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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풍호반에 띄운 아홉 번째 ‘시네 뮤직’

    청풍호반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음악과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다음 달 14~19일 충북 제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세계 최초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5편, 자국 이외의 국가에서 최초 상영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1편 등 모두 95편이 선보인다. 개막작은 프랑스 마르탱 르 갈 감독의 ‘팝 리뎀션’(Pop Redemption). 음악을 사랑하는 주인공들이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헤비메털 페스티벌 ‘헬페스트’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펼친 작품이다. 영화제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시네마 콘서트’에는 배우 헤롤드 로이드의 무성영화 ‘키드 브라더’와 ‘안전불감증’이 상영된다. 무성영화 상영에 라이브 음악 연주를 곁들이는 이 프로그램에는 올해 무성영화 전문 피아니스트 필립 칼리가 참여한다. 국제경쟁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부문에서는 ‘팀 버클리에게 바침’, ‘드럼의 마왕 진저 베이커’, ‘메르세데스 소사:남미의 목소리’ 등이 초청됐다. 음악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뮤직 인 사이트’ 부문에서는 록밴드 폴리스의 기타리스트 앤디 서머스를 통해 폴리스의 매력을 보여주는 ‘폴리스와 함께 한 나날들’,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 스톤스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등이 상영된다. ‘주제와 변주’ 부문에서는 ‘록 페스티벌의 모든 것’을 주제로 관련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 밖에도 ‘첸커신(陳可辛) 특별 회고전’에서는 영화 ‘금지옥엽’ ‘첨밀밀’ ‘퍼햅스 러브’가 선보이며 올해 영화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동준 음악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7번방의 선물’ ‘지구를 지켜라’ 등이 무료상영된다. 음악공연 ‘원 썸머 나잇’ 프로그램에는 바비킴&부가킹즈, 프라이머리&자이언티, 허클베리핀, 바이브, 스윗 소로우, 넬, 이기찬, 10센치, 버벌진트, 옥상달빛 등이 참여해 흥을 돋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아잇… 간지러워요. 그냥 손만 얹고 가만 계세요.” “내가 보고 싶었나?”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새벽 나절에 까치가 울며 날아가고, 세찬 바람에 나뭇가지만 흔들려도 이녁인가 해서 방문 열고 내다보곤 했답니다. 머리맡으로 지나는 목쉰 바람 소리에도 가슴 두근거리는 일은 이제 그만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월이 심덕이 그토록 무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 때문에 애를 끓였네 그려…. 우리도 보란 듯이 만날 날이 있겠지.” “얼마 전에는 길세만이라는 이가 와서 날 보자 하고 방문 앞에 와서 얼마나 기광을 부리던지…. 문을 모질게 닫고 호되게 쏘아붙여서 내쫓긴 하였습니다만, 야밤에 지게문을 부수고 쳐들어와서 뜸베질이라도 할까 봐 엄니 곁에 꼭 붙어서 새우잠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남정네 명색이라곤 노닥다리 중노미 하나뿐인 산속에서 훼절이라도 당한다면 나 같은 천덕꾸러기라 할지라도 어찌 목숨을 부지하고 살겠습니까. 자문하고 말지요.” “금시초문이군. 그런 불상사가 있었나? 그 위인과는 흉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라네.” “봉변당하고 물러나긴 하였으나, 언제 또다시 게거품을 빼물고 대들지 누가 알겠습니까. 절개가 이지러져서 욕받이로 지내느니 자문할 수밖에 없지요.” “농으로도 그런 소리 함부로 내뱉는 게 아닐세.” “초로 같은 목숨, 지킬 도리를 찾지 못한다면 버려야지요.” “소행머리하구선….” “아이… 배 아파요. 달거리한 지 오래되어서 오늘은 안 돼요. 그냥 만지기만 하세요.” “나도 피가 뜨거운 사내 명색일세. 어찌 만지는 것으로 흡족하겠나….” “누가 볼까 겁나네. 야기가 찬데… 고쟁이를 내리면 어떻게 합니까….” “내치지 말고 좀 가만 있게. 달빛조차 희미한데 보긴 누가 본다고 까탈을 부리나. 오늘 만나면 또 언제 만나게 될지 초례청 차릴 때까지는 기약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럼 가만 계세요. 내가 벗을 때까지 서둘지 말고 기다리세요.” 굳이 앙가슴 내질러 자빠뜨리지 않아도 자진하여 턱을 쳐들고 누워 버린 구월이의 고쟁이 벗는 소리가 싸락눈 내려 쌓이는 소리처럼 사각사각하였다. 희미한 달빛이긴 하였으나 구월이 새하얀 속살이 달빛 아래 고스란히 드러나서, 때 이른 5월 무덤가에 난데없는 박 한 덩이 구르는 형국이었다. 도화살을 타고난 구월이의 고쟁이 벗는 꼴을 눈여겨보고 있던 배고령의 입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꿀꺽, 하였다. 상반신의 저고리는 그대로 입은 채 하반신만 홀딱 벗은 구월이가 무덤을 등받이 삼아 하늘을 바라보고 반듯이 누웠다. 배고령이 다리미 자루같이 생긴 생고기를 곧추세우고 불두덩 주변을 몇 차례 빙빙 돌리며 구월이 애간장만 태우자, 하마나 할까 하고 기다리다 조급해진 구월이가 호미 자루 잡듯 생고기를 냉큼 감아 쥐고 제 불두덩 아래의 질퍽한 익혈(溺穴)을 정조준하여 냉큼 비틀어 꽂았다. 밤하늘이 두 사람이 벌이는 덧없는 정한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서둘지 마세요.” 보란 듯이 드러낸 속살을 목도하는 순간 눈이 시뻘게진 배고령이 과단성 있게 구월이 배 위로 몸을 던지자,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단내가 밤공기를 타고 무덤 아래 계곡으로 저만치 미끄러져 내려갔다. 배고령의 피가 뜨거웠다면 정인을 기다리며 때로는 눈물까지 지었던 구월이 역시 소년의 몸으로 익힌 색사에 이골 나긴 마찬가지였다. 두 몸이 한몸 되어 구르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턱방아를 찧으면서 내쏟는 희학질에 간드러진 감창소리가 무덤의 굴곡을 타고 십이령길 먼 계곡까지 울려퍼지며 마치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벗은 고쟁이를 엉덩이 아래 깔기는 했지만, 새순이 돋아 까칠까칠한 잔디가 궁둥이 골이며 볼깃살을 지악스럽게 파고드는데도 구월이의 요란 시끌벅적한 요분질은 막무가내로 멈출 줄 몰랐다.
  • 포천 저물녘 민낯의 산정호수… 은밀한 속삭임 구라이협곡

