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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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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이란 이런것!

    디자인이란 이런것!

    1919년부터 1933년까지 독일에 존재했던 예술학교 바우하우스는 단순하고 편리한 디자인으로 전설의 이름이 됐다. 사회주의 이념에 기초해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디자인 제품을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토목·목석 조각·금속·도자기·벽화·글라스 그림·직물·인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장인들을 길렀던 바우하우스는 나치에 의해 폐쇄됐다. 하지만 독일어로 ‘집을 짓는다’는 뜻을 지닌 바우하우스의 이념은 그곳에서 교육받은 장인들이 남긴 튼튼하고 아름다운 제품으로 여전히 살아 숨쉰다.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는 다음달 20일까지 ‘바우하우스&모던 클래식-사보 컬렉션’전이 열린다. 삽화 작가 사보(본명 임상봉)가 1990년부터 20년 가까이 독일에 머물며 수집한 의자, 테이블, 소파, 벽장, 생활 소품 등이 전시된다. 바우하우스에서 교육받은 장인들이 만든 가구는 아직까지도 촌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도 디자인을 베낀 제품이 생산되는 혁신적인 의자들. 1928년 처음 생산된 마르셀 브로이어(1902~1981)의 ‘B32’ 의자는 알루미늄 스틸로 뼈대를, 합판으로 등과 엉덩이 받침을 만들었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의자 디자인을 할 때 모델로 삼은 제품으로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체성을 만든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1960년대 만든 플라스틱 의자도 만날 수 있다. 당시에는 혁신적인 소재였던 플라스틱으로 만든 붉은색 의자의 디자인은 지금도 포장마차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제품 속에 남아 있다.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폴 케도비우스가 만든 선반 지지대는 다양하게 선반을 조합할 수 있어 실내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진짜 나무로 만든 전화기, 웃는 얼굴처럼 스피커가 디자인된 오디오 등 재미있으면서 담백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소품들도 많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사보는 “지금은 한국의 고가구와 막사발, 달항아리 등을 수집하고 있다.”면서 “바우하우스의 디자인과 조선시대의 백자는 단아하면서도 서민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02)515-9496.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그의 눈을 통해 다시 태어난 조선백자

    그의 눈을 통해 다시 태어난 조선백자

    “오랜 시간 조선 백자를 관찰하면 고요한 가운데 미세한 떨림이 느껴질 때가 있었고, 이를 사진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사진작가 구본창(왼쪽·57)은 3년여간 전 세계 5개국 13개 박물관을 돌며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 왔다. 그가 2006년 발표한 백자 사진 시리즈는 외국 박물관이 한국 도자기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 특별한 전시로 평가받는다. 여인의 피부 결을 연상시키는 핑크빛과 선비의 기개를 담은 흑백 톤으로 표현된 백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백자에 정신이 있다면 그 정신이 담긴 초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는 백자를 만들었던 도공이나 그 도자기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썼던 조상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관심은 2007년 일본 규슈 국립박물관의 조선 백자전, 같은 해 도예가 박영숙과 함께한 대영박물관의 추석 기념 달항아리전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오는 19일부터 9월26일까지 미국 동부의 권위 있는 미술관인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 ‘평범한 아름다움: 한국 백자와 구본창 사진전’이다. 미국 미술관 전시는 처음이다. 구 작가는 31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백자를 찍기 위해 세계 여러 박물관을 두드릴 때 알게 된 큐레이터가 오랜 기간 공들여 성사시킨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의 ‘백자’ 사진 가운데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시리즈 20점과 미국 공공기관 및 개인 소장자에게서 대여받은 한국 백자 16점을 선보인다. 구 작가가 조선 백자에 매료된 계기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어느 책자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 도예가인 루시 리가 조선 백자를 옆에 놓고 찍은 사진을 봤어요. 큰 볼륨감과 완만한 선에 감동하게 됐고 시간의 상처인 긁힌 흔적들과 하얀 속살 같은 표면은 머나먼 고향을 떠나 낯선 외국인의 옆에 놓여 있는 백자가 마치 내게 다가와서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죠.” 15년 뒤에야 구본창은 전 세계 박물관과 수장고에서 마치 한 사람, 한 사람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 백자의 혼을 카메라로 담아냈다. 지난 3월 경북 경산시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전임교수로 임용된 그는 사진작가를 꿈꾸는 신세대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선배’로 꼽힌다. 팬을 몰고 다니는 한국 대표 사진작가인 배병우, 김중만과 함께 지난해 3인전을 열기도 했다. 최근 그가 촬영한 영화 ‘시’ 포스터(오른쪽)는 노()배우 윤정희의 얼굴에서 마치 조선 백자처럼 오랫동안 숨겨진 내밀한 표정을 끄집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구 작가는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와 윤정희씨를 좋아하는데 윤정희씨도 언젠가 탈을 주제로 한 제 사진전을 파리에서 보고 피사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며 “사진작가와 모델 간의 깊은 신뢰가 좋은 작품(포스터)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백자 시리즈로 구본창 개인전을 열었던 국제갤러리 측은 “그의 작업은 단순한 사진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에 조선 도자기에 대한 인식을 다시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강익중 14년만에 개인전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강익중 14년만에 개인전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이제 딱 오십살이 된 강익중은 동안(童顔)에다 엄청난 달변이었다. 그의 말은 대부분 인생의 지혜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잠언과 같은 것들이어서 왜 고(故) 백남준이 강익중을 지원했는지 알 듯했다. 아마도 젊었을 때의 백남준과 강익중은 많이 닮았을 터다. ●광화문 가림막 ‘광화에 뜬 달’ 제작 서울 광화문 복원현장의 가림막 ‘광화에 뜬 달: 산, 바람’을 만든 강익중은 지난 10여년 간 어린이 그림과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골몰했다.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리는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는 14년 만에 화랑에서 열리는 강익중의 개인전이다. 1984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돈을 벌려고’ 미국으로 간 작가는 26년째 뉴욕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달항아리, 한글, 산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적 소재들이다. “달항아리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순수하고 당당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그리고 작가로서 닮아가야 할 두 단어가 ‘순수’와 ‘당당’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의 얼굴도 달항아리처럼 순수하고 당당했다. 달항아리는 그릴 때마다 공부가 된다.” 조선 백자인 달항아리는 아래와 위를 따로 만들어 붙인다. 이런 고유의 제작방식 때문에 강익중의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이 작품에 담겨 있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 소개되는 달항아리 회화 작품에는 자세히 살펴보면 볼펜으로 그린 작가의 또 다른 그림이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숨어 있다. 사람, 집, 새 등을 아이들의 그림체로 그린 작은 그림들은 귀엽고 새롭다. ●병원 설치미술은 희망 주려는 것 조선 후기의 뛰어난 문인화가였던 강세황과 강희안의 후예인 강익중을 우리에게 알린 것은 유학 생활의 고단함이 담긴 3인치짜리 작은 그림들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꿈을 담은 작은 그림을 모아 대형 설치작품으로 완성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벌였다. 경기도미술관과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 충남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 있는 ‘희망의 벽’이 대표적이다. 강익중은 “아픈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가 꿈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희망의 벽’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 아이들의 꿈을 담은 그림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계획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는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어떤 권력이든 100년을 가기는 어렵거든요.”라고 통일에 대해 전망하는 강익중은 우리 민족이 요즘 큰 바람을 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민족의 에너지에 대한 그의 자신감은 다음 달 1일 개막해 10월31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EXPO)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대 엑스포 중 가장 큰 규모인 6000㎡의 한국관을 강익중은 한글과 단청 색으로 꾸밀 예정이다. ●상하이엑스포 한국관 단청 꾸며 개인전에 나오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나무에 14가지 단청 색을 칠하고 ‘강익중체’라 불리는 한글로 쓴 ‘내가 아는 것들’에는 재미있고도 유익한 내용이 많다. ‘부자들은 돈을 항상 펴서 가지고 다닌다.’ ‘뉴욕사람들은 콧구멍을 차 안에서 몰래 후빈다.’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가 그 내용의 일부분이다. (02)2287-3500.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달항아리, 그리스 조각상…이걸 다 비누로 만들었다고?

