에 ‘괴짜 부호’로 통하는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도 민간 우주여행 전문회사인 ‘버진 갤럭틱’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6인용 ‘스페이스십2’라는 여행용 우주선을 2~3년 내 띄우는 것이 목표다. 25만 달러(약 2억 9000여만원)짜리 여행상품에 이미 700명의 부자가 예약을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2011년 세운 스트라토런치시스템스도 우주여행을 목표로 초대형 비행기 Roc을 개발 중이다. Roc은 우주선을 싣고 이륙해 9000m 상공에서 우주로 발사한 다음 지상으로 귀환한다는 개념이다. 공중발사는 지상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보다 경제적이어서 우주여행의 값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여행의 민주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로켓 재활용이다. 우주선 발사에만 1억 달러의 돈이 드는데 재활용 로켓을 쓰면 그 비용이 10분의1로 줄어든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활용 가능한 로켓 ‘팰콘9’을 개발해 시험 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구글 공동 설립자 래리 페이지는 ‘우주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탐사 및 채굴 기업인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에는 페이지 외에 영화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등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소행성 탐사선 ‘A3R’을 개발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성능 실험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직 인류를 우주에 보내지는 못했지만 민간 우주기업들은 나사나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ISS의 우주인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거나 인공위성을 띄우는 임무를 수행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우주기지에 쌓인 먼지를 털고 관련 산업에서 고용 창출 효과가 일어나면서 우주산업은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다. 미국 각주에서 이들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뜨겁게 일어났다. 뉴멕시코,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버지니아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주는 억만장자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무인 우주선의 시험 비행 실패 사례가 증가하면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6월 ISS 우주인들에게 식료품과 우주복, 실험장비 등 화물을 전달할 예정이었던 스페이스X의 팰콘9이 발사 직후 폭발하면서 의구심은 더욱 짙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버진 갤럭틱의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2’가 시험 비행 중 폭발해 조종사 1명이 사망했으며 또 다른 민간 우주개발사 오비탈사이언스의 무인 우주화물선도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부호들의 괴짜 취미에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국 부호 브랜슨이 우주개발의 본거지로 삼고 있는 뉴멕시코 지역 르포 기사를 통해 상위 1% 부자들의 우주여행을 위해 지역 경제가 얼마나 손해를 입고 있는지를 꼬집었다. 뉴멕시코주 당국은 버진 갤럭틱을 위해 첫 민간 우주공항인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를 2011년 열었다. 버진 갤럭틱은 시설이 완공되면 2020년까지 연간 수익 10억 달러, 직원 수가 5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고 당국은 기꺼이 2억 5000만 달러(약 2856억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연이은 시험비행 실패로 우주여행의 기약이 없어지면서 스페이스포트는 개점휴업 상태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우주기업 3곳이 입주해 있지만 적자가 한 해 50만 달러에 이른다. 납세자의 주머니를 털어 기지를 건설했던 주 정부는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급기야 세금 인상까지 단행했다. 조지 무뇨스 주상원 의원은 스페이스포트를 ‘돈 먹는 하마’로 언급하며 “이제 (주 정부가) 손을 털고 나오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개탄했다. 뉴멕시코주는 지난 2월부터 스페이스포트 매각을 위한 법안을 검토 중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로스쿨 출신들 ‘사시존치 로비’ 변협회장 고발 검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하창우(61·사법연수원 15기) 대한변협 회장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가 결성된 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 김정욱(36·변호사시험 2회) 한법협 회장은 11일 “변협이 로스쿨 변호사들을 공격하려고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고 내부 경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의혹이 있다”며 “하 회장에 대한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사법시험 존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정치권을 압박해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사시존치TF 내부문건에는 법안 발의를 위해 국회·청와대 인사를 만나고, 사시존치 반대 의원 지역구에서 시위를 벌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변호사들의 기부를 받아 사시존치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에 후원금으로 건네고, 지난 4월 관악을 보궐선거에 개입해 ‘국회 전진기지’를 확보하자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또 고시생들이 방청객으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는 대가로 교통비와 식비 후원을 검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법협은 변협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개인정보를 사시존치론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려 한 부분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형사고발과 감사에서 하 회장의 잘못이 드러나면 회원의 뜻을 모아 사퇴를 촉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변협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의무가 있지만 현재는 단순한 이익단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하 회장이 사시 존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만큼,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대한변협이 고시생 모임이나 청년변호사회의 활동을 지원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허백윤기자의 독박육아] 입덧·지하철 출근길 서러움… 열 달 겪은 고난의 기억들

    [허백윤기자의 독박육아] 입덧·지하철 출근길 서러움… 열 달 겪은 고난의 기억들

    불과 2년 전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어땠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아이는 커다란 존재가 됐다. 그렇지만 아기를 품고 있던 시간의 기억은 매우 강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임신부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치 내 일인 듯이 받아들인다. 좋았던 때도 많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훨씬 커서 그럴지 모르겠다. 10일 임산부의 날이라 하니 잠시 접어 두었던, 아기가 뱃속에 있던 시간의 기억들을 꺼내 본다. 드라마에서는 꼭 밥을 먹다가 “우웩” 하고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며 임신을 알아차린다. 정작 당사자는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주변 사람들이 “혹시 임신한 거 아니야?”라고 눈치를 채주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기가 나에게 왔다는 직감이 먼저 왔다. ●체중 20kg 불어… 손발 퉁퉁 붓고 늘 어지럼증 열 달 내내 구토를 하는 입덧에 시달리는 임신부들도 많은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는 복받은 경우였다. 링거를 맞고 입덧 때문에 회사까지 그만둬야 하는 임신부들이 수두룩하지만 다행스럽게 나에게 온 것은 밖으로 빼내는 것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속을 채워야 하는 입덧이었다. 배가 고프면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하루 종일 속이 니글거려서 쉽게 넘어가는 음식도 없었는데 계속 뭔가를 먹어야 했다. 한밤중에 자다가도 속이 쓰려 맨밥을 퍼 먹기도 했다. 같은 시기 입덧보다 괴로운 것은 졸음이었다. 원래도 잠이 많긴 했지만, 아기를 가진 뒤 몰아치는 잠은 대단했다. 