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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달리도서관’ 개관

    시민들에게서 책을 기증받아 운영하는 특별한 도서관이 제주에 문을 연다. 서울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 올해 초 고향 제주에 내려온 박진창아(40·여)씨가 제주시 이도2동에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의 줄임말인 ‘달리 도서관’을 만들어 30일 개관한다. 달리 도서관은 시민들이 소장하다가 기증한 책으로 도서관의 책장을 채워 다른 시민들이 빌려 볼 수 있는 ‘책 나눔’ 형식으로 운영된다.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거나 책도장을 찍고 도서 목록을 만들어 달리 도서관으로 보내면 자신의 이름을 단 책장이 만들어진다. 도서관에는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단돈 1만원으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여성 전용 게스트룸도 마련됐다. 도서관 한쪽에서는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여자’가 흘러 나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달리 도서관은 다음달 3일 ’박미라의 마인드 힐링 강좌‘를 시작으로 여행,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양화 물억새길·뚝섬 장미원… 한강 웰빙산책로 10선

    양화 물억새길·뚝섬 장미원… 한강 웰빙산책로 10선

    ‘물새 우는 강언덕, 강변에 흐드러진 억새….’ 먼 여행지 이야기가 아니다. 깊어가는 가을, 서울 한강변을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한강변 웰빙 산책로 10곳을 23일 공개했다. 수변길(반포한강공원), 오솔길(망원), 물억새길(양화), 미루나무길(선유도), 숲속길(뚝섬), 장미원(뚝섬), 어도탐방길(잠실), 갈대바람길(난지), 시골길(이촌), 자갈길(고덕생태공원), 생태산책길(암사), 물새길(강서) 등으로 산책로마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자랑한다. 흐드러진 갈대와 물억새, 버드나무, 갯버들이 있는 반포 수변길은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에서 지하철 4·9호선 동작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만나게 된다. 음악분수 공연을 본 다음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흙길을 걸으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양화한강공원 선유교 밑을 지나면 강변을 따라 성인 키만큼 높게 자란 하얀 물억새 군락지가 500m가량 이어진다. 아치형의 무지개다리를 건너 선유도공원에 들어서면 커다란 미루나무가 1.2㎞ 산책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다. 뚝섬한강공원은 ‘연인의 길’로 불리는 숲속길과 유럽식 정원인 장미원으로 유명하다. 2만 3100㎡ 규모의 울창한 숲 안에 좁은 오솔길이 500m가량 나 있고, 이 길이 끝나는 곳에 장미원이 있다. 장미가 월동에 들어가는 11월 전에 간다면 40여종의 장미와 장미터널을 볼 수 있다. 각 산책로를 가는 방법은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ttp://hangang.seoul.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길섶에서] 부암동/진경호 논설위원

    처음엔, 신기한 표정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그들이 신기했다. ‘어머~ 이런 동네도 있네’ 하며 기웃대는 중년의 그네들이, 갓 하루 된 ‘이런 동네 사람’의 처지로 기연미연 신기했다. ‘그런가? 신기한가?’ 풀어 놓은 이삿짐이 자리를 찾고, 집 둘레를 돌던 발자국이 점점 멀어지던 어느 날, 그네들이 동네 어귀에 터뜨려 놓고 간 말이 절로 입속을 맴돌다 새어 나왔다. ‘정말 이런 동네가 다 있었네.’ 소설가 엄흥섭이 서울 바닥에선 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양미만괴(凉味萬魁)라 했던, 북악산 자락의 부암동은 그렇게 도심 속 시골의 속살을 마루 끝 처마그늘에 던져진 달빛마냥 조용히 내보였다. 대형 마트도 없고, 변변한 학원도 없고, 빵빵한 집도 없고 그래서 땅 투기도 없는 곳. 그래서 좋지 않으냐 묻는 바람이 담쟁이덩굴을 간질이곤 도롱뇽 물질하는 백사실 계곡으로 미끄럼 타는 곳. 공영주차장 없어도 좋으니 그냥 이대로 살게 내버려 달라며 구청에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사는 곳. 부쩍 늘어난 셔터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까 점점 겁이 나는, 그냥 그곳. 진경호 논설위원
  • [우리말 여행] 퇴고

    당나라에 가도(賈島)라는 시인이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달빛 아래 문을 밀다(僧推月下門)’란 시구를 써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밀 퇴(推)’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드릴 고(敲)’를 넣어 보았으나 ‘퇴’자가 다시 아른거렸다. 그러다 한유(韓愈)의 조언에 따라 ‘고’로 결정했다. ‘퇴고’는 이 고사에서 유래한다. 글을 고치고 다듬는 일을 ‘퇴고’라 하게 됐다.
  • [HAPPY KOREA]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 돌담길

    [HAPPY KOREA]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 돌담길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김영랑 시인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의 배경을 고스란히 현실에 옮겨 놓은 곳이 있다. 대구 팔공산 서북쪽 그릇에 담긴 마을, 돌담길로 유명한 ‘한밤마을’이다. 경북 군위군 대율리 한밤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돌담길이 펼쳐졌다. 작게는 지름이 10㎝ 정도되는 주먹돌부터 크게는 80㎝ 정도의 호박돌까지 다양했다. 높이는 150~170㎝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돌담은 꾸밈없이 투박했다. 호박 넝쿨이 쑥쑥 자라며 귀찮게 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돌담에서 포근함까지 느껴졌다. 집집마다 경계를 이루고 있는 돌담들은 집을 구분짓는 벽이라기보다 집 사이로 난 미로 같았다.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제주도 돌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마을 안쪽에 전통 한옥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매댁’이 있었다. 1632년 조선시대에 지어진 경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대율리 대청’도 한밤마을 안에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한밤마을은 전통마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또한 돌담과 함께 마을 곳곳에 어우러진 소나무들은 마을의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1000년의 역사…마을이름 大夜→한밤으로 한밤마을은 950년쯤 부림 홍씨의 입향조 홍란이란 선비가 이주해 오면서 마을 이름을 ‘대야(大夜)’라고 불렀다. 그 후 1390년쯤 홍씨의 14대손 홍로가 ‘밤야(夜)’ 자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율(大栗)’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를 우리말 ‘한밤’으로 순화해 사용하면서 현재 한밤마을로 불려지게 됐다. 한밤마을이 있는 경북 군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군위가 바로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올 3월 군위군청 새마을과 관광 담당 명칭이 ‘삼국유사 담당’으로 변경됐으며, 지난 9월에는 ‘삼국유사 골든벨’이 개최되기도 했다. 특히 한밤마을에 있는 ‘제2석굴암’으로 불리는 국보 제109호 ‘삼존석굴’은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넘어가는 7세기에 만들어진 삼존석굴은 8세기에 완성된 경주 석굴암(국보 제24호)보다 연대가 앞선다. 또한 석굴암보다 인공미가 덜하고 경주 석굴암을 낳게 한 선행 양식을 갖추고 있어서 불교 미술사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송림숲·돌담 테마공원도 조성키로 행정안전부와 군위군청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사업으로 ‘돌담문화 행복 한밤마을’ 조성에 여념이 없다. 사업은 한밤마을을 중심으로 인근 공원조성, 민박시설 마련, 직거래장터 운영 등으로 추진된다. 내년까지 조성되는 송림숲 공원은 소나무 숲과 더불어 전통돌담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테마공원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또 마을 돌담의 빼어난 경관에 더해 달빛산책로와 꽃사과 가로수길도 조성,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도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전통한옥 형태의 민박시설, 야영장도 신축할 예정이다. 군위군청 새마을과 임병태 계장은 “한밤마을의 돌담과 연계해 전국적으로 통할 수 있는 한밤마을만의 아이템을 발굴할 계획”이라면서 “보다 풍요로운 지역을 만들기 위한 환경개선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군위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관공서에 버들치·쉬리가 나타났다?