    포천 저물녘 민낯의 산정호수… 은밀한 속삭임 구라이협곡

    경기도 포천이라면 응당 현무암들이 이룬 풍경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겁니다. 북한땅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조탁한 풍경들은 강원도 철원을 휘휘 돌아 경기도 연천과 포천 등에까지 이어집니다. 용암이 만든 풍경들만 모아 포천에선 따로 ‘한탄 8경’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제7경이 구라이골입니다. 1㎞ 남짓한 현무암 협곡인데, 접근이 어려워 여태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요. 어렵사리 구라이골을 돌아봤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협곡이지만 이채로운 볼거리들이 가득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곳이라 한결 신비감이 더했지요. 이에 견줘 산정호수는 듣고도 안 본 곳에 속할 겁니다. 고백하자면 ‘쌍팔년도’에 명자깨나 날렸던 낡은 여행지로 여겨 엿볼 생각조차 안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한데 직접 호수를 보고 나니 이런 선입견이 싹 사라졌습니다. 명성산 등의 우람한 암릉들에 둘러싸인 호수의 자태는 실로 눈부셨습니다. 포천의 자랑 ‘영평 8경’이나 ‘한탄 8경’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신세지만, 이만한 자태라면 국내 어느 호수에도 뒤지지 않겠습니다. 글 사진 포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포천시에서 자랑스레 내세우는 게 있다. 포천 관내를 흐르는 한탄강이 단일 지역 단일 하천으로는 국내 최다의 국가문화재 보유지역이라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 하천인 한탄강은 전체 길이가 136㎞에 이른다. 그 가운데 포천 지역을 흐르는 강줄기는 40㎞ 정도다. 그 안에 천연기념물 3곳, 명승 2곳 등 국가문화재가 다섯 곳이나 포함돼 있다. 포천시는 여기에 교동 가마소와 샘소, 구라이골 등의 명소를 더해 ‘한탄 8경’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한탄 8경에 포함돼 있으면서도 ‘문화재 축’에 끼지 못한 명소들에 대한 대접이 영 말이 아니다. 특히 제7경인 구라이골이 그렇다. 편의시설은커녕 이정표 하나 없다. 동네 주민들조차 찾아가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지난달 27일에도 관광객 몇 명이 구라이골을 찾았다가 진입로가 없어 주변만 빙빙 돌다 되돌아갔다. 사실 포천의 대표적 관광 아이콘인 비둘기낭<서울신문 2010년 4월 8일자 16면>에 대한 대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삐까뻔쩍’하게 바뀌긴 했으나, 비둘기낭 취재 당시만 해도 폭포까지 오르내리는 계단이 부실해 꽤 애를 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 때 부랴부랴 편의시설을 갖춰 놓기보다, 먼저 갖춰 놓고 사람을 오라 하는 게 순서 아닐까. 구라이골은 매우 독특한 세계다. 창수면을 흐르는 운산천이 한탄강과 몸을 섞는 끝자락에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다. 찾아가는 과정부터 ‘이색적’이다. 어른 키보다 웃자란 개망초를 무수히 헤치며 가야 한다. 그러다 개골창 같은 냇가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협곡 초입이 있다. 도무지 협곡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곳에 기이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 비둘기낭과 빼닮았다. 구라이골은 둥근 공동(空洞)의 형태다. 평지 아래로 용암이 흐르며 파놓은 흔적이다. 협곡의 위는 나무들이 울울창창하다. 그러니 평지에서 보면 아래쪽에 협곡이 있다는 걸 눈치채기 어렵다. 인근 주민들은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과장이 보태지긴 했지만, 푹 파여 볕 보기 힘든 건 사실이다. 실제 6·25전쟁 때는 주민들이 협곡 곳곳에 생성된 굴에서 피란 생활을 하기도 했단다. 협곡에 발을 딛고 서면 탄성부터 터져 나온다. 작은 냇가에서 느닷없이 협곡으로 ‘환골탈태’하니 말이다. 협곡 안엔 딱 두 가지 색만 있다. 현무암 절리들이 내뿜는 섬뜩한 검은빛과 숲의 나무들이 선사하는 싱싱한 푸른빛이다. 둘은 어느 한쪽 치우침 없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공상과학영화를 많이 봐선가. 검은 굴에서 시조새가 뛰쳐 나오고, 1m 넘는 지네가 암벽을 타고 걸어다닐 것만 같다. 이런 풍경이 1㎞ 남짓 이어진다. 주민들은 협곡을 구라이냇가라 부른다. 물길을 따라 자박자박 걷다 보면 수직폭포나 새털 형태의 주상절리, 바위굴 등과 만난다. 협곡 안엔 큰 가마소와 작은 가마소 등 두 개의 폭포가 형성돼 있다. 주상절리를 날개처럼 두른 형태가 영락없는 비둘기낭의 축소판이다. 협곡의 끝자락, 그러니까 한탄강과 인접한 작은 가마소는 다른 루트로 진입해야 볼 수 있다. 역시 진입로가 수풀 속에 감춰져 있어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찾기 힘들다. 물을 담고 있다는 이름에서 보듯 포천(抱川)은 물이 많은 곳이다. 현무암 협곡들을 제외하고도 도시 안팎에 빼어난 호수와 계곡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첫손 꼽히는 곳이 산정호수다. 1980년대 아베크족들의 성지였던 곳. 그 탓에 낡은 여행지로 평가절하되기 일쑤지만, 직접 호수를 보고 나면 열에 아홉은 생각이 바뀔 게 틀림없다. 호수는 명성산(923m)과 금학산(947m) 사이에 안겨 있다. 명성산의 책바위 암릉, 망봉산의 기암절벽 등과 어우러진 풍경이 장쾌하다. 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망봉산 뒤편의 무명고지(380m)다. 호수 바로 앞의 망봉산에서 굽어보는 전망보다 외려 낫다는 이들이 많다. 등산로가 조성돼 있지 않지만,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산정호수 주차장 초입의 ‘평강식물원’ 이정표 선 곳에서 산 쪽으로 난 길을 따라 400여m 곧장 가면 된다. 산정호수 쪽으로 돌출된 암반지대여서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호수는 낮보다 이른 아침이나 저물녘에 돌아보는 게 낫다. 새벽녘엔 하얀 물안개가 호수를 감싸고, 저녁 무렵엔 교교한 달빛이 수면 위로 쏟아져 내린다. 호수 주변에 목재 데크가 조성돼 있어 자박자박 걷기 좋다. 명성산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등의 경관도 볼 만하다. 등룡폭포까지 1시간 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잘 곳 :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가 최근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관했다. 프랑스의 휴양도시 ‘안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리조트는 총 213개의 객실을 갖췄다. 외형상 가장 도드라진 변화는 워크숍과 MT 등 단체 행사에 적합한 공간을 대폭 늘렸다는 것. 기존의 수영장을 없애고 그 자리를 다양한 부대시설로 채웠다. 특히 다목적홀의 경우 농구와 각종 운동회 등을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너른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온천수를 이용한 사우나는 반드시 들르는 게 좋겠다. 시설은 소박하지만 수질은 ‘럭셔리’하다. www.ehanwharesort.co.kr, 534-5500(이하 지역번호 031). ■맛집 : 관인면 냉정리 샘물매운탕은 메기매운탕만 판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는 맛보기 힘들다. 533-6880. 한화리조트 야외바비큐장에서 포천의 명물 이동갈비를 직접 구워 판다. 주말엔 사람이 많아 예약하는 게 좋다. 명성산 산행을 위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한다면 산정호수 주차장 끝자락의 뉴욕핫도그(589-3328)를 권한다. ‘요리’ 수준의 맛도 일품이고, 명성산 등 산행 정보를 가게 주인장이 꿰고 있어 귀동냥하기 좋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수상한 아이 혜이니와 수상한 오빠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신개념 차트쇼가 시작된다. 첫 번째 주제는 ‘여대에 필요한 다섯 가지’이다. 여대 앞에서 여대생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들의 얘기에 때로는 공감하며, 때로는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는 유쾌발랄한 수상한 아이 혜이니와 함께 월요병을 날려 본다. ■용의자 X(캐치온 밤 11시) 천재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석고는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 우발적으로 전 남편을 죽인 사실을 알게 된다. 석고는 남몰래 지켜봤던 그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한다. 한편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화선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하며 용의선상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한니발(AXN 밤 10시 50분) 렉터 박사의 각본대로 윌을 모방범죄자로 확신한 크로퍼드는 연쇄살인 혐의로 윌을 체포한다. 하지만 윌은 경찰을 따돌리고 달아난 후 렉터 박사를 찾아간다. 윌이 도주해 자신을 찾아온 것을 알게 된 렉터 박사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것을 알면서도 윌과 함께 미네소타로 향한다. 한편 윌은 현장을 재구성 하던 중 렉터 박사의 실체를 깨달은다 ■미래생존보고서 21세기 생물자원전쟁 1부(환경TV 오전 11시 30분)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고 있는 구상나무가 우리나라 홍도의 자생식물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이미 수년 전에 빼앗긴 우리의 생물자원이다. 생물자원의 주권을 가지고 이를 보존하는 일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미친 사랑(tvN 오전 9시 45분) 달빛 속 왈츠를 통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미소(박선영)와 경수(고세원). 운명적으로 만나 어렵게 마음을 연,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연애가 시작된다. 한편 경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 미소의 프로젝트 설명회를 앞두고 나영(김연주)은 또 한 번 음모를 꾸민다.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미소는 결국 위기에 처한다. ■마루코는 아홉 살 2(애니맥스 오후 1시 30분) 엄마와 함께 있던 노미와 마주친 마루코는 예쁜 엄마를 가진 노미가 부럽기만 하다. 항상 흐트러진 머리에 인상 쓴 얼굴로 화만 내는 자신의 엄마가 원망스러운 마루코는 엄마가 예쁘게 변해 나타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예뻐진 엄마는 손이 망가지고 옷이 더러워진다며 집안일도 하지 않고 밥도 안 해 준다.
  • 낮보다 아름다운 제주의 깊고 푸른 밤

