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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반도체공장 방문에 4대그룹 만찬… 바이든 ‘경제동맹’ 과시

    삼성 반도체공장 방문에 4대그룹 만찬… 바이든 ‘경제동맹’ 과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도착 직후 곧바로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환영 만찬이 첫 일정이 될 것이라던 정치권 전망과는 달리 삼성의 반도체 생산기지 시찰로 양국의 ‘경제동맹’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과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견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17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후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복합단지로 평택·오산 미군기지와 헬기로 10분 거리다. 이미 미국 정부 측에서 사전 현장 답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구체적인 방문 일정을 통보받지는 못했지만 바이든 대통령 방문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오산까지 장거리 비행을 한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를 상징하는 평택캠퍼스부터 찾는 것은 이번 방한 목적이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하는 등 삼성을 각별히 챙겨 왔다. 삼성은 이에 화답하듯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1조 7000억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결정했다. 평택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하며 시설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미국 투자 계획 등에 대한 대화도 나눌 전망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판을 오후 일찍 끝내거나 기일을 한 주 연기하는 등 사전 조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한 이튿날인 2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환영 만찬에는 4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 등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모두 초대됐다. 경제단체장으로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참석한다. 만찬에 참석하는 4대 그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에서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면서 양국 기업과 정치권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 평택공장부터 찾는 바이든…경제동맹 과시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 평택공장부터 찾는 바이든…경제동맹 과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도착 직후 곧바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다. 대통령실의 환영 만찬이 첫 일정이 될 것이라던 정치권 전망과는 달리 삼성의 반도체 생산기지 시찰로 양국의 ‘경제동맹’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과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견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17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후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복합단지로 평택·오산 미군기지와 헬기로 10분 거리다. 이미 미국 정부 측에서 사전 현장 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오산까지 장거리 비행을 한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를 상징하는 평택캠퍼스부터 찾는 것은 이번 방한 목적이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하는 등 삼성을 각별히 챙겨왔다. 삼성은 이에 화답하듯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1조 7000억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결정했다. 평택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하며 시설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미국 투자 계획 등의 대화도 나눌 전망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판을 오후 일찍 끝내거나 기일을 한 주 연기하는 등 사전 조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방한 이튿날인 2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환영 만찬에는 4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 등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모두 초대됐다. 경제단체장으로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참석한다. 만찬에 참석하는 4대 그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에서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면서 양국 기업과 정치권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 흔들리는 ‘달러 패권’… 위안화는 기세등등 [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흔들리는 ‘달러 패권’… 위안화는 기세등등 [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러시아 꼴 날라”… 각국 유로화 등 결제 늘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면 아래에서 격렬한 ‘기축통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80년간 지배력을 유지했던 미국의 ‘달러화 패권’이 미국 주도의 대러 경제 제재 이후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경고음이 요란하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해, 달러 금융거래가 중단되면서 104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상태다. 또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300억 달러(약 765조원)를 동결시켜 루블화를 폭락시켰다.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적 대량살상무기(WMD)”라고 빗댈 정도로 달러화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다.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달러화의 지나친 무기화, 정치화가 오히려 러시아와 같은 운명을 피하면서 자국의 경제 이익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외환 보유액 가운데 달러의 비중을 줄이거나 국제 무역거래에서 달러화 이외 유로화·위안화 등의 결제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달러를 지나치게 무기화한 역풍으로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도 덩달아 흔들리는 형국이다.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석유는 달러 결제’ 불문율 깨져 국제무역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월 사우디는 원유 수입의 큰손인 중국의 요청을 받고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미국과 굳건한 경제·안보 동맹 관계에서 달러 순환 펌프 역할을 해 온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변심(?)이 달러 패권에 균열을 가져올지 모른다.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지금까지 석유 대금의 달러 결제는 세계 경제의 불문율이었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체제로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해 주는 대가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사우디가 자체 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것을 도왔고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며 “(사우디와 미중 간) 역학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SWIFT망에서 퇴출된 이후 자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받기 시작했고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통해 달러를 배제한 단일 통화 도입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안보협의체) 가입국인 인도마저 러시아와 무역을 지속하기 위해 루피(인도 화폐)와 루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2001년 ‘9·11 테러’ 이후라고 한다. 미국이 제재 수단으로 달러 관련국들의 돈줄을 죄면서 ‘달러의 다변화’가 시작됐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탈(脫)달러화(De-dollarization) 바람이 거세졌다는 지적이다. IMF가 발표한 전 세계 외환보유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12조 505억 달러) 중 달러 비중은 58.8%(7조 871억 달러)였다. 1999년 71%에서 12% 포인트나 낮아져 반세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 부총재는 “달러는 앞으로도 주요 통화로 남겠지만 더 작은 차원의 분열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틈 이용 위안화 국제화 행보 중국은 달러 패권이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위안화 국제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현재 2.79%(3361억 달러)로 아직 5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 2~4위 통화인 유로화나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비중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중국 위안화 비중은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SWIFT의 통화별 국제 결제 비중도 지난해 위안화가 처음으로 엔화를 앞질렀다. 중국 인민은행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위안화의 국가 간 결제 거래액은 79조 6000억 위안(약 12조 5300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75.8%나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위안화가 파운드화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결제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위안화가 1위 기축통화로 올라서는 것은 당분간 요원하다. 짧은 시간에 위안화가 달러를 밀어내고 기축통화가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유동성과 신뢰성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 기축통화는 보편적인 자산 보유·결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필수조건이 있다.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위안화 기축통화 경쟁 2035년 전후 본격화”

    “위안화 기축통화 경쟁 2035년 전후 본격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통화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80년 넘게 금융 지배권을 유지했던 달러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도 요란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축통화 전쟁 현황과 달러에 도전장을 던진 위안화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푸단대 경영학 박사 출신인 전 소장은 중국 경제전문가(경희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통화시장의 변화가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의 비달러 석유결제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제무역과 금융거래에서 기본 결제수단으로 달러의 위상은 견고하다. 2020년 사우디의 석유수출금액은 1137억 달러이고 러시아는 726억 달러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볼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시대 중국이 사활을 건 위안화의 국제화 현황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와 경쟁을 하려면 적어도 중국이 세계 1위 국내총생산(GDP) 국가가 되는 2035년 전후가 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 군사력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오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계획이 실현된다면 2050년 전후로 본격적인 기축통화 전쟁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은. “기축통화는 경제력, 군사력, 금융력의 종합적 귀결이다. 위안화의 경우 경제규모(GDP)에서 미국을 추월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군사력과 금융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은 위안화 역외금융센터 등을 통해 무역에서 결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은 금융산업이 낙후돼 자본 시장 개방조차 늦추고 있다. 중국도 최소 3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친 영향은. “기존의 무역·기술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공급망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중국이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주요한 곡물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가 받은 충격은 크다. 미국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길들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이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항전을 독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 -미중 패권 시대 한국 경제의 목표와 방향은. “코로나·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기술이 있어도 공장과 원자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은 미중 공급망 전쟁(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에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1088개나 되고 70% 이상인 취약품목도 653개에 달한다. 적어도 5년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시대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의 제1위 수출국에 대해 절대적인 안전운행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중국은 반도체가 없고 미국은 배터리가 없다.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레버리지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외교가 아니고 이들 기술과 생산능력이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단순한 재벌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산업, 전략산업이다. 파격적인 지원과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해야 한국이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 “위안화 기축통화 경쟁 2035년 전후 본격화”

    “위안화 기축통화 경쟁 2035년 전후 본격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통화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80년 넘게 금융 지배권을 유지했던 달러패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도 요란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축통화 전쟁 현황과 달러에 도전장을 던진 위안화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푸단대 경영학박사 출신인 전 소장은 중국 경제전문가(경희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통화시장의 변화가 있는데. “사우디나 러시아의 비달러 석유결제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제무역과 금융거래에서 기본 결제수단으로 달러의 위상은 견고하다. 2020년 사우디의 석유수출금액은 1137억달러이고 러시아는 726억달러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볼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시대 중국이 사활을 건 위안화의 국제화 현황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와 경쟁을 하려면 적어도 중국이 세계 1위 GDP(국내총생산) 국가가 된 2035년 전후가 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 군사력에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오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계획이 실현된다면 2050년 전후로 본격적인 기축통화 전쟁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은 “기축통화는 경제력, 군사력, 금융력의 종합적 귀결이다. 위안화의 경우 경제규모(GDP)에서 미국을 추월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군사력과 금융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은 위안화 역외금융센터 등을 통해 무역에서 결재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전 세계가 위안화 금융상품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금융산업이 낙후돼 자본 시장 개방조차 늦추고 있다. 중국도 최소 3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친 영향은. “기존의 무역·기술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공급망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중국이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주요한 곡물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가 받은 충격은 크다. 미국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길들이고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이 직접 참전을 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항전을 독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 -미중 패권 시대 한국경제의 목표와 방향은. “코로나·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기술이 있어도 공장과 원자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은 미중 공급망 전쟁(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에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1088개나 되고 70% 이상인 취약품목도 653개에 달한다. 적어도 5년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시대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의 제1위 수출국에 대해 절대적인 안전운행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중국은 반도체가 없고 미국은 배터리가 없다.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레버리지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외교가 아니고 이들 기술과 생산능력이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단순한 재벌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산업, 전략산업이다. 파격적인 지원과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해야 한국이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오일만 논설위원
  • 美 달러 무기화의 거센 역풍... 흔들리는 달러패권