    서울 관공서에 희귀어종인 버들치, 쉬리가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와 수생식물이 가득한 연못도 감상할 수 있다. 은은한 나무향기가 베어나오는 목재데크가 주변경관과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마치 야외정원에 온 듯한 느낌까지 준다. 불과 석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두꺼운 철제 대문과 콘크리트 계단으로 조성된 구청사 정문 자리였다. 서초구는 삭막한 느낌을 주던 기존 구청사 정문을 없애고, 그 자리에 ‘벽천분수’와 연못, 희귀어종이 노니는 친수공간으로 새롭게 꾸몄다고 1일 밝혔다. 지하철 출입구로 연결되는 옆문에 비해 이용인원이 거의 없고, 딱딱함과 위압감을 주는 철제형 정문 자리를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의 심신을 달랠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로 조성한 것이다. 230㎡(약 70평) 규모로 건립된 친수공간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벽천분수를 중심으로 위, 아래에 각각 연못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분수 양옆엔 목제데크로 만든 계단이 설치돼 출입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구는 연못에 봄·여름·가을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내는 수생식물을 심고, 모래무지 등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어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연못에 침전탱크를 설치하고 정화기능이 있는 바닥재도 깔았다. 연못 앞엔 친환경 재질의 목재데크를 주변경관과 어우러지게 설치해 나무향기를 벗삼아 벽천분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밤에 물에 반사된 달빛을 구경할 수 있도록 야간조명 장치도 만들었다. 구는 이번 수변공간 조성을 통해 시민들의 휴식처와 볼거리 제공은 물론 미세먼지와 유해가스 농도 등 주변 대기질이 정화되고, 한여름 도시열섬 현상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육중해보이던 철제대문이 있던 공간을 수변공간으로 조성해 구민들을 위한 열린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JAPAN 문화의 뿌리 나라현을 가다

    JAPAN 문화의 뿌리 나라현을 가다

    │나라(일본) 이경원특파원│최근 충남의 어느 시골을 갔다. 버스가 다닌 지 채 5년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 흔치 않은 깡촌임에도 멀리 고층 아파트 몇 채가 보였다. 대한민국 어느 곳도 아파트 역병(疫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여행이 휴식을 의미한다면, 스카이라인과 네온사인에 이력이 난 현대인들이 한적한 곳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파트 광풍에 허덕이는 한국인에게는 더욱 더. 사흘간 발도장을 찍고 온 일본의 나라(奈良)현은 이런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다. 오사카부와 교토부 등 대도시에 둘러싸여 있지만 고층건물이 아닌 골목이 눈에 들어오는 소소한 매력이 있다. 나라현에 고층 건물이 없는 이유는 건축업자들이 공사를 꺼려하기 때문이란다. 나라현 관계자는 “땅을 파면 뭔가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넨다. 나라현은 ‘아스카시대’와 ‘나라시대’가 시작된 일본 역사의 뿌리이자 보고(寶庫)다. 공사를 시작하면 국보급 유물이 출토돼 공사가 지체될 때가 많아 업자들이 달가워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덕분에 나라현은 일본 고유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전통이 자연스레 물들어 있는 골목의 풍광과 여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일본의 목조 가옥은 마치 소인국에 온 느낌을 자아낸다. 간사이 공항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아스카 지역은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는 데 반나절이면 족하다. 자전거 대여료도 1시간 300엔(약 4000원), 하루 1000엔으로 일본의 높은 물가 치고는 저렴하다. 일본의 전통 기와가 덮여 있는 가옥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담이 낮아 도리어 탁 트인 느낌이다. 낮은 담 너머 다섯평 남짓한 자그마한 마당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이쁘게들 산다. 일본 문화의 뿌리답게 골목 곳곳에 있는 국보급 유적지는 운치를 더한다. 거석을 쌓아 올린 이시부타이 고분, 일본 최고(最古)의 절인 아스카데라, 에도시대의 건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이마이초 마을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학창시절 배운 국사 교과서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삼국통일 뒤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들이 이곳 아스카에 터전을 잡고 일본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구절. 아스카데라 주지스님이 “아스카 문화는 한국으로부터 문화를 받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한국인을 무척 좋아한다.”고 반색하며 맞이한다. 아스카를 벗어나 나라현의 현청 소재지 나라시로 향한다. 나라현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그 모습은 여느 대도시처럼 화려하지 않다.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와카쿠사산 정상에 오르면 도시 전경이 한 폭의 양탄자 같다. 높은 건물로 어디 한 곳 모난 구석이 없다. 와카쿠사산 아래 나라공원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천마리의 사슴들이 뛰어노는 곳이다. 목동이 먹이를 주기 위해 나팔을 불면 숲속에 있던 사슴들이 쏜살같이 뛰어 나온다. 머리로 사람들의 몸을 건드리며 먹이를 달라고 아양을 부릴 때면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공원을 빠져 나오는 길목에는 우키미도라는 육각정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연못과 숲, 멀리 보이는 산이 함께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에 귀가 뻣뻣해진다. 현청 소재지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 맞나 싶다. 나라 공원을 빠져나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가스가타이샤 신사와 도다이사 등 일본이 자랑하는 유적지가 있다. 오층탑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고후쿠지사, 신성한 산이라 하여 벌채가 금지돼 있는 가스가산 원시림도 자전거로 산책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나라 시내 긴데쓰 나라역 주변을 걷다 보면 대표적인 골목 ‘나라마치’가 나온다. 아스카의 골목이 논과 어우러진 한적한 모습이 특징이라면 나라마치는 다소 도시화된 세련된 맛이 있다. 목조 창살이 내부를 가리고 있어 다소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여운이 느껴진다. 나라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이카루카 지역은 ‘일본 국보의 총아‘로 불리는 호류사로 유명하다. 아스카시대 불교를 보급하는 데 힘쓴 쇼토쿠 태자가 607년 창건한 이 절은 일본인들의 자부심이 그대로 배어 있다. 국보급 문화재만 190점에 달한다. 백제의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를 비롯해 백제 관음상 등 우리 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당벽화가 담징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이드의 말이 다소 거슬리긴 했지만 민족주의는 잠시나마 접어뒀다. 일단 그들이 보여주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이카루카에서 차를 타고 시기산을 오르면 멀리 오사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이곳의 야경은 나라현 최고의 백미로 꼽힌다. 시가·이코마 스카이라인 로드의 우거진 숲 사이로 멀찌감치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마치 달빛에 반사된 밤바다같이 신비롭다. 야경의 아쉬움을 접고 시기산의 한 온천에서 몸을 데운다. 우거진 숲 사이 노천을 발가벗은 몸으로 거닌다는 게 여간 어색하지가 않다. 나라현의 온천은 규모가 크지 않아 유명세는 덜하다고는 하지만 아쉽진 않았다. 나라의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풀어낼 여독이 크지 않았던 까닭이다. 지금 나라현은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오는 2010년 ‘헤이조쿄(나라의 옛 이름) 천도 1300주년’을 맞이해 1년 내내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잔뜩 들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3일에는 축제 100일 전 행사도 성대히 치렀다. 일본 역사의 시작은 보통 6세기 중엽 아스카 지역에서 시작된 ‘아스카시대’로 보고 있지만 본격적인 중앙집권 국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기준점은 ‘나라시대’가 개막된 710년 헤이조쿄 천도를 꼽는다. 아스카 시대가 ‘일본의 잉태’를 의미한다면 헤이조쿄 천도는 ‘일본의 탄생’을 뜻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710년’의 의미는 크다. 나라현은 이번 행사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나라시의 헤이조궁 유적지에서는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내년 4월24일부터 11월7일까지 개최되는 유적지 탐방 투어를 비롯해 고대 일본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퍼레이드가 열린다. 고대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을 비롯해 붓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이밖에 4월24일부터 5월9일까지 ‘꽃과 신록의 페어’, 8월20일부터 27일까지 ‘빛과 등불의 페어’, 10월9일부터 11월7일까지 ‘헤이조쿄 페어’가 열리며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이번 헤이조쿄 천도 축제를 비롯해 나라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라현 한국어 홈페이지(www.pref.nara.jp/nara_k/)를 참고하면 된다. 글 사진 leekw@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잘 가, 은고양이/이상교