일을 하는 도중에도 걷잡을 수 없이 잠이 쏟아져 견디기가 어려웠다. 휴식 공간을 마땅히 찾지 못해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 뒷좌석에 몸을 포개 20분 남짓 쪽잠을 잤다. 제대로 잠도 못 잤을뿐더러 정신을 차리고 나면 온몸이 사우나를 한 것처럼 땀범벅이 됐고 팔다리가 저려서 후유증이 더 심했다. 거의 매일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이고 졸았다. 요즘 화장실들이 좋아져 전부 비데가 설치돼 있다 보니 변기 뚜껑을 덮어도 평평하지가 않다. 제대로 앉을 수도 없는 그 위에 대충 엉덩이를 걸치고 칸막이 벽에 머리를 댔다. 그렇게라도 눈을 감았다 뜨면 한결 나았다. 나중에 돈이 생기면 광화문 한복판에 직장인 임신부들을 위한 수면 카페를 하나 차려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갑작스런 체중과 호르몬 변화 등으로 점점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았다. 임신 기간 동안 평균적인 체중 증가가 10~12㎏ 정도로 알려져 있다. ‘먹는 입덧’ 덕분에 나는 무려 20㎏이 불었다. 배만 불룩하게 나오면서 이를 지탱하기 위해 허리와 엉덩이, 다리에 무리가 가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손발은 퉁퉁 붓고 머리는 괜히 시도 때도 없이 어지러웠다. ●만삭까지 지하철 자리 양보받은 건 10회도 안 돼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몸이 힘들었다. 허리가 아파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과 서 있는 것 모두가 괴로웠다. 다리가 부어 자다가 쥐가 나 소리를 지르며 깨기 일쑤였다. 아기가 본격적으로 태동을 시작하면서는 가뜩이나 앉아 있는 것도 고통이었는데 하도 배가 꿀렁꿀렁 움직이니 사무실 책상에 닿는 배 부분이 아플 정도였다. 8개월부터는 밤에 누워 잠을 자는 것도 어려웠다. 허리가 눌려서 반듯하게 누워서 잘 수 없었고, 옆으로 자는 것도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 영 불편했다. 자다가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졌다. 이런 몸을 이끌고 매일 출퇴근을 하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임신 초반에만 잠깐 운전을 하고 계속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했다. 운전하는 데 정신적인 소모가 너무 커서였다. 더운 날 창문을 열고 운전하다 보면 앞차의 담배 연기에 시달려야 했고 혹시나 담뱃재라도 튈까봐 노심초사했다. 운전이라는 게 나 혼자 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내 긴장을 하다 보니 오히려 몸이 힘들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것은 매 순간 도전이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서서 가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고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웠다. 차라리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10여년 가까이 지하철을 타고 늘 통학과 출퇴근을 했으면서도 막상 배가 불러 보니 30분 남짓 서서 가는 길이 너무도 고됐다. 임신부나 아기 엄마들이 임신 기간의 사연을 쏟아내면서 가장 열변을 토하는 내용도 ‘지하철에서 자리를 몇 번 양보받았느냐’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서운하고 황당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처음 양보받은 것은 20주 무렵, 5개월이 다 돼서였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만삭까지 누군가에게 양보를 받아 자리에 앉아 본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특히 10분도 서 있기 어려웠던 만삭일 때는 하필 겨울이어서 외투와 머플러로 배가 감쪽같이 가려졌다. 오히려 몸이 더 가벼웠을 때보다도 앉지 못했다. 처음에는 노약자석에 앉기가 왠지 민망해 일반석 쪽에 자리를 잡았지만 오히려 상처만 받았다. 임신부 배려석 앞에 뻔히 서 있어도 아무도 일어나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마치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처지가 된 것 같아 나중에는 문이 열리자마자 곧바로 노약자석에 갔다. 11월 어느 날에는 출근길에 노약자석에 앉아 깜빡 잠이 들었는데 한 중년 여성이 나를 툭툭 쳐서 깨운 적도 있다.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서러움과 서운함, 원망이 함께했다. ●임산부의 날엔 육아용품 할인 행사 소식만 잔뜩 최근 임신부 배려석이 눈에 더 잘 띄도록 아예 바닥까지 ‘핫핑크’로 표시를 해 두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달라진 배려석의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는 “여기에 아무도 못 앉겠다”고 생각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껏 앉았다. 양보를 ‘해주는 것’은 엄청난 기대인 듯하다. “임산부를 배려하는 자리이지 ‘지정석’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는 것으로 보아 임신부들의 대중교통 이용하기는 꽤 오랫동안 험난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신부가 돼 보니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임신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 전에는 어린 아기도, 배 나온 임신부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경험하기 전에는 여전히 ‘임신부’는 신기하고 희귀한 존재인 것 같다. 10월 10일을 열 달 동안 아기를 품고 있는 임신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임산부의 날’로 만들었지만, 정작 임신부로 이날을 맞았을 때는 육아용품 할인 행사 소식만 잔뜩 접할 뿐이었다. ●우리 사회 아기의 중요성 깨닫고 임신부 배려해야 아이를 품고 있는 동안 많은 순간 곳곳에서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하지만 정작 대다수가 임신부에게 자리 양보하는 것 말고는 뭘 도와야 할지 모른다. 자식 한 명 품고 있는 것이 별 대수롭지 않은 일같이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 바르게 자라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남의 자식 임신한 걸 내가 왜 도와주냐”는 식의 인식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생의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임신부들을 위한 배려가 절실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5일 이내 통지 안 해줘 신용 하락”… 깜박 연체자 울리는 금융사

    직장인 권명석(38·가명)씨는 A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원금과 이자 35만원을 매월 갚아 나가고 있다. 그런데 두 달 전 직장을 옮기면서 월급통장을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 전에는 월급이 들어오면 A은행 통장에서 알아서 대출 원리금이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권씨가 ‘알아서’ 매달 꼬박꼬박 이체해야 한다. 지난달 이체를 깜박했다가 권씨는 ‘단기 연체자’가 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연체가 생기고 열흘이나 지난 뒤였다. 은행 직원의 ‘독촉’ 전화를 받고 나서다. 권씨는 7일 “꼼꼼히 챙기지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연체가 발생했다고 문자 한 통 보내지 않은 은행에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권씨처럼 ‘깜박’하고 지정된 날짜에 대출 이자나 카드대금을 계좌에 넣어 두지 않아 단기 연체자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깜박 실수’라도 불이익은 피해 갈 수 없다. 5일 이상 연체가 되면 신용정보회사에 ‘단기 연체자’로 등록되고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면 대출이자가 올라갈 수 있고 추후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피해도 볼 수 있다. 단기 연체에 따른 지연이자도 물어야 한다. 연 3%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면 지연이자는 9~10% 수준이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사마다 연체 통보를 하고 있지만 방식은 제각각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연체 발생 후 1~3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고객에게 연체 사실을 휴대전화 문자로 통보한다. 농협은행도 연체 발생 이후 영업점이나 본점 콜센터에서 연체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대출 접수 때 ‘연체 문자 안내통보’ 문자 수신을 거부한 고객에게는 연체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카드사들도 카드 이용금액이 정해진 날짜에 계좌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연체 발생 이후 2~8일 사이에 문자나 전화로 연체 사실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금융사는 “연체 사실을 (고객에게) 통보해 줄 의무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비스 차원에서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이는 합의사항 위반이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9월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 등 6대 금융협회에 협조 공문을 내려보냈다. “(단기) 연체 정보가 신용정보사에 집중되기 전에 연체 고객에게 연체 사실 및 연체금 미상환 시 불이익을 통보하라”는 내용이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이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013년 3월에 ‘개인신용정보의 수집·이용 관행 및 개인신용평가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개선 방안에는 연체 사실 통보 기일을 연체발생 후 5일 이내로 못박았다. 그런데도 이런 개선 방안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융사들의 ‘과도한 고객 눈치 보기’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연체 사실을 알려주면 이를 ‘빚 독촉’으로 받아들여 불쾌해하는 고객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금융사들이 연체 통보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상가 투자는 배후수요가 탄탄한 곳에…