    달항아리, 그리스 조각상…이걸 다 비누로 만들었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으로 유학 가기 전 동양여자는 그리스에 2주간 머물렀다. 햇빛과 소음 속에서 기운생동하던 그리스의 조각상들이 대영박물관에서는 박제품처럼 보였다. 미대에 입학하고자 모범생이었던 그가 손가락이 터져라 그리고 만들던 석고상의 원본들이었다. 영국인들의 영어 발음을 따라하며 유학 생활에 적응하려 애쓰던 그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떨어져 나와 낯설게 보이는 그리스 조각들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매끈한 대리석 조각상들이 비누처럼 느껴졌다. 비누로 그리스의 조각상과 한국과 중국의 도자기를 만든 신미경(42)의 개인전 ‘트랜스레이션’이 다음달 19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본관에서 열린다. 신미경의 영국 유학 생활은 2004년과 2007년 대영박물관 전시에 초대작가로 선정되면서 인정받게 된다. 특히 2007년에는 대영박물관 한국관의 대표적인 유물인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대신해 비누로 된 달항아리를 전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양의 대리석 조각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비누가 닳듯이 눈동자가 문드러지고 팔이 떨어져 나간다. 신미경은 비누로 만든 불상을 화랑의 화장실에 설치해 관객들이 비누 조각의 유물화에 동참해 유일무이한 미술작품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비누를 굳혀서 깎아가며 수개월에 걸쳐 그리스 조각상들을 모각했던 신미경은 현재는 주물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지난 2년간 10t의 비누를 주문해서 비누회사의 특급 우량고객(VIP)이기도 하다. 원래 그리스의 조각상들은 눈동자에 색깔이 있고 속눈썹까지 달려 있을 정도로 섬세했지만 오랜 세월 때문에 남아 있지 않다. 대학 시절 화강암으로 작업했던 신미경은 비누로 조각상들을 재현하면서 속눈썹까지 일일이 달아주었다. 도자기는 상감으로 표현된 잎사귀와 줄기 등 세밀한 부분을 손으로 채색했다. 도자기의 유약이 주는 느낌은 투명비누를 입히고 방수처리를 해서 살려냈다. 비누로 ‘원본의 유령’을 만드는 신미경의 작품들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설명이다. (02) 735-8449.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나를 비워 세상 담고 천년 깨워 만년 잇고