    美 달러 무기화의 거센 역풍... 흔들리는 달러패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면 아래서는 격렬한 ‘기축통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80년간 지배력을 유지했던 미국의 ‘달러화 패권’이 미국 주도의 대러 경제 제재를 계기로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경고음이 요란하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돼 달러화를 통한 국제 금융거래가 중단되면서 104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부도위 위기에 처한 상태다. 또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300억달러(약 765조원)를 동결시켜 루블화를 폭락시켰다.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적 대량살상무기(WMD)”라고 부를 정도로 달러화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달러화의 지나친 무기화, 정치화가 오히려 러시아와 같은 운명을 피하면서 자국의 경제 이익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외환 보유액 가운데 달러의 비중을 줄이거나 국제 무역거래에서 달러화 이외 유로화·위안화 등의 결제 비중도 늘리고 있다. 달러를 지나치게 무기화한 역풍으로 세계의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상도 덩달아 흔들리는 형국이다.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국제무역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월 사우디는 원유 수입의 큰손인 중국의 요청을 받고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미국과 굳건한 경제·안보 동맹 관계에서 달러 순환 펌프 역할을 해온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변심(?)이 달러 패권에 균열을 가져올지 모른다.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지금까지 석유 대금의 달러 결제는 세계 경제의 불문율이었다.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해주는 대가로, 이른바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체제였다. 금본위제를 탈피한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준 핵심 축이다. 원유의 위안화 결제는 달러 패권이라는 견고한 댐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걸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사우디가 자체 탄도 미사일을 만드는 것을 도왔고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며 “(사우디와 미·중 간) 역학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SWIFT망에서 퇴출된 이후 자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받기 시작했고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통해 달러를 배제한 단일 통화 도입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안보협의체) 가입국인 인도마저 러시아와 무역을 지속하기 위해 루피(인도 화폐)와 루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IMF(세계통화기금) 분석에 따르면,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2001년 ‘9·11 테러 전쟁’ 이후라고 한다. 미국이 관련국들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달러의 돈줄을 죄면서 이른바 달러의 다변화가 시작됐다. 더욱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의 탈(脫)달러화(De-dollarization) 바람이 거세졌다. 스위프트 시스템 정보를 언제든 수집할 수 있게 한 미국의 ‘국제긴급 경제권법’ 통과도 주변국들의 우려를 높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하트넷은 “달러의 무기화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고 있다. 세계 금융시스템이 발칸 반도처럼 분열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IMF가 발표한 전 세계 외환보유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각국 중앙은행의 총 외환보유액(12조505억달러)에서 달러 비중은 58.8%(7조871억달러)였다. 1999년 71%에서 12%포인트나 낮아져 반세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 부총재는 “달러는 앞으로도 주요 통화로 남겠지만 더 작은 차원의 분열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달러의 지배력이 점차 약화되고 국제 통화시스템 역시 더욱 파편화될 것이란 경고다. 달러 패권 전쟁의 최전방에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두 개 이상의 기축 통화를 보유할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화의 추락세도 가파르다. 달러, 금과 함께 세계경제 위기 때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과거의 엔화가 아니다. 4일 현재 엔/달러 환율(엔화가치와 반대)은 130.9엔으로 지난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150엔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 1·4분기에는 42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막을 내렸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통념도 깨진 것이다.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실질적인 가계소득 감소와 경제위축의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중국은 달러패권이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위안화 국제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0년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한 중국의 GDP는 이미 일본의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주요 20개국(G20)에서 차지하는 교역비중도 중국(21.6%)이 일본(5.9%)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위안화가 주요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 CNN 방송도 “80년간 달러로 (세계를) 지배한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해 4분기 현재 2.79%(3361억달러)로 아직 5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 2~4위 통화인 유로화나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비중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중국 위안화는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SWIFT의 통화별 국제결재 비중을 보면 지난해 위안화가 처음으로 엔화를 앞질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위안화의 수요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보고서를 보면 지난 해 위안화의 국가 간 결제 거래액은 79조 6000억위안(약 12조 5300억달러)으로 전년 대비 75.8%나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위안화가 파운드화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결제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위안화가 1위 기축통화로 올라서는 것은 요원하다. 짧은 시간에 위안화가 달러를 밀어내고 기축통화가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유동성과 신뢰성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 기축통화는 보편적인 자산 보유·결제 가치가 인정받아야 하는 필수조건이 있다.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 인도·태평양에 공들이는 바이든… 대러 제재·대중 견제 ‘이중포석’

    인도·태평양에 공들이는 바이든… 대러 제재·대중 견제 ‘이중포석’

    “러 에너지 수입, 인도에 도움 안 돼”바이든, 모디 화상회담서 압박새달 日쿼드회담 ‘반중’ 결집도 中 “ILO 강제노동 관련 협약 비준”인권·친러 충돌 속 EU에 화해 손짓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뉴델리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이에 질세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로 충돌했던 유럽연합(EU)을 끌어안고자 강제노동 금지협약을 비준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이날 화상으로 한 시간 정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측의 외교·국방 장관도 동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에너지 등) 러시아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에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돕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사실상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거나 끊으라는 요구다.인도는 미국이 이끄는 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회원국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고 러시아산 원유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참에 ‘달러를 쓰지 않는 무역 금융 체제’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인도는 3000㎞ 넘는 국경을 마주한 중국, 종교 문제로 앙숙이 된 파키스탄과 갈등 중이다. 그런데 전통 우방이자 국방기술 지원국인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 중국과 더 밀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인도 입장에서는 이웃한 주요국이 모두 자신과 적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모디 총리와 직접 소통해 인도의 우려를 달래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워싱턴의 관심을 재차 강조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읽힌다. 대러 제재와 대중 견제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반면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깐부’(같은 편)가 된 EU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신화통신은 12일 “중국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오는 18∼20일 열리는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협약(1930년 제정)과 강제노동폐지 협약(1957년)을 함께 비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는 다른 나라와 관계 개선을 모색할 때 ILO 주요 협약 비준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곤 한다. 중국은 ILO의 주요 협약 가운데 차별 금지·아동노동 금지 등 4개는 비준했지만, 강제노동 금지 관련 2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중국과 EU는 경제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2014년 1월부터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논의해 왔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베이징은 강제노동을 묵인한다”며 협상에 반대했지만 양측은 미국의 반대에도 2020년 12월 CAI 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EU가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하고, 중국도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에 보복해 CAI 비준이 무기한 보류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의 편에 서면서 EU와 중국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스스로 ILO 강제노동 관련 협약을 비준하려는 것은 EU에 먼저 화해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설명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 프란세스카 지레티 연구원도 “중국이 EU에 보내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의 친구’ 인도는 왜 러시아를 도우려 할까? [이철의 차이나 핀홀]

    ‘미국의 친구’ 인도는 왜 러시아를 도우려 할까? [이철의 차이나 핀홀]