    [엄마와 읽는 동화] 잘 가, 은고양이/이상교

    보름달이 아파트 뒤꼍을 환하게 비추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엄마가 보고 있으면 어쩌지?’ 10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엄마가 내다볼 것이 걱정되었다. 고개를 쳐들어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내다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줄넘기의 나무 손잡이를 두 손에 나눠 잡았다가 나무의자 위에 슬그머니 놓았다. 줄넘기는 정말이지 싫다.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구름이 조금 떠 있긴 해도 달빛은 더없이 환했다. 한참을 자세히 올려보자 구름 사이로 별이 또렷또렷 보였다. 바람이 불어와 귀 앞머리카락을 쓸었다. ‘뭐, 줄넘기 백번 넘었다고 하면 그만이지.’ 백번 다 넘었다고 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것으로 해야 옳을는지 걱정이긴 했다. ‘어, 뭐지?’ 의자 아래로 내려뜨린 발에 무언가 닿았다. 털이 달린 말캉한 무엇. ‘강아진가.’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가 다리를 건드렸나 했다. 궁금해진 나는 고개를 수그리고 나무의자 밑을 들여다보았다. “어, 고양이잖아.” 고양이는 아직 어린 새끼에 가까웠다. 온 몸이 흰 털로 덮인, 귀가 조뼛하고 눈이 동그란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늘어뜨려져 있는 줄넘기 줄을 앞발로 톡톡 건드렸다. “넌, 어디서 왔니? 줄넘기 하고 싶어서 그래? 너, 할 수 있어?” 나는 길쑴한 다리와 꼬리까지 온통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다. 고양이는 달아날 생각을 않고 줄을 주욱 당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리 밤이 깊은 시간도 아닌데 다른 날에 비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안 띄었다. “넌 줄넘기 못할 거야. 내가 한번 시범을 보여줄게. 참, 이름을 지어줄게. 은고양이, 어때?” 나는 줄넘기 줄을 주워들고 줄넘기를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스무번을 넘자 헉헉 숨이 찼다. “봐, 은고양이야, 이렇게 숨이 찬다니까.” 말을 마치고 돌아보았을 때 흰 고양이는 간 곳이 없었다. 내게 줄넘기를 하게 해놓고 슬그머니 가버린 듯했다. 달은 여전히 밝았다. 달빛을 받은 나뭇잎들이 초록 빛깔이 아닌 흰빛으로 보일 지경으로 희게 빛났다. 은고양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금요일이었다.? “야, 땡이!” 학교 가는데 정욱이가 뒤에서 불렀다. “왜애?” 화가 나서 소리를 꽥 질렀다. 아이들은 김동엽 이름을 두고 땡이 별명을 불렀다. 땡이는 그래도 낫다. 어떤 애들은 뚱땡이 아니면 뚠띠라고도 했다. 정욱이는 앞서 걷고 있는 내 가까이로 다가왔다.? “너, 숙제 했어?” 정욱이는 숙제 얘기부터 꺼냈다. “숙제? 아니.” “안 했어?” 정욱이는 가느다란 눈을 더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저녁밥 먹은 다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워서 그냥 잤어.” 너무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내 방으로 가지도 못하고 거실 카펫에 누워, 엄마가 아침에 깨울 때까지 계속 잤다. “선생님한테 혼날걸.” “할 수 없지, 뭐.” 혼날 때 혼나더라도 혼날 일을 나는 미리 걱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든 먹고 금세 자면 땡이 되는 거 몰라?” 나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가 스르르 풀었다. 말라깽이인 정욱이가 등에 멘 가방을 촐싹이며 앞장서 걸어갔다. 정욱이를 볼 때면 동생 세엽이가 생각난다.? 세엽이는 한 살이 아래인데 깽이, 깽이, 말라깽이다. 어디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도?아픈 아이처럼 바싹 마른 하얀 세엽이, 뭐든지 안 먹는 세엽이…. 나는 학교 공부 세 시간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달음박질쳤다. 수요일은 엄마가 간식을 만들어 주는 날이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간식은 뭐든 다 맛있다. 피자, 김밥, 오징어튀김, 잡채, 어묵탕…. 아파트 정문 뒷길로 해서 집 쪽인 102동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아파트 101동 쪽에서 뭔가 휘익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뭐지?’?? 까망에 하양이 섞인 고양이 한 마리가 키 작은 쥐똥나무 밑으로 재빠르게 달아났다. 몸이 작은 걸 보니 새끼 같았다. ‘얼룩이 고양이네. 먹을 걸 찾나 본데…. ’ 그렇게 생각하자 배가 갑자기 많이 고파왔다. ‘저런 길고양이들은 뭘 먹고 살까?’ 언뜻 보았지만 얼룩이 고양이의 배는 훌쭉했다. 하루를 꼬박 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틀…. 땅바닥에 비친 그림자가 더 말라 보였었다. ‘저번에 본 흰 고양이는 어디 있을까?’ 내 그림자는 내가 보기에도 뚱뚱하다. 어깨도 뚱뚱, 목도 배도 허벅지도 발목도 뚱뚱, 어디든지 다 뚱뚱…. “에이!” 조금 걸었는데도 땀이 많이 나서 짜증은 더 났다. 424, 424, 99 현관 번호키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도 세엽이도 집에 없었다. 냉장고 문을 홱 열었다. 현관 번호 424, 424, 99를 누를 그때 침은 벌써 꼴까닥 넘어갔다. 424는 사이다, 99는 치킨!?냉장고에는 사이다도 없고 치킨도 없었다. 그래서 사이다 대신 요구르트 다섯 개, 치킨 대신 언제 먹다 두었는지 모를 탕수육을 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정신없이 먹고 났을 때 전화벨이 따르르릉 울렸다. “동엽이니?” 엄마였다. “응.” “너, 또 뭐 먹었구나.” 엄마는 뭘 먹었는지부터 따졌다. “아니.” “뭐가 아니니? 뭘 먹은 목소리인데.” 엄마는 내가 뭘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고 했다. 목소리가 텁텁하게 들리고 먹은 음식의 냄새까지 난다고 했다. “탕수육 남은 거 하고 요구르트.”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세엽이 자면 조용히 해라. 세엽이 깨지 않게.” 엄마는 자나 깨나 세엽이 걱정이다. 깽이, 깽이 말라갱이 세엽이. 세엽이는 유치원에 다니지 않고 그림 그리기, 만들기 같은 것을 가르치는 ‘푸른교실’에 다닌다. 세엽이네 선생님은 머리를 길게 기른 대학생 누나다. 엄마가 일이 있어 엄마 대신 세엽이를 푸른교실에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엄마가 시킨 대로 대학생 선생님에게 꼬박 인사를 했다. 그러자 대학생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어머나, 세엽이 형이니? 맞아?” 대학생 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그러자 대학생 선생님은 말했다. “어머나, 동생 먹을 걸 다 뺏어 먹었나 보네!” 그렇지 않아도 뚱뚱한 것에 대해 한마디 할 것 같았는데 단번에 말했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건 아닌데요.”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뭐가 아냐? 뻔해.” 대학생 선생님은 놀리듯 빙글빙글 웃기까지 했다.? “나는 뭐든지 다 잘 먹고, 세엽이는 뭐든지 다 안 먹어서예요.” 억울하게 당할 수만은 없었다. 절대! “그건 그래. 여기서도 간식을 입에도 대지 않으니.” 나는 간신히 누명을 벗었다. 억울한 건 풀렸지만 다음부터 푸른교실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말해 놓았다. 그 뒤 정말로 한 번도 안 갔다. “목욕들 안 하니?” 저녁 먹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데 엄마가 불렀다. 세엽이가 쪼르르 밖으로 나왔다. “…난 조금 있다가.”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돌아보았다. 엄마가 눈을 갑자기 동그랗게 뜨고 바라볼 때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 잘됐네.” 엄마는 다른 날과 달리 순순히 대답했다. “뭐가 잘됐는데, 엄마?” 나는 엄마 눈을 피해 소파에서 일어났다. “줄넘기 하고 들어와서 씻으면 되겠다.” “누가?” 모르는 척 물었다. “누군 누구야? 너지.” “싫어.” “싫긴 뭐가 싫어. 줄넘기하고 들어와서 씻으면 두번 씻지 않아 좋잖아. 서늘할지 모르니 웃옷 하나 더 걸치고.” 엄마는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것처럼 얇은 점퍼와 줄넘기를 내다주었다. “내기 제일 싫어하는 게 줄넘기인 거 엄마도 알잖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 “줄넘기 백번 넘기 싫으면 아파트를 세 바퀴 달리고 오든지.” “달리기도 싫어하는 거 엄마도 알잖아!” “줄넘기도 싫고, 달리기도 싫고… 그럼, 팔굽혀 펴기 서른 번 할 테야?” 엄마는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세엽이는 옷을 홀랑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세엽이의 벗은 궁둥이는 내 궁등이의 반도 안 되었다. “거실에서 하면 안돼?” 안 된다고 할 것이 뻔한데도 물었다. “네가 뛰면 102동 아파트 전체가 쿵쿵 울릴 걸 아마.” 엄마는 말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점퍼와 줄넘기를 손에 쥐어주며 신도 제대로 못 신은 내 등을 떼밀었다. “왜 미는 거야?” 나는 밀리지 않으려 두 발바닥에 힘을 주었다. 아파트 뒤꼍으로 나온 나는 나무 의자에 앉아 줄넘기 줄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엄마는 만날 나만 갖고 그래!’ ? 목욕탕에서 나온 세엽이는 요플레를 먹을 것이다. 나는 냉장고에 딸기 요플레와 키위 요플레가 있는 걸 보아 두었다. 냉장고 오른쪽 둘째 칸에. ‘보름달이 아파트 뒤꼍을 환하게 비추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엄마가 보고 있으면 어쩌지?’ 10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엄마가 내다볼 것이 걱정되었다. 고개를 쳐들어 윗쪽을 올려다보았다. 내다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줄넘기의 나무 손잡이를 두 손에 나눠 잡았다가 나무 의자 위에 슬그머니 놓았다.?줄넘기는 정말이지 싫다.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어, 지난번에도 지금과 꼭 같았는데….’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라 있었다. 나는 놀라 둘레를 두리번거렸다. ‘은고양이가 오지 않을까?’ 줄넘기 줄을 나무의자 아래로 늘어뜨려 놓고 삼십 분이 넘도록 기다렸다. “하나, 둘, 셋, 넷… 스물 하나….” 나는 하나 둘을 세며 타닥타닥 줄넘기를 넘기 시작했다. 어느새 달빛을 받아 털이 더 새하얀 은고양이가 나와 함께 줄넘기를 넘었다. “… 여든 하나, 여든 둘….” 백까지 다 세고 돌아보았을 때 은고양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은고양이야, 잘가!” 언젠가 한번은 세엽을 데리고 나와 은고양이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달빛을 받아 온통 새하얀 은고양이…. ● 작가의 말 몹시 배가 고파 보이는 길고양를 보았다. 길고양이에게 무엇이든 먹이려 슈퍼에서 참치 한 캔을 사 뚜껑을 따 주었다. 길고양이는 내가 멀리 떨어져 앉자 다가와 허겁지겁 먹었다. ‘잘가, 은고양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이 뚱뚱한 동엽이와 보름달밤 은고양이가 만난 이야기이다. 우리가 살을 빼야 한다든지, 숙제를 열심히 해야 한다든지 그런 자질구레한 일로 분주해 있을 때에도 ‘꿈결 같은 은고양이’는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 작가 약력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했다.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고,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 입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문 입선 및 당선됐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 ‘江秋’ 한강 30대 명소

