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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남녘엘 내려갔더니 벌써 기러기 떼가 난다.달빛을 부스러뜨리는 기럭기럭 소리는 겨울이 오고 있다는 신호.서리와 함께 오는 철새라서 붙은 별칭인 「상신」이 그럴싸하다.◆미당 서정주시인은 이 기러기 소리를 「끼르릉」으로 듣고 있다.시인의 남다른 감성 때문인 것이리라.­『…무성한 갈대밭 위로는 문득 몇십마린가 기러기 한 떼가 끼르릉 끼르릉 하고 그 소리의 종성인 「ㅇ」소리를 여러개의 종소리의 여운처럼 울리며 날아가고 있고…(서리 오는 달밤길)』하고 읊는다.아버지와 함께 걸은 이날 밤의 「모든 구성」이 사는데 「중요한 표준」이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비가 뿌리고 나더니 곧장 초겨울 날씨로 이어진다.영동의 산악지대에는 이미 눈도 내리고 수은주는 영하로.단풍이 남하의 경주를 시작한다.기후의 변화로 나뭇잎에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생기는 단풍.더러는 빨갛게,더러는 노랗게,더러는 갈색으로 변하는 단풍은 조화옹이 늦가을에 부리는 멋이기도 하다.사람들은 여기 도취된다.봄·여름의 꽃에 진다고 할 수 없는 정경.지난 일요일에도 단풍구경의 행렬은 전국의 산으로 밀려 들었다.◆이런 계절에 인생을 생각해 보는 것은 미당시인 뿐만은 아니다.나목의 겨울을 앞둔 나무나무의 화사한 치장의 의미는 무엇일까.『밤은 고요하고 방은 물로 시친듯 합니다/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었습니다…』.만해 한용운의 「밤은 고요하고」의 시작.단풍도 이울어가는 어느 산사에서 「님」을 생각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삶에의 켜를 하나 더 얹게 하는 계절이다.◆내일 모레면 상강.농촌의 들녘은 모자라는 인력 속에 거둬들이기 바쁜 철이다.은은한 방향을 뿜으며 노래져 가는 남녘 들의 유자.인생의 가을도 유자같아야 하는 것을.
  • 외언내언

    9월이 열린다.헤르만 헤세가 정원이 슬퍼하고 있다고 읊었던 9월.하지만 슬퍼하는 거야 활엽수하며 여름꽃들이겠지.국화·코스모스 같은 가을꽃들은 조낙을 남의 일인양 웃고 있지 않은가.◆올해의 우리들 8월은 참으로 슬펐다.시덥잖게 보았던 태풍 글래디스가 몰고 온 폭우의 피해.재산상의 손실도 컸지만 죽고 실종된 인명만 1백명이 넘었던 게 아닌가.그 슬픔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특히 졸지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에는 위로할 말을 잊는다.그 통한의 여름이 꼬리를 감추고 있다.『…동구밧게는 청냉한 달빛에/허무러진 향교 기왓장이 빛나고/댓돌밑 귀뚜리 운다』(오장환의 「영회」).◆눈길을 지구촌으로 돌리자면 올해의 8월은 위대한 혁명의 달.공산주의가 그 종주국에서 조종속에 만가를 들은 달이다.장엄했던 민중의 힘.민중의 함성은 지구촌을 흔들었다.74년 동안 지속돼 온 일당독재를 몰아낸 분노의 함성.지구촌에 난류를 몰고 온 민중 승리의 함성이었다.그러기에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1991년의 8월.그 8월이 9월로 배턴 터치한다.◆7∼8월이 잉태의 달이라면 9월은 결실의 달.지금 산과 들에서는 과일하며 곡식이 익어간다.알알이 양분을 채워가는 소리가 들리는 들녘.아침 저녁이 산들거리고 낮에 강렬한 뙤약볕이 내리쬘 때 오곡백과는 흥얼대며 살을 찌워가는 법이다.9월 태풍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젠 태풍 걱정에서도 일단 멀어지게 된 절서.홍수에 의한 피해농지가 적지 않다고는 해도 이대로 간다면 올해 또한 풍년가를 부를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다.◆정치는 말할 것 없고,모든 분야가 지구촌 흐름에 대응하고 발 맞추는 9월로 삼아 나가야겠다.오곡백과 못잖게 우리들 영혼도 함께 단물이 괴게 하는 9월이고자….