    낮보다 아름다운 제주의 깊고 푸른 밤

    숲길 끝에서 무언가 반짝! 빛을 냈습니다. 어린아이 새끼손톱 크기 정도 될까요. 점멸하며 날아다니던 연두색 불빛은 잠시 눈앞에 머물더니 이내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불빛에 홀려 숲에 들어선 순간, 믿기 힘들 만큼 비현실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숲이 우주로 변한 겁니다. 거뭇한 나무들 사이에서 수많은 반딧불이들이 형형한 빛으로 반짝이는 장면, 상상이 되십니까. 암수가 제짝을 찾아 날아다니는, 이른바 ‘혼인 비행’이 펼쳐지고 있던 거지요. 그 모양이 꼭 컴컴한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과 닮았습니다.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습니다. 작은 불빛 하나를 따라가다 느닷없이 거대한 빛의 세계와 마주하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제주의 깊고 푸른 밤은 바로 그렇게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에선 밤에 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술 권하는 밤’을 제외하면, 그간 밤에 가족들이 즐길 만한 관광 프로그램이 빈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밤 드리 노닐’ 만한 곳이 제법 늘었다. 최근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야간 트레킹도 그중 하나다. 오름이 주요 대상지다. 다만 오름 오르는 길이 잘 닦여지지 않은 곳은 위험할 수 있다. 가급적 지형에 익숙한 현지인과 동행하는 게 좋다. 어린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이라면 휴양림이 좋은 대안이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캠핑 나온 야영객 등 인적도 드물지 않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이 여정의 목적지다. 한라산 중턱 700~800m 지대에 조성된 숲으로, 제주 특유의 식생이 잘 살아 있는 휴양림으로 꼽힌다. 한데 왜 야간 트레킹인가. 아무리 숲 그늘이 깊어도 무더운 낮에 휴양림을 돌아보려면 땀 한 말쯤은 족히 흘려야 한다. 밤엔 훨씬 덜하다. 선선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적요하다는 것. 길라잡이를 자청한 제주 토박이 오권석(47)씨는 이를 “귀와 코로 숲을 느끼며 걷는 길”이라 표현했다. 낮 동안 눈에 가려 듣지 못했던 소리와 맡지 못했던 향기들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밤엔 동물들도 경계를 누그러뜨린다. 예컨대 노루가 그렇다. 낮에 숲에서 노루를 만나는 것보다, 밤에 만날 확률이 더 높다. 숲길을 걷다 인광으로 눈을 번득이는 노루를 만난다 해도 놀라지 말길. 노루는 당신보다 수백 배 더 기겁을 할 테니 말이다. 숲은 고요하다. 과장 좀 보태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에 견주자면 노루가 삭정이 부러뜨리며 걷는 소리는 우레와 다를 바 없다. 적요하되, 섬뜩하지는 않다. 숲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 곧 나일 테니 말이다. 숲의 주종은 서어나무다.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이 표고버섯을 재배할 때 썼던 나무다. 향기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등이 강하다. 특히 산책로 중간쯤의 너른 편백나무 군락지에 이르면 어느 곳보다 숲의 향이 짙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런 게 바로 ‘에코 힐링’일 터다. 숲의 끝에선 진귀한 볼거리와 마주한다. 반딧불이다. ‘형설지공’의 주인공이자, ‘개똥벌레’라는 애칭으로 흔히 불리는 녀석이다. 지난해 한라산 일대에서 ‘운문산반딧불이’의 최대 서식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꼭 1년 만에 녀석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반딧불이는 인위적인 불빛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졌다. 소리 없이 연둣빛 불빛을 반짝이며 제짝을 찾아 비행하는 녀석의 모습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강렬하다. 반딧불이의 빛은 열이 거의 없는 냉광(光)으로 알려져 있다. 백열전구는 에너지의 10% 정도만 빛이 되고 나머지는 열로 발산되는데, 반딧불이는 90% 정도를 빛으로 바꾼다고 한다. 하지만 차가운 빛이 이끈 결과는 꽤 뜨겁다. 수컷의 비행 솜씨가 현란할수록 암컷이 더 많은 알을 낳는다니 말이다. 캄캄한 숲에서 반딧불이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검은 하늘에 뜬 초록별들을 보는 듯하다. 겨우 보름 남짓 이어지는 유혹의 불빛 축제. 화려한 비행을 마친 뒤엔 생을 접어야 한다. 뉘라서 이런 절박한 황홀경을 앞에 두고 입을 열까. 일행 모두가 한 시간 가까이 말을 잊었다. 밤 풍경 빼어난 곳을 꼽자면, 서귀포 쪽에선 새연교가 가장 앞줄에 선다. 밤이면 서귀포항 불빛과 어우러져 현란한 자태를 뽐낸다. 다리 건너는 무인도인 새섬이다. 오가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다만 밤 11시쯤이면 다리와 섬 내 조명이 모두 꺼지니,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인근 천지연 폭포도 야간 경관 조명을 해뒀다. 서귀포자연휴양림 내 법정악 전망대는 서귀포 일대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부악에서 치마저고리처럼 흘러내린 한라산과 서귀포 일대, 산방산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해넘이 풍경도 빼어나다. 주차장에서 도보로 10분 안팎에 닿는다. 제주신라호텔도 여름을 앞두고 레저 전문 직원(GAO·Guest Activity Organizer)을 활용한 야간 레저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문라이트 승마와 별자리 캠핑 등 20여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참가비는 1인당 2만원부터 5만 5000원까지 다양하다. 이동 차량과 다과, 음료, 배낭, 스틱 등 필요한 물품은 모두 호텔 측에서 준비한다. 문라이트 트레킹도 그중 하나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안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4㎞가량 돌아본다. 오후 8시에 출발해 밤 9시 30분쯤 일정을 마친다. 8세 이상 참가할 수 있다. 애월읍 유수암리 승마공원에서 진행되는 야간 승마체험도 인기다. 5㎞에 달하는 초지대를 달빛 받으며 달릴 수 있다. 제주 밤바다에서 로맨틱한 밤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나이트 비치 시네마’다. 은은한 조명이 깔린 해변에 누워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관람석’은 독채 형태의 파빌리온(천막)이다. 그 안에 고급 선베드를 들여놨다. 확 트인 야외에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제주 밤바다를 스크린 삼아 영화를 본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투숙객은 관람이 무료다. ‘전 좌석 예약제’다. 홈페이지(www.shilla.net/jeju) 참조. (064)735-5511. 글 사진 서귀포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굶은 들개처럼 달려들어 방자고기를 물어뜯는 이빨이 뼛속까지 내리박힐 듯 지악스러웠다. 육고기 굽는 냄새가 오장육부를 뒤집어놓을 듯했지만, 고기를 굽던 당사자들은 꿀꺽꿀꺽 고기를 삼키는 산적들의 입만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중에 한 놈이 난데없이 꺼억 하고 트림을 내쏟고 나서 물었다. “네놈들 보아하니, 끽해야 행랑것이나 약초꾼 주제가 분명한데…. 잡지 못하도록 금령이 내려진 방자고기는 어디서 난 것이냐?” “벼랑길로 몰리던 산양이 실족하여 일어나지 못하길래 고기나 먹자 하고 덮쳐 잡았소.” “산양이 실족을 해? 평생을 두고 된비알 타기로만 살아가는 산양이 실족을 해? 잔나비가 나무에서 떨어졌다는 얘기 같은 난생처음 듣는 소리인걸…. 설마 고기에 비상을 넣진 않았겠지?” “비상을 넣고 싶어도 없어서 못 넣었다오.” “이놈 봐라, 쓸까스르는 품이 제법인걸…. 말대꾸가 기탄 없는 것은 굽던 육고기를 가로채이고 나서 쓸개가 뒤틀렸단 얘기겄다?” “억울하다뿐이겠소. 댁들에게 칼부림이라도 하고 싶소.” “칼 가졌으면 어디 한번 휘둘러봐.” “칼이 없는 게 여한이오.” “이놈이 시방 어디다 대고 악증이냐.” 대거리하던 놈이 갑자기 눈을 홉뜨고 행중을 노려보던 바로 그때였다. 화톳불 근처의 바위를 엄폐물 삼아 매복하고 있던 행중 넷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였더니, 순식간에 화톳불 가를 내리덮쳤다. 한 사람은 마주 일어서는 놈을 딴죽 걸어 넘어뜨리고 박이 터져라 몽둥이질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앞으로 엎어져서 신음하는 놈의 정수리를 절구질하듯 내리찍었다. 혹은 멱살을 날렵하게 뒤틀어 잡고 앙가슴 내질러 자빠뜨리고 난 뒤 발로 뱃구레를 눌러 꼼짝 못 하게 잡도리하였다. 화톳불 가에 앉았던 일행은 북새통이 일어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이글이글 타는 불당그래를 집어들어 놈들의 쇄골에 사정두지 않고 곤두박았다. 살점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육고기 타는 냄새와 어울려 계곡에 진동하였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놈을 제압하고 말았다. 혼비백산하여 불난 강변에 소 날뛰듯 하는 산적들을 한데 꿇리고 난 다음 모두 윗도리를 벗겨 뒷결박하였다. 기습해서 산적 여섯을 아갈잡이하거나 뒷결박까지 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산적들 역시 허리에 감춰둔 예도(銳刀)와 요도(腰刀) 따위들이 있었으나 전광석화 같았던 기습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당한 것이었다. 육고기 굽는 냄새에 현혹되어 사주경계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산적 여섯의 신색은 동지섣달 얼어붙은 달빛같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게다가 윗도리의 배자하며 저고리까지 벗겨 육단(肉袒)까지 시켰으니 아래 윗니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릴 지경이었다. 산적들이 단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곱다시 당하고 만 것은 바로 그들 앞에 피워둔 화톳불 때문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불땀 좋게 피워둔 화톳불이 이글거렸고, 뒤로 튀자니 몽둥이와 이글거리는 불당그래와 칼이 내리꽂혔다.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부수(?囚) 신세가 된 산적들의 행색을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처음 마주쳤을 때와는 달리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 곤룡포 벗고 ‘추리닝’ 입은, 바보가 된 임금님