    ‘江秋’ 한강 30대 명소

    맑은 하늘과 단풍이 유혹하는 가을이다.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먼 곳까지 가기 어렵다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반나절 가을여행’도 좋을 듯하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쾌청한 가을 날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강의 30대 명소를 네 개의 테마로 나눠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한강을 벗삼아 저녁 나들이를 하는 것도 ‘추억 만들기’의 좋은 방법이다. 다음은 서울시가 추천한 주요 명소들이다. ●자녀들의 환경교육을 원한다면? 지난해 12월 재개장한 암사생태공원과 강서습지생태공원, 고덕수변생태복원지는 서울서 찾기 힘든 ‘시골 외갓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반포 서래섬과 여의도 여의못·수질정화원, 밤섬 생태보전지역, 난지 생태습지원은 아파트와 빌딩숲 사이에서 ‘4차원의 문’을 지나온 듯 원시적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시는 ▲잠실 어도(魚道)와 수중보 ▲뚝섬 자연학습장 장미정원 등도 생태교육 명소로 추천했다. ●한강의 진짜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한강의 주요 대교마다 설치된 조망대를 찾아가면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이 부럽지 않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광진교 전망대 ‘리버뷰 8번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한강 전체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잠실대교 ‘리버뷰 봄’에 가면 여성을 위한 꽃집 창업정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한남대교 ‘카페 레인보우’에서는 전망과 함께 맥주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동작대교 ▲한강대교 ▲양화대교 등에 설치된 전망쉼터에서도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레저를 즐기려면? 광나루자전거공원은 12만 4000㎡의 공간에 자전거 레이싱 경기장과 어린이 자전거 교육장, 레일바이크를 갖춰 그야말로 ‘자전거의, 자전거에 의한, 자전거를 위한’ 곳이다. 뚝섬 한강공원의 사계절 테마파크 ‘수피아’ 또한 저렴한 가격의 리조트급 휴양시설이다. 난지 캠핑장에서는 가족들이 밤을 지새우며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으며 맞은편에 위치한 강변물놀이장도 한강과 맞닿게 설계돼 강물에 직접 발을 담글 수 있다.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는? 연인과의 사랑이 깊어지길 원하면 반포 달빛무지개 분수가 제격이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 최장길이의 반포대교 음악분수는 최근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뚝섬 한강공원의 음악분수도 안개분수·스윙·은행잎 등 다양한 모양을 연출한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물빛광장도 폭포 모양의 물을 뻗어 시원한 경관을 자아낸다. 뚝섬 한강공원 자벌레, 여의도 한강공원 플로팅 스테이지, 선유도공원 내 선유도 데크는 특이한 모양으로 각광받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도봉 ‘서울 제1관광지’ 꿈꾼다

    도봉 ‘서울 제1관광지’ 꿈꾼다

    서울 도봉구가 서울 제1의 관광지로의 변신을 꿈꾼다. 도봉구는 도봉산 관광브랜드화와 관광발전 중장기 목표를 담은 ‘도봉구 관광 종합발전 계획’ 최종 보고회를 갖고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간다고 14일 밝혔다. ●도봉산 관광브랜드화 중장기계획 발표 이 계획은 2011년부터 도봉산을 중심으로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플라잉에코 어드벤처, 산림테라피 단지, 도봉 올레길(자락길), 선비문화수련원, 달빛 강변거리 조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선길 구청장은 “이 계획에 따라 도봉구는 서울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21세기형 관광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면서 “미래 도봉을 이끌 새로운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관광종합발전 중장기 계획은 도봉구가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연구개발 용역을 준 결과물이다. 지난 1차(6월8일), 2차(8월14일) 중간 보고회를 통해 최 구청장뿐 아니라 주민, 직능단체 회원의 의견을 종합 수렴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은 최 구청장의 아이디어인 ‘플라잉에코 어드벤처’ 조성이다. 이는 구의 대표 자원인 도봉산을 활용,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사업으로 2011년까지 9개 내외의 지프라인(Zipline·계곡과 계곡 사이에 와이어를 치고, 거기에 안전줄을 걸고 뛰어내려서 활강하는 것) 코스 개발을 목표로 추진된다. 이 사업에는 모두 15억원을 투입, 고객센터 등 편의시설도 갖추게 된다.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을 위한 산림테라피단지와 올레길도 만든다. 산림테라피단지 조성은 산을 단순히 걷는 곳이 아니라 산림 치유와 심신휴양의 웰빙 체험자원으로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구는 2011년에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5만 9300㎡ 면적에 100억원을 투입, 에코센터와 체류시설, 산림테라피시설 등을 문 열 계획이다. ●투어버스·호텔 운영 등 소프트웨어 구축 또 청소년과 외국인 관광을 위해 선비문화수련원을 건립한다. 이는 유교문화와 전통문화 공간으로, 조선시대 학문수련의 요람이었던 도봉서원의 선비정신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구는 관광객이 밤에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중랑천변에 달빛강변 거리와 창포원 일대에 에메랄드 거리를 조성한다. 동북권 르네상스와 연계, 중랑천변에 리듬분수와 바닥조명, 조명열주(기둥에 조명을 설치한 것) 등을 설치한다. 또 도봉산과 가까운 창포원 일대에 인연 연못, 연인의 길, 청혼연못 등을 설치해 젊은이들의 청혼이나 데이트 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밖에 관광도시로서 하드웨어적 개발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새롭게 꾸민다. 먼저 구의 모든 관광지를 즐길 수 있는 ‘도봉투어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관광호텔 조성, 도심 실개천(베리헤) 조성, 모자이크보도 설치, 산악관광센터 조성과 도봉문화예술공원 등 도봉구 관광종합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된다. 남택명 문화공보과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각종 관광사업을 통해 도봉산 인근을 서울 북부지역의 유일한 관광특구로 키워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계획이 허황된 꿈이 아니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안돼, 안돼!” 라고만 말하는 고양이(하라다 유우코 글·그림, 심영아 한국어번역, 요시오카 도모코 영어 번역, 바다어린이 펴냄) 미운 세살이 되면 아이들은 싫어, 안먹어, 세수 안해, 차 안탈거야 등 부정어를 사용하기 시작해 부모들의 애를 태운다. ‘안돼 고양이’를 통해서 긍정하는 법을 가르친다. 9000원. ●마음으로 듣는 노래(제임스 럼포드 글·그림, 김연수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축구와 서예를 좋아하는 알리는 바그다드에 산다. 그러나 2003년 바그다드에는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지는 날이 적지 않았다. 이웃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알리는 무서움을 잊기 위해 밤새 서예를 썼다. 평화를 기원하며. 하르브(전쟁)와 살롬(평화)과 같은 아랍어를 접해본다. 8500원. ●올빼미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세바스티아노 란체티 지음, 소년한길 펴냄) 깜깜한 밤, 달빛 아래 올빼미 한마리가 앉아있다. 올빼미 눈은 마치 구불구불한 못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색색의 사람들, 나무, 잠자리 등으로 변한다. 마티스의 그림을 보는 듯 원색의 움직임이 가득하다. 글자 한 자 없이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동화. 1만원. ●우리 음식에 담긴 12가지 역사 이야기(김선희 글, 문종성 그림, 어린이 작가정신 펴냄) 고구려인들이 즐겨먹던 맥적은 현재의 불고기로, 불교국가였던 고려 시대에는 맥이 끊길 뻔도 했다. 김치는 원래 백김치가 원형. 17세기 일본에서 고추가 들어오면서 빨갛고 매운 김치가 됐다. 요즘 흔한 상추는 과거에는 금보다 비싼 채소라 해서 ‘천금채’라고 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평소에 즐겨먹는 전통음식의 유래를 살펴봤다. 9500원. ●한지돌이(이종철 지음, 이춘길 그림, 보림 펴냄) 10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리 종이 한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닥나무를 베고, 찌고, 껍질을 벗겨 다시 삶고 씻고 두드리고 물에 풀어 다시 뜨고 말리기까지의 과정과 꼼꼼히 정리했다. 종이가 없던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기록 매체의 발달도 보여준다. 1만 800원.
  • [엄마와 읽는 동화] 애꾸눈 누렁이/류근원