    상가 투자는 배후수요가 탄탄한 곳에…

    ▶5,705세대의 고정수요를 확보한 평택 자이 더 익스프레스 상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수익형부동산으로 꼽히는 상가에 대한 투자 열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인기 신도시, 택지지구 상가 분양은 기존 상권이 갖춰져 있지 않아 권리금이 없으면서도 아파트 분양에 따른 고정수요가 확실하다는 이점이 크다. 이로 인해 분양 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은 기본에 수천만원의 웃돈까지 붙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상가 분양의 인기는 뜨거울 전망이다. 상가는 낙찰가율도 최고 치다. 법원경매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수도권의 상가 경매 낙찰가율은 올해 들어 최고치인 71.8%로 나타났다. 지난 7월 70.4%로 처음 70%를 넘어선 뒤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장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나오면서 투자 수요가 감소한 반면,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상가 분양의 인기는 고조되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고정수요가 확보되는 인기 신도시나 대단지의 단지 내 상가 등 경기변동 리스크가 적은 곳으로 안심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서 공개입찰을 실시한 ‘미사강변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는 평균 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달 경기 구리갈매지구에 공급된 ‘갈매역 아이파크 애비뉴’ 상가는 분양 개시 이틀 만에 총 159실이 모두 완판됐다. ▶인기 신도시에 초대형규모…호재까지? ‘자이 더 익스프레스’ 단지 내 상가 분양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총 5,705가구의 대단지 분양으로 화재가 됐던 GS건설의 평택 '자이 더 익스프레스'는 지난 7월 1차 총 1,849가구 규모의 가구를 한달 만에 완판 시키며, 평택신도시의 가능성과 GS건설의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보여준 바 있다. GS건설은 이 열기를 이어갈 ‘자이 더 익스프레스’의 단지 내 상가를 이달 15일 내정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금번 분양은 5,705가구를 고정 배후수요로 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미니신도시급인 동삭2지구 내 최초의 상가분양이기도 하다. 상가 입지가 단지 중심도로변과 학교 앞에 위치해 일반 유동인구는 물론,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와 같은 수준 높은 교육상권 형성도 기대된다. 상가 내에는 이미 GS슈퍼마켓이 입점 예정이며, 전용률이 낮은 상가의 약점을 보완한 88.2%란 높은 전용률로 같은 금액이면 보다 넓은 상가를 확보할 수 있어 수익률 또한 극대화 된다. 또한 ‘자이 더 익스프레스’ 단지 내 상가는 초대형 단지 규모만큼 특화된 설계와 구성으로 인근 상권을 흡수하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설계는 전체 상가를 1층 스트리트형 상가로 계획해, 높은 천장고와 특색있는 입면 계획이 적용된다. ‘판교의 아브뉴프랑’이나 ‘정자동 카페거리’를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평택 부동산 시장은 강남까지 20분대로 이어주는 수서~평택 구간 KTX 개통 예정과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삼성전자 고덕반도체사업장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의 굵직한 호재들로 인구가 몰려들고 있어, 이름있는 브랜드 아파트와 그에 따른 상업시설 분양 전망은 매우 밝다”며 “'자이 더 익스프레스'와 같은 미니신도시급 단지는 이미 외부수요 유입도 필요 없을 정도로 대규모 고정수요가 보장되기 때문에 현재 투자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의 평택 ‘자이 더 익스프레스’ 상가 홍보관은 1차 견본주택 내(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1102-2번지)에 운영 중이다.분양문의 : 1800-5743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방사청, 위험한 ‘KFX 도박’...30兆짜리 부실 무기 만드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방사청, 위험한 ‘KFX 도박’...30兆짜리 부실 무기 만드나

    --미국 기술이전 거부 탄로나자 이번엔 무리수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전투기(KFX)의 핵심 구성품 가운데 하나인 능동전자주사식(AESA :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국내 개발을 가속하기로 했다고 5일 밝히면서 가능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방사청이 공언한 기간 내에 AESA 레이더 개발과 이 레이더를 운용할 수 있는 체계 통합이 가능한지 여부와 이 레이더가 과연 우리 공군의 작전 요구 능력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방사청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KFX에 장착될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일정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수립중이다"라고 밝혔다. 당초 방사청은 한국형 전투기 초도 양산분부터 제3국 협력으로 개발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후속 양산 단계에서 순수 국내 개발 AESA 레이더를 장착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일정을 대폭 앞당긴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방사청의 이러한 계획은 당초 2020~2024년으로 계획된 시험개발 2단계 일정을 2017~2021년으로 3년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며, 방사청은 이 기간 내에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AESA 레이더 하드웨어 개발은 국내 개발이 가능한 상태이며, 소프트웨어는 제3국 업체에서 알고리즘을 획득해 국내에서 소스코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이 접촉하고 있는 제3국 업체는 영국 Selex社, 스웨덴 SAAB社, 이스라엘 ELTA社 등 3개 업체이며, 특히 SAAB의 경우 이미 LIG넥스원의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며, LIG넥스원은 지난해부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 바 있다. -소스코드가 뭐길래?...개발 격론 방사청은 이들 업체로부터 하드웨어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제공 받아 이를 토대로 독자적인 소스 코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것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소스코드(Source code)는 전투기라는 하드웨어를 움직이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C++언어로 작성되는 이 소스코드는 F-35A의 경우 미 연방회계감사국(GAO :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추정 1800만 라인이라는 방대한 규모로 작성되고 있고, F/A-18E/F는 110만 라인, F-22A는 220만 라인의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스코드는 수백 수천개의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수백만~수천만 라인의 명령어이기 때문에 작성 자체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하며, 각각의 명령어가 어떤 상호작용과 충돌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 역시 대단히 긴 시간과 노력, 예산이 필요하다. 