    곤룡포 벗고 ‘추리닝’ 입은, 바보가 된 임금님

    “아직도 ‘대세남’이라는 말을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아무래도 그때보다는 (인기가) 좀 사그라지지 않았을까요. 시간도 흘렀구요….” ‘해품달 전하’ 김수현(25)이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초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신드롬을 일으킨 지 1년여. 그는 여전히 “스타로서의 삶에 익숙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뜨겁다. 그가 첫 주인공을 맡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새달 5일 개봉)는 티저 예고편의 클릭수가 100만뷰를 기록했다. 영화 포스터와 스틸 사진이 공개되는 족족 큰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0만 독자를 거느린 인기 웹툰이 원작인 덕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쉽게 짐작이나 되는가. 은은한 달빛 아래 곤룡포 자락을 끌며 ‘국민 여심’을 흔들었던 해품달의 그 전하가 스크린에서 동네 바보로 위장한 남파 간첩을 연기하는 장면이. 첫 주연작의 개봉을 눈앞에 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도 그런 부담감을 적잖이 느끼고 있었다. “맡은 숙제가 참 많았어요. 사투리 구사는 기본이고 1인 2역, 액션, 바보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으니까요. 정말 호되게 훈련받은 기분입니다.” 극중 주인공 원류환은 2만대1의 경쟁률을 뚫고 남파된 북한의 최정예 엘리트 요원. 조국통일의 임무를 띠고 남한에 침투한 그가 2년간 수행한 임무는 달동네 슈퍼집 바보. 꼬마들에게 놀림받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 세 번 이상 넘어지기, 한 달에 한 번 두 명 이상이 보는 앞에서 노상에 소변도 봐야 했다. ‘해품달’의 조선 왕에서 동네 바보, 급전직하한 캐릭터에 그는 어색하지 않았을까. “한번쯤 바보가 돼 보고 싶었어요.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풀어져도 되잖아요. 배우이기에 앞서 연예인으로서 사람들 앞에서 따져야 할 격식 같은 게 생기는데, 그런 것들을 한꺼번에 내려놓고 바보로 있어도 용서가 되니까 참 좋았죠.” 지난해 드라마로 ‘벼락스타’가 된 뒤 쏟아진 관심에 부담은 없었는지 물었다. “사실 갑작스러운 인기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겁도 많이 났어요.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는 것 같았구요. 아직도 그런 상황에 적응중이에요. 길거리에서 팬들이 알아보면 도망치게 되구요.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어색함이 해소된 것 같아 후련해요.” 이번 영화에서는 ‘힘 빼기’를 해야 했다. 맹구, 영구,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용구를 연구하며 간첩 ‘바보 동구’를 만들어갔다. 인터뷰 도중 즉석에서 선보이는 바보 캐릭터의 성대모사 실력이 수준급이다. “처음엔 혼자 거울을 보며 바보 표정을 연습하다 나중엔 카메라를 보면서 힘빼기 작업에 몰두했다”는 그다. 바보 연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후반부에 냉혈한 엘리트 요원으로 선보이는 ‘맨손 액션’이다. 슬리퍼를 신고 지붕위를 날아다니는 와이어 액션을 선보였는가 하면 자신을 가르친 5446부대 총책임교관 김태원(손현주)과의 빗속 대결 장면에서도 난이도 높은 액션을 구사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2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구르기, 낙법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어요. 겨울에 촬영하다 보니 건조해서 와이어에 피부가 까지고 발이 자꾸 얼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 후반에는 배우들과 합을 짜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빗속 대결 장면을 찍을 때는 찬물 세례를 받으며 2주일 넘게 온몸이 젖어 있다시피 했는데, 참 힘든 작업이었어요. 정말 찰지게 맞아보기도 했구요.” 웹툰에서 큰 인기를 모은, 길에서 대변을 보는 장면도 무리 없이 촬영했다. “찍을 때는 민망했지만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정말 욕심이 났던 장면”이라는 그는 “바보 동구를 묘사하기 위해 나를 어디까지 망가뜨리고 포기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파 초기에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원류환은 점차 달동네의 일상에 익숙해져 이웃과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그와 함께 남파된 5446부대원들에게 자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지면서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원칙주의자 류환이 무너지고 완전히 망가져버린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교관 김태원에게 얻어맞고 걷어차이는 장면에서는 제 연기인데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하더라구요.” 자신의 연기를 보고 감정이 일렁일 만큼 연기에 물이 오르는 걸까. 이번 작품의 연기에 평점을 얼마나 주겠냐는 질문에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은 ‘B’였다. ‘해품달’ 직후의 인터뷰에서는 C+라고 답했던 그다. 자가진단 점수가 확실히 올랐다.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카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영역 확장에 성공했다는 조심스러운 자평인 셈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드라마를 좀 더 하고 싶기도 한데 어떤 작품이든 제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일단 지금 목표는 관객들이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동구에게 흠뻑 정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목표 관객수요? 1000만명을 돌파했던 전작(도둑들)만큼 나오면 좋겠는데요(웃음).”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홍대 앞 여성듀오 제이 래빗 안방서 만난다