    [엄마와 읽는 동화] 애꾸눈 누렁이/류근원

    인삼밭을 다녀오신 아버지의 한숨소리가 대문 밖에서 무겁게 날아왔어요. “어휴, 이놈의 산돼지들 때문에 고생고생 지은 인삼 농사 다 망치겠어.” 아버지는 대문 안 외양간의 누렁이를 한참동안 바라보셨어요. “누렁아, 어쩔 수 없다. 네 운명이려니 생각하렴.” 이상한 일이에요. 아버지는 요즈음 누렁이만 보면 뜻 모를 말과 함께 혀까지 쯧쯧 차시거든요.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 누렁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환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언덕 너머 인삼밭으로 향했어요. 가시철조망 아래로 땅을 파고 들어온 산돼지들의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는 거였어요. “어휴, 이럴 수가? 정말 아버지 가슴속이 새까맣게 타고도 남겠다.” 환이는 타달타달 인삼밭을 뒤로 했어요. 근처 인삼밭을 지키는 사냥개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무섭게 터져 나왔어요. “우리도 저런 사냥개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환이가 마악 대문을 들어설 때였어요. 안방에서 부모님이 주고받는 소리가 흘러나왔어요. “그래서 결정했소. 누렁이를 팔아서 인삼밭을 지킬 사냥개를 사기로.” “그래도 정이 흠뻑 든 누렁이인데.” “지금 팔아야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가 있다는구먼. 땀 흘려 가꾼 인삼밭을 지킬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어요.” 순간 환이는 귀를 의심했어요. 잘 못 들었나 싶어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한번 쑤셔도 보았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소. 인삼밭을 지키기 위해선……. 내일 소장수가 올거요.” 환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외양간 앞에 섰어요. 누렁이가 얼굴을 흔들어 댔어요. 잘랑잘랑 워낭소리가 바람을 타고 집안을 날아다녔어요. “아, 아버지의 어쩔수 없다는 말이 누렁이를 판다는 뜻이었구나. 누렁이, 불쌍해서 어쩌지?” 환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누렁이의 워낭 소리도 밤 이슥토록 잘랑잘랑 들려왔어요. 이튿날, 소장수가 누렁이를 보러왔어요. 소장수와 눈길이 마주치자, 누렁이는 허둥지둥 뒷걸음질을 쳐댔어요. “허허, 겁이 꽤 많은 황소로군. 고개 좀 이리 돌려 보거라. 허허, 이리 돌려 보라니까.” 소장수는 누렁이의 코뚜레를 잡고, 인정사정없이 흔들다가 깜짝 놀랐어요. “아니, 무슨 황소가 이래? 허허, 애꾸눈이잖아? 소장수 30년에 애꾸눈 황소는 첨 보네.” 소장수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어댔어요. 아버지는 깜짝 놀라 허둥거리셨어요. “하하, 애꾸눈이면 어떻습니까? 힘만 세면 최고지.”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힘이 좋아도 눈 하나론 논밭에서 제구실을 못하는 법이죠. 잘 아실 텐데?” “그, 그, 그런 것은 못 느꼈는데요. 논밭을 다른 집 황소보다 몇 배 더 잘 갈아요. 이웃 마을에서도 누렁이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허허, 그렇게 시치미를 떼시면 흥정이 어렵겠는데요.” 환이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쾅쾅 뛰기 시작했어요. 제발 흥정이 깨지라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빌었는지 몰라요. 그러나 흥정이 어렵다는 소장수의 말에 아버지는 금세 한풀 꺾이고 말았어요. “다른 황소보다 조금 낮게 잡아야 되겠습니다.” 두 분 사이에 몇 번 실랑이가 오가는 듯하더니, 이내 만족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어요. “잘 쳐드리는 것입니다. 우선 계약금으로 이걸 받으시고, 나머지 돈은 일주일 후 황소를 실어가는 날 드리도록 하지요.” 두 분은 연신 만족한 웃음을 흘리시며 대문 밖으로 나갔어요. ‘흑, 아무리 말을 못 알아듣는 동물이라지만. 누렁이 앞에서 그렇게 무서운 소릴 주고받으시다니.’ 갑자기 아버지가 미워지는 환이에요. 그러나 잠시 뿐이었어요. ‘따지고 보면 다 내 탓인걸 뭐.’ 환이는 힘없이 외양간으로 들어갔어요. 그때까지도 누렁이는 외양간 모서리에 머리를 틀어박고 있는 거였어요. “누렁아, 나야. 고개를 이리 돌려봐, 응? 다 내 탓이야, 미안해.” 고삐를 잡아당겼지만, 누렁이는 막무가내였어요. 꿈쩍도 하질 않는 거예요. 환이는 뒷동산 언덕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2학년 때였어요. 텔레비전에서 먼 나라 용감한 투우사를 보게 되었어요. 멋진 칼을 찬 투우사가 소를 눕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는 거였어요. 환이도 멋진 투우사가 되고 싶었어요. 빨간 보자기를 준비하고, 지게작대기를 칼로 대신해서 송아지인 누렁이 앞에 섰어요. “자, 누렁아. 덤벼, 덤벼 보라구. 어서!” 그러나 누렁이는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오히려 환이를 이상스레 바라보는 거였어요. 지게작대기로 꾹꾹 찔러도 슬슬 피해 다니기만 하는 누렁이였어요. 그때 환이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가는 게 있었어요. ‘그래, 누렁일 화나게 만들면 나에게 덤벼들 거야. 히히히.’ 환이는 누렁이 꼬리에 성냥을 팍 그어댔어요. “우우우! 우우우!” 누렁이는 무서운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어요. 뜨거움을 못 참고, 날뛰던 누렁이는 나뭇가지에 그만 오른쪽 눈을 찔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오른쪽 눈은 영원히 뜨질 못하게 되었어요. 환이는 너무나 무서워 영원한 비밀로 감추고 말았어요. 그 후로 누렁이는 이상스레 변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나아갈 때는 얼굴을 이리저리 번갈아 돌리며 나아가는 것이었어요. 논밭을 갈 때도 행동이 굼뜨고 똑바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지 몰라요. “미안해, 누렁아! 날 용서해줘!” 환이는 맞은 편 산에 대고 수없이 메아리를 날렸어요. 이튿날부터 환이는 누렁이를 데리고 산언덕으로 향했어요. 잘 드는 톱으로 누렁이의 코뚜레를 잘라냈어요. 시냇가에서 누렁이의 엉덩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똥딱지를 깨끗하게 닦아 주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소장수가 누렁이를 데려가기로 약속한 하루 전날, 환이는 누렁이를 데리고 인삼밭으로 향했어요. “누렁아, 미안해. 부모님 몰래 인삼을 캐서 널 줄게. 내 마지막 선물이야, 맛있게 먹었음 좋겠어.” 인삼밭이 환이의 눈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눈에 익은 울타리가 아니었어요. “헉, 저, 저, 저럴 수가! 가시철조망이 주저앉아 버렸잖아!” 어미 산돼지와 새끼들이 가시철조망을 무너뜨리고, 인삼밭을 마구 파헤치고 있는 거였어요. “야, 이 나쁜 놈들아. 저리 가지 못해!” 환이는 돌멩이들을 주워 산돼지들에게 쉬지 않고 던져댔어요. 갑자기 어미 산돼지가 몸을 휙 돌리는 것이었어요. “아, 아, 안 돼! 아버지, 어머니!” 그때였어요. 환이 앞으로 무엇인가 휙 지나치더니 쿵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는 거였어요. “음머어! 음머어!” 산자락 하나가 무너져 내릴 듯한 누렁이 울음소리가 터졌어요. 산돼지들은 숲 속으로 허둥지둥 꽁무니를 빼고 말았어요. 누렁이의 애꾸눈 밑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어요. 부딪칠 때, 산돼지의 송곳니에 찔린 게 분명했어요. 환이는 옷을 찢어 누렁이의 피를 닦아주기 시작했어요. “누렁아, 고마워. 너 아니었음, 너 아니었음……. 미안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달려왔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마나 놀라셨는지 얼굴이 하얘졌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노을이 내릴 때까지 가시철조망을 다시 일으켜 세웠어요. “누렁아, 고맙구나. 많이 아팠겠다. 자, 가자.” 잘랑잘랑 워낭 소리가 환이의 귀에는 누렁이의 울음소리로 들려오는 거였어요. 서쪽하늘엔 누렁이의 핏빛 같은 노을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어요. 누렁이와의 마지막 밤이 되었어요. 환이의 방으로 달빛이 환하게 스며들었어요. 밤 이슥토록 누렁이도 잠을 못 이루고 있었어요. 이따금씩 워낭 소리가 잘랑잘랑 들려왔어요. 환이는 귀를 막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워낭 소리가 종소리보다 더 크게 환이의 가슴을 마구 흔들어놓는 거였어요. 환이는 살며시 방문을 열고, 외양간으로 향했어요. 마당으로 숨이 막힐 듯 쏟아져 내리는 달빛, 달빛. 누렁이는 하염없이 보름달만 쳐다보고 있는 거였어요. “누렁아, 우린 내일이면 헤어져야 해. 사랑해!” 환이는 누렁이의 목을 끌어안고, 울지 않으려 입술을 꽉 물었어요. 누렁이의 긴 혀가 환이의 얼굴을 핥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쏟아져 나오는 꽃향기, 상큼한 풀잎 냄새……. 환이는 무엇엔가 쫓기는 모습으로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오고 말았어요. 이튿날 누렁이를 싣고 갈 트럭이 왔어요. 환이는 팔려가는 누렁이를 차마 볼 수 없어 마당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 소장수의 웃음소리가 무섭게 들려왔어요. “자, 나머지 돈입니다. 누렁이를 싣고 가겠습니다.” “저, 저, 미안합니다. 누렁이는 팔지 않겠어요. 계약 위반금을 달라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안 파신다니요? 누렁이 값을 잘 쳐드리는 건데, 이거야 어디 원 쩝쩝.” 한참 후, 트럭은 털털털 소릴 내며 돌아갔어요. 환이는 얼마나 놀랐는지, 방문을 쾅 열어젖뜨렸어요. 누렁이에게 맨발로 달려갔어요. “누렁아, 우리 아빠 최고지?” 누렁이가 음머어!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잘랑잘랑 워낭 소리도 ‘그래그래’ 라고 들려오는 거였어요. ●작가의 말 애꾸눈 누렁이는 개구쟁이 시절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누렁이는 죽고 없지만, 아직까지도 제 가슴 속에 살아있답니다. 밤 이슥토록 잠 못 이룰 때에는 음머어 소리도 듣고, 잘랑잘랑 워낭 소리를 아직도 듣고 있답니다. 누렁이에게 미안한 마음, 아무리 퍼내도 샘물처럼 줄지 않고 있어요. 혹시 누렁이가 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밤하늘도 많이 쳐다본답니다. ●작가 약력 충북 충주 출생. 1984년 아동문학평론 동화 추천완료. 계몽아동문학상, 새벗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톨스토이 문학대제전 아동문학대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주요 동화집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만남’, ‘눈자니 마을의 동화’ 등. 충남 보령 개화예술공원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만남’ 동화비가 세워져 있음. 현재 경기 화성시 비봉초등학교 교장
  • 어두운 한강다리 밑에 문화공간 조성