  • 중동전 이렇게 시작된다/미 정부 보고서

    ◎23일 초승달밤 11시 대공습으로 개전/레이저유도탄 실은 스텔스기,미사일기지 폭격/3일내 쿠웨이트에 6마일폭 전차공격로 개설/초전 6시간동안 미군1만·이라크 3만명 사망 1월23일 밤10시. 구름이 달빛을 가리자 미 순양함 2척이 페르시아만 안으로 깊숙히 미끄러져 들어간다. 밤11시. 함사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크루즈 마사일이 이라크를 향해 떼를 지어 날아간다. 미사일들은 내장 컴퓨터에 수록된 지형을 따라 약 1시간동안 비행한후 목표물을 때린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USA 투데이지가 14일 미정부 보고서와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보도한 대이라크 개전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은 첫 6시간동안 이라크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군의 전열 정비와 최후의 외교적 타결을 위해 그리고 긴장과 경계 속에 여러날을 보낸 이라크군의 방위태세 이완을 노려 유엔의 「1월15일 시한」을 8일간 넘기는 것을 용인한다. 페르시아만 지역 미군사령관 노먼 슈왈츠코프 장군은 만월이 되는 1월30일까지 전쟁을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구름 낀 하늘에 초승달이 뜨는 1월23일 밤을 개전일로 건의한다. 이라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은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내리는 명령에 따라 밤11시에 개시된다. 이에앞서 부시는 미의회 및 외국정부 수뇌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킨다. ▷D+1시간 시나리오◁ 레이저 유도폭탄을 적개한 F­117 스텔스 폭격기 1개 비행대가 쿠웨이트 및 이라크 영공으로 진입,지대공미사일(SAM) 레이다 기지를 파괴한다. 이라크는 불완전한 SAM으로 반격한다. 초장의 목표는 이라크 공군기를 지상에 묶어두는 동시에 레이다와 통신시설을 마비시키고 방어 및 공격미사일 체제를 파괴하는 것이다. 대규모 공습은 첫째 시간부터 개시,수백대의 해·공군기가 출격한다. 처음 수일동안은 하루 2천회씩 출격하며 하루 10대씩의 비행기를 상실한다. 공격거리는 가까운 것이 사우디 비행장에서 쿠웨이트까지 4백마일이고 먼 것은 지중해의 항모에서 바그다드까지 8백마일이다. ▷D+2시간◁ 크루즈 미사일이 목표물을 파괴한다. 일부 미사일은내장된 레이다 고도계가 사막의 육표추적에 실패,진로를 벗어난다. 터키에서 이륙한 F­111기들이 이라크내 SAM기지,화학무기 공장,지휘통제 벙커,스커드 미사일기지 등을 공격한다. 이때 F­117 스텔스기들은 이미 임무를 끝내고 목표물 주위를 선회하고 있다. 죽음을 두려워한 사담 후세인은 벙커의 미로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수주 전에 녹화된 테이프가 이라크 TV에 방영되고 사담의 육성은 라디오로 전해진다. 그의 경직된 소련식 의사소통 체제는 접촉 대상을 군사령관으로만 한정한다. F­16,F­15E,F­111 폭격기들이 서부 이라크의 미사일 기지에 접근,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발사장치의 절반을 파괴한다. 화학무기를 탑재한 이라크의 첫 미사일이 이스라엘에 떨어진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반격여부를 놓고 고민한다. ▷D+3시간◁ 재래식 폭탄을 탑재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이 사우디내 일부 석유시설을 공격한다. 피해는 크지만 복구가 가능하다. 전함 위스콘신호와 미주리호가 16인치 거포를 열어 쿠웨이트내 이라크군을 향해 함포사격을 한다. 미 지상군도 포격에 가세한다. ▷D+4시간◁ 이때까지 미군기만 적진으로 들어가고 다국적군 비행기는 지상에 머물러 있는다. ▷D+5시간◁ 이라크 점령해안에 잠입한 해군 특공대가 해안방위 태세와 미군 상륙 공격지점을 정탐한다. 또 소규모 기습을 감행,이라크를 초조하게 만든다. ▷D+6시간◁ 일단의 B­52폭격기 편대가 5백 파운드짜리 폭탄을 대량 투하,목표물을 일소한다. 일부 B­52기는 견고한 지휘통제 벙커를 파괴하고 다른 일부는 이라크­쿠웨이트 국경 부근 바스라 남쪽에 진을 친 이라크의 5개 정예사단을 맹폭한다. ▷요약◁ 단6대의 비행기가 귀환에 실패한다. B­52기 폭격 전엔 이라크의 사상자가 경미하지만 폭격 후엔 수백명으로 늘어난다. 공습 후 지상전으로 확대된 전쟁 첫날의 사망자는 미군의 경우 최고 1만,이라크군은 3만5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초전 3일간 미국은 공중폭격으로 이라크를 휩쓸면서 이라크에 대한 마지막 기갑 공격을 위해 쿠웨이트를 관통하는 진로를 6마일 폭으로 연다.