전투기와 그 구성요소 개발 과정에 있어 가장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가 바로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이며,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 일정 전체의 지연 문제 역시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AESA 레이더 및 이 레이더의 체계 통합을 위한 소스코드 개발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술적 리스크와 비용 문제가 크기 때문에 F-35와 같은 대규모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나 유로파이터처럼 국제공동개발하는 형식이 아니면 기존 소스코드를 이용하거나 JAS-39E/F와 같이 해외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구매해 적용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해외 협력업체로부터 알고리즘만 제공 받으면 수 년 내에 전투기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인 AESA 레이더와 소스코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 실제 기술 수준과 관계없이 일단 사업만 가면 된다는 방사청의 이러한 밀어붙이기식 사업관리 관행 때문에 K2 흑표전차의 전력화가 늦어지고 국산 파워팩의 ROC가 하향 조정되는 등 파행을 겪은 사례가 있지만, 방사청은 그래도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지상공격 안 되는 반쪽짜리 레이더 방위사업청은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거부당한 IRST(Infrared Search and Tracking)나 EOTGP(Electronic Optics Targeting Pod), RF Jammer와 같은 장비 역시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불과 수 주일 전까지 기술이전 없이 개발이 어렵다는 입장에서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물론 이들 장비의 국내 개발은 가능하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KFX 전력화 시기가 늦춰지고 이는 2020년대 이후 공군 전투기 전력 부족이라는 산불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된다. 방사청이 제시한대로 2021년까지 해외 업체의 협력으로 1단계 버전(KFX Block 1)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문제다. 공군에게 필요한 KFX는 적 전투기와 싸우는 공대공 능력은 물론, 북한의 장사정포나 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능력도 갖춰야 하지만, 1단계 버전에서는 이러한 능력은 제외됐다. 다시 말해 KFX 1단계 버전은 지금의 F-15K나 KF-16이 수행하는 지상 정밀타격 능력이 없는 상태로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유사시 우리 공군 작전계획인 기계획공중임무명령서(Pre-ATO : 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에 반영된 전투기 임무 소요의 대부분은 지상 타격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를 타격하는 대화력전(ATK, X-ATK) 임무 수행부터 적 전쟁지도부 및 지휘통신시설을 제압하는 항공차단(AI : Air Interdiction), 밀려오는 적 지상군에 대한 공습 임무인 전장항공차단(BAI : Battlefield Air Interdiction), 근접항공지원(CAS : Close Air Support)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레이더가 지상의 지형지물과 표적을 정확히 구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정밀 지상 매핑(Precision Ground Mapping)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최신 AESA 레이더는 소프트웨어 발전에 힘입어 레이더를 이용한 합성개구(SA : Synthetic Aperture) 능력과 지상이동표적조준(GMTI : Ground Moving Target Indicator)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합성개구능력이란 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레이더가 쏴서 지상에 맞고 돌아온 전파를 분석해 3D 이미지화하는 능력인데, 이 능력이 우수할수록 지상에 있는 건물이나 차량을 보다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지상 공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이미지화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지만,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막대한 예산과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도 F-35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예산 증가 문제를 겪었고, 유럽 역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여러 국가가 분업하여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기술적 능력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선진국도 어려워하는 다목적 AESA 레이더를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10년 이내에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방사청이 공언한 1단계 버전이 등장하는 2021년까지는 이러한 기술 구현이 어려우니 2단계 버전부터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을 적용한다는 조건부를 달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이 없는 레이더를 장착한 KFX는 문자 그대로 ‘혈세 낭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공군 작전의 대부분은 지상 공격 임무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밀 지상 매핑 능력이 필요하다. 즉, 공대공 전투만 가능한 KFX는 공군에 도입되더라도 작전 투입에 적잖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추후 개량사업을 진행하려면 추가 예산이 더 들어간다. 즉, 전력 유지 효과도 낮고 비용 대 효율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이 때문에 KFX 사업 전반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이전 협상에 실패한 방사청이 외부의 비난을 잠재우고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는 핵심 장비 개발이 가능하며, 그 일정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KFX가 촉박한 일정과 제한된 예산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한국형 부실 무기들의 전철을 밟을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홍상어...K-11소총...흑표전차... 전철 되풀이? 방위사업청은 기술이 없음에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업체들에게 한정된 예산과 촉박한 개발 일정을 주고 개발을 밀어붙였던 ‘한국형 명품무기’ 홍상어 대잠 미사일이나 K-11 복합소총 사업, K2 흑표전차 파워팩 개발 사업 등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크게 지탄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KFX는 수 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다른 무기체계 개발과 달리 개발과 양산까지 30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실패했을 경우 막대한 국고 낭비와 심각한 전력 공백이라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투기 개발의 노하우가 부족하고, 관련 예산이나 시한이 촉박하다면 이미 개발된 해외 장비와 부품을 적용하는 등 유연한 사업 방식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이 같은 개발 방식은 항공선진국 스웨덴이 JAS-39 그리펜을 개발하면서 채택한 바 있고, 그리펜은 요구된 개발 기간과 예산을 비교적 만족시키며 가격을 안정시킴은 물론, 우수한 성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동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틈새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KFX 개발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만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내 임기 중에 사업부터 가고 보자” 또는 “예산 절감 우수 실적을 쌓아보자”는 관료들의 실적주의 탈피와 현미경식 외부 감사를 통한 투명하고도 합리적인 사업진행, 그리고 필요하다면 예산과 기한을 더 부여할 수 있는 사업 유연성의 확보다. 이 때문에 KFX 사업단을 총리실 산하에 두고 범정부적인 기구로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방위사업청은 ‘전문성’과 ‘효율성’ 문제를 들며 KFX 사업단을 방사청 아래 계속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책임자는 ‘육군대령’이지만 말이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하루 종일 아기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던 불과 1년여 전의 기억들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그만큼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기쁨이 크다. 신생아를 키우던 극한의 시간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길에서 마주치는 갓난아기들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이가 어느덧 21개월. 