    최근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일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만나 “수년 전부터 국제 무역 거래에서 러시아 루블화와 인도 루피화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앞으로 두 나라는 (미 달러화가 아닌) 양국의 통화로 결제하는 추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모스크바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고 애쓰지만 인도는 정반대로 러시아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 뉴스가 나오기 며칠 전 홍콩의 아시아타임스도 “조만간 러시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인도 준비은행(RBI)과 만나 양국간 무역 금융 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규제틀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로 루피를 매입해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대러 제재를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의 통화를 은행에서 환전할 수 있게 했다. 중국과 인도, 터키,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르메니아 등이다. 이 가운데 중국과 인도, 터키, UAE 4개국은 경제 규모가 커 러시아가 세계화의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도록 해줬다. 지난달 초 인도는 유엔의 러시아 규탄 및 철군 요구 결의안 표결에서도 기권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3일부터 미국과 서구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한 것은 러시아 경제를 철저히 파탄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인도는 러시아와 무역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인도 수출단체협회(FIEO)를 이끄는 A.삭티벨 회장은 미 CNBC방송에 출연해 “인도와 러시아는 미국의 대러 제재를 우회하고자 루피·루블 통화스와프(환율 방어를 목적으로 양국이 상대 통화를 교환해 예치하는 것)를 체결할 것”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달러가 필요없는’ 무역금융 체제를 구상하는 것이다.인도는 미국이 이끄는 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일원이다. 그런데 왜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 한발 더 나아가 대놓고 러시아를 도우려는 것일까. 이를 두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 대항할 군사 무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황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대 해피몬 제이콥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인도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일견 그럴 듯 하지만 NYT가 말하는 ‘지정학적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필자가 볼 때 인도가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한 이는 대만에서 활동하는 산케이신문 특파원 야이타 아키오(矢板明夫)다. 중러의 지나친 밀착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경 문제 등을 두고 중국과 강하게 대척하는 인도로서는 군사 기술 대부분을 제공해온 러시아가 중국과 더 가까워지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여긴다는 설명이다. 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군사 장비의 85%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도 전문가인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말로는 “최근 인도가 국방기술 자립을 꾸준히 추진해 러시아 의존도를 50% 수준으로 낮췄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도 인도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뉴델리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가는 동시에 모스크바가 지나치게 베이징과 친해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외교 과제를 안게 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보적 가치 전략(The Progressive Values Strategy)을 구현했다고 보는 필자의 시각에서는 야이타 아키오의 견해가 가장 정확해 보인다. 진보적 가치 전략은 세계 질서가 갈수록 다극화될 것이라는 전제에 뿌리를 둔다. 그래서 경쟁 상대인 중국과 러시아를 무조건 죽이려고 하기보다는 두 나라가 보편적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이면 양국의 부상을 일정 부분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만 받아들인다면 중러가 어느 정도 패권을 추구해도 용인하겠다는 함의다. 이 전략에 따르면 미국이 직접 무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유엔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심산이다. 대신 외교와 첨단기술 등 다른 도구를 활용해 상대국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지난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것도 진보적 가치 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다.다시 인도로 돌아가 보자. 한 대표에 따르면 인도에게 있어서 최대 안보 위협은 파키스탄이다. 인구 2억 2000만명의 파키스탄은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힌두교·이슬람 종교 갈등과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분쟁으로 수십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외교관계도 끊어진 상태다.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2018년 임란 칸 총리가 집권하면서 반미 기조가 강해졌다. 때마침 미군이 아프간을 완전히 떠나게 돼 이제 파키스탄과 아프간은 대놓고 무슬림 형제애를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인도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이이제이(오랑캐를 오랑캐로 다스림) 전략을 선호하는 중국 또한 파키스탄의 강력한 우군이다. 이를 종합하면 인도가 왜 서구세계의 우려에도 필사적으로 ‘러시아 구하기’에 나섰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발이 묶인 러시아는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대러 제재가 길어지면 중러 양국은 (위안화로) 단일 통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3000㎞ 넘는 국경을 마주한 중국, 종교 문제로 갈등이 극에 달한 파키스탄과 맞서기도 버거운데 전통적 우방이자 국방기술 지원국인 러시아까지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인도로서는 이웃한 주요국이 모두 적국이 될 수 있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도가 러시아를 도우려는 것은 ‘제발 중국에 올인하지 말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인도의 예상 밖 행보에 당황한 것은 워싱턴이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를 두고 “쿼드 국가 가운데 가장 불안한 동맹”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내다가 최근에는 “중요한 핵심 동맹 국가”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인도가 원한다면 군사 무기와 기술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도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이에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뉴델리에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군사기술이 절실한 인도는 왜 세계 최강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을까. 미국의 존재가 자신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어서다. 미국이라는 ‘물’로는 바로 옆에서 활활 타오르는 중국과 파키스탄이라는 ‘불’을 끌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미국은 진보적 가치 전략에 의거해 군사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군인과 민간인이 수도 없이 사망했다. 중국·파키스탄의 군대와 당장 충돌해 싸울수도 있는 인도 입장에서는 미국의 ‘구두선’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워싱턴 조야가 이 지역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곧바로 중국이 뉴델리의 복잡다단한 속내를 정확이 간파하고 인도로 접근했다. 현 구도를 잘 활용하면 2020년 국경 분쟁으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듯 하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지난달 25일 예고없이 뉴델리를 찾아와 “인도와 협력을 원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자이샨카르 장관은 “영토 문제 해결이 관계 개선의 선결 과제”라며 차갑게 답했다. 현재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성사시킬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국경 분쟁에 대한 근본 해법을 내놓기 어렵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에 국내 여론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왕 국무위원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급하게 뉴델리로 날아갔지만 인도를 달랠만한 카드는 가져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만 보면 중국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왕 국무위원은 인도를 방문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네팔 총리 등을 만나 광범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네팔은 부탄과 함께 중국과 끊임없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인도는 “네팔·부탄이 중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자국이 침략당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반중’ 군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왕 국무위원은 이런 네팔에 세 가지를 약속했다. 네팔의 경제 발전을 돕고 네팔의 독립적인 지위와 정책 추진을 지원하며 네팔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참여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인도에 가장 의미있는 대목은 중국이 네팔의 독립적인 지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이 인도의 ‘깐부’(같은 편)인 네팔에 안전보장을 공언해 간접적이나마 뉴델리에 ‘선물’을 안긴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적 움직임이 참으로 부산하다. 이제 한국도 정세 변화에 발맞춰 외교 전략의 새 판을 짜야 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목표를 이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20개국(G20)에도 가입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 다수가 합의한 외교적 지향점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나아갈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외교 전략 역시 모호하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부디 새 정부는 최선의 방략을 세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안정 찾은 루블화… 제재에도 러 금고 채운 ‘에너지’

    안정 찾은 루블화… 제재에도 러 금고 채운 ‘에너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한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전쟁 초반 폭락했던 러시아 화폐 루블화 가치는 한 달 만에 안정을 되찾았다. 유럽에 판매한 석유와 천연가스 대금이 러시아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서다. 에너지 수입 금지 없는 경제 제재는 이빨 빠진 호랑이인 셈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달러당 82.13루블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81.17루블)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의 대러 제재가 쏟아지면서 지난달 10일에는 달러당 137.50루블까지 폭락했으나 다시 정상화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가 계속 팔려 나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금고를 채워 주고 루블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급등으로 러시아가 석유·가스를 팔아 벌 수 있는 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3207억 달러(약 392조원)를 에너지 수출대금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356억 달러(약 287조원)보다 36% 더 많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2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루블화 환율의 안정성을 입증한다면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중국, 인도 등과 새로운 지불 시스템을 구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석연료 수입 금지야말로 러시아의 손발을 묶을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지만, 에너지난을 우려하는 유럽의 반대로 효과가 떨어지는 제재만 나오고 있다. 미국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와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 알파방크를 금융시스템에서 전면 차단했다. 그러면서도 중앙은행을 통한 에너지 대금 거래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유럽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가스의 55%, 석유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은 즉각적인 에너지 금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한술 더 떠 가스 대금을 유로화 대신 루블화로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세계화 후퇴로 정치가 경제 지배… 경제정책이 곧 안보정책이다