    홍대 앞 여성듀오 제이 래빗 안방서 만난다

    제이 래빗의 음악은 통통 튄다. ‘상큼하다’, ‘귀엽다’는 호평이 줄을 잇는다. 유튜브 조회수 130만건에 이르는 ‘해피 싱즈’의 가사만 봐도 그렇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번쩍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고 즐거운 상상을 맘껏 즐겨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제이 래빗은 스물 여섯 살 토끼띠 동갑내기로 구성된 여성 듀오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동기인 정다운, 정혜선의 성을 따 제이(J)를 붙였다. 2011년 데뷔 앨범 ‘It´s Spring’에 실린 ‘요즘 너 말야’, ‘내일을 묻는다’ 등의 유튜브 동영상이 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두 사람의 귀여운 외모도 한몫 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큰 매력은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이들의 음악이다. ‘옥상달빛’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홍대 앞 여성 듀오로 손꼽힌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31일 0시 5분 제이 래빗의 무대를 선보인다. 제작진이 새로 기획한 ‘말죽거리 음악다방’ 코너의 첫 번째 주인이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다양한 사연과 신청곡을 모아 다방 주인으로 초대된 뮤지션이 사연을 읽고 신청곡을 불러주는 형식이다. 지친 말이 죽을 먹으며 쉬던 말죽거리가 여행자의 휴식처가 됐듯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에너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다. 이어 오전 1시에는 커먼 그라운드와 김진호의 무대가 펼쳐진다. 색소폰과 트럼본, 트럼펫 등의 관악기를 바탕으로 재즈와 펑크, 소울 등이 결합된 음악을 선보였던 커먼 그라운드는 3집 이후 4년 만에 EP 앨범 ‘Shake it!’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완성도를 높이려고 지난해 하반기 발매 예정이었던 앨범을 더욱 다듬었다.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 tvN의 ‘SNL 코리아’에 고정 밴드로 출연하며 더욱 인지도를 높였다. ‘대한민국을 춤판으로 흔든다’는 홈페이지의 문구만큼이나 객석을 들썩거리게 하는 흥겨운 리듬이 매력이다. SG워너비의 김진호는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난 2월 발매한 솔로 1집 ‘오늘’의 노래를 들고 시청자를 찾는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소몰이 창법’을 벗어나 다양한 색채를 갖기 위해 애썼다. ‘과잉이 걷히고 진정성이 엿보인다’, ‘소몰이 가수라는 색안경을 쓴 채 그를 매도하지 말라’는 평을 받았다. “매순간 솔직하겠다”는 것이 2004년 데뷔 이후 9년 만에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한 그의 다짐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경남 하동서 녹차 한 잔을… 17일부터 야생차문화축제

    경남 하동군은 차 재배지인 화개·악양면 일대에서 17~19일 제18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개최한다. 하동군은 16일 올해 하동야생차 축제를 차 산업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차 산업과 차 문화를 융합한 공연, 참여, 체험, 전시, 이벤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왕의 녹차! 천년의 향 세계를 품다’를 주제로 화개면 차 문화센터를 비롯해 화개장터, 쌍계사·칠불사, 섬진강변 등에서 52개 행사가 열린다. 특히 주행사장인 차 문화센터에 박람회형 녹차시장이 설치돼 게릴라 할인판매 등을 통해 각종 차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첫날 오후 녹차시장 개장식에 이어 설운도·박남정 등이 출연하는 개막식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18일에는 대한민국 차인한마당, 섬진강 달빛차회, 학술발표회 등이 진행된다. 마지막 날에는 보답하고 싶은 분을 모시고 차를 대접하는 ‘보은 찻자리’ 행사와 폐막식 등이 이어진다. 내가 만든 녹차, 차사발 빚기, 1000년 다향길 투어, 야생찻잎 따기, 평사리 나들이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녹차전시 및 판매장 등이 마련된다. 하동군은 “이번 야생차축제가 차 생산농가의 소득증대를 비롯해 차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달빛동맹’ 민간 협력 프로젝트 새달 첫 선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첫 민간 협력 프로젝트가 다음 달 선을 보인다. 대구시는 다음 달 13~1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제13회 대구국제식품산업전에 ‘달빛동맹관’이 들어선다고 15일 밝혔다. 달빛동맹은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 2009년 결성한 것으로, 그동안 정치·경제·문화 각 분야 전반에 걸쳐 공동 관심사를 선정하고 교류를 활성화해 왔다. 이번 달빛동맹관 개관은 민간 차원에서 첫 번째 협력 프로젝트 사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달빛동맹관에는 광주 지역의 대표 식품인 김치와 발효젓갈을 비롯해 식품 관련 업체 10여개사가 참가하는 한편 광주 지역의 식품 및 관련 산업제품을 전시한다. 이에 따라 양 도시 간 식품 및 관련 산업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초석을 쌓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구국제식품산업전은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케냐 등지의 식품관련 업체 250곳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중국 칭다오시는 대구시와의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식품·주류·식기 특별관을 20개 부스 규모로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 자매도시인 일본 히로시마시는 친선교류 확대 및 식품산업 발전 등을 위해 직접 전시회에 참가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전년보다 4배 이상 확대된 1대1 구매상담회가 예정돼 있어 참가 업체들에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구·경북 지역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유통센터 등이 초청한 국내 대형 유통사, 식품 대기업, 국내 항공사 구매담당자 등이 참가 업체들과 구매상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수출을 준비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을 위한 해외 유통업체 바이어와의 수출 상담회도 마련된다. 부대 행사로는 대구·경북 영양사 보수교육, 식품영업자 위생교육, 향토 음식세미나 등이 선보인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때가 되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 있다. 5월이라면 한국 현대사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33주기를 맞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유쾌하게 해석했지만 가볍지 않고, 마냥 엄숙하지 않으면서 가슴 찡한 감동과 메시지를 남긴다. 5·18민주화운동과 6·25전쟁을 먼 옛날의 사건쯤으로 여긴다는 어린 세대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먼저 관객을 만나는 ‘푸르른 날에’는 당시 광주를 살았던 남녀의 사랑과 30년 후 재회한 그들의 애달픈 인생을 이야기한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제작해 2011년에 첫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경진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3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극은 고즈넉한 암자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수행 중인 여산 스님은 자신의 친딸이자 조카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서 30여년 전 전남대 학생 오민호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5월 18일 광주민주화 항쟁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둘은 헤어졌다. 가혹한 고문에 투항한 민호는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힌 데다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까지 겪게 되면서 불가에 귀의했다. 정혜는 민호의 딸을 낳아 홀로 키우다가 그의 형인 진호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다. 딸의 결혼식에서 만난 민호와 정혜는 상처의 시작이 된 그날의 기억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 작품을 두고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표현하는 고선웅 연출가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의 특수성보다는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가치가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한다. 고통이나 갈등이 고조되는 곳에서 엉뚱하고 유치한 대사와 동작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고 연출가의 특징이 녹아들어 있다.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위트로 끌어올리다가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게 작품의 매력이다. 서정주 시에 곡을 붙여 부른 송창식의 노래 ‘푸르른 날’이 들려오면 감동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새달 4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2만 5000원. (02)758-2150. 이어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명륜동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연극 ‘짬뽕’을 공연한다. 중국집 춘래원을 삶의 터전 삼아 사는 소시민들이 뜻하지 않게 5·18민주화운동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극단 산이 제작한 이 작품은 2004년 초연한 뒤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1980년 5월 17일 중국집 배달원 만식은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주인장에게 떠밀려 짬뽕 배달에 나섰다. 잠복근무 중인 군인 둘이 음식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만식은 악착같이 거부하다가 빨갱이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군인들과 만식이 실랑이와 몸싸움을 벌이면서 총까지 발포되고, 만식은 줄행랑을 쳐서 위기를 모면했다. 다음날 TV에 ‘광주에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만식은 전날 사건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사랑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 힘없고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빌려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전한다. 연극은 유쾌발랄한 포장지를 두르고 있지만 “오늘은 이 동네 곳곳이 제삿날이요. 이놈의 봄만 되면 미쳐 불겄어. 봄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요”라는 독백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진한 여운이 전해진다.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하게 ‘그날’을 전하는 윤정환 연출가의 깔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윤영걸, 김원해, 최재섭, 김준원, 이건영 등 10년 동안 공연을 함께 한 배우 18명이 각각의 색깔을 담은 인물을 보여준다. 6월 30일까지. 2만 5000원. (02)6414-792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유럽 무대에 ‘한국 출신 천상의 목소리’ 알린 지 15년… 소프라노 이원신