주변에서도 슬슬 둘째 계획을 묻는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여러 차례 생각해 봤지만 떠올릴 때마다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도 열심히 일하며 성공한 선배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무척 존경스럽다. 하지만 친정과 시댁 찬스를 10분도 쓸 수 없는 내 상황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상적 자녀 수는 2.7명… 실제 출산율은 1.2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7월 공개한 ‘자녀 가치 국제 비교’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2.72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은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1명이었다. 자녀가 둘 이상은 있어야 좋다는 생각이지만 정작 현실에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임신해서 출근하기, 육아휴직 말하기… 어쩌죠 둘째가 생길 경우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 봤다. 우선 첫 번째 고민은 회사에 임신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육아휴직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첫째 때도 1년 3개월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썼는데 둘째 때도 꼬박 다 쓰겠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앞서 선후배 동료들 중에도 그런 예가 없다. 엄마와 아기가 최소 1년은 함께해야 원만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야 눈 질끈 감고 모른 척한다고 치자. 두 번째 고민은 임신을 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출산 한 달 전까지 출퇴근하며 일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임신 초기에는 회사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했고 중기부터는 무거운 몸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나름 수월하게 다녔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34주에 조산기로 입원하고 말았다. 내 한 몸 이끌고 다니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 활발한 첫째도 있다. 둘째는 배도 더 빨리 많이 나오고 모든 임신 증상들이 더 심해진다고 들었다. 가뜩이나 신경은 예민하고 체력이 달릴 텐데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첫째의 응석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아이들도 동생이 생기는 걸 용케 알아채고 엄마에게 더 안기고 어리광을 부린다는데 아무리 나의 ‘첫사랑’이지만 마냥 사랑으로 받아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 명도 힘든데 두 명 키우려면… 전 괜찮을까요 세 번째 고민은 출산을 하는 것이다. 당장 출산할 때 첫째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남편에게 첫째를 맡기고 혼자 분만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산후조리는 꿈도 못 꾸게 된다.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에서는 첫째 아이 동반을 금지하고 있고 집으로 산후도우미를 부르면 2주 동안 기본 70만~80만원이 드는 비용에 첫째 아이 돌봄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결국 몸이 덜 회복된 상태에서 둘째에게 수시로 젖을 먹여 가며 동시에 첫째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주기까지 혼자 해야 한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지난해 아기 한 명을 먹이고 재우는 것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을 치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 괴로운 시간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것도 막막한데 아이가 둘이 되면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 ●아이 두 명 봐줄 이모님은 찾을 수 있을까요 네 번째 고민이자 둘째를 가질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는 것이다. 임신, 출산 기간 동안 내 몸 힘든 거야 그럭저럭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해봤으니 처음처럼 아무것도 몰라 허둥대지 않을 것이고 약간의 요령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이 둘을 놔두고 일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까지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란 고민을 수백 번 했다면 이제는 수천 번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6시간,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6시간 남짓 맡기고 있다. 아이는 15개월 무렵부터 하루의 절반은 남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하고, 게다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이 작은 아이 한 명 있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이모님에게 드려야 하고, 혹시나 어린이집이나 이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아이를 맡기지 못할 일이 생길까 봐 항상 전전긍긍한다. 휴가도 벌써 여러 번 썼다. 퇴근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제2의 출근길’이다.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청소나 빨래를 일주일에 한두 번 겨우 해내고, 매일 저녁이나 조금 챙겨 먹고 뒷정리를 하는 건데도 늘 자정을 훨씬 넘겨 방전된 상태로 눕는다. 무엇보다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하러 다닌다는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둘이라니? 아예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첫째처럼 돌 전에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지금처럼 등하원 시간에 베이비시터를 또 구해야 한다. 아이 두 명을 봐 주는 이모님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비용도 두 배로 뛴다. 최후의 수단으로 입주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버는 월급 그대로를 갖다 바쳐야 할 판이다. 그럴 바엔 일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 그러나 나는 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지금 그만뒀다가는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남편은 밤 11시에 퇴근… 저 혼자 또 독박 쓰겠죠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자녀가 여아인 경우, 엄마가 상용직인 경우, 영유아가 기관을 이용할 경우에 후속 출산계획을 세우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0~5세 영유아 자녀 1명을 둔 직장맘 2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본인과 배우자의 주중 자녀 양육 참여 시간이 길수록,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정도가 낮을수록 후속 출산계획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 부부의 직장은 안정적일지 몰라도 일은 매우 바쁘다. 나는 오후 8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고 남편은 매일 오전 6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온다. 부부의 자녀양육 참여 시간이 아주 적을뿐더러 나는 일과 가정을 형식적으로만 양립하고 있을 뿐이다. 나와 회사, 어린이집과 이모님. 이 모든 퍼즐이 겨우 다 맞춰진 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 아슬아슬한 고리가 하나라도 틀어질까 늘 노심초사하며 버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맞벌이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길 정도다. ●딸아! 미안… 동생 만들어주는 건 힘들 것 같구나 나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며, 이런 아기가 한 명 더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도 되고 아이에게도 친구 같은 형제가 있으면 의지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한다. 자녀가 주는 기쁨과 행복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정말 크다. 그러나 나의 모든 걱정과 여러 종류의 고통은 단순히 두 배가 아닌, 몇 배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둘째를 갖는다는 것이 모두에게 무책임한 결과를 낳을까 우려도 된다. 둘째는 지금으로선 나의 선택 범위를 뛰어넘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하루 종일 아기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던 불과 1년여 전의 기억들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그만큼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기쁨이 크다. 