    나를 비워 세상 담고 천년 깨워 만년 잇고

    다완(茶碗)이라고 부르는 그릇의 정겨운 다른 이름은 찻사발(沙鉢)이다. 한국인에겐 다완보다 사발이 더 익숙하다.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에는 아름다운 순수 한글 이름도 있다. 남자 밥그릇은 사발이라고 불렀지만 뚜껑이 달린 여자 밥그릇은 ‘옴파리’라고 불렀다. 김치를 담거나 찬그릇으로 사용하는 사발보다 조금 작은 그릇은 ‘보시기’라고 하고, 간장 등 장종류를 담는 그릇은 ‘종지’라고 한다. 목이 긴 호리병으로 못생긴 술병의 이름은 ‘멍텅구리’다. 생김새보다 술이나 물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기그릇의 깨진 조각은 ‘사금파리’. ●조선사발 선구자 故 신정희 선생 장남 사기장 신한균(49)은 이렇게 한국 도자기와 관련된 아름다운 이름들이 생명력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한국의 도자기가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사양길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흔히 도자기 만드는 사람을 예술가라는 의미로, 격조를 높여 도예가라고 부르지만 신 사기장은 그런 명칭을 사양한다. 전통 조선사발의 선구자인 고(故) 신정희 선생의 장남인 그는 “나는 장인의 아들로 태어나 사기 장인으로 살아왔고, 죽을 때도 장인으로 죽을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신정희 선생은 전통의 맥이 끊어지고 있던 조선의 사발을 완전히 재현해 낸 최초의 사기장이다. 어려서 흙을 조물락거리고 15살에 물레질을 시작한 신 사기장은 젊어서는 명지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연세대에서 MBA를 마친 뒤 28살부터 본격적으로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 사기장이 오는 10월6~18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갤러리에서 ‘천년을 이어온 그릇’전을 연다. 우리 그릇의 원류를 복원·계승한 명품 다기와 사발을 전시한다. 한국인의 인식 속에 한국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자기의 나라’다. 고려 때는 비색의 청자로, 조선시대 때는 순결한 백자로 이름을 날렸고 일본은 두 차례의 왜란을 통해 조선의 도공들을 납치해야 할 만큼,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세라믹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신 사기장이 거듭 강조하듯 16세기 이전에 섭씨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유약을 바른 표면이 매끄러운 자기를 만들어낸 나라는 중국과 한국이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주부들은 생활 도자기나 명품 도자기로 서구의 브랜드인 포트메리온·로열덜튼(영국)이나 로열 코펜하겐(덴마크), 빌레로이앤보흐·마이센(독일), 리모지 하빌랜드(프랑스) 등을 사랑한다. 토기를 만들던 그들이 중국 본차이나에 자극을 받아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자기를 굽는 법을 익혀 현재는 세계를 주름잡게 됐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일본의 노리야케의 탄생도, 막부에서 정책적으로 도자기를 국부의 원천으로 삼아 수출을 주도해 나가면서 일본 도자기가 한국 도자기를 추월해 나간 흔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한국 도자기의 현실은 신 사기장이 우려하고 걱정할 정도로 초라하지 않나 싶다. 국내 대기업에서 나오는 생활 도자기의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한국적이라기보다는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 적지 않다. 반면 경기 이천과 광주 등 전통가마에서 나오는 전통 도자기는 현대적 해석 없이 답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통적인 도자기 기법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신 사기장도 답습이란 비판을 비껴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는 청자의 비색을 재현하거나 조선의 달항아리를 베껴내는 데만 애쓰지는 않는다. 전통을 복원하는 가운데, 자신의 예술적 감성과 새로운 발견을 고스란히 작품으로 담아보려고 노력한다. 이번 전시에 나타나는 달항아리는 유약과 불의 사용을 통해 빚는 일반적인 달항아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국보급 도자기 원류는 모두 한국” 비오는 날 산에 가서 발자국을 남기고, 그 발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는 흙을 파서 그릇을 만든다든지, 유약으로 억새풀 재를 발굴해 낸다든지, 그릇의 굽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굽는 함경도식 도자기 제작법을 발굴하는 등은 그의 몫이었다. 우리가 흔히 일본식 자기 제작기법이라고 평가하는, 유약을 흘러내리게 하는 방식도 조선 도공들이 흔히 쓰던 제작기법이라고 한다. 신 사기장은 “일본 국보 기자에몽 이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쳤다는 일화가 있는 일본 중요 문화재 쓰쓰이쓰쓰 이도 등의 원산지가 모두 한국”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에서 이도는 그저 막사발로 불리며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아우라 펴냄)는 책도 펴냈다. 이 책은 조선사발의 가치와 아름다움, 쓰임새, 종류, 일화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도다완을 ‘황도사발’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일본 다도문화학회장 다니 아키라가 함께 썼는데, 다니는 이 책에서 “일본에서 쓰이는 조선사발은 조선 사기장들이 만들었으나 일본 사기장들의 미의식이 덧대어진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했다. (02)310-1921 문소영 홍지민기자 symun@seoul.co.kr
  • “직접 만들고 느끼며 창의력 키우세요”

    “직접 만들고 느끼며 창의력 키우세요”

    보고, 듣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 아이가 직접 만들고, 체험하면서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우길 원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공연과 놀이, 전시와 교육 등을 결합한 복합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고 있다. 여름방학에 가볼 만한 행사들을 소개한다. 국립극장은 27일부터 31일까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어린이예술학교’를 운영한다. 연극체험교실 ‘우리들의 이야기, 연극이 되다’는 연극과 춤을 기본으로 열린 사고와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뒀고, 움직임교실 ‘몸으로 말하기’ 는 춤, 미술, 음악이 어우러지는 통합적 예술체험 프로그램이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가 매년 여름 운영하는 연극놀이교실은 연극을 통해 창의력과 발표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유아반과 초등반으로 나눠 20일부터 8월15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8일부터 8월21일까지 어린이 여름방학 무료 미술 특강을 마련한다. 놀이를 통한 워크숍 형식의 미술 체험수업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조형물을 직접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17일까지 인터넷으로 접수받아 무작위 추첨한다. 삼성미술관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패밀리워크숍 ‘동그라미를 찾아요’를 21일부터 8월16일까지 운영한다. 백자 달항아리, 분청사기, 데미안 허스트 등 동서양 미술과 건축을 쉽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21일 크라운해태 사옥 1층 갤러리 쿠오리아에서 선보이는 ‘미술관이 마법에 걸렸어요’는 미술과 연극을 합친 통합미술체험극이다. 마녀로부터 과자로 만든 미술관을 지키기 위해 마술사와 요정이 미술관을 모험하며 다양한 양식의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8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에서 열리는 ‘와글와글 미술관’도 연극, 퍼포먼스가 결합된 체험 전시회다. 빛과 색을 주제로 한 아동극 ‘모네씨 안녕하세요’등이 전시관에서 공연된다. 9월27일까지. 과학 체험전도 있다.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연구팀과 갤러리 잔다리가 함께 만든 ‘빛을 쏘는 꼬마 과학자’가 18일부터 8월23일까지 갤러리 잔다리 어린이교육장에서 열린다. 지킬 박사의 요술액자, 몬스터 그림자 등 빛의 반사라는 과학적 현상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장난감 자동차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10일부터 8월23일까지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되는 어린이자동차과학 체험전 ‘키즈 모터쇼’를 놓치지 말자. 자동차 운행 원리에 관한 지식과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운전 체험까지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배우 브래드 피트 한국미술품 구입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고 있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아트페어에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한국 작가 이헌정과 장진씨의 작품을 구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 갤러리 서미앤투스에 따르면 피트는 바젤 아트페어와 함께 열리고 있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의 서미 부스를 찾아 이헌정의 테이블 작품과 장진의 컵 등을 구입했다. 콘크리트와 세라믹을 재료로 한 이헌정의 테이블 작품은 가로 140cm, 세로 68cm, 높이 45cm 크기로, 피트는 예약 구매 방식으로 작품을 구입했다. 서미앤투스 측은 이밖에도 예술가구 디자이너인 최병훈 홍익대 교수의 작품과 권대섭씨의 달항아리 등이 ‘한국적인 미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판매됐다고 전했다.2005년 시작된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은 수공예 디자인이나 한정생산된 ‘에디션’ 디자인 등을 선보이는 디자인 아트페어로, 한국에서는 이번에 서미앤투스가 처음 참여했다. 한편 피트는 바젤 아트페어에서 독일 작가 네오 라우흐의 그림을 68만유로(약 12억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 대가의 달항아리에 바치는 오마주