    [김문이 만난사람] 유럽 무대에 ‘한국 출신 천상의 목소리’ 알린 지 15년… 소프라노 이원신

    흔히 천상의 목소리라고 한다. 지친 귀를 즐겁게 해준다. 가슴 속까지 후벼파는 전율과 벅찬 감동이 있다. 뿐만 아니다. 여성(女聲)의 최고 성역이라는 소프라노의 음성은 잠자는 사물도 깨운다. 그래서 최상의 악기라고 한다. 이 봄에 잠시 한 곡 감상해 본다.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길 임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췰까, 흐르는 물소리 임의 노래인가’ 김규환 작곡의 가곡 ‘임이 오시는지’의 한 대목이다. 피아노 앞에 앉은 한 여인, 소프라노는 그렇게 소리내어 읊었다. 천상의 목소리여서 그런지 꽃향기를 헤치며 금방이라도 임이 오실 것만 같다. 이 가곡은 소프라노 바버라 보니가 내한 공연 때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불러 청중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소프라노 이원신(42)씨는 국내보다 유럽 무대에서 더 알려진 성악가이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등 그동안 수많은 가곡과 오페라를 포함해 100여 차례의 공연무대를 가질 만큼 왕성한 활동으로 현지 청중들에게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2011년 새해 체코 드보르자크 홀 가곡공연 때에는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한국 출신 천상의 목소리로 ‘원더풀’이라는 탄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받아 현지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또 지난해 6월 체코의 올로모츠 광장 야외 특설무대에서 모라비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열린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테너 호세 쿠라와의 갈라 콘서트 때에도 그랬다. 호세 쿠라와 듀엣으로 푸치니 나비부인의 사랑의 이중창 ‘저녁이여 오라’를 불러 청중들을 매료시켰던 것. 그는 드보르자크의 ‘집시의 노래’ 7곡 전곡을 체코어로 소화하는 몇 안 되는 국내 성악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2006년 이탈리아 페스카라 극장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나비부인역 이후 유럽 무대에서 수차례 주역을 맡았고 2010년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주연인 비올레타역(프라하 오페라하우스) 등 가곡 무대뿐만 아니라 오페라 무대에서도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 심청의 귀덕역, 이듬해 세종문화회관 신인음악회 등을 통해 국내무대에 첫선을 보인 뒤 1997년 유럽으로 건너갔으니 올해로 15년 음악인생이 되는 셈이다. 오는 26일에는 모처럼 유럽이 아닌 중국 광저우에서 오페라 무대를 가진 뒤 6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앞둔 이씨를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먼저 다가올 공연 얘기부터 나눴다. 광저우 옥란대극원 무대에 오를 오페라는 ‘시집가는 날’이다. 여기에서 무녀역으로 출연한다. 공연 취지는 한·중 민간 교류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선전 오케스트라, 한국의 김승일 무용단, 한·중합창단 등 150여명이 출연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무대라고 이씨는 설명한다. 이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갈 작품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이다. 사단법인 뉴서울오페라단이 주최하는 무대로 여기에서 이씨는 주역인 ‘백작부인’ 역할을 맡는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한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오페라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피가로의 결혼’은 유쾌하고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행복한 결말을 지어내는 작품으로 감동을 선사하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가곡 독창회 및 협연 등의 무대를 자주 갖지만 그동안 이들 오페라 외에도 베르디 ‘리골레토’의 주역 질다와 푸치니의 ‘라보엠’ 주역인 미미역 등 소프라노의 주요 배역을 두루 섭렵했다. 이어 유럽 활동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세종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부설 오페라연구소 및 서양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유학길에 오른다. “그때가 추운 1월이었지요.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의 저녁은 정말 스산한 바람이 불더군요. 산더미같이 큰 배낭을 혼자 들고 가는데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외롭기도 하고 말도 잘 안 통하고, 왜 여기에 왔나 싶기도 하더군요. 생각해 보면 제가 유학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스승 안젤로 델 이노첸티(라퀼라 국립음악원) 교수를 만난 덕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스승님은 제게 항상 ‘잘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격려가 제게는 큰 힘이 됐습니다.” 낯선 타향의 설움을 이기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어느 정도 언어가 극복되자 이탈리아와 독일 등을 오가며 오페라와 가곡 분야의 전문코스를 마쳤다. 또한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오페라 가곡 코스를 수료했다. 이어 이탈리아 라퀼라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하면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는다. 내친김에 스위스 뉴사텔 국립음악원 전문연주자 과정까지 마쳐 성악가로서의 자질을 한층 쌓았다. 그러는 가운데 1997년 이탈리아 포르토 산 조르조 시립극장을 시작으로 매년 수차례씩 음악회 무대에 올라 동양에서 온 천상의 목소리를 알렸다. 또한 각종 콩쿠르에 출전, 매년 입상하다시피 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1999년 이탈리아 국제가곡 콩쿠르에서 3위 및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에는 관객들로부터 이탈리아의 유명한 소프라노 카티아 리차렐리의 목소리를 빼닮았다며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유학 초기에 섰던 국제적 대회여서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이씨는 회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 등 유럽무대에서 폭넓은 음악활동을 하는 계기가 됐다. 15년 동안 유럽 무대에 서면서 또 하나의 큰 감동이 있다. “2010년 8월 ‘벨리아 페스티벌’ 야외 공연 때였습니다. 여기에서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여주인공 클라라가 부르는 아리아 ‘서머타임’을 영어로 불렀지요. 야외공연의 특성상 공연 중간중간 관객들이 무대 뒤로 와서 간단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1부가 끝났을 때였어요. 한 이탈리아 소녀가 다섯 살 정도의 여동생을 데리고 와서는 하는 말이 ‘선생님의 노래가 끝났을 때 내 동생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브라바! 라고 했다’며 사인을 부탁했어요. 브라바는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브라보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성들에게는 브라바, 남성들에게는 브라보를 외칩니다.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였어요. 오래도록 가슴 뭉클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시절 체코 음악과 인연을 맺는다.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의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연습하면서 작곡가의 나라인 체코 언어를 별도로 배웠다. 드보르자크 연가곡도 터득했고 체코 무대에서 화려하게 공연을 하게 된다. 그는 성악을 그림에다 비유한다. 목소리가 화려한 색채처럼 펼쳐질 때가 있고 뭔가 소홀히 하면 붓놀림이 약한 것처럼 그림이 잘 안 될 수도 있단다. “최상의 그림을 뿜어내야 청중들에게 감동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 해석의 깊이와 성숙함을 위해 문학과 철학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제 음악에 대한 책임감이기도 합니다. 노래 역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한편의 시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화면을 통해 세심하게 모니터하는 까닭도 바로 한편의 시를 잘 쓰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성악가는 소프라노 홍혜경씨라고 했다. 유학시절 이탈리아에서 TV를 시청하다가 ‘라보엠’ 무제타 역할을 맡아 열연하는 것을 보고 같은 한국인으로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가 유럽 무대에서 역경을 딛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도 이러한 감동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 대로 외국 무대에서 우리의 가곡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한다. 성악을 전공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일단 언어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합니다. 저는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1년동안 언어공부를 했는데도 많이 힘들더군요. 하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바라는 것을)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자들이 훌륭하게 잘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며 웃는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이 봄에 어떤 가곡을 감상하면 좋으냐고 했더니 “봄처녀, 목련화 등 훌륭한 곡들이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헝가리안 무곡(舞曲)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이원신씨는 伊 라퀼라 국립음악원 수석 졸업 등 국내보다 유럽서 더 유명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덕성여고와 세종대 음악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부설 오페라연구소와 서양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 심청의 귀덕역으로 국내 무대 첫선을 보인 뒤 1997년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그해부터 이탈리아 포르토 산 조르조 오페라코스 등을 비롯,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오페라와 가곡 코스 전문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이탈리아 국제 가곡 콩쿠르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매년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2000년 이탈리아 라퀼라 국립음악원에서 수석 졸업했으며 스위스 뉴샤텔 국립음악원 전문 연주자 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 프라하 스메타나 홀에서 테너 호세 쿠라와 협연을 가졌다. 비테르보, 라퀼라, 로마, 시칠리아, 코센차 등지를 비롯해 유럽 여러 도시에서 그동안 100여 차례 가곡 및 오페라 무대에 섰다. 라보엠, 리골레토, 라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등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출연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출강했고 현재는 단국대와 세종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 인사동 달빛 위에 국악을 싣고