신생아를 키우던 극한의 시간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길에서 마주치는 갓난아기들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이가 어느덧 21개월. 주변에서도 슬슬 둘째 계획을 묻는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여러 차례 생각해 봤지만 떠올릴 때마다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도 열심히 일하며 성공한 선배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무척 존경스럽다. 하지만 친정과 시댁 찬스를 10분도 쓸 수 없는 내 상황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상적 자녀 수는 2.7명… 실제 출산율은 1.2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7월 공개한 ‘자녀 가치 국제 비교’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2.72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은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1명이었다. 자녀가 둘 이상은 있어야 좋다는 생각이지만 정작 현실에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임신해서 출근하기, 육아휴직 말하기… 어쩌죠 둘째가 생길 경우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 봤다. 우선 첫 번째 고민은 회사에 임신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육아휴직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첫째 때도 1년 3개월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썼는데 둘째 때도 꼬박 다 쓰겠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앞서 선후배 동료들 중에도 그런 예가 없다. 엄마와 아기가 최소 1년은 함께해야 원만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야 눈 질끈 감고 모른 척한다고 치자. 두 번째 고민은 임신을 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출산 한 달 전까지 출퇴근하며 일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임신 초기에는 회사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했고 중기부터는 무거운 몸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나름 수월하게 다녔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34주에 조산기로 입원하고 말았다. 내 한 몸 이끌고 다니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 활발한 첫째도 있다. 둘째는 배도 더 빨리 많이 나오고 모든 임신 증상들이 더 심해진다고 들었다. 가뜩이나 신경은 예민하고 체력이 달릴 텐데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첫째의 응석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아이들도 동생이 생기는 걸 용케 알아채고 엄마에게 더 안기고 어리광을 부린다는데 아무리 나의 ‘첫사랑’이지만 마냥 사랑으로 받아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 명도 힘든데 두 명 키우려면… 전 괜찮을까요 세 번째 고민은 출산을 하는 것이다. 당장 출산할 때 첫째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남편에게 첫째를 맡기고 혼자 분만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산후조리는 꿈도 못 꾸게 된다.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에서는 첫째 아이 동반을 금지하고 있고 집으로 산후도우미를 부르면 2주 동안 기본 70만~80만원이 드는 비용에 첫째 아이 돌봄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결국 몸이 덜 회복된 상태에서 둘째에게 수시로 젖을 먹여 가며 동시에 첫째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주기까지 혼자 해야 한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지난해 아기 한 명을 먹이고 재우는 것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을 치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 괴로운 시간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것도 막막한데 아이가 둘이 되면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 ●아이 두 명 봐줄 이모님은 찾을 수 있을까요 네 번째 고민이자 둘째를 가질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는 것이다. 임신, 출산 기간 동안 내 몸 힘든 거야 그럭저럭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해봤으니 처음처럼 아무것도 몰라 허둥대지 않을 것이고 약간의 요령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이 둘을 놔두고 일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까지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란 고민을 수백 번 했다면 이제는 수천 번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6시간,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6시간 남짓 맡기고 있다. 아이는 15개월 무렵부터 하루의 절반은 남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하고, 게다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이 작은 아이 한 명 있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이모님에게 드려야 하고, 혹시나 어린이집이나 이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아이를 맡기지 못할 일이 생길까 봐 항상 전전긍긍한다. 휴가도 벌써 여러 번 썼다. 퇴근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제2의 출근길’이다.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청소나 빨래를 일주일에 한두 번 겨우 해내고, 매일 저녁이나 조금 챙겨 먹고 뒷정리를 하는 건데도 늘 자정을 훨씬 넘겨 방전된 상태로 눕는다. 무엇보다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하러 다닌다는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둘이라니? 아예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첫째처럼 돌 전에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지금처럼 등하원 시간에 베이비시터를 또 구해야 한다. 아이 두 명을 봐 주는 이모님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비용도 두 배로 뛴다. 최후의 수단으로 입주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버는 월급 그대로를 갖다 바쳐야 할 판이다. 그럴 바엔 일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 그러나 나는 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지금 그만뒀다가는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남편은 밤 11시에 퇴근… 저 혼자 또 독박 쓰겠죠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자녀가 여아인 경우, 엄마가 상용직인 경우, 영유아가 기관을 이용할 경우에 후속 출산계획을 세우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0~5세 영유아 자녀 1명을 둔 직장맘 2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본인과 배우자의 주중 자녀 양육 참여 시간이 길수록,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정도가 낮을수록 후속 출산계획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 부부의 직장은 안정적일지 몰라도 일은 매우 바쁘다. 나는 오후 8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고 남편은 매일 오전 6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온다. 부부의 자녀양육 참여 시간이 아주 적을뿐더러 나는 일과 가정을 형식적으로만 양립하고 있을 뿐이다. 나와 회사, 어린이집과 이모님. 이 모든 퍼즐이 겨우 다 맞춰진 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 아슬아슬한 고리가 하나라도 틀어질까 늘 노심초사하며 버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맞벌이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길 정도다. ●딸아! 미안… 동생 만들어주는 건 힘들 것 같구나 나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며, 이런 아기가 한 명 더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도 되고 아이에게도 친구 같은 형제가 있으면 의지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한다. 자녀가 주는 기쁨과 행복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정말 크다. 그러나 나의 모든 걱정과 여러 종류의 고통은 단순히 두 배가 아닌, 몇 배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둘째를 갖는다는 것이 모두에게 무책임한 결과를 낳을까 우려도 된다. 둘째는 지금으로선 나의 선택 범위를 뛰어넘었다. baikyoon@seoul.co.kr