    대가의 달항아리에 바치는 오마주

    ‘도자기는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1970년대 중반 이화여대 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간 뒤 30년 넘게 자신만의 창조적인 도자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애쓰다 떠나간 이종수(1935~2008)의 도자기는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 갤러리에서 8~28일 열리는 ‘이종수·임동식 2인전’은 이 범상치 않는 그릇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서양화가 임동식은 고인이 된 이종수에 대한 오마주로 2인전에 참가했다. 예술로서의 도자기를 평생 구워온 이종수의 달항아리 표면은 잘디잔 흰꽃들이 겹겹히 들어찬 듯한 모습이다. 둥근 보름달과 상통한다는 달항아리 자체의 순결한 아름다움에, 표면의 내밀한 아름다움이 더해져 지루한 줄 모르고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 작가도 그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듯, 작품의 제목을 ‘잔설(殘雪)의 여운(餘韻)’이라고 지었다.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이나 메주의 질감을 향토적으로 표현한 ‘마음의 향(鄕)’ 등 도자기 21점이 전시됐다. 어떻게 이런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 부인과 도예가인 둘째아들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생각한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고 나머지는 소나무 장작 불길과 바람, 그날의 기온 등 바람에 맡겼다.” 고인은 둘째아들에게도 유약처리의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아들이 자신과 닮은 작가가 아니라, 창조적인 예술가의 길을 가길 바랐던 것이 아닐까 싶다. 서양화가 임동식(63)은 독일 유학 뒤 자연과 함께 하는 야외 설치미술 운동인 ‘야투(野投)’의 일원으로,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작업활동을 한다. 대학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이종수와는 낙향한 예술가로서 정신적인 교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출품작은 공주 원골마을에서 작업하던 1998년 전통적인 농경 사회의 모습을 화폭에 살려서 혼자 보고 즐기겠다고 그렸다는 ‘4남3녀’, ‘보름달 밤’, ‘엿장수’ 등의 유화들이다. (02)730-781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홍도 ‘검선도’ 경매시장 나왔다

    김홍도 ‘검선도’ 경매시장 나왔다

    단원 김홍도의 10폭짜리 병풍 그림과 ‘검선도(劍仙圖)’가 고미술 전문 경매업체인 아이옥션을 통해 12일 오후 5시 경매에 부쳐진다. 아이옥션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3월 메이저 경매’에서 화첩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단원의 10폭짜리 소병풍(추정가 4억 5000만~5억 5000만원)과 검을 차고 바위 위에 앉아 날아가는 학을 바라보는 사람을 그린 ‘검선도’(3억 5000만~4억 5000만원)가 각각 출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7000만~9000만원)와, 18세기 후반 영향력 있는 평론가였던 표암 강세황의 8군자 병풍( 8000만~9000만원)도 출품된다. 수화(樹話) 김환기의 지인이자 미술품 애호가가 소장해온 김환기의 1950년대 초반 유화 ‘해, 달, 산, 학’(1억 8000만~2억 5000만원)도 나오는데, 소장자는 김환기와 교유하며 받은 편지도 갖고 있다. 이 밖에 궁중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을 그린 조선시대의 의례도, 조상이 신숭겸이라고 쓰여 있는 ‘녹청자경자육월명묘지호(靑磁庚子六月銘墓誌壺)’, 조선시대의 달항아리 등도 경매에 나왔다. 아이옥션은 1000만원대 이하의 고미술품을 내놓아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접하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아이옥션은 또한 해외에서 주목받는 박선기, 이환권, 이재효 등 국내외 조각가 27명의 작품도 모아 경매에 내놓는다. 이번 경매 전체 출품작은 고미술 122점,근현대미술 51점 등 총 173점이다. 경매작품 프리뷰는 11일까지 경운동 SK허브 아이옥션 본사에서 진행된다.(02)733-643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풍요·복 기원하는 넉넉한 자태 달항아리