  • 외언내언

    태풍 에이브가 비를 몰고와서 8월을 데려간다. 유난히도 더웠던 8월의 열기를 씻어내면서 9월을 불러들인다. 이젠 잔서도 쇠잔할 무렵. 비가 개고 나면 가을은 한걸음 더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설 것이다. ◆올가을은 여느 해보다 유다른 의미가 있다. 분단후 남북의 최고위급이 공식으로 마주 앉는 총리회담이 열리기 때문. 누군가 여름이 무더울수록 가을은 위대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나간 무더운 여름은 통일에의 새 이정표를 잉태했던 것일까. 미리 들뜰 일은 아니지만 또다른 수확을 생각해 보게는 하는 90년의 가을. 그 가을을 여는 9월 초하룻날의 아침 바람이 삽상하다. ◆봄부터 줄곧 내리는 비에 여름 들면서의 이른 장마는 올 농사를 걱정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7월 하순 장마가 걷히면서부터 땡볕이 내리쬐어 모자란 일조량을 보충하고도 남았다. 특히 수도작에는 더없이 좋았던 날씨. 앞으로 태풍만 피한다면 풍작이 예상되는 작황이다. 올해의 장기예보속에는 태풍이 한두개 지나 가리라는 것도 들어 있긴 했다. 그러나 한반도 태풍 내습의고비라 할 8월 하순을 일단 넘기고 있다. 물론 9월이라해서 아주 마음 놓을 일은 아니지만. ◆여름의 열병을 치른 전국의 바다와 산하는 지금 그 후유증을 앓는다. 그 여름의 찌꺼기들을 말짱히 치우고 새 가을을 맞아들여야겠다. 어느 하루쯤 국민 모두가 나서서 대대적인 환경 정화운동이라도 벌였으면 하는 마음. 그러면서 국토를 오염시키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들을 한번 더 다져야 한다. 여름 찌꺼기는 우리들 마음 속에서도 털어내야 하는 것. 산패화한 심성들일랑 가을 하늘에 띄워 버려야 겠다. ◆매미소리는 자지러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달빛을 타고 번진다. 『귀뚜리 울다 간 섬돌 밑이 좋아서 피는 게냐』(김기림)는 코스모스는 한들한들 어우러져가고. 외지에 나가 있는 친지에서 편지라도 써보내기로 하자.
  • 외언내언

    『물방앗간 이엉 사이로/이가 시려 오는/새벽 달빛으로/피난길 떠나는 막동이 허리춤에/부적을 꿰매시고 하시던/어머니 말씀이/어떻게나 자세하시던지/마치 한장의 지도를 들여다 보는 듯했다.…』 ◆시인 함동선 교수의 시집 「식민지」에 나오는 「마지막 본 얼굴」은 이렇게 시작된다. 황해도 연안이 고향인 그는 중학생 때 「피난길 떠나는 막동이」로 월남하여 온 처지. 휴전선에 가서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보느라면 자기 집이 보일 듯 말 듯 하더라고 그는 말한다. 『어른이 된 후 그 부적은 땀에 젖어 다 떨어져 나갔지만 그 자리엔 어머니의 얼굴이 늘 보여…』.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그는 곧잘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얼마전 화갑기념논총 증정식을 가졌으니 그 또한 부적 꿰매주던 어머니 나이만큼 되어버렸다. 비가 오던 그날 밤,축하객들에 싸여 담소하는 가운데도 가끔씩 어리던 그늘. 그는 북녘땅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사향곡·사모곡이 많은 시인. 그도 이번 방북 신청의 장사진속에 끼어 들었던 것일까. 접수 첫날만 6천6백여명이었다니 사향곡·사모곡은 시인의 것일 수 만은 없다. ◆반드시 가게 된다는 생각에서의 신청은 아니다. 가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사항」이 절반쯤은 차지하는 반신반의의 신청들. 북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에나마 벌써부터 설레는 가슴들. 예 놀던 뒷동산이 뇌리를 스치고 물장구 치던 실개천이 망막에 어린다. 부모형제와 일가친척 친구들의 얼굴까지. 그러나 지나가버린 40년 세월. 이루어진다 해도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가 귀로의 감회로 되는 것이니라. ◆겨레의 맺힌 한을 풀어 보자는 일에 정치염색을 해서는 안되겠다. 이번만은 수많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북녘은 아집의 패각을 뚫고 지구촌의 흐름을 바로 볼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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