    종로구는 인사동의 정체성 확립과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12일부터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금요일 인사동 홍보관에서 ‘인사동 달빛 한옥음악회’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최영미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 동안 전통 다도 시연 및 시음, 국악·판소리·한국무용 등 전통예술공연, 포토존 기념촬영 등의 행사를 갖는다. 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영어·중국어·일어 동시통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가 주관하는 이번 음악회 입장료는 1인당 2만원이며 수입은 행사 운영비로 사용한다. 구는 탄탄한 구성을 갖춘 음악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악인 등 예술인을 초빙해 2회의 시범공연을 가졌다. 그 결과 인사동 이미지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이고 외국인 대상 문화체험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정기 음악회로 전환하게 됐다. 구는 알찬 내용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국악방송을 후원기관으로 유치했다. 또 오는 19일 음악회에서 독일인 윤안나(Anna Rihlmann)를 인사동 홍보대사로 위촉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구가의 서 시청률 상승, 월화극 1위 점령

    구가의 서 시청률 상승, 월화극 1위 점령

    MBC 새 드라마 ‘구가의 서’가 월화극 정상에 올랐다. 강호동의 새 예능 프로그램 KBS ‘우리동네 예체능’은 나름 괜찮은 출발을 보였다. 10일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지상파 월화드라마 가운데 ‘구가의 서’가 KBS ‘직장의 신’을 0.1%포인트 차로 제치고 2회 방영만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구가의 서’의 전국 시청률은 12.2%로 지난 회보다 1.0%포인트 올랐지만 ‘직장의 신’은 0.2%포인트 떨어진 12.1%를 기록했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9.1%로 2.2%포인트 하락하며 3위에 머물렀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업체 TNmS 전국 기준으로는 ‘구가의 서’ 12.4%,‘직장의 신’ 12.2%,‘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9.1%였다. 전날 첫 선을 보인 ‘우리동네 예체능’은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6.2%,수도권 기준 7.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이는 전작 ‘달빛프린스’ 마지막 회보다 각각 2.9%포인트,3.0%포인트 높은 수치로 동시간대 방송된 SBS 토크쇼 ‘화신’(4.9%), MBC ‘PD수첩’(5.3%)을 따돌렸다. TNmS 전국 기준으로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6.3%, ‘화신’이 4.6%였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이 방송 복귀 후 처음으로 도전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첫 방송에서는 상도동 탁구팀에 맞서는 연예인들의 훈련 과정이 전파를 탔다. 한편 ‘구가의 서’는 구미호 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밀서로, 환웅이 내려오던 당시 이 땅을 수호하던 수많은 수호령에게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만든 전설 속의 언약서를 뜻 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수호령 구월령(최진혁)이 인간 여인 서화(이연희)와 사랑에 빠진 뒤 인간이 되기 위해 구가의 서를 얻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어 둘 사이에서 나온 아들 최강치(이승기)와 무형도관의 교관 담여울(배수지)을 중심으로 한 모험과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9일 TV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SNS는 지인 네트워크라는 특성상 정보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다. 하지만 SNS가 신뢰할 만한 수단인지, SNS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등 SNS 규범 혹은 SNS 문화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인데…. ■삼생이(KBS2 오전 9시) 동우는 지성한테 필순네 집으로 세를 들어간다고 통보하고, 지성은 애써 화를 참지만 삼생을 두고 방황하는 마음이 커져만 간다. 금옥은 그런 지성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쓰지만, 지성은 금옥(손성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편 사기진은 봉무룡의 뜻과는 달리 청와대 요직 인사한테 뇌물을 바치며 그와 가까워진다. ■월화특별기획드라마 구가의 서(MBC 밤 9시 55분) 서화에게 마음을 주면서 불로불사의 생명을 버리고 인간이 되고자 하는 구월령. 세 가지 금기를 지켜내 구가의 서를 손에 얻고자 한다. 구월령과 서화는 두 사람만의 혼인을 치르고 달빛정원에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한편 조관웅은 사라진 서화를 끝까지 찾아내려 한다. ■현장 21(SBS 밤 8시 55분) 연극배우 고(故) 강태기는 1975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연극 ‘에쿠우스’를 통해 한국 연극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한편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동료 연극배우 권병길은 자신의 트위터에 애도의 글을 올리며, ‘고(故) 강태기의 삶이 곧 나의 이야기다’라고 털어놓았다. 과연 중견배우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엄마 없이 살아보기(EBS 밤 8시 20분) 부끄러움 많고 눈물 많은 이동일, 동원 쌍둥이 형제가 찾은 곳은 소리꾼 할머니가 계신 전남 진도의 한 시골마을이다. 낯선 환경에 엄마까지 없으니 쌍둥이들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른다. 쌍둥이의 눈물에 당황한 할머니는 바닷가 나들이부터 진도아리랑 가르치기, 대파 뽑기까지 갖가지 엄살 처방을 시작한다. ■가족(OBS 밤 11시 5분) 전북 순창 풍산면에는 마을과 뚝 떨어진 깊은 시골에 개성 가득한 5남매와 언제나 씩씩한 부부가 사는 예쁜 2층 집이 있다. 보길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1년 반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부부의 연을 맺은 김기열, 전명란 부부. 13년 전 어느 날, 결혼한 지 1년 만에 무작정 남편 김기열씨의 고향 순창으로 내려오게 된다.
  • 모래조각축제 ‘예수의 비유’…밤샘 작업으로 뚝딱