    풍요·복 기원하는 넉넉한 자태 달항아리

    라일락 꽃이 흐드러진 정물화를 많이 그린 도상봉 화백은 보라색 꽃을 정갈한 하얀 백자, 달항아리에 꽂아 그렸다. 도상봉 화백이 좋아한 달항아리는 부풀대로 부푼 만월의 보름달이 아니라 중간 부분이 묘하게 찌그러진 모양이라 시선을 끈다.그런데도 도 화백은 평생 그 달항아리를 몹시 사랑해 정물화를 그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소재로 사용했다. 갤러리현대 강남은 기축년 새해를 맞이하는 첫 전시로 ‘화가와 달항아리’ 전시를 연다. 양력으로 1월15일부터 음력 대보름인 1월15일을 지난 2월10일까지다. 경제위기로 살림살이가 어렵지만 새해를 맞이 대보름의 풍요와 복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달항아리는 백자의 희고 깨끗한 살결과 둥글둥글한 생김새 속의 간결한 기품 등이 보름달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예전엔 백자대호(白磁大壺)라고도 불렸다. 넉넉한 형태미로 조선시대 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작가 구본창씨는 달항아리에 대해 “조선 백자는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욕망을 절제하고, 마음을 비워 무욕의 아름다움을 성취한 놀라운 작품이다.”라면서 “사진기의 기계적 특성상 무욕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달항아리는 크기가 있어서 물레질로 점토를 끌어 올려 한번에 형태를 빚을 수 없다. 상층과 하층을 따로따로 만든 뒤 두 부분을 접합시켜 완성시킨다. 따라서 달항아리들은 대부분 이음새가 나타나는데 거의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완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도 화백이 사랑한 달항아리는 그렇게 보면 접합시킬 때 좀 많이 이지러진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달항아리를 수집하고 많이 그린 대표적인 작가 김환기 화백과 도 화백의 그림이 비교적 많이 전시된다. 추상화가인 김 화백은 “미에 대한 개안이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돼 조형과 미와 민족을 도자기에서 배웠으며, 나의 교과서는 도자기일지도 모른다.”고 한 만큼 도자기가 있는 정물을 많이 그렸다.해석도 다양하다. 현대작가 강익중의 달항아리는 마치 하늘을 머금은 것 같다. 고영훈은 극사실화로 그려내 손으로 만져 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조각가 정광호의 달항아리는 구리선이 얼기설기 엮어진 철제 달항아리다. 진짜 달항아리도 출품됐다. 고(故) 한익환의 작품을 비롯하여 고희를 맞으신 박부원, 영국 대영박물관과 미국의 휴스턴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박영숙, 그 외에도 권대섭, 신철, 강민수, 김은경, 양구, 강신봉의 작품이 출품된다. 아울러 소장가의 도움을 받아 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초대일과 전시기간 중 매주 일요일 낮 12시부터 2시까지 오곡밥과 나물을 곁들인 점심을 관람객에게 내놓는다. 1월15일(목)과 2월1일(일) 오후 2시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달항아리 강연회가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02) 519-08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 관객을 유혹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 관객을 유혹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보여 주는 전시들이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한국의 현대미술이 구비구비 어떻게 흘러왔는지 압축해 보여 주는 대형전시 ‘오늘의 한국미술-미술의 표정’전이 한창 관객을 맞고 있다. 내친 김에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으로도 발길을 옮겨 보자.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한국 현대미술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작품들로 ‘내 마음의 보물’전을 열어 놓고 있다. #‘오늘의 한국미술-미술의 표정’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46명이 20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밋밋한 종이 위에 담긴 이미지들이 어떻게 ‘예술’의 이름을 얻고, 또 보는 이들을 위무하는지 ‘미술의 원리’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에는 원로 화가 변시지(82)에서부터 한창 주목받는 젊은 작가 경성현(29)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 현대작가들이 참여했다. 최만린, 강요배, 이소영, 민병헌, 구본창, 도성욱, 이동기, 주태석, 함진, 홍경택, 박소영, 정연두, 박은선 박지숙 등 폭넓은 팬층을 거느린 작가들이 총망라됐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작가들도 작품을 많이 내놨다. 황란ㆍ김신일ㆍ윤희섭(미국), 방혜자ㆍ이효성(프랑스), 박성태(중국), 성상원(브라질) 등 해외무대에서 뛰고 있는 작가들도 다수 포함됐다.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전시의 의미는 더 커진다. 조각, 사진, 설치, 비디오아트 등 다양하다. 전시 공간을 짜는 데에도 기획의도를 십분 반영했다. 시각예술의 기본에 입각해 ‘형태’ ‘빛과 색채’ ‘움직임’ ‘공간’ 등 4가지 테마에 맞춰 공간을 나눴다.“작가들을 일일이 설득해 전시 주제에 맞도록 작품을 받았다.”는 게 기획 관계자들의 말이다. 만 5세부터 초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2시간짜리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나는야 화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가람미술관에서 7월6일까지.(02)580-1300. #‘내 마음의 보물’전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에도 다양한 장르의 국내 작품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기획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남서울 분관은 옛 벨기에 영사관 건물을 개조한 전시공간. 도상봉, 최영림, 오승우, 강익중, 배병우, 김상유, 이이남, 이길우 등 33명의 작품 51점을 만날 수 있다. 달 항아리, 고궁, 불상, 전통 수묵화 등 전통 문화유산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 미술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작들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전통 문화유산이 직접적인 소재나 영감이 됐다는 대목. 도자기, 고건축물, 회화 등 부문별로 전시공간이 구성됐다. 예컨대 강익중의 달항아리나 도상봉의 항아리 그림은 ‘도자기’ 섹션에, 배병우의 종묘 사진이나 강정헌과 정진용의 숭례문 그림은 ‘고건축물’ 섹션에서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8월3일까지.(02)2124-8941.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여백의 비움 채워진 자유

    여백의 비움 채워진 자유

    올해 ‘최고’의 한국미술 전시라 할 만한 ‘여백의 발견’전이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다. 새해 1월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미술의 정수들이 한 자리에서 소개된다. 리움과 국립중앙박물관,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미술과 현대미술 작품들을 모았다.4점의 국보와 보물 7점도 포함돼 있다. ●한국 미술사의 명품들 전시공간은 건축가 승효상이 부석사 무량수전의 건축적 특성을 재해석, 한국적인 공간미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산책하듯 미술품 사이를 누비다 흰 조약돌 위에 걸린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만나고, 마룻바닥을 딛고 올라 조선 달항아리를 볼 수 있는 식이다. 흔히 동양미술의 정신으로 여겨지는 여백, 비움의 미학은 이번 전시에서 자연·자유·상상의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김홍도의 병진년화첩에 실린 풍경화 옆에 장욱진의 ‘강변풍경’이 걸려 있고,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곁에는 김수자의 비디오작품 ‘빨래하는 여자’가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인도 야무나의 강물이 흐른다. 서양미술이 인물에 치중하고 동양미술이 산수화에 치중했다면, 첫번째 주제인 ‘자연’ 속에서는 자연과 일부가 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번째 주제인 ‘자연’의 대표작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백자호. 둥근 보름달처럼 꽉 차 있어 흔히 달항아리라 불리는 이 도자기는 보물 1424호. 문화재청에 의해 최근 국보로 지정 예고돼, 다음달이면 국보가 된다. 이 달항아리는 안에 담겼던 물질에서 배어나온 얼룩이 표면에 남아 있어 더욱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지금까지는 얼룩의 성분이 색깔로 봐서 간장으로 추정됐지만, 리움 보존연구실의 검사 결과 오동나무 기름성분이 검출돼 관심을 모은다. 조선시대 ‘분청사기인화 원권문 장군’의 점무늬와 김환기의 푸른색 추상화 ‘하늘과 땅’의 점무늬가 유사한 것도 흥미롭다. 세번째 주제인 ‘상상’에서 특히 상상력을 돋우는 작품은 국보 240호인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이 초상화는 허공에 얼굴만이 둥둥 떠 있는 듯 그려져 있는 데다 형형한 눈빛에 수염 한올한올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후손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 리움측은 초상화에 달랑 얼굴만 그려진 것과 관련, 그동안 미완성작이라는 등의 추측이 많았지만 몸통 부분은 안료가 날아가서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구의 점까지 잘 보존된 초상화에서 몸 부분의 안료만 사라졌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여백은 오늘날 중요한 정신가치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서울까지 날아온 신라시대 얼굴무늬 수막새는 일부분이 사라졌지만 그래서 더욱 멋스러운 유물이다. 안규철의 탁자 위에 어항과 금붕어 그림을 배치한 개념미술 ‘먼 곳의 물’이나 이우환의 철판과 돌을 설치한 조각 ‘관계항’ 등도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 리움 부관장은 “국제무대에서 한국미술의 이미지는 아직 미미한 데다 한국미술을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도 부족했다.”면서 “여백이란 아시아적 가치를 담아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02)2014-690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조선 달항아리 2점 국보 지정예고