  • “남극세종기지 안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자부심”

    “남극세종기지 안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자부심”

    극한의 대지인 남극에도 우리 군인이 파견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주인공은 남극 대륙에서 유일한 한국군 장병인 해군 해난구조대(SSU) 소속 이기영(39) 상사. 해군은 2009년부터 매년 고무보트 운용 능력과 잠수 능력을 갖춘 대원 1명을 선발해 남극 킹 조지섬 세종과학기지의 월동대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해군의 여섯 번째 파견 요원인 이 상사는 지난해 11월 28차 월동대원 17명 가운데 해상안전담당으로 선발돼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상사의 주요 임무는 고무보트와 바지선을 운용하며 연구원들의 연구 활동을 안전하게 지원하고 보급품을 수송하는 것이다.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 조지섬은 평균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나들기 때문에 콘크리트 부두 시설을 짓기 어렵다. 부두가 없기 때문에 일반 선박이 접안할 수 없고 기지에서 쓰는 보급품은 고무보트와 헬기로 수송해야 한다. 보급품 수송 작업은 주로 바다가 얼지 않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이뤄진다. 하지만 이 시기도 바닷물 온도가 영하 2도로 매우 낮고 유빙이 많은 데다 파고가 3~4m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 상사는 기상 상황이 좋은 3~4일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보급품 수송 작업을 실시한다. 그는 정기적인 보급 이외에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세종과학기지에서 10여㎞ 떨어진 칠레 기지까지 가서 고무보트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실어 나른다. 오는 12월 1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이 상사는 30일 “가족과 만날 수도 없고 수송 작업을 할 때는 하루에 2~3시간만 눈을 붙일 정도로 바쁘지만 극한의 바다에서 기지의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부심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해군이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中 성매매女 “한국 원정성형 위해 성매매”

    中 성매매女 “한국 원정성형 위해 성매매”

    일부 중국 여성들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온바오닷컴에 따르면 상하이 민항구(闵行区) 공안국은 지난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신(微信)을 이용해 성매매를 한 혐의로 10여명을 검거했다. 공안국은 지난해 12월 제보를 받고 9개월 동안 웨이신을 통한 성매매를 수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국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신(微信)에 ‘미녀수용소’(美女集中营)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개설한 뒤 회원 500여명을 모집해 성매매를 알선했다. 성매매는 주로 상하이 시내 5성급 호텔에서 이뤄졌으며 베이징, 광저우 등에서도 성매매를 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매체는 접대녀들이 자신을 모델, 배우, 미인대회 우승자라고 홍보하며 고객을 유혹해 성매매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성매매 1회당 최소 5000위안(한화 약 93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2만 위안(373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적인 사실은 성매매로 번 돈의 상당액이 한국 원정성형에 쓰였다는 것. 적발된 여성들은 자신들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한두 달에 한번씩 한국에 가서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받았고, 평균 1만 위안(185만원) 가량을 지불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공안국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들이 동일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아 마치 네 쌍둥이가 서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라고 밝혔다. 주범으로 지목된 우모씨 등 2명은 본인들도 성매매를 하는 것은 물론 성매매 알선을 하며 중간에서 소개비를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신온라인’(女神在线), ‘여비서기지’(蜜儿基地) 등의 채팅방을 개설해 성매매를 할 여성들을 모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좋은 소식’은 새댁에게 차라리 묻지 마세요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좋은 소식’은 새댁에게 차라리 묻지 마세요

    명절 연휴.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시간들을 부담스러워할 테지만, 특히 더 가시방석에 앉아 비수를 꽂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아기가 왜 안 생기느냐”, “좋은 소식은 언제 들려줄 거냐”는 등의 질문에 또다시 시달려야 하는 부부들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묻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하는 부분이 생겼다. 바로 자녀 계획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뼈저리게 절감했을뿐더러 아기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거나 여러 이유로 잃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경험한 이유에서다. 누구나 엄마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마라는 이름을 갖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계획보다 일찍 아기가 생기는 바람에 주변에서 “아기는 왜 안 갖느냐, 언제 갖느냐” 등의 질문 세례를 받지는 않았다. 그래서 잘 몰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의 자녀 계획에 관심을 쏟는 줄을 말이다. 단순한 궁금증에 잔소리를 넘어서 아예 취조를 하는 듯한 치밀한 물음이 이어졌다. 게다가 임신했을 무렵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이 주변에서 아기 문제로 마음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기를 간절히 기다리지만 생기지 않는 부부, 유산을 한 부부, 조산을 한 부부. 모든 아픔이 아주 가까이서 일어났다. ●난임 매년 증가… 왜 그런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 보건복지부는 난임에 대해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1년간 지속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1년 안에 아기를 갖는 것이 오히려 기적처럼 보였다. 임신해서 몸이 너무 힘들다는, 아기 키우기가 너무 버겁다는 투정을 아무에게나 자유롭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힘들고 버거워하는 아기를 지인들은 너무나 간절히 기다렸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10년 19만 8197명에서 2011년 20만 5297명, 지난해에는 21만 5392명으로 늘어났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정도가 이만큼이니 아직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까지 더하면 더욱 많을 것이다. 지난해 난임 진단을 받은 21만 5392명 가운데 남성 요인이 4만 8475명, 여성 요인이 16만 4077명, 습관성 유산이 6513명으로 분류됐다. 보통 여성의 경우 고령 임신(35세 이상)이 늘어나면서 난소 기능이 저하되고 자궁내막증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엔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등이 정자의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정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아기가 안 생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첫아이를 빨리 임신하고 건강히 낳았어도 둘째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 6~8주 초기 유산은 생리처럼 흔하다는데… 아기가 왜 안 생기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딱히 알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그 이유를 캐물었다. 부부 중의 하나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남편의 문제냐, 네 문제냐”며 생판 남의 난자와 정자의 건강까지 걱정한다. 심지어 “아기를 가지려면 이렇게 하라”며 부부 관계에 관한 충고까지 서슴지 않으니, 과연 우리가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부해야 하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다. 사람들에게 “아기가 왜 없느냐”고 묻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유산 때문이다. 임신을 어렵게 하더라도 그 뒤가 더욱 문제다. 