    남미 볼리비아에서 부활절기념 모래예술축제가 열렸다. 10회를 맞은 올해 부활절기념 모래예술축제에는 볼리비아의 작가 150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 축제는 ‘예수의 비유’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참가한 작가들은 14개 그룹으로 나뉘어 성서에 소개된 예수의 비유를 모래 조각으로 표현했다. 14개 그룹이 5x6m, 2x4m 등 다양한 크기의 모래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작업은 성금요일을 하루 앞두고 시작됐다. 작가들이 그룹을 정한 뒤 2500㎡ 규모로 마련된 모래작업장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달빛을 조명 삼아 작가들은 밤샘작업으로 하루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축제를 주최한 볼리비아의 예술인단체 ‘아트 10’의 관계자는 “전기조명을 사용하지 않은 채 하루 만에 작품이 모두 만들어졌다.”면서 “작품 제작에서 창의력과 신속성이 돋보이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에서) 모래사장에서 행사가 열려 큰 관심을 끌었다.”면서 “매년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김 “5·18 기념식 참여 긍정 검토” 강 “지리적 유사… 달빛동맹 강화”

    김 “5·18 기념식 참여 긍정 검토” 강 “지리적 유사… 달빛동맹 강화”

    대구와 광주의 행정수장이 27일 상생 협력을 위한 ‘1일 교환근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은 하루 동안 상대 청사에서 근무하면서 달빛동맹을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 시장은 오전 10시 광주시청에 도착했다. 김 시장은 “양 지역의 활발한 교류가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강운태 광주시장 집무실에서 간부공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1일 시장으로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 시장은 “광주는 최근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루는 등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변하는 만큼 이를 많이 배우고 있다”며 “양 도시 간 교류가 단순한 협력을 뛰어넘어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원로 및 시민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양 지역 간 우호와 상생 방안 등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김 시장에서 지역 화합 차원에서 올 33주년 5·18기념식 참여를 요청했고, 김 시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시장은 공사 중인 동구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첨단산업단지의 한국광기술원 등의 현장을 둘러본 뒤 대구로 향했다. 강 시장은 오전 10시 15분 대구시청에 도착했다. 방명록에 ‘달빛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 대구시의 무궁한 발전을 축원합니다’라고 쓴 강 시장은 대구시 간부들로부터 시장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강 시장은 “대구와 광주는 내륙도시라는 불리한 지리적 여건과 지역 내 총생산(GRDP)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번 교환근무를 계기로 달빛 동맹을 더욱 강화해 상호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시장은 지역 주요인사 20명과 간담회를 갖고 채홍호 대구시기획관리실장으로부터 대구·광주 협력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도시철도 3호선과 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구지역 주요 사업 현장을 둘러본 뒤 광주로 출발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사설] ‘달빛동맹’ 본받아 지자체 벽도 허물자

    ‘달구벌’ 대구광역시의 김범일 시장과 ‘빛고을’ 광주광역시의 강운태 시장이 어제 하루 동안 상대 도시에서 1일 시장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이들은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에서 교류협력 협약식을 갖고 5개 분야 12대 사업의 공동 어젠다를 추진하기로 하는 한편 군 공항 조기이전, 2017년 제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공동유치 등 신규 사업에 대해서도 집중논의했다. 이어 각각 광주시청과 대구시청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들은 후 지역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사현장도 방문했다. ‘달빛동맹 희망의 새싹 틔우기’로 일컬어지는 이날 상호 교환근무는 단 하루짜리 이벤트이긴 하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행보라고 본다. 두 도시의 사례는 말로만 상생을 외치면서 갈등과 반목을 일삼는 모든 지자체들이 모델로 삼기에 충분하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대구와 광주는 내륙 광역도시이지만 다른 지자체에 비해 발전이 뒤지면서도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수도권 중심의 개발논리로 소외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지리적·정서적 괴리감이 컸지만 산적한 현안 해결이 더 급했던 만큼 공동발전을 위한 ‘달빛동맹’을 맺어 결속을 다져 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3월 김 시장과 강 시장은 각각 두 도시를 방문해 교환특강을 하며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추진되던 공조 협력분야를 시정 전 분야로 확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날 교환근무를 통해 상생협력과 지역 공동발전이라는 구체적 결실을 향해 한 발 더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우리 사회는 지역 주민의 권리주장, 그에 따른 분쟁과 갈등이 심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분출된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고 지자제의 참 정신을 살리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 그 결과 지역이기주의가 극에 달하고 지자체 간 분쟁이 속출했다. 잠복된 지역갈등은 방치하면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장기화하면 지역감정 대립 양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달빛동맹’이 성공적으로 지자체 간 벽을 허물고 소통을 강화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양 지역 주민들의 이익에 부합될 뿐 아니라 지역 공동발전과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모범적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강호동 새 예능 ‘우리동네 예체능’

    ‘달빛프린스’ 이후 강호동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 KBS ‘우리동네 예능과 체육의 능력자’로 결정됐다. 첫 회에는 이수근·김병만·박성호 등이 출연한다. 새 프로그램은 강호동과 MC들이 매회 새로운 운동 종목을 정해 연예인팀과 일반인 도전자팀을 구성해 대결을 벌이는 형식이라고 홍보사 드라마틱톡이 전했다. 첫 회 종목은 탁구로, 이달 말쯤 녹화한 뒤 4월 9일 방영 예정이다.
  • 대구·광주 시장님이 바뀌어요

    대구·광주 시장님이 바뀌어요

    김범일(왼쪽) 대구시장과 강운태(오른쪽) 광주시장이 27일 교환 근무를 한다. 대구시는 25일 영호남 화합과 교류 증진을 위해 서로 상대 시를 방문해 일일 근무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과 강 시장은 오전 10시 광주와 대구시청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각 지역 인사와 간담회를 갖는다. 오후에는 각 지역 주요 시책 추진현장을 방문한다. 김 시장은 아시아문화전당, 광주광기술원을 둘러본다. 또 강 시장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현장을 둘러본다. 두 시장은 또한 각각 지역 언론사와 기자회견을 갖고 상생협력 방안을 밝힌다. 앞서 김 시장과 강 시장은 이날 오전 8시 15분 경남 함양에서 만나 대구·광주 공동협력사업 협약을 체결한다. 민선 5기 들어 양 시는 대구의 달구벌과 광주의 빛고을 앞 자를 따서 ‘달빛동맹’이란 이름으로 공동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다. 88고속도로 조기 확장, 대구~광주 간 내륙철도 건설 등 12개 어젠다 사업을 선정했다. 그동안 일부 사업에 대해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약 체결에서 이들 과제에 대한 재추진 및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무엇보다 신성장동력산업육성 관련 사업의 향배가 주목된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부정적 의견이 제시된 치과벨트육성사업은 어젠다에 포함돼 재추진될 전망이다. 교환 근무는 올해 초 강 시장이 전화로 건의했고 김 시장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 김 시장과 강 시장은 지난해 3월 27일에도 양 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각각 교차 특강을 하는 등 이해의 폭을 넓혔다. 김 시장은 “영호남을 대표하는 광주와 대구의 달빛동맹은 단순한 지역 갈등의 해소 차원을 넘어 날로 심화되는 수도권 위주의 개발정책과 집중화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라며 “일일 교환 근무가 영호남 상생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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