    어두운 한강다리 밑에 문화공간 조성

    어둡고 삭막했던 한강다리 밑이 고품격 여가공간으로 되살아난다. 우범지대의 이미지도 밝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교량 하부에 155억원을 투입, 자전거 전용도로와 문화·체육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우선 반포대교 북단∼금호나들목∼중랑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강변북로 하부 3.8㎞ 구간과 노량대교∼반포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올림픽대로 하부 2.2㎞ 구간을 내년 5월까지 정비한다. 이들 구간은 각각 이촌·뚝섬 한강공원과 여의도·반포 한강공원을 잇는 주요 구간임에도 그동안 방치된 채 공간 활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본부는 강변북로 하부 3.8㎞ 구간에는 자전거도로를 신설하고, 겸용이던 보행자도로를 분리해 보행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이곳에는 휴게소·광장 등 자전거 관련 시설과 전망대 등 다양한 수변공간이 조성된다. 반포대교 북단 하부 둔치에는 반포대교의 달빛무지개분수와 연계된 전망·휴게공간인 ‘반포 컬처랜드’가, 금호나들목 주변에는 ‘금호나들목 빌리지 커뮤니티 플라자’가 각각 조성된다. 또 한남대교 상류 유휴 공지에는 ‘윈드 앤드 바이시클 플라자’가 들어선다. 윈드 앤드 바이시클 플라자는 자전거 이용자가 휴식을 취하면서 자전거 정비와 간단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올림픽대로 하부 2.2㎞ 구간도 거점 3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노량대교 하단 한강대교∼원불교 서울회관 구간 1만 4000㎡ 공간에는 카페테리아·이벤트광장·운동시설 등이 들어서며 한강공원에서 진입하는 계단도 신설된다. 또 흑석초등학교 앞 소공원에는 테마 자전거휴게소가, 원불교 서울회관∼반포천 합류부에는 가로정원·산책로 등이 생긴다. 장정우 한강사업본부장은 “노량대교 하부 등 상습 침수구간은 전망대 등 침수피해가 없는 시설을 주로 설치할 예정”이라며 “한강교량 하부의 나머지 30㎞ 구간에 대해선 추후 정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우리말 여행] 이울다

    ‘시들다’는 말이다. 그런데 꽃이나 잎이 시들 때 ‘이울다’고 한다. ‘꽃잎이 이울어 간다.’ 해는 기울어 가며 빛이 약해진다. 달은 보름이 지나면 이지러지기 시작한다. ‘이울다’는 해나 달의 빛이 약해지거나 스러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운 달빛 아래.’ ‘꽃이 시들다, 해의 빛이 약해지다’는 뜻 외에 ‘점점 쇠약해지다’는 뜻도 있다. ‘국운이 이울다.’
  • [어린이 책꽂이]