    세계화 후퇴로 정치가 경제 지배… 경제정책이 곧 안보정책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각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다. 공무원들은 정부 조직 개편안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향후 5년 동안, 아니 공직생활 내내 중대한 영향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한 사안의 하나는 통상 기능의 주무 부처다.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주창하면서 1994년 그 기능을 산업부(통상산업부)에 두었지만,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외교부(외교통상부)로 넘겼고,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다시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겼다. 주소지가 이전될 때마다 해당 부처 이름도 달라졌다. 그런 점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은 성(姓) 전환 수술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性) 전환 수술이기도 하다. 통상 기능의 정체성이 경제에 있느냐, 외교에 있느냐를 둘러싼 행정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냐 외교냐… 통상 기능 논란 그 논쟁의 뿌리는 18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년)을 통해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그런데 그의 논리가 좀 궁색했다. “개는 뼈다귀를 교환하지 않지만, 인간은 무엇이건 교환하는 습성이 있다”는 비유를 통해 분업과 자유무역의 장점을 설명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비하자면 설명이 좀 어설프다. 그래서 오해를 불렀다. 미국의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국부론’을 읽고서도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신생국 미국이 영국 같은 부국이 되려면 유치원 수준에 불과한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입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유치산업 보호론’이다. 그러자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토머스 제퍼슨 국무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관세를 높이면 품질 좋은 유럽 공산품의 값이 올라 조악한 미국산 물건만 쓰게 되므로 국민들 불만이 커진다는 이유였다. 제퍼슨의 걱정은 옳았다. 미국 북부 지역의 조잡한 공장들을 보호하느라고 겪는 남부 주민들의 관세 부담은 지나쳤다. 현직 부통령 존 캘훈마저 ‘증오의 관세’를 집어치워야 한다면서 연방정부를 뛰쳐나와 고향 남부의 분리독립운동에 가담했다. 13개 주로 출발했던 미국은 40년 만에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이쯤 되면 관세와 무역은 경제도 외교도 아닌 국내 정치 문제다. 그런 점에서 노예해방 문제와 성격이 똑같다. 오늘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제3의 독립기구로 설치된 까닭은 바로 그런 연유다. 따지고 보면 관세와 무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선 기간 중 논란이 됐던 기축통화도 성격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이나 은을 돈으로 썼던 상품화폐 시대에는 기축통화라는 말조차 없었다. 각국 화폐에 함유된 금과 은의 비중에 따라 환율만 있었을 뿐이다. 기축통화라는 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현했다. 금본위제도가 사라진 뒤 전 세계를 상대로 금과의 무제한 교환을 유일하게 약속(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했던 미 달러화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30년도 지나지 않은 1971년 8월 15일 미국이 그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렸다. 흔히 ‘닉슨 쇼크’라고 하는 사건이다.●USTR이 독립기구로 설치된 까닭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특별인출권(SDR)이라는 것이다. 미 달러화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가 합의해 만든 세계 최초 가상화폐다(암호화폐는 아니다). 처음에는 그 가치를 금에 맞춰서 ‘디지털 금’(1SDR=금 0.88671g)이라고 할 만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주요국 화폐 가치를 평균해 가치를 매겼다. 거기에는 미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독일 마르크화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얄화까지 포함됐다. 계산 편의를 위해 오늘날에는 SDR 가치 산정에 5개 통화만 포함된다. 그런데 2016년부터 포함된 위안화를 기축통화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지급 수단으로서 기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위스 프랑화는 SDR 가치 산정에서 제외되지만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전쟁이 터지건,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건 안전 자산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SDR 편입 여부는 기축통화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기축통화는 경제를 넘어선 문제다. 그러니 지난 대선 기간 중 한국 경제 규모를 이유로 원화의 SDR 편입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한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기축통화는 경제가 아닌, 국제정치의 문제다. 1960년대 초 브레턴우즈 체제가 아직 유지되고 있었지만, 미 달러화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전 대통령마저 달러화에 회의감을 표시하면서 금으로 바꿔 달라고 공공연히 요구할 정도였다. 달러화 가치가 크게 흔들리자 미국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 표시 미국 국채(루사 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기축통화 편입은 국제정치 문제 당시 유일무이한 기축통화국이었던 미국의 그런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범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미국은 1962년 궁여지책으로 유럽의 10개국과 ‘상호통화계약’을 맺었다.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의 옛 이름이다. 처음에는 3개월짜리 계약이었다가 계속 연장되고, 1971년부터는 거래 대상에 일본, 덴마크, 멕시코가 추가됐다. 그때 기축통화 개념이 등장했다.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화폐, 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와 통화 스와프를 맺은 나라의 화폐를 말한다. 그러니까 기축통화의 실질적인 기준은 미 연준과의 ‘궁합’이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도 통화 스와프를 통해 미 연준과 궁합을 맞췄다. 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은 2008년부터 열려 있는 것이다. 계약의 항구화가 관건이다. 처음에 한국은행은 통화 스와프가 한국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이한다면 그것은 한국의 잘못이 아니라 국제통화 시스템의 중대한 결함 때문이요, 이는 설계자인 미국의 잘못이다. 한국이 가진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면 미국 금리가 오른다. 미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나아가 한국은행은 1950년 미 연준 도움으로 세워진 ‘형제 중앙은행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필자가 네이든 시트 연준 국제국장에게 누누이 강조했다). 논리와 감정이 섞인 그런 설득 속에 2008년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고,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재계약됐다. 지금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계기로 해외에 진출했던 미국 공장들이 되돌아가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코로나19 위기 이후 공급망 차질 속에서 에너지와 주요 원자재 공급 채널을 확장하려고 몸부림친다. 세계화를 넘어 경제안보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통화 스와프는 외교수단’ 단언도 세계화의 후퇴 속에서 한국은행 출신 이코노미스트(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가 경제가 아니라 외교 수단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의 경제안보 차원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세우기를 바란다면 한국도 거기에 상응하는 흥정거리를 통화 스와프에서 찾으라고 주문한다. 15세기 유럽에서는 백반이 오늘날 반도체에 해당했다. 무슨 옷을 만들건 옷감에 물을 들여야 했고, 그래서 착색제인 백반이 필요했다. 백반의 독점적 공급자였던 메디치 가문은 그것을 이용해 약소국 피렌체의 안보를 교황청과 흥정했다. 교황청과 메디치 가문의 백반계약은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에 지배됐다. 그것이 세상이다. 새로운 정부의 제일 중요한 과제도 경제안보다. 강조점은 ‘안보’에 있다. 그러면 새 정부는 통상 기능을 어디에 둬야 할까. 한국은행 자문역
  • ‘새 먹거리’ 영토 확장 진격하는 건설업계

    ‘새 먹거리’ 영토 확장 진격하는 건설업계

    건설사들이 전통적인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자재 가격 인상, 주택시장 정책 변화 등 대내외적 변수가 잇따르자 신사업 확장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은 데다, 신재생 발전의 단점인 자연조건 제약을 보완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상품이라 차세대 원자력발전 모델로 꼽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SMR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해 최근 더 주목받고 있다.삼성물산은 일찍부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SMR 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에 지난해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올해 추가로 3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아이다호주(州)에 발전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총 720㎿ 규모의 원전발전단지 건설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반응로 설치와 제반 시설 건설을 담당한다. 삼성물산은 SMR 투자 확대로 사업 기회를 선점하고 에너지 솔루션과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구상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원전 건립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이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현대건설도 미국의 원자력 사업 분야 선도 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사업 협력 계약을 통해 ▲상업화 모델 공동 개발 ▲마케팅 및 입찰 공동 참여 ▲사업 공동 추진 등 사업 전반에 합의했다. 현재 북미 인허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홀텍사의 SMR160 모델은 160㎽급 경수로형 소형 모듈 원자로로서 후쿠시마 사태, 테러 등과 같은 모든 잠재적 가상 위험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또 작은 부지에 설치하기 수월해 대형 원전에 비해 유리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S건설은 지난 23일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기업인 덴마크 할도톱소와 손잡고 바이오디젤 생산설비 모듈화 사업에 나섰다. 플랜트 모듈화는 핵심 공정을 표준화된 하나의 모듈로 제작해 현장에서 설치만 하면 되는 것으로, 투자비를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할도톱소는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 전문기업으로 식물성 기름이나 콩기름 등의 재생 가능한 공급 원료를 제트 연료유나 디젤 등으로 변환하는 ‘하이드로플렉스’(HydroFlex™)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할도톱소는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GS건설은 할도톱소의 핵심 기술인 하이드로플렉스 공정의 설계·시공 표준화에 나설 계획이다.호반건설은 KT엔지니어링과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18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호반건설과 KT엔지니어링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사업 관련 기술·경험을 제공하고 시공 협업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데이터 수요 증가와 클라우드 시장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 구축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AI(인공지능) 등 미래기술 개발에 가속제가 될 것으로 호반건설은 기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공장에서 배출된 환경 유해물질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8월 현대오일뱅크와 ‘탄소 저감 친환경 건축 소재 사업 협약’을 맺고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정유시설에서 발생하는 탈황석고와 이산화탄소 등을 모아 시멘트와 같은 건축자재로 쓸 수 있는 탄산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세계적인 전기·전자 폐기물 기업인 ‘테스(TES)’를 약 1조 2000억원에 인수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스는 전기·전자 폐기물 분야에서 가장 많은 국가에 거점을 보유한 회사로, SK에코플랜트는 이 회사를 바탕으로 전 세계 전기·전자 폐기물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기술연구소와 ‘청정수소 생산 기술 개발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새로운 수소 생산 공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아이파크몰을 통해 유통업에 이미 진출한 HDC현대산업개발도 올해 정관 변경을 통해 유통업·도소매업·판매시설운영업·물류업·운수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기업 대 소비자(B2C) 영역을 넘어 기업 대 기업(B2B) 사업까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미국·중국 패권싸움 등 올 해외 수주시장 전망이 어두운 건설사들이 먹거리 마련을 위해 경쟁적으로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분위기”라며 “장기적으로 신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건설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푸틴, 루블화 안정·달러패권 도전 ‘노림수’ 통할까