    조선 달항아리 2점 국보 지정예고

    문화재청은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보물 제1424호 조선백자 달항아리와 보물 제1440호인 개인 소장 달항아리를 국보로 지정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에 주로 빚어진 달항아리는 높이가 40㎝ 이상 되는 대형으로 유백색(乳白色)의 빛깔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떠올리게 해 붙여진 이름이다. 두 달항아리가 30일 동안의 예고기간 이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지정되면, 국보 달항아리는 기존의 우학문화재단이 소장한 국보 제262호와 함께 세 점으로 늘어난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국립민속박물관 ‘허벅과 질그릇’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 ‘허벅과 질그릇’ 특별전

    ‘한라산과 제주에는 샘과 우물이 매우 적어서, 사람들이 5리나 되는 곳에서 물을 길어오는데, 이를 가까이 있는 물(近水·근수)이라고 한다.’ 기묘사화로 유배지 제주에서 생을 마감한 충암 김정(庵 金淨·1486∼1521년)이 쓴 ‘제주풍토록’의 한 대목이다. 물을 길러가는데 5리 정도는 가깝다고 해야 할 지경이고 10리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강우량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편이다. 하지만 구멍이 숭숭뚫린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화산회토 지질이어서, 내린 비는 곧바로 지하로 스며들어 해안가에서 물이 솟아난다. 이렇듯 먼 곳에서 물을 길어가는데 필요한 것이 ‘허벅’이다.196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의 새벽은 물허벅을 지고 용천수(湧泉水)나 공동수도장으로 물길러가는 아지망(아낙)의 발자국 소리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허벅은 보통 대나무로 짠 일종의 배낭인 물구덕에 넣어 어깨에 멘다. 이런 모습으로 물길러가는 제주 아낙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를 상징하는 풍경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3일 기획전시실에서 ‘허벅과 제주질그릇’ 특별전을 시작했다. 민속박물관이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벌이는 ‘2007 제주민속문화의 해’ 행사의 하나이다. 한 때 대량 유통되었다는 양철허벅과 이른바 ‘고무다라이’와 비슷한 재질인 고무허벅에 눈길이 가는 것은, 산업화 사회가 도래했다는 20세기 후반에도 제주의 물사정은 ‘제주풍토록’이 씌어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전에는 허벅을 비롯해서 허벅보다 입이 더 낮고 넓은 방춘이와 능생이, 입에 턱을 만들어 깔때기처럼 만든 등덜기, 소주를 증류하는 고소리, 떡을 찌는 시리 등 질그릇 220점과 사진 90점이 출품됐다.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이 1702년에 제주의 자연·역사·산물·풍속을 기록한 ‘남환박물(南宦博物)’과 이원진이 1651년 제주목사로 재임한 26개월동안의 자료를 정리한 ‘탐라지’, 김상헌이 제주에 안무어사(按撫御史)로 파견된 1601년 8월부터 6개월동안 쓴 기행문 ‘남사록’등의 자료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특별전은 지역 민속자원을 발굴하여 지역민속을 보존하고 연구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뭍 사람들에게 제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전시회장을 둘러보면, 생활사 박물관이 아닌 미술사 박물관에 온 것이 아닐까 착각할 만큼 허벅의 현대적 아름다움에 눈을 비비게 된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허벅의 매력을 관람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꾸민 세련된 전시기법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신광섭 민속박물관장은 “요즘은 허벅의 선을 재현하지 못할 만큼 옛 허벅에는 나름대로 정제된 예술적 감각이 배어 있다.”면서 “지금은 허벅을 예술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달항아리가 그랬듯 100년쯤 뒤에는 허벅 자체가 갖고 있는 예술성이 부각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속박물관의 ‘허벅과 제주질그릇’특별전은 오는 8월15일 막을 내린다. 이어 9월18일부터 10월31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같은 전시회가 이어진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 조선백자 달항아리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 조선백자 달항아리