    ●여름이 좋아(민느 글, 나탈리 포르티에 그림, 이정주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산에 텐트를 치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감상하고, 참나무나 느티나무를 구별해보고, 아무 일도 안 하고 한낮 무더위를 낮잠으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방학 중에 꼭 해보면 좋은 일들이 길게 소개돼 있다. 8500원. ●형제가 간다(방미진 글, 이경석 그림, 창비 펴냄) 열 살 형 봉호, 아홉 살 동생 경호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다. 귀엽고 인사성 밝고, 성격 좋은 형은 인기 짱이지만, 공부가 더디고 혼자 책읽기도 힘들어하는 동생은 학교에서 ‘꼴통’, 집에서 ‘골칫거리’. 하지만 형에게 비밀이 있었으니, 형도 꼴통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또는 그래서 형제는 즐겁다. 8500원. ●흥부네 똥개(이형진 글 그림, 느림보 펴냄) 점박이는 흥부네 집에서 키우는 잡종개다. 점박이는 자신이 흥부 자식 열두 남매 중 아홉째로 믿고 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점박이는 똥을 즐긴다. 그러나 막내 흔들이가 병이 들자 흥부는 점박이를 ‘잡자’고 한다. 똥개 눈에 비친 인간은 흥부조차도 너무나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이다. 9800원. ●물을 찾는 아이(잔 오머로드 지음, 노경실 옮김, 해와나무 펴냄)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농장에 사는 두기는 가뭄에 농장이 타들어가자 나뭇가지를 들고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냈던 할아버지를 따라 직접 물을 찾아 나선다. 두기는 나뭇가지가 아래 위로 흔들린 지점을 삽으로 파냈지만, 물은 없었다. 그러나 그날 밤 달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두기는 발견한다. 두기의 가족과 말, 사슴들은 충분히 목을 축일 수 있었다. 물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8500원. ●개척자와 공상가들(토마스 뷔르케 글, 유영미 옮김, 채연석 감수, 웅진주니어 펴냄) 8월 중에 전남 고흥군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소형위성발사체인 ‘나로호’를 발사하면 한국은 10번째 우주클럽의 회원국이 된다. 우주 탐험에 도전한 인류의 개척 역사에 이제 한국도 포함되는 것이다. 닐 암스트롱이 있기까지 공상가에 불과했던 개척자들의 이야기. 1만 5000원.
  • 토성의 고리들이 하루 동안 사라진다

    토성의 고리들이 하루 동안 사라진다

    태양에서 여섯 번째 떨어진 행성인 토성은 7개의 거대한 고리들로 더 유명하다.가장 큰 고리는 둘레가 27만 2000㎞나 되지만 두께는 9.1m밖에 되지 않는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고리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은 토성을 관찰하는 또다른 재미.  그런데 11일(이하 현지시간) 하루 동안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을 관찰하는 이들은 깜짝 놀랄지 모른다.토성의 거대한 고리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스페이스 닷컴은 10일 전했다.  국내에선 11일 아침부터 전국에 빗줄기가 퍼붓고 있어 애초에 천체 관측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과연 무슨 일 때문에 토성의 고리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게 될까.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1년이 걸리는 지구와 달리 토성의 공전주기는 29.7년이다.그런데 토성의 황도면(태양과 지구를 지나는 평면) 기울기는 약 27도로 지구의 23도보다 약간 더 기울어진다.따라서 지구와 거의 비슷하게 토성에도 계절의 변화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얼음과 진흙으로 이뤄진 이 고리들은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된다.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고리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15년마다 한 번씩 토성의 적도면 기울기가 태양과 정확히 일치하면 태양으로부터 뻗어나온 빛은 그대로 고리를 통과하게 된다.반사할 빛이 없는 고리는 따라서 지구에서 사라진 것처럼 관측되는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카시니(토성의 가장 큰 위성)-토성 임무의 부책임자인 린다 스필커 박사는 “이 아주 좁은 띠가 빛을 반사하는 부분이 너무 적어지면 고리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성의 고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610년에 스스로 만든 원시적인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했는데 그는 그게 무언지도 몰랐으면 다만 ‘손잡이’처럼 보였다고 기록했다.그는 이 현상을 2년 정도 관찰한 뒤 1612년 12월에 한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 놀랍고 전에 관측되지 않았던,그래서 너무 귀한 이 현상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도 11일 하루 동안 지구인들이 관측한 것과 같은 것을 보았던 것이다.  1655년 수학자 크리스티안 호이헨스는 조금 더 개선된 망원경으로 고리들을 이룬 물질들의 성질을 파악해냈다.  태양의 빛을 반사해내지는 못하지만 다른 재미를 안기기도 한다.이를테면 다른 때 관찰하기 쉽지 않았던 토성의 달빛이 반사된다거나 다른 물질들이 반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NASA가 띄운 우주선 카시니가 이 이벤트를 맨 앞줄에서 촬영해 흥미로운 사진들을 보내올 것이다.  스필커는 “위대한 마술사처럼 토성은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강서 “20개 자치회관서 방학을 알차게”

    강서 “20개 자치회관서 방학을 알차게”

    서울 강서구가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동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3일 강서구에 따르면 20개 자치회관별로 파주영어마을, 강화달빛마을, 애벌레 생태학교 등 다채로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구는 어린이들이 도시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하기 위해 체험학습을 직접 보고 만들고 수확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꾸몄다고 덧붙였다. 구는 또 지역 내의 인적·물적 자원을 연계한 체험학습이 자치회관 중심의 지역공동체 형성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개 자치회관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으로는 울창한 숲속에서 삼림욕도 즐기고 다양한 풀벌레 등 곤충을 관찰하고 직접 벌레모형을 만들어 보는 ▲화곡1·2동의 광릉수목원 ▲화곡4동의 애벌레 생태학교, 장차 천문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는 ▲우장산동의 송암 천문대 체험, 어른들이 심은 농작물을 직접 캐보고 따보며 수확하는 기쁨을 맛볼 ▲가양1동과 공항동의 강화 달빛마을의 순무 버섯따기, 부모들의 어릴 적 방학생활 등을 체험하는 ▲가양2동의 외갓집 체험마을 등이다. 참여를 원하는 어린이들은 각동 주민센터에 직접 신청하면 되고, 참가비는 체험별 1인당 5000원에서 1만원이다. 지난 2007년부터 운영해 온 체험학습은 여름 및 겨울방학동안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기다리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나도 조종사 체험, 새터민 어린이 한옥마을 체험, 어린이 박물관 족장회의 체험, 국회배지 만들기 및 의정체험, 김포 덕포진박물관 옛날교실 체험 등이 인기를 끌었다. 전차동 자치행정과장은 “많은 돈이나 시간을 내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자치회관에서 다채로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면서 “참가자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꿈과 창의력도 쑥쑥 자라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객원칼럼] 책 읽는 장소를 권함/김무곤 동국대 교수

    [객원칼럼] 책 읽는 장소를 권함/김무곤 동국대 교수

    강호(江湖)에 눈이 빛나는 사람이 적으니 사는 재미가 덜하다. 사람 만난 뒷자리에 향기가 남는 일이 드물어져 간다. 정치가나 기업가나 언론인이나 학자나 다 마찬가지다.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그 무언가가 없다. 도무지 공부들을 안 하기 때문이다. 공부 안 하면 메시지가 있을 리 없고, 메시지가 없으면 만남이 공허하다. 남자들끼리 만났다 하면 폭탄주에 노래방에 등산이다. 폭탄주. 난폭하니 자칫 이성을 잃기 쉽고 건강을 망친다. 노래방. 슬프지도 기쁘지도 아니한데 왜 절규해야 하는가. 등산. 올라가서 땀 빼놓고 내려와서 삼겹살은 왜 구워먹나. 가끔 입을 열면 정치이야기. 이제 지겹다. 동시대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이 폭탄주, 노래방, 등산에 그토록 몰입하는 것은 셋 다 그다지 말을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취미이기 때문이다. 함께 있어도 혼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입이 없으니 산출이 없고, 자극이 없으니 변화가 없다. 머릿속에 바뀐 게 없으니 오래 전 이야기를 닳고 닳도록 써먹는다.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고 낯선 제안을 물리치게 된다. 이윽고 자기 자신을 황폐화시킬뿐더러 사회의 생기를 빼앗는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 제군(諸君)! 폭탄주 자제하고 공부하기를 권함. 올가을엔 눈빛이 형형해져서 귀환하기를 권함. 아래에 절호의 독서 장소를 예시함. #기차. 한때는 책을 읽으려고 기차를 탔다. 신촌 기차역에서 일산으로 가는 기차는 왕복 1시간20분 걸렸다. 캔 커피 하나, 책 두 권 들고 매주 기차역으로 간 적이 있었다. 역 근처 서점에서 신간 한 권, 잡지 한 권 사는 기분은 늘 상쾌하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해도 내리기 싫어진다. #공원 벤치. 바람이 시원한 날이면 더 좋겠지만, 비 안 오고 어둡지 않으면 괜찮다. 책도 읽고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그러다 산책도 하다가 책을 베고 잠들 수도 있다. 잠잘 때를 생각하면 좀 두꺼운 책이 좋다. #화장실. 여행 해보면 제집 화장실이 얼마나 귀중한 공간인지 알게 된다. 화장실은 독립적이고, 은밀하고, 자유롭다.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도, 프랑스의 극작가 마르셀도 생각이 비슷했던 모양이다. 헨리 밀러는 “나의 훌륭한 독서는 거의 화장실에서 이루어졌다.”라고 썼다. 마르셀은 헨리 밀러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결코 침범 당할 수 없는 고독이 요구되는 모든 일. 즉, 독서나 몽상, 울음, 관능적인 쾌락을 위한 장소”라고 예찬했다. 책 읽는 장소가 책에 대한 기억을 결정하는 듯. 독일 작가 마르틴 발저는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에서 고백했다. “어느 해 늦여름 나는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서 바이런을 읽었다. 이 나무 아래에서 바이런을 읽었을 때 ‘나는 베니스의 한숨의 다리 위에 서 있었네. 다리 한쪽엔 궁전이 있고 다른 한쪽에 감옥이 있었네’라는 시구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긴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마르틴 발저에게 바이런은 사과나무와 함께 떠오른다. 나에게 중국작가 쑤퉁의 ‘홍분(紅粉)’은 서대문 지하다방의 쌍화차 냄새와 함께 떠오른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는 대나무 숲이 빽빽이 들어선 절집의 툇마루다. 내용을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책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는 추억을 읽으면 된다. 가끔 어딘가에서 책을 읽었던 그 행위 자체가 한 권의 책이 된다. 프루스트는 말했다. “자신이 읽은 책에는 그 책을 읽은 밤의 달빛이 섞여 있다.” 김무곤 동국대 교수
  • [서울플러스] 북정길 성곽마을서 ‘월월축제’