    푸틴, 루블화 안정·달러패권 도전 ‘노림수’ 통할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등 ‘비우호 국가’에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전 세계가 향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제재에 맞서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탈(脫)달러화’에 시동을 걸고자 도박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국가들에 일부 혼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고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중앙은행에 ‘일주일 안에 천연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라’고 지시한 직후 루블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8.52% 상승한 달러당 95.0207루블로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5일(83.7509루블) 이후 최고치다. 루블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달러당 70루블대였다가 미국·EU가 러시아 외화자산을 동결하자 이달 초 달러당 140루블대까지 폭락한 뒤 최근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발표가 “루블화 가치 방어에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EU는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데, 에너지 구입 대금 대부분을 유로화로 결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 EU 국가들은 러시아 경제를 고사시켜야 하는 상황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루블화를 사들여야 한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유럽의 약점인 에너지를 파고들었다”며 “서방을 향해 ‘두 손 들고 푸틴의 (탈달러·탈유로) 요구에 응하거나 가스 공급이 차단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라’는 신호를 발신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이날 메가와트시(㎿h)당 117.00유로를 기록해 하루 만에 18.49% 급등했다.다만 러시아의 ‘모 아니면 도’식 보복이 의도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비니시우스 호마누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를 고집하면 구매자들이 러시아산 가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만드는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자들이 언제라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루블화로 거래하는 데 부담을 느껴 다른 거래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제이슨 터비도 “루블화 결제로 서방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달러를 확보하지 못해 수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 고립이 심화되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고 설명했다.
  • [임정욱의 혁신경제] 강남의 소프트웨어 수출 역군들/TBT 공동대표

    [임정욱의 혁신경제] 강남의 소프트웨어 수출 역군들/TBT 공동대표

    지난주 서울 서초동의 딜라이트룸이란 스타트업 사무실에 갔다. 자명종처럼 사람을 깨워 주는 ‘알라미’ 앱을 개발한 회사다. 그런데 회의실에 100만 달러 수출의 탑, 500만 달러 수출의 탑이 전시돼 있다. 이것은 보통 수출을 많이 하는 중견 제조기업에 가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알라미는 전 세계 170개국에서 매일 200만명이 사용하는 인기 자명종 앱이다. 이용자가 확실하게 일어나도록 특정 물건의 사진을 찍거나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어야 알람이 꺼지는 기능이 있어 인기다. 광고와 프리미엄 멤버 구독료로 매출을 올린다. 지난해 매출이 130억원에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80%가량이 해외에서 나오고 달러 계좌로 입금된다. 서울 강남 선릉역 인근에 있는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 리디를 방문해 배기식 대표를 만났다. 2008년 설립된 리디는 지난 2월 1200억원을 투자받아 1조 6000억원 가치의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이다. 5년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빌딩 한 개층을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4개층을 쓰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인근 공유오피스 2개 층을 추가로 빌렸다. 직원이 이제 500명이 넘고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웹툰 서비스 ‘만타’를 시작했고 이것이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배 대표는 “미국에 지사가 없는데도 한국에서만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다”며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강남에는 이런 ‘소프트웨어 수출 역군’들이 많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한국산 소프트웨어, 콘텐츠, 게임을 기반으로 해외 지사 없이도 전 세계에서 큰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다. 더핑크퐁컴퍼니의 경우도 핑크퐁, 아기상어 등 지구촌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캐릭터, 콘텐츠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매출을 올린다. 2020년 12월 3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매출은 800억원이 넘는다. 하이퍼커넥트라는 회사는 ‘아자르’라는 영상채팅 앱으로 한국보다 해외에서 휠씬 인기를 끌었다. 2020년 거의 해외에서만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역시 2020년 5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외화를 벌어들인 것은 반도체, TV, 스마트폰, 자동차, 선박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며 손에 잡히는 제품을 만드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분야가 많았다. 그런데 한국이 소프트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이제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에서 만만치 않은 해외 매출이 나오고 있다. 그 첨병 역할을 강남의 젊은 스타트업들이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해외 출장이 거의 막힌 상황에서도 이들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이런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업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에 글로벌한 역량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풀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서 보듯이 이제 한국에서 통하는 콘텐츠는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자신감도 중요한 성공의 요인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한국의 소프트웨어, 콘텐츠 스타트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역시 인재의 원활한 공급이다. 요즘 테헤란로에서는 개발자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모든 직군에서 글로벌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뽑느라 혈안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해 한국을 디지털경제 패권 국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냈다. 한국의 차세대 미래 먹거리가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관련 분야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강남이 실리콘밸리, 할리우드 못지않은 글로벌 테크 및 콘텐츠 혁신 허브로 부상할 것이다.
  • 달러 패권 흔드는 中 위안화… 사우디, 원유 결제 허용 검토

    달러 패권 흔드는 中 위안화… 사우디, 원유 결제 허용 검토

    미국 등 서구세계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3차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면서 미국의 ‘달러 패권’에 균열이 초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원유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 큰 충격을 받았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자신들과 앙숙인 이란과 핵합의까지 복원하려고 해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이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그간 사우디는 미국의 핵심 우방국을 자처해 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인사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책임을 물어 배후로 지목받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다. 이에 서운함을 느낀 사우디 정부가 미국의 공백을 메울 새 안보·경제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입증하듯 전날 WSJ는 “사우디가 시진핑 주석에게 수도 리야드를 공식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슬람 금식기간 라마단(4월)이 끝난 뒤인 5월 중 성사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이를 수락하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해외를 찾는다.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4분의1 이상을 사주는 ‘최대 수요처’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미국은 달러 가치를 금과 동일하게 유지하던 금본위제를 1971년 폐지했다.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위협받자 묘안을 냈다. 1975년 사우디 왕실에 ‘중동의 맹주국 지위를 보장할 테니 대신 원유 결제는 오직 달러화로만 하라’고 비공식 제안을 한 것이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다. 사우디가 50년 가까이 지켜오던 약속을 깨고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국제 원유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산유국도 사우디를 따라 위안화를 받으면 미국의 기축통화국 지위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다만 사우디가 실제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워싱턴 조야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행동을 보고만 있을 리 없어서다. 그간 페트로 달러 체제에 반기를 든 이란과 이라크,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은 예외 없이 미국의 경제 제재나 군사행동 대상이 됐다. 미 정부 고위 관리가 사우디의 위안화 허용 가능성을 두고 WSJ에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꺼내는 단골 소재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도 역사적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 SWIFT 차단의 역설… 러 금융제재가 ‘블록체인’ 기술 띄운다