    조선백자 달항아리는 요즘 한국의 문화재를 대표하는 스타로 톡톡히 대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네딕트수도원의 독일인 신부 안드레아 에카르트가 1928년 완성한 최초의 한국 미술통사(通史)인 ‘조선미술사’에는 아예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더군요.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강조할 때 흔히 인용되는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한국과 그 예술’의 신판(1954)에도 막상 달항아리를 뜻하는 대호(大壺)를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오만한 풍정(風情)이 아니라 쓸쓸한 자태’라고 했을 뿐입니다. 갈수록 달항아리 열풍이 거세지도록 만든 공은 1950∼1960년대 일찌감치 그 예술성에 눈뜬 김환기 화백이나 최순우 선생에게 먼저 돌려야 합니다. 여기에 20세기 후반기 이후 국내외를 막론한 급격한 산업화도 자연미 그 자체인 달항아리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조선의 도자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무너지다시피 했습니다.17세기 후반 철화백자가 나타난 것도 청화백자의 재료인 페르시아산 청화안료가 수입되지 못하자, 철사(鐵砂)안료로 대용한 결과입니다. 달항아리도 이 시기에 금사리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으로, 퇴촌에서 들어가자면 분원리로 넘어가는 고개 못미쳐 오른쪽에 있는 동네입니다. 금사리에는 분원리로 옮겨가기 전, 왕실에 그릇을 공급하는 사옹원의 분원(分院)이 있었습니다. 조선 후기 사옹원 분원은 정원이 380명에 이르고,28개 직급 체계로 완벽하게 나눠진 분업조직이었습니다. 당연히 ‘국영 도자기 공장’인 금사리에서 장인 한둘의 안목으로 달항아리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것입니다. 이쯤되면 달항아리는 ‘조선왕조의 국책사업’으로 탄생시킨 성과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최순우 선생의 말씀처럼 달항아리가 갖고 있는 ‘폭넓은 흰빛과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도 국가적인 차원의 사업으로 빚어냈다는 뜻입니다. 달항아리가 세계 도자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독특합니다. 최건 광주관요박물관장은 “중국의 징더전(景德津)이 명·청대에 걸쳐 도자기 수출의 중심지가 되고, 일본도 조선 도공이 가세하면서 임진왜란 이후 수출국으로 부상했지만, 문양이나 모양 등에서 주문자인 유럽이나 페르시아의 취향을 수용하다 보니 결국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더군요. 역설적으로 달항아리의 예술성은 세계시장과 소통하지 못한 단절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소외된 상태에서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 조선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 것이 곧 달항아리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요.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와 함께 박물관에 가본 부모라면 한번쯤 난감함을 느꼈을 것이다. 역사교과서에서 본 듯한 유물들인데 어떻게 설명하고 감상해야 할지 갑갑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여기 고려청자 있네. 교과서에서 봤지?”라며 얼렁뚱땅 넘어가기 쉽다. 15년째 역사를 가르쳐온 장콩선생(장용준 함평고 역사교사)이 쓴 ‘박물관 속에 숨어 있는 우리 문화이야기’(살림 펴냄)는 박물관에서 느끼는 이같은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정치·사회사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교과서에서 벗어나 실제로 접하는 유물·유적을 중학생 수준의 눈높이로 바라본다. 박물관의 어려운 설명문을 보며 지루해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저자는 ‘옛 그림편’‘옛 도자기 금속공예편’으로 나눠 박물관 체험을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2학년인 ‘참치’와 ‘늘보거북’의 질문에 ‘장콩선생’이 대답하는 형식이다. 유물로 선정된 과정과 발굴 당시 이야기, 모양과 색깔 등 미적인 부분까지 친절한 답변을 통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선사시대 반구대 바위그림에서 김정희의 세한도까지,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에서 삼국시대 금동반가사유상, 조선시대 달항아리까지 풍우한 실물 사진들과 함께 퀴즈를 푸는 형식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특히 유적이나 유물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나도야! 역사탐정’ 코너도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저자는 “문화유산을 볼 줄 아는 눈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우리 정신과 문화를 아끼게 된다.”면서 “유물은 고리타분하며, 국사는 지루한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밝혔다. 각 1만 2000원.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500년 조선 황실 지혜를 배운다

    ‘500년 전통 조선 황실의 지혜를 배운다.’ 1392년 이성계의 건국부터 대한제국(1897∼1910년)까지 500여년에 걸친 조선 황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황실문화재단과 서울대박물관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공예예술가협회 등이 주관하는 ‘조선황실문화전’이 11일부터 20일까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내 ‘인간과 과학관’에서 펼쳐진다. 최근 영화 ‘한반도’에서 고종 황제의 숨겨진 국새가 소재로 등장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 황실의 생활상과 황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조상의 슬기로움과 지혜로운 예술성을 배우자는 것이 전시회의 취지다. 전시회는 ‘마지막 황실, 잊혀진 대한제국’사진전과 황실공예품전, 황손 이석씨와 함께 하는 간담회 등으로 구성된다. 사진전에는 1910년대의 창덕궁·인정전·창녕전·석조전 등을 비롯, 고종황제의 근접한 모습에서 볼모로 잡혀간 영친왕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거의 볼 수 없었던 100여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고종 황제와 일본 하세가와 총독의 모습, 고종 황제 측근들의 모습 등을 통해 잊혀졌던 근대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황실공예품전에는 옥새전각장 민홍규씨가 조선 황실에서 내려온 국새를 복원한 작품과 옥새 등 5점을 비롯, 김근수의 유기황실촛대, 이봉주의 방짜유기 그릇, 장송모의 순백자 달항아리, 천한봉의 분청사기 등 25명의 장인들이 제작한 40여점의 황실 공예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홍곤룡표·원삼·자색단령·활옷·당의·철릭 등 화려한 궁중복식과 장주원의 옥공예 장신구·향통 등도 볼 수 있다. 주최측은 전시회 기간 중 고종 황제 손자인 황손 이석씨를 초대, 어린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시간을 마련했으며, 이씨가 직접 서명한 엽서를 나눠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한편 한국공예예술가협회 등 관련 협회 대표들은 전통공예품을 산업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통공예산업진흥법’의 입법화를 추진하기 위해 9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및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등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및 경기도에 위치한 전통공예 공방 8곳을 방문, 실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동성애도 똑같은 사람의 사랑”