아기를 열 달 동안 무사히 품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임신 6~8주쯤의 초기 유산은 매달 생리를 하는 것처럼 흔한 일이라는 말까지 있다. 임신을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뻐했는데 바로 다음주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사연은 육아 커뮤니티의 단골 소재다. 차라리 빨리 잃었으니 덜 슬플 것이라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시간이 길든 짧든 내 품 안에 찾아왔던 생명을 잃었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신부 10명 중 1명꼴로 유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출생자 및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임신 출산 진료비를 지원받은 인원이 239만 3383명인 데 비해 출생자 수는 218만 6948명으로 나타났다. 진료비를 지원받은 임신부가 출생한 아기보다 9.4% 더 많은 것이다.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받는 것도 아기가 정상적으로 자리잡은 뒤에 예정일이 정해지는 8~9주쯤이었으니 그 이전에 유산되는 일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12주가 넘으면 임신의 ‘안정기’로 여겨지지만, 나는 한결같이 “임신에 안정기는 없다”고 주장한다. 중기 유산, 사산 등으로 고통받는 엄마들을 보면서, 조산의 두려움을 직접 느꼈던 입장에서 나온 말이다. ●유산 위기 후 태아에게 “천천히 건강하게 만나자” 2013년 12월 말 기준 미숙아(37주 이전 출생) 수가 2만 6408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출생아가 전체 43만 6455명이었다. 2009년 1만 6223명에서 5년 새 1만명가량이 늘었다. 태어나는 아기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미숙아, 또는 40주를 채웠더라도 체중이 2.5kg이 안 되는 저체중아의 출생은 매년 늘고 있다. 육아 커뮤니티에서 접한 이른둥이 엄마들의 사연은 눈물겹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오가며 안아 보지도 못하도록 자그마한 아기가 몸에 각종 의료기기를 달고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때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조차 감사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애타는 심정으로 넘기는 엄마들에게는 아기를 끝까지 품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걱정이 서려 있다. 출산 바로 직전까지 일을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회사를 다녔던 나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13주쯤 갑작스럽게 하혈을 해 회사를 조퇴하고 울면서 산부인과에 달려가기도 했다. 유산방지 주사를 맞은 뒤부터 뱃속 아기에게 “아가야, 빨리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 말을 잘 듣고 정말로 빨리 나올까봐였다. “정말 보고 싶지만 우리 천천히, 건강하게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생명’은 뜻·계획대로 안 돼… 아기는 모두 소중 34주에는 하루 종일 배가 불편해 퇴근 후 응급실에 갔더니 갑자기 조기 진통이라며 입원을 하라고 했다. 출산휴가를 최대한 아기와 함께 쓰겠다는 계획은 의지와 관계없이 물거품이 됐다. 일주일 동안 주사를 맞으며 병원에서 지냈고, 집에 와서도 꼼짝도 못 하고 누워만 지냈다. 그렇게 38주에 3.15kg의 아기를 낳았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조산기가 있어 임신 기간 내내 병원에서 누워 지내거나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엄마가 되기 위해 저마다 사연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겪고 나니 생명에 대해서는 절대 함부로, 가볍게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한 뒤 결혼까지는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는데, 생명은 의지와 계획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새겼다. 언제, 어떻게 아기를 갖고 낳았든 태어난 아기는 그 자체로도 모두 소중하다. 아기를 기다리는 부부들과 아기를 품고 있는 예비 엄마들의 마음은 더욱 배려받아야 한다. ‘좋은 소식’은 먼저 알리기 전까지는 차라리 묻지 않는 것이 상처를 조금이라도 달래 주는 일인 것 같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아하! 우주] 화성의 인류기지 3D 프린터로 어떻게 만들까?

    [아하! 우주] 화성의 인류기지 3D 프린터로 어떻게 만들까?

    화성은 인류의 다음 탐사 목표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에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인 SLS(Space Launch System)와 오리온 우주선을 이용해서 인류를 달 궤도 너머 화성까지 보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 화성에 착륙한 화성인들이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을 만드는 일은 막대한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를 지구에서 모두 수송해온다면 비용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 물론 화성에서의 체류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화성과 지구의 공전 주기를 고려하면 아무 때나 지구로 귀환이 가능한 것이 아닌 데다 만약의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영화 ‘마션’ 처럼 화성 기지에서 오래 버텨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대안 중 하나는 현지에서 최대한 물자를 조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3D 프린터가 그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화성 표면의 흙은 레골라스라고 부르는 고운 모래 입자로 되어 있다. 이 모래 입자를 접착제를 이용해서 원하는 모양으로 출력한다면 간단한 건축자재를 대신할 수 있다. 즉, 벽돌이나 시멘트 대신 레골라스를 이용한 화성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물론 복잡한 우주 기지 전체를 이런 식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핵심 거주 공간은 우주선으로 쉽게 실어나를 수 있는 팽창식 모듈(풍선처럼 접혀있다가 팽창하면 거주 모듈이 되는 방식)을 사용해 무게와 부피를 최대한 줄이고 이 모듈을 보호할 구조물은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해서 3D 프린터로 필요한 모양으로 출력한다. 우주비행사가 화성에 도착했을 때 모든 공사가 완료되어야 하므로 이 공사는 모두 로봇에 의해 100% 자동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화성 표면에 여러 대의 로버를 보내긴 했지만, 이번에는 여러 대의 로봇들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포스터 + 파트너(Foster + Partners)라는 회사에서 디자인한 모델은 93㎡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거주 모듈을 3D 프린터와 로봇에 의해 건설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사실 이 회사 말고도 화성에 건설되는 기지를 3D 프린터로 건설하자는 제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어쩌면 3D 프린터가 인류의 우주 개척의 역군이 될지도 모른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우주를 보다] 태양의 1년 움직임…남극 ‘아날렘마’ 포착

    [우주를 보다] 태양의 1년 움직임…남극 ‘아날렘마’ 포착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 위에 떠오르는 태양. 그렇다면 태양은 매일 같은 시간에는 같은 위치에 있을까?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남극에 위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연구기지 콘코르디아에서 촬영한 환상적인 태양의 모습을 '오늘의 천체사진'으로 공개했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는 사진 속 빛은 바로 태양이다. 이 사진은 9월부터 3월까지 7개월 간 태양의 위치를 같은 장소, 같은 위치에서 촬영한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은 사진에서 나타나듯 '아니다' 로, 이같은 현상을 전문용어로 '아날렘마'(Analemma)라 부른다. 다소 낯선 용어인 아날렘마는 같은 시각, 같은 위치에서 1년 간 태양의 위치를 촬영해 기록했을 때 8자 모양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황도와 지구의 타원형 공전궤도의 맞물림으로 인해 생기며 위도에 따라 8자 모양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아래 사진 참조) 각 지역에서 촬영된 아날렘마 사진이 흔치 않은 이유는 1년 간 촬영해야 하고 촬영시 카메라 위치도 바뀌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한 날씨의 영향까지 받기 때문에 그야말로 이같은 사진은 노력의 산물이다.  남극에서 촬영된 이 사진에서 9월부터 3월까지 밖에 태양이 없는 이유는 나머지 달에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숨기 때문이다.  사진=Adrianos Golemis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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