    SWIFT 차단의 역설… 러 금융제재가 ‘블록체인’ 기술 띄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모스 부호는 굉장히 기발하다. 길고 짧은 신호 40여개의 조합으로 모든 알파벳과 숫자를 표현한다. 모스 부호는 보통 전류를 이용해서 주고받지만, 굳이 전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빛이나 소리에 모스 부호를 얹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난당했을 때 모스 부호가 요긴한 비상통신수단으로 활용된다.미국인 발명가 새뮤얼 모스가 1846년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고안한 모스 부호를 이용해 원거리 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서비스를 전신(telegraph)이라고 불렀다. 그때 가장 큰 고객은 은행이었다. 고객 요청에 따라 먼 곳으로 돈을 부치거나 받아 오는 일, 즉 송금과 추심에서 원거리 통신은 필수적이다. 10여년 뒤 남북전쟁이 벌어지자 전신의 중요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직 전화가 등장하지 않은 때라 어떤 전투에서 북군과 남군 중 누가 승리했는지를 빨리 알리려면, 전신회사가 필요했다. 투자자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투 결과를 받아 본 뒤 양쪽 정부의 채권과 달러화를 잽싸게 사고팔려고 했다.버지니아주 불런 개울가에서 절체절명의 전투(머내서스 전투)가 벌어지자 수많은 기자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기사를 써도 그것이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철자 하나하나를 기술자가 모스 부호로 분해하고, 수신자가 다시 그것을 조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판에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런 일은 유럽의 숱한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온 것이 전신타자기(teletypewriter·TTY)다. 한쪽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면, 다른 쪽에서 그대로 찍히므로 모스 부호 방식보다 송수신 속도가 엄청 빠르다. 특별한 조작기술도 필요 없다. 그러자 은행들이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송수신하기에 이르렀다. 1917년 미 연방준비은행들이 처음 시도했다. 오늘날 연준통신망(Fed-Wire)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은행이 통신망에 투자했다는 경이로움이 담긴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송금과 추심 업무를 위해서 각 은행들이 1980년대 후반까지 TTY 설비를 직접 운용했다. 통신기술이 발달하자 글자와 숫자를 넘어 그림까지 주고받는 기계가 나왔다. 1960년대 등장한 팩시밀리다. 전신타자기든 팩시밀리든, 한 은행의 본점·지점 간 통신 때는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다른 은행들과 통신할 때는 불편하다. 일일이 상대기관과 접속 프로토콜을 맞춰야 한다. 남녀가 교제하기 전에 전화번호를 따듯이.1970년대에 이르러 국제금융업무가 폭증하자 마침내 컴퓨터를 이용한 새 방법이 고안됐다. 1973년 등장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인데, 오늘날 이메일의 원조쯤 된다. TTY가 분권화한 양자 간 통신망이라면, SWIFT는 중앙집중화한 통신망이다. 다자간 통신도 가능하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SWIFT가 보급한 전용 단말기를 통해 회원사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 시스템 안의 어떤 금융기관, 어떤 지점과도 쉽게 통신할 수 있다. 그 통신망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회원사가 많을수록 편리해진다. 현재 회원사는 만 개가 넘는다. 오늘날 SWIFT는 국제금융영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 중의 인프라다. 그것을 이용할 수 없으면 절해고도에 낙오된 것과 다름없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금융제재를 할 때 취한 첫 번째 조치는 북한 특정 금융기관들의 SWIFT 접속을 차단한 것이었다.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취하고 있는 조치도 똑같다. SWIFT를 운용하는 주체는 국제기구가 아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민간 유선통신사다. 만일 SWIFT가 블룸버그 같은 언론사였다면, 국제사회가 그 회사를 향해 명령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언론탄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SWIFT는 법률상 통신사이고, 그 회사에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벨기에 정부다. EU 명령도 벨기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국내 은행들은 SWIFT 제재에 적극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이 벨기에 통신사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가 거기 있다. SWIFT는 독점기업이 아니다. 경쟁회사가 꽤 많다.(유로클리어, DTCC, 클리어스트림 등이 있는데, 일반인들은 전혀 알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출현할 것이다. 따라서 SWIFT에 특정 러시아 금융기관들의 접속을 차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SWIFT에 대한 중대한 영업방해가 될 수 있다. 굳이 러시아 측과 거래하려는 금융기관들은 SWIFT를 벗어나 다른 통신망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잔소리가 신경 쓰일 뿐이다. 실제로 SWIFT에 대해 불만이 많은 나라들은 중앙은행 주도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2015년 중국인민은행이 만든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과 2017년 아랍통화동맹이 구축한 BUNA는, 사실상 미국이 쥐고 흔드는 SWIFT와 경쟁할 목적으로 세워진 국제금융통신망이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2017년 SPFS라는 통신망을 만들어 열심히 주변국들에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은 최근 프랑스와 러시아를 상대로 제3의 통신망을 열기로 합의했다. 굳이 일부 국가의 도전이 아니더라도 SWIFT 시대가 저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는 이더리움이나 리플은 비용과 보안 측면에서 잠재력이 충분하다. 아직 그들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이유는, SWIFT의 선점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 금융기관들이 SWIFT 사용에서 느끼는 불편이나 염증이 임계치를 넘으면, 선점 효과는 금방 사라진다. 북한이나 이란 제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미국은 이런 움직임들이 불편하고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달러화의 패권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군사력과 구매력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현실적 인프라는 SWIFT(통신), CLS은행(결제), IMF(국제유동성)다. CLS(뉴욕)와 IMF(워싱턴)의 본부도 미국에 있다. 그런데 SWIFT의 시장지배력이 줄어들면, 북한이나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효력을 잃고 달러 패권도 흔들린다. 그렇다고 미국이 민간 금융기관들에 특정 통신망의 사용을 강요할 수도 없다. 중국은 이미 그 가능성을 간파했다. SWIFT 접속 금지가 러시아의 대외거래를 70% 정도 중단시킴으로써 당장은 러시아가 큰 충격을 받겠지만, 길게 보면 미국이 자기 발등에 총을 쏘는 셈이라고 비웃는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 조치를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호재라고 떠벌리고 있다. 뜻밖의 호재를 맞은 것은 블록체인 업계다. 지금 서방 세계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모으고 있다. 벌써 200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른 쪽에서는 가상자산 거래망에서도 러시아를 축출하자는 소리가 들린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서 SWIFT 대체재로서 이더리움과 리플의 가능성이 부각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더욱 각광받게 된다. 특정국이 좌지우지 못 하는 민주적 통신망으로서 새로운 용도가 개척되는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는 군사, 경제, 평판 면에서 큰 외상을 입고 있다. 반면 미국은 내출혈이 시작됐다. 블록체인 업계는 장날이다. 바야흐로 국제금융통신이 춘추전국시대의 입구에 서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한국은행 자문역
  • “한국은행은 왜 러시아 금융제재에 침묵을 지키고 있나”...뜻밖의 이유