    동성애자가 겪는 고통과 절망은 가장 밀착된 관계에서 비롯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이지 그들의 남다른 사랑 형태가 빚어낸 비극이 아니다. 방현희(42)의 첫 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열림원)에는 동성애나 양성애, 근친상간 같은 금기의 사랑이 넘쳐난다. 수록작 10편 가운데 예닐곱편이 여기에 속하는 걸 보면 ‘성적 소수자’ 혹은 ‘비정상적 사랑’에 대한 일관된 문제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논쟁적인 소재를 즐겨 다뤘다는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건 ‘금지된 사랑’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다. 진보적인 영화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성적 소수자를 연민하거나 사회적 편견을 완화하려는 의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그의 소설에서 동성애는 이성애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고, 삶이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이런 그에게 “동성애를 어떠한 자의식 없이, 무심하게, 그저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그려낸 한국 최초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똑같은 동성애영화라도 ‘브로큰백 마운틴’보다는 ‘해피 투게더’를 더 좋아해요.‘브로큰백…’은 갈등의 원인을 사회적인 문제로 돌리지만 ‘해피 투게더’는 오로지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하잖아요. 동성애나 근친상간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끄러지는 관계, 그걸 쓰고 싶었습니다.” 수록작 ‘연애의 재발견’에서 패션디자이너 여자친구와 모델지망생 청년을 동시에 사랑하는 주인공이나 ‘녹색원숭이’에서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동성애자 무용수가 겪는 고통과 절망은 “가장 밀착된 관계에서 비롯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이지 그들의 남다른 사랑 형태가 빚어낸 비극이 아니라는 얘기다. 근친상간을 다룬 ‘바빌론 특급우편’과 ‘화이트 아웃’은 사뭇 도발적이다.‘바빌론…’에서 아들은 하반신이 마비된 엄마를 13년간 업고 다닌다. 아들의 등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는 엄마는 시체나 다름없다. 오래 전 ‘열기를 가누지 못하고 내달리던 수소’처럼 엄마를 범했던 아들은 이제 최초의 연인이었던 엄마를 떠나보내려 한다.‘화이트 아웃’의 ‘나’는 외사촌 누이 홍주와의 근친상간을 피해 북빙양 항해길에 오르지만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왜 이토록 비정상적인 사랑에 집착하는 걸까.“간호학과(전북대)다닐 때 정신병동을 실습하면서 친한 친구의 동생이 철창 안에 갇혀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랬다. 그때 이후 내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는 작가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운 관계, 장애가 많은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부터 겪는 고통의 본질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2001년 ‘동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는 이듬해 장편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계간 ‘문학·판’의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사랑 얘기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는 작가는 “인간 안에 내재된 역사성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부터 박물관 학예사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우리 사발 1001개 전시회 여는 도예가 박종훈씨

    “사발은 막 쓰는 그릇입니다. 밥도 담아 먹고 국도 담아 먹고 손때를 묻혀야 해요. 찬장에 모셔만 두면 안 돼요.” 구수한 손맛이 묻어나는 우리 사발 1001개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옹기종기 모인다.30여 년간 물레를 끼고 살면서 사발을 만들어온 작가 박종훈(57·단국대 교수)이 백자토, 조합토, 청자토로 빚어낸 각양각색의 사발이 다음달 8일부터 서울 대치동 포스코 미술관을 점령할 예정이다. 사발 1001개는 ‘사발 백죽일립’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예부터 그릇을 세는 단위는 열 개가 ‘죽(竹)’,1개가 ‘립(立)’이었다고 하며 박종훈의 이번 작품전도 제목이 ‘백죽일립전-내 밥그릇찾기’다. 작가는 “1000은 완전을 의미하는 숫자이지만 나는 거기에 1개를 더해 새로운 시작, 작가로서 다시 시작하는 각오와 희망을 다지고 싶었다.”고 말한다. 주둥이가 넓은 모양의 우리 그릇을 통칭하는 사발은 흙에 모래나 기타 잡토를 얼마나 섞는지, 입술이 닿는 부분인 전의 두께를 어느 정도로 하는지,1200∼1300도로 굽기 위해 장작가마나 숯가마, 가스가마 중 어느 가마를 쓰는지 등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 흙의 성질과 손의 힘, 물레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결합해 만들어지는 사발과 찻잔을 만드는 그는 스승을 사사하고 제자를 길러내며 도예의 기본인 물레작업에 몰두하는 장인의 고집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는 “옛 도공들은 보통 하루에 400개, 숙련된 도공들은 하루에 700개를 만들어냈다고 하지만 나는 하루에 200개 만들면 나가떨어지니 장인으로서 나의 공력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물레를 제대로 만져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장인을 두고 도자기를 만들어내고 자기 이름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홍보에 열을 올려 고가에 판매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흙으로 만든 사발뿐만 아니라 다 구워낸 사발에 옻칠을 하고 얇게 금박을 입힌 사발도 선보이며 사발 이외에도 작가가 만들어낸 달항아리, 호랑이 모양을 만든 잡상, 금잔, 주전자 등이 함께 전시된다. 게다가 자신이 죽은 후 사용하기 위해 손수 만든 골호까지 내놓는다. 전시기간 매주 금요일 낮에는 물레 시연도 있다.6월28일까지.(02)-3457-1665. 연합뉴스
  • 아시아 예술과 눈 맞춰보세요

    방대한 티베트 미술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화정박물관이 서울 평창동 분관 자리에 새롭게 자리를 잡고 30일부터 재개관 기념 특별전을 갖는다. 1999년 이태원에서 문을 열었던 화정박물관은 평창동 부지에서 2년여의 공사끝에 평창동 분관 자리에 최신시설을 갖춘 전시관과, 연구실, 학예전문인력을 갖춘 동양미술 전문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아시아를 조응하는 눈’이란 주제로 8월3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서 1층 전시실엔 티베트 불화 ‘탕카’가,2층엔 한국 고미술품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미술품이 전시된다. 탕카 전시실은 티베트 불화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천에 화려한 광물성 안료나 금니(金泥)를 사용해 정교하게 만다라(曼茶羅), 여래(如來), 보살(菩薩), 조사(祖師) 등을 표현한 그림을 불상, 경전 등과 함께 선보인다.2층에선 대영박물관 한국실의 대표 유물인 ‘달항아리’, 강세황의 ‘지락와도’ 등 한국미술품과 중국 청대의 회화, 도자, 칠기 작품들, 일본 예술품들, 유럽 약항아리 등이 공개된다. 화정박물관은 기업인인 한광호(83) 한빛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이 설립했으며, 그가 40여년간 모은 티베트 미술품 2500여점을 비롯해 한국 및 중국 미술품 등 총 1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관람은 무료.(02)2287-2994.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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