    성북구(구청장 서찬교)국민대학교와 함께 성북동 북정길 성곽마을에서 19∼20일 이틀간 ‘월월축제’를 연다. ‘북정 성곽마을 달빛 스케치’라는 부제를 단 축제는 주민과 대학생, 예술가들이 작은 얘기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박정욱 명창의 소리한마당, 책 낭독회, 변사극 이수일과 심순애 등으로 이어진다. 문화체육과 920-3048.
  • [야생초 이야기⑥] 방울꽃

    [야생초 이야기⑥] 방울꽃

    5월이면 은방울꽃이 피기 시작한다. 날이 풀리고 4월이면 땅을 뚫고 뾰족뾰족 붉은 막에 싸인 은방울 싹이 돋는다. 끝이 날렵한 한 장의 계란형 잎이 또 다른 한 장의 잎 밑 부분을 감싼 채, 모두 두 장의 잎이 다 자라면 그 사이에서 작은 망울이 맺힌 꽃대가 나온다. 드물게 석 장의 잎을 가진 개체가 없진 않으나 대개가 두 장의 잎을 가진다. 은방울은 숲 가장자리의 반그늘을 좋아한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썩은 부엽토 층에 아주 넓게 퍼져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세간에 제비꽃, 민들레만큼 그 이름이 널리 흔하게 알려진 야생화 가운데 하나가 은방울꽃이 아닐까? 그 꽃을 보기 전에도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형상이 어떠할지 짐작하게 해주는 꽃 이름이다. ‘아마 은백색의 빛깔로 꽃모양은 방울을 닮았겠지’하고 상상이 되지 않은가? 그렇다. 말 그대로 은으로 만든 작은 방울 같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 향기 또한 아름다우리라 짐작을 한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대명사로 흔히 쓰이는 이름이 이 은방울 아닌가 한다. 신석정 시인이 쓴 <은방울꽃>이라는 시가 있다. 나는 / 그때 외롭게 / 산길을 걷고 있었다. …(중략)… 숲길에선 / 은방울꽃 내음이 솔곳이 / 바람결에 풍겨오고 있었다. 너희들의 / 그 맑은 눈망울을 / 은방울꽃 속에서 난 역력히 보았다. 그것은 / 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 너희 가슴 속에 핀 꽃이었는지도 모른다. <은방울꽃> 부분, 신석정 그 향기로 먼저 다가오는 꽃, 그리운, 간절하게 그리운 “너희들의 그 맑은 눈망울”을 닮은 꽃, 얼마나 맑으면 얼마나 향기로우면 그리운 “너희들을” 그 꽃에서 떠올렸을까? 시인이 외롭게 산길을 걸으며 떠올렸을 그리운 “너희들의 가슴 속에서 핀 꽃”이니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꽃일까? 5월과 6월의 숲에 짙은 향기를 뿜어대는 풀꽃이 있다면 이 은방울꽃이라 생각하면 된다. 반원을 그리며 잎보다 낮은 위치에서 땅을 향하며 휘어진 꽃대, 거기에 송알송알 10개 정도의 앙증맞은 꽃이 피어난다. 순백색이다. 모두들 수줍은 듯 땅을 향하여 피어나기 때문에 좀처럼 그 안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순백의 빛깔에 걸맞게 그 향기 또한 맑고도 그윽하다. 시인이 노래했던 대로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오는 향기다. 그 싱그러움은 언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렇다. 이 꽃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5월의 숲을 찾아보라. 5월만큼 아름다운 계절이 있을까? 그 5월이 아름답다면 분명 우리 곁에 숲이 있어서일 것이고 5월의 숲은 이 은방울꽃의 빛깔과 향기로 완성된다. 고급 향수의 재료로 쓰인다니 그럴 만도 하다. 작아서 고개 숙이고 앉아야 오롯이 그 모습을 보여주는 꽃, 좀처럼 제 속을 보여주지 않고 향기로 말하는 꽃, 그 꽃말대로 “기쁜 소식”을 줄 것 같은 즐거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꽃이다. 또 다른 꽃말이 “다시 찾은 행복”이라는데 그럴 것도 같다. 그 순결한 빛깔과 향기 앞에서는 지난 고통들은 싹 가시고 다시 행복이 찾아올 것 같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바람이 살짝 불어준다면 그 작은 은방울들이 찰랑찰랑 맑고 청아한 방울 소리를 낼 것 같지 않은가? 전설에 의하면 5월의 은밀한 숲엔 하늘의 천사들이 밤이면 무도회를 연단다. 달빛을 타고 내려온 천사들은 목에 달았던 작은 방울을 풀잎에 걸어두고 노래 부르며 춤추며 날이 밝도록 놀다가 새벽이 되면 하늘로 올라간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날이 훤하게 밝은 줄도 모르고 무도에 취했다가 서둘러 하늘로 올라가는 바람에 벗어두었던 방울을 잊고 갔단다. 우리가 보는 이 은방울꽃이 바로 천사의 목에 걸렸던 그 은방울이었던 것이다. 그 말고도 다른 전설이 있다. 대개 죽은 자의 영혼이 꽃으로 태어나거나 그의 피가 꽃으로 태어난다는. 그리스에 전해오는 전설이다. 세인트 레오나르도는 의협심이 강한 청년인데 사람들을 괴롭히는 독사와 맞서 싸우다가 독사를 죽이게 되지만 그 자신 또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그의 상처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땅에 떨어져 꽃을 피우게 되는데 그것이 은방울꽃이라고 한다. 꽃의 빛깔과 어울리지 않는 얘긴데 그런 의심에 대한 답이라도 되는 듯 처음 은방울의 싹이 돋을 때 보면 붉은 색의 막에 싸여 있다. 전설이란 게 믿거나 말거나 얘기지만 아무래도 천사의 목걸이 쪽을 믿고 싶다. 있다면 말이다. 없다해도 은방울꽃을 보면서 그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 천국, 그리고 천사를 상상해보는 게 더 즐겁지 않을까? 가슴 속에 천국의 모습 하나 그려보지 않은 사람도 가난한 사람 아닐까 한다. 천국의 모습을 그려보라 하면 은방울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그런 나라를 떠올려본다. 요즘은 관상용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은방울꽃을 만날 수 있다. 화분에 담아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야생화는 야생에서 만났을 때 온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두고두고 잘 기를 수 있다면 집에서 길러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이 은방울꽃은 약재로도 쓰인다. 강심제와 이뇨제로 쓰인다 하나 이 야생초 역시나 독이 있어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한다. 조심할 일이다. 마음의 상처엔 특효가 있으나 몸이 아프다면 역시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다. 5월엔 숲에 가서 이 은방울꽃을 만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쇄락해질지도 모른다. 복효근·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등.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글 복효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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