    “한국은행은 왜 러시아 금융제재에 침묵을 지키고 있나”...뜻밖의 이유

    SWIFT 차단의 역설...러 제재가 ‘블록체인’ 기술 띄운다美가 좌지우지하는 SWIFT... 국제기구 아닌 민간통신회사제재 수단화에 업무방해 논란...美 장악력 약화 촉발 계기로잘 알려진 것처럼 모스 부호는 굉장히 기발하다. 길고 짧은 신호 40여개의 조합으로 모든 알파벳과 숫자를 표현한다. 모스 부호는 보통 전류를 이용해서 주고받지만, 굳이 전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빛이나 소리에 모스 부호를 얹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난당했을 때 모스 부호가 요긴한 비상통신수단으로 활용된다. 미국인 발명가 새뮤얼 모스가 1846년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고안한 모스 부호를 이용해 원거리 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서비스를 전신(telegraph)이라고 불렀다. 그때 가장 큰 고객은 은행이었다. 고객 요청에 따라 먼 곳으로 돈을 부치거나 받아 오는 일, 즉 송금과 추심에서 원거리 통신은 필수적이다. 10여년 뒤 남북전쟁이 벌어지자 전신의 중요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직 전화가 등장하지 않은 때라 어떤 전투에서 북군과 남군 중 누가 승리했는지를 빨리 알리려면, 전신회사가 필요했다. 투자자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전투 결과를 받아 본 뒤 양쪽 정부의 채권과 달러화를 잽싸게 사고팔려고 했다. 버지니아주 불런 개울가에서 절체절명의 전투(머내서스 전투)가 벌어지자 수많은 기자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기사를 써도 그것이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철자 하나하나를 기술자가 모스 부호로 분해하고, 수신자가 다시 그것을 조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판에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런 일은 유럽의 숱한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온 것이 전신타자기(teletypewriter·TTY)다. 한쪽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면, 다른 쪽에서 그대로 찍히므로 모스 부호 방식보다 송수신 속도가 엄청 빠르다. 특별한 조작기술도 필요 없다. 그러자 은행들이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송수신하기에 이르렀다. 1917년 미 연방준비은행들이 처음 시도했다. 오늘날 연준통신망(Fed-Wire)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은행이 통신망에 투자했다는 경이로움이 담긴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송금과 추심 업무를 위해서 각 은행들이 1980년대 후반까지 TTY 설비를 직접 운용했다.통신기술이 발달하자 글자와 숫자를 넘어 그림까지 주고받는 기계가 나왔다. 1960년대 등장한 팩시밀리다. 전신타자기든 팩시밀리든, 한 은행의 본점·지점 간 통신 때는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다른 은행들과 통신할 때는 불편하다. 일일이 상대기관과 접속 프로토콜을 맞춰야 한다. 남녀가 교제하기 전에 전화번호를 따듯이. 1970년대에 이르러 국제금융업무가 폭증하자 마침내 컴퓨터를 이용한 새 방법이 고안됐다. 1973년 등장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인데, 오늘날 이메일의 원조쯤 된다. TTY가 분권화한 양자 간 통신망이라면, SWIFT는 중앙집중화한 통신망이다. 다자간 통신도 가능하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SWIFT가 보급한 전용 단말기를 통해 회원사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 시스템 안의 어떤 금융기관, 어떤 지점과도 쉽게 통신할 수 있다. 그 통신망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회원사가 많을수록 편리해진다. 현재 회원사는 만 개가 넘는다. 오늘날 SWIFT는 국제금융영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 중의 인프라다. 그것을 이용할 수 없으면 절해고도에 낙오된 것과 다름없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금융제재를 할 때 취한 첫 번째 조치는 북한 특정 금융기관들의 SWIFT 접속을 차단한 것이었다.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취하고 있는 조치도 똑같다. SWIFT를 운용하는 주체는 국제기구가 아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민간 유선통신사다. 만일 SWIFT가 블룸버그 같은 언론사였다면, 국제사회가 그 회사를 향해 명령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언론탄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SWIFT는 법률상 통신사이고, 그 회사에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벨기에 정부다. EU 명령도 벨기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국내 은행들은 SWIFT 제재에 적극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이 벨기에 통신사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가 거기 있다. SWIFT는 독점기업이 아니다. 경쟁회사가 꽤 많다.(유로클리어, DTCC, 클리어스트림 등이 있는데, 일반인들은 전혀 알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출현할 것이다. 따라서 SWIFT에 특정 러시아 금융기관들의 접속을 차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SWIFT에 대한 중대한 영업방해가 될 수 있다. 굳이 러시아 측과 거래하려는 금융기관들은 SWIFT를 벗어나 다른 통신망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잔소리가 신경 쓰일 뿐이다. 실제로 SWIFT에 대해 불만이 많은 나라들은 중앙은행 주도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2015년 중국인민은행이 만든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과 2017년 아랍통화동맹이 구축한 BUNA는, 사실상 미국이 쥐고 흔드는 SWIFT와 경쟁할 목적으로 세워진 국제금융통신망이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2017년 SPFS라는 통신망을 만들어 열심히 주변국들에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은 최근 프랑스와 러시아를 상대로 제3의 통신망을 열기로 합의했다. 굳이 일부 국가의 도전이 아니더라도 SWIFT 시대가 저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는 이더리움이나 리플은 비용과 보안 측면에서 잠재력이 충분하다. 아직 그들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이유는, SWIFT의 선점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 금융기관들이 SWIFT 사용에서 느끼는 불편이나 염증이 임계치를 넘으면, 선점 효과는 금방 사라진다. 북한이나 이란 제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이런 움직임들이 불편하고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달러화의 패권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군사력과 구매력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현실적 인프라는 SWIFT(통신), CLS은행(결제), IMF(국제유동성)다. CLS(뉴욕)와 IMF(워싱턴)의 본부도 미국에 있다. 그런데 SWIFT의 시장지배력이 줄어들면, 북한이나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효력을 잃고 달러 패권도 흔들린다. 그렇다고 미국이 민간 금융기관들에 특정 통신망의 사용을 강요할 수도 없다. 중국은 이미 그 가능성을 간파했다. SWIFT 접속 금지가 러시아의 대외거래를 70% 정도 중단시킴으로써 당장은 러시아가 큰 충격을 받겠지만, 길게 보면 미국이 자기 발등에 총을 쏘는 셈이라고 비웃는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 조치를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호재라고 떠벌리고 있다. 뜻밖의 호재를 맞은 것은 블록체인 업계다. 지금 서방 세계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모으고 있다. 벌써 200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른 쪽에서는 가상자산 거래망에서도 러시아를 축출하자는 소리가 들린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서 SWIFT 대체재로서 이더리움과 리플의 가능성이 부각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더욱 각광받게 된다. 특정국이 좌지우지 못 하는 민주적 통신망으로서 새로운 용도가 개척되는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는 군사, 경제, 평판 면에서 큰 외상을 입고 있다. 반면 미국은 내출혈이 시작됐다. 블록체인 업계는 장날이다. 바야흐로 국제금융통신이 춘추전국시대의 입구에 서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한국은행 자문역
  • [세종로의 아침] 대선 그리고 대통령의 경제/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대선 그리고 대통령의 경제/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대선이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유권자 대다수는 숙고 끝에 지지 후보를 결정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할 기준 한 가지를 전한다. 혹자는 이번 대선은 공정, 다른 이는 개혁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모두 일리 있지만, 우리의 절박한 문제를 위임하기에는 이런 주장은 단편적이어서 미덥지 못하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다. 선택의 기준은 경제를 누가 가장 잘 풀어 갈 수 있느냐로 좁힐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입에 풀칠하는 차원을 넘어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유무형의 자산을 쌓는 일이다. 국가적으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 안보가 튼튼해지고, 복지도 풍성해지고, 사회 안전망도 견실해진다. 개인적으론 남들 눈에는 비루하게 보일지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자신과 가족,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일이자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갸륵한 행위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민 1인당 총소득(GNI)이 3만 5000달러를 넘었고, 보릿고개나 굶주림이 사라졌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이다. 우리의 경제 여건은 너무 취약해 대외 관계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여건이 녹록잖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냉전과 영토 패권주의,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과 기술 패권주의는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시야가 국내로 갇힌 이는 대통령으로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민생고 해결에 방해가 된 ‘정책 리스크’는 뼈 아프다. 이를테면 비정규직을 갑자기 정규직화하면서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사태는 많은 청년의 분노를 샀다.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장한 생각을 가지고 입사 준비를 하던 이들의 밥그릇을 차 버리는 행위였다. 원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할 정도의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지난 5년간 탈원전을 주창하며 원전 생태계를 해체하다 퇴임 두 달 남은 시점인 최근에서야 원전 가동으로 정책 방향을 180도 바꾸었다. 그동안 관련 기업들은 부도 직전으로 내몰리고,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다시는 먹고사는 문제에서 대통령이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물론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으면 많은 국내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 일례로 엊그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장기화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자 중소기업들은 ‘인력부족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28.3%)를 ‘금융지원 확대’(19.7%)보다 우선시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주 52시간제가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바람에 많은 중소기업은 일손 부족으로 폐업 위기로 내몰렸고, 근로자들은 줄어든 임금을 보충하려고 배달 등 ‘투잡’을 뛰는 게 현실이 됐다. 먹고사는 문제를 제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시장 자본주의에서 소외되는 계층과 경쟁력이 약한 이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마땅히 할 일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이들에게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것은 미래 세대의 부를 훔쳐 쓰는 파렴치다. 독립적인 생활 의지를 꺾고 노예 근성을 심어 주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한다. 그것보다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창업하는 이들을 대우하는 풍토를 소망한다. 미래 세대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의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찬물을 끼얹는 이를 경계하자. 먹고사는 문제, 즉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며 사해(死海)로 데려가는 이를 걸러낼 때다.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기권하지 말자. 숙고의 시간은 충분하다.
  • [데스크 시각] 예기치 않은 구원이 올까/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예기치 않은 구원이 올까/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얼마 전 동해안 쪽을 다녀왔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읍내를 조금 벗어나자 길에서 개미 한 마리 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간혹 마주치는 이들은 대개 노인들. 이곳의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하니 청년 보기가 별따기 수준이다.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인데, ‘초초초’고령사회라고 해도 무방하다. 허름한 빈집들도 눈에 띄었다. 나 홀로 살던 어르신들은 조만간 지자체가 지은 공동주택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1. 매년 바닥을 치는 수치에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폐가와 폐촌을 접하게 되니 인구절벽이 가져올 미래에 마음이 써늘했다. 전북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 공장을 마련한 음료업체 대표는 청년 채용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고 했다. 근무환경과 사원복지 등은 여느 기업 못지않지만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청년의 외면을 사고 있단다. 통계에 따르면 25~34세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 중 절반이 서울에 모여 있으니 대표가 인력난을 모면할 길은 요원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소멸 현장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이번 대선을 보는 마음이 더욱 착잡하다. 10년 뒤면 현재의 부산시 인구만큼이 한반도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나라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안 되지만 누가 청와대 주인이 되든 난마 같은 인구문제를 해결할 쾌도를 쥘 사람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기름값도 8년 만에 100달러를 찍었다. 마이너스 유가로 유조선이 정박할 곳을 못 찾고 유령선처럼 바다를 떠돈다는 뉴스가 쏟아졌던 게 고작 2년 전이다. 미중러 패권 다툼 격화로 에너지와 반도체 등은 이제 산업이 아니라 안보의 영역으로 격상됐다. 고래들의 힘겨루기에 등이라도 온전히 지켜 낼 지혜로운 리더가 필요하지만 인구절벽에 다다랐어도, 신냉전의 그림자가 엄습해도 희망과 비전을 주는 후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어느 노정객의 한탄대로 국운이 다했다는 징표일까. 그래서인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봄날에도 재계는 여전히 춘래불사춘이다. 다음주면 탄생할 정권의 재벌 손보기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를 놓고 냉기 가득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또는 본인·부인·장남)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후보자들이 당선 뒤에 ‘물타기용’으로 기업을 사정의 칼날 위에 세울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하다. 흔히 총선은 심판, 대선은 비전이라고 한다. 이번 대선은 완전히 거꾸로다. 대통령 직선제가 재개된 1987년 이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대선은 처음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항상 대선 때마다 당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내세웠는데 이번엔 온통 응징과 심판뿐이다. ‘시대정신 없음이 시대정신’이랄까. 하지만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는 아직 절망적이지 않다. ‘국뽕’에 취해 정신승리하다 나락에 빠지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그나마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침공 전에는 온갖 야유와 조롱을 받았다. 코미디언 출신의 물정 모르는 지도자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망명을 권유받은 그는 도망갈 자동차가 아니라 싸울 탄약을 달라는 말로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두려움을 떨치고 의연한 기백을 보여 준 리더십에 국내외 여론은 지지와 지원으로 돌아섰다.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는 국제질서일수록 목숨을 걸고 사력을 다하는 지도자가 국가를 지킬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금 확인한다. 식물이든 괴물이든 누가 돼도 ‘바람은 어디선가 불어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올’ 수 있다. 아직은 희망을 끌 때가 아니다.
  • 시험대 오른 美 ‘달러 패권’… 中 “위안화 확대 기회”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차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중국은 이와 반대로 러시아를 지원하기로 해 미국의 ‘달러 패권’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달러화 없이 살아가기’ 시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긴급회의를 열고 “위법한 미국의 제재 상황에 놓인 러시아를 경제·무역 분야에서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가 지난 25일 돌연 이를 번복했다. 러시아와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시 주석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추론이다. 이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중국은 제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를 감쌌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0%가량 폭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결국 러시아 중앙은행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한꺼번에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암호화폐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실행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해 추가 타격이 예상된다. 모스크바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위안화에 더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러시아를 ‘위안화 경제권’에 편입시키려는 야심을 품은 중국도 이런 상황이 나쁠 리 없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인민은행이 개발 중인 디지털 위안화는 스위프트에 접근하지 않아도 돼 달러 패권을 우회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산업전쟁 핵심 된 반도체… 바이든, 中 견제 위해 파운드리에 사활 [손재권의 실리콘밸리 투데이]

    산업전쟁 핵심 된 반도체… 바이든, 中 견제 위해 파운드리에 사활 [손재권의 실리콘밸리 투데이]

    “이제 미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반도체는 휴대전화, 자동차, 냉장고, 인터넷, 전력망 등 일상생활 거의 모든 분야에 필요합니다. 이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제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게임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24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발표 자리에 참석했다. 팻 갤싱어 최고경영자(CEO)의 이 투자 발표 자리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미 상무장관이 동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는 군사 안보, 경제 안보의 핵심”이라며 “미 의회는 반도체 투자에 사용할 국가 예산법을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미국 기업의 투자 발표 자리에 등장, 격려하고 민간 기업의 투자에 국민 ‘세금’을 동원하는 것을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슈퍼301조’를 동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며 통상 압박을 하던 과거 미국 대통령과 정부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마치 한국 대통령이 경기 화성 삼성전자 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던 장면이 연상된다.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각 기업에 정부 보조금이 얼마나 쓰여졌는지 조사하고 압박하던 옛날의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다급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형태의 ‘두 개의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전쟁이란 하나는 지정학적 전쟁(현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상황에 미국이 깊게 연관돼 있다)이고 또 하나는 산업 및 경제 전쟁이다. 중국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헬스케어, 차세대 이동통신 등 각 영역에서 산업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 분야에서의 승리가 국가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은 지정학적 전쟁보다 산업 전쟁의 파괴력이 더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은 유통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이슈가 됐다. 반도체가 산업 전쟁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는 것을 대통령부터 엔지니어까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반도체 경쟁은 2022년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 타국의 D램 기업을 죽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마이크로칩(CPU) 기술 개발 경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히 ‘파운드리’(Foundry)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지정학적 상황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 다르다.파운드리는 반도체의 설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팹리스)으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건설하겠다는 반도체 공장도 ‘파운드리’다. 인텔은 공장 설립뿐 아니라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타워 세미컨덕터’를 54억 달러(약 6조 47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인베스터 데이 2022’를 열어 회사의 중장기적 반도체 전략을 발표하고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내에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향후 10년간 최소한 72조원, 최대 144조원을 미국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파운드리 전쟁’에 총진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인텔이 이 전쟁에서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인텔이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타워 세미 인수를 발표한 후 주가가 14% 떨어졌다. 쉽지 않다. 아시아 기업들의 맞대응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는 지난해 최첨단 5나노미터(nm) 공정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120억 달러(약 14조 3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일본 구마모토현의 반도체 공장 건설에 9800억엔(약 10조 18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1800억엔(약 1조 87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삼성전자도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고 이번 분기(2022년 1분기)에 착공, 2024년 하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전체 산업을 돌이켜 보더라도 이렇게 짧은 기간에 한국, 미국, 대만의 각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동시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공격적으로 투자한다고 발표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반도체 투자의 종착역은 왜 파운드리일까? 첫째, 산업적으로 주문형 칩의 시대(Custom Chip Era)로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기존의 퀄컴 등 팹리스 기업뿐 아니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필요한 칩을 직접 설계해서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하기 시작했다. 실제 애플이 자체 설계하고 제작한 M1 칩은 퍼스널 컴퓨터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됐다. 구글도 2016년부터 인공지능 칩(TPU)을 설계, 제조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아마존이 클라우드용 CPU(Graviton)를 제작하고 있다. 초대형 시스템 회사가 직접 설계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트렌드는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GM, 포드, 현대차 등 대형 자동차 회사들도 직접 반도체를 설계해서 위탁 제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둘째, 반도체는 국가 간 경쟁에 치명타를 미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미국은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한 기업인 화웨이, SMIC에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소프트웨어 공급을 막았다. 외부의 첨단 기술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넘어서려는 중국에 어려움을 준 것이다. 특히 반도체는 원유 수입을 능가하는 국가 최대 수입항목으로 중국 국가 총수입의 18%를 차지한다. 전자제품을 저렴하게 제조해 세계에 판매해 온 중국으로서는 앞으로 국가 경제의 성패가 반도체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러시아에 반도체 수출금지 카드를 쓸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는 경제 제재에도 핵심 무기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과 세계 지도자들에게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국가 안보, 국가 경쟁력, 제조업 등에 전략적으로 중요한지 알려 주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미국은 반도체를 아시아 국가가 아닌 자국에서 만들어서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아시아의 삼성전자와 TSMC의 공장을 유치, ‘메이드인 USA’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 제조업이 재기하기 시작했다. 세계가 변곡점에 있고 상황이 크게 변할 것이다. 지금은 이런 과도기 순간 중 한 시점이다”라고 의미 부여를 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셋째, 현존 파운드리의 절대 강자 ‘TSMC’가 앞으로는 흔들릴 수 있다. 2021년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절반이 넘는다. 시가총액도 세계 10대 기업 반열에 올랐으며 아시아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TSMC가 됐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TSMC의 시대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뀔 수 있다. TSMC는 최선단 공정인 5nm, 7nm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그다음의 선단 공정인 16nm가 매출의 14%다. 또 애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이며 대만에 집중돼 있다. 한 고객, 그리고 한 지역에 모든 생산시설이 있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더구나 TSMC의 최대 고객인 애플은 반도체 공정기술이 크게 바뀌는 것을 거대한 위험요소로 보고 최대한 피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평면구조에서 3면구조인 FinFET로 바뀌는 변화에서 애플은 TSMC와 삼성 두 회사를 제조사로 선택한 바 있다. 지금 첨단 반도체 산업은 설계 및 생산이 3면구조(FinFET)에서 4면구조(GAA FET)로 바뀌는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4면구조 3nm 공정 생산을 올 상반기에 시작하고 TSMC는 3nm를 기존의 FinFET으로 연말까지 준비해서 내년부터 생산한다. 삼성이 4면구조로 기술 우위를 증명하면 애플의 수요를 TSMC에서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TSMC가 미국 공장 건설과 공정 업그레이드 투자로 삼성 등의 도전을 막으려 하고, 삼성전자와 인텔이 TSMC를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시작됐다. 더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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